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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5합의 이행의 중요성


<기고> 곽동기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곽동기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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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9.26  01: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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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동기 /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이번 8.25합의는 한반도를 둘러싼 북한과 한미 연합군의 격렬한 군사적 대결의 결과물이었다. 대북확성기 포격사태를 피하자는 미국의 권고에 따라 합의에 이르렀기에 향후 일정한 남북관계, 북미관계의 대화가 타진되었다.

남북은 이미 8.25합의에 따라 남북적십자 실무접촉을 갖고 10월 20일부터 이산가족 상봉을 하기로 결정하고 준비에 착수했다. 미국 역시 성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미대화를 위해 평양을 방문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는 등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대화를 대결로 되돌리려는 시도들

그러나 8.25합의가 나온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8.25합의 이행을 방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많은 국민들은 아마도 남북대화를 가로막는 사안으로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떠올릴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북한은 스스로 4차례 인공위성을 발사(1번은 실패로 인정)했다고 주장해왔으며, 예전부터 자체적인 우주개발계획이 있다고 공개해왔다. 게다가 이번 10월 10일을 조선노동당 창건 70주년이라며 매우 중요한 기념일로 거론해왔기 때문에 이번 인공위성 발사 계획이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고, 예상하지 못했던 일도 아니다.

쉽게 말해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는 8월 25일 남북 공동보도문의 합의 이전부터 준비되고 있던 것이며, 8월 4일에 휴전선에서 지뢰가 폭발하기 이전부터 준비되고 있던 사안이다. 한국 정부의 인공위성 나로호 발사가 남북관계를 파탄내는 대북도발이 아니었듯, 북한도 그들의 인공위성이 대남위협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수개월 전부터 준비해 온 인공위성을 연기하게 된다면 천문학적 손실이 불가피하다.

다만 북한은 인공위성 발사를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라면 국제사회가 안심할 수 있도록 최대한 평화적 분위기와 환경에서, 가능한 투명한 방식으로 발사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오히려 8.25합의 이행국면을 대결로 되돌리려는 시도는 휴전선 남쪽에서 나타난다. 8.25합의가 나오자마자 국방부는 ‘작전계획 5015’를 공개하며 이름도 자극적인 ‘참수작전’을 공개하였다. 이는 누가 보더라도 북한당국을 자극할 목적을 띤 공개라고 볼 수 있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조차 ‘작전계획 5015’의 언론 유출에 대해 상당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조사를 요구해 한국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가 조사를 받기까지 했다.

또 9월 20일에 진행된 탈북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도 휴전선 긴장고조의 목적을 띠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14년, 북한이 탈북단체의 전단을 휴전선에서 고사총으로 쏘았던 시점이 바로 1년 전 10월 10일 경이었다. 대북전단 살포는 곧바로 휴전선 충돌로 이어지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8.25 이행을 방해하는 움직임은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 계획에 이르러 극대화되고 있다. 최윤희 합참의장은 지난 11일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와 핵실험을 대북 확성기 재개 상황으로 본다며 대북확성기 재개 의사를 밝혔다.

확성기 방송 재개 주장의 심각성

8.25 공동보도문 3항에는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확성기 방송을 중단한다고 되어 있으며, 4항은 “(동시에) 북측은 준전시상태를 해제하기로 하였다”고 되어 있다. ‘동시에’라는 표현은 북한이 발표한 공동보도문에만 있는 표현이다.

만약 우리 군이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다면 북한도 이에 대응해 준전시 상태에 재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 극도의 군사적 긴장상태에 접어들었을 때 이번에도 8.25처럼 극적인 타협이 이뤄진다는 보장은 없다. 남북 양측은 더 높은 수준의 요구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 시기에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거론하는 것은, 정세를 8.25 국면 이전이 아니라 8월 긴장보다 더욱 엄혹한 전쟁국면으로 끌고 가는 대단히 위험천만한 행동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를 강행할 듯 움직이고, 핵시험까지 거론하는 것은 지난 8월 20일 전후의 북미간, 남북간 군사대결에서 미국이 북한의 준전시 상태 군사기동에 대해 허점을 찔렸기 때문이다. CNN 보도에 따르면 미군은 북한 잠수함 50여척을 놓쳤으며, 미군사령관들은 미군의 작전에 허점을 인정하며 한반도 전쟁계획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냈다.

그러나 한반도 전쟁계획의 미비함을 발견했다고 해서 미국이 이제 곧 북한의 전략적 요구를 수용해 남북관계의 전면적 발전을 용인하고 북미 평화협정까지 줄달음칠 것이라 보는 것은 성급하다. 미국은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정부와 일본정부에게 대북억제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고 시위하고 있고, 이를 믿는 한국 군부와 한국의 보수세력은 북한에 대한 공세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간절히 바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확성기 재개는 한반도에서 또 다시 준전시상태에 준하는 군사적 긴장이 초래된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지난 8월의 군사적 대결에서 미국이 한국정부에 한반도 긴장완화를 권고했기에, 이번에도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면 미국이 긴장완화를 권고할 것이라 기대하며 한반도 긴장에 손을 놓고 있는 것도 무책임한 태도이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란 것은, 누구 하나의 사소한 실수도 돌이킬 수 없는 군사적 파국으로 초래될 위험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집 안방에서 시한폭탄이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는데, 이제 곧 미국이 와서 끌 것이라고 태연자약하게 미국의 긴장완화 신호를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집의 주인이라면 자기 집에서 시한폭탄이 가동되는 상황 자체를 막아야 한다. 그러하기에 이 땅의 국민들은 반전평화 운동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활적 과제로 삼고 한반도 군사적 긴장고조에 예리하게 투쟁하는 것을 응당 주인된 자의 책임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에 8.25합의 이행 기대할 수 없어

물론 우리 군도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쉽게 결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보수층 내에서 확성기 방송 재개 주장이 빗발치면 박근혜 정권은 이를 명분으로 어렵사리 마련된 8.25 남북보도문 이행을 중단할 수도 있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10월 10일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를 빌미로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동보도문 1항에서 합의했던 남북당국간 대화를 추진할 동력이 유실되어 8.25 합의를 이행할 수 없으며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없게 된다.

박근혜 정권이 8.25합의 이행에 일정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볼 수 있는가? 물론 DMZ 평화공원이라든지, 경원선 철도 연결 사업이 성사되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 정국주도권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박근혜 정권이 그런 사업까지 스스로 마다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보수정권은 남북대화에 적극적으로 응하기보다는 남북대결 분위기를 고취하면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촉발시키는 것이 보수층의 지지를 결집시키는 데에도 훨씬 쉽다. 실제로 보수정권은 지난 과거에 집권 위기국면마다 북풍을 몰고 왔던 전력도 있다.

박근혜 정권의 지난 3년을 보자.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이야기하고, 2014년에는 드레스덴 선언을 제시하고, 통일준비위원회를 내왔지만 성과는 하나도 없었다. 모두가 빈 깡통이었고 속빈 강정이었으며 그저 떠드는 공염불에 불과하였다.

박근혜 정권은 입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입으로는 경제민주화를 읊었지만 행동으로는 노동개악을 추진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입으로는 ‘따뜻한 여성대통령’을 알렸지만 행동으로는 ‘불통 대통령’임이 드러났다. 대북정책도 다르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 동안 줄기차게 입에 올렸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행동으로는 결국 한미동맹에 매달려 대북대결의 돌격대로 나서 대북 확성기 재개를 주장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물며 사람도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판단해야 하는데, 한 나라의 정권이야 더할 나위없다. 결국 박근혜 정권의 대북정책이란, 입으로는 관계개선을 슬쩍 비치며 혼란을 조성하지만 실제 행동을 보면 북한을 흔들고 보수층을 결집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을 올리는 데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8.25합의 이행에 거족적으로 나서야

지난 8년의 시간 동안 남북관계는 크게 후퇴했고 우리는 상시적인 전쟁 위기에 노출되었다. 이번 8.25합의로 어렵게 마련된 대화국면이 다시 대결국면으로 되돌아간다면, 물론 머지않은 미래에 남북관계는 반드시 다시 열리겠지만, 남북관계 개선은 그만큼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밖에 없으며 통일도 그만큼 늦어지게 된다.

무엇보다 대화국면을 대결국면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들이 철저히 제압될 때, 전쟁의 위기가 가시고 남북관계를 실질적으로 발전시켜 통일이 앞당겨질 것이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확성기 방송 재개는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가장 위험하다. 또 일부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 역시 이미 북한의 고사포 사격으로 이어진 선례가 있기에 매우 위험하다. 이 밖에도 당국자들의 무분별한 북한 자극 발언들, 8.25합의에 따른 민간교류를 방해하는 행위들 역시 대화국면을 방해하는 요소들이다.

이와 동시에 온 민족이 8.25합의 이행에 적극적으로 떨쳐나설 때 남북관계가 실질적으로 발전할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8.25 공동보도문은 남북이 다양한 분야의 민간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합의하였다. 한국사회 곳곳에서 남북 경제협력뿐만 아니라 각종 다양한 사회문화교류 사업들. 이를테면 언론계에서는 언론교류, 학술계는 학술교류, 문화단체는 문화교류, 관광사업, 출판, 체육, 보건, 예술 등등 지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아래에서 남북이 진행해왔던 민간교류를 폭넓게 제기된다면 8.25합의는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며 실질적인 남북관계 개선의 교두보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통일의 주인은 특정 정권이 아니라 민족전체이기 때문이다. 통일문제를 박근혜 정권과 북한정권에 맡겨두고 그들이 나서서 해결할 때까지 팔짱끼고 기다려서는 온 민족이 바라는 진정한 통일을 기대할 수 없는 노릇이다.

정권에게 정권의 몫이 있다면 민간에게도 소중한 민간의 몫이 있다. 통일의 주인은 민족 구성원 모두이기에 각종 민간단체들이 활발하게 나서서 8.25 공동보도문에서 남북이 합의한 민간교류를 신청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보수진영에서 나도는 위험천만한 대북 확성기 재개 주장은 남북의 군사적 긴장과 대결로 꺾는 것이 아니라 민간의 봇물 터지는 민간교류의 목소리로 눌러버려야 하는 것 아닐까. 예를 들어 현 시기에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개최와 같은 행사는 정부에게 8.25합의 이행을 강제하는 커다란 견인력이 있다. 8.25합의 이행을 실천하는 이런 행동들이야말로 실질적으로 통일을 앞당기는 지름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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