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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는 ‘청와대 무관함‘ 확인해 주는 절차?

최순실 관계 부인? 대통령 몸에서 나온 증거 있는데
 
검찰 수사는 ‘청와대 무관함‘ 확인해 주는 절차?
 
육근성 | 2016-10-21 16:45:0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한 달 전 박 대통령은 ‘최순실 의혹'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폭로'에 불과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자 시민단체(투기자본감시센터)가 나섰다. 미르-K스포츠재단의 모금과정에 관여한 혐의가 의심된다며 최순실씨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을 검찰에 고발하기에 이른다.


최순실 향해 ‘쉴드’ 친 대통령 

검찰은 지난 5일에야 이 사건을 배당했다. 대통령 측근과 관련된 사건이면 특수부에 배정되는 게 관례다. 하지만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 배당하면서 수사팀 규모도 최소화했다. 야당은 검찰을 향해 ‘수사의지가 있느냐’며 항의했지만 이후 20일이 지나도록 검찰의 움직임은 없었다.

국민의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드디어 대통령이 나섰다. 박 대통령은 20일 ‘두 재단에 대한 의혹이 잇따르고 불신이 확산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재단 설립은 대기업들이 문화융성 정책을 위해 뜻을 모아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이 쏙 빠졌다. ‘대통령과 최순실’ 두 사람의 유착관계에서 비롯된 전횡과 비리 의혹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그런데 가운데가 텅 비었다. 노른자위에 해당하는 ‘최순실’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다. 대통령의 발언을 풀이하면 이렇다.

‘두 재단에게 문제가 있다고 해도 나와는 무관한 일이니 불법을 저지른 그들을 처벌하면 될 것 아니냐.’


‘게이트’ 입증할 증거 없나?

청와대는 아예 관계를 정면 부인한다. 지난 20일 국회 교문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청와대에서 받은 답변서를 일부 공개했다. 청와대는 답변서를 통해 “최순실 씨와 박근혜 대통령이 친밀한 사이가 아니며, 비선 실세라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궁지에 몰린 청와대로서는 일단 잡아떼는 게 상책일 수는 있겠다.

두 사람의 ‘관계’를 입증할 증거가 있을까? 항간엔 둘의 모습이 담긴 수십 년 전 사진이 나돈다. 박 대통령이 피습을 받아 입원 중일 때 병실을 지켰던 이가 최 씨였다는 증언과 목격자도 있다. 또 수시로 청와대를 드나들었다는 주장뿐 아니라, 최 씨가 대통령을 등에 업고 국정에 개입해왔다는 전직 청와대 비서관의 증언도 존재한다. 이런 것들은 두 사람의 관계를 입증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둘의 ‘관계’가 권력형 게이트를 낳은 직접적 원인이라고 몰아가긴 어렵다. 사적인 친분관계가 공적영역에 영향력으로 작용했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대통령은 최 씨를 배제한 발언을 하고, 청와대는 최 씨와의 관계를 부인한다. 제대로 된 증거가 없다고 보고 저러는 걸까? 아니다. 증거는 있다. 빼도 박도 못할 증거가 여럿 존재한다. 심지어는 박 대통령의 몸에서 나온 증거도 있다.

▲취임식 날 입었던 한복 최순실을 통해 제공됐다


몸에서 나온 첫 번째 증거는 한복. 2013년 초 박 대통령 측근이 한복 디지이너 김영석 씨를 찾아 한복을 주문한다. 이 한복의 가격은 340만 원. 박 대통령은 취임식 날 이 한복을 입었다. 이 한복에 대해 소상히 밝힌 이가 있다. 인수위 당시 전문위원이었으며 박 대통령이 공식 임기를 시작할 때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이었던 조응천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한복을 최순실 씨가 김영석 씨에게 주문을 했으며 (최 씨가) 직접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말한 바 있다.

최 씨를 통해 ‘대통령 한복’의 제작자가 된 김 씨는 이후 문화융성위원회 전문위원이 돼 ‘공적영역’에 ‘입문’한다. 그러다가 지난해 10월 미르재단 초대 이사가 된다. 김 씨는 최 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 씨와도 접촉한 인물이다. 2014년 대기업 후원으로 박 대통령 팬클럽이 주최한 독도콘서트에 정 씨와 함께 참석한 바 있다.

▲‘박근혜 가방’ 가방 또한 대통령의 게이트 연루 증거 중 하나다

두 번째 증거는 가방. 박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부터 들고 다니던 회색 가죽가방은 ‘빌로밀로’라는 업체가 만든 것으로, 이 업체의 대표는 최순실 씨와 가까운 고영태 씨다. 또 2014년 스위스 다보스 포럼 당시 열렸던 ‘2014 한국의 밤’ 행사에 박 대통령이 들고 나온 보라색 뱀피 클러치 역시 고 씨가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고 씨는 최 씨가 한국과 독일에 설립한 ‘더 블루 K’의 사내 이사다. 최 씨 회사 소속 인물이 ‘대통령의 가방’을 만든 장본인이란 얘기다. 고 씨는 두 재단과 관련된 또 다른 핵심 인물인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을 최 씨에게 연결해 준 인물로 알려졌다. 고 씨에 의해 최 씨에게 소개된 차 씨는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으로 부상하며 문체부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최순실과 고영태

대통령의 몸에서 나온 증거가 있는데도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처럼 말한다. 청와대는 ‘박근혜-최순실’의 사적 관계까지 부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두 재단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수사를 개시했다. 꼼짝도 안 하던 검찰이 대통령의 입에서 말이 떨어지자 그 즉시 최 씨의 행적을 조사하고, 두 재단과 관련된 인물을 소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검찰 수사는 ‘최순실 게이트와 박 대통령은 전혀 무관함’을 확인하는 절차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이 ‘무관함’이라는 도장을 찍으면 청와대는 현재의 위기 국면을 넘길 수 있는 ‘근거’를 쥐게 된다.

검찰의 수사 목적은 지금까지 나온 증거들의 효력을 무력화시키는 것에 있지 않을까?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2&table=c_aujourdhui&uid=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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