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남겨진 아들, 박근혜 사과에 분노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2/09/26 17:01
  • 수정일
    2012/09/26 17:0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남겨진 아들, 박근혜 사과에 분노
"진실규명과 개인.집단의 책임 물어야"
 
 
2012년 09월 26일 (수) 14:43:31 조정훈 기자 whoony@tongilnews.com
 

 

   
▲ 26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유신잔재청산 민주행동', '역사정의실쳔연대' 주최로 '우리는 왜 유신의 부활을 반대하는가. 박정희 정권에 빼앗긴 아버지, 남겨진 아들이 말한다' 대담회가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권력에 의해 죽임을 당했던 당시 아버지의 나이만큼, 노.중년이 된 아들들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사과에 분노했다.

26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유신잔재청산 민주행동', '역사정의실쳔연대' 주최로 '우리는 왜 유신의 부활을 반대하는가. 박정희 정권에 빼앗긴 아버지, 남겨진 아들이 말한다' 대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고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권 씨와 고 최종길 교수의 아들 최광준 씨가 나와 박근혜 후보의 사과에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장호권 씨는 "우리 말고도 수많은 사람이 유신시절 핍박을 당했다. 그분들은 아직도 아무 말도 못하고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후보가 자신의 인혁당 사건 판결 관련 발언에 대한 사과나 반성 없이 고개만 숙인 태도에 더 큰 분노를 느끼고 있다"며 "진정한 사과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2007년 경선 때 박근혜 후보가 사과를 하겠다고 찾아왔는데 무엇을 사과하는지, 깊은 내용이 하나도 없이 사과를 하러 왔다고 하고는 그냥 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준하 선생의) 유골에서 타살 증거를 발견한 이후 또다시 진상조사를 요청했으나 현 정부는 임기 내에 진상을 밝히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비쳤다"고 말했다.

장호권 씨는 "지금까지 굉장한 화와 한을 가지고 살아왔지만 이제는 우리나라를 제대로 세우는데 힘을 쏟고 싶다"며 "다시는 우리 사회에 유신체제, 인혁당 사건과 같은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최광준 씨도 "최종 단계는 용서와 화해이다. 화해를 하기 위해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진정한 사과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특정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상규명이 이뤄진 뒤에야 가능하다"며 "정치인으로서, 대통령 후보로서 캠페인의 일환으로 하는, 불완전한 사과는 안하느니만 못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드러난 사건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이 사건들은 단지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이러한 문제를 계속 찾아내고 해결하기 위해 상시적 기구가 필요하다. 과거 인권침해 사례를 조사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교육 등의 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호권 씨도 "궁극적 해결을 위해서는 친일세력과 유신세력에 대한 청산이 먼저"라며 "그것이 정리돼야 인권 문제 등의 권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들은 아버지 죽음 이후 겪어야 했던 아들로서의 삶을 털어놨다.

장호권 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1년 후 테러를 당해 6개월간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며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고 입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에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지금까지도 한자리에 모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광준 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하루아침에 간첩의 가족으로 낙인찍혔다"며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아버지가 공부했던 독일로 도피하듯 떠났다. 친한 친구에게조차 우리 아버지에 대해 말을 할 수 없는 등 어려움이 상당했다"고 회고했다.

고 장준하 선생은 1974년 1월 대통령 긴급조치 1호 위반 혐의로 구속, 1975년 8월 17일 경기도 포천군 이동면 약사봉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이후 지난 8월 유해 이장 과정에서 유골에 타살흔적이 발견됐다.

고 최종길 교수는 서울대 법대 교수 재직 중 1973년 10월 중앙정보부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간첩혐의를 자백하고 중앙정보부 건물 7층에서 투신자살했다"고 발표했으나 2002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최 교수의 죽음을 민주화운동관련성으로 인정했다.

 

   
▲ 고 장준하 선생의 아들 호권 씨(왼쪽)와 고 최종길 교수의 아들 광준 씨(오른쪽)가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문'을 읽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박정희, 개인의 아버지 아니다. 진실규명에 나서라"

이날 대담회 이후 참가자들은 '유신의 부활만은 막아주십시오'라는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생각하기 싫은 시간이 있다. 부모를 독재정권에 빼앗긴 자식들은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을 견디며 살아왔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과거사는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과거사는 과거의 역사가 아니라 현대사이며, 반인권적 반인륜적 범죄의 진실을 규명하는 일"이라며 "이를 갈등을 조장하는 논란거리 정도로 치부하는 역사인식에는 참담함을 감출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박근혜 후보를 향해 "아버지의 무덤에 침을 뱉으라고 하지 않았다. 부모를 잃은 슬픔에 차이가 어디 있겠느냐"며 "하지만 죽음이 개인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준하, 최종길 등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독재정권의 희생자가 되었다. 그래서 그 분들은 한 개인의 아버지에 머물 수는 없다"면서 "이분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박정희 또한 개인의 아버지일 수는 없다"며 박 후보의 사과를 비판했다.

이들은 "지금은 하릴없이 사과를 할 때가 아니다"라며 "철저하게 진실을 밝히고 잘못을 저지른 개인과 집단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에 고뇌를 했다는 사람은 사과할 것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을 다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민대통합이 아니라, 진실규명의 길에 함께 하겠다고 나서야 한다"고 박 후보의 대선 슬로건을 꼬집으며 "진심을 드러내 보여야 한다. 그럴 때야 잘못을 뉘우친 사죄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고인들의 뜻을 세우는 길은) 아직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국민 앞에 사죄하지 않는 유신 세력의 부활을 막는 길"이라며 "박정희 독재정권과 그 세력들에 의해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고, 역사를 바로 세울 수 있도록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대담회는 방송인 김미화 씨의 사회로 진행, 30여명이 참석했다. 한편, 이날 대담에 나오기로 했던 고 송상진 선생의 아들 송철환 씨는 갑작스런 뇌출혈로 참석하지 못했다.

이날 행사를 개최한 민주행동과 역사정의실천연대는 오는 27일 오전 10시 20분 국회 정론관에서 '과거청산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 이날 대담회는 방송인 김미화 씨의 사회로 진행, 30여명이 참석했다.[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조정훈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