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마디 말보다 한 장의 현수막.' 4.13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현수막 전쟁'이 한창입니다.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정책 현수막만큼 효과적인 홍보 수단도 없지만 늘 진실만 담지는 않습니다. 이에 <오마이팩트>는 각 정당과 후보 현수막 내용을 철저히 검증합니다. 첫 편은 이달 초 누리꾼 사이에 큰 화제였던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시력측정표' 현수막입니다. [편집자말]
▲ 박근헤 대통령이 22일 판교스타트업 캠퍼스 개소식에 참석해 가상현실 기기를 체험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조목조목 꼬집은 '시력측정표' 현수막이 눈길을 끕니다. 바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부평을 후보)이 지난 3월 초 인천시 부평구 선거사무소 앞에 내건 정책 현수막인데요. 불안 불안한 국가부채 문제부터 전세대란, 청년실업, 온갖 대선 공약 파기, 세월호, 메르스 사태까지, 말 그대로 현 정부 실정의 '끝판왕'이라고 할 만합니다(관련기사:홍영표 예비후보 현수막 '잘 보이시나요?' 화제)
과연 이 시력측정표 현수막에 담긴 내용들이 모두 사실일까요? <오마이팩트>에서 하나하나 따져봤습니다.
먼저 2016년부터 살펴볼까요. 가장 글씨가 커서인지 첫 문제는 의외로 쉽네요. 우리 정부가 갚아야 할 '국가채무'가 595조 원에 이른다는 것인데요. 실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월 19일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지난해 말 기준 국가 채무는 595조 원 정도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38.5%"라고 답했군요(관련기사: [연합뉴스] 유일호 "작년 말 국가채무 595조…GDP 대비 38.5%").
문제는 그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이젠 1500조 원 정도인 GDP의 40%를 위협할 정도라는 것이죠.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 2001년까지만 해도 국가 채무는 113조 원 정도에 불과했지만 2005년 238조 원으로 두 배 늘었고, 2012년엔 480조 원으로 4배 증가했습니다. 올해 말에는 50조 원이 더 늘어 644조 원에 이를 전망이라는군요.
그런데도 정부는 태연합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빨라도 다른 나라에 비하면 양호하다는 건데요. 하지만 한국은 2000~2014년 연평균 국가채무 증가율이 12%로 OECD 31개 국가 가운데 여섯번째로 높았습니다. 특히 재정 위기를 겪은 그리스보다도 2배나 높아 재정건전성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국가 채무에 각종 연기금, 공기업 부채까지 포함한 국가 부채는 이미 지난 2014년 말 1200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MB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이나 해외 자원 외교에 같은 데 헛돈만 쓰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두 번째 문제도 어렵지 않습니다. 우리 정부는 지난 2월 10일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북한의 핵실험과 '광명성' 로켓 발사에 대한 제재 조치라고는 하지만, 결국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과 노동자들만 피해를 입게 됐습니다. 북한 잡자고 가뜩이나 불안한 나라 경제를 흔든 셈이죠.(관련기사: 한국 '대북 독자 제재',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이제 2015년으로 가볼까요? '한일 위안부 협상'이 먼저 눈에 띕니다. 한일 정부는 지난해 12월 28일 일본군 위안부 협상을 타결했는데요. 일본 정부가 100억 원 기금을 내고 위안부 피해자 지원 재단을 만들기로 했는데 정작 피해 할머니들 표정은 어둡습니다. 피해자 배상과는 거리가 멀고,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 문제까지 거론되면서 국내 여론의 비난도 거셉니다.(관련기사: 한일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 일본군위안부 '협상 타결' 발표_
한일위안부협상에서 드러난 우리 정부의 '역사관'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서 이미 예견됐습니다.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기존 한국사 검정 교과서가 좌편향돼 있다고 주장하며 예전처럼 국정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국정화 방침이 알려지자 시민사회는 시대착오적이라며 반발했고 전국 역사학자와 대학교수들은 국정 교과서 집필 거부 선언으로 맞섰습니다.
이제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박근혜 대통령 집권 3년간 경제 성적표를 살펴볼 차례입니다. 첫 번째는 이른바 '전세대란'입니다. 박 대통령이 집권한 뒤 주택 전셋값이 18.2%나 올랐다는 건데요.
부동산 시장 분석 업체인 '부동산인포'에서 지난 2월 18일 역대 정부 집권 3년간 전셋값(전세보증금) 변동률을 비교했더니, 박근혜 정부(2013년 2월~2016년 1월) 상승률이 18.16%로 가장 높았고 이명박 정부 15.54%, 노무현 정부 1.66%로 나타났습니다. 대신 집권 3년간 집값(매매가) 상승률은 노무현 정부가 15.2%로 가장 높았고, 박근혜 정부 8.24%, 이명박 정부 6.8% 순이었습니다.(관련기사: [리얼캐스트] 2000년대 3대정부…집권 3년 매매가, 전셋값 변동률을 보니)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 경기를 살리겠다고 각종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면서 집값과 전셋값만 올려놓은 것이죠. 뉴타운을 비롯해 수도권 재건축, 재개발 사업으로 이주민들의 전세 수요는 늘었지만 저금리 기조에 월세 전환이 늘어난 것도 전세보증금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결국 집 없는 서민들만 더 살기 어려워졌네요.
이렇게 부가 한쪽으로 쏠리면 정부는 세금을 거둬 격차를 줄여야 합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거꾸로 이른바 '서민세'는 올리고 '부자세'는 낮췄습니다. 지난해 담뱃세 인상이 대표적입니다. 소득이나 재산이 많을수록 더 많은 세금을 내는 직접세와 달리 담뱃세 같은 간접세는 모든 계층이 똑같이 부담하기 때문에 '서민세'라고 부릅니다. 법인세, 소득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이른바 '부자 감세'로 세수가 부족해진 정부가 담뱃세를 2배 올리는 바람에 담뱃값도 2000원씩 껑충 뛰었습니다.
담뱃세 9조 5천억 원은 지난해 전망치입니다. 당시 종부세 수입 전망치 1조 3천억 원보다 7배나 많았죠. 정부는 애초 지난해 담뱃세 수입이 2014년보다 2조 8천억 원 늘어날 거라고 봤는데, 실제 3조 5천억 원이 늘어 10조 5천억 원에 달했습니다. 담배 소비가 35% 정도 줄 거라 봤는데 실제 23%밖에 안 줄어든 것이죠.(관련기사: [카드뉴스] 담뱃세, 누구 배를 불렸나)
담뱃세가 '서민세'라면 종부세는 일종의 '부유세'입니다. 참여정부는 지난 2005년부터 부동산 자산 6억 원 이상 소유자에게 종부세를 걷었지만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과세 기준이 9억 원 이상으로 높아졌습니다. 지난 2007년 종부세 징수액은 2조 4천억 원에 달했고 2009년엔 3조 원대에 이를 전망이었지만, 이명박 정부로 넘어오면서 2009년에 오히려 1조 2천억 원으로 반 토막 났죠. 그래도 지난해엔 예상치 1조 3천억 원보다 1000억 원 많은 1조 4천억 원을 걷었습니다.
종부세는 지방재정에도 큰 보탬이 됐는데, 이제 그 빈틈을 담뱃세로 메우고 있습니다. 만약 종부세가 그대로 유지됐더라도 담뱃세를 이렇게까지 올렸을까요?
지난해 청년실업률(15~29세)은 9.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2013년까지만 해도 8%대를 밑돌았지만 2014년 이후 9%대로 껑충 뛴 것이죠. 지난 한해 늘어난 일자리가 33만7천 개로 5년 만에 최저치였고 그나마 단순 노무직이나 초단기 일자리 비중이 높다고 합니다.(관련기사: 작년 청년실업률 9.2%…1999년 통계기준 변경 이후 최고)
청년 창업을 독려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창조경제' 효과가 나오려면 아직 멀었나 봅니다. 재밌는 건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을 지낸 이준석 후보조차 창조경제와 청년 일자리는 무관하다고 봤네요.(관련기사: 이준석 "창조경제는 승자독식, 청년 일자리 못 늘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만 3~5세 누리 과정 국가완전책임제를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하지만 이 약속은 3년 만에 파경을 맞았습니다. 교육부가 정작 '누리과정 예산'은 늘리지 않으면서 시도 교육청에 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쥐어짜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 편성하게 하면서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이죠. 결국 올해 초 일부 시·도에서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이 집행되지 않으면서 애꿎은 학부모들만 발을 동동거리는 상황입니다.(관련기사: 매해 반복되는 무상보육 파행, 도대체 누굴 믿나)
기초연금 공약도 마찬가지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달 20만 원씩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당선되자 말을 바꿨습니다. 만 65세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70%로 제한했고, 이마저 국민연금과 연계해 반발을 부른 것이죠. 그러기에 애초부터 꼭 지킬 약속만 하셨어야죠.(관련기사:'줬다 뺏는 기초연금', 대통령 결단만 남았다)
[2014~2015년] 아! 세월호/ 메르스 사태 → 진실
마지막 줄은 글씨가 작아서 거의 보이지 않지만, 굳이 사실 검증이 필요 없을 정도입니다.지난 2014년 4월 16일 단원고 학생 등 3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와 2015년 3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가 온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입니다. 두 사건 모두 국가위기관리체계에 구멍을 보여줬고, 진상 규명이나 책임자 처벌 등 후속조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세월호 막말' 정치인들도 줄줄이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총선에 나섰습니다.(관련기사: '세월호 막말' 의원들 줄줄이 공천 "국민에 대한 모욕")
이명박 정부의 자원 외교 실패도 현 정부에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오입니다. 감사원은 지난해 7월 MB 정부 '해외자원개발사업 성과 분석' 결과 12조 8603억 원 손실을 봤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과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을 비롯한 '몸통'들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여전히 건재합니다.(관련기사: 발 뻗고 자는 MB 자원외교 주역, 이 법만 있었어도)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정부, 과거를 묻으려는 정부, 이보다 더 큰 실정이 있을까요? 오늘의 오마이팩트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마이팩트는 여러분의 참여로 이뤄집니다. 총선 현수막을 비롯해 팩트체크가 필요한 내용이 있으면 무엇이든 알려주세요.(sean@ohmynews.com)
▲ 총선공동투쟁본부 등은 26일 서울역 광장에서 '2016 총선투쟁 승리 범국민대회'를 열고 올해 총선에서 전국 각지에서 출마하는 민중후보와 함께 박근혜 정권 심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파쇼화된 권력의 제1피해자는 비정규직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등이다. 총선을 둘러싼 기득권 세력의 탐욕과 다툼에 염증을 느끼면서 정치를 외면한 결과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아무리 힘들어도 기층 대중조직 중심의 진보정치의 뿌리는 만들어가야 한다.”
박석운 민중총궐기투쟁본부 공동대표는 26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2016 총선투쟁 승리 범국민대회’에서 “주권자인 국민의 축제가 되어야 할 총선이 막장 경쟁의 장이 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번 총선에 임하는 입장을 이같이 밝혔다.
박 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3년 전 대선 당시 농민들에게 약속한 쌀값 보장 약속 파기도 모자라 밥쌀 수입을 강행해도 의제화 되지 못하고 있으며,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그리고 재발금지 및 안전사회 건설을 목표로 한 특별법의 제정이 시급하고 일본 당국과의 위안부 관련 합의에 따른 대책도 필요하지만 모든 의제가 실종된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노동개악 중단! 민중생존권 보장! 재벌체제 타파! 한반도 평화 실현! 국가폭력 규탄!’을 주제로 열린 이날 대회에서 사회를 맡은 양동규 총선공투본 상임집행위원장은 “이번 총선의 특징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책과 의제가 실종된 것”이라며, “아무도 박근혜 정권의 실정에 대해 비판하지 않는데, 이제 우리가 말하겠다”고 밝혔다.
▲ 양동규 총선공투본 상임집행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대회를 주최한 총선공동투쟁본부, 민중총궐기투쟁본부 등은 이날 대회사에서 “정권의 폭정과 거수기 여당은 물론, 싸우지 않는 1야당, 1야당의 구태를 답습하는 2야당”에 대해 “민중을 배제하는 이 땅의 제도권 정치”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또 이에 맞서 전국 각지에 출마하는 민중 후보들과 함께 올해를 박근혜 정권 심판의 해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박근혜 정권 3년 간 하루도 쉬지 않고 반민주·반민생·반평화·반통일 폭정이 자행되어 왔다며,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친일독재 미화를 위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노동개악, 밥쌀 수입 강행과 묻지마 개방정책, 의료 민영화와 공공부분 사유화, 서비스산업 발전법 등 친 재벌 규제완화, 대북 적대정책에 따른 전쟁위기...”등을 일일이 열거했다.
이어 박근혜 정권의 반민주, 반민생, 전쟁불사 폭주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맞서 싸우는 야당이 없다며, 사실상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을 거명해 비판했다.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전 국민 행복시대를 열겠다는 박근혜 정권이 출범 3년을 넘어섰지만 민생은 파탄났고 재벌들만 살쪘다”며, “재벌의 곳간은 노동자의 피땀을 짜내서 만들어진 것인 만큼 재벌중심 정책과 노동개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영준 노동자연대 운영위원은 “3년 전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를 약속했지만 대다수 민중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며, “노동자 밀집지역인 부산, 창원, 울산, 대구 등 영남지역에서 총선공투본 후보들이 선전해야 한다”고 격려했다.
한성 서울진보연대 공동대표는 “한반도의 군사긴장이 극도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긴장완화와 평화를 말해야 할 박근혜 정부가 오히려 개성공단 폐쇄와 사드배치 수용을 앞세우고 있는 기막힌 상황”이라며, “시민들과 함께 반전평화운동을 신나게 벌여나가자”고 강조했다.
▲ 사진 왼쪽부터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김순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심호섭 전국빈민연합 공동의장, 김영표 빈민해방실천연대 의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세월호 가족을 대표해 나온 경빈 어머니는 “여야 정치권은 오래전에 세월호를 외면했고 이 정부는 곧 다가오는 세월호 참사 2주기를 계기로 ‘세월호 지우기’를 넘어 ‘세월호 죽이기’로 방침을 선회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시하면서도 “진실을 찾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백남기 농민의 큰 딸 백도라지 씨는 “현재 형사소송과 헌법소원 등 대책위와 함께 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조치는 다 취했으며, 아직까지 경찰과 검찰은 수사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지만 총선 결과가 계기가 될 것 같다”고 총선에 관심을 보였다.
백 씨는 “총선 승리란 노동자·농민을 국정의 파트너로 생각하는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많이 들어가는 것 아닐까요”라며, “여당의 과반 의석 저지 등 기준도 있겠지만 먼저 세월호 가족을 모욕한 자들이 국회 진출하는 것을 막는 것부터 이루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총선투쟁 승리! 박근혜 심판!'을 내세우고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대회 참석자들은 1시간을 조금 넘겨 대회를 마치고 남대문 시장, 을지로를 거쳐 청계광장 모전교 앞까지 거리행진을 한 후 마무리 집회를 했다.
마무리 집회까지 끝난 후 지난 17일 회사 측의 노조파괴 탄압에 못 이겨 자살한 충북 영동의 유성기업 노동자 ‘한광호 열사’의 영정을 앞세워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만든 천막 없는 분향소를 향해 이동하던 중 행진을 막는 경찰 측과의 마찰로 10분도 걸리지 않을 거리를 1시간 30분이 지나서야 도착했으나 문화제 행사까지 큰 충돌은 없었다.
경찰은 이날 동양시멘트 노조에서 낸 집회신고에도 불구하고 신고서에 적혀있는 인원보다 실제 참석자가 많다거나 행진코스라고 인정할 수 없는 서울광장을 이동할 때에는 깃발을 내려야 한다는 등의 사소한 트집을 잡아 한사코 행진을 막으려 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 김성민 유성기업 노조 영동지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상복 차림으로 연설에 나선 김성민 유성기업 노조 영동지회장은 “전태일 열사의 죽음을 책에서만 봤는데 친동생 같은 한광호가 이렇듯 주검으로 곁에 있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시민분향소를 세울 수 있도록, 고립되지 않도록, 죽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김 지회장은 “지난 2011년부터 3년 동안 우리는 옥살이도 하고 나왔는데, 현대자동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유성기업 사용자는 용역 깡패를 동원한 노조파괴 등 각종 불법행위에도 불구하고 6년이 다 되도록 처벌받지 않고 있다”며, “노동자의 억울함을 해소하려면 법과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녁 7시 30분이 되어서야 서울광장 ‘천막없는 분향소’에 도착해 “이 넓은 광장에 한 노동자의 죽음을 애도할 공간하나 만들 수 없나. 노동자가 죽었고 농민이 죽어가고 있다. 이 사회에 살아남은 건 거짓과 위선뿐인가”라며 기어코 울음을 터뜨렸다.
매일 저녁 7시 서울시청 광장에서 한광호 열사의 촛불 추모제가 열리고 있으며, 30일에는 금속노조 결의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같은 시각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서는 ‘2차 청문회-참사의 진실을 밝혀라’가 개최돼 짤막한 강연과 영화, 가족과 시민들의 발언, 문화공연이 이어졌다.
▲ 세월호 가족 경빈 어머니(왼쪽)와 백남기 농민의 큰 딸 백도라지 씨.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박석운 민중총궐기투쟁본부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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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계광장 모전교에서 시청앞 서울광장으로 행진하던 중 경찰이 사소한 트집을 잡아 집회신고가 되어 있는 행진을 가로 막았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큰 불상사는 없었지만 1시간 30분 가량 대치 상태가 계속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저녁 7시 30분께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문화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같은 시각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된 세월호 참사 2차 시민 청문회.[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세월호 특조위)의 2차 청문회가 오는 3월 28~29일까지 이틀에 걸쳐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다. go발뉴스도 생중계할 예정이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세월침몰 원인이 중점적으로 다뤄질 예정이기 때문에 이준석 선장 등을 증인으로 신청한 상태다.
1차 청문회는 기존의 수사기록이나 감사원의 기록만으로 청문회를 진행해서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2차 청문회는 조사관들이 직접 조사한 내용을 중심으로 준비 단계부터 위원들이 결합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청문회를 5일 앞둔 시점에서 청문회 준비 상황을 알아 보고자 지난 23일 명동에 위치한 특조위 사무실에서 진상조사 소위원장으로 활동하는 권영빈 변호사를 만났다. 다음은 권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권영빈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상임위원 ⓒ 이영광 기자
“총선이지만 참사 2주기 세월호 청문회도 중요한 국가적 사안”
- 세월호 특조위의 2차 청문회가 28~29일에 열리는데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나요?
지난 2월 22일 전원위원회에서 2차 청문회 계획을 의결했습니다. 그리고 이틀 뒤인 24일부터 청문회에 참여할 위원들과 직원들이 같이 청문회 준비를 시작해서 이번 주 월요일(21일)까지 다섯 번에 걸쳐서 준비를 마쳤어요. 또한 그것과 별도로 주제별로 소회의를 계속해서 신문요지와 방향을 검토했어요. 이제는 며칠 안 남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신문사항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 1차 청문회는 3일 했는데 2차는 2일로 줄었던데 이유가 있나요?
1차는 정부 대응이 잘되었는지를 큰 주제로 놓고 진상규명 소위, 안전사회 소위, 지원 소위 등 위원회 전체가 다 참여해서 소위별로 평균 하루씩 진행했는데 이번에는 침몰 원인에 집중하다 보니까 지원 소위 같은 경우는 청문회에 직접 참여하는 게 적절치 않은 것 같다는 판단을 해서 주제와 참여 소위 규모를 봤을 때는 2일 정도가 적절하다가 판단했어요.
▲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1차 청문회 3일차인 2015년 12월16일 오전 서울 중구 YWCA 강당에서 이석태(가운데) 위원장이 청문회 시작을 알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다음 주면 총선 기간이라서 언론의 주목도가 떨어질 것 같은데.
총선이 중요하고 국민적 관심사는 맞아요. 그러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활동 역시 국가적인 사안으로써 매우 중요한 활동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특히 지난번에 특조위는 해경 지휘부에 대한 책임자처벌 차원에서 국회에 특검을 요청한 바 있고 또 세월호 침몰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사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공개적인 방식으로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4월 16일이면 참사 2주기가 다가와서 그전에 청문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 좀 앞당길 수는 없었나요?
저희도 검토했지만 아무래도 청문회는 준비 기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제가 앞서 말씀드린 것만 해도 의결부터 청문회실시까지 한 달 이상 걸리고 실제로는 의결하기 전에도 2월 초부터 2차 청문회를 어떻게 할 것인지 사전 준비모임도 했고 하다 보니 3월 말보다 더 앞으로 당기기에는 준비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 1차 청문회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을 텐데 이번 청문회에서 보완되었나요?
1차에서는 특조위에서 조사한 내용이 거의 없이 기존의 수사 기록이나 감사원 기록들만으로 청문회를 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새로 밝혀진 게 뭐가 있냐는 말씀을 많이 하셨어요. 그런 점에서 저희가 조금 부족했다고 생각했어요. 때문에 이번 2차는 저희가 조사한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하자고 했어요. 그래서 조사관들이 굉장히 열심히 조사하고 인양 관련 부분은 기존의 기록이 없잖아요. 때문에 이번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특조위에서 대부분 자료도 수집하고 정리를 하는 겁니다. 그런 점이 1차에 비해 보완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어요.
또 하나 1차는 아무래도 자료검토부터 시작하다 보니까 위원들이 처음부터 결합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준비단계부터 위원들이 직접 결합해서 계속 회의에 참여하면서 내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 게 2차에서는 조금 더 충실하게 되지 않을까 라고 기대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 2015년 12월16일 서울 중구 YWCA 강당에서 열린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1차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참석한 김관홍(오른쪽) 민간잠수사가 증언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여야 특별법에 근거한 청문회를 국회가 장소 거절, 이해 안돼”
- 국회에 청문회 장소제공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해서 서울시청 다목적홀로 확정했어요. 아쉬움이 남을 것 같은데.
남죠. 저희가 청문회를 의결하자마자 국회에 장소요청을 했는데 국회는 거절 의사를 밝혀서 최종적으로 국회에서 청문회를 할 수 없게 됐어요. 사실 특조위 자체가 여야 합의로 제정된 특별법에 근거한 조직된 국가기관이고 청문회도 특별법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특조위가 하는 청문회는 국회의 지원을 받아서 하는 청문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청문회 장소를 안 빌려 주는 게 잘 이해 안 돼요.
추측해 보건대 총선이 곧 있잖아요. 그러면 세월호 문제가 총선에서 쟁점으로 부각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아무튼, 국회의 거절에 대해서는 매우 아쉽게 생각해요. 다만, 서울시에서 다목적홀을 대관해 준다고 해서 지난 1차보다는 좋은 환경에서 청문회를 할 수 있게 됐고 사실 서울시로서도 청문회 장소를 빌려주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어려운 결정을 내려주신 것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 국회에서 하려고 한 건 그만큼 장점이 있기 때문일 것 같아요.
국회에는 청문회를 할 수 있는 제3 회의장이라는 장소가 있어요. 보통 인사청문회 때 사용합니다. 그리고 세월호 청문회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라서 당연히 국회에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고 국회에서 하게 되면 방송국에서 생중계하는 데도 좋은 점이 많아서 국회에서 할 필요성이 강했던 거죠. 여러 가지 이점들이 있습니다.
“총선에서 세월호 문제 부각 안돼…정치권 나서주지 않아, 무책임”
- 총선이 다가오지만, 세월호 문제는 부각이 안 되는데.
국회가 세월호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나서줄 필요가 있는데 그동안 국회에서는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의결하지 못하고 유보된 상태고 특조위가 요청한 특검 요청안건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걸 볼 때 이번 국회는 굉장히 무책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총선에서도 세월호 문제가 부각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집중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안타깝죠.
▲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1차 청문회가 지난해 12월 15일 오전 서울 중구 YWCA 강당에서 이틀째 열리고 있는 가운데 유가족들이 증인들의 답변을 듣고 있다. ⓒ go발뉴스
- 부각시키지 못한 건 야당 책임 같아요.
야당으로서는 힘에 부친 것 같아요. 책임이라기보단 그 문제를 제대로 제기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 2차 청문회는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다던데.
이틀에 걸쳐서 하는데 침몰 원인의 직접적인 문제점을 살펴보려고 해요. 둘째 날 선박 조율 및 운영과정은 침몰의 간접적인 원인을 살펴보는 것이고 선체관리와 인양은 침몰 원인을 밝혀 줄 중요한 증거물인 세월호 선체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그리고 미수습자 수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등을 살펴보는 자리가 되겠습니다.
“인양작업 진행 상황, 국정원와의 관계 등 검토”
- 2차 청문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볼 부분은 어디인가요?
이번 청문회는 아무래도 세월호 침몰 원인에 집중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정부 조사에서 밝힌 침몰원인에 대해 전체적으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밝혀야 할 부분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국민과 공유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죠.
또 한편으로는 세월호 인양이 현재까지는 7월에 될 것이라고 얘기 되잖아요. 7월이면 얼마 안 남았거든요. 그럼 과연 세월호 선체가 7월에 인양될 건지 인양작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혹시 어려움은 없는지 또는 인양 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갖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 국민과 함께 살펴보는 데 집중할 생각입니다.
▲ ‘go발뉴스’가 단독 입수한 세월호 해양사고 보고 계통도
- 오늘(23일)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청해진 해운과 국정원이 참사 전 12번 만났다고 해요. 그리고 참사 당시부터 세월호 실소유주가 국정원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잖아요. 이 부분도 이번 청문회에서 다뤄지나요?
국정원의 개입 등은 항상 의문이고 국민이 관심을 갖는 부분인데 이번에 청해진 해운 증인 중에서 국정원과 일정하게 연결된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통해서 국정원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검토해 볼 생각입니다.
- 이번에도 중계는 인터넷 방송만 하나요?
저희가 청문회를 의결하자마자 공중파를 비롯한 종편 방송사들에 생중계 협조요청 공문을 보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방송사들의 생중계는 어려운 것 같아요. 매우 안타까운 상황인데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세월호 청문회에 대해서 방송사들이 책임 있게 생중계를 하지 않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인터넷 생중계 부분은 구체적으로 신청을 받아 봐야 알 것 같아요. 저희 2차 청문회 장소에서는 지난번에도 생중계하는 언론사와 생중계를 안 하지만 취재를 한 언론사도 있는데 지난번보다 넓어서 취재 환경도 좋아요. 그래서 생중계를 신청한 언론사가 있으면 저희가 적극적으로 지원할 생각인데 현재 어디가 지원했는지는 모르겠어요.
- 특조위 종료 시점은 정리됐나요?
그건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요. 예산은 6월까지만 나와 있고 특조위에서는 종합 보고서 작성을 위한 3개월 연장은 의결한 상태고 청문회가 끝나면 특조위 활동 보장을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검토를 해보려고 합니다.
“세월호 참사 2년 지났지만 우리 사회 변화된 모습이 없다”
- 여권 추천 상임위원들은 현재 어떤 상태인가요?
여권 추천 상임위원은 1명인데 이헌 부위원장께서 사퇴해서 사표가 수리됐어요. 공석인 상태에서 3월 9일 국회에 사퇴했던 황전원 비상임 위원을 상임위원으로 선출하는 안건이 접수됐어요. 그러나 국회에서 상임위원을 선출하기 위한 일정이 잡혀 있는 것은 없어요.
하지만 공석은 비상임위원 2명과 상임 위원 1명 등 3명입니다. 같이 선출하는 게 맞는데 상임위원 1명안만 제출한 것이 문제가 있다고 봐요. 상임위원 1명만 채워져서 되는 문제가 아니라 지금 임명을 하지 않은 진상규명 국장, 그리고 시행령에 규정된 파견 공무원을 파견할 것 등이 다 되어야 하는 거죠. 이상한 행동이라고 봅니다.
▲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이헌 부위원장 등 여당 추천위원들이 지난해 11월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조위의 꼼수와 일탈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특조위가 일탈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전원 총사퇴도 불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왼쪽부터 차기환, 이헌, 황전원, 고영주 위원. <사진제공=뉴시스>
-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2년이 다가와요.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세요?
우리 사회가 2년 전 참사 때보다 얼마나 안전한 사회가 됐는지와 참사 후에 실제로 우리 사회가 얼마나 바뀌었는지 등의 부분에 대해서 실감하지 못하는 국민이 대부분인 것 같아요. 그만큼 세월호 참사로부터 2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에 변화된 모습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좀 더 안전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변화의 계기를 만드는 게 세월호 특조위라고 할 수 있는데 그동안 정부 여당의 활동 방해가 특조위를 매우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이 매우 안타까운데 그렇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특조위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겁니다.
-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일단 다음 주 2차 청문회를 하고 그동안의 활동을 점검해보고 남은 기간 동안 어떻게 조사를 정리할 것인지 검토를 해야 하고 2차 특검 문제와 3차 청문회에 대해서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점검해봐야 되겠죠.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GO발뉴스>는 매일 신문을 아주 쉽고 핵심만 짚어 배달해줘서 즐겁게 보고 있어요. 세월호나 특조위는 국민적 관심과 지지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이잖아요. 그런 점에서 <GO발뉴스> 독자들께서도 세월호 문제에 대해서 우리 모두의 문제로 같이 인식해서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해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지난 2014년 미국의 영화사 ‘소니픽처스’사에 대한 해킹 주범이 ‘나자로그룹(Lazarus Group)’이라는 세계적인 보안업체들의 공동 조사 결과 발표 이후 북한은 당시 사건 배후로 북한을 지목해 제재를 강화한 미국을 연일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24일 "허위날조와 모략의 대명사-‘북소행’설"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국과 러시아 등 10여개의 세계적인 보안업체들이 지난 2014년 미국에서 발생한 ‘소니픽처스’사에 대한 해킹 사건을 1년 이상 공동조사한 후 그 결과를 발표했는데, 그에 따르면 해킹사건의 가해자는 2009년부터 중국, 인도, 일본 등에 대한 사이버테러를 감행한 ‘나자로그룹’이라는 해커집단이며, 북한은 이 사건과 전혀 무관하다고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소니픽처스 해킹사건은 2014년 11월 24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암살을 소재로 제작된 소니픽처스의 영화 ‘디 인터뷰’의 개봉을 앞두고 이 회사의 내부 문서와 개인정보, 미공개 영화 등 대량의 자료가 인터넷에 유출된 해킹사건이다.
미국 정부는 이 사건을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하고 2015년 1월 대북제재 행정명령을 발동했으나 초기부터 ‘확실한 근거도 없이 서둘러 취해진 일방적이고 과도한 보복성 조처’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사이트는 “‘소니픽처스’ 해킹사건의 흑백이 명백해진 이상 오바마 행정부는 불법무도하게 발동한 ‘대통령 행정명령’을 당장 취소하고 우리 공화국(북)의 존엄과 이익을 침해한 특대형 도발행위에 대하여 석고대죄 하여야 할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에 앞서 사이트는 23일에도 ‘모략날조의 왕초-미국의 껍데기가 또 한 벌 벗겨지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소니픽처스’해킹 사건의 발생부터 최근 조사결과가 발표되기까지의 과정을 조목조목 짚으며,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의 근거로 활용된 ‘북 소행설’의 부당성에 대해 목청을 높였다.
사이트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014년 11월 ‘소니픽처스’ 해킹사건이 발생하자 타당한 근거도 없이 처음부터 무작정 수사방향을 북한으로 정하고 얼마 후 미 연방수사국(FBI) 등이 ‘북 사이버 공격설’을 발표했다.
증거를 제시하라는 요구가 높아지자 미 FBI는 처음에는 “예민한 정보자료이니 공개할 수 없다”고 하다가 ‘이전과 유사한 한글코드가 해킹 소프트웨어에서 발견됐다’며 북한과의 연계를 주장했다.
그러나 해킹사건이 발생한지 1주일 만에 미국 내 보안 전문매체 ‘CSO’와 보안 전문업체인 ‘노스코퍼레이션(Norse Corp.)’은 각각 “북과의 관련이 없다”, “‘북 소행’이라는 근거와 설득력이 전혀 없다”는 추적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사이트는 이어 사이버안전회사의 경영자인 샘 글라인즈와 미국 정보보안업체인 ‘맥아피’의 창업자인 존 맥아피, 그리고 일급 네트워크 보안 전문가인 라이미 페르디도 박사를 인용해 처음부터 북한은 이 사건과 관계가 없었다고 역설했다.
샘 글라인즈는 “우리가 수집한 기타 증거들을 보면 조선이 ‘소니픽처스’를 공격하지 않았다는 것이 분명하다”며, 미 FBI 수사 결과 자체를 전면 부정했다.
존 맥아피 역시 “그 사이버 공격은 미국의 자유주의 성향 해커들의 소행”이라며, “해커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어도 이름을 밝히지는 않을 것이지만 명백히 ‘북 소행설’을 제기한 미 FBI(미국 연방수사국)가 틀렸다고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페르디도 박사는 “미 FBI가 소니픽처스 해킹사건이 북의 소행이라며 제시한 ‘증거코드’는 해킹 수련생들의 연습문제나 같은 것이다. 해킹 범죄자들은 실전에서 그런 코드를 사용하지 않는지 오래다”라며, 미국의 수사결과를 전면 부인했다.
지난달 24일 <로이터 통신>을 통해 보도된 '블록버스터 작전'(Operation Blockbuster) 보고서는 가장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나자로그룹’을 해킹 가해자로 지목하고, 북한 배후에 대해선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안 분석회사인 노베타(Novetta)가 주축이 돼 미국 최대 보안업체인 시만텍(Symantec)과 러시아 최고의 보안업체인 카스퍼스키(Kaspersky)랩, 엘렌발트(AlienVault) 등 사이버 보안 기업체들이 10개 이상의 보안 전문 기업과 기관들이 망라돼 1년 이상 조사한 결과였다.
이와 별도로 진행된 시만텍의 독자적인 조사결과도 역시 이와 다르지 않았다고 사이트는 지적했다.
이밖에도 사이트는 미국 행정부의 공보지인 ‘행정정보주보’가 지난해 1월 9일자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해킹의 발단이 된 소니픽처스의 영화 ‘디 인터뷰’의 제작 자체를 장려하고 이에 가담한 것은 미국 국내법에도 저촉되는 범죄라고 지적한 사실을 언급했다.
당시 행정정보주보는 또 오바마 대통령의 행위가 미국연방법전(United States Code) 제18편 ‘형법 및 형사소송법’에서 직권남용과 협박에 대해 다루고 있는 제871항(Extortion and Threats)과 정치적 살인행위를 금지하는 미국 연방집행명령(Federal Executive order of the United States) ‘11905’호와 정보사회 강화 관리를 위한 ‘12333’호 위반으로 33개월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하는 중범죄라고 보도한 바 있다.
한편, 사이트는 지난해 8월 유엔 전문가조사단이 보고서를 통해 “증거도 없이 특정 국가를 해킹가해자로 지목해서는 안된다”면서 “소니픽처스 해킹사건과 관련한 미국의 ‘대북추가제재’의 부당성과 주권국가에 대한 무근거한 명예 훼손의 문제점을 시사한 바 있다”며, 그간의 여러 조사 결과를 일일이 거론했다.
사이트는 “이로써 미국이 그렇게 떠들어대던 ‘소니픽처스’ 해킹사건에 대한 ‘북 소행’설이 황당하기 짝이 없는 날조였음이 사소한 변명의 여지도 없이 객관적으로 확정되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유진벨 재단이 신청한 북의 다제내성 결핵환자(중증환자)들을 위한 약품 반출과 방북을 승인했다. 앞서 재단은 정부의 대북 제재로 북의 관련 환자 1천500명을 위한 치료약을 전달하지 못하게 됐다며 반출 승인을 촉구해왔다.
이에 정부가 대북제재조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인도적 차원에서 반출 승인을 해 준 것이다.
유진벨재단은 25일 "한반도의 긴장 상태에도 불구하고 유진벨재단의 다제내성결핵(MDR-TBㆍ중증결핵) 치료사업을 위한 약품 및 관련 물품들이 북한에 잘 도착했다"고 밝히면서 북녘의 환자 치료와 실태 점검을 위해 재단 관계자가 다음 달 19일부터 5월10일까지 방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부의 인도적 대북지원 허가 조치는 일촉즉발의 전쟁위기상황에서 턱턱 막히던 숨통을 조금이라도 열어주는 조치로 전 국민의 환영을 받을 일이다.
하루빨리 극과 극을 오가는 남과 북의 대립을 막고 다시 화해와 협력의 기운이 봄꽃마냥 만발하던 6.15시대도 되돌리기 위해 정부와 당국이 더 전향적으로 나서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오는 4.13 총선을 맞이해 원외 정당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을 맞아 '최저 임금 1만 원 공약'을 내놨지만, 사실 최저 임금 1만 원을 최초로 주장한 곳은 알바노조다. 알바노조 위원장 출신이 당 대표인 노동당은 '최저 임금 1만 원'과 '노동 시간 단축'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녹색당은 '기본 소득'을 핵심 의제로 부각한 정당이다. 노동당은 모든 국민에게 30만 원을 기본 소득으로 주겠다고 했으나, 녹색당은 청년과 장애인, 농어민, 노인에게 우선 4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점이 다르다. 두 원외 정당은 '기본 소득' 공동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역동적 복지국가'를 기치로 내건 복지국가당의 출현도 눈에 띈다.
노동당 : 최저 임금 1만 원 + 노동 시간 단축 + 기본 소득
노동당의 핵심 공약은 '노동 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1만 원', '비정규 악법 폐지', '기본 소득' 도입이다. 노동당은 주 35시간 노동 제도를 도입하고, 줄어든 노동 시간 만큼 추가 고용을 유도하기 위해 '노동 시간 단축과 일자리 공유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장시간 노동에 대한 페널티도 늘린다. 노동당은 연장 근무 할증률을 통상 임금의 100%로, 야간 근무와 휴일 근무 할증률을 통상 임금의 200%로 인상하겠다고 했다. 최저임금이 1만 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휴일에 야간 근무를 하면 시급이 3만 원이 된다.
노동당은 만 18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기본 소득' 30만 원을 지급하는 '기본 소득법'을 입법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위해서는 재벌에 '자본 보유세'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노동자들의 임금은 올리고 노동 시간은 줄이되, 증세를 통해 기본 소득을 도입하겠다는 것이 노동당 공약의 핵심이다.
ⓒ노동당
노동당은 지난 13일 비례대표 1번 후보로 용혜인 씨를 확정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가만히 있으라' 침묵 행진을 벌인 것으로 유명한 용혜인 후보는 "이번 국회에서 '기본 소득법'을 발의할 의원이 노동당에서 나오면 좋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관련 기사 : "朴, 200명 가두고 사죄의 눈물? 진정성 없다")
노동당의 비례대표 2번 후보는 구교현 노동당 대표다. '알바노조' 위원장 출신인 구교현 후보는 "재벌에 자본 보유세를 부과해서 현재 18%에 불과한 총 조세 부담률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4.1%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관련 기사 : 경찰, 신혼여행 앞둔 알바노조 위원장 구속영장 신청)
지역구에도 노동당은 총 9명의 후보를 내세웠다. 강원 강릉(최종문), 경기 고양갑(신지혜), 창원 마산합포(이원희), 대구 중남구(최창진), 대전 유성을(이경자), 울산 중구(이향희), 서울 마포을(하윤정), 서울 은평갑(최승현), 서울 종로(김한울) 등이다.
녹색당 : 기본 소득 + 탈핵·안전한 먹거리 + 풀뿌리 민주주의
녹색당은 이번 총선에서 정당 투표 3%를 넘어서 원내 진입을 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세웠다. 서울 종로에 출사표를 낸 하승수 녹색당 공동 운영위원장은 "비례대표 득표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라도 지역구 후보로 출마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 기사 : 하승수 "총선 종로 출마…500만 원으로 선거운동")
저성장 시대에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는 기존 원내 정당과는 달리, 녹색당은 저성장 시대라는 현실 자체를 인정하고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를 화두로 던지겠다고 했다. 녹색당의 주요 공약은 탈핵 에너지 전환, 기본 소득 도입과 노동 시간 단축, 풀뿌리 민주주의 확대 등이다.
녹색당은 신규 핵 발전소 건설을 중단하고 노후한 핵 발전소를 폐쇄해 2030년까지 탈핵하고, 온실 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또 안전한 먹을거리 정책을 위해 GMO나 방사능에서 오염된 먹을거리를 몰아내겠다고 했다. 대규모 공장식 축산을 동물 복지 기준에 부합하도록 전환하고, 동물 실험 금지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며 동물원을 동물 보호 시설로 전환해 '동물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노동당과 마찬가지로 녹색당도 '기본 소득'을 핵심 공약으로 내놨다. 노인, 장애인, 농·어민, 청소년, 청년에게 월 40만 원을 우선 지급하고 이후에 전 연령대로 확대하는 방안인데, 이는 처음부터 모든 국민에게 월 30만 원을 지급하는 노동당의 기본 소득 방안과는 내용이 다르다. 주 35시간 노동제를 법제화하는 공약은 노동당과 같다.
풀뿌리 민주주의 확대를 내건 점도 녹색당만의 특징이다. 녹색당은 "학교 담장 밖으로 공교육을 확장하고, 학생의 권리가 보장되는 교육 자치를 실현하겠다"고 했다. 또 전면적인 비례대표 제도로 정치적 다양성을 보장하고, 선거 연령을 만 16세로 낮추며, 추첨제 등 직접 참여 정치 제도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녹색당은 지금도 대의원을 '추첨제'로 운영하고 있다.
ⓒ녹색당
녹색당의 비례대표 1번 후보는 로드 킬의 문제점을 다룬 <어느 날 그 길에서>,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을 다룬 <잡식 가족의 딜레마> 등 다큐멘터리를 만든 황윤 감독이다. (☞관련 기사 : "진짜 돼지를 본 적이 있나요?", 대형 마트 동물 판매? "인간 황윤을 팝니다") 녹색당의 비례대표 2번 후보는 이계삼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이다. '밀양 할매'들과 싸워온 이계삼 후보는 "녹색당이 원내에 진입해서 핵 마피아, 전력 마피아에 맞서서 싸우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관련 기사 : 2016년의 한 수, 어쩌면 '녹색당')
복지국가당 : 보편적 복지 + 정치 개혁 + 공정 경제
'역동적 복지국가'를 기치로 내세운 복지국가당은 복지국가 정책 싱크탱크인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를 기반으로 지난 2월 창당한 신생 정당이다. 엘리트 중심의 정치가 아닌, 보통 사람들의 정치를 표방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의 복지에 대한 열망을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복지국가당의 핵심 정책은 '보편적 복지'와 '적극적 복지'다. 모든 국민에게 소득과 사회 서비스를 보장하고, 개개인에게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일례로 복지국가당은 취업 준비생에게 한 달에 60만 원씩 수당을 주고, 청년이 직장을 구할 때까지 일대일로 취업을 알선하는 '청년 고용 소득 보장 제도'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 모든 병원비를 '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관련 기사 : "취준생에게 월 60만 원씩 수당을 주자!")
복지국가당은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공정한 경제'와 '혁신적 경제'를 지향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를 대등하게 바로잡고, 노동 시장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 '누진적 증세'를 화두로 제시하겠다고 했다. 비정규직 사용 사유를 제한하고, 최저 임금과 최고 임금을 연동하며, 산업 재해가 생길 때는 '원·하청 공동 책임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아래로부터의 정치 개혁'을 지향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사이버 상임위원회 제도'와 '전문 보좌관 제도'가 대표적이다. 복지국가당은 전국적인 공모를 통해 보좌관을 선발하고, 이들을 체계적으로 교육시켜 '전문 보좌관'으로 키우겠다고 했다. 또 당원들이 수시로 정책을 제안할 수 있도록 당 홈페이지에 '사이버 상임위원회'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복지국가당
서울 마포갑에 출마한 복지국가당 이상이 대표는 "복지국가당이 앞장서서 대한민국의 '낡은 정치'를 교체하는 '복지국가 정치 혁명'을 이루어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관련 기사 : 복지국가당 이상이 대표, 마포갑 출마 선언)
비례대표 1번 후보로는 '보통 아줌마'를 표방한 안진숙 복지국가당 경기도당 위원장이, 2번 후보로는 보건 의료 정책을 개발해 온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이 뽑혔다. 안진숙 후보는 "안정된 직장을 보장하고, 실질적인 성 평등을 이루고, 건강보험을 강화해 의료비 부담을 없애고, 집을 투자가 아닌 주거의 개념으로 바꾸며, 노후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이상구 후보는 "보통 사람들과 전문가들이 결합한 복지국가당이 국민의 삶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의 고리 한 축을 끊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함 침몰 사건 6주기를 맞아 천안함 침몰원인의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과학적 재조사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 발표를 의심하는 것 자체를 비국민과 종북으로 모는 풍토도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25일 내놓은 논평에서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지 6년이 됐지만 침몰 원인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북한의 어뢰에 의한 폭침’이라는 일종의 가설은 남북관계를 훼손하고 국내 여론을 분열시켜 대립을 조장한 원인이 돼왔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구체적인 침몰 양상과 원인을 따지고 규명하기보다 정부의 발표를 믿는 측과 의혹을 품는 측으로 한국 사회는 분열됐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천안함 사건의 진실에 관한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는 억압받아 왔으며, ‘폭침’이라고 확인할만한 정보와 신뢰할만한 근거는 사실상 제기되지 않았다”며 “(그런데도) 정부와 일부 언론은 북한에 의한 폭침 사건으로 단정 짓고 합리적 의문을 제기하는 시민들은 종북 분자로 매도해왔다”고 비판했다.
민군 합동조사단이 내놓은 ‘북한 1번 어뢰에 의한 폭침’ 조사결과에 대해 참여연대는 선체 파손상태와 시뮬레이션, 흡착물질, ‘1번 어뢰’ 등의 증거가 (과학적) 동의를 받거나 반박, 재반박의 과정을 거치면서 신뢰를 얻지 못했다며 이 때문에 증거로 확정되지 못하고 오히려 논쟁만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어뢰침몰설에 의혹을 제기해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 1심 판결 재판부도 “천안함 사건의 초기 대응과정에서 정부와 군의 지나친 정보 독점과 일부 부정확한 정보의 제공 때문에 피고인을 비롯한 국민들이 정보를 취사선택함에 있어 상당한 장애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했다고 참여연대는 전했다.
▲ 천안함 함수.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 안보공원. 사진=연합뉴스
참여연대는 “우리를 비롯한 시민단체들, 그리고 몇몇 과학자들은 수년에 걸쳐 동일한 제안을 해 왔다”며 “검증 가능한 과학적 방법론이 제안되고 있는데, ‘의심하면 비국민이고 종북이다’라고 밀어붙이면서 신앙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천안함 침몰 원인을 둘러싼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검증과 재조사’ 만이 해법이라고 참여연대는 제안했다.
다음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가 25일 발표한 논평 전문이다.
천안함 침몰 원인을 둘러싼 논란, ‘과학적 검증과 재조사’ 만이 해법이다
오는 26일(토)은 천안함이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 지 6년이 되는 날이다. 먼저 이 사건으로 유명을 달리하신 46명의 천안함 승조원들과 구조과정에서 희생된 한주호 준위, 그리고 98금양호 선원들의 명복을 빌며, 희생자 가족들께도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이 사건이 발생한 지 6년이 되었지만 침몰 원인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또한, ‘북한의 어뢰에 의한 폭침’이라는 일종의 가설은 남북관계를 훼손하고 국내 여론을 분열시켜 대립을 조장한 원인이 되어왔다. 구체적인 침몰 양상과 원인을 따지고 규명하기보다 정부의 발표를 믿는 측과 의혹을 품는 측으로 한국 사회는 분열되었다. 천안함 사건의 진실에 관한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는 억압받아 왔으며, ‘폭침’이라고 확인할만한 정보와 신뢰할만한 근거는 사실상 제기되지 않았음에도 정부와 일부 언론들은 이 사건을 북한에 의한 폭침 사건으로 단정 짓고 합리적 의문을 제기하는 시민들은 종북 분자로 매도해왔다.
민군합동조사단은 선체 파손상태와 시뮬레이션, 흡착물질, ‘1번 어뢰’ 등을 근거로 어뢰에 의한 폭침이라고 조사결과를 발표했지만 합조단이 제시한 증거가 동의를 받거나 반박, 재반박의 과정을 거치면서 신뢰를 얻어 증거로 확정되지 못해 오히려 논쟁만 불러왔다. 어뢰침몰설에 대해 의혹을 제기해 온 시민 중 한 사람인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 1심 판결 재판부도“천안함 사건의 초기 대응과정에서 정부와 군의 지나친 정보 독점과 일부 부정확한 정보의 제공 때문에 피고인을 비롯한 국민들이 정보를 취사선택함에 있어 상당한 장애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했다.
최근 서울대는 라는 박사학위 논문에 최우수논문상을 수여했다. 이 논문의 필자는 천안함 침몰원인을 밝혀 줄‘결정적 증거’로 제시된 ‘1번 어뢰’증거조사에서 합동조사단이 과학적으로 논쟁이 많은‘까다로운 증거’들을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처럼 주장했다가 새로운 논쟁을 부른 반면, 도리어 손쉽게 검증할 수 있는 증거들은 소홀히 다루어지거나 배제되었다고 지적했다. 합조단의 ‘과학적 검증’이라는 것이 사전에 형성된 시나리오나 가설에 의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그리고 “천안함 침몰사건의 경우에 공적 조사기구의 ‘과학적 조사’는 논쟁적 상황을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논쟁대상의 일부가 되었다”고 결론 내렸다. 이 논문은 “그동안 소수 과학자들이 참여한 ‘과학논쟁’의 과정에서 무엇을 어떻게 검증할 수 있을 지의 문제가 쟁점별로 비교적 구체적으로 정리되어 왔으므로, 논쟁적 상황과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거나 해소하기 위해서 검증이나 재조사의 가능성도 진지하게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고 있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 그리고 몇몇 과학자들은 수년에 걸쳐 동일한 제안을 해 왔다. 검증 가능한 과학적 방법론이 제안되고 있는데, “의심하면 비국민이고 종북이다”라고 밀어붙이면서 신앙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사상최악의 공천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각 정당의 공천 전쟁이 끝났다. 이 공천 전쟁을 통해 새누리당은 전국 253개 지역구에서 광주의 2곳을 제외한 251개 지역구에서 공천자를 냈으며, 비례대표 후보로는 45명을 공천, 총 296명의 공천자를 냈다.
이어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취약지역인 대구 경북 경남 등에서 20곳의 공천자를 내지 못해 총 233개 지역구와 36명의 비례대표를 공천, 269명의 후보자를 냈으며, 제3당인 신생정당 국민의당은 전국 253개 지역구에서 총 182명, 비례대표 18명을 포함 총 200명을 공천했다.
그 외 정의당, 민주당, 민중연합당 등 정당이 약 100여 명의 공천자를 낸 가운데 이들 정당의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배제된 후보들을 포함, 무소속은 25일 등록이 완료된 후 집계되겠지만 대략 300명 안팍으로 예측되고 있다. 따라서 전체 경쟁률은 3:1이 넘고 4:1은 안 될 것으로 추산된다.
▲총선 대전 출발선에 선 여야 3당 대표, 김무성 김종인 안철수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은 지역구 130여 석, 비례 20여 석을 당선 안정권으로 보면서 최소 과반(151석 이상), 최대 180석(국회선진화법 무력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대표의 목표인 107석(지역구90, 비례17)을 얻으므로 새누리당 개헌선을 저지하겠다는 것이며,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의 목표선인 20석 이상(지역구 15석, 비례 5석)을 획득, 제3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 외 정의당이나 민중연합당 등 진보정당, 민주당과 기타 군소정당은 최소한 1명 이상의 당선자를 내서 원내 정당으로 남는 것이 목표이며, 특히 정의당은 비례대표 5석, 지역구 2~3석(심상정, 노회찬, 박원석, 정진후 중 2~3명 당선)을 기대하면서 최소 7석, 최대 10석까지 기준치를 잡고 있다.
하지만 각 정당의 이 같은 목표치에 비해 현재 바닥의 민심은 근접한 정당도 있고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정당도 있다. 즉 공천전쟁 와중에서 애초 예측치가 상당부분 틀어진 때문이다.
우선 새누리당은 야권의 분열로 인한 반사이익으로 총선 공천이 시작되기 전 최소 180석에서 최대 220석까지도 넘보는 압승을 예측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천전쟁이 시작되면서 ‘진박논란’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뜻에 어긋난 발언을 했던 경력이 단 한번이라도 있을 경우 보복적으로 탈락시키는 무자비한 칼질공천을 강행,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그리고 끝내 유승민 주호영 이재오 등 중도보수, 이른바 합리적 보수세력을 모두 적으로 만들어버리는 악수를 거듭했다. 따라서 이들은 모두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감행, 공천전이 시작되기 전 157석이던 의석이 공천이 끝난 현재 146석으로 제적 과반수도 붕괴된 상태다. 이에 바닥의 여론도 많이 식어 야권분열의 반사이익보다 여권분열에 대한 표분산을 우려해야 할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결국 새누리당의 외부적 목표치는 과반선을 넘기는 수준이다. 그러나 내심은 160석은 넘길 것으로 기대한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대표가 제시한 107석이 희망선이다. 그러려면 전국 지역구에서 최소한 90석 이상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실상 그럴만한 곳이 보이지 않는다. 수도권 122석 중 야당 강세지역인 서울 강북권, 관악 구로 금천 등 서남권, 고양 안양 남양주 등 위성도시의 표심이 상당부분 야권으로부터 멀어졌으며, 더구나 다수의 야권후보가 난립, 당선 안정권으로 나타나는 여론조사가 드물다.
여기에 야당 텃밭이었던 호남권 28석 중 당선을 자신하는 지역구가 5~6개에 불과하다. 특히 이처럼 선거환경이 척박해진 가운데 김종인 대표의 김대중 폄하발언은 호남권 유권자들의 공분을 사게 되어 더불어민주당의 호남지역 총선 전망은 암울 그 자체다.
결국 이런 상황의 극복은 지역별 후보연대가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표의 결집이 이뤄지는 상승작용을 해야 한다. 그래서 정세균 의원 등 더민주 중진들의 연대발언이 자주 나오는 중이다. 하지만 현재 더민주와 국민의당 지지층의 균열은 이런 상승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정도로 심각하게 벌어져 있다. 더구나 선거전이 진행되면 그 균열은 더 벌어질 개연성이 크다. 이에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더민주의 총선 결과는 참패를 넘어 처참 수준을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런 면에서 보면 현재 주요 3당의 총선 목표치에 가장 근접한 당은 국민의당으로 볼 수 있다. 국민의당은 대내적이나 대외적으로 이번 총선의 목표치를 20석 원내교섭단체 구성으로 잡고 있다. 따라서 이 목표치는 넘길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물론 국민의당도 총선 공천 잡음이 심각하게 돌출되었다. 하지만 더민주 김종인 대표의 비례공천 막판 ‘진산파동’에 비견할 ‘종인파동’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하한 사실은 현재 호남권 김대중 지지층의 공분을 사고 있다. 공분은 앞서 문재인 전 대표를 포함한 친노그룹에게 있었던 반감에 반 김종인 감정까자 에스컬레이트 되어 더민주 후보들의 선거운동이 힘들 정도다.
이는 한 때 천정배 국민의당 대표와 견줄 수도 있을 것이라던 광주 서을 양향자 후보의 지지율이 천 후보와 20%포인트 가까이 차이로 벌어진 것에서 증명된다. 때문에 국민의당은 이후 심각한 악재가 발생하지 않는 한 광주전남 18개 의석 중 최소 반타작 이상 최대 15석, 또 전북지역 10개 선거구의 절반 포함, 호남지역에서만 20석을 목표치로 해도 그리 과한 목표치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이 예측은 3당의 헨디캡으로 여론조사에서 잡히지 않은 정당 지지도가 있으므로 비례6~7석에, 수도권 2~3석을 더한다면 최대 30석을 넘길 수 있다는 예측치에 이른다. 이런 성적을 국민의당이 올린다면 이는 1992년 신생정당이던 제3당 통일국민당 31석, 2008년 신생정당이던 자유선진당 18석+친박연대 14석+창조한국당 3석=37석에 근접하는 신생정당 제3당의 성적표가 된다.
이 외 정의당은 현재의 5석 수준을 비례로 얻을 수 있는 전망치가 합리적 수준인데 야권의 지역별 연대를 통한 지역구에서 의의의 결과를 도출하면 예전 민노당 수준의 10석까지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여야 각당의 이런 전망과는 달리 이번 선거는 무소속 돌풍을 예측할 수도 있다. 즉 2008년 이명박 한나라당의 친박계 몰살공천이란 반사작용으로 친박연대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14석을 얻고, 무소속이 전국적으로 25명이나 당선되었던 선거의 재판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직전 해 대선 실패 후 지리멸렬했던 민주통합당이 81석이란 성적표를 받는 참패였음에도 1당이 된 한나라당은 과반에서 3석을 넘긴 153석만을 얻는데 그쳤다. 이는 3당인 자유선진당이 충청권을 기반으로 18석, 4당인 친박연대가 14석, 민노당 5석, 창조한국당 3석, 무소속 25석을 획득한데 따른 것이다. 즉 이명박 바람의 여세를 몰아 애초 압승을 예상했던 한나라당은 가까스로 과반을 넘긴 153석이란 성적표를 받았던 것이다.
이런 전례와 현재 공천이후 생긴 잡음들을 감안해서 본보 또한 이번 선거의 결과는 2008년 18대 총선 결과에 근접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즉 새누리당 150석 내외, 더민주 80석 내외, 국민의당 25석 내외 정의당 5~6석 무소속 30석 정도로 보는 것이 정확한 판세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한편 24일부터 후보등록이 시작된 현재 여야 각 당에 따르면 목표 의석 수는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경우 ‘보수적’이고, 더민주는 기대감이 담겨 있다.
새누리당은 ‘과반’(150석 이상)을 제시한다.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예측은 “전통적인 지지층이 이탈하지 않는다면 과반 의석을 달성할 것“이며. 당의 전략통인 권성동 전략기획본부장도 “당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과반수 이상이 목표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더민주는 공식적으로는 107석이 목표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지난 16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당시 의석수인 107석 정도만 확보해도 선전했다고 판단한다며 이에 미달할 경우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130석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정 단장은 “일단 목표는 높게 잡아야하지 않겠느냐”며 “다만 상황이 유동적이라 조만간 실시할 여론조사를 토대로 정밀한 판세분석을 해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130석은 사실상 최대 목표”라며 “19대 총선 때 1000표 미만 차이로 승부가 갈린 곳이 11곳이었는데 야권 후보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어렵다”고 말해 내심은 상당하 비관적이다.
국민의당은 세간의 예측보다 더 보수적인 목표치를 언급했다. 박선숙 사무총장은 “실현 가능한 판세분석을 해봐야하는 데 현재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으니 일단 목표는 20석이 목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떻든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출발선을 떠난 이들이 결승선을 통고해 들어 온 뒤 이들의 목표치가 얼마나 맞을 지는 선택권을 가진 유권자들 손에 달려 있다. 정당도 후보도 정당 지도부도 맘에 들지 않다고 기권하면 4년은 자신이 원하는 세상에서 점점 더 멀어진다. 자신이 원하는 세상과 최소한이라도 가깝게 되기 원한다면 유권자는 출마한 후보 중에서 최선을 골라 자신의 한 표를 던져야 한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공장이나 군부대 현지지도를 가면 사적실부터 들러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해당 시설에 그간 기울인 노력을 감회깊이 돌이켜보며 ‘선대 수령의 지도가 있어 오늘 이 시설들이 은을 내고 있다며 그 꿈을 어서 빨리 실현시켜 드려야한다’고 늘 강조해오고 있다.
최근 북이 공개한 위력적인 무기들을 생산한 공장에 가서도 한 결 같이 그런 말을 하였다.
여기서 말한 꿈에는 북 주민 생활과 관련된 것도 있고 국가방위와 관련된 것도 있겠지만 가장 궁극적인 것은 미국과 대결전을 끝내고 조국을 통일하는 꿈일 것이다.
최근 김정은 제1위원장이 그간 비밀로 해왔던 위력적인 무기들을 거의 매일 하나하나 공개하며 강력한 대미압박을 가하고 있는데 이는 대결전의 막바지 단계로 넘어갈 때 나타나는 특징 중에 하나이다.
북의 전쟁 영화를 보면 치밀하게 하나하나 다 준비해두었다가 상대를 깊숙하게 매복지점이나 함정으로 끌어들여 막바지에 준비한 역량을 일거에 쏟아부어 결전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아직 모든 것을 다 쏟아 붓는 결정적인 공세를 가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김일성, 김정일 두 지도자 때부터 준비한 역량을 매우 빠른 속도로 하나하나 공개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 하나하나가 예상을 뛰어넘는 것들이어서 그간 미국과 남측이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구축한 대응책들을 일거에 무력화시키고 있다.
지금 북이 공개한 300mm대구경 방사포나,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 상공을 타격할 전술핵탄 장착 미사일에 대한 대응책을 새로 마련하려면 미국과 관련국들은 또 천문학적인 혈세를 쏟아부어야 한다. 돈을 쏟아 붓는다고 해서 꼭 대응책을 찾으리라는 보장도 없는 상황이다.
전술핵탄 장착 미사일만 해도 단 한 발이라도 요격하지 못하면 항공모함과 그 주변 수많은 이지스함이 일거에 끝장나기 때문에 100% 요격시스템이 아니면 아무 쓸모가 없다.
만약 사거리가 200km나 나가는 방사포와 우란계열 신형 대함미사일, 스틱스계열 대함미사일 수백, 수천 발과 함께 이동식 차량 전술핵탄 미사일 그리고 잠수함발사 전술핵탄미사일을 동시에 쏘아대면 무슨 수로 항공모함전단이 막아낼 수 있겠는가. 그 많은 포탄 중에서 핵탄두 미사일만 골라서 요격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원래는 핵탄두 없이 그런 다양한 미사일 집중 공격으로 항모전단을 타격하는 것이었는데 이젠 거기에 항공모함 상공에다 터트리는 전술핵탄미사일까지 시험발사를 하고 있으니 미국으로서는 정말 살 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핵탄은 굳이 항공모함을 맞출 필요가 없다. 수 킬로미터 상공에서만 터져도 일대가 완전히 초토화된다. 특히 바다는 은폐 엄폐물이 전혀 없기 때문에 핵폭탄의 위력이 제대로 발휘되는 곳이다.
미국이 정말 북과 전쟁을 할 생각이 있다면 지금의 항공모함전단 중심의 공격체계를 다시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여 전면 개편하거나 먼저 북을 선제타격하여 모든 북의 포병기지와 미사일 기지를 다 파괴해야 할 것이다. 과연 그것이 가능한 일일까!
우리 정부도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미국의 미사일 요격시스템 킬 체인을 구축해왔다. 러시아의 대공미사일까지 수입하여 역설계 방식으로 만만치 않은 천마와 현무라는 대공미사일도 개발 실전배치해 두었다.
하지만 300mm 방사포에는 무용지물이다. 24일 엠비씨 뉴스데스크에서도 현재 북의 300mm 방사포는 킬 체인으로도 막을 수 없다는 전문가의 견해를 보도하였다. 국방부에서도 공식 브리핑을 통해 당황한 표정으로 기자들에게 현재는 방어수단이 없어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했다. 가장 발전된 로켓탄 요격 시스템이라고 하는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 시스템도 방사포를 막는 것은 불가능한데 과연 대책을 쉽게 찾을 수 있겠는가. 설령 또 천문학적인 돈과 시간을 들여 대책을 찾는다고 해도 북은 구경이나 하고 가만히 있겠는가.
문제는 이건 약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북이 최근 공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대기권 재돌입체 기술과 소형수소탄 기술 그리고 얼마전 공개한 우주공간을 고도 200km 상공에서 수평비행하는 기상천외한 탄도미사일과 쏘자마자 17km만에 레이더에서 사라져 버린 귀신이 곡할 탄도미사일 등이 결합되어 미국 본토 거점을 타격할 기술을 공개할 경우 미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사실 대함미사일 중에서 가장 구형에 속하고 덩치는 커서 파괴력은 엄청나지만 팝업기능도 없고 해면밀착비행능력도 약해 요격하기 가장 쉽다는 스틱스 대함 미사일도 100% 다 요격하기 힘들다. 그보다 훨씬 빠르고 위력적인 요격회피 기능을 장착한 신형 대함미사일들의 경우엔 더더욱 요격이 어렵다.
지난해 말 3개월 간 예멘 후티 반군의 스틱스 미사일 집중 공격에 사우디아라비아 전함이 8척이나 격침되어 현재 물고기 아파트로 이용되고 있다.
후티 반군 진영이 공개한 동영상과 이란 파르스 통신, 러시아 스푸트닉의 관련 보도에서 8척이 수장된 날짜와 장소를 구체적으로 도표화시켜 소개하고 있다. 그 전함 중에는 프랑스에서 수입한 1조원이 넘는 가격의 최신예 라파예트 스텔스 전함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이 라파예트급 전함 중에서도 사우디에 공급한 것은 특별 주문 제작한 것으로 가격이 매우 비싸서 거의 배수량 5000톤에 육박하며 미국 이지스함 못지않은 온갖 요격미사일과 방어기관포 등으로 중무장 되어 있으며 레이더를 제외한 대다수 장비가 다 각진 스텔스 선체 내부로 들어가 있고 스텔스 도료를 두텁게 발라 거의 탐지가 어려운 첨단 전함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10여 년 전 레바논 전쟁에서는 중국제 저렴한 대함미사일에 이스라엘 하니트 스텔스 전함이 얻어맞아 반파되어 긴급히 후송되어 수리를 받았다.
그 전 파키스탄 군함들이 한꺼번에 3척이나 인도의 스틱스 미사일에 물고기집으로 전락한 바 있다. 날아오는 것을 감지하고 요격체계를 총동원했지만 결국 막지 못했다.
포클랜드 전쟁에서도 엑조세 대함미사일이 날아오고 있는 것을 미리 알고서 요격하려고 몸부림쳤지만 결국 한방 얻어맞고 셰필드 구축함이 그대로 수장되었고 대형수송선이 격침되는 등 심각한 피해를 보았다.
몇 발 날아오는 대함미사일도 막지 못해서 이 난리인데 무더기로 방사포탄이 날아든다면 미국 구축함의 이지스체계건 뭐건 무슨 수로 다 막아내겠는가.
돈을 억수로 들여 구축한 패트리어트나 사드 요격체계도 현재 모든 미사일을 다 막을 수 없다고 미국 전문가들도 인정하고 있는데 전혀 보도 듣도 못한 이런 기상천외한 북의 탄도미사일과 무더기 방사포 공격을 막기 위해서 미국이 또 얼마나 많은 혈세를 쏟아 부어야 할지 모른다.
왜 혈세라고 하겠는가. 피 같은 돈이기 때문이다. 피가 마르면 생명체의 운명이 끝장나듯 나라의 세금이 마르면 나라가 말라비틀어져 죽어가게 된다.
현재 미국의 도로를 보면 한심한 수준이다. 얼마나 돈이 없으면 뉴욕의 도로마저 울퉁불퉁 쩍쩍 갈라졌는데 땜질도 못하고 있겠는가. 자본주의 경제 위축은 뉴딜정책과 같은 국가의 세금을 생산적인 곳에 잘 투자해서 불꽃을 튀겨주면 서서히 엔진이 돌아가게 되기도 하는데 그런 생산유발 국책 산업조차 손을 댈 수가 없게 된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전쟁에 육군을 투입해보지도 못하고 손을 뗀 것도, 시리아 아사드 대통령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면서도 특수부대를 보내 카다피정권을 붕괴시킬 때처럼 하지 못하고 곱게 물러난 것도 괜히 손을 댔다가 말려들면 또 엄청난 전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군산복합체는 오바마정권이 전쟁에 자꾸 말려들어 혈세를 자신들 무기구매에 써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더는 국방비를 증액할 국가재정이 없는 현실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중동에서 미군이 발을 빼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그래서 중동은 훗날을 기약하고 일단 더 중요한 태평양이라도 잘 보호하자며 아시아로의 회귀전략에 따라 태평양 무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그것이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하는 것은 물론 현재 북의 엄청난 반격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현재 행보는 미국과 전쟁으로 결판을 보자는 것이 아니라 그런 미국의 피를 말려 붕괴시키겠다는 전략을 가동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전쟁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수밖에 없다는 절박한 생각이 들면 미국도 북을 선제타격하는 마지막 초강수를 둘 수도 있다. 사실 지금 한반도 주변에 끌고 온 무력이면 언제든 선제타격을 가할 수가 있다고 본다. 그 시점은 키 리졸브-독수리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마친 직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때 북 인민군의 피로도가 가장 높고 또 긴장은 가장 많이 풀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5월 초면 추위와 더위에 약한 미군들에게 전쟁하기 딱 좋은 계절이다.
미국의 전략가들도 지금 공개된 북의 무기만 상대하기도 쉽지 않다는 판단을 어렵지 않게 내릴 것이기 때문에 실제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지만 워낙 궁지에 몰린 미국이다 보니 지금 아니면 선제타격이라도 해 볼 기회가 앞으로는 더욱 더 찾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는 유지하기 어려운 전략적 인내
북은 정말 전쟁에서 사용할 비장의 무기는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 그런 입장을 한 두 번만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에도 북은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불이 번쩍나게 해제끼겠다는 말로 실제 미국과 대결전에서 사용한 무기와 전략전술이 따로 있음을 암시하였다.
따라서 지금 공개하고 있는 무기들은 매복지점으로 유인하기 위한 전술차원의 무기일 가능성이 높으며 계속 단계적으로 그 공개 수위를 높여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정책도 더는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북이 무기를 하나하나 공개할 때마다.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과 동맹국들이 요동을 치는데 어떻게 무대응 인내로만 일관할 수 있겠는가.
지금 중동에서 미국이 발을 뺄 수밖에 없는 이유 중에 하나가 프랑스나 영국이 말로는 미국과 함께 어깨 걸고 싸울 것처럼 하지만 실전에서는 몸을 사리기 때문이다.
유럽은 러시아나 이란의 무기가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들이 어디 바보들인가. 미국은 차량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도 하나 만들지 못하고 있는데 러시아는 토폴m에 이젠 야르스24에 10여발의 다탄두 미사일까지 트럭에 싣고 다니며 위협을 해대니 어디 겁이 나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발을 들이 밀 수가 있겠는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마자 러시아가 크림을 합병해버려 유럽이 미국과 함께 강력한 대러시아 제재를 가동했지만 러시아 승전기념식에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득달같이 달려가 푸틴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는데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이란의 탄도미사일이 유럽 전역을 사정권에 두고 있는데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이란게 허당이어서 이를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이란이 도와주는 시리아 내전에 유럽이 발을 들여놓을 수가 있겠는가.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과 미국의 패트리어트 미사일 방어망을 믿고 있던 사우디라비아가 자국의 킹 칼리드 공군기지가 후티 반군이 쏜 탄도미사일에 쑥대밭이 되고 사우디 공군사령관과 모사드 요원 수십명이 죽고 말았는데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과연 프랑스와 영국의 전략가들이 모를 수가 있겠는가.
체첸 반군 특수부대들을 훈련시켜 요르단 인접 시리아 비밀 반군기지에 아사드 대통령을 저격하기 위해 데리고 들어갔던 이스라엘 장성이 시리아 정부군 공중폭격으로 수많은 이스라엘 장교들과 함께 황천객이 되고 말았지만 이스라엘이 시리아에 내놓고 경고도 하지 못하고 있고 또 육군 파병은커녕 반 정부군에게 무기지원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이유가 어디에 있겠는가. 함부로 덤볐다가는 오히려 이스라엘이 지도사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에 온 몸이 전율했기 때문 아니겠는가.
사실 아사드 정부군과 싸우는 반군들에게 휴대용 대공미사일만 제대로 공급되었어도 시리아 내전에서 반 정부군들이 지금처럼 혹심하게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국도 이스라엘도 주지 않은 것이다. 끽해야 미국에서 탱크에 구멍도 내지 못하는 한 물 간 구형 토우 미사일이나 좀 건네주었을 뿐이다.
이스라엘과 유럽은 그래도 이런 감각이라도 살아있으니 함부로 나대지 않고 신중하게 나라를 유지할 방법을 찾기 위해 암중모색이라도 하는데 일본과 한국은 아예 감각 자체가 마비되어있으니 이 어찌 큰 일이 아닐 수 있겠는가.
그래도 북의 300mm방사포를 본 후에는 우리 언론들이 조금은 아픔을 느끼기는 한 것 같다.
미국과 한국, 일본은 북을 봉쇄하면 북의 피를 말려 고사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모양인데 이대로 가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피가 말라 회생불능의 장기병동 환자신세로 전락하게 될 우려가 더 높다고 본다.
지금이라도 이 나라 전략가들은 사태의 본질과 세상의 흐름을 바로 감지하고 지금의 위기를 타계할 현실적인 대책 마련에 시급히 나서야 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세계 경제 위기 상황에서 혈세를 쏟아 붓는 무기경쟁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백해무익하다. 단순한 해가 아니라 치명적 자살행위가 될 것이다. 반대로 북과 관계를 개선하고 교류협력을 확대하면 귀중한 혈세를 밑도 끝도 없는 국방부에 다 투입하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남북경협을 통해 경제회생의 활로를 뚫을 수 있을 것이기에 일거다득이 아닐 수 없다.
북은 사실 남북관계, 북미관계 개선이 급할 게 없을 것이다. 무기를 하나하나 공개할 때마다 제3세계 국가들이 그 무기 기술 도입하기 위해 마구 달려갈 것이다. 요즘은 무기를 만들어 수출하는 시대가 아니다. 북의 엔지니어 몇 사람만 그 나라에 파견하면 얼마든지 무기 공장을 만들 수 있다. 기계와 장비 사는 것이야 일도 아니다. 이런 방식의 무기 수출을 무슨 수로 막는단 말인가.
대북 경제 봉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만약 실질적으로 북의 경제에 타격을 주는 경제봉쇄가 가해진다면 북은 가만히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불이 번쩍 나게 단숨에 끝낼 준비를 마쳤는데 무엇 때문에 당하고 있겠는가. 살인적 봉쇄를 당하던 나라치고 가만히 당하고만 있었던 경우는 없었다.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으니 한 판 붙어보기라도 하자고 다들 막판에는 덤펴들었다.
지금까지는 그 준비가 미쳐 덜 끝났기 때문에 참고 인내해온 것임을 지금 김정은 제1위원장의 행보에서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북은 이제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봐야 한다. 매일매일 메뉴를 바꿔가며 아찔한 무기들을 정신차릴 수 없게 시험 공개하며 미국을 압박하는 것을 보고도 그것을 짐작하지 못한다면 이미 그 나라의 전략가들의 감각이 정상이 아닌 것이다. 미국의 전략가들이 설마 그 정도로 지능이 낮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하기에 북미 사이에 전격적인 대화의 날이 곧 도래할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어쩌면 지금 막후에서 열심히 그런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제발 이제 무기 공개 좀 그만 하라며 요구가 뭐냐고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벌써 에이피 통신 북 지부에서 미군 유해 발굴 사업의 시급성을 환기시키는 기사가 어제 나왔다. 미군 유해발굴을 한다며 협상팀이 평양에 들어가 직접 협상을 진행했던 과거가 있기에 이는 주목할 지점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앞서 언급했지만 미국이 전쟁을 결심할 가능성도 아예 없다고는 볼 수 없다. 특히 5월 초가 그렇다. 어쨌든 미국의 전략적 인내만은 이제 더는 유지될 수 없는 상황이다. 돈이 없어서라도 미국은 더는 버티기 어려워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에게 돌이키기 힘든 상처를 남겼다. 나 또한 이 사건을 통해 감당하기 힘든 충격을 받았고, 내 가족들 역시 그랬다. 언제나 즐겁고 행복해야 할 가족들의 식사 자리가 상당 시간 동안 침묵으로 도배되었고, 갑자기 터져 나온 울음으로 중단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평생 치유되지 못할 상처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여기 그 상처를 딛고 처음으로 목소리를 내던 한 청년이 있다. 사람들로 하여금 기가 질려 아무 말도 못 하게 만들었던 “가만히 있으라” 라는 말을 표어로 삼아 역설적으로 이제는 절대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나선 사람이다.
그 청년은 이제,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와중에도 진보의 깃발을 들고 버티고 있는 미소정당, 노동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이번 총선에 출마를 했다.
과연 그는 누구일까? 어떤 사람일까?
우리 주변에 존재하지만 결코 눈에 띄지 않는 가난한 청년들, 어딘가의 반지하방, 어느 건물인가의 옥탑방, 좁아터진 고시원 같은 곳에서 음울하게 숨어 있으면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인력수요를 최저임금 이하의 알바노동으로 채워주고 있는 그런 빈곤한 청년들 속에서 “내가 지금 여기 서 있으며 이제는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외치면서 나타난 “주머니 속의 송곳” 같은 인물이다.
노동당 비례대표 후보 용혜인을 만났다.
(이하 용혜인 후보는 “용”, 물뚝심송은 “물”로 표기한다.)
호구조사
물 : 어쩌다 이런 악의 소굴까지 오시게 되었는가?
용 : 몰랐어요. 여기가 악의 소굴인가요?
이너뷰는 대학로 시절의 딴지 벙커원(최근 충정로로 이전했다)에서 있었다. 음습한 기운이 감도는 지하 벙커에 오면서 거기가 대한민국 최고의 악의 소굴이라는 것도 모르고 오다니, 참으로 순진한 정치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사진을 찍고 난 뒤 본격적으로 이너뷰를 시작했다.
물 : 정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셨다고 표현해도 되겠다. 큰 결심이었을텐데.. 괜찮으신가?
용 : 괜찮냐고요? (웃음) 상당히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 질문인 것 같네요. 고민도 많았고,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20대들 사이에서는 나이가 많은 편이지만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너무 어리잖아요. 걱정도 많았는데, 출마하고 시작하고 나서 바쁘게 살다 보니, 특히 SNS에서 반응이 많이 오면서 힘을 얻기도 했어요.
물 : 27살이신가? 그 나이면 뭐 당선되어도 최연소 기록은 안 되는데?
용 : 만으로 스물다섯이니까 기록일 수도 있어요. 김영삼 씨가 만으로 스물여섯이었으니까요.
김영삼은 1927년 12월 20일생으로 1954년 5월 20일에 치러진 제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되었다. 만 26세, 태어난 지 26년 5개월 만의 일이다. 용혜인 후보는 1990년 4월 12일에 태어나 2016년 4월 13일 총선에 도전하고 있다. 만약 당선된다면 똑같은 만 26세지만, 26년하고 단 하루 만에 당선된 것이니 김영삼 전 대통령의 기록을 5개월 차이로 깨게 된다. 아니 그 이전에 용혜인 후보의 입장에서는 4월 12일이 생일이니 엄청난 생일선물을 받게 되는 셈이다. 과연 가능한 일일까?
물 : 그럴 수도 있겠다. 이 이너뷰는 언제나 그렇지만, 정치적 입장이나 주장들 보다는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 봄으로써 과연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를 알아보는데 촛점을 맞추도록 하겠다. 언제 태어나셨는가?
용 : 1990년 4월 12일에 태어났어요. 경기도 부천에서 태어나 여섯 살 때 아버지 회사가 옮기면서 안산으로 같이 이사갔어요.
물 : 어렸을 때의 가정 형편은?
용 : 아버님은 자수성가 스타일이였고, 나름대로 평범한 가정이었습니다.
물 : 자수성가라면 돈을 많이 버셨다는 것인가?
용 : 돈이 엄청나게 많지는 않았고, 크게 부족함 없이 알뜰하게 모아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차근차근 해 나가는 집안이었죠. 안산에서 중앙초등학교, 중앙중학교, 경안고등학교를 나왔습니다.
물 : 다 근처에 있는 학교들을 다닌 것인가?
용 : 예. 맞아요. 아파트 단지에서 걸어서 십분 이내 거리에 있는 학교를 계속 다닌 거죠.
물 :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이라면?
용 : 월드컵이요. 초등학교 6학년 때였어요.
물 : 오, 2002년 월드컵.
용 : 예. 그랬고 많이 놀았고, 어려서부터 책 읽는 걸 좋아해서 학교에 걸어가면서 책을 읽곤 했어요. 그러면 어머니께서 아파트 창문을 열고 “야! 용혜인!” 하고 외치셨던 기억이 나요. 그러면 책 덮고 막 도망가고..
물 : 혹시 그 시절에 읽었던 책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용 : (웃음) 너무 어려서 기억이 잘 안 나요.
물 : 중고교 시절에는 뭔가 재미있는 일이 없었는가?
초중고 시절에 관한 추억은 한 사람의 인생을 짐작케 해 줄 단서가 된다. 따라서 열심히 캐물었으나 정말로 별다른 일이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용 후보의 삶의 키워드는 “평범함”이 된다. 하지만 이 또한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될 수도 있다. 역설적으로 말이다.
용 : 대학 들어갈 때까지 별다른 일이 없어요. 사실 중학교 2학년 때 같은데, 아버님께서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하셨어요.
물 : 위기가 다가오는 느낌이다.
용 : 처음에는 돈도 더 버시고 잘 되다가 고3 때부터 갑자기 어려워졌어요. 2008년 무렵이죠. 그때가 바로 광우병 촛불 때였는데, 제가 딱 그 세대였어요. 제 친구들은 다 야자 째고 집회에 나가곤 했었는데 저는 한 번도 나간 적이 없어요.
많은 언론에 이미 보도된 내용이지만 용 후보는 고교 시절 광우병 촛불 시위에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굉장히 많은 의미가 있는 사실이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평범한 모범생이었다는 뜻.
물 : 굉장히 모범생이었나 보다.
용 : 모범생이었어요. 학원은 별로 안 다녔지만 야자 열심히 하고..
물 : 공부도 굉장히 잘했는가?
용 : 그렇게 잘하지는 못했지만 열심히 했어요.
물 : 성적과 관계없이 무엇을 하고 싶다는 생각들을 할 시점이었을 텐데.
용 : 저는 아무래도 여자니까 교대나 사범대에 가라는 말을 많이 들었죠. 하지만 왠지 그런 데는 가기 싫었어요. 여자는 교사를 하는 게 안정적이다, 뭐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왠지 싫어했어요. 굳이 바득바득 우겨서 사회과학을 전공으로 택했죠.
물 : 중고교 시절에 사회과학 관련 동아리 활동을 하거나 한 경력도 없이?
용 : 그런 적 없어요. 저는 그런 스타일도 아니었고, 학교에서 짜놓은 대로 열심히 하고, 촛불시위도 안 나가고, 조중동 보면서 “성장이 우선이고 파이는 키우는 게 맞지.”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았어요.
물 : 주류의 시각을 가지고..
용 : 맞아요. 수행평가로 시사토론하는 것이 있었는데, 거기서 FTA 찬성 입장을 맡아 토론을 하기도 했어요.
물 : 그랬던 소녀가..
용 : (웃음) 예, 그랬던 소녀가 이렇게 되었죠.
평범하다. 지나치게 평범해서 오히려 비범한 수준. 뭔가 하나 특이점도 발견되지 않는다. 유일한 특징은 “책을 좋아한다” 정도.. 초중고 시절에 뭔가 특이한 점을 하나도 찾지 못한 채 대학 시절로 넘어간다.
대학 시절, 사회에 눈을 뜨다
물 : 그래서 대학은 어디로 가셨습니까?
용 : 경희대 사회과학부 정치외교 전공 하고 있어요.
물 : 굉장히 무서운 전공을 택하셨다. 재미는 있으신가?
용 : 1, 2학년 때에는 학교 공부가 참 재미있었는데요. 3, 4학년 되면서 이런저런 활동을 하게 되면서부터는 학과공부에 흥미를 잃었어요. 책에 있는 내용이 현실과 맞지 않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물 :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얘기라는 느낌인가?
용 : 그런 거겠죠? 비슷한 것 같아요. 사실 제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엄청 거창한 것, 사회를 바꾼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이 사회가 구제해야 하는데 그걸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것이었는데요. 책에는 그런 내용은 없더라구요.
물 : 그런 건가.. 하여간 그런 대학을 가려면 요즘 기준으로는 공부를 엄청 잘하신 것 같다.
용 : 아닙니다. (웃음)
물 : 정리해 보자면 그렇게 평온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 대학에 와서 사회과학부 정치외교학을 전공하면서 이제 전공 공부가 현실과 괴리되었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한 거다. 그 다음에는 관심이 어디로 가게 되었는가?
용 : 고3 때 아빠 사업이 어려워졌다고 말씀을 드렸죠. 그래서 수능 끝나고 입학할 때까지 알바를 했어요. 강남에 있는 예식장에서 일을 했어요. 당시 최저 임금이 3,800원이었는데 수습이라는 명목으로 3,500원을 받고 일을 했어요. 구두 신고 머리 올리고 하루 종일 7만 원짜리 스테이크를 날랐습니다. 그 때 제가 하루 종일 일을 하면 14시간 정도 일을 하고 5만 원 좀 안 되게 받았거든요. 7만 원짜리 스테이크를 300개씩 나르고 했었는데, 그것만 해도 2,100만 원이에요. 그런데 저는 일당으로 이 스테이크 한 접시를 못 사 먹는 거죠.
알바가 끝나고 나면 직원들이 알바생 수십명을 모아 놓고 남은 스테이크를 나눠 먹여 줘요. 그럴 때나 겨우 맛을 볼 수 있는 거죠. 그러면서 직원들이 이런 얘기를 합니다. 겨울이니까 고객들이 모피 같은 걸 많이 입고 오시는데, 음식을 쏟기라도 하면 세탁비가 더 나가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일하라는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먹었어요.
물 : 그렇다면 그런 사고를 치면 그걸 알바가 보상을 해야 한단 말인가?
용 : 사고를 한 번도 쳐보질 않아서 잘 모르겠어요. (웃음)
대학에 들어오면서 미래를 상상했어요. 서울에서 밤에 청계천 같은 곳을 돌아다니면 보이는 불 켜져 있는 고층 빌딩 같은 곳에서, 그런 곳에서 입에 빵하나 물고 야근하는 직원 같은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알바를 해보니 내 자신이 너무 하찮아 보이는 거에요.
물 : 그 때 느낌을 표현해 본다면?
용 : 슬픔에 가깝고, 무력감 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이 상상했던 미래와 자신이 겪게 된 현실의 괴리감. 이 땅에 사는 수많은 청년들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자마자 이런 괴리감 속에서 고통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 중에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극소수다. 어떤 이는 순응해서 살아가고 어떤 이는 좌절해서 쓰러질 뿐이다. 차이점은 무엇일까?
물 : 당시에 최저임금제 같은 제도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계셨는가?
용 : 그런 게 있다는 것은 알았어요. 하지만 그게 강제사항인 줄도 잘 몰랐고, 그런 제도가 있어 봐야 현실에서 “누가 그걸 지켜?” 라고 생각을 했어요.
물 : 고교 시절, FTA를 찬성하고 성장이 우선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처럼, 이런 제도는 당연히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을 한 것인가?
용 : 그렇죠. 하지만 내가 막상 당사자가 되니, 생각하던 것과는 많이 달랐다고 느끼게 된거죠.
물 : 일은 많이 힘들었는가?
용 : 사실은 그 알바를 입학한 뒤에도 계속했어요. 평일에는 학교를 가고, 주말에는 알바를 하는 식으로 이틀 벌어서 일주일을 살아야 되는 건데, 이게 너무 힘들거든요. 밤중 9시까지 구두 신고 서서 일을 하고, 다음날 또 아침 일곱시까지 나가야 되고 하니까 견디기 힘들었죠. 토요일은 일하고 일요일은 뻗어 버리고 그랬어요.
물 : 몸이 버티질 못하는 상황.
용 : 예. 그렇게 되면 돈이 모자르고, 신입생이라 MT 같은 거 가게 되면 또 일을 못 하게 되고 생활비가 부족하게 되고 그랬어요.
물 : 많이 속상하셨겠다.
용 : 많이 답답했죠. 제가 원래 모범생이고, 효녀였거든요. 한 번은 그런 적이 있었어요. 안산에서 학교까지 가려면 교통비가 이천 원 정도 들어요. 왕복하면 사천 원인데 집에 돈이 하나도 없는 거에요. 그 돈 사천 원이 없어서 학교를 못갔어요.
어떻게 사는 게 이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무 살이 되어서 처음으로 어떻게 인생이 이러지..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거죠.
물 : 가장 행복해야 할 시절에..
내가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가슴 한 구석을 찌르는 것 같은 아픔이 느껴져서 질문을 이어가기 힘들어졌다. 아주 사소한 일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아주 작은 돈이 없어서 일상이 중단되는 느낌은 안 겪어 본 사람은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차비가 없어서 학교를 못 가고, 라면 한 봉지 살 돈이 없어서 밥을 굶어야 되고, 사용요금을 못 내서 전기나 가스가 끊기는 경험.
바로 빈곤의 실체와 직면하는 순간이다.
못 겪어 본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한다. 그렇게까지 가난해질 때까지 왜 대책을 안 세우는가, 뭔가 잘못이 있는 거 아닌가, 게을렀거나 무능했거나 악행을 저질러서 벌을 받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전생에 무슨 잘못을 했을 거라고 생각을 한다. 자신이 겪어 보지 못한 고통을 겪는 자라면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이 사회의 재화는 한정되어 있고, 누군가 과도하게 가진다면 누군가는 반드시 생존에 필요한 수준의 기본적인 소유도 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그 부의 편중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자와 빈자의 구분은 대부분 “운”에 기인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사회 구조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빈곤에 직면하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변의 누군가에게, 십중팔구는 부모에게 책임을 묻게 된다. 그것도 아니라면 자신이 뭔가 죄를 지었다고 믿어 버리게 된다. 가족관계가 파괴되기 시작하고 자존감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은 이게 더 무서운 일이다.
가난은 그렇게 인간의 심성을 파괴하는 무서운 존재이다.
용 : 난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죠. 자존심 상하니까 친구들에게는 “난 오늘 아파서 학교 못 가.” 이렇게 얘기하고,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하시는 엄마한테는 “어차피 학교 가기 싫었는데 하루 쉬지 뭐.” 이렇게 얘기를 했죠. 그렇게 얘기하고 넘어가는 데 정말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 : 그럴 때 보통 부모님을 원망하기가 쉬운데..
용 : 그러진 않았어요. 왜냐하면 제가 보기에 부모님들도 최선을 다하고 계셨거든요. 열심히 살고 계시는데 왜 안 되지? 하는 생각을 했을 뿐이에요.
물 : 보통 IMF 때나 2008년 이후 금융위기 때에도 게으르거나 뭔가 잘못한 사람들이 망해서 어려워지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런 것까지 알기는 어려웠을 것 같고, 열심히 사는데 왜 이렇게 안 되는 걸까 하는 의문을 가지셨던 모양이다.
용 : 맞아요.
거기에 사람이 있었다
물 : 이제 문제를 느끼기 시작했다. 다음은 무엇인가?
용 : 처음엔 그랬어요. 제가 겪고 있는 문제가 더 심화되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어요. 저 말고도 이런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내가 겪는 문제가 더 심각해지면서 나의 문제가 사회의 문제구나, 하고 깨달은 것이 아니라, 나와 똑같은 문제를 겪는 사람들의 존재를 깨달은 거에요.
물 : 어떤 특별한 계기라도 있는가?
용 : 예식장 알바 할 때, 같이 일하던 오빠가 있었어요. 거기는 원래 각자 알바가 가능한 시간에 나와 알바를 하게 되는 구조인데 거의 매일 일을 하는 사람이었죠. 이렇게 일을 하면 언젠가는 정직원이 되지 않겠냐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던 거에요.
물 : 얼마나 일을 해 왔는가?
용 : 정확히는 잘 모르지만 6개월 이상한 거 같아요. 일을 잘해서 직원들도 좋아하고 그랬는데, 저는 그렇게 해서 정직원이 되겠나 싶고 안타까웠어요. 그만큼 정규직 되기가 힘든 거잖아요.
사람은 타인의 모습을 통해 자기 자신의 모습을 더 정확하게 깨닫게 된다. 정규직이 되고 싶어 발버둥 치는 다른 이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나 자신은 어떤 처지에 처해 있는가 하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는, 특별한 가정에 태어나지 않는 이상 평온하게 학업을 마치고 정규직 일자리를 얻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으로 보인다.
용 : 또 뚜렷하게 기억나는 건 이거에요. 한진 중공업 관련해서 희망버스에 참여했었어요. 어려서 조중동만 읽다가 대학 들어와서 한겨레, 경향, 각종 시사 주간지 같은 걸 읽게 되면서 아직 싸움이 끝나지 않은 곳이 많다는 걸 알게 된 거죠.
그러다가 2011년에 1차 희망버스에 참여했습니다.
물 : 아, 그 때, 남쪽으로 내려가신 건가?
용 : 사실 그게 뭔지도 잘 몰랐어요. 그냥 친구와 후배들이랑 술 먹으면서 “무가당”이라는 걸 만들었었어요.
물 : 그게 뭔가?
용 : “무적의 가짜 노동당”. (웃음) 지금은 남한에도 노동당이 있지만 그 때는 북한에만 노동당이 있었잖아요. 하도 뭐만 하면 종북이라고 하니까, 우리는 가짜 노동당이라고 주장한 거죠.
물 : 지금의 노동당은 당시에는 진보신당이었는가?
용 : 그렇죠. 그 무가당 친구들이 희망버스라는 게 있다는데 한 번 가보자 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같이 가게 된 거에요. 친구들은 뭔가 좀 알고 갔던 거 같은데 저는 진짜 얼결에 갔어요. 부끄럽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거기서 막 담 넘고 그러던 것이 저에겐 무척 충격이었어요.
거기다가 갔다 와서 이런저런 조사를 해 본 거죠. 저분들은 왜 저러고 있는가 하는 것을 알아보니 정리해고 문제 같은 것도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바로 김주익이라는 분이, 김진숙 씨가 투쟁하고 있던 바로 그 트레인에서 목을 매서 자살하셨다는 것이었어요.
일반인들이 흔히 하기 힘든 경험. 사회적인 집회의 현장에서는 언제나 약간의 폭력과 약간의 무질서가 동반되기 마련이지만 자주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익숙한 그런 행동들은 언제나 처음 참여하는 사람에게는 충격적인 경험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거기다가 그렇게 싸우는 사람들의 존재를 알게 되고, 나아가 그 투쟁의 현장이 바로 얼마 전에 또 다른 노동자의 생명이 끊어진 바로 그 장소라는 사실까지 알게 되면, 충격은 배가된다.
물 : 그것도 모르고 내려갔던 것인가?
용 : 예. 바로 그 자리에서 투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놀라웠어요. 저는 2008년 FTA 찬성하던 것도 비슷한 맥락인데, 이제 세상은 바뀌었고 민주화 운동은 마무리되었으며 경제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아직 이런 싸움들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던 것 같아요. 여전히 이렇게 싸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본 거죠.
그 때 처음으로, 나 말고도 이런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거에요.
물 : 2002년 노무현의 참여정부 출범에 대해서는?
용 : 그 때는 제가 너무 어려서 잘 몰랐어요. 월드컵만 열심히 봤죠. 그 때 효순이 미선이 사건 기억나고 촛불시위가 있었는데 그저 그런 게 있구나 하는 정도로만 느꼈죠.
물 : 그렇다면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참여 이전에는 사회적인 활동 경험은 거의 없었는가?
용 : 네. 신입생 시절에 종편 반대 집회에 구경하러 갔던 기억이 나긴 해요. 친구가 가자고 해서 그냥 구경하러 따라간 거죠.
물 : 사실 학업 외적인 활동을 하기에는 경제적인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다.
용 : 그렇죠. 정말 여유가 없었어요. 학교가 너무 멀어서 가는 데만 두 시간이 넘게 걸렸어요. 그렇게 일 년 반을 다니다가 고시원 생활을 했어요. 처음에는 좋았죠.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는 느낌이었어요.
월 27만 원짜리, 창문도 없는 고시원 생활을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힘들어지더라구요. 남녀 공용 고시원이라 남자들이 막 속옷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것도 스트레스였고, 너무 좁고 힘들었어요. 고등학교 시절까지 내가 가난하다는 생각을 거의 못해봤는데, 고시원 생활을 하게 되면서 내가 진짜 가난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 때, 고시원 방보다 더 넓은 친구 하숙방에 가서 같이 자고 고시원에 돌아와서는 옷만 갈아입고 하기도 했어요.
가난의 물리적인 실체는 이런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정말 너무나 당연한 안전하고 평온한 공간이 누군가에는 정말 갖기 힘들고 절실한 조건이 되기도 한다.
용 : 그러다가 2012년에 4학년이 되면서 먹고 살 길을 찾아야 되는 거에요. 학점도 별로 안 좋고 스펙도 쌓아둔 게 없잖아요. 먹고 살길이 막막한 거죠.
물 : 등록금은 어떻게 마련하셨는가?
용 : 학자금 대출이죠. 2009년도 학자금 대출 이자가 7%였어요.
물 : 그거 완전 사채이자 아닌가?
용 : 그렇죠. 나중에 갚는 것 말고는 아무런 메릿이 없는 조건이었어요. 바로 매달 만 원 이상 이자를 내야 되는데 그게 밀리면 은행에서 독촉전화가 오는 거죠. 정말 스트레스였어요.
물 : 8학기 대출을 다 받았은 건가?
용 : 그때 또 아버님이 사업이 망해 다 정리하고 양평에 가서 비닐하우스까지 하시다가 원래의 거래처에서 연락이 와서 다시 사업을 시작한 시점이었어요. 아무리 그래도 졸업하면서 빚지고 시작해서 되겠냐는 이유로 어떻게 마련을 해 주셨죠.
그렇게 등록금을 감당하다가.. 작년에는 다시 학자금 대출을 받았었죠. 아주 꼬박꼬박 빼가더라구요.
물 : 정말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졸업은 하셨는가?
용 : 한 학기 남았어요. 그러다가 생각을 해 보니, 결국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5급 공무원.
물 : 5급이면 바로 행정고시 아닌가?
용 : 그렇죠. 행정고시 준비를 시작했어요. 신림동에 방을 얻고 학원은 비싸서 못 가고, 인강 위주로 했죠. 독서실 같은 곳에서 복사해주는 자료를 가지고 공부를 시작한 거에요.
물 : 그런 시험 공부는 잘하는가?
용 : 고딩 때는 제가 공부를 좀 했는데 나중에 또 하려니까 쉽지 않더라구요. 많이 힘들었어요. 2012년부터 공무원 시험을 본격적으로 준비했죠. 한국사 같은 것도 하고, 토익 공부도 하고. 하루 종일 혼자 있으려니까 너무 이상해서 사람 말소리를 듣고 싶어 야구 중계를 틀어 놓고 공부를 했어요.
물 : 야구를 좋아하시는가? 어느 팀을 응원하시는가?
용 : 넥센이요.
물 : 넥센 이외의 팀을 응원하시는 분들은 어쩌려고 그런 얘기를..
용 : (웃음) 그렇게 공부를 하는데 너무 재미가 없고 사는 게 힘든 거에요.
사실 자취라는 게 김치 하나 먹으려 해도 너무 비싸서 감당이 안 되거든요. 다른 분들은 또 자취하면 맨날 스팸 같은 거 먹는 줄 아시는데, 스팸 그것도 무척 비싼 거에요. 시장이 훨씬 쌉니다. 시장에 가서 반찬을 조금씩 사다가 먹고, 참치캔 같은 거, 진미채 볶음 같은 거 먹고 밥도 다 해 먹고 그랬어요. 하루 종일 그렇게 방안에만 있는 거에요.
그러면서 이 좁은 방 안에서 이렇게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고민을 하기 시작한 거죠. 돈을 벌고 사회적으로 성공하겠다고 이러고 있는데 그렇게 해서 언제 성공하고 성공할 때까지 어떻게 버티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또 그렇게 5급 공무원이 된다고 해서 뭐가 바뀌겠는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러다가 2013년에는 알바연대 같은게 생기면서 조합비 내고 활동을 했어요.
물 : 조합비는 얼마나 되는가?
용 : 한 달에 한 시간 최저 임금. 요즘 같으면 6,030원이죠.
당시 대학생 알바 관련된 일을 하면서 야간에 실태조사 같은 거 하고, 야간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을 만나보고 그랬어요.
오후 8시에 시작해서 야간알바 12시간 하고 아침 8시에 퇴근해서 씻고 자면 다시 저녁때 출근하게 되는 거죠. 그러면 완전히 사회와 격리되어 살게 되는 거에요. 그런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 경험을 한 거죠.
그러다가 2014년에 세월호 참사를 겪게 된 겁니다.
물 : 드디어 세월호인가.
용혜인과 세월호
용 : 2014년 1학기에 졸업을 위해 학교를 다시 다니고 있었는데, 세월호 참사 소식을 듣게 된 거에요. 안산에 오래 살았고, 제게는 단원고 이름이 익숙해요. 어찌 보면 친구 후배들이고..
당시 시험 기간 전주라 학교에서 시험공부 하던 중에 아침에 수업을 들어가는데, 수업 들어가기 전에 뉴스를 보게 된 거에요. 그런데 당장 전원 구조라는 얘기가 나와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수업을 듣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수업 듣고 나오니까 오보였다는 거에요. 처음에는 멍했어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어떻게 이렇게 큰 배가 넘어가는데 이렇게 실종자가 많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가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정부가 구조하고 있었고, 저 안에 누군가 살아 있어서, 일부러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하려고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한 일주일 정도는 말이죠.
물 :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용 : 그러다가 얼마 시간이 흐르고 밤늦게 시험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과목이 서양 정치사상 이런 거였어요.
물 : 제목만 들어도 머리가 아프다.
용 : (웃음) 아리스토텔레스 나오고 하는 시험공부를 하다가 트위터를 통해서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진도대교 건너 행진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 거에요.
아니, 정부가 그렇게 구조하고 있다고 하고 그러는데, 왜 저럴까 사람들이.. 왜 저러지? 라고 생각을 했어요. 도대체 뭐가 문제길래. 실제로 뭐가 문제인지는 거의 언론에 안 나왔어요. 그건 거의 몰랐는데, 제가 놀란 것은 경찰이 경찰버스를 열대를 동원해서 그 가족들을 막아섰다는 거에요.
제가 정권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이 사람들을 잘 달래서 이해를 시키고 문제를 잘 해결해 보려고 노력을 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러지 않고 경찰병력을 동원해서 막아선다는 것, 공권력이 그 상황에서 그 가족들을 상대로 어떻게 저러지? 하는 의구심이 생겼어요. 충격적이었죠.
어떻게 가족을 잃고, 가족을 아직 찾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국가권력이 저럴 수 있지? 하면서 뭔가 잘못되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충격을 받았어요.
일반적인 사람들은 막연히 국가 권력에 대해 선의의 기대를 하기 마련이다. 이 국가는 최소한의 합리성을 가지고 움직일 것이다, 그 구성원에 대해 최소한의 합리적인 태도를 보여줄 것이다, 뭐 이런 당연한 기대 말이다.
그런 당연한 기대가 깨지는 순간 사람들은 배신감이나 분노를 느끼기 전에 당황을 하게 된다. 용혜인 후보 역시 그랬던 것 같다.
용 : 그래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물 : 어떤 것을 하려고 한 것인가?
용 : 친구들하고 모여서 지금 생각하면 참 조악하지만 노란 리본이라도 만들어서 돌리고 했었어요. 그러다가 진짜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친구들하고 얘기를 한거죠. 추모의 뜻이라도 표현을 해야겠다, 슬픔에 빠진 사람들에게 뭔가를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거죠.
그래서 침묵 행진이라도 하자, 한 손에 국화꽃을 들고 노란 리본을 들고, 또 한 손에는 뭔가 해야 하는데, 고민을 하다가 당시 사람들 사이에 많이 돌던 “가만히 있으라” 라는 말을 떠올린 거에요.
물 : 그 “가만히 있으라” 라는 말에 대해서는 어떤 관점을 가지고 계신 건가?
용 : 선내에서 그런 방송을 했다는 거 자체가 마음 아픈 거죠. 그러나 유가족들을 진도대교에서 막아서는 모습을 생각했던 거죠.
한국사회에서 이런 사고가 반복되는 현상을 함축하고 있는 말이라고 생각을 한 거죠. 처음에는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이런 문장을 생각하다가 결국 깔끔하게 “가만히 있으라”로 결정한 거죠.
이 말이 우리에게 울림이 있으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울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용혜인을 우리 사회에 알린 그 첫걸음. “가만히 있으라”라는 말로 상징되는 그 침묵시위는 이렇게 정말로 평범한 모범생의 정말로 사소한 기획에서 시작된 것이다.
우리에게 울림이 있으니 다른 사람에게도 울림이 있을 것이다. 내가 느낀 감정들을 다른 사람들도 느꼈을 것이다. 그런 상식적이고 단순한 기대가 바로 연대의 가능성을 알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권력은 언제나 이런 단순한 시작을 과대포장하고 싶어 한다. 그렇게 상식적인 시작을 상식적이지 않은 누군가의 음험한 기획으로 몰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배후를 찾는다. 그러나 그런 배후는 그들의 망상 속에만 존재하는 법이다.
물 : 함께한 분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용 : 지금도 같이 하는데, 학교 후배, 고대 친구, 서강대 친구, 그리 많지는 않았어요.
물 : 그건 범 대학 연대 구조 아닌가?
용 : 결과적으로 보면 그렇게 되었지만, 의도한 바는 아니었어요. 그냥 아는 친구들일 뿐. (웃음) 선배들이 그런 얘기를 했어요. 이런 거 하면 경찰에서 연락 오고 그럴 거라고. 거기다가 저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었잖아요.
그래도 뭐 괜찮아, 뭐 별일 있겠어? 하면서 강행을 한 거죠.
처음에는 청와대 게시판에 이 일을 알렸죠. 당시 많은 사람들이 청와대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있었기도 하죠. 행진을 시작하기 바로 전날, 24시간 전에 이 일을 홍보했어요.
물 : 바로 전날, 그것도 청와대 게시판에 알리는 건 너무 급박한 거 아니었을까?
용 : 별로 홍보할 생각도 없었어요. 그저 친구들끼리 모을 수 있는 사람들 모아서 한 이삼십 명 모여서 하려고 한 거죠.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오신 거죠.
물 : 첫날 얼마나 모였는가?
용 : 그게 지역마다 좀 다른데, 홍대에서 시작할 때 한 30명, 서울광장에는 150에서 200명 정도가 모였어요.
물 : 무섭지 않으셨나?
용 : 처음에는 무서운 줄 몰랐어요. 그런데 끝나고 집에 가는데 앞에 스타렉스가 갑자기 서는 거에요.
물 : 검은색?
용 : 은색이요. 저는 심지어 그 번호판까지 기억을 해요. 1120.. 전 남친 생일이거든요. (웃음) 친구하고 얘기를 하면서 횡단보도에 서 있는데, 광교 근처였어요. 갑자기 차 한 대가 서는데 운전석에 한 명이 있고, 조수석에 있는 사람이 뭔가를 들고 있는데 빨간색 빛이 보이는 거에요.
물 : 카메라?
용 : 그렇죠. 처음에는 그게 뭔지 몰랐어요. 지금 생각하면 당시 쫓아가서 따져 물었어야 하는데, 그냥 어~ 하다가 차가 가버린 거죠. 그걸 보는 순간 좀 무서운 기분이 들었어요.
작은 개인이 드디어 국가 권력과 만나게 되는 시작점이다. 왜 국가는 이런 작은 개인에게 그냥 당당하게 다가와서 어쩌다가 이런 일을 하게 되었는가, 어려운 점은 없었는가, 당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것들을 정상적인 대화로 물어보지 않는 것일까? 당장 경찰 요원을 투입해 카메라부터 들이대고 채증부터 시작하는 이유가 뭘까?
단순하다. 그들 또한 두려운 것이다. 이들의 상식적인 요구를 자신들이 들어주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며, 그 상식적인 요구가 수많은 사람들의 동의와 연대의 힘을 업고 국가 권력에 대한 준엄한 비판으로 성장하게 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한참 인터뷰가 중단되었는데 원인은 단순하다. 딴지 벙커원의 열악한 시설에 의해 너무 추웠기 때문이다. 누가 썰렁한 개그를 친 것도 아닌데 추웠다. 결국 무릎담요 같은 걸 준비하고 나서야 이너뷰가 지속되었다.
물 : 그 이후로 엄청난 일들이 생겨나 버렸는데, 그 과정을 겪으면서 스스로 어떤 변화를 겪으셨는지 궁금하다.
용 : 가장 큰 변화라면 취업을 포기한 것이죠.
제가 뭐 세상을 바꾸겠다거나 엄청나고 거창한 의지를 가지고 이런 걸 포기한 것은 아니고요. 아주 식상한 답변이 될 수도 있겠는데..
다시 골방에 처박혀 시험공부 하는 삶으로 돌아가기가 싫었어요. 그렇게 살면 제가 너무 우울할 것 같았죠. 삶의 낙이 없을 거 같았어요.
물 : 내가 못 견딜 것 같은 느낌?
용 : 그런 거에요.
가장 솔직한 답변이다. 여기에 뭔가 거창한 이유를 붙였다면 오히려 신뢰도가 떨어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결정을 미화하기 위하여 명분을 붙이곤 하는데 사실은 그 대부분은 거짓말이다. 용 후보의 이유는 가장 원초적이었고 순수했으며 솔직한 그것이었다. 그렇게 하기는 싫었다는 것.
이렇게 살면 돈을 못 벌겠죠. 사회적으로 5급 공무원이 되는 것만큼 성공하진 못하겠지만, 돈 조금 벌고 살면 되죠. 저는 오히려 좋은 집에는 못 살아도 좋은 차를 몰면서 살고 싶었는데 세월호 사건 이후로 경찰서 다녀오고 그러면서, 그냥 대중교통 타고 조금 좁은 집에 살고 결혼도 제때 못하더라도 나 혼자 생계를 이으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무모한 생각을 하면서도, 다시 돌아가기는 싫었어요.
물 : 시험을 포기하는 순간에도 뭔가 다른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운 것은 아닌 것 같다.
용 : 그렇죠. 그냥 학교 계속 다녔어요.
물 : 졸업은 하셨는가?
용 : 아직 한 학기 남았어요.
물 : 대학을 참 오래 다니신다.
용 : (웃음) 그런 편이죠.
용혜인에게 세월호는 우울하고 암울한 삶의 궤도를 저버리게 된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안정되고 평온한 미래가 보장된 길이었을 수도 있는데, 그 삶으로 돌아가기는 싫게 만드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버린 사건이었다.
이만큼 큰 의미를 지닌 사건이 있을 수 있을까?
왜 노동당인가?
용 : 입당은 2010년에 했어요.
물 : 무척 일찍 입당을 한 것 같다.
용 : 사실 저는 굳이 노동당이어야 한다고 생각은 안 했어요. 하지만 정치를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정당의 당원이 되어 볼까 하는 생각을 한 것뿐이에요.
진보신당의 존재 자체를 2010년에 처음 알았어요.
물 : 그럼 이제는 진보신당의 역사에 대해서는 조금 아시는가?
용 : 이제는 좀 알죠. 당시에는 전혀 몰랐어요. 당시 그냥 당비를 내는 당원이 된 거에요. 당에서 무슨 활동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죠.
단지 당시 노회찬 후보의 선거운동을 선배의 소개로 하게 되었는데, 그 선거운동을 통해 존재를 알게 되고 입당을 한 거에요.
물 : 그 노회찬 후보는 이제 진보신당에 있지 않은데.
용 : 그렇죠. (웃음) 하여간 저는 꼭 이당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죠. 다만 저는 이 당에 들어왔고, 이 당에 있어야 하는데 떠나간 사람들이 있었던 겁니다. 노회찬 씨도 그 중의 하나.. (웃음)
물 : 그렇다면 당을 선택하는 과정상의 치열함 같은 것은 없어 보인다.
용 : 그렇죠. 하지만 세월호 이후에 생겼어요. 당시에 집회 같은 거 많이 했잖아요. 사람들과 모여서 같이 하고, 집회 끝나고 흩어지는데 언제나 가장 끝까지 남아 있는 사람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저기 있고, 거리에서 싸우는 사람들과 끝까지 같이 서 있어 주는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라고 느낀 거에요. 소속감이 생긴 거죠.
이 사회에서 존재가 지워지는 사람들이 있어요. 언론에서 보도해 주지도 않고, 정부에서도 고려하지 않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사회에 알리는 방식이 농성하거나, 단식하거나, 광고탑에 올라가거나 하는 방법밖에 없잖아요.
이 사람들에게는 길거리를 전전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이런 사람들과 함께 하는 정당은 이 당밖에 없다는 거죠.
최후의 궁지에 몰린 약자들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알릴 방법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약자들에게 옆에 함께 서 줄 수 있는 정당, 함께 할 수 있는 정당이 노동당밖에 없었다는 것.
이는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거기에 더해, 그런 약자의 편인 정당이 우리 사회에서는 가장 소수정당이라는 점이 더해지면서 가슴 한켠이 무거워진다. 우리 현실의 무게이기 때문일 것이다.
저는 정치를 하겠다고 했지만, 앞으로 길거리에서 해 왔던 것을 부정하고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게 아니에요. 저는 제가 길거리에서 해 왔던 일을 계속하겠다는 거에요. 거리에서 해왔던 것을 이고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다는 정치가 거리에서 싸우는 사람들을 담아낼 방법이 없어요.
기가 막힌 경험이 하나 있었어요. 세월호 유가족들이 관련법 제정 문제로 600만이 넘는 사람들의 서명을 받아 왔어요. 그런데 이한구 원내대표가 유가족들에게 야당의 박영선 원내대표에게 협상의 전권을 주시라고 요구하는 거에요. 제가 박영선 대표였다면 굉장히 기분이 나빴을 것 같아요.
이 얘기는 바로 자신들은 이 600만의 사람들을 대표하지 않는다는 의미잖아요. 정치는 이래서는 안 되죠. 그 사람들이 우리의 대표여야 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50%를 득표했다면 확률적으로 유가족의 절반은 박근혜를 찍은 거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무책임하게 얘기하는 것을 보면서 저들은 유가족들을 대변할 마음이 없는 거죠.
이것은 우리의 정치가 아닌 거죠.
물 : 자신들은 유가족들을 대변하지 않는다?
용 : 거기다가 이한구 대표가 이런 얘기를 해요. 국민들이 걱정하고 있다, 국민들의 뜻을 받아 안고 협상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라는 거에요. 그러니까 자기들이 대변하는 국민들은 따로 있고, 유가족들은 대변하지 않겠다는 거죠.
무척 화가 났었어요. 그래서 찾아봤죠. 이한구 원내대표가 표를 얼마나 받고 당선되었는가 봤더니, 3만표 정도였어요. 그렇구나..
물 : 이것은 정치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인 것 같다.
용 : 이런 정치는 우리의 이야기를 담을 수 없다, 라는 생각을 한 겁니다. 결국 우리가 직접 하는 수밖에 없다는 거죠.
거리에서 벌어지는 정치의 순간들을, 기존에 우리가 정치라고 부르는 곳으로 끌고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일을 하겠다고 맘을 먹은 겁니다.
물 : 매우 짧은 시간 속에 압축적인 경험을 하셨다.
용 : 그런 셈이죠. 그래서 출마 결심을 했고, 지역구를 할까, 비례대표를 할까 고민도 많이 했어요. 노동당은 사실 많이 득표하기 힘들잖아요. 많아야 3%, 적으면 1.5%. 비례는 한 석이라도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에요. 거기다가 지역구는 그래도 말할 기회도 많고 그런데 비례후보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어요.
물 : 골목 골목 다니면서 얘기를 할 수 있는 건 역시 지역구 후보가 낫다.
용 : 그렇게 다니면서 얘기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그러고 싶었는데, 노동당이 어렵잖아요. 외적으로 내적으로 다 어렵습니다. 결국 비례대표에 나가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당대표 하시는 구교현 대표도 그런 쪽으로 말씀을 해주셨어요. 당의 상황을 고려해서 사실 조금 더 어려운 길이긴 하지만 비례대표로 나가기로 결정했어요.
노동당의 비례대표 후보는 현 당대표인 구교현 후보와 용혜인 후보로 결정이 되었다. 용혜인 후보가 1번.
물 : 정치를 하려면 돈이 많이 드는데..
용 : 맞아요. 기탁금이 천오백만 원이더라구요. 대출받아야죠. (웃음)
물 : 펀딩은 안 하시는가? 당차원에서 할 수 있을텐데..
용 : 비례는 원래 개인 후원을 받지 못하죠. 공보물이나 이런 것은 당에서 선거기금으로 해주긴 하는데, 기탁금은 순전히 개인이 내야 하는 거에요. 대출받아 해결할 생각이에요.
물 : 정말 큰 일이다.
용 : 어떻게 되겠죠. (웃음)
물 : 어떻게 되지 않는다. 이러다가 신불자 되는 거 한 순간이다. (웃음) 당내에 용혜인을 지지하는 모임이 있는가?
용 : 저는 청년 당원들의 도움을 많이 받아요. 실제로 활동하는 청년당원이 가장 많은 정당이 노동당이에요. 제가 만나는 청년 당원들도 세월호 관련한 활동을 하다가 입당한 친구들이 많아요. 저 친구도 민주당 출신이에요.
그러면서 용 후보를 수행해 온 청년당원을 지목했다. 왠지 왜 그랬냐고 물어보고 싶었으나 그만 두기로 했다. 어떤 답이 나올지 머리속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런 친구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어요. 급하게 해야 하는 일들, 실무적인 일들을 맡아 주는 친구들이 있어요. 세월호 때부터 계속 같이해온 친구들인 거죠.
사실 이런 거에요. 저라는 후보가 있고 사람들이 그 후보를 중심으로 모인 것이 아니라, 제가 정치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세월호 이후 같은 일을 해 왔던 사람들이 우리의 정치를 하겠다고 집단적인 결정을 한 것이고 저는 단지 그들을 대표해서 후보가 된 것뿐이에요.
물 : SNS 활동 같은 것은 어떻게 분담하는가? 한방에 훅가는 수가 있는데..
용 : 그건 제가 직접 다 합니다. 조심해서 하고 있죠.
그런데 정말로 언론이 보도를 안 해줘요. 이런 얘기도 들었어요. 용혜인이 만약 다른 당 후보로 나왔다면 훨씬 더 많이 보도해 줄 것이라는 얘기요. 보이지 않는 벽 같은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SNS에서는 활발한 반응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물 : 사실 SNS는 현실 세계에는 별다른 힘이 없는데..
용 : 그래도 SNS 마저도 없다면 저에게는 아무것도 없었겠죠. 역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저에게 있는 힘은 바로 이런 분들이 주시는 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SNS에서는 수많은 진보적 담론이 오간다. 그러나 그 비율은 지극히 적다. 현실세계에 힘을 미치기 힘들다. SNS 사용자들 역시 “찻잔 속의 태풍”이라고 인식을 하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실이나 어떤 주장들은 그런 시스템을 통하지 않고서는 사회에 알릴 방법이 없기도 하다. 그 미약한 힘 하나를 붙들고 정치를 시작하는 사람이 여기에 있었다.
무엇을 할 것인가?
물 : 만에 하나 당선이 되었다. (웃음) 제일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용 : 제일 먼저 할 일이 있어요. 저를 도와준 친구들과 국회 잔디밭에서 짜장면을 시켜 먹을 거에요. 짬뽕도 됩니다.
물 : 국회에 입성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의미인가?
용 : 그런 면도 있죠. 실제로 제가 하고 싶은 일은 결국 청년 일자리 문제에요.
사실 이 문제는 청년들에게 복지 조금 늘려주고 혜택 조금 더 준다고 해결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오랜 시간 동안 사회적으로 누적되어온 “불평등”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가장 약자인 청년들에게 쏟아지고 있는 거라고 봅니다.
그러니 이제 선심성 정책이나 시혜 정책은 필요 없어요.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해 줘야 하죠.
거기다가 어른들은 청년이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하시지만, 청년들은 지금 구조적으로 사회에 관심을 가질 여력도 없는 상황이에요. 예전같이 학생운동 하고 놀다가도 취직해서 가정 꾸리고 집도 사고 그럴 수 있지만, 요즘에는 불가능해요.
제가 다니는 학교, 나름대로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이고 취업율 높은 학교인데도 졸업생 취업률이 50%가 안 되거든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거에요. 최저임금 만 원, 노동 시간 단축 이런 문제, 일자리 나누기, 이런 것들이 중요하죠.
중요한 것은 인간답게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거에요. 그래서 기본소득입니다.
이게 제일 중요하다고 봅니다.
확실하게 해 두자. 이 이너뷰에서 기본소득 이야기를 먼저 꺼낸 쪽은 분명히 용혜인 후보 쪽이다. 내가 먼저 꺼낸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기본소득 얘기만 꺼내면 물뚝은 맨날 기본소득 얘기만 한다고 사람들이 하도 뭐라 해서 하는 소리이다.
그만큼 일자리 문제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어쩔 수 없이 기본소득 이야기로 갈 수 밖에 업다는 증거라고 할 수도 있겠다.
물 : 요즘 기본소득은 녹색당이 가장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분위기다. 노동당은 어떤가?
용 : 사실 기본소득을 가장 먼저 주장하신 분들은 노동당에 계십니다. 당내에서 여러가지 이견들이 있어서 이런 논란들을 당이 받아 안아 가면서 생산적으로 가져가야 하는데 그런 점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노동당에는 전 사회당 대표 금민씨가 있고, 그 분이 우리나라에 기본소득 관련 아이디어를 처음 도입한 최초의 멤버 중의 한 명이기도 하다. 그 금민 전 대표에게 직접 기본소득에 대해 들어본 인터뷰 기사도 있다.
녹색당이 잘하는 걸 보면서 좀 부럽기도 했어요. 운동권 사람들은 사실 자기 완결성 때문에 좀 복잡해요. 선거국면에서 국민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획이 필요한데 그게 좀 늦어지는 것 같아요.
물 : 언제 들어왔다고 벌써 당을 음해하다니.. (웃음)
용 : 위험할 수도 있겠네요.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웃음)
물 : 건강은 어떠신가?
용 : 큰 병은 없는데 체력이 그렇게 센 편은 아니에요. 밤은 잘 새는데, 다음날 쓰러지죠.
물 : 취미는?
용 : 저는 모범생이었고요. 별다른 취미는 없어요. 주로 잠을 자죠. 데이트 할 때 영화 보는 거 같은 건 싫어해요. 오랜만에 만나서 얘기할 시간도 없는데, 컴컴한데 들어가서 앞만 보다가 나오는 건 좀 아깝다고 생각을 해요.
물 : 덕질을 하는 분야는?
용 : 아이돌 팬이에요. (웃음) 신화의 오래된 팬이죠.
물 : 아니, 신화가 아직도 아이돌인가?
용 : 무슨 소리신지.. 신화는 아이돌 맞습니다. (웃음)
물 : 여행은 좋아하시는가? 음식 취향은?
용 : 부모님께서 여행을 좋아하셔서 어려서 많이 가 봤어요. 강원도 쪽을 주로 많이 다니셨죠.
음식은 주로 매운 걸 좋아하거든요. 밤중에 가끔 불닭볶음면 같은 걸 먹죠. 좀 매우니까 우유 한 통 사다가 같이 먹곤 하죠.
물 : 아악.. 그건 인간의 음식이 아니다!! 어찌 되었거나 이제 슬슬 마무리하자. 딴지일보 독자들에 드리는 말씀 부탁한다.
이렇게 이너뷰는 마무리되었다.
아주 평범하게 자라온 한 사람이 가난이라는 괴물과 부딪히게 되고, 현실의 부조리를 깨닫는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라는 거대한 사회적 비극을 경험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이 사람은 어떤 변화를 해온 것일까 하는 문제가 궁금했었다. 도대체 어떻게 바뀌었길래, 심지어 한 정당의 1번 비례대표 후보로 정계에 뛰어들 결심을 한 것일까?
독자 여러분들에게 그걸 전달하고 싶었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부딪히는 여러 문제는 우리 자신을 변화시킨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 변화의 폭이 커서 인생의 경로 자체를 바꾸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바뀐 인생경로를 따라가게 될 그 사람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우리 모두의 인생을 바꿔 놓게 될지도 모른다.
정치란 그런 것이다. 두렵고 힘들지만 나와 타인의 인생을 모두 바꿔놓을 수 있는 거대한 모험이다.
동화 속에 나오는 소년같이 용감하게 대모험의 길을 떠나는 용혜인 후보의 앞길에 행운이 함께 하기를 빌며 마친다.
지난 회에 둘라에이스호 도착 이후 언제라도 퇴선 지시만 내려졌다면 전원 구조는 가능하였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이 중요한 퇴선 지시는 세월호 참사 전체에 있어서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선장이나 선원들이 퇴선 방송을 한 적도 없고, 구조를 위해 도착한 해경 123정이 퇴선하라는 대공 방송을 한 적도 없고, 123정 승조원들이나 헬기 항공구조사들이 세월호에 올라타 메가폰을 활용하거나 아니면 육성으로라도 퇴선 지시를 한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다음 기록을 한 번 봐주세요.
ⓒ박영대
10시 5분 목포상황실은 "탈출하라고 대공 방송 중"이라는 상황을 문자상황방에 입력하여 상황을 전파, 보고합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상황을 보고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세월호 참사 전체에 있어서 어떤 형태로든 퇴선 지시는 존재한 적이 없습니다.
검찰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세월호 침몰 신고 이후 목포해양경찰서(목포서) 상황실, 서해지방청찰청(서해청) 상황실, 본청 상황실 등은 해경 내부망인 문자상황보고시스템(코스넷)을 이용하여 서로 상황을 전파, 보고하고 지시사항을 전달하였습니다.
쉽게 말해 해경 채팅방을 만든 것입니다. 정보 전달을 위해 채팅방을 만들었는데, 바로 거기에서 10시 5분에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상황을 전파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숫자를 조금 다르게 입력한다거나 하는 수준이 아니라 현실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을, 해양경찰 공무원이, 그것도 정확성을 매우 중요시하는 상황실에 근무하는 경찰 공무원이, 굳이 키보드를 눌러서 입력을 한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에 있어 가장 결정적인 문제, 가장 안타까운 문제를.
누구에게 정보를 받았을까요? 그 누구는 도대체 어디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상황을 전달받게 되었을까요?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것은 실수나 착각의 범위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는 명백한 의혹으로 확정하고자 합니다.
2014년 4월 16일 당시 목포 상황실에서 문자상황방을 담당했던 해경은 확인이 가능합니다. 다수의 진술을 통해 당시 문자상황방 담당자는 목포서 상황실 B조의 이모 경장이었다는 것이 밝혀져 있습니다. 당장 조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목포해경에 그치지 않습니다. 10시 조금 넘은 어느 시점부터 탈출 선내방송이 이루어진다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내용은 곳곳에서 등장하게 됩니다. 우선 경찰청입니다.
ⓒ박영대
위 상황보고서는 경찰청(해양 경찰 말고 육지 경찰을 말합니다) 112종합상황실의 상황보고서(3보)입니다. 우선 여기에서도 10시 18분에 세월호 선장이 "바다로 뛰어내리라고 선내 방송"을 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상황을 해경에 이어 경찰청도 전파하고 있습니다.
또 목포서 상황실은 단지 "탈출하라고 대공 방송 중"이라고만 보고했지만, 경찰청은 '선장'을 구체적으로 지칭하면서 탈출 선내 방송의 주체를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월호 선장은 이미 9시 46분경 세월호 조타실을 빠져나와 123정에 올라탔습니다.
그 외 이 상황보고서의 발송일자는 4월 16일 10시 13분인데. 10시 18분의 일을 적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오타로 이해해야 할까요?
다음으로 언론입니다. 역시 10시 조금 넘은 시점부터 언론에서도 일제히 탈출 선내 방송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하기 시작합니다.
ⓒ한국방송공사
ⓒ문화방송
세월호의 모든 갑판과 난간이 물에 잠겨 사람이 있을 수 있는 곳은 다 물에 잠긴 시간이 10시 17분경이고, 마지막 표류자가 구조되는 시간이 10시 21분경입니다. 즉 10시 조금 넘은 시간은 사실상 세월호가 전복되는 시간대입니다.
해경의 123정과 헬기, 초계기(CN-235) 등은 이 과정을 뻔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다른 한편 언론은 이 과정을 취재할 수 있는 입장이 전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해경, 경찰청, 언론이 한목소리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일을 전파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을까요? 독자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신지요?
탈출 선내방송(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거짓 정보 전파)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의혹을 구성합니다. 한두 군데도 아니고 해경, 경찰청, 언론이 하나같이 거짓 상황을 전파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듭니다.
오늘 하나의 의혹을 확정하였습니다. 앞으로도 이렇듯 납득하기 어려운 의혹들이 잔뜩 등장할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세월호 참사는 진상규명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진상규명을 위해 6백만 명 이상의 시민들의 서명을 통해 특별법이 만들어지고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꾸려져 현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다음 주 28일과 29일,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세월호 특조위의 제2차 청문회가 개최됩니다. 침몰 원인이 주된 주제입니다. 구체적으로 △침몰 원인 및 선원 조치의 문제점, △선박 도입 및 운영 과정 문제점, △침몰 후 선체 관리 및 인양의 문제와 관련된 증인을 불러서 이야기를 듣게 될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침몰원인으로 정부가 제시했던 것들이 과연 타당한지, 침몰 당시 선원들은 어떠한 행동을 하였는지, 세월호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도입되었고, 어떻게 운영되었는지, 그리고 인양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묻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특히 인양과 관련해서는 사실상 시민분들이 처음으로 이야기를 듣게 되는 자리가 아닌가 합니다.
팩트TV, 416TV, 오마이TV, CBS 노컷뉴스, 고발뉴스, 국민TV, 주권방송 등이 청문회를 생중계한다고 합니다. 방청을 오셔도 좋고 중계를 시청해 주셔도 좋습니다. 청문회 이후라도 관심 있는 특정 주제 부분을 조금씩이라도 봐 주시기 바랍니다.
보다 많은 분들이 세월호에 관심을 가져 주실 때 진상규명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다음 주에 청문회 지나고 뵙겠습니다.
('세월호, 의혹의 확정'은 '국민참여를 통한 세월호 진상규명' 후속 연재입니다. 박영대 위원은 세월호 연구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3월 23일 오전 10시 40분, 노량진 전철역에서 수산시장으로 이어지는 육교를 지나면 넓은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장 한구석에 래커 스프레이를 하나씩 손에 쥔 장정들이 대여섯 모여 있었다. 주차장 벽면 이곳저곳에는 이미 '철거중', '위험', '신축으로' 같은 글자들이 붉게 휘갈겨져 있었다. 곧 장정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2층을 한 바퀴 훑으며 벽을 온통 붉은 글씨로 채운 장정들은 할 일을 다 마쳤다는 듯 시장이 있는 1층으로 내려갔다. 상인들이 고함을 지르며 우르르 뒤를 쫓았다. 상인들과 잠시 몸싸움을 벌이던 장정들은 금세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고, 대신 상인들은 얼마 전부터 새로이 영업을 시작한 '신축 수산시장' 건물 입구로 밀고 들어갔다.
장정들이 상인들을 막아서며 소리쳤다. "영업 방해하지 마시고 나가세요!" 상인들은 쫓겨났고 곧 방패를 든 경찰들이 몰려와 입구를 막았다.
2004년경부터 추진되기 시작한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은 2012년 수협중앙회가 시장 부지 옆에 새 건물을 짓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궤도에 올랐다. 오랫동안 단층으로 있어 온 수산시장을 6층짜리 건물 안으로 집어넣겠다는 것이 수협의 계획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수협은 거의 다 지어진 새 건물로 예외 없이 들어와야 한다고 상인들에게 통보했지만 상인들은 "새 건물에 들어가면 다 망한다"며 격렬히 맞섰다(관련 기사 : 새 노량진 수산시장... "저기 들어가면 다 망한다"). 결국 임대차 계약 만료는 3월까지 연기되었다.
계약 만료일인 3월 15일을 앞두고 일부 상인들은 새 건물로 들어가 영업을 시작했다. 현재 단층 수산시장 군데군데엔 이 빠진 듯 휑하니 비어 버린 자리들이 눈에 띈다.
"월요일부터 투입되기 시작한 용역들이 시장으로 들어오는 화물 차량을 못 들어오게 막았어요. 해수(바닷물)하고 경매용 물건들 같은 것들이 들어와야 저희가 장사를 하는데 그걸 막은 거예요. 어제(22일)도 해수 차량을 용역들이 막았지만 저희 상인들이 몸으로 차량을 에워싸 겨우 들어오게 했습니다. 그런데도 수협 측은 자꾸 해수를 끊으려 해요. 밸브를 잠그기도 하고. 수족관에 해수가 안 들어가면 고기들 다 죽는데 저희들 장사하지 말라는 소리 아닙니까."
▲ 등 뒤에 'security'라고 적힌 옷을 입은 사람들이 수산시장으로 들어오는 차량을 막아서고 있다. (사진 :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
"장사할 때 필요한 얼음도 공급을 끊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비용을 부담해 얼음을 인천 쪽에서 따로 들여오고 있습니다. 얼음은 수협이 실수한 거예요. 저희가 얘네 얼음 다 팔아 주고 있었는데."
"쓰레기 문제도 있어요. 수협 측과 일부 상인들이 새 건물로 이사 가면서 무단 투기한 쓰레기들이 엄청나게 쌓여 있었습니다. 그걸 저희가 비용까지 부담해 가며 다 치웠어요. 이미 25톤 차량 8대 분량이 나갔고 오늘도 두 대 분량을 작업하고 있습니다. 시장을 마비시키려고 고의적으로 쓰레기를 무단 투기한 거예요."
"수협 측은 저희가 공간이 좁고 임대료가 올라서 새 건물에 안 들어간다고 얘기하는데 그게 아닙니다. 지금 총체적인 난국이에요. 새 건물 자체가 노량진 수산시장 용도로 지어진 건물이 아닙니다. 설계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됐어요. 새 건물 가 보시면 천장에 다 구멍 뚫고 있습니다."
"수협 측에 요구합니다. 용역 철수시키고 저희 장사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이건 영업 방해나 다름없습니다. 수협 측은 지금 여러 가지 위법 행위를 알면서도 저지르고 있는데 저희도 변호사를 통해 고발 조치를 할 예정입니다."
수협 측의 이야기 "상인들이 불법 점유를 하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을 담당하는 수협 측 관계자의 이야기를 전화를 통해 들어볼 수 있었다.
- 시장에 용역이 들어와 있다는데.
"용역이 아니라 시설 관리업체 직원입니다. 현재 직원들 인력으로는 구시장까지 관리가 안 되니까 시설 관리업체를 따로 선정한 거죠."
- 시장으로 들어오는 해수 차량을 막은 사실이 있는가?
"막은 게 아니라 다른 쪽으로 안내를 한 거예요. 그 해수 차량은 저희 쪽에서 처리가 안 된 상태에서 갑자기 들어왔습니다. 이러이러한 차량이 들어온다고 미리 말씀해 주셨으면 들어오게 해 드렸을 텐데 그런 과정이 없이 갑자기 들어오니 저희가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막지는 않았습니다."
- 얼음 공급도 끊었다고 하는데
"16일부터 얼음 공급을 끊었습니다. 새 건물에서 신시장이 운영되고 있는데 저희가 기존의 인력으로 구시장까지 관리할 여력이 없어요. 직원 수는 똑같은데 면적이 두 배로 늘었으니 관리가 힘듭니다. 얼음은 상인분들께서 자체적으로 구입을 하시겠다고 했어요."
- 쓰레기 무단 투기는?
"새 건물로 들어가신 분들이 다 치우고 가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며칠 동안은 쓰레기들이 쌓여 있긴 했습니다. 구시장 쪽에 계신 상인 분들께서도 거기다 버리기도 했고요. 어쨌든 지금은 다 치워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현재 사태에 대한 향후 대책은?
"일단은 저쪽(구시장)에서 불법적으로 점유를 하고 계시는 건 사실이잖아요. 아직 명도 소송을 들어가진 않았지만 현재 검토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쪽(신시장)으로 오시는 걸 희망하시면 그 부분도 병행해서 검토를 해야 할 거고요. 지금 비대위 분들 접촉을 해서 협의를 하고 있습니다. 몇 개월 동안의 갈등이 하루아침에 타결되기는 힘들겠죠."
▲ 수산시장 내에서 집회를 열고 있는 상인들. (사진 :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
수협 측은 '신시장'과 '구시장'이라는 언급을 통해, 새 건물로 들어온 일부 상인들과 기존의 수산시장에서 여전히 영업을 하는 상인들 사이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상인들은 '수협'과 '상인들' 사이에 선을 긋는다. 수산시장이 반으로 쪼개진 것엔 누구나 동의하지만 어느 쪽과 어느 쪽으로 쪼개졌는지는 서로 의견이 다르다.
3월 23일, 용역 혹은 관리업체 직원이 시장 벽면에 래커로 붉은 글씨를 휘갈기고 있는 동안 새 건물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씩 있는 정례회의가 열렸다. 해양수산부, 서울시, 수협, 상인연합회가 참여한 그 회의에서는 앞으로 계속 협의를 해 보자는 가닥만 잡혔을 뿐 근본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수협 측은 상인들에게 무조건 새 건물로 들어오라 통보했고, 상인들은 수협 측에 절대로 들어갈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명도 소송도 걸지 않은 상태에서, 계고장 하나 없이, 어디선가 데려온 외부 직원들을 동원해 벽에 붉은 래커로 '철거', '위험'이라는 글씨를 휘갈기는 모습은 분명 어디서 많이 본 상황이라는 것이다.
수많은 철거민들이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 철거촌에서 용역들이 쇠망치와 곡괭이를 들고 쳐들어오기 직전에 흔히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상인들은 수협 측이 동원한 '관리업체 직원'들을 서슴없이 '용역'이라 부르고 있다. 최악의 사태까지 치닫지 않으려면 더 늦기 전에 합의가 도출되어야 한다.
오는 4월 첫째 주에 노동당 서울시당 주최로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의 현황을 짚는 공청회가 열릴 예정이다. 상인연합회 측은 "수협에 공청회 관련 공문을 보냈으나 참석하겠다는 답변을 받진 못했다"고 밝혔다.
'e사람'은 우리 경제의 각 분야에서 독자들이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현장 노동자부터 학자, 관료, CEO, 사회단체 등 그 누구도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편집자말]
"(삼성전자가) 망하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문제는 삼성전자가 망했을 때 한국경제가 살아남아야 한다는 거예요. 더 큰 문제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거죠."
그의 표정은 답답한 듯 했다. 인터뷰 시간이 100분을 훌쩍 넘어섰다. 기자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삼성전자가 망하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다'고 하자, 그는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는 "전세계 IT(정보통신) 기업 가운데 100년이상 유지해온 곳은 없다"라고 했다. 게다가 이미 삼성전자의 위기는 시작됐고, 삼성그룹의 몰락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것. 문제는 한 기업의 몰락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지난 97년 외환위기 때보다 훨씬 혹독한 시련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의 파산은 관련 중견기업들의 잇단 도산으로 이어지고, 제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기업들의 잇단 도산은 해고와 실업 증가로 이어지고, 금융시장에선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돈을 빼나갈 것이 뻔하다. 금융위기로 이어진다. 그는 "향후 한국경제가 경제위기가 반복되는 남미형 경제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를 '삼성발 경제위기'라고 했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박 교수는 전형적인 재벌개혁론자다. 그동안 정부와 재벌주도의 경제성장은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을 꾸준히 이야기해 왔다. 양극화와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역시 그의 화두였다. 최근엔 정보통신분야에서 관련 기업과 경영전반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그는 최근 3년 동안 핀란드의 대표적 기업이었던 노키아의 실패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그의 연구는 노키아에서 그치지 않고 삼성전자가 무너질 경우, 우리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어떻게 대비해야할지로 이어졌다. 그 내용이 <삼성전자가 몰락해도 한국이 사는 길>(미래를소유한사람들 펴냄)이라는 제목의 책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지난 10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노키아가 진짜 망한 이유
- 노키아를 연구하기 위해 핀란드를 두차례 다녀왔다고 하는데. "2011년에 처음 갔을 땐 노키아가 망하기 전이었다. 물론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긴 했지만, 대부분 노키아가 망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현지 전문가들 뿐 아니라 삼성 현지법인 사람들도 모두 그랬다. 게다가 애플이 2007년에 아이폰을 내놓기 전에 이미 노키아에선 스마트폰을 갖고 있었다. 그렇게 빨리 무너질 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 그런데 노키아는 그후 3년 만에 무너졌다. "2014년에 핀란드에 다시 갔다. 노키아 몰락에 대해 국내외 분석이 대체로 판에 박힌듯, 피상적인 이야기가 많았다. 핀란드 알토대학의 부오리 교수를 만났다. 그는 노키아 핵심 경영진 50여 명과 수차례 인터뷰한 사람이었다. 그 역시 노키아 몰락을 연구해 왔고, 자신의 연구 결과를 알려주기도 했다. 이후 여러 연구소를 찾아다니고, 자료도 모으고, 전문가들과 토론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그는 그렇게 핀란드에서 노키아의 몰락을 따라갔다. 노키아는 핀란드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다. 잘나갈 땐(2000년) 핀란드 국내총생산의 4%를 담당했다. 해외언론들은 이런 핀란드를 두고 '단일 기업경제(one firm economy) 체제'라고 불렀다. 그런 노키아가 결국 망했다. 대체로 애플 아이폰으로 불리는 스마트폰의 혁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는 한발 더 나아갔다.
"노키아는 2006년 당시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싸게, 가장 빠르게 휴대폰을 만드는 회사였어요. 그것이 노키아의 경쟁력이었죠. 2007년 이후에도 노키아는 앱이나 소프트웨어보다 원가절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어요. 실제 이런 전략이 노키아 성공의 원동력이었고... 물론 노키아도 스마트폰 시대를 예상하고 엄청난 연구개발비를 투입하고, 준비를 했죠. 실제로 시장에 나오기도 했고."
- 그럼에도 사실 노키아 스마트폰은 잘 기억에 남지 않는다. "그럴 수밖에 없다. 노키아는 이미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휴대폰의 틀 안에서 점진적인 혁신을 추구했다. 하지만, 애플은 휴대폰 시장 판도를 바꾸는 단절적 혁신, 창조적 혁신으로 소비자들의 요구를 담아낸 것이다. 사실 애플 같은 후발 도전자 입장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노키아도 내부적으로 혁신을 위해 연구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았지만, 내부 기득권의 벽을 넘을 수 없었다."
박 교수는 "기득권이 큰 기업일수록 그 기업은 더 비대화되고 관료화되기 쉽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조직에선 결국 새로운 것보다 기존의 것을 강화하고 유지하는데 힘을 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노키아가 아이폰과 같은 창조적인 제품을 만들어 내지 못한 것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 그들이 기존 시장에서 갖고 있던 기득권을 포기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는 노키아의 몰락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었다.
그와의 이야기는 자연스레 삼성전자로 넘어갔다. 박 교수 역시 노키아 몰락을 들여다보면서, 스스로 궁금증이 생겼다고 했다. '과연 삼성전자는 노키아와 다를까. 삼성전자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삼성전자도 망하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라고. 게다가 삼성이 한국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삼성의 위기는 말 그대로 아찔하다.
- 삼성전자도 위기라고 한다. "(고개를 저으며) 이미 위기가 상당히 진행됐다. 노키아와 삼성전자는 여러가지로 닮은 점도 있다. 이건희 회장과 올릴라 CEO라는 인물의 강력한 리더십이나 원가절감, 지역특화 모델 개발 등도 비슷하다. 게다가 매출 증가에 따라 조직이 관료화되는 모습도 그렇다. 특히 삼성전자의 이익 대부분을 내고 있는 휴대폰 사업이 심각하다."
- 최근에 내놓은 갤럭시 에스7(S7) 역시 시장 반응이 밋밋하다. "그동안 삼성의 강점은 알다시피 패스트 팔로워(fast-follower) 전략이었다. 창조적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 갤럭시 S4까지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확대에 따라 큰 성과를 올렸지만, 이후 S5, S6 등은 기대에 크게 못미쳤다. 이미 신흥시장은 중국의 중저가폰에 밀리고, 프리미엄 시장은 애플에 뺏기는 상황 아닌가. 노키아도 비슷했다. 삼성도 이대로 가면 노키아의 전철을 그대로 따라갈 것이다."
- 실제 삼성전자 매출이나 이익 등을 보면 하락세가 뚜렷하다. "(고개를 끄덕이며) 지난 2012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찍은 이후,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특히 그 당시에만 보더라도(2012년-2013년) 이 회사의 매출(50%)과 이익(70%) 대부분이 휴대폰에서 나왔다. 하지만 2014년엔 전체 매출이 2013년보다 10% 가까이 줄어서 206조2100억 원, 작년엔 더 줄어들어 간신히 200조6500억 원이었다. 영업이익도 2014년에 25조300억 원, 작년엔 26조4100억 원이었다. 2013년과 비교하면 30%이상 줄었다. 노키아처럼 불과 3년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 삼성전자 역시 위기를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룹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함께 사업을 개편하고 있는데. "물론 어느정도 (위기를 넘기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삼성의 위기는 이미 2014년부터 시작됐는데, 이것이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시점과 맞물려 있었다. 현재 진행중인 계열사 합병이나 사업 매각 등은 이재용 중심의 지배구조를 강화하려는 것 아닌가. 삼성 스스로 위기라고 말하지만, 오로지 관심은 오너의 승계에만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삼성발 경제위기... 삼성전자 이대로라면 5년, 10년 안에 사라질 것"
그는 답답한 듯 말을 이어갔다. 박 교수는 "삼성그룹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과히 독보적"이라고 했다. 핀란드가 노키아에 의존한 것을 두고 '단일기업 경제'라고 했지만, 한국은 더 심각하다. 오히려 '단일기업 집단'인 삼성에 훨씬 더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그의 말이다.
"2014년 기준으로 삼성그룹 총 매출액이 303조 원이었는데, 그때 우리나라 전체 GDP가 1485조 원이예요. 매출액으로 따지면 GDP대비 20%가 넘죠. 노키아와 비교하면 삼성 쏠림은 더 심하죠. GDP 점유율(GDP대비 부가가치 생산액의 비율)이 2000년에 노키아는 4.0%였지만, 삼성그룹은 2013년에 4.7%였어요. 법인세도 노키아가 14.2% 책임졌지만, 삼성은 19.3%(2014년기준)나 냈어요. 수출도 노키아는 핀란드 수출의 20.7%(2000년)였지만, 삼성은 28%예요."
여기서 그의 생각은 만약 삼성전자가 잘못되면 어떻게 될까로 이어진다. 그는 "사람도 늙으면 죽기 마련"이라며 "기업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노화가 필연적인듯 기업도 언젠가 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삼성이 망하면 한국경제는 어떻게 되느냐는 것. 그는 삼성전자의 실적 감소에 따른 주가 하락을 놓고, 삼성 몰락 시나리오를 직접 그렸다.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 책을 보니 시뮬레이션의 결과에 자못 놀랐는데. "휴대폰 판매 부진 등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가장 높았을 때 대비해 70% 하락할 경우, 그룹의 여타 계열사 주가도 폭락하게 된다. 지배체제의 핵심인 삼성생명과 삼성물산 주가는 각각 70%, 63% 급락한다. 이 영향으로 다시 삼성전자 주가는 87%까지 폭락한다. 이것은 사실상 삼성그룹 계열사의 파산을 의미한다."
- 삼성이 망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삼성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삼성 계열사 주가가 폭락하면 금융시장이 휘청거린다. 삼성에 돈을 빌려준 은행들도 위태롭다.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이 50%가 넘는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외국인이 돈을 빼내가면 외환위기가 오게된다."
그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아까 법인세 이야기했지만, 국민연금이 삼성전자에 19조 원을 투자하고 있어요. (삼성이 망하면) 이 돈도 다 날아가는거예요. 삼성전자와 관련된 중소하청업체들도 타격을 입죠. 사람들은 삼성이 망하도록 가만히 있겠느냐고 하는데, 그게 쉽지 않아요. 노키아도 한순간이었어요. 이번 시뮬레이션은 그나마 보수적으로 잡은건데... 정말 예전 IMF 이상의 경제위기가 올 수 있어요."
- 이런 가정이 실제로 언제쯤 일어날 것으로 보는가. "(잠시 생각하더니) 좀더 연구를 해봐야 한다. 삼성전자가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면 빠르면 5년 안에 일어날 수도 있다. 10년은 넘기지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의 재벌개혁이 남긴 것
- 5년 안에, 10년 안에 삼성전자가 망하고 경제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 "그렇다. 삼성전자가 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한국경제는 살아남아야 하고, 대체할 수 있는 기업이 나와야 한다. 그것이 건강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 경제 근간이 흔들리고, 앞으로 중남미식 경제로 떨어질 가능성이 너무 크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의 대안은 뻔하다. 다시 재벌개혁이다. 그동안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선거 때마다 나온 단골메뉴다. 박 교수는 "왜 아직도 재벌개혁이 나오나"라고 반문한다.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가 소개한 것은 이스라엘식 재벌개혁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2013년 의회에서 만장일치로 경제력집중법을 통과시켰어요. 우파정권이 지난 2010년부터 준비를 했던 것인데, 핵심은 재벌의 소유지배구조를 바꾸고, 경제력 집중을 거의 없애는 거예요. 아주 강력한 법이에요. 이스라엘의 1, 2대 재벌은 금융 또는 비금융 사업 가운데 택일을 해야 하고, 지주회사와 자회사 구조로 지배구조를 짜야 합니다. 그것도 법 시행 후 6년 안에 하도록 했어요."
그는 지난해 이스라엘을 직접 방문해 전문가들과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이스라엘 우파 정부가 이런 강력한 재벌 개혁정책을 추진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고 했다. 이같은 특정 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으로는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으로) 시장경제도 되지 않고, 정치적 민주화도 작동하지 않는다는 신념이 강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시간이 별로 없다"고 했다. 앞으로 5년 안에 우리 스스로 바뀌지 않으면 어렵다고 했다. 또 총선과 대선에 맞춰, 경제민주화가 다시 나올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아무리 정권이 바뀌어도 제대로 된 실천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했다. 그동안 우리가 봐 왔던 것이기도 했다. 그와의 인터뷰는 이렇게 마지막으로 가고 있었다.
▲ 1998년 대구 달성군 재보궐선거에 당선된 박근혜 후보는 ‘아버지의 명예를 지키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추경호 새누리당 후보 사무실에 걸려 있는 박정희 사진과 박근혜 대통령과 찍은 모습이 담긴 현수막.
#총선아바타팀은 3월 21일 대구 달성군을 찾아갔습니다. 달성군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1998년 대구 달성군 재보궐선거에 당선되면서 정치에 입문했고, 3선 의원을 거쳐 대한민국 대통령이 됐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 보니 대구 달성은 오로지 그녀의 사람들만이 출마했고 당선됐습니다. 박정희의 사진이나 박근혜 대통령과 찍은 현수막은 선거 전략의 기본이자 달성 지역 출마자들의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모습이었습니다.
야당 후보자들은 나와도 패배하기 일쑤였고, 야당에서는 거의 포기한 지역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3월 21일까지 선관위에 등록된 후보 중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 정의당 후보는 없었습니다. (3월 23일 더불어민주당은 조기석 대구시당위원장을 달성군에 전략공천했다.)
▲대구 달성군 예비후보자 명단 (3월 23일 오전 8시 기준)
야당조차 포기할 만큼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달성군에는 새누리당 예비후보 이외에 무소속 후보 한 명이 등록돼 있습니다. 그는 바로 민주노총의 조정훈 후보입니다.
조정훈 후보는 금속노조 대구지역에서 추천하고 민주노총 회의에서 심의돼 후보로 선정됐습니다. 민주노총은 7대 전략 지역구를 선정했는데 당선 가능성 있는 곳, 정치적 의미가 있는 곳입니다. 대구 달성은 박근혜 대통령이 3선을 하고 박 대통령 내정자가 국회의원이 되는 곳으로 정치적 의미가 있는 전략 지역구에 속합니다.
다음은 조정훈 후보와 #총선아바타팀이 나눈 일문일답입니다.
(무소속 후보인가? 아니면 당이 있거나 바뀌나?)-일부 언론에서는 조정훈 후보를 정당 후보로 표기
= 민주노총 후보로 출마했다. 당은 실제 민주노총 내부적으로 각기 지지하는 정당들이 있다. 이번 총선투쟁의 가장 큰 의미가 노동개악 저지이자 새누리당 심판이기 때문에 무소속으로 해서 출마한 거다.
(지금 보면 조정훈 후보자 없으면 무득표 당선이다)
=더민주당이나 국민의당, 다른 진보정당에서 아마 출마를 했다면 굳이 저희가 무리해서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 야당도 아무도 출마하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는 심지어 곽상도라는 민정수석 실장이 공천을 받기 위해 내려왔다가 더 친박인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에게 쫓겨나서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현직인 이종진 의원은 선거운동 중간에 어떤 외압인지 모르지만 스스로 후보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졌다.
(원래 예비후보 세 명인데.. 별 이야기도 없다.)
=세 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활동했다. 추경호 권영석 구성제. 여론조사에서 구성제 후보가 일등을 했고 추경호 후보는 이등했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경쟁 통해 추천한 게 아니라 단수 추천으로 공천 확정한 거다.
새누리당이 국민들에게 공천 돌려주겠다 온동네 플랜카드 걸었지만 결국엔 박근혜 대통령에게 진실한 사람, 국무조정실장 추경호를 공천하는 일로, 공천이 마무리됐다. 그래서 자기들 내부에서도 구성제 후보가 이걸 인정하지 못한다고 재심 청구하고 받아 들여지지 않으면 무소속 출마하겠다고 공헌한 상황이다. 이를 보면서 국민은 온데간데없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충실한 사람만 따지는 경쟁을 하고 있다. 안타까운 상황이다.
▲민주노총 후보로 대구 달성에 출마한 조정훈 후보
( 민주노총, 노조가 왜 지역구 후보 낸 배경은?)
=민주노총은 2015년도에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추진했던 노동개악을 저지하기 위해서 총파업을 비롯한 총력투쟁을 일년간 했다. 또한 노동개악 저지를 위해서, 민중 요구를 담아서 11월 14일 민중총궐기 통해서 민중 요구를 여러 가치를 통해서 투쟁으로 표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정권은 민중 요구 묵살하고 심지어 백남기 농민을 물대포로 살인 진압하고. 쉬운해고 막겠다는 한상균 구속하고 탄압을 더욱 거세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4월 13일 민의를 대변해야 할 국회의원 선거가 박근혜 노동개악 추진하려는 사람들로 대거 당선되고, 새누리당이 과반을 차지할 경우 쉬운 해고, 평생 비정규직, 밥쌀용 쌀수입 개방과 세월호 진실규명 은폐 등이 분명하게 일어난다.
특히나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이곳 사업장에 많다 있다. 금속 노조 조합원이 한 1800명, 민주노총 조합원이 전체가 3500명이 된다. 이 분들이 박근혜의 노동개악과 반민주를 두고 볼 수 없다. 그래서 총선 투쟁 통해 새누리당 심판하고 노동개악을 저지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우리의 요구를 알리기 위해 출마하게 된 거다.
(그런데 이 정도 숫자로는 당선된다고 보기 어렵다)
=달성군은 사실 막대기만 꽂아도, 새누리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곳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3선을 한 곳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명한 사람이 계속 국회의원 했던 곳이다. 그래서 투표율이 전국에서 가장 저조한 곳 중 대표적인 곳이다. 투표해도 별로 실효성이 없다. 야당이나 다른 곳이 당선될 가능성이 없기때문에 투표를 포기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함께하면 희망이 있다. 노동개악 저지. 재벌들에게 세금을 내게해서 복지 확장하고 쉬운 해고 평생 비정규직 막아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충분히 나온다. 화원구 선거구에 젊은 세대들 많이 유입됐다. 그분들이 적극적이면 충분히 승산 있다고 본다. 또 3500명 조합원들이 다 달성 사는거 아니지만 지인분들 친지들에게 우리 민주노총 정당성을 이야기하면 그 파급력은 새누리당이 가진 것 못지않게 더 넓게 퍼질 것이라 확신한다.
▲총선아바타팀이 찾은 3월 21일 조정훈 후보 사무실 전경. 흔한 현수막 하나 없었다.
(선거운동에서 가장 어려움은?)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 예전엔 박근혜 대통령 당선되기 전에는 왜 박통 욕을 하느냐는 비판 여론 있었지만, 현재는 후회한 사람이 더 많다.
(달성에서도?)
=당연하다. 왜냐면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에 사는게 좀 나아질 줄 알았는데. 경제 민주화한다고 하고 재벌들만 배부르게 하고 사내유보금 700조 800조 쌓이게 하고 국민들 가게 부채는 1200조 넘게 해서 감당이 안 된다.
달성군도 테크노폴리스 등 아파트가 생겼는데 아파트값이 너무 올랐다. 서울에서 온 사람이 투기 목적으로 대구 아파트값을 엄청나게 높여 놨다. 실제 살려고 하는 사람들의 고통이 더 크게 됐고, 어렵게 고통을 겪고 있다. 그리고 지역에 조금만 나가도 장사가 안된다. 소득 줄고 가게 부채 늘어나니 돈을 쓸 수가 없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아이엠에프보다 더 심한 경제 위기라고 말한다.
이 책임은 누가 지나? 박근혜 대통령 너무한 거 아니냐. 달성 위해 한 게 없다. 아무것도… 달성에서 다리놓고 지하철 연장, 개인이 한 거 아니지 않나? 달성 주민들의 삶의 질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박통이 3번하고 박통이 내정한 사람들이 국회의원 네 번째 다섯 번째 하려는 이 상황에서 달성군민들은 삶이 힘겹다 아우성 치고 있다. 그래서 그런 것들 말하면 이구동성 다 맞다고 한다. 그분들이 투표장으로 나오게 하는 게 제 투표 전략이다.
(추경호 후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추경호 후보는 공식적인 인터뷰를 거부했다.
=추경호 후보 개인에 대해 폄하하거나 비하할 생각이 전혀 없다. 다만 국회의원은 20만 달성 군민들을 대표해서 입법기관으로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법안들을 만들어내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 행정부의 하수인 노릇을 하기 위해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은 달성구민 자존심을 완전히 무참히 짓밟는 행위이다.
차라리 국회의원 하지 말고 장관 하던가 아니면 국무조정실장을 계속하던지 해야지. 명실상부한 국민들 위한 입법기관인 독립기관인 국회의원 후보가 박근혜 대통령 위해 일하겠다고 버젓이 플랜카드 걸었다. 저렇게 하는 건 달성 군민들을 무시하고 자존심을 짓밟는 것이다. 달성군민에게 이 사실을 알리겠다. 그래서 우리의 권리를 다 위임받아서 포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 권리 되찾아서 아까 말씀드린 여러 가지 민생의 노동자 서민 위해 입법기관으로 열심히 활동하겠다.
(전과가 많다. 노조 활동하다가 벌어진 일인가?)
=상신브레이크 해고자다. 지금 6년 차다. 2010년도 팔월에 창조컨설팅과 상신브레이크가 공모해 노조를 파괴했다. 용역깡패가 들어와서 실제 조합원들 폭행하고 나쁜 짓하고 그랬다.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박근혜 의원에게 중재 요청했다. 그런데 모르쇠 일관하고 대통령이 됐다. 2014년에는 특정 노조 파괴 해고, 복직 판정 나고 있는데도 지금까지 안 되고 있다. 2016년의 노동개악은 대한민국 전체 노동조합을 말살하는 정책이다. 특히 저성과자 취업규칙 변경은 박근혜 대통령이 민주노총을 겨냥해 무분별하게 해고하고 임금을 삭감하려는 것이다.
▲2014년10월 국회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본청으로 들어서자 세월호 유가족들이 “여기 좀 봐주세요”라고 외치고 있다. ⓒ오마이뉴스 이희훈
(당시 박근혜 의원을 찾아가지 않았나?)
=(박근혜 의원) 보좌관 통해서 연락하고 찾아가고 했는데 한 번도 만난 적 없다. 보좌관에 전화하니까 알아서 하세요라는 말밖에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간에 대구 방문했을 때도 만나긴 했지만, 그냥 외면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하는 짓과 똑같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왜 아이들이 죽었는지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해도 유가족을 물대포로 폭력으로 진압했다. 더 이상 이런 정권 유지하면 안 된다.
해고되고 나서 화원장에서 8개월간 닭집에서 알바를 했다. 일하면서 노동자 서민들이 주머니가 두툼해야 돈을 쓴다는 것을 체험했다. 특히 삼월에 대학등록금 내는 시기가 되면 사람들이 돈을 못 쓴다. 닭도 안 팔린다. 그리고 월급날 직전에는 돈이 없다. 서민들 삶이라는 게 아득바득 힘들게 하루하루 산다. 이런 서민들의 주머니를 채우고 복지 위해 써야 할 재원들이 일부 정치인과 재벌을 위해 사용된다. 반드시 바꿔야 한다.
▲민주노총은 영남노동벨트를 비롯해 20대 총선에 7군데의 전략지역에 후보를 출마시켰다.
‘노조가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
민주노총이 후보를 내고, 전략 지역에 야당이나 무소속 후보와 연대하는 일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노조 활동의 핵심은 법과 관련이 있습니다. 임금. 복수노조, 비정규직, 해고 등 각종 법에 따라 노조 운동은 위축되고 엄청난 손배상 소송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노조가 법을 바꾸기 위해 노동자대회나 시위, 거리 투쟁, 삭발 등의 방법을 동원해도 법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언론과 정부는 색깔론이나 경제 위기론을 앞세워 노조의 정당한 활동을 무력화시켰습니다.
노조의 정치세력화는 노동자가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이미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의 노동조합은 정당이나 정치에 참여하거나 선거를 통해 집권 또는 법을 개정하기도 했습니다.
민주노총은 노조원 1명당 10표를 만드는 운동을 전개한다고 합니다. 노조가 정치에 참여해 합법적인 방법으로 법을 바꾸고,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겠다고 나선 모습은 민주주의 사회에 가장 합당한 방식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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