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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대사도 두 손 든 커피

달마대사도 두 손 든 커피

 
원철 스님 2013. 09. 25
조회수 225추천수 0
 

 

남양주 수종사 찻집 이병학-.jpg

남양주 수종사의 찻집 사진 이병학

 

 

 

커피 내리기-.jpg

커피 내리기 사진 <한겨레> 자료

 

 

커피콩 푸기-.jpg

커피콩 푸기 사진 <한겨레> 자료

 

 

1. 커피가 대세다

 

한류를 말할 때 늘 빠지지 않는 가수는 싸이다. 그의 노래 ‘강남스타일’은 빌보드 차트 2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 노래의 도입 부분은 한 손에 커피를 든 채 파라솔 밑에서 유머스러운 표정으로 졸다가 깨어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노랫말 역시 커피로 시작된다.

 

 “커피 한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여자… 커피 식기도 전에 원샷 때리는 사나이”

 

 두 얼굴의 커피라는 절묘한 대비를 통해 여유와 바쁨이라는 현대인의 양면적 삶을 동시에 그려낸 수작이라고 하겠다. 문 닫은 가게가 리모델링을 통해 다시 문을 열면 셋 중에 한곳은 커피집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커피문화는 이제 대세로 자리잡았다. 유명 커피집에서는 잔 받침을 뒤집거나 커피잔을 이마까지 들어올려 ‘명품’임을 확인하는 모습도 더러 접하는 풍경이다. 커피값이 하도 비싸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에서 채취한 원두’라는 답변을 기대하고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우리 가게는 물컵도 명품’이라는 대답이 돌아오더라는 이야기는 대세의 극치가 보여주는 또다른 허세의 풍속도이기도 하다.

 

 

2. 커피에서 온고지신을 배우다

 

오래전에 일본 불교 진언종의 총본산인 고야산 성지를 찾았을 때 일이다. 사찰 진입로를 따라 양쪽에 자리한 12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오래된 영탑공원 안을 걷다가 돌로 만든 커다란 커피잔과 마주쳤다. 다소 생경한 광경인지라 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일본 유명 커피회사인 유시시(UCC)그룹에서 세운 위령탑이었다.

 

함께한 지인은 그 회사 제품인 ‘우에시마 커피’는 연륜이 환갑줄에 이르렀으며, 유시시는 캔커피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회사라는 부연 설명을 해주었다. 유시시 커피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것도 그때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이끼 낀 전통 부도와 사각형이 주종인 비석의 숲 속에서 현대적 디자인의 둥근 커피잔 영탑은 또다른 이미지 공간을 연출했다. 그 틈 사이로 과거와 현재가 말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옛 전통을 이으면서도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온고지신의 또다른 현장이기도 했다.

 

 

3. 주체적인 커피문화로 수용되다

 

이제 우리의 커피문화 역시 추종적 답습형을 벗어나고 있다. 기존의 서구식인 수동으로 원두를 가는 기계인 핸드밀에 만족하지 않았다. 두부콩을 갈던 솜씨를 발휘하여 원두 콩을 소형 맷돌로 갈기도 했다. 한약재용 절구를 이용해 찧는 방법으로 손맛을 더해 맛과 향을 배가시키기도 했다. 커피문화를 주체적으로 수용하려는 실험이 여기저기서 시도되었다.

 

 서울 도심의 어느 절을 찾았을 때 한약재를 손으로 갈아내는 도구를 사용하여 커피콩을 분쇄한 뒤 핸드드립으로 내려 준 커피를 마신 호사를 누린 적이 있었다. 최근 공중파의 인기 프로그램인 <아빠! 어디 가?>의 무대가 되었던 강원도 강릉 현덕사의 ‘커피 템플스테이’는 사발만한 다완(차 그릇)에 반쯤 채운 커피를 말차(분말녹차를 물에 타서 마시는 차)처럼 두 손으로 감싸 쥔 채 마시는 예법을 선보이기도 했다. 매스컴의 영향으로 얼마 전에 그 절을 몇년 만에 다시 찾게 되었다. 규모도 커지고 스님도 주변에 많이 알려진 인물이 되었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어눌한 말투와 ‘뭔가 도와주고 싶도록 만드는’ 그 소박함은 여전히 변함없었다.

 

 강릉은 해마다 10월 말이면 커피축제가 열린다. 한국 커피 1세대 원로들이 이곳에 하나둘씩 정착하면서 새로운 ‘커피 메카’로 불리게 된다. ‘보헤미안’ 주인장의 명성은 서울 안암동에서 익히 들은 터이다. 개운사에 들를 때마다 이미 주인이 떠나버린 지하의 그 커피집을 고려대장경연구소 종림 스님과 함께 가끔 찾곤 했다. 하지만 강릉 커피는 그런 외부적 요인과 함께 간과할 수 없는 그 도시만이 가지는 내부적 요인이 합쳐진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즉, 예부터 유명한 초당두부를 만들면서 콩을 갈던 솜씨가 커피콩 가는 솜씨로 응용될 수 있는 저변문화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까지 불러일으킨다.

 

 

맷돌에 커피갈기-.jpg

맷돌에 커피 갈기 사진 원철 스님

 

 

 

커피 가는 맷돌등-.jpg

전통 맷돌과 절구

 

 

4. 깨 볶는 실력와 커피콩 볶는 솜씨는 같다

 

경남 합천 해인사 일주문 근처에서 차문화원을 운영하는 해외파 바리스타 주인장은 가마솥을 사용하여 직접 볶은 원두로 만든 것이라고 하면서 덤으로 한잔을 더 줬다.

 

주방의 솥 온도를 충분히 올리지 못한 까닭에 원하는 맛을 제대로 얻지 못했노라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노천의 부뚜막에 큰솥을 걸고 참나무 장작불을 이용한다면 고온도 충분히 가능하며 또 ‘불맛’까지 가미되어 상업적으로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하긴 원두 볶는 실력이나 옛날 할머니들의 깨 볶는 솜씨나 알고 보면 그게 그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절에도 온도와 시간의 절묘한 조화가 깨의 고소함을 좌우하는 노하우였다. 참기름을 짜는 용도와 깨소금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볶는 온도와 시간이 달랐다. 멀리서 소포로 부쳐온 커피콩은 가게에서 마신 원두에 비해 항상 볶은 정도가 약했다. 미루어 보건대 커피 역시 바로 먹는 것과 오래 두고 마실 것은 가공법에서 당연히 차이를 둔 것이었다.

 

 

5. 깨 볶는 기계로 커피 볶는 기계를 만들다

 

 수입품 일색이던 커피콩 볶는 기계의 국산화에 성공한 기업도 원래 깨 볶는 기계를 만들던 회사였다. 그 기계를 만들게 된 동기는 사소한 것이었다. 어느 날 방앗간 앞을 지나는데, 나이가 들어 보이는 아주머니가 기름을 짜기 위해 손으로 오랜 시간 힘들게 깨를 볶고 있는 게 아닌가? 그 이후 자동으로 깨 볶는 기계를 만들어 보급했다고 한다.

 

세월이 흘렀다. 커피가 유행할 징조를 보이던 90년대 끝 무렵이었다. 어느 커피수입 회사의 독일제 커피기계가 탈이 났다. 제대로 수리하려면 해외에서 기술자가 오든지 그 나라로 기계를 보내든지 해야 할 형편이었다. 시간과 비용이 만만찮았다. 고심하던 회사는 재야 실력자인 그를 알아보고 수리를 요청했다. 보란 듯이 수입품을 사용하지 않고 자체 기술로 단숨에 고쳤다. 그것을 계기로 아예 그 기계를 직접 만들어볼 것을 권한 것이다. 가만히 살펴보니 깨 볶는 원리나 커피콩 볶는 이치는 같은 것이었다. 주저 없이 수월하게 로스팅 기계를 만들 수 있었다. 수입품 일색이던 국내 시장을 일거에 평정하고 이제 해외 시장까지 넘보게 되었다.

 

 어쨌거나 결론은 깨 볶는 기계를 만든 아저씨는 커피콩 볶는 기계도 만들 수 있고, 깨를 잘 볶을 수 있는 아주머니라면 커피콩도 잘 볶을 수 있으며, 두부콩 맷돌을 잘 돌리는 할머니는 커피콩도 잘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한 것이라 하겠다.

 

 

6. 대세는 성인도 어찌할 수 없다

 

 수도원의 커피처럼 차 역시 잠을 쫓는 효능에서 시작되었다. 절집에는 달마 대사와 차나무에 대한 전설이 전해온다. 그 옛날 달마 대사가 참선을 하고 있는데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게 졸릴 때 눈꺼풀이라고 하더니 정말 그랬다. 참아도 참아도 도저히 어찌할 수가 없었다. 비몽사몽간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떼낸다면 졸음이 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졸음을 이겨내지 못하는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나서 망설임 없이 눈꺼풀을 잘라 마당으로 던져버렸다. 얼마 후 그 자리에서 새싹이 돋더니 이내 나무로 성장했다. 그리고 좁고 긴 푸른 잎이 나오기 시작했다. 혹시나 하고 그 잎을 따서 우려 마셨더니 잠이 확 달아났다. 이것이 차나무의 시원인 셈이다.

 

 이후 천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제자들의 잠을 쫓아주는 커피열매가 찻잎을 대신하여 그 자리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이를 본 달마 대사는 혀를 끌끌 찼다. 하지만 대세는 성인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인지라 꾹꾹 참아야 했다. 하긴 내심으로는 제자들이 그동안 나름대로 ‘절집 스타일’의 커피를 창조하려는 노력을 가상히 여기던 터였다.

 

 원철 스님/해인사 문수암 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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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철 스님
해인사로 출가했다. 오랫동안 한문 경전 및 선사들의 어록을 번역과 해설 작업, 그리고 강의를 통해서 고전의 현대화에 일조했다. 또 대중적인 글쓰기를 통해 세상과의 소통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이메일 : munsua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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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심장부에 14년째 '이승만 거짓말 동상'

[편집국에서] 역사에 대한 반역…철거가 답이다

김덕련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9-25 오전 9:14:51

 

 

국회 본회의장 입구에 하나의 동상이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이다. 그 옆엔 이 전 대통령의 행적을 기록한 명문(銘文)도 있다.

건립 경위는 이렇다. 이승만기념사업회가 1997년 국회에 초대 국회 의장이던 이 전 대통령의 동상 건립 추천서를 제출했다. 1999년 '의회 지도자상 건립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2000년 5월 15일 제막식이 열렸다.

그런데 이 명문 내용이 기묘하다. 동상의 주인공을 좋게 그리는 것이 명문의 기본 속성임을 감안하더라도, 이 명문은 너무 나갔다. 무엇보다 역사적 사실에 어긋나는 내용이 담겼다는 점에서다. 다음은 명문 전문이다.

우남 이승만 박사

우남 이승만 박사(1875-1965)는 황해도 평산에서 태어나 청년 시절부터 조국의 근대화와 반식민지 투쟁에 투신하셨다. 이후 미국에 건너가 항일 독립운동을 주도하였으며, 3.1운동이 난 그해 12월 상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대통령에 선임되셨다.

1948년 제헌국회의 초대 의장이 되어 대한민국의 기초가 된 헌법을 제정, 공포하시고 이 헌법에 따라 국회에서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되어 1948년 7월 24일 취임하였으며, 6.25 한국전쟁 당시 "국회의원들을 우선적으로 피신시켜야 한다"라고 국방장관에게 지시할 만큼 진정한 의회주의자셨다.

이에 우리들은 건국의 기초를 닦고 탁월한 외교로 국권을 수호, 신장하고 의회 정치 발전에 초석을 놓으신 우남 이승만 박사의 뜻을 기리고, 의회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 귀감이 되도록 하기 위하여 동상을 국회에 건립한다.


'나 홀로 피난' 이승만이 국회의원들을 피신시켰다?
 

▲ 국회 본회의장 입구에 있는 이승만 동상. ⓒ프레시안(선명수)

역사적 평가가 적절한가를 따지기 전에, 사실 관계에 문제가 있는 대목부터 보자. 한국전쟁 당시 행적에 관한 대목이다. 이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들의 안위를 염려해 그들부터 피신시키라고 지시했다는 명문의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그날부터 이 전 대통령은 피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시 주한 미국 대사가 이 전 대통령을 만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1950년 6월 27일 새벽 이 전 대통령은 열차로 서울을 떠났다. 명문에 적힌 것처럼 국회의원부터 피신시키라고 했을까? 그렇지 않다. 국회의원들도, 장관들도 대통령의 '나 홀로 피난'을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그 시기 국회의원들은 신성모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조금도 염려할 것 없다"는 거짓 보고를 듣고, 수도 사수를 결의했다.

이 전 대통령은 그렇게 은밀히, 홀로 서울을 떠나 대구까지 내려갔다. 북한군이 서울을 점령하기도 전에 혼자 너무 남쪽으로 내려가서였을까. 이 전 대통령은 대전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27일 밤 그곳에서 악명 높은 '거짓말 방송'을 내보낸다. 국군이 이기고 있으니 안심하고 있으라는 내용이었다. 몇 시간 후인 28일 새벽, 윗선의 지시로 한강 다리가 폭파됐다. 대통령의 거짓말에 속아 서울에 그대로 있던 수많은 시민들과 국회의원들은 발이 묶였다. 신익희 국회 의장과 조봉암 국회 부의장도 마지막 순간에야 겨우 몸을 피할 수 있었다. 김규식, 안재홍, 조소앙처럼 이승만으로선 껄끄러웠던 저명인사들은 납북됐다.

이게 끝이 아니다. 그해 9월 28일 서울을 되찾은 후 이승만 정부는 피난을 못 간 이들을 대상으로 '빨갱이 사냥'을 했다. 한강을 건너 몸을 피한 '도강파'가 서울을 떠나지 못한 '잔류파'를 거칠게 심사했다. 대통령의 거짓말 방송과 한강 다리 폭파 때문에 제때 떠나지 못한 시민 수만 명을, 적에게 협력한 이른바 부역자로 몰아갔다. 피난을 못 간 국회의원들의 부역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특별위원회가 구성될 정도였으니, 부역자로 몰린 평범한 시민들의 고초는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거짓말 방송과 '나 홀로 피난'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이 잘못한 게 뭐가 있느냐며 일축했다. (관련 기사 : "공산군 물리친 이승만의 공? 잘한 게 없다")

"진정한 의회주의자" 이승만? 국회, 제정신인가

이처럼, '국회의원부터 피신시키라고 지시했다'는 명문의 내용은 거짓이다. 그럼 이 문구 하나만 조정하면 명문과 동상은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명문에 담긴 역사적 평가 자체가 지극히 편향돼 있다는 점에서다. 예컨대 이승만이 임정 대통령이었던 것만 적었을 뿐, 자신의 잘못 때문에 1925년 탄핵된 사실은 쏙 빼놓는 식이다. 이승만 집권기에 학살된 수많은 민간인들의 피눈물도 외면하고 있다.

"진정한 의회주의자"라는 것 역시 듣기 민망한 소리다. 이 전 대통령의 삶과 치세는 의회주의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전장에서 병사들이 피 흘리던 1952년 국회를 겁박해 헌법을 고치고 재집권한 이승만이다(부산 정치 파동). 이 과정에서 국회의원 47명이 헌병대로 연행되고, 이름도 요상한 '땃벌떼'를 비롯한 정치 깡패들이 이승만에게 비판적인 국회의원들을 위협했다. 1954년에는 또다시 권력을 잡고자 사사오입 개헌이라는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했다.

이승만 집권기,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했다. 그 절정이 1960년 3.15 부정 선거였다. 그러다 4월혁명으로 이승만이 쫓겨나고, 시민들이 그 동상을 끌어내린 것 아닌가. 국회는 그런 인물을 '의회 지도자'로 떠받들며 동상을 세우고 거짓말까지 담긴 명문을 새겨 넣었다. "의회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 귀감이 되도록 하기 위하여"라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를 대면서. 한마디로 국회가 역사에 대한 반역에 앞장선 꼴이다. 초대 국회 의장이었기에 의회 지도자로 기린다고 한다면, '한국적 민주주의'를 내세우며 유신 체제를 만든 박정희 전 대통령도 '한국적 민주주의 창시자'로 기릴 건가?

이승만 '거짓말 동상'은 그렇게 14년째 국회 심장부에 터줏대감처럼 자리하고 있다. 사실 기자가 이 문제에 관한 글을 처음 쓰는 건 아니다. 2005년 1월, 이에 관한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그로부터 8년하고도 8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에 상황은 더 나빠졌다.

제도권 교육 바깥에서 변죽을 울리던 뉴라이트는 '이승만 살리기, 박정희 띄우기' 교과서를 들고 10대를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관련 기사 : 뉴라이트 '괴담 교과서', 방사능만큼 위험하다). 이승만 찬양에 앞장섰다는 비판을 받는 인물이 새 국사편찬위원장으로 내정됐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은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을 강조하며 대대적인 '역사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역사에 대한 반역이 거듭되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 막아야 한다. '이승만 거짓말 동상' 철거는 그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김덕련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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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12월 되면 굴복할 것!!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3/09/25 10:00
  • 수정일
    2013/09/25 10:0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릴레이 단식·의원직 사퇴? 국민 눈엔 장난
'돈' 필요한 박 대통령, 12월 되면 굴복할 것"

[스팟인터뷰] 민병두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

13.09.24 18:56l최종 업데이트 13.09.24 18:56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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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두 민주당 의원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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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까지만 버티면, 저쪽에서 항복하고 나올 수밖에 없다."

민병두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다만, 그는 "내분이 없으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12월 예산법안을 두고 여권과 마지막 싸움을 벌일 때, 민주당 의원 127명 전원이 단식을 하든, 의원직 사퇴를 걸든, 모든 것을 내놓고 올인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결국 "돈(예산)이 필요한" 박근혜 대통령이 접고 들어올 수밖에 없다는 게 민병두 본부장의 판단이다.

다만 12월까지 긴 싸움을 해야 하는데, 내부에서 다시 강온파가 지지고 볶고 싸우면 질 수도 있는 싸움이라고 했다. 거창하게 전략이고 전술이고 따질 일이 아니라고 했다. 민 본부장은 거듭 "담력과 단결력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23일 전병헌 원내대표를 본부장으로 '24시간 비상국회 운영본부'를 설치하고, 김한길 대표가 서울시청 광장 노숙을 접는 대신 버스를 타고 전국 순회 투쟁에 나서는 것은 모두 이런 배경 때문이다. 민 본부장은 <문화일보> 정치부장 출신으로 열린우리당 17대 총선기획단장과 17대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선거 전략기획본부장을 역임했다. 다음은 23일 오후 민 본부장과 진행한 인터뷰 요지이다.

"대통령과 3자회담, 득이 컸다"

-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3자 회담을 성과 없이 마쳤는데.
"김한길 대표는 3자 회담에서 득이 더 컸다고 생각한다.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1대1로 논쟁을 벌이는 게 쉽지 않은 거다. 누구 말이 더 설득력 있는가 분명하게 보여주자, 그렇게 실제로 임했다. 야당 대표가 대통령 앞에서 '당신이 사과해야 한다'고 1시간 동안 붙잡고 늘어지는 게 쉬웠겠나. 그러나 우리 얘기를 강하게 했고, 그 결과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았나. 국민의 60%가 국정원 개혁을 선호하고, 48% 패자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1대1로 붙으면 당연히 대통령이 손해를 보게 돼 있다.

만약 박 대통령이 3자 회담에서 '아버지를 넘어서서 민주주의를 완성하고 싶다. 그런데 정말 국정원에 댓글을 달라고 지시한 적 없다. 국정원이 만약 그런 짓을 했다면 정말 나쁜 짓이고, 앞으로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서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앞으로 이런 짓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면, 상대적으로 우리가 많이 힘들어졌을 것이다."

- 추석 전 장외투쟁에 실렸던 힘이 이젠 원내투쟁으로 넘어오는 분위기인데, 그 배경은?
"3자 회담 성사와 상관없이 추석 끝나고 국정감사에 임한다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었다. 지난 8월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두 번이나 했던 얘기다. 이른바 우보 전술이다. 원래 계획했던 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 국정조사가 끝나고 나면 투쟁 동력이 떨어질 것으로 봤다. 그러면 김한길 대표가 투쟁의 수위를 한 단계 높이고, 추석 끝나면 국회에 들어간다는 플랜까지 세워져 있었다. 그 다음 4단계는 예산 법안과 우보 전술로 간다는 것이다. 그런 정세판단 기조 하에 지금까지 오고 있는 것이다."

- 원내외 병행투쟁을 강화한다고 해서 다른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속도전을 해야 한다는 일부 강경파를 제외하고 모든 의원들이 공감하는 것이 바로 연말에 승부를 내자는 우보 전술이다. 한 가지 맹점이 있었다면 10·30 재보선이었다. 그런데 다행히 두 지역 밖에 안 치러진다. 그러니까 편하게 애초 기조대로 밀고 갈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일부 강경파들은 '국회의원 127명이 단식을 하자'고 한다.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은 단식을 했고, 그 싸움에서 이겼다. 그만큼 권력 의지가 강했던 것이다. 단식하고 15~17일까지는 본인만 힘 든다. 진짜 싸움은 18~19일 정도부터 시작된다. 20~21일 넘어가면 이제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가 된다. 그 싸움을 지금 민주당 의원들이 할 수 있을까?

국회의원이 돌아가면서 릴레이 단식을 하자고 하는데, 국민들은 장난으로 본다. 또 일각에서는 의원직 사퇴를 자꾸 하자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정말 퇴로가 없어진다. 원내외 병행투쟁을 할 수가 없게 된다. 의원직 사퇴는 의원으로서 가지고 있는 무기를 다 내려놓겠다는 것이다. 원론적으로 보면 국회의원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 정론관(브리핑룸)도 이용하면 안 된다. 그러면 누가 우리들의 얘기를 들어주겠나."

- 그만큼의 강경한 의지를 보여 달라는 요구 아닐까?
"그래서 결국 12월에 가서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그때 가면 단식도 할 수 있고, 의원직도 걸 수 있는 것이다. 모두 걸기를 할 시점에 해야지, 지금 단식을 해서 20일 싸움하고 꼬꾸라지면, 그 날로 이 싸움도 끝나는 것이다. 지금은 지구전이다. 지구전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가지 수를 쓰는 것이다. 김한길 노숙 투쟁으로 20여일 버텼다. 그게 한계가 있으니, 전국 순회투쟁을 하면서 국감 대비 24시간 국회 비상대기를 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40여 일을 또 가는 것이다. 물론 그 사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예산법안 투쟁이다. 그 때쯤이면 시민들의 촛불도 다시 살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2주 전 천막 접었으면 '회군' 소리 들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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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의 국회사무실 외벽에 ‘24시간 국회 비상본부 1일차’라는 문구가 새겨진 플랜카드가 내걸렸다. 의원 집무실 안에는 이날 밤 민 의원이 덥고 잘 침낭이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을 맡고 있는 민병두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윗에 “민주당은 금일(9/23)부터 24시간 비상국회 운영합니다. 박 대통령 대국민 사과, 국정원 개혁 등 7대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원내외 투쟁을 강화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 민병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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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후 투쟁에서 어떤 변수가 있을까?
"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나 긴급현안 질의 등에서 국민적 분노를 일으킬 수 있는, 여권을 꼼짝 못하게 할 새로운 것을 잡아내야 한다. 국회의원이 할 일이 바로 그거다. 국회의원 한 명이 촛불 들고 앉아 있으면 5만 명이 하는 것과 같다. 국회 안에서 5만 명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 그동안 국정감사를 많이 지켜봤지만, 야당이 그런 정도의 성과를 낸 적이 있었나.
"그래서 본래의 야당성에 불을 지펴야 한다. 24시간 비상국회를 하자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른바 24시간 열공 투쟁인 거다. 열심히 공부해서 정부를 포위하고 민주당이 수권정당이라는 것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예전에 이해찬·노무현·이상수... 이런 사람들이 청문회 잘해서 야당이 여당보다 훨씬 실력이 있다고 인정받은 것 아닌가."

- 국회의원이 초등학생도 아니고, 의원회관에 붙잡아 놓는다고 공부하나? 그걸 누가 통제할 건가?
"그러니까 그런 긴장감을 불어넣어주면 되는 거다. 예전에 공천권을 가지고 있던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밤에 의원회관 지나다가 불 켜진 것 보고, '아니, 누가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 하고 봤는데, 바둑을 두고 있어서 그 두 명은 나중에... (공천 안 줬다.)"

- 그러니까 공천권도 없는 김한길 대표가 어떻게 소속 국회의원들을 장악할 수 있나?
"민주적 정당이 됐기 때문에 자기들의 생각과 체험으로 터득하게 해야지, 예전처럼 '당신, 이거 해' 할 수 없다. 어떤 의원들은 '당 지도부가 전략·전술도 없고, 의지도 없다'고 하는데, 그럼 본인들이 전략과 전술을 만들어 와야 하는 것 아닌가. 민주당의 지난 10년간 패턴이 그랬다. 강경파가 당권을 잡아서 뭐 하려고 하면 온건파가 안 된다고 하고, 온건파가 당권을 잡으면 또 그 반대였다. 그러니 지난 10년간 언론에 보도되는 것은 '민주당 또 내분, 강경파·온건파에 휘둘려...' 정도다. 그래서는 한 발짝도 앞으로 못 나간다. 비주류가 됐으면 주류가 하는 대로 놔둬야 한다. 그리고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정론관에 가서 언론 상대로 얘기하지 말고 조용히 당 지도부 회의에 와서 조언해주면 된다."

- 장외투쟁을 접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원내에 복귀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식의 '같기도' 대응은 오히려 국민들에게 모호함을 주지 않을까?
"말을 풀어서 하면 이해가 되는데, 국민들이 볼 때 '아, 저거 하자는 거구나' 하는 게 없다. 그렇게 하려면 사실 천막을 딱 접어야 한다. 김한길 대표는 2주 전부터 천막 접자고 했다. 그런데 내가 안 된다고 했다. 국민들에게 천막을 접는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막은 상징처럼 놔둔 것이고, 그러다보니 이도 저도 아닌 것처럼 됐다. 그런데 천막을 접고 갔다면 언론에서 바로 '회군'이라고 쓰지 않았을까?"

- 그러게 애초에 왜 천막을 치고 나갔나? 그냥 주말 촛불집회만 참여하면 되는 것 아니었나?
"강경파든 온건파든 공부를 시킨 것이다. 그렇게 안 하면 강경파가 무슨 난리라도 날 것처럼 야단이었다. 그러나 자기들도 이번에 장외투쟁을 해보고 나서 원내외 병행투쟁의 효용성을 느낀 것이다. 그 다음에 동력이 떨어졌을 때, 김한길 대표가 몸소 희생을 한 것이다. 페트병에 오줌 눠가면서, 밤에 비맞아가면서, 이빨 덜덜 떨어가면서, 23일간 버텨주고 나서 의원들에게 할 말이 생긴 것 아닌가. '자, 이제 원내에서 당신들이 그 다음 기폭제를 만들어 달라'고."

- 국정원 개혁 특위는 어떻게 되는 건가?
"어차피 정부 안이 국회로 올 것이다. 그럼 새누리당에서는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논의하자고 할 테고, 우리는 절대 응할 수 없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정원 국정조사처럼 국정원 개혁 특위에서도 정치 공방만 할 거라면서 반대하고 있다. 어차피 12월에 가서 모두 걸기 하는 거다. 죽느냐 사느냐는 거기서 판가름 날 거다."

"12월까지 내분없이 버티면 이 싸움 이긴다"

-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조금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고공행진이다.
"그건 이미지 때문이다. 남북관계 잘하고 있다거나, 외국 가서 패션쇼 잘한다, 뭐 그런 거다. 그런데 내용상 뜯어보면 경제민주화 잘하고 있나? 복지공약 잘 하고 있나? 그런 것에 대한 지지율은 바닥이다. 국민들이 박 대통령을 더 이상 지지할 이유가 없다. 누가 이미지만 보고 지지하겠나. 기초노령연금 발표까지 하게 되면 과연 국민들이 박수를 칠까?"

- 박 대통령이 민주당을 무시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낮은 지지율 때문이 아닐까?
"우리 당의 업보다. 국민은 그 정당의 정책을 잘 이해 못한다. 이미지, 태도, 문화 등을 보고 판단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분열과 갈등의 이미지다. 결정하는 것도 없이 친노하고 비노하고 만날 싸우고... 그런 거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그걸 잘 봐야 한다. 민주당의 온건파든 강경파든, 자기가 그렇게 하면 민주당이 살고 지지율이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그걸 10년 동안 한 것이다. 그런데 지지율이 안 오른 것 아니냐. 그러면 가만히 두고 보든가, 도와줘야 한다. 할 얘기 있으면 의원총회장에서 얘기하지 말고 최고위원회의나 원내 지도부에게 와서 조언해주면 된다."

- 12월에 올인한다고 했는데, 박 대통령을 상대로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나?
"일단 저쪽이 힘들 거라고 본다. 북한이 핵을 개발한다고 박 대통령이 겁을 냈나? 우리가 천막 친다고 박 대통령이 눈 하나 깜짝할까? 아니다. 북한이 왜 박 대통령에게 굴복했나. 결국 돈이 필요해서 아닌가. 박 대통령이 (공약 이행을 위해) 돈이 필요한 시점은 12월 말이다. 그래서 싸움을 단계별로 나눠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정적인 약점은 우리가 아니라 저쪽이 가지고 있다. 이 싸움은 12월 말까지 간다. 돈이 필요한 것은 저쪽이다.

예전에는 여당이 욕 한번 먹더라도 날치기해서 처리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면 야당은 자중지란에 빠지고 원내대표 사퇴하고 1월에 전당대회 하냐 마냐 했다. 그런데 (국회 선진화법 때문에) 이 패턴이 사라진 것이다. 결국 저쪽은 준예산을 편성할 거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항복하고 원내대표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

내가 의원들한테 '전략·전술 얘기하지 마라. 이건 담력과 단결력 싸움이다. 12월까지 굉장히 긴 싸움인데, 내부에서 지지고 볶고 싸우면 진다. 누구 간땡이가 더 큰가 겨루는 싸움이다'라고 말했다. '언론에서 뭐라고 하든 말든 한 달만 맞아 죽을 생각해라. 그 대신 무조건 사보타지(태업)가 아니라 우리 것을 딱 내놓고 누구 것이 맞나 해보자는 거다. 그래서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고 한 달만 맞을 생각해라'라고 요구했다. 그렇게 목소리를 하나로 내서 버티면, 12월까지 내분만 없으면, 저쪽에서 항복하고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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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청원의 외갓집과 VS 안철수의 시계

 


새누리당이 10월 재보궐 선거에 대한 공천 신청자 면접을 시작했습니다. 10,30 재보궐 선거는 화성갑과 경부 포항 남울릉 단 두 곳만 치러지게 되는데, 화성갑은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를 포함해 5명이, 포함 남울릉은 7명이 후보 등록을 마쳤습니다.

원래는 10월 재보궐 선거는 최대 10곳까지도 예상됐지만, 이상하게 대법원의 판결이 늦게 나오는 바람에 현재는 단 2곳으로 초미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번 재보궐 선거는 모두 새누리당 강세지역이기 때문이고, 2개 지역이라 대중의 관심을 별로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화성갑에 후보 등록을 신청한 서청원 전 대표의 모습은 현재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의 정치 행동을 보여주는 잣대가 될 수 있습니다.

' 차떼기당, 공천 헌금의 70대 정치꾼이 다시 나오다니'

서청원 전 대표는 조선일보 기자 출신으로 1981년 민주한국당 국회의원으로 정치에 입문, 11,13,15.15.16.18대 국회의원을 한 6선 의원입니다. 그가 정치를 시작한 연도가 1980년도이고 6선 의원이라는 그 자체만으로 서청원은 한 마디로 구시대적인 정치인물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핵심은 그가 단순히 다선 의원이고 나이가 많아서가 아니라, 가장 정치적 악습이었던 정치 자금으로 정치를 했던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은 LG그룹이 상납한 현금 150억원이 실린 트럭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건네받아 대선자금으로 사용했습니다. 일명 '차떼기'로 불리는 사건입니다.

이 사건으로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 되었고, 한나라당 당사를 팔고 천막당사 퍼포먼스를 벌이면서 겨우 정치적 생명을 유지하게 됩니다. 이때 서청원은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당선 무효형이 확정되어 의원직을 상실했습니다.

 

 

 


2008년 한나라당을 탈당한 서청원은 친박연대를 구성했고, 총선에서 양정례,김노식 등은 공천을 받기 위해 수십억 원의 돈을 서청원에게 당비 등의 명목으로 제공했습니다. 서청원은 이 사건으로 당선무효형이 확정되어 다시 의원직을 상실하게 됩니다.

차떼기당 사건에서 서청원은 단순히 당 대표였고, 친박연대에서는 정치 관행 때문이었다는 변명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이런 정치 관행은 반드시 사라져야 할 구시대적인 정치 악습입니다.

다선 의원이지만 정치적 악습을 진행했던 구시대의 정치인이 2013년에 다시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 안철수가 결혼 시계를 못 차는 이유'

국민일보는 안철수 의원이 명품 손목시계 '까르디에'를 차지 못하는 이유가 '자칫 공격 댕상이 될 수 있다'는 측근들의 만류 때문이라는 기사를 올렸습니다.

안철수 의원이 차고 다녔던 시계는 까르띠에 산토스 모델로 프랑스 대표 명품 시계 중의 하나이며 현재 매장 판매가는 600만원선으로 알려졌습니다.

 

 

 


안철수 의원의 시계는 그가 정치에 출마하면서 논란이 된 적도 있지만, 사실 1990년대 신혼부부들이 결혼 예물 시계로 가장 많이 구입했던 시계를 안철수 의원이 찼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도 이상할 따름입니다.

물론, 안철수 의원이 수백억 원의 자산가에도 불구하고 어떤 서민코스프레를 하기 위해 유행이 지난 양복을 고수하거나 5만원짜리 구두를 신는 일은 문제가 됩니다. 하지만 그의 외형적인 모습은 예전과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정치인들이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서민 코스프레를 하는 행위도 아니고 정치인이 되기 전에 샀던 결혼 예물 시계 차는 것조차 눈치를 보는 모습은 지금 대한민국 정치인을 바라보는 대한민국 국민의 수준을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서청원 화성갑 출마는 외갓집 때문?'

새누리당은 화성과 포항 공천 신청자에 대한 면접을 시작했습니다. 보통 후보당 10분 정도 하는 면접심사에서 유독 서청원은 30분이나 면접을 진행됐습니다.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장인 홍문종 당 사무총장은 서청원이 오자 직접 엘리베이터 근처까지 나와 영접을 하기도 했는데, 이는 객관성 있는 공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증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이엠피터의 주장이 문제이고, 이것은 단순히 나이 많은 다선 의원이기 때문에 이루어진 행동이고, 관행이라고 봐야 할까요?
 

 

 


홍문종 공심위원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청원 전 대표와 같은 전국적인 스코프를 가지신 분이 화성에 와서 지역구를 키웠으면 좋겠다'면서 서청원의 외갓집이 화성이기 때문에 전혀 연고가 없다고 그를 두둔한 바 있습니다.

공천심사위원장이 이렇게 서청원을 감싸는 이유는 그가 친박연대를 이끌었던 수장인 동시에 친박계 원로이기 때문입니다. 즉 새누리당은 이미 박근혜 대통령의 입김 때문에 정치적 시스템이 퇴보되고 있다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청원과 안철수 의원의 시계라는 이 글을 통해서 아이엠피터가 말하고 싶은 것은 진짜 새로운 정치는 정당의 공천을 통해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안철수 의원이 결혼 예물 시계이지만 명품시계라는 이유만으로 시계를 차지 못하는 모습에는 관심이 많지만, 박근혜의 측근이자 새누리당 당적이면, 구시대적인 인물이라도 그냥 표를 찍어주는 국민이 존재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입니다.

정치 수준은 국민이 만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관심조차 없는 재보궐 선거이지만, 또다시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 한 장으로 서청원과 같은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는 모습은 제발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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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국미사를 웃어넘기지 마시오”

성염 “우리의 시국미사를 웃어넘기지 마시오”

 

23일, ‘국가정보원 해체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전국 시국기도회’ 성염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 발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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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9.24 14:5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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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염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 ⓒ문양효숙 기자
“역시 핏줄은 못 속여!”
한가위 명절에 어딜 가나 들려온 국민의 탄식이었습니다. 지금의 정국을 염려하는 백성들의 한탄이었습니다.

 

우리는 4.19를 거치면서 목격하였습니다. 국민을 지켜주는 경찰이 이승만의 손에서 국민 학살 무기로 변했습니다. 우리는 5.18을 겪으면서 체득하였습니다. 국방의 의무를 진 군대, 그 중에서도 최정예 공수특전단이 군사반란자 전두환의 손에 쥐어진 광주 시민 학살병기로 변했습니다. 그리고 과거사위원회 5년의 조사에서 대한민국 경찰과 대한민국 국군에 의해서 학살당한 대한민국 국민이 100만 명이라고 추산되었습니다.

또, 박정희와 전두환 · 노태우의 군사반란으로 인한 군사독재 30년을 거치면서 국민은 뼈저리게 절감했습니다.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의 수십 년 역사가 헌법을 위반한 범죄로 판결난 유신정권의 하수인으로서, 민주인사들과 노동자들에 대한 고문과 간첩조작을 일삼아 왔고, 급기야 지난 12월에는 선거 부정의 주역으로 드러났음을. “역시 핏줄은 못 속여!”라는 탄식이 가슴 아픕니다. 어쩌면 유신정권 술수 그대롭니까.

1500년 전의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이 “정의를 갖추지 못하면 공권력은 사법적 권한을 갖지 못한다!”고 외친대로, 오늘 이 자리에 우리가 모였습니다. 국가정보원이 대통령선거 부정에 앞장섰으므로 사법적 권한을 갖지 못하며, 국가정보원은 영구히 해체되어야 한다고 외칩니다.

하지만, 한국 천주교 평신도들이 오늘 여기 모인 것은 먼저 하느님과 국민 앞에 가슴을 치며 고개를 숙이기 위함입니다. 독재정치와 경제편중과 인권유린으로 점철된 지난 50년 갖가지 사회악에 눈을 딱 감고 입을 꼭 다물어온 신자들의 비겁함을 하느님과 국민 앞에 사죄하기 위함입니다. 종교는 사회악에 편승하면서 마음의 평안을 맛보여주는 ‘중산층용 아편’이 아닙니다.

새 교황 프란치스코가 취임 첫날부터 가톨릭 신자들에게 “밖으로 나아가라”고, 사회와 국가와 환경을 책임지라고 외치고 있건만 우리는 선거철마다 “우리가 남이가?”하며 지역감정의 집단 이기심에 놀아났고, 군사반란자들과 매춘언론들이 조작하고 연출하는 ‘국가안보’라는 굿판에 놀아났습니다. 내 주먹에 쥔 것을 지켜주겠다는 집단을 무조건 지지하고, 재물의 신 맘몬을 섬기면서 우상숭배자로 살아온 죄악을 하느님과 국민 앞에 뉘우치기 위함입니다.

6.25 전후해서 남한에서만도 군경에 학살당한 민간인의 수를, 과거사위원회는 100만으로 어림잡았습니다. ‘이데올로기에 의해서 나누어진 세계는 죄의 구조에 종속된 세계’(사회적 관심 36)라는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가톨릭교회의 사회교리는 “자유 자본주의와 마르크스 집단주의 양편에 다 같이 비판적인 입장”(사회적 관심 21항)이라는 교황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저 100만 겨레의 무죄한 죽음을 두고도, 근자에는 용산 철거민과 쌍용자동차 부당 해고자들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정의와 평화의 보루’여야 할 한국 천주교가 ‘반공의 보루’라는 수치스러운 이름으로 불린 사실을 국민들께 사죄하러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무죄한 겨레들의 피가 우리와 우리 자손 위에 쏟아질까 두려워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최근 시리아에서 내란으로 죽은 10만 명의 무죄한 시민들을 생각해서 교황 프란치스코가 미국의 시리아 공격을 저지하러 나선 노력도 같은 명분에서 나왔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의 가르침대로, ‘정의 없는 국가는 이미 국가가 아니고 강도떼’라고, 따라서 강도떼의 주구 노릇을 해온 사실이 드러난 국정원을 해체하자고, ‘평화는 오로지 정의의 열매이며 정의 없는 질서는 감옥살이일 따름’이라고, 따라서 공안정국으로 국민주권을 말살하려는 정권을 저지하러 신앙인들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30여 년 전입니다. 저는 경향잡지에 ‘성서인물전’이라는 칼럼을 쓰고 있었습니다. 1979년 10월호에 다니엘 예언자를 다루면서 “유신정권이 아무리 겨레를 싱싱한 먹이 정도로 낮추보더라도, 아무리 경찰력에 자신이 있더라도 어느 벽엔가 ‘므네 므네 트켈 파르신’이라고 쓰는 손가락이 있나 살펴보라”고 독재자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예언자에게서 그 문자를 ‘하느님이 너의 무게를 달아보니 무게가 모자랐다. 그래서 너의 나라를 끝장내셨다’라고 풀이해 받은 칼데아 임금 벨사차르는 그날 밤으로 살해당합니다.

1979년 10월 26일 새벽, 한 달 만에 남산 지하실에서 풀려나온 저는 그날 저녁 궁정동에서 김재규의 권총 한 방에 끝장난 유신 정권을 보면서, 황소 뒷걸음질 치다 개구리 밟은 떨떠름한 심경을 지금까지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신 잔당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용산 길머리에서, 한강 두물머리에서, 강정마을에서, 대한문 앞에서 거행되는 가톨릭 사제들과 신자들의 미사를 웃어넘기지 마시오. 로마 제국 300년 박해를 이겨낸 가톨릭입니다. 이씨조선 100년에 이르는 박해를 딛고 선 천주교입니다.

이 자리는 현 정권의 회개를 비는 기도회 자리이므로 우리는 누구를 저주하지 않습니다. 다만 역사를 주재하시는 하느님의 저울에 무게가 모자랄 때, 또 국민의 매서운 함성 앞에서 총잡이들에게마저 여러분의 용도가 폐기될 때, 또다시 10.26의 총성이 들리지 않기를 우리와 전 국민이 바라기 때문에 우리가 시국기도회를 하는 것입니다.

성염 (요한 보스코)
전 주교황청 한국대사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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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곤충이 1m 점프, 비법은 톱니바퀴

2㎜ 곤충이 1m 점프, 비법은 톱니바퀴

 
조홍섭 2013. 09. 24
조회수 847추천수 0
 

'사람만의 고안' 신화 깨져, 알멸구 두 다리 동시 박차기 위한 얼개

볼트와 너트 구조 지닌 바구미도…이제 회전축 지닌 동물도 나올라

 

j5.jpg » 곤충 다리에 이런 톱니바퀴 기어 구조가 있으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톱니 하나의 크기는 0.02㎜이다. 알멸구의 뒷다리 고관절에 이런 구조가 있음이 밝혀졌다. 사진=버로우스, <사이언스>

 

단풍나무의 씨앗에는 날개가 달려 있어 빙글빙글 돌면서 서서히, 그리고 바람을 타고 어미 나무에서 먼 곳에 떨어진다. 단풍나무 씨앗의 멋진 활공능력을 눈치챈 항공공학자들이 날개가 하나인 새로운 헬리콥터를 고안하느라 한창이다.
 

자연은 공학자의 스승이다.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발명품을 자연은 그보다 수만 년 먼저 설계한 사례가 적지않다. 그러나 자연이 도저히 따를 수 없는 인간만의 고안이 있지 않을까? 이를테면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기어나, 볼트와 너트가 꽉 조이는 구조를 자연이 만들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정말 그럴까.
 

맬컴 버로우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동물학자 등은 최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을 통해 다리에 톱니바퀴 기어를 갖춘 곤충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그 주인공은 알멸구의 일종으로 풀잎에 있다가 위협을 느끼면 순식간에 톡 튀어 달아나는 곤충이다.
 

j1.jpg » 뒷다리에 기어 구조가 있는 알멸구 유충. 성충이 되면 이 구조가 사라진다. 사진=버로우스, <사이언스>

 

몸길이가 2㎜밖에 안 되는 이 곤충은 1m 높이로 뛰어오르는 점프력을 지녔는데, 만일 두 다리가 바닥을 박차는 시간이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으면 몸이 공중에서 돌아 내동댕이쳐질 것이란 데 연구진은 주목했다.
 

연구진이 주사형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했더니 놀랍게도 이 곤충의 뒷다리는 뛰어오를 때 완벽한 동시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교한 톱니바퀴로 맞물리는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톱니 하나의 크기는 0.02㎜였으며, 사람이 사용하는 톱니바퀴와 달리 한쪽 방향으로만 움직이기 때문에 톱니도 한쪽으로 기운 형태였다.
 

j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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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4.jpg » 알멸구 뒷다리 기어 구조의 주사 전자현미경 사진. 위에서부터 차츰 기어구조를 확대한 모습이다.사진=버로우스, <사이언스>

 

어린 알멸구가 점프를 위해 뒷다리를 박차는데 걸리는 시간은 10만분의 3초였는데, 이는 신경세포가 자극을 전달하는 시간인 1000분의 1초보다 훨씬 짧다. 다시 말해 신경세포에 기대지 않는 다른 구조가 필요했는데 그것이 바로 톱니바퀴 기어였던 것이다.
 

특이하게도 뒷다리의 톱니 기어는 어린 시절에만 나타났고 허물을 벗고 성충이 되면 사라졌다. 연구진은 그 이유를 수시로 허물을 벗는 유충 시절에는 톱니를 수선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성충은 불가능하기 때문이거나, 성충은 기어보다 고관절의 마찰력을 이용하는 편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j6.jpg » 기어를 이용한 알멸구의 정확한 점프를 고속 촬영한 모습.사진=버로우스, <사이언스>

 

사람만의 고안이라고 여기기 쉬운 볼트와 너트를 이용해 다리 관절을 고정하는 곤충도 있다. 독일 연구자들은 2011년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바구미 뒷다리의 고관절이, 크기는 0.5㎜에 지나지 않지만 형태는 분명한 암나사와 수나사를 조이는 방식으로 이뤄져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파푸아뉴기니에 서식하는 이 바구미는 식물조직을 먹고사는데, 이런 나사 구조가 머리를 처박고 먹이를 먹을 때 뒷다리로 몸을 안정적으로 떠받치는데 유리하다고 연구진은 추정했다. 바구미는 이런 얼개를 1억 년 전부터 사용해 왔다.
 

KIT.jpg » 바구미 다리에서 발견된 볼트와 너트 구조. 그림=토마스 반 데 캄프 외, <사이언스>

 

아마도 자연계에 없는 인간만의 고안은 바퀴일지 모른다. 동물의 몸이 회전축에 바퀴를 달아 굴러가는 얼개를 흉내 내기엔 중추신경이 꼬이는 등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멋진 바퀴 구조를 이용하고 있는 생물이 있을지 누가 아는가.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alcolm Burrows, Gregory Sutton, Interacting Gears Synchronize Propulsive Leg Movements in a Jumping Insect, Science 13 September 2013: Vol. 341 no. 6151 pp. 1254-1256, DOI: 10.1126/science.1240284

 

Thomas van de Kamp, Patrik Vagovic, Tilo Baumbach, and Alexander Riedel, A Biological Screw in a Beetle’s Leg, Science 1 July 2011: 52. , DOI:10.1126/science.1204245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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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해체하고 민주주의 회복하라"

"국정원 해체하고 민주주의 회복하라"

 

천주교 사제단, 5년 만에 대규모 시국미사 집전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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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9.23 23: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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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규탄 목소리가 높아가는 가운데, 천주교 사제단이 23일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시국미사를 열었다. 지난 2008년 광우병 쇠고기 파동이후 8년 만이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진실로써 재판하는 이가 없다. 거짓을 이야기하며 재앙을 잉태하여 악을 낳는 자들뿐이다" (이사야 59:4)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규탄 목소리가 높아가는 가운데, 천주교 사제단이 23일 대규모 시국미사를 열었다. 지난 2008년 광우병 쇠고기 파동이후 5년 만이다.

이날 저녁 7시반 서울광장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수도자, 평신도 등 5천여명이 모인 가운데 '국정원 해체 민주주의 회복 시국미사'가 열렸다.

이날 시국미사에서 참가자들은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시국선언문에서 "대통령 선거과정에 국가정보원이 조직적인 공작을 전개함으로써 민의를 왜곡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심지어 근소하게 엇갈린 결과마저 사전에 조작된 것 아니냐는 의혹들마저 끊이지 않고 있다. 만일 사실이라면 무서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 광주대교구 소속 신병서 신부가 시국선언문을 읽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시국미사에 참석한 한 신자가 촛불과 '국정원 해체, 민주주의 회복' 손피켓을 들고 기도를 하고 있다.[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그리고 "정부와 여당은 진실규명을 위한 노력들을 방해하고 조롱하였으며, 남북정상대화록의 본의를 왜곡하여 선거에 도용하는 일이나 국정원이 이를 무단 공개하는 일 등은 여론조작을 위한 댓글공작과 함께 반드시 처벌받아야 할 중범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통령의 결단과 솔선수범을 바란다. 대통령이 나서서 국정원이 저질렀던 민주주의에 대한 불법적이고 일탈적인 해악과 범죄들을 법의 심판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은 지금까지 저지른 온갖 불법으로 자신이 얼마나 민주주의 존립을 위협하는 해악적 존재인지 스스로 충분히 증명하였다. 당장 해체되어야 한다", "모든 범법자들은 엄중히 처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은 불법을 깨끗이 정화한 다음 국민 앞에 정중하게 사과하고 새롭게 신임을 구할 것"을 촉구했다.

 

   
▲ 외국인 신부들도 시국미사를 집전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성염 전 주교황청 대사는 "핏줄은 못 속인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이날 시국미사에서 평신도를 대표해 성염 전 주 교황청 한국대사는 "핏줄은 못 속인다. 하는 것이 똑같다. 우리는 10.26을 다시 겪고 싶지 않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성염 전 대사는 "정의가 없는 나라에서 공권력은 사법적 권한을 가질 수 없다"며 "유신잔당, 치맛폭에 매달려있는 이들은 우리의 미사를 웃어넘기지 말라. 가톨릭은 반공의 보루가 아니라 정의와 평화의 보루이다. 로마시대 3백년의 박해, 조선시대 2백년의 박해에서 살아남은 교회다"라고 말했다.

 

   
▲ 신부와 수녀, 신자 등 5천여명이 시국미사에 참석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시국미사 참가자들이 손을 잡고 '주기도문'을 노래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시국미사 집전에 참가한 외국인인 오기백 신부(성골롬반선교회 소속)는 기자와 만나 "지난 대선은 민주주의를 훼손한 대표적 사례이다.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정의가 실현되기 위해 모였다. 이들을 지지하기 위해 참가했다"고 말했다.

신부와 수녀, 수사, 평신도 등 5천여명은 이날 촛불과 '국정원 해체, 민주주의 회복' 손피켓을 들고 미사를 드렸으며, 성가소비녀회 수녀들이 무대에 올라 특별노래를 불렀다.

이날 미사에는 함세웅, 문정현, 문규현, 하춘수, 라승국, 신병서 신부 등 2백여명의 신부가 집전했으며, 문재인, 인재근, 박영선 민주당 의원, 정동영 전 의원 등 민주당 인사들도 참석했다.

앞서, 천주교 측은 군종교구를 제외한 전국 15개 교구가 각각 시국미사를 갖고 시국선언을 발표했으며, 강우일 제주교구장, 김희중 광주대교구장 등 주교들과 평신도들도 동참해왔다.

 

   
▲ 신부들이 십자가를 앞세우고 입장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성가소비녀회 소속 수녀들이 특별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미사 집전을 위해 모인 신부 2백여명이 촛불을 들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 이날 시국미사에는 전국 각 교구 소속 신부들이 참가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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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7개월 최대 위기 맞은 박근혜

원칙·신뢰 흔들... 취임 7개월 최대 위기 맞은 박근혜

복지 등 대선 공약 줄줄이 백지화... 박 대통령 국정 리더십 타격 받나

13.09.24 09:47l최종 업데이트 13.09.24 09:47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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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40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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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7개월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경제민주화·복지·권력기관 독립 등 여러 대선 공약이 새 정부 출범 1년도 채 안돼 폐기될 운명을 맞으면서 박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인 원칙과 신뢰가 뿌리부터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 가운데 후퇴가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복지다. 복지는 경제민주화와 함께 박 대통령의 중도층 끌어안기를 상징하는 핵심 공약이었다. 그 중에서도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달 20만 원의 기초연금 지급, 4대 중증질환(암·심장·뇌혈관·희귀난치성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 등과 같은 복지 확대 공약은 고령층과 중산층의 환심을 샀다.

대선 때는 "반드시 공약 지키겠다"고 했지만...

대선 당시에도 재원 마련 등 실현 가능성을 두고 논란이 일었지만 박 대통령은 "공약은 반드시 지킨다"며 진화에 나섰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당시 야권에서 복지 공약 베끼기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할 때마다 "실현 가능한 것만을 공약으로 제시했다"고 반박해 왔다.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4대 중증질환 보장 확대 공약의 후퇴 논란이 일었을 때 박 대통령은 "제가 한 공약은 국민과의 약속이니까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래야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쌓인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가 출범한 뒤에도 청와대의 기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 참모진들은 공약 수정 가능성이 거론될 때마다 강하게 부인해 왔다. .

지난달 초 정부가 마련한 세제개편안이 촉발한 복지공약 축소 논란 국면에서도 청와대는 공약 수정은 없다고 공언했다. 당시 청와대 참모들은 "대선 때 제시한 공약은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실현 가능성까지 꼼꼼하게 챙긴 것이다", "대선 공약 중 인수위에서 추린 140개 국정과제는 매우 세밀하고 재원 마련을 위한 공약가계부까지 마련했다", "임기 첫해부터 공약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했었다.

신뢰 강조하다, 취임 7개월만에 백기 든 박 대통령

박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부가 국민들의 세금 부담을 덜 주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나가려는 노력을 왜곡해서 해석하기보다는 다같이 힘을 모아 끝까지 노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증세도, 복지 축소도 없다'는 점을 재확인 했다.

하지만 신뢰·약속을 강조하던 박 대통령은 임기 첫 해, 박근혜 정부의 철학과 국정운영 기조가 반영되는 첫 예산안 마련 과정에서 백기를 들었다.

오는 26일 발표할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는 기초연금과 4대 중증질환 보장 확대 공약이 대폭 축소돼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연금은 소득하위 70~80% 계층에게만 차등지급하고, 4대 중증질환 보장 확대도 축소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지방자치단체와 재정 투입을 놓고 갈등하고 있는 무상보육, 반값등록금도 후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 후퇴는 복지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검찰 등 권력기관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 약속도 사라졌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임기가 보장된 경찰청장, 감사원장은 이미 낙마했고 채동욱 검찰총장은 청와대의 찍어내기 논란 속에 이미 사의를 밝혔다.

전시작전권 환수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던 대선 공약도 국민적 공론화 과정 없이 밀실에서 연기하기로 했다.

약속 지키겠다며 신뢰 위기 키운 박 대통령... 정치적 자산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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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추석을 앞두고 경기도 용인 중앙시장으로 민생현장 탐방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이 환호하는 상인들에게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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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신뢰의 위기를 키운 것은 박 대통령이다. 복지 공약만 해도 '증세 없는 복지'라는 고차원 방정식에는 애초에 해법이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풀어낼 수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 같은 대국민 선전에는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도 동원됐다.

하지만 '공약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박 대통령의 약속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정치권에서는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가장 많이 지지했던 노년층과 중산층이 직접 혜택을 보게 되는 핵심 복지공약이 흔들리면서 국정원 대선 개입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신뢰의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월급쟁이 증세로 반발을 샀던 세제개편안 보다 더 큰 역풍이 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도 이번 사안이 정권 전반에 대한 신뢰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 원칙과 신뢰라는 박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이 상처를 입을 경우 국정운영의 동력과 리더십은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직면한 위기의 진원지는 정권의 외부가 아니라 내부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대선에서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킬 수 있느냐는 정권의 기본 역량과 관련된 문제다. 또 복지는 박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해왔던 민생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야당의 장외투쟁 탓이라는 바람막이 속에 숨을 수도 없다.

정면돌파 선택한 박 대통령, 시험대 올랐다

박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설득 작업에 나서기로 한 것도 사안의 심각성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오는 26일 내년도 예산안이 상정 심의 되는 국무회의에서 기초연금 등 복지공약 후퇴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23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 주 목요일에 내년도 예산안이 국무회의에 상정되는데 박 대통령이 직접 국무회의를 주재하게 된다"면서 "이 자리에서 기초연금 문제 및 4대 중증질환의 국고지원(확대 공약)에 대한 박 대통령의 말씀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무회의는 당초 국무총리가 주재하기로 돼 있었지만 박 대통령이 직접 하기로 바꿨다. 복지 축소에 따른 반발을 정면돌파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민주당 등 야권은 이미 "공약 먹튀", "대국민 사기극" 등의 수사를 동원해 총공세에 나섰다. 시민사회의 반발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박 대통령이 이날 대국민 호소를 통해 야권의 반발을 잠재우고 국민들을 설득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재정이 부족해 복지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하든, 복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하든, 진보·보수 어느 한쪽의 공약 파기 비판은 피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이 퇴로 없는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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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직후와 2013년 어떻게 달라졌나?

북, 수치로 보는 과거와 현재?
 
해방직후와 2013년 어떻게 달라졌나.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3/09/24 [06:22] 최종편집: ⓒ 자주민보
 
 
 
▲ ©

일제로부터 해방 된지 6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착취와 수탈 억압 속에 노예보다 못한 삶을 살아야 했던 우리민족은 해발과 함께 민족분단을 겪고 건국과 건설에 힘써야 할 시기 6.25라는 전쟁을 맞아 남북 모두 엄청난 인적피해와 함께 물적 피해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유구한 역사와 전통 다른 민족에 비해 남다른 총명함과 지혜로움을 가진 우리민족은 남과북 모두 기적을 창조하며 전후 복구 사업에 힘을 기울여 세계 속에 한민족의 기상을 떨치고 있다.

수치가 모든 것을 말해 주는 것은 아니겠지만 남측은 외국의 원조 속에 성장하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2위국이 되었으며 올림픽 등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렇다면 6.25전쟁 당시 미군폭격기 조종사가 평양을 공습한 후 향후 100년 동안 사람이 살지 못할 것이라던 북측은 어떨까? 조선의 언론이 숫자로 보는 어제와 오늘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주었다.

 
▲ 룡남산 기슭에 자리한 김일성종합대학 ©


조국평화통일위원회 기관지인 우리민족끼리는 24일 “수자를 통해 우리나라(조선)의 자랑찬 발전역사를 돌이켜 본다.”며 “해방전 우리나라(조선)에는 단 한 개의 대학도 없었다. 지금은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종합대학을 비롯하여 300여개의 대학과 근 500개의 전문학교가 건설되어 국가자금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모든 대학생들과 전문학교 학생들이 장학금까지 받아가며 무료로 공부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난날 가난했던 우리 인민들은 대다수 돈이 없어 학교문 앞에도 가보지 못하였지만 오늘 우리 공화국의 모든 어린이들은 전반적12년제 의무교육의 혜택아래 돈 한푼 안 들이고 무료교육으로 배움의 나래를 활짝 펼치고 있다.”교육의 발전상을 전했다.

우리민족끼리는 “해방 전에는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던 문맹자가 인구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지식인도 얼마 안 되었던 우리 민족이다. 허나 오늘 우리 공화국에는 해방후 부터 실시하여 온 문맹퇴치사업과 공장대학과 야간대학을 비롯하여 일하면서 배우는 교육시책으로 문맹자가 단 한명도 없는 나라, 근 300만명의 지식인부대를 가진 나라, 인재가 많은 나라가 되었다.”고 긍지 높게 자랑했다.
 
▲ 조선의 대표적 여성의료 기관인 평양산원 © 이정섭 기자


이신문은 이어 의료부문을 소개했다. “해방전 우리나라(조선)에는 병원이 몇 개 밖에 안되었으며 그나마도 돈이 없어 병이 나도 약 한첩 써보지 못하고 죽음의 길을 택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우리 인민:이었다며 ”오늘 공화국에는 도시는 물론 산간지대에까지 2,000여개의 병원과 6 ,000여개의 진료소가 마련되어 전반적 무상치료제가 실시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평양과 여러 도, 군들 사이에 첨단과학기술에 의한 먼거리 의료 봉사가 실현되어 여러 도, 군 인민병원들에서 환자를 후송하지 않고도 중앙병원에서와 꼭 같은 수준의 전문과적진단과 치료를 원만하게 과학적으로 할 수 있게 되어 우리 인민들의 건강증진에 적극 이바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창전거리의 새로운 명소가 된 인민대극장 ©

신문은 계속해 “우리 인민들의 문화생활에서도 극적인 전변이 이룩 되었다.”며 “60여년 전에는 극장, 영화관이 얼마 안 되었지만 오늘은 4,000여개의 극장, 영화관, 문화회관을 가진 나라, 김일성상 계관작품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을 비롯한 21세기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걸작들을 창조하는 예술의 나라로 되였다. 또한 개선청년공원과 릉라인민유원지, 류경원과 인민야외빙상장, 롤러스케이트장과 현대적인 공원들이 평양뿐 아니라 전국도처에 건설되어 우리 인민들의 문명증진에 적극 이바지하고 있다.”고 문화공간과 휴식터가 마련되었음을 강조했다.

이 매체는 “해방전에는 제 나라가 없어 제 금메달도 없었던 우리나라(조선)였다.”며 “그러나 오늘은 올림픽경기대회, 종목별 세계 및 아시아선수권대회, 아시아경기들에서 수많은 금, 은, 동메달을 쟁취하고 세계에 태권도열풍을 안아온 태권도모국으로, 체육의 대중화가 빛나게 실현된 나라로 이름떨치고 있다.

지난해 진행된 제30차 올림픽경기대회에서 우리의 안금애, 김은국, 엄윤철, 림정심선수들은 주체적인 경기전법으로 맞다드는 상대선수들을 모두 물리치고 유술, 력기경기에서 련이어 금메달을 쟁취함으로써 국제무대에서 조선열풍을 세차게 일으키고 조선사람의 불굴의 기상과 정신력을 남김없이 보여주었는가 하면 제52차 세계탁구(개별종목)선수권대회 혼성복식경기에서의 우승, 2013년 동아시아컵 여자축구경기대회와 세계유술(유도)선수권대회에서의 우승을 비롯하여 우리의 체육인들은 어버이수령님의 탄생 100돐을 성대히 경축한 주체101(2012)년부터 올해의 뜻 깊은 전승 60돐까지의 기간에만도 국제체육경기들에서 금, 은, 동메달을 무려 230여개를 쟁취하였다. 특히 금메달 획득 수는 지난해의 같은 기간에 비하여 2.7배로 장성하였다.”고 비약적인 성장을 설명했다.

 
▲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고 올해 아시안컵 대회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운 역도의 엄윤철 선수 ©


우리민족끼리는 끝으로 “수자가 보여주는 공화국의 경이적인 현실, 이것은 백두산절세위인들의 현명한 영도에 의해 이룩된 고귀한 결실“이라며 북 지도자들을 칭송했다.

한편 이 기사가 시사하는 것은 남과북이 하루빨리 교류와 협력을 통해 통일에 이른다면 세계 최강으로 부상 할 것이라는데 이의가 없다는 것으로 남북관계 개선이 시급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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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익 국편위 내정은 헌법정신 유린한 ‘대역죄’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3/09/24 11:41
  • 수정일
    2013/09/24 11:4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친일 독재 세력 철저히 배격하는 게 대한민국 헌법정신
 
육근성 | 2013-09-24 10:28:01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박 대통령이 국사편찬위원장(국편)으로 유영익 한동대 석좌교수를 내정했다. 유 교수는 뉴라이트 진영의 '대부'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를 얘기하려면 그간 논란이 돼 온 ‘교과서포럼’, ‘한국현대사학회’, ‘현대한국학연구소’ 등 뉴라이트 단체를 거론할 수밖에 없다.

 

친일독재 교과서 논란의 원조 유영익

‘교과서포럼’과 ‘한국현대사학회’는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한국사 교과서 편찬 작업에, ‘현대한국학연구소’는 ‘이승만 찬양에 앞장서온 단체다. 이들 단체의 한복판에 유 교수가 있다. 단체 설립에 산파역할을 해왔을 뿐 아니라 국편에도 위원으로 참여해 왔다. 그가 친일독재 교과서 논란의 ‘원조’ 혹은 ‘발원지’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한국현대사학회 권희영 회장 등이 주집필자로 참여한 뉴라이트 한국사 교과서가 국편 본심사를 통과해 학교별 선택과정을 거쳐 내년 3월부터 일선학교에서 사용하게 될 예정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야당과 대다수 역사학자들의 검정 취소 요구가 받아들여질 지 의문이다.

헌법정신을 훼손하는 편향적 사관의 역사교과서가 검정심의를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며 국편이 뉴라이트 계열 인사에 의해 점령당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MB때부터 시작된 역사 장악 음모

MB가 임명한 이태진 국편위원장의 활약은 눈부셨다. 중학교 역사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친일사관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을사늑약’을 ‘을사조약’으로 고치게 했고, ‘일본 국왕’을 ‘일본 천황’으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1987년 민주화운동으로 숨진 이한열 열사의 사진을 빼라고 지시했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요인 사진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김구 선생을 가리킨 부분을 삭제하고 그 자리를 이승만을 미화하는 설명으로 교체했다. 또 일본군 위안부를 성노예로 언급한 부분을 없애라고 권고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국현대사학회의 전신은 2008년 ‘한국근현대사’라는 대안교과서를 만들어 출판한 바 있는 ‘교과서포럼’이다. 유영익, 박효종, 이인호, 안병직 등이 창립멤버였다.

“현재 교과서 왜곡됐다”고 연설했던 박근혜

일제의 위안부는 강제동원된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참여한 상업적 매춘이자 공창제”라고 주장(이영훈)하고 일제강점기를 “근대 문명을 학습해 근대국가를 세울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이 축적되는 시기”라고 찬양(박효종)한 이들이 대안교과서를 내놓자 박근혜 대통령은 출판기념회에 달려가 이런 연설을 했다.

“우리 청소년들이 왜곡된 역사 평가를 배우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전율하지 않을 수 없다. 뜻 있는 이들이 현행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청소년들이 잘못된 역사관을 키우는 것을 크게 걱정했는데 이제 걱정을 덜게 됐다.”(2008년 5월 세종문화회관)

현행 역사교과서는 왜곡됐으니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교과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게 옳다는 주장이다.망발을 넘어서는 궤변이다. 이런 사람이 최고권력자가 됐으니 그의 임기 동안 역사왜곡이 더욱 심각해질 건 불 보듯 자명하다.

<유영익 교수와 그의 저서 '건국대통령 이승만'>

망발을 하더니 뉴라이트 진영의 ‘대부’를 국편위원장에 임명했다. MB정권이 임명한 이태진 위원장보다 한술 더 뜨는 인물이 위원장 자리에 앉았으니 이승만 찬양과 박정희 미화작업이 노골적이고 집요하게 전개될 게 분명하다.

뉴라이트의 ‘대부’ 유영익의 주장들

유 교수의 역사관이 어떤지는 그의 발언과 행적을 통해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그가 대한민국 건국과 이승만, 박정희에 대해 언급한 발언이다.

“이승만과 박정희를 민족반역자, 친일파, 독재자, 매국노 등으로 마녀사냥 함으로써 범죄집단으로 몰아가는 좌익세력의 정치선동이 극에 달한 상태다.”

“미군이 점령한 지역에 친미정권이 들어서는 건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이었다. 이승만이 택한 노선(남한정부 수립)은 가장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이승만이 미국 여론을 바꿔놓은 외교활동을 펼친 결과 1943년 카이로에서 한국의 독립을 선언하는 발표가 나왔다. 하지만 역사 교육이 제대로 안 돼 무장투쟁만 높이 친다. 책상에서 편하게 펜대를 놀리는 정도로 (이승만의) 외교활동을 이해하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이승만 정권이)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한 이유가 있다. 신생 대한민국이 공산주의의 위협에 직면해있었다는 사실이 이승만으로 하여금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하게 만든 근본 원인이었다. 이승만은 탁월하고 유능한 애국자였다.”

"(이승만이) 노골적으로 친일한 적 없다. 국가 주요기관에 공산주의자(남로당)이 다수 침투해 있는 등 국가의 존립이 위협받자, 이 대통령이 특단의 조치로 일제시대 때 공산당 색출에 앞장섰던 친일 인사를 중용하게 된 것일 뿐이다."

“(이승만이 독선적이라는 평에 대해) 그가 6대 독자로 태어나 고집이 센데다 다른 독립운동가들에 비해 학력과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이승만은 친미사대주의자가 결코 아니다. 미국을 모방하는 방미(倣美)주의 내지 미국을 활용하자는 용미(用美)주의였다.”

“이승만이 대한민국을 건국한 것은 하나님과 밤새도록 씨름한 끝에 하나님의 축복을 받아낸 구약성경의 유명한 인물 야곱의 이야기를 연상시키는 위업임에 틀림없다.”

“지난 60년간 대한민국의 비약적인 발전은 이승만 대통령이 이 나라의 ‘우매한 백성’을 유능하고 발전지향적인 ‘새로운 국민’으로 만들었기에 가능했다.”

“(건국절 제정을 역설하며) 8.15하면 광복절로 받아들여졌지 ‘건국기념일’임을 생각하지 못했고 (이승만의) 건국 의미에 큰 관심을 갖지 못해 왔다.”

‘이승만연구원’ 설립, "이승만은 ‘국부(國父)"

유 교수의 이승만 찬양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연세대에 ‘이승만 연구원’이 들어선 것도 그의 작품이다. 1993년 말 이승만의 양자인 이인수 박사가 이승만이 남긴 문서들을 정리해 달라고 부탁하자 이화장 내에 ‘우남사료연구소’를 설립했다.

<연세대 '이승만 연구원'/이미지출처: '이승만연구원' 홈피>

이승만 사료연구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요량으로 이건희 삼성 회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에게 기금 지원을 부탁했고, 이에 이 회장이 50억원을 쾌척했다. 또 최송옥 명의의 부암동 소재 100억원 짜리 호화주택을 기부 받아 연세대에 현대한국학연구소를 개설한다.

이 연구소가 대한민국 뉴라이트의 ‘산실’이 된 셈이다. 10만 여장의 이화장 문서들을 소장하고 있던 연구소는 이승만 연구 분야를 독립된 교책연구원으로 개편해달라고 연세대에 요청해 ‘이승만 연구원’으로 분리된 상태다.

이승만과 박정희의 친일독재를 찬양하고 미화하는 건 국민정서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에도 위배된다.

친일 독재 세력 철저히 배격하는 게 대한민국 헌법정신

8.15를 ‘건국절’로 제정하고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받들어야 한다는 유 교수의 주장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흔드는 망언이다.

“임시정부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헌법전문)

헌법전문에 의하면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두 가지로 대변된다. 국가의 뿌리는 3.1운동 정신을 승계한 대한민국임시정부이고, 나아가야할 방향은 4.19 혁명이 보여준 민주저항정신을 토대로 한다는 것이다.

임시정부 법통을 부정하며 8.15가 ‘건국절’이라고 주장하는 뉴라이트의 ‘대부’이자 박정희 독재에 역사적 당위성을 부여하는 등 헌법정신을 제멋대로 유린하는 인물을 국편위원장에 앉혔다. 역사까지 장악하려는 정권의 음모다.

친일세력과 독재세력을 철저히 배격하는 게 대한민국 헌법의 기본정신이다. 유영익 교수의 국편위원장 내정은 철회돼야 한다. 헌법정신을 유린하는 행위는 ‘대역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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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을 분노로 들끓게 만든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검정 취소 마땅"

 

 

꾸벅꾸벅 졸던 아이들도 4·3, 5·18 이야기에 눈 번쩍

교실을 분노로 들끓게 만든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검정 취소 마땅"

13.09.23 11:25l최종 업데이트 13.09.23 11:25l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 문제가 급기야 정치권에 의해 이념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성향을 운운하기 전에 사실 관계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쓰레기'일 뿐이라는 비판이 넘쳐나는 가운데, 현행 8종 교과서 중 7종의 좌파 교과서에 맞선 유일한 우파 교과서라며 치켜세우는 이들도 있다. 교과서 한 권이 우리 사회를 갈기갈기 찢어놓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은 어떨까. 학교에서 아이들은 교과서를 통해 공부를 하고 세상을 배워간다. 거칠게 말해서 교과서를 상품이라고 한다면, 아이들은 최종 소비자다. 교과서를 저술한 학계의 입장과 직접 수업을 하는 교사의 견해도 중요하겠지만, 정작 교과서를 처음 접한 아이들이 그 내용을 어떻게 읽고 받아들이는지도 생각해볼 문제다. 그래서 지난 17일 고등학교 2학년 한국사 수업에서 그 내용을 확인해봤다.

기실 수업시간 교과서를 읽어가며 수업하는 교사들은 많지 않다. 대개 교과서는 예습이나 복습할 때 읽어보도록 유도하고, 수업시간에는 교사가 미리 만든 파워포인트 자료나 학습지 등을 활용한다. 가르쳐야 할 내용에 비해 수업시수도 적고, 수업시간도 짧아 그저 칠판에 판서하며 수업하는 것조차 버겁기 때문이다.

또, 교사는 자신만의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 이미 정립돼 있지만, 어린 아이들은 아무 것도 그려지지 않은 '흰 도화지'에 가깝다. 곧, 교사는 어느 정도 '편견'이 몸에 배어 있어 교과서 내용에 크게 좌지우지되지는 않지만, 역사 공부를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교과서 서술은 토씨 하나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그들의 역사의식 형성에 절대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교학사 교과서는 '훌륭한' 수업 자료가 돼주었다. 교사로서 아이들의 우리 역사에 대한 지식수준과 해독 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더없는 기회이기도 했다. 빔 프로젝터를 통해 교과서에 수록된 전문과 사진 자료, 설명 등을 보여주고, 읽고 난 느낌 그대로를 발표해보라고 했다.

우선, 교사의 입김을 철저히 배제했다. 아이들이 어떻게 해석하든 중간에 개입하지 않고 듣기만 했다. 혹, 발표 내용을 성적에 반영할라치면, 교사의 눈치도 보고,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할 것이므로, 그 어떤 조건도 내걸지 않았다. 수업이 아닌 놀이로, 오늘 하루 그냥 '자습'하자는 취지로 아이들에게 보고 느낀 그대로 자유롭게 발언하도록 했다.

사건 발생 연도나 인물, 사진 등의 사실관계가 틀리거나 인터넷 검색 사이트 등에서 그대로 베낀 경우가 수두룩하지만, '오타'인 셈치고 추후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아이들에게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보여준 건 수록된 사진과 그에 덧붙여진 설명, 그리고 교과서 본문 서술로, 아이들마다 읽고 난 '첫 인상'을 나누려는 게 목적이었다.

"교과서와 다큐멘터리 중에 대체 어떤 게 진실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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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학사에서 발행한 한국사 교과서 이번에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을 통과한 교학사 판 한국사 교과서
ⓒ 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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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230쪽. '일본은 식민지를 자신들의 체제와 문화에 일치시키는 '동화주의'를 채택하였고, 나아가 '융합주의'를 적용하였다.' 괜히 아이들에게 보여줬다. 굳이 보여주려 했던 서술은 아니었다. 다른 문장을 보여주려 페이지를 넘기는 찰나에 '눈치 빠른' 아이가 대뜸 질문을 했다. "선생님, 융합주의가 뭐예요?"

기실 교사인 나도 생소한 용어다. 그 의미를 잘 모르겠다고 했더니, 아이들은 "선생님 역사 전공자 맞아요?"라며 되레 면박을 줬다. 융합주의란 학계에서 검증된 바 없는 낯선 용어다. 교과서 집필진들이 식민지근대화론에 입각해 임의로 끌어다 쓴 '신조어'라는 것이 학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자칫 무능한 교사로 낙인찍힐 뻔했다.

260쪽의 '일제 시기 고등 교육기관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일제와의 협력도 필요하였다'는 서술. 이 문장에서 아이들은 '도'라는 토씨에 주목했다. 만약 '협력이 필요했다'고 쓰면 너무 노골적이니 교묘하게 바꿔놓았다는 것이다. 여건상 일제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며, 은근히 일제를 두둔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278쪽. '1930년대 명동 거리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나라의 도시 모습과 큰 차이가 없다. 이러한 명동 거리의 생활 모습은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왔을까?' 아이들은 단박에 이렇게 반문했다. "지금 우리의 모습이 일제 때 비롯됐다는 이야기잖아?" 이구동성이건 아예 일제의 식민 통치를 미화하는 수작이라고 흥분했다.

293쪽. '이승만은 당시에 한국인들이 가장 존경하고 신뢰하는 지도자였다. 그는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방송을 함으로써 국민들과 더욱 친밀하게 되었고, 광복 후 국민적 영웅이 될 수 있었다.' 곳곳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헛웃음을 지었다. 어디서 들었는지, 힘에 부치는 듯 떨리는 목소리가 특징이었던 당시 이승만의 연설을 흉내 내며 깔깔거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당시 사람들이 가장 존경했던 지도자는 백범 김구라고 배웠는데, 아닌가요? 그래서 예전 10만 원 권 화폐 모델로 가장 많이 추천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는 여운형인가가 당시 미국이 생각한 대통령감이었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나요. 그건 그 사람이 당시에 가장 인기가 있었다는 것 아니겠어요?"

한 아이는 집에서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을 본 적 있다면서 이렇듯 혼란스러워했다.

"명색이 교과서인데 설마 거짓말을 서술하지는 않았을 텐데, 교과서와 다큐멘터리 중에 대체 어떤 게 진실인가요? 아무리 역사 해석은 다양할 수 있다지만, 사실을 왜곡했다면 둘 중 하나는 처벌을 받아야 마땅한 것 아닐까요?"

꾸벅꾸벅 졸던 아이들도 4·3과 5·18 이야기에 눈을 번쩍...

그러나 그 부분까지는 약과였다. 교실 내 아이들을 분노로 들끓게 만든 건, 제주 4·3사건과 5·18광주민주화운동을 편파적으로 기술한 부분에서다. 학교에서 해마다 4·3사건을 주제로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고 있는데다, 광주에 사는 고등학생이니 5·18에 대해서는 교과서가 아니라도 비교적 정확하게 알고 있으니 민감할 수밖에 없다.

305쪽에 제주 4·3사건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4월 3일 남로당의 주도로 총선거에 반대하는 봉기를 일으켜 경찰서와 공공기관을 습격하였다. 이때 많은 경찰들과 우익 인사들이 살해당하였다. 이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양민의 희생도 초래되었다.' 보자마자 아이들은 스크린에다가 삿대질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영화 <지슬>을 단체 관람하고, 수학여행 때 직접 들은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네요. 5·10 총선거에 반대한 건, 어떻게 이룬 해방인데 분단된 정부 수립을 획책하느냐는 제주도민들의 반발인데, 이런 사실을 전혀 알 수 없도록 숨긴 거잖아요."

"왜 1947년 3·1절 기념식 때 벌어진 미군정의 무차별 발포 사건에 대한 소개는 없는 거죠? 그게 4·3사건의 직접적 도화선이 됐다고 현지 해설사 분이 설명해주셨는데."

"대체 누가 가해자고 피해자죠?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남로당이 가해자, 경찰과 우익 인사, 그리고 그 과정에서 희생된 양민이 피해자라는 구도잖아요? 4·3평화기념공원과 유족들은 당시 군인과 경찰, 우익 세력에 의해 양민 대부분이 희생됐다고 강조했는데. 그들이 거짓말을 한 건가요?"

백문이 불여일견. 제주도에서의 4일간의 수학여행은 결과적으로 아이들에게 4·3사건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 듯하다. 아이들은 교과서 내용의 오류를 정확히 짚어내는가 하면 집필자의 의도조차 간파해내고 있었다. 여태껏 별 관심 없다는 듯 꾸벅꾸벅 졸거나 시큰둥해 하던 아이들도 4·3사건 이야기가 나오자 하나같이 눈을 번쩍 떴다.

326쪽. '5월 18일 광주에서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학생의 시위가 일어났다. 이에 진압군이 투입되면서 대규모 시위로 번지게 되었다. 충돌은 유혈화되었고, 시위대의 일부가 무장을 하고 도청을 점거하였다.' 토끼눈을 치켜뜨고 응시한 아이들은 모두가 허탈해했다. "그러니까 시위대가 문제라는 거네요. 그들의 폭력만 강조되고 있으니 말이에요."

"교과서를 쓴 사람들은 영화 <화려한 휴가>도, 영화로 만든 인기 웹툰 <26년>도 안 본 모양이죠? 당시 진압군으로 인해 고립되고 혼란스런 상황에서도 그 흔한 도난사고 한 건 발생하지도 않았고, 다친 사람들을 위해 앞다퉈 헌혈을 했던 공동체의 모습을 기리지는 못할망정 무장에 도청 점거라뇨?"

"발포 명령으로 수없이 많은 시민들이 학살됐고, 이미 신군부의 전두환과 노태우는 내란죄 판결을 받았는데 왜 그런 이야기는 없는 거죠? 죽어간 이들이 묻힌 곳은 이미 국립묘지가 됐고, 광주는 민주화 운동의 성지로 우뚝 서는 등 역사적 평가가 끝났는데, 교과서 내용은 그걸 인정 못하겠다는 것 같아요."

"한국사 교과서 권위 실추되기 전에 검정 취소하는 게 마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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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 파문 교학사 입장발표 교학사 한국사교과서가 '친일·독재 미화'로 파문을 일으키는 가운데,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교학사에서 양진오 대표이사를 비롯한 회사 간부들이 입장을 밝힌 뒤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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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시간 끝종이 울렸는데도 아이들의 발언은 계속됐다. 근래 들어 이렇게 활기찬 수업은 처음이었다. 비록 교과서가 아닌 인터넷과 스크린을 통해서이지만, 역사를 암기과목으로만 여겨 지루해하던 아이들이 교과서 내용을 분석하고 집필진의 성향을 간파해내고 있었다. 지도안에 따른 교사의 별도 강의 없이, 교과서를 읽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역사 교육이 된 셈이다.

수업을 마무리하면서, 교육부가 '오류투성이'인 이 교학사 교과서를 비롯한 8종의 모든 교과서를 수정 보완하도록 지시했다고 설명했더니, 아이들은 교육부의 '의도'가 뭔지 알겠다면 비아냥거렸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데, 교육부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심지어 교육부가 교학사 교과서 집필진들에 구린 데가 있나보다며 키득거리기도 했다.

"오류가 300건 정도라면서요? 교과서 전체 쪽수를 감안하면, 평균 매 쪽마다 한 건씩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건데, 참 어이가 없네요. 더욱이 많은 국민들로부터 일본 우익 교과서보다 더 하다는 조롱을 받는 교과서인데, 그게 수정한다고 될 일인가요? 채택을 하고 말고를 떠나, 한국사 교과서의 권위가 실추되기 전에 검정을 취소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수업 총평하듯 한 아이가 내뱉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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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3일 아침브리핑

아침브리핑2013/09/23 09:04Posted by 동북아의 붉은_달

1. 북, 이산가족상봉 연기

 

북한은 21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산가족 상봉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자신들의 성의로 대화가 재개됐음에도 박근혜 정부가 <원칙있는 대북정책>으로 북한을 견인하는 데 성공했다고 호도한 점 ▲금강산관광에 대해 <돈줄> 운운한 점 ▲국제대회 운영에 대해 <변화> 운운한 점 ▲흡수통일을 주장하며 전쟁연습과 무력증강에 광분한 점 ▲<내란음모사건>을 북한과 연결시켜 남북화해와 통일을 주장하는 진보민주인사들을 탄압하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북한은 ▲대화와 협상이 진행될 수 있는 정상적 분위기가 마련될 때까지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 재개 회담 연기 ▲반북전쟁책동에 단호하고 결정적 대응조치 취할 것 ▲<내란음모사건>에 북한을 연결시키고 통일애국인사들을 탄압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 등의 입장을 밝혔다.

 

북한의 발표에 대해 김관진 국방장관이 15일 국방정책설명회에서 <북한이 국내의 종북세력과 연계해 사이버전, 미디어전, 테러 등으로 사회혼란을 조성하는 4세대 전쟁을 획책할 것>이라는 발언이 발단이 됐다는 지적이 있다. 김 장관은 이명박 정부 시기부터 종종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해 북한의 반발을 불러온 인물로, 개성공단 사태도 김 장관의 <개성공단 인질 구출작전> 발언이 발단이 되었다.


한편 21일 언론들이 일제히 북한 최고지도부를 모욕하는 기사를 싣고 이에 북한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남북관계는 앞으로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2. 박근혜 대통령 핵심 복지 공약 축소

 

박근혜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준비 과정에서 기초노령연금, 4대 중증 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 부담, 반값 등록금 등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복지 공약을 대폭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진영 보건복지부장관이 사의 표명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방 사회간접자본 관련 공약들도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을 위해 국민을 우롱한 것으로 됐다.

 

3. 미육군 항공정찰부대 순환 배치

 

18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는 평택 주한미군기지에 무장정찰헬기 <OH-58D 카이오와 워리어> 30대와 병력 380명으로 구성된 육군 항공정찰부대를 9개월 동안 순환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작년 초 <아시아태평양 중시정책> 발표 후 지상군을 순환배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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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남긴 ‘12.19부정선거’ 흔적들

더 이상 안 되겠다 꺼낸 카드 ‘검찰총장 찍어내기’
 
육근성 | 2013-09-23 09:42:3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인쇄하기메일보내기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이후 국정원의 행보는 누가 봐도 미심쩍기 짝이 없다. 국정원 대선·정치 개입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면 국정원은 영락없이 큼지막한 사건을 들고 나와 국민의 시선을 딴 곳으로 돌리려 했다.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국정원의 행보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국정원이 보여준 행보를 정리해 보면 신기할 정도로 딱 맞아 떨어지는 게 있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는 움직임 직후에는 반드시 국정원이 대형 의혹을 터뜨려 왔다.

실과 바늘 같다. 진실 규명 움직임 뒤에는 예외 없이 국정원발 사건이 정국을 뒤흔들었다. 여태껏 이토록 집요한 물타기는 없었다. 국정원 위에 있는 최고권력이 개입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국정원의 단독행동이 아니라는 얘기다. 배후가 청와대 아니고는 이럴 수는 없다.

단순한 선거법위반 사건이 아니다. 국정원이라는 막강한 국가기관이 특정 후보 당선을 위해 댓글을 달고 여론을 조작했다면 지난 12.19선거는 분명한 부정선거가 된다. 부정선거라는 게 사실로 확인되면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여당과 합작한 방해책동, 눈물 겨울 정도

때문에 실체적 진실로 나아가는 길목을 차단하기 위해 사상 초유의 물타기 작전이 감행된 것이다. 별의별 방법이 다 동원됐다. 새누리당과 합작한 국정원의 방해책동은 그야말로 눈물겨울 정도다.

검찰 수사가 진상규명 쪽으로 흘러가자 국정원과 청와대는 황교안 법무부장관을 내세워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선거법위반 혐의 적용을 한사코 막았다.

‘황교안 방어벽’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실천하려는 채동욱 총장과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국민 여론에 의해 뚫리고 만다. 검찰이 원세훈-김용판을 선거법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이러자 국정원은 야당의 칼을 무디게 만드는 동시에 여론을 호도할 수 있는 강력한 물타기 작전을 감행한다.

야당과 촛불이 ‘황교안 방어벽’ 뚫자 감행한 NLL 물타기 작전

'원세훈-김용판'이 선거법위반으로 기소된 때는 6월 17일. 3일 뒤인 20일 국정원이 꺼낸 카드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이었다. 발췌본 공개로 국정원에 비난여론이 일자 박 대통령은 “국정원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국민앞에 의혹을 밝힐 필요가 있다”며 한 술 더 뜨는 발언(6.24)을 한다.

이 발언이 나오고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정원이 아예 대화록 전문을 공개한다. 보수 언론들과 여권이 합세해 ‘NLL을 포기한 종북 대통령’과 종북세력에 맞서 당연한 일을 했다며 국정원을 두둔하고 나섰다. 전문 공개는 대통령의 재가 없이 불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부정선거 의혹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외려 발췌본과 전문 공개에 불법여지가 있다는 비난이 일자 촛불 확산 등의 ‘역풍’을 우려한 새누리당은 수개월간 시간을 끌어온 ‘국정원 국정조사’ 합의라는 카드를 꺼내 국면 돌파를 시도한다.

‘역풍’ 일자 국정원 국정조사에 합의한 여당

국정조사는 엉망이었다. 야당은 여당의 방해공작을 당해낼 힘이 없었다. 새누리당은 보수언론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진상규명을 저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국정조사를 잘 틀어막긴 했지만 원세훈-김용판 공판이 문제였다. 검찰이 녹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 공판부터 검찰은 “원세훈은 신종 매카시즘”이라며 무리하게 종북딱지를 붙이는 등 불법적으로 국정원 조직을 동원해 대선과 정치에 개입해 왔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이 같은 태도에 국정원과 여당이 크게 당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대로 두었다가는 선거법위반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 12.19부정선거’ 논란이 대대적으로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이라는 우려가 팽배했을 것이다.

검찰 “원세훈 메카시즘”, 당혹해 꺼낸 카드 ‘이석기 내란죄’

검찰이 “원세훈은 신종 매카시즘”이라고 몰아붙였던 첫 공판(8월 26일)이 있은지 이틀 뒤 국정원은 내란예비음모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있다며 통진당 이석기 의원과 통진당 간부들을 압수수색했다.

국민과 여론이 크게 동요했다. 광주 학살을 자행하고 반란을 통해 권력을 잡은 전두환에게나 적용되는 게 내란죄인 줄 알았던 국민들은 경악했다. 하지만 ‘내란죄’ 카드를 빼들면 국정원 개혁과 대선개입 진상규명에 대한 여론이 상당 부분 사그라들 것으로 예상했던 국정원과 여당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석기 사건’이 설령 ‘내란음모’로 결론 난다 해도 이것과 국정원 개혁, 대선개입 진상규명 등은 별개의 문제라는 게 국민들의 인식이었다. 오히려 국정원이 ‘이석기 사건’으로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비난이 일었다.

‘내란죄’ 약발 기대 이하인데 ‘원 -김 공판’ 새로운 사실 드러나니

‘내란죄’ 약발이 신통하지 않아 고심하고 있는 동안 원세훈-김용판 공판은 계속됐다. 검찰은 9월 16일까지 총 4차례 진행된 ‘원세훈 공판’에서 새로운 증거와 정황을 제시했다.

민간인 댓글 조력자가 월 300만원의 보수를 받았으며 대선 다음날 댓글 여직원 김하영씨에게 “덕분에 선거결과를 편하게 봤다”는 문자메세지를 보낸 것과 국정원 3차장이 김용판 전 서울청장에게 수차례 수사 상황을 물었고 댓글 당일에는 직접 만났다는 게 사실로 밝혀졌다.

‘김용판 공판’에서는 김 전 청장이 김하영씨의 컴퓨터에 대해서 디지털 증거분석 범위를 축소·한정시켰다는 것과, 김하영씨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막은 사실, 허위 수사결과 밮표 날짜를 미리 정하는 등 사전 모의한 정황 등이 드러났다.

더 이상 안 되겠다 꺼낸 카드 ‘검찰총장 찍어내기’

원세훈-김용판 공판을 통해 혐의사실이 속속 드러나니 국정원과 여당의 불안감은 증폭될 수밖에. 2차, 3차 공판(9월 2일~9일)이 진행된 직후 드디어 조선일보가 일을 쳤다.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식’ 의혹을 보도(9월 9일)한 것이다.

 

 

NLL대화록 공개나 내란죄 논란으로도 물타기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자 이번엔 국정원 수사 잘 하고 있는 검찰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뜬금없이 ‘혼외자식’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검찰총장 '찍어내기'의 배후에 국정원과 청와대가 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나 마찬가지다.

채 총장 사퇴 이후가 문제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진상규명을 방해해 12.19부정선거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저들의 시도는 그간 정치적 중립을 표방한 채동욱 총장 체제의 검찰에 의해 저지당해 온 게 사실이다.

보루가 무너졌으니 저들의 야멸찬 획책과 증거 지우기가 본격화될 것이다. 검찰이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공소 유지에 대한 의혹을 상실한 검찰이라면 ‘원세훈-김용판’을 선거법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는 유력한 증거를 갖고 있다 해도 이를 재판부에 내놓을 리 없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블로그 '스파클링'>

일련의 ‘물타기’, 국정원이 남긴 부정선거의 흔적들

검찰과 재판부의 보이지 않는 ‘공조’를 통해 무혐의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민주당은 벌써 그런 조짐이 보인다며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국정원대선개입 진상조사특위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원 전 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주요증거들을 공개재판에서 자신 있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검찰에 대한 외압 의혹을 제기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지 9개월. 그동안 국정원의 행동을 예의 주시해보면 중요한 시기마다 진상규명을 방해하기 위한 ‘물타기’가 계속돼 왔다는 사실이 일목요연하게 확인된다.

국정원의 ‘물타기’는 대선 개입 사실을 스스로 시인하는 행동이나 다름없다. 정말 대선에 개입한 사실이 없다면 이토록 집요하고도 타이밍 절묘한 일련의 사건을 저지를 필요가 있겠는가. ‘물타기’는 국정원이 스스로 남긴 부정선거의 ‘흔적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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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레 기만하는 대결의 칼 숨겨져 있다”비난

북, 손에 칼을 쥔 자들과 악수할 수 있는가?

 
“겨레 기만하는 대결의 칼 숨겨져 있다”비난
 
이정섭 기자
기사입력: 2013/09/23 [10:30] 최종편집: ⓒ 자주민보
 
 

조선이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며 극도로 자제헤 오던 남측에 대한 강경 발언들을 또 다시 쏟아내고 있어 남북관계 개선까지는 남측의 진정성이 있는 자세가 필요 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의대표적 언론 기관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1일 논평을 통해 “보수패당이 북남사이의 화해와 신뢰조성에 대하여 제창하는 것은 국제사회와 겨레를 기만하는 빈말뿐이며 속통에는 대결의 칼이 숨겨져 있다.”고 비난했다.

조선중앙통신 논평은 “조선반도정세가 완화의 길에 들어서고 북남관계가 화해, 협력에로 나아가려 하는 초입에서 이를 음으로 양으로 방해하는 세력들이 있다.”며 “최근 남조선집권자를 비롯한 요직 정치인들이 줄줄이 나서서 공화국의 성의 있는 대화제안과 적극적인 노력에 의하여 모처럼 마련된 화해분위기를 저들이 《견인》하고 있으며 그 무슨 《원칙 있는 대북정책》의 결실이라고 떠들었다. 금강산관광이 그 누구의 《돈줄》이라고 중상하면서 지어는 우리가 관례와 규정에 따라 진행한 국제경기까지 거들며 해괴한 《변화》나발을 불어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신문 논평은 “이것은 겨레가 소원하는 것이라면 만사를 불구하고 그 실현을 위해 모든 아량과 성의를 다해온 우리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우롱이며 도발이 아닐 수 없다.”면서 “극단으로 치닫던 조선반도사태는 어떻게 완화의 길에 들어설 수 있었는가. 완전폐쇄의 벼랑 끝에 내몰렸던 개성공업지구를 정상가동의 주로에 들어서게 하고 민족분열의 비극적산물인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과 중단되었던 금강산관광재개와 같은 문제들을 대범하게 풀어나가기 위하여 성의 있는 노력을 다해온 것은 과연 누구인가.”라고 반문했다.

논평은 “사실 우리는 지금까지 민족의 화해와 북남관계발전을 위하여 보통의 상식으로써는 참을 수 없는 보수패당의 대결망동까지도 묵인하여왔었다.”며 “그런데 괴뢰들은 날로 우리의 선의와 아량을 악용하면서 체제와 제도를 전면부정하는 극단적인 대결소동까지 매일같이 벌리면서 대화상대방을 자극하고 있다. 대화의 막 뒤에서 《자유민주주의체제에 의한 통일》을 떠벌이고 미국상전과 야합하여 《군사분계선을 넘어서는 타격》이요 뭐요 하며 노골적인 북침전쟁소동과 무력증강에 광분하고 있다.”며 변하지 않은 남측의 반북대결정책을 고발했다.

또한 “그 무슨 《내란음모사건》이라는 것을 우리와 억지로 연결시켜 북남사이의 화해와 단합, 통일을 주장하는 모든 민주인사들을 《용공》, 《종북》으로 몰아 탄압하는 일대 《마녀 사냥극》을 벌리고 있다.”며 “이러한 속에서도 북남사이의 대화와 협상이 진행되어온 것은 철두철미 우리의 인내성 있는 노력의 결과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남관계의 진전을 저들의 《원칙론》의 결과로 광고하고 계속 대화상대방을 자극하며 비양거리는 것 자체가 대결본색의 발로이고 초보적인 인륜법도도 지키지 못하는 불망나니들의 처신”이라며 “보수패당이 북남사이의 화해와 신뢰조성에 대하여 제창하는 것은 국제사회와 겨레를 기만하는 빈말뿐이며 속통에는 대결의 칼이 숨겨져 있다.”고 단죄했다.

아울러 “겉으로는 대화의 손을 내밀고 그에 배치되는 위험천만한 각본을 직접 꾸며내고 연출하고있는 것이 바로 보수패당”이라면서 “대화상대방을 향해 공개적으로 칼을 빼든 자들과 과연 정상적인 대화와 북남관계발전을 논할 수 있는가. 보수패당이 지금처럼 북남관계를 적대관계로 삼고 모든 대화와 협상을 대결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는 조건에서는 그 어떤 문제도 올바로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은 명명백백하다.”며 대결적 관계에서 대화를 지속 할 수 없음을 시사했다.

조선중앙통신 논평은 특히 “만약 《대화 있는 대결》이 보수패당의 원칙이라면 북남관계의 초보적인 발전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조성된 사태에 대한 전적인 책임은 남조선보수패당에 있다.”고 전해 이번 이산가족상봉행사 무기한 연기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 무산 등의 책임이 남측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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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왜 이산가족상봉 연기를 결정했을까?

<연재> 정창현의 ‘김정은시대 북한읽기’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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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9.23 08:3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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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나흘 앞둔 지난 21일 행사 연기를 발표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까지 미루겠다고 밝히면서 남북관계는 다시 난기류에 빠져들고 있다. 벌써부터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던 남북관계가 다시 긴장국면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정확한 정세인식과 대응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이 왜 이같은 결정을 내렸는지 파악하는 것이 순서다.

상봉행사 연기를 발표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담화를 통해 북한은 ‘남한의 대결적 자세로 인해 정상적인 대화 분위기가 형성돼 있지 않다’며 △남한은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에 의해 현재의 남북간 유화국면이 형성됐다고 적반하장식으로 선전하고 있다 △남한이 북한의 체제와 제도를 전면부정하면서 전쟁을 획책하고 있다 △남한 정부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구속사건 등으로 ‘진보민주인사’들을 탄압하고 있다는 등 3가지를 구체적인 연기 이유로 들었다.

잇단 대북 강경발언과 공안정국 조성이 빌미 제공

여기서 거론한 세 가지 이유는 지난 9월 20일 북한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와 가진 대담에서 대남기구인 민족화해협의회 부장이 “대결관념은 북남관계 개선을 저해하는 중요한 요인”이라며 지적한 사례와 대체로 일치한다. 그는 “지난 8월 ‘을지 프리덤 가디언’ 합동군사 연습에 미국의 핵전략 폭격기 B-52H 편대를 끌어들여 군사적 도발을 감행한 것”과 “김관진과 같은 호전광을 내세워 우리를 자극하는 도발적 망언들을 연이어 일삼게 한 것”, 그리고 “특히 통합진보당의 내란음모사건이라는 것을 조작하여 우리(북)와 억지로 연결시키면서 폭압소동을 일삼고 있는 것” 등을 남측 보수집권세력의 뿌리깊은 대결의식에서 비롯된 사례로 언급하면서 “반민족적인 대결관념을 없애지 않고서는 북남관계의 발전도 나라의 평화와 통일도 이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대남부서에서 이러한 사안들에 대해 대단히 예민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에 앞서 북한은 세 가지 사안에 대해 개별적으로 반박한 바 있다.

북한은 박근혜 정부의 신뢰프로세스의 결실로 남북대화가 열렸다는 평가에 대해 개성공단 재가동과 이산가족상봉 합의가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려는 애국애족의 입장으로부터 출발한 우리(북)의 온갖 성의와 인내성 있는 노력”의 산물임을 내세웠다. 이석기 의원사건이 북한과 관련됐다는 남측의 보도에 대해서는 9월 6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명의로 “괴뢰보수패당이 이번 사건을 우리와 억지로 결부시켜보려고 하는 것은 우리의 대화 평화 노력과 북남관계 개선 의지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이며 용납 못할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북한은 김관진 국방장관의 잇따른 강경발언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북한은 지난 9월 9일 김관진 장관이 국방대학교 주최 제1회 서울국제군사심포지엄(SIMS)에서 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이미 한반도를 넘어 아.태지역과 세계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소가 됐다”는 발언내용, 9월 15일 인천에서 열린 국방정책 설명회에서 “북한은 종북세력과 연계하여 사이버전, 미디어전, 테러 등으로 사회혼란을 조성하는 이른바 4세대 전쟁을 획책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내란음모사건은 그 준비로 볼 수 있다”는 발언내용을 문제삼았다. 김 장관은 최근 북측이 대화에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술적 대화공세”라고 평가한 바 있다.

이러한 발언에 대해 북한 조평통은 9월 18일 서기국 보도를 발표해 “(북한의 4세대 전쟁 획책 발언은) 북남관계 개선과 긴장완화에로 나가는 대세의 흐름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인 망동이며 민족의 화합과 통일을 위해 성의 있는 노력을 다하고 있는 공화국(북)에 대한 참을수 없는 우롱이고 용납 못할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현 남조선 당국이 동족의 선의와 아량, 대화와 평화의지를 비방중상하고 악랄하게 도전해 나서고 있는 김관진과 같은 역도를 끼고 돌면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떠드는 것은 민심과 여론을 오도하기 위한 허위와 기만으로 밖에 달리는 볼 수 없다”며 남측 당국에 사실상 김관진 장관의 해임을 요구했다. 대화와 대북강경발언은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을 연기하면서 북한이 내세운 세 가지 이유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개성공단이 재가동되고, 이산가족상봉 행사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남측 책임 있는 당국자의 계속된 강경발언에 대해 여러 차례 경고(?)했으나 이에 대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자 행사를 연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연기함으로써 남측의 대북강경발언에 대해 강력한 항의 의사를 내비친 셈이다.

올해 초에도 김관진 장관은 ‘대북 선제타격’, ‘북한 지휘부 궤멸’, ‘김일성.김정일 동상 파괴’, ‘개성공단 인질 구출작전’ 등 북한을 자극하는 강경발언을 주도해 개성공단 존폐 위기를 불러왔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남북대화를 주도하고 있는 북한의 대남라인들은 이러한 대북강경발언들이 계속될 경우 올해 초처럼 북한 국방위원회가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고, 그럴 경우 어렵게 조성된 남북대화국면이 다시 대결국면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으로 연기라는 ‘고육지책’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무산이 아닌 연기라고 하고, ‘대화와 협상이 진행될 수 있는 정상적인 분위기가 마련될 때’ 다시 재개하자고 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북한은 박근혜 정부가 진보인사를 ‘종북’으로 탄압하고, 이석기 의원 사건을 북한측과 연계시키며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치적으로 선전하는 남북대화를 하며 지속하는데 상당한 부담감을 가졌을 것이다. 실제로 조평통은 대변인 성명에서 “북남관계를 적대관계로 삼고 모든 대화와 협상을 대결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가 핵문제와 5.24조치 등을 이유로 금강산 재개 실무회담을 여는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연기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분석한다. 그러나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실무회담과정에서 보여준 북한의 협상태도를 볼 때 ‘이산가족상봉 후 금강산관광 회담’은 북한이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남한에 넘어간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회복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도 이런 측면에서 빗나간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은 ‘돌다리도 두드리며 간다’식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에 적응해가고 있었다.

20일 김정은 제1위원장 주재 ‘금요협의회’에서 연기 결정

그렇지만 21일 오전까지만 해도 이산가족상봉 준비를 위한 남측선발대와 실무협의를 하던 북측이 새롭지 않은 세 가지 이유만으로 돌연 상봉행사를 연기한 것은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

지난달 29일 북한 국방위원회는 담화에서 “여러가지 건설적이고 과감한 평화적 조치들을 구상하고 실천해 나가기 위한 문제들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고, 9월 16일까지도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개성공단이 재가동에 들어가기로 합의하고, 이산가족상봉 등 다양한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을 알리면서 “고도의 경각성과 최대한의 자제력을 유지하면서 평화와 대화의 의지를 변함 없이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더구나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반도의 평화를 수호하고 평화적 환경에서 북과 남의 화해와 단합으로 자주적 통일을 이룩하려는 우리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며 “현실은 이를 입증할 것”이라고 대화에 강력한 의지를 표시했다.

그런데 21일 돌연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과 10월 2일로 예정돼 있던 금강산 관광 재개 회담을 연기했다. 9월 15일 김관진 장관의 발언이 북한을 자극한 것은 분명하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갑작스러운(?) 북한의 변화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렇다면 5일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북한의 행사 연기발표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성명으로 발표됐지만 전날인 20일 금요일에 개최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른바 ‘금요협의회’에서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해 취임이후 화요일과 금요일에 간부 협의회를 열고 주요 현안들을 논의, 결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화요협의회’에서는 노동당 중앙당 산하 각 조직들이 회의 전 주에 올린 보고와 긴급 현안 중 경제와 국내 정책 관련 사안들을 토론하고, ‘금요협의회’에서는 주로 대남.대미.대중 등 국제 현안과 안보 문제들이 논의된다고 한다(〈중앙선데이〉제326호,2013.6.9).

실제로 1월 27일 북한의 언론매체는 3차 핵실험을 앞두고 김정은 제1위원장이 ‘국가안전 및 대외 부문 일군협의회’를 개최해 해당 부문 간부들에게 구체적인 과업을 제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이 협의회가 25일 금요일에 열렸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협의회에는 최룡해 총정치국장, 현영철 총참모장,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과 당중앙위원회의 박도춘 군수 담당 비서, 홍승무 기계공업부 부부장, 김영일 국제 담당 비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참가했다.

마침 9월 20일은 김계관 제1부상이 중국을 방문(16-20일)해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 왕이 외교부장, 장예쑤이 외교부 상무부부장,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 등을 각각 만나 한반도정세와 6자회담 재개 등에 대해 논의하고, 중국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소가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개최한 1.5트랙(반관반민) 형식의 ‘6자회담 10주년 기념 국제 토론회’에 참석하고 돌아온 날이다. 당연히 20일 ‘금요협의회’에서는 김 제1부상의 보고가 있었을 것이고, 현안이 되고 있는 북미관계, 남북관계, 북중관계 등이 논의됐을 것이다.

특히 북미관계와 관련해서는 미국과 한국이 사전조치를 요구하며 6자회담 재개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으며, 미국이 6자회담 재개를 통한 ‘한반도비핵화’ 협상보다 시리아문제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 논의되고 9월-10월로 예상했던 북미대화가 올해 안에 힘들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중국을 방문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 등을 잇달아 만난 뒤 왕이 외교부장이 미국을 방문해 19일(현지시간)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가진 직후 조평통 성명이 나온 점도 이를 시사한다.

지난 6월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밝히며 미국에 고위급회담을 제안한 후 6자회담 관련국들 사이의 접촉이 활발했다. 특히 북한의 지지를 얻은 6자회담 의장국 중국은 여러 경로를 통해 미국에 북한과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8월 미국을 방문한 중국 창완취안 국방부장이 미국 척 헤이글 국방장관과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며 “미국이 어렵게 얻은 대화 기회를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9월 19일(현지시각)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 방안을 도출하자’고 제안했으나 케리 국무장관은 “한반도 핵문제 등 중요문제에 대해 소통과 협조를 보다 강화하자”고 피해갔다. 이보다 앞서 9월 18일 열린 ‘6자회담 개최 10주년 국제연구토론회’에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촉구했으나, 미 국무부는 18일(현지시각) 북한측에 ‘비핵화 사전조치’를 촉구하며 공을 넘겼다.

북한과 미국은 뉴욕채널을 통해 8월 말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방북에 합의했으나 북한은 미국이 한미연합군사훈련 기간 동안 ‘B-52H’전략폭격기를 출격시킨 것을 빌미로 방북 최소를 통고했다. 북한은 중국 우다웨이 6자회담 대표의 방북 기간(8월 26-30일)에 “그동안 평화 대화의 시작에 이러저러한 전제조건을 달면서 대결 노선에 집요하게 매달려온 미국과 남조선 당국이 더 이상 시비할 수 없는 대범한 행동 계획, 통이 큰 문제타결안이 구상됐을 수 있다”는 분위기를 조성했지만 미국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북한 당국의 분명한 의사 표시를 고수했다.

9월 초에 방한 한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북핵 6자회담 재개 문제와 관련해 “협상 재개가 완전한 비핵화에 이르는 신속한(rapid) 로드맵 도출에 성공할 것이라는 확실한 신호(indication)를 원하고 있다”며 어느 때보다는 ‘북한 비핵화’를 강조했다. 북한은 일단 6자회담이 열리면 ‘과감한 평화적 조치’를 내놓겠다는 것이고, 미국은 그것을 신뢰할 수 없으니 6자회담 재개 전에 행동으로 먼저 확고한 의지를 보이라는 것이다. 지난 4월이후 여러 통로로 진행된 북미간 대화과정에서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문제가 생긴 게 분명하다.

9월 20일 ‘금요협의회’에서는 이같은 북미간 정세가 종합적으로 논의되고, ‘전제조건 없는 6자회담’재개 입장을 재확인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이날 협의회에서는 남북대화에서 ‘속도조절론’이 제기됐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1999년이후 북미대화와 남북대화를 병행 발전시킨다는 노선을 견지해 왔고, 이 노선은 김정은시대에 들어와서도 ‘포괄적 세계전략’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북미대화가 정체된 상황에서 남북대화가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없다는 게 북한의 판단이었을 것이다.

또한 북한이 이산가족상봉과 연계해서까지 재개하려고 했던 금강산관광도 남쪽의 소극적 자세도 문제지만 6자회담이 열리지 않는 조건에서는 재개되기 힘들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리고 남측 당국자들의 잇단 자극적인 발언과 ‘공안정국’ 조성 등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대한 협의가 있을 것이다. 특히 이러한 발언과 상황이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인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되고, 남북대화가 남측의 정치상황에 이용되는 측면이 거론됐을 것이다. ‘강경발언’이 주류를 이뤘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요협의회’에서 대남관계자들이 남북대화 유지를 주장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더구나 남측에서 북한의 최고지도자나 체제를 건드리는 발언을 하지 않는다는 담보가 없는 조건에서는 누구도 ‘대화국면’ 유지를 건의하기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북한 조평통이 9월 18일 “북남관계에서의 새로운 발전과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재앙을 몰아오는 김관진 역도와 같은 시대의 오물들을 하루빨리 제거해 버려야 한다”며 “우리는 북남관계 개선과 민족의 화합과 통일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일 것이지만 우리의 존엄을 우롱하며 도발적으로 나오는 역적무리들을 결단코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발표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김관진 장관 등의 대북발언이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인지, 그것이 아니라면 ‘신뢰프로세스’ 추진을 위해 대북강경발언이 나오지 않도록 단호한 조치를 취하라는 것이다.

이같은 점에서 이산가족상봉 연기라는 북한의 결정은 8월 말 킹 특사의 방북무산으로 상징되는 북미대화의 중단에서 잉태됐고, 9월 15일 김관진 장관의 대북발언이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김정은시대 북한이 보여줄 수 있는 ‘성의와 인내’는 여기까지인 셈이다. 남측의 여론과 민심을 고려해 합의된 이산가족상봉 행사까지는 진행하자는 발언을 할 수 있는 고위간부나 정책적 유연성을 기대하기는 아직까지 어려운 듯하다. 당분간 경제건설에 주력하면서 박근혜 정부와 미국의 태도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이 “북남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나갈 것”이라며 “남조선에서 벌어지는 금후의 사태를 예리하게 주시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박근혜 정부의 대응에 따라 향후 대화 재개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화국면’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냉각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 7월 6차 개성공단 실무회담이 결렬됐을 때 먼저 대화를 다시 제안해 개성공단 정상화를 이끌어냈던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에는 어떤 선택을 할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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