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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용산참사 유가족 유영숙 씨

“김석기 사장 퇴진, 다른 이들 위해 우리가 할 일”

 

[인터뷰] 용산참사 유가족 유영숙 씨

정현진 기자 | regina@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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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1.15 17:3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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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욕과 분노의 40일이었다.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신임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용산참사 유가족들의 농성이 40일째 서울 강서구 공항공사 앞에서 이어지고 있다. 취임 전부터 시작된 농성이 한 달 넘게 진행되고 있지만, 유가족들은 그동안 단 한 번도 김석기 사장의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취임식 날이던 10월 16일에도 김석기 사장은 새벽 6시에 공사 안으로 들어가 ‘도둑 취임식’을 치렀다.

그리고 지난 5일, 김석기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적절한 기회에 유가족을 만나서 애도의 마음과 위로를 표할 생각이 있다”면서도 “(용산참사 당시) 경찰이 법 집행을 잘못했다는 것은 사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김 사장은 유가족들이 계속 시위를 이어가자 지난 1일, 유가족과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대표 등 8명을 상대로 출입금지 및 업무, 통행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이 이 신청을 받아들이면, 용산참사진상규명위는 위반 행위 1건당 3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

그리고 가처분 신청 재판이 열렸던 13일, 유가족들은 결국 경찰에 연행됐다. 이날 연행에 앞서 유가족인 유영숙 씨는 공항공사 직원에 의해 부상을 입었다. 목과 팔에 깁스를 하고 은평경찰서로 달려온 유영숙 씨는 또 다시 경찰에 의해 유가족마저 연행되는 상황에 분노했다.

 

   
▲ 13일, 유가족들이 연행되었던 은평경찰서 앞에서 발언하는 유영숙 씨(오른쪽). 그는 “나의 부상은 내 남편의 죽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끝까지 김석기 사장의 퇴진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김석기 사장 퇴진은 용산만의 일이 아니다

“김석기 사장을 퇴진시키지 못하면, 공권력은 앞으로 더 큰일을 저지르게 될 겁니다. 우리는 그것을 막기 위해 싸우는 거예요. 김석기 퇴진은 용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14일,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유영숙 씨를 다시 만났다. 그는 아프지 않은 곳이 없고, 힘들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고,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정부가 자꾸 만들고 있다고 호소했다.

내년 1월 20일이면 용산참사 5주기를 맞는다. 유영숙 씨는 “벌써 5년이 지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아직도 5일 전의 일처럼 모든 것이 선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 1월 20일을 여전히 가슴에 묻고 살아간다. 지난 5년간의 싸움도 그렇게 가슴에 묻은 남편과 함께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경황없는 중에도 그의 눈에 들어왔던 온갖 거짓의 증거들, 말도 안 되는 남편 시신의 상태와 유품, 그 후에 밝혀진 증거들이 자신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면서 “여전히 그날을 생각하면 온몸의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이 김석기 사장을 대상으로 싸운 것은 처음이 아니다.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이었던 김 사장은 용산참사에 대한 책임으로 7개월 만에 물러났지만, 그는 낙마 4개월 만에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 자리에 오르더니, 오사카 총영사를 거쳐, 지난해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후보로 경주에서 출마했다. 총선에 출마했을 당시 김석기 사장은 “용사참사 때문에 출마하지 못한다면 억울한 일”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그런 김석기 사장의 유세지마다 쫓아다니면서 “살인자”라고 외쳐야 했다.

유영숙 씨는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람, 그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도 ‘무전기를 꺼놓았다’는 말 한마디로 면죄 받은 사람이 멀쩡히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그를 저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진상규명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지금 쌍용차, 밀양, 강정보다 더 큰 고통을 겪는 이들이 생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가 싸우지 않으면 더 힘든 이들 생길 것
27일 용산 생명평화 미사 다시 시작

“공권력은 사람을 죽여도 괜찮다는 거잖아요. 살인을 지시한 사람이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가 되겠어요. 공권력이 앞으로 어떤 일을 더 저지를지 생각하면 끔찍해요. 몰염치할수록 성공한다는 공식이 생기지 않도록 김석기 사장을 저 자리에서 꼭 끌어내릴 겁니다. 아무것도 무섭지 않아요.”

유영숙 씨는 지난 5년간 단 한 번도 김석기 사장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유 씨는 김 사장이 국정감사에서도, 총선 유세장에서도, 공항공사 직원들에게도 “유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천도재도 지냈다”고 말하는데, 누구에게 사과하고 누구를 위한 천도재를 지낸 것인지 궁금하다고 되물었다.

유영숙 씨는 “우리가 싸우지 않으면 더 힘든 이들이 생길 것이니까,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용산참사 진상규명에 온힘을 기울여야 하는데 늘 이렇게 싸우고만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대한문 미사를 위해 길을 서두르면서 유영숙 씨는 “대한문 미사가 끝나면 용산 생명평화 미사를 다시 시작한다”고 소식을 전했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꼬박꼬박 용산 생명평화 미사를 봉헌해왔는데, 대한문 미사가 생기면서 함께 미사를 드리게 됐다. 다시 시작되는 용산 생명평화 미사는 27일 오후 7시 30분 명동 가톨릭회관 2층 강당에서 봉헌된다.

“인혁당 어머니들처럼 몇 십 년이 갈 일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해야죠.”

앞으로 그들처럼 억울한 일을 당하는 이들이 다시는 생기지 않기 위해서, 싸워야 할 것은 그들만이 아닐 것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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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회개하라

박정희 독재 저항 상징 함세웅 신부 다시 나서
 
정상추 | 2013-11-16 05:47:2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박정희 독재 저항 상징 함세웅 신부 다시 나서
-아시아 뉴스 연석회의 보도

한국의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유신독재 시대로 역행하자 박정희 독재에 맞서 싸웠던 老신부가 다시 나섰다. 아시아 뉴스가 암울한 폭압의 시대였던 박정희 유신 시대에 김수환 추기경과 함께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불리며 정의사제구현사제단을 이끌었던 함세웅 신부가 최근 한국에서 결성된 연석회의에 참석한 사실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아시아 뉴스는 13일 ‘‘민주주의 상징’ 신부가 박근혜에게 사과하고 회개하기를 촉구하다-‘icon of democracy’ priest asks Park to apologize and repent’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1970년대 독재자 박정희에 대항한 시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국내에 널리 알려진 가톨릭 함세웅 신부가 연석회의에 참여했다’며 “지금 벌어지는 일은 지난 세기에나 일어났던 일들이다. 정부는 회개하고 본연의 위치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해 조금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함세웅 신부의 발언을 소개했다. 함신부의 발언을 위주로 보도된 이 기사는 “일 년 전 대선에서 발생한 불법행위들은 심각한 범죄이나, 현 정부에서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은폐, 수사 방해, 그리고 외압이 더 큰 범죄이다”는 함신부의 발언을 이어 소개하며 함세웅 신부가 ‘국정원이 저지른 심각한 위법행위가 최근 몇 달에 걸쳐 밝혀진 후, 정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운동인 연석회의의 출범식에 참여’ 하여 이와 같이 말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아시아 뉴스는 가톨릭 교회가 정당들과 민주단체들이 주최하는 시위에 참여해 오고 있다고 소개한 뒤 청와대에 진실을 밝히고 국가기관의 불법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해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기사는 함세웅 신부가 김수환 추기경과 함께 군부독재자 박정희에 맞서왔다고 소개하며 “교회와 사회는 우리 헌법을 수호하고, 그 가치를 [1919년 일본에 대항한] 삼일 독립운동과 [1960년] 4월 혁명의 정신으로 구현하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 했다. 우리는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과 1987년 민주 운동의 정신을 되새기며, 불의한 정권에 맞섰던 모든 의인들과 셀수 없는 촛불들을 마음에 품고, 이 정권이 회개하기를 희망하고, 기도하고, 그리고 호소하며 여기에 서 있다”는 함신부의 비장어린 발언을 소개했다.

‘아시아 뉴스’는 교황청 전교회(PIME, Pontificio Istituto Missioni Estere)에 의해 설립되었다. 현재는 월 방문자수가 500만 명에 달하는 온라인 매체로 전세계 가톨릭계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다음은 정상추가 번역한 아시아 뉴스의 기사 전문이다.
번역 감수: 임옥

기사 바로가기 ☞ http://bit.ly/19jD2Fk

11/13/2013 12:13SOUTH KOREA

Seoul, "icon of democracy" priest asks Park to apologize and repent
서울, “민주주의 상징” 신부가 박근혜에게 사과하고 회개하기를 촉구하다

by Joseph Yun Li-sun

Fr. Ham Se- woong, a Catholic priest known throughout South Korea for his leading role in the 1970’s protests against the dictator Park Chung-hee, has joined the Alliance for Cooperation: "what 's happening, happened in the last century. The government must repent and retract. And we must be vigilant to save democracy".

1970년대 독재자 박정희에 대항한 시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국내에 널리 알려진 가톨릭 함세웅 신부가 연석회의에 참여했다: “지금 벌어지는 일은 지난 세기에나 일어났던 일들이다. 정부는 회개하고 본연의 위치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해 조금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Seoul (AsiaNews) - "The illegalities that occurred in the presidential election a year ago were a serious crime, but the bigger crimes are the cover-up, the investigation hampering, and the pressure tactics that we've seen under the current administration". These were the words of Fr. Ham Se- woong, a Catholic priest known throughout South Korea for his leading role in the protests of the seventies against the dictator Park Chung -hee, the father of Korean President Park Geun - hye .

서울 - “일년 전 대선에서 발생한 불법행위들은 심각한 범죄이나, 현 정부에서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은폐, 수사 방해, 그리고 외압이 더 큰 범죄이다.” 이것은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인 독재자 박정희에 맞서 1970년대 시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유명한 가톨릭 함세웅 신부의 말이다.

The priest was attending the launch of the Alliance for Cooperation, a movement that aims to achieve justice after the serious violations committed by the National Intelligence Service which emerged in recent months. The Catholic Church has joined the protests of the political parties and democratic organizations, asking the "Blue House " to shed light on the electoral fraud and , more generally, to put a stop to the illegal activities carried out by the state apparatus in the name of "stability".

함세웅 신부는 국정원이 저지른 심각한 위법행위가 최근 몇 달에 걸쳐 밝혀진 후, 정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운동인 연석회의의 출범식에 참여하고 있었다. 가톨릭 교회는 정당들과 민주 단체들이 주최하는 시위에 참여해 오고 있으며 “청와대”에 선거 부정의 진실을 밝힐 것을 요구하고, 보다 광범위하게, “안정”이라는 명목하에 국가기관에 의해 행해진 불법 행위들을 중단할 것을 요구해 왔다.

Fr. Ham, who worked with Cardinal Kim for a decade to support democratic activities against the military dictatorship of Park (father ) stated that "the Church and society have come together to guard our Constitution and embody its values in the spirit of the March 1 Independence Revolution [against Japan in 1919] and the April Revolution [of 1960].We stand here recalling the spirit of the 1980 Gwangju democracy movement and the 1987 democracy movement, holding in our hearts all the righteous people who stood up against iniquitous governments and all the countless candles - hoping, praying, and appealing for this government to repent".

김수환 추기경과 함께 수십년 동안 군부 독재자 박정희에 맞서 민주주의 활동을 지원했던 함세웅 신부는 “교회와 사회는 우리 헌법을 수호하고, 그 가치를 [1919년 일본에 대항한] 삼일 독립운동과 [1960년] 4월 혁명의 정신으로 구현하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 했다. 우리는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과 1987년 민주 운동의 정신을 되새기며, 불의한 정권에 맞섰던 모든 의인들과 셀수 없는 촛불들을 마음에 품고, 이 정권이 회개하기를 희망하고, 기도하고, 그리고 호소하며 여기에 서 있다.”

He concluded, "in forming this Alliance we decided to unite around our great common denominators in spite of the basic differences. There are minor and major violations, they are all serious things that threaten our conception of democracy. Those who govern us must return to the spirit of the task it performs, find their humility and apologize for what happened before the entire population. "

그는 “연석회의를 결성하는 데 있어, 우리는 기본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큰 공통분모를 중심으로 연합하기로 결정했다. 작고 큰 위법 행위들이 있고, 그것들은 우리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심각한 것들이다. 정권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 하며, 겸허해야 하고, 그리고 전 국민앞에 발생한 일들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라며 연설을 마쳤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9&table=c_sangchu&uid=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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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으로 가던 헬기는 왜 아파트 북면에 부딪쳤나?

 

엘지전자 사고 헬기, 아파트 북쪽 면에 충돌... 안개 외 다른 원인은?

13.11.16 17:14l최종 업데이트 13.11.16 21:56l
김종철(jcstar21) 최지용(endofwi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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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전자 소속의 헬기 충돌 사고가 발생한 16일 오전 영동북단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 아파트(왼쪽 건물). 짙은 안개로 뿌옇게 보인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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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민간헬기가 고층아파트와 충돌하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그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짙은 안개가 원인이라는 추정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다른 원인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 중이던 헬기가 건물의 북쪽 면에 충돌하면서 항로이탈 가능성이 높아졌다.

"건물 꼭대기 안 보일 정도 안개 심했다"

이날 오전 8시 55분경 엘지전자의 사고 헬기는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30층 아파트) 23층부터 27층 사이에 충돌했다. 김포에서 출발해 사고현장에서 약 2킬로미터가량 떨어진 잠실 헬기장으로 가던 길이다. 잠실에 도착 후 엘지전자 임원을 태우고 전주로 이동할 예정이었다. 헬기는 1차 목적지인 잠실 헬기장에 거의 다 와서 사고가 난 것이다. 잠실 헬기장은 탄천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다.

사고 당시 서울에는 짙은 안개가 끼었으며 가시거리는 1.1킬로미터 정도로 매우 짧았다. 가시거리가 1킬로미터 이하가 되면 항공기 운항이 제한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짙은 안개가 이날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아파트 관리인 역시 "쿵 소리가 나서 나와 보니 헬기가 떨어져 있었고, 건물 꼭대기가 안 보일 정도로 안개가 짙게 끼었다"라며 "건물 절반 정도가 보이지 않았을 정도"라고 말했다.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들 역시 "현장에 도착했을 때 헬기에서 연기가 발생해 더 잘 안보이는 것도 있었지만 안개가 확실히 심하다 싶을 정도였다"며 "조종사가 안개 때문에 건물을 보지 못하고 충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소방 관계자는 또 "헬기의 몸통이 건물에 부딪친 것 같지는 않다"며 "피해 건물의 형태를 봤을 때 조종사가 건물을 피하려고 방향을 틀었고, 주 프로펠러와 꼬리 쪽이 건물에 부딪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사고원인을 분석 중인 국토교통부 사고대책반 역시 짙은 안개를 원인으로 예상했지만 "정확한 원인은 블랙박스와 사고 잔해를 수집해 정밀 조사를 해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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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기 사고 조사하는 국과수 엘지전자 소속의 헬기가 충돌한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 아파트 사고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소방대원들이 추락한 헬기 잔해를 조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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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조종사 둘, 그들은 왜 남쪽으로 향했나

그러나 아무리 안개가 짙게 꼈다고 하더라도 조종사가 둘이나 탄 헬기가 건물과 부딪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다. 특히 사고 아파트는 건물 자체가 높을 뿐 아니라 경기고등학교 건너 편 언덕 위에 있어 주변에 다른 건물보다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이다. 총 3개 동으로 이뤄진 건물이 30~40미터 간격으로 밀집해 세워진 것도 특징이다. 안개로 인해 시야가 제한된다 해도 아예 안 보일 정도는 아니라 게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다.

무엇보다 헬기의 충돌 지점이 북서쪽이라는 점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충돌지점은 102동 23층에서 27층 사이로 거의 정 북에 가까운 북서 방향이다. 헬기가 이 지점에 충돌하려면 북에서 남쪽 방향으로 이동해야 가능하다. 헬기가 정상적으로 잠실 헬기장을 향했다면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했을 것이고, 설령 건물과 충돌한다고 해도 건물의 서쪽 면에 충돌했어야 한다. 단순히 안개 때문에 보지 못해 충돌했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안개로 인해 방향을 잃었을 가능성도 제기 되지만 헬기의 진행 방향이 목적지와 정반대 방향이라는 점에서 희박하다. 보통 민간헬기 도심지역보다는 한강변을 따라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사고 헬기 역시 김포를 출발해 한강을 따라 잠실 쪽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충돌지점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려면 동에서 서로 이동하던 헬기가 목적지를 불고 1~2킬로미터 앞둔 지점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꺾었다는 얘기가 된다. 항로를 완전히 이탈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재영 서울지방항공청장은 "한강 위 경로대로 운행을 하다가 잠실 선착장 주변에서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약간 경로를 이탈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반적으로 도심상공이나 인구밀집지역의 (항공기) 운항은 가급적 하지 않도록 돼 있다"면서 "시계비행에서 특별한 고도제한은 없지만 인구밀집지역에서 최소한 장애물 높이에서 300미터 떨어져 운행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사고 헬기 조종사들이 상당한 베테랑이었다는 점도 사고의 의문점을 배가 시킨다. 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사고로 사망한 기장 박인규씨의 아들은 "아버지와 부기장 모두 군에서 대통령 전용기를 조종한 베테랑이었다"고 말했다. 베테랑 조종사가 둘이나 탄 헬기가 목적지 부근에서 아파트와 충돌했다는 것은 단순 안개만으로는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무슨 이유로 이들이 남쪽을 향하게 됐는지를 밝히는 게 이번 사고 원인 규명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오후 3시 현재 국토교통부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소속 6명의 조사관이 현장에 출동해 헬기 블랙박스와 헬기 잔해를 수거하고 있다. 국토부가 블랙박스를 분석하고 공식적인 사고 원인을 공식발표하기 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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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의 빗장을 열어제끼다

북중경협10년 시리즈 2회-국경의 빗장을 열어제끼다

 
2013.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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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동북진흥계획 10년...질적 변화 접어든 북중경협 2회

 
차례 

1회. 공동관리 공동운영의 새로운 협력모델

2회. 국경의 빗장을 열어제끼다

3회. 기업 중심의 협력 확대 및 심화

4회. 전력망 연계와 인민폐 결제통화 도입

5회. 러시아 몽골과의 경쟁적 다자 협력

6회. 훈춘 북방의 선전(심천)이 될 것인가

 

 
두만강 7곳 통로 확대 교량 5곳 보수 및 추가건설
 
015.jpg » 훈춘의 취안허 세관의 모습 북쪽의 원정리로 넘어가려는 트럭의 모습이 보인다.
 
중국 북한 접경지역은 1334km에 걸쳐 있으며, 압록강유역이 795km이고 두만강유역이 525km다. 육지로 접한 지역도 45km에 달한다. 접경지역 전체로 보면 15개의 통상구가 있는데 랴오닝성에 2개 통상구가 있고 나머지13개 통상구는 지린성 지역 내의 압록강과 두만강유역에 분포되여 있다. 15개 통상구 가운데 3개는 철도 통상구며 나머지는 도로 통상구 혹은 부두 통상구로 돼 있다.
 
중국은 그동안 북-중 경협의 일환으로 두만강 유역에서 7곳의 북-중 통로 개발 정비 사업을 벌였다. 이번 답사에서 둘러본 취안허 맞은편의 원정리, 싼허(삼합) 건너편의 회령 등은 이미 현대식 건물의 세관이 들어서 있었다.
 

016.jpg » 중국 훈춘 취안허 세관에서 방천 가는 길에서 건너다 본 새두만강교와 북한 원정리 세관 모습.

017.jpg
 
018.jpg » 개보수 전후의 취안허~원정리를 잇는 두만강 철교. 위가 옛모습.
 
019.jpg » 싼허의 망경각에서 내려다 본 북쪽 회령 세관의 모습.
 
또 2012년 6월 취안허 통상구와 북한 원정리를 잇는 두만강교를 보수했고, 2012년말에는 원정리와 나진항간 2차선 도로 포장공사가 끝났다. 이밖에 투먼(도문)과 남양-청진을 잇는 구간과 싼허(삼합)와 회령-청진 구간, 그 북쪽의 카이산툰(개산둔)과 삼봉 구간, 사퉈쯔(사태자)와 경원군 구간, 허룽시 난핑~칠성리와 그 아래쪽의 구청리(고성리)와 삼장리 구간 등 기존 도로와 교량이 너무 낡았던 4곳에서도 새로 철도를 건설하거나 낡은 다리와 도로를 보수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이 가운데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허룽시 구청리와 양강도 대홍단군의 삼장리를 있는 다리는 백두산 아래 첫 통상구라 하여 두만강 제1교로 불린다. 2일 세미나에서 연변대 안국산 마케팅학과 교수는 구청리~삼장리는 2010년 개보수가 완료된 1급 육로통상구로 7개 두만강지역 통상구 가운데 가장 시설이 양호하다고 말했다.
 
이들 통상구 가운데 동해로의 출구와 관련된 통로는 크게 △훈춘의 권하~원정리-나진항 △도문~남양 -나진항 △투먼~회령- 청진 등 세곳이다. 권하~원정리는 2급 포장도로이고 나머지 두곳은 철도로 각각 158.8㎞, 171.1㎞에 이른다. 안국산 교수는 “이 두 철도는 시설노화, 운송능력 부족 등으로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며, 현재 투먼시 정부가 도문-회령-청진 간 철도보수계약을 체결해 장기차관의 형태로 북쪽에 철도보수 자금 1000만 달러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두만강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기존 북•중을 연결해 왔던 교량은 11개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북중이 추가로 개보수를 진행하거나 완료한 교량은 2곳이며, 건설중이거나 계획 중인 교량은 2~3개에 이르고 있다.
 
020.jpg » 신의주 단둥의 신압록강 대교 
 
가장 규모가 큰 ‘신압록강대교’는 이미 다리 상판이 연결됐으며 내년 7월 완공될 예정이다. 중국 단동의 랑토우(량두 浪頭)진 궈먼(국문 國門)만과 북한의 신의주 남쪽에 위치한 삼교천의 장서를 잇게 되는 이 신압록강대교는 전장 12.7km의 길이에 폭 33m의 왕복 4차선 현수교로 건설되고 있다.
 
북 주도의 지안(집안) 만포 압록강 다리 개보수
 
북한의 자강도 만포와 중국 지린성 지안 간 국경다리는 북한 주도로 개보수가 진행돼 지난 10월초 완료된 것으로 연변대 김성남 교수가 직접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교량에 관한 양국간 협정이 공개된 건 2012년 5월10일이었다. 당시 북한 <중앙통신>은 자세한 설명없이 평양에서 박길연 외무성 부상과 류훙차이 북한 주재 중국대사가 협정문에 서명한 소식만 짤막하게 전했다.
 
그 뒤 5월 26일 <RFA(자유아시아방송)>이 입수한 중국어 협정문에 따르면 다리의 주 교량과 북쪽진입교의 설계와 건설을 북한이 책임지기로 한 것으로 밝혔다. 신압록강대교 건설과 지린성 훈춘과 나진 간 도로 보강 공사 등 북중 경협을 위한 기반시설 공사는 이제껏 중국측이 주도해왔던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이와 관련해 북이 주도하게 된 배경으로는 신의주와 나진에 이어 개발이 상대적으로 더딘 북한 내륙지역을 북중 경협을 통해 개발하려는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특히 그에 앞서 일본의 <요미우리신문>( 2011년 10월 26일)은 중국측 지역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북쪽이 압록강에 있는 북쪽 섬인 벌등도를 관광지로 공동 개발하자는 제안을 해 협의를 하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벌등도는 강 하류 쪽으로 10㎞ 정도 내려간 곳에 있으며, 지안 시가지와 가깝다.
 
이 섬에 북한 식당이나 토산물 판매점을 짓고, 북한 예술단체의 공연을 하게 한 뒤 지안과 벌등도를 유람선으로 잇자는 것인데 2011년 5월말 만포시 인민위원회 위원장 등의 대표단이 지안을 방문해 벌등도 공동 개발 문제를 논의했다는 것이다. 앞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생전인 2010년 8월 만포~지안 압록강 철교를 이용해 중국을 방문한 바 있다. 당시에도 김 위원장이 늘 이용하던 신의주~단둥 경로 대신 만포를 지나 지안으로 건너간 배경을 두고 북중 간 새로운 내륙 교역로를 개척하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창바이(장백) 혜산간 압록강 친선다리 개보수
 
022.jpg » 중국쪽 창바이에서 혜산으로 이어지는 압록강 친선의 다리를 넘어가는 차량들. 개보수 전의 모습.
 
023.jpg » 위성에서 내려다 본 창바이(장백, 위쪽)와 혜산 시의 모습.
 
북한의 혜산 및 인근 북한 최대의 청년동광산을 마주하는 지린성 창바이(장백) 사이의 교량은 ‘압록강 친선다리’로서 지난10월 확장 재개통됐다. 5층짜리 세관을 새로 짓는 공사도 마무리됐다. 기존에 있던 세관과 이곳에서 북한과 연결되는 다리는 신축 세관에서 3~4㎞쯤 떨어져 있다. 중국은 이 “신축 세관 앞에 새 교량을 건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혜산에는 북한 최대 구리 광산인 청년동광이 있다.북한과 중국이 출자해 협력 개발키로 한 혜산청년광산의 준공식이 열린 건 2011년 9월이다,
 
실제 운영은 2010년 가을부터 부분적으로 시작됐다. 올 초에는 중국의 완샹그룹이 5년간 5억6천만 위안(9천만 달러)을 이 구리광산에 쏟아붓고도 이익금을 내지 못한다는 내용이 중국 언론을 통해 소개됐다 .혜산동광은 맞은편 중국의 창바이로부터 약 3.5km 정도 떨어져 있는 동 품위가 1.4~1.5% 정도 되는 데다 세계적인 수준의 매장량을 보이는 광산이다. 북한자원연구소의 최경수 소장에 따르면 북한은 동 외에도 200여개의 광물자원 중 마그네사이트, 텅스텐, 화강암, 금, 몰리브덴 등 10개 광물에서 세계적인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
 
취안허 새두만강 대교 건설 착공 방침
 
지린성 정부는 지난 7월12일 공개한 ‘새 취안허대교 추진 현황’에 따르면 중국은 취안허~원정리 사이의 기존 철교 말고 새 두만강대교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타당성 조사를 끝내고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이용중인 두만강대교에서 30m 떨어진 곳에 나란히 건설될 새 교량은 폭이 23 m (왕복 4차선), 길이가 637m에 이르며 진입 도로를 포함해 총 921.78m가 새로 건설될 예정이다. 건설비용만 총 1억5천만 위안(2천500만 달러)가 투입된다.
 
주로 대형 컨테이너 화물차량용으로 이용될 예정이며 기존 두만강교는 관광과 여객 운송에 주로 이용한다는 방침이다. 현 두만강교는 1937년에 세워진 것으로 하루 평균 화물 통행량이 600t (연 20만t)정도인데 반해 새 교량은 연간 화물 60만t, 인원 60만 명으로 설계돼 3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옌지 훈춘 투먼/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북한 중국관광객 20만명 시대
 

024.jpg » 연길 뻐스 터미널

 
중국과 북한은 북한 관광객을 겨냥해 버스, 항공기 운행을 정례화하고 있다. 훈춘시는 올해 중국에서 직접 자가용을 몰고 국경을 넘어 북한을 둘러보고 오는 북중 자동차 관광을 확대키로 했다.
 
옌지(연길)와 나선은 정기 버스가 오간다. 4시간이면 된다. 2012년 8월 정식 개통됐다. 연변동북아려객운수그룹유한회사와 지린우벨 운수그룹유한회사가 조선 라선시륙해운수총회사, 라선시관광총회사와 합작한 것으로 매일 양쪽에서 성수기에는 12대, 평소에는 1대씩을 운영하기로 했다. 총 길이는 200km로 중국쪽이 150km 북한쪽이 50km다. 요금은 100위안(1만7500원), 단체요금은 80위안이다. 훈춘에서 가면 각각 70위안, 50위안이다.
 
또 그에 앞서 7월 초부터는 운항에 금강산 관광을 위한 옌지~평양 전세 항공 노선이 시작됐다. 관광객들은 직접 연길에서 비행기를 타고 평양에 간 후 다시 여객 운수 차량을 타고 각지 관광을 다닐 수 있게 됐다.
 
중국, 북한, 러시아 3국 주요관광지를 잇는 옌지-평양-블라디보스톡을 잇는 전세기관광상품도 곧 출시된다.블라디보스톡에서 돌아올때는 차량을 이용해 훈춘 러시아국경 세관인 창링즈(장령자, 훈춘세관으로 명칭이 바뀜)를 거친다.
 
연변천우국제려행사( http://www.ybtianyu.com ) 지금녀총경리에 따르면 관련 관광코스는 5박 6일(1인당 5280위안,92만4천원)로서 9월과 10월에 시운행을 했으며 2014년에 정식운행을 할 계획이다. 이 여행사의 누리집에 가보면 연길-평양-묘향산, 연길-평양 -금강산을 비롯해 연길-나선-금강산의 크루즈 여행 등 관광 프로그램의 일정 가격 등이 소개돼 있다.
 
지난 2일 민화협 정책위원회와 연변대 동북아연구원의 세미나에서 김성남 경제관리학원 교수는 중국쪽 통계로 북한을 유람한 중국관광객은 2010년 13만1100명에서 2011년에는19만3900명으로 47.9% 증가했으며 2012년에는 20만명을 훌쩍 넘은 것으로 추정(출처 http://www.cceebb.com/article/860179/view )했다.
옌지/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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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사건 이후 그들에게 일어난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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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13/11/16 11:36
  • 수정일
    2013/11/16 11:3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권력의 노골적인 충성요구…무너진 신상필벌, 결론은 특검으로
 
정주식 | 2013-11-15 15:59:2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인간은 누구나 상을 좋아하고 벌을 두려워한다. 성악설을 신봉했던 한비자는 인간의 이기심을 통제하는데 상(賞)과 벌(罰)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군주(국가)가 이를 불편부당하게 집행한다면 공동체의 질서가 바로 잡히고 국가의 신뢰가 높아진다는 것이 한비자가 제시한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원칙이다. 이 원칙은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현대국가에서도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여진다. 국가 기관, 특히 엄정한 법집행으로 국가의 신뢰를 담보해야 할 수사기관의 신상필벌이라면 그 중요성을 두말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중징계냐 경징계냐, 국정원사건 수사팀을 이끌었던 윤석열 팀장의 징계 수위에 대해 논란이 뜨겁다. 어제 대검찰청이 윤 팀장에 대한 중징계를 청구한 가운데 그 과정에서 대검찰청이 감찰위원회의 결정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감찰위원들의 폭로가 나왔다. 찍어내기 사전각본설이 제기되는 것이 당연하다. 윤석열 팀장의 징계수위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이것이 수사방해 의혹을 받고 있는 조영곤 서울 중앙지검장에 대한 무혐의 처분과 대비를 이루기 때문이다. 대검찰청이 두 검사를 대하는 온도의 차이는 그동안 수사팀이 받았을 외압의 크기를 짐작케 한다.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처벌기준은 검찰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국정원사건 수사가 시작된 이후 비슷한 일들을 이미 여러차례 겪어 왔다. 윤석열 팀장의 징계는 보다 큰 그림의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건의 당사자 국정원과 이를 수사했던 경찰과 검찰, 그들 세 조직에서 일어난 신상필벌의 흐름을 살펴보자.

<국정원사건 관련 검·경·국정원 신상필벌 표 by @LOVELYTAENG>

작년 대선 직전 국정원 심리전담반의 조직적인 선거개입을 고발했던 국정원 직원 3인은 올해 초 원세훈 전 원장의 강도 높은 ‘색출작업’ 끝에 모두 파면당했다. 그들의 제보는 분명 공익에 부합하는 것이었으나 야당도, 유명무실한 '공익신고자 보호법'도 그들을 지켜내지 못했다. 반면 검찰은 지난 6월 사건의 주모자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수사 은폐 사건을 지휘했던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불구속기소하면서 국정원 이종명 전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10월 18일 추가 기소), 김 모 심리전단 직원 등 3명, 외부 조력자 이 모씨 등에 대해 전원 기소유예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란 혐의사실은 인정되나 정상을 참작해 ‘봐주겠다’는 뜻이다. 검찰이 밝힌 기소유예의 변은 그들이 “상급자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검찰은 국정원의 ‘복종범죄자’들을 모두 풀어주면서 공무원의 ‘위법한 명령에 따를 의무’를 인정했다.

지난 2월초 국정원사건의 수사책임자였던 권은희 당시 수서경찰서 과장은 뚜렷한 이유없이 송파경찰서로 전보됐다. 수사에 의욕적이었다는 이유로 ‘찍어내기’를 당했다는 설이 무성했고, 권 과장은 지난 8월 국정조사에서 실제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외압이 있었음을 폭로 했다. 권 과장은 한 달 뒤 외압사실을 언론에 밝혔다는 이유로 서울경찰청으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반면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과 함께 사건의 축소·은폐수사를 모의한 것으로 알려진 ‘3인방’은 모두 사건 이후 승진·영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현락 당시 수사부장은 경찰청 수사국장으로, 이병하 당시 수사과장은 여주 경찰서장으로 각각 승진했고, 김병찬 당시 수사 2계장은 그자리를 유지하고 인사상 영전했다.

또 작년 12월 16일 문제의 경찰 중간수사발표 기자회견에서 “(댓글이) 삭제된 흔적은 있으나 혐의사실과 관계가 없다”고 말해 빈축을 샀던 김수미 분석관 역시 수사관으로 승진했다. 김수미 분석관은 국정조사에서 권은희 과장과 상반되는 진술로 김용판 전 청장을 옹호하기도 했다. 국정원 직원 김하영과 소개팅으로 만나 400여통의 문자를 주고 받았던 신동재 개포경찰서 경위도 이 과정에서 서울경찰청 회계파트로 승진했다. 국정원사건 은폐·축소수사 의혹과 관련된 모든 경찰관들이 승진했다. 이것들의 개연성이 의심받는 것은 당연하다.

<출처:황정인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과장 페이스북>

검찰의 상황은 좀 더 드라마틱하다. 권은희 과장의 전보 이후 경찰의 수사가 지리멸렬 그 자체였다면, 6월 경찰로부터 수사를 이관받은 검찰 수사팀은 뭔가 달랐다. 채동욱 총장과 윤석열 수사팀장은 경찰이 내놓은 수사결과를 완전히 뒤집으며 축소·은폐를 지시한 혐의로 김용판을 기소했고, 원세훈의 선거법위반-구속여부를 놓고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각을 세우기도 했다.

예상치 못했던 검찰의 태도에 당황한 황교안 장관은 원세훈에 대한 불구속수사를 고집하며 검찰을 압박했다. 수사지휘권파동을 연상케하는 줄다리기 끝에 양측은 결국 <선거법위반 혐의 인정-불구속기소>라는 타협안에 사인했다. 황교안 장관과 갈등을 빚었던 채동욱 총장은 지난 9월 엉뚱하게도 사건과 무관한 사생활 논란으로 사임한다.

채 총장이 물러난 뒤에도 수사팀은 의욕은 꺾이지 않았다. 수사팀은 10월 17일 아침 국정원직원 3인을 전격 체포한 뒤 20일에는 트위터 대선개입건 등을 포함하는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그러나 윤석열 수사팀장은 이 ‘작전’을 사전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찰지시와 함께 수사팀에서 배제되었고, 며칠 뒤에는 박형철 수사부팀장마저 공보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감사장에서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수사외압을 폭로했던 윤석열 팀장과, 지난달 직접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던 박형철 부팀장이 모두 물러난 수사팀은 이제 완전히 다른 팀이 되었다.

권력의 노골적인 충성요구

국가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졌을 때 이를 회복할 수 있는 첫번째 방법이 신상필벌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그러나 국정원과 검찰, 경찰은 국정원사건 수사과정에서 나쁜 신상필벌의 전형을 보여줬다. 원칙은 뒤집혔고 방법은 천박했다. 이들이 보여준 신상필벌에서는 동일한 일관성이 나타난다. 세 기관은 한결같이 권력에 충성하는 관료에게 상을 내렸고, 권력의 비리를 추적하는 관료에게 벌을 내렸다. 공을 세운 관료에게 벌을 내리고 일신의 영달만을 꾀하는 탐관오리에게 상을 내린 것이다.

국정원의 공익제보자들이 파면당하는 과정이나, 권은희 과장이 아무런 설명 없이 전보당하는 과정, 검찰총장이 사생활문제로 법무부장관에게 감찰을 받는 과정, 용의자를 체포했다는 이유로 수사팀장이 교체되는 과정 이 모든 것들을 종합해보면 일련의 사건들이 매우 인위적으로 느껴진다. 이는 권력에 맞서는 자는 언제든 쳐낼 수 있다는 경고이자, 권력의 편에 서는 자에게는 마땅한 상을 내리겠다는 유인이다. 이쯤되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자”거나 “국정원의 자체개혁” 같은걸 들먹이는 작자들이 딴세상 사람처럼 느껴진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 검찰수사팀이 대단히 어려운 환경에서 고군분투해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채동욱→윤석열→박형철로 이어진 ‘찍어내기 3단콤보’는 더 이상 정상적인 검찰수사로 사건의 전모를 밝힐 수 없음을 말해준다. 경찰수사→검찰수사→국정조사로 이어진 근 1년 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사는 여전히 사건의 중심부에 접근하지 못했다. 국정원에 이어 국방부와 보훈처 등 정부 다수 부처의 전방위적인 선거개입이 확인됐음에도 수사의 창끝은 전임 권력자의 근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사건의 주모자인 원세훈 전 원장조차 공직선거법위반도 아닌 개인비리로 겨우 구속하고 있을 뿐이다.

자연스럽게 결론은 특별검사제로 모아진다. 외압으로부터, 무너진 신상필벌체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이제 특검이 유일하다. 지난주 특검실시를 요구한 야권의 연석회의를 환영한다. 오래 전에 했어야 할 일을 드디어 하게 된 거다. 모처럼 의기투합한 범야권이 특검관철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길 바란다.

☞관련글 - 윤석열의 신목민심서 ‘사람에 충성하지 말라’
☞관련글 - 댓글녀에게 없고 권은희에게 있는 것
☞관련글 - 황교안vs채동욱 원세훈을 둘러싼 갈등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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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 배제하는 야권연대, 꼭 그래야 하나?

 

[게릴라칼럼] '박근혜 독재'에 대처하는 야권의 자세

13.11.15 20:19l최종 업데이트 13.11.15 20:19l
안호덕(minju815)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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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길 민주당 대표 "특검 도입하라" 민주당 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의원, 당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9차 국민결의대회'에서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을 규탄하며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사건과 함께 특별검사법안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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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청구 중단하라" 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총체적 대선개입 민주주의 파괴 박근혜 정부 규탄 19차 범국민 촛불집회'에 참석한 통합진보당 당원과 정부의 정당 해산청구를 규탄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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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으로 민주주의 회복과 국정원 개혁을 위한 9차 국민결의대회를 마치겠습니다. 이후 촛불집회가 이어질 예정이오니, 많은 참석 바랍니다."

늦가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9일 저녁 서울 시청광장. 오후 7시를 조금 넘겨 민주당 주최 집회가 끝났다. 사회자가 이후 촛불집회를 안내했지만 광장에 모였던 민주당 각지구당 깃발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곧이어 시국회의에서 촛불집회를 알리는 방송을 내보냈다. 뒤이어 민주당 깃발이 빠져 나간 자리에 통합진보당 깃발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불과 20여 분 사이에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섞이지 않는 기름과 물처럼 갈라섰고, 자연스럽게 자리를 바꿨다.

'아니, 왜 함께 하지 못하는데?' 이도 저도 아닌 촛불시민인 아내와 나는 3시간 내내 비를 맞으면서도 이 물음에 답을 얻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거운 건 젖은 옷 때문만은 아니었다.

아니 왜 함께 하지 못하는데?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은 박근혜 정부 출범 9개월이 다 돼 가지만 의혹이 더 확산되는 양상이다. 국방부와 국가보훈처마저 대선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지만 대통령은 "국정원 사건과 자신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으며, 새누리당은 "수사중인 사건이니 만큼 결과를 기다려보자"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검찰총장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물러났고,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조사하던 수사팀장인 윤석열 검사는 수사에서 배제된 것은 물론 중징계까지 당했다. (물론 이 징계 과정도 검찰 지휘부가 짜놓은 각본대로 이루어졌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윤석열 검사의 징계가 당연한 조치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여기에 호응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에서 저질러진 대선개입보다 박근혜 정부에서 자행되고 있는 사건 은폐가 더 큰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대선 부정을 덮기 위한 박근혜 정부의 광폭 행보 속에는 국민의 선택을 받은 합법적인 정부라는 오만만이 가득 묻어날 뿐이다. 민주주의 운영원리는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으며, "이게 나라냐"라는 비아냥거림이 유행어가 된 지 오래다.

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이러한 상황을 "파시즘 체제의 전조"라고 진단했다. 지난 10일 개인 성명을 통해 "사적 이익과 욕망을 채우려고 한 이명박 정부보다 더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가 위임된 권력으로 국민을 겁박하며 반대세력을 고사시키고 역사를 퇴행시키고 있다"고 성토하면서 "역사 퇴행과 민주 말살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입장에서야 '박근혜씨'라고 불리는 것만큼 펄쩍 뛸 용어지만 작금의 정치 현실과 비추어 보면 이만큼 본질을 정확히 꿰뚫은 표현도 없을 듯하다.

파시즘은 반합리성에 기초한다. 이성을 앞세우기보다는 감정에 호소하고 광신적이며 독단적이다.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 청구, 2007년 남북정상회담대화록 유출 사건 등은 이성적 판단에 의한 행위라기보다는 '레드 콤플렉스'를 자극해 보수 세력을 규합하고 반대세력을 궁지에 몰아넣으려는 반합리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정권이 이성보다는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고, 광신적 집단이 활개치고, 왜곡된 이념이 사회를 유린하는 현상은 파시즘 체제의 전조를 보여주는 징후들이다.

파시즘의 또 다른 양태는 엘리트에 의한 정치, 국민의 정치 참여 배제라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평등보다는 불평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나 정치인은 국민의 심부름꾼이 아니라 국민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되고, 국민의 목소리보다 정치권력과 엘리트계급의 목소리가 커질 때 그 사회는 위험하다. 대통령을 '박근혜씨'라고 불렀다고 해서 석고대죄를 요구하는 여당와 대통령 순방 중에 촛불시위를 했다고 교포를 상대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협박을 일삼는 국회의원, 날치기와 폭력 국회를 막겠다고 발의한 국회선진화법을 스스로 위헌 소지가 있다며 폐지나 헌법 소원을 계획하고 있는 여당. 이런 행태는 정치권력의 횡포이고 민주주의 주인인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국민들이 정치의 구경꾼으로 전락하고, 정치는 권력의 전유물이 되는 사회. 파쇼 타도를 외치던 70-80년대 대한민국의 모습이었다.

파시즘은 전체주의를 강조한다. 정권의 뜻에 따르지 않거나 전체주의를 거부하는 세력에게는 철저한 응징이 가해진다. 굳이 통보진보당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그 예는 무수히 많다.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던 해고자 조합원 가입 문제를 빌미로 전교조에 법외노조를 통보한 것 또한 그 일부분에 불과하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대선개입을 했다며 진행한 공무원노조 서버 압수수색, 시민단체 강제해산 추진 등 국민에게 특정 이념을 주입하고 통제하려는 시도는 끝도 없이 게속되고 있다. 국가의 공인된 폭력이 대화와 타협보다 앞서는 사회. 파시즘 체제의 무서운 얼굴이다.

연석회의 출범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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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기관 선거개입 진상규명 각계 연석회의 출범 12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국정원과 군 등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진상규명과 민주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각계 연석회의'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 천호선 정의당 대표, 안철수 의원 등 야당인사와 종교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손을 맞잡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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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지난 10일, 101일 만에 천막당사를 접었다. 그리고 이틀 뒤인 12일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건 진상규명과 민주헌정질서 회복을 위한 각계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를 출범시켰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제안한 특검을 우선적으로 관철하기 위한 연대라고 하지만, 그간의 투쟁이 민주당과 시국회의 등에서 파편적으로 진행되어 온 점을 감안한다면 우선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야당 의원조차 파시즘 체제의 전조라고 진단하는 비상시국에 출범하는 연석회의에서, 거기에 걸맞은 각오와 결기가 느껴지지 않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기관의 광범위한 대선개입 사건. 특검이 국회에서 야권이 쟁취해야 할 목표가 돼야 한다는 사실에 이견은 없지만, 단지 특검을 쟁취하기 위한 연석회의에 머무른다면 한계는 분명하다. 파시즘 체제를 획책하고, 이를 통해 권력을 영구화하려는 보수 세력의 음모에 파열구를 내지 못한다면 이 사회는 1987년 6월 항쟁 이전의 정치 질서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탄압, 역사교과서 왜곡, 김대중과 노무현 정부 폄훼,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청구 등 무수한 문제들은 탄압 당사자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연석회의, 더 나아가 진보세력과 양심적인 보수세력이 손잡고 싸워서 해결해야할 민주주의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그런 견지에서 보면 이번 연석회의에서 통합진보당이 배제된 것은 이해하기 힘든 처사다. 언제까지 통합진보당 탄압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것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모두 보수 세력에 의해 '종북'이라는 굴레가 끝도 없이 덧씌워졌다. 종북이 아니라는 '자기결백'이 연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지 궁금하다. 파시즘 체제를 구가하고 있는 박근혜 정권 하에서 통합진보당과 연석회의가 손잡지 않는다면 과연 이 낙관을 극복할 수 있을까?

51.6% 득표로 당선된 박근혜 정부는 합법적인 정부임을 내세우며 파시즘 체제 구축을 위한 광폭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51.6%에 표를 준 유권자나 그에게 표를 주지 않은 나머지 유권자 누구도 부정에 눈감고 국민들 위에 군림하라고 자신의 권한을 정권에게 위임하지 않았다. 따라서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잘못 사용하는 정권을 바로잡아야 할 책임도 국민들에게 있다.

합법적인 선거로 뽑힌 지도자가 세기 최악의 독재자가 되었다. 야당은 법률 제정권을 행정부에 위임함으로써 독재자를 견제하는 대신 폭주를 합리화시켜 주었다. 그 결과 학살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고, 세계전쟁에 불을 붙였다. 결과는 참혹했다. 독재자뿐만 아니라 국민들 모두가 전세계의 범죄자가 되었다. 1933년 독재자 히틀러를 탄생시킨 독일의 이야기이다.

각성된 국민들의 실천과 폭넓은 연대가 절실하게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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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정치검찰의 수상한 대화록 수사 발표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폐기,삭제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11월 15일 금요일 오후,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검찰은 대화록 삭제, 미이관이 모두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검찰은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이 대통령 지시에 의하여 의도적으로 삭제,파쇄되어 대통령 기록관으로 이관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습니다. 또한, 역사적 기록물로서 보존되지 아니하였고, 오히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로 유출된 사실도 확인됐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 발표를 보면 뭔가 석연치 않은 점들이 너무 많습니다. 도대체 검찰 수사 결과를 믿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리해봤습니다.

 

 

 

 


검찰은 노무현 대통령이 "이지원 시스템에 있는 회의록 파일은 없애도록 하라, 회의록을 청와대에 남겨두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검찰의 발표와 다르게 검찰 수사 결과 18페이지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녹취록을 한 자, 한 자 다듬고 정확성, 완성도가 높은 대화록으로 정리하여 이지원에 올려 두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검찰은 노무현 대통령이 대화록을 삭제 지시했다고 하는 근거로 조명균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의 진술이라고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조명균 전 비서관은 1월 검찰 조사는 부정확한 진술이었고, 이번 조사 때 정확하게 그런 지시가 없었다고 진술했습니다.

결국, 검찰은 부정확한 진술만을 가지고 노무현 대통령이 삭제를 지시했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검찰은 대통령 기록물이 삭제되고 이관되지 않은 사안을 중대한 범죄라고 발표했습니다. 새누리당은 '사초 폐기'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초본의 삭제와 최종본 미이관입니다. 검찰은 자신들의 수사 결과 14페이지에서 '초본,최종본,국정원본 모두가 회담의 본질적인 내용에는 큰 차이가 없다'라고 해놓았습니다.

회의록 초본은 거의 속기록 수준이라 이런 식의 기록은 완성본이 만들어질 경우 삭제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데 검찰은 무조건 초본이 사라졌으니 의도적인 삭제라고 발표했습니다. 최종본 미이관은 시스템상의 오류 (퇴임 직전 이지원 셧다운, 초기화 등) 이지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가 아니었습니다.

대통령 기록관에 넘기지 않으면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 회의록을 볼 수가 없습니다. 대신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이 남긴 국정원본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자신은 보지 못하고 후임자는 보게 한다는 그 자체가 상식적으로 이해될 수 없는 일입니다.

결국, 검찰이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봐야 합니다.

 

 

 


검찰은 대선 전부터 시작된 대화록 수사를 금요일 오후에 발표했습니다. 사람들이 불금이라고 들떠 있는 금요일 오후의 뉴스 전파력은 약합니다. 그래서 보통 이런 중요한 수사 결과는 월요일~목요일 주중에 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은 대부분 금요일 오후에 발표됐습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6월 14일 금요일,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식 의혹 사건 9월 13일 금요일, 9월 27일 금요일, 윤석열 국정원 사건 특별수사팀 감찰 11월 8일 금요일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치명적인 약점을 주는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부정 사건도 금요일.
국정원 사건을 조사하는 검찰총장과 수사팀의 감찰 결과 발표도 금요일.
대선 기간 내내 논란이 됐던 NLL 대화록 수사 결과 발표도 금요일.


박근혜 정부의 정치검찰이 왜 금요일에만 이런 발표를 했을까요? 당연히 자신들의 범죄 행위와 부실한 수사 결과를 국민이 알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11월 15일 KBS,SBS,MBC 톱뉴스는 '노무현 대통령 삭제'라는 문구였습니다. 11월 16일 조선일보 1면은 '노 지시로 원본 삭제' 동아일보 1면에도 '노지시로 회의록 폐기'였습니다.

이제 국민 대다수는 검찰의 부실한 수사와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NLL 대화록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잊어버렸습니다. '김무성 의원이 찌라시를 보고 대화록을 읽었다'는 말은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한눈에 보는 정치 검찰의 수상한 대화록 수사



사건의 본질과 진실은 누군가에 의해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정치 권력자가 검찰,언론을 장악하면 어떻게 되느냐를 잘 보여주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검찰개혁, 언론개혁을 주장했다가 그들에게 잡혀먹힌 사람이 누구인지,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다음에는 당신도 그렇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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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베네수엘라 정부 전복 음모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3/11/16 10:54
  • 수정일
    2013/11/16 10:5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베네수엘라 상점의 유혈사건

 

<번역> 미국의 베네수엘라 정부 전복 음모

필자:닐 니칸드로프 / 역자:정성희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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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1.15 19: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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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 닐 니칸드로프 칼럼니스트
역자 : 정성희 소통과혁신연구소 소장
출처 : 온라인 저널<Strategic Culture Foundation> 2013년 11월 13일자

볼리바르정권을 뒤엎으려는 음모가 서서히 용의주도하게 추진되고 있음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1973년 칠레의 살바도르 아옌데 정권을 약화시키고 훼손하여 마침내 전복하는 시나리오와 매우 흡사하다.

지속적인 기초생필품 부족, 전력과 물 공급 중단, 길거리 범죄 증가, 부정부패, 물가폭등 등 이 모든 것이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생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디오스다도 카벨로 국회의장은 "(군부가 우고 차베스 대통령을 체포 억류한 )2002년 4월의 사태가 되풀이 되고 있다. 그 때 인사들이 지금도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 음모를 꾸미는 과격 반정부세력을 공개리에 비난했다.

카벨로 의장은 "그들은 제4공화국의 무법천지, 정치박해, 살인, 반대세력의 실종, 신자유주의 독재, 끊임없는 폭력으로 의 회귀를 원한다"면서 보수우익이 정권을 잡고 볼리바리안혁명을 수포로 돌리려 한다고 주장했다.

카벨로에 따르면, 기업가집단이 직접 이 음모에 가담하고 있으나 그림자 속에 가려져 있다.볼리비안 정부와 집권여당 '통합사회주의당'의 인사들에 대한 테러 협박이 계속되고 있다.

다가오는 12월 8일 지방선거는 볼리비안 정부를 국민들이 얼마나 지지하는지 중대한 시험장이 될 것이다. 만일 선거결과에서 야당이 주요 위치를 점한다면 볼리바르정권에 대한 압력이 눈에 띄게 증가할 것이다.

디오스다도 카벨로는 그러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만일 그들이 그 첫 단계를 밟으면, 우리는 번뇌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응답은 민중과 군대와 정부가 함께 파시즘을 격퇴, 분쇄한다는 것"이라고 음모자들에게 경고했다.

음모는 주로 미 CIA와 미 국방성 정보기관(DIA)의 채널을 통해 은밀히 추진되고 있다. 인터넷신문 '카라코라'(Caracola.com)는 올 9월에 사회불안을 음모하는 센터 중 한 개와 그 곳에서 만든 프로그램을 보도한 바 있다. 이 센터는 베네수엘라 국경의 콜롬비아 도시, 쿠쿠타에서 운영되고 있다.

3개의 반혁명조직 지도자들이 그 곳에서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졌다. 그 중 1개 반혁명조직의 대표는 1980년대 미 CIA가 마약밀매 왜곡정보를 이용해 뒷받침한 콜롬비아 전 대통령, 알바로 우리베다.

올해 6월 이들 조직은, 지난 대선에서 승리를 도둑맞아 사실상의 대통령이라 생각하는 엔리케 카프리레스를 지원하는 '전략적 베네수엘라 계획'(Strategic Venezuela Plan)을 수립했다.

베네수엘라 야당은 "우리가 최선의 대안"이라는 구호 아래 차베스와 그의 추종자들의 잘못으로 지난 14년간 잃어버린 "베네수엘라의 진정한 민주주의의 복원"을 완수하겠다는 것이다.

일상적으로는 음모자들이 대학생들, 지식인들, 일부 주민들이 참여하는 거리 시위를 자극하고, 실제 작업은 군대 내에서 정부 권위를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음모자들의 일부 전략계획은 '민주주의와 자유를 수호하는' 군의 주도권을 부추겨 위기상황과 통제불능의 사회갈등 외중에 군의 독자적 행동을 준비하는 것이다.

또한 언론에 지속적으로 호소하고 외국 언론인들과 협력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이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는 정부 주장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베네수엘라와 미국의 관계 정상화를 옹호하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과 베네수엘라 반정부세력의 행동은 쿠쿠타에서 운영되는 센터만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음모자들은 쿠라카오, 아루바, 보네르, 그리고 지침을 받는 도미니카 공화국, 파나마, 다른 중미 국가에 있는 미 CIA와 DIA의 지국을 이용한다.

베네수엘라 정보기관은 반정부세력 멤버들과 마이애미의 쿠바 이민사회에서 파견된 극단주의그룹 대표자들과 콜롬비아 준 군사조직(AUC)의 대표자들의 모임 몇 개를 녹음해왔다. 이들 그룹은 동존상잔의 전쟁을 시작하는 '전략적 베네수엘라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몇몇 베네수엘라 전문가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은 50년 무력충돌을 진정으로 종식하려는 콜롬비아 정부와 게릴라(FARC) 지도부의 평화협상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콜롬비아의 미군기지를 유지시킬 전망이 매우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 국방성은 콜롬비아 미군기지의 대체 수단을 찾는데 골몰하고 있다. 미군기지의 재배치를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베네수엘라를 주목하는 것이다. 반정부세력이 베네수엘라에서 무력충돌로 유혈사태를 야기하면 미군의 개입으로 군사기지를 둘 수 있다는 의미다. '전략적 베네수엘라 계획'이 요구하는 결과이다.

미 정보기관이 베네수엘라의 급변사태를 추진한다는 간접적 증거는 아프간, 이라크, 리비아 등에서 일했던 정보요원들을 이곳으로 보강하고 있는 것이다.

항공, 항만, 레이더 기지, 지휘소와 같은 군부대 근처에서 언론 활동을 했던 미국인들이 더 뻔질나게 베네수엘라에 가서 머물고 있다.

가장 최근 사건인데, 산 크리스토발에 있는 베네수엘라 방첩부대와의 몇 차례 회동을 이유로 콜롬비아의 마이애미 헤럴드 특파원, 짐 위스가 체포당했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직접적 군사개입을 위한 조건을 만들고 있으며, 반정부세력이 최근 '버락 오바마의 밀사'와의 비밀회동에서 검토하는 시간표를 조정하는 것이다.

국내외적으로 이미지가 엄청나게 훼손된 미국 대통령은, 최소한 자기나라 사람들의 눈에라도 명예를 회복하려는 다양한 비상조치를 구상하고 있다.

'독재이고 거의 마르크스체제'인 베네수엘라에서 미국의 '작지만 승리하는 전쟁'은 매우 유혹적일 것이다. 베네수엘라 석유 부문에서 미국의 지배적 위치를 복원한다는 것은 음모가들과 접촉하는 미국 정보요원들을 늘 흥분시킨다.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는데, 그들 음모가들은 권력을 잡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기에 이 같은 미국인들과의 관계를 그 누구도 거절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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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역 공동체, 나무심기로 되살린다

재난지역 공동체, 나무심기로 되살린다

 
이도원 2013. 11. 14
조회수 212추천수 0
 

비무장지대 등 세계 재난지역, 녹화 통해 어떻게 자연과 공동체 회복했나

자연 보살펴 사회-생태계 회복탄력성 기른 풍부한 사례와 이론 소개

 

오성산_녹색연합.jpg » 비무장지대 철원 오성산 부근의 풍경. 전쟁과 이후 자연이 살아나는 과정의 역사가 남아 있다. 사진=녹색연합

 

반갑게도 우연히 시의적절한 책을 한 권 만났다. 아직 우리 말 번역을 기다리고 있는 책으로 지난 수 년 동안 개인적으로 붙들고 있는 두 가지 숙제를 이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먼저 그 두 가지 숙제를 간략히 소개해 본다.

 

하나는 “출근길 생태학”이라는 제목으로 연구실과 집을 잇는 길을 걸으며 만나는 다양한 풍경을 생태학적 시각으로 해석하는 일이다. 찻길을 피해 골목을 찾아다니는 출근길에서 마주친 가정집 앞 시멘트 바닥에 놓인 화분들을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저 풍경을 이 땅에서 얼마나 오래 볼 수 있을까? 소박한 화분 가꾸기 능력의 소유자가 이 땅에서 생명을 다하면 저 풍경이 과연 유지될까? 우리의 행정기관은 청계천이나 서울숲, 더 나아가 4대강 같이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어야 하는 사업들은 지원하면서 왜 저 기특한 마음을 북돋워줄 생각엔 미치지 못하고 있는가? 저 작은 풍경으로부터 늘 위로를 받는 주민들이 청계천이나 서울숲에 가볼 수 있는 날은 일생에 몇 번이나 될까? 거대한 사업의 극히 일부를 내 집 앞 가꾸기 경진대회에 투자하면 어떨까? 국책사업은 모두 정책 입안자와 기업가의 몫인데 조성과정에 시민들의 참여를 차단하고 있는 이 현실은 과연 바람직할까?"


이런 마음으로 출근길에서 만나는 풍경의 뒷면에 관심을 가지고 짧은 글을 소개해본 나는(이도원 2011) 이제 생각을 더욱 펼쳐 단행본을 내어볼 꿈을 꾸고 있다(이도원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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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지대 녹화: 재난과 회복탄력성, 공동체 녹화

Keith G. Tidball and Marianne E. Krasny ed. Greening in the Red Zone: Disaster, Resilience and Community Greening, 2013, Springer.

 

다른 하나는 강의와 연구를 위해 내가 해야 할 임무의 일부다. ‘회복탄력성(resilience)과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까?’

 

김주환(2011) 교수는 그의 책에서 회복탄력성을 “원래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힘을 일컫는 말로 회복력 혹은 높이 되튀어 오르는 탄력성을 뜻한다. 심리학에서는 주로 시련이나 고난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힘을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이 설명은 1973년 한 생태학자(C. S. Holling)가 처음으로 제안하고, 지금은 사회-생태계의 지속가능성(social-ecological system)의 바탕이 되고 있는 중요한 회복탄력성 개념(Walker & Salt 2006)을 개인의 자기 계발이라는 제한된 수준에 적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개념을 수년 전 아주 간략하게 소개해 봤으나(이도원과 박찬열 2009), 만족할 수준으로 전달하는 길은 아직 실현하지 못했다.

 

Lienhard Schulz_640px-Heidekampgraben_Berlin_10_Mahnmal.jpg » 분단장벽이던 동서 베를린 국경 2.3㎞가 도심녹지로 개발됐다. 사진=린하르트 슐츠, 위키미디어 코먼스

 

최근에 만난 책,'적색지대 녹화'는 망가진 공간과 시기를 경험한 사람들이 녹지를 만들고 가꾸는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인간과 공동체, 더 나아가 사회-생태계 전체가 회복탄력성을 되살린 사례들과 이론을 엮어 내가 고민하고 있는 두 가지 화두를 잘 정리하고 있다.

 

저자들이 책에서 적색지대를 길게 정의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태풍이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와 테러공격이나 전쟁과 같은 인재를 겪은 재난 이후의 상황을 포함하여 잠재적으로 또는 가까운 시기에 적대적이거나 위험하고 극심한 시공간적 상황(setting)을 말한다.”

 

편집자들은 이 책을 35개의 장으로 구성했다. 즉, 10개 장의 동기 및 설명(motive and explanation)과 11개 장의 사례연구(case study), 11개 장의 축약사례(vignette), 2개 장의 서론, 1개 장의 종합분석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수많은 개념과 내용을 포함하면서 생긴 복잡성을 해소하기 위해 독자들에게 전체 개관을 매우 성의 있게 제시하고 있는 점이다. 그리하여 독자는 1장에서는 책의 주요 구성이 되는 동기 및 설명과 사례연구, 축약사례에 포함된 각 장들에 대한 개요를 3개의 표로 나누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조망을 함으로써 독자가 흥미를 느끼는 주제를 찾아가면 초두에 짧은 요약을 만난다. 이 요약은 그 글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 스스로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만큼 편집자들은 자연을 보살피는 인간의 행동이 어떻게 개인과 공동체, 사회-생태계의 회복탄력성을 배양하는지 탐구할 목적으로(Tidball & Krasny 2013:11) 다양한 나라와 규모, 내용의 사업 사례를 수집하여 제시했다.

 

Bjoertvedt_640px-Bosnia_invert_tree_line_IMG_9310_sarajevo_Hrid.jpg » 사라예보 동쪽 산등성이가 보스니아 전쟁 때 세르비아군이 포격과 저격을 위해 벌채한 모습. 사진=Bjoertvedt, 위키미디어 코먼스

 

앞서 밝혔듯이 이 내용은 책의 1장에서 표로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 놓았다. 대강을 보면 일본의 동경과 히로시마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도시숲 가꾸기(제18장), 서로 다른 나라에서 태풍에 의한 파괴 이후의 도시숲 복원(제19, 20, 22, 23장), 테러 공격으로 가족과 친구를 잃은 사람들의 정원조성 활동(제25장), 죄수와 간수들의 정원 가꾸기(제27장), 이민자들의 녹색활동(제29장), 독일의 분단장벽 녹화(34장), 한국의 비무장지대(제15장), 과테말라와 보스니아, 헤르제고비나의 전쟁 이후 공동체 정원 나무심기(제30장), 아프가니스탄의 혼농임업(제9장), 케냐의 야생동물 관리 노력(제28장), 미국과 영국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참전 예비군들의 녹색활동(제13장), 러시아연방 붕괴 이후 별장정원(dacha garden) 활성사업(제26장)들이다.

 

한국 독자에게 특별히 가까운 내용은 두 가지 한국 사례일 터이다. 하나는 편집자의 한 사람인 크래즈니(M.E. Krasny) 교수에게서 박사학위 논문지도를 받고 있는 이은주의 글이다(제12장). 제1장의 표에서 요약된 내용을 재구성해보면 다음과 같다.

 

산업화와 태풍으로 망가진 강원도 동해시 해안가 마을을 이주시키고 작은 해안림을 만든 사례이다.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작은 숲을 새로 만드는 과정으로 공동체 감성과 문화전통을 포함하는 시골의 생활양식의 회복탄력성을 끌어냈다. 시민단체와 함께 주민의 참여와 문화 활동의 기회를 유도한 것이 녹화사업에 대한 긍정적 반응으로 본다.”


다른 하나는 카타르대학교의 그리칭(Anna Grichting) 교수와 서울대학교 김귀곤 명예교수의 비무장지대에 대한 글로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w015장).

 

한반도 비무장지대를 냉전과 분단, 갈등, 통일에 대한 열망, 특이한 생물다양성 보존의 국가적 국제적 상징 경관으로 보고, 전쟁으로 망가진 지대의 생태계와 다양성과 인간의 갈등을 주위보다 더 건강한 상태로 전환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기대한다. 특이한 생물다양성을 간직하는 통일이후 녹색지대 계획과 생태관광의 잠재력을 녹지 가꾸기로 기대할 수 있는 반응으로 내다본다.”


이 자료들을 기반으로 편집자들이 전체의 짜임새를 갖추기 위해 보여준 노력은 처절하다. 많은 저자들의 글을 모아놓은 대부분의 책에서 발견되는 허술함을 최근의 학술적인 개념들로 흩어진 생각을 엮은 결과는 귀감이 되겠다.

 

640px-Dachas_outside_Kirov.jpg » 러시아 키로프 주변의 여름농장인 다차 모습.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회복탄력성을 중심에 두고, 적응순환(adaptive cycle), 되먹임 순환(feedback cycle), 패나키(panarchy), 적응(adaptation), 변환(transformation), 생명애(biophilia), 장소애 또는 장소애착(topophilia), 사회적 학습과 기억(social learning & social memory), 시민생태학(civic ecology), 긍정적 정서(positive emotions), 공동체성(sense of community), 참살이(human well-being) 등의 개념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자칫 어려운 말로 독자를 힘들게 할 가능성은 있지만 2장의 서론과 1장의 종합으로 저마다 다른 사례들을 유기적으로 엮는 방법이었던 만큼 독자들에게 안겨줄 선물은 클 것이다. 소개된 여러 개념에 익숙하지 않는 독자는 먼저 흥미로운 사례를 몇 개 읽은 다음 1장과 2장을 공부하는 순서도 시도해볼 만하다.

 

이 책이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독자들의 흥미를 끌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공간의 가치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를 테면 토지이용계획가이나 조경가, 원예가, 정책 결정자, 행정가)에게 많은 도움이 될 책이다. 더 나아가 사회-생태계의 회복탄력성과 지속가능성의 관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학도들에게 넉넉한 정신적 자양분을 제공할 것으로 믿는다.

 

참고자료

김주환. 2011. 회복탄력성. 서울: 위즈덤하우스.
이도원. 2011. 출근길 잠깐의 사유, 풍경과 생태. 오명석 엮음. 『서울대 명품강의 2』. 글항아리, 서울. 279-298쪽.
이도원. 2014. 마을과 도시 풍경 속의 생태학. 서울: 지오북(인쇄중).
이도원, 박찬열. 2009. 우리나라 전통생태 지식과 실천의 현대적 함의: 지속가능성 관점. 문화관광부 편.『아시아 생태문화 입문』민속원:서울, 57-75쪽.
Tidball, K.G., and M.E. Krasny (eds.) 2013. Greening in the Red Zone: Disaster, Resilience and Community Greening. New York: Springer.
Walker, B., and D. Salt. 2006. Resilience Thinking: Sustaining Ecosystems and People in a Changing World. Washington, DC: Island Press

 

이도원/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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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가장 큰 무기는 끝없는 불확실성 아닌가요?

젊음의 가장 큰 무기는 끝없는 불확실성 아닌가요?
 
[페북이슈]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이 한 고등학생에게 직접 쓴 답장
 
편집국 | 등록:2013-11-14 15:37:10 | 최종:2013-11-14 17:08:0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최근 페이스북에서 널리 알려지며 전파되는 가운데 잔잔한 감동을 주는 글이 있습니다. 어느 한 고등학생이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에게 용기있는 질문을 던졌고, 그에 대해 정태영 사장이 성실하고 진솔하게 답변을 한 것인데 그 내용이 어찌나 진지하고 유익한지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분들에게 읽혀지면 좋겠다는 생각에 전문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이 한 고등학생에게 직접 쓴 답장

김영훈 학생, 안녕하세요?

한두달 전 출장 중에 홍보담당 이사가 반(半)농담으로 김군의 에피소드를 전하였을 때는 처음에는 웃고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그날 저녁에 생각이 나면서 혹시 이 당돌한 꼬마(실례)가 상처받지는 않을지 비슷한 또래의 자식을 둔 사람으로서 걱정도 되었고 또 한편으로는 인터넷 게임이나 하기 쉬운 나이에 신문을 정독하며 세상에 대한 눈을 뜨려 노력하는 모...습이 가상하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런 자세를 심어준 부모님들이 참 교육적이신 분들이라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그래서 한 번 정도는 답을 주어서 김군의 인생에 작은 도움이 된다면 좋은 일이겠다고 생각하고 연락하라 부탁하였습니다. 김군 희망처럼 제가 반복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일은 시간적으로도 불가능하고 김군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제가 그래서도 안되고요. 대신 이번 한번만은 제가 직접 정성껏 질문에 답하겠습니다.

주신 질문에 답을 하기 전에 미리 말해 두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김군이 혹시 이런저런 기사를 보면서 상상을 하셨다면 사실 저는 그리 대단한 사람이 아닙니다. 큰 기업을 운영하고 가끔 언론에 포장되어 나오다 보면 무언가 대단한 것이나 있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알고 보면 다 김군 비슷한 사람들입니다. 제 경험으로도 수많은 국내외의 전설적인CEO들을 만나보면 훌륭한 점도 당연히 있으나 한편으론 보통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동시에 느낍니다. 저는 이 점이 더 좋았습니다. 구름 위의 사람들이 아니니 ‘나도 하면 되겠구나’라는 자신감이 생기는 것이죠. 그러니 제 말에 너무 큰 기대나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첫번째 질문에 대한 답인데요. 정말 정답이 없습니다만 이렇게 답해서는 김영훈 학생이 실망할 테니 제 소신을 있는대로 말하겠습니다. 경영학을 공부해서 꼭 비즈니스를 잘 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모르면 많이 힘들고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요즘은 옛날과 달라서 경영이 나날이 복잡해지는 추세입니다. 주먹구구식의 경영이 생존하기가 어렵습니다. 경영을 공부한다는 것은 무얼 배우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평생 경영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알아야 경영학 책도 골라서 볼테니까요. 자긴 모르고 전문경영인을 쓰겠다는 소리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입니다. 본인이 잘 알아야 사람도 잘 쓰고 유능한 사람이 일하러 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개인적으로 학부에서 경영학 전공은 반대입니다. 경영학 교수가 목표가 아니라면 학부에서는 문학, 역사, 경제학, 수학, 물리학, 공학 등 조금 더 기초적인 학문을 전공해서 자신의 세계를 깊고 넓게 열어 놓으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경영학은 매우 실무적인 학문입니다. 역사나 문학과는 그 깊이가 차이가 납니다. (경영학 교수님들은 노여워하시겠지만) 저 자신도 불문학을 전공하였고 지금 대학에 다니는 두 딸도 학부에서 문학과 사회학을 전공하고 있고 저는 그런 선택에 매우 기뻐하고 있습니다. 언뜻 경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영역이지만 이런 곳에서 자신의 사고에 깊이를 주는 일은 일생 자산이 됩니다.
 
미국의 대부분의 대학들은 학부에서 경영학 전공 자체가 없고 대학원에서만 가르칩니다. 월가에서 만난 많은 금융인들도 학부에서는 전혀 다른 전공을 하였지만 성공하였고 대화와 관심, 취미가 참 다양함을 느꼈습니다. 대신 학부에서 거시,미시경제학이나 회계, 재무 등의 기본적인 과목은 선택으로 들어 놓으면 큰 도움이 되고 상세히는 MBA에서 배우면 됩니다. 특히 MBA를 가는 것이 확실하다면 학부는 정말 다른 분야를 택해 보세요. 학부와 MBA 6년간 경영학을 전공한다는 것이 조금 따분하게 보이지 않으세요?

두번째 창의성에 관한 답입니다. 저를 포함해서 누가 특히 창의적이다 하는 이야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누군들 아이디어를 머리에 짊어지고 다닐 리도 없고요 저도 요즘 창의적이라고 소문나서 가끔 아이디어를 달라는 분들이 있지만 저라고 듣자마자 남다른 아이디어가 있을 수 없습니다. 창의적이지는 않지만 일을 창의적으로 할 수 있는 기본 자세는 제 경험을 통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기 일에 열정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일을 억지로 하지 말고 재미있어 하며 계속 고민하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찾아옵니다. 대충 ‘이 정도면 되었어’라고 하지 말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자세가 있으면 감사하게도 새로운 생각이라는 선물을 받습니다. 적당히 하는 사람이 무슨 큰 재능이나 있어서 창조적인 경우를 보지 못하였습니다.

다음은 모든 사물에 항상 다른 길이 있을 수 있다는 가정을 하시면 좋습니다. 저는 ‘이 일은 원래 이렇게 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무엇이나 고정된 것은 아니며 개선할 점이 있고 또 다른 혁신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사업에서 고정관념 없이 항상 혁신의 여지가 있다고 믿으면 고민하게 되고 고민하면 생각이 열립니다. 스티브 잡스가 ‘휴대폰은 원래 그런거야, 컴퓨터도 다 똑같은거 아냐’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었다면 오늘날의 창조적인 성공이 있을 리 없습니다.

그 다음은 대학에 가셔서 많이 보고 느끼고 배우세요. 여행도 큰 공부입니다. 음악에 빠져도 보고 그림에도 관심을 갖고 카메라의 원리도 익히세요. 농사의 이치도 궁금할 수 있고요 광고 회사의 일도 재미있습니다. IT에 화장품 회사의 원리가 도입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깊이 제대로 알거나 잘 하는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대신 비교적 많은 분야에 얇은 지식을 갖고 있습니다. 워낙 호기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와인, 카메라, 그림, IT, 패션, 스포츠 등등 다 한 번씩은 훍고 갑니다. 그러고는 조금 안다 싶으면 다른 분야로 넘어갑니다.

별로 좋은 버릇은 아닌데 덕분에 요즘 비즈니스의 추세라고 하는 복합성에 관해서는 큰 장점이 되고 있습니다. IT를 잘해도 디자인을 모르면 좋은 휴대폰을 못 만드는 세상이니까요. 그래서 제가 어느 한 분야에 심취했던 모습을 단편적으로 보았던 분들은 아직도 그 모습만 기억하고 저를 IT에 해박한 사람 또는 와인을 정말 잘 아는 사람으로 오해하시기도 합니다.

저는 지금도 다른 분야의 여러 회사를 공부하는 취미가 있습니다. 금융을 하는 사람이 항공 회사, 마케팅 회사, 미술관 등의 운영을 공부합니다. 한 예로 지난 달의 어떤 토요일에는 오전에는 새로운 농작물 재배법을 개발한 분을 찾아가서 배웠고 오후에는 파주의 신도시를 찾아 가서 건축물들을 보았으며 저녁에는 마사이족과 함께 생활하신 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런 광범위한 지식(?)은 지금은 금융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머리 어디엔가 자리 잡고 있다가 언젠가는 다른 지식들과 결합해서 귀중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세번째 질문인 제 생활의 모습인데요 별로 권할 만하지 않습니다만 있는대로 말합니다. 평소에는 하루 5시간 정도 잡니다. 잠이 부족하다 보니 주말에는 열 시간도 자는 경우도 있습니다. 식사 약속 등을 별로 좋아 하지 않아서 점심, 저녁을 회사에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외 약속이 다른 CEO에 비해서 매우 적은 편입니다. 특히 점심 약속을 싫어합니다. 두시간 정도가 없어지는데 그 시간에 훨씬 많은 일을 할 수 있는데 어디 나가서 비생산적인 대화를 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CEO로서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없죠.

저녁 약속이 없는 날에는 대개 8시에서 9시 사이에 퇴근합니다. 취미 생활은 위에서 말한대로 많이 보고 다니는 거라고 해야 하나요. 시간 소비가 많아서 골프는 안칩니다. 대신 운동을 하죠. 바둑이나 노름 같은 잡기도 전혀 할 줄 모릅니다. 퇴근해서 친한 사람들과 와인 한두 잔 마시는 낙은 있습니다. 하루 내내 회의와 이메일 처리로 거의 밀려다니는 편이고 방에는 소파도 없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사장들이 소파에 앉아서 거들먹거리는 모습이 나오는데 꿈 같은 이야기이고 실상은 화장실 갈 틈도 없을 때가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학생 시절의 조언입니다만 저 자신이 워낙 모범적이지 못하여서 자신이 없네요. 고등학교 때는 유화 그리고 시 쓰는 일에 심취해서 점수가 급전직하 했었고 대학 때는 항상 교수님들께 놀러만 다닌다고 혼났고 졸업 후에는 광고 공부한다고 취직도 안 하고 집에서 빈둥거리는 백수여서 부모님들의 걱정거리였습니다. 저에 비해 김영훈 학생은 오히려 저의 스승격이십니다. 이렇게 말하면 그렇게 하고도 성공했을 리가 있느냐 거짓말이다 라고 하겠지만 정말입니다. 저는 학생 때 내내 그리 모범적이지도 않았고 상당히 특이하다는 (좋지 않은 의미에서) 말은 정말 많이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대신 집중력은 매우 강했고 자존심이 있어서 몇 번 도약한 적은 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까지 반 60명 중에 한 20 등 하는 실력이었는데 전교회장 선거에 나가서 부회장에 당선 된 적이 있습니다. 그 다음날 교감 선생님이 저의 어머니를 부르셔서 ‘워낙 부회장은 우수한 학생이 해야 하는데 댁의 아들은 그렇지 못하니 자진해서 관둬라’ 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말에 충격을 먹고 일주일 내내 밤을 새서 다음 시험에 전교 일등을 하였고 그 다음도 거의 계속 1,2 등을 하였습니다. 반 일등도 못해본 사람이 일을 낸거죠.

대학 졸업 후에도 영어도 잘 못하였고 경영학도 잘 몰랐는데 놀다가 공부나 할 겸 MBA나 가자 라고 마음 먹었는데 친구들이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제와서 무슨 유학이냐는거죠. 그 말에 오기가 나서 일년을 매일 5시간만 자고 유학 시험과 기타 준비를 하였고 결국은 남들보다 훨씬 좋은 학교에 갔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모든 유학시험 책을 풀었고 영어 단어를 고등학교 때보다 더 열심히 암기하였습니다. MIT에 가서는 처음 수학 수업에서 난생 처음 D를 받은 것이 저를 많이 자극하고 열심히 몰았다고 생각합니다.

수학을 예로 들었는데 정말 좋은 취미입니다. 계산력이나 암기하고는 차원이 다릅니다. 점점 진도가 나가다 보면 수학에서 숫자를 다루지 않고 논리를 다루기 때문에 논리적 사고 방식에 큰 도움이 됩니다. 역사도 꼭 챙기셔야 할 과목이고요. 영어하고 한자에 신경 많이 쓰시기 바랍니다. 김군 시대에는 영어를 아주 잘 해야 합니다. 저의 세대만 해도 소통이 목적이었지만 김군의 세대에서는 유창해야 어울릴 수 있습니다. 영어가 부자유로움은 문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시기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한자를 잘 하셔야 합니다. 한국 사람은 결국 아시아를 배경으로 일합니다. MBA졸업하고 미국 등지에서 일하던 친구들도 결국은 한국,홍콩, 싱가폴 등으로 다 모입니다. 한국 사람한테 남미나 유럽 시장을 맡길 국제적인 회사는 없습니다. 아시아를 배경으로 우수 인재 취급을 받으려면 한자를 몰라서는 안 됩니다. 한자는 한국어, 중국어, 일어의 기본이 됩니다.

끝으로 당부의 말 한마디만 더 합니다. 제가 보기엔 김영훈 군은 나이 또래에 비해 많이 성숙하고 부모님들도 자랑스러워 할 학생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저는 너무 지나친 성숙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장래의 할 일에 너무 이른 나이에 함몰되지 마세요. 현대카드 사장과의 대화보다는 친구들과의 치기 어린 대화가 아직은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너무 이른 나이에 사업을 꿈꾸고 자신을 사업하는 기계로 조련하면 조급한 마음에 지칠 수도 있고 여유, 포용력, 균형 등과 같은 더욱 중요한 단어들이 경시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학교 공부에 전념하고 신문을 읽으며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는구나 라는 소양을 쌓는 정도가 제일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김군 스스로의 순수함과 어디로 흐를지 모르는 무한한 잠재력에 아직은 더 시간을 주고 즐기셨으면 합니다. 젊음의 가장 큰 무기가 끝없는 불확실성 아닌가요?

대화 재미있었고 저도 글을 마치려 합니다. 출장중에 잠시 빈 시간이 있어서 답신을 합니다만 덕분에 저녁 먹을 시간이 사라졌네요. 좋은 학생, 좋은 친구, 좋은 가족이 되어서 열심히 하면 기회는 몇 번이고 찾아 옵니다. 이 세상은 열심히 하는 사람을 내버려 둘 만큼 한가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어디에선가 자신이 소망하는 일을 재미있게 하는 영훈이를 떠올리니 벌써 즐겁고 고맙기까지 합니다. 훗날 성공하면 찾아와서 밥 사세요. 그때쯤은 저는 은퇴한 후 치매라서 자세히 설명해야 김영훈이 누구인지 알아볼 테니 친절하게 대해 주세요.

정태영 보냄

 

 

 

“ 젊음의 가장 큰 무기가 끝없는 불확실성 아닌가요? ”

“ 이 세상은 열심히 하는 사람을 내버려 둘 만큼 한가하지 않습니다. ”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3072&table=byple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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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춘대원군은 왜 노무현을 죽여야 했나?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의 과거 발언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노무현 대통령을 '사이코'라고 부르거나 '노무현 정권은 친북좌파 정권이다'라며 유난히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했었습니다.

2004년 당시 한나라당 법제사법위원장이었던 김기춘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면서, 단순히 말이 아닌 행동으로도 그를 대통령 자리에서 끌어내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기도 했었습니다.

김기춘은 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의 대선 출마 발언에 대해 "그래서야 공무원 기강이 서겠느냐"고 힐난했습니다. 그리고 참여정부 시절 내내, 노무현 대통령 죽이기에 앞장섰습니다. 도대체 그는 왜 그랬을까요?

' 용공조작, 고문에 탁월했던 김기춘'

김기춘의 노무현 죽이기를 알기 위해서는 그가 어떤 배경과 성장 과정을 거쳐 정치에 입문한 사람인지를 봐야 합니다.

사람들은 김기춘을 단순히'초원복집'과 '유신헌법' 으로만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수십 년간 정보조작,정치 공작에 몸담았던 인물입니다.

 

 

 


김기춘이 활약했던 중앙정보부 5국은 공안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룬 곳입니다. 인혁당 사건과 같은 용공조작 사건도 대부분 김기춘의 5국에서 담당했습니다.

중앙정보부 5국은 고문으로도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시국사건 1호 변호사' 한승헌 변호사는 1974년 111월, 유신반대 민주회복 국민선언문에 서명했다는 이유로 5국에서 사흘 밤낮으로 조사를 받았습니다.

김지하는 중앙정보부 5국을 언급하며, 자신이 고문과 유를 통해 '공산주의자'라는 고백의 자필 진술서에 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 1979년 전두환이 보안사령관으로 취임, 정권을 잡자 김기춘은 권력에서 멀어지게 된다.

 


1977년 보안부대가 통합되어 보안사령부가 창설됩니다. 갑자기 보안사령부의 힘이 커지자, 중앙정보부와 보안사 간의 알력다툼이 생깁니다. 김기춘은 전방 사단 대대장 월북 사건을 계기로 보안사령부의 중추 세력이었던 정보처와 보안사 요원을 대거 제거합니다.

김기춘은 출세 배경 자체가 고문과 용공조작의 시작이었던 중앙정보부 5국이었습니다. 또한 권력자를 위해서는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비정하면서 냉혹한 인물입니다.

'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를 주도했던 김기춘'

유신독재 박정희를 섬겼던 김기춘에게 박근혜는 제2인자로 올라설 수 있는 완벽한 존재였습니다. 처음부터 친박으로 살았던 김기춘에게 박근혜의 성공은 곧 자신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김기춘은 이회창 특보단장을 통해 정권교체를 꾀했지만, 물거품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후 그는 노무현을 끌어내리고 그 자리에 박근혜를 앉히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합니다.
 

 

▲ 2004년 3월 12일 김기춘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사진 두 번째)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의결서를 헌법재판소에 접수시키고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2004년 한나라당 당 대표였던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이 바로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었습니다.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오히려 박근혜 대세론에 밀렸었다.)

프랑스 헌법을 베껴, 박정희를 위한 유신헌법을 만들었던 김기춘에게 헌법을 이용한 탄핵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가장 필요한 부분인 자칭 보수 결집도 아주 쉬웠습니다. '친북,종북,좌파' 색깔을 덧칠하고, 지역주의,경제라는 양념만 뿌리면 됐기 때문입니다.

 

 

▲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고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 출처:연합뉴스

 


2008년 공천탈락됐던 김기춘에게 친박은 김영삼을 위한 '초원복집'과 같은 정치공작만이 살 길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박근혜의 멘토로 활약했고, 결국, 청와대에 들어가 '기춘 대원군'으로 불리게 됩니다.

' 민주주의는 나의 적, 노무현, 너 나가'

김기춘이 과거 노무현 대통령에게 했던 발언을 보면 상상을 초월합니다. 현직 대통령에게 '하야'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했던 것은 물론이고, '친북,좌파 정권'이라는 말도 공공연히 했습니다.

2003년 최도술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연루된 비리사건이 터지자, 김기춘은 한나라당 긴급 의원 총회에서 "대통령은 이미 정치적으로 하야한 만큼 즉각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김기춘의 사고방식은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김기춘은 2005년 안기부 X파일 사건이 나자,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사과하는 것이 순리이며, 설령 몰랐더라도 사과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안기부 X파일은 참여정부 이 전에 자행된 공작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분명 국가권력의 불법 인권침해는 철저히 조사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국정원은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대선 개입을 MB정권 일이라 모른다고 하고, 국정원은 오히려 자신들의 범죄행위를 알려준 전직 국정원 직원을 고발했습니다.


작전통제권 회수 문제로 대한민국 대통령이 열변을 토했습니다. 그러나 김기춘은 "노무현은 사이코다"라고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문 발표 딱 1번만 했고, 이후 국민과의 대화나 기자회견을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이 말을 하는 것이 사이코일까요? 아니면 모든 사안에 대해 침묵을 지키는 것이 더 이상할까요?

 

 

 


김기춘은 독재자를 위한 유신 헌법을 만들었습니다. 독재자를 위해 민주주의를 외치는 사람을 잡아다가 고문을 해서 공산주의자로 둔갑시켰습니다. 권력의 출세를 위해 불법 선거 개입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범죄자에게 대한민국은 말년에 '기춘대원군'이라는 칭호를 하사하고 있습니다.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나라가 아닌, 박근혜를 위한 박근혜의 나라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가 누구를 비난했든 그것은 자유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훼손한 그의 행동은 먼 훗날이라도 반드시 역사의 심판이 내려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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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 쓸쓸, 삭막... 누가 금강을 망쳤나

 

[오마이리버-금강] 금강 하구둑에서 출발... 이젠 철새 보기 어려워

13.11.14 19:05l최종 업데이트 13.11.15 00:34l
정대희(kaos80) 김종술(e-2580)

 

 

지난 10월 7일부터 6박 7일 동안의 '두 바퀴 현장리포트 OhmyRiver!' 낙동강 투어에 이어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환경운동연합은 금강을지키는사람들과 함께 11월 14일부터 2박 3일 동안 '가을의 금강을 만나는 두 바퀴 짧은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가을의 금강을 만나는 두 바퀴 짧은 여행' 참가자들은 14일 전북 군산을 출발해 금강을 따라 익산-서천-논산-부여-공주-세종-대전까지 자전거를 타면서 강의 실태를 여과 없이 생중계한다. 또한 농민·전문가·정치인·종교인 등을 만나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기사를 내보낼 예정이다. [편집자말]

'두 바퀴 현장리포트 OhmyRiver! - 가을의 금강을 만나는 두 바퀴 짧은 여행' 취재팀 : 김종술, 정대희, 이경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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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 때면 큰고니(백조)가 찾던 금강 하구둑 주변. 지금은 철새 보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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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 처량, 쓸쓸...

이런 말 외에 딱히 떠오르는 게 없습니다. 금강 하구둑 주변은 썰렁하고 황량합니다. 늦가을의 흐린 날씨 탓이 아닙니다. 원래 금강 하구둑은 철새들의 천국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철새 보이지 않습니다. 그 많은 철새는 다 어디로 갔을까요? 이경호 대전충남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과거 이맘 때, 가창오리까지 포함해 약 70만 마리의 철새가 여기 금강하구둑에서 쉬었다. 하지만 4대강 사업 이후 철새가 급감했다. 작년과 재작년 조사를 했었는데, 4대가 사업 이전보다 무려 절반 정도로 개체수가 줄었다. 애초 이곳은 무성한 갈대밭이었다. 하지만 4대강 사업 이후 공원을 만드는 등 사람 간섭이 늘어 철새들이 떠났고, 잘 찾아오지 않는다."

철새도 쉬지 않는 금강 하구둑에서 14일 오후 '오마이리버'가 다시 출발했습니다. 지난 10월 낙동강에 이어 11월은 금강입니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금강을지키는사람들은 '두 바퀴 현장리포트 OhmyRiver! - 가을의 금강을 만나는 두 바퀴 짧은 여행'(아래 금강 투어)을 기획했다.

이번엔 유진수 금강을지키는사람들 운영위원이 단장을 맡아 금강 투어를 진행합니다. 여기에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국장과 조용준 활동가, 대전충남녹색연합 김성중 간사 등 환경단체 관계자와 <오마이뉴스> 정대희·김종술 시민기자, 일반 시민 등 10여 명이 참여합니다.

철새를 만나지 못한 채 '오마이리버 - 금강' 행사를 시작하니, 조금 힘이 빠집니다. 그래도 다시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금강 상류 쪽으로 달립니다. 오래 달리지 않아 다시 금강의 상처와 만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생태계가 살아 있는 강변을 밀어내고 공원과 자전거도로를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이라도 잘 이용하고 있을까요? 글쎄요. 철새도 없고 사람도 없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십시오. 강변에 만든 축구장인데, 잡초만 무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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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만 무성한 금강변 한 공원의 축구장입니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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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은 자전거도로입니다. 워낙 급하게 만든 탓인지 벌써 자전거도로 바닥 밑이 다 파였습니다. 주저앉는 건 시간문제입니다. 사람들의 부상이 우려됩니다.
 

기사 관련 사진
부여군 양화군 시음지구, 황포돛배 인근 자전거 도로가 훼손된 모습입니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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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또 뭘까요. 안 그래도 황량한 공원인데, 쉼터로 만든 야외 데크에는 노란색 출입금지 선이 사람의 접근을 막습니다. 그 안을 보니, 데크 바닥에 구멍이 뻥 뚫렸군요. 임시방편으로 구멍을 '안전 표시' 고깔로 틀어 막았습니다.

첫날 출발부터 참 여러 한심한 장면을 목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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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저지선이 설치된 금강의 한 공원 데크. 물길이 막히고 데크도 막혔습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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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자전거 투어 중에 잠쉬 쉴 수 있는 데크. 하지만 데크에는 이미 구멍이 뻥 뚫렸습니다. 임시로 '안전 표시' 고깔로 구멍을 막았습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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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 잃은 아베? "한국을 '어리석은 국가'라 말했다"

日誌 보도 파문일듯…금융제재 통한 '征韓전략'도 제시

기사입력 2013-11-15 오전 7:01:06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국을 형편없는 나라로 깎아내리는 발언을 했다고 일본의 강경 보수 잡지가 보도해 파문이 예상된다.

주간문춘(週刊文春)은 아베 총리가 "중국은 어처구니없는 국가지만 아직 이성적인 외교 게임이 가능하다. 한편, 한국은 단지 어리석은 국가"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 주간지는 14일 발매된 이달 21일 호에 실은 '한국의 급소를 찌른다'는 특집 기사에서 아베 총리 주변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렇게 전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일본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곁에 '간신'이 있기 때문이고 그 필두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라고 이 잡지는 덧붙였다.

주간문춘은 한국과의 대립으로 아베 총리 측근이 비공식적으로 한국에 대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며 새로운 차원의 '정한(征韓, 한국 정복·침략) 전략도 제시했다.

우선 최근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일본 기업이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이어지는 것과 관련해 "일본 기업이 배상금을 강제적으로 징수당하면 대항조치는 금융 제재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국에는 대형 은행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이 한 곳도 없고 가장 큰 우리은행이 미쓰비시도쿄UFJ은행의 10분의 1 이하 규모"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금융기관이 한국에 기업이나 경제에 대한 지원·협력을 끊으면 삼성도 하루 만에 무너질 수 있다는 망언을 퍼부었다.

이 잡지는 "한국이 위안부 문제를 이유로 일본과의 교섭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위안부 문제에 관한 논의에 응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훈수'를 두기도 했다.

일본잡지협회에 따르면 주간문춘은 올해 3분기 호별 평균 70만1200부가 발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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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장 자주민보 폐간하면 역사의 죄인

박시장 자주민보 폐간하면 역사의 죄인
 
김대중 대통령의 사선 넘는 원칙 정치 배워야
 
김상일(전한신대학교 교수)
기사입력: 2013/11/14 [23:37] 최종편집: ⓒ 자주민보
 
 

요즘 박원순 시장님, 자주민보 건으로 심기가 불편하시지요. 이럴 때 일수록 바쁜 일정을 잠시 멈추고 먼저 조용한 시간을 가지고 자기 자신을 성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 묘소를 한 번 방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답이 반드시 나올 것입니다.

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에서부터 시작하여 진보당 해체 등 연쇄적으로 박근혜 정부가 내 거는 카드의 진상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가 볼 때에는 민주당은 물론 진보 진영마저 그 카드의 정체를 바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신부활, 군사 독재 망령. 매카시즘의 재등장 등 박근혜 카드의 진면목을 모두 모르는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지금 여당은 야권이 그렇게 이해하고 받아 드리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여당 새누리당은 정.청.당이 삼위일체가 되어 내년 지방 선거를 앞두고 야권 대분열을 최종 목표로 카드를 내 들고 있습니다. 내년 지방 선거에서 승리하면 국정원 대선 개입 회의록 유출 등 모든 문제가 맞바람에 게 눈 감추듯 사라진다고 판단하고 착착 일을 꾸미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자주민보 폐간 조치입니다. 그리고 이 건은 박원순 시장님과 직접 관련이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이석기와 진보당에 이어 박원순 시장님도 지금 박근혜 카드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박시장님도 지금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하듯 그렇게 박근혜 카드에 대처하시겠습니까? 이것을 묻기 위해 이 글을 씁니다. 결과론적으로 보았을 때에 김한길 대표와 민주당은 패착의 나락으로 지금 떨어져 내리고 있습니다. 날개도 없이 추락하고 있으니 그 마지막은 만신창이가 될 것입니다.

민주당이 박근혜 카드의 정체를 잘 못 읽었기 때문입니다. 색깔론으로 읽었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이 그 색깔에 물들지 않기 위해서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입니까. 120여 명의 국회의원 가운데 그렇게도 멍청이들만 모여 있단 말입니까. 국민들이 볼 때에 아찔한 순간입니다. 진보당 해체에 민주당 반 이상이 찬성이라니 이게 정말입니까.

나는 종북이 아니다 나는 좌빨이 아니다라고 너도 나도 도망치고 몸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러면 박근혜 카드는 대박 횡재를 만난 것입니다. 목표 이상을 달성했기 때문입니다. 내년 지방 선거를 앞두고 야권이 대 분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번 화성 선거에서 보십시오. 야권 단일화란 말을 이젠 입 밖에 꺼 낼 수도 없었습니다. 지난 번 박시장님의 당선 때에도 야권 단일화가 일조를 하지 않았습니까. ‘진보당 약진 민주당 패착’ 이란 바로 이런 결과를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꺼내는 카드가 겨냥하는 것입니다. 정말 김한길 대표와 민주당은 이 사실과 결과를 모르고 있습니까? 외면하고 있습니까? 이정희 대표마저 진보당 약진에 웃고 있다면 이건 패착 가운데 패착입니다.

그리고 박시장님도 김한길 대표가 하듯이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결정내리시기 어려우실 것입니다. 먼저 잠시 시정에 손을 놓으시고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십시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 묘소를 찾으세요. 그리고 국군묘지 앞에서 기자들을 모아 놓고 기자회견을 하세요.

누구의 상의도 없이 혼자서 어려운 결단을 내린 것으로 기자들에게 말해세요. 자주민보 폐간 말도 안 된다고 하세요. 여기서 꼼수를 부리면 안 됩니다. 아무런 관계도 없는 문화체육관광부에 자주민보 폐간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려 달라든지, 아니면 사법부 결정에 따르겠다고 하는 것은 꼼수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큰일에 서만은 꼼수를 부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죽음의 사선을 넘으면서 까지 정치가로서 정도를 걸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이후 우리는 이런 멋있는 정치인을 볼 수 없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미국 앞에 보라는 듯이 금강산에 배를 띄우고 과감히 평양에 가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고...

당시만 하더라도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지 않았습니까. 정치가로서 얼마나 위험한 모험입니까. 그러나 정치가에게 모험의 기회만큼 주요한 것은 없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이 정치가의 예술입니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박원순 시장님에게서 한 번 멋 진 모습을 보고 싶어 합니다.

시청광장에 모여들 저 블루유니온, 재향군인회, 어버이연합 등 무슨 모임들이 두렵습니까. 그것을 넘어 서야 합니다. 박시장님, 이 번에 반드시 넘어서야 합니다. 오직 혼자만의 고독한 순간을 가지세요. 그리고 서울시가 가진 권한을 정정당당하게 행사하세요. 언론사의 등록에 관한 것이나 정간, 폐간의 권한이 박시장님께 있지 않습니까?

이 번 박근혜 카드는 자주민보 죽이기가 절대로 아닙니다. 박원순 죽이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이순신 장군의 살려면 죽을 것이요 죽으려면 살 것이라고 한 명량 대첩의 순간을 지금 생각하여야 합니다.

박시장님, 지금 살려고 꼼수를 부리면 반드시 죽고 맙니다. 김한길과 민주당은 지금 그 길로 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선거에서든지 민주당은 대패를 할 것이며 진보당은 약진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패배에 대해 슬퍼할 것도, 약진에 기뻐 할 일도 아닙니다. 그것은 국민들의 피눈물 위에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의 하얀 웃음꽃이 필 따름입니다.

박시장님, 마음속에 의기가 살아 있습니까. 한 번 사생결단을 내려 보세요. 서울 시장 자리를 마음속에 두지 마세요. 그러면 꼼수 밖에 머릿속에서 나오는 것이 하나 없습니다.

박시장님 지금 우리는 박근혜 카드의 정체를 바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 다음 순간 우리에게는 의기와 용기가 필요합니다. 미국에서는 이런 대통령으로 케네디와 링컨을 손꼽습니다. 그렇게 노예 해방을 반대 했지만 링컨은 자기 정치 생명을 건 모험을 한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흔들어 대는 카드에 놀아나서는 안 됩니다. 박시장께서는 아직 고민 중에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주민보 살리세요. 자주민보 죽으면 당신도 죽고 야권은 대분열을 하고 다음 수순은 지방 선거 참패입니다.

박시장님 그 동안 서울 시정 잘 이끌어 오셨습니다. 아킬레스에게 족쇄를 채우려 합니다. 심지어는 시장 자리를 버린다는 심정으로 자주민보를 살린다면 그것은 인간 승리가 될 것입니다.

지금 박근혜는 우리 민족사의 최대 과제인 민족 문제와 통일을 카드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박원순 시장님, 서울시도 민족의 한 부분입니다. 시장님이 서울시가 전부라고 생각하시면 성공한 시장이 못 되실 것입니다. 자주민보는 작은 신문이지만 서울시 보다 더 큰 존재입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조국의 통일의 앞날만을 내다보는 신문 가운데 하나입니다. 한반도의 평화, 절대 전쟁 방지, 그리고 북 바로 알기에만 매진해 왔습니다.

이런 신문을 박시장님 대에 폐간이 된다면 그것으로 서울 시장이 된다면 그래도 그러시겠습니다. 그것은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입니다. 서울시장을 버리더라도 자주민보를 살린다는 사즉필생의 길로 매진하신다면 다음 서울시 선거에서 야권 단일화는 저절로 될 것이고 서울시는 다시 우리의 것이 될 것입니다. 시장님 우리 시장님 부디 건강하시고 건투를 빕니다.

멀리 미국에서 김상일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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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진흥계획 10년...질적 변화 접어든 북중협력

[시리즈] 동북진흥계획 10년...질적 변화 접어든 북중협력

 
2013.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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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부터 11월 2일까지 연길(옌지)를 중심으로 두만강지역의 북중 국경지역을 돌아보고 왔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가 마련한 2차 북중접경지역 현지조사 사업에 함께 했다. 함경북도 회령이 내려다 보이는 싼허(삼합)를 시작으로 이제는 관광지가 된 투먼(도문) 을 들러 철교 다리 넘어 남양을 흘끗 보고 , 동쪽으로 훈춘과 인근의 취안허(권하)~원정리, 팡촨(방천) 에서 북중러가 국경을 접하며 두만강이 동해와 만나는 하구의 풍경을 바라봤다. 짧은 일정인지라 카이산툰(개산둔)~삼봉의 통상구는 그냥 지나쳤고 무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호암전망대까지는 올랐으나, 통제가 심하다는 인근의 무산철광석이 오가는 주요통로인 남핑(남평)~칠성리 통상구까지는 미쳐 가보지 못했다. 서쪽으로 내려가면서 압록강을 사이에 둔 북중 국경협력의 현장인 창바이(장백)~혜산, 지안(집안)~만포 그리고 서해끝 단둥~신의주는 훗날을 기약했다. 마지막날인 2일엔 연변대 동북아연구원과 민화협 정책위원회가 주관한 ‘동북아평화협력 구상과 초국경 협력 방안’의 세미나가 있었다. 말은 구상이고 방안이라지만 둘 사이엔 엄청난 괴리가 있다. 박근혜 정부의 동북아 평화협력은 여전히 제안에 머물러 있는 반면, 북중의 초국경 협력은 이미 현실이기 때문이다. 마침 올해는 중국이 동북3성의 개발을 위한 동북진흥계획을 내놓은 지 10년이 되는 해다. 말 그대로 주마간산이었지만, 그동안 진행돼 온 북중 협력의 움직임을 정리해 세번에 걸쳐 깊고 넓게 그 변화의 흐름을 짚어본다. 편집자

 

 

 

차례 

1회. 공동관리 공동운영의 새로운 협력모델

2회. 국경의 빗장을 열어제끼다

3회. 기업 중심의 협력 확대 및 심화

4회. 전력망 연계와 인민폐 결제통화 도입

5회. 러시아 몽골과의 경쟁적 다자 협력

6회. 훈춘 북방의 선전(심천)이 될 것인가

 

 

 

003.jpg » 허룽(화룡)시 2차선 도로를 점령한 덤프트럭들

 

11월1일 연길 남서쪽 허룽(화룡)시를 지나 백두산 관문인 이도백하로 이어지는 2차선 도로 양쪽은 덤프트럭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관광시즌이 지난 뒤라 간간이 택시들이 눈에 띌뿐 도로는 이들 톈츠(천지)공업무역유한회사의 트럭들이 점령하다시피 했다. 이 도로 한쪽 산 중턱엔 톈츠가 운영하는 철광분 생산공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1시간 반여 거리의 무산광산에서 철광석을 잔뜩 싣고 온 트럭들은 뿌연 먼지를 뿜으며 공장으로 들어갔다 다시 허룽의 국경통상구인 난핑(남평)을 거쳐 무산쪽으로 향했다.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북쪽 무산군 칠성리 통상구와 마주보는 난핑은 무산 철광석의 주요 반입 통로이다. 그 때문에 난핑 통상구는 국가2급 육로통상구임에도 북중 육로 국경세관 가운데 가장 큰 규모가 됐다. 연변일보(2013년 9월 10일)에 따르면 올해 1~8월까지의 북한산 철광석 통관물량은 38만6천t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두배가량 는 것이다. 신문은 올해 50만t 이상의 북한산 철광이 난핑통상구를 통해 수입될 예정이며 중국 세관당국은 통관편의를 위해 2·3분기에 매일 개관 시간을 한시간 앞당기고 검사·검역에 걸리는 시간도 최대한 단축했다고 전했다.

 

004.jpg » 난핑 무산에서 나와 허룽시 남핑으로 가는 트럭들. 무산의 집단주거 주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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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과 물류-무산광산의 철광석과 나진항 석탄수송

 

자원개발과 물류는 젓가락의 한짝처럼 같이 가야 한다. 물류가 뒷받침되지 않는 자원개발은 무의미하고 그 역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같이 갈 수 없는 경우 어느 것이 먼저냐다.

 

무산광산의 경우 먼저 북한쪽에 채굴 장비 등을 지원하고 그에 따른 철광석 생산 증가에 맞춰 도로 교량 철도 등의 인프라가 추진됐다. 그에 반해 나진에서의 북중 협력의 출발은 물류가 먼저였다. 무산의 경우 북한산 철광석을 중국이 수입하는 것이었다면, 나진은 중국이 석탄을 운송하기 위한 출구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2008년 나진항 1번 부두 1호 선석 사용권에 확보에 나선 것은 다롄의 화물운송업체인 촹리그룹이었다. 촹리그룹은 나진항 부두 보수와 확장을 통해 연간 100만t의 하역 능력을 갖췄다. 그리고는 2011년 12월 중순부터 2012년 1월 초 사이 훈춘 일대 석탄 약 1만6700t을 한 달여에 걸쳐 나진항 1호 부두에서 상하이로 수송하기 시작했다. 취안허~온정리 사이의 두만강교 보수는 2011년 6월 완료됐으나, 취안허~나진으로 이어지는 도로(53km 구간)의 개보수가 완료된 게 2012년말이었으니 공사중인 상황이었다. 그러자 이번엔 국영 석탄회사들이 뛰어들었다. <연변일보>(2012년 1월5일) 에 따르면 팔련성 탄광 등 훈춘 일대 3개의 탄광을 보유한 훈춘광업집단은 2010년부터 대대적인 설비 증설투자를 통해 연간 생산량을 두배로 늘려 1천만t 채탄능력을 확보했다. 2012년부터 나진항으로의 물류수송이 본격화 될 경우 생산한 석탄을 남방지역으로 대량 운송할 길이 열린다는 걸 내다본 것이다. 훈춘 등 지린성은 물론이고 지린성 지역에 비해 고칼로리의 석탄이 풍부한 헤이룽장성 지시 등의 지역 석탄회사들도 가세했다.

 

나진항을 이용한 석탄수송은 물류비를 절감시킨다. 중국 <신화망>(2012년 9월5일)은 나진항을 통해 훈춘 지역의 석탄을 실어 나를 경우 다롄항까지 철도로 운송한 뒤 화물선을 이용하거나 철도에 의존하는 과거의 방식에 비하면 톤당 60위안(미화 9.5 달러)의 운송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롄, 잉커우등 남부의 랴오닝성 항구들이 물동량 증가에 따른 적체에다 환경 문제 등을 들어 석탄하역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진, 청진항 등 북한지역 항만 확보는 지린성의 석탄 등 물류수송에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석탄 수송이 본격화 되자 나진으로부터의 남방수송로도 상하이는 물론이고 안후이와 산둥성 등 동부 연안쪽으로 확대되고 있다. 훈춘포스코현대국제물류단지의 이승덕 부장은 지난달 31일 “중국 중앙정부가 해관총서에서 그동안 훈춘→상하이의 일방향 수송만 가능했던 남방수송로를 쌍방향으로 비준한다는 방침을 내놨다”고 전했다. 훈춘에서 나진을 거쳐 동해로 나가 상하이, 닝보 등 중국 남동부 해안지역으로 수송하는 남방항로 시대가 열리는 조건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중국 <신화망> (2012년 9월5일)이 지적했듯이 두만강 유역 중국 내륙지역과 북한을 잇는 교통망이 점차 골격을 갖춰 가면서 지린성의 150년 숙원인 ‘제강추하이(借港出海·항구를 빌려 바다로 나간다)’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008.jpg » 허롱~난핑간 철도와 구글에서 내려다 본 북한 무산군 칠성리와 연결된 난핑 통상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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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광산의 경우도 이제 문제는 물류다. 그리고 그 방향은 우선 내륙으로 연결한 뒤 동해쪽 출구로 향하고 있다. 이미 중국쪽은 허롱시 인근 난핑진까지 철도를 놓았다. 연변일보( 2013년 1월11일)에 따르면 허룽~난핑 간 42.5㎞ 구간의 이 철도는 착공한지 3년 4개월 만인 2012년 12월 완공돼 철도 당국의 검수를 받았다. 산이 많아 대부분 터널로 연결하는 난공사였다. 이 공사에는 11억9천600만위안(약 2천억원)이 투입됐다.

 

난핑은 허룽을 통해 중국 동북의 내륙 철도망과 연결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중국은 난핑~무산을 철도로 연결하려 하고 있다. 기존에 트럭을 이용한 철광석 운반은 한계가 있었다. 난핑~칠성리 통상구를 잇는 교량은 97년에 건설된 것인데다, 그 뒤 북쪽 무산철광까지의 구간은 두만강을 따라 유자형으로 굽어지는 산길 중턱의 좁은 비포장 도로다. <지린신문>(2013년 2월25일)에 따르면 왕루린 성서기는 2월 올 첫 지도소조 전체회의에서 난핑과 무산을 철도로 연결해 난핑 철도 통상구를 건설하는 방안을 제기했다. 북한의 항구를 이용한 동해 항로 개척에 적극적인 지린성은 무산까지 연결시킨 뒤엔 이 철도를 다시 북한의 청진까지 연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은 이미 나진에 이어 청진항 개발 및 이용권을 확보했다.

 

지린성의 동해 출구전략과 북한의 무산광산 개발전략

 

<지린신문>(2012년 9월 6일)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일 옌볜하이화그룹(延邊海華集團)과 조선항만총회사는 해항합작경영회사를 설립했다. 북한이 2011년말 합작경영법을 수정한 이래 투먼시 기업과 체결한 첫번째 사례다. 쌍방은 물동능력이 700만t인 청진항 3-4호 인접 부두를 공동관리하고 이용할 데 대해서 구체적으로 합의했다. 이사회 설립, 관리기구 경영 및 투자액, 이윤분배, 노동자관리 등 세칙 등을 비롯해 북이 부두와 노천화물하차장에 대한 30년간의 임대비를 투자금으로 출자해 39.54%의 지분을 갖고, 중국이 하역설비 운수장비 항구건설기자재 등에 대한 투자금으로 지분의 60.46%를 갖도록 했다. 2015년까지 항만화물운수량을 100만t 이상으로 확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위로부터 차례대로 내려오면서 훈춘은 나진으로, 투먼~남양, 싼허~회령, 난핑~무산은 거리가 가깝고 항만규모가 큰 청진항을 동해쪽 출구로 삼으려는 것이다. 그것도 훈춘~나진의 도로보다 물동량이 큰 철도로 연결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그건 중국의 생각이다. 난핑~무산 철도 연결에 대한 북한의 생각은 다르다. 그 내막을 들여다 보면 자원개발 및 수출과 관련해 북한 중국의 이해가 엇갈려있기 때문이다.

 

 

012.jpg » 중국쪽 난핑진의 호암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무산의 모습과 산 너머쪽의 무산광산 채굴 사진(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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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6년부터 본격화한 북한과 중국의 무산철광 합작사업은 북한이 중국 기업들의 자금을 끌어들여 설비 투자를 하지만 단독 경영을 고수했다. 또 투자자금에 대해선 철광석이나 분광을 공급해 상환하는 방식이었다. 채광설비 확충을 통한 생산증대와 이를 바탕으로 한 수출이다. 그러나 <연합뉴스>(2013년 1월11일)에 따르면 북한은 이제 철광석의 단순 수출이 아니라 제철 과정을 거친 뒤 가져가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에 중국쪽은 광산권을 비롯한 실질적인 운영권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난핑~무산철도 연결이 지체되고 있는 것은 철광석 정광만을 가져가는 걸 북한이 원치 않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채굴한 원광을 분쇄만 하는 수준의 정광은 순도가 많이 떨어져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무산철광을 놓고 중국 유수의 철강그룹들과 양해각서(MOU)를 여럿 체결했지만 실질적인 투자계약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중국은 실질적인 운영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중국은 단순 철광석 정광 만을 가져갈 생각을 하고 있지만 북한은 “중국이 북한의 광산 뿐만 아니라 제철소 정상화를 위한 투자까지 요구하고 있는데 이런 투자는 중앙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고는 성사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지린성의 동해로의 출항권을 필요로 하고 있고 북한은 자원개발과 항만 철도 도로 등을 위한 투자가 절실하다. 서로의 필요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이지 어느 한쪽의 요구가 일방적으로 관철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자원개발에서는 북한이 주도권을 행사하려 하고 있고, 나진에 이어 청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항만운영에서는 중국에 주도권을 넘겨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중간의 경제적 격차로 보건데 철도 도로 교량 항만 등에 대한 투자여력이 없는 북한으로서는 중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경제적 이해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2010년 5월 김정일 방중과 공동개발 공동관리

 

그런 점에서 2010년 5월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진타오 중국주석과 북중 나선경제무역지대의 ‘공동개발 공동관리’ 방식에 합의한 것은 북중 협력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수 있는 기틀이 됐다고 할 수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이를 포함해 2011년 12월 사망하기 불과 4개월전인 8월까지 모두 1년여 사이에 세번에 걸쳐 중국을 방문했다. 이때부터 두나라는 중앙정부, 성-지방정부 차원에서 공동지도위원회를 만들었고, 2012년 8월 북한의 실권자인 장성택 당행정부장이 중국을 방문해 열린 중앙정부간 3차 북중 공동지도위원회를 통해서 나진과 황금평에 각각 북중 공동의 관리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했다. 중앙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는 틀을 만든 것이다.

 

연변대 경제관리학원의 김성남 교수는 “북중 경제협력의 특징으로 첫째, 중앙정부 주도의 북한 2개 경제특구의 공동개발과 공동관리를 꼽았다. 그리고 두번째가 역시 중앙정부 주도의 지방정부간 공동개발 협력이다. 그리고 세번째로 단둥 중조 무역박람회, 라선 국제상품전시회 등의 상품 교역 및 투자 상담을 위한 기업간 협력”을 들었다.

 

연변대 동북아연구원의 윤승현 교수도 “북중은 정부주도, 시장운영의 기업위주, 호리호영의 경협원칙에 합의했으며, 랴오닝성의 연해경제벨트와 평안북도의 신의주특구(황금평·위화도경제지대), 지린성의 창지투(창춘 지린 투먼강 지역) 개발개방선도구와 함경북도의 나선특구(나진선봉자유경제무역지대)를 연계한 ‘양국 양지역’ 모델을 만들었으며, 이제 ‘양국 일지역’ 모델로서의 초국경 경제협력지대로 발전시켜가는 이론적 탐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글 사진/ 옌지 훈춘 싼허 허룽/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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