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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과 닮은 미국 클라마스강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7/04/19 10:44
  • 수정일
    2017/04/19 10:4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녹조와 물고기 떼죽음, 미국의 선택은 댐 철거
[4대강 독립군 미국에 가다] 4대강과 닮은 미국 클라마스강

17.04.19 04:55 | 글:정수근쪽지보내기|사진:정대희쪽지보내기|편집:김예지쪽지보내기

지난 11일 워싱턴 주 포토엔젤리스(Port Angeles)의 엘와강을 떠난 '4대강 독립군' 일행은 클라마스 강(Klamath River)이 흐르는 오리건 주의 이레카(Yreka)로 향했다. 가는 길에 빽빽한 측백나무와 미국삼나무 숲을 만났다. 넓게 펼쳐진 푸른 초지 위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는 소와 양, 말이 보였다. 한국에서 볼 수 없는 생소한 풍경들.  

우린 부산에서 백두산까지에 이르는 거리인 1200킬로미터를 달렸다. 녹초가 된 몸으로 차 안에서 자다 깨기를 반복했다. 강행군 끝에 도착한 이레카는 산속의 도시였다. 그곳에 이르는 길은 산과 산 사이에 난 사잇길이었다. 사행천처럼 구불구불했다. 밤 12시 넘어서 이레카에 도착했다.   

다음날 새벽에 일어났을 때 길옆으로 강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클라마스 강이었다. 포트엔젤리스에서 이레카로 가는 길에서 만날 수 있는 클라마스 강은 양 협곡 사이를 시원스럽고도 힘차게 달렸다.      

댐이 앗아간 카룩족의 풍요
 
▲ 4대강 독립군이 미국의 원주민을 만났다. 댐 철거를 이끌어낸 카룩족(Karuk Rribe)이다. 리프 힐만(Leaf Hilman)에 의하면, 클라마스 강에서도 4대강과 마찬가지로 녹조와 물고기떼죽음이 일어났다. ⓒ 정대희
 
▲ 4대강 독립군이 낙동강에 번성한 녹조사진을 보여주자 리프 힐만 국장은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 정대희

4대강 독립군은 철거를 앞둔 클라마스 강의 아이언 게이트 댐(Iron Gate Dam)으로 가기에 앞서 아메리카 원주민인 카룩족 사무실(Happy Camp)에 들렀다. 카룩부족 정부 천연자원부 리프 힐만(Leaef Hilman) 국장은 우리 일행과 인사를 나누자마자 연어잡이에 사용해오던 통나무카약과 그물 사용법을 설명했다. 한때 어부였던 그는 자부심이 대단해 보였다. 그는 클라마스 강에 댐을 세우면서 시작된 부족의 수난사를 이야기했다.    

힐만씨는 "카룩족은 클라마스 강의 풍부한 어족 자원을 바탕으로 살아가던 부족이었다"면서 "1964년에 대형 댐이 차례로 들어서면서 재앙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에게 '댐이 지어진 뒤에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지'를 물었다. 

"시누크 연어 떼는 봄에 대이동하고, 7종의 물고기 떼가 시기별로 대이동을 한다. 그런데 댐이 들어선 이후에 물고기 떼는 사라졌다. 강에 기대어 생활하던 5개 부족 간에 협약을 맺어 본류와 지류 간의 어장 관리를 해왔고, 물물교환을 통해 자급자족 경제를 이뤘는데 댐이 지어지면서 유역 공동체 활동이 모두 차단됐다." 

풍족한 어족 자원의 단절은 이 지역 경제와 문화의 단절로 이어졌다. 부족 공동체뿐만 아니라 부족 간 연대도 단절시켰다. 그는 말을 이었다.    

"3년 전에는 가을철에 강에서 바다로 나가는 1~2년생 연어들이 전염병에 걸려 70~80%가 멸종됐다. 되돌아올 연어가 없어졌다. 이 연어들은 댐 아래에서부터 바다까지 본류와 지류에서 수확하던 것들이다. 지금 잡히는 연어는 대략 100마리 정도뿐이다. 물론 댐 상류에는 연어가 없다."

하류에서 남아있던 연어가 멸종한 것도 댐의 영향이었다고 한다.  

"녹조 문제가 심각했다. 댐 소유주였던 퍼시픽코프 전력회사는 인정하지 않지만 우리는 실증적인 자료를 갖고 있다. 우리는 과학이라는 그들의 무기를 이용해서 그들의 논리를 무찌르는 전략을 썼다. 각종 모니터링을 했고, 데이터를 들이댔다. 그래서 주정부나 카운티 정부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우리는 정부 관련 기관들을 협의 테이블로 불러내 협의하고 있다. 녹조로 인한 떼죽음이었다는 것도 과학적인 조사를 거쳐 밝혀진 사실이었다. 물을 가두니 녹조가 엄청나게 번성했다. 그 녹조 물속에서 폴리킷이라는 기생충이 번성했고, 바다로 나가야 할 연어들이 집단으로 감염됐다. 우리가 기생충과 관련된 정확한 데이터를 갖고 바로 그들의 과학을 써서 물고기 떼죽음의 원인을 규명하자 그들도 두 손 들 수밖에 없었다."

4개의 댐이 녹조를 만들었다
▲ 댐 철거 결정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 수잔 프리키(29. Susan Fricke). 미국은 오는 2020년부터 아이언게이트(Iron Gante)와 그 상류로 죽 이어진 콥코1(Copco 1 dam), 콥코2(Copco 2 dam), 제이시 보일댐(JC Boyle Dam) 등 4개를 철거할 예정이다. ⓒ 정대희
 
▲ 4대강 독립군이 댐 철거예정지를 찾았다. 미국 오리건 주 클라마스 강에 있는 아이언 게이트(Iron Gate) 댐이다. 이곳에서 4대강 독립군은 카룩족 수질전문가 수잔 프리키를 만나 댐 철거 결정과정을 인터뷰했다. ⓒ 정대희

리프 힐만 국장과 헤어진 뒤 4대강 독립군은 비 내리는 아이언 게이트 댐으로 향했다. 부족 정부의 천연자원부 산하 수질문제국 수질전문가인 수잔 프리키(29, Susan Fricke) 씨가 높이 53m의 댐 아래쪽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총연장 597㎞의 클라마스 강은 오리건 주 남서부의 목장지대를 거쳐 태평양 부근 캘리포니아 북부 원시림 지대인 레드우드의 드넓은 지역을 흐른다. 강은 다양한 부족집단들에게 수천 년 동안 삶의 터전을 마련해주었다. 서부에 위치한 강 가운데 세 번째로 큰 연어 공급지였다. 서부 개척시대 이후에는 수십만 에이커의 농업용 토지에 관개수를 공급해왔다. 

이 강에 여섯 개의 댐을 세웠다. 아이언 게이트 댐은 제일 하류에 위치해 있고, 상류에 5개의 댐이 더 있다. 2020년부터 철거가 결정된 댐은 아이언게이트와 그 상류로 죽 이어진 콥코1(Copco 1 dam), 콥코2(Copco 2 dam), 제이시 보일댐(JC Boyle Dam) 등 4개다. 

상류 쪽의 다른 댐들과는 달리 아이언 게이트 댐은 발전용이 아니다. 하류로 강물을 흘려보내려고 만든 댐인데, 우리가 도착하기 전부터 며칠 동안 내린 비로 수문을 열어 방류하고 있었다. 상류의 댐들이 방류할 때마다 하류의 수위가 불안정해져서 원성이 높았기 때문에 하천 유지용수를 내려보낼 목적으로 지어진 댐이다. 매년 이곳에서 녹조가 번성했다. 

"물이 갇히고 여름에 수온이 올라가면서 녹조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났다. 심할 때는 독성 남류조로 인한 마이크로시스틴이란 독성물질의 농도가 최고 10,000ppb까지 나타났다." 

WHO에서 권장하는 마이크로시스틴의 수질 기준은 1ppb다. 수잔의 설명에 따르면 무려 만 배나 되는 농도의 독성물질이 검출된 것이다. 이 독성물질은 간에 축적이 되는 맹독성 물질로 물고기뿐만 아니라 야생동물, 가축, 심지어 사람이 사망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물질이다.  

녹조는 어류나 농작물에도 농축된다... 인간은?



금강과 낙동강에서도 측정되는 마이크로시스틴은 유전적으로 아주 강해서 고온에서도 잘 죽지 않고, 아주 멀리 이동해서도 생존한다. 어류나 농작물에까지 축적된다. 즉 독성 남조류에 오염된 물을 먹는 물고기나 그 물로 농사를 지은 작물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이다.  

"독성물질이 강 하구의 민물조개에서 더 많이 검출됐다. 농작물 축적에 대해서는 논문으로 읽었는데 이 근방에서는 아직 그런 사례가 보고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하구의 조개에서 나온 것은 맞다. 앞으로 거기에 대해서 연구할 것이다." 

수잔은 "녹조는 절대로 피부와 직접 접촉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우리는 장갑을 끼고 측정하는데, 직접 강물과 접촉하는 어민들은 대단히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야생동물이나 소 같은 것이 녹조 물을 마시고 죽은 것이 확인된 적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슴이나 개가 앓다가 죽어간다는 신고가 들어와서 문제가 뭔지 알려고 수의사를 보내도 확인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상당히 관계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계속해서 조사를 해나갈 생각이다." 

- 녹조가 이렇게 번성하는 직접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지금 이 저수지는 크고 깊고 따뜻한 욕조나 마찬가지다. 바로 댐이 강을 가로 막고 있기 때문이다. 강이 막힌 상태라서 수온이 올라갔다. 상류의 축산농가 등에서 발생되는 비점오염원들이 있기 때문에 녹조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1964년에 댐이 만들어진 뒤부터 계속 녹조가 발생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되고 있다."

차기 대통령, 4대강 16개 보와 영주댐부터 철거해야
 
▲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불교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 대한하천학회 회원들이 지난해 8월 27일 오후 경북 영주 영주댐 일대 녹조가 창궐한 낙동강에서 영주댐 철거를 촉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 이희훈

리프 힐만씨와 수잔 프리키의 설명을 종합하면 결국 물고기와 녹조 문제 때문에 클라마스 강에서 네 개나 되는 댐을 한꺼번에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물고기 떼죽음과 녹조의 창궐. 클라마스 강을 막은 4개의 댐이 끼친 해악은 4대강 16개 댐, 영주댐과 너무 닮았다. 4대강의 16개 보와 영주댐을 그대로 놔둔다면, 기준치의 1만 배를 초과하는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될 날이 머지않을 것이다. 게다가 클라마스 강은 식수원도 아니고 농업용수로도 사용하지 않지만 낙동강은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이기에 더 심각하다.

클라마스 강에서 동시에 4개의 댐을 철거하는 건 멸종위기종인 연어를 보호하고 원주민의 삶을 회생시키기 위해서이다. 또 녹조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클라마스 강의 생태계를 회복시키기 위함이다. 하루 이틀 동안 내린 결정이 아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 부족정부들과 지역 주민들이 수년에 걸쳐서 논의한 결과 내린 결론이다.  

4대강의 보와 영주댐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낙동강의 경우, 클라마스 강처럼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고, 죽은 강준치의 뱃속에 클라마스 강에서 검출된 폴리킷과 흡사한 기생충이 발견됐다. 두 강에는 녹조가 창궐했다. 미국의 연어들처럼 한반도 고유종이자 멸종위기종인 흰수마자의 서식처인 내성천이 죽어가고 있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더 이상 검증할 게 없다. 차기 대선 후보들은 클라마스 강의 교훈을 명심해야 한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적폐 청산1호인 4대강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강의 장벽은 없애고, 강의 자유를 되찾게 해야 한다. 그래야 강이 살고 인간이 산다. 

4대강은 한반도의 핏줄기이다. 국토의 핏줄이 지금 16개 보와 영주댐으로 막혀 있다. 국토의 기운이 다시금 힘차게 소생할 수 있도록 막힌 것을 뚫어야 한다. 차기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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