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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 지방의원 60여명 집단삭발, “민주주의 지키겠다”

헌법재판소 앞까지 삼보일배 예정

김백겸 기자
입력 2013-11-07 12:48:32l수정 2013-11-07 18:3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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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지방의원 60여명은 7일 낮 12시께 서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주의 파괴 세력에 맞서 강력한 투쟁의지를 천명한다”고 밝히며 집단 삭발 투쟁을 벌였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은 통해 “통합진보당 지방공직자들은 당의 강령과 정책에 따라 일선 지역 현장에서 공직의 소임을 다해 왔다”며 “그런 당의 강령과 정책에 대해 국가권력을 불법과 부정으로 찬탈해 헌정을 유린한 당사자들이 부정과 종북으로 매도하고 국민을 선동하는 작금의 현실을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우리를 믿고 선택해 주신 지역 주민 속에서 통합진보당 해산 기도의 실체를 명백히 밝히고, 유신독재의 그늘을 걷어내기 위한 대장정에 나서겠다”며 “지역 주민들과 함께 풀뿌리 민주주의의 힘으로 폭압적인 국가권력을 총동원하는 저들에 맞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민주수호의 힘을 모아 승리의 역사를 남기겠다”고 결의했다.

앞서 진보당 지방의원들은 전날 오후 9시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기자회견을 열어 투쟁 의지를 밝히고, 전원 삭발 및 삼보일배를 하기로 결의했다.

당일 오전에는 진보당 오병윤 원내대표와 김재연·오병윤·김미희·이상규 의원 등 의원단 전원이 국회 본청 앞에서 삭발을 하고 정부의 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와 민주주의 파괴에 맞서 국민이 힘을 모아줄 것을 호소했다.

“이 나라 민주주의를 찾고자 하는 길, 누가 막는가”

집단 삭발식이 시작되자 대부분 지방의원들은 의연함을 유지했지만 몇몇 의원들과 당원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삭발식에 참가한 권혁 부산 영도구의원은 “통합진보당은 노동자, 농민, 서민의 땀과 눈물, 희망으로 만든 우리의 삶 자체”라며 “이것을 빼앗아가려는 박근혜 정권에 맞서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최선봉에서 싸우는 통합진보당의 손을 잡아달라”고 호소했다.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삭발식을 마친 지방의원들은 오후 1시 33분 종로구 재동에 있는 헌법재판소를 목적지로 삼보일배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이 서울시청을 빠져나가기도 전에 경찰은 삼보일배 행렬을 막았다.

통합진보당 지방의원들은 경찰이 친 차단선 앞에서 연좌하며 삼배일배를 계속 진행할 수 있게 길을 열 것을 요청했으나, 경찰은 이들이 신고 되지 않은 불법시위를 한다는 이유로 해산 명령을 내렸다.

의원들은 삼보일배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게 되자 그 자리에서 108배를 진행했다. 이들은 “인권유린, 정당파괴, 박근혜 정권 심판하자” 등의 구호에 이어 108번의 절을 했다.

108배를 마친 통합진보당 지방의원들과 당원들은 다시 서울광장으로 돌아와 행사를 정리하고, 서울시내 곳곳에서 통합진보당 해산의 부당함을 알리는 선전전을 벌였다.

통합진보당은 이날 오후 7시 청계천 근처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정당연설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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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대 북한의 국가전략: 변화양상과 전략적 함의

<지상중계> 제3회 한반도 미래비전과 동북아 평화구축 전문가 정책 포럼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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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1.07 11:4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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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제공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이사장 곽태환)은 지난 10월26일 제3회 한반도 미래비전과 동북아 평화구축 전문가 정책포럼을 개최하였다.

곽승지 박사 (연합뉴스 영문북한팀장)가 "김정은 시대 북한의 국가전략: 변화양상과 전략적 함의" 란 주제로 발제 하였다.

토론에는, 강동완 교수 (동아대 정외과), 김동엽 박사 (경남대 극동연 연구교수), 서재진 박사 (전 통일연구원장), 염돈재 박사(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 이관세 박사 (전 통일부 차관/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 이윤걸 박사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이사), 정창현 박사(이제이컨설팅 대표 /국민대 겸임교수), 차두현 박사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 유경의 박사 (한국글로벌피스재단 이사장), 곽태환 박사 (경남대 석좌교수) 등이 열띤 토론에 참가하였다.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의 제공으로 곽승지 박사의 발제문을 요약하여 지상 중계한다. / 편집자 주

 

 

   
▲ 제3회 한반도 미래비전과 동북아 평화구축 전문가 정책포럼의 토론장면. [사진제공-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곽승지 박사 발제문 요약>

최근 북한이 적극적인 변화를 추동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한에서는 여전히 북한을 호전적인 집단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최근의 변화양상에 대해 본질적인 변화로 보기보다는 필요에 의한 전술적 변화 정도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경향은 국제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외에서의 이 같은 평가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북한이 자신의 변화에 대해 보다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최근의 경우에서 보듯 주기적으로 공세를 취하는가 하면 핵문제로 국제사회를 긴장시키는 등 북한 스스로 변화양상에 대한 부정적 해석의 여지를 남겨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북한에서의 일련의 변화양상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해석을 쫓아 북한의 국가전략은 변하지 않았다고 평가할 것인가? 북한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련의 변화양상을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국가전략을 반영한, 전략적 변화로 해석할 여지는 없는가?

이 글을 준비하며 먼저 생각이 든 것은 우리사회가 북한의국가전략에 대해 지나치게 전통적 해석에 매달림으로써 북한에서의 변화 의미를 과소평가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점이었다. 즉 국제정세는 물론 북한의 대내외 환경이 변했고 그에 따라 북한의 이념과 정책도 변했는데 우리는 여전히 과거의 틀 속에서 북한을 인식함으로써 애써 북한의 변화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북한과의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비록 많이 미치지 못하더라도 북한에서의 변화양상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실제 최근 북한에서의 변화양상은 국가 목표 및 전략에서 이전과 다르게 해석할만한 점들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 북한에서 나타나고 있는 변화양상 못지않게 이에 대한 적극적인 해석이 중요하다.

한 나라의 국가전략을 파악하는 데는 다양한 접근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은 북한의 국가전략을 체제적 특성을 쫓는 전통적 방식에서 벗어나 국가목표와 국가전략의 상관성 속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즉 북한의 국가목표는 무엇이며 그에 따라 국가전략은 어떻게 변하고 있고 또 변할 것인지를 살펴보려는 것이다. 북한의 국가전략이 변하지 않았는데 변한 것으로 보자는 것이 아니라 변했는데 변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남북관계는 북한의 국가전략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고 있으며 남한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국가전략에 대한 판단을 근거로 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북한의 국가전략에 대해 주로 레닌의 전략전술 이론에 따른 전통적인 방식으로 해석해 왔다. 즉 북한은 전 세계의 공산화라는 목표를 위해 혁명전략과 대남전략을 핵심 국가전략으로 추진해 왔는데 여전히 이것이 바뀌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러나 1990년 탈냉전체제 이후 북한은 일견 전략적 변화로 볼만한 많은 변화를 취해 왔다. 예컨대 남한과 함께 유엔에 가입한데 이어 남북기본합의서에 합의함으로써 남북관계서 획기적인 변화를 꾀했으며 제국주의의 원흉이며 철천지 원수로 주장해온 미국 및 일본과 관계개선을 추구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후 지속되었으며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다. 또 김일성 사망 이후에는 남북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미국과의 관계를 지속해 왔다. 2000년대 들어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7.1경제개선조치를 취했다.

따라서 북한이 김정은 시대 들어 보이고 있는 일련의 변화는 그 동안 보여 왔던 변화의 연속선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 점에서 최근의 변화양상을 이해하기 위해 3가지 가설을 설정하고자 한다. 3가지 가설은:

1) 북한은 냉전체제가 해체된 1990년대 이후 국가 목표 및 전략의 변화를 추구해 왔다.
2) 김정은 시대 일련의 변화양상은 북한의 국가 목표 및 전략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3) 김정은 시대 북한의 국가전략은 국제정세의 변화를 수용하고 주민들의 의식 변화를 반영하기 위한 체제 내부에서의 변화를 지향하고 있다.

 

   
▲ 곽승지 박사 발제장면.[사진제공-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그러면 북한에서의 변화양상을 통해 북한의 전략이 변했다고 인정하려면 어떤 수준의 변화여야 할까. 그에 대해서는 대략 다음과 같은 기준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변화의 방향 및 성격과 관련된다. 변화의 방향과 관련해서는 통상 체제전환과 체제 내 변화를 말하는데 북한이 사회주의체제를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점에서 체제 내에서의 변화에 한정되어 있다.

 

둘째, 변화를 위한 법·제도적 뒷받침이 이루어지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주요 규범에서 변화를 어떻게 수용할 것이며 무엇이 변화의 주체로 등장할 것인지 등이 그것이다. 사상해방의 여부도 이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셋째, 체제유지를 위한 전체주의적 통치방식에서의 변화 여부이다. 물리적 강제력을 동원해 주민을 억압하던 통치기제가 변하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넷째, 정책적 측면에서 변화의 내용이다. 국가사회주의의 논리에 따라 목적지향적 정책을 추진해 온 북한은 정책수립에서 전통적으로 주민보다 체제를 앞세워 왔다는 점에서 이를 눈여겨보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북한에서의 변화를 체제전환에 한정하지 말고 사회주의체제 안에서의 변화까지 인정하려는 공감대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북한에서의 모든 변화는 무의미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또 북한에서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기 위해서는 나무 못지않게 숲을 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최근 북한에서의 변화양상에 대해서는 그 동안 북한매체 등을 통해 밝혀진 주요 내용들을 규범적, 제도적, 정책적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규범적 측면에서는 공산주의용어 삭제, 통치이데올로기에서의 변화, 주민행동규범의 수정 등이 있다. 제도적 측면에서는 노동당 위상의 정상화, 통치과정의 제도화 및 법치의 확대, 국제적 규범 준수 등이 포함된다. 정책적 측면에서는 경제개혁의 추진, 교육개혁의 추진, 주민친화적 정책 지향, 주민 위무정책의 확대, 대남 및 대미 관계의 불변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북한에서의 변화양상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변화방향과 관련, 북한은 분명하게 사회주의체제 견지 입장을 표명하며 체제 안에서의 변화를 지향하고 있다. 헌법과 당규약 유일사상체계 10대 원칙 등에서 공산주의를 삭제하고 당규약에서 당의 당면목표로 사회주의강성국가 건설을 적시한 것에서 분명해 진다. 모든 규범에서 공산주의용어를 삭제한 것은 북한이 추구하는 이념적 지표가 공산주의가 아님을 천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결국 공산혁명의 포기로 해석할 수 있으며 또한 과도기론의 수정 또는 폐기로도 볼 수 있다.

법제도적 뒷받침과 관련, 당 중심의 통치체제를 구축한 것을 들 수 있다. 선군정치를 하는 가운데 군의 위상과 역할이 강화됐지만 김정은 체제 출범과 함께 당이 통치전면에 나섰으며 당연히 당의 위상과 역할도 강화됐다. 노동당이 김정은을 받들어 변화를 추동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변화를 향한 또 다른 핵심사안이라고 할 수 있는 사상해방 문제는 별다른 진전이 없어 보인다. 다만 최근 북한이 통치이데올로기로 김일성-김정일 주의를 내세우며 이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 북한의 이데올로기 중심의 통치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통치수단과 관련, 비정상적인 통치관행을 정상화하려 하거나 연좌제를 완화하는 등 주민들을 의식한 정책을 펴고 있으며 국제적 기준 및 규격을 지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책과 관련해서는 우선 모란봉악단의 파격적인 공연이나 체육 및 놀이시설의 확충 등 문화예술 및 체육을 비롯한 비정치 분야에서의 적극적인 조치를 통해 주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조장하려는 움직임이 주목된다. 이는 과거 전두환 정권 때 3S정책을 연상시킨다. 또 애국심을 강조하는 가운데 수령 등 최고지도자를 직접 거명하지 않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경제개혁 교육개혁 등도 김정은 시대 들어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대남 및 대미 관계에서는 이전과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미세하나마 몇몇 사안에서는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포착된다. 평양서 열린 역도시합에 남한선수들을 초청하고 이들이 우승했을 때 태극기를 게양하고 애국가를 연주했으며 이를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것이나 방북한 남한사람에게도 휴대폰 휴대를 허용한 것, 그리고 월북한 남한사람을 아무 조건 없이 송환한 것 등은 관심을 끌만한 사안이다.

김정은 시대 들어 나타나고 있는 변화양상을 국가전략 차원에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측면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우선 북한체제를 어떻게 인식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북한체제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북한의 국가전략을 보는 시각은 달라질 것이다. 우리사회에서는 북한을 탈(脫)사회주의적 관점에서 보아왔다. 북한체제의 특수성을 강조해 신정체제니 수령체제니 하고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체제적 특성을 말할 때는 역사적 사회주의의 관점에서 인식했다. 따라서 맑스-레닌주의 또는 그 아류인 주체사상을 통치이데올로기로 하는, 전 세계의 공산화 혁명을 추구하는 정치집단으로 인식해 왔다. 이는 또 남조선혁명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연결됐다. 김정일 체제하에서는 노동당의 위상과 역할이 비정상적으로 위축되었기 때문에 당 중심의 사회주의국가로 보기 힘들 정도였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 출범과 함께 당이 강화되면서 이제는 사회주의적 특성이 더 커졌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주장하는 사회주의는 우리 식 사회주의며 이는 여타 사회주의와 다른 형식이 될 것이다. 문제는 북한이 공산주의 용어를 삭제함으로써 스스로 공산주의와 결별을 선언했다는 것이다. 이는 이념적으로 맑스-레닌주의를 배제한 것으로 형식적으로는 전 세계의 공산화라는 목표를 견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적어도 논리적으로는 더 이상 혁명전략을 취할 수는 없게 됐다. 매우 미묘하고 복잡한 문제지만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보다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둘째, 민족 문제에 대한 북한의 인식이다. 북한은 남한에 대해 민족과 계급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해 왔다. 남조선혁명을 주장하는 데는 민족해방과 계급해방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권이 붕괴되고 후쿠야마가 말한 바처럼 이데올로기 대립에 의한 역사가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로 끝난 상황에서 계급해방 문제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졌다. 따라서 북한은 민족해방을 붙잡고 체제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밖에 없게 됐다. 1990년에 이미 남한과 함께 유엔에 가입함으로써 하나의 조선 정책을 사실상 포기했지만 북한이 여전히 민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남한과의 관계를 통해 체제를 유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즉 남조선혁명 논리를 유지함으로써 북한체제의 존립 근거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민족과 통일을 주장하는 것은 실제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라기보다 그렇게 하려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셋째, 북한 핵에 대한 입장이다. 북한의 핵개발이 목적이냐 수단이냐의 논쟁은 북한이 핵 보유국임을 선언함에 따라 결과적으로 목적이었던 것으로 되었다. 이제는 북한 핵에 대해 방어용이냐 공격용이냐의 질문을 하여야 할 때이다.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북한 핵은 방어용일 뿐 아니라 여전히 협상수단이기도 하다. 북한이 한반도비핵화가 김일성-김정일의 유훈이라고 말하면서도 핵개발을 통해 핵무기보유국임을 선언한 것은 체제안전을 위한 안전장치라는 점에서 생각할 수 있다. 비핵화는 유훈으로서 지켜야 할 가치이지만 당장은 한반도비핵화가 될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하나의 수단으로 핵 보유국 지위를 확보했다는 논리다. 결국 북한이 핵 보유국 선언을 한 상황에서 핵이 방어용이든 공격용이든 이를 폐기하기는 더욱 어렵게 됐다.

넷째, 정책과 관련해 북한이 개혁개방 정책을 취할 것이냐 아니면 현상유지에 머무를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이 취한 변화양상은 가히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다. 그리고 살펴본 바와 같이 북한은 매우 적극적인 개혁개방 조치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변화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맞게 될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속도를 내지는 못할 것이다. 결국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이루어져야 보다 전향적인 조치가 가능할 것이다. 등소평이 1970년대 말 자본주의와의 전쟁을 피할 수 있다고 말하며 적극적인 개혁개방 정책을 취할 수 있었던 것은 등소평이라는 혁혁한 지도자가 있었기 때문이지만 이 무렵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이루어졌던 것을 눈 여겨 보아야 한다.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은 당 규약 개정을 통해 당면목적으로 사회주의강성국가를 제시했다. 북한이 추구하는 국가목표가 바뀌었음을 천명한 것이다. 물론 당 규약 상의 목적만으로 북한의 국가목표를 단순화 하는 데는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북한이 구체적으로 적시했다는 점에서 이를 북한의 새로운 국가목표로 설정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다.

북한이 강성국가를 처음 내온 것은 2012년 신년공동사설에서 였다. 김정일 사망 직후에 발표된 신년공동사설에서 강성대국과 함께 강성국가라는 용어를 수차례 사용했다. 그리고 2012년 4월 11일 열린 노동당 제4차 대표자회서 개정된 당규약에서 당의 당면목적으로 사회주의강성국가를 공식 언급했다.

당 규약을 통해 본 북한의 국가목표는 사회주의완전승리 단계 (김일성 시대) -사회주의강성대국 건설 (김정일 시대) - 사회주의강성국가 건설 (김정은 시대) 등으로 변해 왔다. 각 시대별 국가목표는 형식상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내용면에서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김일성 시대의 사회주의완전승리는 사회주의발전 단계 속에서 하나의 단계를 설정한 것으로서 과도기론에 입각한 발전 도정의 위치를 말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정일 시대의 사회주의강성대국은 과도기론을 배제했다는 점에서 김일성 시대의 국가목표와 성격적으로 다르다. 다만 이상적인 국가 모습을 그리는 등 추상적 의미를 내포한 목적지향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김정은 시대 국가목표로서 강성국가는 역시 과도기론을 배제한 가운데 강성대국과 달리 현실을 인정하는 가운데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향해 나가자는 추동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북한의 국가목표로서 사회주의강성국가는 첫째, 사회주의체제의 견지, 둘째 과도기론의 수정 또는 폐지, 셋째 국가주의를 지향하는 가운데 현실 직시 등의 의미를 지닌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회주의강성국가라는 용어가 김정일 사망 직후인 2012년 1월 1일 공동사설에서 처음으로 제기되고 곧 이어 노동당의 당면목적으로 언급되는 등 김정은 시대의 국가목표(비전)로 자리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설명은 없다. 따라서 북한의 새로운 국가목표로서 사회주의강성국가의 논리 체계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그 동안 북한에서 제기된 여러 가지 주장들을 종합하여 정리할 수밖에 없다. 북한의 주장은 때로는 모호하고 중첩된 표현도 있어 주관적 해석을 더했다.

북한의 국가목표로서 사회주의강성국가는 경제강국과 문명(강)국 건설을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양자는 대등한 것이라기보다는 경제강국을 상위에 두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주 대상이 경제강국이고 문명국이 이를 보완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강성국가 또는 경제강국 건설을 강조하면서 인민생활 향상을 등치시키고 있는 데서 추론할 수 있다. 즉, 북한은 인민생활 향상을 강성국가 건설을 위한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강성국가 및 경제강국 건설에 모두 적용하고 있다. 따라서 강성국가 건설은 경제국가 건설을 토대로 하며 이는 곧 인민생활 향상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문명국 건설 역시 인민생활 향상과 밀접히 결부되어 있다.

북한이 경제강국 건설을 위한 중점부문으로 지식경제강국 건설을 설정한 것은 낙후된 경제를 일거에 발전시키기 위해 지식·정보를 토대로 한 첨단 과학기술 개발에 주력할 계획임을 시사한다. 즉 육체노동이 아니라 지식·정보를 토대로 한 첨단 과학기술을 개발하여 이를 경제에 접목시켜 새로운 산업혁명을 일으킴으로써 지식경제강국을 건설해야만 경제강국에 이를 수 있다고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00년대 초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이른바 ‘단번도약’을 통해 낙후된 경제를 일거에 발전시키려는 계획을 추진한 바 있는데 이의 변형인 셈이다. 이를 위해 북한은 과학·기술자들을 우대하는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는 가운데 공장의 자동화 및 무인화를 독려하고 있다. 또 체신·통신분야에서의 개발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북한이 문명국 건설을 사회주의강성국가의 목표의 하나로 내세운 것은 주목된다. 이러한 목표설정은 저(低)발전된 북한사회와 낙후된 주민생활에 대한 현실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를 주요 목표로 내세운 이후 북한은 북한사회의 후진적 제도를 개선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일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북한이 문명국 건설의 중점부문으로 체육강국 건설을 제시한 것은 일부 종목의 경우 국제무대에서 통할 수 있고 북한주민들로부터도 관심을 끌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 같다. 즉, 북한으로서는 체육입국을 통해 국내외에서 북한사회의 변화를 드러냄으로써 이미지 쇄신을 꾀하는 한편 북한주민들의 관심을 비(非)정치분야로 돌려 현실적 불만을 잠재울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2012년 11월 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통해 당 기구로서 국가체육지도위를 조직한 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서도 엿볼 수 있다.

북한이 당 규약에서 국가목표를 바꾼 것과 일련의 변화양상은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의 국가전략을 과거와 다르게 해석 해야 할 당위성을 제공한다. 북한의 국가목표인 사회주의강성국가를 토대로 할 경우 북한의 국가전략은 발전전략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남북한이 대립하고 있고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국가전략을 발전전략 차원에서만 말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보이는 호전적 공세적 태도가 남조선혁명을 위한 혁명-대남전략이냐 아니면 체제안전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안보전략이냐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중국이 발전지향적인 국가목표를 세운 후 이를 위해 발전전략 차원의 국가전략을 수립해 추진해 온 것을 눈 여겨 보아야 한다. 이렇게 보면 북한의 국가전략에서 발전전략을 핵심적인 것으로, 혁명-대남전략을 부수적인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김정은 체제하에서 핵심 전략노선으로 제시한 경제-핵무기건설 병진 노선도 핵무기건설을 언급함에 따라 공세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방점은 경제건설에 두어져 있다. 1960년데 중반 경제-국방건설 병진 노선과는 다르며 따라서 달리 해석해야 한다.

북한의 국가전략을 중국의 ‘하나의 중심(경제건설) 두 개의 기본점(개혁개방과 4항견지노선)’과 비교할 수 있다. 북한을 중국의 경우에 대입하면 하나의 중심에 해당하는 것은 사회주의강성국가의 모토로 제시한 인민생활 향상을 들 수 있다. 두 개의 기본점과 관련, 우선 강성국가의 주된 목표인 경제강국 건설을 위한 경제건설 및 문명국 건설을 위한 문화적 선진화를 들 수 있다. 그런데 경제강국과 문명국 건설의 성패는 북한이 얼마나 개혁적 조치를 취하느냐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개혁개방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변화를 추구하는데 따른 저항세력을 다독이고 사회주의체제를 견지하기 위한 전략적 마지노선으로는 사회주의 견지, 김일성-김정일주의 견지, 당의 유일적 영도 견지 등을 생각할 수 있다.

현시점에서 북한의 변화양상에 대한 상반된 평가는 불가피하다. 그렇지만 북한의 변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석한다면 북한의 국가목표의 변화와 함께 국가전략도 변한 것으로 보아야 할 개연성은 충분하다. 물론 최근의 변화 움직임이 얼마나 지속되고 또 어느 정도까지 현실화될 것인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그 동안의 북한 행태에 비추어 보면 다시 과거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북한에서의 움직임은 몇 가지 점에서 이전과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다. 첫째, 김정은이 최고지도자로 등장한 이후 진두에서 변화를 이끌고 있으며 당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점이다(변화주체). 둘째, 북한이 처한 현실을 인정한 바탕 위에서 변화를 추진하고 있는 점이다(변화배경). 셋째, 민심을 의식하며 주민들의 마음을 사는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점이다(변화방향). 넷째, 규범적 제도적 측면에서 변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들이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다(변화내용).

이 같은 특징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아직 대남 및 대미 관계에서 뚜렷한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여전히 혁명-대남전략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결국 관건은 북한 핵을 공격용으로 볼 것이냐 방어용으로 볼 것이냐 하는 점이다. 북한은 여전히 이를 방어용 또는 협상용으로 주장하고 있다.

 

   
▲ 제3회 전문가 정책포럼 참석자 기념찰영. [사진제공-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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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가는 박근혜정부, 거침이 없구나

[주장]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 야권은 유신 부활에 항거해야

13.11.07 16:18l최종 업데이트 13.11.07 16:18l
유창오(karllyu)

 

2010년 5월 24일,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전쟁 전사자 흉상이 늘어서 있는 용산 전쟁기념관 호국추모실을 비장한 표정으로 걸어 나와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은 북한군의 군사도발이라며 ▲남·북간 교역·교류 전면중단 ▲북한 선박 남쪽 해역 통과 봉쇄 ▲확성기·전단살포 심리전 재개 등 '5·24 대북 제재'를 발표했다.

그날은 6·2지방선거를 불과 열흘도 남겨놓지 않은 날이었고, 그 때문에 야권은 천안함 사건을 선거에 이용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의도와는 달리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를 심판했고, 선거결과는 야권 승리에 가까웠다.

2012년 10월 8일,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은 국정감사장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NLL은 미국이 땅따먹기 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이니까 남측은 앞으로 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며 '노무현 대통령 NLL 포기설'을 제기했다.

그 후 새누리당 의원들과 보수언론은 이를 무한 반복하여, 대통령선거 구도를 '종북이냐 아니냐'로 몰고 갔고, 박근혜 후보도 직접 나서 문재인 후보를 '서해 NLL을 북한 김정일에게 헌상한 노무현의 후계자'로 낙인찍어 공격했다. 그리고 그 공격은 성과를 거둬 12월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었다.

헌법재판소 판결 내년 지방선거 직전 발표 가능성 높아

박근혜정부가 5일 강령 등 당의 설립목적과 일부 활동이 헌법질서에 위배된다며 통합진보당을 위헌정당으로 규정하고, 헌정사상 처음 정당해산 심판청구안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는 뉴스를 접하며, 나는 엉뚱하게 2010년 이명박 대통령의 전쟁기념관 담화와 2012년 정문헌 의원의 '노무현 대통령 NLL 포기' 발언을 떠올렸다.

박근혜정부가 '헌법의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 수호'라는 거창한 가치를 내걸고,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정당 해산심판 청구와 진보당 소속 의원들의 의원직 상실 청구 그리고 진보당 해산 결정 이전 정당 활동 중지 가처분신청도 함께 냈다는 기사를 봤다. 나는 최근 선거 때마다 보수정권이 안보 문제를 선거에 이용했던 것을 떠올리며 이번에는 과연 어떤 정치적 계산을 했을까 의심하게 된다.

헌재가 각하하지 않는 한 앞으로 180일 이내에 심리를 마치고, 이 사건에 대해 결정을 해야 한다. 앞으로 180일 후면 언제인가? 내년 5월 초다. 일부 언론은 180일 이내 결정 규정은 강제규정이라기보다는 훈시규정이어서 180일보다 늦어질 수 있다고 보도한다. 어쨌든 내년 5월 중·후반에 이 문제가 다시 정국의 핵심 이슈가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더구나 박근혜정부는 잊힐 만하면 통합진보당 관련 사건을 만들어 정국돌파의 수단으로 쓰고 있다. 그들은 분명 앞으로 180일 후 다시 한 번 통합진보당 사건을 정국돌파의 수단으로 쓸 것이다. 그러면 그 때가 언제인가? 바로 지방선거 직전이다.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 내년 지방선거용 기획 상품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하든 부결하든 이 사안은 지방선거를 좌지우지하는 핵심 이슈가 될 것이다. 새누리당은 지방선거 야권후보들에게 이 사안을 들이대며 소위 사상검증을 할 것이고, 박근혜 정부는 이와 관련된 모종의 새로운 공안사건을 만들어낼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찬반으로 내년 지방선거 구도를 짤 것이다.

결국 이번 박근혜정부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통합진보당에 대한 찬반으로 선거 구도를 이끌어가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공안정국의 심화로 내년 지방선거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새누리당은 6일,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와 관련 총공세에 나섰다. "대한민국 정통성 수호 위한 조치"라며, 19대 총선 야권연대까지 거론하며 민주당을 공격했다. 이 문제로 골치 아픈 국정원 대선개입 정국을 뛰어넘고,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 사건을 지속시킬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새누리당이 이렇게 통합진보당을 무한 활용하는 것은 최근 선거와 여론조사에서 통합진보당을 활용할 때마다 승리하거나 지지도 상승의 효과를 보았기 때문이다. 지난 9월의 이석기 의원 구속을 위한 국회 체포동의안 처리도 국정원 대선개입 정국을 뛰어넘기 위한 '기획 상품'이었으나 그 효과가 적었다. 왜냐면 민주당과 진보언론, 시민단체 등에서 너무 쉽게 체포동의안 처리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는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과 단체, 정당이라면 결코 동의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따라서 이석기 의원 사건보다 훨씬 정국의 쟁점이 될 만한 사안이고, 새누리당은 충분히 효과를 볼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첫 번째 핵심 타깃은 내년 서울시장 선거와 박원순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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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인선서하는 박원순 서울시장 박원순 서울시장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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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과연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이 의도하는 것처럼 내년 지방선거를 통합진보당에 대한 찬반으로, 공안정국의 심화로 국면을 이끌어 가면 그들에게 유리할까? 과연 지난 대선처럼 여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까?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무엇보다 가장 영향을 받는 곳은 내년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인 서울시장 선거다. 이번 진보당 해산심판 청구가 내년 지방선거를 위한 기획 상품이라고 한다면, 그 첫 번째 타깃은 다름 아닌 박원순 서울시장일 것이다.

새누리당은 박원순 시장에게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에 대한 입장을 물을 것이요, 인권변호사로서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강한 박원순 시장을 친북, 좌파로 몰아 공격할 것이다. 그를 통해 중간층을 박원순 시장에게 돌아서게 만들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서울시의 진보당 지지자는 생각보다 많다. 지난해 4월 총선 서울지역 정당득표율에서 양대 정당 득표율은 새누리당 42.3% 대 민주당 38.2%로, 새누리당이 4.1%포인트 이겼다. 반면 전체 보수진영 득표율은 47.9%였고 전체 진보진영 득표율은 52.1%로, 진보진영이 4.2%포인트 이겼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통합진보당 득표율 10.6%가 있었다.

민주당 후보로 재선에 도전하겠다고 이미 밝힌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선에 성공하려면 지난해 총선에서 진보당을 지지한 유권자들의 힘을 모으지 않는 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이 내년 지방선거를 통합진보당에 대한 찬반으로, 공안정국의 심화로 국면을 이끌어 가는 상황에서 진보적 유권자들만 생각하기에는 중간층의 이반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박근혜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는 야권의 지지자들을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유권자와 상대적으로 중도적인 유권자로 분열시킴으로써 내년 지방선거 야권에게 어려움을 주고,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의 재선가도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물론 선거를 앞두지 않았어도 이 사안은 민주진보세력의 단결을 어렵게 하고, 입장 차이에 따른 분열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안이다.

박근혜정부, 민주주의 후퇴를 향해 성큼성큼 나아가고 있어

이런 정치적 어려움 때문에 지금 민주당 지도부는 이 사안을 두고 주춤거리고 있다. 새누리당과 보수진영의 종북 프레임에 빠지게 될까봐 위축된 모습이다. 박근혜정부의 정당해산 심판 청구는 비판하지만 진보당에 대해서도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도 "행정부가 해산청구를 한 것은 유감이지만 헌재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고 밝혔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나 안철수 의원이나 이전부터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가져왔던 만큼 이런 유보적 입장, 진보당과 거리두기 입장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민주당과 야권이 아무리 진보당과 거리두기를 하려고 해도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은 그렇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 인권과 정치적 자유를 침해하고, 민주주의 일반을 후퇴시킬 것이다. 민주당과 야권이 이에 저항하면 종북 프레임으로 공격하면 되니 성큼성큼, 거칠 것 없이 그리 해올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6일 "반국가단체·이적단체 강제해산법과 해산정당 소속 의원 자격 상실법, 반국가사범 비례대표 승계 제한법 등을 우선적으로 상정해 처리하도록 하겠다"며 헌법재판소의 진보당 해산 결정에 대비해 관련 입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더 이상 민주당과 야권이 종북 프레임이 두려워 진보당과 거리두기를 할 시점은 지난 것이다. 이미 박근혜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 자체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폭거다. 이석기 의원에 대한 사법처리와 통합진보당 해산 문제는 전혀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박근혜정부가 이석기 의원의 잘못된 모습을 빌미로 민주주의 전체에 대한 침해로 나아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

야권은 정치적 유·불리를 넘어, 유신부활에 항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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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장실질심사 마친 이석기 의원 내란예비음모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9월 5일 오후 경기도 수원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며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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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석기 의원은 진보의 승리와 발전보다는 진보의 위기와 후퇴에 기여한 바가 더 많은 사람이다. 그의 무분별하고 어리석은 행동이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에게 빌미를 제공하여 지금의 위기를 초래했다. 그가 지금껏 보여준 여러 모습에 대해서는 철저히 비판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이석기 의원이 잘못했더라도 그가 소속된 통합진보당이 헌법에 규정된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며 정부가 해산심판 청구를 제출한 것은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헌법 가치를 훼손한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정당 활동의 자유야말로 가장 중요한 헌법적 가치다.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에서 국민이 국정에 자신의 견해를 반영시킬 통로는 선거이며, 선거에서 국민의 뜻을 대변해서 심판을 받은 존재가 바로 정당이다.

정당 및 정치세력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국민의 몫이며, 정당 존립여부는 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이 표로 결정해야 한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정당에 대한 심판을 통해 구성하는 정부가 정당 활동의 자유를 부정한다면 그것은 명백한 민주주의의 부정이다.

당장은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의 공안정치 심화, 통합진보당을 정치에 이용한 것이 그들에게 도움이 될지는 모른다. 최근 얼마 동안은 그래왔다. 그리고 그것에 강력히 반대하는 것이 야권을 종북 프레임에 빠지게 해서 야권에게는 손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시점을 지났다. 이석기 의원 비판과 진보당 해산심판 청구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정치적 유불리를 뛰어넘어 민주주의 후퇴와 유신 부활을 막기 위해 분명한 항거의 모습을 가져야 한다.

국민을 믿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의 반복되고 심화되는 공안정치는 역풍을 맞을 것이다. 결국 자충수가 될 것이다. 그동안 통합진보당이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진보당 지지자들이 많이 언급했던 마틴 니묄러의 시가 있다. 지금이야말로 이 시가 적합한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들이 나를 잡아갈 때
(마틴 니묄러)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잡아갈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에.

그들이 사민당원들을 감금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회민주당원이 아니었기에.

그들이 노동조합원들을 잡아갈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기에.

그들이 유태인들을 잡아갈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유태인이 아니었기에.

그들이 나를 잡아갈 때,
나를 위해 항의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유창오 기자는 새시대전략연구소 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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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블로거'는 삭제, 보수단체는 돈주며 댓글지원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3/11/08 08:19
  • 수정일
    2013/11/08 08:1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11월 5일,11월7일 아이엠피터의 글 4개가 삭제됐습니다. 그 중 3개가 사이버사령부의 국내 정치와 선거 개입을 다룬 글이었습니다. 아이엠피터는 논란이 됐던 '사이버사령부 이 중사의 얼굴을 공개합니다'라는 원본글을 수정하여 이모 중사의 얼굴과 국내 아이디를 모두 모자이크 처리했습니다.

'사이버사령부 요원 관련 수정된 글'(해외 서버용)

이모 중사의 트위터 계정은 이미 언론에 공개됐었기 때문에 그녀가 했던 정치개입 관련 글만 공개했습니다. 그러나 이 글또한 삭제당했습니다. 여기에 왜 글을 삭제했는지에 대한 반론 형태의 글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이 모두가 삭제당했습니다.

'누가 사이버사령부 글을 삭제했는가?'(해외서버용)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4조의 2(정보의 삭제 요청 등)에서는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에 따른 침해의 경우,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침해사실을 소명하면 삭제 또는 반박내용의 게재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원본글은 얼굴이 노출됐으니 사생활 침해가 가능했지만, 이후의 글은 모자이크 처리했기 때문에 본인이라는 것 자체를 소명할 수도 없었습니다. 또한, 글이 발행된지 몇 시간 만에 '피해주장자'가 신고를 했다고 글이 삭제됐습니다.

 

 

 


혹자는 이의를 제기해서 삭제된 글을 복원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합니다. 물론 그런 제도가 있습니다. 그러나 네이버와 다음에서 임시조치,삭제 당한 글이 복원되는 경우는 2.5%에 불과합니다.

네이버는 2012년 15만 5천161건의 글이 임시조치(삭제) 됐습니다. 그러나 복원된 경우는 겨우 1만여 건에 불과합니다. 다음은 2012년 6만 7천 342건의 글이 임시조치(삭제)됐고, 그 중 겨우 1천 868건만 복원됐습니다.

아이엠피터의 글은 대부분 정치 글입니다. 어떤 특정인이 아니라 정치,시사 분야에서 나름의 자료를 통해 증거를 제시하고 이에 따라 비판을 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피해주장자'의 요청이 있다고 무조건 삭제하는 행위는 아예 정치 블로거의 입을 막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 보수단체, 정부에서 제공한 돈으로 '대선 댓글 활동'

정치블로거의 글이 삭제당하는데 반해, 보수단체들은 오히려 정부의 지원금을 받고 '종북을 가장한 SNS 활동'을 자행했습니다.

최재천 의원실이 입수한 '2012 비영리 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에 선정된 보수 단체 15곳을 한겨레가 조사 분석했습니다. 내용을 보면 상당수의 단체가 사업실행계획서에 '종북 좌파 척결' 등을 주요 사업 목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국통일진흥원은 '사이버,SNS 및 집합교육을 통한 대국민 청소년 통일 안보의식 함양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행정안전부로부터 3천4백만 원을 지원받았습니다.

이들은 교육 목표를 <연말 대선에 즈음해 반미·종북·용공세력과 이적단체의 정권 탈취 전략 등 예상되는 도전 양상을 분석하고 이에 대응하는 애국 안보단체들의 에스엔에스 활용 능력 향상>이라고 밝혔습니다.

통일진흥원측은 이를 위해 통일안보전문가 논객 10명과 아르바이트생 3명을 고용, SNS와 다음 아고라 토론방에서 활동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정부 지원금으로 대선에 개입해 포털사이트와 다음 아고라 등에 글을 올리겠다고 버젓이 밝힌 이 단체의 글이 과연 누구를 위한 글이 됐겠습니까?

 

 

 


푸른인터넷네티즌연대는 '나라사랑 안보 문화 캠페인' 사업을 하겠다면 행정안전부에서 6천만 원을 지원받았습니다. 이들은 '안보 UCC 공모전'의 공모 주제에서 '종북활동에 깨우침을 주는 영상'이라고 버젓이 적어 놓았습니다.

국정원 직원도 종북 활동의 개념을 명확하게 답변하지 못하고, 대법원에서조차 '종북'의 개념이 너무 포괄적으로 사용된다고 주의했던 바 있습니다. 과연 이들이 주장하는 '종북'이 어떻게 사용됐겠습니까?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에는 "사실상 특정 정당 또는 선출직 후보를 지지,지원할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국민행동본부는 성추행범 윤창중이 주장했던 '종북 척결'을 내세워 그를 애국자라고 불렀습니다. 또한, 대선 기간 내내 박근혜 후보를 공식 지지했으며, 박정희를 홍보하는 동영상과 책을 광고하기도 했습니다.

저들이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은 토론과 비판으로 해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비영리단체에 지원금을 제공하고 그들이 관변단체로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실은 반드시 법적인 처벌을 물어야 할 것입니다.

' 해외 교포들의 시위, 한국대사관은 막고, 프랑스 경찰은 보호하다'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나가자, 모든 언론은 일제히 그녀를 찬양하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프랑스에 사는 교민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유럽에 사는 한인들과 유학생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파리 방문에 맞춰 파리 에펠탑 앞에 모여 박근혜 대통령 반대 시위를 벌였습니다.

교민과 유학생은 국정원과 사이버사령부 등의 국가기관 대선개입 규탄 시위를 통해 '박근혜는 한국의 합법적인 대통령이 아닙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프랑스에서 벌어진 시위 사진이 '오늘의 유머'와 'SLR게시판' 등의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가자, 갑자기 게시물이 신고 당하고, 글이 삭제되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범죄가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것을 통해 박근혜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이 삭제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일정 숫자의 이용자들이 대거 게시물을 신고했고, 게시글이 올라오기만 하면 삭제됐습니다.

결국, 네티즌들은 합성 영상을 통해서만 사진을 올렸습니다. 이는 지금 대한민국의 인터넷 공간이 누구를 위해서만 존재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 언론은 대대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칭송 수준으로 떠 받들고 있습니다. '이데일리'는 <박 대통령, 버킹엄궁 들어서자 비 그치고 햇빛 쨍쨍>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습니다.

전두환이 해외순방에서 돌아오자 KBS 방송에서는 <돌아오시는 오늘은 지루한 장마 끝에 남국의 화사한 햇빛을 안고 귀국하셨습니다.>라는 멘트를 들려줬습니다.

대통령은 어떤 칭송과 찬양의 대상이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인터넷 공간에서는 그녀를 반대하거나, 국가기관의 불법과 부정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글만 올리면 삭제를 당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레제코는 '국정원의 트위터로 흙탕물 튀긴 한국 대통령'이라는 기사를, 시사주간지 엑스프레스는 '박근혜에 대해 알아야할 다섯 가지'기사를 올렸습니다.

프랑스 언론 대부분은 박근혜 대통령의 파리 방문에 맞춰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 선거 부정 등을 모두 다뤘습니다.

대한민국 언론은 박근혜를 찬양하고 있었지만, 프랑스 언론은 그녀가 지금 당면한 대선 부정과 국가기관의 범죄 사실을 주요 쟁점으로 봤습니다.

파리에서 열린 시위를 한국대사관은 막아달라고 프랑스 경찰에 요청했습니다. 프랑스 경찰은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부정선거'를 의아해하면서 집회의 자유를 막을 명분이 없다며, 그 요청을 거부했습니다.


 

 

 



정치블로거로 글을 쓰면서 돈과 명예 때문에 글을 쓴 적이 없습니다. 버스조차 다니지 않는 제주 산골에 사는 이유가 돈과 명예를 떠나 오로지 사실에 관련한 글을 쓰기 위해서였습니다.

며칠 사이 글이 삭제되면서, 그것을 이겨낼 힘이 부족하다는 사실과 정치블로거로서의 한계를 많이 느꼈습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바로 포기하고 두려워하는 것임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국민의 입'과 '인터넷 자유'를 막는다고 정부와 범죄에 대한 비판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이런 세상을 절대로 우리 요셉이와 에스더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는 아빠의 절박함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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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타령’ 유감

 
 
 
정부 손아귀 속 국정원도 4대강도 검찰도 국방부도 셀프타령
 
정운현 | 2013-11-07 10:40:42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물은 셀프(self)입니다.’

식당에 가면 벽이나 정수기 앞에 이런 문구가 적힌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물은 손님이 알아서 하라는 얘기다. 이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본다. 하나는 물은 밥이나 반찬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찮은 것이라는 뜻이다. 밥이나 반찬과 달리 물은 몇 잔을 마셔도 추가 요금을 받지 않는다. 또 어떤 식당도 밥이나 반찬을 손님 마음대로 퍼다 먹으라고 하는 곳은 없다. 다른 하나는 손님 중에는 식사 후 물을 마시는 사람도 있고 마시지 않는 사람도 있으니 물을 마시고 싶은 손님은 식당 나가는 길에 알아서 마시라는 얘기다. 요약하자면 물은 하찮은 것이니 먹든 말든 전적으로 손님이 판단해서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물은 셀프’

 

요즘 정치권 주변에 ‘셀프’가 유행이다. 유행을 넘어 만연돼 있다고 할 만하다. 국정원도 셀프, 4대강도 셀프, 검찰도 셀프, 국방부도 셀프, 온통 ‘셀프 타령’이다.

근자에 등장한 ‘셀프’라면 지난해 국정원 댓글사건의 주인공(?)인 김모 여직원의 ‘셀프감금’이 아닐까 싶다. 사건 당시 강남 S오피스텔에 거주하고 있던 김 씨는 제보를 받고 사무실을 급습한 경찰 및 선관위 직원들에게 문을 걸어 잠근 채 열어주지 않았다. 그리고는 자신은 외부인에 의해 ‘감금’돼 있다고 119에 신고했다. 조사결과 김 씨는 문을 잠근 채 안에서 댓글을 지운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국정조사 때 ‘수사중’이라며 증언을 거부하고는 지금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대선 때 국정원은 댓글공작을 통해 정치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자 야당은 국정원 개혁을 들고 나왔다. 국내파트 및 수사권 폐지 등은 시대적 요청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개혁대상인 국정원이 스스로, 즉 '셀프 개혁'을 할 것을 주문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셈이다. 9월 16일에 있었던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담 자리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과거 한나라당이 야당 시절에 만든 국정원 개혁안을 언급하면서 이 문제를 재론하자 박 대통령은 “그러면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때는 왜 국정원 개혁을 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이 정도 되면 국정원 ‘셀프 개혁’은 이미 물 건너간 것이 아닌가 싶다.

이후로 박근혜 정권에서 ‘셀프’행진은 줄을 이었다. 우선 총리실은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를 꾸리면서 4대강사업 관련자들로 검증단을 꾸려 ‘셀프 검증’이라는 비난을 샀다.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압권은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셀프 감찰’. 조 검사장은 국정원 수사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사게 되자 대검에 “저를 감찰해 주십시오”라며 ‘셀프 감찰’을 자청했다. 검찰 고위간부가 스스로 감찰을 요청한 것은 검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댓글작업은 비단 국정원만 한 게 아니었다. 국방부 산하 사이버사령부의 심리전단 요원들도 5만여 건의 정치 댓글을 단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에서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자체 ‘셀프 조사’를 거쳐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그리고는 조직 차원이 아니라 '개인차원'에서 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이에 대해 비난 여론이 일자 국방부는 이번에는 ‘셀프 수사’를 들고 나왔다. 수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내겠다는 얘긴데 국방부의 ‘셀프 수사’에 기대를 갖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외부에서 메스를 들이대 수술을 해도 시원찮을 판에 제 손으로 제 살을 깎아내겠다고 하니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수술할 실력도 없을뿐더러 수술할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다. 이런 일이 횡행하는 것은 국가의 기강이 제대로 서지 못한 탓이다. 검찰조직마저 집권세력의 손아귀에서 좌지우지되고 있으니 나라의 장래가 암울하기만 하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1&table=wh_jung&uid=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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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박근혜'가 아니라 '박정희'와 싸우자!

[장석준 칼럼] 박정희의 유산을 넘어

장석준 노동당 부대표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11-07 오전 7:39:16

 

 

지난 며칠 사이 한국인들은 2013년을 사는지, 1973년을 사는 것인지 혼란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난데없이 '제2의 새마을 운동'을 들고 나왔다. 이제는 초가집도 없고 마을길도 넓힐 만큼 넓혔는데 또 다시 무슨 '새마을 운동'인지, 국민은 대통령의 정신 건강을 염려해야 했다.

그제는 법무부가 통합진보당에 대해 위헌 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하는 일이 벌어졌다. 아직 유무죄를 가리지도 않은 이른바 '내란 음모' 사건이 그 근거이고 거기에 강령 문구들을 '위헌 정당'의 이유로 더했다. 그런데 그 강령이란 게 지금 정의당에 있는 분들이 아직 통합진보당에 있을 때 함께 만든 것이다.

더구나 한국 진보 정당 운동 역사상 가장 오른쪽으로 경도됐다고, 그러니까 민주당 유와 별반 차이가 없다고 비판받던 강령이다. 이 정도 내용조차 위헌 혐의를 받는다면, 2013년의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그 밑바닥이 어디까지인지를 놓고 유신 시대의 기억과 경쟁하는 게 분명하다.

이렇게 기대치 않은 블랙 코미디가 줄을 잇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낯익은 비극이 반복됐다.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일하던 한 노동자(최종범 열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유언에서 전태일 열사를 언급했다. 40여 년 전에 전태일이 느꼈던 거대한 장벽은 40년 후의 노동자에게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아니, 그 장벽은 세월의 무게를 제 것으로 삼아 더욱 단단해졌다. 그 이름은 '삼성'.

대한민국 헌법은 노동자의 단결권을 보장한다. 최종범 열사와 그 동지들은 다만 이 헌법의 약속을 진지하게 믿었을 뿐이다. 그러나 삼성 왕국은 헌법의 효력이 미칠 수 없는 거대한 위헌 지대였다. 삼성 자본의 노동조합 탄압에 평범한 한 노동자는 자결 외에 다른 항거 수단을 찾을 수 없었다. 이 비극의 현장에는 '위헌' 여부를 따질 필요도 없는 그 현행범이 있다. 하지만 법무부는 움직이지 않는다. '경제 민주화'를 말하던 박근혜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아니, 교육 현장에서 노동조합의 뿌리를 뽑는 일로 삼성만큼이나 바쁘다.

그래서 요즘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게 '유신 회귀'니 '파시즘'이니 하는 말들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외에 달리 뭐라 할 수 있겠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사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위의 사례들 중 그 어느 것도 '파시즘'이란 말에 어울리는 노골적인 폭력 행사는 아니었다. 모든 행위는 고위 관료들의 지극히 제도화되고 문명화된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 이명박 정부 첫 1년에 거리에서 그토록 자주 보았던 물대포조차 요즘은 구경하기 쉽지 않다. '명박산성=파시즘'이라던 5년 전의 공식(이게 옳은지 여부와는 별개로)은 이 정부에서는 아직 유효하지 않다.

민주주의의 골간에 손대길 두려워 않는 박근혜 정부의 자신감은 역설적으로 국민의 힘에서 나온다.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50%를 상회하는 지지율 말이다. 믿고 싶지 않아서 별별 이야기가 다 나오지만, 이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아직도 절반 조금 넘는 국민들이 박근혜 정부를 비판과 공격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동원한 물대포 없이도 이명박 정부는 생각도 할 수 없던 일들을 밀어붙일 수 있는 것은 다 이 한 가지 사실 덕분이다.

이것은 박근혜 정부에게 두 가지를 의미한다. 하나는 지난 대선에서 확인한 박근혜 지지 기반이 건재하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지지 동맹이 굳건히 존재하며 취임 후 지속된 국정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그 헤게모니는 계속 작동하고 있다.

이것의 동전 반대 면이라 할 수 있는 다른 한 가지는 박근혜 정부 반대 여론이 지난 대선의 반박근혜 유권자 층을 넘어 확산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가정보원 등 국가 기구의 대선 개입이 드러나도 이것은 기존의 열성 반박근혜 유권자들이 촛불을 들게 만들 뿐 박근혜 지지층의 이완으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반면 2008년 촛불 집회는 최소한 관망파들을 이명박 반대 여론 쪽으로 돌릴 만큼의 위력은 발휘했다.

박근혜 정부는 오직 이 상황이 흔들릴 때에만 그에 비례해서 동요할 것이다. 50% 선을 넘나드는 지지 여론에 크게 균열이 가거나 기존 박근혜 지지층의 상당한 이반 현상이 나타나는 것만이 이 정권에게 심각한 타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달리 말하면, 이런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지금의 당혹스러운 공세는 의연히 지속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연합뉴스


그럼 반대 진영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지난 세기에 어떤 좌파 세력이 그랬던 것처럼 경제 상황이 요동치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야 할까? 아니면 대한민국 '50%'의 무지에 비분강개를 토하는 것? 아니다. '50%'를 계속 단단히 유지시켜주려면 분노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만, 정녕 그 '50%'를 해체하고 싶다면 무엇보다도 이 현실을 '이해'하는 일이 먼저다. 박근혜 지지 동맹을 단단히 묶어주는 기대와 보상의 얽히고설킨 관계들을 이해해야만 한다.

이러한 관계들 중 대다수는 박정희 정권 시절에 형성되거나 그 단초가 놓인 것들이다. 그래서 한국 사회 여러 세대들에게 늘 박정희 신화와 함께 기억된다. 이것은 좀처럼 균열의 틈을 보이지 않는 50% 안팎의 지지층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사실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무기인 박정희 신화는 40여 년 전에 대한 일부 세대의 기억 이상의 무엇이다. 그것은 흔히 '박정희의 유산'으로 여겨지는 여러 계층의 이해관계들을 다른 누구보다 박근혜 정부가 가장 효과적으로 보장해줄 것이라는 기대로서 작동한다. 이러한 서로 다른 방향의 기대들이 계속 박근혜 정부에 투사되는 한, 이 정권은 당분간 마음껏 재량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럼 그 이해관계들의 구체적 양상은 무엇인가? 사실 박정희 정권의 자본 축적 과정이 남긴 한국 자본주의의 특별한 구조들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분석과 해명이 있었다. '한국 사회구성체 논쟁'이란 게 바로 이러한 분석 작업이었다. 하지만 특정한 마르크스주의 도식에 주로 의존하면서 채 규명되지 못한 게 있다. 그것은 이러한 한국 자본주의에 여러 계급, 계층의 대중이 끼워 맞춰져 있는 구체적인 양상들이다. 여기까지 분명해져야 한국 사회를 온전히 조망하고 그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것이었다. 안토니오 그람시의 용어에 따른다면, 토대와 상부구조의 특정한 결합으로서 '역사적 블록'을 확인해야 했다. 그러나 이 작업은 아직 미완이다.

전체 사슬의 중요한 고리들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단편적 지적들이 있다. 화석-핵에너지에 의존하게 된 것의 근본적 중요성, 수출 재벌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가 노동 시장에 끼친 영향, 초집중적 지역 구조가 우리의 삶에 가하는 제약, 학벌과 부동산이라는 두 계층 상승 사다리의 역할, 5·16 쿠데타 이후 한국 정치의 '불가역한' 제도처럼 되어버린 대통령 중심제, 7·4 남북 공동 성명으로부터 남북 양 체제가 이탈한 결과인 현재의 분단 구조, 새마을 운동으로부터 비롯된 시민 사회 동원 체계 그리고 박정희 정권이 남긴 최대의 유산인 "잘 살아보세"라는 대중 신앙 등등.

이 중 대다수가 1987년의 민주 항쟁 그리고 1997년의 외환 위기에도 불구하고 계속 유지, 확대되었다. 87년과 97년은 그 일부만을 바꾸고 전체 배열 양상을 약간 변경시켰을 뿐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도 '계승자'의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게 이들 정권의 실패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였다.

문제는 이러한 여러 고리들이 이루는 전체 사슬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사슬들 중 어느 고리에서 어떠한 노력을 시작할지 결단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없다면, '사회민주주의'를 주장하든 모종의 '사회주의'를 외치든 또 무엇을 꺼내든 한국 사회와는 관계없는 이야기들일 뿐이다.

 
 
 

 

/장석준 노동당 부대표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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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간 조사 문재인 "이제 불법유출 수사할 때"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3/11/07 11:07
  • 수정일
    2013/11/07 11:0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검찰, 노 대통령 수정 지시 문건 있었다
10시간 조사 문재인 "이제 불법유출 수사할 때"

2007년 10월 21일 작성한 한장짜리 문서... 문 의원에게 검찰이 보여줘

13.11.07 01:20l최종 업데이트 13.11.07 09:08l
유성호(hoyah35) 박소희(s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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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참고인 조사 마친 문재인 의원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의혹과 관련해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참고인 조사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 의원은 "검찰 자료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회의록 초본 수정·보완 지시가 이뤄졌다는 걸 확인했다, 미이관에 대한 오해가 풀렸다"며 "이제 검찰이 이 사건의 본질인 회의록 불법 유출을 제대로 수사할 때"라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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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7일 오전 9시 8분]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실종 수사 종착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6일 밤, 10시간 가까이 조사를 마치고 검찰 청사를 나온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기다리고 있던 지지자들을 향해 활짝 웃었다.

문 의원은 "검찰 자료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회의록 초본 수정·보완 지시가 있었다는 걸 확인했다, 미이관에 대한 오해가 풀렸다"며 "이제 검찰이 이 사건의 본질인 회의록 불법 유출을 제대로 수사할 때"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 50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한 문 의원은 오후 11시 20분이 돼서야 밖으로 나왔다. 지지자들은 "의원님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외치며 손뼉을 쳤다. 문 의원은 "생각보다 (조사에) 시간이 좀 많이 걸렸다"며 "질문이 많았고 조서 정리에도 시간이 많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특별하거나 새로운 질문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한 가지 사실은 새로 드러났다. 문 의원은 "검찰이 보여준 자료로 확인한 것"이라며 "최초 보고된 그 회의록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정·보완 지시가 있었고, 거기에 따라서 수정·보완 보고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오늘 확실하게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말을 이었다.

"지금 검찰이 문제 삼고 있는 게 최초 보고된 회의록이 왜 이관되지 않았냐는 건데, 수정·보완 지시가 있었고 그 내용이 다시 보고된 이상 최초 보고된 회의록이 이관되지 않은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런 점에 대해 오해가 풀렸으리라 생각한다. 앞으로는 지금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제가 아까 (조사받으러) 들어갈 때 이 사건의 본질이라고 말했던 회의록 불법 유출에 대해 이제 검찰이 제대로 수사해야 할 때다."

검찰, 대통령의 수정·보완 지시 문서 확보해 문재인에게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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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까지 기다려 준 문재인 지지자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의혹과 관련해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참고인 조사를 마친 뒤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안개꽃과 녹색풍선을 든 문재인 의원의 지지자들은 조사를 마치고 나오는 문 의원을 기다리며 "정상회담 회의록을 불법으로 공개한 정문헌, 서상기, 김무성, 권영세, 남재준 등을 모두 소환조사하라"고 요구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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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지자들에게 손 흔드는 문재인 의원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의혹과 관련해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참고인 조사를 마친 뒤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며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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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밝힌 노 전 대통령의 수정·보완 지시는 2007년 10월 21일에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해 10월 9일 이지원을 통해 회의록 초본을 보고받은 노 전 대통령은 10월 21일 한 장짜리 문서에 오탈자나 바로잡아야 할 사항 등을 적어 작성자인 조명균 당시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에게 전했다. 검찰은 이 내용이 남아있는 이지원 관련 자료를 확보했고, 문 의원에게 확인시켰다.

문서로 된 노 전 대통령의 수정·보완 지시가 있다는 것은 삭제된 상태에서 검찰이 복구했다는 회의록이 참여정부 측 주장대로 초안일 가능성을 높여준다. 그동안 이 회의록을 초안으로 봐야 할지, 또 다른 완성본으로 봐야 할지를 놓고 검찰과 참여정부 인사 측이 논쟁을 벌여왔다. 또한 수정·보완 지시를 이행해 최종본이 완성됐을 때 초안을 삭제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큰 모순이 없어 보인다.

검찰은 초본이 삭제된 시점을 정권 이양 준비를 위해 이지원 시스템 초기화 작업이 이뤄진 2008년 2월 1일에서 조명균 전 비서관이 최종본을 '메모 보고' 형태로 올린 2월 14일 사이로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서는 문 의원을 비롯한 참여정부 측도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회의록 최종본 미이관 경위'란 수수께끼가 아직 남아있다. 문 의원은 6일 조사를 받기 전에도, 그 후에도 이 부분을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노무현 재단 쪽은 조 전 비서관의 실수로 최종본이 넘어가지 않았고, 문 의원은 업무를 총괄하는 역할이었기에 세부적인 미이관 과정은 알 수 없다고 설명한다.

변호인 자격으로 문 의원의 조사에 입회한 박성수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그동안 조사한 것을 쭉 망라해 처음부터 끝까지 쭉 묻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이제 검찰의 최종 법리 판단만 남았다. 검찰은 곧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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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사령부 이 중사의 얼굴을 공개합니다.(백업용)


 

 

 


<이 글은 11월 1일 발행됐던 '사이버사령부 이 중사의 얼굴을 공개합니다'의 백업용 버전입니다. 현재 원본 글은 삭제된 상황입니다. 이 글에는 이 중사의 얼굴과 국내 아이디가 모자이크 처리됐습니다. 그러나 이 중사의 트위터 계정은 이미 언론에 공개됐기 때문에 그대로 올립니다.>

트위터 계정 @Spoon1212을 사용했던 인물이 사이버사령부 요원으로 밝혀졌습니다. 사이버사령부 요원 이모씨는 31살로 현역 육군 중사입니다.

이 중사는 사이버사령부 요원임이 밝혀졌던 지난 10월 24일 자신의 트위터에 "언론에 보도되면 사실 여부 따지지 않고 마치 그것만이 사실인 것처럼 믿게 되는 현실이 짜증나는 아침, 전후사정 따지고 앞뒤 이야기 들어보면 달라지는게 사람 마음인 것을"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자신을 아줌마, 워킹맘으로 단순히 군인을 좋아한다고 주장하는 이 중사는 국가기관이 어떻게 정치적으로 교묘하게 개입했는지를 보여주는 산 증인과 같은 인물입니다.

그녀의 변명이 과연 합당한지 아닌지를 아이엠피터가 조사해봤습니다.

' 2003년부터 심리전 업무만 담당했던 이 중사'

사이버사령부 요원 이 중사는 2002년 군입대 후 8개월 (훈련기간 등 포함)을 제외한 나머지를 심리전 업무만 담당했습니다. 정확한 그녀의 근무 경력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기무사,국방부,군 사이버순찰대 등에서 근무했다고 추측됩니다.

 

 

 


군인으로 심리전 업무를 담당하고 있던 이 중사는 2008년 MB정권 들어서 나왔던 '김지하 시인의 촛불시위 좌익 논란' 관련 동아일보 커뮤니티 사이트에 글을 올렸습니다.

아이디 'le******'를 사용한 이 중사는 김지하 시인이 주장했던 '촛불을 횃불로 이용하려는 자들이 있다'는 주장에 동의한다면서 '옳지 않은 것을 옳다고 꾸미는 사람들이 싫으네요'라는 댓글을 남겼습니다.

 

 

 


2009년 이 중사는 이상희 국방부장관이 국회의원에게 혼쭐이 났다는 게시글에도 댓글을 남겼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저렇게 말할 입장이 되나요?'라는 글을 통해 이상희 국방부 장관을 옹호했습니다.

사이버사령부 이 중사가 일반 군인이었다면 충분히 자기 생각을 말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2008년, 2009년 그녀는 현역군인으로 심리전 업무를 맡고 있었으며, 이것은 개인적인 활동이 아니라 군대 내 심리전 업무로 봐야 합니다.

군대는 공식적으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조직입니다. 그런 조직에서 심리전 요원이 정치적 댓글을 달았다는 사실은 법적인 처벌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또한,MB정권 초기부터 심리전 업무가 시작됐다는 단서가 되기 때문에 더 강력한 수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 블로그와 트위터 운영하는 엄마, 알고보니 사이버사령부 요원'

사이버사령부 요원 이 중사의 무서운 점은 그녀가 SNS 마케팅을 하는 회사보다 더 SNS를 잘 활용했다는 사실입니다. 일부 국정원 요원들은 대선을 앞두고 투입된 부분이 있지만, 사이버사령부 이 중사는 사이버사령부 창설 초기부터 활약했습니다.

 

 

 


꾸준히 트위터를 사용하던 이 중사는 2010년 사이버사령부가 창설되면서 블로그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합니다. 현재는 모든 글들이 삭제된 네이버 블로그 를 트위터를 통해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사이버사령부 이 중사는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한편으로 전문 블로거들이 많이 활동하는 티스토리에도 진출합니다, 이 중사가 운영하는 http://spoon***.tistory.com/ 티스토리 블로그의 글도 건강,음식,쇼핑,음악을 제외한 군대,북한 글은 모두 삭제된 상황입니다.

 

 

 


사이버사령부 이 중사는 다른 요원들과 다르게 팔로워가 7만명이 넘는 파워트위터리안 중의 한 명이었습니다. 그녀는 특히 유명 파워트위터리안은 물론 진보쪽 인사들과 연계한 트윗을 발행하거나, 그들과 맞팔 관계에 있기도 했습니다. (그녀는 아이엠피터 트위터 계정도 팔로잉 하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무서운 점은 일반 직장인처럼 '사장님'과 관련한 트윗을 올리거나, 아줌마,워킹맘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내용의 트윗도 올렸다는 사실입니다.

아이엠피터도 사실 그녀가 사이버사령부 요원이라는 사실을 처음에는 믿지 않았습니다. 그 정도로 그녀의 트윗은 정치적인 내용보다는 직장인,워킹맘과 같은 개인 형태로 운영됐기 때문입니다.

' 사이버사령부의 노골적인 대선과 정치 개입'

사이버사령부 이 중사의 트윗수는 35,881개입니다. 매일 트위터를 1-2시간씩 꾸준히 하는 아이엠피터도 1만개가 넘지 않은 상황을 본다면, 그녀가 얼마나 트위터를 열심히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중사가 직장인,엄마를 내세우며 했던 여러 신변잡기의 트윗도 있지만, 핵심적인 정치,대선 개입 트윗도 많았습니다.

 

 

 


사이버사령부 이 중사는 해군기지 관련 해군제독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군인권센터 주장을 '좌익'으로 모는 내용의 글을 올렸습니다. 그녀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점차 '북한 대선 개입설'을 강조하는 글을 수차례 올렸습니다.

북한이 대선에 개입하니 국방부도 이것을 막기 위해 선거에 개입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을 이 중사는 강조한 것입니다. 여기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북한이 비방하거나 NLL 관련 전쟁위협 트윗을 수차례 올렸습니다.

대선이후에도 그녀는 박근혜 대통령을 홍보하는 글이나, 포털사이트에 나온 군대 관련 글을 링크하여 확산하기도 했습니다.

 

 

 


사이버사령부 이 중사가 올렸다가 삭제한 네이버글은 아예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네이버는 검색을 막아 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티스토리에 올렸던 글은 이미지 파일로 일부가 남아 있습니다.

국방부는 사이버사령부 이 중사가 개인적인 블로그를 운영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전문 블로거나 파워블로거가 아닌 이상 블로그를 네이버와 티스토리 두 개이상 운영하는 블로거는 거의 없습니다.

또한, 아이를 키우는 직장인 주부가 새벽 3시 7분, 3시 19분 두 차례나 MB를 홍보하는 '오빤(MB)스타일'이라는 동영상을 올리지는 않습니다.

그녀가 사이버심리전단 소속으로 정치에 개입했으며, 그녀와 사이버사령부는 계속해서 정치 글을 삭제하는 등의 증거를 은폐하고 있다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 다시는 이런 군인이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이엠피터는 사이버사령부 이 중사의 얼굴이 포함된 게시글을 찾아냈습니다. 2005년 방송국 게시판에 올렸던 글로 당시에도 심리전 업무를 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인터넷에서 활동했다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여군 복장으로 여군임을 밝힌 이 중사는 네이버블로그 아이디와 동일한 'lee******'를 사용해 댓글을 올렸습니다.

MBC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활동을 하던 이 중사는 2008년,광우병 관련 MBC 'PD수첩' 게시판에 'PD수첩에 사과를 요구합니다'라는 글을 올립니다. 또한 2009년'특전사 이천 이전 반대' 등의 글도 올렸습니다. (인터넷 게시판 관련 글은 이미 삭제된 상황)

아이엠피터는 이 중사가 주부이자 군인으로 그녀의 개인적인 삶도 있다고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을 공개한 이유는 그녀가 올린 뻔뻔한 트윗 때문입니다.

 

 

 


해군제독의 선거개입을 말했던 군인권센터를 좌익으로 몰던 이 중사는 대선 기간 '군인들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게 되어 있다'는 글을 올립니다.

군인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일반 군인도 아닌 사이버사령부 소속 심리전단 현역 중사가 정치와 대선 개입 글을 올렸다는 사실은, 그녀가 범죄를 스스로 고백한 것입니다.

아무리 사이버사령부, 국정원 요원들이 증거를 삭제해도, 결국 찾으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세월이 지나도 역사는 사이버사령부와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범죄라고 말할 것입니다. 범죄가 기록된 역사에 자신의 이름이 나온다면 얼마나 자기 자녀들에게 부끄럽겠습니까?.

도대체 그녀가 어떤 이유로 '호국보훈의 달'에 전투력 향상 국방부장관 표창을 받았는지 모르겠지만, 제발 떳떳한 엄마로 살아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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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언론 북 삼지연 판형 PC 격찬

세계 언론 북 삼지연 판형 PC 격찬
 
“애플의 아이패드보도 낫다” 평가도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3/11/07 [07:09] 최종편집: ⓒ 자주민보
 
 
▲ 조선의 삼지연을 개발한 조선컴퓨터 중심 전경 이회사는 1991년 설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사진출처 구글

조선의 판형 컴퓨터(테블릿 PC) 삼지연에 대한 호의적 평가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소리방송은 북한(조선)의 판형컴퓨터 ‘삼지연’에 대해 호의적으로 평가하는 언론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 신문은 북한(조선)의 판형컴퓨터 삼지연이 어떤 면에서는 미국의 컴퓨터회사 애플이 생산하는 판형컴퓨터 ‘아이패드’ 보다 더 낫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아이패드의 경우 응용프로그램들을 별도로 구매해야 하지만 삼지연에는 많은 응용프로그램이 무료로 설치돼 있다며 삼지연의 우수성의 근거를 들었다.

또한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삼지연에는 모두 4백88개의 응용프로그램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여기에는 고무총 쏘기 등 14개의 게임과 영어와 러시아어, 일본어 등 외국어 사전, 조선대백과사전 등 다양한 사전류가 포함돼 있으며 삼지연에는 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레미제라블’ 등 서방 소설이 포함된 1백41권의 전자책도 들어 있다.”고 자세히 설명했다.

이어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 신문은 삼지연이 북한(조선)에서 조립되기는 하지만 부품들은 중국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고 전했으나 이는 추측에 불과 할 뿐 조선의 언론들이 자체의 기술로 제작했다는 보도을 종합해 보면 이는 억측일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영국의 `데일리 메일' 신문은 서방세계의 판형컴퓨터들은 가격이 비싼 데 반해, 북한(조선)의 삼지연은 미화로 2백50 달러 정도 밖에 안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혀 가격 경쟁력이 우위에 있음을 확인했다.

 
▲ 삼지연 컴퓨터 메인화면 ©


특히 “삼지연이 반응속도나 구동속도 면에서 세계의 주요 판형컴퓨터들과 경쟁할 만 하다고 소개했다.”면서 “미국의 정보기술 잡지인 ‘버지’는 삼지연의 부품들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며, 응용프로그램들도 대체로 잘 작동하는 편이라고 평가했다.”고 방송해 세계 유수의 제품들에 뒤지지 않음을 시사했다.

미국의소리방송은 북한(조선)은 지난 해부터 판형컴퓨터 삼지연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올해 초에는 텔레비전을 시청할 수 있는 신제품을 내놓기도 했다.“고 전하면서 조선중앙 TV가 ”과학기술의 힘으로 경제강국 건설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나갈 신심과 열정으로 새해 과학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는 조선컴퓨터중심의 과학연구사들이 정보교환 능력이 보다 개선된 새형의 판형컴퓨터를 연구개발 했습니다.“라고 방송한 보도를 녹취로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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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한 진보당 "목숨 걸고 싸우겠다"

'정당해산심판' 맞서 의원 전원 삭발, 무기한 단식까지... "유신독재 맞서겠다"

13.11.06 11:22l최종 업데이트 13.11.06 13:21l
권우성(kws21) 선대식(sundaisik)

 

 

[기사 대체 : 6일 오후 1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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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진보당 의원단 삭발 통합진보당 의원 5명(이상규, 김미희, 오병윤, 김재연, 김선동)이 6일 오전 국회 본청앞에서 정부의 정당해산 심판 청구에 항의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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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이 서걱서걱 잘려나갔다. 귀 위로 가위가 스쳐가자,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이 눈을 지긋이 감았다. 이상규 의원이 가장 먼저 파르스름해진 머리를 드러냈다. 김미희 의원은 담담하게 정면을 바라봤다. 의원들의 머리카락이 금세 수북히 쌓였다.

미리 예고됐던 일이었지만 가위와 이발기가 등장하자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민주주의 지켜내자"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던 한 남성 당직자가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렸다. 옆의 여성 당직자도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쳐냈다. 모두 손팻말 뒤로 얼굴을 숨기고 숨죽여 울었다.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헌정 사상 첫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를 받게 된 통합진보당(아래 진보당) 의원들이 6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삭발했다. 내란음모혐의로 구속된 이석기 의원을 제외한 김미희·김선동·김재연·오병윤·이상규 의원 등 의원단 전원이 참여했다. 정부가 지난 5일 진보당을 대상으로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를 헌법재판소에 제소한 것을 규탄하고 투쟁을 결의하는 자리였다.

"노동자·농민·도시서민·민중의 벗이고자 함을 다시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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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한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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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한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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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윤 진보당 원내대표는 "어둠이 깊어갈수록 새벽이 다가온다, 어둠이 빛을 이길 순 없다"며 투쟁 의지를 북돋았다.

그는 "(민주노동당 당시) 무상의료·무상교육 현수막을 들고 거리를 내달릴 적에 많은 국민들이 박수를 보냈고 2004년 17대 총선에서 10명의 진보정당 국회의원을 탄생하는 영광을 누린 적도 있었다"면서 "삿된 무리들의 준동은 순간의 어려움을 주지만 그에 맞서왔던 자랑스럽고 영광스러운 투쟁은 그 자체로 민중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에 출범 이후 수많은 탄압 속에서도 진보정당으로서 살 길을 묵묵히 지켜왔다"고 말했다.

또 "진보당은 노동자·농민·도시서민·민중의 벗이고자 함을 다시 고백한다"며 "수구·기득권 세력들을 국회의사당과 현실정치에서 완전히 박멸하는 그날까지 끝까지 맞서 싸우고 하는 꿈을 국민 여러분이 함께 지켜주시라"고 호소했다.

김선동 의원은 "진보당은 민주노동당 때부터 동학농민운동, 3·1자주독립운동, 4·19민주혁명의 정신을 계승하고 87년 6월 민주항쟁의 주체들이 노동자대투쟁·촛불항쟁 등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만든 당"이라며 "(정부는) 이를 두고 헌법에 위반한다는 어거지를 피워 헌법정신을 유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은 전시작전권 반환 연기, 경제민주화와 서민공약 파기, 6·15공동선언 및 10·4공동선언 부정 등 스스로를 역사의 퇴보이자 반동임을 증명하고 있다"면서 "해산돼야 할 것은 새누리당이고 국가정보원이고 유신독재의 잔당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내란음모 낙인에도 8% 득표한 진보당... 청와대 간담 서늘해졌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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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한 통합진보당 오병윤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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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한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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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발한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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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의원은 최근 치러진 경기 화성갑 보궐선거 결과를 지적하며 이번 사태를 '정치공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란음모 정당이라는 낙인을 찍었는데도 홍성규 진보당 대변인이 화성 선거에서 8% 득표했다,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투표소에서는 서청원 당선자와 4%p 차이였다"며 "청와대와 국가정보원은 간담이 서늘해졌을 것이다, 이런 정당을 그대로 두고 어떻게 (그들의) 영구집권이 가능하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과 함께 사생결단의 각오로 친일과 유신독재를 막아낼 것"이라며 "(이번 정부의 정당해산심판청구대로라면)노동자·민중을 위해 일하는 시민단체와 노동조합들도 해산당할 수박에 없다, 이 땅의 진보개혁을 열망하는 모든 세력에 대한 탄압"이라고 강조했다.

김재연 의원은 "목숨걸고 싸우겠다"고 짧게 밝혔다.

한편, 진보당 의원단은 이날 삭발식 이후 본청 2층 정문 바깥에서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다. 이외에도 서울광장 72시간 노숙농성, 100곳 1인시위, 촛불집회 등을 진행하며 정부의 '정당해산 심판청구'를 규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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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진보당 의원단 삭발·단식 돌입 통합진보당 의원 5명(이상규, 김미희, 오병윤, 김선동, 김재연)이 6일 오전 국회 본청앞에서 정부의 정당해산 심판 청구에 항의하며 삭발한 뒤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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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미사 “박근혜 정권, 정당성 세울 마지막 기회 놓치지 말아야”

 

천주교 부산교구 시국미사 “박근혜 정권, 정당성 세울 마지막 기회 놓치지 말아야”

 

“부정선거, 밀양 송전탑 등 총체적 ‘거짓’ 공세에 ‘진실’로 맞설 것”

정현진 기자 | regina@catholicnews.co.kr

 

 

 
▲ 4일 부산 서면성당에서 ‘부정선거 규탄,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천주교 부산교구 시국미사’가 봉헌됐다. ⓒ정현진 기자

 

“거짓의 어둠에 맞서 진리의 빛으로 답합니다.”

4일 저녁, 부산 서면성당에서 ‘부정선거 규탄,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천주교 부산교구 시국미사’가 박승원 신부(전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장) 주례로 봉헌됐다.

부산교구에서 두 번째로 봉헌된 이번 시국미사에서는, 지난 9월 시국미사 이후 새롭게 드러난 시국 문제들을 짚으며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동화 신부는 이번 시국미사에 대해 “국정원은 물론 검찰과 국방부, 국가보훈처까지 개입된 것으로 드러난 ‘부정선거’ 진상은 물론, 현재 부산교구 최대 시국 사안인 밀양 송전탑 건설 문제, 이와 관련된 핵 발전 문제 등 현 정권의 총체적 ‘거짓’ 공세에 진실로 맞서기 위한 자리로 마련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거짓을 어둠으로 덮을 수 없으며, 어둠을 거짓으로 덮을 수는 없습니다. 아무도 몰랐던 거짓이 이제 하나씩 하나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어둠이 하나씩 하나씩 물러가고 있습니다. 하나씩 하나씩 드러나고 밝혀질 것입니다. 새벽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는 순간에, 그러나 한순간에, 단박에, 눈부시게 찾아옵니다. 오늘 우리가 봉헌하는 이 미사는 어둠을 뒤엎는 빛을 위한 것입니다.” (이동화 신부 발언)

 

   
▲ 4일 부산 서면성당에서 ‘부정선거 규탄,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천주교 부산교구 시국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이 기도하고 있다. ⓒ정현진 기자

 

이번 미사에서는 평신도와 수도자, 사제가 각각 현 시국에 대한 발언과 강론에 나섰다.

평신도 대표로 강론대에 선 이규정 교수(전 부산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는 현 정권의 대표적 ‘거짓’으로 대선 공약의 축소, 철회를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금 이 나라는 거짓에 의한 어둠에 갇혀 있다. 국민은 어둠 속에서 기댈 언덕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거짓으로 일관된 대선 결과를 비판하는 것은 대선 불복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 외치는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영미 수녀(한국 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장)는 밀양 송전탑 건설 문제와 그 배경인 핵발전 정책에 대한 ‘거짓’이 무엇인지 지적하면서, 수도자들이 왜 이 문제에 나서야 하는지를 역설했다.

“밀양의 문제는 사회적인 문제 이전에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삶의 기반, 존재의 기반이 무너지는 문제입니다. 평생을 살아온 터전과 삶과 생명을 잃는 그 슬픔을 어떻게 알아들을 수 있을까요? … 세상을 위해 충분히 기도한다고 말하지만, 현장을 보고 난 후 드리는 기도의 무게는 다를 것입니다. 밀양에 연대하는 우리에게 보수언론에서 외부세력이라고 하지만, 이는 나와 너를 가르는 말입니다. 우리는 불법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해 기도로 비폭력 직접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김영미 수녀는 “송전탑 계획이 시작될 때부터 이권과 탐욕에 눈이 어두워 합법적인 민주적 절차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음은 물론, 거짓으로 노인들을 기만하고 있다”면서 “밀양은 무절제한 탐욕과 욕망이 얼마나 폭력적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곳”이라고 꼬집었다.

김영미 수녀는 “우리를 더 나은 세상으로 나가도록 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기도와 연대이며, 8년간 지치지 않은 이 싸움은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는 지표”라면서, “수도자의 정체성은 시대의 징표를 탐구하고 복음의 빛으로 해석하여 길을 제시하는 예언자적 소명을 실천하는 것이다.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은 천상의 예루살렘이 아니라 가장 고통 받는 권위에 순명하는 것, 함께 통곡에 응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4일 부산 서면성당에서 ‘부정선거 규탄,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천주교 부산교구 시국미사’가 봉헌됐다. ⓒ정현진 기자

 

마지막으로 이동화 신부는 “그동안 우리는 부정선거에 가담한 이들에 대한 처벌과 대책 마련,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대통령은 그동안 어둠을 덮기 위한 거짓, 거짓을 덮기 위한 어둠을 부를 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이 신부는 “오늘 우리의 기도는 거짓을 밝히는 진리를 위한 것이며, 이 미사는 어둠을 뒤엎은 빛을 위한 것”이라면서 “진리의 빛은 우리의 양심과 상식의 목소리, 작은 촛불, 함께 맞잡는 손과, 함께 거는 어깨 너머로 단박에, 눈부시게 찾아올 것”이라고 독려했다.

미사를 마친 후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세 번째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부산 정평위는 “정권의 정당성을 세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라. 거짓을 버리고 진실을 선택, 쇄신할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라”면서, “대선 불법 개입 관련자 특검 실시와 처벌, 불법 개입 수사에 대한 외압과 방해 중단, 불법 개입 수사를 방해하는 관련자 해임, 총체적 불법 선거 개입과 수사 방해에 대한 대통령의 합당한 책임” 등을 촉구했다.

 

천주교 부산교구 제3차 시국선언문 (전문)

거짓의 암흑에 진리의 빛으로 답한다

“거짓을 일삼은 자야,
너는 파멸을 꾸미고 네 혀는 날카로운 칼과 같구나.”(시편 52,4)

과거 국가권력 기관에 의해 선거와 민주주의의 훼손을 수없이 목격한 우리는 2013년 현재, 잊었던 과거를 또 다시 눈앞에서 볼 수밖에 없는 놀랍고도 슬픈 현실 안에 있습니다. 또한 부도덕한 방법으로 정권을 잡은 이들의 결말이 어떠했는지도 지난 역사를 통해 이미 경험하였습니다. 이에 우리들은 민주주의의 역사적 퇴행에 심히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그렇게 세워진 정권이 결국 불행과 파멸로 가리라는 우려와 그로 인해 갈등과 고통을 받아야 할 국민들의 상처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미 밝혀진 국정원과 경찰청 그리고 새누리당의 불법 행위에 이어 국군 사이버 사령부, 국가보훈처, 통일부, 노동부 등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는 국가 기관의 조직적이고 총제적인 불법행위를 보면서 과연 불법적인 대선개입이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또 그 결정권자가 어디에 이르는지 의문케 합니다. 더 나아가 대선과 관련된 여러 가지 불법적인 선거개입을 조사함에 있어 진실 규명의 책임이 있는 이들이 오히려 진실을 은폐·축소하고 수사팀을 외압‧방해 심지어 수사팀장을 수사에서 배제시키는 지금의 사태는 현 정권의 정당성까지 의심케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의 문제가 자신과 관련이 없으며, 최근 이 문제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그 말에 진정성이 있기 위해서는 현재 수사를 방해하는 모든 이들을 우선 물러나게 하는 것이 먼저가 아닙니까? 수사 의지도 없고, 오히려 수사를 방해하고 수사팀을 흔드는 이들을 그대로 둔다면 그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정권의 정당성을 세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 거짓을 버리고 진실을 그리고 쇄신할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 슬픔과 의로운 분노를 느끼며 요구하는 우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를 바랍니다.

1. 박근혜 대통령과 국회는 지난 대선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국가기관과 관련자에 대해 즉각 특검을 실시하여 성역 없이 조사하고, 처벌하라.
2.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그리고 수사 기관 책임자들은 대선 불법개입 수사에 대한 그 어떠한 외압과 방해를 중단하라.
3.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불법개입 수사를 방해하는 관련자들을 즉각 해임하라.
4.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조직에 의한 총체적 불법 선거개입과 수사 방해 행위에 대하여 합당한 책임을 져라.

2013년 11월 4일
천주교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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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예산? 셀프 책정, 셀프 결산, 셀프 감사

국정원 예산? 셀프 책정, 셀프 결산, 셀프 감사
 
[집중분석] 정부 부처에 숨겨놓은 국정원 예산60%도 국민 혈세
 
육근성 | 2013-11-05 11:51:2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사용되는지 감시와 통제를 받지 않은 채 연간 1조원이 넘는 국민 혈세를 사용해온 국가기관이 있다. 국정원이 그렇다. 이렇다 보니 예산 중 일부가 불법 정치·대선개입에 사용돼도 그만이다.

치외법권과 특혜 누려온 국정원 예산

국정원의 ‘특혜 예산’이 논란이 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5년 <한겨레>는 안기부(국정원의 전신) 감사관실 직원이었던 정병주씨의 증언을 보도한 바 있다. 정씨는 안기부가 예산(1996년도) 5596억원 가운데 쓰고 남은 돈 848억원을 정치자금으로 빼냈다고 폭로했다. 국정원 예산의 15%가 정치자금 조성에 사용됐다는 얘기다.

‘안풍 사건’도 있다. 2000년 15대 총선직전 신한국당에 안기부 자금 400여억원이 유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다. 2001년 검찰은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이 안기부 예산 1157억원을 1995년 지방선거과 1996년 총선 자금으로 당시 여당인 민자당과 신한국당에게 제공했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한다.

선거 당시 당 사무총장이었던 강삼재, 돈을 세탁해 준 경남종금 서울지점장, 김기섭 전 안기부 차장 등이 중형을 선고 받았지만 강삼재는 이 돈이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나왔다고 주장했다. 김영삼은 강삼재에게 돈을 준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이 돈이 김영삼의 정치자금으로 보고 강삼재와 김기섭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정권 통치자금도 관리, 정치자금으로 사용되기도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채 재판이 끝났지만 세간에서는 이 돈이 노태우 정권 때부터 안기부에 맡겨 관리해오던 통치자금의 일부라는 얘기가 파다했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이 중정(안기부)에 통치자금을 맡겨 관리해 왔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국정원이 국민 혈세로 충당되는 예산을 정치자금이나 대선 개입 비용으로도 쓸 만큼 부패된 데에는 정치권의 책임도 크다. ‘국정원 예산’에 부여된 지나친 특혜가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이를 바로잡지 못했다.

예산 책정부터 ‘특혜’다. 국정원 예산은 총액 및 예비비로 편성된다. 기밀유지라는 명분 아래 태반의 예산이 특수활동비로 책정된다. 국회 예결위에 제출된 자료에 의하면 국정원이 연간 쓰는 돈은 1조원이 넘는다.

국정원 예산의 60%, 타 부처 예비비 등으로 숨겨진 채 사용돼

정부 특수활동비 명목에서 4000~5000억원, 기획재정부 예비비에서 3000~4000억원, 경찰청 예비비에서 800억원을 예산으로 책정 받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통일부, 국방부, 법무부 등 각 부처 예산으로 편성돼 있지만 실제로는 국정원이 사용한 예산만 해도 2000~3000억원에 달한다.

2010년 국회 예결위 자료에 의하면 2009년 국정원에 책정된 예산은 4419억원. 하지만 실제 쓴 돈은 1조443억원었다. 국정원이 쓸 돈 가운데 6024억원을 기재부 예비비와 각 부처 예산에 숨겨 놓았기 때문이다.

‘국정원 예산’은 치외법권을 누린다. ‘국가재정법’ 22조에 의하면 사용목적이 지정되지 않은 일반예비비는 본예산 총액의 1% 정도로 책정돼야 한다. 하지만 국정원의 경우는 60%에 이른다. 본예산이 예비비와 숨겨진 예산을 합한 것보다 훨씬 적다.

영수증 필요없는 예산, 예산안 자체가 2급 비밀

예결산 심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국정원 예산은 국회 예결위가 아닌 정보위에서 비공개로 심의된다. 당연히 형식적일 수밖에 없다. 설령 심의가 이뤄진다 해도 한계가 있다. 사용목적을 지정할 필요가 없는 예비비가 본예산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사후 감시도 불가능하다. 국정원법 제12조에 의하면 “세출예산을 총액으로 요구하며 산출내역과 국가재정법에 따른 예산안 첨부서류를 제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총액만 표시해 예산을 책정 받으니 결산심의에서도 영수증을 제출할 의무가 없게 된다.

또 예산 자체를 2급 비밀로 규정해 놓아 ‘예산 내역 공개와 누설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국회 정보위 위원들만 열람할 수 있다.

 

제12조(예산회계)

② 국정원은 세출예산을 요구할 때 관(款)·항(項)을 국가정보원비와 정보비로 하여 총액으로 요구하며, 그 산출내역과 「국가재정법」 제34조에 따른 예산안의 첨부서류는 제출하지 아니할 수 있다.

⑤ 국회 정보위원회는 국정원의 예산심의를 비공개로 하며, 국회 정보위원회의 위원은 국정원의 예산 내역을 공개하거나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셀프 책정, 셀프 결산, 셀프 감사 이뤄지는 곳

감사원의 감사도 받지 않는다. 국정원법 제13조가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국정원장에게 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안전보장에 영향을 미치는 기밀 사항’일 경우로 한정하고 있지만 그 판단은 오로지 국정원장의 몫인 까닭에 얼마든지 전횡이 가능하다.

제13조(국회에서의 증언 등)

① 원장은 국회 예산결산 심사 및 안건 심사와 감사원의 감사가 있을 때에 국가의 안전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 기밀 사항에 대하여는 그 사유를 밝히고 자료의 제출 또는 답변을 거부할 수 있다.

예산 책정도, 결산도, 감사도 모두 국정원장의 권한인 셈이다. 셀프 책정, 셀프 결산, 셀프 감사가 이뤄지는 곳이 바로 국정원이다.

<정부 특수활동비의 70%를 국정원이 사용하고 있다.>

 

국민혈세 빼내 불법 선거 공작

이러니 국민혈세를 빼내 불법 선거 공작을 자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민간인 댓글 알바까지 고용해 1인당 월 300만원씩 지급해온 사실이 들통 났다. 하지만 ‘알바단’의 규모조차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적지 않은 국민혈세가 국정원이 대선개입을 목적으로 조직한 심리전단과 SNS 전담팀, ‘민간인 알바단’으로 흘러들어갔을 것이다.

이 밖에도 국민혈세로 정치·대선 공작을 했다는 의혹은 여럿이다. 국정원이 국방부에 특수활동비 명목으로 지원한 돈이 연간 1500억원에 이른다. 대선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방부 심리전단 운영비 등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국군 사이버사령부에 국정원 돈이 투입된 사실이 드러났다. 2011년 30억원, 2012년 42억원 지원됐으며 올해에는 55억원으로 증가했다.

기밀이 요구되는 활동을 하려면 영수증 첨부도, 감사도 받지 않는 ‘융통성 큰 돈’이 필요하다는 게 국정원의 주장이다. 하지만 국정원은 이런 치외법권적 특혜를 이용해 정치와 대선에 개입하는 등 헌정질서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유린해 왔다.

예결산 특혜 사라지고 국정원 감사 받아야

그런데도 남재준 국정원장은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지원에 힘입어 “국정원 국내파트를 축소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국내파트 예산은 올해도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혈세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특정 정치세력을 옹호하는 데 쓰일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의 감시와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예결산 특혜’가 사라져야 한다. 예산이 국회 정보위가 아닌 예결위에서 정상적으로 심의돼야 하고, 특수활동비도 용도를 구분해 편성돼야 할 것이다. ‘셀프감사’ 관행도 사라져야 한다. 국정원도 감사원 감사를 받도록 법을 고쳐야 마땅하다.

본글주소 : http://www.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22&uid=189&table=c_aujourdh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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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해산 청구, 박근혜 정권의 '물타기?'

[전문가 분석] "정당법 기본 가치 무시…지방선거 변수 안될 것"

곽재훈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11-05 오후 4:05:14

 

 

박근혜 정부가 5일 국무회의에서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를 의결했다. 정치권은 들끓고 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와 관련, <프레시안>은 정치 전문가 3인을 긴급 전화 인터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밀어붙인 정당해산심판 청구의 부조리함을 지적하면서도, 박근혜 정부의 의도를 잘 읽고 차분하고 전략적인 대응을 할 것을 당사자인 통합진보당을 포함한 야권과 시민사회에 당부했다.

이들이 짚어낸 정권의 의도는 "방어벽 의제"(김윤철 경희대 교수), "갈등의 치환전략"(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등 표현은 달랐지만 결국 이명박 정부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태와 공약 후퇴 논란을 덮을 '물타기'라는 쪽으로 수렴했다.

이른바 'NLL 대화록' 논란과 '사초 폐기' 논란에서 최근의 전교조 법외노조화, 문재인 의원 검찰 소환까지가 모두 일련의 흐름 위에 있다는 분석이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편집자>


■ 박상훈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대표 (정치학 박사)

이 정부의 정국 운영 방법은 '갈등의 치환' 전략 같다. 지난 대선에서 여야 모두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말했는데, 현재로서는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럴 때 야당이나 여론의 반대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을 정치학에서는 '갈등의 치환',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라고 한다. 이 전략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은 두려움을 동원하는 것이다. 한국이 과거 전쟁을 했으니 친북, 종북 같은 요소를 정국의 초점으로 잡아 그런 갈등으로 몰아 가는 것이다.

국내 정치는 이렇게 이념 논란, 종북 논란, 선거 불복 논란으로 끌고 가고, 박근혜 대통령 본인은 국내정치로부터 거리를 두면서 초연하게 대외관계나 외교 중심으로 하려는 것이 이 정부의 기조인 것 같다. 그러니 권위주의 정권 때에도 없던 전교조 법외노조화 같은 일이 생긴다. 문재인 의원 등 NLL 문제도, 이번의 통합진보당 사태도 일부러 다른 갈등을 불러들이는 사례다.

우리가 통합진보당에 대해 비판을 하지만 그 당도 자율적 결사체이다. 우리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 당 활동을 하는 건 헌법적 권리다. 그 당이 잘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지 안 해 주고, 투표 안 해 주고, 혹시 불법행위를 한다면 그것만 처벌하면 된다. 정당해산심판 청구는 헌법이나 정당법의 기본 가치를 무시하는 행위다. 그 정도 강령을 문제 삼는 건 언어도단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당해산심판 청구가 윤리적으로 옳다, 그르다를 떠나 이 자체가 그들이 만들어 낸 정치전략이다. 그들이 말하기 싫어하는 것에 대해 말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끌려다니게 된다. 박 대통령 집권 이후 지난 8개월은 이른바 민주·진보 쪽이 집권파들의 '갈등 치환 전략'에 끌려다닌 시기다. 지난 대선에서 얘기했던 기조들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무슨 'NLL 포기 발언이 있냐 없냐' 이런 사소한 문제로 치환돼 버리는 것에 대해 야당이 무전략으로 대응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여당이 전략적으로 내민 수단에 말린 것이다.

통합진보당도 이 문제만 가지고 죽어라 싸울 일은 아니다. 그냥 법적으로 풀면 된다. 여기에 목숨 다 걸 게 아니라, (집권세력이) 정치를 제대로 하라고 공격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우리가 과연 좌경이냐 아니냐' 이런 것으로, 그들이 원하는 대로 끌려 가면 안 된다. 이른바 야권이 지난 몇 년 간 흥분해서 여당 쪽의 전략에 말리는 바람에 다 당했다. 그들은 상대를 '자극'하려 하는 것인데, 슬기롭게 대응하지 못하고 화만 냈다. 전략적 의도를 잘 이해하고 싸워야 한다.

■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우선 박 대통령과 현 정권 핵심들은 '종북'에 대한 신념이 확실히 있다. 그런 면이 있고, 다른 하나는 국정원 대선 개입 문제에 대해 '수사 결과 보자. 재발 방지하겠다'고 약속하고 마무리하려는 상태, 경제민주화 등 정책에 대한 공방이 예상되는 상태에서 방어벽을 칠 수 있는 의제들이 필요한 면이 있다.

NLL 문제, 사초 문제 등 이같은 몇몇 의제들이 다 일련의 흐름 안에 있다.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거기서 읽히는 것은 '밀리면 안 된다'는 것이고 정국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야당이 약체라도 그들이 야당을 키워줄 이유가 없는 것이고, 그러니 주도권을 행사하면서 이념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런 '방어 의제'들을 계속 운용하고 있는 것은, 그게 의도적이든 아니든 이 정부의 특징이다.

이번 사태 같은 경우, 야당 입장에서는 곤란한 측면이 있다.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정당 해산 추진에 대해 반발을 하긴 해야 하는데 이념 문제가 걸리기 때문이다. 조금만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다 보면 다시 이념갈등의 요소가 강화되면서 '정쟁'이 이어질 것 같으니 어려운 상황이다.

5일 오전 민주당 논평을 보면 그런 딜레마를 보여주는 것 같다. 하지만 빨리 방침을 정해 당 내를 정리해야 한다. 민주당 내부적으로도 어려울 것이고, 지방선거를 앞둔 야권연대도 이런 상황에서는 어려워진다.

시민사회의 관점에서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에 따라 엄정한 절차와 과정 밟고 법원의 공정한 판단 속에 이뤄지도록 하는 제안들을 해야 할 것이다. '사법부의 판결이 얼마나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는지 주시하겠다' 정도의 입장을 취해야 할 것 같다.

대부분 국민들의 경우에, 이렇게 막 정부가 정당을 해산하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에 동의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단순한 반공 이데올로기 때문이 아니라, 시대착오적인 종북주의 때문에 이 사태에 있어서는 방관적으로 지켜보는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면에서 야당이 '위기다'라고 하면서 시민사회를 동원하고 '민주 대 반민주' 구도로 가져가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

■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소셜미디어 컨설턴트)

최근 1년 간의 정국은 국가 정보기관이 정치 정국을 주도해 왔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굉장히 불행한 일이다. 이 가운데 보수 강경파들은 총공세를 펴고 있다. 이는 새누리당에도 좋은 일이 아니다. 합리적 소장파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과거에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목소리도 들리지 않고 강경 일변도로 밀어붙이는 느낌이다.

그들이 밀어붙이기를 하는 목적을 알 수는 없겠지만, 전체적인 보수진영의 세력 공고화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멀리 보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 구도에서, 이념이 과잉된 제어되지 않는 강경보수들이 최소한으로 합의된 민주주의 원칙마저 무시하는 분위기다.

야권의 대응도 미숙하다. 5일 오전 민주당 논평을 들었는데, 너무 복잡하다. 무슨 난수표를 듣는 것 같다. 저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문제라고 본다. 통합진보당의 낡은 이념을 반대하는 것과,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정당의 다양성을 부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어떤 이념적 목표를 위해 민주적 기본원칙을 훼손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너무 계산을 복잡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 단순하게 볼 필요가 있다. 일단 헌법재판소로 넘어갔지만, 향후라도 같은 정당의 입장에서 좀 단순한 메시지가 나와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이석기 의원 사건도 아직 법원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고, 그나마 이 의원에게 적용이 검토됐던 것으로 알려진 반국가단체 구성 혐의 등도 막상 기소장에서는 빠진 상태다. 그런 부분들에 대한 생각도 없이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한 것은 민주주의 원칙의 후퇴라고 본다.

이번 사태가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가 될 것 같지는 않다. 지방선거는 기본적으로 이념이 먹히지 않는 선거이고, 주민 삶의 향상을 기본에 두고 전선이 형성될 것으로 본다. 만약 이념적 프레임으로 선거에 '올인' 하려 하는 정당이 있다면 오히려 불이익을 당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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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의 의미... 앞으로 어떻게 되나

'민주적 기본질서'는 과연 어디까지인가
보수파 정부가 던지는 근본적 질문

[해설]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의 의미... 앞으로 어떻게 되나

13.11.05 20:06l최종 업데이트 13.11.05 22:09l
이병한(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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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당 관계자들이 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데 대해 '제2의 긴급조치, 반 민주적 진보당 해산기도 중단'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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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부가 판을 키워버렸다.

5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사전예고도 없이 법무부 긴급 안건으로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건'을 의결하므로써, 소위 '이석기 RO(Revolutionary Organization·혁명조직) 사건'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 전개는 단순히 통합진보당 차원을 넘어섰다. 이날 국무회의는 서유럽 순방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불참한 상태에서 열렸다.

'위헌정당 해산'과 관련한 헌법 문구는 명확하다. 헌법 제8조 4항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 정부는 헌법재판소에 그 해산을 제소할 수 있고, 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의하여 해산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핵심은 이것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 '민주적 기본질서'는 과연 어디까지인가. 이번 청구는 그 '민주적 기본질서'의 폭을 대한민국 최고 헌법 해석 기관인 헌법재판소에게 제시해달라는 것이다. 헌정 사상 처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정당 해산 심판 청구는 '또 하나의 사건'이다. 수원지방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내란음모 혐의 사건에서부터 촉발됐지만, 그보다 훨씬 차원이 크고 엄중한, '민주적 기본질서 해석 사건'이다.

급했던 법무부... 주장과 사실의 혼재

이날 오전 10시경 브리핑에 나선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단호했다. 그는 "통합진보당은 강령 등 그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것이고, 통합진보당 핵심세력인 RO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신속히 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하고, 이와 아울러 국회의원직 상실결정 청구 및 각종 정당활동 정지 가처분 신청 절차를 조속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무부가 배포한 보도자료는 33쪽에 달했다. 핵심 내용은 강령 등 진보당의 목적과 RO 사건 등 진보당의 활동이 모두 민주적 또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특히 법무부는 "통합진보당은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창당 및 NL계열의 입당 과정, 강령 개정 및 3당 합당 등 과정에 북한 지령을 통해 북한과 연계되어 온 사실이 확인"됐고 "과거 민주노동당 시절과 달리 RO의 내란음모로 활동의 위헌성이 소명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법무부가 말하듯 창당과 입당, 강령과 합당 등 그야말로 당의 전 과정이 북한과 연계됐는지는 전혀 객관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 또 내란음모 혐의 사건은 위헌성이 소명되기는커녕 1심 공판이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이번 정당 해산 심판 청구를 급하게 서둘렀다는 흔적은 여기저기서 보인다. 최소한의 절차적 합리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내란음모 혐의 사건에 법원 판단이 내려지기까지 심판 청구를 기다리는 게 맞다. 야당 등 반대 정파에서 '이것이야말로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주장하는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에도 정부는 여러 차례 "법원 판단을 기다리자"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유독 이번 사건을 기다리지 않았다. 장주영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은 "내란음모 혐의 사실관계가 변호인과 검찰 사이에 굉장히 논란이 많은 가운데, 이것을 근거로 정당 해산을 청구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을 사전예고도 없이 대통령도 부재중인 아침 국무회의에서 기습적으로 작전하듯 처리해버렸다. 이날 오후 2시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정점식 위헌정당·단체 관련 대책 태스크포스(TF) 팀장(서울고검 공판부장)은 검토 과정에서 "헌법 교수 다섯 분에게 의견을 구했다"고 말했다.

내란음모 사건과 정당해산 심판의 연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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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예비음모 혐의로 구속 중인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사진은 9월 5일 오후 경기도 수원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당원들에게 손을 들어보이는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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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진보당 해산심판 청구로 인해 수원지방법원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에서 열리는 내란음모 혐의 재판이 더욱 주목받게 됐다. 법리적으로 수원지법의 판결과 헌재의 심판이 연계되어 있지는 않다. 헌재도 이론심뿐 아니라 사실심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사건이 별개라고 말하는 것은 소위 이석기 RO 사건이 터지지 않았어도 지금 이 시기에 정부가 진보당 해산심판 청구를 냈을 거라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공허하다. 두 재판은 실질적으로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형법상 내란음모 및 선동,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혐의 등을 다투는 1심 재판에서 만약 일부 유죄가 나온다 하더라도 핵심인 내란음모 혐의가 무죄가 나온다면, 헌재가 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릴 근거가 희박해진다. 반면 내란음모 혐의가 인정된다면 법무부의 주장은 더욱 힘을 받게 된다. 물론 이 경우에도 헌재의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 내란음모 혐의 재판과 정당 해산심판 청구가 연결되어 있기는 하지만, 자동 연계는 아니다. 후자가 전자보다 더 차원이 높다.

확실한 건 이것이다. 만약 내란음모 혐의가 무죄라면, 논리적으로 헌재가 해산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원지법은 30여 년 만에 열리는 내란음모 혐의 재판을 다음주부터 특별기일을 정해 집중심리할 예정이다. 12일(화) 첫 공판을 시작으로 매주 월·화·목·금요일 오후 특별기일을 열어 진행한다. 그만큼 1심 판결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시험대에 오른 5기 헌재

이제 한국사회에서 용인되는 민주적 기본질서의 폭은 9명의 헌법재판관들 손에 달리게 됐다. 법률은 정당해산 결정을 탄핵 결정만큼 신중하게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인 판단과 달리 과반수가 아닌 9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또 서면심리가 아닌 구두변론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번 해산이 결정되면 그 정당의 명칭은 다시 사용하지 못할 뿐 아니라 동일하거나 유사한 강령으로는 정당을 창당하지 못한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것으로 보는 의견이 다수다. 180일 이내에 결정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이는 강제가 아닌 훈시 규정이다. 박주민 민변 사무차장은 "이번 건은 단순히 정당 하나 해산 문제를 넘어서서 헌법 해석에서 엄청난 의미가 있다"면서 "헌재는 나중에 어떤 평가를 받을까도 염두에 두고 신중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헌법학 교수는 "헌재가 사실관계 확인에 직접 나서는 게 어느 정도 가능할지 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헌재는 5기로, 현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3월말 구성이 완료됐다. 박한철 소장을 비롯한 3명을 박 대통령이 지명했고, 전체 9명 중 2명이 검찰 공안통 출신이다. 그 외에도 판검사 일색, 50~60대 남성 압도, 서울대 과점 등 출범 당시부터 다양성 부족과 보수화 우려가 제기된 상태다. 이들은 과연 보수파 정권이 정면으로 던지는 '민주적 기본질서가 어디까지인가'라는 질문에 뭐라고 답할 것인가.

이 근본적 질문에 답할 헌법재판관 9명은 박한철(소장), 이정미, 김이수, 이진성, 김창종, 안창호, 강일원, 조용호, 서기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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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판으로 가득 찬 비밀문건

오판으로 가득 찬 비밀문건
 
한호석의 개벽예감 <86>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3/11/05 [14:22] 최종편집: ⓒ 자주민보
 
 
▲ 2013년 10월 13일동해에서 작전 중이던 인민군 구잠함 233호의 장병 20여 명이 전사하였다. 그들은 미국 항모강습단의 전격적인 동해진입과 기습타격전연습 강행으로 조성된 긴장된 상황에서 해상정찰임무를 수행하던 중 불의의 사태를 만나 전사한 것으로 보인다. 위의 사진은 구잠함 233호와 유사한 중국인민해방군 소속 400t급 037형 구잠함을 촬영한 것이다. (image credit=sinodefense.com) © 자주민보, 한호석 소장 제공


1999년 2월에 작성된 국정원 비밀문건

김대중 대통령이 재임기간 중에 이룩한 가장 큰 공적은 사상 처음 현직 대통령으로 방북하여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상봉하고 6.15 공동선언을 채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00년에 6.15 공동선언을 채택한 김대중정부의 ‘뒷모습’은 전혀 다르게 생겼다.

1999년 2월 김대중정부는 “북한 급변사태와 통일대비책을 정리한 비밀문건”을 작성하였다. 그 비밀문건의 존재는 2013년 1월 이정훈 <신동아> 편집위원이 발표한 글에서 드러났다.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그 비밀문건을 작성한 주체가 구체적으로 김대중정부의 어느 부처였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비밀문건의 성격과 내용을 보면 국가정보원이 그 비밀문건을 작성한 것이 확실해 보인다.

국정원 비밀문건에 따르면, 북의 급변사태에 대한 김대중정부의 대응은 세 단계에 걸쳐 진행되는데, 위기관리단계→통일추진단계→실질통합단계가 그것이다.
 
▲ 미주 통일학연구소 한호석 소장 ©자주민보
첫째, 국정원 비밀문건에서 말한 위기관리는 북의 정권붕괴조짐이 나타난 초기에 긴급히 대처하는 대응행동을 뜻한다. 국정원 비밀문건에 들어있는 대응행동의 구체적인 내용은 너무 황당해서 이 글에서 언급하지 않고, 다만 김대중정부 시절의 국정원이 위기관리단계에서 예상한 여러 긴급대응행동들 가운데 진보세력에 대한 탄압이 포함되었음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국정원 비밀문건에 따르면, “위기관리단계에서는 남파간첩출신, 사회주의지하혁명조직 구성원, 친북좌익이념단체의 인물, 재야-노동운동단체의 핵심인물, 북한공작조직과 연계혐의가 있는, 내사와 수사-공작 대상자 등은 (국정원이) 경찰, 검찰, 기무사와 함께 특별관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이 기존 감시대상을 특별히 관리한다는 말은 그들을 체포, 구속, 처형한다는 것을 뜻한다. 최근 통합진보당, 전교조, 자주민보, 개별적 진보인사들을 포함하는 진보세력 전반에 대한 무차별적인 탄압은 국정원 비밀문건의 위기관리단계에서 언급한 진보세력에 대한 탄압을 연상케 한다. 지금 국정원은 그들이 말한 ‘위기관리’를 연습하고 있는 것일까?

둘째, 국정원 비밀문건에 수록된 ‘통일추진단계’는 김대중정부가 북에서 ‘개혁정권’을 세우는 단계다. 그 단계에서 국정원은 ‘북한지역평정합동대책반’을 운영하게 되는데, 그 대책반 공작원들이 북측 각지에 파견되어 “북한에 심어놓은 우리 공작망(부식첩망)과 탈북자, 한국에 협조하는 북한주민 등을 활용해” 북의 집권당과 정부와 군부의 핵심세력을 “분류, 선정해 제거하거나 격리, 체포, 수감”한다는 것이고, “소극적 저항세력은 동향을 감시하며, 회유, 순화시킨다”는 것이다. 김대중정부는 북의 핵심세력을 제거하는 것과 동시에 북의 ‘개혁세력’에게 “정보, 자금, 장비를 제공하여” ‘개혁정권’을 세우는 비밀계획을 속에 품고 있었다.

셋째, 국정원 비밀문건에 수록된 ‘실질통합단계’는 국정원이 북에 세운 ‘개혁정권’이 조선로동당을 해산하고, ‘공산잔재청산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하고, ‘잔재청산대책위원회’를 운영하는 단계다. 국정원 비밀문건에 따르면, ‘잔재청산대책위원회’는 그들이 북에서 청산할 대상자를 1등급에서부터 6등급까지 분류하고, 1등급에서 3등급까지는 ‘사법처리’한다는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방문을 추진한 주무부처였던 국정원이, 6.15 공동선언이 채택되기 불과 1년 4개월 전에 위와 같은 비밀문건을 작성한 것은 경악과 충격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그 비밀문건이 김대중 대통령의 지시로 작성된 것인지 아니면 국정원 고위관리가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고 단독적으로 작성한 것인지 판단할 근거를 찾을 길 없으나, ‘햇볕정책’을 선전하면서 6.15 공동선언에 서명하기까지 한 김대중정부가 ‘북한정권붕괴’에 대비한 ‘북한평정공작’을 준비하는 비밀문건을 임기 내내 속에 품고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처럼 막 뒤에서는 ‘북한정권붕괴’를 바라고 ‘북한평정공작’을 준비한 김대중정부가 막 앞으로 잠깐 모습을 드러내며 6.15 공동선언에 서명하였으니, 그런 서명을 골백번 다시 한들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렇다면 국정원은 김대중 대통령이 방북하여 6.15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에 그 비밀문건을 폐기하였을까? 그렇지 않다는 데 사태의 재앙적 위험성이 있다. 국정원 비밀문건은 6.15 공동성명 이후 폐기된 것이 아니라 김대중정부 임기가 끝난 뒤 후속정부로 계승되어오면서 지난 13년 동안 더욱 보완되었다. 1994년 8월 11일에 발간된 <시사저널> 250호 보도기사에 따르면, ‘북한정권붕괴’에 대처하는 ‘북한평정공작’을 담은 비밀계획은 1970년대에 박정희정부가 원래 ‘충무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작성한 것인데, 전두환정부와 노태우정부를 거쳐 김영삼정부에게 계승되면서 ‘통합계획’으로 보완되었다고 한다.

가장 근자에 국정원 비밀문건의 계승과 보완에 대해 언급한 보도기사는 <조선일보> 2011년 3월 28일부에서 발견되었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당시 이명박정부 시절의 국정원이 “북의 급변사태에 대비하여 수립한 ‘00계획’에도 공산주의유물유적은 말소시키고, 일부는 보존해 역사의 교훈으로 삼는다는 규정이 포함”되었고, 군부는 북의 급변사태에 대처하여 실행할 군사작전계획의 일환으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동상을 제거하는 방안을 수립하였다고 한다.

사람들은 김대중정부의 뒤를 이어 등장한 노무현정부가 대북침공구상을 대북작전계획으로 완성하려던 미국의 기도를 반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알려진 노무현정부의 ‘뒷모습’은 전혀 다르게 생겼다. <중앙일보> 2004년 10월 8일 보도에 따르면, 정문헌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공개한 통일부 국감자료는 북에서 급변사태가 일어나는 경우 노무현정부가 실행할 ‘응전자유화계획’을 수립해두었음을 밝혔는데, ‘응전자유화계획’이란 이전 정부들로부터 계승한 ‘충무계획’을 더 보완, 발전시킨 것이다. 정동영 당시 통일부장관은 정문헌 의원의 서면질의에 답변하면서 “충무9000계획은 통일부 주관이며 현재 충분히 보완, 발전시키고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보면, 노무현정부도 이전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북한정권붕괴’를 바라면서 ‘북한평정공작’을 준비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막 뒤에서는 ‘북한정권붕괴’를 바라면서 ‘북한평정공작’을 준비한 노무현정부가 막 앞으로 잠깐 모습을 드러내 10.4 선언에 서명하였으니, 그런 서명을 골백번 다시 한들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위에서 밝혀진 것처럼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가 그처럼 속과 겉이 다르게 행동하였으니,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공개적으로 전면 거부한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에 대해서는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문화일보> 2010년 1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2009년 말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정부의 ‘충무계획’과 노무현정부의 ‘응전자유화계획’을 더 보완하여 ‘부흥계획’을 작성하였다. 이런 맥락을 살펴보면, ‘충무계획’은 ‘통합계획’, ‘응전자유화계획’, ‘부흥계획’으로 계승, 보완되어 오늘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모체약정형식으로 체결된 비밀군사협정

국정원과 통일부가 ‘북한정권붕괴’를 바라면서 ‘북한평정사업’을 준비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군부도 ‘북한정권붕괴’를 바라면서 ‘북한안정화작전’을 준비해왔다. 국정원의 ‘북한평정사업’이나 통일부의 ‘부흥계획’이 점령지역에 대한 행정사업계획이라면, 군부의 ‘북한안정화작전’은 북에서 급변사태가 일어나는 경우 즉각 무력을 사용하여 북을 점령하는 군사점령작전이다. 그런데 전시작전통제권을 갖지 못한 한국군이 그런 군사점령작전을 단독으로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한국 군부의 ‘북한안정화작전계획’은 처음부터 미국 군부의 주도로 작성되고 보완되어왔다. 아래와 같은 정보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첫째, 김영삼정부 말기인 1997년 12월 9일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제29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윌리엄 코헨(William S. Cohen) 당시 미국 국방장관과 김동신 당시 한국 국방장관이 ‘북한안정화작전’에 관한 비밀군사협정을 체결하였다. 1997년의 한미비밀군사협정이 모체약정(umbrella agreement)형식으로 체결되었다는 2010년 2월 9일 <동아일보> 보도기사를 통해 비밀군사협정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난 바 있다. 제29차 한미안보협의회는 공동성명에서 “양 장관은 이러한 불확실한 상황 하에서 한국과 미국이 광범위한 가능성에 대해 공동으로 대비해 나가는 것이 현명하다는 데 견해를 같이하였다”고 밝혔는데, 그들이 언급한 ‘불확실한 상황’에서 발생할 ‘광범위한 가능성’이란 ‘북한정권의 붕괴가능성’을 뜻하며, ‘공동대비’란 ‘북한안정화작전’을 위한 공동준비를 뜻한다.

둘째, 미국의 군사전문 웹사이트 <글로벌 씨큐리티(Global Security)>에 게시된 자료에 따르면, 1999년 8월 존 틸럴리(John H. Tilelli) 당시 주한미국군사령관은 ‘북한정권붕괴’에 대비한 전쟁시나리오를 준비하였다고 인정한 바 있다. 그 전쟁시나리오는 아직 작전계획으로 완성되지 못한 ‘개념계획(CONPLAN) 5029-99’였다.

김대중정부 시절의 국정원이 1999년 2월에 ‘북한평정공작’ 비밀문건을 작성한 것은, ‘북한안정화작전’에 관한 비밀군사협정을 체결한 1997년 12월에서부터 주한미국군사령관이 ‘북한정권붕괴’에 대비한 ‘개념계획 5029-99’를 작성하였다고 인정한 1999년 8월 사이에 있었던 일이다.

미국 군부가 한국 군부를 참가시킨 가운데 작성한, ‘북한정권붕괴’에 대비한 ‘개념계획 5029’는 오랜 기간에 걸쳐 검토되고 보완된 끝에 ‘작전계획(OPLAN) 5015’로 완성되었다. ‘개념계획 5029’가 ‘작전계획 5015’로 완성되었다는 사실은 <내일신문> 2013년 2월 15일 보도기사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바 있다.

미국 일간지 <월 스트릿 저널(Wall Street Journal)> 2013년 3월 26일 보도에 따르면, 2013년 3월 22일 제임스 서먼(James D. Thurman) 당시 주한미국군사령관과 정승조 당시 합참의장이 “급변사태계획(contingency plan)에 서명하였다.” <월 스트릿 저널>은 급변사태계획에 서명했다고 보도했지만, 정확히 말하면 ‘북한안정화작전’을 실행할 ‘작전계획 5015’에 서명한 것이다.

지금 미국군과 한국군은 ‘북한안정화작전’을 실전급 규모로 해마다 두 차례씩 연습하면서도 키리졸브 한미합동전쟁연습이나 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합동전쟁연습에 ‘작전계획 5015’를 포함시켜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은폐하고 있으며, 자연재해에 대비한 ‘인도주의적 지원작전연습’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실제로는 ‘작전계획 5015’를 연습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말해주는 정보는 아래와 같다.

<연합뉴스> 2010년 9월 9일 보도에 따르면, 당일 서울 용산에 있는 주한미국군기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월터 샤프(Walter L. Sharp) 당시 주한미국군사령관은 2010년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 한미합동전쟁연습 중에 북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안정화작전을 실시하였느냐고 물은 취재기자의 질문에 대해 “한미 양국은 (북한)주민 안정화작전을 하고 있고, 이는 중요한 작전”이라고 지적하고, “두 지역(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뜻함-옮긴이)에서 도출한 교훈은 어느 지역에선 전투를 하고 다른 지역에선 안정화작전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 자리에 동석한 정승조 당시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은 “안정화작전에서 지상군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한미 양국군의 강약점이 다를 수 있어 양군의 장점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식으로 안정화작전을 실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측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조선일보> 2012년 4월 6일 보도에 따르면, 2012년 키리졸브 한미합동전쟁연습에서 “북한급변사태 중 내전발생 시 대규모 한국군 병력을 투입해 북한지역을 안정화하는 훈련을 실시했”는데, 인민군 내부에서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립이 격화되어 내전이 일어나는 급변사태를 상정하여 “10만 명이 넘는 한국군 수 개 군단을 평양이남지역에 투입해 강경파를 진압하고 북한지역을 안정시키는 시나리오”에 따라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해체와 합병을 준비한 비밀문건이 없었다

국정원은 ‘북한평정공작’ 비밀문건을 왜 1999년 2월에 작성하였을까? 그 비밀문건이 1999년 2월에 작성된 배경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당시 북이 겪고 있었던 ‘고난의 행군’이라는 혹독한 시련이다. 국정원은 당시 혹독한 시련을 겪던 북이 ‘고난의 행군’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급변사태에 빠지게 될 것으로 예상하였던 것이다. 그렇게 예상한 국정원이 ‘북한평정공작’ 비밀문건을 작성한 것은 그들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더욱이 1999년 2월은 독일민주공화국(동독)이 해체되고 독일연방공화국(서독)에 합병된 때로부터 불과 8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그래서 국정원은 ‘고난의 행군’으로 시련에 겪는 북에서 동독형 해체와 합병이 재발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국정원만 그런 것이 아니라, 통일부와 군부도 그렇게 전망하였다.

그러나 국정원, 통일부, 군부가 동독형 해체와 합병의 재발을 내다본 전망은 사실상 전망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의 전망은 동독의 해체와 합병에 대한 무지와 오해, 그리고 북의 현실에 대한 무지와 착각이 빚어낸 망상이라는 비판을 피할 길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보는 논거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국정원, 통일부, 군부는 북을 해체하고 합병하려는 비밀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지난 시기 서독의 연방정보국(Bundesnachrichtendienst), 독일내부관계부(Ministrium fűr innerdeutsche Relations), 연방방위군(Bundeswehr)은 동독을 해체하고 합병하려는 비밀계획을 갖고 있지 않았다. 지난 시기 서독 정부는 동독을 해체하고 합병하려는 비밀계획을 갖지 않았지만, 오늘 남측 정부는 북을 해체하고 합병하려는 비밀계획을 가지고 있는 상반된 현실은 동서독관계와 남북관계를 갈라놓은 근본적인 차이점이다. 그런데 그런 상반된 현실에 대해 눈을 감아버린 남측 정부는 자기들이 서독 정부와 얼마나 다른지 알지 못하고 있다.

둘째, 지금 남측 정부는 북을 폭력적으로 해체하고 강제로 합병하려는 비밀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서독 정부는 동독을 폭력적으로 해체하고 강제로 합병하지 않았고, 동독이 자진해체와 자진합병을 택하였던 것이다. 동독이 자진해체와 자진합병을 택한 까닭은, 동독의 군대와 인민이 자기들의 사회주의체제를 외면하고 서독의 자본주의체제를 선호하였기 때문이다.

1989년 9월 동독 인민 15,000여 명이 헝가리와 체코슬로바키아를 거쳐 서독으로 탈출하였고, 동독의 국방회의(Nationaler Verteidigungsrat)가 지휘하는 국가인민군(Nationale Volksarmee) 병력 175,300명은 비상대기상태에 들어갔지만 그 이상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못하였다. 1990년 3월 18일 동독총선에서 승리하여 동독의회(Volkskammer)를 장악한 병합추진세력은 1990년 8월 23일 동독 자진해체를 의결하였고 그에 따라 1990년 10월 2일 동독이 서독에 병합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지던 날 국가인민군도 와해되었다. 체제와 주권을 수호하는 마지막 물리적 수단인 군대가 체제붕괴상황을 뻔히 보면서도 그것을 저지하지 못하더니 결국 어이없게 와해된 것이다.

동독에서 급변사태가 일어났는데도 국가인민군이 대응하지 못하다가 결국 와해된 것은, 국정원, 통일부, 군부의 상상력을 자극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국가인민군이 와해된 것처럼, 조선인민군도 와해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이를테면 <신동아> 2013년 4월호에 실린 기사에서 그런 생각을 엿볼 수 있는데, 그 기사에 따르면 “(남측의) 안보전문가들은 북한도발을 우리가 환수한 평시작전통제권을 제대로 사용해보는 기회로 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 대응에 성공하면 북한내부가 ‘충격과 공포’에 빠져 병사들이 대거 탈영하는 진짜 급변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봤다”는 것이다. 이 인용문에서 대응이라는 말은 국지적인 무력충돌이 일어났을 때 한국군이 우세한 화력으로 인민군을 격파하는 것을 뜻하는데, 무력충돌에서 참패하여 충격과 공포에 빠진 인민군이 대거 탈영할 것이고, 그에 따라 급변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남측 안보전문가들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남측 안보전문가들의 그런 생각은 국정원, 통일부, 군부의 대북전망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에서, 위에 인용한 내용은 국정원, 통일부, 군부의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정원, 통일부, 군부가 조선인민군을 국가인민군 수준으로 얕보는 것은 오판 중의 오판이다. 그렇게 보는 논거는 아래와 같다.

국가인민군은 당시 동독에 주둔하던 소련군에게 의존하였다. 소련군이 철군하는 경우 국가인민군이 버티기 힘들 정도로 의존도가 높았다. 그와 달리, 조선인민군은 모든 종류의 핵탄과 전략무기들을 자력으로 생산하는 군사력 강화에 힘쓴 결과 군사강국대열에 들어섰으며, 그 보다 더 중요하게는 정신무장이 매우 강하다. 북에서는 전략무기보다 정신무장을 더 중시하는데, 북의 정신무장상태를 이 말해주는 두 가지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구잠함 233호 최후와 대각봉호의 최후

2013년 11월 1일 북의 언론은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해군 제790군부대 소속 구잠함 233호 장병들이 안장된 묘에 조화를 진정하고 묵상한 소식을 보도하였다. 제790군부대는 동해함대에 소속된 부대다. 구잠함(sub chaser)이란 적 잠수함을 탐지하여 격침시키는 전투함인데, 대잠수함작전 이외에도 연안경비, 호위, 정찰, 기뢰부설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구잠함 233호 장병들은 2013년 10월 중순 “전투임무를 수행하다가 장렬하게 희생”되었다고 한다. 북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최고사령관은 “그들의 시신을 모두 찾아 안장해주며 장례도 잘해줄 데 대한 은정 깊은 조치”를 취하였고, “묘비와 란간은 어떻게 만들며 돌색갈은 어떤 것으로 해야 하는가에 이르기까지” 세심하게 지도하였고, “묘비들에 용사들의 생전의 모습을 새긴 돌사진을 붙일 데 대한 지시”를 주었고, 직접 묘소에 찾아가 애도하고 묘비에 자신의 이름을 묘주로 써넣으라고 말하였다. 만일 구잠함 233호 장병들이 해상훈련 중에 단순사고로 순직하였다면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그렇게까지 특별하게 배려하였을 리 없으므로, 구잠함 233호 장병들은 어떤 작전상황에서 전투임무를 수행하던 중 전사한 것이 분명하다. 보도영상을 보면, 묘비에 “2013년 10월 13일 전사”라고 새겨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2013년 10월 13일 구잠함 233호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2013년 10월 19일 <로동신문>에 실린 ‘위험계선을 넘어서는 북침핵전쟁위기’라는 제목의 해설기사에 따르면, 미국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USS George Washington)가 “조선서해에 들어온 것은 여러 차례이지만 조선동해와 남해에 이어 서해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조선일보> 2013년 10월 13일 보도에 따르면, 조지워싱턴호는 2013년 10월 10일과 11일 이틀 동안 남해에서 실시된 한미일 3자연합해상훈련에 참가하였고, 12일에는 서해로 진입하였다. 남측에서는 당시 조지워싱턴호가 동해에 진입하였다는 보도가 전혀 나오지 않았는데, 북측에서는 조지워싱턴호가 먼저 동해에 진입한 뒤에 남해와 서해로 갔다고 보도하였다.

북측 보도를 읽어보면, 당시 미국은 항모강습단의 남해출동정보만 언론에 흘려주고, 남해에 출동하기 전에 동해에 전격적으로 진입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항모강습단이 언론보도를 차단한 채 동해에서 기습공격연습을 감행하였음을 말해준다. 항모강습단이 그처럼 동해에 전격 진입하여 기습공격연습을 감행하는 것을 간파한 북의 동해함대가 그에 맞서는 대응작전에 돌입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당시 구잠함 233호는 동해에서 기습공격연습을 감행한 항모강습단을 정찰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항모강습단에 대한 해상정찰은 정찰대상에 접근해야 하는 매우 위험한 전투임무다. 더구나 정찰대상은 기습타격전을 연습하기 위해 출동한, ‘세계 최강’이라는 항모강습단이었다.

조지워싱턴호가 10월 10일 뱃머리를 동해에서 남해로 돌렸다고는 하지만, 핵추진잠수함이 언제 어디서 출몰할지 모르는 상황이었으므로 동해함대는 여전히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긴장상태는 구잠함 233호 장병들이 전사한 10월 13일까지 지속되었다.

400t급 구잠함 승선인원은 78명인데, 구잠함 233호 장병들이 안장된 묘소에 세워진 묘비는 약 20기다. 그러면 약 58명에 이르는 다른 장병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만일 구잠함 233호가 미국 핵추진잠수함과 교전 중에 피격되었다면 78명 장병들 가운데 생존자는 몇 사람 되지 않았을 것이므로, 구잠함 233호가 해상정찰임무를 수행하던 중 불의의 사태로 위급한 순간에 처했을 때, 20여 명의 장병들이 자기 목숨을 바쳐 다른 50여 명의 장병들을 구하고 전사한 것으로 보인다. 위급한 작전상황에서 장렬하게 전사하였기에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그들의 묘 앞에서 그처럼 애도하였을 것이고, 그들의 묘비에 ‘희생’이 아니라 ‘전사’로 기록되었을 것이다.

북에서 펴낸 각종 자료들에 따르면, 인민군은 전쟁승리를 위해 자기 목숨을 바치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며, 조국과 동지를 위해서 라면 불길 속에도 몸을 던지고 바닷물 속에도 뛰어드는 정신무장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북에서는 인민군이 ‘총폭탄정신’으로 무장되었다고 말한다. 구잠함 233호 장병들도 그런 정신을 발휘하며 최후를 맞았을 것이다. 그렇게 정신무장을 갖춘 조선인민군을 자기 체제가 무너질 때 총 한 방 쏴보지 못하고 와해된 국가인민군과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2013년 7월 9일 <아사히신붕>에 실린 보도기사 한 편이 눈길을 끌었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일본 경찰은 2013년 2월부터 약 6개월에 걸쳐 일본 서해안지역인 니가다현(新潟縣) 바닷가와 아키타현(秋田縣) 바닷가에 떠밀려온,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북측 주민 시신들을 연이어 발견하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시신들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를 가슴에 품고 있는 모습으로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일본 언론은 “대다수의 시신들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총비서의 초상화를 품고 있었다. 조난 당시 필사적으로 꺼낸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가 붉은 통을 안고 있었다. 붉은 통 안에는 비닐로 정중히 싼 초상화가 손상되지 않은 채로 들어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들은 누구이며, 어떻게 되어 머나먼 일본 서해안까지 밀려온 것일까? 이 의문을 풀어준 것은 <로동신문> 2013년 10월 29일 보도기사였다. 보도기사에 따르면, 그들은 2012년 12월 어느 날 러시아 연해주에서 가까운 동해 동북부 해상에서 조난을 당해 침몰한 14,000t급 화물선 대각봉호의 선원들이었다. 당시 사고해역에는 강풍을 동반한 엄청난 풍랑이 몰아치는 바람에 항해가 불가능하였다. 강풍과 파도가 대각봉호 선체를 연속 강타하자 대형화물들이 무너져 한쪽으로 쏠리면서 무게중심을 잃은 대각봉호는 침몰하기 시작하였다. 배에서 탈출하라는 본국의 다급한 무선교신을 거듭 받았건만, 그들은 “조국의 한 부분이고 살점과도 같은” 대각봉호와 운명을 같이 하였다. 북측 보도기사에 따르면, 그들은 “김정은 동지를 잘 모셔주기 바란다”는 마지막 무선교신을 보내고, 최고영도자들의 초상화를 보관한 수밀함통을 가슴에 품었다고 한다. 사나운 파도에 수밀함통이 자기들 품에서 떨어져나가지 않도록 끈으로 자기 몸에 단단히 묶은 그들의 마지막 모습은 광란하는 겨울바다 속으로 사라져갔다. 성난 풍랑 몰아치는 망망대해에서 바다에 빠지면 시신조차 찾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잘 아는 선원들이었기에 그들은 자기 시신이 몇 달 뒤 누구에게 발견되리라고 예상하고 죽더라도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렇게 행동한 게 아니었다.

북의 현실을 알지 못하는 외부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지금 저 군사분계선 너머에는 대각봉호 선원들과 같은 평범한 인민들이 그런 정신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 북측 인민들을 자기 체제를 저버린 동독 인민들과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북의 현실과 동독의 과거사를 억지로 결부시키는 발상이야말로 오판 중의 오판이다.

하기에 국정원, 통일부, 군부가 작성한 비밀문건을 다시 생각해야 하며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이 아닌 6.15남북공동선 우리민족끼리정신에 따라 대화와 협력을 통해 평화적으로 통일을 이루는 것만이 가장 바른 방도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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