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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프랑스 한국대사관 이경훈 영사를 고발함

 

주 프랑스 한국대사관 이경훈 영사를 고발함
 
[심층추적] 한인회 임원에 안하무인격 폭언...언론·대사관은 ‘침묵’
 
정운현 기자 | 등록:2013-01-29 17:24:41 | 최종:2013-01-30 00:58:0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영사(領事)’란 재외공관에 근무하는 외교관 가운데 하나로 대사, 공사 다음 가는 고위공무원이다. 영사는 본국에서 파견되는 외교공무원과 주재국 거주자 가운데 무보수로 선임하는 ‘명예영사’ 두 종류가 있다. 영사의 본분은 본국의 통상(通商) 이익 도모와 자국민 보호가 주업무인데 재외교민이나 여행객들의 민원 해결사이자 보호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재외공관의 영사 가운데는 본분을 망각한 행위로 교민사회에서 물의를 빚은 경우가 최근에만도 두 건이나 발생했다. 우선 연초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주재 한국대사관의 김 아무개 영사가 대사관 직원들과 송년모임을 마치고 귀가길에 의문의 사고를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김 영사의 시신은 리야드 교외의 절벽 아래서 추락한 승용차 안에서 발견됐다.

리야드 교통당국은 김 영사가 귀가길에 교통사고를 당한 걸로 추정했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 영사가 음주운전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사우디와 한국의 수사당국 모두 변사사건임에도 부검을 하지 않아 음주여부는 규명되지 않았다. 특히 김 영사는 이슬람교 이외에는 타 종교 활동이 금지된 사우디에서 기독교 선교활동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참조] 사우디 한국대사관 영사 변사사건과 ‘의혹’들 (<진실의길>, 2013.1.10.)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table=byple_news&uid=2455

한편,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는 한국대사관 소속의 한 영사가 여성 교민에게 폭언에 가까운 막말과 함께 성적 수치심과 모멸감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을 해 물의를 빚은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피해를 입은 여성 교민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련내용을 폭로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졌는데 사건 발생 근 열흘이 되도록 국내 언론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침묵하고 있다. 이 사건의 경위와 이후 전개 과정, 교민들의 반응, 필자의 취재기를 소개한다.
 

주 프랑스 한국대사관 입구

필자가 이 사건을 처음 접한 것은 지난 23일 점심 때 쯤이다. 지금은 신문사를 떠난 언론계 후배가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파리 한인회가 소란스럽다며 ‘칼럼’ 하나를 복사해서 보내왔다. ‘한인 영사의 이름으로 명하니 동포는 그 입 다물라?’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필자 허준혁 씨는 문제의 사건의 발생 경위 등을 조리있게 소개한 후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다섯 가지로 정리해 밝혔다.

칼럼을 읽고 나서 필자는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미 국내 언론에 보도가 됐을 걸로 여겼다. 그런데 제보해준 후배는 국내 언론에 전혀 보도가 되지 않았다며 필자더러 한번 취재해보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러면 제보자 연락처와 함께 사건의 내용을 좀 더 소상히 알려달라고 부탁했더니 그 이튿날(24일) 제보자로부터 메일이 하나 도착했다. 거기엔 사건 경위를 적은 별첨 파일과 함께 아래와 같은 인사말이 적혀 있었다.

 

“제가 이틀 전 불의스런 일을 당했는데 그냥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니라 사회적인 큰일이라 생각돼 모든 신문사와 언론, 그리고 국회의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외교부 등에 모두 올렸습니다. 첨부파일 보내 드리오니 읽어 보시고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크리스틴 박.”

제보자 ‘크리스틴 박’(여, 42)은 프랑스 파리 시내에서 8년째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교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가 겪은 ‘불의스런 일’이 대체 무엇이길래 그는 이를 ‘사회적인 큰일’이라고 했을까. 또 국내 언론사와 관계당국 등 30여 곳에 제보했는데 언론사 등 그 어디에서도 여태 아무런 공식반응(보도 등)도 보이지 않는 것은 또 왜일까? 첫 폭로 이후 ‘크리스틴 박’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계속해서 글을 올리고 있으며 큰 반응을 얻고 있다.

 

제보자 ‘크리스틴 박’의 페이스북 대문사진

필자가 이번 사건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또 보도하기에 이른 것은 대략 세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본분을 망각한 공직자의 안하무인격 언행에 대해 당사자나 관계 기관에서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 둘째, 현지 교민언론과 국내언론이 하나같이 모두 침묵하면서 외면하고 있는 점, 셋째, 파리 교민사회가 근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피해자를 회유하거나 또는 ‘문제아’로 만들어 제2의 인격모독을 가하고 있다는 점 등이다.

1. 사건 발생 경위와 모욕적 언사 내용

 

문제의 사건은 지난 21일 오후 7시경 파리 시내 한 한식당에서 발생했다. 이날 파리한인회(회장 김원용) 임원들은 한국대사관 관계자와 업무협의차 모임을 가졌는데 2013년도 신임 임원진과 대사관측과의 상견례를 겸한 자리이기도 했다. 이혜민 대사는 이날 낮 한인회 회장단과 점심을 한터라 저녁모임에는 이경훈 영사(참사관)가 대사관을 대표하여 참석했다. ‘크리스틴 박’도 한인회 임원의 한 사람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했다.

이날 모임에서 한인회측은 대사관측과 ‘한글학교’ 건립 문제를 논의하려 했다. 대사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프랑스에는 총 15개의 한글학교가 있는데 이중 공식기관은 1곳 뿐이며 나머지는 교회 등에서 운영중이다. 이에 한인회는 지난 몇 년간 한글학교 건립 기금모금 운동을 벌였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올해 재불(在佛) 원로화가인 한묵 화백의 100세 기념 기획전을 계기로 재불 한인화가들에게 작품을 기부받아 이를 통해 한글학교 건립기금을 마련해볼 구상이었다.

자기소개와 인사가 끝난 후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이 사업을 맡고 있는 크리스틴 박이 이 영사에게 기금 모금계획을 설명했다. 그리고는 대사관에서 교민들을 대신해 작품을 기증한 화가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감사장’을 하나 줬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한인회의 한글학교 설립 기금모금은 전적으로 봉사 차원의 일로 박수 받을 일이다. 그러면 이에 대한 이경훈 영사의 반응은 어땠을까? 이 영사는 크리스틴 박의 얘기가 끝나자마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우리 대사관에 아무것도 바라지 말라, 피곤하다. (파리에는) 46개 (교민 관련) 단체가 있는데 그 중엔 (회원이) 2명이 있는지 몇 명이 있는지도 모르는 단체들도 있다. 한인회라는 단체가 도대체 뭔데 점심저녁 두 번이나 오라고 하느냐? 한인회한테 이렇게 시간을 내주는 것만도 특별한 혜택이다. 대사관에서 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으니 제발 (한인회는) 독립 좀 해라. 뭐 해달라고 (부탁)하지 말고.”

뜻밖의 반응에 한인회 임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자 제안 발언을 했던 그리스틴 박이 나서서 “뭘 해달라는 차원이 아니고 협조를 부탁드리는 것이다. (작품 기증 작가들에게) 감사장을 주기에 한인회 이름으로는 충분치 않아서...”라고 해명하자 이 영사는 그의 말을 막으며 와인 잔을 탁자에 탁! 내리쳤다. 그리고는 그를 노려보듯이 째려보며 “대한민국 재불 영사의 명(命)으로 말하는데 크리스틴 박 들어!”라고 큰 소리를 질렀다.
 

'빠리 한글학교' 학생들의 학예회 모습. (출처-프랑스 한국교육원)

당시 크리스틴 박은 치가 떨릴 정도로 화가 났지만 그 자리에는 한인회 임원들과 평소 알고 지내온 지인들이 동석해 있어 참았다고 했다. 크리스틴 박은 페이스북에서 올린 글을 통해 “그 자리에서 와인이라도 (이 영사의) 얼굴에 쏟아 붓고 욕이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만약 공적인 자리가 아닌 사적인 자리였다면 그랬을 것”이라며 “잘 해보자고 나온 사람한테,,, 내가 젊은 여자라서 이 사람이 이런 행동을 하나 싶은 모욕감이 목까지 차올랐다”고 밝혔다.

 

사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동석했던 한인회 장인성 수석부회장이 “이건 부탁이 아니라 협조(요청)이며, 영사님을 거쳐서 대사님께 올리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해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라며 크리스틴 박의 얘기가 개인차원의 부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크리스틴 박이 “2월에 한국 갑니다. 지금 한국은 재능기부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져서 문화부에 (도움) 요청을 해도 아마 받아주실 거예요”라고 말했더니 이 영사는 “왜? 아예 청와대에 갔다가 디밀지?”라며 비아냥댔다고 한다.

분위기가 악화돼 더 이상은 정상적인 업무논의가 불가능하게 되자 장 수석부회장은 그만 자리를 파하자고 제안하자 동석했던 이상무 부회장은 파하기 전에 한 마디 하겠다며 “한국은 대화문화가 부족하다. 먼저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해줘야 한다”며 에둘러 이 영사를 비판했다. 그러자 이 영사는 “한인회는 영사를 뭘로 아는 단체인지 모르겠네. 오라면 오고 끝나는 것도 다 지들 맘대로 하고... 술도 못 마시게 하고…”라며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잠시 후 일행과 함께 식당을 빠져나오면서 이 영사는 크리스틴 박에 대해 위로를 빙자한 성추행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이 영사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공개석상에서 면박을 줬던 크리스틴 박에게 반말조로 “크리스틴 박! 열 받지마, 털어!”라고 얼버무리고는 강제로 확 끌어안았다. 그러자 크리스틴 박이 이 영사의 손을 뿌리치며 “저 스트레스에 열 무지 받았습니다. 특히나 털 생각은 더더욱 없구요”라고 쏘아붙였다.

이를 두고 크리스틴 박은 “제가 힘이 약한 젊은 여자라고 생각해서 이런 식으로 대충 얼버무리려는 늙은 권력자에게 침을 뱉어주고 싶고 그의 썩어빠진 권위의식에 목까지 차오르는 구역질이 났다”며 “사회에 봉사 하고자 하는 사람의 열정을 꺾는 사람이 다름 아닌 공직자라는 점에서 분통이 터졌다”고 밝혔다. 크리스틴 박은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한 필자와의 대화에서 “기가 막히고 모욕감이 차올랐다”며 기사에서 이 문제를 꼭 짚어줄 것을 요청했다.

2. 사건 폭로 후 교민사회와 언론의 반응

사건 발생 다음날인 22일 크리스틴 박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건 전말을 담은 글을 올리자 이 글은 페북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급속히 확산됐다. 이튿날(23일) 박광근 전 재불한인회 회장이 크리스틴 박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러한 문제는 절대 포풀리슴(포퓰리즘) 차원으로 확대한다 해서 본인한테 도움이 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댓글을 올린다”며 “과연 이경훈 영사님이 실수를 했다 치더라도 재불 한인회 임원진분들과 주불 대사관과 신년 상견례라 치면 더욱 심사숙고 하셔야지요. 왜서 문제를 확대하시는지 모르겠다”며 크리스틴 박을 겨냥했다.

박 전 회장은 이어 “아무튼 (이번 사건이) 더 이상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으니 자중하시여 문제를 해결해 주시길 바란다. 이런 문제는 재불 한인회 회장이신 김원용 회장이 나설 문제이지 임원이신 크리스틴 박이 나설 일이 아닌 듯싶다. 이 모든 문제가 더 이상 확대되어 재불 한인회에 먹칠이 안되길 기원한다”며 밝혔다. 박 전 회장은 문제가 어디서 비롯됐는지는 제쳐둔 채 크리스틴 박에게 ‘자중’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폭언을 한 이경훈 영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크리스틴 박이 25일 제2탄으로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이로부터 이틀 뒤인 25일 크리스틴 박은 ‘죽어야 진상조사가 들어가는 이 사회!!!’라는 제목으로 페이스북에 제2탄을 올렸다. 이 글에서 그는 “여러 신문사, 언론, 기자들 그리고 정부관련 싸이트들에 제보를 약 30통에 가깝게 올렸다”며 “댓글로 혹은 ‘좋아요!’로 위로해 주시지만 말고 함께 앞장서서 규명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글을) 많이 공유하거나 블로그에 날라다 주거나 주변의 기자들께 보내 주시면 저에게 큰 도움이 된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동참해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페이스북 글 공유나 댓글 말고 기사형태로 나온 첫 ‘반응’은 네이버 블로거 허준혁 씨의 글이었다. 허씨는 23일 자신의 블로그에 ‘한인 영사의 이름으로 명하니 동포는 그 입 다물라?’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허씨는 이경훈 영사가 크리스틴 박을 향해 “‘재불 한인영사의 이름으로 명하니, 들어!’라고 한 발언은 아무리 해명해도 실언임은 분명하다”며 “한인회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은 영사라는 공인으로서의 발언으로는 매우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허씨는 이어 기금마련을 위해 작품을 기증한 화가들에게 대사관에서 감사장을 줄 것을 부탁한 것을 두고 이 영사가 ‘어떠한 부탁도 하지말라’고 한 것은 “외교공관 자체의 본연의 임무와 배치되는 발언으로 단어선택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하고는 “설령 쌍방에 문제가 있었다손 치더라도 책임의 무게중심은 ‘공인’과 ‘공적기관’으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며 결과적으로 이 영사의 처신에 문제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언론매체의 보도는 25일 미국땅에서 나왔다. 재미교포 라디오방송인 <뉴욕라디오 코리아>는 25일 ‘주 프랑스 영사 막말 파문’이라는 제목으로 이 소식을 전했다. 이 방송의 황길재 기자는 보도를 통해 이번 사건의 경위를 간략히 전하고는 당일 현장에 함께 있었던 한인회 장인성 수석부회장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장 수석부회장은 “박 관장(크리스틴 박)의 얘기가 모두 사실”이라고 확인하면서 이 영사의 폭언을 두고는 “영사 개인의 자질 문제로 본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기사의 하단에 ‘coucou’라는 닉네임의 한 독자가 27일 오전 7시경에 올린 댓글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현장에 있었던 다른 분의 이야기는 좀 다르던데요. 너무 한 쪽으로 치우친 기사인 것 같아 제가 읽었던 다른 분의 글을 올려드립니다.”라며 페이스북 계정을 하나 링크해 두었다. 그래서 링크된 주소를 따라가 봤더니 ‘다른 이야기’를 쓴 주인공은 문제의 사건이 발생했던 파리 시내 한식당(아이빈치)의 주인 박언영 씨였다.
 

사건이 발생한 한식당 ‘아이빈치’의 주인 박언영 씨의 페이스북 대문사진

박씨는 “지난 월요일(21일) 저희 식당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해명을 하고자 오랜만에 긴 글을 올린다”며 “한 며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이런 것조차 하지 않으면 살아가는 동안 마음의 짐을 달고 있을 것 같아 저 좀 가벼워지자고 글 올린다”고 밝혔다. 그리고는 “한 사람을 이렇게 몰아 부칠 수 있는지, 아무리 세상이 요지경이라지만~”이라며 이 영사를 비난한 크리스틴 박의 글이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영사가 폭언을 한 당시 상황과 관련한 박씨의 글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왜냐하면 그 시각 박씨는 다른 곳(별실)에 있었기 때문에 당시 상황을 자세히 알지 못했다. 이와 관련한 박씨의 글 한 대목을 소개하면,

“임원(크리스틴 박)의 주장에 의하면, 본인이 한인회 사업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영사가 말을 잘랐고, 그럼에도 계속 말을 이어가니 영사가 ‘대한민국 영사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크리스틴 박 들어~’ 라고 명령을 했다고 합니다. 전 당시 안쪽 별실에 있었습니다. 갑자기 여인의 격앙된 목소리가 들려 나와 보았더니 크리스틴 박이 머리를 흔들며 격하게 이야기를 하고는 ~ 찔러버릴거야~ 라고 하더군요.”

파리에서 24년째 살고 있다고 밝힌 박씨는 이경훈 영사에 대해 그간의 친분과 경험담을 소개하면서 “관료, 권위주의라고요?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입니다. 차라리 권위적인 분이라면 이런 일 없었을 것입니다. 전 이제까지 이렇게까지 교민들과 허물없이 가까이 지내는 영사를 본 적이 없다”고 이 영사를 호평하고는 “영사고 뭐고를 떠나, 사람을… 한 사람을 이렇게 몰아부칠 수 있는지 정말 한탄스럽군요. 이건 분명 왜곡입니다”라며 이 영사를 변호했다.

박씨는 또 “그리고 성희롱 이야기까지 나오는데요, 전 인사드리기 위해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영사님은 다른 여성분들과 프랑스식 뺨 맞대는 인사를 했고 크리스틴 박에게도 인사하러 다가갔는데 거부하니깐 토라져 있는 크리스틴 박을 안으시더군요. 작별 인사였습니다. 뒤에서 보니 크리스틴 박은 가만히 안겨있던데요. 다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습니다. 그런데 무슨 성희롱입니까? 그만 좀 하라고 하고 싶네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되는 세상입니다.”라며 성희롱 주장을 일축했다.

박씨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당사자인 크리스틴 박에게 의견을 물어보았다. 그는 “나는 격앙된 목소리로 얘기한 적 없다. 장인성 부회장님이 언성을 약간 높여 ‘한인회도 대사님에게 바로 올릴 수 있지만 절차상 관문이란 게 있어 (이 영사에게) 협조차원에서 얘기한 거다’라고 얘기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나는 이 영사님에게 ‘찔러버릴거야’라는 말을 한 적도 없다”며 “이는 박씨가 지어낸 얘기”라고 주장했다.

또 ‘성희롱’ 건과 관련해 크리스틴 박은 박씨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박씨는 “뒤에서 보니 크리스틴 박은 가만히 안겨있던데요. 다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썼다. 이에 대해 크리스틴 박은 “내가 가만히 안겨 있었다구요?”라고 반문하고는 “그날 모임을 마치고 4명이 메트로까지 걸었는데 도중에 장인성 수석부회장님이 저한테 그러시더군요. ‘완전 성희롱이 아니고 뭐야?’ 라구요. 절대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박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3. 이경훈 영사 ‘반론 인터뷰’ 실패 전말

 

이경훈 영사(출처-빠리지성)
이상과 같은 논란에 대해 당사자인 이경훈 영사의 입장 겸 반론을 듣기 위해 세 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필자는 28일(월) 밤 11시경(파리 현지시각 28일 오후 3시경) 대사관 영사과로 전화를 걸었다. 대사관에서 ‘공증’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밝힌 박상구 씨가 전화를 받아서는 이 영사가 회의 차 외부에 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필자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면 이 영사에게 전달해서 이 영사가 전화를 걸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3시간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어 29일 새벽 2시경(파리 현지시각 28일 오후 6시경) 대사관으로 전화를 걸었더니 박 선생이 다시 전화를 받았다. 이 영사로부터 전화가 오지 않아서 다시 전화를 했노라고 밝혔더니 자신도 그간 여러 차례 이 영사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했다. (대사관 영사가 평일 근무시간에 3시간 동안 전화연락이 되지 않는 것은 문제라면 문제다.)

그래서 필자가 박 선생에게 이 영사 핸드폰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더니 부영사에게 보고한 후 알려주겠다면서 20분 뒤인 새벽 2시20께 전화를 걸어와 이 영사의 핸드폰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그래서 곧장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신호음이 가는데 받진 않았으며 잠시 뒤 불어로 안내멘트가 나오고 그것이 끝나자 삐! 소리가 나길래 메시지 녹음하라는 걸로 이해하고 전화한 용건을 밝히고 전화를 해줄 것을 부탁했다.

전화 메모를 남긴 지 15시간이 지난 29일 오후 5시 현재 이 영사로부터는 전화가 걸려오지 않았다. 이 영사 개인 입장인지 아니면 대사관이나 외교부의 방침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는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 영사는 <뉴욕라디오 코리아>와의 인터뷰도 응하지 않은 것으로 보도됐다. 크리스틴 박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 또 그에 대한 이 영사의 입장을 듣고 싶었지만 끝내 이 일은 성사되지 못했다.

4. 글을 맺으며 – 국내 언론과 관계당국에 대해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사건 당일 이 영사가 크리스틴 박과 한인회 임원들 앞에서 폭언과 안하무인격 행동을 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설사 크리스틴 박의 주장이 다소 과장됐다고 쳐도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것은 아닌 것 같다. 이는 당일 현장에 동석했던 한인회 장인석 수석부회장이 25일 <뉴욕라디오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박 관장의 얘기가 모두 사실”이라고 확인하고는 당일 이 영사의 언행을 두고 “영사 개인의 자질 문제로 본다”고 밝힌 대목이 그것이다.

문제는 ‘재외교민 보호’를 본분으로 하는 이 영사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다들 입을 다문 채 오히려 이를 지적한 크리스틴 박을 ‘이상한 사람’ 취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모임에서 한인회는 한글학교 건립 기금마련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유명작가들의 작품을 기증받아 그를 판 수익금으로 재불 한인 2, 3세들의 모국어 교육 환경개선을 해보고자 민간차원에서 자발적으로 나선 것이었다. 사실은 이 일은 교민지원 차원에서 대사관에서 해야 할 일인 셈이다.
 

2008년 6월 1일 파리 시내 에펠탑 인근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가한 프랑스 한국교민들 ⓒ프랑스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모임에서 이 영사는 한인회 임원들에게 감사표시를 하기는커녕 작품을 기증한 작가들에게 대사관 명의로 ‘감사장’을 줬으면 좋겠다는 협조요청에 대해 ‘그런 부탁하지 말라’며 핀잔을 주었다. 또 이 사업의 실무책임자인 크리스틴 박에게 ‘대한민국 재불 영사의 이름으로 명 하노니’ 운운하며 말을 막기도 했다. 이날 이 영사의 폭언은 단순한 말실수가 아직도 권위주의적인 태도를 탈피하지 못한 공직자의 한 단면을 보여주었다고 하겠다.

 

27일 밤 메시지 대화에서 크리스틴 박은 푸념을 하나 털어 놨다. 교민사회에서 ‘선긋기’와 회유, 압력이 서서히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원로화가 한 분은 “힘이 되어 주지 못해서 미안한데 여기서 그만 멈출 수 없냐”고. 그리고 같은 피해자랄 수 있는 한인회의 한 임원은 “이번 건은 크리스틴 박과 이경훈 영사 개인간의 문제”라며 한인회와 선을 긋고 나섰다는 것이다. 또 처음엔 진실을 증언하던 사람들이 말을 바꾸거나 어느 순간부터 입을 닫기 시작했는데 그들은 대사관과 인연이 깊은 사람들이라고 했다.

언론에 대해서도 크리스틴 박은 유감을 표했다. 보수-진보 할 것 없이 국내 전 언론사에 제보했고 개인적으로 아는 기자들에게도 취재부탁을 했지만 거의 소식이 없거나 또 관심을 보인 기자들조차도 현재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고 했다. 파리에는 국내 주요 신문-방송-통신사의 특파원이 상주하고 있다. 또 담당부처로 치자면 외교부의 출입기자들도 있지만 그들 역시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하나같이 침묵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재판과정에서 60대 증인에게 “늙으면 죽어야지”라고 막말을 내뱉어 비난을 산 서울동부지법의 모 판사가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견책 처분’을 받았다. 정치인들의 경우 술좌석에서 농담조로 한 성희롱 발언이나 특정인에 대한 비방성 발언이 대서특필 되는 경우를 종종 봐왔다. 거기에 비하면 이번 이 영사의 폭언은 훨씬 더 문제가 크다고 보여진다. 이번 건을 두고 기사화 여부는 언론사가 판단할 문제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설득력은 약해 보인다.

끝으로, 이번 일과 관련해 이 영사는 여태 크리스틴 박이나 한인회 임원들에 대해 공개사과를 한 바 없다고 한다. 또 내부적으로는 어떤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지만 주 프랑스 한국대사관과 외교부도 여태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한 바 없다. ‘국가공무원법’ 제59조와 63조에서는 공무원의 ‘친절·공정’ 및 ‘품위 유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 영사의 이번 언행은 이 2개 조항에 저촉된다고 보여진다. 장차 관계당국의 합당한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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