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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마약 ‘뺑굽’은 미원가루였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3/01/31 07:18
  • 수정일
    2013/01/31 07:1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북한 마약 ‘뺑굽’은 미원가루였다
<단독> 조선일보 ‘천국의 국경’ 마약밀매 장면은 연출
 
 
2013년 01월 30일 (수) 13:33:20 김치관 기자 ckkim@tongilnews.com
 

북한 마약 ‘뺑굽’은 ‘미원 가루’

 

“뺑굽이라고 하던데 그때는, 조미료로 만들었다 그랬나?”
“네.”

<조선일보>가 최초로 북한 마약거래의 현장을 동영상에 담았다고 보도했던 다큐 ‘천국의 국경을 넘다’의 마약거래 장면이 실상은 ‘미원’ 가루를 북한산 마약으로 둔갑시킨 이른바 ‘연출’이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난 5일, 중국 옌지(延吉)시 모 호텔에서 A집사의 소개로 만난 중국 조선족 김준철(36, 가명) 씨는 다큐 ‘천국의 국경을 넘다’에 나오는 북한 사람이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가져온 북한 마약이 실상은 미원 가루였다고 시인했다.
 

   
▲ 인터넷상에 떠도는 동영상 중 <tvN> 방영분에는 문제의 장면이 나온다. [캡쳐사진 - 통일뉴스]
   
▲ 라이터 불로 마약을 태우는 장면. [캡쳐사진 - 통일뉴스]
다큐 ‘천국의 국경을 넘다’ 1부에서는 북한에서 강을 넘어온 북한 사람이 하얀 가루가 담긴 작은 비닐을 입에서 꺼내 “약입니다. 이게 뺑굽이라는 약입니다”라며 북한 남포에서 가져온 마약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영상으로 찍혀있고, 나중에 진품 여부를 라이터 불에 태워 확인하는 장면이 나온다. [관련 동영상 보기]

‘천국의 국경을 넘다’ 현지 코디네이터를 맡았던 김준철 씨가 잘 아는 북한인을 시켜 연출한 북한 산 마약은 실상 미원 가루였지만 <조선일보> 취재진이 다른 장소에서 마약인지 불로 태워 실험을 할 때는 진짜 마약을 사용해 시청자들을 속였다.

김씨는 라이터 불로 태워 실험한 마약에 대해서 “진짜가 맞아요. 그때 당시에는 많았으니까, 얻기가 헐해요”라고 확인했다.

‘천국의 국경을 넘다’는 2008년 3월부터 <조선일보>에 소개되고 <EBS>, <tvN> 등 국내 방송은 물론 영국 <BBC>, 일본 <TBS> 등 해외에도 널리 소개돼 방영되고 이후 이학준 기자는 같은 제목의 단행본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또한 한국기자상은 물론 로리펙 어워드 최우수상등 국내외 16개 언론상을 수상하고, 국내 최초로 미국 에미상 후보작에 오르는 등 선풍을 일으켰다. 물론, 국제방송협회 최우수상 수상 등 <조선일보>의 자화자찬은 사실과 상당히 동떨어진 것으로 판명되긴 했지만. [관련 오마이뉴스 기사 보기]

김준철씨를 조사했던 중국 공안당국 관계자 역시 지난 5일 저녁 옌지시 한 음식점에서 기자와 만나 마약이 아닌 ‘미원’ 가루였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다 돈 때문에 벌인 일이다”고 확인했다.

이학준 기자 “그건 마약 맞을 거다. 테스트해봤다”

‘천국의 국경’에 나오는 마약 밀매 장면이 사실은 조미료 가루를 이용한 연출이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은 기자의 확인취재 훨씬 전인 2009년 4월 6일 ‘제53회 신문의날’ 시상식장에서 폭로된 바 있다.

   
▲ 2009년 4월 6일 ‘제53회 신문의날’ 시상식장에서 김준철 씨의 여동생 김준희 씨가 김경호 당시 한국기자협회 회장에게 호소문을 전하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김준희 씨의 호소문을 시상식장에서 받아보고 있는 <조선일보> 기자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당시 김준철씨가 중국 공안당국에 체포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김씨를 활용해왔던 <조선일보> 등이 변호사 비용을 대는 것마저 외면하자 분개한 김씨의 여동생 김준희씨(가명)가 시상식장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이같은 내용을 폭로한 전단을 배포했던 것이다.

이 사건의 여파 탓인지 지금 인터넷 상에 나도는 <EBS> 방영분 등에서는 문제의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사실관계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조선일보> 이학준 기자는 문제의 장면에 대해 “그건 마약 맞을 거다. 테스트해봤다”며 “만약에 테이프를 다 공개하면 그 장면과 이어지는 장면까지 다 찍혀 있다”고 부인했다.

탈북자 지원사업을 꾸준히 진행해온 A집사는 “국내 선교단체들이 북한선교를 명분으로 돈벌이를 위해 탈북자와 브로커들을 활용해온 사례가 많다”며 “진실을 보도해야 할 언론이 이같은 거짓보도를 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최모 씨는 모 프로그램에서 북한 군인이 북한 여성을 인신매매하는 현장이라고 방영했던 대목에 대해서 실상은 탈북자의 머리를 자르게 하고 인민군 군복을 입혀 두만강에서 북한 여성을 데리고 나오게 해 연출한 것이었고, 그때 당시 탈북했던 여성이 지금 한국에 들어와 있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 남북관계가 단절된 틈을 타 북중국경지대에서 제작된 출처불명의 동영상이 활발하게 상품처럼 돈으로 거래되고 있고, 상당부분은 제대로 된 검증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보도되고 있는 실정이다.

“어, 난데... 왜 이 사진을 썼지?”

지난 4~7일 옌지시를 중심으로 탈북자 관련 취재과정에서 기자는 이 외에도 믿기 어려운 상황과 이야기를 많이 접하게 됐다.

오랫동안 두만강 국경지역에서 탈북자들을 도와온 중국 조선족 이진수 전도사(57세, 가명)는 5일 오전 A집사가 보여준 한 장의 사진을 보고 “어, 난데... 왜 이 사진을 썼지?”하며 의아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 <월간조선> 2008년 11월호에 '움막교회'로 게재된 한 장의 사진. [사진출처 - <월간조선> 인터넷판. ]
<월간조선> 2008년 11월호에 ‘[현지취재] 북한 지하교회 지도자를 찾아서’에 실린 ‘중국 지린(吉林)성 한 야산에 위치한 움막교회’로 소개된 사진에는 모자를 쓴 뒷모습의 중년 남성이 나온다. [관련 월간조선 기사 보기]

<월간조선>은 “깊은 산속에 작은 움막이 있었고, 그 뒤쪽엔 한 노인이 겁에 질린 모습으로 우리를 경계하고 있었다”며 “난 또, 날 잡으러 온 줄 알았어. 세 번이나 잡혔다 죽을 각오로 도망쳤는데, 이번에 잡히면 정말 끝이여”라고 이 남성을 탈북자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사진 속 남성은 중국 국적의 조선족 이진수 전도사이고, 당시 정황은 <월간조선> 취재팀이 예전에 탈북자 은신처로 운영되던 시설을 찍고 싶다고 해서 현재는 탈북자가 거의 없어 사용되지 않고 방치돼 있던 왕청현 이란진 지역에 소재한 움막으로 안내해준 것이 전부라는 이야기다.

   
▲ 이진수 전도사가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이 전도사는 “우리가 갔을 때는 아무도 없고 안 쓴지 오래됐다”고 확인하고 “한창 탈북자가 많을 때 은신처로 사용했지만 움막교회는 아니다”고 부인했다. 다만, 이 시설을 통해 탈북자들을 지원한 개인이나 단체는 대부분 기독교와 연관됐던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1990년대 말을 피크로 탈북자들의 중국 유입은 줄어들었고, 최근년 간에는 북한의 엄격한 단속 등으로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들의 일치된 전언이었다.

북한 라선지역에 지원활동을 10여년 전부터 진행하고 있는 한 선교사 부부는 지난 4일 “지금은 이렇게 전 국경에 철조망이 쳐져있고 그러면 옛날처럼 본래 왔다갔다 하기도 힘들어졌다”며 “요즘에 나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에서도 탈북자 단속이 심해졌고, 기존에 중국에 나와 있던 탈북자들도 대부분 북한이나 한국으로 들어가고 거의 없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북한 지하교회 개척과 지원 “다 거짓말”

‘북한에 지하교회를 개척하고 지원하는 선교단체들이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 선교사 부부는 “다 거짓말이다. 우리는 안다”며 북한 사회의 실상을 알면 그런 말을 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북중 국경지대를 오랫동안 취재해온 한 전문가는 “보수언론에서 북한에 지하교회가 있고 성경이 북으로 들어가는 ‘바이블 루트’가 있다는 선교단체들의 주장을 검증 없이 써대면 결국 접경지역 북한 주민들의 고통만 늘어난다”며 “북한선교를 명목으로 하는 선교단체들이 특종을 노리는 언론인과 결탁해 ‘장사’하는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교단체들은 북한지역 선교활동을 홍보해 후원금을 모집하고 있으며, 특히 언론에 북한 선교활동이 보도될 경우 후원자가 급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은 손쉽게 북한 선교단체들의 도움을 받아 탈북자 문제가 검증하기 어렵다는 맹점을 이용해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자극적 소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과정에서 언론의 정도가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로 ‘가조 선교사’(십자가에 매달려 순교할 각오로 일하는 선교사)들이 북한에 지하교회를 세우고 북녘동포를 돕는다며 후원금을 받아 20억여 원을 편취한 Y선교회 대표 J목사가 2008년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Y선교회 역시 한때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아 막강한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진수 전도사는 “한국의 한 선교단체에서는 매년 한 차례 두 사람이 여기로 오는데 겨우 500위안(한화 10만원) 지원하고 간다”며 “비행기 값이라도 입금해주면 좋을 텐데 도대체 왜 와서 사진만 찍고 가느냐”고 꼬집었다.

물론 선교를 지나치게 앞세우지 않고 조용히 어려운 북한 주민을 돕고 있는 기독교 단체와 선교자들도 있다. 한 선교단체 관계자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서 진실되게 사역을 감당하는 선교단체와 선교자들도 많다”고 증언했다.

한편, <TV조선>은 ‘천국의 국경을 넘다’ 3탄 격인 ‘바이블 루트’를 지난 1일 첫 방영했으며, 당초 이달말 본격 방영을 예고했던 것과 달리 13일 ‘북한 사이드스토리’에서 10여분간 간략하게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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