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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제왕 흰꼬리수리, 총알 4발 박힌 채 신음

하늘의 제왕 흰꼬리수리, 총알 4발 박힌 채 신음

 
김영준 2013. 02. 06
조회수 3819추천수 1
 

김영준의 야생동물 구조 24시

멸종위기종 1급, 피투성이인 채로 숨만 깔딱깔딱

날개 쫙 펴면 2.4m, 무게 7.5㎏까지...수명 21살

  
흰꼬리수리의 영명은 ‘흰 꼬리를 지닌 바다 수리’라는 뜻의 ‘White-tailed sea eagle’입니다. 미국의 국조인 흰머리수리(bald eagle, Haliaeetus leucocephalus, leuco-는 흰, -cephalus는 머리라는 뜻입니다)와 같은 바다수리류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이밖에도 참수리가 살고 있습니다. 참수리는 ‘스텔라의 바다 수리’란 뜻의 ‘Steller‘s sea eagle’로 부릅니다. 학명은 Haliaeetus pelagicus로 여기서 pelagicus는 바다 혹은 대양을 뜻합니다. 학명을 잘 알아보면 동물의 일반적인 특징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eag1.jpg » 다 자란 흰꼬리수리.

eag2.jpg » 다 자란 참수리.  

eag3.jpg » 검독수리 어린 새.  
 
흰꼬리수리의 학명은 할리아에투스 아빌리실라(Haliaeetus albicilla)로 Hali- 는 바다/소금 -aeetus는 수리 즉 바다수리라는 의미이며, albi- 는 하얗다는, cilla-는 꼬리를 뜻합니다. 흰꼬리 바다 수리라는 뜻이죠.
 
우리나라에서는 흰꼬리수리는 멸종위기 1급, 1973년 천연기념물 제243-3호로 지정 보호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강력하게 보호하고 있는 동물임에도 총을 아무렇게나 갈겨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난 1월19일 충남 금산군청에서 부상당한 흰꼬리수리가 있다는 신고가 왔습니다. 현장에 도착하자 등에서 피를 흘리고 입안에 피를 머금은 흰꼬리수리 성조가 다리도 움직이지 못한 채 엎드려 있었습니다. 직감컨대 총상이었죠.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천연기념물은 국가지정문화재로서 제92조는 “국가지정문화재를 손상, 절취 또는 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류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을 포획ㆍ채취ㆍ훼손하거나 고사시킨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하고, 이를 상습적으로 어긴 사람은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함께 물릴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런 엄한 벌칙에도 총질을 해대고 있습니다.
 
총상으로 추정된 흰꼬리수리를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로 옮겨와 엑스선 사진을 찍었더니 총알 4발이 목과 복부, 다리에 박혀 있었고 가슴을 관통하여 엉덩이뼈를 뚫고 나와 숨이 새어나오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 보기도 드문, 아름다운 새에게 총질을 해대는 인간은 과연 어떻게 생겼을까요? 과연 입으로 밥이 넘어갈까요?
 
혈액검사는 더욱 비참했습니다. 혈액내 고형물질의 양은 통상적으로 37~41%는 돼야 하는데 이 흰꼬리수리는 고작 17%였습니다. 피를 심각하게 많이 흘린 것이었죠. 숨쉴 때마다 등에 난 관통상을 통해 피거품이 끓어오르고, 숨이 새어나왔습니다. 이를 어찌해야 할까요.

eag4.jpg » 센터에 도착한 흰꼬리수리입니다.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습니다.  
 
eag5.jpg » 입가에는 피가 묻어있고, 척추를 다쳐 다리를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eag6.jpg » 등에 난 총상은 관통상입니다. 날고 있는 개체를 쐈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eag7.jpg » 저 아름다운 눈빛은 과연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요?  

eag8.jpg » 호흡기를 다쳐서 숨을 쉬면서 피가 입안으로 넘어옵니다. 우리가 과연 어떤 동물에게 이런 아픔을 줄 권한을 가졌을까요?

eag9.jpg » 숨이 새어나오면 호흡에 심각한 지장을 줄 수 있어 일단 관통상을 폐쇄해 두었습니다만, 내부장기는 얼마나 다쳤을지 상상할 수 없습니다.  

eag10.jpg   

eag11.jpg » 이런 대접을 받으려고 한반도에 찾아왔을까요? 차라리 멀고 먼 동토에서 그냥 어렵더라도 버털 것이지.  
  
eag12.jpg » 가슴에도 큼지막한 상처가 있습니다.  
  
eag13.jpg » 적어도 한개 이상의 총알은 관통해 버렸고 나머지 4개의 총알이 몸안에 남아있습니다. 흰점이 탄환.
 
eag14.jpg » 내부장기가 훼손되었지만 현재의 몸 상태로는 내부장기를 수술하기 위해 마취를 할 수도 없습니다.  
  

 

 

 
지난 1월 초순 방문했던 경북 울진군 왕피천 하류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흰꼬리수리 어린 새 2마리와 참수리 어린 새 한마리가 날고 있는 사이로 원격조정 모형비행기를 몰아대며 위협하던 사람들입니다. 대체 어떤 정신세계를 가진 것일까요?

 

  
꼭 그런 사람만 있는 건 아닙니다. 동물을 돕기 위한 노력도 있습니다.
 
지난 2011년 1월 20일에 발견된 흰꼬리수리 어린 새입니다. 농약에 중독된 뒤 낙동강변에 쓰러져 있다가 다리가 물과 함께 얼어붙어 상주 의용소방대분들이 얼음을 깨고 구조한 흰꼬리수리 어린 개체입니다.


<iframe title="동물(조류)구조" height="360" src="http://videofarm.daum.net/controller/video/viewer/Video.html?vid=7gBMJm8-fNk$&play_loc=undefined" frameborder="0" width="640" scrolling="no"></iframe>
 
eag15.jpg » 동상으로 인해 발가락을 움직이는 인대의 손상이 심해서 발가락을 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eag16.jpg » 발가락을 펴지 못해 발가락 등 부분이 손상당하는 것을 막고자 인조잔디를 깔아주었죠.  
  
eag17.jpg » 또한 다리가 양쪽으로 벌어지는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가죽끈으로 양다리를 묶어두었습니다. 또한 사람의 발목에 해당하는 부위에 욕창이 생겨 추가적인 손상을 막고자 부목을 대두었죠.
 
최종적으로 2개월 정도 극진한 간호 끝에 일어설 수 있게 되었고 이 개체는 드디어 비상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박상현님의 도움을 얻어 야생 훈련을 진행하였고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었답니다.
 
eag18.jpg  
 
eag19.jpg » 동상으로 인해 좌측 다리 아래쪽의 깃털이 빠졌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회복되겠지요.  

eag20.jpg  
 
eag21.jpg » 때때로 이러한 훈련은 야생 적응에 도움이 됩니다.   

흰꼬리수리는 어떤 새인가

Yathin sk_660px-White-tailed-eagle.jpg » 노르웨이에서 촬영한 흰꼬리수리. 사진=야틴 S K, 위키미디어 코먼스  
 
흰꼬리수리는 매우 큰 대형 수리종이다. 수리라고 하면 말 그대로 큰 맹금류를 뜻한다. 보통은 3㎏이 넘어가는 종을 가리킨다. 전신은 약 66~94㎝에 달하고 양 날개를 편 길이는 1.8~2.4m에 이를만큼 큰 조류이다.

 

암컷은 일반적으로 4~6.5㎏에 달하며, 수컷은 3.1~5.4㎏까지 나가지만 암컷이 여전히 더 크다. 유럽 스코틀랜드에서 확인된 가장 큰 개체는 7.5㎏에 달할 정도였다니 실로 어마어마한 크기이다. 세계에서 4번째로 거대하고 무거운 수리 종으로 알려져 있다.

 

날개는 문짝처럼 넓고 길게 발달해 있고, 큰 머리에 크고 두터운 부리를 가지고 있다, 다 성장한 성체는 회백색의 몸깃이 있고 날개는 다소 검다. 하지만 이름처럼 꼬리는 완전히 하얗게 변한다. 부리와 다리는 노랗다. 어린 개체는 부리와 꼬리가 검고 꼬리는 얼룩덜룩하다. 나이가 들수록 꼬리깃과 부리의 색은 점차 변해간다.
 
야생에서는 25년 이상 생존하며, 평균적으로 21년 정도를 산다고 알려져 있다.
 
북유럽과 아시아 북부에서 주로 서식한다, 유럽에서는 노르웨이의 연안에 가장 많이 서식하고 있고 2008년도 조사에서 전 세계에 약 9000~1만 1000쌍의 개체가 살고 있다. 한반도를 찾는 흰꼬리수리는 주로 러시아에서 겨울에 찾아오며, 남해안의 신안군 일부 섬에서는 번식 개체군이 있다.
 
지난 겨울에 날려보낸 흰꼬리수리 어린 새는 아무르강 중앙부에 위치한 섬에서 여름을 났고, 현재 동해안에 들어와 있는 게 확인되었다.
 
흰꼬리수리는 디엔에이(DNA) 연구 결과 북미에 서식하는 흰머리수리와는 매우 유사종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북태평양에 서식하던 개체군이 동부로 이동하면서 북미의 흰머리수리로 진화하였고 서부로 이동한 개체군은 유라시아 대륙에 정착하여 흰꼬리수리가 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먹이는 매우 다양하고 기회주의적 먹이습성을 보인다. 즉 보이는대로 먹으며, 계절에 따라 먹이를 달리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먹이는 물고기, 조류와 포유류를 포함한다. 종종 청소동물로서 살아가며, 경우에 따라서는 수달 같은 포식동물이나 가마우지 등 다른 조류가 잡은 먹이를 가로채기도 한다. 동물사체를 잘 먹는데, 고래류부터 가축까지 가리지 않는다. 그렇지만 토끼와 오리류도 잘 잡는 맹금류이기도 하다. 하루에 필요로 하는 먹이량은 500~600g 정도이다.
 
유럽에서는 검독수리와 서식권이 겹치기도 하는데 검독수리에 비해서 더 높은 밀도로 서식이 가능하다. 그 이유 중 하나가 검독수리에 비해서 덜 활동적이기도 하지만, 장의 길이가 더 길어서 영양분의 흡수력이 나아 적은 먹이로도 더 오래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공격성에 대한 재미있는 보고가 있는데, 1932년 6월 5일 노르웨이의 한 시골에서 흰꼬리수리가 4살짜리 여자 아이의 옷을 뒤에서 잡아채 들고서 해발 800m 정도에 위치한 둥지로 들고 가는 일이 벌어졌다. 약 1.6㎞를 날아갔는데 둥지에서 약 15m 정도 낮은 절벽 모퉁이에 내려놓았다고 한다. 주민이 재빨리 수색대를 조직해 둥지로 찾아갔더니 아이는 많이 다치지 않았는데, 발톱이 아이의 옷만 잡아서 들고 온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흰꼬리수리는 약 4년에서 5년 정도 성장해야 번식을 할 수 있다. 한번 짝을 지으면 평생을 같이 하며, 짝이 죽어야 다른 짝을 맞는다. 이러한 짝짓기는 텃세권이 명확해진 이후에 가능하다. 아주 특징적인 공중제비 구애를 펼치는데 공중에서 서로 발톱을 끼워서 붙들고 지면으로 나선형을 그리며 떨어지는 구애 행동을 한다.
 
둥지는 주로 절벽이나 나무의 중간 가지를 이용해서 만든다. 대부분 둥지는 다시 사용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몇 세대에 걸쳐 수 십년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슬랜드의 한 둥지는 150년 넘게 사용된 적도 있었다.
 
세력권은 일반적으로 30~70㎢ 정도이고 거의 바닷가를 끼고 살지만 경우에 따라 큰 호수나 강을 따사 살기도 한다. 검독수리의 세력권과 겹치기도 하지만 별로 상관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검독수리가 산악이나 황무지 지대를 선호하는데 반해 흰꼬리수리는 연안이나 바다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일단 성장을 하게 되면 더는 천적이 없는 최상위 포식자가 된다.
 
알은 매년 1~3개 정도를 낳고 3월에서 4월에 2~5일 간격으로 하나씩 낳는다. 알을 품은 지 약 38일 뒤 부화한다. 5~6주 정도 성장한 이후부터 스스로 먹이를 먹을 수 있으며 11~12주 정도 자라면 이소를 시작하여 둥지 주변을 돌아다닌다. 이후 6주에서 10주(생후 네달 반에서 5달 반 정도) 정도 더 부모들이 돌본다.
 
폴란드에서 설치한 흰꼬리수리 둥지의 웹캠으로 이 새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이 글은 위키피디아의 관련 항목을 참고했습니다. )

 

글·사진 김영준/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전임수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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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선임수의관
<수의사가 말하는 수의사>의 공동저자, <천연기념물 야생동물의 구조 치료 및 관리>의 대표저자. 단순한 수의학적 지식보다 야생생물의 생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수의사로, '야생동물소모임'의 회원이다.
이메일 : ecove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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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통제의 역설, 박근혜 정부가 되풀이해선 안 돼"

[인터뷰]이효성 전 방송위 부위원장 "사회 제 세력의 합의, 깨선 안된다"

도형래 기자 | media@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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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2.07 02:54:58

 

 
▲ 이효성 전 방송위 부위원장 ⓒ미디어스

성균관대 이효성 교수를 찾아 박근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물었다. 이효성 교수는 “방송을 합의제 위원회 체계에서 관할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의 산물”이라며 “방송정책의 독임제 부처 이관은 역사의 퇴보”라고 지적했다.

 

 

이효성 교수는 2기 방송위원회 부위원장과 방송학회장을 지낸 바 있는 언론학계 원로교수 가운데 한 명이다. 정부가 방송과 언론을 직접 통제하던 1980년대 말 ‘정치언론’이란 책을 출간해 정부의 직·간접적인 언론 통제를 비판했던 우리나라 대표적인 비판 언론학자다. 특히 합의제 방송위원회의 틀을 만든 1998년 방송개혁위원회의 논의를 주도하기도 했다.

 

이효성 교수는 방송개혁위원회를 통해 방송이 정부 통제에서 벗어나 합의제 위원회로 넘어오게 된 역사적 배경과 의의를 설명하며 방송과 언론이 정부부처의 통제를 받는 과거로 회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이효성 교수는 “민주통합당이 안 되는 것은 안 되도록 막아야 한다”며 야당으로서 원칙을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다음은 이효성 교수 인터뷰 전문이다.

 

-방송정책을 어디에서 담당하느냐를 두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다.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의 임기가 시작도 안했는데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딴죽을 건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원칙과 발목잡기는 다르다. 방송이나 언론정책을 합의제 기구가 수행하는 게 원칙이다. 민주당이 여당이었을 때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해왔던 것을 생각해 보라. 민주당이 그들처럼 하라는 게 아니다. 다만 적어도 원칙에 반하는 것은 야당으로서 바로잡아야 한다.

 

-민주당도 대선 당시 ICT총괄부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는 논란이 있다. 민주당이 미래창조과학부를 반대하는 것은 자신의 공약을 뒤집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ICT를 산업적 측면에서 진흥하는 부처와 언론정책을 전담하는 조직은 차이가 있어야 한다. 민주당은 대선 때 ICT 진흥을 위한 총괄부처를 두고, 방송정책은 별도의 합의제 위원회에서 담당하는 것을 제안했다. 언론 정책, 특히 방송정책은 전례가 있어서 정부 부처로 되돌리는 것은 많은 문제점이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기본적으로는 과학부처다. 게다가 ICT관료가 방송정책을 관장하게 된다. 방송은 여론을 수용하는 합의제 기구에서 맡아야 한다. 적어도 방송에 관한 규제 정책 기능은 산업적 측면보다 정치적인 측면, 공정성 다양성을 확보하는 게 우선 돼야한다. 산업을 육성한다는 것과 방송을 육성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독임제 부처가 아니라 합의제 기구에서 방송에 대한 규제, 진흥, 정책을 담당해야 한다. 독임제 부처에서 방송 규제까지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방송정책을 합의제 위원회에서 담당하는 게 원칙이라고 할 수 있나?

 

김영삼 정권과 그 이전에서 방송을 공보처가 담당하면서 국가의 선전 수단으로 이용했다. 미창부가 그렇게 될 수 있다.

 

정부가 미디어를 통제하는 것은 정권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 언론의 감시 감독 기능이 활발하게 살아나야 정권이 조심하게 된다. 정권이 언론을 통제하면 부패하기 마련이고 무리한 일을 많이 하게 된다. 감시 받지 않는 권력은 정권 말 부정부패가 터져 나오게 된다. 언론 통제의 역설이다.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를 따라가서는 안 된다.

 

-미창부가 공보처 같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다르긴 하다. 공보처 시절에는 언론인들이 공보처에 들어가서 언론을 장악하고 통제했다. 미창부는 공보처와 달리 관료들이 언론정책을 담당하는 구조다. 구조나 행태가 같다고 할 수 없지만 언론을 장악할 개연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김대중 정부 출범 후 1998년 방개위가 만들어졌을 때는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이 시대적 화두였다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방송과 언론이 정권에 장악돼 있었다. 언론이 편파적인 상황에서 DJ정부가 들어섰다. 신문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출발점은 방송이었다. 대다수 나라에서 합의제 기구가 방송을 관할하고 있었다. 미국 FCC, 영국 Ofcom, 캐나다 CRTC, 프랑스 방송통신 총괄기구로서의 방송위원회 등은 모두 합의제 위원회다. 이런 합의제 기구를 만들기 위한 기구가 방송개혁위원회다. 그 또한 사회 제 세력이 참여하는 위원회였다.

 

2000년 방송위원회가 생기면서 방송에 관한 정책기구, 규제기구, 진흥기구가 탄생한 것으로 야당도 대표성을 가지고 있었다. 방송위가 3기까지 이어지고 방송통신 융합이라는 시대적 조류나 상황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라는 진화가 이뤄졌다.

 

-방개위 시절 자료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논의가 진행됐다

 

사회적 합의를 위해 제 세력이 모두 모였다. 지상파, 케이블, 노동조합 모두 참여했다. 정치권에서도 참여했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만 참여하지 않았다. 참여하라고 했지만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었다. ‘국민의 정부’ 때 야당에서 협조한 건 거의 없었다.

 

-방통위 출범과 관련해 치열한 논의가 진행된 바 있다. 최근 논의 정도는 주춤하다는 판단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발언에 자유가 있었다. 발언에 따라 처벌받거나 불이익을 받거나 하는 일이 없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발언의 자유가 위축되고 몸 사리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자유로울 때는 떠들지 않아도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언론 자유를 달라고 요구하고 싸워야한다. 물론 방송사 노조처럼 열심히 요구하고 싸우는 사람들도 있다.

 

-방송위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방송위 시절에 합의제 기구 정신이 잘 반영됐나

 

합의제 기구 정신이 잘 반영됐다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는 경우, 다수결도 있었지만 중요한 사항은 합의했다. 서로 타협하고 양보해 합의를 이끌었다. 그러나 최시중 씨(전 방통위원장)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양보도 타협도 없이 독임제 형식으로 진행했다.

 

독임제는 장관이 알아서 결정하는 것이다. 협의해 결정하는 게 아니다. 위원회는 협의하고 합의하라고 있는 곳이다. 합의하라고 위원회를 만들었는데 위원장이 독주했다. 위원들이 견제하지 못한 측면도 있지만, 합의제 정신을 무시한 것이다.

 

방통위 제도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잘못된 거다. 그런데 인수위가 마치 제도가 잘못된 것처럼 방통위를 퇴색시키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제도의 기본 정신을 지키지 않으면 망가질 수 있다.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선거로 뽑혔지만 계엄령을 선포하고 선거를 없애서 독재 체제를 구축했다. 히틀러도 마찬가지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법을 지키고 않고 힘으로 하면 어쩔 수 없다. 법이 잘못됐다고 말 할 수 없다.

 

미창부로 방송정책을 이관하면서 마치 제도가 나쁜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제도가 나쁜 것이 아니라 전임 위원장이 운영을 잘못해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방송 정책 이외에 정부부처가 가져가지 말아야할 것은

 

통신 쪽은 다 넘어가도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방송 일체는 안 된다. 통신과 달리 방송은 공공서비스다. 모든 사람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서비스의 이용료 보다 공정한가, 다양성이 있는가가 중요하다. 방송은 주파수를 사용하고, 주파수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사회 제 세력의 합의가 필요하다. 외국에서도 합의제로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독임제에선 방송의 공공성, 공정성, 독립성, 다양성이 해치게 된다.

 

통신을 가져가도 방송은 남겨야 한다. 방송의 정책, 규제, 진흥 기능을 모두 남겨야 한다. 또 이런 기능이 제대로 되려면 주파수도 있어야 한다. 적어도 방송용 주파수는 방통위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유료방송 정책과 방송 콘텐츠 정책이 넘어가는 것에 대한 반발도 있다

 

케이블이던 위성방송이건 방송은 산업적 가치 보다 전파되는 내용의 문제다. 그런 측면에서 방송 규제와 정책을 산업을 담당하는 부처에서 논의한다는 것은 문제다.

 

-IPTV나 OTT같은 방송과 통신의 중간쯤 있는 영역도 있다

 

IPTV와 일반방송이 구분 되나? 선로만 다른 것이다. 방송이다.

 

통신은 기본적으로 비밀을 요하는 서비스, 방송은 공개를 지향하는 서비스이다. 통신과 방송의 구분은 이러한 지향점으로 나눠야 한다. 플랫폼이나 망으로 구분해서는 안 된다. IPTV는 모든 사람에게 공개되기를 바라는 서비스, 그렇기 때문에 방송이다.

 

방송통신 융합은 망의 혼합을 말한다. 모든 사람에게 공개되는 서비스냐 아니냐를 가지고 통신과 방송을 구분해야 한다. 방송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방송이고 통신망을 사용하기 때문에 통신이라는 구분은 융합 환경에 맞지 않는다. IPTV법이 별도로 있지만 시청자에게 물어보면 통신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IPTV는 기본적으로 방송서비스이지만 통신서비스망을 이용해서 통신서비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방송통신 융합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를 만든 것이다. 어떤 망 이용하느냐는 별 의미가 없다.

 

-마지막으로 정부조직개편 논의 과정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미창부를 만드는 것도 좋고, 과학과 기술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도 좋다. 문제는 거기에 왜 방송을 가져가느냐다. 과학과 기술을 진흥하는 부처에서 방송을 규제하고 진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을 가져가는 것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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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노무현 차명계좌’ 조현오에 실형 구형

 

검찰, ‘노무현 차명계좌’ 조현오에 실형 구형
 
조 전 청장 “유족들에 송구”... “차명계좌 있다” 기존 입장은 번복 안해
 
정운현 기자 | 등록:2013-02-07 00:12:15 | 최종:2013-02-07 00:23:2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조현오 전 경찰청장
‘차명계좌’ 발언을 해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검찰이 6일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구형했다. 선고공판은 오는 20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인데 재판부가 조 전 청장에 대해 실형을 선고할지 주목된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이성호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조 전 청장은 “2010년 3월쯤 나보다 정보력이 훨씬 뛰어나고 믿을만한 유력인사에게 우연히 차명계좌 얘기를 들었다”며 “강연에서 말한 것은 그에게 들은 그대로였다”고 말했다.

 

조 전 청장은 또 “2010년 8월 강연 내용이 보도된 이후 같은 해 12월 검찰 관계자 2명에게서 차명계좌에 관한 더 자세한 얘기를 각각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 전 청장은 “차명계좌 얘기를 한 검찰 관계자가 누구인가”라는 이 판사와 검찰의 질문에는 “(그들이) 처벌받을 수 있어 절대 밝힐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이날 피고인 신문에서 “강연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노 전 대통령의 유족들에 송구스러운 심정이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논란이 된 차명계좌의 존재여부를 놓고는 “청와대 부속실 직원들의 계좌내역 등 법정에서 제출한 자료들은 차명계좌의 객관적인 증거라고 생각한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불행하게 세상을 떠난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유족들에게 상처를 줬다”며 “설령 차명계좌 얘기를 유력인사에게 들었더라도 고위 공직자로서 수백 명 앞에서 믿기 어려운 발언을 한 것은 부적절했다”며 징역 1년6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조 전 청장이 문제의 발언을 한 지 1년만 7개월만인 지난해 9월 노 전 청장을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조 전 청장이 주장한 ‘차명계좌’ 존재 여부에 대해 대검 중수부에서 보관중인 노 전 대통령 수사기록을 조사했으나 찾지 못했으며, 또 권 여사가 민주당에 특검을 하지 못하게 했다는 발언도 마땅한 근거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조 전 청장은 서울경찰청장이던 지난 2010년 3월 경찰기동대 대상 특강에서 노 전 대통령이 자살한 이유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뛰어내린 바로 전날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됐다. 그래서 특검 이야기가 나왔는데 권 여사가 민주당에 얘기해 특검을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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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관을 날마다 여는 심정, 아시나요?"

[동행 취재] 한진중공업 노동자 고 최강서 씨 유족의 잔인한 하루

최하얀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2-06 오후 8:51:26

 

"기다리라면 기다려야지요. 저희는 힘이 없으니까. 그런데요. 의원님들 하루가 저희한텐 한 달 같고 일 년 같습니다. 신랑이 너무나 아꼈던 형이에요. 서른다섯 살밖에 안 됐던 그 형 시신을 지금 옆에서 지키고 있습니다. 마음 잘못 먹지 말라고 누가 보장할 수 있는데요. 얼마나 더 죽어야 나서주실 건데요. 몇 명 죽으면 도와주실 건데요.

저희처럼 힘없고 아무것도 아닌 노동자도 국민이거든요. 저도 이 나라 국민이고, 저희 남편도 이 나라 국민이고, 강서 씨도 국민이었어요. 제발
회사대화라도 할 수 있게 좀 도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높으신 분들 있는 데 와서 이렇게 소리 지르면 안 되는 거 아는데…. 그런데요. 좀 도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정말 좀 도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한진중공업 노동자 가족인 송지영(가명·31) 씨가 이렇게 말하고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흥분한 나머지 책상 위로 올렸던 손을 슬그머니 상 아래로 내린다. 그러고는 "죄송합니다"라고 말한다. 송 씨의 남편은 지금 부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안에서 고(故) 최강서 씨의 주검을 지키고 있다.

송 씨의 옆에는 고 최강서 씨의 아버지 최용덕(64) 씨가 앉아 있다. 양팔로 작은 배낭을 끌어안고 있는 최 씨. 짐이 별로 없다.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서울로 온 것은 아님이 분명했다. 한숨도, 눈물도 보이지 않는다. 극단의 상황에 놓인 사람만이 풍길 수 있는 침착함이다.

최 씨는 "국회에 올 일이 살다가 생길 줄은 정말 몰랐다"고 했다. 물론 서른다섯 살밖에 안 된 아들이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것이라고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은 '현실'이다. 끔찍한 공포 영화악몽이 아니라,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당면한 현실.

최 씨는 자신의 그 '현실'을 무서우리만큼 담담하게 읊었다. 아들의 시신이 차가운 공장 아스팔트 바닥 위에 누워 있고, 며느리와 딸이 매일 한 번씩 아들의 관을 열고 새 드라이아이스를 집어넣는다. 그러나 최 씨의 주검에선 이미 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다섯 살배기 손자는 "아빠가 보고 싶다"며 새벽까지 울어댄다. 고혈압에 힘겨운 늙은 아내가 손자를 달랜다. 그러나 한진중공업은 말이 없다.

이에 앞서 고 최강서 씨는 "민주노조 사수", 사측이 제기한 "손해배상 158억 철회"를 주장하는 유서를 남기고 지난해 12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한진중공업은 손해배상을 철회하지도, 유족과 대화하는 자리를 만들지도 않고 있다.

최 씨와 송 씨에겐 이 잔인한 현실을 넘어설 힘이 없다. 그래서 이들은 서울로, 국회로 가기로 했다. "우리는 조남호 회장을 못 만나도, 국회의원들은 회장을 만날 수 있겠지"란 생각에서였다. "기자들이 우리를 아무리 외면해도, 국회의원들을 외면할 수는 없겠지"란 생각도 했다.

지난 5일 최용덕 씨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아내 7명(이하 가족 대책위) 등이 국회를 찾았다. 아무런 대책도, 계획도 없었다. 가진 것이라곤 '절박함'뿐이었다. 온종일 국회 이곳저곳을 다니며 이들은 "정치권이 나서 노사 대화의 물꼬를 터 달라"고 호소했다.

[오전 11시, 민주통합당 지도부 면담] "공장에 들어가고 싶었던 게 아니다"
 

▲ 고(故) 최강서 씨의 아버지 최용덕 씨와 한진중공업 노동자 가족들이 5일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만나 사측과 대화를 주선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하얀)


최 씨 등을 처음 만난 건 민주통합당이었다. 오전 11시,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한정애 의원, 전순옥 의원, 은수미 의원, 이석행 전국노동위원장과 면담이 이루어졌다.

이 자리에서 최 씨는 지난달 30일 최강서 씨의 주검이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안으로 들어가게 된 경위를 설명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원래는 우리가 갈 적에 회사 정문 앞에, 거기에 시신을 옮기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막 그 뭐냐, 토끼몰이를 당하다 그리로 들어가게 된 겁니다. 거기 들어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시작된 겁니다. 그러고 나서 이제 못 나오게 하고, 음식물도 못 들어가게 하고…. 이게 사람이 할 짓입니까."

한상철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 부지회장도 민주통합당 의원들을 향해 같은 설명을 했다. 한 부지회장 설명에 따르면, 당시 유족들은 사측이 대화에 나서지 않자 영안실에서 최 씨의 주검을 꺼내 조선소 정문 앞으로 옮긴다는 결정을 내렸다.

시신을 볼모로 싸운다는 비판을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영안실에 주검을 그대로 두어서는 회사가 대화에 나서지 않으리란 게 확실했다. 이미 네 차례 교섭 요청에도 응답이 없는 회사였다.

결국, 노조는 유가족 뜻에 따라 영안실에서 주검을 꺼내 조선소로 행진했다. 그러다 경찰과 시위대 사이에 충돌이 생겼다. 최 씨의 주검을 든 이들은 진퇴양난에 빠졌다. 마침 하나 있었던 퇴로는 조선소 서문. 시위대는 주검을 들고 공장 안으로 '어쩌다 보니' 들어가게 됐고, 그 길로 공장 문은 닫혔다.

이후 언론은 시신 농성이란 단어를 기사 제목에 넣고, 앞뒤로 작은따옴표를 붙였다. 최강서 씨의 아내 이선화(37) 씨가 나서 자초지종을 설명도 해봤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의 싸움은 '시신 농성'이란 끔찍한 단어로 손쉽게 묘사되고 있다. (☞ 관련 기사 보기 : 故 최강서 부인 "어떤 부인이 남편 시신 볼모로 싸우냐")

애타는 이들, 돌아오는 건 "기다려라" "기다려라"
 

▲ 고 최강서 씨의 아버지 최용덕 씨. ⓒ프레시안(최하얀)


면담 자리에 있던 민주통합당 의원 중 일부는 이미 최 씨를 만난 적이 있다. 지난달 16일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등은 최강서 씨의 빈소를 찾아 위로의 뜻을 전했다. 당시 문 비대위원장 등을 만난 최 씨는 "조문만 하고 끝내면 안 된다"고 호소했다.

"그 난리를 치고 있는데 국회의원 60명인가 70명인가 왔다 갔습니다. 오는 사람한테마다 얘기했습니다. 절 한 번 하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고. 오셨으면 책임을 지시라고. 그런데 국회의원 배지 구경시켜주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못 풀 문제라 생각이 들면 손 확 들어버리시고, 풀겠다고 말을 했으면 행동을 보여달란 말입니다."

최 씨의 이런 토로에 자리에 있던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민주당이 할 수 있는 건 다 하겠다"는 뜻을 거듭 내비쳤다. 하지만 "사측과 대화가 성사되기 전에라도 장례를 치르는 건 어떠냐"는 설득도 계속됐다.

한정애 의원은 "이재용 한진중공업 사장을 만나 유가족과 교섭이 아닌 간담회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전했다"라며 "노조도 손해배상·가압류 철회와 노조 인정 문제까지 포함해 사측과 일괄 타결하려 하지 말고, 우선순위를 바꿔서 장례와 유가족 보상 문제를 먼저 푸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이에 한상철 부지부장은 "우리는 이미 어제 조건 없이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며 "그냥 대화만 시작할 수 있도록 중재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측이 일전엔 시신을 빼면 대화하겠다고 했다가 이제 와선 공장에서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시신을 보내야 대화하겠다고 대화 조건을 바꾸었다"고 전했다.

한정애 의원이 다시 말을 이었다. 한 의원은 "대화를 진행하는 동안 유가족은 기다려야 하는 거 아니냐"라며 "유가족의 삶이 정상적인 위치로 돌아갈 수 있도록 장례를 먼저 치르도록 도와주고, 남은 것들은 우리 몫(민주통합당과 노조)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때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한 의원의 말을 가로막았다. 문 비대위원장은 "한정애 의원님, 지금 말씀하시는 건 사측과 어느 정도 얘기를 나누고 하시는 말씀이세요?"라고 묻더니 "그런 얘기를 함부로 하면 안 돼요"라고 말했다. 방 안엔 잠시 침묵이 흘렀다.

다시 말문을 뗀 사람은 이석행 민주통합당 전국노동위원장이었다.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그는 "제가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게 참…"이라는 말로 시작해, "우선해야 할 일은 새누리당을 설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 비대위원장에게 '새누리당 대표를 만나 최 씨의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힘을 쏟자는 얘기를 해달라'고 제안했다"며 기다려달란 뜻을 전했다.

"기다려달라", "새누리당을 설득해보겠다", "대선에서 이겼어야 하는데" 등의 말들은 송 씨 등의 가슴을 들쑤셔 놓았다. 40여 분의 면담이 끝나자마자 가족 대책위 7명은 복도에서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송 씨는 "선화 언니(최강서 씨 부인)가 생각나면 밤에 잠을 못 자겠다"며 "우리가 그렇게 욕심을 부리는 거냐"고 물었다.

[오후 2시, 새누리당 지도부 면담 요청 거부] "대선 때는 다 만나주지 않았나"
 

▲ 최용덕 씨와 한진중공업 가족 대책위가 새누리당 지도부 면담을 요구하다 무산된 후 국회 방호과 직원들에 의해 끌려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뛰는 가슴을 억누르며 이들은 다음 장소로 향했다. 정오께 노회찬·조준호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를 만났고, 점심 후엔 통합진보당 오병윤 원내대표, 이상규 의원, 이혜선 최고위원 등을 만났다.

같은 호소가 매 자리에서 이어졌다. 최강서 씨의 주검이 공장 안까지 들어가게 된 경위, 사측과 대화를 주선해달란 호소, 긴박한 영도조선소 상황 등. 같은 노래가 반복해 나오는 라디오처럼, 이들은 같은 이야기를 오전 중에만 세 번에 걸쳐 쏟아냈다. 지칠 법도 했지만, 눈물은 마를 줄을 모르고 때마다 흘러내렸다.

오후 2시께, 먼 길을 떠나온 이들은 "국회까지 온 김에 새누리당 지도부도 꼭 만나고 가야겠다"며 새누리당 대표실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채 몇 걸음을 떼기도 전에 국회 방호과 직원들이 이들을 막아 세웠다. 곧 몸싸움이 벌어졌고, 복도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가족대책위 김순애 씨는 "왜 다 만나주는데 새누리당만 안 만나주는 것이냐"며 "대선 때는 재래시장도 가고 쪽방촌도 가서 다 만나주지 않았냐"고 항변했다.

열 명이 되지 않았던 방호과 직원들은 순식간에 수십 명으로 늘어났다. '한진중공업 사람들이 국회 안에 있다'는 소식이 이미 나돌았는지, 이날 경비는 유난히 삼엄했고 무전은 특히 신속했다.

여기저기서 기자들이 몰려들었고, 울며 주저앉는 가족들과 사지가 들린 최 씨의 모습을 향해 사방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결국, 새누리당 지도부는 만날 수 없었다. 최 씨 등은 방호과 직원들에 의해 국회 본관 후문 근처로 쫓겨나갔다.

[오후 3시 40분,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 면담 성사] "당내 여론이…"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과 만난 최용덕 씨와 가족 대책위원들. ⓒ프레시안(최하얀)


본관에서 쫓겨난 이들은 본관 옆 국회의원회관으로 향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은 만날 수 있다는 기대에서였다. 하지만 이미 본청에서 '난동'을 부린 인물로 낙인찍힌 이들은 의원회관에서도 '출입 정지'를 당했다.

최 씨 등은 의원회관 로비 한쪽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김성태 의원을 기다리기로 했다. 그사이 최 씨의 눈길을 잡아끈 것은 로비에 전시돼 있던 설 선물 상자들이었다. 건물 밖에 주차된 택배 트럭들은 쉬지 않고 설 선물들을 쏟아냈다. 최 씨는 "저건 의원들 주는 겁니까"라더니 "국회의원은 좋네. 아들 똑똑하게 키워 국회의원 시킬 걸 그랬네"라고 말했다.

오후 3시 40분, 김성태 의원이 회관 로비에 모습을 드러냈다. 국회를 방문한 열두 명 중 최용덕 씨를 포함한 2명만 의원실에서 만나자는 가족 대책위 쪽 제안은 이미 거부된 후였다. 대신 김 의원이 로비로 나와 이들을 만났다.

김 의원은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다만, 대화가 시작되기 전에 시신을 영안실로 옮길 수는 없겠냐"고 말했다.

가족 대책위 전 대표 도경정 씨는 "밖에 있을 때 사측이 안 만나주지 않았냐"며 "지금 시신을 영안실로 옮기면 대화하겠다는 회사 말을 어떻게 믿겠느냐"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설 전에 사측과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하겠다"면서도 "당내 여론이 기업 노사 관계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쪽이라, 당 대표 면담을 주선하기는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오후 5시, 한진중공업 본사 피켓 시위] "조남호 회장 얼굴 한 번 봤으면…"

별 소득은 없었지만, 달리 할 일도 더는 없었다. 이들은 국회를 떠나기로 했다. 대신 서울 용산구 한진중공업 건설 부문 본사에서 잠깐이라도 피켓 시위를 벌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얼굴을 한 번이라도 봤으면 좋겠다"고 가족대책위 도경정 씨는 말했다.

이동 차량에는 곧바로 경찰차가 따라붙었다. 40분을 운전해 도착한 본사 건물 앞에서는 이미 노란 형광 조끼를 입은 전투경찰들과 본사 직원 수십 명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눈은 비로 바뀌어 있었고, 아내들은 남편들의 동료, 최강서 씨의 영정을 들고 본사 앞에 일렬로 앉았다. 그러나 이들은 이날 조 회장을 끝내 만날 수 없었다.

형체를 잃어가는 주검, 깊어가는 슬픔
 

▲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정문 뒤로 최씨의 주검이 담긴 관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부산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국회부터 한진중공업 본사까지 두루 다녔지만 이들은 이날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사측과 대화하는 자리를 약속받는다는 소박한 바람도 이뤄지지 않았다. 시신을 옮기고 장례부터 치르라는 이야기만 들어야 했다. 야당 의원들은 속 시원한 답을 주지 않았고, 여당에서는 이들을 사실상 찬밥 취급했다. 서울로 올라올 때보다 더 무거워진 마음으로 이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제 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드라이아이스로 최 씨의 주검이 부패하는 것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조금씩 형체를 잃어가는 최 씨의 주검 옆에서, 아내 이선화 씨는 언제까지 찬바람을 맞으며 슬픔에 겨워해야 할까. 아버지 최용덕 씨는 "나도 아들을 따라 죽고 싶다"고 습관처럼 말한다. "더 이상 죽이지 마라"라는 절박한 외침이 위태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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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박정희 정부, 앗"... 단순 실수일까?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3/02/07 08:23
  • 수정일
    2013/02/07 08:2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기자의 눈] 국회 권한 축소한다는데... 납작 엎드린 여당 의원들

13.02.06 21:36l최종 업데이트 13.02.07 00:25l

 

 

▲ 새누리당 연석회의 참석하는 박근혜 당선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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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것이 새로 출범하는 박정희, 어, 박…근혜 정부의 굉장히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6일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인수위원회 보고에 나선 유민봉 인수위 총괄간사가 말 실수를 했다. 오는 25일 취임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대신 그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이름을 말해버린 것. 불과 1시간 여 전에 삼청동 인수위에서는 윤창중 대변인이 새 정부의 공식 명칭은 '박근혜정부'로 결정됐다고 브리핑까지 한 상황이어서 유 간사의 이런 실수는 더욱 도드라졌다.

단순 실수로 여기고 넘어갈 일이지만, 이날 회의 형식이나 내용을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여러 면에서 국회를 존중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정부를 만들겠다는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과는 달리, 국회를 무시했던 박정희 정부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연석회의였지만, '회의'는 없었다

우선 이날 열린 행사 명칭이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였지만, '회의'는 없었다. 참석한 새누리당 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은 테이블에 나눠 앉아서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 서병수 사무총장, 유민봉 인수위 총괄간사의 경과 설명과 '박 당선인의 국정운영에 대한 협조 당부'의 말을 들었다.

참석자들은 이어 임성호 경희대 교수의 '새 정부 성공을 위한 집권여당의 역할'이란 제목의 강의를 듣고, 박 당선인의 대선 승리과정을 되짚어보는 영상물을 봤다. 박 당선인의 인사청문회 완화와 정부조직개편안 처리에 대한 당부가 포함된 인사말을 듣고 테이블별로 식사를 하고 연석회의가 마무리됐다.

전국 각지의 당원들을 대표하는 당협위원장(지역구 국회의원 포함)과 비례대표 의원들이 모였는데, 현안과 관련된 토론도 한 번 않고 박 당선인과 인수위, 당 지도부의 지침과 당부를 듣기만 한 '지침 하달회'가 돼버린 것이다. 특히 외교통상부에서 통상교섭기능을 떼내어 산업통상자원부로 합치는 조직개편안에 대해 미약하나마 당 내 반대 의견이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이 모여 관련 사안에 대한 토론과 설득을 하기보다는 조직개편 원안 관철 논리만 '학습'한 셈이다.

박 당선자 "정해진 절차를 통해 표결이 이뤄지는 민주 국회"

▲ 새누리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황우여 대표와 대통령직 인수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진영 정책위의장, 최고위원 등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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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당선인은 이날 인사말에서 "법에 따라 정해진 절차를 통해 표결이 이뤄지는 민주 국회, 상생의 국회가 되도록 여야가 노력하길 바란다"고 했다. 행정부 입장에서 국회에 법안처리를 부탁할 땐 '현안 처리에 협조를 바란다'는 정도로 그치는 게 보통인데, 세부적으로 '표결 처리'까지 언급한 건 이례적이다.

'법에 따라 정해진 절차를 통해 표결처리 하자'는 얘기는 지난 18대 총선 180석 언저리의 의석을 보유했던 공룡 여당 한나라당(현재 새누리당)이 4대강사업 예산안, 미디어법 처리, 한·미FTA 비준동의안 등을 물리력을 동원해 강행 처리할 때마다 그 명분으로 즐겨 내세운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박 당선인의 '표결 처리' 발언은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진퇴 문제, 정부조직개편안 원안대로 통과, 인사청문회 도덕성 검증 비공개 등의 현안뿐 아니라 앞으로 있을 쟁점법안의 처리 방침까지 제시한 걸로 해석될 수 있다. 다수당의 '표결 처리'를 통해 행정부를 밀어달라는 것이다.

하루 전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대정부 질문 제도 개선과 국감을 폐지하고 상시국회로 바꾸는 근본적 개혁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당선인과 당 지도부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명분으로 국회 권한의 축소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솔솔 나오는 국회 권한 축소론... 그럼에도 듣기만 하고 돌아가

그럼에도 새누리당의 국회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은 듣기만 하고 돌아갔다. 이명박 정부 초기인 지난 2008년 4월, 총선 뒤 열린 당선자 연찬회 당시 자유토론 시간을 배정하지 않은데 대해 친박계 의원들이 "연찬회는 초등학교 오리엔테이션도 아니고 대기업 재벌회사의 입사 설명회도 아니다"라며 반발했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불만은 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소리도 들린다. 한 재선 의원은 이날 회의가 일방적이고 논의의 장이 없는데 불만을 나타내면서도 "지금은 정부가 출범하지도 않았고 대통령이 아니라 당선인인 상태인데, 대통령 당선인한테 여당 존중하라고 하기가 좀 그렇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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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찬문화연구소를 열며

이남곡 2013. 02.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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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찬문화연구소>를 시작하면서

 

 

연찬회-.jpg

지난 2000년 경기도 화성 산안(야마기시)공동체마을에서 야마기시즘 연찬회를 진행하는 필자(맨왼쪽 정면) 사진 조현

 

 

우리는 2011년 1월부터 장수군(長水郡)으로부터 임대한 논실마을학교(구(舊) 대론초등학교)에서 인문운동을 전개하여 왔습니다. 18여회의 인문학 강좌, 독서회, 워크샵, 연찬프로그램 등이 그 내용이었습니다.

 

우리가 인문운동을 제안했던 것은 보다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이제 사회제도나 물질적 조건의 개선만 가지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현실 인식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물신(物神)의 지배로부터 인간의 해방’ ‘자기중심성을 넘어서는 의식의 진화’야말로 우리가 인문운동의 내용으로 담으려한 것입니다.

이것은 물질의 수단적 가치나 개인의 해방을 경시하거나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본주의나 개인중심의 민주주의를 반대하는 것도 아닙니다. 반대가 아니라 넘어서려는 것입니다.

 

수단과 목적의 전도(顚倒)와 인간의 엄청난 행위능력과 자기중심적 의식 사이의 모순을 시정하기 위한 노력을 하려는 것입니다.

물질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되어버린 의식과 생활양식을 그대로 두고는 어떤 진보적 정치구호나 경제민주화 방안도 지속가능한 인류의 자유와 행복을 보장할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개인주의와 결합되는 과도한 이기주의의 바탕에서는 아무리 민주주의를 발전시켜도 차가운 사회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소유와 소비중심의 생활문화를 바꾸고, 이웃을 배려하고 나누고 베푸는 의식과 삶은 자발성에 바탕을 두어야 생명력이 있습니다. 그것이 삶의 보람과 기쁨으로 되는 문화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자유 ·평등·정의를 향한 정치 경제 사회의 제도를 개선 개혁하는 것과 생존에 필요한 물질적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은 이러한 문화를 위한 필요조건으로 되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여전히 도처에 그런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역사 이래 그토록 그려온 새로운 세상을 위해서는 그 역(逆)도 중요하게 된 시점, 어떤 의미에서는 큰 전환점(轉換點)을 통과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즉 새로운 의식과 생활문화가 새로운 제도를 가능케 하는 토대로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토대와 상부구조’라는 과거의 틀은 새로워지지 않으면 안되는 것입니다.

 

절대빈곤과 독재를 넘어선 중견국가로서, 이제 우리는 인류적 범위에서 전쟁·양극화·지구생태계의 위기에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진정한 선진화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미력하나마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구체적인 사회적 실천과 인문운동의 결합을 위해 노력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마을공동체운동이나 협동조합이 그 어느 때보다 큰 관심과 열정으로 받아들여지는 지금 그런 운동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인문운동이 구체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려고 합니다.

 

마침 논실마을학교가 마을권역사업의 일환으로 리모델링에 들어가 당분간 사용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차제에 구체적인 분야로 전문화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여 ‘연찬문화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하려고 합니다.

 

인간의 역사를 대긍정하는 입장에서 보면 인류사는 자유확대의 과정입니다.

평화적인 발전은 물론이지만, 대립과 투쟁으로 점철되어 보이는 것마저 어떻게 보면 거칠게 정(正)반(反)합(合)으로 진행되는, 끝이 열려 있는 나선형 진화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제는 거칠게 나아가는 과정은 인류라는 종(種)의 멸망까지를 내다보게 합니다. 그것은 인류의 엄청난 행위능력 때문이지요.

 

그러다보니 과거 성인에게나 가능했던 대화, 소통, 진리탐구와 실천이 보통 사람들의 일상적 삶 속에, 정의를 추구하는 사회적 실천 속에 현현(顯現)되어야하는 시대로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회적, 물질적 진보는 이제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단계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인간의 최고의 의식을 무아(無我;에고로부터의 해방)에서 찾고, 그것이 모든 고등종교의 목표라고 생각이 됩니다만, 이제는 그것을 사회화해야 되는 것이지요.

 

이것을 우리는 무어라 이름 붙이기가 어려워 연찬(硏鑽)이라고 부르려 합니다.

연찬이라하면 무슨 무슨 연찬회라는 이름의 모임들도 많지만, 아마도 우리가 사용하려는 의미는 20세기의 걸출한 인물인 일본의 야마기시에 의해서 정의(定義)된 연찬과 가장 유사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영위(零位)에서의 철저(徹底)구명(究明)”을 말합니다. 어떤 선입관이나 고정관념 그리고 단정(斷定)이 없는 가운데, 진리를 철저히 밝혀 가는 방식입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고 , 야마기시 사후(死後)에 많은 사회적 물의마저 일으킨 실현지 중심의 실천 방법 때문에 보통 사람들에게는 권하기 힘든 특수한 소통 내지 의사결정 그리고 탐구와 실천의 방법처럼 생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사실 연찬(硏鑽)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주저하기도 했습니다만, 사실 연찬방식이라는 것은 야마기시의 독창적 창조물이 아니고, 이미 저 빛나던 축(軸)의 시대 모든 성인들에 의해 창시된 이래 계속 진화해 온 인류 지혜의 축적된 소산이라는 관점에서, 보편적인 내용으로 사용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그 명칭을 그냥 사용하기로 했습니다.(더 좋은 이름이 있다면 언제든 바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공자와 소크라테스, 원효, 야마기시와 최근의 일본 스즈카에서의 실험들 그리고 제가 접한 것만 해도 파커 파머, 에크하르트 톨레, 바이런 케이티 같은 서양 사람들에 의해서도 끊임 없이 발전하고 있는 방식입니다.

 

‘누가 옳은가?’하고 서로 따지는 지금의 토론문화로부터 ‘무엇이 옳은가?’하고 함께 탐구하는 연찬문화로의 진보는 평화롭게 새로운 세상으로 이행하는 중요한 초석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이것은 지금의 이기적이고 차가운 사회를 넘어서려는 마을공동체운동이나 협동운동의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라는 것에서도 여실히 보여지는 것입니다.

 

또한 지금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는 이른바 진보 운동이 그 고질적인 분파주의를 넘어서 진정으로 새로운 비전을 발견하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그 바탕이 ‘내(우리)가 옳다’는 과학적으로 생각하면 전혀 근거없는 확신에 바탕을 둔 토론 문화가 아니라, ‘내(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나(우리)의 감각기관에 의해 파악된 것을 나(우리)의 뇌가 저장하고 있는 정보에 의해 판단한 것일 뿐으로, 진실 그 자체와는 별개“라는 자각을 바탕으로 한 연찬 문화에 의해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연찬이라는 방식을 여러 운동 나아가 삶 속에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아 가는데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미미할지 몰라도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려는 욕구가 커지는 것만큼 점점 더 넓고 깊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에서 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해 연찬문화의 보편화를 위해 본 연구소는 최선을 다 하려고 합니다.

 

우선 재정이 넉넉치 못한 관계로 자원봉사의 연구위원을 위촉하려고 합니다. 우선 온라인 상에서 다방면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서로 연찬하는 장(場)을 꾸며볼까 합니다. 그리고 6개월에 한 번 정도 2박 3일 내외로 직접 만나 심층적 연찬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합니다.

 

다음으로 연구 결과를 실질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특히 이런 프로그램을 자신의 실제적인 영역에서 맞춤형으로 진행할 수 있는 연찬진행자를 양성하는 노력을 하려고 합니다.

 

저희들의 능력은 미미하지만, 우리 시대의 요구라는 자각으로 시작해 볼까 합니다.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있고, 어떤 이야기도 들을 수 있는 가운데, 우리 시대의 시대정신을 읽고 그 실행 방법을 탐구하며, 그것을 실천과 접목하는 그런 모임으로 자랄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시길 간곡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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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곡
서울대 법대 재학 때부터 민주화에 투신 4년간 징역을 살고 나온 뒤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과 겸손으로 진리를 향한 실험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정토회 불교사회연구소장을 거쳐 경기도 화성 야마기기마을공동체에 살았으며, 2004년부터 전북 장수의 산골로 이주해 농사를 짓고 된장·고추장 등을 담그며 산다. 서울에서 매주 ‘논어 읽기’ 모임을 이끈다.
이메일 : namgok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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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맞은 듯 '와르르' 무너져내린 4대강 구조물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3/02/06 09:28
  • 수정일
    2013/02/06 09:2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단독] 공주보 하류 콘크리트 구조물 1백m 유실... "역행침식"

13.02.05 18:55l최종 업데이트 13.02.05 19:09l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유실된 지점을 측정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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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강 합수부 붕괴 충남 공주시 우성면 어천리와 청양군 목면 신흥리 경계지점의 금강과 만나는 합수부 좌안 콘크리트 구조물 높이 10m, 길이 100m 정도가 유실되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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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공주보' 우안 하류 8km 지점. 금강 합수부 좌안에 설치된 높이 10m, 길이 100m 정도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깨지고 부서져 내렸다. 폭탄을 맞은 것처럼 거대한 협곡이 생기면서 콘크리트 구조물이 하천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현장이 목격되었다.

6일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이 공주보를 찾아 기자회견을 한다는 소식에 5일 대전충남녹색연합 심현정, 정선미 활동가들과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까지 돌아보았다.

먼저 찾아간 세종보 주차장 입구 자전거도로 옆 작은 하천에서는 암석구조물이 유실되어 보수 작업을 하고 있었다. 소수력발전소로 가는 자전거도로에 깔았던 아스콘도 깨지고 들떠 눈 속에 묻혀있었다.
 

흡사 폭탄을 맞은 것처럼 사면에서 떨어진 콘크리트 구조물이 물가에 널브러져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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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시 우성면 어천리와 청양군 목면 신흥리 경계지점의 금강과 만나는 합수부 좌안 콘크리트 구조물 높이 10m, 길이 100m 정도가 유실되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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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을 돌려 공주시와 청양군의 경계인 어천(국가하천) 임장교에 이르렀다. 좌안 합수부 제방에 놓인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구부러진 채 물 속에 처박히고 물살에 휩쓸려 쌓여 있었다.

더욱이 제방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사라진 공간에 사면침식이 일어나면서 흙더미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최소 10kg에서 최대 300kg에 육박하는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보였다. 그동안 차량진입이 어려워 찾지 못했던 구간으로 가려져 있었다. 지난 3년간 금강모니터링을 하면서 금강의 지류 하천이 이렇게 크게 유실된 것을 본 적이 없다.

동절기임에도 사면이 무너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날씨가 따뜻해지고 해빙이 되면 심각할 정도의 붕괴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행은 최근 교각의 콘크리트가 깨지고 부서져 보수공사를 하는 공주보에 도착했다. 비와 눈이 섞여 날리면서 체감온도가 '뚝' 떨어져 서 있기 조차 어려울 정도로 추위가 압박하는 날씨였다. 그러나 다리 위에서는 깨진 부분에 미장(덧바르기) 작업을 하고 있었다.

겨울철 콘크리트 공사를 하면 양생 과정에 문제가 생기는데 굳이 이런 날씨에 보강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작업자에게 "혹시 내일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의 공주보 방문 때문에 이렇게 서두르나요?"라고 묻자 "그런 부분도 있다, 미관상 좋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작업자는 "달성보(낙동강)와 강천보(여주)를 시공했다"고 자랑한다. '전문가분들이 겨울철 보강 공사는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우리가 사용하는 시멘트는 초속경이라 영하 5도에서도 10분이면 굳어 버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댐, 고속도로 전문보수 업체로 지난해 가동보와 고정보 누수를 보수한 경험이 있다"며 "앞으로 10일 정도는 더 보수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6일 권도엽 장관의 공주보 방문을 앞두고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도 긴급하게 보강이 이루어지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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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시 우성면 어천리와 청양군 목면 신흥리 경계지점의 금강과 만나는 합수부 좌안 콘크리트 구조물 높이 10m, 길이 100m 정도가 유실되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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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전화 인터뷰에서 "딱 보니까 역행침식"이라고 단정했다. 그러면서 "이런 현장을 수없이 봐왔다"며 "4대강 사업이 본류를 준설했는데 새로운 안정하상 또는 평행하상이 만들어질 때까지 지류와 본류가 만나는 지점이 평평하고 약간의 퇴적이 발생한다"며 "이런 현상이 회복될 때까지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주보 문제로 "겨울철 부실공사를 해놓고는 장관이 온다고 이 겨울에 다시 보수하고 있다. 그렇다면 양생이 되지 않아 같은 현상이 발생할 건데 너무한다"며 "아무리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이런 식의 보수보강은 하나 마나 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현장에 동행한 심현정 활동가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문제가 많았던 4대강 사업이 공사가 완공된 후에도 계속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대다수 국민이 반대했던 4대강 사업이 막무가내로 진행하더니 이제는 골칫덩이 사업이 되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유지보수비가 막대하게 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강은 어제부터 영하권을 맴돌 정도로 다시 추워지면서 오후부터는 비와 눈이 섞여 내리고 있다. 더욱이 오늘 밤부터는 또다시 많은 눈과 눈비가 그치면 한파가 찾아오겠다고 한다. 기온도 떨어져 추워지겠고 바람도 다소 강하게 불어온다고 하니 '공주보' 미장 작업이 다시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밀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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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재선 출마'에서 희망을 품다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장 재출마 선언을 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미국 CNN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3년은 너무 짧다"고 말하며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에 다시 서울시장 후보로 나서겠다고 재출마 계획을 밝혔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재출마는 그가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2011년 9월에 프레시안과 가졌던 인터뷰에서 이미 밝힌 바 있습니다. 박원순 당시 변호사는 인터뷰에서 "오세훈 전 시장의 잔여임기 3년 정도론 부족하다"면서 "재선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원순 시장의 재출마 선언을 서울 시민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그것은 재보궐 선거로 서울시장에 취임한 박 시장이 그동안 그리 나쁘지 않은 서울 시장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교육청보다 더 빠른 박원순 시장의 트위터 시정'

박원순 시장은 다른 여타의 지자체장과 다르게 온라인을 활용한 적극적인 쌍방향 시정 활동을 벌이는 시장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다양한 서울 시장 역할을 하는데 시민에게 호감은 받은 최근의 사례가 폭설로 인한 등교 시간 관련 멘션입니다.

 

 

 

▲폭설이 내렸던 2월 3일 저녁 박원순 시장 트위터.

 


지난 2월 3일 서울시에 폭설이 내렸습니다. 폭설이 내리면서 많은 학생과 학부모는 등교 시간과 관련한 궁금증을 가졌고, 이에 교육청보다 오히려 박원순 시장 트윗 계정에 문의하기도 했습니다. 정확한 등교 시간을 몰랐던 학생과 학부모의 질문에 박원순 시장은 정확한 교육청 발표라며 유치원,초,중,고 모든 학교의 등교 시간이 1시간 늦춰졌다고 답글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이 어떤 큰 사례가 될 수 있느냐고 반문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사실 등교 시간 연기 공지가 교육청에서 개별학교로 내려가는 것이 늦어 2월4일 아침 10시에나 공식적인 등교 연기 문자를 받은 학생과 학부모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시장의 트위터가 매우 급한 상황에서 어떻게 잘 활용되고 있으며, 시민과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 반값등록금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보여준 박원순 시장'

반값등록금이 정치권에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기에 대학들은 반값등록금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사립대학교들은 등록금 인하는 소폭으로 하고, 수업과 복지 관련 예산, 장학금은 대폭 삭감하는 꼼수를 부렸습니다.

연세대의 경우 학교 등록금이 2,3% 인하됐다고 성적우수자로 선발된 학생들의 장학금을 중단하기도 했는데, 이는 반값등록금을 시행하는 서울시립대의 사례와는 정반대였습니다.

서울시립대는 지난해에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약에 따라 '반값등록금' 제도를 도입해 등록금을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서울시립대의 2013년 한 학기 평균 등록금은 인문사회계열이 102만2000원, 공학계열 135만500원, 음악계열 161만500원으로 현재 국내 4년제 대학의 한 학기 평균 등록금 평균 335만3000원과 비교하면 절반입니다.

 

▲서울시립대가 공개한 등록금 대출 추이, 출처:서울시립대.

 


서울시립대의 등록금이 절반으로 낮아지자 학자금 대출을 받는 학생 수가 대폭 감소했습니다. 이렇게 학자금 대출이 줄어들면 대학생 신용불량자가 줄어드는 결과를 만들게 됩니다. 여기에 서울시립대 합격생의 수능 성적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일은 대학이 가만히 앉아서 우수한 학생을 유치한 사례로 손꼽히기도 합니다.

앞서 말한 사립대들은 대학등록금을 소폭만 낮춰 국가장학금이 줄어 들어 성적 우수학생들이 장학금 대신 학자금 대출을 받게 만들었는데, 서울시립대의 경우 국가장학금 예산을 정부로부터 많이 받을 수 있었었던 요인이 바로 반값등록금 때문이었습니다.

 

 

서울시립대처럼 반값등록금을 시행하면 국가장학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고, 이는 우수한 학생을 유치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수한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와 학자금 대출을 받지 않으니 대학생 신용불량자를 예방할 수 있으며, 아르바이트보다 학업에 전념하게 하여 대학과 학생이 모두 발전하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반값등록금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이유는 서울시립대처럼 학교가 본연의 임무인 교육에 충실하게 할 수 있으며, 이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꼭 시행되어야 할 정책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시장 한 명이 바뀌면 정책이 변화되고 이는 근본적으로 사회의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는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 2014년 지방선거와 19대 대통령 선거'

박원순 시장은 서울시의 정책을 꾸준히 이어 나가기 위해 재출마를 한다고 밝혔습니다. 박 시장의 재출마와 19대 대통령 선거는 어느 정도 관계가 있습니다. 특히 내년 2014년 지방선거는 앞으로의 박근혜 정부를 가늠하는 잣대와 정치 판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 박원순 시장의 19대 대선 출마 가능성도 함께 검토하며 만든 도표이지만, 결국(재선된다면) 임기 1년을 앞두고 대선에 뛰어들 박원순 시장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박원순 시장의 임기는 2014년 6월 30일까지 입니다. 2014년에는 지방 선거가 있기 때문에 박원순 시장은 재임 기간에 선거를 치르게 되는데 현직 단체장은 선거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재선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박원순 시장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그의 임기는 2018년 6월 30일까지입니다. 그런데 2017년에는 제19대 대통령선거가 있는 해입니다. 박원순 시장처럼 지자체장들의 변화가 있다면 19대 대선의 향방이 미묘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2010년 시행된 민선5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참패했습니다. 시장이나 도지사, 구청장,광역의원 숫자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올렸기 때문입니다.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많은 승리를 거둔 요인은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에 대한 정부 불신임과 많은 시민의 자발적인 투표참여 때문입니다.

지방선거에 승리한다고 대선에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대선과 지방선거는 다른 유형이기도 하면서 지자체장들이 야당이라고 반드시 그 지역의 대선 투표에서 야당이 승리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대선 패배 이후 가졌던 정치에 대한 외면과 실망을 2014년 지방선거로 회복할 수는 있다고 봅니다.

' 2014년 지방 선거를 새로운 희망으로'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박원순 시장의 사례에서 보듯이 지역에 사는 시민의 삶은 대통령과는 다르게 나름 행복할 수 있는 면도 있습니다. 특히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지자체장의 권한이 강화됐고 이는 실질적인 정책의 변화를 통해 이들이 정치를 새롭게 만들거나 바꿀 수 있게 됐습니다. 또한, 대선 패배 후 가졌던 유권자들의 상처를 회복시키고 정치를 외면하며 떠났던 사람을 다시 불러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문제는 많습니다. 현재 민주당의 모습과 행태를 보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이 별로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당론이 아닌 지역정책을 중심으로 지방선거를 야권연대가 끌고 나간다면 충분히 가능성은 있습니다.

 

 

 

▲2010년 고양시 지방선거를 이끌었던 '무지개연대' 출처:이무열의 좌충우돌 세상읽기.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 야권 정당과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모여 '무지개 연대'를 만들었습니다. 무지개연대는 고양시장과 지방의회, 광역의회를 석권하면서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무지개 연대가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정당 정치에 속해 있는 의제는 배제하고 정책 의제, 그것도 지역에 맞는 정책을 중심으로 정책 연대를 했기 때문입니다.

야권 단일화를 정당의 사상이나 노선에 따르자면 한도 끝도 없이 갈등이 나옵니다. 그러나 지방에 맞는 정책 의제만을 논의한다면 당리에 따라 분열되는 후보가 아닌 진짜 국민연대 후보를 낼 수 있습니다.

지역을 살릴 수 있는 최적의 후보를 선정해 그들의 공약을 널리 알리고 그들과 함께 지역 정치에 참여한다면 지방자치제가 제대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정치권이 반값등록금을 떠들면서 당론 채택 어쩌고 했지만 결국 가장 손쉽게 반값등록금을 실천한 곳은 서울시립대였습니다. 무상보육 논란도 있었지만 부족한 보육시설을 확충하는 목표를 달성한 곳도 서울시였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지하철 9호선 요금 인상은 당분간 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으며, 간호사가 1인당 평균 17명의 환자를 돌보던 병원을 개선해서 1인당 평균 7명의 환자를 돌봄으로 간병인이나 보호자가 필요없는 '환자안심병원'을 시작했습니다.


지역 내에 주차장이 없어 아우성이던 서울시에서는 야간 주차장을 개방하는 곳에는 주차장 임대 수입을 대신 제공하며 주차면까지 조성해주는 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정치 논리가 아닌 지방에 맞는 정책을 얘기하고 좋은 방안을 모색하다 보면 이런 정책을 잘 펼칠 인물을 정당과는 무관하게 야권연대 후보로 선출할 수 있고, 지역주민들의 마음을 모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말을 합니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치 투쟁을 우선시되는 면만 강조됐습니다. 이제 정치로 우리의 삶을 가장 쉽게 변화할 수 있는 지방자치부터 다시 시작했으면 합니다.

정치연대는 깨지거나 반목, 그리고 서로 아픔을 줄 수 있는 여지가 너무 많습니다. 우리의 정치 역사가 그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의 사례처럼 야권연대 후보이지만 정당색이 옅고 정치적 노선보다는 실제 행정을 잘할 수 있는 정치인이 많이 생겨난다면 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희망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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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박원순 시장 때문에 잠도 못 자는 서울시 공무원
[정치] - '서울시장 박원순' 한 명 바뀌었을 뿐인데.

 

 

 

 



자신이 원하는 대통령이 패배했다고 실망과 좌절 속에 살고 있습니까? 여러분이 사는 지역을 움직이는 한 사람만 바뀌어도 우리는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 지역과 내게 필요한 정책을 누가 어떻게 할지에 대해 들어보고 검증하고 후보를 선정하여, 그 후보를 밀어주기에는 지금부터 해도 늦을 수 있습니다.

이제 투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내가 사는 지역을 위해 스스로 작은 정치 활동을 해야 합니다. 거창한 정치사상을 위한 정치활동이 아니라 내 앞길의 보도블록을 쓸데없이 뜯어 고치는 것을 막고 그 돈으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써달라고 외치는 자발적인 시민 정치입니다.

세상은 희망을 품고 사는 것만으로 삶이 바뀌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희망의 끈을 절대로 놓지 않기를 여러분에게 간곡하게 부탁합니다. 여러분이 바로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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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과전망>북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이게 될 다종의 3차핵실험

 

 

 

증폭 핵분열탄이냐? 수소폭탄이냐?
 
<분석과전망>북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이게 될 다종의 3차핵실험
 
한성 기자
기사입력: 2013/02/05 [12:30] 최종편집: ⓒ 자주민보
 
 

▲ real nuclear power.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지명자가 북에 대해 사용한 개념.북이 실질적인 핵파워라는 뜻. 헤이글은 빈말을 하지않은 것인가! © 한성 기자


세계 핵전문가들의 눈은 지금,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집중되어있다. 북미대결전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많은 전문가들 역시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는 풍계리 동향에서 시선을 한 순간도 떼지 못하고 있다.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한 곳이 아닌 갱도 2곳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지난해 12월 로켓 발사 때와 같은 교란작전일 것이라는 견해가 없지는 않지만 이에 무게를 싣는 분석가는 거의 없다.

“서쪽과 남쪽 갱도에서 모두 핵실험을 할 가능성도 있다”

<연합뉴스> 2일자는 그렇게 보도했다.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서 보도한 것이었다. 이명박 대통령도 <조선일보> 5일자에 보도된 인터뷰에서 “북한은 한꺼번에 두 군데 이상에서 동시에 할 것 같다"고 했다.
연합뉴스는 이어 북이 플루토늄을 이용한 단순 핵실험을 두 차례 했으므로 다른 방식의 핵실험을 동시에 시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는 국방부의 견해까지도 덧붙여 보도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동시 핵실험이되 다른 내용으로는 고농축우라늄탄 실험과 소형 핵탄두 실험 등을 예상하고 있다.

이 정도면 이제 정세는 더 이상 북이 3차핵실험을 하느냐 마느냐에 있지 않다. 북의 3차핵실험은 이미 기정사실화되어있다. 정세의 핵은 북이 어떤 내용의 핵실험을 하느냐로 확고하게 바꾸어져 있는 것이다.

동시다발적인 핵실험은 인류의 핵 개발역사 발전역사에서 그 전례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고 할 만하다. 그렇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다른 데에 있다. 북이 이번에 하게 될지도 모를 동시다발적인 핵실험에 수소폭탄실험 내지는 증폭 핵분열탄 실험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 것이 그것이다.

수소폭탄실험 가능성을 제기한 대표적인 전문가는 미국의 핵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박사이다. 그는 최근, 군축전문가들의 블로그인 <armscontrolwonk.com>에 게재한 글을 통해서 그렇게 주장했다. 수소폭탄실험 가능성은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우리 정부당국자에게서도 나오고 있다.

북의 핵실험 내용과 관련하여 가장 유력하게 예상되고 있는 것은 ‘증폭 핵분열탄(boosted fission weapon)’실험이다. 지난달 25일자 아사히신문은 이를 비교적 상세히 보도했다.

증폭 핵분열탄은 약간의 핵분열 반응으로 무기 중심부에 집어넣은 삼중수소와 중수소의 핵융합 반응을 유도한다. 핵융합 반응으로 생긴 강력한 중성자선이 효율적인 핵분열 반응을 조절하는 구조다. 수소폭탄의 원리인 핵융합 반응을 원자폭탄에 적용하는 이치라고 할 수 있다. ‘증폭 핵분열’은 핵탄두의 폭발력을 높이고 소형화하는 핵심 기술이다. 핵무기 무게를 원자폭탄급 핵무기의 3분의1 ∼ 4분의1로 줄일 수 있는 것이다. 핵무기를 경량화.소형화하는 실험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북의 ‘증폭 핵분열탄’ 실험이 세계적인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는 것은 장거리 탄도미사일에 소형화된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필수 공정이라고 하는 사실 때문이다. 대다수 핵보유국들이 선호하는 핵탄두 제조법도 이것이다. 증폭 핵분열탄은 우라늄 핵무기로도, 플루토늄 핵무기로도 개발할 수 있다.

증폭 핵분열탄을 실험하려면 먼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킬 수 있게 하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야한다. 다음으로는 자연계에 없는 삼중수소를 또한 확보해야 한다.

미국은 그동안 일본 등과 함께 북이 수입하는 핵 관련 물자의 동향은 물론 핵 관련 시설의 건설·개발 상황을 꼼꼼히 체크해왔다. 북미가 적대국이어서도 그랬지만 미국이 더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특히 북이 2차 핵실험을 했을 때에 폭발 규모가 예상과 달리 매우 작았다는 점 때문이었다.

수많은 핵과학자들은 그 당시, 북이 증폭 핵분열탄을 사용한 게 아니냐는 추측을 강력하게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수소폭탄 실험이라는 설도 흘러나왔다. 그렇지만 미국의 핵통제에도 정찰범위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북이 노출시킬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미국은 ‘소형화 실험에 성공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하면서도 "소형화에 성공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 중심의 세계 핵과학계의 이러한 판단이 다시 주목받았던 것은 2010년 5월 12일이었다. 2010년 5월 12일은 북이 노동신문을 통해 핵융합 반응에 최초로 성공했다고 보도한 날이다.

결국, 미국은 최근에 들어 자신들이 북의 증폭 핵분열탄에 대해 오랫동안 벌여왔던 작업에 대한 결과를 내놓았으며 그 결과는 사실상 놀라운 것이었다. 북이 증폭 핵분열탄과 관련된 한차례 실험을 했으며 이를 통해 증폭 핵분열탄을 실용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는 것이었다.

이어 미국 등은 북이 영변에 있는 5천㎾급 실험용 원자로를 돌려 삼중수소 합성에도 성공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일본 등이 내리고 있는 이러한 결과들에 반하는 견해를 표명하는 전문가는 아직까지는 없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북이 증폭 핵분열탄을 실시할 정도의 기술력은 갖춘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북이 어떤 핵실험을 하게될 것이냐와 관련하여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지난 1월 24일 북 국방위원회 성명이다. 북이 하게 된다는 핵실험이 철저히 미국을 겨냥하게 된다는 것을 밝혔다는 점 그리고 특히 그 핵시험을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는 점이 그것이다.

<실질적인 핵 파워(real nuclear power)>

이는 척 헤이글 미국 국방부장관 지명자가 북의 핵능력과 관련해 청문회에서 북에 대해 사용해 일약 유명해진 개념이다.
어떤 내용으로 북이 3차핵실험을 하게 될 것인가? 정세분석가들의 이런 제기는 그 제기만으로도 헤이글의 이 말이 빈 말이 아님을 확인시켜주는 것으로 된다. <2월 5일 강남세브란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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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보다 더한 것도 해야 한다는 게 최종결론"

 

북, "적대세력들의 상상 초월하는 대응" 경고
"핵실험보다 더한 것도 해야 한다는 게 최종결론"
 
 
2013년 02월 06일 (수) 00:03:50 이광길 기자 gklee68@tongilnews.com
 

"오늘의 대조선(북) 적대행위가 국제사회의 보편적 이해와 규범의 한계를 완전히 벗어난 것만큼 그에 대응하는 우리의 선택도 적대세력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으로 될 것이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우리의 선택은 적대세력의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는 5일자 논평을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제재결의 2087호 채택과 동해상에서의 한.미연합해상훈련을 비난한 뒤 "오늘의 전면대결전에 나선 우리에게서 그 어떤 신축성이나 양보를 기대한다면 그보다 더 어리석은 짓은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경고했다.

이 통신은 '상상을 초월하는 대응'에 대해서는 예시하지 않았다.

이어 "적대세력들의 가증되는 핵전쟁 도발책동에 대처하여 핵시(실)험보다 더한 것도 해야 한다는 것이 오늘 우리가 도달한 최종결론"이며 "이것은 민심의 요구"라며 "우리에게는 끝장을 볼 때까지 나가는 길밖에 다른 선택이란 없다"고 못박았다.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가 지난 3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지난달 28일자 풍계리 위성사진 캡쳐.

 

한국 정부는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소재 만탑산 서쪽 및 남쪽 갱도에서 핵실험 준비를 사실상 끝냈으며, 북한 지도부의 정치적 결정만 남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꾼협의회에서 "실제적이며 강도 높은 국가적 중대조치를 취할 결심"을 표명했으며, 지난 3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는 "나라의 안전과 자주권을 지켜나가는데서 강령적 지침으로 되는 중요한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별도 논평을 통해 "일본이 정찰위성을 쏘아올렸으며 미국을 비롯한 유엔안보리사회 상임리사국들이 잇달아 미사일요격시험사실을 공표하였다"며 "(북한의) 평화적위성발사에 대하여서는 미사일발사라고 국제문제화하여 '제재'를 적용하고 전범국의 정찰위성과 패권주의적인 미사일무력현대화에 대하여서는 아무 문제도 없는듯이 시치미를 떼는 것이야말로 불공정성과 이중기준의 극치이며 너절한 편견"이라고 성토했다.

통신은 "공화국을 반대하는 '제재결의'가 채택된 이후 우주의 군사화를 위한 적대세력들의 부당한 책동이 공공연히 묵인되고 있는 데 대한 우리 군대와 인민의 분격과 보복의지는 무섭게 폭발하고 있다"며 "호전세력들은 우리가 이미 내외에 성전을 포고한 상태라는 것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선택은 적대세력의 상상을 초월할것이다
-조선중앙통신사 론평


(평양 2월 5일발 조선중앙통신)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과 핵전쟁책동이 엄중한 단계에 들어서고있다.

얼마전 유엔안전보장리사회라는 거수기를 발동하여 반공화국《제재결의》를 조작한 미국이 《북의 새로운 도발》을 운운하며 핵전쟁무력을 조선반도와 주변지역에 집중전개하고있다.

우리의 핵,미싸일기지들에 대한 《정밀타격》을 목적으로 본토에 있던 《B-2》스텔스폭격기들을 최근 조선반도와 가까운 괌도에 이동배치하였다.
이보다 앞서 지난 1월 26일에는 캘리포니아주중부해안에서 요격미싸일시험을 공공연히 감행하였다.
조선동해안에서 미군핵잠수함까지 동원하여 남조선괴뢰들과 《북핵시설》을 겨냥한 련합대잠수함훈련에 광분하고있다.
이것은 미국의 대조선핵선제공격기도를 로골적으로 드러낸것으로서 미국과 추종세력들의 핵전쟁광기가 어느 지경에 이르렀는가를 다시금 명백히 보여주고있다.

미국이 떠드는 유엔안전보장리사회 《제재결의》라는것은 결국 조선반도와 주변의 안정과 평화보장이 아니라 미국의 대조선적대시정책실현을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

지난 세기 50년대 조선전쟁을 《합법화》한 미국의 책동도, 새 세기에 들어와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과 세계도처에서 일으킨 침략전쟁들도 다 유엔안보리사회라는 미국의 조종을 받는 꼭두각시기구에 문제가 있었다.

제반사실은 우리가 선택한 자주와 선군의 길이 얼마나 정정당당한것이였는가를 긍지높이 되새겨보게 하고있다.

1960년대 미제무장간첩선 《푸에블로》호사건과 1970년대 판문점도끼사건,1990년대 핵소동 등 미국의 핵전쟁책동이 극도에 달할 때마다 자주와 선군은 우리의 유일무이한 선택이였고 최후승리의 비결이였다.

우리 인민의 반제반미투쟁력사와 경험은 이번에도 우리로 하여금 자위적군사력의 확대강화 등 전면대결전외에 다른 선택을 할수 없게 하였다.
우리에게는 나라의 경제발전을 위한 안정과 평화적환경도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에게 있어서 자주권은 생존권이고 자결권이며 발전권이다.
자주권을 잃은 나라와 민족은 안정과 발전권은 고사하고 상가집 개만도 못하다는 력사의 교훈을 뼈에 새긴 우리 군대와 인민이다.
목숨보다 귀중한 나라의 자주권수호를 위해 오늘의 전면대결전에 나선 우리에게서 그 어떤 신축성이나 양보를 기대한다면 그보다 더 어리석은 짓은 없을것이다.

오늘의 대조선적대행위가 국제사회의 보편적리해와 규범의 한계를 완전히 벗어난것만큼 그에 대응하는 우리의 선택도 적대세력들의 상상을 초월하는것으로 될것이다.

적대세력들의 가증되는 핵전쟁도발책동에 대처하여 핵시험보다 더한것도 해야 한다는것이 오늘 우리가 도달한 최종결론이다. 이것은 민심의 요구이다.
우리에게는 끝장을 볼 때까지 나가는 길밖에 다른 선택이란 없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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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SW 아니면 발도 들이지 마라?

공개SW 아니면 발도 들이지 마라?

 

김동규 2013. 02. 04
조회수 368추천수 0
 

공개SW 아니면 발도 들이지 마라?
대형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 공정 경쟁 제한하는 국방부의 속내
 
작년 12월 국방부가 낸 국방통합정보관리소 운영인프라 구축 사업의 제안요청서(RFP)에 공정한 경쟁을 제한하는 요소가 담겨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9페이지에 달하는 제안요청서 곳곳에 상용 소프트웨어의 참여를 제한하는 항목들이 발견된 것이다. 국방부는 <디펜스21>의 문제제기에 “정부의 공개 소프트웨어 기반 클라우드 시스템 구축 정책을 준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스템 통합 업체들 사이에서는 벌써 “제안요청서에 상용 소프트웨어의 참여를 제한하는 항목을 실은 것은 공정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왜 국방통합정보관리소에 공개 소프트웨어만 사용할 것을 요구한 것일까?
 
국방부에는 세 가지 망이 있다. 전시 지휘통제에 사용하는 전장망(C4I), 국방부 내부망인 국방망, 그리고 외부와 연결된 인터넷망이다. 국가 안보를 전담하는 기관인 만큼 다른 정부기관보다 다루는 정보의 중요도가 높아 어떤 망이든 철통 보안은 필수다. 굳이 망별로 중요도를 매기자면 다루는 정보의 등급에 따라 전장망, 국방망, 인터넷망 순으로 나열할 수 있다. 이 가운데 보안에 가장 취약한 망은 무엇일까? 외부와 직통으로 연결된 인터넷망이 보안에 가장 취약하고 인터넷망과 자료교환체계를 통해 연결돼 있는 국방망이 그 다음이다. 물리적으로 분리된 전장망이 가장 안전하다. 그러나 망마다 보안 취약성이 다르다고 해서 보안대책을 각각 다르게 세울 수는 없다. 국방부는 다루는 자료 하나하나가 국가 안보와 관련이 있는 기관인 만큼 모든 망에 할 수 있는 한 최고 수준의 보안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국방부가 추진 중인 국방통합정보관리소 운영인프라 구축 사업에서는 과연 보안을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게 맞는지 의심되는 요소들이 몇몇 발견된다.
 

사진1. 제안요청서표지.jpg

미심쩍은 국방통합정보관리소 제안요청서
 
국방부 IT정책 주무부서인 정보화기획관실이 관리하는 국방통합정보관리소 운영인프라 구축 사업은 쉽게 말해 국방부 전용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사업예산은 658억 원으로 현재 각 군, 기관에 흩어져 운영 중인 전산소를 통합해 국방통합정보관리소 2개를 구축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이미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전국에 흩어진 전산소를 최대한 적은 숫자로 줄이는 1단계 통합을 마친 상태다. 이번 사업을 통해 2014년 10월까지 운영인프라 구축을 완료하고 12월까지는 각 군 주요 전산소의 정보자원을 2곳으로 완전히 통합할 계획이다. 방대한 정보를 다룰 통합정보관리소를 관리하는 부대도 따로 창설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업 규모가 크고 유지보수를 통해 많은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돼 국내 시스템 통합업체들이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국방부는 공개 소프트웨어 사용을 점차 확대시키고 있는 행정안전부의 계획에 따라 공개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국방통합정보관리소 운영인프라 구축 사업을 추진 중이다. 2012년 12월 8일 나라장터에 공시된 209페이지 분량의 제안요청서에는 각종 서버모듈 규격에 리눅스 기반 운영체제를 탑재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정부부처와 달리 보안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국방부가 상용 소프트웨어는 아예 참가 기회도 주지 않고 공개 소프트웨어만 자격을 부여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스템 통합(SI)업체 관계자는 “상용 소프트웨어와 공개 소프트웨어는 각각 장단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단 참가 자격을 공평하게 부여한 뒤 시스템 통합업체가 판단해 더 나은 보안성을 지닌 체계를 탑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제안요청서 전반에 국방부의 모든 정보가 통합되는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보안요구도가 보인다”며 보안성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제안요청서가 경쟁을 제한하는 면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국방부는 “경쟁을 제한하는 면이 없으며 정부의 공개 소프트웨어 활성화 정책에 따른 것”이라고 반론을 제시했다. 보안요구도에 관한 문제제기에는 “20여종 이상 다양한 정보보호 수단의 상호작용에 의해 최고의 보안이 유지되는 체계로 구축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국방부의 주장대로 제안요청서는 경쟁을 제한하지 않고 보안에도 문제가 없는 것일까? 제안요청서의 항목들을 자세히 살펴봤다.
 
국제공통표준 임의로 해석한 국방부
 
국방통합정보관리소 사업에서 특히 강조되는 점은 보안이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이 ‘사이버 진주만’을 걱정할 정도로 날로 늘어만 가는 사이버 위협으로 인해 국방부의 모든 정보가 통합되는 국방통합정보관리소는 최고의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장소로 손꼽힌다. 국방부도 이를 위해 제안요청서 곳곳에 보안에 관련된 항목을 배치하고 있다. 제안요청서의 보안관리체계 구축 항목에서는 보안에 관한 국제공통평가기준인 CC(Common Criteria)인증이나 국가정보원 IT보안성평가를 취득한 제품위주로 도입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제안요청서 내용에는 최고의 보안을 요구하는 장소답지 않은 부분이 눈에 띈다.
 
먼저 CC인증에 관한 부분이다. CC인증은 정보보호제품에 대한 평가기준을 국제적으로 표준화한 것으로 한국에서는 국가정보원 산하 IT보안인증사무국이 인증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정보화촉진기본법에 따라 정부에 납품되는 중요 정보보호시스템은 반드시 CC인증을 거친 제품만을 사용해야 한다. CC인증은 몇 단계의 평가보증등급(EAL, Eval!uation Assurance Level)으로 구성돼 있는데 'EAL2'나 ‘EAL3'처럼 숫자를 붙여 표시한다. 숫자가 높을수록 높은 보안성을 가진 제품을 뜻한다. 예를 들어 EAL2 등급은 ‘다’급, EAL3 등급은 ‘나’급, EAL4 등급은 ‘가’급 전산자료에 적용하는데 ‘가’급 전산자료는 유출 또는 손상되는 경우 각급 기관의 업무 수행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하거나 개인 신상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전산 자료에 해당되는 등급이다. ‘나’급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다’급은 ‘경미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전산자료 등급을 말한다.
 
국방부가 낸 국방통합정보관리소 제안요청서에는 CC인증과 관련해 의문스러운 부분이 눈에 띈다. 요청서 119쪽부터 시작되는 보안관리체계 부분에서는 각 체계의 보안 요구규격으로 CC인증 등급을 표시하고 있다. 네트워크 보안의 경우 인터넷망 Anti-DDOS, 국방망 방화벽 등의 하드웨어에는 EAL4 등급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망의 개인정보 필터링, 스팸메일 차단시스템부터는 갑자기 등급이 낮아져 EAL2 등급을 요구한다. 국방망과 인터넷망의 서버보안 소프트웨어는 EAL3 등급이상을 하더니 취약점분석 시스템과 개인정보 차단시스템 등에는 아예 등급을 요구하지 않고 ‘CC인증 제품’이라고만 표시하고 있다. 등급에 관계없이 EAL2 등급이든 EAL4 등급이든 참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심지어 국방망과 인터넷망 망연계 소프트웨어는 ‘다’급에 해당하는 EAL2 등급을 요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IT전문가는 제안요청서를 보고 “이렇게 보안 등급이 뒤죽박죽인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체계에 최고 등급을 요구하는 미 국방부의 시스템과 비교하면 한국 국방부는 상당히 허술한 편이다”고 평가했다. 국방부 정보화기획관실에 체계마다 CC인증 등급이 다른 이유를 질문하니 다음과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CC인증 등급이 낮다고 해서 정보보호에 취약하다고 볼 수 없으며, CC인증 등급 때문에 경쟁이 제한될 경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등급을 조정했다. 또한 국방통합정보관리소의 정보보호체계는 20여종 이상 다양한 정보보호 수단의 상호작용에 의해 최고의 보안이 유지되는 체계로 구축할 것이다.”

사진3. 제안요청서.png

▲ 나라장터에 공시된 제안요청서의 일부. 제품의 특정규격을 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의 답변에서 CC인증에 대한 부분은 임의해석에 가깝다. CC인증은 국제공통표준으로 등급에 따라 보안 취약도가 다르기 때문에 “CC인증 등급이 낮다고 해서 정보보호에 취약하다고 볼 수 없다”는 국방부의 해석은 틀렸다. 정보보호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많은 비용을 들여 CC인증을 받는 이유는 전세계가 인정하는 표준보안등급이기 때문이다. 원래 K시리즈라는 자체 보안인증 등급을 이용하던 정부가 2005년 1월 이후부터 CC인증으로 전환한 이유는 국산이든 수입산이든 CC인증을 받은 정보보호제품이라면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CC인증 도입 후 보안 기술력을 확보해 높은 등급을 받은 제품이 더 우수한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기업의 국적과 규모, 자본력 등에 구애받지 않는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졌다. CC인증 등급이 경쟁을 제한한다는 국방부의 주장은 전세계가 인정하는 보안인증제도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국방 소프트웨어 관련 업체에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보안을 최우선으로 여겨야하는 국방부가 공정한 경쟁을 제한한다며 보안등급 요구도를 뒤죽박죽으로 만들어 제안요청서를 만든 건 난센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높은 등급을 받은 제품들끼리 경쟁을 벌여도 충분하기 때문에 모든 체계에 최고 등급의 CC인증을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개 소프트웨어 아니면 ‘출입금지’
 
또한 “경쟁 제한을 해소하기 위해 CC인증 등급을 조정했다”는 국방부의 답변은 정작 경쟁을 유도해야 할 부분에서는 경쟁을 막고 있기 때문에 모순이다. 국방부는 제안요청서의 상당부분에 공개 소프트웨어만 참여할 수 있도록 자격을 제한해두고 있다.
 
제안요청서 곳곳에는 서버모듈의 규격에 ‘OS(LINUX) 라이선스 포함’, ‘공개SW기반 엔터프라이즈 제품’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10군데 이상의 항목에서 이러한 점이 발견되는데 이는 공정한 경쟁을 제한하는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서버모듈 규격에 공개 소프트웨어인 리눅스를 명시할 경우 상용 소프트웨어들은 아예 사업에 참여할 기회조차 잃게 되지만 국방부는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정보화기획관실에 자원수집서버 모듈, 어플리케이션 서버 모듈, DB서버 모듈, 인터넷 관리 서버 모듈 등에 공개 소프트웨어 운영체제만 사용할 것을 명시한 이유를 묻자 국방부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이 서버들은 클라우드 환경 구축대상 서버다. 국방부는 정부의 공개 소프트웨어 기반 클라우드 시스템 구축 정책을 준수해 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국방부는 각종 가상화 소프트웨어를 공개 소프트웨어로만 한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정부의 공개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시스템 구축 정책을 준수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국방부의 주장대로 정부가 현재 공개 소프트웨어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중앙부처의 정보시스템을 통합관리하고 있는 행정안전부 산하 정부통합전산센터는 공공분야에 공개 소프트웨어를 확산시키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작년 1월 17일에는 통합전산센터의 홈페이지를 공개 소프트웨어로 전환하는 작업을 완료해 언론에 공개했다. 행안부는 2016년까지 통합전산센터가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의 약 40%를 공개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행안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 정부통합전산센터의 공개 소프트웨어 비율은 23%로 일부 시스템을 공개 소프트웨어로 시스템을 전환해도 성능에는 크게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행안부는 당시 홈페이지 전환을 계기로 공개 소프트웨어를 점차 정부 전체로 확산해나갈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의 공개 소프트웨어 정책은 ‘권장’일 뿐 상용 소프트웨어와의 경쟁을 아예 막으라는 지침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행정안전부가 낸 ‘정부통합전산센터 클라우드 서버 규격’에서도 반드시 공개 소프트웨어만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은 찾을 수 없었다. 이 규격서에 별첨된 서버규격 예시에는 지원 운영체제로 윈도우 2008, 리눅스 64비트 등 다양한 체계를 명시해두고 있다. 경쟁을 통해 적절한 체계를 적용하라는 뜻이다. 정부통합전산센터가 당장 모든 체계를 공개 소프트웨어로 전환할 수 없는 이유도 체계에 따라 상용 소프트웨어만 적용해야만 하는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에 제안요청서의 이러한 항목들이 공정한 경쟁을 제한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묻자 “공정한 경쟁을 제한하지 않으며 통합정보관리소의 클라우드 환경은 정부 정책을 준수해 공개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구축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한 소프트웨어 업체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반론했다.
 
“해외 각국이 정부차원에서 공개 소프트웨어 활용을 권장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국방의 경우 높은 보안성을 요구하는 등 특수성이 있어 공개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는 사례는 드물며 도입하는 경우에도 공개 소프트웨어 업체와 소스 비공개 등 사전 협의를 통해 충분히 검토한 후 도입하고 있다. 국방부가 이러한 해외 국방 사례들을 충분히 검토했는지 의심이 된다.”
 
특이한 점은 특정 서버모듈에는 다른 모듈과 달리 리눅스를 명시하지 않고 ‘OS 라이선스 포함’으로 적시해둔 것이다. 국방부에 특정 체계에는 리눅스를 명시하지 않은 이유를 물으니 “공개 소프트웨어 기반 제품이 제한되는 경우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운영체제를 명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개 소프트웨어가 탑재될 수 없는 부분은 상용 소프트웨어를 쓰고 나머지는 무조건 공개 소프트웨어만 쓰겠다는 말이다. 결국 다른 부분에서는 경쟁요소가 없다고 자인한 셈이다. 제안요청서 전반에 경쟁 제한 요소들을 깔아두고 특정 체계는 경쟁을 유도한다는 국방부의 속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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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국토안보부 비상대응팀은 자바(JAVA)의 사용 중단을 권고했다.

 
법 저촉 가능성, 제안요청서 재검토 해야
 
국방부의 이러한 알 수 없는 행보에 대한 가장 신빙성있는 설명은 다름 아닌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와의 껄끄러운 관계’다. 이 제안요청서에 가장 크게 반발하고 있는 곳은 MS로 알려져 있다. 전세계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MS가 공개 소프트웨어 일색인 이 사업에 끼어들 수 있는 여지는 전혀 없다. 이번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라 익명을 요구한 한 시스템 통합업체 관계자는 “국방부가 저작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MS와의 관계 때문에 아예 MS의 참여를 차단하기 위해 무리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제안요청서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의 말이 사실이라면 저작권 문제로 극한 대립 중인 MS와 국방부의 껄끄러운 관계가 중요 국방사업에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말이다. MS는 제안요청서의 수정을 요구하는 이의제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국방부는 “본 건의 내용과 유사하거나 동일한 내용의 이의가 제기된 바 없다”고 주장했다.
 
국방부의 이러한 사업진행 방식은 정부 입찰․계약집행 기준에도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 기획재정부계약예규 제2장에 따르면 ‘부당하게 특정상표 또는 특정규격 또는 모델을 지정하여 입찰에 부치는 경우’와 같이 경쟁참가자의 자격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 정책이라는 이유로 특정 체계의 규격을 명시한 국방부의 제안요청서는 이러한 기준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정부의 공개 소프트웨어 정책이 경쟁 제한까지 강제하고 있지 않다는 점, 클라우드 서버 규격서에 다양한 체계를 나열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방부는 제안요청서를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국방전산체계에 공개 소프트웨어를 적용하는 문제도 고민해 봐야할 부분이다. 1월 10일 미 국토안보부는 오픈소스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인 자바(JAVA) 사용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자바가 해커들이 침입하기 쉬운 취약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안보부의 비상대응팀(US-CERT)은 “이 문제를 해결할 현실적인 해결책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애플은 자사제품 맥에서 자바가 구동되지 못하도록 조처했다.
 
물론 공개 소프트웨어와 상용 소프트웨어 중 어느 체계가 보안에 취약한지에 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하나 세계 최고의 전산보안을 유지하고 있는 미 국방부가 데이터센터에 공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않고 있는 점, 1월 16일 6억 1,700만 달러 규모의 소프트웨어 사용권 계약을 맺을 때 입찰에 참여한 공개 소프트웨어 업체들 대신 상용 소프트웨어 업체를 선택한 점 등을 고려하면 한국 국방부가 사업 방향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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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화 변호사 "국정원 의혹, 대선 무효될 만큼 심각'

이재화 "국정원 의혹, 대선 무효될 만큼 심각'
(CBS노컷뉴스 / 김미화의 여러분 / 2013-02-04)


- 표창원 교수 고소는 시범케이스로 겁주려는 것
- 수사과장 인사, 중요 사건 처리 과정에 경찰 관례상 없어
- 키는 박근혜 당선인이 갖고 있어

■ 방송 : FM 98.1 (14:05~15:55)
■ 진행 : 김미화
■ 게스트 : 이재화 변호사

◇ 김미화> 대선 개입 의혹을 사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의 아이디로 또 다른 사람이 글을 올린 사실을 경찰이 밝혀내고 수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조직적 개입 의혹도 제기되고 있고요. 국정원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 가장 기초적인 기본권 행사다." 이러면서 직원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고 있는데요.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이 시간에는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위원회 소속 이재화 변호사와 얘기 나눠봅니다. 변호사님 나와계시죠?

◆ 이재화> 네, 안녕하시요. 이재화입니다.

◇ 김미화> 국정원 요원 선거개입 의혹사건에 대해서 새로운 사실이 계속 밝혀지고 있는데요. 대선이 끝나서 여론의 주목은 크게 받고 있지는 못하고 있습니다만, 사안의 심각성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세요?

◆ 이재화> 국정원 직원 개인 차원이 아니라 조직적인 선거개입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 않습니까. 국가 정보기관이 앞장 서서 국민의 의사를 왜곡한 것이기 때문에 명백한 관권선거고요. 전모가 드러나면 대선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는 사유가 될 만큼 심각한 겁니다.

◇ 김미화> 그렇게 보세요?

◆ 이재화> 네. 이게 3% 정도 차이인데요. 지금 전모가 다 드러나지 않고 있는데 오늘 보도에 의하면 일반인의 명의까지 도용해서 여론 조작을 했다는 건데. 이것이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표차에 영향을 미쳤다면 대선 무효 사유가 될 수도 있는 거죠.

◇ 김미화> 국정원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누려야할 가장 기초적인 기본권 행사다"라고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고 있는데 공무원도 표현의 자유가 있는 건 맞죠?

◆ 이재화> 물론 그렇죠. 공무원 개인이 일과중이 아니라 퇴근한 후에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허용합니다. 물론 그 부분은 대법원 판례에서 제한을 하기도 하지만 저는 공무원 개인은 표현의 자유를 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국정원이 표현의 자유 운운하는 것은 한 마디로 코미디죠. 공무원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 낮에 일찍 퇴근시켜서 집에서 글 올리라고 하는 공무원이 어디 있습니까. 표현의 자유를 위해서 누리집을 뒤진 거 아니에요. 이런 걸 가지고 표현의 자유 운운하는 것은 한 마디로 코미디죠. 이 사건 같은 경우 업무시간에 업무차원에서 얘기한 것 아닙니까. 이것은 국가 정보기관이 선거에 개입한 거고 여론 조작한 것이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하고는 거리가 멀어요.

◇ 김미화> 시간이 중요한 거네요.

◆ 이재화> 그렇죠. 업무시간에, 낮에 글을 올리기 위해 퇴근시켜준 것 아니에요. 업무의 일환으로 한 거죠.

◇ 김미화> 그런데 "평범한 국민의 기초적인 기본권이다."라는 표현은 무슨 뜻일까요?

◆ 이재화> 국정원이 표현의 자유를 신장해온 기관이면 모르겠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사사건건 개입하고 탄압했던 기관이 지금 와서 표현의 자유 운운하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죠. 조직적으로 대선 정국에서 여론조작을 위해서 업무시간에 일찍 퇴근시켜서 조직적으로 여론조작을 한 사건을 어떻게 표현의 자유 운운합니까. 이건 말이 안 되는 거죠.

◇ 김미화> 그럼 이것과는 어떻게 다른 걸까요? 전교조 교사들의 성명, 공무원의 정치적 의사 표현, 그리고 미네르바 사건도 있었잖아요.

◆ 이재화> 국립대학 교수들이 시국선언에 대해서 정치적 의사표현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건 민간영역에서 자율적으로 하는 겁니다.

이번 사건은 국가 기관이 조직적으로 한 것이죠. 기본적으로 다른 겁니다. 국정원 직원이 퇴근해서 개인적 차원에서 했다면 별 문제가 안 되는 겁니다. 지금 낮에 일찍 퇴근 시켜서 글을 올리도록 한 것 아닙니까.

◇ 김미화> 그런데 지금 조직적으로 했다는 물증은 아직 안 나오고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잖아요.

◆ 이재화> 물론 수사를 하고 있는 중인데 11시에 출근해서 2시에 퇴근해서 일정한 장소에서 일정한 목적의 글을 올렸다는 것은 조직적으로 했다는 해석을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죠.

◇ 김미화> 지금 국정원 직원 관련 기사를 쓴 <한겨레> 기자, <오늘의 유머>사이트 관계자를 고소한다고 국정원이 그러고 있어요.

◆ 이재화> 표창원 교수도요.

◇ 김미화> 네, 경찰대 표창원 전 교수는 이미 고소를 당했고요. 그렇다면 변호사님 법리적으로 어떻게 결론이 나리라고 예상하세요?

◆ 이재화> 공익적 사안에 대해서 공익적 목적에 기여하기 위해 기사를 쓴 것이지 기자들이 개인의 명예를 실추하기 위해서 보도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국정원도 이런 경우에는 죄가 되지 않는 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이 고소를 남발하는 것은 다른 목적이 있다고 봅니다.

◇ 김미화> 어떤?

◆ 이재화> 우선 진실을 추적하는 기자들과 언론인들에 대해서 법조계에서 더이상 진실을 파지 말라는 처방용이라고 보고요. 또 하나의 측면은, 어제 기사에 나왔던데, 국정원이 수사경찰도 고소했다고 그랬잖아요. 이 부분은 경찰에 대해서 더이상 깊이 진실을 파지 말라는 경고예요. 명백한 수사방해죠. 이 사안은 검사가 고소하더라도 무혐의 처리할 것이 명백하고요. 검찰이 객관적으로 판단하면 그렇다고 보여지는데 만약 검찰이 편견을 갖고 기소한다고 하더라도 법원은 종전의 대법 판례의 법리에 따라서 당연히 무죄 처리할 것이라고 봅니다.

◇ 김미화> 표창원 전 교수는 왜 고소했다고 보세요?

◆ 이재화> 표창원 전 교수가 이 사건에 누구보다 앞장서고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했기 때문에 시범케이스로 겁주려고 했던 거 아닌가 생각합니다.

◇ 김미화>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수사 맡았던 수사과장이 전보가 됐더라고요. 경찰은 해당과장이 업무를 맡은 지 일년 이상이 돼서 이건 정기적인 인사라고 얘기하고 있는데. 아까 "앞으로 더이상 수사 하지 말라는 협박"이라고 얘기 하셨잖아요.

◆ 이재화>권은희 수사과장이 수사의 책임자로 알고 있는데요. 공교롭게도 권은희 과장이 이 사건 수사를 가장 열심히 했던 사람이에요. 아마 송파경찰서로 어제 전보시켰을 거예요. 통상적으로 정기인사의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중요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 이런 인사조치를 하는 건 경찰이나 검찰이나 관례상 없어요. 경찰도 검찰도 이런 중차대한 사건 처리 과정에서, 더군다나 책임자인데 전보시키는 경우는 있을 수 없는 거예요.

◇ 김미화> 그렇다면 앞으로 경찰수사은 제대로 있을 거라고 보세요?

◆ 이재화> 저는 이것이 어떤 시그널이라고 생각하냐면 경찰 수뇌부가 이 사건을 축소 은폐하고 철저하게 국정원 여직원의 개인 사건으로 축소하려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경찰이 스스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이런 움직임에 반대하고, 이런 지시에 반대하고 끝까지 진실 추적을 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경찰이 살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미화> 변호사님이 말씀하신 조직적 개입의혹이 제기 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 경찰 수사를 이제 지켜봐야겠고. 그렇다면 국정원이 국민적인 신뢰를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이재화> 우선 국정원이 스스로 진상조사에 착수해서 경찰수사에 앞서서 실상을 국민에게 고백해야 합니다. 스스로 책임자에 대해서 문책을 해야 하고요. 앞으로 또 있을 경찰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국정원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김미화> 변호사님이 처음에 말씀하신 것처럼 이게 만약 대선 자체가 무효될 수 있는 어떤 심각한 상황이라면 자체적으로 진상조사에 착수하고 그럴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고요.

◆ 이재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대통령 선거 때 국정원 여직원을 인권 운운하면서 두둔했던 박근혜 당선인이 앞장서야 한다고 봅니다. 박근혜 당선인도 그때 당시 몰랐을 수도 있어요.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건이 아니라 단순히 여직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받는 상황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진실이 드러난 마당에 당선인이 한 치의 의문도 없이 철저하게 수사를 하라고 촉구하면 국정원이나 경찰도 아마 자유롭게 수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무튼 키는 박근혜 당선인이 갖고 있다고 봅니다.

◇ 김미화>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재화> 네, 감사합니다.

◇ 김미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재화 변호사와 얘기 나눠봤습니다.

출처 : 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2395239

[유튜브에서 방송 듣기]김미화의 여러분 02월04일(월) 방송

http://www.youtube.com/watch?v=Gjg_lnIL1Uw&feature=youtu.be&t=58m1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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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 '굶어죽겠다' 싶으면 박원순에게 오세요"

[열린인터뷰] 서울시민, 박원순 시장에게 묻는다 ②

박세열 기자(정리)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2-05 오전 7:15:13

 

<프레시안> 박인규 대표와 <프레시안> 자발적 유료 독자들인 '프레시앙'들이 서울 시민 자격으로 "돈독이 오른" 박원순 시장을 인터뷰했다. 지난달 31일 늦은 7시 30분, 합정역 근처 '후마니타스 책다방'에서 열린 '본격 박원순 인터뷰'를 두 차례에 걸쳐 싣는다. 박 시장의 '꼼꼼함' 덕에 전할 말들이 많기 때문이다.(☞박원순 서울시장 열린인터뷰 동영상 보러가기)

박근혜 당선인은 왜 박원순 시장에게 '
웃음'을 보였을까, 박원순 시장의 꿈은 왜 '보도블록 시장'일까. 박원순 시장은 왜 "돈독"이 올랐을까. 박원순 시장은 '종북'의 뜻을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일까.

박원순 시장의 입을 통해 넘치는
아이디어들이 쏟아질 때마다 인터뷰를 지켜보던 서울시 공무원들은 왜 "시장님 또 깔대기(자기 자랑) 나왔다"고 웃음 지었는지, 박원순 시장 '열린인터뷰'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두 번의 재수, 서울
대학교에서 재적, 사법고시 합격, 검사, 인권변호사, 시민운동가 1세대에서 서울특별시장까지, 서울시민들이 박원순을 파헤쳤다. 1편은 <프레시안> 박인규 대표의 인터뷰, 2편은 서울시민들의 인터뷰가 발행된다.(편집자주)
 

서울시민, 박원순 시장에게 묻는다
① 박근혜가 박원순을 만나 웃음 지은 이유는?



박원순, "청년들, 쫀쫀해지지 말자…굶어죽게 생겼으면 저에게 오세요"

서울시민1 : 20대고, 아직 하는 일은 없다. 박원순 시장과 가까이 일을 해보고 싶은데, 그럴 기회가 있을까?

박원순 : 예를 들어 제가 희망제작소를 할 때, '소셜디자인 스쿨'이 있었다. 3개월 과정인데, 내가 인생에서 뭘 해야 할지 발표하는 게 마지막 순서다. 안철수 교수도 오셔서 강의한 적도 있었는데, 지금도 명성은 있다. 서울시는 직접 하기보다는 그런 일을 하는 곳을 지원할 수 있다. 앞으로 서울시에서 장인에게 제대로 배우는 과정을 만들 생각도 있다. 서울시가 예산을 들인 것인데, '크리에이터 양성 과정'을 대학교와 함께 하고 있다. 청년 여러분들이 꼼꼼히 찾아보면 상당히 그런 과정이 많다. 요즘은 어르신들이 은퇴해도 나이가 너무 젊지 않나. 60대도 청년 아닌가.(웃음) 새로운 인생을 찾을 수 있게 '인생2모작 지원센터'를 만들어서 은평구에 첫 번째로 개설했다. 그런 것을 꼼꼼히 살펴보면 의외로 많다. 공무원이 되시거나 인턴 제도도 있다. 제 옆에 가까이 오실 수 있다. 오늘도 가까이 있지 않나.(웃음)
 

▲ 박원순 서울시장 '열린인터뷰' 포스터 ⓒ프레시안(손문상)



서울시민2 : 보육교사를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보호자 없는 병원'을 서울시에서 시험적으로 운영하는 게 너무 반갑다. 보육교사에 대한 복지 문제에 관해 질문을 드리고 싶다.

박원순 : 보육교사의 급여를 조금 올린다거나, 보육 교사들이 휴가를 갈 수 있도록 보완을 했는데 아직 갈길이 멀다. 보육 교사들이 또 비정규직이지 않나. 서울시에서 보육의 질을 어떻게 높일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볼로냐에 갔는데, 거기에는 서너 개 보육원마다 한 분의 교육학자가 있더라. 이 분이 돌아가면서 여러 프로그램을 감수하고 있더라. 보육은 아이를 그냥 맡기는 게 아니고 교육까지 하는 것이다. 당시 교육학자에게 '당신의 역할이 뭐냐'고 했더니, 교육에 있어 아이들의 호기심을 만들어내는 일을 한다고 하더라. 지금 국공립 보육시설을 많이 짓고 있는데 양에 안찰 것이다. 그래서 아이디어를 냈는데, 보육코디네이터를 동마다 한분씩 배치하는 방안이다. 지금 보육교사들이 잡무에 시달린다고 한다. 한 동에 세무 업무를 보는 분을 둘 수도 있고, 규격화된 양식을 만들어서 보육시설에 돌릴 수도 있다. 제가 이렇게 꼼꼼하게 하고 있다.(웃음)

박인규 : 그래서 '꼼꼼원순'인가보다.

박원순 : 서울시 공무원들이 아주 지긋지긋 하실 거예요. 그래도 욕은 못하시는게, 제가 또 잘 해드린다. 칭찬도 많이 해드리고.

박인규 : 보육시설 늘리는 방안과 관련해 재원이 문제인 것 같다.

박원순 : 돈 없이도 할 수 있는 게 있다. 지금 시설을 하나 만들려면 땅 사야하고, 건물 지어야 하고 그런다. 머리를 굴린 게, 땅 있는 교회, 사찰 등이 있다. 땅을 제공해주면 건물을 짓고, 국공립 시설로 지정해주겠다. 이렇게 제안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부를 안해 주신다. 그러면 50년 장기 임대를 하겠다. 이런 식으로 해서 합의가 된 게 있다. 저희가 작년에 보육시설 140% 초과달성했다. 금년에는 예산 훨씬 줄이고 시설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전두환 경호비용 왜 내주시는 거죠?"

경기도민1 : 저는 서울시민은 아니고 경기도민이다. 재정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서울시 예산 중에 이해할 수 없는 곳에 지출되는 게 많은 것 같다. 이를테면 우면산 터널 이익을 서울시가 민간 기업에 보전해주는 것이라든지, 전두환 전 대통령 경호 비용을 서울시가 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박원순 : 맞다. 제가 보기에 낭비되는 것들이 많다고 본다. 그래서 들어와서 처음 한 일이 투자 심사를 제대로 하자는 취지로 공공투자심사센터 별도로 만들었다. 시장이 원하는 사업도 '노' 하면 못하는 걸로 돼 있다. 그 다음 과거에 했던 사업을 보니 엉터리가 많았다. 감사를 제대로 시키고 백서를 만들라고 했다. 또 계약이 엉망이다. 지하철 9호선 같은, BTL이나 BTO 방식으로 서울시가 민간 기업의 수익을 보전해주는 것도 그렇다. 도데체 그 내용을 잘 모르는 상태로 계약을 체결한 것도 많더라. 그래서 변호사 세 명을 채용해서 검토를 했다. 서울시 예산 낭비를 신고한 사람에게, 기존에는 보상이 아주 적더라. 보상도 늘렸다. 전두환 전 대통령 경호는 국가에서 하는 것인데, 경호동 하나가 서울시 소유더라. 경찰청과 정부와 협력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그 전에는 공짜로 해줬는데, 돈(임대료)을 내라고 해서 지금 돈을 받고 있다.

서울시민3 : 미학과 대학원생이다. 취업과 인문학 공부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인문학을 선택했다. 인문학을 선택할 때 어머니와 얘기를 많이 했는데 어머니가 '할 수 있다'고 얘기를 해 주셨다. 저는 어머니와 소통을 잘 한 결과로 진학을 하게 됐다. 사회 경험이 적은 학생과 소통을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면 청년들이 미래에 대해 선택을 할 때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을까.
 

▲ 박원순 서울시장 ⓒ프레시안(최형락)

박원순 :

중요한 지적을 하셨다. 어머니를 참 잘 만나셨네요. (웃음) 거창고등학교 직업 십계명에 '부모, 형제, 배우자가 말리는 곳이면 틀림없다'는 말이 있다. 저도 부모님이 원해서 고시에 합격해 검사도 하고 변호사도 했다. 그런데 제가 희망해서 시민운동을 했다. 부모님이 말리는 길로 들어선 것이다. 그리고 남들이 안 가는 길이었다. 그러나 사실 잃어버린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제가 얻었다. 실패는 누구나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저도 재수를 두 번이나 했고, 학교에서 잘리기도 했다. 청년 시기에 정말 좌절할 만한 일들이 많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좌절 때문에 제가 더 건강해졌다. 청년들, 쫀쫀하게 하지 말고, 좌절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 하세요. 만약 굶어죽게 생겼으면 저한테 오세요.(웃음)

서울시민4 : 서울에 있는 구립 공공도서관 사서 일을 한다. 도시의 미래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도서관 사서 배치 비율이 서울시가 낮다. 박 시장이 작년에 발표한 서울시 도서관 정책 내용을 봤는데 진행 상황을 알고 싶다.

박원순 : 원칙은 시립 도서관을 크게 짓는 것보다 동네 작은 도서관을 많이 만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충분한 예산이 없어서 그런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제가 정책을 발표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공무원들이 실천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 시장 발표 사업은 정기적으로 점검을 한다. 도서관 사업은 한꺼번에 이상적인 형태를 못 만들지만 발표했던 것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이 곳(후마니타스 책다방)도 작은 도서관이지 않나. 도서관도 좋은 마을 시설이다. 노력하고 있다.

서울시민4 : 아이디어 하나 내겠다. 서울시에 24시간 도서관을 시범적으로 운영하면 어떨까. 언제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료들을 찾아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어떨까.

박원순 : 괜찮은 아이디어지만 그 도서관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노동문제가 발생한다. 다 그렇게 하기보다 몇 군데를 그렇게 하는 것이라면, 생각해볼 만한 아이디어다.

"연극노동자들, 깊은 고민 못했네요. 트위터로 제안 보내주세요"


서울시민5 : 일자리 정책과 관련해 질문하고 싶은데, 박 시장이 생각하는 일자리 마련에는 어떤 '비즈니스 모델'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어떤 구상들이 있나.

박원순 : 다양성 속에서 사람이 필요료 하는 것이 일자리가 되고 직업이 된다. 한국은 직업의 종류가 일본의 절반, 미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물론 미국에 있는 직업이 반드시 한국에도 있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그러나 앞으로 만들 수 있는 직업이 많다. 이를테면 미국은 '정리하는 사람이나 코디네이터 같은 형태가 직업이 돼 있다. 사실 사물을 정리해주는 것도 고급의 인문학적 바탕이 있어야 한다. 제 서울시장실을 와보면 엉망이다. 제가 앉아서 정리할 시간이 없다. 그렇다고 아무에게나 맡길 수 없다. 제 철학을 잘 읽어야 한다.(웃음) '회의 전문가'도 있다. 회의를 진행하는 컨설팅을 하는 직업이다. '요약하는 직업' 같은 것도 있다. 제 책 <천 개의 직업>을 보면 책 요약사도 나온다. 지식 중심 사회의 직업들이다. 서울시의 정책도 이런 쪽으로 가야 한다.

서울시민6 : 연극을 하는 사람이다. 쌍용자동차 해고자 관련해 연극 작업을 했는데, 생각해보니 정말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게 바로 우리들(연극인들)이더라. 젊은 예술가들은 아르바이트를 뛰지 않으면 생계가 안된다. 30대, 40대 되면 이 직업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박원순 : 너무 중요한 말씀이다. 제가 말한 창조산업의 기초는 문화 예술이다. 문화 예술이 성장해야 한다. 우리가 기초 과학에 투자를 안 하고, 응용과학에 투자를 많이 하는데, 문화 예술 쪽에 일하면서 연구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삶을 보장받아야 한다. 제가 깊은 고민을 못했네요. 제가 여기에 메모를 했으니, 이것이 전달된다고 보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서울문화재단 쪽에서 화가들 그림을 임대를 받아 원하는 공공시설에 빌려주는 일을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화가들의 생활이 나아진다. 연극이라든지, 이런 쪽은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좋은 제안을 해 주세요. 트위터로 보내도 되고요.(웃음)

"내가 서울시장인 한 '보도블록' 하나는 제대로!"

 

▲ "풍납동이나 몽촌토성, 한양도성 등 서울의 문화재를 중앙정부가 다 (복원 및 발굴 등)하면 3조 원 정도 든다고 한다. 4대강 대신에 여기에 3조원을 들였으면 어땠을까?"

ⓒ프레시안(최형락)

서울시민7 : 세계의 다른 도시들을 보면 그 도시를 상징하는 것들이 있는 것이다. 멘홀 뚜껑부터 '랜드마크'까지 있다. 그런데 서울은 획일적이고 개성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는 전공이 건축은 아니지만 '서울스러운' 느낌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박원순 : 중요한 질문이다. 서울의 '랜드마크'가 뭔지 아시는 분이 있나? 어떤 분은 100층 이상 큰 건물을 서울의 랜드마크로 지으려고 했었다.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자연이다. 서울의 북한산만큼, 도봉산만큼 아름다운 산 보셨나요. 없다. 이만큼 아름다운 도시가 없다. 한강만큼 아름다운 강도 없다. 두번째, 역사다. 서울은 조선의 600년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성백제 500년 수도다. 그런데 너무나 많이 없어졌다. 남대문을 태워버렸고, 종로의 피맛골조차 없앴다. 서울은 파면 (문화재가) 나온다. 우리가 이런 것들을 다 제대로 보존 못했다. 청계천도 몇 십년에 걸쳐 제대로 연구하고 복원했다면 아마 유네스코 세계 유산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봤다. 청계천은 조선 전기 치수와 토목의 산 증거다. 그것을 다 긁어서 파다가 없애버렸다. 너무 안타까운 일들이 있었다. 풍납동이나 몽촌토성, 한양도성 등 서울의 문화재를 중앙정부가 다 (복원 및 발굴) 하면 3조 원 정도 든다고 한다. 4대강 대신에 여기에 3조 원을 들였으면 어땠을까.

박인규 : 어떻게 해야 할까?

박원순 : 저는 공공건축가, 공공조경가 개념을 도입했다. 네덜란드에는 국가건축가 제도가 있다. 건축가가 전체 건축을 총괄하는 것이다. 선거를 하면 후보자와 런닝메이트 개념으로 나오기도 한다. 정치인들은 건축을 잘 알아야 한다. 서울시가 그런 큰 것은 못하더라도 작은 화장실 하나 만들더라도 반드시 공공건축가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보도블록 있지 않나. 스트레스 안 받았나. 저도 시민으로 뚜벅이로 걸어다니는데 정말 화가 났어요. 연말만 되면 막 뒤집어 엎는다. 지금 공사하는 곳 보셨나? 서울에 딱 두 군데 하고 있다. 엉뚱한 공사 절대 못하게 하겠다. 그리고 공사를 할 때 실명제를 적용한다. 최근 공사 누가 시공했는지 다 나와있다. 다른 것은 못해도 내 임기 중에 보도블록 하나는 제대로 처리하겠다. 보도블록도 간수를 못하면서 무슨 도시를 만드나. 거리모니터링단이 현재 서울시내 전역에서 몇 백명이 보고 다닌다. 이 부분은 바뀌지 않을까. 뭐 한 시장이냐고 묻는다면 '보도블록 하나는 제대로 뜯어고친 시장'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박인규 : 오늘 인터뷰 어땠나?

박원순 : 너무 좋았다. 질문하신 분들, 서울특별시민 자격이 분명히 있다. 여러분들 기대를 제대로 보답하겠다. (끝)

 
 
 

 

/박세열 기자(정리)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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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노동자들은 백척간두에 밀려있다"

"민주당, 돌직구 던져야 변화구도 먹히지..."

[철탑 1박 2일] 쌍용자동차 고공농성장, <오마이TV> 24시간 생중계

13.02.05 09:37l최종 업데이트 13.02.05 10:03l

 

 

▲ 퇴근하는 동료에게 손 흔드는 철탑 농성자들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한상균(52) 전 지부장, 문기주(53) 정비지회장, 복기성(38) 비정규지회 수석부지회장이 대통령선거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20일부터 4일까지 77일째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 부근 철탑에서 국정조사 실시, 비정규직 정규직화,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4일 오후 철탑 농성자들이 퇴근하는 동료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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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부터 밤새 내린 눈은 나뭇가지마다 하얀 눈꽃을 피워 냈다.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고공농성 현장에는 눈이 녹아 길바닥이 추적거렸다. 찬바람이 철탑에 매달린 현수막을 세차게 흔들었다. 세 명의 철탑 성자들을 향해 안부 인사를 건넸다. 그들도 철탑 아래로 연신 두 손을 흔들어댄다.

"눈은 다 치우셨어요?"
"네!"

24시간 생중계가 시작됐다. <오마이TV>는 '철탑 1박2일'이라는 제목으로 4일 오후 2시부터 5일 오후 2시까지 고공농성 현장에서 대한문 농성장까지 쌍용차노동자들의 투쟁을 만 하루 동안 담아낸다. '철탑 1박 2일'의 또 다른 이름은 '소금꽃 올레'다. 소금꽃은 땀에 젖은 노동자들의 옷이 마른 후 그 자리에 남은 흰 자국을 말한다.

4일 방송 첫째 날에는 철탑 위에서 농성 중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한상균(52) 전 지부장, 문기주(53) 정비지회장, 복기성(38) 비정규지회 수석부지회장을 만났다. 또 쌍용차 해고노동자들과 그 가족들을 돕고 있는 심리치료센터 '와락'을 방문하고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심성정 진보정의당 의원과 철탑 아래서 쌍용차 사태의 원인과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대담을 나눴다.

"돌직구를 던질 수 있어야 변화구가 효과가 있다"
 

▲ <오마이TV> 쌍용차 철탑농성 24시간 생중계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한상균(52) 전 지부장, 문기주(53) 정비지회장, 복기성(38) 비정규지회 수석부지회장이 대통령선거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20일부터 4일까지 77일째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 부근 철탑에서 국정조사 실시, 비정규직 정규직화,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4일 오후 철탑농성장에서 진행된 <오마이TV> 24시간 생중계에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출연해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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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이 시작된 오후 2시, <오마이뉴스> 사회팀의 황방열 팀장과 최지용 기자가 오프닝 마이크를 잡았다. 짤막한 '소금꽃 올레' 소개와 함께 밤새 내린 눈으로 추운 밤을 보냈을 철탑 위 노동자들의 안부를 물었다. 전화 연결로 이어진 철탑 위 노동자들과의 인터뷰는 거센 바람에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농성장은 송전탑의 중간보다 약간 위쪽인 약 30미터 높이에 설치돼 있었다. 철 구조물 사이에 얇은 송판을 몇 장 깔고 그 위에 천막을 쳤다. 밤사이 눈이 계속 쌓였으면 자칫 위험할 수도 있어 보였다. 처음 전화를 받은 문기주 지회장은 "전날 밤 11시부터 눈을 치우기 시작해 2시간마다 한 번씩 눈을 쓸었다"고 말했다.

쌍용차 사측과 기업노조 측이 지난달 10일 발표한 무급휴직자 455명 복귀 결정에 대해 문 지회장은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그는 "455명을 복직시킴으로써 국정조사를 향한 여론을 무마시키려는 의도와 복직시킨다는 미명하에 그동안에 밀렸던 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려 하는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쌍용차 측은 무급휴직자들의 복귀 조건으로 그들이 제기한 임금청구 소송을 취하하겠다는 협약서를 작성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무급휴직자는 노사합의에 따라 지난 2009년 파업 종료 후 1년 뒤에 복귀했어야 한다. 사측은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무급자들은 합의 기간을 넘어선 부분에 대한 임금청구에 나섰고, 오늘 15일 그 최종 판결이 예정돼 있었다.

복기성 부지회장은 "쌍용자동차는 2006년 불법파견이 적발된 사업장"이라며 "여태까지 단 한 명도 정규직화를 하기는커녕 현장에 남아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까지 고정적으로 정리해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정조사를 관철시키지 못한 민주통합당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오마이TV> 초대손님 가운데 가장 먼저 농성장을 찾은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한 통화에서 한상균 전 지부장은 "야당에서 '6인 여야협의체'를 놓고 '쌍용차문제 해결을 위한 변화구'라고 말하지만 사실 아무 의미 없는 이야기"라며 "돌직구를 던져야 변화구가 먹히는 것이지 변화구만 던지는 건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은 최근 국회 개원을 앞두고 국정조사 대신 5월까지 쌍용자동차에 대한 여야협의체를 만드는 것에 합의했다. 대선 이후 태도가 돌변해 계속 국정조사를 반대하는 여당의 무책임함이 지적되지만, 야당 또한 무기력하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동영 고문은 이에 "돌직구를 던질 수 있어야 변화구도 효능이 있다는 말씀에 동의한다"며 "실날같은 가능성이라도 열어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정 고문은 지난 2008년에 2900여 명을 정리해고 한 스웨덴 자동차 회사 '볼보'의 예를 들며 "정부가 직장 내에 직업 안내소를 설치할 정도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적극 나섰다, 지역과 시민 사회, 회사를 포함해 범정부적 차원에서 구조조정 당한 사람을 위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도움은 진실을 알리는 일"

오후 4시. <오마이TV>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을 돕고 있는 심리치유센터 '와락'을 찾았다.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죽음이 계속되자 이를 막기 위해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와 시민들이 만든 곳이다. '와락'은 현재 쌍용자동차 가족들이 마음 편히 머물 수 있는 유일한 자리다.

카메라가 안으로 들어가자 아이들은 수줍은지 키득거리는 웃음소리와 함께 멀찍이 도망갔다. 대부분 학교가 개학을 한 상황이라 아이들이 많지는 않았지만 촬영 내내 웃음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와락을 찾는 발걸음도 늘어났다.

쌍용차지부 고동민 조합원의 아내인 이정아씨는 와락에서 느꼈던 기적을 말했다. 11살, 9살 두 아이의 엄마인 이정아씨는 '와락'의 주춧돌을 놓은 정혜신 박사가 거의 맨 처음 만난 상담자였다.

"여기 오고 나서는 하루하루가 감동이고 행복이었죠. 남편이 그렇게 되고 아이들이 많이 변했어요. 큰 애는 별거 아닌 일에 울기도 하고, 작은 애는 어른들한테 공격적으로 변하고…많이 힘들었죠. 근데 아이들이 놀이 치료받으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커가는 거 보면서 '이젠 충분해' 이런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여기 오지 못하는, 손잡지 못한 가족들이 여전히 힘들고, 2009년의 상황에서 한 걸음도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권지영 와락 대표는 "후원계좌로 입금을 해주는 것보다, 이곳에 와서 아이들과 놀아주고 일을 도와주는 자원봉사보다 우리에게 더 큰 힘이 되는 것은 진실을 널리 알려주는 일"이라며 "진실을 알리려면 더 자세히 알아야 하고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건 우리뿐만 아니라 어렵게 싸우고 있는 모든 노동자들의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와락에서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공장의 쌍용차 직원들이 퇴근길에 오를 시간이 됐다. 농성장의 조합원들은 그들이 가정으로 돌아가는 도로 앞에 서서 손을 흔든다. 힘든 투쟁을 하고 있지만, 이들의 외침은 오히려 따뜻했다. 마이크를 쥐고 예전에 함께 일했던 동료들에게 응원의 한 마디를 보낸다.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습니다, 사랑하는 아이와 아내가 있는 저녁으로 돌아가 따뜻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가정으로 돌아가시면서 힘든 투쟁하는 동료들에게 손 한번 흔들어 주시고, 따뜻한 눈길 보내주시면 진심으로 고맙겠습니다."

"지금 노동자들은 백척간두에 밀려있다"
 

▲ 쌍용차 철탑농성 77일째 밤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의 한상균(52) 전 지부장, 문기주(53) 정비지회장, 복기성(38) 비정규지회 수석부지회장이 대통령선거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20일부터 4일까지 77일째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 부근 철탑에서 국정조사 실시, 비정규직 정규직화,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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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이 어둑해진 오후 6시.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이 쌍용자동차 철탑 농성장을 찾았다. 대선 이후 "노동자들 볼 면목이 없어 내려오지 못하고 전화만 했다"는 심 의원은 국정조사를 미루고 국회 개원에 합의한 여야를 모두 비판했다.

"무급휴직자들은 원래 2010년에 복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걸 안 지키니까 150여 명의 무급휴직자가 임금청구소송을 걸었죠. 이런 상황에서 이해관계가 맞았던 거에요. 새누리당이 국정조사 피하고, 회사는 임금청구소송 패소를 피하기 위한. 민주통합당 역시 새누리당의 잘못만 탓할 수 없어요. 이한구 원내대표가 나서서 국정조사를 흠집 내고 조직적으로 여론작업을 하는데, 최고위원회의에서 말 한마디 하는 게 무슨 힘이 있겠습니까."

심 의원은 "노동자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은 손배가압류"라며 지금까지 노동자들에게 청구된 손배가압류 액수가 1600억 원 정도 된다는 사실을 들어 법 개정의 의지를 밝혔다. 그다음으로는 복수 노조를 문제점이라 꼽았다. 심 의원은 "이명박 정권 들어 프렌들리 비즈니스, 친기업 정권이 들어서니까 복수노조를 이용해 기존 노조를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들의 상황에 대해 "밀린다는 건 너무 한가한 표현이고, 백척간두에 밀려있다"고 강하게 말했다.

"일부 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나마 버티고 있겠지만, 대부분 중소 노조나 조금 뭐 회사가 주춤하는 그런데는 거의 노동자들이 설 곳이 없다. 특히 이명박 정권 들어서면서. 19대 들어 와보니까 현장에서 많이 결합했지만, 국회 들어와서 청문회에서 하나하나 해보니까 이명박 정권 5년이 너무도 길었구나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무엇보다도 노동자들의 시민권. 헌법상에 보장된 권리가 이렇게 유린되는데 정치권에서 이정도로 냉담한 건 사실 민주주의 사회라 보기 어렵다."

그 밖에도 삼성의 불산 사고 및 백혈병 문제, 비정규직 제도 개선 등을 꼽았다. 심 의원은 "우리나라는 산업 안전에 대해 너무나도 취약하다"며 "영국은 산재로 노동자가 죽으면 살인으로 취급해 기업 살인법이라 부르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오후 7시. 철탑 농성장 아래에 있는 3개의 텐트에는 환한 등불이 켜졌다. 철탑 위의 노동자들도 하얀 조명을 받으며 아래를 내려다본다. "해고는 살인이다! 정리해고 철폐하자!" 구호를 외치며 작은 촛불 문화제가 시작됐다. 날씨가 추운지라 사람은 많지 않았다. 몇 명의 노동자들이 작은 불빛을 밝힐 뿐이었다.

<오마이TV>의 '철탑24시'는 5일 오후 2시까지 이어질 계획이다. (생중계 화면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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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촛불시위는 계획적인 정권교체 음모


 

 

 


이명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제17대 대통령입니다. 이제 그는 얼마 안 있으면 청와대를 떠나야 합니다. 퇴임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은 조선일보와 자신의 5년 임기를 되돌아보는 인터뷰를 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촛불시위를 놓고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쳤습니다.

"촛불 시위는 계획적으로 한 거라 피할 수 없었다. 내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진보 단체들이 다 모였다고 한다. 나중에 보니까 이미 그 사람들이 '이걸 (시위를) 크게 한번 해서 정권을 뒤흔들겠다'는 계획이었다고 들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에 일어난 촛불시위가 진보 단체들이 정권을 흔들려고 계획적으로 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전혀 달랐습니다.

' 촛불시위의 시작은 MB 교육 정책을 반대한 청소년들의 '촛불문화제'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전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영어몰입교육,놀토 폐지, 학교 자율화 등의 교육 방향을 정합니다. 이후 4월 15일 이명박 정부는 학교에 자율성을 준다는 명분으로 '학교자율화' 정책을 발표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학교자율화'정책이 발표되자 청소년들은 세종문화회관에서 이명박 정부의 '학교 자율화 반대 촛불 문화제'를 갖습니다.

 

 

▲4.19 학교자율화 반대 촛불문화제에 등장했던 피켓. 출처:인터넷뉴스 바이러스.

 


'0교시 !야자보충!우열반!학교자율화반대 청소년연대'라는 이름으로 모인 200여 명의 청소년들은 '교육과학기술부를 교육사육부로 바꿔라','0교시 할거면 밥 먹고 학교오란 말 하지 마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이명박 정부의 '학교자율화 정책'을 맹렬히 반대했습니다.

촛불문화제는 청소년들이 자신들이 직접 겪는 교육 정책의 문제점을 평화적인 집회로 바꾸어보겠다는 청소년들의 순수한 행동이었습니다.

이런 촛불문화제가 등장한 배경은 2002년 11월 30일의 효순,미선 두 여중생 사망을 추모하는 촛불 추모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08년 11월30일 광화문에 모인 효순,미선 추모 촛불(좌)미국에서 흔히 죽은 이를 애도하는 촛불 추모 모습(우)

 


미군의 무지막지한 장갑차로 꽃다운 두 아이의 생명이 짓이겼지만, 그 미군들에게 무죄판결이 내려졌고, 그것에 분노하고 그 두 아이를 지켜주지 못한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광화문 앞에 모였습니다. 1만여 명의 사람이 1만여 개의 촛불을 켜고, 두 아이를 위한 추모의 촛불을 들었습니다.

이처럼 촛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민들이 할 수 있던 유일한 자신의 표현으로 시작됐고, 이것이 2008년 청소년들의 '촛불문화제'로 이어졌습니다.

' 조직적인 정권 흔들기 VS 자발적인 참여'

이명박 대통령은 4월15일부터 19일까지 미국을 방문하여 캠프 데이비드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합니다. 이 정상회담에서 쇠고기 수입협상의 문제가 어떠한 검토도 없이 급속하게 논의됩니다.

여기에 'MBC PD수첩'의 광우병 위험성 보도가 나오자 촛불문화제로 모였던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쇠고기 수입협상이 가져오는 광우병에 대한 두려움이 퍼지기 시작하고, 이것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로 확대되기 시작합니다.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출처:오마이뉴스.


4월 중순부터 시작된 촛불집회는 5월2일 한 인터넷 카페가 개최한 '제1차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에 그동안 모였던 청소년들이 주축으로 시민이 함께 참여하며 본격적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로 바뀌기 시작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조직적인 진보 단체들이 뒤에서 조정하여 청소년들이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여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가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참여 동기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 자발적인 참여였습니다.

 

 

▲촛불집회 참여 중고생 8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출처:서울신문

 


촛불집회에 참여한 중고생 800명을 대상으로 718개의 유효설문지를 통해 밝혀진 바로는 참여한 중고생 71%는 자발적 참여였고, 이중 친구의 권유도 18%였습니다. 결국, 90%에 가까운 중고생들은 친구들과 함께 스스로 촛불집회에 참여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볼 점은 처음부터 촛불집회가 쇠고기 반대 시위가 아니었다는 부분입니다. 처음 이명박 대통령의 학교자율화 정책을 반대하던 청소년들은 점차 이명박 정부의 정책 대부분에 반대로 이어졌고, 이것이 쇠고기 협상반대 촛불집회로 확대된 것입니다.

 

 

 


중고생이 시작한 촛불집회는 이명박 대통령을 몰아내거나 정권을 흔들기 위한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그저 단순하게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정책을 반대했고, 미국산 쇠고기 협상을 계기로 이명박 대통령 퇴진의 구호가 나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국민은 정부의 정책을 반대할 자유와 권리가 있으며, 청소년들이 먼저 이런 권리를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 것입니다. 그런 모습을 이명박 대통령은 자기를 몰아내기 위한 조직적인 움직임이라고 퇴임을 앞둔 2013년 2월까지도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 국민보다 자신을 더욱 사랑했던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경찰청장 불러서 '절대로 사람이 안 다치도록 하라'(경찰이)후퇴해도 좋고 (시위대가) 청와대 들어와도 좋으니 사람이 다치지 않게 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명박 대통령이 사람이 다치지 않게 하라는 지시를 한 이유는 앞부분에 나와 있습니다.

"몇 명 다치면 정권을 바꿀 수 있다고도 했다"

즉, 진짜 국민이 다치는 것을 걱정한 것이 아니라 몇 명이 다치면 이것이 정권교체에 대한 진짜 촛불집회로 확대될 수 있으니 이명박 대통령은 경찰에게 촛불집회 시위를 제대로 막으라고 지시한 것입니다.

 

 

 


촛불집회에 등장했던 컨테이너를 우리는 흔히 '명박산성'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렇게 촛불집회를 막아낸 명박산성은 어청수 경찰청장의 작품인데, 어청수 경찰청장과 이명박 대통령의 보은인사는 2년 전에 작성했던 글을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정치] - '명박산성'어청수,MB 보은으로 화려한 컴백.

촛불집회를 바라보는 사람은 극단적으로 나뉩니다. 촛불집회를 '진보의 새 물결을 열어준 희망의 사건'이라는 측과 '위험한 세력들이 주도한 불순사건'으로 보는 사람들로 극렬하게 나뉜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정치에서 대통령이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를 깨달아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747공약. 출처:MB의 추억

 


이명박 대통령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던 세력과 이념적인 대결로 정권을 잡은 것이 아닙니다. 어떤 보수적이라는 이념적 지향이 당선된 요인이 아니라,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과제가 가장 중요하게 적용되어 당선된 대통령이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념상 포용력을 조금만 발휘했어도 안정적 국정운영이 가능했던 인물이었지만, 오히려 그는 경제보다 더욱 극우화된 모습을 보였고, 이는 구시대적인 이데올로기의 대결을 더욱 고착화했습니다.

이명박 정권 초기 자발적인 청소년들의 참여로 시작됐지만, 점점 진보와 보수의 대결로 가게 된 배경은 이명박 대통령의 강력한 지원을 받은 뉴라이트와 보수 세력의 촛불집회에 반대하며 행동했던 여러 모습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뉴라이트 전국연합 신문과 6월10일 열렸던 대규모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가 열릴 예정이었던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뉴라이트 전국연합,국민행동본부 등 보수 단체가 개최한 '법질서 수호 및 FTA비준촉구 국민대회'출처:오마이뉴스

 


뉴라이트와 국민행동본부,선진화국민회의 등 보수 단체가 진짜 자발적인 시민단체로 행사를 진행하고 행동했다면 달라졌을지 모르겠지만, 뉴라이트는 철저하게 이명박 정부를 만든 단체답게 정부의 지원 속에 MB정권 5년 내내 나름의 성과급을 받았습니다.

[현대사] - 뉴라이트 대통령이 만들어 낸 친일민국의 실상
[현대사] - 친일 뉴라이트 연합,한국을 접수하다.
[현대사] - 뉴라이트민국,민주평통까지 장악하다
[현대사] - 친일 뉴라이트연합,국가인권위원회 점령.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2월 25일 대통령 취임사에서 "우리는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로 나가야 합니다."라고 외쳤습니다. 그러나 그는 경제적인 실리보다 철저하게 자신의 사람만으로 불통의 정부를 만들었고, 이를 비판한 세력을 자신을 공격하는 이데올로기의 대결로 바꾸어버렸습니다.

0교시 수업을 반대하고 영어 몰입교육의 비효율성을 지적했던 청소년들의 시작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당연히 누려야 할 표현의 자유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MB정부의 보수세력들은 모든 것을 '불순 세력','좌익세력','빨갱이' 등으로 매도했습니다. 결국, 누군가의 외침은 '정권을 전복하는 세력'이 되고, 이런 세력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MB정권하에서 '애국자'로 바뀐 것입니다.

 

 

 


만약 이명박 대통령이 촛불집회 초기, 그가 국민에게 모든 것을 내어놓고 소통하면서 진짜 '실용주의 대통령'으로 역사 속에 남았다면 어떠했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명박 대통령 재임 기간에 그를 비판했던 '아이엠피터'는 그가 퇴임하면서 한 가지는 깨닫고 청와대를 떠났으면 했습니다. 그것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보여준 그의 모습을 보면서, 그는 아직도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을 너무 사랑하는 애정결핍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역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할지 아직은 모르지만, 국민을 사랑하지 않았던 대통령에게 남은 것은 그와 함께 권력을 누렸던 사람들과 국민의 심판을 받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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