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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지는 통상압력과 위기의 박근혜 호

거세지는 통상압력과 위기의 박근혜 호

[주목해볼만한 2013 경제이슈] -4
백남주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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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출범에 맞춰 미국의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론 커크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최근 국제무역위원회(ITC)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진단한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연합뉴스, 2013.02.05). USTR은 보고서가 나오면 실무그룹 회의를 통해 자국 중소기업의 애로 사항 등을 해결할 방침이다. 한국에 대한 추가적인 통상 압력이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웬디 커틀러 USTR 아시아태평양 담당 대표보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가 FTA 합의안의 ‘협의 조항(consultation provision)’을 이용해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재협의에 나설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일본은 미국의 추가 개방 압력을 수용해 2월 1일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요건을 현행 생후 20개월 이하에서 생후 30개월 이하로 완화했다. 일본의 추가 개방은 곧바로 한국에 대한 추가 개방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비단 위와 같은 한미FTA 문제뿐만이 아니라 세계경제 침체 속에서 통상압력이나 무역 분쟁 등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2008년부터 시작된 세계경제 위기는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도 여전히 수습되지 못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각 국의 정부들은 쓸 만한 정책수단들은 다 동원한 상태다. 국내의 정책적 여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각 국가들은 다른 국가들에게 수출을 늘리는 방향의 경기 회복정책에 집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2014년까지 수출을 두 배로 늘리고 2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내용의 '국가수출확대정책(National Export Initiative: NEI)’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이번의 위기가 부동산 거품, 과다한 가계부채 등에 기인한 것인 만큼 각 국들은 부채축소의 과정을 겪고 있다. 자국 내의 경제 활력이 살아나기 힘든 구조라는 것이다. 따라서 각 국가들은 수출확대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수출을 확대해 자국경제를 살리려고 하면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경제위기 속 커져가는 무역 분쟁

모두가 자국 산업은 보호하고 다른 국가들을 상대로는 수출을 늘리려 함에 따라 보호무역 조치들과 통상갈등도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수출국의 기업이 시장점유율 확대를 목적으로 부당하게 낮은 가격으로 수출하는 경우 부과하는 반덤핑관세세의 경우 2012년 상반기에만 110건의 조사개시와 74건의 부과가 이뤄졌다. 2012년 하반기를 고려하면 세계 경제위기가 발발한 2008년 수준(조사개시 213건, 부과 139건)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국 정부가 수출품에 장려금이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경우 부과하는 상계관세 부과 건수도 19건으로 상반기 수치로만 2002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2년 WTO 분쟁 건수는 27건으로 2011년 8건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연합뉴스, 2013.01.06).

물론 이와 같은 보호무역 조치들은 이전에도 크게 많이 늘어난 시기들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다시 반덤핑관세, 상계관세,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등의 전통적인 보호무역 조치들이 크게 늘어나는 것과 더불어 기술규제, 지적재산권을 통한 보호무역조치 등 새로운 형태의 통상업력들이 늘어나고 있다. 각 국가들이 겉으로는 G20 회담 등에서 보호무역조치를 자제하자는 주장들을 하고 있어 전통적인 보호무역조치를 통한 자국 기업 보호가 어려워지자, 기술규제나 지적재산권 규제강화 등의 우회적인 방법으로 보호무역조치와 통상압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1월 15일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의 ‘2012년 무역기술장벽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WTO 회원국이 알려온 기술규제(TBT Technical Barriers Trade) 통보건수는 총 1560건에 달한다. 1995년 WTO가 설립된 이래로 가장 많은 수치다. WTO 기술규제는 국가별로 서로 다른 기술규정ㆍ표준ㆍ인증절차를 갖고 있어 해당 국가가 자국으로 수출하는 국가ㆍ기업에 이 같은 기준을 준수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으로 새로운 보호무역 장치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규제 통보문은 2006년까지만 해도 1000건 미만이었지만 2007년 1030건, 2008년 1251건, 2009년 1490건, 2010년 1419건, 2011년 1217건, 2012년 1560건으로 급속히 늘고 있는 추세다.

또한 각국 정부는 지적재산권 등을 이용해 새로운 보호무역 장벽을 마련하며 다른 국들에게 압력을 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10년 국경조치를 통한 지적재산권 침해 물품 압류는 약 2만 건에 달하며 2002년에 비해 약 3.4배 증가했다. 유럽연합 역시 국경조치를 통한 지적재산권 침해 물품의 압류는 2011년 9만 건을 상회해 2002년의 약 1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히 기업 간의 지적재산권 분쟁을 넘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보호무역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각 정부당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규제 의지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보호무역주의 장벽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허울뿐인 국제공조와 장악력을 상실한 미국

그렇다면 위와 같은 통상압력, 무역 갈등이 한국경제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우선, 미국 중심의 세계경제 질서에 균열이 가고 미국의 세계적 영향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G20 정상급회담의 영향력이다. G20 정상급회담은 기존의 G7 체제로는 현재의 경제위기를 수습하기 힘들다는 판단 하에 참여 국가들을 늘려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008년 제1차 회의를 시작으로 출범하였다.

2008년 제1차 G20 정상회의에서는 향후 12개월간 무역과 투자와 관련된 새로운 장벽설치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고(스탠드스틸 standstill), 이후 회담에서는 이 합의를 2014년까지 연장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G20 국가들의 보호무역조치는 2010년 중반 감소세를 보이다가 남유럽 재정위기가 시작된 2010년 말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후, 2011년 10월~2012년 5월까지의 경우는 경제위기 이후 가장 많은 124건의 조치를 취했다.

WTO와 별도로 전 세계 보호무역주의 동향을 관찰하고 있는 GTA(Global Trade Alert)에 따르면, 현재 외국의 상업적 이익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조치 건수는 총 1,878건이며, 2011년 11월 G20 정상회의 이후 도입된 조치만 해도 361건에 달한다고 한다. 또한 전체 보호무역 조치에서 G20 국가들의 비중이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는데, G20 국가들의 보호무역 조치는 2009년 약 60%였으나, 2012.6월 현재는 79%이상으로(82%) 증가했다(한국무역협회, ‘세계경기침체로 불어닥친 보호무역주의 한파’, 2013.01.09). G20 회의 공간에서는 보호무역조치들을 취하지 않겠다고 이야기 하면서 자국 경제의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보호무역 조치들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소위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 내에서도 서로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국의 경제가 어려우니 국제 공조가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현 세계경제 시스템상의 패권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도 자국 경제 살리기에 급급해 주변 국가들을 추스르기 보다는 주변국들에게 자국의 위기를 전가하기 바쁘다. 다른 국가들도 미국의 압력을 수용할 만큼 한가한 상황은 아니다. 이는 기존의 미국 중심 세계 경제 질서가 균열이 가고 있다는 것으로, 새로운 질서를 모색해야 하는 시기임을 의미한다.

통상압력에 시달리는 한국경제와 위기의 박근혜 호

다음으로 앞서 미국의 한미FTA 추가 협상 압력 등에서 보여지 듯,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이 거세질 수 있고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앞선 한국무역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 대한 보호무역 조치는 2010년 6월 225에서 2012년 6월 467건으로 2년 사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9월 기준 102건에 비하면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세계적으로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최근 삼성과 애플의 소송에서도 볼 수 있듯이 지적재산권 분쟁 같은 새로운 보호무역 조치, 통상압력 등으로 인한 한국의 피해도 커져가고 있다. 2012년 한국의 ‘지적재산권 등 사용료 수지’는 49억5140만 달러(약5조58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적재산관 등 사용료 수지는 경제위기 직후인 2009년 약 40억 달러적자, 2010년 약 60억 달러적자로 크게 급증했다 2011년 다소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2012년 다시 50억 달러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적재산권 등의 사용료 지급액만을 살펴보면 2012년의 경우 83억9700만 달러로 연간 약 10조원의 돈이 지적재산권 사용료로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지적 재산권 사용료는 2008년 위기 이후 더욱 가파르게 증가해 2011년의 경우 잠시 주춤하다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1월 23일(현지시각) 미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한국 가전3사(삼성전자·LG전자·대우일렉트로닉스)의 세탁기에 대한 미국 상무부의 반덤핑관세 및 상계관세 부과 결정을 최종 승인한 것을 비롯해 최근 아르헨티나 정부가 한국산 유입식 변압기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나서는 등 한국에 대한 무역 분쟁은 여러 분야에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은 국제서비스협정(ISA) 협상 개시를 공식화하며 상품 분야에 집중됐던 자유무역협정(FTA)을 금융, 특급운송, 통신, 보험, 전자결제, 정부조달, 환경 및 에너지 등 자신들의 주력분야인 서비스 분야에까지 넓히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1월15일(현지시간)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의회에 공식 서한을 보내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EU 등 20개국과 서비스 분야 무역 장벽을 제거하고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협정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미FTA 보다 한국경제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이와 같은 통상압력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한국경제는 우왕좌왕 하다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더욱 우리를 우려스럽게 하는 것은 차기 박근혜 정부의 태도다. 남북관계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보다는 한미동맹에 더욱 집착하게 될 것이다. 그러할 경우 미국의 한미FTA 추가개방 요구 등 미국을 중심으로 한 통상압력에 제대로 대처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나아가 세계 경제 질서의 새로운 재편과정 속에서 한국이 자신의 자리를 찾고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기란 어려울 것이다.

최근 몇몇 경제지표의 개선을 가지고 한편에서는 경기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여전히 한 겨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부로부터의 통상압력에까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출범하기도 전에 지지율 급락을 경험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기대감은 향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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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주의 교황 은퇴, 가톨릭 변화할까

근본주의 교황 은퇴, 가톨릭 변화할까

 
조현 2013. 02. 13
조회수 116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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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바티칸에서 수녀들을 알현하는 교황 베네딕토16세. 사진 조현 기자

 

 

 

원리주의 교리 수호 자처하며

‘보수회귀’ 부른 교황 퇴진으로

가톨릭에 변화 물결 일지 관심

인간 존엄 증진·인류애 강조 등

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 회복기대

 

‘아조르나멘토(aggiornamento).’

가톨릭 2000년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이끈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3~1965년)의 표어다. 이탈리아어인 이 말은 교회의 개혁·쇄신·현대화 등으로 번역된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사임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가톨릭의 표면적인 관심은 후임 교황이 누가 될 것이냐로 모이고 있지만, 최대의 관심사는 30여년간 멈춰버린 아조르나멘토가 재개될지 여부다.

 

그도 그럴 것이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정면으로 거부해온 상징적인 인물이 바로 베네딕토 16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퇴임은 크든 작든 가톨릭에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가톨릭주교회의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교황은 정통 신학자로서 교황청 신앙교리성 장관을 오래 하며 정통 교리의 수호자 구실을 해온 분이기 때문에, 차기에 누가 교황이 되더라도 가톨릭교회가 지금보다는 좀더 유연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교황 요한 23세(재위 1958~63)와 바오로 6세(재위 1963~78)가 단행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교회의 사명을 ‘전도’에서, ‘인간의 존엄성 증진과 인류 공동선 실현’으로 변화시켰다. 또 가톨릭 신자만으로 국한했던 ‘하느님의 백성’을 인류 전체로 확대하고, 라틴어만 사용해 신자들은 알아들을 수 없던 미사 용어를 각 나라 언어로 사용하게 하고, 미사 때 사제들이 제단을 향해 서 있어 신자들은 뒷모습밖에 볼 수 없던 것을 신자 쪽으로 돌아서도록 하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불러온 것도 제2차 바티칸공의회였다.

 

일제시대와 독재시대에 순응적인 자세를 보여온 한국 가톨릭이 1970년대 초부터 세상에 눈을 돌려 고통 받는 민중들 편에 서게 된 계기가 된 것도 이 공의회였다. 그러나 공의회에 대한 교회 안 보수파들의 반발은 거셌다. 종교다원주의로 신앙의 혼란을 야기하고 교회 민주화로 교황과 주교의 권위 약화를 가져왔다는 것이었다.

 

바오로 6세에 이어 교황에 오른 요한 바오로 2세(재위 1978~2005)가 대표적인 보수 신학자인 요제프 라칭거 추기경(현 교황 베네딕토 16세)을 1981년 교황청 신앙교리성 수장에 임명한 것은 ‘아조르나멘토’에 대한 반격이었다. 라칭거 추기경은 신학의 균형 유지를 위해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결과로 탄생한 국제신학위원회를 ‘어용’으로 만들고, 보수적인 원리주의적 교리만을 강조해 ‘신의 충견’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런 보수 회귀는 중앙집권과 교황권 강화로 이어졌다. 각 나라에 권한과 책임을 이양하고 협의체(시노드)를 통해 민주적 운영방식을 이미 채택한 정교회나 성공회처럼 가톨릭의 제2차 바티칸공의회도 지역적 특성에 맞는 사목을 지향했으나 반대로 간 것이다.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박동호 신부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교회를 세속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겸허하게 현실에 귀를 기울이고 세상의 양심과 발을 맞추고 협력해 더 좋은 세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런데도 지난 수십년간 교황청에선 이런 생각이 혼란과 무질서를 가져온다는 기류가 강했는데, 공의회 정신을 좀더 신뢰하는 분이 교황으로 선출된다면 교회 밖 세상과 대화가 많아질 수 있을 것이고, 우리나라에서도 교회가 좀더 적극적으로 현실문제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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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오판과 韓·美·中의 오판이 만나면…

[한반도 브리핑] 냉철함을 유지하고 파국 막아야

김준형 한동대 교수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2-13 오전 7:56:06

 

북한이 마침내 핵실험을 했다. 지난 2월 9일 북한언론은 중대조치가 핵실험이 아닐 수 있다는 언급을 함으로써 중단가능성도 제기되었었지만, 결국 강행하고야 말았다. 이로써 20년 북핵 난제가 중차대한 변곡점에 서게 되었다. 포용과 협상에서 강경과 제재까지 수많은 시도들이 있었지만 일부 성과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 북핵문제 해결이 얼마나 어려운지 현재의 전개상황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 불안정한 시점에서는 성급한 해결책 제시보다는 유관국들이 파국을 막기 위해 피해야 할 오판을 우선 따져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 수 있다.

북한의 오판

체제유지라는 큰 맥락 속에서 북한이 현시점에서 3차 핵실험을 결행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김정은 체제의 권력 강화, 핵탄두 소형화와 위력 강화라는 기술적 필요, 그리고 유엔제재에 대한 항의성 대응 등이다. 특히 동북아 유관국들에서 공통적으로 새 리더십이 출범한 시점에서 강경한 행보를 보임으로써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다. 김정은 체제의 내부역학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훨씬 많을 것이다. 먼저 에너지확보나 대외위협에 대한 자위권 확보 등 부분적으로 수긍할 수 있었던 그동안의 주장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미국의 대북압박과 한국의 강경책에 대응하는 방어적 핵개발의 명분이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지지해온 세력 및 인사들의 입지를 크게 약화시키고, 강경파에게 힘을 실어주게 될 것이다.
 

지난 3일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김정은 제1위원장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그동안 북한의 유일한 지원자였던 중국도 전례 없이 강하게 반대해왔다. 북한당국은 지금까지 로켓발사와 1,2차 핵실험을 중국이 반대하고, 제재에 동참하는 듯 했지만 결국엔 북한 편으로 돌아섰던 패턴을 반복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중국이 보인 압박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강경했다는 점에서 이런 북한의 기대가 빗나갈 수도 있다. 3차 핵실험은 북한의 핵능력이 더욱 파괴적이고 공격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중국이 더 이상 편들기가 어려울 것이다. 또한 북핵위기 심화가 미국의 대중봉쇄전략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국의 새 지도부가 북한입장을 고려할 여지는 더 작아졌다. 러시아마저 강력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은 사면초가에 몰릴 수 있다.

북한은 지난 20년간 벼랑 끝에 서서 자신이 얼마나 위험한지 과시하는 방법으로 주도권을 유지해왔지만, 점점 약발이 떨어지고 있다. 미국도 과거만큼 반응하지 않고 있다. 3차 핵실험이 최대의 효과를 가지도록 하고 싶겠지만, 이후엔 카드가 점점 소진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게다가 핵실험 강행으로 경제제재가 가중될 경우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될 수도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핵실험과 미사일개발을 통해 경제문제를 은폐하고 주민을 통합시키려는 방법은 곧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미국의 오판

로켓 발사와 핵실험은 오바마 정부 1기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2기 정부 대외정책의 첫 시험대로 떠올랐다. 지난 4년간 부시 행정부의 강경압박정책을 폐기하고 대화를 통한 해결을 천명했던 오바마였지만, 북한의 도발과 산적한 국내문제에 발목이 잡혀 한 발짝도 진전하지 못했었다. 소위 '전략적 인내'는 상황을 악화시키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결국 무(無)전략에 가까웠으며, 문제 해결엔 실패했다. 대화를 위한 몇 차례의 소극적인 시도가 있었지만 국면을 전환하기에는 역부족이었으며 북한의 자발적 변화 또는 붕괴를 기다리는 희망적 사고에 불과했다. 오바마 정부는 이번 핵실험으로 북한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문제 해결 의사도 전혀 없다고 단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재임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 역사유산 남기기에 주력할 것이라는 점과, 외교안보팀에서 협상파를 전진 배치한 것을 미루어 변화를 기대했지만 1기의 반복이거나 더 악화될 가능성이 커져 버렸다.

미국정부가 상황에 대한 주도권을 잃고 봉쇄와 협상 사이에서 표류하면서 또 다른 오판의 가능성이 우려된다. 즉 대북 유엔제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고, 중국과 러시아마저 등을 돌려 북한이 사면초가에 몰리는 것을 미국외교의 승리로 간주하여, 더욱 강력한 압박정책으로 나갈까 하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단견이며, 북한이 포위된 것처럼 상황을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퇴로 없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쥐는 고양이를 물 수 있는 법이다. 북미간 적대 관계가 강화될수록 핵보유와 핵공격 능력을 향상시키려는 북한의 의지는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압박보다 정교한 외교력이다.

한국의 오판

이명박 정부 5년간의 역설적 공헌은 강경책으로는 문제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절감한 것일지도 모른다. 보수 세력의 재집권임에도 정책변화를 시사하고 있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일치된 결론에 이르는데 매우 비싼 수업료를 치렀음에도 상황은 좋지 않게 흘러가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새 정부가 북한을 탓하면서 대북정책 변화의지를 스스로 꺾는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 박근혜 당선자가 내세우는 소위 '신뢰프로세스'가 이명박 정부의 선(先)핵폐기론을 절대적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것보다 분명 유연하다. 그러나 여전히 목표에 비해 그에 이르는 구체적 방안제시가 미흡하다는 점에서 핵실험 이후 원점으로 돌아갈 위험이 다분하다. 즉 대화 재개와 신뢰구축이라는 좋은 의도를 북한이 저버렸으니 모든 책임을 북한이 져야 한다는 식의 결론에 이르기 쉽다는 것이다.

북한의 행동이 우리의 기대를 벗어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등가성의 원칙이 다시 제기될 조짐이 크다. 물론 우리가 한만큼 상대방도 해야 한다는 등가적 상호성이 외교의 기본이다. 그러나 과거 동서독도 그랬듯이 남북한이라는 특수 관계에서 지나치게 엄격한 등가성을 주장하는 것은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든다. 엄격한 등가성의 원칙이 명분은 세울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해결은 요원하게 만드는 것을 지난 20년간 우리는 충분히 경험했다. 나쁜 행동을 보상하면 더 나쁜 행동을 낳게 된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파국이 올 경우 우리가 잃을 것이 더 많다는 것이 우리가 인내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3차 핵실험이 긴급하고 중차대한 사안임에는 분명하고, 이를 국제공조동원해서 대응해야 하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마치 전쟁이 임박한 것처럼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나, 섣부른 군사적 옵션을 거론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중국의 오판

중국은 지금까지 대북정책에 가장 일관성이 없었던 국가라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북한의 핵개발을 반대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북한에 대한 지원을 이어갔다. 물론 나름의 이유는 있다. 북한이 핵을 가지는 것이 원하지 않지만, 핵보유보다 북한체제가 불안정해지는 것을 더 우려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엇갈리는 행보 속에서도 북한의 유일한 지원국임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 내부의 고민이 점점 깊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09년 2차 핵실험 직후 유엔제재에 찬성했다가 결국 북한에 대한 지원을 결정함으로써 제재를 무력하게 만들었지만, 격렬한 내부논쟁이 있었던 것은 이를 반영한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의 행보가 어떻게 전개될지 초미의 관심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추가도발을 억제하는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고, 한·미·일 3국도 원하는 바이다. 그러나 중국이 북미 관계개선을 위한 중재역할은 등한시하고 미국의 압박에 편승만 한다면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북한을 압박하면서 6자회담 재개를 포함하여, 북미대화의 고리를 이어주는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갓 출범한 시진핑 정권도 권력 공고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강경한 대외정책의 유혹이 있을 것이다. 일본과의 영토분쟁에 강경입장을 보이고, 미국의 대아시아 동맹 강화를 북한을 이용해서 막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미국의 대중봉쇄 네트워크 결성에 정당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 북한이 12일 3차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구글 어스가 지난해 11월 13일 촬영한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 모습 ⓒ구글=연합뉴스


지금까지 북한 핵실험 여부를 둘러싸고 각국이 피해야 할 오판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최선의 시나리오는 북한이 실험을 결행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하더라도 냉철함을 유지함으로써 파국으로 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 김정은 체제의 탄생으로 북한의 변화를 기대했지만 로켓 발사와 비핵화 포기선언, 핵실험 등으로 연이어 긴장수위를 높이며 김정일의 족적을 따라가는 행보를 보이는 것은 안타깝다. 그러나 권력을 확고하게 장악하지 못한 김정은이 냉전붕괴의 위기를 넘어 20년 이상 생명줄을 유지해온 전략을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가기란 너무도 어렵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체제를 위협하는 적대적 환경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체제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적대적 환경을 조성하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결코 쉽지 않지만 적대적 환경을 조성하지 않고서도 체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하는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 당분간 최악의 대립국면이 전개되겠지만 북한의 도발목적 중에 극적 대화재개가 포함되어 있다면, 이를 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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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3차 핵실험 성공...소형-경량화 원자탄 사용"

국정원 "핵무기화엔 성공 못해...추가 핵실험 가능성"

국회 국방위, 대북 규탄 결의안 채택... 김관진 국방 "핵실험, 사전에 미국 통해 전달 받아"

13.02.12 12:27l최종 업데이트 13.02.12 20:20l

 

 

김관진 국방장관이 12일 오후 긴급소집된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과 관련한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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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신 최종 : 12일 오후 8시 20분]
국회 국방위, 대북 규탄 결의안 채택

국회 국방위원회가 12일 긴급 전체회의를 소집해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대북 규탄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북한이 이번에 실시한 핵실험은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안보와 국제평화질서를 위협하는 심각한 도발행위로서 이를 강력히 규탄하며, 향후 북한에 대한 어떠한 제재도 북한의 책임"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북한이 이러한 도발행위를 통해서는 어떠한 목적도 달성할 수 없음을 엄중히 경고"하면서 "북한 주민의 민생을 외면한 가운데 남북관계를 경색시키고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하는 핵무기 개발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체제로 복귀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결의안은 정부를 향해서도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공조하여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대북 제재 방안을 마련하는데 적극 참여하고,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의 중단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하여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문했다.

국방위가 이날 채택한 결의안은 오는 14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한편, 국가정보원(아래 국정원)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대응해 4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날 오후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UN 안보리 제재 논의를 구실로 추가 핵실험, 이동식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핵탄두 실전배치 선언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분석했다고 국회 정보위 여야 간사인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과 정청래 민주통합당 의원이 전했다.

또 국정원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논의에 대한 초점 흐리기 및 중국의 북한 비호 유도 차원에서 대북 무력 시위 등 도발을 자행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은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배경으로 '기술적 필요성'과 함께 '핵대국 달성을 통한 북한 내부 결속 및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지도력 과시' 등을 꼽았다.

[7신 : 12일 오후 6시]
김관진 국방 "북한 핵실험, 사전에 미국 통해 전달 받아"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12일 북한의 제3차 핵실험 계획과 관련해 "11일 오후 10시경 미국으로부터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북한이 2차 핵실험과 마찬가지로 미국에 통보했는데 우리 정부는 이 통보를 언제쯤 알고 있었고, 누구로부터 정보보고를 받았느냐"는 안규백 민주통합당 의원의 질문에 이 같이 답변했다.

김 장관은 "북한은 미국에 사전 통보하고, 미국은 바로 우리에게 통보해 어제 오후 10시쯤 받았다"며 "저는 합참의장으로부터 보고 받았고, 합참의장은 연합사령관으로부터 보고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은 준비되는 대로 핵 실험을 하겠다고 통보했고 우리는 항상 가능하다고 판단, 대비하고 있었다"며 "어제 통보가 있었던 이후 대비 수준을 높였고, 오늘 오전 합참의장과 한미연합사령관의 긴급회동이 있었다"고 전했다.

김 장관은 인공지진의 강도로 4.9, 폭발력으로 6∼7킬로톤(KT)이 추정된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그것만으로 성공, 실패를 가늠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이는 한미의 전문기관이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이유에 대해 "북한은 지난 60년대부터 꾸준히 핵무장을 추진해왔고, 김정은은 3대에 걸친 유업으로 생각하고 핵 확보를 위해 노력해왔다. 그 일환으로 3차 핵실험까지 한 것"이라고 답했다.

핵실험에 플로토늄이나 고농축 우라늄이 사용됐는지에 대해서 김 장관은 "공기 중 추출될 수 있는 방사능의 양을 분석한 뒤 평가가 가능하고, 질량 평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면 하루에 몇 차례 한 경우가 있으므로 추가 핵실험에 대비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파악이 안 됐다"며 "주시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국가정보원은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 이후 예상 태도와 관련 향후 유엔의 안보리 제재 논의를 구실로 추가 핵실험, 이동식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핵탄두 실전배치 선언 가능성 등이 상존한다고 밝혀 주목된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추가 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북한의 이번 핵실험으로 핵무기화에는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져다.

[6신 : 12일 오후 4시 52분]
김관진 국방, 성김 주한 미대사 셔먼 사령관과 긴급회동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성김 주한미국대사, 제임스 셔먼 한미연합사령이 12일 오후 긴급 회동을 갖고 북한 핵실험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국방부는 김 장관이 이날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성김 주한 미 대사와 셔먼 사령관을 만나 북한 핵실험에 대한 한·미 양국의 공동대응 기조를 확인하고, 군사적 대응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김관진 국방장관과 미측 대표들이 이번 북한의 핵실험을 한반도는 물론 지역·세계평화·안정을 파괴하는 중대한 도발행위로 규정하고, 동맹과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또 "한미 양국군은 경계감시태세를 강화하는 가운데 후속조치를 위해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며 "북한의 추가적인 군사 도발에 강력히 대응해 나가자는 점에도 의견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앞서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핵실험 직후 군사적 도발에 대비해 전군 경계태세를 3단계에서 2단계로 한 단계 격상했다"고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긴급조치조를 구성해 핵실험과 관련한 자세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으며, 한미연합군사령부도 북한의 추가적인 군사도발에 대비해 대북정보 감시태세인 '워치콘'을 한 단계 높인 상태다.

한편 국방부는 북한이 3차 핵실험에서 1·2차 때와 달리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했는지 여부에 대해 "아직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고농축 우라늄은 플루토늄보다 탄두 구조가 단순하고 크기도 작아 최대 1t 정도로 중량이 제한되는 탄도미사일용 핵탄두 제작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2일 "우리 국방과학부문에서는 2월 12일 북부 지하 핵시험장에서 제3차 지하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함으로써 3차 핵실험 성공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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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신: 12일 오후 3시 25분]
<조선중앙통신> "지하핵실험 성공"

북한 당국이 3차 핵실험 성공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12일 <조선중앙통신>은 "우리 국방과학부문에서는 2월 12일 북부 지하 핵시험장에서 제 3차 지하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이어 "이전과 달리 폭발력이 크면서 소형화, 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해 높은 수준에서 안전하고 완벽하게 진행된 이번 핵시험은 주위생태환경에 그 어떤 부정적 영향도 주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편 천영우 대통령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정부 성명을 통해 북한이 제3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을 공식 확인하면서 "미사일 발사에 이은 핵실험 강행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874호, 2087호 등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는 뜻을 전했다.

천 수석은 "정부는 북한이 안보리 결의에 반영된 국제사회의 일치된 요구를 받아들여 핵무기와 관련된 계획을 폐기할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4신 : 12일 오후 2시 36분]
지진연구센터 "수소폭탄일 가능성 낮다"

12일 오전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지역에서 발생한 인공지진을 분석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는 수소폭탄일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57분 51초경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에서 리히터 규모 4.9의 인공지진이 감지됐다. 이를 폭발량으로 환산하면 7KT(킬로톤) 정도로 추정된다. 1킬로톤은 TNT 1000톤이 한꺼번에 폭발할 때 나오는 위력을 뜻한다.

핵실험 위치는 2차 핵실험 장소였던 풍계리 인근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진연구센터는 설명했다. 다만 지진연구센터는 진도 규모로 볼 때 수소폭탄 시험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6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정승조 합참의장은 "북한이 완전한 수소폭탄에 이르기 전에 '부스티드 웨펀'(증폭핵분열탄) 단계의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진연구센터 관계자는 "수소폭탄의 위력을 가지려면 진도 규모가 6을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6년 1차 핵실험 때는 규모 3.9, 2009년 2차 핵실험 때는 규모 4.4의 인공지진파가 탐지된 바 있다. 지진의 규모가 0.2 커질수록 폭발력은 배로 증가하기 때문에 지진파의 크기만 따지면 폭발력은 2차 핵실험 당시의 약 4배 정도로 추정된다.

[3신 : 12일 오후 1시 42분]
국방부 "함북 풍계리 인근에서 규모 4.9 지진 관측"

국방부가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12일 오후 1시 긴급브리핑을 열고 "오늘 오전 11시 57분경에 북한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인근에서 리히터 규모 4.9로 추정되는 지진이 관측됐다"며 "기상청의 파형분석 결과, 인공지진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 "우리 군은 그동안 한미 공조 하에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에 대비해서 예의주시 해왔다. 각종 자료들을 분석한 결과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할 것으로 추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인공지진의 규모를 4.9로 추정하면서 "리히터 진도 규모 4.9 정도면 폭발규모가 6~7 킬로톤(KT)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며 "참고로 2006년(1차핵실험)에는 1KT, 2009년(2차 핵실험)은 2~6KT정도로 추정됐고, (2차대전 당시) 나가사키와 히로시마 과거에 떨어졌던 것은 각각 13KT, 22KT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또 지난 6일 정승조 합참의장이 "북한이 완전한 수소폭탄에 이르기 전에 '부스티드 웨펀'(증폭핵분열탄) 단계의 핵실험을 할 가능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 "(추가적인 분석이 있어야겠지만) 과거 50년대에 한 것을 보면 이번보다는 상당히 성능이 컸던 것 같다"고 답변했다.

그는 또 북한이 핵실험을 중국과 미국에 사전 통보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 "저희도 파악된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과거 1ㆍ2차 핵실험 때는 플루토늄을 사용했으며 이번 핵실험에는 고농축우라늄(HEU)이나 플루토늄과 HEU를 함께 사용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핵실험시 발생하는 가스를 포집해서 분석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신 : 12일 낮 12시 53분]
군, 군사대비태세 격상... 주한미군과 공조

이명박 대통령이 오후 1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했다.

군 당국도 북한이 제3차 핵실험을 강행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군사대비태세를 3단계에서 2단계로 한 단계 격상했다.

군은 주한미군 측과 긴밀한 공조하에 대북 감시태세를 강화하고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하고 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국방부는 오후 1시 북한 핵실험 관련 긴급 브리핑을 열 예정이다.

한편, 연합뉴스는 12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에서 규모 5.1의 인공지진이 관측된 것과 관련,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어제(11일) 미국과 중국 측에 '핵실험을 하겠다'고 통보했다"며 "핵실험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북한의 정황을 포착한 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도 정보를 제공했다"고 전해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1신 : 12일 낮 12시 27분]
북, 규모 5.1 인공지진 감지... 3차 핵실험?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가운데 12일 오전 북한에서 인공지진이 감지되었다. 이에 따라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날 11시 58분 경 감지된 인공지진은 리히터 규모 5.1로 진앙지는 핵실험장 인근인 함경북도 길주군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6년과 2009년 1,2차 핵실험 당시에는 각각 리히터 규모 3.6, 4.5 규모의 인공지진파가 감지된 바 있다.

국방부의 공식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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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면제’ 정홍원 총리 후보자의 아들은 누구의 아들인가?

 

‘사람의 아들’ - ‘장군의 아들’ - ‘신의 아들’
 
[정운현 칼럼] ‘병역면제’ 정홍원 총리 후보자의 아들은 누구의 아들인가?
 
정운현 기자 | 등록:2013-02-12 12:39:27 | 최종:2013-02-12 12:59:59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영화 '장군의 아들' 포스터
장편소설 <사람의 아들>은 소설가 이문열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연극과 영화로도 만들어져 널리 알려졌다. 1990년에 개봉된 영화 <장군의 아들>은 청산리대첩의 영웅 김좌진 장군의 아들인 김두한을 주인공으로 만든 것으로, 김두한 역을 맡은 박상민을 일약 스타로 만들었다. 1993년에 출범한 YS의 문민정부에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와 공직자 및 그 자녀의 병역사항 공개를 계기로 이 둘은 새로운 유행어로 둔갑했다.

 

그 때 생겨난 말이 현역으로 군대 간 사람은 ‘사람의 아들’, 방위병(공익근무요원)은 ‘장군의 아들’, 병역면제는 ‘신의 아들’이라는 것이었다. 응당한 국민의 의무로 알고 군대갔다온 사람을 마치 봉건시대 천민(賤民) 취급을 한 것이다. 대한민국 성인남자의 90%는 군대를 현역으로 갔다 온다. 예나 지금이나 군대생활이 힘든 것은 차치하고라도 만약 ‘군필(軍畢)’을 하지 않을 경우 사회적 불이익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그러니 가능하기만 하다면 군대는 안가려고 하고 이왕 안가려면 완벽한 ‘병역면제’를 꿈꾸는(?) 것은 어쩌면 인지상정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병역면제는 아무에게나 가능한 것이 아니다. 뚜렷하고도 심대한 신체적 결함, 즉 장애나 질병이 있는 경우에만 국한된다.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의 병역기피가 더러 논란이 됐던 것은 일부러 질병을 유도했거나 기획했기 때문인데, 이는 몇몇 고위공직자 자녀들의 병역면제도 비슷한 맥락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현역 출신은 '사람의 아들'? 천민?

현직 검사인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의 아들은 허리디스크로 병역면제를 받았다. 정 후보자는11일 총리실을 통해 아들의 병적기록표, 2001년 10월 30일자 병무청 제출용 강남성모병원 진단서, 2001년 12월~2002년 7월까지 서울 자생한방병원 의무기록 등을 공개했다. 그리고는 아들이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지는 않았지만 오랫동안 허리통증으로 고생했노라고 밝혔다. 앞서 낙마한 김용준 후보의 대응태도와는 사뭇 다르다는 평이다.

병적기록표에 따르면, 정 후보자 아들은 1997년 4월 서울지방병무청에서 1급 현역입영대상 판정을 받고, 대학원 재학 중인 2001년도까지 재학생 입영연기 대상이었다. 정 후보자 아들은 2001년 11월 병역처분 변경을 위한 신체검사에서 수핵탈출증(허리디스크)으로 5급 판정을 받아 사실상 병역면제인 제2국민역 판정을 받았다. 다시 말해 첫 신검에서는 입영대상자인 1급을 받았다가 4년 뒤엔 허리디스크로 병역면제를 받았다.

정 후보자의 아들이 실지로 심각한 허리디스크였는지, 아니면 병역기피를 위한 꾀병 부리기였는지를 가려내기란 전문 의료진 말고는 알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과거 고위공직자 자녀나 연예인, 운동선수들의 병역면제가 논란이 됐을 당시 이들의 뒤를 봐준 사람은 다름 아닌 의료인들이었다. 병역면제자를 양산(?)해온 몇몇 병원의 경우 병원 이름이 거명되기도 했었다. 다시 말해 의료진들의 주장도 사회적인 신뢰를 잃은 지 오래됐다.

2010년 10월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 때 ‘장군의 아들’ 얘기가 거론됐는데 앞에서 언급한 ‘김좌진 장군’의 아들 김두한 얘기가 아니라 현역 장성들의 아들 얘기였다. 당시 민주당 신학용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역 장성의 아들 가운데 자대 배치된 육군 사병은 거의 예외없이 ‘편한 보직’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것. 즉 ‘장군의 아들들’은 보병-포병-기갑병 등 ‘뺑이 치는’ 전투병보다는 복지지원병-시설관리병-통역병-전산운영병 등을 꿰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군의 아들들’은 해외 파병군에서도 달랐다. 위험지역인 아프가니스탄 파병 ‘오쉬노부대’에는 한 명도 없었던 반면 비교적 안전한 레바논 ‘동명부대’와 아이티 ‘단비부대’에 집중돼 있었다. 해외파병 장병들의 경우 월급 외에도 별도의 수당을 주었는데, 장군의 아들들은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한 셈이다. 이는 비단 육군만이 아니라 해군 장성들의 아들들로 힘든 함상근무 아닌 해군사령부 보급창 등에 배치돼 육상근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권의 병역면제 3인방. 왼쪽부터 이명박 대통령, 안상수 전 새누리당 대표, 김황식 총리

이른바 안보를 강조하는 보수정권이라는 이명박 정권은 ‘병역면제’가 극치를 이뤘다고 하겠다. 한 때 이 대통령을 비롯해 국무총리, 여당 대표, 국정원장 등이 모조리 군 면제자였던 때가 있었다. 일부러 이렇게 짜기도 어렵다. 반면 ‘천안함’에 타고 있다가 억울한 떼죽음을 당한 46명의 병사들은 하나같이 서민들의 자식들이어서 이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이래놓고서 국민들에게 병역의무를 강조하거나 애국심 운운하는 건 말이 안된다.

'병역면제' 인사들이 보수정권 수뇌부 구성

정홍원 총리 후보자 아들의 경우 어쩌면 실지로 허리디스크가 심해 군 복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의 병역면제가 정당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국민들이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것은 그간 고위공직자 자녀들의 비상식적인 행태 때문이다. 김용준 인수위원장 장남의 경우 몸무게 1kg이 미달해 면제를 받았는데 이를 두고 한 네티즌은 그가 군대 갈 생각이 있었다면 신검 때 물을 마셔서라도 몸무게를 늘였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늘자 <한겨레>보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총리 후보와 그의 아들들 13명 가운데 6명이 군 면제 판정을 받아 면제율이 거의 50%에 육박한다. MB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한승수 전 총리는 군 복무중 대학을 졸업하고 제대 후 1년 만에 대학원까지 졸업했다. 또 그의 아들은 병역특례업체 근무로 병역을 대체했는데, 4년6개월 근무 기간 중 휴가와 출장으로 244일이나 국외에 머물며 골프를 쳤다.

또 정운찬 전 총리는 입영을 수차례 미루다 ‘고령’(당시 31살)을 이유로 병역을 면제받았으며, 김황식 현 총리는 시력 문제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병역 면제로 번 2년여의 시간 동안 이들은 사법고시에 합격하거나 학위를 따면서 출세의 길을 탄탄하게 다졌다. 최근 들어 재벌가 자제들의 병역면제가 늘고 있다. 2011년 당시 한 언론사가 국내 11개 주요 재벌가 성인 남자 124명의 병역사항을 파악한 결과 면제율은 35.1%에 달했다. 재벌가의 아들들은 이제 ‘신의 아들’이 되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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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사건’ 다룬 영화 ‘노리개’ 개봉 임박

 

‘장자연 사건’ 다룬 영화 ‘노리개’ 개봉 임박
 
2월 개봉 예정, ‘굿펀딩’ 통해 홍보비 모금 중... 상영 되면 큰 파장 일 듯
 
정운현 기자 | 등록:2013-02-11 12:08:49 | 최종:2013-02-11 12:57:06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 고 장자연 씨

 

연예계의 고질적인 성상납 비리사건이 빚어낸 이른바 ‘장자연 사건’을 다룬 영화가 이달 중에 개봉될 예정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영화는 그간 암묵적으로 있어온 '연예계 성상납' 문제를 수면 위로 다룬 국내 최초의 법정 드라마로, 제작 전후 영화계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특히 이 사건은 아직도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인데다 ‘성상납’을 고리로 연예인, 광고주, 언론, 정치인 등의 추악한 유착 실태가 적나라하게 다뤄질 예정이어서 영화가 개봉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2013년 대한민국을 분노케 할 작품’이라는 타이틀로 소개된 영화 ‘노리개’는 작년 9월부터 제작에 들어가 작년 말 촬영을 모두 마쳤으며, 현재 이달중 개봉을 목표로 마무리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작진은 또 이 사건이 여전히 소송이 진행중인 점 등을 감안해 대비책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자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제작진의 한 관계자는 “제작 과정에서의 자본에 대한 끊임없는 외압 뿐 아니라 영화가 완성된 지금도 여전히 소송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한다”고 털어놨다. 제작진은 또 대기업과 매니지먼트들이 참여를 꺼려 제작이 번번이 무산되는 고초를 겪었다고 밝혔다.

작년말 촬영 완료, 2월 중 개봉 예정...큰 파장 일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은 이 영화를 통해 연예계와 광고주, 언론, 정치인 등과의 추악한 유착의 고리를 끊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연예기획사 대표, 언론사 사장, 영화감독, 매니저 등의 다양한 등장인물들에 대한 인터뷰와 법정증언을 통해 성상납 로비 문제와 거대권력의 잔혹한 살인행위를 폭로할 방침이다.

따라서 등장인물의 이름 역시 ‘장자연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과 비슷하다. 즉, 희생된 연예인 역의 이름은 고 장자연 씨 이름과 비슷한 ‘장지희’이며, ‘노란 복수초’에서 열연한 민지현 씨가 맡았다. 또 장지희의 죽음을 추적하는 기자의 이름은 ‘이장호’로 마동석이 맡았는데, 이 사건을 추적, 보도해온 이상호 전 MBC 기자를 연상시킨다.

‘노리개’ 제작진은 지난달 31일부터 ‘굿펀딩’(http://www.goodfunding.net)을 통해 일반관객들을 상대로 자발적 홍보지원금을 모금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홍보지원금은 선전 포스터, 벽보, 전단 제작 등에 사용된다. 제작진은 ‘굿펀딩’으로 영화 개봉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유도해 이를 영화 홍보로까지 활용할 계획이다.
 

 

 


최승호 감독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생각하는 상식은 법원칙 혹은 ‘침묵의 카르텔’ 앞에 무너져버렸다”면서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를 준비하기 위해 제가 만난 많은 여자 연예인들은 실제로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누군가는 그녀들의 어두운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아야 했다”고 밝혔다.

 

한편,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언론계 거물급 인사로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이 거명돼 진위 여부를 두고 논란과 함께 지리한 소송사건이 계속돼 왔다. 몇몇 언론과 언론단체, 국회의원들은 이같은 의혹에 대해 수사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다가 조선일보사와 방상훈 사장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그런데 최근 조선일보사와 방 사장은 이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항소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조선일보-방상훈 사장, 언론사 상대 소송서 모두 패소

서울고등법원 민사13부는 지난 8일 조선일보사와 방 사장이 KBS, MBC, 김성균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대표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3건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피고들은 공익성, 상당성 등 위법성 조각 요건을 갖춰 일부 허위사실을 적시했더라도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이 고 장자연 씨로부터 부적절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은 ‘허위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방 사장과 조선일보사가 이종걸 민주통합당 의원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항소심 선고공판에서도 재판부는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고 의견을 말했을 뿐) 허위사실을 적시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방 사장 측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로써 방 사장 측이 낸 소송은 현 단계에서는 모두 패소했는데 향후 대법원에 상고할지 여부에 주목된다.

이종걸 의원 등의 변호인을 맡고 있는 안상운 변호사는 고법 판결 직후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항소심 재판결과는 방상훈 사장이 2009년 당시 처음부터 여론화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략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게 한다”며 “방 사장 접대 의혹 보도가 허위로 판단된다는 판결의 경우 경찰·검찰의 수사 자체가 부실하고 형식적이었다는 점부터 짚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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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유권소 회원들 부정선거 시위 동영상 - CJK

시카고 유권소 회원들 부정선거 시위 동영상
(다음아고라 / CJK / 2013-02-10)


(시카고 일부 한인단체가 유권소 활동을 종북 어쩌고 하는 바람에 분노한 유권소 회원들이 찬바람 속에 시위한 동영상과 글입니다)

Chicago Daley Plaza 시위 2013.02.09

태극기 둘르고, 시카고 겨울 찬바람에, 시위하는 좌빨이나 종북 본 적 있니?
얼마나 답답하면 해외동포들이 이러겠냐?
국정원이 개입한 18대 대선은 무효야, 쨔샤들아!
얌마들아! 수개표 하지 않은 가짜선거는 무효야, 이 십원짜리들아!
우리는, 고종의 헤이그 밀사의 심정으로, 우리를 낳아준 어머니의 나라가 정말 잘 되기를 빌어 마지 않는다.


 

http://www.youtube.com/watch?v=iWvpaVQu4hg

http://www.youtube.com/watch?v=TqS9VKNhzBo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eId=2288781

 


 

재외동포들 "대선 총체적인 부정선거"...'유권소' 발족
(오마이뉴스 / 전희경 기자 / 2013-02-07)


재외 유권자와 동포들이 "18대 대선은 총체적인 부정선거라고 본다"는 내용의 다섯번째 성명서를 5일 발표했다.

18대 대통령 선거 부정의혹과 관련하여 이미 네 차례의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는 재외 유권자 및 동포들이 5일 오후 (미국 현지시각) 다섯번째 성명서를 같은 웹사이트에 발표했다. 18대 대선을 부정선거라 선언하는 이 성명서는 8일자 <한겨레>와 <경향신문>에도 광고형식으로 실린다. 이들은 웹사이트를 통한 서명진행, 일간지 광고게재 외에 주권방송을 통한 대안방송과 화상회의도 진행중에 있다.

이 성명서는 '제 18대 대통령 선거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재외유권자와 동포들' 명의로 발표되었으며. 이 모임은 미주 사람사는 세상, 애틀랜타촛불 모임, 인도의 등불, 샌디에고, LA, 상하이, 독일 등의 유권자 모임' 등 단체 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독일, 인도, 중국, 오스트리아, 이태리, 호주 등 전세계에 거주하는 재외동포 1830여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회원수는 증가추세에 있다. 또 이들은 새로운 시민운동조직인'유권자 권리를 소중히 생각하는 모임 (이하 유권소)'를 발족시켰다.

제니퍼 리 유권소 대표는 같은 날 유권소의 발족을 알리는 "새로운 시민운동! 새 길을 열겠습니다"제목의 선언문에서 "시민이 권력입니다. 전 세계의 흩어진 힘을 하나로 묶는 시민운동, 새로운 형태의 운동을 유권소가 시작"했다고 전했다.

유권소는 발족 선언문에서 진정한 독립운동, 부정과 불법을 자행하는 세력과의 싸움, 유권자의 권리를 정치인이나 정당에게 맡기지 않고 스스로 찾는 일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문은 유권소 홈페이지(f4vr.com)에서 볼 수 있다.

다음은 5차성명서와 유권소 발족선언문 전문이다.

 

 

우리는 18대 대선을 총체적인 부정선거라고 본다.

이번 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세계 곳곳에 퍼져 나가 있는 우리 재외국민들은 거리와 시간의 어려움을 무릅쓰고 조국의 발전을 위해 선거에 기꺼이 참여를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선거중립을 지키기는커녕 국가정보원과 선거관리위원회를 부정선거에 동원하였다.
이에 해외에 있는 우리들은 조국의 민주주의가 파탄 나는 모습을 그냥 지켜볼 수 없어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항거를 하며 이런 뜻을 국내외 모두에게 알리는 바이다.

우리는 18대 대선이 관권개입 부정선거라고 본다.

1. 국가기관이 개입하여 치른 선거는 원천무효이다.
국가정보원법 제9조 '정치 관여 금지' 조항에서는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하여 지지 또는 반대 의견을 유포하거나, 그러한 여론을 조성할 목적으로 특정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 대하여 찬양하거나 비방하는 내용의 의견 또는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실제로는 현직 국정원 직원들이 18대 대통령 선거에 관여하도록 기존의 조직보다 확대된 70명의 팀을 조직하여 활동하였다. 그 중 언론에 들통난 1 명의 국정원 여성직원이 국정원 업무시간에 40개의 아이디를 가지고 활동한 정치적 교란행위는 대한민국 헌법을 유린하고 선거에 관여한 엄청난 범죄이다.

2. 선거관리위원회는 법대로 공정한 선거관리를 하지 않았다.
대선 개표에서 공직선거법 및 중앙선관위 개표 매뉴얼에 적시된 전량 육안에 의한 2-3회에 걸친 수작업 검열 과정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 여러 참관인의 증언과 동영상, 수많은 관련 자료로 밝혀졌으나 중앙선관위는 수개표를 하였다는 거짓 해명을 되풀이 하였고, 이번에 개표과정에 동원한 전자장치에 대해 허위로 발표하여 국민을 속였으며 선관위 서버를 선거 이후 교체하였고, 1분 단위 개표현황 자료가 선관위와 SBS방송사가 서로 어긋나는 등 실로 많은 면에서 부정이 개입된 흔적들이 드러나고 있다.

이에 우리 재외 유권자들은 다음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1. 국정원이 헌법을 위반하여 부정선거를 저지르게 한 책임을 지고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을 당장 파면할 것.
2. 공정한 선거관리를 하지 않고 개표조작의 의혹을 일으킨 책임을 물어 김능환 당시 선거관리 위원장을 국정조사와 헌법위반 법정에 세울 것.
3. 법원, 검찰은 헌법정신과 민주주의에 원칙에 입각하여 부정을 처단할 것.
4. 선거 중립을 지키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은 부정선거와 개표 조작을 저지른 현 정부의 책임자로서 국민 앞에 사죄하고 하야할 것.
5. 새누리당 김무성 선거관리 위원장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고 방송과 선관위의 부적절한 개표행위를 통해 당선자로 발표된 박근혜는 당선자 신분을 당장 포기할 것.
6. 여당과 야당을 포함한 정치단체들은 이번 18대 대선이 총체적인 부정선거임을 인정하고 국정조사 등 모든 노력을 아끼지 말 것.

2013년 2월 5일

제 18대 대통령 선거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재외 유권자와 동포들

김효원, 김성수, 이명자, 윤지영, 임서연, Hyun Song, 정옥경, JongmooLee, 한정혜, 오현경, 강재구, 이원종, 권건희, 하종민, 배용하, 권춘구, 김동열, 한은미, 황영매, 최형근, 김효소, 오주희, 박성미, 김효원2, 김현승, 정수진, 이경숙, 송은미, 이홍식, 최재혁, 이명자, 문영로, 김성현, 현기석, 해피손화이팅, 신수억, Jangwon, 끝까지화이팅, 부정선거, Laura Chang, Kyung Ji Lee, Ted Ahn, Mag Jung, Jae Lee, Sujin Kim, Linda Lee , J. Kim, Misook Gwon, Yooha Song, Laura Chang, 안상국, Mag Jung, Jae Lee, Sujin Kim , Linda Lee, J. Kim, 김명곤, Young Cho, Ted Park, LA 미권스, HeeYoung Jin, Mia Kim 송유나, Ung-Jin Kim, Chris Moon, SB Kang, Jennifer Lee, 한송이, 김동진, 오현경, 조경옥, 고진순, 여인철, James Choi, 황차은,일본김상문, 여인철, 임서연, 허경문,힘내세요, 석종호, 박미정
서명자 명단확인은 유권소 홈페이지( f4vr.com)이나 성명서가 실린 블로그스팟(http://2012skpreselection.blogspot.com/2013/02/18.html?m=1)을 참조할 수 있다.

 

 

 

유권소 발족문

"유권소 - 새로운 시민운동! 새 길을 열겠습니다."

- 시민이 권력입니다. 전 세계의 흩어진 힘을 하나로 묶는 시민운동,
새로운 형태의 운동을 유권소가 시작했습니다-

1. 진정한 독립운동! 다시 시작입니다.

1910년 8월 22일 최고 통치자 순종이 저항 한번 제대로 못 한 채, 합법을 가장한 불법을 저지른 일본에 나라를 통째로 넘겨줘도 대신들 누구 하나 이에 반대하거나 목놓아 우는 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합니다. 피 끓는 분노는 오로지 동학 농민전쟁· 의병전쟁을 비롯한 백성의 거센 저항과 반발뿐이었습니다. 일제는 군대를 동원하거나 각종 악법을 만들어 강력하게 탄압하였고 압제는 36년 동안 자행되었습니다. 치욕과 굴욕으로 얼룩진 대한민국의 역사입니다.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기하여 새누리당 국회의원 정옥임 의원은 한일합방이란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이상득 의원은 2009년 일본 외상을 만난 뒤 같은 표현을 했으며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확한 표현은 한일강제병합입니다. 일제가 무력으로 우리나라를 침략하여 국권을 강탈했던 일임에도 일본에선 NHK가 정부의 지원으로 한일강제합방 100주년 특집을 준비하고, 강제합방을 합법적인 것으로 몰고 가는 위기가 닥쳐오는데도 대한민국은 국격도 주인도 없이 정체성의 혼돈 속에 표류하고 있습니다. 한일강제병합을 합방이라고 호칭하는 역사의식을 가진 정당이 정권을 잡는다면 역사 왜곡을 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됩니다.

우리는 지난 역사에서 교훈을 배웁니다. "위대한 애국지사들의 독립운동은 단순히 일제를 몰아내고 국권을 되찾는 데 머무르지 않고 국민 주권을 확립하고 근대적 국민국가를 수립하는 토대를 마련해주었습니다. 야만적인 무력 침략에 굴복하지 않고 자유와 평화를 향해 줄기차게 투쟁한 세계사적 의미도 지니고 있다"고 역사는 적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애국지사의 자랑스러운 독립운동은 친일파들에 의해 역사 속에서 빛이 바래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진정한 독립은 이러한 친일파들을 끝까지 찾아내어 역사 앞에 반성하게 하고 민족의 정기를 바로 찾는 길입니다. 제2의 이승만의 탄생을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우리 민족의 자주독립 운동! 그 일을 유권소가 하겠습니다.

2. 부정과 불법을 자행하는 세력과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18대 대선은 합법을 가장한 부정의혹으로 얼룩진 불법선거였습니다.공직선거법에 나와 있는 수개표를 실시하지 않았습니다. 과정이 공정하지 않았습니다.국가 기관인 국정원이 개입한 정황이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습니다. 틀린 것을 틀렸다고 말하고 잘못된 것을 고치라고 요구하는 일은 유권자의 당연한 권리입니다.

페이스북내에서 친구들과 함께 부정선거 의혹을 살만한 증거와 정보를 나누면서 미주 동포들끼리 모여서 유권소 그룹을 만들었으며 네 번의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성명서엔 미주를 넘어 전세계의 유권자의 서명이 줄을 이었습니다. 이젠 전 세계에 퍼져있는 유권자를 한 곳에 모아 새로운 시민운동으로 도약을 하려고 합니다.

현대는 새로운 권력인 자본주의의 막강 권력에 국민은 알게 모르게 억압받고 있습니다.
거대 언론과 거대 재벌은 국민의 생계를 담보삼아 스스로 굴종하게 만들고 아직도 청산되지 않는 친일파의 잔재들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며 교묘한 방법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차단하고 올바른 판단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대선을 마치고 많은 시간을 써가며 네 차례의 성명서를 발표해도 기사 한 줄 실어주는 주요 언론사가 없습니다. 심지어 중앙일보는 광고비를 받는 광고자체를 거부했습니다.그 자체만으로도 보이지 않는 엄청난 권력의 압박을 느낍니다.

보이지 않는 검은 세력이 엄청난 불법을 저질러도, 자본 권력앞에 억울한 죽음을 당해도, 비리의 의문이 꼬리를 물어도 어느 누구하나 진실을 밝혀는데 전력을 쏟지 않습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 스스로 두려움을 느끼는건 이미 숨기는 그 무엇가가 있음을 입증하는 것입니다.그래서 유권소가 탄생했습니다. 유권소는 새로운 시민운동으로 거대 권력과의 싸움을 시작하겠습니다.전 세계에 흩어진 작은 목소리를 모아 큰 힘을 만들어 우리의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만주벌판에서 독립운동을 하는 피끊는 분노와 내 주권을 내가 스스로 찾겠다는 다짐으로 유권소가 앞장 서서 싸우겠습니다.

3. 야당이 하지 않는 일, 유권소가 하겠습니다.

대선 이후 국민의 반이 넘는 숫자가 멘붕상태로 하늘이 꺼져버린 심정으로 답답함을 호소해도 당권경쟁에만 목숨을 걸 뿐 야당다운 행동을 보여주지 못한 민주당엔 더 이상 희망이 없음을 선언합니다. 유권소는 야당이 하지 않는 일을 도맡았습니다. 유권소 회원들 스스로 부정 선거임을 입증할 증거들을 모아 세계 언론에 호소하고 정부와 정당. 국회와 국가기관에 엄중한 책임을 묻는 성명서로 외쳤습니다. 부정의혹이 넘치는데 수수방관만 하고 진실을 밝히고자 노력하지 않는 야당은 과감히 버리고 이제 유권소 운동은 정당을 넘는 엄청난 힘으로 커져가는 중입니다. 유권소의 힘은 무궁무진합니다. 전 세계에 흩어진 인재를 한곳에 모아 보다 더 큰 일을 하려고 합니다.

선거때만 표를 구하려고 고개 숙이는 정치인, 국회의원만 되면 권력의 맛에 취해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국민의 요구에 무반응하는 정당과는 선을 긋고 권력을 잡은 뒤엔 국민위에 군림하는 정당엔 엄중한 책임을 묻는 일을 유권소가 제일 먼저 하겠습니다.
우리의 권리는 정치인이나 정당에게 맡기지 않고 스스로 찾는 일을 유권소가 하겠습니다.
참여가 아닌 내가 주도하는 운동! 이제 유권소가 당당하게 앞장서겠습니다.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3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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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독한 노동배제'를 끝장내자

박근혜, 1%만 행복한 사회 만들지 않으려면…

[민교협의 정치시평] 이 '지독한 노동배제'를 끝장내자

이도흠 한양대 교수·민교협 상임의장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2-11 오후 3:27:21

 

대다수 국민들이 귀향해 조상을 찾아뵙고 가족과 오랜만에 돈독한 시간을 보내고 귀경하는 지금, 이 땅에 함께 살고 있는 '국민'인 노동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거나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이고 있다. 평택과 울산의 송전탑, 아산의 굴다리, 서울성당 종탑에서 '이 땅의 버림받은 사람들'이 국정조사와 해고자 복직 등을 내걸고 투쟁하고 있다.

2월 11일 오늘로 농성한지 현대자동차는 118일, 쌍용자동차는 84일에 달한다. 그들은 그 얼마나 뼛속까지 시리고 고통스러울까. 어디 이들 뿐인가. 전국 곳곳이 노동자들이 내지르는 피 끓는 절규로 가득하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900만 명에 달하고, 자본은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아니라 '극단의 이익'을 위하여 정리해고를 다반사로 행한다. 이에 맞서서 코오롱은 2912일, 영남대 의료원은 2438일, 콜트콜택은 2202일, 재능교육은 1878일, 쓰리엠은 1358일, 대우자동차판매는 749일, 유성기업은 632일, PSMC(구 풍산마이크로텍)은 462일, 골든브릿지증권은 292일, JW생명과학은 239일째 농성중이지만, 아직까지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왜 이렇게 곳곳에서 노동자들이 목숨을 걸고 수십, 수백 일을 농성하고 있는가. 혹자는 노동자들이 과격하거나 비타협적이기 때문이 아닌가 의심한다. 하지만, 엄연히 대법원이 불법 파견으로 판결했음에도 현대자동차 회사는 이를 거부한 채 조금도 양보하고 있지 않은 데서 보듯, 자본이 비정상적으로 비타협적이고, 국가와 대형교회, 보수언론, 사법부가 이들과 유착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자본은 비타협적인가. 태생적으로 천민 자본의 속성을 갖고 있는 것도 있지만, 든든하게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국가가 나서서 일방적으로 자본의 편에서 노동자에게 폭력을 가하고, 사법부는 거의 자본의 손을 들어준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해결이 가장 효과적인데, 새누리당은 무조건 자본의 편을 들고, 민주통합당도 노동 문제에 대해서는 늘 생색내기로 그친다. 보수-자유 양당은 노동배제적 정책을 구현하거나 그를 합법화하는 법안에 대해서는 짝짜꿍이 잘 맞는다. 국가-자본의 연합과 노동자들이 적대 국면을 형성하면, 보수언론은 허위 수치까지 들이대고 모든 논리를 동원하여 노동자들의 당연한 절규를 '경제혼란 행위', '과격폭력 행위', '빨갱이들의 투쟁'으로 매도하고, 시민사회 또한 극소수가 이에 맞설 뿐, 대다수가 이에 동조하거나 침묵한다.

국가와 자본, 보수 언론, 대형교회, 시민사회가 나서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 물리적 폭력, 구조적 폭력(노동배제와 정리해고를 합리화하는 법과 제도), 문화적 폭력(육체노동을 천시하고 정리해고를 당연시하며 정당한 파업을 빨갱이로 매도하는 문화), 재현의 폭력(흑인이나 백인이나 같은 인간인데, 미국영화드라마에서 범죄자를 흑인으로 재현하면 흑인이 더 폭력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이것이 실제로 흑인을 차별하는 현실을 낳듯, 실제는 선량한 해고노동자를 언론에서 빨갱이로 재현하여 이들의 재취업차단하는 것) 등 모든 폭력을 구사하였다.

이에 맞설 진보정당과 노동조직은 분열되어 있고, 노동자들이 극소수 시민과 연대하여 맞서보지만 늘 중과부적이다. 국가-자본-보수언론-대형교회의 카르텔이 별로 견제당하지 않는 엄청난 권력을 형성하고서 거의 모든 비정규직 및 해고 노동자들을 죽음의 위기로 내모는 '지독한 노동 배제'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송전철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대표적인 예로 쌍용자동차 사태를 보자. 민교협이 주최한 몇 차례의 토론회와 국회 청문회에서 밝혀진 대로, 쌍용자동차 회사는 회계조작과 생산성 지수 조작을 하여 2646명을 정리해고 하였고 사법부는 조작된 장부에만 의존하여 이를 허용하였다. 대외비 문건을 통하여 상하이 자동차가 쌍용자동차에서 철수한 이유 또한 "고분고분하지 않은 노동조합," "한국 정부의 비협조," "기술유출 관련 검찰 수사" 등이었음도 백일하에 드러났다. 당연히 원천 무효이고 이를 부당하다고 항의하는 것은 국민의 최소한의 권리인데, 국가는 이를 주장하는 노동자들에게 적에게나 행하는 야만적인 폭력을 행사하였다.

실제로 정리해고 당한 노동자들의 약 52.3%가 전시의 병사들이 겪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으며, 80%가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을 앓고 있다. 이 스트레스와 생계 위기, 절망감 속에서 벌써 24명이나 죽었다. 그럼에도 보수언론이 이들을 '경제 혼란범, 과격분자, 빨갱이'로 매도하는 바람에 아직까지 단 한 명도 재취업하지 못하였다. 이에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중심에 서고 노동단체 및 시민사회가 연대하여 기나긴 투쟁을 벌였고, 이 결과로 국회 청문회가 열렸다. 민교협도 연이은 토론회와 언론기고, 성명서 발표 및 기자회견만이 아니라 동조단식과 농성, 집회와 시위로 연대하였다.

하지만, 청문회는 요식행위 내지 통과의례로 그치고 말았다. 진실이 밝혀질수록 더 많은 의문이 발생하였는데도 모든 것을 덮어둔 채 끝났기 때문이다. 누가 어느 정도로 기술 유출을 행했는지, 누가 어떤 의도로 회계 조작을 하였는지, 누가 왜 선량한 노동자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가했는지, 왜 마힌드라는 쌍용차 인수 후 9억 달러의 투자를 약속하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지, 무엇보다도 이런 조작과 폭력을 행하는 국가와 자본과 사법부의 카르텔의 주체는 구체적으로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사안에 대해 국정조사를 하지 않는다면 국회는 더 이상 존립할 의미가 없다. 국정조사를 하여 그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범법자를 처벌하지 않는다면, 권력과 자본의 폭력과 조작과 사기극은 재발될 것이고, 그로부터 선량한 국민을 보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정조사는 한국 경제를 지키고 국민을 살리는 길이다. 여당의 대표라는 사람은 쌍용자동차에 대한 국정조사를 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궤변이다. 이것이야말로 국민보다 철저히 자본의 편에 서서 생각한 자의 편견이며, 나아가 나라의 경제를 좀먹고 다수의 국민을 생존위기에 내던질 수 있는 망국적 발상이다. 국정조사를 하지 않는다면, 쌍용자동차 사태에서 벌어졌던 외국자본의 헐값인수와 기술 유출, 회계 조작, 인권 유린에 대하여 면죄부를 주는 형국이기에 이는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다. 당연히 국정조사를 해서 사태의 진실을 낱낱이 밝히고 책임을 규명해야만, 해외 자본이 정권을 우습게 여겨 민족 자본을 좀먹고 첨단 기술을 유출하는 행위가 근절될 것이다. 기업이 손쉬운 구조조정의 도구로 정리해고를 남발하고 권력이 선량한 국민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러기에 국정조사는 이 땅의 경제를 살리고 자본과 권력의 횡포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최소한의 대안인 것이다. 이에 동의하여 새누리당 또한 국정조사를 대선의 공약사항으로 발표하였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나자 모르쇠로 일관하더니, 이제는 여야협의체를 만들어 사태의 진실을 덮고 여론을 호도하려는 술책을 자행하고 있으며, 이에 민주통합당도 동의하고 나섰다.

이렇게 쌍용자동차 국정조사가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지난 2월 5일에 쌍용차 범대위가 인수위 앞에서 박근혜 당선인과 인수위원회에게 쌍용차 문제 해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며 끝장 농성에 돌입하였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방해로 인해 기자회견이 예정된 시각을 한 시간여 넘긴 후 진행됐으며, 깔판, 비닐, 침낭 등 일체의 물품을 경찰에 빼앗기는 바람에 노동자들은 엄동설한 속에 비닐 하나 없이 밤을 꼬박 새워야 했다. 이것은 박근혜 정부가 앞으로 5년 동안 철저히 '노동 배제' 정책을 펼쳐나가고 이에 민주통합당도 협력해 줄 것을 예고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 시점에서 박근혜 당선인께 정중히 묻고자 한다. 쌍용자동차 국정조사 약속은 박빙의 대선 국면에서 노동자의 표를 얻기 위한 기만행위였는가.

노동이란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다. 노동은 거룩한 생산 행위이자 나를 자유롭게 하여 타인을 자유롭게 하는 실천이다. 노동은 만 원어치 밀가루계란우유이스트를 사서 빵 기계를 이용하여 천원 짜리 빵 열세 개를 만드는 것에서 보듯 생산 도구를 이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생산을 해내는 인간의 행위이다. 돌덩이의 땅을 쟁기로 갈아 기름진 밭으로 변화시키는 것에서 보듯 인간 주체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자기 앞의 장애를 극복하고 세계를 자신의 의도대로 개조하는 행위이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세계를 새롭게 창출하는 인간은 무한한 자유를 느끼며 자신이 무엇인가 의미 있는 존재란 것에 흐뭇해하고, 생산행위를 통하여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기에 노동이란 진정한 자기 실현이다. 더 나아가 자신이 생산한 빵으로 굶주리는 자를 배부르게 하는 데에서 보듯 노동은 타자를 자유롭게 하는 정의의 실천행위다. 노동 없이 자유도, 정의도, 실존도 없다.

이제 개인과 집단 모두 노동의 가치와 신성함에 대해 새롭게 성찰해야 한다. 노동을 일방적으로 소외시키고 착취하고 억압하면서 건전한 사회는 가능하지 않다. 지금처럼 노동을 철저히 배제하고서 한국사회가 도달하고자 하는 이상이 1%만이 행복한 사회인가. 박근혜 당선인이 진정으로 모든 국민이 행복한 나라로 만들고자 한다면, 이 '지독한 노동배제 정책'부터 거두기 바란다. 최근에 행한 여론 조사에 의하면, 우리 국민의 90.8%가 새 정부 출범 전에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노동현안이 해결되기를 바란다. 진정으로 온 나라의 온 국민으로부터 박수를 받는 대통령 취임식을 열고자 한다면, 시급한 노동현안부터 해결할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 쌍용자동차, 현대자동차, 재능교육의 노동자들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올 때, 박 당선인은 하늘처럼 존중받는 지도자가 될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국민의 저항에 직면하고 결국 전임 정권처럼 실패한 정권으로 귀결될 것이다. 지금 인수위 앞에서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끝장 농성을 벌이고 있고, 이에 시민사회와 민교협도 함께 연대할 것이다.

 
 
 

 

/이도흠 한양대 교수·민교협 상임의장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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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 될 사주야... 26살까지 취업 꿈도 꾸지마!"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3/02/12 07:59
  • 수정일
    2013/02/12 07:5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설 특집 - 점집 체험] 쇠락해 가는 미아리 점성촌... "머지 않아 사라질 것"

13.02.11 20:39l최종 업데이트 13.02.11 20:39l

 

 

새해를 맞아 신년 운세 보러 서울 미아리 돈암동을 찾았다. 한국에서 제일 규모가 큰 점성촌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그만큼 '용할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6일 찾아가 보니 최대 규모의 점성촌답게 골목 대부분이 점집이었다. 한 집 건너 점집이 있을 정도였다.

미아리 점성촌은 현관문마다 초인종이 있거나 사람 움직임을 감지해 알리는 벨이 있다. 어느 점집에 가야할지 몰라 두리번거리다 제일 가운데 있는 집에 들어갔다. 초인종을 누르니 잠시 후 한 아주머니가 나와 길을 안내한다. 미아리 점성촌 역술인 대부분은 맹인이라고 했다.

역술인이 내게 한 말은...

미아리 점성촌의 한 점집. 손님 맞이에 문을 활짝 열어뒀지만, 슬리퍼 한 짝이 전부 였다.
ⓒ 김다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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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집 내부는 일반 가정집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선글라스를 낀 할아버지가 방에 앉아 있다. 그는 복채를 먼저 달라고 요구했다. 가격은 개인 사주는 3만 원, 인원이 늘어나면 금액이 올라간다.

그는 내게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을 물었다. 보통 점집에 가면 책을 보고 풀이를 하는데 이 역술인은 입으로만 중얼거렸다. 기자가 "왜 사주책을 보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40년 동안 점을 봤기 때문에 안 봐도 외운다"고 말했다.

"기생 사주네. 기생 사주야! 옛날 같으면 사주단자 넣자마자 쫓겨났어!"

입이 떡 벌어졌다. 기가 세서 풍파가 많다는 둥, 남자를 조심하라는 둥, 일찍 결혼하면 시집을 2~3번 간다는 둥 무서운 말들이 마구 쏟아졌다. 역술인은 "그래도 시대가 바뀌었으니 기생 사주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며 나를 달랬다.

기본적인 사주 총평이 끝나자 신년운세를 봤다. 올해 졸업을 앞둔 나로서는 취업이 제일 걱정이기에 진로에 대한 질문을 먼저 물었다.

"제가 취업을 해야 하는데, 올해는 잘 풀릴까요?"
"시험 쳤다 하면 떨어진다고 보면 돼. 26살까지는 취업, 꿈도 꾸지마!"

나는 잠시 정신이 멍했다. 그러자 역술인은 재빠르게 부적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15만 원에 부적 10장 써줄 테니 집안 곳곳에 붙이라"며 "이만한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30분간 상담이 끝나자 그는 명함을 주면서 "살풀이 할 생각 있으면 연락하라"고 덧붙였다. 기분이 묘했다.

"국민 수준이 높아지면서 발길 끊겨…"

사주를 보고 나오자 "속았다" "하마터면 상술에 말릴 뻔 했다" 등 여러 생각이 들었다. 골목길에 인적은 드물었지만 나처럼 막연한 고민을 안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있었다. 웃음소리를 따라 들어간 점집에는 홍자영(50.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씨와 박미애(53. 서울 노원구 공릉동)씨가 있었다. 박씨를 따라 이곳을 처음 찾은 홍씨는 "천주교 신자지만 신년이니까 이렇게 점보는 일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에 박씨는 점성촌 '단골손님'이었다. 박씨는 "대부분의 사람은 무슨 일이 생기거나 큰일을 앞뒀을 때 점을 많이 보는데 나는 생각날 때 마다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점성촌의 일반적인 복채 가격은 3~5만 원인데 박씨는 단골집인 B철학관에서 2만 원에 점을 본다.

B철학관의 C역술인은 박씨가 온 것을 알고 마당까지 마중을 나왔다. C역술인은 "아저씨(박씨의 남편)가 올해부터 몸이 괜찮아 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가 찾는 B철학관은 그녀의 가족 사주부터 집안 대소사까지 모두 꿰고 있었다.

이 점성촌 골목에는 약 20곳의 점집이 있었다. 오후 3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1시간 동안 지켜본 결과, 불과 8명의 손님이 이곳을 다녀갔다.
ⓒ 김다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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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골목으로 나가보니 한동안 사람이 없었다. 점집은 손님을 맞으려 문을 활짝 열어 뒀지만 입구에는 대개 슬리퍼 한 짝이 전부였다. 반대편 점성촌 골목으로 건너갔다. 웬 아주머니가 아저씨와 승강이를 벌이고 있었다.

경북 영주시 가흥동에서 온 이금옥씨(69)씨는 "경기도에 있는 둘째 아들 집에 갈 때마다 남편이랑 여기(점성촌)에 들린다"며 "설이나 추석에는 꼭 찾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남편은 "남부끄럽다"며 이씨의 손을 끌어 당겼다. 이씨는 "옛날에는 점 보러 다니는 게 창피한 일이라 손가락질을 받았다"고 밝혔다.

설을 앞두고 가족이나 친지의 사주를 들고 점성촌을 찾은 사람도 있었다.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사는 안선경(58)씨는 대학 졸업하고 몇 년째 백수로 지내는 딸 취업 문제로 들렀다. 안씨는 "우리 딸이 작년까지 부정살(사람이나 물건 등을 해치고 파괴하는 악한 기운)이 끼여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부정살이) 풀린다 해서 어떻게 될지 들으러 왔다"고 말했다.

"입춘과 설 사이에 하루 5~6명이 다녀가지만..."

'○○철학관, 사주 봐드립니다.'
'영으로 점을 봅니다'
'◯◯◯ 여성 작명 역학사'

미아리 돈암동 점성촌은 1966년 맹인 역술인 이도병씨가 정착한 이래 많은 역술인들이 찾았다. 미아리 점성촌은 역학을 보는 맹인이 많다는 게 특징이다. 점술이 호황기를 맞이했던 1980년대에는 약 100곳의 점집이 있었다. A역술인은 "지금은 약 40여 곳만 남아 점성촌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6일 미아리 돈암동 점성촌 거리는 생각보다 한적했다.

"보다시피 손님이 없는 편이에요. 갈수록 더 심해질 거예요. 경기가 안 좋아서라기보단 국민 수준이 높아지면서 발길이 끊긴 거죠."

A역술인은 점성촌 쇠락의 원인으로 국민 수준 향상을 꼽았다. 옛날에는 애가 아프거나 집안에 무슨 일이 생기면 무조건 점을 보러왔기에 손님이 많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는 거다. 그는 "젊은 사람들 80%가 대학을 나왔다고 하지 않느냐"며 "경제가 문제가 아니라 국민 수준이 높아지면서 점을 믿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A역술인은 "요즘 하루 2~3명이 다녀가는 게 일반적"이라며 "가끔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때도 있는데, 그나마 장사가 되는 때는 지금 뿐"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이 즈음이 사람들은 점집을 찾을까. 사주명리학에서는 입춘을 기준으로 새해 운세가 들어온다고 보기 때문이다. 입춘과 설날 사이의 '대목'에는 돈암동 점집마다 하루 약 5~6명의 손님들이 찾아온다.

미아리 점성촌의 벽화에는 '점'에 대한 이야기들이 새겨져 있다. 서울시에서 전통 거리로 지정하려 했으나 기독교의 반발로 무산됐다.
ⓒ 김다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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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철학관은 6일 하루 총 손님 7명을 받았다.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찾은 거다. C역술인은 "2013년 계사년을 맞이하니 뱀띠 생들이 많이 온다"며 "손님들이 많이 오는 시기지만 옛날에 비해 적은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가이드들이 외국인들을 데리고 관광지 삼아 찾아오는 경우가 있긴 한데, 머지 않아 점성촌은 사라질 거라 보면 된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미아리 점성촌 인근 부동산을 찾았다. 부동산 관계자는 "점집은 매물이 나오지도 않고 들어오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점집에서 '신년운세'를 점쳐보는 행위는 이제 옛날 이야기로 남는 걸까?

돈암동의 많은 점집에는 "미래를 보여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점집의 미래는 잘 보이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김다솜 기자는 <오마이뉴스> 17기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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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득-라응찬 '상촌회 게이트' 이제야 밝혀지나?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5일 '신한은행 사태'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남산 3억원' 의혹과 관련하여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이상득 전 의원을 각각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개혁연대는 "신한사태의 핵심 사안 중 하나인 이른바 '남산 3억원'이 라응찬 전 회장의 지시로 이뤄진 것이며 그 최종 행선지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에게 전달된 것이 명백하게 드러났다"며 당사자인 라응찬 전 회장과 이상득 전 의원을 고발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차명계좌를 이용한 비자금 조성과 돈을 건네받은 혐의로 라응찬 전 회장과 이상득 전의원을 고발한 경제개혁연대 사건을 '금융조세조사3부'에 배당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건은 지난 2010년부터 불거진 사건인데 그동안 실체는 계속 밝혀지지 않고 있다가 MB말기에 조금씩 그 진실이 드러나는 모습을 보입니다. 과연 사건의 본질과 문제점, 그리고 앞으로의 모습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라응찬과 이상득의 '남산 3억원'

이번 사건의 핵심은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진짜로 이상득 전 의원에게 돈을 주고 이상득 전 의원은 그 돈을 받았느냐는 점입니다. 이 사건이 밝혀지게 된 배경은 일명 '신한은행 사태'입니다.

'신한은행 사태'는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 간 경영권 다툼에서 불거진 내부비리 사태로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라응찬 전 회장은 무혐의,신상훈 전 사장과 이백순 전 행장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사건입니다.

 

 

 



지난 '신한은행 사태' 재판 과정에서 전 신한금융 사장의 비서실장 박모씨는 2008년 2월 신상훈 이백순 행장이 '라응찬 회장의 지시'라며 현금 3억 원을 준비하라고 해서 돈을 마련해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 있는 이백순 행장 차의 트렁크에 실어줬다고 진술했습니다.

당시 검찰은 이백순 전 행장이 라응찬 전 회장의 지시로 2008년 2월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에게 3억원을 전달한 혐의는 확인했지만, 이 돈이 이상득 전 의원에게 갔다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라응찬 전 회장을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그러나 이백순 행장 비서실 송모씨가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전달한 3억원이 이상득 의원측에 전달됐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돈을 전달할 때가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직전이어서 당선 축하금으로 전달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함으로 새로운 국면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MB정권 실세 중의 하나였던 '상주촌놈회'

MB정권 중에 우리는 흔히 '영포회','6인회'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이 모든 사조직은 MB정권에서 소위 잘나가는 권력형 모임을 뜻하는데, 이에 못지않은 조직이 '상촌회'(상주촌놈회)라는 조직입니다.

라응찬 전 회장은 상주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상촌회' 회장이었으며, MB정권의 실세였던 이상득 전 의원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천신일 세중나모 회장들과 친분이 두터웠다고 알려졌습니다.


상촌회가 MB정권과 많은 유착 관계를 보였다는 증거는 경북 상주 출신 인사들이 유독 MB정권에서 많은 인맥 파워를 보였고, 경북 상주가 '정권 실세 지역' 중의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2011년 기준 경북 상주 출신 인사들의 직책

 


앞서 말한 라응찬 전 회장과 류우익 통일부 장관,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은 모두 '상촌회' 멤버였으며, 이희원 안보특별보좌관,이상우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의장 모두 경북 상주 출신이었습니다. 여기에 이성규 서울지방경찰청장과 이홍기 3군사령관도 역시 상주가 고향이었습니다.

특히 라응찬 회장이 2000여개 차명계좌로 50억 원 이상의 자금을 불법 운영한 의혹이 발생하던 '신한은행 사태' 당시 류우익 주중대사를 만나러 라 회장이 중국까지 갔던 의혹이 제기된 적도 있었습니다.

영포회라 부르는 포항 출신 인사들이 MB정권에서 승승장구했던 만큼 경북 상주 출신 인사들도 라응찬 상촌회 회장을 중심으로 정부 요직을 두루 장악했으며, 이는 MB재임 중 자행됐던 '지역 편중 인사'로 손꼽을 수 있습니다.

'똑같은 검찰조직, 이제는 가능한가?'

이번에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지난 '신한은행 사태'때 수사를 했던 곳입니다. 그런데 당시 검찰은 2008년 2월 남산자유센터 정문 주차장 입구에서 누군가에게 돈을 준 사실은 맞지만 누가 받았는지를 밝히지 못해 라응찬 전 회장을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똑같은 조직인데 이번에는 가능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 배경은 당시 입증하지 못했던 고려대 출신의 금융조세조사3부 이중희 부장검사가 승진해서 나가고 김한수 부장검사가 지난해 임명됐기 때문입니다.

 

 

▲검찰 조직 내 고려대출신 주요 보직간부. 출처:국민일보

 


MB정권에서 고려대 출신 인사들이 대부분 승진하면서 검찰 내 실세로 자리 잡았는데, 당시 신한은행 사태를 수사했던 이중희 부장검사와 '상촌회' 노환균 법무연수원장은 모두 고려대 출신이었습니다.

이번에 수사를 맡게 된 김한수 금융조세조사3부장 검사는 숭실고등학교를 나온 서울대학교 출신입니다. 여기에 검찰총장 후보로 나선 김진태(경남 사천,서울대),채동욱(서울,서울대),소병철(전남 순천,서울대) 모두 MB정권에서 검찰을 쥐고 흔들었던 대구,경북,고려대 라인이 아니라는 점이 지난 수사와는 다르게 라응찬 전 회장과 이상득 전 의원 간의 돈거래를 밝혀줄 수 있으리라는 예상을 하게 만듭니다.

또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MB정권과의 차이를 나타내기 위한 수단으로 검찰 수사를 더 강도있게 할 수도 있다는 점으로 비춰볼 때 돈을 받은 사람을 이제는 찾아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해봅니다.

' 모피아, 과연 박근혜 정부는 끊을 수 있을까?'

라응찬-이상득 전 의원의 '상촌회 게이트'를 단순하게 보면 불법 정치자금의 한 단면일 수 있지만, 우리는 MB정권에서 일어났던 모피아(MOFIA)의 문제점도 함께 주목해야 합니다.

 

 

 

▲주요금융지주회장 약력과 경력, 출처:동아일보

 


현재 대한민국 금융계를 이끌고 있는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은 모두 경남,부산 출신입니다. 여기에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이자 국가브랜드위원장이었고, KDB산은금융 회장은 이명박 후보 선거대책위 출신인 강만수 회장입니다. NH농협금융 회장은 재정경제부 출신인 신동규 회장이이며, 우리금융 이팔성 회장은 17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후보 상근특보 출신이었습니다.

이처럼 한국 금융계는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이뤄져 있는 상황인데, 이것은 모피아의 전형적인 경제관료 금융계 장악에 해당합니다.

박근혜 당선인이 새로운 정부를 이끌고 나가면서 남은 이들의 임기를 보장하면 모피아와 계속 유대를 할지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만약 박근혜 정부가 이런 모피아 집단의 활동을 보장해준다면 라응찬-이상득과 같은 권력자와 금융계의 결탁과 비리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법개혁 공대위가 주최한 '권력형 비리로 본 검찰개혁의 필요성과 대안 토론회' 출처:경실련

 


대한민국의 부조리가 일어나는 배경을 보면 돈을 가진 자가 권력자와 결탁하고 이들은 검찰까지도 손을 뻗쳐 자신들의 죄를 감추고 축소하면서 부와 권력을 누리는 구조 때문입니다. 이런 부조리를 없애려면 우선 검찰이 제대로 법에 따라 수사를 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런 일은 자꾸 멀어져만 가고 있습니다.

박근혜 당선인은 총리 후보 정홍원이 30년간 검찰에 재직하며 아주 떳떳한 인물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속내를 보면 지금의 검찰 수준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정홍원 총리 후보는 1998년 서울지검 특별범죄수사본부장 당시 의정부판사들이 의정부 관내 변호사로부터 떡값과 휴가비 명목으로 수백만 원의 돈을 수십 차례에 걸쳐 받고 룸싸롱까지 함께 다녔지만 포괄적 뇌물죄가 아니라 관행적 비리이기 때문에 "징계 조건부 기소유예"라는 결론을 내렸던 인물입니다.


 

 

▲금품로비,불법정치자금 수수혐의로 구속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새누리당 전 의원에게 "내 돈 내놔라"며 달려들고 있다. 출처:오마이뉴스 유성호

 


부와 권력이 없는 서민은 항상 당하고 사는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그것은 그들을 지켜줄 법이 모피아와 같은 집단이나 대한민국 권력자만을 우선 보호하고 있지, 법의 심판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권력형 비리는 어떤 대통령이 되더라도 쉽게 끊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예전보다는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더는 그런 권력형 비리가 국민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막아야 합니다.

학연,지연,돈,검찰,권력이 모두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그것을 대통령이 막지 못한다면 국민이라도 그들의 범죄 사실을 잊지 않고 끝까지 기억해 심판을 요구해야 합니다. 깨어 있는 시민이 있다면 그들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세상은 반드시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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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과 백석, 그리고 진짜 동백을 느끼고 싶다면…

[강제윤의 '통영은 맛있다'] <13>

강제윤 인문학습원 <섬학교><통영학교> 교장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2-10 오후 5:44:12

 

카멜리아의 여인

파리 사교계의 여인, 마르그리트 고티에는 밤마다 동백꽃을 들고 다녔다. 한 달 중 25일은 흰 동백, 나머지 5일은 붉은 동백을 들고 극장이나 사교계에 나타나 동백꽃(카멜리아) 여인으로 불렸다. 알렉상드르 뒤마 필스의 소설 <춘희>에 나오는 이야기다. 붉게 타오르는 겨울의 심장. 정념의 상징인 동백은 겨울에 피어야 동백이다. 따뜻한 봄에 피는 동백은 동백이 아니다. 춘백이다. 가을에 피는 것은 추백이다. 한겨울 추위를 뚫고 피어나는 동백이야말로 진짜 동백이다. 한겨울에는 많은 동백꽃을 보기가 어렵다. 하지만 단 한 송이일지라도 한파를 뚫고 피어오른 동백을 봐야 진짜 동백을 봤다 할 수 있다. 눈보라 속에 피어나는 설중매야말로 진짜 매화인 것처럼. 통영 충렬사에서는 한겨울 한파를 뚫고 피는 진짜 동백을 볼 수가 있다.
 

▲ 가을에 피면 추백, 봄에 피면 춘백, 겨울에 피어야 동백이다. ⓒ강제윤


나그네는 충렬사에 오면 무엇보다 백석 시인의 시가 먼저 생각난다. 연모하는 통영 소녀 난을 만나러 왔다가 헛걸음하고 충렬사 난간에 하염없이 기대앉아 시를 썼던 백석. 그 백석 시인의 시비가 충렬사 건너편 정자 옆에 서 있다. 실연의 아픔을 시와 술로 달랬던 백석도 충렬사 동백을 보고 가슴 뜨거웠으리라.

사당이나 향교 같은 건축물을 둘러보는 것을 고리타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그네 또한 그랬었다. 무언가 지나치게 의미가 부여된 건축물들은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즈음은 그런 오래된 건축물들을 일부러 찾아다닌다. 굳이 의미를 따지지 않고 소요하러 가는 것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가야 친숙해질 수 있다. 고건축물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정갈한 정원과 수백 년 묵은 고목들. 고건축에는 역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휴식과 안식, 옛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공원을 나들이하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자주 찾다 보면 고건축물들이 참으로 편안한 공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통영의 충렬사도 그런 곳이다. 이순신 장군의 제사를 지내는 사당이란 생각만으로 참배를 간다면 얼마나 무겁고 경건해야 하겠는가. 이제는 그런 무거움에서 탈피해야 한다. 참배란 강요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가능하다. 산책하기 좋은 공원 같은 사당, 그곳이 나그네에게는 충렬사다.
 

▲ 흰 동백, 소복의 여인처럼 처연한 저 흰빛은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강제윤


나그네가 충렬사를 자주 찾는 이유는 사당의 고건축물이 주는 고즈넉한 분위기가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동백나무 고목들 때문이다. 충렬사 경내에 들어서면 500년이나 된 아름드리 동백나무 고목 네 그루가 나란히 서 있다. 동백나무로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거목들이다. 동백나무는 성장 속도가 워낙 느려서 수령이 많아도 잘 크지 않는다. 그 대신 도끼날도 잘 안 들어갈 정도로 단단하다. 옛날 충렬사 부근 마을 처녀들은 충렬사 입구 '명정샘'으로 물을 길으러 다녔다. 겨울 새벽이면 처녀들은 물을 긷기 전에 충렬사 경내로 들어가 이 오래된 동백나무에서 동백꽃 한두 송이를 땄다. 샘에서 물을 길은 뒤 처녀들은 물동이 위에 동백꽃을 띄웠다. 처녀들은 어째서 물동이에 그 붉은 동백꽃을 띄웠던 것일까. 처녀들이 물동이에 띄운 것이 정말 동백꽃이었을까. 혹시 그녀들 속에서 타오르는 붉디붉은 정념은 아니었을까.

김구·이승만·여운형까지 참배했던 사당
 

▲ 눈 속에서 피어난 충렬사의 겨울 동백. ⓒ이상희


충렬사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사당이다. 제7대 이운룡 통제사가 선조 39년(1606년) 왕명에 따라 지었다. 봄과 가을, 음력 2월과 8월 그달의 두 번째 정일(丁日)인 중정일(中丁日)에 춘추 향사(제사)를 봉행한다. 또 양력 4월 28일에는 탄신제를 지낸다. 충렬사는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이 내려졌을 때도 이 충무공 사당으로는 유일하게 존속된 사당이다. 1895년 삼도수군통제영이 폐지된 이후에는 통영의 유지들이 충렬사 보존회를 설립해서 제사를 받들어왔다.

일제강점기에는 왜경이 장군의 위패를 칼로 부수고 문에 그려진 태극 문양에 덧칠하여 일장기로 바꾸고 또 위패를 모신 정당에 못질까지 해서 제사를 지내지 못하는 수난을 당하기도 했었다. 8.15 해방 직후에는 김구, 여운형, 송진우, 신익희, 이승만 같은 인사들이 환국하여 가장 먼저 참배했던 성지였다. 마치 현재의 국립 현충원 같은 위상이었다. 지금은 더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없게 됐지만, 통영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세병관과 함께 정신의 본향 같은 곳이다.
 

▲ 충렬사 유물전시관에 전시중인 팔사품. ⓒ강제윤


충렬사 사당을 둘러보고 강한루 밑을 빠져나와 오른쪽 유물 전시실로 향한다. 유물 전시실에는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수군도독(水軍都督) 진린(陳璘)이 이순신 장군의 전공을 명나라 신종 황제에게 보고하자, 신종이 장군에게 보내온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도독인(都督印), 호두령패, 귀도, 참도, 독전기, 남소령기, 곡나팔 등의 팔사품(보물 440호)이 그것이다. 모두 여덟 종류의 하사품 15개다. 처음에는 삼도수군통제영에 보관되다가 충렬사로 가져와 오늘에 이르렀다. 유물들은 한때 아산 현충사로 옮겨지기도 했지만 통영시민의 요구로 되돌아왔다. 도독인은 동으로 만든 도장인데 도장을 넣은 함에는 황조어사인(皇朝御賜印)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어 황제가 직접 보내온 도장임을 확인할 수 있다.

충렬사 외삼문 곁 비각 충렬묘비에는 백사 이항복이 지은 이순신 장군의 치적이 새겨져 있다. 여기에는 임진왜란 당시 원군으로 왔던 명나라 진린 도독이 장군을 경외했던 이야기가 적혀 있다. 진린 도독은 "공의 전술을 기이하게 여겨 반드시 이야(李爺), 즉 어르신이라 호칭하고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고 전한다. 장군은 조선 백성뿐만 아니라 명나라의 장군들에게도 존경을 받았다. 이순신 장군을 시기·질시했던 건 오로지 무능한 조선의 왕과 권력자들뿐이었다.

통영의 생명수, '명정샘'
 

▲ 일정, 월정 두 개의 우물을 합해서 명정이라 한다. ⓒ강제윤


충렬사를 나오면 건널목 건너에 '명정샘'이 있다. '쌍우물'이라고도 부르는 명정샘은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통영 사람들의 생명수였다. 이순신 장군이 팠다는 전설이 있지만, 이 샘은 1670년 제51대 김경 통제사 때 판 것으로 전해진다. 명정샘 입구에는 박경리 선생의 소설 한 대목이 새겨진 석조물이 놓여 있다.

"충렬사 이르는 길 양켠에는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줄을 지어 서 있고 아지랑이 감도는 봄날 핏빛 같은 꽃을 피운다. 그 길 연변에 명정골 우물이 부부처럼 두 개가 나란히 있었다. 음력 이월 풍신제를 올릴 무렵이면 고을 안의 젊은 각시 처녀들이 정화수를 길어내느라 밤이 지새도록 지분 내음을 풍기며 득실거린다."

명정샘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같은 자리에 굳이 샘을 두 개나 판 것은 무슨 연유일까. 처음 샘 하나를 파고 보니 물이 탁하고 곧 말라버렸다. 그래서 옆에다 우물을 하나 더 파봤다. 그랬더니 두 우물 다 맑은 물이 나오고 수량도 풍부했다. 위쪽에 있는 샘을 일정(日井), 아래쪽에 있는 샘을 월정(月井)이라 한다. 합치면 일월. 두 우물을 합해서 명정(明井)이라 부른다. 평상시에는 두 우물 모두 마을 공동 우물로 사용했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 향사 때가 되면 일정은 충렬사 전용으로만 사용되는 신성한 우물이었다.

신성한 우물이었던 만큼 샘에 얽힌 기이한 이야기도 많이 전해진다. 시체나 상여가 이 우물 근처를 지나가면 물이 흐려지는 이변이 생겼다. 또 한때 두 우물을 합해 팔각정으로 개축한 적이 있었는데 갑자기 돌림병이 발생하는 등 재앙이 일어나 명정으로 복원했다. 명정샘은 햇빛을 받지 못하면 물이 흐려지는 까닭에 지붕도 세우지 못했다고 한다. 참으로 기이한 샘이다.

이 작은 샘에 그토록 많은 전설과 금기 따위가 덧붙어 있는 것은 왜일까. 이순신 장군에 대한 통영 사람들의 마음이 그만큼 지극했다는 뜻일까. 장군의 제사에 올리는 물이니 여느 우물물과는 다른 신비한 물일 거란 믿음이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은 혹시 아닐까. 상수도가 보급된 뒤부터 명정 샘물은 더는 사용되지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상수도가 꼭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상수도 때문에 수백 년 된 우물을 버리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우물 또한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수백 년을 솟아나온 샘물, 통영의 상징인 이순신 장군 샘이 아닌가. 수질 관리를 잘해서 길손들도 마실 수 있게만 해준다면 이보다 큰 관광자원이 어디 있을까.

충렬사 마을 동동주 할머니를 찾아서

명정샘을 나온 나그네는 문득 충렬사 아랫마을에서 막걸리를 담가 판다는 할머니가 궁금해졌다. 나그네는 양조장 막걸리가 아니라 집에서 담근 막걸리가 있다는 소문이 들리면 천 리를 마다치 않고 찾아가 맛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막걸리 광이다. 그런데 통영에 그런 막걸리를 오랫동안 담가온 할머니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고 할머니가 충렬사 아랫마을에 산다는 정보를 입수했으니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명정샘 부근 작은 슈퍼마켓 주인에게 물으니 집을 알려주신다. 그 골목에 가서 동동주 할머니라면 다 알 거란다. 미로처럼 좁은 골목길을 헤맨 끝에 할머니 집을 찾았다. 충렬사 아래서 서포루 쪽으로 한참을 올라갔다. 충렬사 아래가 아니라 서포루 아래라 해야 더 찾기 쉽겠다.

비탈진 언덕에 위태롭게 들어앉은 오두막집. 계단을 올라 할머니 집에 들어서자 마당은 온통 누룩 바구니와 물을 가득 담아놓은 물통으로 빽빽하다. 발 들여놓을 틈이 없다. "할머니 계세요?" 몇 번을 불러도 대답이 없다. 방안에선 텔레비전 소리가 나는데 어딜 가신 걸까. 이 늦은 저녁에. 골목에 나와 앉아 계신 동네 할머니에게 물으니 좀 전까지 있었는데 잠깐 어디 간 것 같다고 하신다. 위쪽에 사는 딸네 집에 갔는지 모르니 기다리면 금방 오실 거란다. 나그네는 할머니 집 계단에 쪼그려 앉아 하염없이 기다린다. 할머니는 대체 언제나 오시려나. 나그네가 할머니를 기다리는 것은 막걸리 한잔 때문이 아니다. 그렇다면 나그네가 기다리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그것은 올 수 있는 기다림일까? 인기척은 들리지 않고 사위는 점점 어둠에 잠겨간다.

□ 인문학습원 <통영학교>가 오는 2월 23일부터 24일까지 통영 답사를 떠납니다. 자세한 답사 정보는 바로 가기를 클릭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답사 정보 보기)

 
 
 

 

/강제윤 인문학습원 <섬학교><통영학교> 교장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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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이 가기 전에 듣고 싶은 낭보

 

2월이 가기 전에 듣고 싶은 낭보
<칼럼> 김진환 건국대 HK연구교수
 
 
2013년 02월 11일 (월) 09:01:44 김진환 tongil@tongilnews.com
 
김진환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지난 1월 초에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 첩보가 입수됐다는 뉴스가 나오자마자 누군가가 제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제 대답은 “북한이 자신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확정되기도 전에 굳이 핵실험을 강행할 이유가 있을까요?”라는 것이었습니다. 왜 그렇게 대답했을까요? 탈냉전 이후 북․미관계를 보면 북한이 어떤 행위를 한 뒤 미국의 대응 태도나 수위를 지켜보고 나서야 그에 맞춰 또 다른 행위를 한 사례가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경우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수준의 법칙은 없기 때문에 항상 예외가 있기 마련입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갓 출범했던 2009년에 특히 그랬습니다. 북한은 그해 연초부터 연말까지 장거리 로켓 발사, 핵실험, 우라늄 농축 선언 등 정말 미국이 숨 돌릴 틈도 없이 바쁘게 움직였었는데, 돌이켜보면 2008년 쓰러졌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복귀한 뒤 북․미 관계정상화라는 필생의 목표를 향해 조금은 다급하게 달려갔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약관의 후계자가 북한의 대미 외교를 이끌고 있는 마당에 2009년 같은 ‘속도전’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는 게 평소 제 생각이었습니다. 그랬기에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불과 한 달여 만에 핵실험을 하려 한다는 첩보 역시 신빙성 있게 들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1월 22일(한국 시각 23일 새벽)에 대북제재 대상을 추가하는 결의안 2087호를 통과시킨 직후 북한이 “높은 수준의 핵시험”까지 운운하며 강하게 반발할 때도, 저는 “앞으로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는 있어도”라는 북한의 주장에 주목하며 3차 핵실험 전에 북.미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습니다. 탈냉전 이후 북․미가 겉으로는 온갖 험구를 쏟아내면서도 물밑에서는 양자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협상을 성과적으로 벌여 왔던 경우가 실제로 많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들은 수많은 근거들을 제시하며 현재 북한이 미국과의 전면전쟁까지 염두에 두고 움직이고 있다는 정세 분석을 내놓기도 하는데, 그렇다면 미국과의 전면전쟁까지 염두에 둔 조선노동당이 세포비서대회를 소집해(1월 28~29일) “우주를 정복한 그 정신, 그 기백으로 경제건설과 인민생활에서 결정적 전환을 이룩”하자고 호소하고, 이러한 목표 달성의 기반인 “당과 인민의 일심단결”을 지키기 위해 “당에서 세도와 관료주의”를 척결하자고 강조하고 있는 현실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지난 해 말부터 북한 관영매체에서는 ‘민심’을 헤아리자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고 있고 심지어 2013년 신년사에서도 ‘민심’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정도로 부쩍 민생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런 북한 내 분위기와 전면전쟁 준비가 쉽게 연결되는지요? 2009년 6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874호 채택 직후 평양시를 시작으로 북한 주요 도시에서 진행됐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규탄 군중대회도 올해는 감감무소식인데 이러한 차이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한마디로 제 입장은 북.미 전면전쟁까지 염두에 둔 정세 전망에 아직까지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때마침 북한 주간지 『통일신보』가 2월 8일자 기사에서 “최근 공화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조작한 제재결의를 배격하고 그에 따른 국가적 중대조치를 취하겠다고 내외에 선포했다”며 “미국과 적대세력은 공화국이 제3차 핵실험을 한다고 지레짐작하면서 그것이 현실화되는 경우 선제타격까지 해야 한다고 입방아를 찧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합니다. 비록 외무성, 국방위원회 같은 북한 국가기구의 입장 발표는 아니었지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월 27일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꾼협의회’에서 결심했다는 ‘국가적 중대조치’를 ‘핵실험’과 거의 동일시해왔던 국제사회 여론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벌써부터 한국 정부가 북한의 ‘기만전술’, ‘연막전술’로 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던데, ‘북한이 핵실험을 하지 않을 리 없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이처럼 북한이 여지를 보일 때 어떤 경로로든 대화를 시도해보는 게 좀 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닐까요? 만약 현재 남북 간에도 ‘물밑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면 이참에 북한의 ‘진의’를 파악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반도 정세는 지금 중요한 분기점에 서 있습니다. 2월에도 북.미 물밑협상의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못한 채 3월 초로 예정된 한.미합동군사훈련이 계획대로 실행된다면 북한이 공언한 ‘국가적 중대조치’의 실체가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물론 그 전에라도 북한이 2009년처럼 ‘속도전’을 할 수도 있겠지요. 예상되는 2월 중 핵실험 날짜는 벌써 한국 언론사들이 몇 개 꼽아 놓았더군요.

반대로 2월 안에 북.미가 양자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낭보가 들려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대북협상파를 자임하는 존 케리 국무장관이 2월 들어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 국방예산을 삭감해야 하는 미국 사정 때문에 3월 초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중지될 수도 있다는 점 등도 한반도 정세 분석을 할 때 당분간 빼놓지 말아야 할 변수입니다. 여기에 새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까지 더해진다면 북.미 대화 가능성은 훨씬 더 높아질 것입니다.

재개될 북.미 대화가 성과를 내며 순항할 것인지, 제자리걸음만 반복하다 끝날 것인지는 확실히 예측할 수 없지만, 그래도 대화 없이 으르렁거리는 북.미를 바라보며 하루하루 불안에 떨고 있는 한국인들에게는 북․미 대화가 언제나 절실한 바람일 것입니다. 더 이상의 긴장 고조 없이 북.미 대화가 재개될 수도 있다는 예측이 이번만큼은 현실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진환 (건국대 HK연구교수)
 

   
 
동국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 전에는 민주노동당 통일외교 정책연구원,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객원연구위원 등으로 일해 왔다. 이 밖에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경실련 통일협회,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같은 통일 관련 단체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동북아시아 열국지 1: 북․미 핵공방의 기원과 전개』(2012), 『코리언의 생활문화』(2012, 공저), 『문화분단: 남한의 개인주의와 북한의 집단주의』(2012, 공저), 『구술사로 읽는 한국전쟁』(2011, 공저), 『북한위기론: 신화와 냉소를 넘어』(2010), 『민족과 통일』(2010, 공저), 『시련과 발돋움의 남북현대사』(2009, 공저) 등이 있다.

현재 월간『민족21』에 ‘김진환의 동북아시아 열국지’를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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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에 정면대결- 광주코뮌과 아고라의 공통점

쿠데타에 항거하는 광주코뮌과 아고라의 공통점
개표부정을 부정하는 논리의 위선

(서프라이즈 / 시다의검 / 2013-02-10)

 

1.다시 5월의 정신을 돌아보며

5.18 광주! 마지막 까지 도청을 사수하던 사람들! 죽을 것을 알면서 그 자리를 지킨, 아니 떠나지 못한 그 심정은 무엇이었을까? 죽어간 사람들에 대한 의리? 살아남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 누구도 그 어느 누구도 도청을 지키자고 강제하지 않았다. 오히려 중학생 어린 동생들을 떠밀다시피 도청 밖으로 밀어내고 구식 칼빈 소총 한 자루에 지친 몸을 기대며 저 멀리 어둠 속을 바라본다. 계엄군의 함성과 박자를 맞춘 군홧발 소리, 헬기에서 뿌려지는 삐라들이 눈발처럼 날리고 투항하라는 선무방송이 귀를 찢어대는 그 긴장된 여명의 시간! 우리의 형제이자 벗이었던 수백의 윤상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저 반역의 무리들에게 순순히 이 나라를 넘길 순 없다. 내 부모와 형제들의 목숨을 앗아간 저 악귀들에게 나의 비겁한 뒷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 두 손을 들고 항복할 순 없다. 비록 저놈들의 총탄에 내 육신이 갈기갈기 찢어진들 내 영혼은 핏발선 저항을 하리라. 죽어서도 이 순간을 지켜봐야한다. 내 죽음이 역사의 증거가 되리라. 산들 그것이 산 것이겠는가? 어쩌면 오래전부터 내 죽을 자리는 여기로 예정되었나보다. 광주에서 태어났거나, 우연히도 지난 10여일의 사건에 참여했거나, 우리는 모두 광주코뮌의 동지들이다. 동지들 안녕히, 저승에서 다시 만나자! 그들은 그렇게 오로지 자신만의 실존적 결단으로 도청을 사수하다 죽어갔다. 이렇게 5.16 쿠데타를 계승한 1980년 전두환의 5.17 쿠데타는 수천 광주시민의 목숨을 짓밟고서야 완료될 수 있었다.


2. 517 쿠데타와 51.6 개표 쿠데타의 비교

 

5.17쿠데타 그 후로 30여년, 2013년 2월 초 우리는 아주 다른 것 같지만 본질상 동일한 51.6개표 쿠데타의 전개과정을 목도하고 있다. 계엄군의 총검이 선관위와 방송국의 조작된 개표 프로그램으로 그 외양이 바뀌었을 뿐 다른 모든 양태가 놀랄 정도로 유사하다.

박정희 사후 드러난 전두환의 권력욕과 이명박그네의 권력재창출의지가 너무도 닮았다. 강도의 폭력이냐 사기꾼의 사술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주권재민의 민주적 절차를 파괴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모든 언론과 방송이 앵무새처럼 전두환과 박그네의 집권의 정당성을 떠들어댄다는 점도 같다. 구국의 결단으로 쿠데타를 미화하고 있다. 아니 더 나아가 5.17을 김대중에 책임을 씌우려는 어용세력이나 18대 대선 실패책임을 문재인과 친노(?)에 전가하려는 적반하장의 세력이 모두 기득권 쿠데타 세력의 동조자라는 점 또한 동일하다.

또한 지식인과 시민운동 세력이 침묵하는 점도 유사하다. 그 이유는 좀 다른 점이 있다. 전두환의 쿠데타에 침묵한 이유는 정말 말 그대로의 두려움이었다. 총칼을 휘두르는 학살정권의 폭력에 대한 원초적 두려움이었다. 그에 반해 이번 51.8개표 쿠데타에 대한 침묵은 비겁함이다. 부정선거를 인정할 때 필연적으로 요구받는 당위적 대응으로써의 부정에 대한 부정을 위한 투쟁의 의무에 대한 회피심리가 작동하는 거다. 목숨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는 저항운동에 정면으로 마주할 자신이 없는 거다. 그래서 내놓는 말이 “많은 오류와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선거결과를 뒤집을 만한 정도의 부정선거는 불가능함으로 받아드리고 내일을 기약하자”는 멋들어진(?) 항변이다.


3-1. 부정선거를 부정하는 위선적 논리

부정선거를 부정하는 유일한 근거는 개표과정에서 다수 참여자를 다 속일 수 없다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그것은 변명과 핑계에 불과한 위선적 논리이다. 이미 드러난 증언과 증거 자료로 판단해보면 개표장의 대다수 참관인들은 그저 구경꾼에 불과했고 선관위 직원들은 전자개표기의 수동적 보조도구로 기능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대다수가 허수아비였다고 볼 수 있다.(이는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관계자들을 겪어본 내 경험과 일치한다.) 그런데 골 때리는 것은 이렇게 허술하게 집계된 선관위의 개표결과 수치와 방송국이 실제 방송한 수치가 불일치한다는 사실이다. 이번에 그 어떤 방송사도 개표현장에 집계요원을 보내지 않았고-아고라 마포나루님의 조사에 따르면 출구조사 여부도 대부분 확인되지 않는다.- 선관위가 보내준 자료를 그대로 송출했다는 데 말이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제3의 서버에서 미리 준비된 프로그램에 따라 산출된 수치가 방송사로 송출되었다고 추론하는 게 너무도 상식적인 것이 아닌가? 그렇게 가정할 때 이번 선거 개표과정의 모든 의문이 깔끔히 풀리지 않겠는가? 오캄의 면도날의 이론에 따르더라도 그렇다. (즉 이는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두 개의 주장이 있다면, 간단한 쪽이 논리적이라는 이론이다. 지동설이 천동설보다 행성궤도의 예측에서 보다 단순하다. 고로 지동설이 옳다.) 이번 대선의 개표과정의 숱한 의문점들(51.6%, 로지스틱 함수 꼴, 막판 전국적인 문재인 득표율의 미세상승조정, 기초 자치구와 광역 시도의 득표 그래프의 쌍둥이 닮은 꼴, 선관위와 방송국의 수치 불일치 그 외 등등)은 단순한 한 가지 가설 즉 외부개표조작 프로그램의 존재 이 하나로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 반면 물뚝심송등 일부 부정선거를 부정하는 착한(?) 사람의 주장은 이 모든 걸 우연이나 실수, 착오로 설명해야한다는 난제를 해결할 수 없다.


3-2.

 

그러나 실천적인 면에서 물뚝심송류의 부정선거 불가능설은 유리한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실천적 고민을 대폭 줄여준다는 점이다. 개표과정의 오류는 없었다. 그러므로 전자개표기 사용에 반대할 이유도 수개표 투쟁을 할 필요도 없다. 또한 로지스틱함수도 방송국이 시각적 효과로 멋지게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서 나온 것이므로 의심할 필요가 없다. 다른 문제점도 뭐 그럴 수도 있는 우연일 뿐이다. 이 모든 게 박그네를 인정하기 싫어하는 문재인 열성 지지자들의 주관적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저 릴렉스! 사태를 냉정히 보고 현실을 받아들이자.

좋다. 참 그렇게 믿고 싶다. 그리고 부럽다. 그렇게 세상 편히 살 수가 있어서 그 강심장이 존경스럽다. 아고라에서 지금 이 시간에도 귀성길에 나눠줄 전단지를 만들어 돌리는 그 사람들이 편집증에 사로잡힌 이상한 사람이 되는 건가? 솔직히 고백하면 나도 물뚝심송의 글을 읽고서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러면 속이 편해질 거 같거든. 그냥 안철수나 씹던지, 노인네와 저소득층에 저주만 보내면 되거든. 그리고 앞으로 5년간 무관심하게 살면 되지 뭐, 저 인간들 망하는 거 보면서, 고소해하면서 말이야. 그런데 말야! 그게 잘 안되더라고. 합리적인 의심을 이미 품고 있는데 물뚝심송의 아무 문제없어! 라는 주장이 내게는 내가 고딩 때 떠나버린 야소교의 주여! 믿습니다. 라는 주술로 밖에는 안보이더라고 그리고 아고라와 서프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자꾸 5.18 당시 전남도청을 사수하던 광주시민처럼 느껴지더라고.. 30여년전 그 분들은 승리를 확신하지 못했지. 아니 오히려 도청을 떠나지 않고 사수하려다간 끝내 목숨을 잃게 되리란 걸 절감했었지. 시간이 갈수록 고립감을 느끼고 동지들이 하나씩 둘씩 자리를 뜰 때 심리적 동요도 있었을 거야. 지금 부정선거에 항거하는 아고라의 시민들도 정도는 다르지만 비슷한 심경일꺼야. 30여년전 도청의 시민들이 총칼에 굴하지 않고 절대 전두환의 집권을 용납하지 않았듯이 지금 아고라에 모인 시민들도 개표부정으로 당선이 진행 중인 박그네의 정통성을 절대 인정할 수 없는 거야.


4.이 투쟁이 어떻게 될지 속단할 순 없다.

 

30여년전 광주에서 항쟁에 나선 시민들은 다른 도시의 지원과 봉기를 기대했었다. 그리고 심지어 미국이 민주주의를 위해서 전두환을 몰아내고 광주시민을 지지하리라 믿었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와 믿음은 무참히 깨졌다. 당시의 학생 운동권은 대대적인 탄압과 검거에 몸을 숨기고 침묵했다. 미국은 오히려 전두환을 지지했다.

현재 이 부정선거 투쟁도 4.19로의 도약이냐 좌절이냐의 기로에 서있다. 그러나 그 시절과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의 싸움은 현재 물리력이 아닌 담론을 둘러싼 싸움이라는 것이다. 사실을 규명하고 널리 알려서 진실로 규정하는 성격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작은 노력이 모여서 트윗으로, 전파로 전 세계 인터넷 망을 타고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투쟁을 원천봉쇄할 방법이 저들에겐 없다. 아고라에 서프에 침입해 오는 국정원 십알단의 무리들을 보면서 우리는 오히려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우리를 고립시키려 국민세금까지 동원하는 저들의 작태에서 우리는 결코 고립되어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우리의 싸움은 박그네 정권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과정에서 수구 기득권 전체를 박그네와 싸잡아 부정할 수 있는 싸움이다. 단기간에 뚜렷한 성과가 없을 지라도 부정선거를 해야만 하는 취약한 저들의 집권기반을 그 토대에서 무너뜨릴 수 있는 싸움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야권전체를 새롭게 재편할 수 있는 싸움이다. 알곡과 가라지가 아직은 구별이 안 되게 혼재되어있으나 우리의 이 투쟁에 대한 지지의 저변이 커지는 결과로 새롭고 튼튼한 대안세력이 형성될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 주체는 이 싸움을 주도해나가는 민주시민이 될 것이다. 민주당 따위가 우리를 능욕하고 무시하는 현재의 상황을 조만간 그대로 그들이 느끼게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저 부정선거 주범들과 손잡은 배신의 무리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

4.19 미완의 혁명에 숨지신 민주 열사 분들과, 전남도청에서 마지막 밤을 살라가며 역사의 제단에 민주주의의 제물로 화하신 선배 동지들에게 우리가 오늘 화답할 차례다. 김구와 장준하, 김대중과 노무현의 길을 따라 ‘사람 사는 세상’의 대장정을 시작할 때다.

# 예고했던 글의 첫 번째 글입니다. 나머지 주제들은 자칫 주관적 감상으로 흐를 수 있어서 좀 더 취재하고 숙고한 후 쓸 계획입니다.

 

시다의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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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엄마 육아 그 아빠 일기 1] 나의 마지막 가정 출산기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3/02/11 09:13
  • 수정일
    2013/02/11 09:1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내가 미쳤지, 왜 또 이걸!"... '복댕이'가 나왔습니다

 

13.02.10 20:29l최종 업데이트 13.02.10 20:29l

 

 

이희동, 정가람 부부가 함께 쓰는 육아일기입니다. 다섯 살 까꿍이와 세 살 산들이, 그리고 갓 태어난 복댕이가 그 주인공으로서 다섯 식구가 어떻게 복작거리며 살아가는지 소소한 일상을 담을 것입니다. 또한 육아와 관련된 상황들을 이 시대의 남편과 아내가 어떻게 다른 시각으로 인식하고 대처하는지 기록하고자 하며 이를 통해 많은 부모들과 좀 더 나은 육아에 대해 고민하고자 합니다. 우리의 일기는 까꿍이가 일기를 쓰기 시작하는 날 끝날 듯 싶습니다. <기자 말>

▲ 세남매 니들이 키워라, 막내!
ⓒ 정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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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설날. 작년 이날만 해도 임신 7개월의 부른 배를 하고 새벽같이 시댁에서 일어나 시어머님과 함께 만두를 빚었는데 올해는 세수도 않고 안방에 누워 늦잠을 자며 뒹굴거리고 있다. 며느리인 친구들은 물론이거니와 친정엄마께서도 부러워하신다.

시댁으로 친정으로 오가는 수고로움은 없지만 그래도 명절날 갓난쟁이와 단 둘이 안방에 누워있는 게 마냥 좋지만은 않다. 어른들 말씀처럼 그래도 명절은 식구들 다같이 모여 북적거리는 게 제 맛이다 싶다. 하지만 두 번 다시 없을 이 고요하고 나른한 '나 홀로 명절'에 귀에 걸린 입은 내려올 줄 모른다.

처음도 아닌데, 두 번도 아닌 세 번째인데 이상하게 겁이 나고 떨리고 두렵기까지 했다. 처음엔 뭔지 모르니 그야말로 무식한 용감함으로 덤볐고, 그 다음은 두 번째는 쉽다는 말에 별다른 긴장 없이 덤볐는데, 세 번째가 되니 두 번의 경험으로 이도 저도 다 잘 알기에 9개월 동안 문득문득 마음이 살얼음판이 되었다가 콩알만 해지기를 반복했다.

대망의 그날이 다가오자 이는 더욱 심해졌고 평소엔 잘 안하던 기도가 절로 반복재생 되었다. 2월이 되고 그날이 점점 다가옴을 느꼈다. 자는 것도 걷는 것도 뭐든 다 불편해지고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고통은 잦아졌다. 이번에도 무사히 잘 할 수 있을까…, 그래야 하는데…, 뭔지 모를 불안함에 자신감은 뚝뚝 떨어져만 간다.

예정일을 며칠 앞둔 일주일 전, 나부터 시작해 첫째 둘째가 이틀 간격으로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어 힘든 날들을 보내던 주말, 아무래도 거사를 앞둔 마지막 일요일이 될 것 같은 예감에 식구들 모두 영양보충을 제대로 하자 작정을 하고 토요일 밤 맛집을 찾았다. 그때 아뿔싸! 신호가 시작되었다.

설날을 일주일 앞두고... 아뿔싸! 신호가 시작됐다

▲ 쓸쓸한 계단 걷기 조금이라도 진행을 빨리 시키려는 야밤의 노력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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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아이들은 모두 잠든 한밤중. 5분 주기로 아파오는 배를 뒤로 하고 거실에서 억지로 잠을 청했다. 아이들이 곁에 없어야 신음소리라도 편히 낼 수 있기에. 진통 속에 두어 시간 선잠을 자다 깬 새벽, 남편을 깨워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진통의 강도가 그렇게 세진 않았지만 주기는 5분. 경산모이기에 언제 진진통이 걸릴지 몰라 남편은 새벽이었지만 조산원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렸다. 두 아이 모두 받아준 조산사는 짐을 챙겨 곧바로 집으로 오기로 했다.

새벽 6시경 조산사가 집으로 도착했고, 내진 결과 자궁문은 2cm 열려 있지만 아직 자궁 경부가 부드럽지 않은 상황이었다. 빠르면 오전 중에, 늦어도 저녁 전엔 '복댕이'가 세상에 나올 거라 알려주었다. 이미 4시간 정도 진통을 한 상황인데, 최소 6시간이 더 남았다는 말에 힘이 쭈욱 빠졌다. 그래도 셋째인데 9시간 진통을 하고 나온 둘째보다는 빨리 나오겠지 했는데, 20시간 진통을 한 첫째만큼 갈 수도 있다니! 셋째는 30분 만에도 나온다는 행운은 내겐 없는 건가….

아이들에게 동생이 세상에 나오는 걸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싶어 가정출산을 선택했는데 둘째 낳을 때 진통하는 엄마 곁에서 한 시간 넘게 울어댄 첫째를 생각하니 애들 잘 때 빨리 복댕이를 낳아야겠다는 생각과 어서 이 진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간절함에 외투를 입고 아파트 계단 오르내리기를 시작했다.

집을 나서는 나를 따라 남편이 나온다. 마지막 출산이니 계단을 함께 걸어주려나 보다 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려는 찰나 뒤에서 들리는 사진기 소리. 찰칵찰칵 사진기만 눌러대더니 집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세 번째 임신이라고 뭐가 먹고 싶다는 것도, 손발이 부어 힘들다는 말도 은근슬쩍 못들은 척하고 넘어가기 일쑤였던 남편이었다. 아, 바랄 걸 바라야지.

1층부터 9층까지 계단 걷기를 몇 번 했지만 진통 주기는 좀처럼 짧아지지 않고 계속 5분. 소파에 머리를 박고 진통을 견디는데 남편은 공부방에서 뭘 하는지 내다보지도 않는다. 전엔 와서 허리도 쓰다듬어 주고 손도 잡아주고 하더니 마지막 출산이라 생생하게 남겨야 한다며 노트북에 내장된 캠코더 시범 작동 중이라 바쁘단다. 아, 나는 누구의 아이를 낳기 위해 이다지도 진통 중에 있는가!

30분 만에 나온다는 셋째... 내게 그런 행운은 없는 건가

▲ 진통 아이들이 놀라지 않게 최대한 숨죽여서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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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엔 9시까지도 늦잠을 자는 아이들이 8시가 못 되어 일어났다. 마음이 더 급해진다. 그러나 내진 결과, 아직도 자궁문은 3cm밖에 열리지 않았고 자궁경부도 출산하기엔 딱딱한 상태이다. 자궁경부가 얇고 부드러워져야 진진통이 걸린다 하는데, 복댕이는 나와 달리 급할 게 없나보다. 하긴 누나와 형이 장악한 집에 빨리 나오고 싶은 마음이 뭐 그리 크겠는가. 반신욕을 하면 진행도 빨리 되고 진통도 덜해진다는 친구의 말이 생각나 욕조에서 한 시간가량 배를 쓰다듬었지만, 여전히 자궁문은 3cm에서 더 열리지를 않는다.

아이들이 놀라지 않게 최대한 신음소리를 내지 않고 여전히 5분 주기인 진통을 견뎠다. 아이들은 일어나자마자 좋아하는 만화영화와 어쩌다 한 번씩 나오는 과자가 줄줄이 나오자 신이 났다. 오전 11시가 넘으면서 진통의 강도가 세지고 진통 간격도 4분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렇게도 안 열리던 자궁문이 드디어 8cm까지 열리고, 조산사는 경산모이니 지금부터 힘 주기에 들어가자 했다.

안방에서 혼자 진통이 오면 힘 주기에 들어갔다. 진통과 함께 열까지 세며 있는 힘 다해 힘을 주기 시작하자 떠오르는 지난 두 번의 산고의 고통들. 아, 내가 왜 잊었던가, 그 고통들을! 내가 왜 이 고통을 또 자처해서 겪고 있는가, 내가, 왜, 왜!

바보 같은 내가 서러워 몰래 화장실에서 울기까지 했다. 딸 아들, 둘 낳았으면 됐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또 이러고 있나 하며…. 안간힘을 쓰며 참아내던 고통이 극에 달하고 나도 모르게 비명 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만화와 과자가 있어도 안방에서 혼자 복댕이 낳을 준비 중인 엄마가 걱정이 되어 수시로 들락거리던 아이들이 겁먹은 얼굴로 문간에 서 있는 게 보인다. 아이들이 더 놀라지 않게 참자 다짐을 하지만 지쳐버린 몸과 마음은 마지막 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놓아버렸다.

남편은 최대한 아이들이 놀라지 않게 거실에서 아이들과 놀아주고 난 조산사의 손을 잡고, 내 골반에 진입해 360도 회전을 하며 산도를 통과해 내려오는 복댕이를 돕는 힘주기를 계속 했다. 곧 머리가 보일 테니 이젠 아빠가 들어와 엄마를 도와야 한다는 조산사의 부름. 몇 번만 더 힘을 주면 이 고통이 끝난다는 걸 알지만 약해질 대로 약해진 심신은 마음먹은 대로 잘 되지 않았다.

등 뒤에 앉아 나를 받치고 있는 남편 목을 잡고 다리를 최대한 벌려 힘을 주면 아기가 내려오기 쉬운데, 팔을 뻗어 남편의 목도 잡지 못하고, 몸부림을 치며 못하겠다, 그만하자, 병원 가 수술하자는 떼를 쓰기 시작했다(남편은 틈만 나면 이랬던 나를 놀려댄다).

약한 엄마와 달리 복댕이는 씩씩하게 쑤욱 내려와 까만 머리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출산의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아무리 아파도 몸 뒤틀지 말고 조산사의 말을 잘 듣고 태아가 혼자 세상에 나올 수 있게 심호흡 크게 하며 긴장해야 하는데 나의 고통은 절정에 달했고, 한 번만 더 힘을 주면 되는데 또 쉬어버렸다.

둘째 때도 머리 보이는 찰나에 쉬어 머리에 자국이 열흘 넘게 남았었는데. 자꾸 이러면 회음부가 찢어져 고생한다는 조산사의 말에 화들짝 정신이 들었다. 복댕이 힘드니 정신 차리란 얘기는 흘려들어놓곤 이러면 출산 후 내가 고생할 거란 얘기를 듣고 나서야 마음을 가다듬고 마지막 힘을 짜냈고, 쑤욱 하고 복댕이가 태어났다.

마지막 힘을 짜내는 순간... '쑤욱' 복댕이가 태어났다

▲ 핏덩이 그야말로 갓 태어난 신생아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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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산의 현장 마지막 고통, 태반을 꺼내는 순간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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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다리 사이에서 나온 동생을 정면에서 보고 서 있던 두 아이들은 다행히 울지 않았다. 진통하는 엄마를 보면서도 놀라지 않고 잘 참던 큰아이가 갓 태어나 엄마 배 위에 엎드려 누워 꼬물거리는 동생을 보자 울먹이기 시작했다. 누나가 울먹이자 둘째도 울려 한다.

급한 마음에 스마트폰을 쥐여주며 갖고 놀아라 했더니, 스마트폰을 받아든 첫째는 거실로 쌩하고 나가버린다. 그래도 둘째는 계속 엄마 곁에서 동생과 엄마를 번갈아 본다. 아직 태맥이 뛰는 탯줄과 작고 어린 복댕이를 쓰다듬으며 울기 직전인 둘째 아이를 보듬으며 세 번째이자 마지막인, 꼭 마지막이어야 하는 가정출산을 무사히 끝마쳤다.

임신기간 동안, 진통하는 동안 내도록 나를 나약하게 했던 많은 걱정과 달리 아기도 나도 건강했다. 남편은 자궁문이 완전히 열리고 20분도 채 걸리지 않고 복댕이가 태어났다 했지만, 내겐 20시간, 아니 200시간 같았던 출산의 시간이었다. 하지만 금방 잊어버리는 게 산고의 고통이다. 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죽겠다 소리 질러 놓곤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며 조산사 선생님과 남편, 아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첫째 조산원 출산, 둘째 가정출산 이후 셋째 출산을 앞두고 남편부터 시작해 많은 이들이 이번에도 집에서 낳을 거냐 물었다. 어른들은 마지막이고 하니 병원에서 안전하게 출산하고 조리원에 들어가 산후조리도 야무지게 하라고 조언을 하셨지만, 마지막이기에 더더욱 가정출산을 하고 싶었다.

다행히 막달검사까지 별다른 이상이 없었고, 조산원에서도 가정출산이 가능하겠다는 진료 결과를 주었다. 물론 몇 번은 병원에서 무통주사 맞고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아이 낳고 조리원에서 편하게 산후조리 하고 싶은 생각도 했다. 하지만 출산이 다가올수록 내가 제일 마음도 몸도 편한 건 가정출산에 내 집에서의 산후조리였다.

앞서 두 번의 출산기에서 썼듯 나는 가장 자연스러운 출산을 하고 싶었다. 일명 출산 3종 세트인 회음부 절개, 관장, 제모를 하지 않고, 환자복을 입고 좁은 간이침대에서 진통을 하다 자궁문이 다 열려서야 분만실로 들어가 의사들이 정해주는 자세로 아이를 낳고, 갓 태어난 아기를 안아보지도 못하고 간호사들이 처치실로 데리고 가버리는 그런 일반적인 분만은 하고 싶지 않았다(모든 병원분만이 이런 건 아니다. 가족분만실에서 자연출산에 가까운 출산을 하는 병원도 점점 늘고 있다).

아이들이 마음껏 꿈꿀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출발이다!

▲ 라이벌 등장 내가 먹던 엄마 젖인데...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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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가까운 병원이라 해도 갓 태어난 핏덩이를 데리고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걱정이고, 38개월, 20개월 두 아이를 데리고 병원이나 조산원으로 오가는 것도 힘들 일이었다. 가까운 시댁에 아이들을 맡기는 방법도 있지만, 가뜩이나 동생의 출현으로 엄마를 나눠야 한다는 불안함이 큰 아이들에게 갑자기 엄마가 사라졌다 동생을 안고 등장하는 충격을 주고 싶진 않았다.

혹자들은 엄마가 고통 속에 동생을 출산하는 걸 보여주는 게 더 큰 충격으로 오래 남을 것이라 걱정을 하지만 경험을 미뤄보면 곁에서 출산하는 엄마를 두 번씩이나 본 큰아이는 동생에게 샘도 부리지 않고 출산 후 몸조리 하는 엄마를 아주 잘 이해해준다. 아직도 수유 중인 둘째도 누나의 이런 모습을 그대로 따라해 크게 떼 부리지 않고 동생과 엄마 젖을 나눠 먹고 있다.

애가 셋이면 애 셋 모두 맑음인 날이 단 하루도 없다는 어느 엄마의 말이 내 앞날을 걱정해주지만 낳고 보니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첫째 둘째 출산 후엔 엄마로서의 뿌듯함이 거의 없었는데, 셋까지 낳고 나니 어쩌면 살면서 제일 잘한 일이겠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아이들에게 다복한 형제애, 동기애만큼 큰 유산이 있을까 하는 마음도 들고. 출산 후 마땅히 드려야 하는 감사의 기도도 셋째를 낳고 나서야 낮고 겸허한 마음에서 진심을 다해 우러나왔다.

세 아이를 키우는 일이 쉽진 않겠지. 지금의 다짐과 감사를 까맣게 잊고 소리 질러가며 히스테리 가득한 엄마가 되는 날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아롱이다롱이 각기 다른 세 아이를 키우면서 나 또한 각기 다른 삶의 지혜를 배우고 쌓아가면서 더 큰 부모가, 더 넓고 싶은 내가 되어갈 것이다.

육아에 밀려 사라져버린 내 꿈에 서러운 날도 있겠지만 길어야 몇 년 육아에 전념하며 아이들을 키워내다 보면 잠시 쉬고 있는 내 꿈도 아이들과 함께 영글어 가리라 믿어본다. 자, 이제 다시 시작이다. 육아와 살림, 일상에 함몰되지 않기 위해 남편과 번갈아 세 아이 키우는 일상을 이곳에 기록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아이들이 마음껏 꿈꿀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출발, 출발이다!

▲ 40개월, 남동생만 둘 고단한 누나
ⓒ 정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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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제 셋째 등장 이후 훌쩍 커버린 둘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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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동포들 설명절 어떻게 보낼까?

 

 

 

북녘 동포들 설명절 어떻게 보낼까?
 
설빔 입고 집안 동네 어른에게 새배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3/02/10 [09:58] 최종편집: ⓒ 자주민보
 
 

▲ 북녘동포들이 가족과 함께 새배를 한뒤 윷을 놀며 설명절을 즐기고 있다. © 이정섭 기자
우리민족의 대명절인 설을 북녘 동포들은 어떻게 지낼까? 과거 반북 반공 교육을 받던 시기 북은 우리전통 명절도 없이 지낸다고 배웠다.

정말 그럴까? 답부터 말하면 전혀 틀렸다가 맞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기관지인 우리민족끼리는 우리전통 설명절을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우리민족끼리는 “음력 정월초하루를 기념하여 쇠는 민속명절인 설은 새해 첫 명절을 이르는 고유한 조선말”이라며 “설명절은 고조선을 비롯한 고대국가시기부터 있었다. 그후 설명절 맞이는 삼국시기와 고려, 이조시기에 이어져 전통적인 풍습으로 더욱 고착되어 큰 규모로 진행되었다.”고 유래를 소개했다.

이 신문은 “섣달그믐날에는 집안 밖을 깨끗이 청소하고 소나무, 학 등 십장생그림을 그려 벽장이나 병풍에 붙여서 명절분위기를 돋구었으며 설 옷(설빔, 세장)과 설음식을 준비하였다.”며 “설맞이행사는 새해 정월초하루날 아침부터 진행되었다. 설맞이행사로는 차례와 세배, 설음식대접, 민속놀이 등이 있었다.”고 전했다.

신문은 “차례는 설날 새벽에 먼저 돌아간 조상들에게 지내는 제사로서 조상숭배관념에서 생겨난 행사였다.”며 “설날 이른 아침에는 웃어른들에게 세배를 하였다. 우선 집안의 웃 사람순서로 차례차례 큰절로 세배를 하였으며 다음에는 마을의 웃어른들, 친척집의 웃 사람들, 스승들에게 세배를 하였다.”고 써 차례와 세배 등 우리민족의 전통을 고스란히 전했다.

또한 “설날에 하는 즐거운 일은 다음으로 설음식을 잘 차려 친척들이 한곳에 모여 먹거나 세배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대접하는 것이었다. 설날음식은 세찬이라고 하였다. 이날에는 특색 있는 음식인 떡국, 찰떡, 설기떡, 절편 등과 여러 가지 지짐류, 당과류, 수정과, 식혜, 고기구이, 과실, 술을 마련하였고 특히 떡국은 설음식으로서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고 떡국음식에 대한 특별함도 소개했다.

이어 “설명절을 특별히 장식하고 즐겁게 한 것은 민속놀이였다. 설날의 놀이로는 대중적인 놀이인 윷놀이와 장기놀이, 어린이들의 연띄우기, 썰매타기, 팽이치기, 제기차기, 바람개비놀이 등이 있었다. 이러한 놀이는 우리 인민이 예로부터 즐겨 온 것으로서 정서적이면서도 체력단련에 도움을 주었다.” 고 놀이의 의미를 설명했다.

하루빨리 조국이 통일 되어 남과북을 넘나들며 설을 함께 지 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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