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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님, 교육감을 그렇게 해선 안됩니다

[넥스트브릿지] 교육감 직선제 폐지의 다섯 가지 문제점

22.12.28 05:05최종 업데이트 22.12.28 05:05
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 [편집자말]

▲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시도지사와 교육감의 러닝메이트제가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 ⓒ 대통령실 제공

 
교육감 직선제 폐지 논의의 판이 커졌다. 국민의 힘 정우택 의원과 김선교 의원이 교육감 직선제 폐지 법안을 발의하였고, 윤석열 대통령도 국정과제 점검 회의에서 시도지사와 교육감의 러닝메이트제가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 교육부도 정개특위에 러닝메이트제 도입에 찬성하는 입장을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반대했던 교육부가 불과 몇 년 사이에 입장을 바꿨다.

실제론 시도지사의 교육감 임명제

먼저 정우택 의원과 김선교 의원의 발의안을 살펴보자.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과 공직선거법안을 보면 말이 좋아 러닝메이트제이지 정확히는 시도지사의 교육감 임명제이다. 시도지사 후보자가 후보자 등록을 신청할 때 지명한 교육감 후보자 서류를 포함하고 이를 선거 과정에서 알리게 된다. 시도지사의 선거 공보물에 교육감 후보자로 누구를 정했다고 밝히거나 교육 공약이 일부 포함되는 방식이 된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시도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발의안에는 크게 3가지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 후보자의 선거 비용 부담이 크다는 점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밝힌 자료에 의하면 교육감 후보자 1인 평균 지출액은 10억 6천여만 원인데, 시도지사 평균 지출액이 8억 9천 3백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후보자의 비용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교육감 후보자가 정당의 지지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나타난 당연한 결과이다.

둘째, 관심 부족에 의한 무효표가 발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밝힌 교육감 선거 무효표는 90만 3249표인데 시도지사 무효표는 35만 828표다. 시도지사보다 2.6배가량 많았다. 시도지사는 정당과 연관하여 투표가 진행되지만 교육감 후보는 그렇지 않다. 이름만으로 투표를 해야하다 보니 관련 정보를 모르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음을 시사한다.

셋째, 교육자치와 일반자치의 분리 현상 극복이다. 교육감과 시도지사의 교육철학 차이로 인한 긴장과 갈등 사례가 발생한다. 교육자치와 일반자치 통합에 대한 지속적 요구다. 

직선제 폐지 주장의 다섯 가지 문제점

이러한 직선제 폐지 주장의 문제는 무엇일까? 우선은 헌법 31조 4항과 교육기본법 제5조에서 보장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차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정당의 경선 과정과 지원을 거쳐 당선된다. 통상 정치를 이야기할 때 긍정적 의미와 부정적 의미를 동시에 사용한다. 교육 영역은 상대적으로 정당과 정치의 요소가 덜했는데 교육의 정당 내지는 정치의 예속화 현상은 더욱 심화할 수 있다. 긍정 의미보다는 부정 의미가 강해진다.

교육 과정이나 학생들의 발달단계, 교육 행정의 특성, 장학(獎學)의 의미에 대해서 충분한 학습과 이해가 부족한 시도지사가 본인이 임명한 교육감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내렸을 때 그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해도 거부하기 쉽지 않게 된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무상급식에 앞장서서 반대했던 사례를 떠올려보자. 직선제 교육감들은 무상급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가지고 갈등, 대화와 토론, 설득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임명제 교육감들은 시도지사의 지시를 따라야 할 뿐 구조적으로 소신을 펴기 어렵다.

그러한 문제가 무상급식뿐일까? 예컨대 시도지사가 낡은 교육철학을 가지고 앞장을 서면 교육감도 따라야만 한다. 교육감은 도청의 교육국장 수준으로 전락하게 된다. 아직도 서울권 명문대에 몇 명을 보냈느냐에 관심을 두는 지자체장도 있다. 그러면서 그들은 지역 소멸을 걱정한다.

둘째, 교육 특성에 대한 몰이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교육은 일반 행정과 달리 교육과정, 학생들의 발달단계, 전인적 성장을 다룬다. 예컨대 학력이 떨어지는 학교와 학생에 교육행정은 오히려 더 많은 지원을 하기도 한다.

이는 일반 행정의 논리와 문법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특수하고 고유한 영역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동시에 효율성과 시장 논리로 환원되지 않는 영역이 분명 존재한다. 즉, 예산을 투입해 어떤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시장의 영역이 아니라는 점이다.

교육에 대한 몰이해는 자칫 외적 성과를 중시하는 정책과 사업, 프로그램에만 신경을 쓰게 만들 수 있다.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교육과정은 무관심의 영역으로 치부될 수 있다. 지자체장의 교육에 대한 몰이해 내지는 무관심으로 어려움이 가중된 사례도 적지 않다. 지자체장의 과거 문법에 사로잡힌 철학 내지는 정치적 득실로 교육 정책 판단이 내려지는 것은 그야말로 재앙에 가깝다.

셋째, 민주주의 관점에서 직선제 폐지는 문제가 있다. 교육감 직선제는 지난한 역사의 과정을 거친 산물이다. 임명제나 간선제보다 직선제가 민주주의 원리에 부합한다. 경제적 효율성이나 정책 통일성, 일관성의 관점에서 보면 임명제나 간선제가 더욱 적합하다.

그러나 이러한 가치를 희생하고서라도 민주주의 관점에서 직선제가 갖는 의미가 크다. 유권자가 다양한 후보들을 판단하면서 누가 적임자이고 어떤 공약이 국가, 지역, 교육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되는가를 고민하고, 숙의와 공론의 과정을 거쳐 함께 책임을 지는 과정이 민주주의의 핵심이 아닌가?

학부모와 주민이 투표권을 가지고 교육정책의 방향을 결정하고 최적의 후보를 고를 기회를 제한할 필요가 없다. 교육감 직선제가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한국교총 주도로 헌법 소원을 냈는데 헌법재판소는 본안을 다루지 않고 각하한 바 있다.
  

▲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교육감직선제 위헌 소송을 제기하기 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헌법소원심판청구서에서 교육감 직선제가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 교사·교원의 가르칠 권리 또는 직업수행의 자유, 학부모의 자녀교육권 및 평등권, 교육자·교육전문가들의 공무담임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2014.8.14 ⓒ 연합뉴스

 
넷째, 직선제 폐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낮은 상태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여론조사(2021)에서도 초중고 학부모의 50.9%가 직선제 유지를 찬성했고, 26.7%가 반대, 잘 모르겠다가 22.4%로 나타났다.

강득구 의원실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에서 1만 8535여 명의 교직원, 고등학생, 학부모, 시민을 대상으로 2022년 7월 설문조사한 결과 현행 직선제 유지는 36.6%였고, 시도지사 임명제는 3.63%에 불과했다. 설문조사의 핵심 결론은 "현행 직선제를 유지하면서 나타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을 찾을 필요는 있지만 시도지사 임명제가 대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섯째, 교육감 직선제 이후에 나타난 교육청의 성과와 변화가 있었다. 과거의 교육감 관선 및 간선 시절과 비교해보면 교육청에 적지 않은 변화가 나타났다. 교육부와 중앙정부만 바라보던 교육청이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주민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선거 메커니즘이 가져온 변화가 아닐 수 없다.

교육청은 지역 특성을 고려한 고유한 정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국가 위임 사무가 아닌 자치 사무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물론 일부 교육감이 중앙정부 눈치를 보는 모습, 소통 없는 모습, 무능한 모습, 정치를 목적으로 전임자의 흔적 지우기에 골몰하는 모습을 보면 한심하고 화가 날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역시 그들을 선택한 유권자의 판단이다. 4년의 시간 속에서 또 다른 판단과 흐름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하며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아직 교육청과 교육감이 해야 할 일도 많고 가야 할 길이 멀지만, 변화가 이루어졌음을 부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교육자치와 일반자치의 연계협력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우선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는 제도 개선 사항이지 폐지의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 선거를 둘러싼 여러 문제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시도지사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그런 이유라면 모든 직선제는 다 폐지해야 한다. 언론에서도 진보와 보수 교육감 후보 단일화에 관심을 둘 뿐 그들의 교육 철학과 공약 등에 대해서 충분하고 자세히 다루지 않는다.

무엇보다 교육감 선거에 관한 정보 유통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교육감 선거는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들이 일차적으로 관심을 두고 이후 교육과 직접 관련이 없는 주민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교육의 당사자인 학생과 교직원들은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교육 중립성의 무게 앞에 짓눌려 있다. 선거 과정에서 교직원들은 SNS에서 관련 기사나 후보자의 입장에 대해 '좋아요'도 누를 수 없고, 의견을 표명할 수도 없다. 학생들이 토론하면서 그들이 생각하는 좋은 후보와 공약에 대해서 논의하고 발표해야 하는데 그것도 할 수 없다.

수업 때 교사가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가치를 주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과 교육정책에 대해 논의하면서 담론화하는 과정을 구분하지 않고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서는 곤란하지 않은가?

청소년의 정당 가입도 가능한 상황에서 그들이 공약과 정책에 대해 토론하고 결과 발표도 가능한 시스템을 이제는 보장해야 한다. 정치교육과 시민교육, 선거 참여가 중요하다고 원론적으로 말하지만 선거 앞에서 학생과 교직원들은 침묵을 강요받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교육 공약과 후보에 대한 정보는 고작 선거 공보물과 언론의 일부 기사에 불과하다.

아울러 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조직력 중심의 선거인단 방식에서 탈피해 공정하게 선거인단을 구축하여 주제별로 공론화하고 이 과정을 언론에서 보도하거나 중계하는 방식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 교육감 직선제 이후 교육청은 지역 특성을 고려한 고유한 정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국가 위임 사무가 아닌 자치 사무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제85회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정기 총회가 11일 오후 충남 부여 롯데리조트에서 열리는 가운데 전교조충남지부와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관계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2022.7.11 ⓒ 연합뉴스

 
교육자치와 일반자치는 크게 세 가지 길이 있다. 통합의 길, 분리의 길, 연계협력의 길. 지금까지는 통합과 분리를 가지고 대립해 왔다면, 이제 연계 협력의 길이 중요하다. 지자체와 교육청이 상호 협력하여 지역 소멸 예방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사례가 조금씩 축적되고 있다.

교육을 위한 중간 지원조직 운영, 지역 연계 교육과정 활성화, 학교시설 복합화와 돌봄 등 협력 모델, 고교학점제 활성화를 위한 학교 밖 기관 연계 등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다.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면서 신뢰와 소통, 상생의 경험을 서로 축적해야 한다.

누구보다도 직선제의 혜택을 받은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주장하는 이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교육 영역에 대한 정당과 정치의 통제 내지는 통치 욕구가 작용한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 필자 소개: 김성천은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과 경기도교육청 장학사를 거쳐 현재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다.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장으로 활동하며 학습공동체를 이끌고 있다. <고교학점제란 무엇인가>(공저), <소환된 미래교육>(공저), <교육자치시대의 인사제도혁신>(공저)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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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한 김경수 “받고 싶지 않은 선물 억지로...통합은 우격다짐으로 안 돼”

 

  • 발행 2022-12-28 00:24:20

 

  • 수정 2022-12-28 04:11:54
 

28일 0시를 기해 사면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이날 새벽 경남 창원교도소를 나서고 있다. 정부는 지난 27일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지사 등이 포함된 신년 특별사면 대상자를 발표했다. 2022.12.28 ⓒ뉴시스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28일 윤석열 대통령의 ‘복권 없는 사면’으로 출소했다. 김 전 지사는 “받고 싶지 않았던 선물을 억지로 받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이날 오전 12시 5분께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창원교도소에서 나왔다.

취재진 앞에 선 김 전 지사는 “이번 사면은 저로서는 받고 싶지 않은 선물을 억지로 받게 된 셈”이라며 “원하지 않았던 선물이라 고맙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돌려보내고 싶어도 돌려보낼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다. 결과적으로 선물을 보낸 쪽이나 받은 쪽, 지켜보는 쪽이나 모두 다 난감하고 딱한 상황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는 “국민 통합을 위해서라고 말씀하시는데, 통합은 이런 방식으로 일방통행이나 우격다짐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국민들께서 훨씬 더 잘 아시리라 생각한다”며 “국민통합과 관련해서는 저로서도 국민 여러분께 대단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한 “정치의 중요한 역할이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을 조정하고 완화시키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점에서 지금 제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제 사건의 진실 여부를 떠나 지난 몇 년간 저로 인해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의 골이 더 깊어진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 말을 한 뒤 김 전 지사는 감정이 복받친 듯 입술을 꽉 깨문 채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전 지사는 “이곳 창원교도소에서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는 시간 동안 많이 생각하고 많은 것으 돌아봤다”며 “그동안 가졌던 성찰의 시간이 우리 사회가 대화와 타협, 사회적 합의를 통해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거름이 될 수 있도록 더 낮은 자세로 성찰하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김 전 지사는 지난해 7월 대법원으로부터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과 관련해 징역 2년을 확정받았고, 출소 5개월을 앞두고 있는 상태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 등을 포함한 1천373명에 대해 28일자로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김 전 지사에 대해서는 복권 없이 잔형 집행을 면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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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사면 비판 봇물 "적폐까지 풀어줘" "이게 법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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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대적투쟁 방향·국방력 강화 새 핵심목표 등 제시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12/28 09:44
  • 수정일
    2022/12/28 09:4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당 6차전원회의 2일회의..대내·외 중점 과업 제기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2.12.28 07:40
  •  
  •  댓글 0
 
김정은 총비서는 27일 열린 당 제6차전원회의 2일회의 보고를 통해 내년 대외관계 원칙과 북미 및 남북관계 방향을 밝히고 국방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핵심목표를 제시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총비서는 27일 열린 당 제6차전원회의 2일회의 보고를 통해 내년 대외관계 원칙과 북미 및 남북관계 방향을 밝히고 국방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핵심목표를 제시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조선로동당 총비서가 내년 대외관계 원칙과 북미 및 남북 관계 방향을 밝히고 국방력강화의 새로운 핵심목표를 제시했다.

[노동신문]은 28일 당 제8기 제6차전원회의 확대회의(이하 전원회의) 2일회의(27일)에서 김 총비서가 전날에 이어 계속된 첫째 의정에 대한 보고를 통해 △대외사업원칙 △대적투쟁방향 △자위적국방력 강화의 새로운 핵심목표를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조선반도에 조성된 새로운 도전적 형세와 국제정치정세가 심오하게 분석평가되고 현 상황에서 우리 당과 공화국정부가 국권수호, 국익사수를 위하여 철저히 견지해야 할 대외사업원칙과 대적투쟁방향이 명시되였으며 다변적인 정세파동에 대비하여 2023년도에 강력히 추진해야 할 자위적국방력강화의 새로운 핵심목표들이 제시되였다"고 전했다.

더 이상의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으며, '대적투쟁'이란 대미, 대남 사업을 포괄적으로 뜻하는 표현으로 보인다. 

27일 당 제6차전원회의 2일회의가 진행됐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27일 당 제6차전원회의 2일회의가 진행됐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 총비서는 내부문제에 대해서는 인민대중의 사상문화, 생활문화영역에서 근본적인 전환을 가져오고 준법기풍을 철저히 확립하며 사회적 애국운동 등을 전개할 것을 제기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 총비서는 내부문제에 대해서는 인민대중의 사상문화, 생활문화영역에서 근본적인 전환을 가져오고 준법기풍을 철저히 확립하며 사회적 애국운동 등을 전개할 것을 제기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 총비서는 북한 내부 문제에 대해서는 △인민대중의 사상문화, 생활문화영역에서 근본적인 전환을 가져올데 대한 문제 △사회주의법의 기능과 역할을 부단히 제고하고 준법기풍을 철저히 확립할데 대한 문제 △우리식 사회주의건설의 고유하고 우수한 생활력인 대중운동, 사회적애국운동을 더욱 힘있게 전개할데 대한 문제 등을 제기했다.

또 △현 국가사업 전반 실태에 대한 분석 △당 중앙지도기관 성원들을 비롯한 각급 지도간부들이 사업태도와 작풍을 결정적으로 개변할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신문은 "참가자들은 중첩되는 도전과 극난을 가장 확실하고 가장 신속히 강행돌파하며 우리식 사회주의건설의 새로운 전진도약의 활로를 열어나갈수 있는 묘술과 방략을 엄격하게 밝히시는 총비서동지의 력사적인 보고를 진지하게 청취하고 있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3일 회의에서도 김 총비서의 보고는 계속된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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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당선 ‘용산시대’…158명 스러진 ‘이태원 참사’

 
2022년 국내 10대뉴스

 

실언 논란 뒤 멈춰선 ‘도어스테핑’…야당 협치는 과제로

 

3월9일 제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됐다. 2위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는 득표율 0.73%포인트(24만7077표) 차이였다. 5월10일 취임식에서 윤 대통령은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자유’를 35차례 강조한 반면, ‘통합’은 한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청와대로 들어가지 않고 ‘용산 시대’를 열었다. 정부 출범 3주 만인 6월1일 치러진 제8회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17개 시·도지사 중 12곳을 차지하며 압승했다. 하지만 곧 스스로 위기를 불렀다. 대통령실은 “출근하는 대통령을 국민이 매일 목격하고 국민의 궁금증에 수시로 답하는 최초의 대통령”을 ‘윤석열 시대’ 주요 변화상으로 꼽았지만,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회견)에서 윤 대통령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은 자주 논란으로 번졌다. 대통령실 ‘사적 채용’ 논란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이 이끈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축출 혼란상까지 더해지면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취임 3개월 만인 8월 2주차 24%(한국갤럽,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까지 추락했다. ‘외교 참사’ 비판을 받은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직후인 9월 5주차에도 한번 더 최저점(24%)을 찍었다. 국정 운영 비전은 잘 보이지 않는 사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나 ‘동해 어민 북송 사건’ 등 문재인 정부 시절의 정책 결정에 대한 검찰 수사는 빠르게 이뤄졌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수사도 본격화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지난 11월, 61차례로 멈췄다. 미국 뉴욕 순방 때의 비속어 발언을 최초 보도한 <문화방송>(MBC) 취재진에 대한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 조처와 그에 따른 마찰 속에 빚어진 결과였다. 윤 대통령이 기자들과 문답을 주고받던 자리에는 시야와 동선을 가로막는 가벽이 설치됐다.

 

도어스테핑 중단으로 실언 논란이 줄면서 윤 대통령 지지도는 올랐다. 화물연대 파업에 ‘법과 원칙’을 내세워 엄정 대응한 것 또한 지지도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대통령실은 2023년 집권 2년차를 노동·교육·연금 개혁의 원년으로 삼고 ‘윤석열표 정책과제’를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 필수적인 야당과의 협치는 여전히 큰 과제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세월호 참사 이후 인명 피해 최다

 

지난 10월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158명이 압사하고 196명이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최대 인명 피해다. 핼러윈을 맞은 주말에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폭 4m 이내의 경사진 골목에서 수백명이 끼여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벌어진 비극이었다. 여성 희생자가 102명(65%), 20대 희생자는 106명(67%)이었다. 외국인도 26명(16%)이었다.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11월1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출범해 20여명이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11월24일 국회도 국정조사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려 진상조사에 나섰다. 유가족은 지난 14일 이태원에 시민분향소를 설치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남북, 서로 “주적” 한반도 위기 고조
한반도 하늘을 전쟁 위기의 공포가 다시 뒤덮었다. 5월10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남과 북은 서로를 “주적”이라 규정하며 으르렁거렸다. 윤석열 정부의 대표적 통일·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을, 북쪽은 “이명박 역도의 ‘비핵·개방·3000’의 복사판”이라 폄훼했다. 남과 북 사이에 미사일이 미사일을 부르고, 포사격이 포사격을 부르고, 전투기 위력시위가 전투기 위력시위를 부르는 ‘힘자랑’이 불을 뿜었다. 남북관계의 마지막 안전판이라 불리는 9·19 군사분야 합의는 벼랑 끝으로 몰렸다. 합동참모본부 발표 기준으로, 북쪽은 역사상 가장 많은 탄도미사일(36차례, 75발)을 올해 쐈다. 북쪽은 ‘선제 핵공격’을 배제하지 않은 ‘핵무력정책법’(9월8일)까지 만들었다. 2023년엔 평화의 빛을 다시 볼 수 있을까.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중고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소비·투자·수출·금융·부동산 등 경제 영역 전반에 휘몰아친 ‘경제의 해’였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3%(7월·23년8개월 만에 최고치), 미국은 9.1%(6월·41년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금융위기 이후 10여년간 이어진 저금리 유동성 잔치가 종말을 고하고, 통화긴축 시대가 도래하면서 정책금리는 미국은 연 4.25~4.50%, 한국은 연 3.25%까지 뛰었다. ‘자이언트 스텝’ ‘빅스텝’ 따위 낯선 말이 일상 용어가 됐다. 인플레발 금리 충격과 수출 둔화, 무역적자 지속에 원-달러 환율도 요동치며 1444.20원(10월25일)까지 올랐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영향이 본격 파급되는 ‘역경의 2023년’이 눈앞에 와 있다.

 

 

스토킹·성폭력…반복되는 ‘젠더 살인’

 

비극은 또다시 반복됐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희생된 이들이 올해도 있었다. 2016년 서울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6년이 흘렀지만, 한국 사회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9월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을 순찰하던 여성 역무원이 살해됐다. 범인은 피해자를 스토킹하던 직장 동료였다. 스토킹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다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살인을 저질렀다. 이 사건으로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그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난 7월 인하대에서는 성폭행 사망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동급생인 가해자는 피해자를 성폭행하다 밀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18차례 반성문을 써서 법원에 제출했지만 검찰은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카카오 먹통’에 일상도 마비

 

10월15일 에스케이씨앤씨(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가 멈추면서 한국인의 일상이 마비됐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장애로 온라인 대화가 멈췄고, 택시 이용(카카오T), 송금·결제(카카오페이), 포털 검색(다음), 음악 스트리밍(멜론), 웹툰 구독(카카오웹툰) 장애 등으로 불편을 겪었다. 카카오 서비스가 복구되는 데 걸린 127시간33분은 플랫폼 독과점 시대의 위험성을 드러낸 시간이었다. 카카오 남궁훈 각자대표가 사임했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카카오는 자체 조사를 통해 데이터센터 이중화가 미흡했고, 인력 및 가용자원이 부족했다며 인프라 구축 투자 비용을 대거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데이터센터와 플랫폼 사업자의 재난관리대책 수립 등을 의무화한 ‘카카오 먹통 방지법’도 국회를 통과해 내년에 시행된다.

 

 

2년만에 ‘위드 코로나’ 도전

 

학교 교실이 다시 열렸다.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자유도 돌려받았다. 지난 4월 정부는 모임 인원 제한 등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2년 만에 해제했다. 이로써 코로나와 공존하는 ‘위드 코로나’(With Covid19) 시대가 열렸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방역 체계를 갖추기 위한 도전이다.

 

그러나 11월 들어 겨울철 유행(7차) 파고가 밀려들면서 신규 중환자를 치료하기 어렵다는 의료 현장의 목소리가 나온다. 고령층·기저질환자의 건강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좀 더 나은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아프면 쉴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한 경제적 취약층이 정부 권고대로 ‘자발적 거리두기’에 참여하기란 불가능하다.

 

 

‘기록적 폭우’ 14명 사망·6명 실종

 

올해는 기록적인 폭우·가뭄 등 기후 변화에 따른 이상기후를 체감할 수 있었던 한해였다. 지난 8월 수도권과 강원, 충남 등에 쏟아진 폭우로 14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다. 특히 서울 일 강수량으로는 기상 관측 115년 만에 최고치였다. 9월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힌남노로 경북 포항 등에서도 인명피해(사망·실종 12명)가 잇따랐다. 반면 전남 지역에서는 지난 22일 기준 올 한해 강수량이 845.8㎜에 그쳐 기록적인 가뭄이 이어졌다. 이는 1995년(843.2㎜)을 제외하고는 1973년 이래 최악의 가뭄이다. 이상현상은 이뿐만이 아니다. 11월 말 포근한 기온으로 한반도 곳곳에서 봄꽃인 개나리와 철쭉이 피더니, 12월 중순부터는 최저기온 영하 10도 안팎의 강추위가 이어지고 있다.

 

 

‘K영화’ 열기 이은 ‘헤어질 결심’

 

영화 <기생충>의 2019년 칸국제영화제와 2020년 아카데미 동시 석권, 2021년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세계 시장 제패에 이어 2022년에도 한국 콘텐츠 파워는 기세 좋게 빛났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배우 송강호가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멜로드라마와 미스터리를 박찬욱 식으로 엮은 <헤어질 결심>은 칸에서 공개됐을 때 외신의 극찬을 받으며 최고 평점을 기록했다. 박 감독은 이로써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에 이어, 세번째 칸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헤어질 결심>은 내년 3월 열리는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예비후보에도 올라 또 다른 성취를 기대하게 한다.

 

 

“노동개혁” 내세워 노조 파업 압박

 

검사 출신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조합과 노동계를 ‘대화와 타협’의 상대로 보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처벌하고 개혁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했다. 지난 6월2일부터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51일간 계속된 하청노동자의 파업 당시 공권력 행사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내걸어 압박했다. 11월24일부터 16일간 이어진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를 요구하는 화물연대의 2차 파업 때도 초유의 업무개시명령 등을 발동해 백기 투항을 받아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노조 부패는 3대 부패 중 하나”라며 노동조합 재정 투명화 등 공세를 퍼붓고 있다. 새해 본격적으로 ‘노동개혁’이 추진되면 그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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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글] ‘난쏘공’ 작가 조세희 선생님 떠나시는 길목에서

‘칼’의 시간에 작은 ‘펜’으로 작은 노트에

 

고(故) 조세희 소설가 ⓒ뉴시스
‘이 영토(塋土)는 죽어 떠나온 영혼들이 살아있는 사람들과 함께 꿈꾸어 온 세상, 억울하게 죽는 이 없고, 노동하며 죽지 않고, 가난과 차별에 고통받지 않고, 무분별한 개발과 전쟁으로 자연과 인간을 파괴하지 않는 세상을 위해 존재할 것이다.’

뉴스도, 자주 가던 SNS도 보지 않고, 영혼들의 긴 이야기를 쓰고 있었다. 마석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묘역으로 떠난 이들과 여기 남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영혼의 말을 받아쓰고 나서 산 사람의 말을 쓰려고 잠시 숨을 고르고 있을 때, 동료작가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도 ‘작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쓴 소설가였다. 말을 하지 않아도 늘 마음을 알아줄 것만 같은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라서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그 시간, 나에게 연락을 했을 것이다. 소설을 쓰는 사람인 내게 그분이 어떤 존재인지 그는 알고 있을 테니까.

우리 문학에 ‘난장이 연작’과 같은
작품이 있어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었다면
이제 작가 조세희의 침묵에서
‘진짜’ 소설가의 자세를 갖게 되길 바랐다고
선생님 떠나고 나서야 고백한다


‘조세희 선생님이 돌아가셨다’고 그가 말했다. 2022년 12월 25일, 7시 무렵이었다고 했다. 3시간이 지나 친구의 연락을 받고서야 나는 선생이 세상을 떠나신 것을 알게 되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그에게 메시지를 썼다. 심장이 아프다고. 마음 말고 진짜 심장이 아팠다. 그가 전해준 부고가 마음 까지 닿을 틈도 없이, ‘슬픔’이라는 언어를 떠올릴 새도 없이, 몸부터 아팠다. 아픈 곳에 손을 얹고 몸을 떨면서 우두커니 앉아 있던 20여 분이 세상에서 사라진 시간인 듯 현실감이 없었다. “나도 아파. 우리 선생님이잖아.” 그가 말했다. “그래, 우리 선생님······” 나도 그에게 말했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뉴시스

한 번도 그분을 만난 적이 없었다. 멀리서 본 적도 없었다. 펜을 꺾어버린 손에 카메라를 들고 서 계셨을 노동자의 거리와 농민의 거리와 작은 사람들의 거리에서 한 번쯤은 마주쳤을지도 모르는데, 바람결에도 그분의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나는 이미 만나고 보고 들어왔다. 그분의 소설, 더는 소설을 쓰지 않는 작가 조세희가 그분의 모습이고 그분의 소식이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후의 긴 침묵과 그보다 더 긴 절필을 나는 사랑했다고 고백한다. ‘난장이 연작’과 같은 소설이 있었기에 나도 소설가가 되었다고 허름한 내 소설집 ‘작가의 말’에 쓴 적이 있지만, 그분의 침묵과 절필에서 문학에 대한 어떤 태도를 얻게 되었는지는 쓰지 못했다. 조세희 선생에게서 배운 바가 있었다면 이토록 함부로 글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문학에 ‘난장이 연작’과 같은 작품이 있어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었다면, 이제 작가 조세희의 침묵에서 ‘진짜’ 소설가의 자세를 갖게 되길 바랐다고, 선생님 떠나고 나서야 고백한다. 좋은 글을 쓸 자신이 없어 일찍이 작가가 되기를 포기했으나 무시무시한 ‘유신 헌법’ 아래 칼의 시간에 작은 펜을 들고 그토록 담대한 이야기를 써나갔던, 어떤 시간에는 글쓰기에 대한 무서운 욕망을 견뎌내며 자신이 쓴 글을 지켜냈던 소설가 조세희는 ‘우리 선생님’이었다.

조세희와 그의 문학이 있어
우리 시대가 ‘연대라도 한 것처럼
잘 단결해’ 부끄러움에 아주 무감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은 것은
오롯이 당신이라는 문학 때문이었다


‘어떤 종류의 억압·공포·불공평·폭력도 없고, 전제자도 큰 기업도 공장도 경영자도 없는, 독자적인 마을을 열망한 작은 힘들이 세운 세계.’

작가 조세희가 꿈꾼 국제 난장이 마을 ‘릴리푸트읍’으로 향하는 길을 나는 잊지 않을 것이다.

‘저희도 난장이랍니다. 서로 몰라서 그렇지, 우리는 한편이에요.’

 

 

 

지난 2009년 서울 용산 참사현장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조세희 작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소설 ‘칼날’의 이토록 처연한 ‘작은 존재들’과의 일치와 연대를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유난히 눈이 탐스럽게 내리는 겨울, 어느 성자가 온 날에 그분의 육체는 생명을 다했으나, 조세희와 그의 문학이 있어 우리 시대가 ‘연대라도 한 것처럼 잘 단결해’ 부끄러움에 아주 무감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문학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은 것은 오롯이 당신이라는 문학 때문이었다.

서둘러 마음을 꺼내놓고 보니 이제야 슬픔이 느껴진다. 영혼들의 이야기를 쓰고 있어서인지, 2년 전 초여름에 먼저 떠나신 작가 조해일 선생님의 영혼이 벗을 마중 오셨을 것만 같다. 나도 그 길목으로 가봐야겠다. 어떤 종류의 억압과 공포와 불공평도 없는, 맑은 햇빛과 나무와 풀과 사랑과 평화가 있는 나라로 ‘우리 선생님들’ 가시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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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윤석열표 노동개혁’ 밀어붙이기 위한 수단으로 노조 매도”

윤석열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 구축 검토’ 지시에 입장 나뉘어

민주당 검사 명단 공개 ‘좌표찍기’ 비판 이어져, 검찰 수사 형평성도 지적

강제동원 피해자에 “한국 기업 돈으로 보상 유력” 통보한 외교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 ‘노조 부패’를 재차 언급하며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이날 법령 개정 추진 의지를 밝혔다. 

노동부는 내년 초 양대노총을 비롯한 조합원 1천명 이상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재정장부 등 법에 정해진 서류의 비치와 보존 여부를 점검하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고쳐 노조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연일 강경해지는 정부의 ‘노조 때리기’에 대한 27일 아침신문들의 입장은 나뉘었다. 

▲ 27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한겨레는 정부가 실체없는 의혹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4면 기사에서 “윤 대통령이 또다시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 구축 검토”를 지시하자, 정부가 임금 억제, 노동시간 유연화를 핵심으로 하는 ‘윤석열표 노동개혁’을 밀어붙이기 위한 수단으로 노조를 매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 한겨레 1면 사진 갈무리.

아울러 “노동계에서는 정부가 조합비 예산 투명성 문제를 거듭 거론하는 배경에 ‘노조와 시민을 갈라치기’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의심한다”며 “노동조합이 이미 관련법에 따라 회계감사를 진행하고 재정운영 상황을 조합원들에게 공개하고 있는데, 정부가 연일 실체없는 의혹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상식 벗어난 윤 대통령의 ‘노조 회계공시 시스템 발상’’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1일 ‘노조 부패’가 우리 사회 ‘3대 부패’라는 말까지 쓰며 ‘노조 때리기’에 나섰고 그 전날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노조 회계감사원의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며 “이 장관의 이날 발표는 그 연장선에서 노조에 부정적인 인식을 덧씌우려는 정부의 의도를 행동으로 구체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반면, 중앙일보는 1면에 이어진 6면 기사 ‘노조원이 셀프 회계감사 못하게 선진국처럼 제도 바꾼다’에서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는 그동안 법에 명시된 노조의 재정 투명성 확보 방안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아 사실상 노조 내부 부패로 이어지도록 방치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며 “(이 장관의 지적은) 노조가 노사 관계의 한 축인 기업을 상대로는 시위 등의 방법을 동원해 위력을 행사하며 압박하면서 정작 노조 스스로에 대해서는 치외법권화해 왔다는 지적”이라고 했다. 

문병주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문병주 논설위원이 간다’에서 “지난해 8월 말 택배노조를 중심으로 한 운송기사들의 괴롭힘을 참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택배 대리점주의 아내”를 인터뷰한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택배노조가 생기면서 배송 수수료율을 9%에서 9.5%로 올려달라는 노조원들의 요구가 있는데, 이 과정에서 배송기사들의 괴롭힘이 있었다”며 “처음 경험해 본 노조원들의 불법 태업과 쟁의권도 없는 그들의 쟁의활동보다 더한 업무방해에 비노조원들과 버티는 하루하루는 지옥과 같았다”고 적은 유서 내용을 밝혔다. 이어 택배노조의 업무방해, 시설물 파손 등을 지적하면서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향후 비슷한 일이 발생해도 불법 행위에 가담한 노조원들에 대한 손해배상 요구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다. 

▲ 중앙일보 오피니언면 갈무리.

동아일보는 1면에 이어진 8면 기사에서 “(정부는) 특히 노조에 속하지 않는 ‘노동 약자’ 보호에 나서기로 했다”면서 “지난해 기준 300인 이상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46.3%였다. 반면 100∼299명 규모는 10.4%, 30∼99명 규모는 1.6%에 그쳤다. 3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0.2%에 불과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같은 현실을 노동시장 이중구조 고착화, 노노 간 착취 구조의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청년세대, 노동 약자를 제대로 보호하는 게 노동 개혁의 중요한 목표”라고 말했다”고 했다. 

▲ 동아일보 8면 갈무리.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고용노동부의 발표를 두고 “바람직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사설은 “윤 대통령의 말처럼 노조의 깜깜이 회계 관행을 바로잡는 건 노동개혁의 첫 단추를 끼우는 일이다. 민주당은 노조 감싸기를 중단하고 노조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입법에 협력해야 한다. 노조도 진정으로 전체 근로자를 대변하려면 조합원과 국민 앞에 살림살이를 한 점 의혹 없이 공개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경향 “형평성 잃은 검찰·민주당의 검사 공개, 모두 선 넘지 마라”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수원지검 8개 부서 검사 16명의 실명·직함·사진 등을 담은 자료를 만들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배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27일 아침신문들은 사설을 통해 민주당의 검사 명단 공개는 ‘도 넘은 좌표찍기’라고 비판했다. 검찰의 수사 형평성에 대해서도 함께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야당 대표와 전 정부 수사 검사들을 하나로 다 묶어 ‘야당 탄압’ 굴레를 씌우는 것은 과도하다. 원칙적으로, 권력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할 수사는 정치·여론의 외풍·압력에서도 보호받을 필요가 있다”며 “검찰도 왜 정치 공방에 소환되는지 엄중히 돌아봐야 한다. 수사는 단서와 혐의를 좇다 확장될 수 있다. 그럼에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공공수사 1·2·3부가 모두 이 대표·야권 수사에 투입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중앙일보도 사설을 통해 “민주당의 검사 명단 공개는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흔들어 위축시키려는 ‘좌표찍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포퓰리스트적 행태에 대해선 ‘반헌법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며 “검찰 역시 몰아가기식 수사를 한다거나 피의 사실을 누설해 여론전을 벌이려는 시도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 수사 원칙을 제대로 지켜 빌미를 주지 않는 것은 검찰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당 차원에서 검찰을 압박하고 검사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정상적인 공당(公黨)의 모습이라 할 수 없다. 공권력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검찰은 정치 보복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엄정하게 수사하고, 민주당은 검사 좌표 찍기와 같은 비상식적 행태를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도 사설에서 “이 대표는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에 출마하고, 다시 그 직후 당대표에 오르고, 기소돼도 대표직을 유지하는 당헌 개정으로 3중의 방탄막을 쳤다. 여기에 ‘검사 좌표 찍기’ 방탄까지 하려는 건가”라며 비판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강제동원 피해자에 “한국 기업 돈으로 보상 유력” 통보한 외교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쪽에 외교부가 ‘일본 전범 기업이 아닌 한국 기업의 기부만으로 보상하는 방안’을 강제동원 문제 해결의 유력한 안으로 통보한 사실이 나타났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단체와 피해자 법률대리인단은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사실을 밝히며 “미쓰비시중공업이나 일본제철과 같은 일본 피고 기업의 사죄나 출연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일본 다른 기업들의 출연조차 없는, 말 그대로 일본을 면책시켜주는 방안”이라고 반발했다.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로 해당 소식을 다뤘다. 기사는 “(정부는) 양국 대립이 길어지고 일본이 좀처럼 기대했던 움직임을 보이지 않음에 따라 2018년 10월 대법 확정 판결로 일본 기업이 피해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위자료를 지원재단이 대납하는 내용의 ‘선제 조처’를 취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일 관계 정상화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피해자 쪽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채 강제동원 문제를 서둘러 매듭지으려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했다. 

사설에서도 “일본의 사과와 배상을 받기 위한 수십년의 노력 끝에 대법원에서 승소한 피해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거니와 한-일 관계의 미래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방안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일본 피고 기업에 대한 피해자들의 채권을 일방적으로 소멸시키는 데만 초점을 맞춘 것”이라며 “한·일 협력의 필요성은 존재하지만, 역사 문제를 이렇게 졸속으로 덮고 가는 것으로는 피해자는 물론 여론의 동의도 얻을 수 없다. 여론의 반발을 초래해 한-일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우려마저 있다는 것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경향신문 2면 기사 갈무리.

경향신문도 2면 기사 ‘“국내 기업 기부금으로 변제 추진”’에서 “피해자들이 일본 피고 기업의 참여와 사죄를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면 협상이 진전되지 않기 때문에 한국 측에서 먼저 변제를 시작하고 추후 일본 측의 참여와 사죄를 설득하겠다는 것이 정부가 제시한 해법이라는 것”이지만 “피해자 측은 “일본 정부가 일관되게 주장해온 ‘한국이 해결하라’는 요구가 그대로 관철된 ‘0 대 100’의 외교적 패배이자 참사”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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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결산] ① 윤석열의 10대 망언

이인선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2/12/26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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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10일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여러 차례 막말을 꺼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이 ‘1일 1망언’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2022년 한 해 동안 많은 이들의 분노를 공분케 한 말들을 중심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10대 망언’을 정리해보았다. 이를 시간 순서대로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 이인선 객원기자

 

1. “선제타격밖에는 막을 방법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1월 11일 핵을 탑재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가정한 대응 방안의 하나로 “선제타격밖에 막을 방법이 지금 없다”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러한 주장에 “선제타격이라는 것은 곧바로 전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위험천만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등 정치권과 국민 내에서 많은 비판이 나왔다.

 

2. “한동훈은 거의 독립운동처럼 해온 사람”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이었던 2월 9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최측근이었던 한동훈 당시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에 대해 “거의 (외압에도 정권에 대한 수사를) 독립운동처럼 해온 사람”이라며 “(한 검사장이) 중앙지검장이 되면 안 된다는 얘기는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가 정부 중요 직책을 가면 일본이 싫어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논리랑 똑같은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런 발언에 많은 이들이 “한동훈 검사가 독립운동가라면 검찰 개혁을 바라는 국민과 추진했던 정치인들은 일본 제국주의자냐”, “측근들을 내세워 검찰공화국을 만들겠다는 의도를 천명한 것이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3. “진실을 왜곡한 기사 하나가 언론사 전체를 파산하게도 할 수 있는 강력한 시스템”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는 2월 12일 “개인 인권을 침해하고 진실을 왜곡한 기사 하나가 언론사 전체를 파산하게도 할 수 있는 강력한 시스템이 언론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면 (언론의) 공정성과 같은 문제는 자유롭게 풀어놔도 문제없다”라며 “언론 보도가 진실이냐 아니냐는 행정기구나 다른 데 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법적인 절차, 준사법적인 중재기구에서 하는 게 맞다”라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한국PD연합회 등 6개 언론 현업단체는 2월 14일 성명을 내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무지와 오만으로 점철된 언론관”이라며 “‘언론 파산’을 입에 담는 인식으로는 언론 자유가 질식하고, 권력 감시가 불가능했던 과거로 회귀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문화방송 등 언론에 대한 탄압이 줄곧 이어졌다.

 

4. “한반도에 유사시 일본 들어올 수도”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는 2월 2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2차 TV 토론회에서 심상정 후보가 “(한미일 군사동맹 추진 시) 유사시에 한반도에 일본이 개입하도록 허용하는 건데 그걸 하시겠나”라고 묻자 “유사시에 들어올 수도 있는 거지만 꼭 그걸 전제로 하는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9월 30일 한반도에 일본 자위대를 끌어들였다.

 

이 발언 이후 ‘이완용도 울고 갈 친일 매국노’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5.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라고 하면 멋있는데 국립추모공원이라 하면 멋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6월 10일 국민의힘 지도부와 오찬 회동에서 주한미군기지였던 용산 시민공원 이름에 대해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로 이름을 지으면 좋겠다”라면서 “영어로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라고 하면 멋있는데 국립추모공원이라고 하면 멋이 없어서 우리나라 이름으로는 무엇으로 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윤석열 대통령의 영어 명칭 사용 주장에 국민 내에선 “(용산 시민공원은) 발암물질 천지니 ‘내셔널 캔서 파크(National Cancer Park)’로 하라”, “자랑스러운 한글을 보유한 나라의 대통령이 한글은 멋이 없고 영어는 멋있다고 보는 인식이 매우 우려스럽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6. “대통령을 처음 해봐서”

 

윤석열 대통령이 6월 15일 부인 김건희 씨의 ‘봉하마을 지인 대동’ 논란에 대해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공식·비공식 행사를 어떻게 나눠야 할지 모르겠다”라며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주장했다.

 

봉하마을 방문 일정은 사전에 대통령실이 확인하고 공동취재단까지 꾸린 사실상의 공개 활동이었다. 대통령실은 ‘비공개 면담’ 대화 내용까지 브리핑하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를 보도한 관련 기사에는 “장난하냐? 그게 대통령이 할 말이냐?”, “염치도 없어서 부끄러운 것도 모르고, 5년짜리 주제에 대놓고 뻔뻔함이 하늘을 찌르네”, “모든 대답의 기조가 참 오만하고 불손하다. 말하자면, 대통령인 내가 하겠다는데 니들이 뭔 상관이야? 이런 느낌” 등의 댓글이 이어졌다.

 

7. “선거 때도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지지율은 별로 유념치 않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월 4일 국정 수행 지지율이 하락해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른 것에 대해 “선거 때도 선거운동을 하면서도 지지율은 별로 유념치 않았다.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고, 제가 하는 일은 국민을 위해 하는 일이니까 오로지 국민만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그 마음만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지율 관련 윤석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네이버에서도 “원인을 제시해줘도 안 들으니까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데, 그 말은 ‘국민이 뭐라 하든 난 내 맘대로 할 테다’와 같은 의미 아닌가”,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자세에서 지지율이 떨어지는 거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8. “왜 미리 대피가 안 됐나 모르겠네”

 

윤석열 대통령은 8월 9일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침수 피해지역 현장을 방문해 반지하에서 살던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집을 둘러보며 “근데 여기 어떻게, 여기 계신 분들 미리 대피가 안 됐나 모르겠네”라고 반문했다.

 

이후 10.29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여기서 그렇게 많이 죽었단 말이야?”, “압사? 뇌진탕, 이런 게 있었겠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국민은 “이를 두고 “전쟁이 발발해도 아직 피해가 없다면 퇴근도 하고, 저녁 약속도 갈 분들”, “정말 참담하다. 여름 수해 현장에 가서도 저러더니 너무 괴롭다”, “이건 세월호 때의 데자뷔인가요?” 등 국민 안전과 생명을 지켜주지 않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다.

 

9.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9월 21일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미)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대통령실은 논란 직후에는 윤석열 대통령 발언을 “사적 발언”으로 규정하며 선을 그었다가, 하루가 지난 22일 윤석열 대통령은 ‘바이든이’라는 말을 아예 하지 않았고, ‘이 새끼’라는 표현은 미국 의회가 아닌 야당(더불어민주당)을 향한 것이었다고 변명했다.

 

대통령실의 거짓 변명은 오히려 국민의 분노를 더욱 촉발했다.

 

10. “화물연대 파업, 북핵 위협과 마찬가지”

 

연합뉴스는 12월 5일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들을 인용해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참모들과의 비공개회의에서 지난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북한의 핵 위협과 마찬가지”라며 “불법 행위와 폭력에 굴복하면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은 존재 자체가 위협”이라고 비판하는 등 윤석열 대통령의 반노동자 정책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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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일선 경찰이 직접 119 신고까지...공조시스템·컨트롤타워 붕괴

참사 당일 소방 신고·경찰 무전 들여다보니 '긴급버튼' 무용지물... 윤건영 "지휘부와 윗선 책임"

22.12.27 06:57l최종 업데이트 22.12.27 06:57l
핼러윈 축제가 열리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10월 29일 밤 10시22분경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해 1백여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구급대원들이 참사 현장 부근 임시 안치소에서 사망자를 이송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  핼러윈 축제가 열리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10월 29일 밤 10시22분경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해 1백여명이 사망하고 다수가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구급대원들이 참사 현장 부근 임시 안치소에서 사망자를 이송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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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112(경찰)·119(소방)의 안전대응 공조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일선 경찰이 직접 119에 신고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재난 컨트롤타워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은 것이어서 경찰·소방·행정안전부 지휘부 책임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네. 119입니다."
"네. 안녕하십니까. 경찰인데요."


10월 29일 오후 10시 28분 119(소방)에 접수된 신고 내용이다. 이태원 참사 발생 후 13분이 지난 시점인데 신고자가 특이하게도 경찰이다. 이후 대화는 아래와 같이 이어진다.

 
소방 : "그분 의식은 있어요?"
경찰 : "◯◯◯◯ 쪽에 지금 압사당해서 넘어지신 분이 있는 것 같아요."

소방 : "거기 가고 있는데 거기 상태 확인되나요?"
경찰 : "지금 확인이 안 돼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요."

소방 : "확인이 안 돼요? 경찰관분 현장에 계시는 건가요?"
경찰 : "제가 현장에 계신 분 연락처 알려드릴게요. 010-◯◯◯◯-◯◯◯◯이요."


20분 후 용산경찰서 무전망에선 이 같은 지시도 내려졌다. 아래는 오후 10시 48분께 용산경찰서 무전망을 통해 오간 대화다.

"용산(경찰서, 여기는) 형사2팀입니다. △△△△ 앞 노상으로 구급차 가능한 여러 대 지원 부탁드립니다.
"형사2팀, (여기) 용산(경찰서)도 계속해서 연락 등으로 여유가 없는 상황입니다. 핸드폰으로 119에 직접 연락 좀 해주세요."


세월호 참사 후 '공동대응 버튼' 생겼지만
 
큰사진보기우상호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과 특조위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종합상황실을 찾아 행안부 현장조사를 하는 가운데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답변을 하고 있다.
▲  우상호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과 특조위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종합상황실을 찾아 행안부 현장조사를 하는 가운데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답변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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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상황은 이태원 참사 당시 안전대응 시스템에 심각한 구멍이 뚫렸음을 의미한다. 세월호 참사 후 생긴 '긴급신고전화 통합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일선 경찰이 직접 119 번호를 눌러야 하는 일까지 벌어진 셈이다. 

긴급신고전화 통합서비스는 112(경찰)든 119(소방)든 공동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긴급버튼을 눌러 공조를 요청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 당일 112·119가 모두 눌렀던 이 긴급버튼은 실제로는 작동하지 않았다. 

경찰은 참사 본격화 직전 두 차례(오후 8시 37분, 오후 9시 1분)나 공조를 요청했으나, 소방 당국은 '신고자에 직접 연락을 취한 뒤 질서유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출동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참사 본격화 직후 소방도 경찰에 공조를 요청했다. 참사 발생 후 3분 뒤인 오후 10시 18분부터 여러 차례 이뤄진 소방의 공조 요청은 경찰 지휘부의 혼란으로 수용되지 않았다(오후 11시 40분에야 경찰 기동대 현장 도착).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소속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참사 직후 경찰과 소방이 서로 여러 차례 공동대응을 요청했음에도 실상 적절한 협력과 대응은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이는 현장의 애타는 요청을 각 기관의 윗선이 제대로 청취하고 컨트롤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심지어 구급대가 필요하다는 현장 경찰의 보고에 '직접 119에 신고하라'는 (용산서의) 지시까지 내려간 것은 이태원 참사 당일 국가의 재난 대응 시스템이 아예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예"라며 "그 책임은 눈앞에 닥친 상황을 해결하느라 뛰어다닌 일선의 경찰관·소방관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경찰·소방·행정안전부의 지휘부와 수장에게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윗선들은 모든 책임을 현장으로 미루고 있다"라며 "국정조사를 통해 이러한 무책임한 행태를 밝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태원 참사 후 꾸려진 '다중밀집 인파사고 예방 안전관리 대책 마련을 위한 특별팀(TF)'은 인파사고 위험도가 높은 경우 공조 요청 시 현장 확인을 의무화하는 제도를 논의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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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46인분 튀김요리… ‘죽음의 급식실’ 멈추는 투쟁

급식실 노동자 5명 폐암으로 목숨 잃어

학교 급식실 노동자 1인당 식수 인원 146명

일반인에 비해 17배 높은 폐암 유병율

급식실 배치기준 표준화 및 하향 등 요구

“학교 급식실에 학생들 밥을 하러 가는 게 아니라 죽으러 가는 것과 다름없어요. 우리가 ‘죽음의 급식실’에 대한 대책을 세우라고 요구하면, 국회의원들은 ‘그렇게 표현 안 하면 안 되냐’고 말해요. 심각성을 모르는 거죠….”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17만 명 중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절반이 넘는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은 급식실에서 일해 온 5명의 조합원을 폐암으로 잃었다. 이달 초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며 “학교 급식실 폐암 산재대책 마련”의 요구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

▲ 공공부문 비정규직 복리후생비 차별해소와 학교급식 폐암대책을 요구하는 천막농성과 단식농성. [사진 : 학비노조]

급식실에서 일하는 학비 노동자는 요리 시에 발생하는 조리 연기와 가스 등에 늘상 노출되어 있다. ‘조리흄’이라 칭한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리흄은 폐암을 유발하는 발암물질이다. 이 발암물질은 학교 급식실에서 튀김, 볶음, 구이 요리를 할 때 발생한다. 급식실의 경우 몇백 명이 넘는 요리를 한꺼번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폐암에 대한 위험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지난 2021년 2월 24일, 학교급식 노동자 폐암이 최초로 산재인정을 받았다.

학교 급식실 노동자 1인당 식수 인원 146명

학비노조는 급식실 노동자들의 산재 원인이 “높은 노동강도”에 있다고 지적한다. 집단급식의 경우 1인당 식수 인원(급식노동자 1명이 책임지는 급식 인원)은 노동강도를 측정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2019년 1월 국회 김종훈 의원실(당시 민중당) 자료에 따르면, 집단급식을 하는 국립대병원, 과학기술원, 국책연구기관, 국립수련원 등 8개 기관과 군대(연합뉴스 보도)의 1인당 평균 식수 인원은 57명이다. 이에 비해 유, 초, 중, 고등학교 급식실의 1인당 식수 인원 평균은 146명으로 타 기관의 2~3배에 달한다.

박미향 학비노조 위원장이 학교 급식실 식수 인원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학생 수 대비 조리실무사 배치 기준표가 있는데 17개 시도교육청마다 천차만별이에요. 어디는 1인당 100명, 어디는 150명 등등 다 달라요. 급식실 형태, 배식 형태도 다 다릅니다. 어디는 교실에서 배식하고, 어디는 식당에서 배식하고, 병행하는 경우도 있고, 산간벽지에 있는 학교는 한 학교에서 공동 조리를 해 배달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다 보니 배치기준도 없이 제멋대로이고, 문제는 교육청들도 이런 기준이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른다는 거예요. 교육부도 모릅니다.”

급식실 노동자의 직업성 암(폐암) 문제는 식수 인원(배치기준)과 연관돼 있다는 게 ‘근로복지공단 직업환경연구원 업무상 질병 역학조사 회신서’에도 나타난다. 이 회신서에 따르면, 조리실무사 1인당 약 100명을 초과하는 급식인원을 담당하고 있었고, 총 조리일수 중 조리흄에 노출되는 메뉴를 조리한 일수는 81%나 됐다. 이는, 노동자 1명이 튀김요리를 1년에 16,800인분, 하루 평균 46인분이나 조리한다는 뜻이다. 1인이 과도한 튀김요리를 조리해 조리흄에 장시간 노출됐고, 이로인해 폐암이 발병했다고 적시하고 있다.

일반인에 비해 17배 높은 폐암 유병율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 학교 급식종사자 폐암 건강검진 실시계획’ 중 학교급식 종사자 폐암 산재신청 현황을 보면 실제로 10~15년 근무한 노동자는 일반인에 비해 유병율이 17배가 높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자체 실태조사에서도 그 위험성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겨울에는 냉동재료를 찬물로 씻어서 녹여야 하고, 설거지할 때는 뜨거운 물이 눈앞에 왔다갔다 하고, 오븐기를 씻는 세제는 독성이 특히 강해 그걸 마시면 숨을 턱턱 막히고, 살을 파고들고…. 그것도 모자라 튀김에서 나오는 연기가 또 우리를 죽어 나가게 하는 것도 모르고, 몸이 그렇게 망가지는 것도 모르고, 제시간 안에 그리고 좀 더 미친 듯이 일하고 나서 좀 쉬고 있으면, ‘그렇게 쉬는 시간이 있는데 배치기준표가 뭐가 문제가 있냐’는 말을 들어요. 제시간에 급식이 나오고, 깨끗하게 청소돼 있는 급식실만 보는 사람들은 잘 모르죠. 목숨 걸고 일하는 걸….”

학비노조는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1) 임시건강검진, 2) 환기시설 전면 교체 3) 배치기준 표준화 및 하향을 요구했다. 고용노동부는 그해 12월 폐암 대책으로 건강검진, 환기시설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으나 현재까지 제대로 진행된 곳은 없는 상태다.

학교급식이 운영된 이례 조리흄, 유해물질을 외부로 배출하는 환기시설에 대한 기준은 전무했다. 안전보건공단 실태조사(2021.12) 결과 93개 학교 중 환기시설 유속이 양호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보위를 통해 배치기준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데, 교육청들은 또 예산문제를 얘기합니다. 한 사람을 추가하면 예산이 늘어나니까 또 예산 핑계를 대는 거죠. 사람을 살리려면 교육감들이 특단의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지방교육재정 삭감을 언급하는 윤석열 정부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난 8일, 국회 앞 단식농성장에 방문한 조희연 서울교육감(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과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학교급식실 안전대책에 대한 안건을 총회에 상정해 전체 시도교육청에서 시행하겠다고 했다.

학비노조는 방중에도 쉼 없는 투쟁으로 교육청으로부터 임금체계 개편은 물론, 급식실 배치기준 하향의 실질적인 로드맵을 쟁취하겠다는 계획이다.

노동조합 요구

1) 정부 차원의 배치기준 연구 용역 진행

학교급식실 노동자 적정인원 배치 기준 연구와 연구결과를 토대로 노동조합과 협의해 표준화된 배치기준을 마련.

2) 환기시설 개선

폐암 산재 예방을 위해 가이드라인에 따른 환기시설 개선과 그에 따른 예산 편성

3) 정기적 폐암 건강검진 실시

일회성으로 진행 중인 현재 학교급식노동자 대상 폐암 건강검진을 폐암 조기 발견과 치료를 위해 학교급식노동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정기적인 폐암 건강검진 요구

4) 노동조합, 노동부, 교육부(교육청) 3자 협의체 구성

1. 배치기준 연구 용역, 2. 환기시설 개선, 3. 정기적 폐암 건강검진, 4. 예산 편성에 대한 논의를 위해 3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정기적인 협의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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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무단횡단 한덕수, 그가 기득권을 대변한다는 증거

 
한덕수 국무총리의 무단횡단이 연일 화제다. 19일 이태원 시민분향소를 찾았다가 유가족의 반발에 돌아가는 과정에서 한 총리는 반대편 도로에 세워 둔 차량에 탑승하기 위해 빨간불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넜다. 누가 봐도 무단횡단!

한 시민이 이를 국민신문고에 신고했고, 국무총리실은 21일 “한 총리는 현장에서 근무 중이던 용산경찰서 경찰관의 지시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넜다”는 해명을 내놨다. 절대로 무단횡단이 아니라는 반론!

그런데 웃긴 건, 이왕 아니라고 주장했으면 좀 우기기라도 할 것이지 해명을 내놓은 지 이틀 뒤인 23일 한 총리가 경찰에 범칙금을 납부했다는 사실. 이번에는 또 다시 무단횡단임을 인정!

뭔 나라가 이틀에 한 번씩 무단횡단의 기준이 바뀌냐? 게다가 어떤 국무총리가 무단횡단 기준이 뭔지 몸소 보여주기 위해 국가적 논란을 만들기까지 하냐고? 나라가 대충 엉망인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아주 구체적으로 개판이다.

선민의식은 불법을 낳는다

한 총리의 이런 행동은 “당연히 나는 그래도 되는 사람이야”라는 선민의식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런 선민의식은 기득권층의 전유물이다. 문제는 이런 선민의식을 가진 자들이 법질서 알기를 훨씬 우습게 여긴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보자. 버클리 대학교 사회심리학과 폴 피프(Paul Piff) 교수는 부자와 빈자들 중 누가 더 법을 잘 지키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관찰 실험을 실시한 적이 있었다. 미국의 부유층들이 대거 모여 사는 로스앤젤레스 해안가 횡단보도에 관찰 카메라를 설치한 것이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차량이 횡단보도를 만나면 무조건 정지해야 한다. 피프 교수의 관찰 결과 값 싼 소형 차량일수록 이 법을 잘 지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최고급 차량일수록 규칙을 무시했다. 심지어 보행자가 있는데도 최고급 차량은 멈추지 않고 횡단보도를 가로질렀다. 부자들이 법을 훨씬 더 잘 안 지킨다는 뜻이다.

한 총리의 행태가 바로 이런 것이다. 본인이 기득권층에 속해있다는 확신에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역할까지 얻다보니 행동이 자연히 그들을 따라간다. 횡단보도? 그걸 왜 신호등을 기다리나? 나는 기득권인데!
 
한덕수 국무총리가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당정대협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12.18. ⓒ뉴시스

한 발짝 더 나아가보자. 왜 한 총리는 이틀 뒤에 범칙금을 낼 정도로 뻔한 사실을 “무단횡단이 아니다”라며 거짓말을 했을까? 이것은 진실성과 관련이 있다. 그런데 피프 교수는 다른 실험을 살펴보면 부자일수록 거짓말을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195명의 참가자들에게 인터넷 컴퓨터로 주사위를 다섯 번 던지는 놀이를 하도록 시켰다. 다섯 번의 합계 결과 가장 많은 점수를 얻은 사람에게 50달러짜리 상품권을 주는 게임이었다.

문제는 이 게임에서 누가 주사위를 던져도 다섯 번 숫자의 총합은 12가 나오도록 미리 설계를 해 뒀다는 데 있다. 참가자들은 자기의 숫자 총합을 직접 적어내도록 했는데, 이 말은 12보다 높은 숫자를 적어낸 사람들은 모두 거짓말을 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실험 결과 연소득이 25만 달러(약 3억 2,000만 원)가 넘는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는 비율이 가난한 민중들의 비율보다 훨씬 높았다. 까짓 50달러, 우리 돈으로 6만 원 정도 하는데, 이거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돈이다. 연봉이 3억 원이 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부자들은 이런 사소한 문제에서까지 거짓말을 태연히 하며 자기 이익을 챙긴다. 이에 관해 피프 교수는 “부와 풍족함이 그들에게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착각 속에 빠지게 했다”고 설명한다. 한 총리처럼 권력을 가진 자들이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 않고 태연히 거짓을 말하고 비리를 저지르는 이유다.

3루에서 태어난 자들

드라마 <스토브리그>에 나와 널리 알려진 명언이 하나 있다. 원래 미식축구 감독인 배리 스위처(Barry Switzer)의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3루에서 태어났으면서 인생에서 자기가 3루타를 친 줄 알고 살아간다.”(Some people are born on third base and go through life thinking they hit a triple.)

기득권과 선민의식에 쩔어 사는 자들을 보면 진짜 이런 인간들이 한 둘이 아니다. 이와 관련한 피프 교수의 실험을 하나만 더 살펴보자. 이른바 ‘모노폴리 실험’이라는 것이다.

피프 교수는 세계적 천재들만 다닌다는 버클리 대학교 학생들을 불러 두 명씩 짝을 지은 뒤 모노폴리 게임(부루마블과 비슷한 게임)을 하도록 지시했다. 그런데 이 게임의 규칙이 매우 독특했다.

A와 B 두 사람이 게임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게임 규칙이 절대적으로 A에게 유리하게 설정된 것이다. 예를 들면 A의 밑천은 2,000달러로 B의 밑천 1,000달러보다 갑절이나 많았다.

A는 두 개의 주사위를 던졌고, 같은 숫자가 나오면 한 번 더 던질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B에게는 고작 한 개의 주사위만 주어졌다. 출발선을 통과할 때마다 받는 월급도 A가 B의 두 배였다. 심지어 A가 사용하는 말은 휘황찬란한 롤스로이스 모양이었지만, B의 말은 낡은 신발 모양이었다. 이런 게임은 해 볼 필요도 없다. 승리는 무조건 A의 차지다.

이 게임에서 A는 압도적인 ‘3루에서 태어난 자’였다. 애초에 가진 재산도 많았고, 자원을 살 기회도 많았다. 그렇다면 A와 B는 어떤 방법으로 ‘3루에서 태어난 자’와 ‘평범한 민중’으로 나뉘었을까? 그냥 동전 던지기로 결정했다. 100% 운에 의해 A는 금수저가 됐고 B는 흙수저가 된 것이다.

여기서부터가 매우 흥미롭다. 피프 교수가 15분 동안 몰래카메라로 관찰한 결과 운에 의해 금수저가 된 A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매우 오만해졌다. 게임 판에서 말을 옮길 때 과시하듯 일부로 쿵쾅쿵쾅 소리를 내고 다녔다. 그리고 이들은 “너 이제 큰일 났다. 얼마 갖고 있어? 24달러? 그거 조금 있으면 다 나한테 잃을 거야”라며 상대를 조롱하기 시작했다. 잔고가 늘어날수록 가난한 자에게 동정심을 보이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게임을 마치고 피프 교수는 참가자들에게 소감을 물었다. 놀랍게도 금수저 A들은 대부분 “제 전략이 매우 훌륭해서 이겼죠”라며 자신의 뛰어남을 자랑하기에 바빴다. 그들의 승인(勝因)이 단지 동전던지기라는 운에 의해 결정됐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피프 교수는 이런 결론을 내린다.

“금수저들은 자신의 성공을 운이 아니라 자신의 노력과 재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스위처 감독의 명언을 피프 교수가 실험으로 입증한 것이다.

나는 이런 자들이 잘난 척 하며 설치는 세상이 너무나 꼴 보기가 싫다. 그보다 훨씬 성실하고 협동적인 민중들이 기죽어 사는 세상도 싫다.

그런데 그런 세상에서 국무총리라는 인간이 ‘3루에서 태어난 자’와 똑같이 법을 어기고 똑같이 거짓말을 한다. 이런 세상이 더더욱 엿 같다. 그렇게 기득권 연 하면서 살 거면 국무총리라는 직함 떼고 ‘기득권총리’라는 이름으로 불러라. 안 그래도 요즘 오만 국가 정책이 전부 부자들 세금 깎아주는 것이던데 그렇게 불리는 게 훨씬 더 솔직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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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뉴스 선정 ‘2022년 한반도 5대뉴스’

‘한미(일) 대 북’ 군사적 시위/남북 갈등 극도의 심화/윤석열 대통령 당선과 ‘담대한 구상’...

  • 기자명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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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26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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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1
 

몇 년간 지속된 세계적 차원의 미중 전략적 갈등에다가 올해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더해지면서, 한반도에는 냉전시대의 유물이라 할 수 있는 ‘한미일 대 북중러’ 갈등이 자연스럽게(?) 재현되었습니다. 이 같은 ‘한미일 대 북중러’ 신대립구도 형성과 함께 남측에서 보수적인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남북관계 갈등이 솟구치면서 한반도에서는 ‘한미(일) 대 북’ 사이에 ‘우려할만한’ 수준의 군사적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2019년 이래 지속된 상황처럼 북미 간 대화는 물론 정부-민간 차원의 남북 간 대화도 전무했습니다. 한마디로 2022년 한반도는 정세는 갈등과 시위로 점철된 한해라고 규정하면서, 통일뉴스가 올해도 예년의 ‘10대뉴스’와 달리 ‘2022년 한반도 5대뉴스’를 선정 발표합니다. / 편집자 주

1. ‘한미(일) 대 북’ 군사적 시위(9월 23일-11월 5일)

미사일 시험발사를 지켜보는 김정은 위원장. 김 위원장은 한미(일) 연합군사연습에 대응해 9월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실시된 북한군 전술핵 운용 등 훈련을 참관했다.
미사일 시험발사를 지켜보는 김정은 위원장. 김 위원장은 한미(일) 연합군사연습에 대응해 9월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실시된 북한군 전술핵 운용 등 훈련을 참관했다. 

올해 3월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을 시험발사함으로써 2018년 4월부터 유지해온 ‘모라토리엄’이 파기되고, 이어 5월 10일 북한에 대결적인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 한반도 정세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점증하던 한반도 위기는 10월 정점을 찍었다. 9월 23일부터 11월 5일까지 진행된 한미(일) 연합군사연습에 대해 북한이 강력 대응한 것. 특히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입항하고 전략폭격기 B1B가 한반도 상공에 전개되자, 북한은 단·중거리 탄도미사일로 응사해 유례없는 ‘강대강’ 대결국면이 연출되었다. 2017년 가을 ‘김정은-트럼프’ 사이에 오간 ‘화염과 분노’의 수준을 능가할 정도였다. 

2. 남북 갈등 극도의 심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김 부부장은 몇 차례에 걸쳐 대남 공세에 나서, 극도의 남북 갈등을 보여주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김 부부장은 몇 차례에 걸쳐 대남 공세에 나서, 극도의 남북 갈등을 보여주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기간 중 ‘대북 선제타격’, ‘멸공’, 심지어 ‘주적은 북한’이라고 밝혀, 남북 갈등이 예상된 터였다. 아니나 다를까, 북한에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대남 공세 선봉에 나섰다. 김 부부장은 8월 18일 담화에서 “정녕 ‘대통령’으로 당선시킬 인물이 저 윤 아무개밖에 없었는가?” 하고는 “우리는 윤석열 그 인간자체가 싫다”며 혐오 표현을 했다. 나아가, 김 부부장은 11월 24일 담화에서 ‘윤석열 정권 교체’를 거론하면서 “그래도 문재인이 앉아 해먹을 때에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은 아니었다”며 자칫 대남 ‘핵선제공격’까지 연상시켰다.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견인해야 할 남북관계가 극도의 대결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다.

3. 윤석열 대통령 당선(5월 10일 취임)과 ‘담대한 구상’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77주년 광복절 경축식’ 장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를 통해 대북정책 ‘담대한 구상’을 밝혔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77주년 광복절 경축식’ 장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를 통해 대북정책 ‘담대한 구상’을 밝혔다.

보수적인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자 이전 문재인 정부와 비교해 볼 때 대내외적으로 많은 정책적 변화가 예상됐지만, 특히 대북정책에서의 변화가 심각했다. 윤 대통령은 8.15경축사를 통해 대북정책 ‘담대한 구상’을 밝혔는데, ‘북한 비핵화’가 골자였다. 나흘 뒤인 8월 19일 김여정 부부장이 담화를 통해 “‘담대한 구상’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10여년 전 이명박 역도가 내들었다가 세인의 주목은커녕 동족대결의 산물로 버림받은 ‘비핵, 개방, 3000’의 복사판에 불과하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이후에도 통일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담대한 구상은 선비핵화 요구와 다르다’고 애써 강조하고 있지만 전혀 북측의 호응을 못받고 있다.

4. 북, ‘핵무력정책 법제화’(9월 18일) 및 ‘화성포-17’형 시험발사 성공(11월 18일)

북한이 지난 11월 18일 시험발사한 신형 ICBM ‘화성포-17’형..
북한이 지난 11월 18일 시험발사한 신형 ICBM ‘화성포-17’형..

북한은 잇따른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다가 결국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했으며, 또한 외부세계의 7차 핵실험 가능성 운운에 대해서는 핵무기 법제화로 화답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9월 18일 ‘핵무력정책 법제화’을 채택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절대로 먼저 핵포기란, 비핵화란 없으며 그를 위한 그 어떤 협상도, 그 공정에서 서로 맞바꿀 흥정물도 없다”고 못박았다. 이어 11월 18일 신형 ICBM ‘화성포-17’형 시험발사 성공 후 김 위원장은 “핵에는 핵으로, 정면대결에는 정면대결로 대답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로써 북한은 핵탄두가 장착된 ICBM을 현실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5. 한미 정상회담(5월 21일) 및 윤석열 정부의 외교참사

'윤석열-바이든' 한미 정상회담.
'윤석열-바이든' 한미 정상회담.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5월 21일 서울에서 가진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 연합군사연습’과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명시된 공동선언에 합의했는데, 이는 ‘한미(일) 대 북’ 군사적 시위의 근원이 되었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의 외교는 참사 수준이었다. 9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문 불발’ 논란에 이어, 유엔 총회 참석 후 윤 대통령이 자초한 ‘바이든 대 날리면’ 논란 및 ‘이 XX들’ 비속어 논란에 휩싸였다.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한중 외교장관 회담(7월 9일)에서 윤 정부에 “마땅히 독립자주 노선을 견지해 외부간섭을 배제하라”고 훈계했으며, 일본이 한일 간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에 냉담한 태도를 고수하자 윤 정부는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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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동기궤도로 날아오를 영상촬영위성과 통신감청위성

[개벽예감 521] 태양동기궤도로 날아오를 영상촬영위성과 통신감청위성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2/12/26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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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은 2022년 12월 18일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 단계의 중요시험을 진행했다.

 

<차례>

1. 민족의 존엄과 자존심이 걸려있는 정찰위성 개발사업

2. 조선에서 제작된 정찰위성은 4기

3. 우주공간 무중력 상태에서 진행된 성능판정시험

4. 마침내 최종 관문 공정을 통과했다

5. 영상촬영위성과 통신감청위성의 놀라운 위력

 

1. 민족의 존엄과 자존심이 걸려있는 정찰위성 개발사업

 

1960년 8월 미국은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정찰위성을 쏘아 올렸다. 소련은 1962년 4월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정찰위성을 쏘아 올렸으며, 중국은 1974년 11월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정찰위성을 쏘아 올렸다. 미국, 로씨야, 중국은 핵무력과 정찰위성을 모두 보유함으로써 다른 핵보유국들을 제치고 세계 3대 핵강국 지위에 올라섰다. 프랑스와 이스라엘도 1990년대 후반기에 정찰위성을 쏘아 올렸지만 그것은 정찰위성 수준에 아직 이르지 못한 고성능 지구관측위성에 불과했다. 

 

핵보유국이라고 해서 자동적으로 정찰위성을 보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찰위성은 간단한 물건이 아니다. 전략핵무력과 전술핵무력을 완비한 핵강국이 자기의 핵무력을 최상의 경지에 올려놓기 위해 보유하는 최첨단 과학기술의 집약체, 그게 바로 정찰위성이다.  

 

세상에 알려진 대로, 조선은 올해 2022년에 전략핵무력과 전술핵무력을 완비했다. 전략핵무력과 전술핵무력을 완비한 조선이 마지막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정찰위성 보유다. 

 

그런데 조선의 적대세력들은 조선이 저위력 전술핵탄두를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는 헛소문을 퍼뜨리면서 조선이 저위력 전술핵탄두를 완성하려면 7차 지하핵시험을 실시해야 한다고 떠들어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왜곡선전이다. 왜냐하면 미국, 로씨야, 중국처럼 조선도 핵시험을 하지 않고 신형 핵무기를 만드는 고도의 핵탄제조기술을 개발, 습득했기 때문이다. 조선은 꽤 오래전부터 저위력 전술핵탄두를 생산하고 있다.  

 

지금 조선은 정찰위성 개발사업을 완성단계에서 추진하고 있다. 조선이 추진하는 정찰위성 개발사업의 목적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조선이 정찰위성을 보유하면, 조선의 전략핵무력과 전술핵무력은 최상의 경지로 도약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도약은 무엇을 뜻하는가? 조선은 정찰위성을 운용하는 날부터 적대세력보다 더 멀리 볼 수 있고, 더 멀리 타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적대세력보다 먼저 타격 대상을 찾아낼 수 있고, 먼저 타격 결심을 내릴 수 있고, 먼저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조선이 추진하는 정찰위성 개발사업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2년 3월 9일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지도하면서 정찰위성 개발사업이 “전쟁억제력을 향상시켜 나라의 전쟁대비능력을 완비하기 위한 급선무적인 사업”이며 조선의 당과 정부가 “가장 최중대사로 내세우는 정치군사적인 선결과업, 지상의 혁명과업”이라고 강조하였다.

 

2) 조선이 정찰위성을 보유하면, 미국, 로씨야, 중국에 이어 세계 4대 핵강국 지위에 오르게 된다. 핵무력을 보유한 프랑스와 영국을 제치고, 미국, 로씨야, 중국에 이어 세계 4대 핵강국 지위에 조선을 올려세우려는 것은 김정은 총비서의 강렬한 열망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1년 1월 8일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에서 정찰위성 개발사업에 대한 자신의 열망을 다음과 같이 술회하였다고 조선의 언론매체는 전한다. “가까운 기간 내에 군사정찰위성을 운용하여 정찰정보수집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최중대 연구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데 대하여 언급하시였다.” 

 

조선은 정찰위성 개발사업에 착수하기 전에 우선 위성관제능력부터 개발해야 했다. 그래서 조선은 2015년에 국가우주개발국 위성관제종합지휘소를 완공했다. 2015년 5월 2일 김정은 총비서는 완공된 위성관제종합지휘소를 현지지도하면서 “민족의 존엄과 자존심을 걸고 진행하는 중대사인 우주개발 분야에서도 최첨단을 돌파하려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이고 의지”라고 언명하였다. 김정은 총비서는 정찰위성 개발사업을 민족의 존엄과 자존심이 걸려있는, 최고로 중대한 국가사업으로 중시하는 자신의 심중을 그렇게 표현하였다. 

 

민족의 존엄과 자존심이 걸려있는 조선의 정찰위성 개발사업은 불꽃 같은 열망과 열정과 열의를 안고 첫걸음을 내디뎠다. 하지만 세상은 알지 못했다. 아니 알 수 없었다. 조선의 정찰위성 개발사업이 김정은 총비서의 열정적이고 세심한 지도 밑에서 낮과 밤을 이어가며 어떻게 진척되어왔는지 알 수 없었다. 

 

조선의 정찰위성 개발사업이 첫걸음을 내디뎠던 날은 언제였을까? 2021년 12월 2일 <데일리 NK> 보도기사에 이렇게 서술되었다. “(조선의) 군사정찰위성 (개발사업)은 (중략) 이미 2018년부터 시작되었다.” 조선은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18년 초에 정찰위성 개발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2018년 초에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정찰위성 개발사업이 8년 뒤인 2025년에 완료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것은 민족의 존엄과 자존심을 세계 4대 핵강국 지위에 올려놓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조선의 우주과학기술 인재들에 대한 믿음이다.

 

그런데 조선은 정찰위성 개발사업을 왜 2025년까지 완료하려는 것일까? 조선의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이 완료되는 해가 2025년이며, 조선로동당 창건 80주년을 맞이하는 해가 2025년이다. 

 

김정은 총비서의 시간표에 따르면, 조선의 정찰위성 개발사업에 주어진 시간은 8년이다. 이것은 정찰위성 제작기술, 위성궤도진입능력, 운용능력을 지난 5~60년 동안 축적해온 미국, 로씨야, 중국을 따라잡기 위해 조선이 5~60년을 8년으로 압축한 정찰위성 개발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5~60년 앞서간 세계 3대 핵강국을 따라잡으려는 조선의 압축행로는 최첨단 우주과학기술의 까마득한 목표를 향해 고속으로 달려가는 전력질주를 요구하였다. 

 

2. 조선에서 제작된 정찰위성은 4기

 

8년으로 압축된 정찰위성 개발기간에 조선이 어떻게 전력질주해왔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그날은 2021년 1월 8일이었다.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에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에 대해 언급하면서 “군사정찰위성 설계를 완성한 데 대하여 긍지 높이 공개”하였다. 김정은 총비서는 정찰위성 설계가 2021년 1월 이전에 이미 완성되었다는 새로운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조선이 정찰위성 설계도를 완성하기까지 돌파해야 했던 과학기술적 난관은 얼마나 많았을까. 세상은 알 수 없었다. 방대한 분량의 정찰위성 설계도를 완성하기 위해 김정은 총비서가 얼마나 많은 헌신과 노고를 기울였는지, 조선의 국방과학부문 간부들과 우주과학기술 인재들이 김정은 총비서의 지도를 받으며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는지 세상은 알 수 없었다. 조선의 국방과학부문 간부들과 우주과학기술인재들은 민족의 존엄과 자존심을 세계 4대 핵강국 지위에 올려놓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 끝에 마침내 정찰위성 설계도를 완성하고 정찰위성 제작에 착수했다. 

 

2021년이 거의 저물어가던 12월 2일 <데일리 NK>는 놀라운 소식을 알려주었다. 놀라운 소식이 담긴 보도기사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김정은 총비서는 정찰위성 개발사업에 “최고의 기술인력을 파견할 데 대한 지시를 직접 내렸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었으며”, 정찰위성 개발사업에 참가한 국방과학부문 간부들과 우주과학기술 인재들에게 ”적들의 군사요충지와 군사적 움직임을 시시각각 감시하고 대응할 수 있는 우리 식의 군사정찰위성 개발에 당자금을 아낌없이 투자하겠다“는 뜻을 직접 전했다.

 

2) 조선이 개발하는 정찰위성은 “광학기기 및 전파 등을 이용하는 군사위성”이며, “(위성)궤도와 송수신 방식에 따라 역할이 분류되는 영상 및 감청정찰위성이다.”

 

3) 2021년 12월까지 제작된 조선의 정찰위성은 모두 4기인데, 소형 정찰위성과 초소형 정찰위성으로 구분된다. 

 

4) 2021년 11월 22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 국방과학원,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국방성 병기심사국은 제작이 완료된 정찰위성들에 대한 최종 심사를 시작했다. 

 

조선에서 제작된 정찰위성 4기에 대한 최종 심사는 2021년 12월 말에 끝났다. 최종 심사를 끝마친 것은 앞으로 정찰위성 성능판정시험만 통과하면 된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그날은 2022년 2월 27일이었다. 조선이 정찰위성 시험 장비 성능을 우주공간 무중력 상태에서 판정한 첫 번째 시험은 그날 실시되었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2022년 2월 27일 국가우주개발국과 국방과학원이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공정계획에 따라 중요시험을 진행하였다”고 보도했다. 그날 오전 7시 52분경 평양 북쪽 순안구역에서 정찰위성 시험 장비를 탑재한 운반체 1발이 아침노을 붉게 물든 동해 하늘로 높이 날아올랐다. 그 운반체에 탑재된 것은 미사일 시험발사에서 사용하는 모의 탄두가 아니라, 정찰위성 시험 장비였다. 모의 탄두가 들어가야 할 자리에 정찰위성 시험 장비가 탑재되었으므로, 그것은 탄도미사일이 아니라 정찰위성 시험 장비 운반체였다. 

 

정찰위성 시험 장비 운반체는 지구를 박차고 만리창공으로 날아올라 약 620km 고도에 이르렀으며, 약 300km를 비행하였다. 우주공간 무중력 상태에서 정찰위성 시험 장비 성능을 판정한 첫 번째 시험은 그렇게 진행되었다. 

 

미국, 로씨야, 중국은 정찰위성 시험 장비를 우주공간으로 쏘아 올려 무중력 상태에서 성능판정시험을 하지 않고, 지상에 있는 우주환경 시험기지의 무중력실에서 성능판정시험을 진행한다. 하지만 우주환경 시험기지를 아직 갖지 못한 조선은 정찰위성 시험 장비를 실은 운반체를 우주공간으로 쏘아 올려 무중력 상태에서 성능판정시험을 했다. 2022년 3월 9일 김정은 총비서는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지도하면서 “우주환경 시험기지 건설 문제를 료해”하였는데, 이런 정황을 보면 조선에서 우주환경 시험기지가 건설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우주공간 무중력 상태에서 진행된 성능판정시험

 

우주공간 무중력 상태에서 진행된 첫 번째 성능판정시험에 대해서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1) 정찰위성에 장착할 촬영기들의 성능을 판정하는 시험이 진행되었다.  

 

해설 - 정찰위성에는 고성능 전자광학 촬영기(electro-optical camera)가 장착된다. 전자광학 촬영기는 가시광선과 근적외선 파장 대역에서 감지기(sensor)를 통해 촬영대상의 영상을 숫자화(digitalize)하여 획득하고, 이를 압축하여 지상관제소에 전송한다. 

 

2) 정찰위성 고분해능 촬영체계의 성능을 판정하는 시험이 진행되었다. 

 

해설 - 북측에서는 고분해능이라고 하고, 남측에서는 고해상도라고 한다. 영어로는 하이 레졸루션(high resolution)으로 표기한다. 조선에서 제작된 고분해능 촬영체계는 숫자식 전색영상촬영기(digital panchromatic camera)와 다중분광 촬영기(multi-spectral camera)가 각각 촬영한 위성영상자료를 단일영상으로 합성하는 장비로 구성되었다. 

 

3) 정찰위성 영상전송체계의 성능을 판정하는 시험이 진행되었다.

 

해설 - 지구 저궤도에 진입한 인공위성은 마하 23.2(초당 7.9km)의 엄청난 속도로 회전 비행을 한다. 그처럼 빠른 속도로 지구 주위를 회전하는 정찰위성이 위성영상자료를 지상관제소로 계속 보내주려면 특수전송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조선은 고도 500km에서 초속 7.9km로 날아가는 정찰위성 시험 장비가 촬영한 영상자료를 평양에 있는 위성관제종합지휘소로 전송하는 시험을 진행했다.  

 

4) 정찰위성 비행자세를 보정해주는 조종 장치들의 성능을 판정하는 시험이 진행되었다.

 

해설 - 인공위성 비행자세 조종체계는 감지장치, 구동장치, 자세 조종체계 동작 장치로 구성된다. 인공위성 비행자세 조종체계를 제작하려면 궤도공학, 위성체 동력학, 진동학, 전자공학 등 첨단공학기술을 전부 습득해야 한다. 2015년 5월 3일 <로동신문>은 국가우주개발국 위성관제종합지휘소에 “위성을 관제하는 조종실”이 있다고 보도했고, 2017년 2월 19일 <로동신문>은 그 조종실에서 “위성추적 및 원격측정, 조종을 원만히 실현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보도를 보면, 조선이 이번에 정찰위성 비행자세를 보정해주는 조종 장치들의 성능을 판정하는 시험을 진행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에 열거한 정찰위성 촬영기들, 고분해능 촬영체계, 영상자료 전송체계, 위성 비행 자세 조종 장치들은 세계 정상급 우주과학기술로 만든 최첨단 장비들이다. 고도의 기술력을 가진 우주개발 선진국이라고 해도 그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성능판정시험을 단번에 통과할 수 없다. 그래서 우주공간 무중력 상태에서 처음 실시된 조선의 정찰위성 시험 장비 성능판정에서 몇 가지 수정, 보완해야 할 문제점들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조선이 1차 시험을 실시한 날로부터 불과 엿새 만에 2차 시험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2022년 3월 5일 오전 8시 48분경 조선은 정찰위성 시험 장비 성능을 판정하기 위한 2차 시험을 실시했다. 엿새 만에 또다시 평양 순안구역에서 쏘아 올려진 정찰위성 시험 장비 운반체는 정점고도 550km까지 솟구쳐 올라 약 300km를 비행했다. 조선이 엿새 전에 쏘아올린 첫 번째 운반체와 비교하면, 정점고도는 6~70km 낮아졌고, 비행거리는 약 30km 짧아졌다. 이런 현상은 두 번째 운반체에 다른 시험 장비들이 추가로 탑재되어 운반체의 질량이 이전보다 더 무거워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조선은 2차 시험에서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제2차 시험에서 드러난 과학기술적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긴급조치가 취해졌기 때문이다. 2022년 3월 16일 <데일리 NK> 보도에 의하면, 제2차 시험으로부터 이틀이 지난 2022년 3월 7일 조선에서 정찰위성 개발사업을 더욱 힘있게 진척시킬 ‘과학자-기술자 돌격대’가 조직되었다고 한다. 과학기술 돌격대는 과학기술적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조직된 비상설 전문집단이다. 보도에 의하면, ‘3월 7일 과학자-기술자 돌격대’에는 국방과학원, 김정은국방종합대학, 당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 등에서 우주과학 부문과 국방과학 부문의 최고 인재 90여 명이 선발되어 7개 분과에 소속되었다고 한다. 

 

4. 마침내 최종 관문 공정을 통과했다

 

김정은 총비서가 ‘3월 7일 과학자-기술자 돌격대’를 몸소 조직, 포치한 것은 정찰위성 개발사업 완성단계에서 제기된 과학기술적 난제를 돌파할 결정적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3월 7일 과학자-기술자 돌격대’가 조직된 날로부터 이틀이 지난 2022년 3월 9일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지도하였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김정은 총비서는 그날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지도하면서 “위성탑재형 광학촬영장비들과 영상송신기를 비롯한 자료송수신 통신장비들, 각종 수감부 및 장치들의 개발 및 준비 실태를 료해하시고 최근에 국가우주개발국이 진행한 중요시험 결과들을 보고받으시”었으며, “최근에 진행한 중요시험들을 통하여 항공우주사진촬영방법, 고분해능 촬영 장비들의 동작 특성과 화상자료 전송계통의 믿음성을 확증한 데 대하여 커다란 만족을 표시하시였다”고 한다. 또한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김정은 총비서는 “중요시험을 통하여 지상의 특정 지역들을 시험촬영한 수직 및 경사촬영 고분해능 화상자료들을 보시면서 화상합성 처리 기술과 다량의 자료통신 처리능력, 조종 지령체계의 정확성, 통신암호화기술 등 국가우주개발국이 최근 기간 당의 우주개발정책을 받들고 달성한 성과들을 높이 평가해주시였다”고 한다.

 

그로부터 근 아홉 달이 지나는 동안 ‘3월 7일 과학자-기술자 돌격대’는 정찰위성 개발사업을 일시적으로 가로막았던 과학기술적 난관을 돌파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그들의 저력 발휘는 최종 단계의 성능판정시험으로 이어졌다. <조선중앙통신>은 보도기사에서 “최종 단계의 중요한 시험”이라고 지적했다. 

 

그날은 2022년 12월 18일이었다. 평안북도 철산군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최종 단계의 중요한 시험”이 실시되었다. 세 번째로 등장한 정찰위성 시험장비 운반체는 고도 550km까지 솟구쳐 올랐다. 한국군 합참본부는 2022년 12월 18일 오전 11시 13분과 오후 12시 5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미사일 2발이 각각 동해로 발사되었는데, 약 500km를 비행하여 일본방공식별구역 서쪽 219km 해상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들은 정찰위성 시험 장비 운반체를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이라고 왜곡했다. 그들은 운반체의 비행거리를 밝혔으면서도 정점고도는 밝히지 않았는데, 일본 방위성은 두 운반체의 정점고도가 각각 약 550km, 두 운반체의 비행거리가 각각 약 500km라고 밝혔다. 

 

그런데 의문이 생긴다. 조선은 정찰위성 시험장비 운반체를 왜 1발이 아니라 2발을 쏘아 올렸을까? 이 중요한 물음에 대한 해답은 <데일리 NK> 2021년 12월 2일 보도기사에서 찾을 수 있다. 보도기사에 의하면, 조선은 지상에서 움직이는 사람과 물체를 감시하는 영상촬영위성만이 아니라 무선통신전파를 잡아내는 통신감청위성도 함께 제작하였다는 것이다. 조선이 영상촬영위성만이 아니라 통신감청위성까지 제작한 것은 깜짝 놀랄 일이다. 

 

이 놀라운 일과 관련하여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2022년 12월 20일 대남담화에서 첫 번째 운반체는 “송신기로 신호만 송출하여 지상관제소가 추적, 수신하는가를 시험했고” 두 번째 운반체는 “이미 공개한 해당 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신호만 송출한 운반체 1호기에는 통신감청위성 시험 장비가 탑재되었고, “이미 공개한 해당 시험을 진행”한 운반체 2호기에는 영상촬영위성 시험 장비가 탑재된 것이다. 

 

조선 국가우주개발국은 “우주환경을 모의한 최적한 환경에서 각종 촬영 장비에 대한 촬영 조종 지령과 자세 조종 지령을 비롯한 지상관제의 믿음성을 확증하면서 자료 전송 장치들의 처리능력과 안전성 정도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였다”고 밝히면서 “시험을 통하여 우주환경 조건에서의 촬영운용기술과 통신 장치들의 자료처리 및 전송능력, 지상관제 체계의 추적 및 조종 정확성을 비롯한 중요기술적 지표들을 확증”하였다고 했다. 조선 국가우주개발국의 표현을 빌리면, 조선의 정찰위성 개발사업은 “최종 관문 공정을 거친 것”이다. 

 

5. 영상촬영위성과 통신감청위성의 놀라운 위력

 

조선 국가우주개발국이 12월 18일에 쏘아 올린 운반체 1호기에는 “20m 분해능 시험용 전색촬영기 1대와 다스펙트르 촬영기 2대”가 탑재되었다. 조선에서는 팬크로매틱 카메라(panchromatic camera)를 전색(全色) 촬영기라고 번역했고, 멀티스펙트럼 카메라(multi-spectrum camera)를 다(多)스펙트르(spectre) 촬영기라고 번역했다. 다스펙트르 촬영기는 다중분광 촬영기를 뜻한다.   

  

전색 촬영기는 고분해능 흑백색 영상을 촬영하고, 다중분광 촬영기는 가시광선 파장 대역, 적외선 파장대역, 자외선 파장 대역에서 저분해능 천연색 영상을 촬영한다. 고분해능 흑백색 영상과 저분해능 천연색 영상자료를 합성하여, 위성영상자료를 완성한다.

 

조선 국가우주개발국은 그들이 “시험용으로 개조한 상업용 촬영기”를 가지고 서울과 인천을 우주공간에서 촬영한 흑백색 영상 사진을 언론에 공개했다. 상업용 촬영기를 시험용으로 개조하였으므로, 분해능은 20m밖에 되지 않았다. 분해능이 20m라는 것은, 500km 고도의 태양동기궤도(sun-synchronous orbit)에서 지상에 있는 20m 길이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만일 조선 국가우주개발국이 그런 저분해능 전색 촬영기를 정찰위성에 장착하면, 지상에 있는 작은 물체들은 거의 식별하지 못할 것이다. 조선 국가우주개발국은 고분해능 전색 촬영기를 정찰위성에 장착하기 위해 남겨두고, 이번에 진행된 세 번째 시험에서는 분해능이 20m인 전색 촬영기를 회수할 수 없는 1회용 시험품으로 사용했다.

 

전후 사정이 그처럼 명백한데도, 남측의 종미우익성향 전문가들과 종미우익 언론매체들은 대북 악선전에 분별없이 날뛰었다. 남측이 운용하는 지구관측위성에는 분해능이 50cm인 전색 촬영기가 탑재되었는데, 북측에서는 분해능이 20m인 조악한 전색 촬영기를 사용한다느니 뭐니 하고 떠들어대면서 소동을 피웠다. 

 

나는 2016년 2월 15일 <자주시보>에 실린, ‘수많은 사연 안고 위성궤도 도는 광명성 4호’라는 제목의 글에서 2016년 2월 7일 오전 9시경 조선이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쏘아 올린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4호가 고도 500km의 태양동기궤도를 돌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광명성 4호의 질량은 250~300kg로 추정되는데, 그런 정도의 질량을 가진 지구관측위성에 탑재된 전자광학 촬영기의 분해능은 50cm 정도로 추정된다고 서술한 바 있다. 

 

2017년 5월 8일 <조선중앙텔레비죤방송>은 경상북도 성주에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기지가 촬영된 위성사진 두 장을 방영했다. 그 두 장의 위성사진은 분해능이 50cm인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4호가 촬영한 것인데, 위성사진을 보면 기지 안에 배치된 요격미사일 발사대차들과 X-밴드 탐지레이더를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다.

  

그런데 분해능이 25cm 이하로 더 내려가는 고성능 위성은 지구관측위성이 아니라 정찰위성으로 분류된다. 이를테면, 2019년 8월 30일 당시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가 트위터 계정에 올려놓은 위성사진은 분해능이 10cm인 미국 정찰위성 USA 224가 촬영한 것이다. 미국 정찰위성 USA 224가 2019년 8월 29일 고도 400km의 태양동기궤도에서 이란의 위성발사장을 촬영한 분해능 10cm의 위성사진을 보면, 땅바닥에 떨어진 담배 한 개비도 식별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조선이 머지않아 쏘아 올릴 정찰위성의 분해능은 20cm인 것으로 추정된다. 분해능이 20cm이면, 고도 500km의 태양동기궤도에서 땅바닥에 놓여있는 신발을 식별할 수 있다. 조선의 정찰위성이 지상의 특정 대상을 정밀하게 촬영하기 위해 비행고도를 낮춰 고도 400km의 태양동기궤도에 진입할 수 있다면, 지상의 휴대전화도 식별할 수 있을 것이다.

  

조선 국가우주개발국이 12월 18일에 쏘아 올린 운반체 2호기에는 무선통신전파와 레이더전파를 모두 잡아내는 통신감청위성 시험 장비가 탑재되었다. 조선이 통신감청위성을 쏘아올리면, 적대세력이 사용하는 모든 무선통신을 감청할 수 있고, 그들이 사용하는 모든 레이더 전파를 포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적대세력이 사용하는 휴대전화도 24시간 감청할 수 있다. 

 

2022년 3월 10일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김정은 총비서는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지도하면서 다음과 같이 언명하였다고 한다.

 

1) “군사정찰위성 개발과 운용의 목적은 남조선 지역과 일본 지역, 태평양 상에서의 미제국주의 침략군대와 그 추종세력들의 반공화국 군사행동정보를 실시간 공화국 무력 앞에 제공하는 데 있다.”

 

2) “5개년 계획기간 내에 다량의 군사정찰위성을 태양동기극궤도에 다각배치하여 위성에 의한 정찰정보수집능력을 튼튼히 구축할 데 대한 국가우주개발국의 결심을 우리 당중앙은 전적으로 지지한다.” 

 

김정은 총비서가 언급한 대로, 조선 국가우주개발국이 영상촬영위성과 통신감청위성 여러 기를 태양동기궤도로 쏘아 올려 다각으로 배치하면, 조선 정찰총국은 적대세력의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를테면, 조선 정찰총국은 윤석열 대통령실, 국방부, 합참본부, 주한미국대사관, 주한미국군사령부 등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샅샅이 감시할 수 있게 되고, 그들의 무선통신 통화와 휴대전화 통화를 24시간 감청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윤석열 대통령의 공생활은 물론 사생활까지 조선 정찰총국의 24시간 위성감시망에 전부 노출될 수밖에 없다.   

 

2022년 12월 18일 조선 국가우주개발국은 정찰위성 1호기 발사 준비를 2023년 4월까지 끝내겠다고 발표하였다. 2023년 4월의 봄날 영상촬영위성과 통신감청위성을 쏘아 올리겠다는 뜻이다. 영상촬영위성과 통신감청위성을 쏘아 올릴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지금 강추위 속에서도 현대화 공사가 완공단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조선이 자기의 적대세력들에게 경악과 공포를 안겨줄 시기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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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예산에 “거대양당 졸속협상” “지역구 환심 급급”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12/26 10:00
  • 수정일
    2022/12/26 10:0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아침신문 솎아보기] 밀실 속 지역구 예산 증액에 비판

“‘윤핵관’·여당 인사들 지역구 특히 많아”

종부세 인하에 한겨레 “무력화”…해 넘기게 된 노동·민생 현안들

국회가 24일 새벽 본회의에서 638조 7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신문들은 1면에서 여야가 줄다리기를 하는 와중에도 각 당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을 챙겼다고 평했다. ‘밀실 예산’은 속기록도 남지 않는 비공식 회의로 예산안 심사를 진행하면서 가능했다.

여야는 법정 처리시한인 12월2일을 3주 넘긴 24일 새벽 2023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된 뒤 가장 늦었다. 예산은 당초 정부안(639조 419억원) 보다 3142억원 줄었고, 올해 본예산(607조 7000억원)에 비해 5.1% 증가했다.

신문들은 국회의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졸속 심사’이자 ‘밀실 합의’, ‘쪽지 예산’이라고 평했다. 예산안 처리 시점이 늦어지면서 비공식 합의에 일임했고, 민원성 지역구 예산은 증액했다.

▲26일 아침신문 1면

▲26일 경향신문 3면

한국일보는 이날 1면 머리기사에서 “‘최장 지각 처리’라는 오명에도 막판 심사 과정에서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확보 또는 증액을 통해 자신의 지역구에 돈이 돌게 한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특히 예산안 심사가 법정 처리시한(12월 2일)보다 3주나 늦어진 탓에 비공식 원내대표협의체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역할을 대신하면서 가능했다”며 “비공개 진행은 물론 속기록조차 없는 ‘깜깜이 심사’에서 모든 것을 결정하면서 언론의 견제 없이 민원성 예산들을 짬짜미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됐다고 했다.

▲26일 한국일보 1면

경향신문은 “쟁점 법안을 거대 정당 원내대표 간 밀실 합의로 졸속 처리하는 관행을 반복했다. 여야 유력 인사들 지역구 예산 챙기기도 재연됐다”고 했다. 한겨레도 “특히 예산안 막판 협상에 소수당을 제외한 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대표 원내대표만 참여하면서 거대양당의 ‘밀실 졸속 협상’이란 비판도 제기됐다”며 “여야 실세 의원들은 지역구 예산을 증액하며 실속을 챙겼다”고 했다.

▲26일 경향신문 1면

신문들은 의안정보시스템에 올라온 내년도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지역구에 신규 예산이 편성되거나 그 규모가 증액됐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국토교통부 교통시설특별회계(교특),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균특)로 분류되는 도로·철도·공항 관련 예산 중 65개가 정부안보다 증액됐다고 했다. 총 2833억원 증액돼 당초 정부안인 2조 4627억원의 11.5% 수준이다. 한국일보는 “전체 예산 규모는 정부안보다 3,000억원가량 줄었는데, 이에 맞먹는 SOC 예산이 지역에 배정된 셈”이라고 했다.

특히 여야 지도부와 ‘윤핵관’ 등 여야 ‘실세’ 의원들의 지역 예산을 늘렸다. 경향신문은 “특히 여당 인사들 지역구 예산이 많았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충남 공주부여청양)은 세종시와 공주역을 잇는 BRT(간선급행버스) 구축 사업(정부안 43억8000만원)에 14억원을 추가 확보했다”며 “정부안에 없던 동아시아역사도시진흥원 건립 예산(12억5000만원)도 넣었다”고 했다.

▲26일 한국일보 2면

한국일보도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역구(충남 공주·부여·청양)도 정부안에 없었던 부여 일반 산업단지 진입도로(45억4,000만 원) 예산이 반영됐다”며 “국민의힘 소속 정우택 국회부의장 지역구인 청주 상당구에서도 남일-보은 1 국도(81억5,000만 원→116억4,300만 원), 충청내륙고속화도로 1~3공구(합계 1,121억8,500만 원→1,222억1,600만 원) 등의 예산이 증액됐다”고 했다.

이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꼽히는 권성동 의원(강원 강릉)은 지역구 내 하수관로 정비사업 예산이 25억원 늘었고,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도 노후공단인 사상공단 재정비 예산(545억7,500만 원→566억6,900만 원)이 20억9,400만 원 증액됐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의 지역구 경북 김천 예산을 대표 사례로 들며 정부안에 없던 김천-구미 국도견설예산 78억 9900만원을 신규 반영했다고 했다. 문경-김천 철도와 김천-거제 남부내륙철도 예산도 각각 50억원, 100억원이 새로 생기거나 늘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의 지역구 사업인 대산-당진 고속도로 예산 80억원 신설, 김석기 국민의힘 사무총장 지역구를 지나는 울산 농소-경주 외동 국도 예산(173억6,200만원→200억원) 증액도 있었다.

한국일보는 “짬짜미에는 여야가 한마음이었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의 지역구를 연결하는 월곶-판교 복선전철(월판선) 예산 70억원 증액,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인천 연수을) 등이 요구한 인천발 KTX 예산 33억원 증액,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박정 의원(경기 파주을)의 파주 음악 전용 공연장 예산(30억원) 배정됐고, 위성곤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 지역구(제주 서귀포) 유기성 폐기물 바이오가스화 시설 예산 62억2,200만 원 배정 등이 새로 반영됐다.

▲26일 서울신문 1면

나라살림연구소는 밀실심의가 올해 특히 더 심했고, 도로, 철도 및 지역개발 등 지역구 민원성 사업 예산이 정치적 고려로 증액됐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나라살림연구소가 25일 분석한 ‘2023년 예산’을 인용해 함양-울산고속도로, 광주-강진고속도로와 문동-송정구지도 건설 등 예산이 일괄 50억원 증액됐다며 “모두 꼭 50억원씩 증액된 것을 보면 정치적 고려로 인한 증액임을 짐작할 수 있다”는 평을 전했다.

또 여야는 전세임대(융자)사업 6630억원 증액을 성과로 밝혔는데, 이외에 다가구매입임대, 행복주댁, 다가구매입임대 출자 등 다른 임대주택 프로그램 사업은 예산이 대폭 줄었다고 경향신문을 밝혔다.

한겨레는 국회 예결특위 소속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올해 예산안 심사와 합의 과정이 더욱더 비공개로, 더 은밀하게 진행됐다”며 “예결특위 위원뿐 아니라 대다수 의원들 모두 예산 심사 상황을 알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26일 한겨레 3면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예산 중 ‘MZ세대와 함께 하는 새마을운동’은 정부안 1억5000만원에서 2억6000만원 증액돼 4억1000만원이 됐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정부가 집행 가능성을 고려해 이미 “증액이 어렵다”고 밝힌 사업이나 일부 수용한 증액을 국회에서 배정하거나 그 규모를 대폭 늘렸다고 했다. 그러나 “예결위에서 공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증액 근거조차 알 수 없”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의원들이 쪽지 예산을 통해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 급급한 것은 지역 주민들에게 효과적인 홍보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선심성 예산 증액은 총선 공천을 앞둔 해에 더욱 두드러지는데, 재정건전성이나 지역 균형발전 등의 가치는 늘 뒷전”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지각 처리한 가운데 여야 실세 의원들은 지역구 예산 등을 증액하며 서로 정치·경제적 ‘실리’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광역 간선급행버스 구축사업 14억원 등 예산 증액과 “지역화폐 예산 3525억원을 살려냈다”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페이스북 글을 나란히 전했다.

▲26일 조선일보 4면

집값 29억 다주택자도 제외…한겨레 “종부세 무력화”


반면 주요 쟁점 법안들은 제대로 된 논의 없이 통과됐다. 법인세를 모든 과표구간(세금 매기는 기준금액)에서 1%포인트씩 인하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경향신문은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법인세법 개정안 반대토론에서 ‘국회의 정상적인 의사결정을 모두 건너뛰고 세수가 줄어 어떤 영향을 미칠지 반나절도 논의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정부·여당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출 것을 요구해왔다고 전했다.

▲26일 한겨레 3면

한겨레는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줄인 종부세 개정안에도 “각종 감면 조처로 인해 종부세 제도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종부세법 개정안은 종부세 중과세율 적용 대상을 과표 12억원을 초과하는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게만 적용하도록 했다. 한겨레는 “과표 12억원은 시가로 환산하면 29억원에 이르는 만큼, 보유 주택 가격 합산액이 29억원을 밑도는 3주택 이상 보유자와 조정지역 2주택자 등이 모두 중과세를 피하게 된 셈”이라고 했다.

합의안 못 오른 노동·민생 현안들


여야가 처리하겠다고 밝혀온 쟁점 법안들은 여전히 쌓여있다. 여야는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화물차 안전운임제와 30인 미만 사업장 추가연장근로제 등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등은 연내 처리하기로 합의한 법안 목록에도 오르지 못했다.

여야는 23일 본회의를 앞두고 각 상임위원회에서 올해 효력이 다 하는 일몰 조항 관련 법안 등 처리를 위해 심사한다. 한겨레는 “△화물차 안전운임제(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30인 미만 사업장 추가연장근로제(근로기준법) △국민건강보험법 및 국민건강증진법 등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고 했다.

▲한겨레 26일 3면

안전운임제의 경우 국민의힘이 당초 정부·여당이 제안했던 ‘3년 일몰 연장’ 제안을 뒤집고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25일 경향신문에 “불법 파업이 계속되면서 당에서도 입장이 바뀌어서 우선은 일몰을 하고 그 후 다시 논의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어 내부적으로 더 논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파업을 사실과 달리 ‘불법’으로 규정한 발언이다. 조선일보도 해당 표현을 그대로 썼다. “정부 여당은 화물연대가 애초 정부의 3년 연장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불법 파업을 강행한 만큼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26일 조선일보

▲26일 경향신문

한겨레는 “노란봉투법과 양곡관리법, 차별금지법 및 정부조직법에 대해선 워낙 이견이 커 연내 처리하자는 합의조차 하지 못했다”며 “당장 노란봉투법은 정의당이 ‘즉각 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이 ‘협상 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고 했다.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과 이김춘택 지회 사무장,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 정용재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금속노조 윤장혁 위원장, 유성욱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장은 11월30일부터 국회 앞에서 국회 앞에서 노란봉투법 통과를 촉구하며 단식 농성 중이다.

▲26일 한겨레 5면

올해 일몰되는 30인 미만 사업장의 ‘주 8시간 추가 근로제’를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본회의에 오른다. 주 52시간제 근무에 예외를 인정해 주 60시간 노동을 허용하는 내용인데, 정부는 이 기간을 2년 연장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노동계는 장시간 노동에 따른 노동자 인권 침해 등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힌 뒤 “일몰 기한을 연장하자는 것은 정부가 유예기간 동안 아무런 준비를 안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 말을 전했다.

▲26일 경향신문

한겨레는 “쌀값이 5% 넘게 떨어지거나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일 때 정부가 의무적으로 초과 생산된 쌀을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둘러싼 대립 전선도 여전하다”며 “차별금지법의 경우 국회 법사위에서 회의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김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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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통령에 그 장관…윤 대통령이 이상민을 감싸고도는 이유

 
[한겨레S]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460

국민·야당에 안 지겠다는 대통령
독재 때도 국회 해임안 받았는데
“막연한 책임 안돼” 되레 방어막
참으로 기괴한 정권이라고밖에
동남아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동남아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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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괴이한 정권입니다. 150명 넘는 국민이 사고로 한꺼번에 숨졌는데 두달이 다 되어가도록 책임지고 물러나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윤희근 경찰청장도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 가운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상민 장관은 1965년생으로 전북 익산 출신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서울대 법대 4년 후배입니다. 사법시험 9수를 한 윤석열 대통령과 달리, 4학년 때 사법시험에 합격해 오랫동안 판사를 했습니다. 변호사가 된 뒤에는 박근혜 대선 후보 캠프에 참여해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을 했고,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했습니다. 그리고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경제사회위원장을 거쳐 인수위원회 대외협력특별보좌관을 지냈습니다.

 

이상민 장관은 취임 뒤 “국민이 재난과 재해로부터 안전하게 생활하실 수 있도록 선진화된 재난 안전 관리 체계를 확립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10·29 이태원 참사가 터졌습니다. 참사 직후 정부 합동 브리핑에서 “그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통상과 달리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지금 파악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보수 언론도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 없다”

 

저는 텔레비전 생중계로 이 장면을 보면서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이 정도 대형 사고가 터지면 해당 장관은 사고 수습과 진상 파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며 무조건 머리를 숙이는 것이 상식적입니다. 그런데도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장관이라는 사람이 ‘미리 막을 수 있는 사고가 아니었다’고 발뺌부터 한 것입니다. 민심은 분노로 들끓었습니다. 이상민 장관은 이때 물러났어야 마땅합니다. 저는 윤석열 대통령이 곧 이상민 장관을 교체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아니면 최소한 이상민 장관이 먼저 사의를 표명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선 수습 뒤 사퇴 수용’ 의사를 밝힐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정도 상식과 양식을 갖춘 사람들이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아니었습니다. 정치부 기자를 오래 했는데도 제가 너무 순진했던 것 같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상민 장관의 퇴로를 막았습니다. 11월7일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에서 일선 경찰을 강하게 질책하며 그 유명한 ‘딱딱 발언’을 했습니다.

 

“엄연히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하는 것이지,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져라, 그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저는 이 말을 수십번 다시 듣고 다시 읽어봤습니다. 정치적 책임과 법적 책임을 구분하지 못하는 발언이었습니다. 정치인이 아니라 법률가의 좁은 식견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발언이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이 발언 뒤 정부 여당에서 이상민 장관 경질론이 쑥 들어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이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1월11일 동남아 출국 때 배웅 나온 이상민 장관의 왼쪽 팔을 두 차례 두드려 친근감을 표시했습니다. 11월16일 귀국 때는 이상민 장관에게 악수를 청한 뒤 “고생 많았다”고 격려했습니다. 이상민 장관도 <중앙일보>와의 문자 메시지 인터뷰에서 “누군들 폼 나게 사표 던지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겠나. 하지만 그건 국민에 대한 도리도, 고위 공직자의 책임 있는 자세도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대통령에 그 장관이었습니다. 11월23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하기로 합의했고, 다음날 국회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를 의결했습니다. 민주당은 11월25일 이상민 장관을 28일까지 파면하라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요구했고, 11월30일 해임건의안을 발의했습니다. 해임건의안은 12월8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고, 12월11일 재석 의원 183명 중 찬성 182명 무효 1명으로 가결됐습니다.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여야 합의 직후에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를 추진한 것은 아무래도 좀 이상합니다. 참사 직후에 해야 했을 일을 뒤로 미루는 바람에 모양새가 구겨진 것입니다. 그렇지만 국회에서 해임건의를 의결한 이상 윤석열 대통령은 이상민 장관을 해임하는 것이 옳습니다. 이른바 보수 신문 논객들도 이상민 장관 해임을 요구했습니다. 그게 상식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내가 아는 상당히 보수적인 지인들도 대통령이 왜 그토록 ‘이상민 보호’에 집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도대체 행안부 장관이 이태원 참사와 무슨 인과관계가 있어서 자르냐’고 생각한다면 아직 정치를 잘 모르는 것이다. 대통령을 자를 수 없으니 장관을 자르는 거다.”(<동아일보> 박제균 칼럼)

 

“시민 158명이 목숨을 잃은 대참사가 일어난 지 40일이 넘었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고 물러난 인사가 없다.”(<중앙일보> 사설)

 

“아리스토파네스가 조롱한 소피스트들은 오늘날로 치면 법률가들이다. 법률가들은 본능적으로 책임을 전가한다. 처음에는 예방 불능론을 들먹이더니 돌연 일선 책임론을 들고나왔다.” “법은 일선의 책임은 무한하고 고위층으로 갈수록 책임을 묻기 어렵게 돼 있다. 이런 책임 전가야말로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에 딱 맞는 재료가 아닐까.”(<동아일보> 송평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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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서답에 책임 분간 못 하는 대통령

 

이상민 장관에 대한 국회의 해임건의와 언론의 경질 요구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답변은 무엇이었을까요?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해임은 진상이 명확히 가려진 후에 판단할 문제라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해서는 진상 확인과 법적 책임 소재 규명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국회의 해임건의는 이상민 장관에게 정치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인데, ‘진상 확인과 법적 책임이 중요하다’고 동문서답을 한 셈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도대체 왜 이상민 장관을 이렇게까지 감싸고 도는 것일까요? 두 가지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첫째,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장관 중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편하게 전화하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상민 장관입니다. 여권 내부 사정에 밝은 사람들은 두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의 ‘싱크로율’이 거의 100%라고 증언합니다.

 

둘째, 윤석열 대통령의 자존심 때문입니다. 국회 해임건의 직후 정부 여당발 ‘1월 개각설’이 나돌기 시작했습니다. 이상민 장관을 슬쩍 끼워넣은 개각 전망입니다. “내가 판단해서 바꾸고 싶을 때 바꾸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가 흘러나온 것 같습니다. 어느 쪽이든 윤석열 대통령의 생각과 태도는 옳지 않습니다. 주권자인 국민과 국정의 동반자인 야당을 어떻게든 이겨먹겠다고 심술을 부리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행정안전위원회 관련 법안 처리 결과를 보며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행정안전위원회 관련 법안 처리 결과를 보며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독재자였던 박정희 대통령도 1969년 권오병 문교부 장관, 1971년 오치성 내무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해임건의를 받아들였습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때의 사례도 조금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인 2001년 국회가 임동원 통일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의결했습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주도하고 공동 여당이었던 자민련이 가세했습니다. 임동원 장관은 사퇴했고 김대중 대통령은 자민련과의 공동 정권을 포기했습니다. 뒷날 자서전에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9월3일 임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자민련의 가세로 통과되었다. 이로써 자민련과의 공동 정권이 무너졌다. 3년8개월 만이었다. 정국은 1여 2야의 구도로 재편되었다. 우리에게는 소수 정권의 험난한 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에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을 임명했다. 야당의 거센 반발을 예상했지만, 이는 햇볕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나라 안팎에 천명하는 것이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3년에는 국회가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의결했습니다.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2011년 <문재인의 운명>에 이런 기록을 남겼습니다.

 

“김두관 장관 재임 기간 행자부는 부처의 업무수행 평가와 혁신 평가에서 1위를 할 정도로, 그는 장관직을 잘 수행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장 출신 군수’라며 끊임없이 비아냥거리고 멸시하더니, 끝내 학생시위를 이유로 국회에서 해임권고 결의를 했다. 나는 워낙 부당한 결의인데다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결의여서 계속 버텨나가기를 바랐다. 그러나 자신 때문에 정국 경색이 장기화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김 장관이 스스로 사직을 청해왔다. 결국 대통령이 사직을 수리했지만, 우리 사회 기득권자들의 횡포가 그와 같았다.”

 

 

대통령과 장관이 답 내놓을 때

 

그렇습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야당이 주도한 해임건의를 수용했습니다. 사유가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의결이었기 때문입니다. 임동원·김두관 사례에 견주면 윤석열 대통령의 이상민 장관 해임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지난 20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간담회 직후 기자들이 유가족들에게 간담회에서 이상민 장관 해임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는지 물었습니다. 유가족 대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상민 장관이 파면되든 스스로 사표를 멋있게 던지든 신경 쓰지 않겠습니다. 마음대로 사시기 바랍니다. 저희도 저희 갈 길을 가겠습니다.”

 

이제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장관이 답을 내놓을 차례입니다.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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