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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관 '월급 갈취'에 '개털 깎기' 심부름까지?

 

[이철희의 이쑤시개] 전·현직 보좌관 특집

이명선 기자 2014.11.05 10:14:19
 
보좌진 월급을 갈취해 정치자금을 조성하고, 보좌관에게 애완견 털 깎기 심부름을 시키는 등 국회의원의 알려지지 않은 '갑질'이 천태만상이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은 보좌진의 월급을 기업이 대납하도록 한 뒤 일부 반납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은 보좌진 월급에서 후원금을 돌려받는 형식으로 돈을 빼돌렸다. 또 새정치민주연합 황주홍 의원은 보좌진에게 '개털 깎기' '아침밥 차리기' 등 횡포를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 의원은 현재 해당 사실을 보도한 <일요서울>과 민사소송 중이며,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4부)는 지난 10월 8일 ▲보좌진의 개털 깎기 ▲보좌진의 잦은 교체 ▲기분에 따라 벌금이 정해진다 ▲벌금은 의원이 부르는 게 값이라는 내용에 대해서는 사실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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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국회의원의 '슈퍼 갑' 행태는 시시때때로 의원회관을 술렁이게 한다. 의원이 아침에 먹을 사과와 저녁에 마실 한약을 챙기는 일이 의정활동 보좌보다 중요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신분은 공무원(별정직)이나 정해진 출퇴근 시간도, 고용 관계도 명확하지 않다. 의원이 '나가라'고 하면 그날로 끝이다. 그래서 보좌관은 스스로를 '파리 목숨'이라고 한다.  
 
전·현직 보좌관 세 명은 지난달 31일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에서 '보좌관의 세계'를 가감 없이 풀어냈다. <이쑤시개> 진행자인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14대 국회 비서관과 김대중 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거쳤으며, 익명의 출연자(목소리 변조)는 17대 국회에서 보좌관 생활을 했다. 이날 특별 초대 손님으로 참여한 도정호 보좌관은 19대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임내현 의원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리고 <이쑤시개> 고정 패널인 박용진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변인이 함께했다.(☞ 팟캐스트 바로 듣기) 
 
'영감님'이 한 일을 알고 있다
 
도정호 보좌관은 국회 의원회관을 "300개의 중소기업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지역과 비례를 포함한 국회의원 300명이 아파트형 '공장' 같은 의원실을 한 곳씩 차지하고 있으며, '공장'마다 분위기와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뜻이다. 
 
각각의 '공장'에는 고용주 1명(의원)과 피고용주 9명(보좌진 : 정규직 7명·인턴 직원 2명)이 근무하며, 이들의 관계는 '동지'부터 '갑을'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호칭 또한 별스럽다. 직원은 사장을 '영감님'(정치권 및 법조계에서 상사를 일컫는 은어)이라고 하고, 사장은 똑똑한 직원을 '빠꼼이'라고 부른다. "김 의원실 신 비서관이 '빠꼼이'야"처럼…. 
 
의원 간 '입법 전쟁'으로 보좌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지만, 보좌진은 상황에 따라 '영감님'의 원수가 되기도 한다. 특히 차를 운전하며 일정을 보좌하는 수행비서(운전기사)는 '영감님'이 지난 여름 한 일까지 모두 알고 있다. 이에 여의도 정가에서는 '밖에서 하는 일은 운전기사가 알고 집안의 일은 가정부가 알고 있다'고 농담을 한다.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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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의 사라진 돈다발'이라는 제목으로 시작부터 흥미로웠던 박상은 의원 사건은 차량 현금 도난의 진위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밝혀진 경우다. 수행비서 김 모 씨는 박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신고하기 위해 현금 3000만 원과 자료가 든 가방을 차량에서 빼냈으나, 박 의원이 경찰에 '운전기사가 돈을 훔쳤다'고 신고하면서 검은 돈의 덜미가 잡혔다. 검찰은 지난 7월 30일 김 씨에 대해 "불법 영득의 의도가 없었다"며 비리와 관련한 공익 제보로 인정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반면, 검찰은 박 의원의 아들 자택을 압수수색해 나온 현금 6억여 원을 불법 정치자금으로 보고 박 의원을 구속했다.  
 
새누리당 현영희 전 의원도 운전기사의 금품 비리 폭로로, 의원직을 잃었다. 현 의원은 지난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부산 중·동구)을 받기 위해 부산시당 홍보위원장에게 5000만 원이 든 쇼핑백을 전달했다. 운전기사 정 모 씨의 신고로 관련 사실이 알려지자, 현 의원은 지난해 새누리당에서 제명당했으며 올해 1월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추징금 48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대신 정 씨는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최대 3억여 원의 포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운전기사의 신고로 비리 의원의 백태(百態)가 드러났지만, 사실 운전기사 대부분은 의원의 '갑질'을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편이다. 험한 말은 기본이고 집안일은 예사다. 뒷좌석에 앉은 의원이 '운전 제대로 하라'며 운전 중인 수행비서의 앞좌석을 발로 치는 경우도 흔하다. 
 
또 이런 경우도 있다. 풍문에 따르면, 2007년 대선 당시 야당 의원의 운전기사가 의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여당에 제보했다. 그는 몇 년에 걸쳐 일어난 일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전했으며, 증거로 "몸에 치열이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여당은 시민 단체와 함께 관련 사실을 밝히기로 했으나, 기자회견 당일 운전기사와 연락이 두절돼 무위에 그쳤다.     
 
도정호 보좌관은 "(민주노동당 등의 영향으로) 과거에 비해 의원의 '갑질'이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선거 때와 국회 입성 후 상반된 행동을 보이는 의원이 많다"며 씁쓸해했다.   
 
이철희 소장은 "보좌진의 비애는 국회의원의 무례와 연결된다"며 "자신의 의정활동을 보좌하는 이들을 비인간적으로 대우하는 것은 패악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노동당이 국회에 입성한 2004년 의원과 보좌진이 한 공간에서 같은 책상을 쓰며 월급도 균등하게 나눠 갔던 모습이 당시 신선했다"고 말했다.    
 
보좌관, '그림자' 아닌 '실세'   
 
국회의원 보좌진의 역할은 주로 그해 국정감사에 맞춰져 있다. 의원이 속한 상임위에서 감사해야 할 행정 부처를 대상으로, 자료를 열람·요청·분석해 언론사에 알릴 보도자료 및 국감 질의서 등을 작성한다. 
 
이번 국감은 카카오톡 감청 논란으로 촉발된 검찰의 '사이버 검열'이 단연 이슈였다. 여당과 야당 쪽 입장이 나뉘었고, 검찰의 감청영장 건수와 감청 범위가 문제 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임내현 의원실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통상 구속영장 청구 기각률은 23퍼센트(%)이지만 통신감청을 위한 영장 기각률은 최근 5년 평균 4%에 불과하다. 특히 '사이버 망명' 사태와 관련한 질의에서 임내현 의원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나는 카톡을 계속 쓴다"는 답변을 이끌어내 책임자의 문제 인식 수준을 직접적으로 나타냈다.   
 
날카로운 질문과 정확한 분석으로 국감에서 주목받은 의원 뒤에는 능력 있는 보좌관이 있게 마련. 보좌관은 의원의 '그림자'이면서 동시에 '실세'이기도 하다. '국회의원' 개인으로 대표되는 의정활동이지만, 안주인인 보좌관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도정호 보좌관을 비롯한 임 의원실 보좌진은 관련 자료를 준비하는 데만 꼬박 두 달이 걸렸다. 그만큼 치밀하게 준비했다. 그러나 법사위 피감기관인 대법원·법무부·대검찰청은 의원실이 요청한 자료를 제때 제공하지 않았다. 
 
"피감기관에 자료를 요청할 때 한 50개 정도를 준비한다. 민감한 이슈와 관련한 자료는 피감기관이 눈치 못 채게 하려고 애쓰지만, 그쪽도 안다. 그래서 '준비 중이다'라며 시간을 끌거나, '안보와 관련한 비밀문서'라며 거부한다. 결국 '의원이 찾는다. 자료를 정 못 주겠으면 국장이나 실장이 와서 대면 보고하라'고 얘기한다. 그러면 마지못해 자료를 들고 온다."
 
현직 의원 가운데 20여 명이 보좌관 출신이며, 정권과 함께 청와대 비서관으로 수직 상승하는 경우도 있다. 또 휴민트 및 정보력으로 기업의 고위직으로 스카우트되기도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불리는 청와대 이재만 총무비서관·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 권력 상승의 대표 사례다. 한화와 SK은 지난해 총수 일가가 구속되자 보좌관 특별 채용에 앞장섰으며, CJ는 오래 전부터 보좌관 영입에 공을 들이는 기업으로 알려졌다.  
 
보좌관의 위상이 바뀌면서 두세 사람이 팀을 이뤄 의원실을 이동하는 경우도 생겼다. 또 "전문성을 인정받은 보좌관의 경우, 의원이 상임위를 옮기면 '보좌하는 의원을 바꿔야 하나?를 고민할 정도"라고 익명의 출연자는 전했다.  
 
이철희 소장도 보좌진의 전문성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면서 "대한민국 정치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직종은 보좌관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다만, "한 사람만 쳐다보게 돼 '갑을 관계'에 익숙해질 수 있다"며 "4~5년 정도만 경험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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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박근혜, 비판받기 싫으면 대통령 내려놔야”

 
 
‘애비나 딸이나 트윗’ 고발수사…원정스님 ‘박근혜 굿판’ 트윗 징역6월·집유 “재물삼은 것”
 
입력 : 2014-11-05  09:25:46   노출 : 2014.11.05  11:12:07
 

검찰과 보수단체의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고발 및 수사 기소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에도 여러 건의 ‘대통령 명예훼손’ 검찰 수사 뿐 아니라 법원 판결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나는 꼼수다’ 멤버이자 국민TV 부국장 겸 라디오팀장인 김용민 PD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트위터에 “부정선거로 당선된 것들이 반성은커녕 큰소리 떵떵 치니. 이 정권은 불법정권임을 자인하는 꼴이다. 그 애비도 불법으로 집권했으니. 애비나 딸이나”라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지난 1월말 보수단체 엄마부대봉사단 주옥순씨로부터 ‘대통령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했다. 이후 수원지검 담당 검사가 지난 2월말에서 3월초 김 PD에 전화를 걸어 출두를 제안했으나 출두하지 않았다. 

김 PD는 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수원지검 검사에게 ‘뭐 이런 것이 수사감이냐’고 했더니 그 검사가 ‘수사감’이라면서 ‘안나오겠다는 것이냐, 내 마음대로 하라는 얘기냐’고 물었다”며 “그래서 나는 ‘그런 말 한 적이 없다, 검사님 마음대로 하시라’고 하고 말았다”고 전했다.

김 PD는 이밖에도 지난 2012년 대선 때도 박 대통령과 관련해 트위터에 ‘본인은 사이비종교 교주와 20년 간 협력관계를 맺고, 신천지와도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라는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황우여 당시 새누리당 대표 등으로부터 고소 당했다. 

   
김용민 국민TV 부국장 겸 라디오팀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김 PD 역시 황 대표와 이상일 당시 새누리당 대변인, 한기총 목사를 맞고소했다. 김 PD는 “문장의 맥락상 사이비종교 교주는 최태민을 지칭한 것인데, 엉뚱하게 해석해 날 고소했으므로 맞고소한 것”이라며 “고소인 조사를 받은 이후 아직 검찰에서 연락이 없다”고 밝혔다.

김 PD는 ‘애비나 딸이나’라는 트윗글이 막말이라는 비난에 대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그 말이 아니라 ‘부정선거로 당선된 것들’이라는 말이 불편해 문제 삼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통령 명예훼손 고발 및 수사가 남발하는 것에 대해 김 PD는 “박 대통령이 자연인이고 일반인이면 왜 비판하겠느냐”며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비판하는 것을 명예훼손이라 한다면 대통령 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런 혐의로 나를 수사하겠다면 협조해달라지 말고 그냥 잡아가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대선기간 중 ‘박근혜 억대 굿판 벌였다’는 트윗글을 썼다가 공직선거법 및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원정스님(정정희)도 최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 부장판사)는 지난 5월 8일 판결문에서 △원정스님에게 말했다는 초연스님(이아무개씨)이 법정에서 원정스님에게 그런 말을 한 적도 없고 굿한 적도 없다고 진술했으며 △굿한 장소와 시간을 원정스님이 대지 못하고, 그밖의 신빙성 있는 소명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 12월 원정스님이 올렸던 '박근혜 굿판' 관련 트위터 글.
 

 

   
박근혜 대통령.
@연합뉴스
 

원정스님은 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2012년 6월 면목동 구룡사에서 초연스님과 조세형씨를 함께 만났고 당시 들은 사실을 트위터에 쓴 것”이라며 “그는 어느 법당이라고까지 했으나 말을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5년짜리 공무원으로, 노무현은 ‘대통령에 욕 안하면 어디다 욕하느냐, 스트레스 풀린다면 욕하고 계란 던지라’ 했다. 어느 나라나 다 이렇다”며 “부정선거로 집권한 정권이 비판을 차단하기 위해 자신의 권위를 내세우고 나같이 힘없는 사람을 재물 삼아 재단에 올려놓은 것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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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성정체성 알게된 엄마가 한 일... 대단하다

 

[인터뷰] 비온뒤무지개재단 이신영 이사장, 류홀릭 이사

14.11.05 10:45l최종 업데이트 14.11.05 10:45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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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 비온뒤무지개재단 사무실 입구에 있는 올해 퀴어문화페스티벌 슬로건.
ⓒ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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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9일, 저녁 찬거리를 준비할 시간에 망원동 재래시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휴대폰으로 길찾기 앱을 켜고 시장 중앙 길을 헤매다, 한적한 골목길로 들어섰다. 빨간 벽돌의 다세대 주택들이 이어졌다. 분명 길찾기 앱의 화살표는 이 근방에 도착지가 있다고 표시하는데, 아무래도 이상했다. 재단이라는 단체이면, '번듯한' 간판이라도 하나 보여야 할 것 아닌가. 

약속된 인터뷰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도 혹여 늦지는 않을까 마음이 초조해졌다. 결국 재단에 전화를 했고, 상근 간사님이 직접 마중을 나왔다. 그토록 찾던 '비온뒤무지개재단' 사무실은 무심코 지나쳤던 그 빨간 벽돌의 건물 2층에 위치해있었다. 이런 익숙한 삶의 공간에 낯선 단체가 둥지를 틀고 있으리란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비온뒤무지개재단은 우리나라 최초의 성적소수자를 위한 비영리 재단이다. 2012년,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가 워크숍에서 '새로운 형식의 성적소수자 재단'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 그 시초다. 그 후 2년이 지난 지금, 그 단순한 상상은 비온뒤무지개재단으로 실현되었다.

재단 사무실에 들어섰을 땐 한 방송사의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최근에 재단의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꽤나 바쁜 모양이었다. 잠시 기다려서야 사무실 내 성적소수자의 역사를 수집하는 아카이브 공간인 '퀴어락'에서 이신영(53·트랜스젠더 부모모임 대표) 이사장과 류홀릭(38·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대표) 이사를 마주할 수 있었다. 

단순한 아이디어로 성적소수자의 희망을 말하다 

- '비온뒤무지개재단'이라는 이름이 예쁜데, 어떻게 지은 것인가요?
이신영 : "무지개가 희망을 상징하잖아요. 우리나라에서 성적소수자 인권 운동을 시작한 지 20년이 되었다는데 차별은 여전해요.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놓지 않겠는 의미에요. 또 무지개가 다양성을 상징하잖아요. 성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에 상관없이 타고난 자기만의 색깔로 빛나기를 바라는, 우리 사회가 그렇게 다양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짓게 된 이름이에요." 

- 앞서 말한 것처럼 성적소수자를 위한 국내 운동의 역사가 20년이 넘었어요. 그간 성적소수자를 위한 단순한 커뮤니티도 있었고, 운동을 하는 단체도 존재했어요. 그런데 모든 성적소수자를 아우르는 '재단' 형태의 단체는 처음 아닌가요?
류홀릭 : "만들어진 지 15년 정도 된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활동을 이어오다가 활동가들이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사실 가장 필요한 것이 돈이잖아요. 인권단체이지만 나라의 후원을 받는 것도 아니고요.

개개인의 성적소수자들이 돈이 없어서 학업 중단하거나 꿈을 포기하는 것과 같이 제대로 된 삶을 영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재단이란 것을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에요. 단순한 아이디어로 시작을 했지만, 사실은 굉장히 큰일이에요."

이신영 : "저도 아이의 성정체성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그냥 정신이 없었어요. 나중에야 성적소수자 단체가 있다는 것을 알고, 어떤 어려움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 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지나 가족 내에서 지지를 받지 못하는 다른 성적소수자 아이들을 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또 (성적소수자 단체의) 활동가들은 활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벅찹니다. 보수도 별로 없고, 생활을 꾸려나가면서 일을 병행해야 해요. 그런데 성적소수자들이 꼭 필요로 하는 곳에 금전적 지원을 주려면 기부를 받을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해요. 재단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기부를 받고, 그것을 꼭 필요한 곳에 배분하는 일입니다. (성적소수자) 단체는 그런 일을 할 여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재단이라는 틀이 필요했어요. 기부를 하는 분들도 아무래도 재단이라면 믿고 기부를 하시고요."

성적소수자의 '삶'을 기반으로 한 지원 사업

- 재단이 준비하고 있는 사업에는 성적소수자의 실생활에 밀접한 활동이 많은 것으로 알아요. 특별히 눈길을 끄는 사업은 의료 지원, 장학 지원, 지역 지원인데요. 
이신영 : "의료 지원은 성적소수자들, 그중에서도 특히 트랜스젠더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에요. 트랜스젠더는 신체적 수술을 경험하고, 호르몬을 투여하기 때문에 사실 건강관리가 평생 필요합니다. 의료적 비용 문제도 걸리지만, 성적소수자에게 우호적이면서 인권 감수성을 가진 의료진을 만나는 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성적소수자들이 병원 진료를 받고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그래서 (성적소수자에게) 우호적인 의료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 굉장히 필요합니다."

류홀릭 : "(지역 지원 같은 경우) 성적소수자들이 외계에 사는 것이 아니잖아요. 나와 전혀 다른 사람들이 아니에요. (성적소수자는) 이 지역에, 어디에나 같이 있습니다. '성적소수자는 내 주변에 없다', '(성적소수자를) 한 번도 본적이 없다'와 같은 생각을 많이 하지만 사실은 (성적소수자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마을 운동과 지역 운동 활성화, 그 안에 성적소수자가 들어가는 것이 굉장히 필요해요. 종로에는 게이바가 많아요. 그래서 게이들이 많이 있지만, 그에 비례해 혐오 범죄도 많죠. 지역에서 같이 (성적소수자를) 받아들이는 운동을 하지 않으면, 사회는 성적 소수자를 없는 존재로 보게 됩니다. 

또 모든 (성적소수자) 운동들이 서울 중심, 수도권 중심이거든요. 사실 지금은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깨달아도, 인터넷에 관련 정보가 많아서 크게 힘들어하지 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들의 부모님이나 트랜스젠더는 앞으로 어떤 의료적 조치를 받아야 하는지, 상담은 어디서 받아야 하는지 정보를 얻으려면 한계가 있습니다. 매번 서울에 오는 것이 어렵기도 하고요. 따라서 (성적소수자에 대한) 지역 지원이 필요합니다." 

- 다른 사업들은 내년부터 그 지원이 본격화 되지만, '이창국 장학 사업'은 이미 시작이 된 걸로 알고 있어요. 
이신영 : "고 이창국님은 저희 돌아가신 아버님입니다. 살아계실 때 개인적으로 장학 사업을 하셨어요. 제가 장학 사업을 지원하게 된 것도 아버님의 뜻을 받은 것이에요. 저희 형제들도 이 재단을 만들 때 도와주었고요. 

저희 가족이 특별하다는 생각은 안 해요. 내 형제의 일이고, 내 조카의 일이니까요. 성적소수자, 트랜스젠더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없더라도 가족의 일이니까 (장학 지원을 통해) 마음을 보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아버지를 많이 닮았거든요. 아버지가 아마 살아 계셨더라면, 정말 좋아해주셨을 것 같아요. 정말 잘한다고 격려해주셨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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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가 진행된 '퀴어락’ 비온뒤무지개재단 부설 기관으로, 성적소수자의 역사적 기록물을 보관하는 공간이다.
ⓒ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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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공간 한 곳만 있어도 사람을 살리더라"

- 재단의 부설 기관으로 '별의별상담연구소'와 '퀴어락 아카이브'가 있는데, 어떤 곳인가요?
류홀릭 : "원래는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에서 같이 하던 것들이에요. 재단에 발기인들이 모여서 어떤 재단을 꿈꾸는지 이야기를 했을 때, 퀴어락이라는 역사적 공간을 가져가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이야기 했어요. 별의별상담연구소도 상담소라고 만들어져 있지만 공간 문제도 그렇고 지원을 받는 것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재단 부설로 들어가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부설 기관은 모두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고 바닥부터 시작한 것들이에요. (상담소의 경우) 상근자가 있을 정도의 안정은 아니지만, 각자 직업을 가지신 분들이 일을 끝내고 시간을 쪼개 이곳에 오세요. 지금의 퀴어락도 굉장히 많이 발전한 상태입니다. 조그만 방 한 칸에서 시작했거든요. 그래도 관심 있는 분들이 와서 간행물 정리하고, 자료에 라벨을 붙이고, 자료들을 어떻게 보관할지 고민합니다. 굉장히 소중한 자원과 인력들이 함께하고 있어요."

이신영 : "오랜 현장 경험에서 나온 결과물인 것 같아요. 시간이 없었더라면, 세월이 없었더라면 못했겠죠."

류홀릭 : "저도 활동한 지 몇 년 됐지만, 처음 (성적소수자 활동에) 뛰어든 사람이 없었다면 저도 이 자리에 없었을 거예요. 처음 저의 (성) 정체성을 깨달았을 때 나의 (성) 정체성을 상담할 곳을 찾았는데, 그곳이 바로 이곳이거든요. 그렇게 시작했는데, 제 인생이 바뀌었어요. 이 공간이, 이런 상담 공간 한 곳이 사람을 살리는 공간이 되더라고요."

차별과 싸우는 일,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것 

- 재단 홈페이지 오픈 한달 사이에 창립회원이 100명을 넘었고, 지난 7월에는 창립 기금 1억 원을 돌파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재단에 관심을 가지고, 또 마음을 나누고 있는데 혹시 어려움은 없나요? 
이신영 : "어려움이 있죠. 저희가 올 봄부터 재단 등록하려고 모든 준비를 해두었어요. 정관도 만들었고, 창립총회도 열었습니다. 그리고 재단 등록을 하기 전, 분위기를 살피려 서울시청 담당 공무원과 연락을 주고 받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이 '성적소수자 관련 부분은 미풍양속을 저해되는 사안이라 재단 등록이 될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시더라고요.

후에 (담당공무원이) 자신이 실수를 했다고 사과했지만, 서울시에는 성적소수자 인권 문제를 담당하는 과가 없어 아마 (재단 등록이) 안 될 것이라며 다른 곳에 문의해보라고 하더군요. 되도록 (재단 등록을) 받고 싶어 하지 않는 분위기가 느껴졌어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만약 재단 등록을 받아주었을 경우 성적소수자를 혐오하는 이들이 괴롭힐 것이라는 두려움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재단 등록 서류를 내고왔어요. 재단 등록 허가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최근 '모두에게 완자가'라는 성적소수자의 목소리를 담은 웹툰이 연재되고 있고, 지난해에는 김조광수-김승환 부부의 첫 동성커플 공개 결혼식이 있었어요. 현재 제정되고 있는 서울시민인권헌장에 성적지향에 대한 차별 금지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고요. 하지만 여전히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성적 지향, 성 정체성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요. 
류홀릭 : "각자의 운동 방식에 따라 목소리를 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성적소수자를) 받아들이는 사람도 마음에 동하는 것이 있어야 하잖아요. 만화 좋아하는 사람은 만화를 보고 성적소수자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고, 영화 좋아하는 사람은 영화로, 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인권 헌장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거예요.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은 무엇을 해도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같이 고민하는 것이 결국 이성애자를 더 자유롭게 하는 것"

- 지금은 LGBTAIQ(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무성애자, 간성, 퀘스처너리의 앞 글자를 딴 단어)를 모두 '성적소수자'라는 용어로 한데 아울러 칭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몇몇 사람들은 이들을 잘 구분하지 못해요. 예를 들어 트랜스젠더를 게이나 레즈비언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죠.
류홀릭 : "예전에 단체 이름을 지었을 때는 '동성애자'인권연대, '게이'운동단체 친구사이, '레즈비언'상담소라는 식으로 지었어요. 그런데 이제 기존의 단어만으로 모든 성적소수자들이 표현 되지 않기 때문에 외국의 표현을 따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또다시 이것을 아우르는 단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름을 바꾸게 됩니다. 

저는 명칭도 중요하지만, '왜 우리만 나누어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하고 싶어요. 이성애자라는 정체 없는 개념 또한 해체하는 운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성적소수자의 종류를 대체 어디까지 나열을 할 것인가, 한번쯤은 이성애자가 '나는 동성애자가 아닐까' 하는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성적 지향의) 개념을 나누고 쪼개는 것은 이성애자에게도 필요해요." 

이신영 : "이성애자가 이곳에 오면 소수예요. 우리는 익숙하지 않은 것에 불편함을 느끼잖아요. 처음에는 제가 만나보지 않았던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사실 좀 불편했어요. 내가 어떻게 처신을 해야겠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요즘엔 그런 불편함이 자연스럽게 해체되면서 '나는 세상이 나누어 놓은 남자 여자라는 이분법에 묶여있었구나, 족쇄처럼. 그래서 더 많은 것을 생각해보지 못했구나. 나는 그냥 나를 여자라고만 생각했지, 내 안에 어떤 다른 것이 있을 것이란 걸 전혀 생각하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 생각이 어떤 면에서 저를 굉장히 자유롭게 했어요. 되게 좋더라고요. 이런 문제를 같이 고민하는 것이 결국 이성애자를 더 자유롭게 하는 것 같아요."

"삶은 비가 오는 것과 무지개가 뜨는 것의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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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신영 이사장과 류홀릭 이사 이신영 이사장(왼쪽)과 류홀릭 이사(오른쪽).
ⓒ 김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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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우리 사회에서 성적소수자에 대한 논의는 어디까지 진행되었다고 보나요? 한국은 아직 비가 오는 중인가요, 비가 그치는 중인가요, 아니면 무지개가 뜨기 직전인가요. 
이신영 : "저는 성적소수자 운동도 그렇고, 사람의 삶도 그렇고 늘 비가 오고 늘 무지개가 떠있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비가 오다가, 무지개가 떴다가 그게 반복돼요. 그런데 중요한 것은 비가 오는 중에도 무지개가 언젠간 뜰 것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죠. 그리고 무지개가 떴을 때도 또 비가 올 것이란 것을 안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이들에게 그간 성적소수자를 위한 활동을 해오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언제였는지를 물었다. 류홀릭 이사는 작년과 올해 있었던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의 기억을 되짚었다. 작년에는 퍼레이드 도중에 거짓말처럼 무지개가 떴다고 했다. 올해는 그 무지개를 보지 못했지만, 하늘에 뜬 무지개만큼 기억에 남을 광경을 목격한 듯했다. 

"보수 기독교 세력과 맞붙으면서 퍼레이드가 5시간 정도 지연이 되었어요. 그런데 5시간이 지나고 모든 퀴어들이 다시 돌아와서 밤에 행진을 했던 기억이 잊히지 않아요. 이성애자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이 성적소수자를 지지한다며 같이 걸어주는 것이, 그게 잊히지 않아요. 우리만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죠. 많은 이성애자들이 우리를 지지하고 함께 고민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퍼레이드 안에서 느꼈어요."

'혼자가 아니다'. 같은 고민을 하고 비슷한 혼란을 겪을 성적소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부탁했을 때도 이들은 한목소리로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이신영 이사장의 말처럼 이들의 삶에 항상 비가 오는 것은 아니며, 그렇다고 항상 무지개가 떠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 삶 속에서 무지개가 뜰 때, 다른 사람과 함께 그것을 바라보는 경험도 충분히 소중하다. 하지만 지금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비가 올 때 모두가 그 비를 함께 맞아줄 것이라는 확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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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믿을 검찰 수사발표1- 짜맞추기 시뮬레이션

[국민정보원 PIS 15회] 
 
검찰 중간수사발표 분석1 - 세월호 침몰 시뮬레이션의 문제점
 
조준규 피디 
기사입력: 2014/11/05 [01:19]  최종편집: ⓒ 자주민보
 
 

 

세월호사고 검찰 중간수사발표 분석1 - 침몰 시뮬레이션의 문제점.

 

지난 10월 6일 검찰에서 세월호 사고 중간수사 발표를 하였습니다. 154명을 구속시키고 4명이 불구속시키며 진행하고 있는 검찰의 수사, 사고원인부터 수사결과까지 그동안 해오던 주장을 되풀이하며 국정원 등에는 면죄부를 주는 듯한 모양새입니다.


검찰 발표를 분석하고 제대로된 수사를 촉구하는 첫번째 시간으로 침몰원인 시뮬레이션의 문제점을 살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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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3차 대대장·대대정치지도원대회 개최..군력강화 표방


김정은 제1위원장, 지팡이없이 도보 이동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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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1.05  11: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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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북한에서 인민군 제3차 대대장·대대정치지도원대회가 성대히 진행됐다고 <노동신문>이 5일 보도했다. 김 제1위원장은 "적들과의 대결전을 앞둔 오늘의 정세는 우리(북)가 선군의 기치를 변함없이 틀고나가며 군력을 더욱 강화할 것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사진-노동신문 캡쳐]

북한에서 지난 3일과 4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인민군 제3차 대대장·대대정치지도원대회가 성대히 진행됐다고 <노동신문>이 5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행사가 "전군 김일성-김정일주의화의 요구에 맞게 대대강화의 새로운 이정표를 마련하는 대회"로서, "인민군대의 대대들을 수령결사옹위의 최정예 근위대오로 만들기 위한 투쟁에로 전군을 총궐기시켜 군력강화의 최전성기를 열어나가는데서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고 해설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연설에서 이번 대회는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의 대대중시, 대대강화사상을 군건설과 군사활동에 철저히 구현하며 군력강화의 최전성기를 열어나가는데서 중요한 이정표를 마련한 획기적인 계기로 된다"며, "적들과의 대결전을 앞둔 오늘의 정세는 우리(북)가 선군의 기치를 변함없이 틀고나가며 군력을 더욱 강화할 것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제1위원장은 또한 "모든 대대들을 그 어떤 강적도 단매에 때려부실수 있는 무적필승의 최정예 전투대오로, 당중앙위원회의 뜨락과 잇닿아있는 병사들의 정든 고향마을로 만드는데서 나서는 강령적 과업"을 제시하면서 먼저 "모든 군인들을 사상의 강자, 도덕의 강자로 준비시키는 것을 기본과업으로 내세우고 당정치사업을 끊임없이 심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서 "인민군대에 있어서 싸움준비, 훈련보다 더 중요하고 더 절박한 과업은 없다"며, 언제 어디서나 훈련을 기본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일성-김정일군사전략전술사상과 주체전법, 부대, 구분대의 전투임무와 현대전의 요구에 맞게 훈련내용과 방식을 끊임없이 개선"해야 한다며, '명사수, 명포수 운동'을 강화하고 모든 훈련을 실전의 맛이 나게 진행하며, 요구성을 최대한 높이고 훈련에 대한 총화와 평가사업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김 제1위원장은 "대대를 강화하기 위하여서는 대대장, 대대정치지도원들의 책임과 역할을 결정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대중운동과 경쟁바람을 세차게 일으키는 것을 대대강화에서 새로운 전환을 일으키기 위한 중요한 방도"로 내세웠다.

   
▲ 김 제1위원장은 "이번 대회를 통하여 대대강화를 위해 자기의 모든 것을 다 바쳐온 대대지휘성원들이야말로 애국자, 숨은 영웅이라고, 당중앙은 이런 동무들이 있는 것을 가장 큰 자랑으로 생각한다"며, 방경철 등 다섯명의 대대지휘성원들에게 노력영웅칭호와 함께 금메달(마치와 낫) 및 국기훈장 제1급을 직접 수여하고 대회 참가자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쳐]

이날 김 제1위원장은 "이번 대회를 통하여 대대강화를 위해 자기의 모든 것을 다 바쳐온 대대지휘성원들이야말로 애국자, 숨은 영웅이라고, 당중앙은 이런 동무들이 있는 것을 가장 큰 자랑으로 생각한다"며, 방경철 등 다섯명의 대대지휘성원들에게 노력영웅칭호와 함께 금메달(마치와 낫) 및 국기훈장 제1급을 직접 수여했다.

김 제1위원장에 앞서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보고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대대는 인민군대의 말단지휘단위이고 기본전투단위이며 독립적인 생활단위"라고 독창적으로 규명하고 "대대를 강화해야 인민군대의 전반적 전투력이 백방으로 다져진다는 대대중시사상을 제시했다"고 지적하고 "위대한 대원수님들(김일성·김정일)의 대대중시사상과 건군위업은 오늘 김정은동지의 현명한 영도에 의하여 새로운 높은 단계에서 빛나게 계승발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제1위원장이 "중대와 대대를 거점으로 전군 김일성-김정일주의화를 전면적으로 실현하도록 영도해 혁명무력강화의 일대 전성기를 펼쳐 놓았"으며, "인민군대의 강군화를 군건설의 전략적 노선으로 제시하고 김정일애국주의교양, 신념교양, 계급교양, 도덕교양을 강화하며 대대안에 당의 유일적 영군체계와 혁명적 군풍을 세우도록 이끌어 주었다"고 말했다.

대회에는 황병서 총정치국장,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리영길 군 참모장,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등이 참가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 대회 이틀째인 4일 김 제1위원장이 대회 참가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 김 제1위원장의 왼손에 지난달 초부터 계속 들고 다니던 지팡이가 보이지 않는다. [사진-노동신문 캡쳐]

대회를 마친 김 제1위원장은 4일 대회 참가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으며, 촬영을 위해 이동하는 김 제1위원장의 왼손에는 지난달 초부터 계속 들고 다니던 지팡이가 보이지 않았다.

한편, 북한은 지난해 10월 김 제1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13년만에 중대장·중대정치지도원대회를 개최한 바 있으며, 대대장·대대정치지도원대회는 지난 2006년 10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참석한 2차 대회 이후 8년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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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상엔 김밥 한줄과 붕어빵 몇개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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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4/11/04 10:08
  • 수정일
    2014/11/04 10:08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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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11.03 20:00수정 : 2014.11.04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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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아무개씨 위패 앞에 그가 숨지기 전날 “먹고 싶다”던 김밥과 붕어빵 등이 놓여있다. 나눔과나눔 제공

죽음 이후가 두려운 홀로노인들

지난달 2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최아무개(68)씨는 사후 자신을 수습해주느라 수고할 이들에게 국밥 한 그릇이라도 챙겨 먹으라며 10만원을 남겼다. 주변에 주검을 거둬줄 이도 없고, 모르는 누군가에게 폐를 끼치기도 싫었던 최씨는 장례비로 보이는 100여만원을 따로 남겼다.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죽음 이후’는 이승의 생활고보다 두려울 때가 있다고 한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숨졌을 때 정부가 지원하는 장제비는 75만원에 불과하다. 수의 한벌 걸치기에도 모자란다. ‘사후 복지’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현실과 그 이유 등을 살펴본다.

 

노숙·고시원 전전하던 염 할아버지
연락 끊긴 가족들 주검 인수 포기
노숙인·활동가들 ‘마지막 길 배웅’

 

위패 앞엔 알루미늄 포장지에 싸인 김밥 한 줄과 붕어빵 몇 점이 놓였다. 그가 마지막까지 먹고 싶어했던 음식이라고 했다. 그리고 귤 한 접시와 전 몇 조각.

 

지난달 26일 세상을 뜬 염아무개(71)씨의 초라한 빈소에 그를 아는 노숙인과 사회단체 활동가 등이 찾아왔다. “형님, 좋은 데로 가세요.” 서울 종각역에서 염씨와 함께 종이상자를 깔고 누웠던 노숙인 정아무개씨가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정씨는 쓸쓸한 빈소의 향이 꺼질세라 밤새 다른 노숙인들과 함께 영정 곁을 지켰다.

 

홀로 살던 노숙인 염씨의 빈소는 서울 은평구 서울시립서북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무연고자 장례 지원 단체의 도움이 없었다면 염씨도 다른 무연고자 대부분이 그렇듯 술 한잔 받지 못한 채 서둘러 화장장으로 향했을 것이다. 그래도 사흘장은 언감생심이다. 염씨는 빈소가 차려진 이튿날 발인을 마치고 서울시립승화원에서 한 줌 재로 변했다.

 

베트남전에 참전했었다는 염씨는 젊은 시절 건설 붐이 일었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공사용 트럭을 몰며 돈을 벌었다고 한다. 귀국해서 집도 마련하고 큰 트럭도 샀지만, 1997년 말 외환위기에 휘청이기 시작한 삶은 2005년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친 뒤 돌이킬 수 없게 됐다고 했다. 1억원에 달하는 차량 할부금을 내지 못했고, 급기야 2007년부터는 종각역에 자리를 폈다.

 

염씨는 노숙인 지원 단체인 ‘홈리스행동’의 도움을 받아 6년 전부터 고시원 생활을 시작했다. 세간살이라고 해봐야 1인용 침대와 텔레비전이 전부였던 월세 23만원짜리 좁은 방에서 살던 그는 종합병원과 요양병원을 전전하다 숨을 거뒀다. 관절염으로 고생하다 폐질환으로 세상을 뜬 그가 남긴 재산은 고시원 총무에게 맡겨둔 20만원과 가방 속의 천원짜리 한 장이 전부였다. 항상 지녔던 가방에서 작은 증명사진이 나와 그나마 영정을 만들 수 있었다.

 

왕래가 끊겼던 가족들은 주검 인수를 포기했다. 동료 노숙인들과 무연고자·기초생활수급자 장례를 돌봐주는 시민단체 ‘나눔과나눔’이 상주를 대신했다.

 

 

무연고 주검은 ‘마지막 술 한 잔’ 못받고 곧바로 화장

 

작년 숨진 922명 무연고 처리
시민단체 지원 받으면
그나마 이틀장이라도 치뤄
1인 노인가구 내년 138만
2025년엔 224만 가구로 늘 듯

 

홀몸노인들 “장례 걱정 많아”
시민단체에 결연장례 신청 늘어
“죽음 뒤까지 걱정해야하는 사회”

 

무연고 주검 처리
홈리스행동의 활동가 박사라(30)씨는 “마지막 가는 길이 외롭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었다”고 했다.

 

박씨의 말처럼 염씨의 사례는 ‘그나마 다행’이다. 지난해 염씨처럼 무연고 주검으로 ‘처리’된 이는 922명에 이른다. 장례를 치를 피붙이가 아무도 없거나, 가족이 있더라도 장례비 등을 감당할 수 없어 주검 인수를 거부당한 이들이다.

 

지난해 285명이 무연고 주검으로 처리된 서울시에서는 해마다 입찰로 무연고 주검 장례업체를 선정한다. 염씨도 주변에서 그를 기억하는 이들이 없었다면 장례 절차 없이 업체를 통해 곧바로 화장됐을 가능성이 높다. 무연고 주검 장례를 맡아 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가족들 형편이 어려워 주검 인수를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했다.

 

고령화와 1인가구 증가가 맞물리면서 무연고 주검도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은 1인 노인가구가 2015년에는 137만9000가구(전체 1인가구의 27.3%), 2025년에는 224만8000가구(34.3%), 2035년에는 343만가구(45%)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연평균 10만가구씩 증가하는 셈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1월 “고독사 등 홀로 사는 노인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홀로 사는 노인들은 지금의 고된 몸도 힘들지만, 죽어서도 편히 눕지 못할 현실을 생각하면 ‘죽음 이후’는 떠올리기조차 싫다고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평등하게 죽는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이들에게는 거짓말이다. ‘평등’의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몸은 죽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결연 장례’ 신청을 하는 이들도 있다. 서울지역 임대주택에 사는 한 할머니는 최근 사회복지사를 통해 자신이 숨지면 장례를 대신 치러달라고 ‘나눔과나눔’ 쪽에 요청했다. 딸이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는 그는 “내가 죽으면 누가 장례를 치러줄지 걱정이 많다”고 했다. 78살 어머니와 함께 산다는 중증지체장애인 딸(50) 역시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장례를 어떻게 치를지 너무 걱정스럽다”며 어머니 장례를 대신 치러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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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같은 멸치 아닌 비양도 꽃멸 아시나요

 
황선도 2014. 11. 03
조회수 2585 추천수 0
 

제주 옆 화산섬 비양도 회유하는 꽃멸은 청어과 생선, 제 이름은 샛줄멸

흑돼지고기 찍어먹는 '육젓' 맛 일품…멸치보다 10배 비싼 값으로 팔려

 

bi0-1.jpg» 비양도 꽃멸치. 실은 멸치와는 과가 다른 어종이다.  
   
요즘 나는 두집살림을 한다. 주중에는 제주에서 근무하고, 주말에 가족의 품을 찾아 육지로 간다. 내가 사는 한림에서는 서쪽 바다로 언제 어디서나 비양도가 보인다. 
 
제주도가 지각 밑에 흐르는 맨틀의 현무암질 마그마가 뿜어져 오르는 화산활동으로 섬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러한 화산분출은 보통 마그마의 휘발성분이 폭발하여 분출한 화산쇄설물이 화구 주위에 퇴적되어 정상 부분이 움푹 파인 분석구를 만들게 된다. 물이 없는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바다 한 가운데에 분석구로 이루어진 비양도는 지질학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더욱이 고려사(1451년)와 고려사절요(1452년)에 고려 목종5년(1002년)에 화산분출이 있었다는 기록을 바탕으로 겨우 천년 전에 비양도가 만들어졌다는 탄생 설까지 회자되고 있어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이후에 비양도 암석의 연대를 측정한 결과, 고려 시대 분화설은 학문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음이 입증되었음에도 한번 고정된 인식은 바뀌지가 않고 있으니 더더욱 신비로운 섬이다.

 

bi1.jpg» 제주의 서쪽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비양도의 모습.  
 
올해 초 교육방송(EBS)에서 전화가 와서는 옛날부터 먹어왔고 그래서 생활에 깊이 연결된 물고기들을 발굴해내서 과학적 접근만이 아니라 문화적으로 풀어내는 다큐멘터리 ‘백성의 물고기’를 만들려고 하는데, 이들 물고기에 대해 조언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4월 즈음 프로그램 기획회의에 참여하여 본격적인 협조가 시작되었다. 5월 말에는 그때 만났던 문예원 작가가 제주를 찾아왔다. 
 
비양도에 꽃멸이라는 멸치가 있어 사전답사하러 왔다는 것이었다. 내가 제주에 머문 지 반년이 다 되었는데도 비양도를 물 건너서 바라만 보았던 터라 이 현장취재에 동행하기로 했다. 
 
봄날의 따가운 햇살 속에 한림항에서 배를 타고 20여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는 비양도에 들어갔다. 정말 작고 이쁜 섬, 비양도에 도착해서 제주도를 바라보니 육지만큼 거대하였다. 섬에서 섬으로 들어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특별하였다.
   
비양도 선착장에 배를 대자마자 문 작가는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잠시 후에 나타난 분은 비양도 어촌계장 고순애씨. 육지에서는 보통 어촌계장이 남성인 것과 달리 제주는 여성 어촌계장이 더 많다고 하니 세삼 제주도에서 여성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끄는 대로 올라간 곳은 부두가 내려다보이는 이층건물 어촌계 사무실. 간단한 통성명을 하고 시원한 음료수 한잔을 사이에 두고서 작가와 어촌계장 사이에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 꽃멸이 멸치가 아니라고?
 
작가가 묻고 어촌계장이 답하는 것을 나는 좀 떨어져 지켜보고 있었다. 한참을 이야기한 것 같은데 도무지 진척이 없다. 
 
작가는 멸치 이야기를 묻는데, 어촌계장은 ‘꽃멸’ 이야기를 한다.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나도 혼란스러웠다.

 

아무리 들어도 어촌계장이 말해주는 꽃멸의 생태와 습성이 멸치와는 같지 않았다. 산란장소가 다르고, 산란시기가 다르다. 
 
멸치는 봄부터 늦가을까지 외해에서 어미가 부성란(물에 뜨는 성질의 물고기 알)을 산란하고 그 어린 것이 연안으로 들어와 자라다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다시 외해로 나간다. 그런데 꽃멸은 봄에서 초여름에 어미가 연안으로 들어와 침성란(물 밑에 가라앉은 알)을 산란한다고 하니 아무래도 같은 종이 아닌 것 같다. 
 
나는 갑자기 궁금증이 생겨 그 꽃멸이라는 놈을 보고 싶다고 했다. 어촌계장은 지금 실물을 볼 수는 없지만, 이전에도 방송국에서 촬영을 많이 해갔으니까 인터넷을 뒤지면 볼 수 있단다. 
 
마침 사무실에 켜 놓은 컴퓨터의 자판을 두드렸다. 검색엔진에 ‘비양도 꽃멸치’를 치니 기사와 함께 사진이 떴다. 
 
아뿔싸! 이건 멸치가 아니었다. 몇 군데를 더 검색해 보니 이름이 나왔는데, 이 꽃멸치가 ‘샛줄멸’이란다. 
 
언뜻 보면 샛줄멸이 가늘고 긴 체형이어서 멸치와 비슷하고 같은 청어목에 속하지만 세분하면 멸치는 멸치과에 속하는 반면 샛줄멸은 청어과에 속해 분류학상으로는 다른 위치에 있다. 
 
물고기 박사인 내게도 익숙하지 않은 물고기이다. 그렇다면 멸치를 취재하러 와서 멸치가 아닌 샛줄멸을 만났으니 헛수고한 것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문 작가는 태평하다. 그녀에게는 꽃멸도 멸치란다. 이름과 분류, 그 모든 것은 인류와 멸치가 태어나고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몇몇(?) 사람들이 딱지 붙인 것이란다. 
 
더욱이 비양도에서 나는 꽃멸은 너무도 오랫동안 사람들이 멸치라 하며 회로도 먹고 젓을 담아 먹어 온 백성의 물고기라는 것이다. 이게 과학과 인문학의 차이인가?
   
비양도에서 꽃멸이라 부르는 ‘꽃멸치’의 생물·생태학적 정보를 찾아보았다. 정식 이름은 샛줄멸이고, 학명은 스프라텔로이데스 그라실리스(Spratelloides gracilis)이다.

 

청어목 청어과에 속한다. 영어로 실버스트라이프 라운드 헤링(Silver-stripe round herring) 또는 밴디드 블루스파트(Banded blue-spart)라 부른다.  

몸 빛깔은 등쪽은 연한 청색, 배쪽은 백색이며, 몸 옆구리에는 폭이 넓은 은백색의 세로띠가 있으며 이와 평행하게 등쪽 언저리에 푸른빛의 띠가 둘려 있어 반짝거린다. 몸은 가는 원통모양으로 앞뒤가 측편 되어있으며, 주둥이는 원추형으로 다소 뾰족하다. 
 
생태적 특성을 보면, 외양성 어류로 우리나라 남해안과 제주도 연해, 그리고 일본 중부 이남, 동중국해, 대만 등 따뜻하고 깨끗한 연안에 주로 서식하며, 먼 거리 회유를 하지 않는다. 산란기는 5~8월로서 이때가 되면 떼를 지어 연안으로 몰려와 지름 1.2㎜의 둥그런 점착성 알을 낳아 암초나 해조류에 붙여 놓고 떠난다. 
 
1주일 만에 부화한 새끼는 5㎜ 정도로 연안에서 동물플랑크톤을 먹고 살며 낮에는 수면 가까이, 밤에는 밑바닥 층으로 큰 떼를 이뤄 유영한다. 겨울이 오기 전 5㎝ 정도까지 자라면 외양으로 떠나는데, 다 자라면 체장이 11㎝로 수명은 1~2년 정도이다. 
 
1년이면 성숙하여 다음 해에 산란을 위해 다시 연안으로 들어오는 생활사를 거듭한다. 이 정도가 샛줄멸에 대한 거의 모든 정보이다. 
 
그 만큼 연구도 되지 않았고, 육지 쪽에 서식하지 않으니 두루 알려지지도 않았다. 자연과학은 연구대상이 있어야 하는데, 접하지 않으니 알 수 없었던 것이다.
   
bi2.jpg» 제주 비양도에서 꽃멸 또는 꽃멸치라 부르는 샛줄멸. 
 
비양도 사람들은 ‘꽃멸이 비양도에만 산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연구가 많이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지만, 이 정도의 정보와 주민들의 설명을 토대로 하여 물고기 박사의 과학적 눈으로 해석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싶다.
   
여기에 과거 뉴스 기사를 찾아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일종의 참고문헌 조사에 해당할 것이다. 여러 기사를 종합해 보니, 2012년부터 제주특별자치도는 매년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 마을어장에서 샛줄멸(제주명 꽃멸치) 조업을 희망하는 연안자망어선에게 6~8월 한시적으로 조업을 허용하였다. 
 
이런 조처는 매년 이맘때면 값 좋은 샛줄멸 떼가 비양도 연안으로 회유하여 들어옴에 따라 어민들이 조업허용을 요청해서 이뤄진 것이다. 지금까지는 연안자망 어업허가 내줄 때 마을어장에서는 수산자원보호 측면과 해녀가 물질할 때 위험할 수 있으니 조업을 해서는 안된다는 조건을 붙여 제한해 왔었다고 한다.
 
bi3.jpg» 연안자망을 이용한 비양도 꽃멸치 잡이. 사진=<연합뉴스>
 
이 상황을 생태학적 관점에서 보면, 생활사에 따라 외해에 살던 샛줄멸이 산란을 위해 연안으로 회유하는 시기, 즉 산란기가 비양도 주변 해역에서는 늦봄부터 초여름 사이이다. 그리고 외양성 어류인 샛줄멸이 연안에서 점착성 알을 낳는데, 알을 붙일 암초나 해조류가 있는 얕고 깨끗한 물이 있는 곳으로 비양도가 적격인 것이다. 
 
비양도에서는 이러한 바닷가 해안을 ‘엿동산’이라고 한다. 나름 어원을 유추해보면 냇가에 돌멩이가 있고 그 위에 물이 자박자박하게 흐르는 곳을 여울이라 하며, 깊은 바닷가에서 수심이 얕으려고 하면 어느 정도 솟아오른 곳이어야 하는데 이를 동산이라고 표현하였다. 여울이 있는 동산이라고 해서 지역 어민들이 부르는 이름 ‘엿동산’이 되었으리라 추측해 본다.
   
과연 우리나라에서는 비양도에서만 샛줄멸이 서식할까? 서식환경으로는 제주도 연안은 거의 비슷한 조건일 것이다. 다만, 비양도 어업인들이 요구하고 이곳 연안자망어선에게만 한시어업이 허용되어 어획하고 알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에 섬에서 주민들이 담아 먹어왔던 ‘멸젓’이 있었는데, 지금은 한림수협에서 일괄 구매해서 젓갈을 비양도 특산품으로 만들었으니 훌륭한 협업 사례이다. 꽃멸치의 ㎏당 위판단가가 2500원이 넘어 일반 멸치의 가격과 비교하면 8∼10배 이상 높으니 어민소득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제주에 오면 누구나 똥돼지 또는 흑돼지 맛을 보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런데 한림읍에 나가면 뒷골목에 근고기집이 하나 있다. 근고기는 몇 인분으로 팔지 않고 근을 달아서 판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단 고기가 두껍다. 아직도 연탄불을 고집한다. 가운데 화덕이 있는 스테인레스 원탁이다. 보드카가 연상되는 라벨을 붙인 한라산소주 한잔하기에 딱 맞는 분위기다. 
 
고기를 올려놓은 석쇠 아래에 뭔가 담긴 종지가 놓여 있다. 궁금해 하는 나에게 직접 고기를 구워주는 주인 아주머니는 고기 찍어먹는 육젓이란다.

 

보통 육지에서 육젓이라 하면 유월에 잡아 담근 새우젓을 말하는데, 아무리 살펴봐도 새우는 아니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멸치는 젓갈을 담으면 삭아서 국물만 남아 액젓이라 부르고, 샛줄멸은 살이 단단해 젓갈을 담아도 육질이 남아 있어 고기 육(肉)젓이라 부른단다. 
 
아하~ 기가 막히다. 이게 문화(文化)이다, 글이 되는 것.
 
bi4.jpg» 제주흑돼지 근고기(왼쪽)와 육젓이라 부르는 꽃멸치 젓갈.
 
일본은 역시 거의 모든 물고기에 대해 연구와 이용이 되고 있는 듯하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샛줄멸은 일본 남쪽의 규슈 가고시마 지방에서 유명하다. 
 
심지어 안 먹어보면 ‘유감’이라고 할 정도이다. 게다가 ‘기비나고’(キビナゴ, 꽃멸치)’ 라면이 봉지면으로 출시되었다고 한다. 
 
역시 샛줄멸이 살 수 있는 따뜻한 남쪽 바닷가 이야기다. 라면을 좋아하는 내가 한 번은 먹어봐야 할 패스트푸드이다.
 
bi5.jpg» 일본 가고시마 지방의 기비나고(꽃멸치) 봉지라면. 고양이가 물고 있는 모습이 재미있다. 
 
■ 멸치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미디어길 이문호 감독이 제주를 찾아온 것은 문 작가가 사전답사를 하고 간 뒤 두달여만이다. 사정이야 어떻든 멸치를 촬영하러 오기에는 때 늦은 감이 있었다. 예상하건데 8월초면 멸치가 제주도 주변의 가까운 바다에서 빠져나가 먼 바다로 북상 회유하는 시기이다.
   
제주의 멸치는 전통적으로 불배 또는 챗배라 부르는 배를 타고 분기초망 어법으로 11월부터 다음해 8월 사이에 바닥이 모래펄질인 수심 10m 내외에서 조업한다. 
 
5~6월 봄에는 작은 멸치가 잡히고 멸치가 성장하면서 7~8월에는 큰 멸치가 잡힌다. 분기초망어업은 불을 밝히는 집어등을 뱃머리에 켜놓고 챗배 옆구리에서 챗대라는 막대기에 연결된 키 모양을 한 그물을 멸치 어군 밑으로 이동시킨 뒤 불을 밝혀 그물 속으로 유인하여 짧은 시간내 떠올려 잡는 어법이다. 
 
분기초망(焚寄抄網)이란 말 자체가 불빛으로 어군을 끌어 모아서 떠올려 잡는다는 뜻이다. 이러한 전통어업을 찾아 촬영하고자 성산포와 모슬포 등지의 서귀포 일대를 다 뒤졌는데도 헛방이었다. 
 
올해는 예년에 비하여 물이 차서 일찍 조업이 끝났다고 한다. 멸치가 기다려주지 않고 이미 먼 바다로 이동한 것이다.
 
또 다른 제보가 들어왔다. 한림읍 옹포항에 가면 저녁 무렵 멸치 떼가 부둣가로 튀어오른다는 것이다. 동네 주민들이 달려 나와 멸치를 바가지로 주워 담았단다. 
 
언뜻 듣기에 언젠가 뉴스에서 본 듯한 장면이 떠올랐다. 철지난 9월이 되면 동해의 속초 앞바다 백사장에 멸치 떼가 튀어 올라 주민과 관광객이 주워 담는 일이 벌어졌다는 소식이었다. 
 
이런 현상은 늦여름 동해에서 반복해서 일어나는데, 고등어 떼에 쫒긴 멸치 떼들이 방향을 잃고 뭍으로 튀어올라온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런 일이 제주에서도 일어나는가 싶어 몹시 설레는 마음으로 포구로 나갔다. 
 
달도 없는 그믐사리 때 만조가 되어 부둣가로 찰랑찰랑 물이 넘칠 만큼 수위가 높아질 때까지 기다렸다. 아무리 기다려도 멸치 떼는 고사하고 멸치 그림자도 볼 수 가 없었다. 
 
함께 기다리던 제보자에게 그 당시 상황을 다시 들어본 즉 한달 전 7월 그믐 사리때 지나가던 멸치잡이 배들이 엔진소리를 높이며 항구로 들어오니까 멸치가 튀어올랐다는 것이다. 
 
동해 멸치 떼 뉴스와 같은 이유였구나 싶다. 멸치가 연안역에 충분히 있을 때 고등어 떼든 선박이든 멸치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붙여서 생긴 현상일 것이이라. 그러나 이 또한 시기가 지났다. 이미 멸치는 우리 주위에 있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기회는 바다목장사업과 바다숲조성사업으로 물밑으로 들어가는 잠수업체에게 정보를 얻고자 하였다. 잠수부들에 따르면 불과 보름전만 해도 서귀포시 보목리 앞바다에 있는 섶섬 물속에서 멸치 떼를 보았다는 것이다. 
 
혹시 발견하면 촬영을 해달라 부탁했다. 아직까지 연락이 없다. 자연은 이렇게 냉정하다.
 
■ 제주에는 원담이 있다
 
한림읍에서 옹포를 거쳐 협재를 지나 금능에 가면 금능해변이 있다. 예부터 육지에서 오는 관광객은 협재해수욕장에서 놀고, 지역 주민들은 금능해변에서 논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평선 너머로 비양도가 보이는 백사장이 넓고 완만하여 아이들이 놀기에 최고이다. 이 백사장 한쪽으로 멸치가 들어온다.
   
제주도에 가장 흔한 것 중 하나가 돌이라 하지 않았던가. 화산 폭발 때 분출한 마그마가 급격히 식으면서 만들어진 송송 구멍 뚫린 시커먼 현무암을 제주 사람들은 그들의 생활 곳곳에 이용하였다. 
 
요즘 제주 올레 투어할 때 볼 수 있는 돌담이 그 대표적일 것이다. 돌담은 강한 바람으로부터 집과 작물을 보호해준다. 무덤가에도 돌담이 있는데, 산에 있다하여 산담이다. 
 
그러면 바다에도 돌담이 있을까? 돌 그물인 ‘원담’이 있다. 원담이란 돌을 둑처럼 얕으막하게 쌓아 놓고 밀물 때 물과 함께 휩쓸려 들어온 물고기가 썰물 때 빠져나가다가 엉기성기 쌓인 돌담에 물은 빠져나가고 고기가 걸리게 만든 장치이다.
 
bi6.jpg» 제주 한림읍에 있는 금능원담. 생태적인 전통어법이다.
 
이와 같은 원리의 어업이 육지에도 있다. 서해 갯벌에 있는 독살이 그것이다. 
 
돌로 부챗살처럼 살을 만들었다는 의미이다. 남해의 죽방렴도 재료가 돌에서 대나무로 바뀌었을 뿐 발을 쳐서 걸린 물고기를 잡는 원리는 같다. 
 
우리는 이들을 전통어법 또는 생태어업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오래전부터 조상들이 먹고 살려고 했던 자연발생적인 고기잡이이며 자연 순응적인 어업이라는 뜻이다. 
 
요즘 먹거리 관점에서 보면, 이런 어법으로 잡은 물고기는 슬로우푸드 또는 슬로우피쉬에 해당할 것이다. 패스트푸드에 대항하여 만들어진 건강한 먹거리 운동으로 현대사회에서 이문을 남기려고 빠르게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업형 음식을 과거로 돌아가 천천히 그리고 소비자와 가까운 생산지에서 자연에 순응하여 먹거리를 생산하자는 의도이다. 절대적으로 옳다.
 
bi9.jpg» 원담 고기잡이와 원담지기 이방익씨. 
 
원담을 처음 만들 때에는 마을 사람들 모두가 함께 품앗이로 무거운 돌을 하나하나 맞잡아 옮기고 쌓았을 것이다. 지금에야 그 엄청난 일을 손이 아닌 포클레인으로 하루아침에 만들 수 있겠지만 그 옛날에는 많은 노동력이 들었을 터이니 좀 미련해 보였을 것 같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노동력을 감안하면 답 안나오는 행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제와 돌이켜보면 원담은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었던 것이지 한번 시설해 놓기만 하면 배 기름값이나 소비성 그물값이 들지 않아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이득이니 자연순응적인 생태어업이 경제성도 있음을 입증한 셈이다. 
 
지금은 고기잡이를 하는 사람도 줄고, 배를 가지고 어업을 하는 어부는 나일론으로 만든 그물을 손쉽게 구할 수 있어 더 이상 원담에서 고생스러운 고기잡이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도 원담에는 원담지기가 있다. 이방익 할아버지가 그이다. 
 
이 우직한 하르방은 소싯적에 군대 다녀와서부터 혼자서 부서진 원담을 보수하고 관리하면서 지금까지 고기잡이를 하고 있다. 이 원담에서 잡은 고기를 팔아 자식들을 다 가르치고 장가보냈다고 자부심이 대단하였다. 무엇보다 남한테 해코지하지 않고 착하게 살아 잡혀갈 일 없다고 농담하실 만큼 인생의 여유가 있어 보였다.
 
8월은 우기가 한창이다. 가끔은 태풍도 분다. 제주의 여름은 유채꽃 피는 봄과 사뭇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이 감독은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였다. 
 
자기 몸보다 더 소중이 여기는 촬영장비가 문제였다. 비가 치고 물이 차오르니 어쩔 수 없이 민박으로 옮겨 전전긍긍하였다. 
 
몸도 피곤해지고 멸치를 촬영해야하는 압박감까지 더해져 몰골이 말이 아닌데도 열정 하나는 대단하였다. 그런 와중에도 수중에 들어가 촬영을 해야 한다고 현지에서 스쿠버다이빙 교육을 받았다. 그는 프로였다.
   
프로는 자기 일에 만족을 한다. 이 감독이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한 것은 원담을 촬영하고부터였다. 
 
물이 빠진 원담에 갇힌 어린 전갱이들이 군무를 하듯 일렬로 떼지어 다니는 모습은 맨눈으로 보아도 장관이었다. 맨 앞에 선 대장의 뒤를 따라 일사불란하게 헤엄치는데, 유턴할 때도 서로 부딪히는 일이 없었다. 
 
원담 물속에 카메라를 집어넣으니 또 다른 세상이 있었다. 맨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치어들과 작은 생물들이 다양하게 보였다. 
 
연안이나 만 또는 조수 웅덩이가 해양생물의 보육장이라는 평소 나의 학설을 입증해주는 증거물이었다. 대중을 위한 방송촬영에서 과학을 입증하고 있는 순간이었다.

 

bi8.jpg» 원담에 갇힌 어린 전갱이 떼를 촬영하는 모습.
 
■ 원담에 갇혀 몰려다니는 어린 전갱이 떼 동영상

  

 

 

아직도 이곳 원담에 멸치나 꽃멸치가 돌아오지 않았다. 다만 우리는 강남 갔던 제비가 봄이 되면 돌아오듯 북상했던 멸치가 월동하러 따뜻한 남쪽으로 남하할 때를 기다릴 뿐이다. 이렇게 자연은 기다림이다.
 

글·사진 황선도/ 한겨레 물바람숲 필자,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연구위원·어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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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트니 메이나드, 29세에 존엄사를 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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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을 하면서 환자 권리 운동에 앞장서던 오리건주의 브리트니 매이나드가 지난 토요일 29세의 나이로 죽었다고 오레고니언이 보도했다.

피플지에 따르면 그녀는 페이스북에 "사랑하는 모든 가족과 친구들에게 작별 인사를 보냅니다."라고 썼다.

"오늘은 내가 내 존엄을 유지하며 불치병에서 해방되기로 결정한 날입니다. 세상은 아름다운 곳이고 여행은 나에게 가장 좋은 선생님이었습니다. 또 친한 친구들과 가족은 최고의 헌신자들이었습니다. 세상이여, 안녕.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퍼뜨려 주세요. 선행 나누기를 열심히 합시다!"

가족은 최고의 헌신자들이었습니다. 세상이여, 안녕. 긍정적인 에너지를 많이 퍼뜨려 주세요. 선행 나누기를 열심히 합시다!"

그녀는 교모세포종이라는 종양으로 6개월 시한부를 선고받았다고 올해 발표했었다. 이 병의 말기가 고통스럽게 전개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자기의 의지대로 목숨을 끊기로 결정했다.

그녀와 남편 댄 디에즈, 그리고 어머니 데비 지글러는 오리건주로 이사를 했다. 오리건주에는 1994년 제정된 '존엄사법(Death With Dignity Act)'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오리건주 외 버몬트, 몬타나, 뉴멕시코, 워싱턴 등 총 5개 주가 존엄사법을 갖고 있으며 이미 수백 명의 불치병 환자가 오리건 주에서 존엄사를 선택한 바 있다. 브리트니 메이나드는 남편의 10월 생일을 축하한 이후에 죽기 위해 존엄사 일자를 11월 1일로 잡았다.

brittany maynard

brittany maynard
브리트니 메이나드의 결혼식 사진

오리건주로 이주한 뒤 매이나드 가족은 '연민과 선택(Compassion and Choices)'이라는 단체를 지원하며 존엄사를 원하는 환자들을 위해 사회활동을 벌여왔다.

그녀는 CNN.com의 블로그에 "나에겐 자살 충동이 없습니다."라고 쓴 적도 있다. "난 죽고 싶지 않아요. 그러나 죽어가는 것이 분명하므로 내 죽음은 내가 알아서 관리하고 싶어요."

지난 수요일, 그녀는 자신의 사망 일자를 좀 더 뒤로 연기할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영상을 발표한 바 있다. "11월 2일이 왔는데 내가 죽었다면 남은 가족이 나와 내 선택을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11월 2일이 되었는데 내가 아직 살아있다면 서로를 사랑하는 한 가족으로 계속 전진할 겁니다. 새로운 결정을 할 때까지요."

매이나드는 최근 자신의 버킷리스트에 담아 두었던 마지막 항목들에 직접 도전했다. 그랜드캐니언을 방문하는 일이었다. 그녀는 질병을 앓기 전에는 동남아에 살며 여행도 하고 킬리만자로 산도 탄 적이 있는 활동적인 모험가였다.

그녀의 이야기는 아래 영상에서 더 볼 수 있다.

*이 기사는 허핑턴포스트US의 Brittany Maynard, Death With Dignity Advocate, Dies At 29을 번역, 편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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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와 토론, 합의에 의한 공무원 연금개혁을

코미디 된 '공무원연금 포럼', 영국 모델 본받자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참여와 토론, 합의에 의한 공무원 연금개혁을

 
공무원 연금 개혁이 온 나라를 달구는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당사자인 공무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차분한 논의 대신 피상적이고 감정적인 찬반격론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는 '공무원연금 개혁 국민포럼'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순회 포럼 형식으로 서울·세종·전주·부산·춘천·광주·대구 등 7개 거점 도시를 돌며 안전행정부 담당자 및 공무원·시민단체·언론인·전문가와 일반인이 참여하는 포럼을 열고, 공무원 연금 개혁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겠다는 것이었다. 
 
코미디가 돼버린 '공무원연금 포럼'
 
포럼은 지난달 24일 서울에서 시작돼 세 개 도시에서 이미 개최되었다. 그러나 포럼은 거의 사전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짧은 시간 안에 진행되도록 계획되었고, 당사자들의 반발과 일반인들의 무관심 속에 유명무실하게 치러졌다. 
 
더욱 황당한 것은 포럼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도 않아, 정부와 여당이 개정안을 확정하고 조속 처리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포럼이 사회적 합의의 장이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거기서 분출되는 각계의 여론을 경청하고 수렴하여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개혁 일정 역시 이 합의에 기초에 정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첫 포럼이 있은 지 나흘 뒤인 지난 10월 28일 새누리당은 김무성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소속 의원 전원이 서명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점입가경, 다음 날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를 요청했다. 명색이 여당이라는 정당과 대통령이, 안행부가 여론수렴과 사회적 합의를 명분으로 진행하고 있는 국민포럼에서 무슨 얘기가 나오든 개의치 않겠다고, 그저 자신의 안을 속도전식으로 밀어붙이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앞으로 지역포럼이 네 번이나 남았는데 이런 허수아비 행사에 누가 모이겠는가. 안행부만 우스운 꼴이 되었으나, 시작한 걸 중도에 그만둘 수도 없을 테고,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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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연금 개혁은 국민 모두가 이해당사자가 되는, 절대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하는 사안이다. 각계각층의 여론이 제대로 수렴되고 적절한 타협의 과정을 밟을 때 희생이 불가피한 당사자도 설득되고 승복할 수 있다. 이 과정이 아무리 시끄럽고 시간이 걸린다 해도 이런 소통과 합의의 절차는 민주주의의 불가피한 비용이다. 이를 건너뛰려 한다면 법의 통과는 가능해도 제도에 대한 순응은 확보하기 어려우며 다른 부작용들이 불거질 수 있다. 
 
연금 개혁 과정, 영국 모델 주목하자
 
그렇다면 사회적 합의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2002년 시작해 2011년에야 마무리된 영국의 연금 개혁은 적어도 제대로 된 사회적 합의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면에서 우리에게 귀중한 시사점들은 던져준다. 
 
첫째, 영국의 연금 개혁은 단기간에 서둘러 진행되지 않았다. 2002년 토니 블레어 총리는 반대하는 재무부를 겨우 설득해 연금위원회를 구성하고 연금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연금위원회의 꼼꼼한 조사와 연구를 거쳐 개혁의 밑그림인 위원회 권고안이 마련된 것은 2006년 5월이었다. 밑그림이 그려지기 전 비공식적으로 행해졌던 여론수렴은 개정안 마련 후 더욱 활발해져 2007년, 2008년 입법 전까지 진행되었다. 무려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여론수렴과 여론을 반영한 개정안 수정 및 정교화 작업이 이루어진 것이다. 연금개혁이 최종 마무리된 것은 2011년 입법을 통해서였다.
 
이에 비하면 우리의 공무원 연금 개혁은 몇 달 만에 그야말로 군사작전 하듯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무리하게 연내 개혁을 추진하지 않겠다던 여당대표가 개헌 발언 파동 후 청와대의 대변자로 나서면서 개혁 드라이브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거대한 사회계약인 연금제도를 고치는 일이 이렇게 급히, 졸속으로 이루어져선 곤란하다.
 
▲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AP=연합뉴스

▲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AP=연합뉴스

 
"사실, 사실, 사실"(Fact, fact, fact!)
  
둘째, 영국의 연금 개혁은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다. 전 고용주조직 대표, 전 노총 대표, 그리고 독립적 학자 등 세 명으로 단출하게 구성되었던 영국의 연금위원회가 초기 작업에서 가장 주력했던 것은 객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구축하고 이를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만드는 것이었다. 위원회는 이런 객관적 자료가 개혁의 필요성을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게 하고, 막무가내로 자기이익만을 고집하기 어렵게 하며, 반대자들의 고충과 정당성을 이해하게 하는 데 무엇보다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표와 그래프로 가득한 위원회의 첫 번째 보고서는 이런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사실, 사실, 사실"(Fact, fact, fact!)이라는 구호로 대변된 위원회의 이런 작업은 이해당사자들의 동의를 끌어내고 여론을 개혁지지 쪽으로 돌려세우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알기 쉽게 가공된 자료들은 시민들의 연금개혁에 대한 이해를 도왔고, 대중적 토론을 가능하게 했으며, 이해당사자들로 하여금 어떤 부분에서는 희생과 양보가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이에 비하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공무원 연금 개혁은 깜깜이 개혁에 가깝다. 공무원 연금이 과다하다고만 외칠 뿐, 정부는 수령자 유형과 직급이 다양해 평균액을 산출할 수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계속하며 공무원의 직급별, 직종별, 재직기간별 연금액이 얼마인지조차도 밝히지 못했다. 최근에 국회가 다그친 뒤에야 겨우 그 일부가 제시됐을 뿐이다. 
 
또한 새누리당이 개정안을 발의하며 제시했던 개혁 시 '재정 절감 효과'가 크게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10월 30일 새누리당에서 나왔다. 당연히 연내 처리를 위해 졸속 추계를 제시했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이러니 이해당사자들이 정부 발표와 개혁안에 불신을 거둘 수 없으며, 합리적 토론이 아닌 각자 자신의 주장을 감정적으로 고집하는 싸움이 계속되는 것이다.    
 
'전 국민 연금의 날'
 
ⓒ연합뉴스

ⓒ연합뉴스

셋째, 영국의 연금 개혁은 다중적인 여론수렴과 사회적 합의 과정을 밟았다. 연금위원회와 정부 주무부서인 노동연금부는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청취하고 공식적, 비공식적 협의를 행했다. 개혁안 윤곽이 제시된 두 번째 보고서 출판 이후 의회와 노동연금부는 이해당사자들에게 메모랜덤 제출을 요구해 의견을 수렴했다. 또 야당인 보수당과 자민당과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초당적 합의를 구축했다. 
 
또한 노동연금부와 연금위원회는 광범위한 대중적 협의를 진행했다. 2005년 2월 <개혁의 원칙들: 전 국민 연금토론>이란 문건 간행 후 노동연금부 국무상들(ministers)은 6월부터 11월까지 영국의 8개 지역에서 지역 이해당사자들 및 일반대중과 '전 국민 연금 토론'(National Pension Debate)을 개최했다(아마도 한국의 국민포럼은 이를 본 뜬 것이 아닌가 싶다). 
 
이어 2006년 3월18일 노동연금부는 영국의 여섯 개 지역 거점도시에서 1000여 명의 시민들이 동시에 참여하는 '전 국민 연금의 날(National Pensions Day)이라는 숙의적 협의와 여론조사를 겸한 행사를 개최했다. 전국 각지에서 참여한 시민들은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하루 온종일 연금에 대해 토론한다는 아이디어에 놀라움과 열정을 가지고 반응했다.
 
시민들은 먼저 연금 개혁의 핵심 사안에 대한 설문조사에 응했다. 다음으로 인구고령화 추세, 노후를 위한 연금과 사적저축 실태, 노년빈곤 전망에 관해 명확하고 쉽게 가공된 정보들을 제공받았다. 그리고 이로써 자신의 노후에 대한 막연한 생각에서 벗어나 무엇이 문제고 어떤 선택지가 있는지, 어떤 혜택을 원한다면 어떤 걸 감수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 그런 다음은 여러 개혁대안들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벌이고, 다시 처음에 실시했던 것과 동일한 설문조사에 응했다(비슷한 과정이 온라인에서도 진행되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연금수령 연령의 상향 조정(이는 현실적으로 몇 년 간의 연금 삭감을 의미한다), 연금 재원을 위한 조세 인상 등 거의 대중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항목들에 첫 설문조사보다 훨씬 많은 비율의 사람들이 동의하게 되었던 것이다. 
 
영국 정부는 이런 사회적 합의에 입각해 연금 개혁을 추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정권이 바뀌어도 개혁이 뒤집어지지 않을 수 있는 안전판이 되었다. 2010년 노동당은 선거에서 패배했으나, 권력을 장악한 보수-자민연립정부는 약간의 수정만 거친 채 노동당 정부가 입안했던 연금 개혁을 마무리했다. 
 
사회적 합의 개혁, 가능하다
 
너무 꿈같은 얘기인가? 그렇지만도 않다. 영국은 원래 이런 나라는 아니었다. 영국은 가장 대표적인 다수제 모델의 정치제도를 가진, 일방주의적 정치의 나라이다. 실제로 1960-70년대 동안 보수당과 노동당은 번갈아 집권하면서 이전 정부가 통과시킨 연금 개혁을 뒤집고 자신의 연금법을 통과시켰었다. 
 
이런 영국의 경험은 우리의 경우도 사회적 합의에 입각한 개혁이 아주 불가능하지 않음을 얘기해 준다. 전 국민에 해당하는 연금 개혁과 공무원 연금 개혁이란 차이, 1980년대 이후 노동당의 보수화로 보수-노동 양당 간의 정책적 격차가 좁아져 합의가 쉬웠던 점 등등, 우리와의 차이점도 물론 적지 않다. 그러나 합의에 입각한 개혁의 필요성과 그것을 위해 최대한 노력할 때 의외로 합의가 가능하다는 점만은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한국의 경우 공무원 연금개혁이 끝이 아니라,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등 다른 연금개혁의 시작일 수 있기에, 영국의 교훈들은 깊이 새겨볼 가치가 있다. 
 
* 내만복 칼럼은 필자가 참여하는 팟캐스트 <만복라디오>에서 상세히 논의됩니다. 지난 번 칼럼을 들으세요. (☞바로 가기 : http://mywelfare.or.kr/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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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희토류,동북아정치지형 변화 추동?

 
 
<분석과전망>21세기 산업의 비타민 희토류, 21세기 동북아의 비타민일 수도
 
한성 자유기고가 
기사입력: 2014/11/03 [22:01]  최종편집: ⓒ 자주민보
 
 

 

자원이 나라 간의 갈등 더 나아가 전쟁까지도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은 인류역사가 보여주고 있는 매우 보편적인 상식이다. 중동에서의 수많은 전쟁 특히 미국의 개입으로 인한 중동전쟁들이 다 석유나 천연가스 등과 연관되어있다는 것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희토류, 국가 간의 자원 무기

 

경제인들 특히 첨단산업에 종사하는 경제인들은 최근래에 들어 세계의 희귀금속인 희토류 또한 자원 전쟁의 대상으로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지난 2009년이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를 둘러싸고 수출국 중국과 수입국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유럽국가들 간의 갈등이 그것이다. 

 

중국의 희토류 생산 제한 조치는 중국이 자연환경 파괴와 희토류의 무분별한 채굴을 막자는 취지에서 시도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조치는 수소전지, 하이브리드 자동차, 스마트폰, 태플린 PC, 고화질TV 등 광학.정보통신산업은 물론 각종 최첨단 전략무기산업과 항공우주산업 등에 막대한 피해를 불러오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당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론 커크 대표가 나서서 중국을 상대로 세계무역기구(WTO)에 분쟁 중재를 요청해야했다. 그 피해가 얼마나 구체적이며 큰 것인지는 그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의 맨 선두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거침없이 서는 것에서도 또렷히 확인되었다.

 

희토류가 국가 간에 쓸 수 있는 정치적으로 위력한 무기로 된다는 것을 중국은 실제로 보여주기도 했다. 2010년 중국과 일본 사이에 댜오위다오 관련 영토 분쟁이 일어났을 때 중국이 일본에 희토류 수출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엄포를 놓음으로써 일본을 위기로 몰아갔던 것이 그것이다. 

 

희토류의 힘을 중국이 그럴만한 정치적 힘으로 전변시킬 수 있다는 것은 아래와 같은 도표가 잘 말해준다. 세계생산량의 97%를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  사진 자료 경향신문에서 펌


 

그러나 현실은 희토류에 대한 중국의 독점적 지위가 앞으로는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워 질수도 있음을 보여주기 시작하고 있다.

 

힘을 발휘하기 시작하는 북한 희토류

 

“세계 희토류 3분의2가 북한에... 영국 기업 '합작개발'”

올 1월 22일 경향신문이 보도한 기사의 제목이다. 기사에 따르면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매트’는 그날, 영국계 사모펀드 SRE미네랄스의 발표를 인용,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2배에 이르는 2억1600만 톤이 북한에 묻혀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한다.

 

사람들은 믿을 수 없어했다. 그동안 북한 희토류 자원에 대해 외국 기업들과 연구자들을 통해 기대치가 많이 올라가 있었던 것만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 수치가 그리 높을 줄은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무턱대고 못 믿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믿지 못한다면, SRE가 지난해 12월 4일 북한의 <조선천연자원무역회사>와 ‘퍼시픽 센추리’라는 합작벤처회사를 설립하고 평안북도 정주 지역의 희토류를 개발하기 위한 협약을 체결한 것 그리고 그 합작회사가 향후 25년간 정주 지역의 희토류 개발권을 갖게 된다는 것을 부정해야 되기 때문이었다.

 

북한 희토류의 힘에 대해 사람들은 최근 들어 또 다시 확인하게 된다. 러시아와 북한이 최근 북한의 철도현대화사업인 포베타(승리)프로젝트 추진 결정을 하면서 그에 소요되는 비용인 26조원을 북한 희토류 채굴에 대한 북러합작 사업에서 나오는 돈으로 충당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그것이다. 

 

러시아소리 10월 29일자가 상세히 보도했다. 최근 화려할 정도로 풍부하고 급속하게 이루어지는 북러경협에서 대표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알렉산드르 갈루쉬카 극동개발부 장관은 한 컨퍼런스에서 "북한의 희토류 금속이 이웃국가인 중국보다 7배 가량 많다"는 쉽게 믿을 수 없는 발언까지 했다.

 

그러한 수치들은 그렇지만 지금에 있어서 그리 중요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북한에 무궁무진한 량의 희토류가 매장되어있다는 것 그리고 이에 대해 세계가 관심을 그것도 매우 구체적으로 그리고 급속하게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 희토류, 동북아 정치지형 변화를 추동하는 한 요인 

 

북한에 희토류가 많고 또한 세계적인 범주에서의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민족적 견지에서 보자면 매우 좋은 일이다. 그러나 민족적 관점을 좀 더 구체적으로 틀어쥐게 되면 고통스러울 정도로 안타까움을 불러오는 것이 또한 북한 희토류이다. 

 

정운현 팩트TV 보도국장은 2일 <서울의 소리>에 올린 칼럼 <북한 ‘희토류’, 결국 러시아로 넘어가나>라는 기사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과 손잡고 북한의 희토류 등 지하자원 개발에 나섰더라면 남북 모두 윈-윈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언급을 한다.

지난 김대중.노무현 시기 남북의 교류와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를 복기시키고 있는 언급이다. 북한 희토류의 힘을 현 정부가 대북대결정책으로 놓쳐버리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정 국장은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해외자원 개발 명분으로 수 십 조원을 날린 것을 지적하는 한편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이 말로만이 아니라 남북 간의 교류와 협력을 하루라도 빨리 이어지는 것으로 현실화되어야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렇게 될 때 실지로 통일이 이뤄진다면 한반도의 위상은 일본을 뛰어넘어 세계 5~6대 강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까지도 정 국장은 칼럼에서 주장한다.

 

이것은 북한 희토류의 힘이 갖고 있는 경제적인 가치를 언급한 것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또 다른 중요한 측면 하나를 내재하고 있다. 

북한의 희토류가 동북아의 정치지형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이미 밝히고 있는 견해이다. 

 

인터넷 언론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타(NKSIS) 지난 1월 20일자 <북한 희토류 중국의 6배, 중국정부 경제이익 위해 김정은(북한) 지지 할 것>이라는 기사는 “북한 희토류 량은 중국시장서 지위를 흔들 뿐만 아니라 북한과 최대광산물 수입국인 한국과 일본의 관계도 개선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북한의 희토류 매장량이 많다는 것이 “사실로 증명된다면 장차 희토류시장과 동북아의 정치형국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관련인사의 분석을 중요하게 다루면서이다.  

 

기사는 이어 “만약 북한이 이 희토류 채굴을 가동하여 자국의 공업산업을 발전할 수 있다면 이웃 나라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융합하여 더 이상 동북아의 검은 구멍으로 남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북한 내 희토류자원이 적지 않다는 사실은 미래 남북통일과 한반도 평화에서 주요한 사안으로 자리 잡을 사안인 것만큼은 명백하다”는 다른 전문가의 분석도 싣고 있다. 

 

작고 좁은 우리정부

 

이것들은 북한 희토류의 힘이 희토류 시장질서에 변화를 불러오는 것으로 국한되지 않고 장차 동북아의 정치지형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커다란 요인으로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들이다. 

 

희토류는 21세기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우고 있다. 첨단공업에 없어서는 안 될 재료라는 의미이다. 

21세기의 비타민인 희토류에 대해 북한은 이미 오래 전에 개발사업을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NKSIS’ 등의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희토류자원 개발을 위해 1980년대 중엽부터 ‘사리원카리비료공장건설’이라는 명목으로 자국의 재원을 이용한 대규모 투자를 기획하고 건설도 해왔다는 것이다. 

 

북한의 희토류와 관련한 이러한 현실들은 북한 희토류가 21세기 동북아의 정치지형이 새롭게 짜여지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희토류가 21세기 산업의 비타민이지만 북한의 희토류는 21세기 동북아의 비타민으로 작용하게 될 것임을 보여주는 것으로 된다.  

 

이와 관련 당장, 안타까운 것이 있다.

우리정부가 21세기 동북아정세에서 비타민이 될 수도 있을 북한의 희토류에 대해서는 외면하고 대신에 탈북자들이 중심이 되어 벌이는 대북전단 살포의 정치적 위상을 키우는 데에만 보란 듯이 골몰하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와 관련하여 시민사회진영에서 활동하는 한 인사가 한 다음의 한마디는 두고두고 곱씹어 볼만하다. 

“참 작고 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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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은 왜 신포조선소 정박장에 나타났을까?

 
 
한호석의 진보담론 <136> 새로 공개한 북의 잠수함발사미사일 분석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4/11/03 [10:12]  최종편집: ⓒ 자주민보
 
 
▲ <사진 1> 이것은 신포항과 마양도를 촬영한 상업위성사진이다. 마양도는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는 해역에 자리잡고 있어서 바다안개가 자주 낀다. 바다안개가 미국 정찰위성의 시야를 가려주는 것이다. 섬의 서북쪽에는 네 군데의 깊숙한 만들이 있고, 섬의 동남쪽에는 가파른 해안절벽이 있어서 잠수함기지를 건설하기에 천혜의 자연지리적 조건을 갖추었다. 북은 마양도에 거대한 해안동굴식 입구를 가진 지하잠수함기지를 건설하였는데, 지하정박장, 자하정비장, 지하조함장을 갖추었고, 기지방어를 위해 지대공미사일과 지대함미사일을 배치한 미사일기지들도 있다. 마양도 전체가 거대한 잠수함기지인 것이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마양도잠수함기지 밖에 내다놓은 미사일발사관


지난 8월 하순부터 미국의 일부 언론매체들이 북의 잠수함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몇 차례 보도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주목할 만한 관련정보의 흐름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극우성향 온라인 매체인 <워싱턴자유횃불(Washington Free Beacon)> 2014년 8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가정보기관이 북의 잠수함에 설치되는 미사일수직발사관 한 기를 위성사진을 통해 포착하였다는 것이다. 그 보도기사는 미국의 정찰위성이 북의 미사일수직발사관을 언제, 어디서 촬영하였는지 언급하지 않았는데, 한국군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동아일보> 2014년 9월 15일 보도가 구체적으로 밝혀주었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미국 첩보위성이 올해 초 함경남도 신포 앞바다의 마양도잠수함기지에서 미사일수직발사관으로 보이는 장비를 포착했다. (줄임) 수직발사관은 잠수함에 탑재되지 않고 지상에 거치된 상태로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위의 두 가지 정보를 읽어보면, 지난 1월 미국 국가정보기관은 북의 마양도잠수함기지를 촬영한 정찰위성영상자료에서 미사일수직발사관 한 기를 발견하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마양도잠수함기지는 어떤 곳일까? 함경북도 신포항 동남쪽에 있는 그 섬은 신포항에서 약 4km 떨어진 손에 잡힐 듯이 가까운 거리에 있다. 마양도의 행정구역은 신포시에 속해 있다. 그 섬의 면적은 8㎢이고, 둘레는 40km다. <사진 1>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며 발생시키는 바다안개가 그 섬 일대를 자주 뒤덮기 때문에 미국 정찰위성의 시야가 가려질 뿐 아니라, 섬의 서북쪽에는 깊숙이 패인 만(灣) 네 군데가 육지쪽으로 입을 벌리고 있고, 동남쪽은 깎아지른 듯한 해안절벽이 이어지는 험한 지형으로 되어 있어서, 잠수함기지를 건설하기에 천혜의 자연지리적 조건을 갖춘 섬이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그 섬에서 외래침략군과 싸우는 조국수호전에 투입할 군마를 길렀기에 섬의 이름을 마양도(馬養島)라 불렀는데, 오늘날 북은 그 섬에서 조국통일대전에 투입할 잠수함 전력을 기르고 있는 것이다.


<연합뉴스> 2010년 5월 27일 보도에 따르면, 마양도잠수함기지는 “대규모로 지하화된 잠수함기지”다. 아니나 다를까 마양도잠수함기지를 촬영한 상업위성사진을 보면, 잠수함이나 군함이 정박하는 해상작전부두가 여섯 군데 있고, 기지방어를 위한 미사일기지가 세 군데 있고, 지하잠수함기지에서 해저로 드나드는 해안동굴식 출입구가 두 군데 있음을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마양도 전체가 거대한 잠수함기지인 것이다.


1996년 9월 강릉잠수함사건 당시 한국군에게 피체되어 유일하게 생존한 북의 잠수함 조타수는 <조선일보> 2010년 5월 31일 기사에서 “함경남도 마양도 해군 4전대에 있는 잠수함수리소에 들어가면 북한 잠수함 집합소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목격담에 따르면, 마양도잠수함기지에는 잠수함을 은폐, 엄호하는 지하정박장만 있는 게 아니라 잠수함을 수리, 정비하는 지하정비장도 있는 것이다. 지하정박장과 지하정비장이 있으므로, 잠수함을 건조하는 지하조함장도 당연히 있다. 


그런데 이제껏 오랜 세월 동안 미국 정찰위성의 감시를 차단한 지하잠수함기지 안에서 잠수함의 건조와 무장탑재, 정박과 출동, 수리와 정비 등을 은밀히 진행해오던 북은 올해 초 잠수함에 설치하는 미사일발사관 한 기를 지하잠수함기지 밖에 내놓는 매우 이례적인 노출행동을 하였던 것이다. 북은 잠수함에 설치하는 미사일발사관 한 기를 실수로 지하잠수함기지 밖에 잠시 놓아두었던 것일까?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그 날의 이례적인 행동은 의도적인 노출이었다. 북은 미사일발사관 한 기를 미국 정찰위성에 일부러 노출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핵무기를 보유한 군사강국들은 자기의 전략무기를 외부에 노출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특수상황에서는 적국에게 자기의 전략무기에 관한 정보를 넌지시 알려줄 필요도 있다. 적국을 심리적으로 압박하여 기를 꺾어놓기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다.


북은 잠수함에 설치하는 미사일발사관 한 기를 의도적으로 미국 정찰위성에 노출함으로써 조선인민군 잠수함연합부대가 잠대지탄도미사일을 탑재한 강력한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에게 넌지시 알려준 것이다. 올해 초 미국은 마양도잠수함기지 밖에 놓인 미사일발사관이 촬영된 정찰위성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북이 잠대지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마침내 실물로 확인하였기 때문이다. 북과 미국이 전쟁을 벌이는 경우 북이 사전에 은밀히 출동시킨 잠수함연합부대가 미국 본토를 공격하기 좋은 바다 속에 매복해 있다가 불시에 미국의 수도와 군사전략거점들을 향해 핵탄을 장착한 잠대지탄도미사일을 동시다발로 발사하면 미국의 멸망은 피할 수 없을 터이니, 미국이 충격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북에는 노후화된 소형 잠수함들만 있다는 허위선전에 속아 넘어간 사람들에게는 잘 믿기지 않는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북은 잠대지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스텔스 핵공격잠수함을 자체 기술로 건조하고 운용하는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과 더불어 세계 최강의 잠수함강국이다. 일본도 자칭 잠수함강국이라고 하지만, 북의 잠수함 전력에 상대가 되지 않는다. 북의 놀라운 잠수함 전력에 관해서는 지난 6월 23일과 9월 15일 <자주민보>에 각각 실린 나의 글 ‘세계가 놀랄 북의 잠수함련합부대의 위력’(http://www.jajuminbo.net/sub_read.html?uid=16615)
과 ‘해수면 위로 떠오른 북의 핵공격잠수함’(http://www.jajuminbo.net/sub_read.html?uid=17667)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


올해 초 미국은 자국 정찰위성이 마양도잠수함기지 밖에 놓인 미사일발사관을 촬영하였다는 중요한 정보를 8개월이 지나도록 외부에 알리지 않고 쉬쉬하였다. 북이 세계 최강의 잠수함강국이라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입을 다물어버린 것이다. 미국은 입을 다문 것만이 아니라 부랴부랴 대응책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것이 바로 ‘합동항공 및 미사일방어 모의전쟁연습’이다.

 

▲ <사진 2> 미국 군부는 2014년 2월 10일부터 일주일 동안 하와이의 진주항-힉컴합동기지에 있는 제613공군작전사령부에서 일본자위대를 참가시킨 가운데 '합동항공 및 미사일방어 모의전쟁연습'을 실시하였다. 이것은 북이 잠수함에 설치하는 미사일발사관을 일부러 미국 정찰위성에게 노출한 것을 보고 놀란 미국이 일본을 끌어들여 대북미사일방어체계를 통합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실전급 모의전쟁연습을 부랴부랴 실시한 것이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미국 공군 웹사이트 2014년 2월 22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군부는 2014년 2월 10일부터 일주일 동안 하와이의 진주항-힉컴합동기지에 있는 제613공군작전사령부에서 일본자위대를 참가시킨 가운데 ‘합동항공 및 미사일방어 모의전쟁연습 V(Integrated Air and Missile Defense Wargame V)’를 실시하였다. 이 모의전쟁연습은 미국군과 일본자위대의 대북미사일방어체계를 통합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실전급 전쟁연습이었다. <사진 2>


하지만 일본자위대를 대북미사일방어체계에 끌어들여 북의 미사일공격을 막아보려는 미국군의 노력은 조선인민군 잠수함연합부대의 잠대지미사일공격 앞에서 헛고생으로 끝날 것이다. 왜냐하면 잠대지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기술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대지탄도미사일도 막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처지에 잠대지탄도미사일을 막아보려는 것은 공상과학소설에 나올 이야기다.

 

▲ <사진 3> 이것은 상업위성이 촬영한 신포조선소의 신축 시설물 영상자료다. 미국의 군사전문가 조셉 버뮤디즈는 이 시설물이 잠대지탄도미사일 연소시험을 위한 시험장일 것으로 추정하였다. 그러나 그 시설물은 연소시험장이 아니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신포조선소에 신축된 시설물은 연소시험장이 아니다


미국 정찰위성이 마양도잠수함기지 밖에 놓인 미사일발사관을 촬영한 때로부터 약 10개월 뒤인 지난 10월 28일 미국의 대북정보 민간웹사이트인 <38 노스(North)>에 조셉 버뮤디즈(Joseph S. Bermudiz, Jr.)의 글이 실렸다. ‘북코리아: 해상배치탄도미사일의 수직발사를 위한 시험시설이 포착되다’라는 제목의 글이다. 버뮤디즈는 미국에서 조선인민군 연구자로 알려진 군사전문가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라는 용어가 국제사회에서 널리 쓰이는데도, 거의 쓰이지 않는 해상배치(sea-based)탄도미사일이라는 모호한 용어를 굳이 선택한 것부터 좀 이상한 느낌을 준다.


그의 글에 따르면, 상업위성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연소시험을 위해 신포조선소에 신축한 연소시험장을 촬영하였다는 것이다. 또한 그의 글에 따르면, 2013년 9월에 촬영된 상업위성사진에서는 북이 기존의 작은 수직연소시험대를 철거하고, 그보다 더 큰 수직연소시험대를 건설하면서, 그 주변에 수직연소시험대와 관련된 여러 시설물들도 건설하기 시작하였음을 알 수 있는데, 그 공사는 2014년 4월에 끝났다는 것이다.


상업위성사진을 분석한 버뮤디즈의 주장에 따르면, 가로와 세로가 각각 약 35m, 약 30m인, 콘크리트로 포장된 연소시험장 한복판에 높이가 약 12m인 연소시험대(test stand)가 곧추 세워졌고, 그 옆에는 가로와 세로가 각각 약 41m, 약 32m인 공간에 정사각형 시험격실(test cell) 40개가 가득 들어찬 시설물이 신축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연소시험대로부터 북동쪽으로 약 25m 떨어진 곳에 가로와 세로가 각각 80m, 10m인 보호제방(protective berm)이 세워졌다는 것이다. <사진 3>

 

▲ <사진 4> 이 상업위성사진은 버뮤디즈가 연소시험장이라고 추정한 시설물을 찍은 사진을 확대한 것이다. 콘크이트로 포장된 마당 한복판에 약 12m 높이로 곧추 세워진 물체가 보인다. 버뮤디즈는 그 물체를 연소시험대라고 추정하였다. 그런데 연소시험장이라면 마땅히 있어야 할 화염방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이 시설물은 연소시험장이 아닌 것이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이처럼 버뮤디즈는 신포조선소에 신축된 그 시설물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연소시험장이라고 추정하였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그것은 오판이다. 아래와 같은 사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시험대에 수직으로 세워놓고 연소시험을 실시하면 엄청난 화염이 방출되는데, <사진 4>에 나타난 그 시험장에는 화염방출구가 없다. 화염방출구가 없으면, 화염이 사방으로 퍼져나가 화재가 발생하게 된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그 시설물이 연소시험장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둘째, 버뮤디즈는 자신이 보호제방으로 추정한 시설물이 연소시험에서 방출되는 화염과 후폭풍을 막아주는 차단물이라고 추정하였다. 그런데 그가 보호제방으로 추정한 차단물은 북쪽과 동쪽에만 축성되었고, 남쪽과 서쪽에는 없다. 보호제방을 축성하려면 동서남북으로 둘러싸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데, 이상하게도 남쪽과 서쪽은 터놓았다. 그보다 더 이상한 것은, 제1부속건물과 제2부속건물이 연소시험장에서 각각 약 30m, 약 4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근거리에 있고, 용도를 알 수 없는 건물 두 채가 연소시험장에서 약 8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데, 이 건물들은 모두 보호제방이 없는 공간에 세워졌다는 점이다. 연소시험에서 방출되는 화염과 후폭풍을 막아주는 차단물은 당연히 부속건물 앞에 세워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화염과 후폭풍이 방출되면 그 건물들은 당연히 화재를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그 시설물이 연소시험장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셋째, 그 시설물은 지난 4월에 완공되었는데, 완공된 이후 그 시설물에서 연소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연합뉴스> 2014년 11월 2일 보도기사에 따르면, 북은 지난 시기 지상실험시설과 해상실험시설에서 잠대지탄도미사일 수직발사실험을 계속 실시해왔다는데, 버뮤디즈가 연소시험장으로 추정한 그 시설물에서는 완공 후 반년이 지나도록 연소흔적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그 시설물은 원래 그 자리에 있던 시설물을 철거하고 신축한 것인데, 철거된 옛 시설물이 연소시험장이었다면 이전에 그곳에서 연소흔적이 발견되었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철거된 옛 시설물에서도 연소흔적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정황은 그 시설물이 연소시험장이 아니라는 점을 말해준다.


넷째, 함경북도 북청군과 흥원군에 각각 인접한 신포시는 북측 동해안에서 손꼽히는 어항도시다. 신포명란젓과 북청명태가 신포의 특산물이다. 조선중앙통계국이 2008년에 실시한 인구조사에 따르면, 당시 신포시 인구는 15만2,759명이다. 신포조선소 인근에는 원양어업기지인 신포수산련합기업소와 대형 해산물가공공장들이 집결되어있고, 평양과 라진을 연결하는 평라선이 지나는 신포역도 있다. 그런 어항도시에서 잠대지탄도미사일 연소시험을 실시하여 폭음과 화염을 방출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건설부지를 다른 데서 찾지 못해 하필 어항도시 안에 연소시험장을 건설하였겠는가! 


다섯째, 함경남도 신포시 인근에 마양도잠수함기지가 있기 때문에 미국 정찰위성은 그 지역을 일상적으로 감시한다. 중요한 군사시설을 미국 정찰위성에 절대로 노출하지 않는 북이 그처럼 미국 정찰위성의 집중감시를 받는 지역에 잠대지탄도미사일 연소시험장을 건설하였다는 버뮤디즈의 추정은 납득되지 않는다.


여섯째, 이미 오래 전부터 각종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을 운용해오고 있는 북이 이제 와서 잠대지탄도미사일 연소시험장을 또 다시 건설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상업위성사진에 나타난 그 시설물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상업위성사진에 나타난 흐릿한 형태만 보고서는 알기 힘들다. 아마도 그 시설물은 신포조선소가 어선건조를 위해 세워놓은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 <사진 5> 이것은 지난 10월 초 상업위성이 신포조선소 정박장을 촬영한 사진이다. 처음 보는 잠수함 한 척이 정박해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 잠수함은 북이 1994년에 수입한 러시아산 골프급 잠수함을 해체, 역설계하여 이미 오래 전에 건조하여 그 동안 운용해온 수상배수량 4,000t급 잠수함이 아니다. 신포급 잠수함으로 부를 수 있는 이 잠수함은 북이 자체 기술로 건조한 골프급 잠수함보다 작은 수상배수량 3,000t급 잠수함인 것이다. 북의 골프급 잠수함에는 화성-10호 잠대지탄도미사일이 탑재되고, 신포급 잠수함에는 그보다 크기가 작은 또 다른 잠대지탄도미사일이 탑재된다. 그 두 미사일은 모두 전시에 핵탄을 싣고 미국 본토로 날아갈 초강력 전략미사일들이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신포조선소 정박장에 나타난 잠수함은 최근에 건조된 잠수함이 아니다


지난 2014년 10월 19일 <38 노스>에 흥미로운 분석기사가 실렸다. 버뮤디즈가 쓴 그 글의 제목은 ‘신형 잠수함 획득한 북의 해군(The North Korean Navy Acquires a New Submarine)’이다. 그 글에서 그는 외부에 ‘봉대보일러공장’으로 알려진 신포조선소의 정박장을 최근에 찍은 상업위성사진에 처음 보는 잠수함 한 척이 나타났다고 서술하면서, 상업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그 잠수함의 길이는 약 67m, 폭은 약 6.6m, 수중배수량은 900~1,500t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였다. <사진 5>


원래 신포조선소는 어선을 건조하는 곳이므로, 그 조선소의 정박장에는 잠수함이 정박하지 않는다. 북의 잠수함이 정박하는 곳은 바로 옆에 있는 마양도잠수함기지다. 그런데 왜 마양도잠수함기지가 아닌 신포조선소 정박장에 잠수함이 나타난 것일까?


버뮤디즈는 신포조선소 정박장에 나타난 잠수함이 러시아의 킬로급(Kilo-class) 잠수함이나 라다급(Lada-class) 잠수함과 외형이 비슷하다고 했는데, 그것은 그 잠수함의 함수가 러시아의 킬로급 및 라다급 잠수함들의 함수와 마찬가지로 달걀처럼 둥그렇게 생겼다는 뜻이다.

   
신포조선소 정박장에 매우 이례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잠수함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정보는 지난 11월 2일 남측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남측 정부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그 보도기사에 따르면, 북은 러시아산 골프급(Golf-class) 잠수함을 수입하여 해체,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였다고 하면서, 자신이 말하는 잠수함은 위에서 언급한 버뮤디즈의 글에 나오는, 얼마 전 신포조선소 정박장에 모습을 드러낸 바로 그 잠수함이라고 하였다.


러시아산 골프급 잠수함을 해체,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건조한 북의 잠수함을 북에서 어떤 이름으로 부르는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므로, 이 글에서는 편의상 골프급 잠수함이라 부른다. 또한 얼마 전 신포조선소 정박장에 모습을 드러낸 북의 잠수함을 북에서 어떤 이름으로 부르는지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므로 이 글에서는 편의상 신포급 잠수함이라 부른다.

 
위에 인용한 언론보도에서 남측 정부소식통은 북의 신포급 잠수함이 골프급 잠수함과 동일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북의 잠수함개발사에 대해 무지한 남측 언론매체들은 남측 정부소식통의 그 말을 믿고 북의 골프급 잠수함과 신포급 잠수함이 동일한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하였지만, 그것은 오보다. 북의 골프급 잠수함과 신포급 잠수함이 서로 다른 종류의 잠수함들이라는 사실을 논증하려면 아래와 같은 정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러시아산 골프급 잠수함의 수상배수량은 2,800t이고, 함체길이는 98.4m이고, 함체너비는 8.2m이다. 북은 러시아산 골프급 잠수함을 해체,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자국산 골프급 잠수함을 건조하였는데, 그것은 복제가 아니라 개량이었다. 북의 골프급 잠수함은 러시아산 골프급 잠수함보다 크기가 좀 더 크게 설계되었던 것이다. 북의 골프급 잠수함과 러시아산 골프급 잠수함이 어떻게 다른지를 말해주는 정보는 아래와 같다.

▲ 1995년 4월 2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신형잠수함에 대해 보고를 하는 김광진 차수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북에서 건군절을 맞은 1995년 4월 2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신형 잠수함 모형 앞에서 당시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이었던 김광진 차수의 보고를 받는 장면을 촬영한 기록사진이 조선혁명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는데, 그 사진에 나타난 북의 신형 잠수함 모형은 함체 등부에 2층 공간을 얹는 방식으로 수직공간을 크게 확장한 잠수함이다. 러시아산 골프급 잠수함에는 미사일발사관을 3문밖에 설치하지 못하지만, 북이 개발한 골프급 잠수함에는 미사일발사관 10문이 설치되었다. 수상배수량 4,000t급인 북의 골프급 잠수함은 함체길이가 약 110m이고, 함체너비가 약 13m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서는 지난 9월 15일 <자주민보>에 실린 나의 글 ‘해수면 위로 떠오른 북의 핵공격잠수함’(http://www.jajuminbo.net/sub_read.html?uid=17667)에서 자세히 논한 바 있다.


그런데 며칠 전 남측 정부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북의 신포급 잠수함은 수상배수량이 2,500~3,000t, 함체길이가 약 67m, 함체너비가 약 6.6m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함체길이와 함체너비에 대한 추산은 버뮤디즈의 글에서 따온 것이고, 수중배수량은 버뮤디즈의 엉터리 추산을 그대로 인용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크게 증대시켜놓은 것이다. 버뮤디즈는 신포급 잠수함의 수상배수량을 900~1,500t으로 추산하였는데, 너무 엉터리로 추산한 것이다.


러시아산 골프급 잠수함의 수상배수량은 2,800t이고, 함체길이는 98.4m이고, 함체너비는 8.2m이고, 나의 추산에 따르면, 북의 골프급 잠수함의 수상배수량은 약 4,000t이고, 함체길이는 약 110m이고, 함체너비는 약 13m이다. 그런데 신포급 잠수함의 수상배수량은 2,500~3,000t이고, 함체길이는 약 67m이고, 함체너비는 약 6.6m라고 하니, 러시아산 골프급 잠수함이나 북의 골프급 잠수함과 비교해서 너무 큰 차이가 난다. 이런 차이는 북의 골프급 잠수함과 신포급 잠수함이 서로 다른 종류의 잠수함들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둘째, 북이 골프급 잠수함을 개발하기 시작한 때는 1995년이다. 그런데 <연합뉴스> 2014년 11월 2일 보도기사에서 남측 정부소식통은 북이 러시아산 골프급 잠수함을 해체, 역설계하는 방식으로 신포급 잠수함을 건조해 “최근에 진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언급한 ‘최근진수설’은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다. 북은 러시아산 골프급 잠수함을 1994년에 수입하였고, 1995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했는데,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2014년에 진수했다니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 북이 러시아산 골프급 잠수함을 해체, 역설계하여 그보다 더 성능이 좋은 골프급 잠수함을 만들어내기까지 20년이 걸리지 않은 것은 분명하고, 북의 잠수함건조경험과 잠수함건조기술을 생각하면, 아무리 늦춰 잡아도 7~8년 뒤에 자국산 골프급 잠수함을 건조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의 골프급 잠수함이 2002년부터 2003년 사이에 건조되었다면, 북의 신포급 잠수함은 언제 건조되었을까? 지금까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매우 제한된 정보만 가지고서는 신포급 잠수함의 건조시기를 추정하기 힘들다. 다만 북의 신포급 잠수함이 최근 몇 해 사이에 건조된 것이 아니라, 오래 전에 건조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신포급 잠수함은 신형 잠수함이 아닌 것이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신포급 잠수함에 탑재하는 잠대지탄도미사일이 이미 존재한다는 사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신포급 잠수함에 잠대지탄도미사일을 싣는 장면이 포착되다


지난 11월 2일 남측의 주요언론매체들은 북의 신포급 잠수함이 진수는 되었지만, 거기에 탑재할 잠대지탄도미사일은 아직 완성되지 못했다고 일제히 보도하였다. 북이 신포급 잠수함에 탑재할 미사일을 발사하는 실험을 지상과 해상에서 수십 차례나 실시하였으나 아직 실험성공에 이르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지상실험시설과 해상실험시설의 규모와 실험진행속도를 보면 앞으로 1~2년 안에 잠대지탄도미사일 수직발사관실험이 완료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측 주요언론매체들의 이런 보도행태는 그들이 북에 관한 보도기사에서 상투적으로 사용하는 전형적인 미완성설이다. 


미국과 남측은 북이 신형 무기를 공개할 때마다 그 무기는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라는 식의 미완성설을 날조하여 퍼뜨렸다. 화성-10호 중거리미사일이 공개되었을 때도 그러했고, 주체식 미싸일요격종합체가 공개되었을 때도 그러했고, 화성-13호 대륙간탄도미사일이 공개되었을 때도 그러했고, 신형 방사포가 공개되었을 때도 그러했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그들은 이번에 북이 신포급 잠수함에 탑재할 잠대지탄도미사일을 일부러 미국 정찰위성에 노출하였는데도, 그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어 버리고, 앞뒤가 맞지 않는 상투적인 미완성설을 또 다시 꺼내놓은 것이다.


상투적인 미완성설을 논파할 유력한 증거는 지난 2014년 10월 19일 <38 노스>에 실린 버뮤디즈의 글 ‘신형 잠수함 보유한 북의 해군’에 나오는 상업위성사진에서 발견되었다. 그 상업위성사진에는 기다란 상자처럼 생긴 물체를 신포급 잠수함에 싣기 위해 부두에서 잠수함 사령탑 쪽으로 놓아둔 모습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것 역시 북이 미국 정찰위성에게 드러낸 의도적인 노출행동이었다.


버뮤디즈는 그 물체의 길이가 약 8.4m이고, 너비가 약 65cm인 것으로 추산하였다. 그 기다란 상자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었던 것일까? 버뮤디즈는 그 기다란 상자에 미사일이 들어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섣불리 단정했지만, 잠수함에 싣는 물건들 가운데 그처럼 길이가 긴 물건은 미사일밖에 없다. 그것은 미사일을 무기고에 보관하거나 무장탑재를 위해 운반할 때 사용하는 상자이고, 그 속에는 길이가 약 8.2m이고, 지름이 약 60cm인 잠대지탄도미사일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미사일이 아니라 어뢰가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북의 잠수함에 탑재되는, 길이가 7.2m이고, 지름이 53.3cm인 533mm 중어뢰는 그 상자의 크기와 어울리지 않는다.

 

▲ <사진 6> 1960년대에 미국이 만든 1세대 잠대지탄도미사일 폴라리스가 잠수함 수중발사대에서 발사되어 하늘로 솟구치는 장면이다. 북은 이런 종류의 잠대지탄도미사일을 탑재한 초강력한 잠수함대를 운용하고 있다. 잠대지탄도미사일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축소판이므로, 잠대지탄도미사일을 보유한 것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운용한다는 뜻이다. 현재 전략잠수함과 잠대지탄도미사일을 보유한 핵강국은 조선,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여섯 나라밖에 없다. 최근 인도가 잠대지탄도미사일 개발을 추진하는 중이다.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북이 원래 잠대지탄도미사일로 개발한 화성-10호는 길이가 12m이고, 지름이 1.5m이므로, 위에서 언급한 상업위성사진 속의 잠대지탄도미사일보다 길이가 약 4m, 지름이 약 90cm 더 길다. 그러므로 신포급 잠수함에 탑재되는 잠대지탄도미사일은 화성-10호와 같은 종류의 미사일이 아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신포급 잠수함에 탑재되는 잠대지탄도미사일은 화성-10호보다 크기가 작은, 북이 이제껏 공개하지 않은 또 다른 잠대지탄도미사일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 잠대지탄도미사일은 미국이 만든 잠대지탄도미사일들 가운데 크기가 가장 작은 1세대 잠대지탄도미사일인 폴라리스(Polaris)보다도 크기가 조금 더 작다. <사진 6> 폴라리스 사거리는 4,600km이므로, 신포급 잠수함에 탑재되는 잠대지탄도미사일 사거리는 약 3,000km인 것으로 추정된다.


수상배수량 4,000t급인 북의 골프급 잠수함에는 화성-10호 잠대지탄도미사일이 탑재되고, 수상배수량 3,000t급인 신포급 잠수함에는 화성-10호보다 작은 또 다른 잠대지탄도미사일이 탑재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그 날 신포조선소 정박장에서 조선인민군 잠수함대는 미사일상자에서 잠대지탄도미사일을 꺼내 신포급 잠수함에 탑재하고 있었던 것이다.


북의 골프급 잠수함에 탑재되는 잠대지탄도미사일과 신포급 잠수함에 탑재되는 잠대지탄도미사일은 모두 전시에 핵탄두를 싣고 미국 본토로 날아갈 핵탄미사일들이다. 북의 골프급 잠수함과 신포급 잠수함은 미국을 벌벌 떨게 만드는 핵공격잠수함들인 것이다. 미국이 북의 잠수함들이 쏘는 핵탄미사일들을 막아낼 아무런 수단을 갖지 못했다는 점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게 닥치는 핵탄피격위험은 증폭된다. 그들은 핵탄피격위험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공포를 느끼게 된 것이다.


북은 2014년 1월 잠수함에 설치하는 미사일발사관 한 기를 마양도잠수함기지 밖에 일부러 놓아둠으로써 잠대지탄도미사일이 탑재된 잠수함을 보유하였음을 미국에게 넌지시 알려주었고, 지난 8월에는 그 잠수함기지에서 4km 떨어진 신포조선소 정박장에 신포급 잠수함을 정박시켜놓고 그 잠수함에 잠대지탄도미사일을 싣는 장면까지 미국에게 보여줌으로써 미국이 느끼는 핵탄피격위험을 더욱 증폭시켜놓았다. 북이 시간이 지날수록 전략무기 노출강도를 차츰 높여가고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그러면 다음번에는 북의 잠수함이 어떤 놀라운 모습으로 미국을 경악과 충격에 몰아넣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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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헌호 칼럼] 
 
입력 : 2014-11-03  09:25:35   노출 : 2014.11.03  09:41:15
 

1. 일부 정치학자들은 정치를 일컬어 ‘사회적 자원 배분권을 둘러싼 권력투쟁’이라 정의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국회의원들이 정부 예산안을 본격적으로 심사하는 11월은 이들에게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요. 특히 올해에는 국회법이 개정되어 여야가 예결위에서 11월말까지 합의를 하지 못할 경우 예산안이 12월 1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부의’되고, 12월 2일까지 자동상정되어 표결이 이뤄질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몇 %나 된다고 봅니까?

⇒ 개정된 국회법,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의 규정에 비춰 보면 그럴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봅니다. 개정된 국회법(제85조의3)을 보면 ‘예산안 등 본회의 자동부의 등’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데요. 이 조항을 보면 국회의원들이 이 법을 만들 때 교묘하게 ‘자동부의’, ‘자동상정’을 피할 수 있는 출구를 만들어 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와 여당이 과거와 같이 날치기를 시도하지 않는 이상, 일부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과 같이 예산안이 12월 1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부의’되고, 12월 2일까지 자동상정되어 표결이 이뤄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2. 그렇게 보는 근거가 있나요?

⇒ 개정된 국회법(제85조의3)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국회 예결위는 11월말까지 예산안과 부수 법률안 심사를 마쳐야 한다. 만약, 그 때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12월 1일 본회의에 자동부의된 것으로 본다. 다만, 의장이 여야 원내대표들과 합의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 이것은 <여야 합의가 안 되면> 12월 1일 예산안 등이 본회의에 자동부의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3. 여야 합의가 안 되었다 하더라도 의장이 단독으로 본회의에 부의하거나 상정할 가능성은 없나요?

⇒ 그럴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봅니다. 국회법(제85조의3의 3항)을 보면 이런 내용도 나옵니다. ‘같은 제목의 예산 부수 법률안이 둘 이상일 경우 (의장은) 그 중 하나만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조항에 따르면 법률안과 동일한 효력을 지니는 예산안도 여야가 서로 다른 예산안을 제시하며 다툴 경우 의장이 그 중 하나만을 골라서 부의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것은 과거의 날치기와 별반 다를 게 없기 때문에 의장이 이와 같은 무리수를 둘 것 같지는 않습니다.  

   
▲ 국회 본회의장. ⓒ 연합뉴스
 

4. 여야 합의가 없는 한, 또는 여당의 날치기가 없는 한, 12월 2일까지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고, 자동 상정되어 표결에 이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거군요? 

 그렇습니다. 

5. 올해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은 어떤 것이 될 것 같습니까?

⇒ 세출 부문에서는 지방교육 예산이, 세입 부문에서는 담뱃세, 주민세 등 서민증세가 가장 큰 쟁점이 될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전면전을 예상하고 야당을 겨냥해 선제공격을 했는데요. 세출 부문에서는 야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누리과정 확대 공약 때문에 지방교육청에 재정위기가 도래했다는 비판을 하자, 정부는 오히려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을 삭감하며 초강수로 맞서고 있습니다. 또 세입부문에서는 야당이 담뱃세, 주민세 인상을 서민증세라 규정하고 반대하자, 정부는 담뱃세 인상으로 인한 세수 증가분 전부를 중앙정부 세수로 돌리며 본격적인 논쟁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6. 정부가 이와 같이 초강수를 둔 이유가 무엇입니까?

 정부가 수비로 맞서기보다는 본격적인 논쟁을 시도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누리과정 비용 논란에 있어서도 야당이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문제삼자, 정부가 무상급식 등 무상복지가 지방교육재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맞불을 놓고 있습니다. 또 담뱃세 인상 논란에 있어서도 야당이 담뱃세 인상을 서민증세라 규정하고 반대하자, 정부는 국민건강을 위해 담뱃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일부 여론을 등에 업고, 공격적인 서민 증세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7. 이와 같은 정부의 공세적인 태도에 대해 야당은 어떻게 맞서고 있습니까?  

 누리과정 비용과 관련하여 야당은 박 대통령 공약 이행으로 인한 비용은 전액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박 대통령 누리과정 확대 공약 이행으로 인한 시도 교육청 비용은 최근 3년간 1조6천억원에서 3조9600억원으로 2조3600억원이나 증가했는데요. 야당과 시도 교육청은 이 비용 전부를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담뱃세, 주민세 인상 등과 관련하여 야당은 서민증세보다 부자감세 철회가 우선이라는 입장입니다. 저희 연구소가 추정한 바로는 MB정부 이후 법인세 감세로 연간 10조원의 세수 공백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따라서 야당은 서민증세보다 감세 철회가 더 시급하다고 주장합니다.

8. 박 대통령의 누리과정 확대 공약 이행으로 시도 교육청 비용이 크게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내년에 시도교육청에 교부하는 교육재정 교부금을 1조원 이상 줄였다고 합니다. 정부가 이런 행보를 보이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정부는 세 가지 이유를 들어 교육재정 교부금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첫째, 초중고 학생수가 줄고 있고, 둘째, 교사 월급이 국제 수준이 비해 높으며 셋째, 시도 교육청의 예산 불용액, 이월액이 지난 6년간 연평균 4조원 이상이었다는 것을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누리과정 확대 공약 이행으로 인한 시도 교육청 추가 비용이  연간 2조 4000억원이나 급증한 상황에서 내년 교육재정 교부금을 1조원 이상 줄이는 것은 모든 상황을 충분히 고려한다 하더라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9. 정부는 담뱃세 인상으로 인한 세수가 2조8000억원에 이를 것이라 했습니다. 그런데 그 세수 대부분을 중앙정부 세수로 채울 것이라 해서 또 논란이 되고 있지요?

 현행법에 따르면 담뱃세 세수 중 62%는 지방세로, 38%는 국가수입으로 징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담뱃세법 개정안을 보면 담뱃세 추가 세수 중 100%가 국가수입으로 징수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즉, 정부 주장을 들어보면 담뱃세 인상으로 국세인 개별소비세 세수가 1조7000억원 이상 확보될 것이라 합니다. 또 정부 주장을 들어보면 담뱃세 인상으로 국가수입인 건강증진 부담금 수입이 8000억원 이상 확보될 것이라 합니다. 이 두 가지를 합치면 국가수입이 2조5000억원 이상인데요. 국세인 부가가치세 세수도 3000억원 가까이 확보되기 때문에 2조 8000억원 전액이 국가수입으로 들어갑니다. 야당과 지자체들은 정부의 이런 시도가 터무니없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10. 정부가 상당히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정부가 왜 이런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봅니까?

 정부가 야당과의 여론전을 앞두고 전략적으로 초기에 강한 협상안을 내놓은 것 같습니다. 누리과정 비용의 경우에도 정부 입장에서는 내줄 돈이 많지 않기 때문에 야당과 시도 교육청의 기대치를 최대한 낮추고 협상에 임하는 것이 좋다고 본 것 같습니다. 정부 의도대로 야당과 시도 교육청의 초기 기대치를 최대한 낮출 경우, 나중에 협상 결과는 정부에게 유리하게 나올 수 있습니다.

즉 초기 기대치를 최대한 낮추면 협상 결과 수준도 낮아지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돈을 적게 내 주고 야당과 시도 교육청의 체면을 세워줄 수 있습니다. 담뱃세 인상의 경우에도 정부는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 같습니다. 일단 담뱃세 인상안 목표치를 최대한 높여서 야당과 흡연자들의 거부감을 최대화한 후, 나중에 협상과정에서 중간 정도의 타결을 모색하는 겁니다. 

즉 초기 목표치를 최대한 높이면 협상 결과 수준도 높아지기 때문에 최초에 목표치를 낮게 세워 중간 정도의 협상 결과를 얻는 것보다 정부가 훨씬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정부의 이와 같은 꼼수가 매우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투명하고 정정당당한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꼼수만 노리는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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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이 지켜야 하는 것은 ‘진실’입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4/11/03 12:02
  • 수정일
    2014/11/03 12:0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영화 ‘제보자’ 실제 주인공들, 지금은 뭐하나 봤더니
 
언론인이 지켜야 하는 것은 ‘진실’입니다
 
임병도 | 2014-11-03 08:39:4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2005년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논란’을 다룬 영화 ‘제보자’가 누적 관객 170만 명을 넘었습니다. 방송국 PD가 줄기세포 논문 조작에 대한 제보를 받고, 진실을 파헤치는 취재 과정을 다룬 영화 ‘제보자’는 상영 전부터 화제를 몰고 왔습니다.

영화 ‘제보자’는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사건이 어떻게 세상에 알려지게 됐고, 과연 진실이 어떻게 왜곡되고 숨겨지는지 그 과정을 현실과 너무 똑같을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됐습니다.

많은 관객들이 영화 '제보자'를 보고 당시 사건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영화 속 주인공들은 지금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요?


‘방송을 못하고 쫓겨난 PD들’

영화 ‘제보자’에는 줄기세포 논문 조작을 제보하는 심민호(유연석 분)라는 인물과 이를 취재하는 윤민철 PD(박해일 분), 이장환 박사 (이경영 분)와 이성호 팀장(박원상 분) 등이 등장합니다.

윤민철 PD는 MBC PD수첩 '황우석 신화의 난자 의혹'편을 취재한 한학수 PD가 실제 주인공입니다. 한학수 PD는 영화 속 윤민철 PD처럼 취재와 방송 과정에서 엄청난 압박과 고통을 받았습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한학수 PD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한 PD는 10월 31일에 '신사업개발센터'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이름도 생소한 ‘신사업개발센터’는 MBC가 교양국을 폐지하면서 PD들을 비제작부서로 보내기 위해 만든 신설부서입니다. 결국, 그는 PD수첩과 같은 프로그램을 현재는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장환 박사와 함께 줄기세포를 연구하다 논문조작을 제보한 심민호 팀장(유연석 분)의 실제 주인공은 류영준 교수입니다. 당시 신경외과 레지던트로 근무했던 류영준 교수는 제보와 함께 원자력병원에서 쫓겨나 1년 반 정도 실직했습니다. 이후 병리학과로 전공을 바꿨고, 고대구로병원 병리학과장의 도움으로 겨우 병원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에 강원대 교수로 채용됐습니다.

방송국 책임 PD로 윤민철 PD를 격려하고 지원했던 이성호 팀장(박원상 분)은 PD수첩 책임PD였던 최승호 PD가 모델입니다. 최승호 PD는 ‘4대강 사업’이나 ‘검사와 스폰서’ 등을 제작하며 ‘PD수첩’을 이끌었지만, 2012년 파업참여로 MBC에서 해고됐고, 현재는 대안언론 뉴스타파 앵커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결국, 영화 ‘제보자’에 나왔던 실제 주인공들은 모두가 인생에서 쓴 맛을 겪고 있는 셈입니다. 진실을 알린 대가가 고작 좌천과 해고였습니다.


‘MBC,시청자의 눈과 귀를 막기 위해 교양국을 폐지하다’

MBC는 ‘핵심 역량의 집중과 확대, 조직 혁신으로 효율성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 개편’이라는 이유를 내세우며 ‘교양국’을 폐지했습니다.[각주:1]

교양국을 폐지하면서 MBC는 PD수첩에서 맹활약을 보였던 PD들을 교육발령이라는[각주:2] 명목으로 현직에서 모두 퇴출시켰습니다. ‘신사업개발센터’,’뉴미디어포맷캐발센터’ 등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조차 짐작도 못할 부서에 PD들을 배치했습니다.

MBC는 국내 최초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으로 MBC에서 ‘왔다 장보리, 무한도전, 진짜 사나이’ 다음으로 시청률이 높은 '불만제로'도 폐지했습니다. MBC는 ‘불만제로’ 폐지는 없다고 하더니 방송 3일 전에 갑작스럽게 방송을 폐지하겠다고 통보하기도 했습니다.

고발프로그램을 없애고 나온 프로그램이 외주제작사가 제작하는 아침 방송을 재탕하거나 맛집 등을 소개하는 등의 일상만 다룬 ‘오늘 저녁’(가칭)이라고 합니다.

‘숫자데스크’처럼 뉴스를 더 재밌고 쉽게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보도하는 기자를 쫓아내는 이유는 시청자의 눈과 귀를 막겠다는 의도입니다. MBC는 예능과 드라마를 통해 수익만 올리는 장사꾼으로 살겠다고 공언한 셈입니다.


‘방송이 무너져도, 이제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시대’

이번 MBC의 ‘부당 전보’와 ‘언론 탄압’은 권재홍 부사장을 위원장으로 대부분 밀실에서 논의됐습니다. [각주:3]

권재홍 부사장은 지난 2012년 MBC 노조원 때문에 다쳐 뉴스 진행을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동영상을 보면 권재홍 앵커는 청경 40여 명에게 둘러싸여 유유히 걸어나갔습니다. [각주:4]

앵커에서 보도본부장으로 이제 부사장으로 승승장구한 권재홍 부사장은 그나마 MBC를 지켰던 PD와 기자들을 모두 쫓아내고 있습니다. 권력을 찬양한 언론인은 성공하고, 권력을 비판한 언론인은 불이익을 받는 시대임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제 이런 일에 대해서 국민들은 당연하다며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언론노조가 파업해도 국민은 외면하고[각주:5] 다른 언론은 보도조차 잘 하지 않고 있습니다.

영화 ‘제보자’에서는 국익과 진실이라는 두 가지가 대립합니다. 국익이 우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과연 국민들이 진실을 알고 싶어 할까?'라는 논리를 펼치기도 합니다.

고 리영희 선생은 ‘내가 종교처럼 숭앙하고 목숨을 걸고 지키려 하는 것은 국가가 아니라 진실이다. 진실에 입각하지 않은 애국은 거부한다’ 생전에 밝히기도 했습니다.

언론인이 지켜야 하는 것은 ‘진실’입니다. 그 진실을 위해 목숨을 걸고 노력한다면 우리 국민들도 그들을 지켜줄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진실을 지키려는 언론인도 그런 언론인을 지켜주는 국민도, 내부의 비리를 말하는 고발자도 없다면 대한민국은 진실을 말할 수도 알려지지도 않게 됩니다.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언론과 두려움으로 내부 비리를 말하지 못하는 사회만 계속 존재한다면, 어느 날 당신이 목이 터져라 진실을 말해도 그 진실은 감춰지게 될 것입니다.

1. 미디어오늘 http://goo.gl/Ot6loY
2. MBC는 교육발령을 받은 기자와 PD들을 상대로 신천교육센터에서 요리 강습 등을 시켜 ‘신천 교육대’라고 불기기도 한다.
3. 문화방송 언론노조 http://goo.gl/OwGo7f
4. 오마이뉴스 http://goo.gl/Ulsr5l
5. 언론노조의 파업이 성공하지 못한 배경에는 언론노조의 문제점도 분명 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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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의 죽음과 환자 안전

한 해 1만7000명! 또 다른 '신해철'이 죽는다

[서리풀 논평] 신해철의 죽음과 환자 안전

 

 

 
신해철의 죽음과 환자 안전
 
가수 신해철의 갑작스런 죽음은 충격이다. 정확한 사정은 알 수 없다. 수사를 한다고 하니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하더라도 '사고'가 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유명인의 죽음이니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사고다. 벌써 '찌라시'에 내용이 올랐다지만 한낱 흥밋거리로 시종할까 걱정스럽다.
 
사고가 명확한 만큼 유명인이 아니라 한 개인으로도 경과와 전후 사정을 밝히는 일은 필요하다. 논평을 작성하는 이 시각까지 여론은 해당 병원이 잘못했을 것이라고 의심하는 쪽이다. 그러나 다들 짐작하듯이 이런 일에 잘잘못을 가리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그 많은 의료 소송의 경과와 결과를 보라.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생기는 것을 흔히 '의료 사고'라 부른다. 치료 때문에 다른 병이나 심각한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에 해당한다. 어떤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어떤 때는 사고라 해야 하는지 딱 부러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흔히 이렇게 부르니 그대로 따른다.
 
꼭 누가 잘못을 해야 의료 사고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언뜻 이해하기 어렵지만 논리로는 당연하다. 건강과 목숨은 많은 사고와 우연에 노출되어 있고, 병원 안이라고 피해가지 않는다. 성형수술을 하러 입원했다가 전혀 상관없는 심장마비를 경험할 수도 있는 법.
 
치료 과정에서 의료 전문가의 잘못이 있으면 '의료 과오'라고 한다. 아주 가끔 황당한 사례로 소개되는 반대편을 수술했다는 잘못은 극단적인 과오다. 이미 말했지만 과오와 사고가 늘 일치하지는 않는다. 잘못이 있었더라도 모두 사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잘못한 것이 없어도 사고는 생길 수 있다.
 
사고와 과오를 두고 무엇이 어때야 바람직한가를 묻는 일은 부질없다. 이상적으로는 잘못한 일이 없어도 생기는, 정말 피할 수 없는 사고를 빼고는 의료 사고가 없어야 한다.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쉬울까.
 
그러나 문제가 복잡하고 어렵다고 그냥 있을 수는 없다. 무엇보다, 누구나 의료 사고에 노출되어 있는 현실이 엄중하다. 개인의 큰 불행을 줄이는 노력을 마땅히 감당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의료 사고와 과오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해도 줄일 수는 있다. 특히 여러 가지 잘못이 겹쳐야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예방에 주목하게 만든다.
 
ⓒ프레시안(손문상)

ⓒ프레시안(손문상)

우선 기본 전제 하나. 나라마다 의료 사고와 과오의 빈도가 다르다. 우연이 아니라 사회적 현상이며, 의료 환경과 제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뜻이다. 개인의 주의와 노력을 넘어 사회 전체로, 그리고 제도로 보완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이번의 사건에서 얻어야 하는 교훈을 살펴보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여유가 충분치 않은 만큼 많은 이유와 조건들 가운데에 무관하지 않을 일부분만 다룬다. 그리고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건과 환경이 관심사다.
 
첫 번째로 '주치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주치의라는 용어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제도인지 문화인지도 유연하게 생각하자. 평소 꾸준히 접촉이 있고 건강과 질병 상태를 잘 알고 있으며 필요할 때 적절한 조치와 안내를 해 줄 수 있는 의료 전문가를 말한다.
 
이제 고인이 된 신해철씨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한국 사람 대부분은 주치의가 없다. 혼자 판단하거나 가족을 비롯한 비전문가의 말에 의존하며 그나마 중구난방이다. 건강에 문제가 생겼거나 검진에 이상이 발견되었다고 할 때 사람들의 행동은 그냥 '혼란'과 '당황'의 수준을 넘는다. 문제가 여럿이고 복잡하면 가장 나쁘다.
 
주치의가 할 수 있는 긍정적 기능은 분명하다. 우선 꾸준히 건강과 질병 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크다. 당연히 질도 비용도 유리하다. 2014년에 미국에서 발표된 '상용 치료원'의 효과 연구를 보자(상용 치료원(regular source of care)은 주치의 대신 영어권에서 많이 쓰는 표현인데, 사람과 기관을 모두 포함한다).
 
연구자들은 "절반 이상의 외래를 응급실로 갔던" 비율을 잣대로 삼았다. 이런 행동은 평소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고(못하고) 문제가 생기면 응급실로 달려간 것을 뜻한다. 상용 치료원이 있는 사람은 그런 비율이 8.1%에 지나지 않았지만, 없는 사람은 21.6%나 되었다. (☞관련 자료 : The Impact of Insurance and a Usual Source of Care on Emergency Department Use in the United States) 주치의가 없고 외래를 주로 응급실로 가는 사정의 앞뒤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하고도 남는다.
 
서울백병원의 김경우 교수 팀이 2013년 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국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도 비슷하다. (☞관련 기사 : '상용 치료원' 있으면 의료 이용 횟수-비용 준다) 상용 치료원이 있는 쪽이 응급실 이용과 입원 횟수가 더 적고 의료비도 덜 썼다. 실천은 미흡하지만, 잠재적 이익은 클 것이라는 뜻이다.
 
신해철, 그가 겪었던 앞뒤 사정은 아직 잘 모른다. 처음 어떻게 치료를 결정했고, 왜 그 병원을 찾게 되었으며, 어떤 이유로 입·퇴원을 반복했는지 알지 못한다. 주치의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더더구나 알 수 없다. 따라서 주치의의 존재와 역할을 그의 사고 원인으로 연관시키는 것은 억지다.
 
다만, 이것 한 가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이번 사고가 아니라 일반적 경우와 경향성. 어느 환자나 마찬가지다. 치료를 할지 하면 어떻게 할지 잘 결정하고, 지속적으로 관찰, 추적하며, 새로운 문제가 생길 때 잘 조정하면, 의료 사고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문제가 복잡하고 어려울수록 더욱 그렇다.
 
둘째로, '의료 전달 체계' 논의를 되살려내야 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가 진료를 받았던 곳은 몇 가지 치료만 주로 하는 '전문 병원'이었다고 한다(정부가 지정한 전문 병원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전문 병원은 장점이 있지만 좋지 않은 점도 있다. 몇 가지 질병만 보고 그 치료만 담당하기 때문에 다른 문제에는 당연히 전문성이 떨어진다. 전문성도 그렇지만, 자기 영역이 아니면 다른 질병이나 치료는 관심을 덜 기울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그리고 위험하다!).
 
복잡한 문제를 가진 환자라면 시야가 좁다는 것이 사고(그리고 과오)의 확률을 더 높인다. 전문 영역은 늘 더 중요하게, 다른 문제는 관심 밖으로 미룰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아주 특별하지 않으면 아무래도 협력과 조정, 종합적 판단, 환자 의뢰가 소홀해지기 쉽다.
 
이 문제 역시 이번 사고와 직접 연관이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전문 병원이 가진 한계와 위험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우리의 의료 전달 체계가 진작 정비되어 있었다면 또 어찌 되었을까. 의원과 중소 종합병원, 대형병원의 역할 분담과 네트워킹(이것이 '의료 전달 체계'다)을 다시 정비해야 하는 이유다.
 
세 번째로 의료 기관의 인력 문제를 지적해야 하겠다. 질도 중요하지만, 의료 인력 부족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그 가운데서도 간호사 인력 부족이 두드러진다. 중소병원의 실상은 그 가운데서도 더 심하다.
 
의료 인력 부족이 의료 사고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은 굳이 더 말해야 할까. 특히 일상적으로 환자와 접촉하는 간호 인력의 중요성은 두 번, 세 번 강조해도 모자란다. 인력이 부족하면 사고와 과오를 예비하는 위험을 충분히 그리고 제 때에 보고 들을 수 없다.
 
이 문제 역시 이번 사고와 연관이 있는지 잘 모른다. 그러나 일반적 경향으론 좋은 인력이 충분히 있을수록 사고는 줄어든다. 인력 부족 문제는 오랜 기간 다양한 해법들이 논의해 왔으나 아직 뚜렷한 효과가 없다. 다른 무엇보다 환자의 안전과 의료의 질을 생각하는 쪽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필요하다면 그 고질적인 진료비(의료 수가) 문제도 근본적으로 손을 봐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을 뭉뚱그려 환자의 안전 문제라 하면, 경고가 나온 지는 오래 되었다. 예를 들어 미국 병원에서 예방할 수 있는 안전사고로 사망하는 환자 수가 한 해 4만4000명에서 9만8000명에 이른다는 것(1999년 미국의학연구소 보고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더 하면 더 했지 한국이라고 다를까. 외국과 같은 비율로 추산하면 한 해 동안 1만7000여 명의 환자가 예방할 수 있는 안전사고로 사망할 것이라고 한다(울산대 의대 이상일 교수). 그러나 이에 대한 관심과 조치는 아직 빈약하다. 치료의 조건과 환경, 제도의 측면에서는 더 그렇다.
 
다들 젊은 신해철의 죽음을 애석해한다. 인력으로는 어쩔 수 없었던 것으로 결론이 나면 그나마 마음이 덜 아프지 않을까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하더라도 그리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예방할 수 있었고 피할 수 있었던 사고가 될 가능성이 크다.
 
어디 신해철 뿐이랴. 그 누군들 목숨 귀한 것으로 치면, 그리고 피할 수 있는 사고의 억울함으로 치면 예외가 있을까. 이렇게라도 그의 죽음을 모두를 위한 교훈으로 바꾸어야 할 것 같다. 개인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의료사고를 예방하고 줄이는 '사회적인 것'을 발전시킬 계기로 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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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들 "특별조사위·특검 독립성 우려"

 

"한계 있지만 여야합의 존중"... 연내 특별조사위 구성 등 5가지 제안

14.11.02 21:45l최종 업데이트 14.11.02 22:39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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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경기도미술관에서 세월호참사 가족대책위원회가 전명선 위원장(왼쪽에서 2번째), 유경근 대변인(오른쪽)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특별법안을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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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한계는 있지만 존중한다"고 밝혔다. 다만 ▲ 연내 특별조사위원회 구성 ▲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에 유가족 적극 참여 보장 등 다섯 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하며 본회의 통과 전 여야가 법안에 반영해 줄 것을 호소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아래 가족대책위)는 2일 오후 6시부터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경기 안산 화랑미술관 1층 강당에서 회의를 열고 세월호 특별법을 수용 여부를 논의했다. 이날 총회에는 유가족 230명이 참여해 입장 발표를 위해 의견을 모았으며, 수용 여부를 두고 별도의 표결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별조사위원회·특검의 독립성 우려 된다"

가족대책위는 여야가 지난 10월 31일 극적으로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의 한계를 지적하며 "10.31합의안은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보장하기에는 불충분하고 미흡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총회 후 기자들과 만난 전명선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먼저 진상조사를 담당할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독립성을 우려했다. 

전 위원장은 여당 추천 상임위원이 조사위원회의 사무처장을 겸한 부위원장을 맡도록 한 점을 지적하며 "정부와 여당이 조사위원회의 인력과 예산을 통제하는 것은 성역 없는 진상조사를 하는 데 장애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참사 관련자가 조사위원회의 조사를 거부할시 과태료 3000만원을 물리기로 했던 기존 양당의 합의가 1000만원으로 하향조정 된 점을 두고 "처벌 수위가 낮아지면서 조사위원회의 조사범위와 권한이 축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특별검사후보군 추천에 유가족 참여가 배제된 점도 한계로 지적했다. 전 위원장은 "여당이 유가족들이 반대하는 인물은 추천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은 지난 합의보다 진전된 사항"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집권여당에 특검 추천권을 보장한 것은 특검의 독립성을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여야 합의한 특별법에는 여야가 특검후보군 4명을 추천하면 특검추천위원회가 이들 중 2명을 지목하고, 이 두 명 중 한 명을 대통령이 최종 선택하는 방식이다. 

"수용도 반대도 할 수 없는 상황... 진상규명 과정 지켜볼 것"

가족들은 이 같은 한계에도 여야 합의안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가족대책위의 반대 여부와 상관없이 여야가 합의한 특별법이 오는 7일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족대책위는 이런 상황에서 별도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봤다. 

가족대책위는 수용 혹은 반대 의사를 밝히는 것 대신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하고 "여야가 법안 통과 전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가족들의 요구사항은 ▲ '10.31 합의안'의 미흡한 점 개선 ▲ 국회 본회의 날 여·야·정부·유가족·국민청원인 대표가 모여 '진실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대국민 서약식' 거행 ▲ 연내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구성 ▲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과 이와 병행될 위원회 조직 구성에 세월호 가족들의 적극적인 참여 보장 ▲ 생존자, 피해자의 배․보상·지원 논의 참여 등이다. 

가족대책위는 향후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민간 조사 기구를 구성해 법 제정 직후 시작될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에 대비하고, 진상조사 과정을 적극적으로 검토·감시․제안을 하는 활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가족대책위가 앞서 지적한 한계로 성역 없는 진상규명에 심각한 장애가 초래된다면 국민들과 함께 특별법 개정운동 등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국민들에게는 "유가족의 손을 놓지 말고 끝까지 함께 해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전했다.
태그:세월호 가족대책위, 본회의, 특검, 세월호 특별법 태그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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