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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고, 야유하고, 팝콘 먹고…의장 못 뽑아 아수라장 됐던 미국 하원

개회 나흘째인 1월 6일, 여전히 투표에서 과반을 못 넘겨 하원 의장으로 선출되지 못한 공화당의 원내대표 케빈 매카시가 본회의장에 있다. ⓒ사진=뉴시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공화당, 캘리포니아)가 결국 굴복하고 당내 강경 우파 20명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개회 닷새째인 7일 새벽, 15번째 투표에서 가까스로 하원 의장으로 선출됐다. 하원이 의장 선출 투표를 10차례 넘게 진행하는 것은 1859년 이래 처음이다.

폴리티코가 자세히 보도했듯이, 의장 선출이 이틀째 무산돼 세계적인 화제가 됐을 때 하원의 모습은 한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미국 하원 의원들은 점점 더 다양한 방법으로 그 시간을 버텼다. 수 시간씩 자리를 뜨지 못하는 의원들은 수다를 떨었다. 케빈 매카시가 의장 당선에 연속으로 실패하는 모습을 보며 좌절감(공화당)과 즐거움(민주당)에 빠져서 말이다.

이때의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있었다. 마이클 맥콜 의원(공화당, 텍사스)이 하원 의장을 뽑지 못한 상태가 하루하루 지속될수록 공화당의 통치능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지고 공화당의 분열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주장하며 폭스 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여섯 번째 투표도 실패로 돌아가자 매카시 의원 쪽으로 몰려가는 기자들이 그를 밀치면서 그가 생방송 중에 엉덩방아를 찧은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기가 지지하는 매카시의 선출을 위해 SNS에 글을 올렸다. 여느 때처럼 대문자로 뒤덮인 메시지는 그리 자신감 있지 못했다. ‘공화당 의원님들, 위대한 승리를 부끄러운 엄청난 패배로 만들지 말라. 지금은 자축할 때다. 우리는 그럴 자격이 있다. 케빈 매카시는 잘 할 것이다. 어쩌면 굉장히 잘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빅토리아 스파츠 의원(공화당, 인디애나)이 4차 투표부터 매카시에 대한 지지에서 기권으로 돌아섰을 뿐 매카시와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4일(현지시간) 득표수는 꿈쩍하지 않았다.

지친 댄 크랜쇼 의원(공화당, 텍사스)은 매카시를 반대하는 파벌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당신들이 선거 때 정치컨설팅 회사들이 하라고 했던 진부한 얘기를 되풀이하는 게 지겹다’ 더 솔직하게 ‘비공개적인 자리에서는 당신이 실제로 원하는 것을 말하거나 그냥 닥쳐. 그게 내 메시지다’라고 했다.

화려하게 준비된 하원 선서 행사에 대한 기대가 점점 의구심과 절망으로 바뀌면서 여기저기서 피로의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의장 선거가 빨리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분명해지면서 당선인 가족들이 기념사진을 위해 한껏 차려입은 어린 자녀를 데리고 하나둘 자리를 떴다. 아기가 있는 의원들은 휴대품 보관소에서 시간을 보냈고, 그 시간이 길어지자 지미 고메즈 의원(민주당, 캘리포니아)는 이 방을 기저귀 교환 장소로 쓰기도 했다.

2년 동안 언론에서 분열된 모습이 부각됐던 민주당 의원들은 이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대체적으로 공화당이 우왕좌왕하는 광경을 환영했다. 몇몇 민주당 의원들은 공화당이 사태를 수습에 분주한 동안 하원 본회의장에 팝콘을 들고 들어가는 자신의 셀카를 트위터에 올렸다. 퍼즐 푸는 모습이 포착된 스캇 피터스 의원(민주당, 캘리포니아)을 포함해 많은 민주당 의원들은 핸드폰을 보며 또다시 일어나 한명씩 투표하기를 기다렸다. 6번의 투표에도 민주당의 단결은 흔들리지 않았다. 제프리스 민주당 후보는 매번 212표로 매카시의 득표수를 앞섰다.

‘미국에는 지금 하원 의장이 없지만 하원 휴대품 보관소에는 타코가 있다’고 트윗한 짐 하임스 의원(민주당, 코네티컷)처럼 민주당 의원들이 상황을 즐기는 이틀 동안 공화당이 부딪히는 긴장의 순간도 있었다. 캣 캠맥 의원(공화당, 플로리다)이 투표가 이뤄지는 동안 음주를 한 민주당 의원들이 있다고 하자 민주당은 야유를 보내며 항의했다. 민주당은 이 발언으로 캠맥 의원을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의장이 없어 징계 절차를 포함한 하원 규정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했다.

하원 규정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즐기는 사람도 있었다. 한 의원은 대표적으로 의원들이 자주 질책을 받는 규정을 어기고 일부러 본회의장에 외투를 입고 들어가는 의원들이 많았다고 했다.

한편 양당의 일부 의원은 예상치 못한 동맹도 가능하다는 신호를 보냈다. 몇몇 민주당 의원은 소위 ‘통합 하원 의장’을 논의해 보자고 공화당에게 제안했고, 켄 벅 의원(공화당, 콜로라도)은 매카시가 계속 실패한다면 매카시 대신 스티브 스컬리스(공화당, 루이지애나)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를 내세우자고 제안했다.

다른 의원들은 의장 선출에 실패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세계가 미국의 통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될 것이고, 미국이 무능하다는 인상을 주면 미국의 적들이 대담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혼란은 오히려 커져갔다. 아직 선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의장실을 사용하는 매카시를 두고 맷 게이츠 의원(공화당, 캘리포니아)은 국회의사당 관리당국에 공식적으로 문제제기하고 항의 서한을 트위터에 올렸다. ‘무단 점거자를 고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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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상 처음... 이재명 "사법리스크 아니라 검찰쿠데타"

[현장] 제1야당 대표 검찰 소환 출석... 성남 FC 후원금 제3자 뇌물 혐의 적용

23.01.10 09:15l최종 업데이트 23.01.10 11:31l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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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10일 오전 10시 53분]

헌정 사상 처음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10시 40분께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조사를 받기 위해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했다.

앞서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유민종 부장검사)는 성남FC 후원금 의혹 관련 이 대표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 혐의 등을 적용해 소환 통보했다. 두산건설·네이버·NH농협은행·차병원 등 기업이 성남FC에 광고비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부지 용도 변경 등 이들 기업 현안을 해결해주는 등 대가를 제공했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지난해 9월 경기남부경찰청은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이 대표를 검찰에 송치했다. 2021년 9월 경기 분당경찰서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송치했지만,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와 고발인들의 이의신청으로 재수사를 거친 결과다.

현직 제1야당 대표를 상대로 검찰이 소환을 통보하고 출석이 이뤄진 경우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2003년 이른바 '불법 대선자금 차떼기 사건'으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지만, 당시 이 전 총재는 현직이 아니었다.

이날 10시 19분 청사 진입로에 도착한 이 대표는 차에서 내려 100m 이상을 걸어서 검찰 청사로 이동했다. 집회 인파로 인해 약 16분 후 청사 출입구에 마련된 '포토라인'에 도착한 이 대표의 첫 마디는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 헌정사 초유의 현장, 그 자리에 서있다"는 것이었다. 다음은 이 대표의 발언 전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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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자리를 지켜보고 계신 국민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함께 해 준 여러분, 지금 우리는 대한민국 헌정사 초유의 현장 그 자리에 서 있다. 오늘 이 자리는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불의한 정권의 역주행을 이겨내고 역사는 전진한다는 명백한 진리를 증명한 역사의 변곡점으로 기록되길 바란다.

국민 여러분, 잘 난 사람만 누리는 세상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꿈꿨다. 누구나 기여한 만큼 그 몫이 보장되는 공정한 세상을 꿈꿔왔다.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맡겨진 권한이 크든 작든 최대한 역량을 쏟아부었다. 권력의 진정한 주인은 국민이란 것을, 정치가 시민을 위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행정으로 증명하려고 무던히 애썼다. 불가침의 성벽을 쌓고 달콤한 기득권을 누리는 이들에게 아마도 이재명은 언제나 반란이자 그리고 불손 그 자체였을 것이다. 그들이 저를 욕하는 것은 상관없다.

그러나 저와 성남시 공직자들의 주권자를 위한 그 성실한 노력을 범죄로 조작하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오직 이재명 제거에만 혈안이 돼서 프로축구가 고사를 해도, 지방자치가 망가져도, 적극행정이 무너져도 상관없다는 그들 태도에 분노한다. 소환조사는 정치검찰이 파놓은 함정이란 것 잘 안다. 특권 바란 바 없고, 잘못한 거 없고, 피할 이유 없으니 당당히 맞서겠다.

국민 여러분, 저는 기득권과 싸워오면서 스스로를 언제나 어항 속의 금붕어라 여겼고 그렇게 말해왔다. 공직자들에게는 경고하고 강조했다. '숨기려 하지 말라'. 숨기려하는 사람은 개인에 불과하지만, 아마추어에 불과하지만, 숨긴 걸 찾아내는 수사기관은 프로전문가들이고 집단이고 권력과 예산 조직과 노하우를 가진 거대한 집단이다. 결코 속일 수 없다 이렇게 말해왔다. 숨기는 건 불가능하다, 귀에 못이 박히도록 우리 성남시 공직자들은 저에게 말을 들어왔다.

오늘의 검찰 소환이 유례 없는 탄압인 이유는 헌정사 최초의 야당 책임자 소환이어서가 아니다. 이미 수년 수사해서 무혐의 처분된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서 없는 죄를 조작하는 사법쿠데타이기 때문이다.

여러분이 판단해보시라. 성남시장으로서 성남시에게 기업을 유치해서 세수를 확보하고 일자리를 만든 일이, 광고를 유치해서 세금을 아낀 일이 과연 비난받을 일인가. 이렇게 검찰이 공권력을 마구 휘두르면 어느 지자체장이 기업을 유치하고 적극 행정을 해서 시민 삶을 개선하고 도시를 발전시키겠나. 전국 시민구단 관계인들은 관내 기업을 상대로 광고를 유치하고 예산을 아끼는 일을 하겠는가. 성남시 소유이고 성남시 세금으로 운영되는 성남FC를 어떻게 미르재단처럼 사유화할 수 있다 생각하나. 성남 FC 직원들이 광고를 유치하면 세금을 절감해서 성남시 시민들에게 이익될 뿐이지 개인 주머니로 착복할 수 있는 구조가 전혀 아니다. 이를 모를 리 있겠는가.

그런데도 검찰의 왜곡이 상상을 초월한다. 적법한 광고 계약을 한 대가를 굳이 무상 후원으로 우긴다. 성남FC 직원들의 정당한 광고 계약을 부정한 행위처럼 만들고 있다. 성남FC가 운영비가 부족하면 성남시 예산을 추가 편성해서 예산하면 그만인데, 시장과 공무원들이 성남시 예산을 아끼려고 중범죄를 저지르려 했다는 것이 과연 상상이 되는가. 아무 개인적 이익도 없는데 왜 그런 불법을 감행했다 생각하나. 검찰의 이런 이상한 논리는 정적 제거를 위한 조작 수사, 표적 수사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국민 여러분, 역사는 늘 반복되면서도 언제나 전진했다. 오늘 이 순간도 그러한 한 역사의 순간이라 생각한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내란 세력들로부터 내란 음모죄라고 하는 없는 죄를 뒤집어썼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논두렁 시계 등등 모략으로 고통 당했다. 이 분들이 당한 일이 사법리스크였나. 그것은 사법리스크가 아니라 검찰리스크였고 검찰쿠데타였다. 조봉암 사법살인 사건,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등등의 셀 수 없이 많은 검찰의 사건 조작이 있었다.

검찰은 그동안 정권 시녀 노릇을 하다가 이제 권력, 정권 그 자체가 됐다. 정적 제거를 위한 조작 수사로 영장을 남발하고 수사 기소권을 남용하고 있다. 검찰 공화국의 이 횡포를 이겨내고 얼어붙은 정치의 겨울을 뚫어내겠다. 당당하게 정치 검찰에 맞서서 이기겠다."



[1신 : 1월 10일 오전 9시]

이재명 소환 앞두고 긴장감... 지지자들 "김건희도 특검해라"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관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검찰 출석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모습.
▲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관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검찰 출석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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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조사를 받기 위해 모습을 나타낼 '최전선'에 10일 아침 일찍부터 긴장감이 돌고 있다.

앞서 경기남부경찰청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이날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인원은 2300명 정도다. 이 대표 측 집회 인원은 민주시민촛불연대 등 1500명, 애국순찰팀·신자유연대 등 집회 인원은 800명 규모다. 

지난 12월 23일 이재명 대표는 춘천시 강원도당 회의실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 회의 때 검찰 소환 통보에 대해 "파렴치한 야당 파괴 조작 수사의 최전선에서 당당히 맞서고 싸워 이기겠다"는 말로 검찰 출석을 예고한 바 있다. 

이날 '최전선'에서 집회를 주최하는 '21세기조선의열단' 단장 김태현씨는 <오마이뉴스>를 만나 "오늘은 전국에서 3000여 명 이상 모일 예정이다. 검찰의 부당한 표적 수사에 맞선다는 지지자들의 뜻을 보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남지청 정문 앞에서 무료 음료대 봉사활동을 진행하는 조아무개씨는 "오전 6시 30분에 현장에 왔다"면서 "포항과 대구 등 전국에서 버스를 대절해 온다. 어떻게 가만히 있냐. 1000명 이상 드실 수 있는 커피와 율무차, 보이차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씨는 "이재명 대표도 당당히 조사에 임하는 만큼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상황이 다분한 김건희씨에 대한 특검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경찰은 성남지청 앞 산성대로 양편 도로에 양측 집회 인원을 분산 유도할 예정이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양측 충돌에 대비해 기동대 12개 중대(900명 규모)를 현장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지청 인근 남한산성역 3번 출구와 4번 출구 앞에는 "정치탄압 중단하라"는 손피켓을 든 이 대표 지지자 등이, 반대편 2번 출구 앞에는 "대장동 수괴 이재명 체포하라"고 적힌 현수막을 든 단체들이 맞불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성남지청 정문 앞 산성대로 주변 인도와 차로 등에 사람들이 계속 모여들고 있다.

(* 후속 기사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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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미래 가져올 尹의 선거제도 개혁안, 최선책은?

[장석준 칼럼] '개방명부형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과 대통령제 개혁 함께 진행해야

신현재 기획위원  |  기사입력 2023.01.10. 07:13:42

 

2020년 선거법 개정과 총선은 최선의 개혁을 약속하는 듯싶었다가 오히려 최악의 결말을 선사했다. 한때는, 진보정당과 사회운동이 오랫동안 주장해온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마침내 도입될 것만 같았다. 그러나 '준연동형'이라는 기이한 타협과 비례위성정당 사태를 거치며 양당 독점 정치가 더 강화되는 결과로 끝나고 말았다.

 

이후 3년 동안 선거제도 문제는 계속 쉬쉬 하는 쟁점이 되었다. 준연동형이라는 기묘한 제도의 손질과 비례위성정당 사태의 재연 방지를 위한 논의가 반드시 필요했지만, 누구도, 심지어는 진보정당조차 제대로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만큼 2020년의 경험이 불러온 트라우마가 컸다.

 

그러다 이제 다시 차기 총선을 1년 조금 넘게 앞둔 시점이 됐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갑자기 선거제도 개혁이 정가의 최대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이번에 화두는 '중대선거구제 도입'이다. 

 

이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그래도 소선거구제를 바꾸자는 목소리가 다시 일고 있으니 일단 환영하고 볼 일인가? 한데 환영만 하기에는 불안하고 걱정되는 대목이 더 많다. 무엇보다도 중대선거구제 도입 논의 안에 최선의 선택지와 최악의 선택지가 공존하기 때문에 그렇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논란 때에도 최선의 가능성과 최악의 가능성이 함께 했지만, 그 진폭은 지금이 더 크다. 그럼 도대체 무엇이 '최선'이고, 무엇이 '최악'이란 말인가? 

 

 

 

 

 

 박주민 의원안, 지금껏 제출된 최선의 선거제도 개혁안

최선의 안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박주민 의원안')이다. 사실 이 법안은 정확히 말해 중대선거구제 도입안은 아니다. 개정안 스스로 밝히듯이 '개방명부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개정안이 상정하는 국회의원 선출단위는 '중대선거구제'라는 틀에서는 '대선거구제'로 분류된다. 이 점 때문에 아직도 일부 언론은 이 안을 중대선거구제 도입 논의의 한 흐름처럼 소개하곤 한다.

 

이 안은 기본적으로 17개 광역시도를 '권역'이라 칭하고 각 권역마다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로 복수의 국회의원을 선출하자는 것이다. 다만, 인구가 너무 많은 광역시도는 6인 이상 12인 미만의 국회의원을 뽑는 몇 개의 대선거구로 나눈다는 조항을 덧붙인다. 중요한 점은 행정구획과 일치하는 권역이든, 권역을 나눈 대선거구든, 유권자는 일단 (후보가 아니라) 지지 정당에 투표한다는 것이다. 선거구별 의석은 각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비례적으로' 배분된다.

 

예를 들어, 10인의 당선자를 내는 '가' 권역이 있다고 하자. 여기에서 '중도'당은 40%를 득표했고, '보수'당은 30%, '좌파'당은 20%, '녹색'당은 10%를 득표했다. 그러면 '중도'당은 4개, '보수'당은 3개, '좌파'당은 2개, '녹색'당은 1개의 의석을 배정받는다. 이 의석들을 각 정당의 '가' 권역 국회의원 후보 명부에 올라온 후보들이 채우게 된다.

 

그런데 박주민 의원안은 여기에 한 가지 중요한 사항이 덧붙는다. 그것은 유권자들이 기본적으로 정당에 표를 던지지만, 원할 경우에는 지지 정당의 후보에게도 투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개방명부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다. 정당이 자체적으로 정한 후보명부 내 순위에 따라 당선자가 결정되는 '폐쇄명부형' 비례대표제(한국의 현행 방식도 이것이다)가 아니라 유권자가 우선 당선자 순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개방명부형'이다. 

 

가령 앞의 사례에서 '좌파'당은 '가' 권역에서 2인의 당선자를 내게 되었다. 이때 '좌파'당의 후보명부에 '갑', '을', '병' 세 후보가 있다고 치자. '좌파'당에 표를 던진 유권자들 가운데 5만 명이 '갑' 후보에게도 표를 던졌다. 반면 '을' 후보는 이보다 적은 3만 표를 받았고, '병' 후보는 더 많은 8만 표를 받았다. 그러면 '좌파'당의 당선자는 '병'과 '갑'이 된다. '좌파'당의 당원들의 의사가 아니라 '가' 권역 전체의 '좌파'당 지지자들의 의사에 따라 '가' 권역 '좌파'당 당선자가 결정되는 셈이다.

 

박주민 의원안은 현행 지역대표 의석 253석을 이 방식으로 선출하자고 제안한다. 그럼 비례대표 의석 47석은? 이 47석은 이른바 '조정의석' 역할을 한다. 권역별로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면, 투표 결과를 전국 합산했을 때 각 정당이 권역별 선거를 거쳐 얻은 의석 비율과 전국 득표율 사이에 괴리가 발생한다. '조정의석'은 이 불비례성을 교정하기 위해 각 당에 추가로 배분하는 의석이다. 이런 조정 절차까지 거치면 총 300석의 국회 의석은 각 당의 전국 득표율과 거의 같아진다.

 

박주민 의원안이 제안하는 이 방식은 실은 유서 깊은 제도이며, 가장 보편적인 제도이기도 하다. 한국처럼 단순다수대표제로, 즉 한 선거구에서 한 명의 최다 득표자를 대표로 선출하는 미국, 영국, 캐나다, 인도 등을 제외하면, 대다수 민주 국가는 비례대표제로 의회를 구성한다. 그리고 이때의 비례대표제는 대부분 권역별 비례대표제다. 이제껏 한국의 비례대표제 도입 시도에서 주된 참고가 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실은 독일, 뉴질랜드 등 몇 국가에서만 실시하는 극히 예외적 방식이다. 

 

게다가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개방명부 방식이 결합된 선거제도는 의회민주주의와 사회국가(복지국가)가 가장 유기적으로 결합된 나라들인 북유럽 국가들의 특징적인 제도다. 박주민 의원안이 밝히듯이, 스웨덴과 덴마크의 선거 방식이다. 개방명부형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조정의석까지 갖췄다는 점에서 스웨덴, 덴마크의 공직선거법을 거의 그대로 원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박주민 의원안은 비례위성정당 사태를 겪고 난 뒤의 한국 정치에서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로 나아가는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며 또한 거의 유일한 방안이다. 2020년 총선을 통해 우리는 한국 정치에서 양대 정당 안팎 세력들이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하는 것을 피할 수는 없으며 이를 법률로 원천 금지하기도 힘들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국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뼈아픈 진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제는 박주민 의원안이 제안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말고는 비례성이 보장된 선거제도를 도입할 다른 길이 '없다'. 

 

더구나 개방명부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양대 정당 바깥에서 새로운 정치 세력이 성장하는 데에도 훨씬 건강한 경로를 열어줄 수 있다. 이 제도에서는 유권자가 병립형이나 준연동형, 연동형에서처럼 지역구 선거와 비례대표 선거에서 각기 다른 정당에 투표하는 '교차 투표'를 할 수 없다. 교차 투표는 그간 신진 제3당이 결국 양대 정당 중 어느 한 쪽에 구조적으로 복속되도록 만드는 덫 노릇을 했다. 그러나 박주민 의원안과 같은 내용에서는 이 경로는 이제 닫히게 된다.

 

다만, 박주민 의원안에 담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한국 정치에 도입하려 할 경우에 반드시 함께 고민해야 할 근본 문제가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이런 온전한 비례대표제는 대통령제와는 맞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는 의회제(의원내각제)와 함께 발전된 선거제도다. 따라서 박주민 의원안이 제시하는 선거제도가 원활히 작동하려면, 한국의 현행 대통령제가 의회제나 최소한 핀란드형 이원집정부제(대통령제보다는 의회제 요소가 더 강한 이원집정부제)로 바뀌어야 한다. 즉, 제6공화국 질서를 넘어선 새로운 정치 체제를 만들어가는 과정과 함께 해야만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는 '2~4인 중대선거구제', 최악의 미래 

 

그러나 '중대선거구제'라 이야기되는 여러 방안들 가운데에는 어쩌면 기존 소선거구제보다도 못한 최악의 제안도 있다. '중대선거구제'를 단박에 가장 뜨거운 정치 쟁점으로 부상시킨 윤석열 대통령의 <조선일보> 인터뷰 속 내용이 그것이다. 이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언급했다.

 

막연한 이야기다. 그래서 막연한 희망도 불러일으킨다. 대통령의 입에서 "4명을 선출" 운운하는 말이 나왔으니 4명 정도를 뽑는 커다란 선거구가 생기겠거니 생각하기 쉽다. 그러면 양대 정당 말고 다른 정당들이 당선자를 내기도 지금보다는 쉽지 않겠는가? 비록 만족스럽지는 못하더라도 지금보다야 양당 독점이 이완된 원내 정당 구도가 등장하지 않겠는가? 그것만 해도 진전이 아닌가? 

 

그러나 여기에서 우선 정색하고 봐야 할 것은 이런 식의 '중대선거구제'론은 기존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을 온전히 포착하지 않으며 그 중요한 일부를 일부러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당선자의 숫자만 이야기할 뿐 유권자의 투표 방식은 말하지 않는다. 당선자를 2~4인으로 늘리겠다고 하지만, 그런 당선자들을 내기 위해 유권자들이 어떻게 투표하는 게 바람직한지는 관심 밖으로 내몬다. 

 

여러 명의 당선자를 내는 '중' 혹은 '대' 선거구를 운영하면서 소선거구제처럼 유권자가 단순히 한 명의 후보에게 투표하는 방식을 취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복수의 당선자들 면면에 유권자들의 지지 성향이 좀 더 비례적으로 반영되도록 훨씬 진보한 투표 방식을 택한다. 그 중 일반적인 것이 박주민 의원안이 제시하는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이고, 특수한 사례로는 아일랜드 의회 선거에서 쓰는 단기 이양식 투표제도(정당명부 방식과는 또 다른 방식의 비례대표제라 할 수 있다)가 있다. 하지만 윤석열식 논의에는 이런 중대한 '절반'의 내용이 빠져 있다. 

 

사실 윤석열식 '중대선거구제'론은 모순적이다. 막연한 만큼이나 또한 확실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2~4인의 중대선거구제'는 이미 한국 정치에서 사용되고 있다. 바로 기초의원 선거다. 다른 부연 없는 모호한 '2~4인의 중대선거구제'론은 실은 현행 기초의원 선거 방식이라는 뚜렷한 전례를 국회로 확대하자는 진의를 숨기고 있다고 봐야 한다. 

 

지금 한국의 기초의원들은 어떻게 선출되고 있는가? '2~4인의 중대선거구제'라고 하지만, 양대 정당이 주도하여 획정한 선거구는 대개 2인 선거구다. 그리고 2인 선거구를 중심으로 선출된 기초의회의 구성은 소선거구를 중심으로 선출된 국회의 구성보다도 더 문제적이다. 양대 정당이 사이좋게 한 명씩 당선시키며 양당 독점 정치를 더욱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물론 3인이나 4인 선거구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양당 이외의 정당들이나 지역 사회운동 세력이 지겹도록 비판하니까 마지못해 3~4인 선거구를 몇 곳 만들어주는 수준이다. 애초에 2인 선거구를 만들 수 있게 열어놓았기에 마치 중력의 작용인 양 2인 선거구가 획정되는 게 기본이고 예외적으로만 3~4인 선거구를 만들어준다. 양대 정당 이외 세력들은 단 한 곳이라도 3인 이상 선거구를 따내려는 시지포스의 노동을 선거 때마다 반복해야 한다. 이것이 소선거구제보다 더 교묘한 '2~4인 중대선거구제'의 마술이다. 

 

앞으로 중대선거구제 논의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눈앞에 그려지고도 남는다. 기초의회에서 훈련된 저 마술이 온갖 번잡한 논의의 안개를 뚫고 결국은 국회 법안 심의의 최종 안건으로 올라올 것이다. 처음에는 박주민 의원안처럼 열의와 포부, 기대로 가득 찬 의안들과 함께 논의되겠지만, 온갖 복잡한 논란과 모호한 단어의 속임수 끝에 결국 남는 것은 기초의회에서 이미 오랫동안 실시됐다는 배경을 갖춘 '2~4인 중대선거구제'일 것이다. 

 

그때에 진지한 선거제도 개혁론자들이 이 막판 선택지를 기를 쓰고 반대하고 나서면, 마침내 양대 정당에서는 진실한 외침이 터져 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그냥 2020년 이전 선거제도로 돌아가자." 그렇게 제6공화국의 심장과도 같은 승자독식 선거제도는 다시 한 번 승리를 구가할 것이고, 양당 독점 정치 또한 그 지겨운 승리를 반복할 것이다.

 

▲ 지난 2월 3일 대선 후보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TV 토론을 하고 있다. 한국방송(KBS) 화면 갈무리.

최선과 최악이 공존하는 혼란 속에서 선거제도 개혁 세력의 길은?

 

 

그럼 이렇게 강력한 최악의 가능성과 미약한 최선의 가능성이 공존하는 혼란 속에서 선거제도 개혁에 진심인 이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지면 사정상, 여기에서는 위의 여러 판단에서 곧바로 끄집어 낼 수 있는 몇 가지 제안만 정리하며 끝맺겠다. 

 

첫째, 선거제도 개혁 세력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미련을 접고 시급히 박주민 의원안을 통일된 대안으로 채택해야 한다. 비례위성정당의 재연을 입법으로 막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더 이상 전통적 개혁안(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만 고집할 수는 없다. 오히려 전통적 개혁안보다 더 전향적인 내용을 담은 박주민 의원안을 선거제도 개혁 세력의 공동안으로 합의하고 추진해야 한다. 

 

둘째, 개방명부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주장하고 싶다면, 현 대통령제의 개혁을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선거제도 개혁과 함께 의회제 혹은 핀란드형 이원집정부제로 나아가는 개헌을 주장해야 한다. 제6공화국 정치 질서를 극복하려는 거대한 흐름의 일부로서 제시되지 않는 선거제도 개혁론은 더는 진지하거나 솔직한 주장으로 인정받지 못할 것이다. 현 대통령제에 대한 집착이야말로 선거제도 개혁 세력이 반드시 먼저 풀어야 할 내면의 족쇄다. 

 

셋째, 2020년 선거법 개정(개악)의 패착을 절대 반복해서는 안 된다. 최선의 의도가 최악의 결말로 굴절되어가던 동안에도 당시 정의당을 비롯한 선거제도 개혁 세력은 그런 최악의 결말 안에서 조금이나마 실리를 얻는 데 집착했다. 이런 행태는 선거제도 개혁 세력의 의도와 능력에 대한 대중의 의심만 더욱 부추겼을 뿐이다. 

 

이번 선거법 개정 논의에서는 오로지 최선의 선택지, 즉 개방명부형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현 대통령 개혁이라는 대안을 설득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럴 경우에만 최악의 경로를 약간이나마 반대쪽으로 굴절시키는 일도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다.

장석준 전환사회연구소 기획의원은 오랫동안 진보 정당 운동의 정책 및 교육 활동에 참여해왔으며, 자본주의 위기에 맞선 진보적 사회과학을 재구성하고자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에서 연구 및 출간 사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 : 세계의 좌파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사회주의>, <장석준의 적록 서재>, <신자유주의의 탄생 : 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었나>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국가 대 시장 : 지구 경제의 출현>, <안토니오 그람시 : 옥중수고 이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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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유지 ‘민주유공자법’ 반드시 제정하겠다”

유가협 등, 망월묘역서 ‘배은심 1주기 추모제’ 개최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3.01.09 23:56
  •  
  •  수정 2023.01.10 01:01
  •  
  •  댓글 0
 
‘민주의 길 배은심 어머니 1주기 추모제’가 9일 오후 광주 망월묘지공원 8묘역에서 진행됐다. [사진 - 통일뉴스 홍인석 팀장]
‘민주의 길 배은심 어머니 1주기 추모제’가 9일 오후 광주 망월묘지공원 8묘역에서 진행됐다. [사진 - 통일뉴스 홍인석 팀장]

“배은심 어머님, 이제 멀지 않았습니다. 더 열심히 투쟁해서 꼭 법안 통과 이뤄내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고 배은심 1주기 추모제에서 장남수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헙) 회장은 고인이 마지막까지 여의도 농성 현장에 함께했던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민주유공자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다짐하며 이같이 말했다.

장남수 유가협 회장은 9일 오후 1시 광주 망월묘지공원 8묘역에서 유가헙과 이한열기념사업회, 광주전남추모연대가 공동으로 주최한 ‘민주의 길 배은심 어머니 1주기 추모제’에서 추도사를 통해 “돌아오는 이한열 열사 기일(7.5)에는 열사의 영정 앞에 국가유공자증 올리고 추모제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배은심 어머니(오른쪽)는 생의 마지막까지 유가협 명예회장으로서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위한 여의도 농성에 함께 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배은심 어머니(오른쪽)는 생의 마지막까지 유가협 명예회장으로서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위한 여의도 농성에 함께 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장남수 회장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생명을 잃었거나 장애를 입을 정도로 심하게 다치신 분들을 4.19열사, 5.18열사들처럼 국가유공자로 예우하자는 바램이 과연 그렇게 과한 요구인지 모르겠다”며 “2021년 6월 10일부터 매일 국회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인 지가 어느덧 579일, 법안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여의도 거리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한 지가 460일이 되는 오늘이다”고 토로했다.

한동건 이한열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어머님은 1987년 사랑하는 아들 한열이를 먼저 보내신 후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을 딛고 일어서, 이땅의 민주주의를 위한 외침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그들을 응원해주고, 그들을 내 자식 같이 품어 주고 용기를 북돋워 줬다”며 “어머니의 유지인 ‘민주유공자법’을 반드시 제정하여 자식의 도리를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고 배은심 어머니는 1987년 6월 9일 넷째이자 큰아들인 이한열이 민주화 시위 도중 최류탄에 피격돼 7월 5일 운명하자 민주화운동실천가족협의회(민가협) 활동을 시작해 1997-2000년, 2007-2013년 유가협 회장을 맡아 422일간의 농성 끝에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을 이끌었고, 유가협 명예회장으로서 민주유공자법 제정 활동 중 2022년 1월 9일 향년 83세로 별세했다.

이한열 열사가 유명을 달리하던 때 연세대 총학생회장을 맡았던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이 헌화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홍인석 팀장]
이한열 열사가 유명을 달리하던 때 연세대 총학생회장을 맡았던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이 헌화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홍인석 팀장]
배우 김태리, 강동원 등의 조화도 눈에 띈다. [사진 - 통일뉴스 홍인석 팀장]
배우 김태리, 강동원 등의 조화도 눈에 띈다. [사진 - 통일뉴스 홍인석 팀장]

이한열 열사 투쟁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내가 지난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와서 이한열군 추모식에서 ‘민주유공자법 제정을 책임지고 해내겠다’ 약속드렸는데 그 사이에 결국 소위원회에 상정하는 정도밖에 진전이 안 됐다”며 “더불어민주당이 책임지고 이 법을, 어머니의 유훈을 지키겠다는 약속 다시 한 번 이 자리에서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우상호 의원은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1년 사이에 대한민국이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 민주주의 후퇴, 남북관계 파탄 민생경제 파탄뿐만 아니라 국민의 안전도 도저히 지키지 못하는 이런 무능한 정부를 보고 있다”며 “더불어민주당도 정신 차리고 열심히 할 테니까 다 같이 힘을 모아서 이 대한민국이 무너지지 않도록 만드는 일에 함께해 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세월호 희생자 곽수인 학생의 어머니 김명임 씨는 “배은심 어머니께서 언제나 저희 곁에 함께 해주셨는데 벌써 1년의 세월이 흘렀다. 보고 싶다”며 “저희는 갈 길이 아직도 멀게만 느껴져서 앞으로도 어머님 생각이 많이 날 것 같다. 그때마다 어머님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며 마음속에 품고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김의선 민주노총 화물연대 광주지역본부 사무부장은 “어머니께서는 그런 고통의 순간에도 힘들게 투쟁하는 노동조합, 농민, 청년, 민중의 곁에 항상 함께하셨다”고 회고하고 윤석열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도로의 안전을 담보하는 안전운행제를 확대하고 보장하라는 화물 노동자들의 투쟁에 업무개시 명령제라는 반헌법적이고 위헌의 소지가 다분한 법을 발동시켜서 투쟁을 무력화시켰다”며 “어머니의 유지를 받들어 땀흘려 일하는 다수의 민중이 대접받는 세상을 향해 투쟁의 심신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가족을 대표해 고인의 맏딸 이숙례 씨가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사진 제공 - 연세민주동문회]
가족을 대표해 고인의 맏딸 이숙례 씨가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사진 제공 - 연세민주동문회]
추모제를 마친 참가자들은 이한열 열사와 이수석 열사 묘역 등을 참배했다. [사진 제공 - 연세민주동문회]
추모제를 마친 참가자들은 이한열 열사와 이수석 열사 묘역 등을 참배했다. [사진 제공 - 연세민주동문회]

가족을 대표해 고인의 맏딸 이숙례 씨가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고, 이현미, 정찬경이 추모공연을 했다. 추모제를 마친 참가자들은 이한열 열사와 이수석 열사 묘역 등을 참배했다.

이날 추모제에는 박중기 추모연대 명예회장, 권낙기 통일광장 대표,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 한상렬 목사, 송갑석‧윤영덕‧조호성 의원 등이 참석했으며, 주최단체 외에도 민주노총광주본부, 기아차노조, 세월호참사유가족협의회, 연세민주동문회 회원 등 150여명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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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경제, 세계경제위기의 주범 : 미국의 약탈경제



[2023정세 해설] 경제정세 : 키워드로 보는 2023년 경제 ③

결과가 있으면 원인이 있는 법이다. 도대체 이 심각한 세계적인 경제위기는 어디로부터 시작된 것일까? 코로나19 때문인가? 기후생태위기 때문인가? 러-우전쟁 때문인가? 다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결정적인 원인은 아니다. 미증유의 이 세계적 경제위기는 미국으로부터 시작되었고, 미국으로 인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 : AFP뉴시스]

역대급 인플레이션이 찾아오자 미국은 3가지 위기탈출법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첫째는 고금리로 강달러를 조성해 인플레이션을 세계에 수출하는 것이다. 둘째는 미국동맹세력을 정비하여 대중봉쇄와 대러시아 제재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셋째는 미국중심으로 산업을 재편하고 동맹을 수탈하는 것이다. 어느 모로 보나 미국의 약탈성을 보여준다. 약탈적인 미국식 위기탈출법은 2023년에 더 우심해질 것이다.

 

먼저 인플레이션 수출을 보자.

 

사실 인플레이션이 시작된 근원지부터가 미국이다. 코로나19 시기 미국은 달러를 너무 많이 풀어 물가폭등의 밑바닥을 조성해 놓았다. 중국을 때리면서 국제공급망을 흔들어댄 것도 미국이다. 결정적인 것은 미 연준이다. 전문가들이 인플레 위험이 있다고 그렇게 경고했는데도 파월 의장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제때 긴축에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 인플레라는 괴물의 봉인이 풀리고 말았다.

뒤늦게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미 연준은 0.25%하던 기준금리를 4차례 자이안트 스텝을 밟으며 4.5%대까지 급격히 끌어올렸다. 이것이 강달러를 형성했다. 결국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전세계에 수출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셈이다. 골병이 드는 것은 다른 나라들이다. 미국만큼 금리를 빠르게 올릴 수 없는 대다수 국가들이 달러 대비 자국화폐가 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입물가가 폭등하였다. 미국은 강달러로 수입물가를 낮추는데, 대신에 다른 나라들은 수입물가가 오르는 판이다.

2023년에도 미국만큼 금리를 올리지 못한 국가들은 여전히 달러가치에 밀리면서 고스란히 수입물가 인상을 감수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외환보유고가 부족한 나라들에서는 환율격차로 인해 달러가 빠져나가면서 외완위기가 터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중봉쇄, 대러시아제재 역시 매우 약탈적이다.

 

우선 대중봉쇄자체가 미국의 패권적 침략논리에 기반한 것이다. 처음에 중국에게 시장을 열어준 것은 미국이었다. 그것은 중국이 세계화를 하다보면 사회주의가 무너질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의 값싼 노동력으로 미국국민들에게 저물가의 상품을 공급해야 미국체제가 유지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사회주의를 고수하고, 경제력도 미국을 추월할 위험이 생기자 곧바로 중국을 봉쇄타격하기 시작하였다. 그래놓고 시장경제는 무슨 시장경제 타령인가. 미국은 철저하게 자국중심주의 패권국가일 뿐이다. 지금은 사회주의보다 더한 보호주의를 하고 있는 것이 미국이다. 2023년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으려고 더욱 고삐를 죌 것이다. 게다가 중국이 감염병확산에 부동산 위기를 겪고 있는 것을 기화로 금융적 타격을 가하려고 호심탐탐 노리고 있을 것이다. 2023년 중미대결장은 바로 이 지점이다.

러시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사회주의가 무너지고 러시아, 동부유럽 시장을 장악할 때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등장한 이후 러시아는 달라졌다. 미국 월가자본의 투기장이 아니라 러시아 민족의 번영을 추구하는 당당한 주권을 가진 국가로 전환하기 시작하였다. 미국은 이것을 문제삼는 것이다. 그러니 우크라이나를 앞세워 러시아를 위협하기 시작하였고, 결국 전쟁이 터졌다. 사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터졌다고 해서 미국이 그렇게 나설 문제는 아니다. 자기나라 문제도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미국은 유럽을 비롯한 동맹국을 총동원하여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러시아에 대한 사상유례없는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러시아산 석유, 천연가스, 곡물, 원자재 수출이 금지되었다. 그러니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 그래놓고 물가폭등의 원인이 러시아에 있다고 주장한다. 물가폭등은 러우전쟁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러시아 제재 때문에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고 러시아 경제가 망가진 것도 아니다. 러시아는 차라리 잘 됐다는 식이다. 미국 맥도날드가 철수하면 러시아식 햄버거를 만들고, 스타벅스스가 나가면 러시아식 스타벅스를 만든다. 포드가 나가면 러시아식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계산이다. 이 기회에 자립경제기반을 더 튼튼히 하고, 중국이나 인도, 브릭스 국가와 더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이제 세상이 미국 뜻대로 되는 시대를 끝났다. 그런데도 미국은 여전히 일극패권국가, 제국주의적 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자기 말을 듣지 않는 나라들에게 경제제재와 봉쇄,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2023년은 미국의 대러제재 강도가 더 높아지는 한편 러시아는 더욱 더 자립적 내수경제와 유라시아, 브릭스 기반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미국의 동맹수탈은 거의 엽기적이다.

 

미국은 금융과 서비스로 먹고 사는 경제이다. 달러를 기반으로 세계를 금융적으로 착취하며 패권을 유지해 왔다. 그리고 값싼 물건을 수입하며 내수를 굴려왔다. 그런데 이제 금융과 서비스만으로는 세계패권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게다가 제조업을 되살리지 않으면 괜찮은 일자리를 공급할 수 없고, 내부 백인중산층의 반발로 체제를 유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4차산업의 핵심이 반도체 산업 같은 경우 설계만 하고 생산은 아시아의 대만과 한국에 맡기는 방식으로는 믿을 수 없게 되었다. 중국과 나눌 수 없는 부분이 반도체 첨단산업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내 생산기지 확충을 위하여 반도체 과학법, 인플레감축법 등을 연이어 만들었다. 미국 업체도 미국본토로 돌아오고, 일본, 대만, 한국을 비롯한 반도체 제조업, 전기차, 밧데리 등의 생산시설을 미국에댜 지으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강요하고 한편으로는 보조금 유인책을 쓰면서 미국내 생산기지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까지야 뭐가 문제가 되는가. 어쨌든 미국시장이 중요하니까.

그런데 미국은 이 과정에서 중국과 거래를 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나라 어느 업체도 중국과의 관계를 끊고서는 정상적인 이익을 남길 수 없고 경제를 성장시킬 수 없다. 중국은 현재 세계최대의 공장이고, 중국경제가 살아야 세계경제가 살아나는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과 관계를 끊으라고 한다. 이것은 동맹국에 대한 수탈이다. 여기에는 미국업체들 조차도 반대한다. 미국이 중국과 관계를 끊던 다시 협력을 하든 그것은 미국이 결정할 일이다. 그렇다고 미국과 거래조건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끊으라고 하는 것은 패권적이고 약탈적이다. 2022년에는 반도체까지 왔다. 2023년에는 중국이 성장하고 있는 또 다른 영역에 대한 거래단절요구를 높일 것이다.

러우전쟁에서 미국에 줄서기 한 유럽은 지금 한창 미국에게 털리고 있다. 러시아에서 공급받던 천연가스 대신 4배값을 주고 미국산 LNG를 수입해 써야 한다.

애초부터 러우전쟁의 배경에는 독일과 러시아간의 에너지, 원자재 협력관계를 차단하고 유럽경제를 미국경제에 종속시키려는 큰 그림속에서 진행된 것이었다. 처음부터 유럽이 미국과 독자적인 목소리를 냈더라면 이렇게까지 유럽경제가 어려워지지 않았을 것이고, 러우사태도 더 쉽게 해결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쳐놓은 덫에 너무 깊게 들어왔다. 러시아를 제재해서 미국이 손해보는 것은 없다. 골병이 드는 곳은 오히려 유럽이다. 지금 유럽은 매우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2023년말 겨울은 더 추울 것이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점점 더 바뀌고 있다.

2023년은 미국의 약탈적인 위기탈출법 3가지가 더는 잘 먹히지 않는 세상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어려운 조건에서도 중국은 독보적인 경제성장을 이룰 것이고, 여기에 인도, 사우디 등중동지역이 뒤따를 것이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유럽, 일본은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다. 북중러단결, 유라시아 협력, 브릭스 확대 등 탈미동맹세력은 더욱더 확장할 것이고, 유럽도 대미 독자 목소리를 강화할 것이다. 2023년에는 경제적 다극화현상이 더욱 촉진될 것이고, 미국의 경제영토는 심하게 좁아질 것이다. 다만 한국만이 여전히 좁아지고 있는 미국 영토로 들어가는 무모한 짓을 반복할 것이다.

 

2022년 핵심적인 경제 키워드가 ‘인플레이션’이었다면, 2023년 경제 키워드는 ‘스태그플레이션’이다. 2022년이 물가가 폭등하여 힘들었다면, 2023년은 물가가 높으면서도 경기가 침체하기 때문에 더욱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또한 2023년은 SF복합위기가 크게 우려된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S)에다가 금융위기(Financial Crisis의 F)가 겹친다는 뜻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의 긴 터널을 지나는 도중 폭탄이 터지는 상황이다.

이에 몇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2023년 경제를 전망해보고자 한다.

1. 스태그플레이션

2. SF복합위기

3. 세계경제위기의 주범 : 미국의 약탈경제

4. 경제주권

5. 위기 증폭기 윤석열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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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글로벌 속셈, 한국이 이용만 당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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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하~
  • 등록일
    2023/01/09 09:36
  • 수정일
    2023/01/09 09:36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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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훈의 글로벌 리포트] 2023 국제정세 전망

23.01.09 05:11최종 업데이트 23.01.09 05:11

 

 

 

 

 

 

 

 

▲ 2022년 12월 21일(현지시간)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왼쪽)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가운데)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서 전달받은 우크라이나 국기를 펴서 들어보이고 있다. 전쟁 후 외국을 처음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의회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지지를 호소했다. ⓒ 연합뉴스

2022년 서구 사회는 그들의 땅에서 최근 수십년 간 경험해보지 못한 큰 전쟁과 인플레이션의 충격을 안고 한 해를 마감했다. 그와 관련해 공급망의 균열, 에너지 위기, 식량난 등 부차적 피해의 여파가 전 세계로 이어졌고, 국제사회는 글로벌 거버넌스의 부재를 적나라하게 경험했다.

글로벌 차원의 안보와 경제 불안은 기존의 국제질서 패러다임에 대한 근본적 회의를 가져왔고 그만큼 변화에 대한 요구도 거세지게 됐다. 2023년을 예상하는 키워드는 결국 이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과 연관될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는 미국이 주도하는 일극체제가 향후 수십 년의 국제질서를 더 지배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러시아와 중국이 재결합한 유라시아 블록이 그에 맞서는 꼴의 양극체제가 부활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전쟁이 쉽게 끝나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근본적 이유가 거기에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장기 집권에 취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오판, 국제정치에 문외한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경솔함, 그리고 탈냉전 시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미국과 서유럽 지도자들의 무능이 빚어낸 합작품이다. 여기 하나를 덧붙이면 분쟁을 선악 구도로만 몰고 가는 언론들의 못된 습관도 한몫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
 

▲ 2022년 12월 3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의 군사 지구 본부에서 신년 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9분 분량의 신년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도덕적, 역사적 정당성은 러시아에 있다고 강조했다. ⓒ 연합뉴스


자신들이 악의 축으로 내몰리는 상황을 보면서 러시아 국민들은 독재자 푸틴을 과감하게 끌어내리지 못했다. 유럽의 골칫거리 취급을 당하면서, 러시아 내부의 유럽 지향적 목소리들은 설 자리를 잃었고 푸틴을 정점으로 한 제국의 향수만이 여론을 지배했다. 러시아 극우의 발흥에는 국제사회의 왕따 문화도 큰 책임이 있다.

러시아를 몰아붙이면 결국 두 손 들 것이라는 서구의 안일하고 순진한 계산이 러시아를 자극했고, 우크라이나를 중립지대로 삼자는 러시아의 방어적 요구에마저 그들은 귀 기울이지 않았다. 전쟁 유발의 일부 책임을 은폐하려는 듯 서구 세계는 젤렌스키 영웅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젤렌스키의 호국 메시지가 모든 주요 국제회의 메인 코너에 등장했고 그렇게 그들은 또 하나의 십자군 서사를 만들어갔다.

누구나 바라는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의 최대이자 최후 희망은 물론 종전 또는 휴전 협상이다. 물밑 협상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공식 협상을 위한 테이블은 결코 쉽게 놓이지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협상 조건 사이에는 너무 큰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각각 그들의 협상 조건은 '원상복구'와 '현실인정'이다.

우크라이나는 종전 또는 휴전 협상의 조건으로 러시아가 지난해 점령한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네 개 지역과 심지어 2014년 합병한 크림반도의 완전한 반환을 들고 있다. 협상 시작 단계에서 크게 부른 판돈일 수 있지만 러시아 입장에서 이는 무조건 항복을 의미한다. 푸틴의 정치적 사망에 해당하는 이 조건을 러시아가 수용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전무하다.

반대로 러시아가 내건 협상 조건은 이미 러시아가 자국 영토로 편입 선언한 앞선 네 지역과 크림반도를 더 이상 우크라이나가 반환 요구 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해당 지역 친러시아 성향 주민 비중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주권 국가의 영토 일부를 강탈하다시피 한 러시아의 불법성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특히 현재의 전세에서 러시아의 요구를 우크라이나가 수용할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결국 극적 반전이 없는 이상, 올해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14년 전임 대통령 당시 빼앗긴 크림반도까지 되찾는 영웅의 꿈을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그의 목표가 꿈만은 아닐 수 있다. 이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억 7500만 달러(3494억 원) 규모의 추가 지원을 약속했다. 러시아의 고민은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러시아 약화시키며 중국의 고립 유도
 

▲ 2022년 12월 8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미국 워싱턴DC에서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무장관, 토비아스 빌스트롬 스웨덴 외교장관과 회담을 한 뒤 공동회견에서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 회원국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21세기 미국의 외교 안보 중심축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 이동했다. 오커스 동맹(미국, 영국, 호주)과 쿼드 동맹(미국, 일본, 호주, 인도)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아태전략은 유럽 동맹국의 안정적 안보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다. 나토의 확장과 경우에 따라 유럽군 창설까지 미국이 용인하는 것도 그 연장선 위에서였다. 

이러한 미국의 국제 안보 전략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크게 위기를 맞은 듯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진짜' 전력을 확인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통해 관리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러시아엔 여전히 엄청난 규모의 전략무기들이 있다. 하지만 방어전도 아니고 우크라이나를 굴복시키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무기들은 아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필요했던 것은 치명적 전략무기의 다량 보유가 아니라 재래무기의 철저한 관리, 지도부의 치밀함 그리고 군인들의 사기였다. 하지만 러시아군은 이 모든 면에서 예상외의 취약성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러시아는 그들이 '특별군사작전'이라 부르는 이번 전쟁의 명분을 러시아 국민들과 국제사회에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미국으로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오히려 아태전략의 집중에 더 확신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 게다가 중국이 쉽사리 대만을 향한 무력 사용을 할 수 없게 하는 학습효과까지 남긴 것도 미국으로서는 성과다. 대만이 안보 현실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 국방력 강화에 나선 것도 올해 달라진 점이다. 대만 정부는 군 복무 기간을 올해부터 4개월에서 1년으로 늘릴 예정이다.

미국은 올해 러시아를 약화시키면서 중국과의 연결고리를 끊어 중국의 고립을 유도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다. 그 연장선에서 미국은 미일동맹과 한미일동맹을 강화하려 할 것이며 중국에 대한 압박도 가속화될 것이다. 현 한국 정부의 미국 편향 정서는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전략 구상에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다만 북한의 핵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중국 고립 전략이 도움이 될지는 회의적이다. 이미 2022년부터 시작된 남북 대치 국면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며 북한 비핵화를 위한 협상 추진 동력은 사실상 사라진 상태다. 바이든 정부가 전임 트럼프 정부에 비해 북핵 문제에 대한 관심도가 현저히 낮은 것도 지적해볼 문제다.

북한은 한반도의 우크라이나

결국 남북 대화는 물론, 북미대화의 가능성도 거의 없는 올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도움과 역할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의 중국 압박 전략이 한반도 위기 관리와 북핵 리스크 관리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수십 년의 한반도 대치 국면이 올해도 변함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반도 대치 상황은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좋은 구도다. 북미대륙을 향한 북한의 비합리적 위협이 있지 않는 한, 한반도의 긴장 상황이 지속되는 게 미국의 아태전략에 부합한다. 북한의 대미 전략 최종 목표는 미국과의 수교를 통한 안전보장이지만 미국이 이를 받아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낮다.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북한이 미국과 수교를 바라는 것은 2022년 우크라이나가 나토와 유럽연합에 가입하겠다고 조르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우크라이나라는 완충지대가 사라지는 상황을 러시아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독일 통일 후 1인치도 동진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나토는 동유럽 국가 대부분에 진출했다. 접경국 우크라이나까지 나토에 가입하는 상황은 러시아 입장에서 최악의 안보 위협으로 보였을 것이다.

이 관점에서 한반도의 우크라이나는 북한이다. 북한이 미국과 수교하고 미국의 영향력과 자본이 압록강까지 미치는 상황은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고 미국의 군사력이 러시아 국경까지 접근하는 상황에 비견될 수 있다. 북한이 미국과 수교하는 상황은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 놓인 중국의 입장에서는 최악의 안보 위협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지루한 영토 싸움이 되어버렸지만 러시아의 본래 전쟁 목적은 우크라이나에 친러 정권을 세우는 것, 또는 적어도 우크라이나의 중립지대 보장이었다. 서방 세계 입장에서 우크라이나의 조급함이 불안했던 이유는 바로 러시아에 대한 지나친 자극으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이 우려됐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현실화됐다.

물론 결과론적으로 러시아의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높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적어도 전쟁 초기까지는 미국과 서방세계 입장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등장이 만들어 낸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미국이 북미 수교를 결코 달가워하지 않는 이유를 우리는 2022년 우크라이나에서 본 것이다. 현상유지를 통한 중국 관리가 미국이 추구하는 동북아 전략의 핵심이다.

이는 미국의 외교안보 목표와 한반도의 평화통일의 목표가 하나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한미동맹의 궁극적 목적이 한반도 전쟁 억제와 평화 정착 그리고 남북협력과 교류 실현인지, 중국을 관리하기 위한 현상유지, 그리고 이를 위한 남북대치의 고착화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아세안은 어떤 비전을 보여줄 것인가
 

▲ 2022년 11월 14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열린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 팜 민 찐 베트남 총리, 윤석열 대통령, 훈센 캄보디아 총리,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판캄 비파반 라오스 총리, 아즈하 아지잔 하룬 말레이시아 총리 특사. ⓒ 대통령실


미국의 중국 압박 전략은 올해 동남아시아에서도 강화될 것이다. 동남아 10개국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을 중심으로 장기적으로 유럽연합에 준하는 통합 협력체제를 꿈꿔왔다. 하지만 아세안 정상회의는 최근 수년 사이 한중일 세 나라는 물론 미국과 러시아까지 참여하는 동아시아정상회의에 흡수되어가는 양상이다.

동남아 지역이 국제사회의 관심을 끄는 것은 나쁠 게 없지만 주도권마저 강대국들이 끌고 가는 것을 이들이 바라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지역의 지정학적 가치에 비해 동남아 국가들의 외교 역량은 아직 미비하다. 이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는 물론, 미얀마 위기에 대해서도, 남중국해 분쟁에 대해서도 현격한 입장차이로 하나의 목소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외교무대의 무주공산 동남아시아를 차지하기 위한 미중의 경쟁은 올해도 심화될 것이다. 물론 그만큼 '아세안 중심성'을 회복하기 위한 회원국들의 노력도 이어질 것이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은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내부 분열 극복과 강한 아세안 재건을 올해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미중 두 나라가 귀 옆에서 씩씩댈 전망인 가운데 아세안 국가들은 올해 어떤 비전을 보여줄 것인가. 중국의 앞마당으로 만족할 것인가, 또는 미국 아태전략의 역참 기지로 만족할까, 그렇지 않으면 국제 무대에서 아세안 목소리라는 외교 한 축의 실마리를 보여줄 것인가.

2023년 벽두에 바라는 건, 국제문제의 전망과 예상을 뒤엎는 새로운 희망의 씨앗들이 많이 생겼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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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조류독감·돼지열병 잇따라 발생…산란계·양돈농가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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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3/01/09 09:21
  • 수정일
    2023/01/09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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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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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연천 이어 고양에서도 조류독감 발생
포천에서 올해 첫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한덕수 총리, 장관들에 신속한 방역 지시

이동환 고양시장이 고양시 일산 서구의 조류독감 확진 농가에서 방역 지시를 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이동환 고양시장이 고양시 일산 서구의 조류독감 확진 농가에서 방역 지시를 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새해 초부터 경기도내 시·군에서 조류독감(AI)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도와 인접 지자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8일 도에 따르면 전날 고양시 일산 서구의 한 산란계 농장에서 H5형 AI항원이 검출됐다. 이에 따라 방역 당국은 농장에서 사육중인 닭 7만 8000여 마리를 살처분했다.

 

고양시는 AI 발생 농장 입구에 통제초소를 설치해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하고 역학조사에 나섰다. 또 농장으로부터 반경 3km 이내에서 닭이나 오리를 키우는 31곳의 닭 등 약 874마리도 오는 9일까지 예방적 살처분하고, 가축방역 차량을 배치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2일에는 김포시 하성면, 연천군 군남면의 산란계 농장에서 동일한 항원이 검출돼 발생 농가와 500m 이내 농가 등 2곳의 닭 22만여 마리를 살처분했으며, 비상 방역초소 2곳을 설치해 추가 확산 방지에 나섰다.

 

이같은 상황 속, 지난 6일 오전 11시 포천시 관인면의 양돈농가에서 사육 중인 돼지를 도축하기 위해서 검사를 받던 중 20마리 중 6마리에서 올해 처음으로 ASF가 검출됐다.

 

이에 따라 해당 농가에서 사육 중이었던 돼지 8000여 마리를 살처분했고, 같은 날 도축 예정이던 돼지 800여 마리의 도축을 중단했다.

 

축산 방역 당국은 경기북부 10개 시·군과 인천지역 양돈농가에 8일 낮 12시까지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내렸다.

 

도 관계자는 “도축 전 검사 중 ASF가 확진됐다”며 “해당 농장의 돼지를 우선 살처분하고 정밀 역학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ASF 발병 포천 농장 반경 500m 이내에는 1개 농가가 돼지 1200마리를, 3km 이내에는 3개 농가에서 1만 1400마리를, 10km 이내에는 52개 농가에서 10만 1000마리를 사육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에서 ASF가 발생한 건 지난해 9월 김포시와 파주시 2개 농장에서 2건 발생한 이후 처음이다. 그 전에는 지난 2019년 9∼10월 파주시·연천군·김포시에서 9건 발생한 바 있다.

 

이번 사태로 도내 ASF 발생은 모두 12건으로 늘었다. 포천시에서 ASF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빠르게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관계부처 장관들에게 신속한 방역 조치를 지시했다.

 

한 총리는 “지자체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긴급 행동지침에 따른 발생농장 살처분, 일시 이동중지명령 발령 등 초동방역에 만전을 기하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도와 주변 지역에 설치한 울타리를 신속히 점검·보완하고, 폐사체 수색과 포획 활동도 집중적으로 실시하라”고 했다.

 

아울러 “최근 고병원성 AI도 지속 발생하고 있다”며 “가금농장과 시설, 철새도래지 천변에 집중소독과 정밀검사를 하라”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김기웅 기자 ]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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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빛점 한 개가 나타났다

[개벽예감 522] 이상한 빛점 한 개가 나타났다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3/01/0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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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레이더 화면에 나타난 이상한 빛점 한 개

2. 인공지능으로 날아가는 자율비행 무인정찰기

3. 중형 무인정찰기 4대가 동원된 교란작전

4. 정찰작전 수행하고 북으로 돌아간 무인정찰기 7대

5. 3개의 징후 - 종심정찰, 검수사격, 무기증산

 

1. 레이더 화면에 나타난 이상한 빛점 한 개

 

2022년 묵은해가 저물고 2023년 새해가 밝아온 연말연시에 놀라운 사변들이 일어났다. 연말연시에 일어난 놀라운 사변들 가운데서 가장 강력한 정치군사적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의 남하비행이다. 2022년 12월 26일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들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하한 사건은 새해 정초부터 강한 여진을 일으키며 남측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대통령실, 국회, 군 수뇌부, 국가정보원은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남하비행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했다. 그들은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몇 대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하비행했는지도 모르고,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들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목적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한국군 합동참모본부 발표에 의하면, 서부전선 최전방(경기도 북부지역)에 주둔하는 육군 제1군단이 2022년 12월 26일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날아오는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를 탐지했다고 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제1군단이 무인정찰기를 탐지한 것이 아니라, 제1군단 산하 방공대대가 무인정찰기를 탐지하고 제1군단 사령부에 보고한 것이다. 

 

제1군단 산하에는 제521방공대대와 제511방공대대가 있다. 20mm 6련장 속사포, 35mm 쌍렬 고사포, 휴대용 지대공미사일로 무장한 2개 방공대대는 전시에 서부전선에서 저고도로 날아오는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순항미사일, 작전헬기, 습격기를 요격하는 반항공작전을 수행한다. 제1군단은 저고도로 침투하는 각종 비행체를 탐지하기 위해 2017년에 개발된 TPS-830K 국지방공레이더(Local Air Defense Radar)를 방공대대들에 배치했다. 

 

주목되는 것은, 제1군단이 배치한 국지방공레이더가 탐지할 수 있는 최소 레이더반사면적(radar cross-section)이 2㎡인데, 조선인민군 소형 무인정찰기의 레이더반사면적은 0.03㎡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날짐승의 레이더반사면적은 0.01㎡이므로, 조선인민군 소형 무인정찰기는 날짐승보다 3배 정도 큰 비행체로 국지방공레이더 화면에 나타나는 것이다. 조선인민군은 레이더반사를 최소화하는 재질과 형태로 무인정찰기를 만들었기 때문에, 레이더반사면적이 그처럼 축소되었다. 이런 사정은 제1군단 산하 방공대대들이 국지방공레이더로 소형 무인정찰기를 탐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불가능하게 보이는 일이 일어났다. 2022년 12월 26일 제1군단 산하 방공대대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쪽으로 날아오는 조선인민군 소형 무인정찰기를 국지방공레이더로 탐지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가? 

 

무인정찰기의 레이더반사면적은 국지방공레이더에서 방출된 레이더파가 무인정찰기의 정면에 부딪혀 반사되는 면적을 의미한다. 그런데 조선인민군 소형 무인정찰기의 길이는 약 2m다. 만일 국지방공레이더에서 방출된 레이더파가 소형 무인정찰기의 측면에 부딪혀 반사되면, 레이더반사면적은 약 2㎡로 확대된다. 

 

이런 사정은 국지방공레이더에서 방출된 레이더파가 소형 무인정찰기의 측면에 가닿는 경우, 무인정찰기가 탐지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국지방공레이더에서 방출된 레이더파가 소형 무인정찰기의 측면에 부딪혀 반사되면, 무인정찰기의 항적은 레이더 화면에 작은 빛점(point of light) 한 개로 나타난다. 

 

남측 언론보도에 의하면, 제1군단에 배치된 국지방공레이더 7대 가운데서 1대에서만 소형 무인정찰기의 항적이 식별되었다고 한다. 이런 사정은 국지방공레이더 한 대가 소형 무인정찰기의 측면을 향해 레이더파를 방출하여 무인정찰기의 항적을 탐지할 수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한국군 제1군단이 운용하는 국지방공레이더에는 결정적인 맹점이 있다. 무인정찰기와 날짐승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은 레이더 화면에 나타난 작은 빛점 한 개가 무인정찰기인지 날짐승인지 판별하지 못할 뿐 아니라, 레이더 화면에 나타난 빛점이 아군 무인정찰기인지 적군 무인정찰기인지도 판별하지 못한다.

 

엄청난 정치군사적 파장을 불러일으킨 사건은 2022년 12월 26일에 일어났다. 그날 국지방공레이더 화면을 응시하던 레이더 전문병은 레이더 화면에 나타난 작은 빛점 한 개가 조선인민군 소형 무인정찰기인줄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레이더 전문병을 상황 오판으로 이끌어간 기막힌 사연은 다음과 같다. 

 

해마다 겨울이 오면, 몽골 초원에 사는 검독수리들이 3,000km 떨어진 우리나라로 날아와 겨울을 나고 이듬해 3월 말에 다시 몽골 초원으로 돌아간다. 검독수리가 가장 많이 몰려드는 고장은 경상남도 고성군이다. 

 

흥미로운 것은, 검독수리의 날개 길이와 조선인민군 소형 무인정찰기의 날개 길이가 거의 같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한국군 국지방공레이더 화면에는 조선인민군 소형 무인정찰기도 작은 빛점 한 개로 나타나고, 검독수리도 작은 빛점 한 개로 나타난다. 조선인민군 소형 무인정찰기와 검독수리는 비행속도도 비슷하다. 양자의 차이점은 비행고도에 있다. 조선인민군 소형 무인정찰기의 비행고도는 2~3km이고, 검독수리의 비행고도는 300~500m다. 확연한 차이다.

 

이전에 한국군이 운용했던 낡은 국지방공레이더는 비행체의 거리와 방향만 탐지하는 2차원 레이더였는데, 지금 한국군이 운용하는 신형 국지방공레이더는 비행체의 거리, 방향, 고도를 모두 탐지하는 3차원 레이더다. 그러므로 제1군단 방공대대 소속 레이더 전문병이 레이더 화면에 나타난 항적의 비행고도를 관찰하면, 그 항적이 소형 무인정찰기 항적인지 검독수리 항적인지 구별할 수 있다.

 

그러나 2022년 12월 26일 제1군단 방공대대 소속 레이더 전문병은 레이더 화면에 나타난 빛점의 비행고도를 유심히 관찰하지 않고, 겨울철에 흔히 남쪽으로 날아오는 검독수리 항적으로 오인했다. 

 

합동참모본부가 사건 경위를 조사하기 위해 현장에 급파한 전비태세검열단은 한국군 제1군단이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남하비행에 어떻게 대처하였는지 알아보기 위해 국지방공레이더 영상자료를 재생하여 정밀하게 분석했다. 검열단은 2023년 1월 6일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검열단 발표에 의하면, 2022년 12월 26일 오전 10시 19분경 제1군단 방공대대 국지방공레이더에 이상 항적이 한 개의 빛점으로 나타났으나, 그것이 무인정찰기 항적인지는 알지 못했고, 오전 10시 25분경에 가서야 무인정찰기 항적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다고 한다. 

 

2. 인공지능으로 날아가는 자율비행 무인정찰기

 

2023년 1월 6일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단이 발표한 검열 결과에 의하면, 2022년 12월 26일 군사분계선을 넘어 서울 상공까지 남하비행하고 다시 북으로 돌아간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의 항적이 제1군단 방공대대 국지방공레이더 화면에 몇 개의 점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예컨대,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의 항적은 당일 오전 10시 19분경 빛점으로 나타났다가 곧바로 사라졌고, 오전 10시 25분경에 다시 빛점으로 나타났다가 곧바로 사라진 것이다. 이런 정황은 무인정찰기의 항적이 빛점으로 나타났다가 곧바로 사라진 뒤 약 6분이 지나서 다시 빛점으로 나타났다가 또다시 사라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당시 정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분석해보자.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는 분당 1.7km의 속도로 느리게 비행했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의 항적이 레이더 화면에서 6분 동안 사라졌다면, 그 무인정찰기는 6분 동안 약 10km를 비행하였다가 다시 레이더 화면에 빛점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런 정황 속에서 한국군 합참본부는 레이더 화면에 불규칙하게 나타난 여러 개의 빛점을 선으로 이어놓고,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의 항적을 파악할 수 있었다.  

 

여러 개의 빛점들을 선으로 이어놓은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의 항적은 2022년 12월 28일 합참본부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제출한 약도에서 볼 수 있다. 그 약도에는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의 남하비행경로와 군사분계선을 다시 넘어 북으로 돌아간 북상비행경로가 표시되었다. 약도를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자.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는 한강과 임진강이 합쳐지는 합류지 상공을 통과하였고, 경기도 고양시 남쪽 상공을 통과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서울 상공으로 진입하여 은평구 - 서대문구 - 세종대로 네거리 – 종로 - 동대문 - 중랑구까지 서울 중심부 상공을 통과하였다. 중랑구 서쪽 상공에 도달한 무인정찰기는 180도 회전하더니, 날아왔던 비행경로를 거슬러 북으로 돌아갔다. 

 

 

비행시간을 살펴보자. 그날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는 서울을 향해 약 1시간 동안 남하비행을 하였고, 서울 상공에서 약 1시간 동안 순항비행을 하였고, 북으로 복귀하기 위해 약 1시간 동안 북상비행을 하였다. 3시간 동안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남측 상공을 날아다녔다. 

 

그런데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약 1시간 동안 남쪽으로 비행하여 서울 상공에 들어서고 있었던 바로 그 시각, 한국군 합참본부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무인정찰기의 출현을 보고했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늑장 보고였다.

 

늑장 보고보다 더 한심한 사건이 대통령실에서 일어났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가 서울 상공을 날아가고 있었던 바로 그 시각, 윤석열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입양견 새롬이와 함께 즐겁고 유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서울 중심부 상공을 유유히 통과한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가 작전 임무를 마치고 중랑구 상공에서 180도 회전하여 복귀 비행을 하고 있었던 바로 그 시각, 한국 공군작전사령부는 뒤늦게 방공작전태세를 강화하는 ‘두루미’를 발령하고 적성을 선포하면서 허둥지둥하고 있었다. 

 

의문이 생긴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가 지나간 서울 은평구, 서대문구, 종로구, 동대문구, 중랑구에는 정찰대상으로 삼을 만한 전략거점이나 군사시설이 없는데, 왜 그 지역 상공을 통과하였을까?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가 서울 상공에서 정찰해야 할 중요한 전략거점은 전부 용산구에 몰려있다. 이를테면, 용산구 이태원로에는 대통령실, 국방부, 합동참모본부가 몰려있고, 용산구 한남동 매봉산 서쪽 사면에는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 관저, 대통령 비서실장 관저, 대통령 경호처 등이 몰려있다. 그러므로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는 경기도 고양시 상공을 통과하여 남동쪽으로 비행하면서 마포구 - 용산구 - 성동구로 날아갔다가 성동구 상공에서 180도 회전하여 북으로 돌아갔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는 정찰대상들이 몰려있는 용산구를 외면하고, 정찰대상이 없는 지역을 비행하고 돌아갔다. 무인정찰기는 왜 정찰대상이 있는 지역을 외면하고 정찰대상이 없는 지역을 비행하였을까? 의문이 더 깊어진다.

 

서울 상공에 진입한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가 정찰대상들이 전혀 없는 지역을 비행하고 돌아간 것은, 그 무인정찰기가 정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서울 상공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는 중요한 사실을 말해준다.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가 남하비행한 목적이 정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남하비행을 하고 돌아간 것인가? 수수께끼 같은 의문을 풀어줄 해답의 실마리는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의 특이한 항적 속에 들어있었다.

 

일반적으로, 비행체의 항적은 레이더 화면에 직선 또는 곡선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군사분계선을 넘어 서울 상공을 한 바퀴 돌고 북으로 돌아간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의 항적은 선이 아니라 점으로 나타났다. 레이더 화면에 빛점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얼마 뒤에 다시 빛점으로 나타났다가 또 다시 사라진 것이다. 출현과 소실이 불규칙하게 반복된 특이현상이었다.  

 

출현과 소실을 불규칙하게 반복한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의 특이한 비행 양상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고도 3km에서 날아가다가 레이더파를 감지하는 순간 레이더파가 닿지 않는 고도 1km의 사각공간으로 하강하는 회피기동 이외에 다른 게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자율비행 능력을 가진 무인정찰기만이 그런 절묘한 회피기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놀랍게도, 서울 상공에 출현한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는 인공지능기술(artificial intelligence technology)이 도입된 자율비행 무인정찰기(autonomous drone)였다. 

 

자율비행 무인정찰기의 작동원리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작동원리와 마찬가지로 사람이 원격조종을 하지 않고, 무인정찰기에 장착된 인공지능장치가 수시로 변하는 비행 정황을 신속, 정확하게 판단하면서 전자동으로 순항하는 것이다. 요즈음 군사과학기술 부문에서 앞선 미국, 중국, 로씨야가 자율비행 무인정찰기를 개발하고 있는데, 그런 나라들에 뒤지지 않을 만큼 고도의 군사과학기술을 가진 조선도 자율비행 무인정찰기를 개발하고 있다.

 

2022년 12월 26일 조선인민군은 영상촬영 장비를 장착한 기존 무인정찰기를 서울 상공으로 내려보낸 것이 아니라, 새로 개발한 자율비행 무인정찰기를 서울 상공으로 내려보냈다가 복귀시키는 시험비행을 실시한 것이다.   

 

3. 중형 무인정찰기 4대가 동원된 교란작전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2022년 12월 26일 조선인민군이 개발한 최신형 자율비행 무인정찰기가 시험비행을 실시하고 북으로 돌아가기 위해 복귀비행을 하고 있었던 오후 12시 57분경 서부전선 상공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한국 공군 방공레이더부대가 운용하는 방공레이더 화면에 서부전선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하비행하는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4대의 항적이 나타난 것이다. 

 

합동참모본부 발표에 의하면, 당일 오후 12시 57분경부터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4대가 강화도 북쪽 한강 하구 건너편 북측 지역에서 남쪽으로 날아왔다고 한다. 무인정찰기 4대는 한꺼번에 내려온 것이 아니라, 수십 분 간격을 두고 순차적으로 내려왔다.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순차적으로 내려왔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4대가 한국 공군이 운용하는 방공레이더에 포착된 것을 보면, 그 무인정찰기들은 서울 상공에 나타난 소형 무인정찰기보다 크기가 더 큰 중형 무인정찰기인 것이 분명하다. 소형 무인정찰기는 저고도에서 비행하고, 중형 무인정찰기는 중고도에서 비행한다. 공군 방공레이더는 저고도에서 날아오는 비행체는 탐지하지 못하고, 중고도와 고고도에서 날아오는 비행체만 탐지할 수 있다.

 

그런데 중형 무인정찰기들의 비행 양태가 참으로 묘했다. 어떤 무인정찰기는 남쪽으로 얼마간 내려오다가 느닷없이 기수를 북으로 돌려 되돌아갔고, 어떤 무인정찰기는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좌우로 불규칙하게 선회비행을 하는 등 매우 복잡한 양상으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비행 양태만이 아니라 비행경로도 묘했다. 중형 무인정찰기들은 강화도 북부 상공을 통과하여 주문도 상공을 지나 서해로 빠져나갔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들이 서해로 빠져나가면 지상에 배치된 한국군 레이더감시 범위에서 벗어나게 된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서해는 정찰대상이 없는 무인지경이다. 정찰대상이 없는 망망한 바다로 빠져나간 것은 중형 무인정찰기들의 비행 목적이 정찰작전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군 레이더감시를 엉뚱한 곳으로 유인하는 교란작전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교란작전이 목적이었으므로, 레이더에 쉽게 포착되지 않는 소형 무인정찰기가 아니라, 레이더에 쉽게 포착되는 중형 무인정찰기 4대를 순차적으로 날려 보낸 것이다. 

 

중형 무인정찰기 4대가 동원된 교란작전은 당일 오후 3시 30분경까지 1시간 33분 동안 계속되었다. 조선인민군 중형 무인정찰기들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한국군 감시레이더망을 여지없이 교란하고 있었던 1시간 33분 동안 남측에서는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조선인민군 중형 무인정찰기 4대가 순차적으로 내려오는 다급한 정황을 인지한 한국군 합참본부는 화들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전군 경계태세를 2급으로 격상했고, 서부전선 전투부대들에 감시경계태세, 화력타격준비태세, 반항공사격준비태세를 갖추고 대기하라는 긴급명령을 내렸다. 최전방 경계초소들에서는 대북 경고방송을 여섯 차례 실시했고, 대북 경고사격을 다섯 차례 실시했다. 육군은 작전헬기를 출동시켰고, 공군은 전투기를 출동시켰다. 작전헬기와 전투기 20여 대가 동원된 무인정찰기 색출 작전이 요란하게 벌어졌다. 무인정찰기 색출작전에 동원된 코브라 작전헬기는 아무것도 없는 강화도 앞바다 허공을 향해 자폭소이탄 100발을 난사했다. 무인정찰기 색출 작전은 5시간 동안 요란하게 계속되었지만, 무인정찰기를 색출하기는커녕 무인정찰기가 어디로 사라졌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허망하게도, 한국군의 무인정찰기 색출 작전은 5시간 만에 완전한 실패로 끝났다. 

 

4. 종심정찰작전 수행하고 북으로 돌아간 무인정찰기 7대

 

2022년 12월 26일 오후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들이 전개한 교란작전에 말려든 한국군이 허망한 무인정찰기 색출 작전을 전개하고 있었던 1시간 33분 동안 조선인민군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무인정찰기 4대를 동원한 조선인민군의 교란작전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군의 시선이 온통 서부전선으로 쏠려있는 동안, 중부전선과 동부전선에서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들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 상공으로 은밀히 침투했다. 이런 추리를 강하게 뒷받침해주는 정보가 2023년 1월 2일 <데일리 NK> 보도기사에 실렸다. 보도기사에 의하면,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작전국이 2022년 7월 27일에 작성한 조선인민군 ‘1기 전투정치훈련 종합평가자료’에 “남조선에 침투시킨 무인정찰기는 5대가 아니라 12대인데, 적들이 탐지하지 못했다”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이것은 2022년 12월 26일 한국군의 시선이 서부전선으로 쏠려있는 동안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7대가 중부전선과 동부전선에서 남측 상공에 은밀히 침투하여 종심정찰작전을 수행하고 북으로 돌아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사실이 더 있다. 남측 상공에 침투하여 종심정찰작전을 수행한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 7대는 지상에 고착된 대상물의 타격좌표를 파악하고 돌아간 것이 아니다. 지상에 고착된 대상물의 타격좌표는 구글 지도(Google Map) 같은 데에 누구나 파악할 수 있으므로, 조선인민군은 그런 초보적인 정찰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가 수행하는 종심정찰작전은 지상 또는 해상에서 계속 자기 위치를 바꾸면서 움직이는 이동물체의 타격좌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작전통제소에 전송하는 것이다. 

 

지상에서 이동하는 전차, 장갑차, 자주포, 각종 군용 차량들의 위치가 표시된 타격좌표를 실시간으로 계속 전송하고, 바다에서 항해하는 각종 전투함선의 위치가 표시된 타격좌표를 실시간으로 계속 전송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타격좌표를 전송받은 조선인민군 화력타격 부대들은 즉각 정밀타격미사일을 발사하여 지상 또는 해상에서 움직이는 타격 대상을 아주 정확하게 제거할 수 있다. 

 

5. 3개의 징후 - 종심정찰, 검수사격, 무기증산

 

2021년 1월 8일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가까운 기간 내에 (중략) 500km 전방 종심까지 정밀 정찰할 수 있는 무인정찰기들을 비롯한 정찰 수단들을 개발하기 위한 최중대 연구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데 대하여” 언급하였다. 500km 전방 종심까지 정밀 정찰한다는 것은 제주도를 포함하는 남측 전역을 정밀 정찰한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서, 남측 전역을 손금 들여다보듯 정밀하게 감시한다는 뜻이다. 조선인민군 무인정찰기가 남측 전역을 정밀 정찰하려면, 항속거리가 2,000km 정도는 되어야 한다. 이런 사정을 보면, 2021년 1월 8일 제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총비서가 제시한 최고로 중대한 과업은 항속거리가 2,000km인 무인전략정찰기를 개발하는 과업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로부터 10개월이 지난 2021년 10월 11일, 조선로동당 창건 76돌에 즈음하여 평양에 있는 3대혁명전시관에서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이 성대히 진행되었다. 현장을 촬영한 기록영상물을 보면, 조선인민군이 보유한 기존 무인정찰기들과는 형태가 전혀 다른 신형 무인정찰기 축소모형이 2층 전시장에 전시된 장면이 나온다.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동영상 화면에 기체의 일부만 살짝 보였기 때문에 신형 무인정찰기 축소모형의 전모를 잘 알 수 없지만 항속 거리가 매우 긴 무인전략정찰기 축소모형이 전시된 것이 분명하다.

  

그로부터 또다시 12개월이 지난 2022년 12월 7일 미국 군사전문매체 <디펜스 블럭(Defense Blog)>에 눈이 번쩍 뜨이는 중요한 보도기사가 실렸다. 2022년 12월 초 미국 상업위성이 평안북도 구성시 인근에 있는 방현공군기지를 촬영한 위성사진에 신형 무인전략정찰기가 나타났다는 보도기사였다. 보도기사 작성자는 미국 군사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하면서 그 신형 무인전략정찰기가 미국 공군이 운용하는 MQ-9 리퍼(Reaper)와 매우 흡사하게 생겼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실제로 <디펜스 블럭>에 실린 위성사진을 보면, MQ-9 리퍼와 흡사하게 생긴 무인전략정찰기 한 대가 격납고 문 앞에 서 있는 모습이 보이고, 그 옆에 습격기 한 대가 주기장에 주기된 모습도 보인다. 

 

MQ-9 리퍼는 항공정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항공정찰과 공습작전을 모두 수행하는 우월한 작전능력을 가졌다. 그래서 무인전략정찰기가 아니라 무인전략정찰습격기로 한 급 더 높게 분류된다. 한국군이 미국에서 수입한 글로벌 호크(Global Hawk) 무인전략정찰기 4대는 항공정찰만 할 수 있고, 공습작전능력은 없다. 

 

군사과학기술이 발전되었다는 영국, 프랑스, 이딸리아, 일본, 에스빠냐, 네덜란드, 인디아 같은 나라들도 무인전략정찰습격기를 자력으로 만들지 못해 미국산 MQ-9 리퍼를 수입해 쓰는데, 조선은 신형 무인전략정찰습격기를 자력으로 만들었으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참고로 MQ-9 리퍼의 제원과 성능을 살펴보자. 

 

동체길이 - 11m

날개길이 - 20m

탑재중량 - 1,700kg

순항속도 - 시속 313km

체공시간 - 14시간

항속거리 - 1,900km

비행고도 - 7.5km

탑재무기 - 공대지미사일 4발, 정밀유도폭탄 2발

 

지난 연말연시에 우리는 놀라운 사변들을 연이어 목격했다. 조선은 신형 자율비행 무인정찰기도 만들었고, 신형 무인전략정찰습격기도 만들었다. 조선은 무인정찰기 7대를 남측 각지에 내려보내 종심정찰작전을 전개했다. 조선의 군수노동계급은 연간 생산 목표를 초과하여 증산한 600mm 초대형 방사포 30문을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 증정하여 고도화된 중무기 생산능력을 시위했다. 조선인민군 화력타격 부대는 600mm 초대형 방사포 4발을 동해로 발사하는 검수사격으로 초정밀타격능력을 시위했다. 전시에 600mm 초대형 방사포에는 저위력 전술핵탄두가 장착된다.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처럼, 무인정찰기 종심정찰작전, 군수공업 부문의 중무기 증산, 600mm 초대형 방사포 검수사격은 전술핵타격작전에 의해 서로 밀접히 연관된다. 무인정찰기가 종심정찰작전 중에 파악한 이동 타격 좌표를 지상 작전통제소에 실시간으로 전송하면, 전술핵타격부대는 타격정밀도가 매우 높은 600mm 초대형 방사포를 즉시 발사하여 타격대상을 외과수술식으로 제거하는 것이고, 군수공업 부문에서는 전술핵타격수단을 증산하는 것이다. 

 

동서고금 전쟁사를 살펴보면, 적진정찰, 검수사격, 무기증산은 전쟁을 예고하는 비일상적인 군사행동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남조선해방전쟁’을 앞두고 있는 조선인민군은 무인정찰기를 남측 종심 깊숙이 침투시켜 정밀정찰작전을 전개하고, 600mm 초대형 방사포 검수사격으로 초정밀 전술핵타격능력을 시위하고, 군수노동계급은 전술핵타격수단을 대폭 증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군사행동은 ‘남조선해방전쟁’이 임박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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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수 잘못 찾은 윤석열 정부, 노동정책도 노동도 위기겪는다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위기의 시대, 새로운 틀을 꿈꿀 때가 왔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  기사입력 2023.01.09. 08:11:25

 

윤석열 새 정부가 출범한지 8개월이 되었다. 10년, 20년 집권을 이어가겠다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정부의 수명은 5년을 넘지 못했다. 새 정부가 내놓은 국정과제만 놓고 보면 최소한 노동정책과 산업정책은 문재인 정부 후반기 정책을 거의 계승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가 문재인의 그것과 비슷하다니 그런 황당한 얘기가 어디 있나?" 하지만 두 정부의 국정과제 문서자료만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실제로 싱크로율은 90%가 넘는다. 5년 전 자료를 그대로 가져다 베낀 게 아닐까 의심될 정도이니 말이다.

 

새로울 것이 없는 대안들 

 

이런 일이 왜 벌어진 것일까? 촛불 정부 흔적이 거의 사라진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새 정부가 바꿔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이미 낡아버린 과거의 프레임을 대체할 새로운 정책을 제시할 역량이 부족했던 탓이 크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 인수위는 새 정부 국정과제를 수립하는 과정에 기존 정부에서 업무를 맡아 왔던 공무원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문재인 정부 정책의 흔적이 강하게 묻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국정과제 속의 내용은 활자 속에 있는 것일 뿐, 현실에서 벌어진 일은 많이 달랐다. 정확히 말하면 윤석열 정부는 작년 11월 즈음부터 본격적으로 다른 행보를 걷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 흔적 지우기, 아니 어쩌면 문재인 정부와 반대로 가기를 시전하는 것으로 보인다. 

 

6월 1차 파업에 이어 11월에 시작된 화물연대의 안전운임제 쟁취를 위한 2차 파업을 힘으로 제압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는 국정지지율 상승이라는 꿈에도 그리던 것을 얻어낸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낡은 프레임을 대체할 새로운 대안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숙명여대 권순원 교수가 좌장을 맡은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몇 달 동안 세미나를 한 뒤 내놓은 대안이라곤 고작 노동시간을 어떻게든 늘려보겠다는 것, 임금체계에서 성과급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으로 이미 기존 정권에서 한번쯤 내놓았거나 검토했던,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는 정책들이었다. 

 

 

 

 5~6년 사이 격변을 겪은 지구촌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실패가 예정되어 있는 대안이다. 우선 '미래노동시장'의 핵심이라 할 젊은 세대들이 호응하지 않는다. 청년 노동자들은 노동시간을 연장해서, 그러니까 자기 몸을 갈아서 임금소득을 늘리는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다. 오히려 현재 퇴직을 앞둔 베이비붐 세대에 익숙한, 낡고도 낡은 방식이며 더 이상 작동 가능하지 않다.

 

문재인 정부 출범부터 불과 5~6년 지난 것에 불과하지만 그 사이에 많은 것이 변화했다. 5~6년 전만 해도 '정규직 전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라는 말이 상당수 비정규직의 마음을 설레게 했지만, 그 사이 엄청난 속도로 증가한 플랫폼 노동에게 '정규직 전환'이란 완전히 낯선 슬로건이다. 

 

기후위기가 산업의 전환을 추동하거나 가속시키는 요인이 되며, 산업전환 과정에서 일자리와 노동조건의 엄청난 격변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도 비교적 최근에 알게 된 얘기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사회적 거리두기' '봉쇄(Lock-down)'라는 상황에서 산업과 경제활동의 격변을 겪기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과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그렇지 않아도 팬데믹으로 시작된 공급망(Supply Chain) 위기를 더 극한으로 몰아붙였다. 그 결과 지난 수십년간 지속된 저성장·저물가·저이자율의 시대가 저물고 고물가·고이자율 시대를 열어버렸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경제상황이 점점 더 예측불가능한 지경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점이다.

 

낡은 것은 수명을 다했는데 

 

당연히 노동과 일자리 문제도 엄청난 격변을 겪었으며 지금도 급변하고 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비정규직 문제의 경우 '정규직 전환'만이 아니라 '온전한 노동기본권 보장과 확장'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로 진입하는 중이다.

 

이를테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필수노동자'로 분류되며 재조명된 이들 중 배달·배송·모빌리티·간병 노동자들 대부분이 특수고용 또는 플랫폼 노동자들이었다. 노조를 결성해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싸우고 있긴 하지만, 자본가들은 이들의 노동자성을 부정하고 정부는 노동기본권은 물론이고 산재보험·고용보험 등 안전망에서까지 배제시켜왔다.

 

하지만 이들의 노동과 헌신 없이는 팬데믹을 버텨낼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지자, 정부는 서둘러 이들의 산재보험·고용보험 가입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 보험료 산정을 위해 실소득 파악을 위한 시스템이 중요해지자, 그동안 한사코 나서려 하지 않았던 국세청까지 동원해 세금과 보험료 부과 체계를 만들어냈다. 

 

노동자와 사용자가 1대1 대응이 되어야만 노동법 적용이 가능하다는 '전속성' 논리 역시 완전히 낡은 것이 되어 박물관 전시 대기순번을 받은 상태이다. 우선 투 잡, 쓰리 잡에다 'N잡러'라는 단어까지 만들어지는 시대에 책임지는 사용자가 하나 이상일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최근 급증하는 플랫폼노동으로 오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 등 여러 개의 플랫폼을 이용해야만 최소 생계비를 벌 수 있는 라이더들, 다수의 업체로부터 콜을 받아야 하는 대리운전 기사들에게 1대1 대응이라는 '전속성'을 요구하는 것은 완벽한 넌센스 아닌가. 

 

▲지난해 일자리가 없거나 생활비가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가 된 사람이 19만 명에 달했다. 5일 연합뉴스의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조사 기준 특고는 56만1천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가운데 33.4%인 18만7천명은 비자발적인 사유로 특수형태근로에 종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에서 이동하는 배달 라이더들. ⓒ연합뉴스

 

새로운 프레임은 여전히 미완성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고 인수위가 가동되던 시절, 배달하다가 죽고 다치는데도 산재보험법의 '전속성 기준' 때문에 보상을 받지 못하는 사고가 이어지자 라이더유니온을 비롯한 플랫폼 노동자들의 투쟁이 전개되었다. 거짓말처럼 인수위와 여당이 적극적으로 나섰고, 2~3개월 만에 산재보험 전속성 기준 조항 폐지가 국회 문턱을 넘는 일이 벌어졌다.

 

많은 이들의 뇌리에 강하게 박힌 사건은 아니었지만, 이 법 개정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벌어진 첫 번째 노동법 개정으로 기록되었다. 내년 7월 1일부터 전속성 기준이 폐지되면 특수고용과 플랫폼노동을 합한 산재보험 가입자 규모는 무려 100만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사소한 법조항 하나 개정한 것으로 치부할 수 없는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이것은 산재보험 가입 자격에 대한 조건일 뿐, 고용보험이나 다른 노동기본권에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투 잡, 쓰리 잡을 뛰는 노동자가 한 곳의 일자리에서 해고되면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한국은 이런 종류의 '부분 실업'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서 과거의 프레임이 얼마나 낡았는지 다시 폭로된다. 한국은 부분 실업만 인정하지 않는 게 아니라 실업자로 인정받는 것 자체가 힘들다. 지난 4주 동안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얻지 못한 경우에만 실업자로 인정되어 구직급여 수급자격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에서 한국만 유일하게 '실업보험(Unemployment Insurance)'이 아니라 '고용보험(Employment Insurance)'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실업자로 인정받았다 하더라도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실업급여'가 아니라 '구직급여'를 지급하는 곳이 이곳 대한민국 아닌가. 

 

1주일에 1시간 이상만 일해도 취업자로 분류되며,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취업준비생과 고시생들은 모조리 실업자에서 제외된다. 만일 유럽의 실업률 계산 기준을 따를 경우 두 자릿수로 치솟아올라야 마땅할 한국의 공식 실업률이 여전히 3~4%대에 머물러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낡은 프레임 역시 도대체 어디에서 쓸모를 찾을 수 있을까.

 

100년 역사의 ILO 협약을 뒤늦게 비준해 추가된 글로벌 스탠다드가 한국 현실에 어떻게 적용될 것인지, OECD 최악의 산재사망율 오명을 갓 태어난 중대재해법이 씻어줄 수 있을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5~6년 전만 해도 없었던 이들 제도가, 코로나19와 전쟁·인플레이션이라는 격변의 시기를 거치며 어떻게 작동될 것인가. 

 

노동자운동의 핵심도 바뀌었다 

 

다시 강조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번지수를 완전히 잘못 찾았다. 온통 노동시간과 임금체계 얘기만 늘어놓았는데, 청년 노동자들이 많이 포진한 플랫폼·특수고용 부문에서 대체 노동시간은 무엇이고 임금체계란 무엇이란 말인가.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쉴 권리(휴식권)'와 '적정임금 보장'인데 연구회 발표문 어디에서도 이런 단어를 찾아볼 수 없다. 

 

연구회가 내놓은 대안은 오로지 조직된 노동자운동을 약화시키고 파괴하기 위한 목적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또한 넌센스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이 중심적으로 다루는 조직노동자운동은 노동시간·임금체계와 같은 개념들이 정상적으로 계측 가능한 부문, 이를테면 철도·지하철이나 현대차·대우조선과 같은 공공부문과 대기업 정규직의 얘기이다. 

 

하지만 지난해 '노동'과 관련해 세상의 눈과 귀를 가장 집중시킨 사건들은 무엇이었나? 누구나 화물연대의 안전운임제 투쟁과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투쟁을 얘기할 것이다. 여기에 산재보험 전속성 기준을 폐지시켰던 라이더와 대리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들을 보태면, 이들 모두 연구회가 강조하는 노동시간·임금체계 따위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은 부문과는 거리가 멀지 않은가. 

 

위기의 시대, 누가 새로운 틀을 짤 것인가 

 

이탈리아의 혁명가 안토니오 그람시는 "낡은 것은 죽어가고 있는데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상태"를 위기(Crisis)로 정의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윤석열 정부 5년의 기간은 노동정책도, 그리고 노동도 모두 위기 국면을 겪을 수밖에 없다. 

 

노동시간과 임금체계가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할 것이다. 고용보험·산재보험을 비롯한 사회보험의 작동 원리도 변화할 것이며, 따라서 노동자들의 운동도 달라지고 노사관계를 비롯한 모든 관계들의 격변이 따라올 것이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그런 대안을 내놓아서가 아니라, 낡은 것을 대체할 새로운 틀이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위기는 결국 새로운 것을 잉태하기 위한 고통의 시간인 바, 이 위기를 어떻게 살아내느냐에 따라 새로운 시대의 내용과 주인공이 달라지게 될 것이다. 새로운 틀을 짜낼 역량을 가진 세력이 향후 몇십년 간의 노동 관련 쟁점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2023년 <인사이드경제>는 이렇게 '낡은 틀에 갇힌 새로운 노동' 그리고 이 노동을 담아낼 '새로운 틀'에 대한 일련의 시리즈를 시작할 예정이다. <인사이드경제>는 해답을 갖고 있냐고? 그런 걸 갖고 있었다면 한가하게 글이나 쓰고 있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부딪혀볼 생각이다. 어설픈 답이나마 내어놓고 독자들에게 호된 꾸지람 받아가면서 토론을 하다보면, 최소한 정답에 가까운 오답에는 이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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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측은 왜 윤석열 정부가 짜놓은 판에 뛰어들기로 했나

“정부, 위험한 강 건너려고 해…피해자 권리 짓밟는 행태 국민에게 알려야”

2018년 대법원이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해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내린지 4년되는 날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미쓰비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94세) 할머니가 대법원 미쓰비시 상표권·특허권 매각 명령 신속한 판결을 촉구하며 발언을 하고 있다. 2022.11.29 ⓒ민중의소리
정부가 일본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토론회를 연다. 일본 전범 기업의 사과와 배상에 대한 전제도 없이, 한국 기업으로부터 기부를 받아 배상한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이번 토론회는 명분 쌓기를 위한 요식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우려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측은 토론회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에게 일본에 굴복하는 정부 구상의 심각함을 알려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내린 결정이다.

8일 외교부에 따르면, 외교부와 한일의원연맹은 오는 12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강제징용 공개토론회를 연다.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이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한 그간 한일 외교당국 간 교섭 내용을 설명하고, 행정안전부 산하 공익법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재단의 심규선 이사장이 발제를 맡을 예정이다. 이어 참석자 토론이 진행된다.

강제징용 피해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의 이국언 대표와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임재성 변호사도 참석하기로 했다.

정부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재단이 한일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피해자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우선 한국 기업이 먼저 기부금을 내면, 일본 측에서도 호응하는 조치가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이른바 ‘제3자 변제’ 방식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18년 10~11월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전범 기업이 피해자들에게 1인당 1억원씩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일본 측은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을 이유로 배상 판결에 따르지 않고 있다.

정부가 제3자 변제 방안을 추진하는 건 대법원 판결 취지를 무시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국언 대표는 이날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대법원 판결은 가해자인 일본 피고 기업이 배상하라는 것이었다”며 “상관없는 한국 기업이 돈을 대신 지급하도록 하는 건, 윤석열 정부가 사법부 결정을 형해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구상 방안이 이행되면 일본은 배상 의무가 없다는 주장을 인정하는 결과가 된다고 이 대표는 짚었다. 그는 “비상식적인 주장을 하는 일본에 굴복한다고 완전히 시인하는 결과가 돼버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이 난 사건은 일제 강제징용 가운데 일부”라며 “사실상 향후 더 이상 일본에 과거 청산 요구를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수용 여부를 떠나서 과거청산이라는 역사적인 문제 해결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하는데, 앞으로 이런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 않게 된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명예 회복을 위한 피해자들의 싸움을 단순한 배상 문제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표는 “정부 구상 방안은 일본 전범 기업 명예와 위상은 회복해주고 피해자의 권리를 짓밟는 것”이라며 “피해자의 권리 요구를 얄팍한 돈 문제로 취급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이어 “그동안 피해자들이 누구를 상대로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 그 의미를 무색게 하는 것”이라며 “심각한 정신적 상처를 주는 행위”라고 말했다.

상처를 입는 건 피해자뿐만이 아니다.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반발한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행하자 한국에서 전국민적인 일본 불매운동이 일었다. 이 대표는 “정부가 일본에 굴복하게 되면 당시 불매운동의 의미가 퇴색된다”며 “국민적 자존감과 국격에도 심각한 문제가 된다”고 짚었다.

정부가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일본에 자세를 낮추고 있다는 게 이 대표 시각이다. 그는 “강제징용에 대한 정부 태도에는 한미일 군사 전략적인 이해관계가 깊게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잘못된 방향”이라며 “너무 조급하게 끌려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외교적인 환경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기업의 선 조치 이후 일본 측의 호응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 대표는 “일본 피고 기업의 출연과 사과도 전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이 일방적으로 뒤짚어쓰겠다는 것”이라면서 “국가 간 약속은 문자 하나, 표현 하나를 매우 중요하게 따져야 하는데, 정부가 지금 제시하는 이런 식의 외교 행위는 역사상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사회 약속도 뒤집는 게 일본”이라며 “일본 호응은 정부의 주관적이고 일방적인 기대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앞서 일본은 2015년 군함도 등 23개 시설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당시 조선인 강제 노동 역사를 제대로 알리겠다고 약속했지만, 현재까지 회피하고 있다. 일본은 제출한 보고서가 조선인 강제 노동 역사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유네스코의 지적을 받아 지난해 12월 재차 보고서를 냈는데, 이번에도 조선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피해자 측은 정부가 주도하는 토론회 참석을 고심해왔다.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토론회에 참석해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이 대표는 “정부는 이미 판을 짜놓고 절차적인 명분을 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우리가 토론회에 불참해도 정부는 계획을 포기하거나 수정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위험한 강을 건너려는 것 같다”며 “설령 짜여진 판이라고 해도, 국민들에게 정부 방향이 왜 문제인지 알려야 한다는 불가피한 판단이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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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새해 첫 주말에 울린 ‘윤석열 퇴진’ 함성

특별취재단 | 기사입력 2023/01/0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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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새해 첫 주말에 울린 ‘윤석열 퇴진’ 함성

 

[특별취재단]

-현장취재: 강서윤·김영란·문경환 기자, 이인선 객원기자

-사진취재: 김영란 기자, 이인선 객원기자

 

새해 첫 주말인 7일 오후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윤석열 퇴진’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주최 측 추산 연인원 1만 5천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22차 촛불대행진’이 열렸다. 

 

해가 바뀌었지만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는 국민의 열기는 조금도 식지 않았음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90대 노인부터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까지 모두가 추위를 뚫고 민주주의와 평화, 자주와 민생, 공정과 상식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행사를 주최한 촛불행동은 일주일 뒤 토요일인 14일 새해 첫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을 서울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5보: 오후 6시 55분] “더이상은 못참겠다! 윤석열은 퇴진하라!”

 

숭례문, 서울역, 남영역을 거쳐 삼각지역 인근까지 행진한 시민들은 힘있게 집회를 마무리했다.

 

 © 이호 작가

 

 © 이호 작가

 

시민들은 행진하면서 “더이상은 못참겠다! 윤셕열은 퇴진하라!”, “나라망신 윤석열은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방송 차량의 연설자들은 시민들과 소통하며 윤석열 정부의  거짓말을 비판했다.

 

[4보: 5시 30분] "윤석열 퇴진의 봄‥‘촛불이 꿈꾸는 나라’로 전진!"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22차 촛불대행진에는 연인원 1만 5천여 명에 이르는 시민이 함께했다.

 

 © 이인선 객원기자

 

 © 이인선 객원기자

 

22차 촛불대행진 사회를 맡은 강남촛불행동의 김지선 씨가 “우리 촛불의 마음을 담아낸 시를 낭독해주실 분을 소개하겠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퇴진이라는 봄.

새순 돋는 그 봄 안에서

먼저 싸우셨던 선생님들이 꿈꿔온 나라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나라

촛불이 꿈꾸는 나라로 가기 위해

더 힘껏 봄을 당겨와야겠습니다, 봄을.”

 

극단 경험과상상 단원 배우 정윤희 씨가 위처럼 권말선 시인이 지은 시 「촛불이 꿈꾸는 나라」를 낭독했다. 

 

이날 촛불대행진에서는 시민단체 대표들의 발언이 잇달아 이어졌다.

 

▲ 조동환 토착왜구박멸 시민행동 대표.  © 이인선 객원기자

 

조동환 토착왜구박멸 시민행동 대표는 “윤석열의 그 뿌리는 매우 깊다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된 게 아니다”라며 “일제강점기 이후에도 일본은 신종 친일파를 육성하고 있었다”라면서 윤석열 정권과 국힘당의 ‘뿌리 깊은 친일 속성’을 지적했다.

 

“지방은 정말 굶어 죽기 딱 직전이다. 정치란 뭐냐 곧 민생이다. 민생 해결이 정치를 잘 하는 것이다. 국민은 선제타격 이따위 발언이나 하며 전쟁 위기 일으키고 표적 수사, 정치 보복하는 걸 바라지 않는다.”

 

평택시민 지역경제 살리기 비상대책위원장인 이종호 씨는 위처럼 윤 대통령을 규탄했다.

 

이원영 언론소비자주권행동 공동대표는 보내온 영상에서 “조선일보의 친일 행위는 지금도 처벌할 수 있다. 민족반역 범죄는 공소시효가 없다는 것이 전 세계 공통”이라면서 “지금도 충분히 처벌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 시민들이 윤 대통령 얼굴 그림이 그려진 풍선을 때리고 있다.  © 이인선 객원기자

 

▲ 촛불대행진에 등장한 천공. 천공이 윤석열 대통령을 망치로 때리고 있다.  © 김영란 기자


“윤석열, 김건희 새해 벌 많이 받아라!” 

“윤석열은 지구를 떠나라!”

 

사회자의 위 발언을 신호로 윤 대통령 얼굴 그림이 그려진 풍선을 때리고 터뜨리는 상징의식이 진행됐다. 

 

남녀노소 시민들은 주먹으로 윤 대통령 얼굴 그림을 때리고, 손으로 누르고, 발로 짓밟는 등 풍선을 터뜨리며 추위를 날렸다.

 

“윤석열은 친일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윤석열은 일본놈이다. 빨리 내려와라!”

 

마지막 순서로 촛불가수 백자 씨와 기타 연주가 신희준 씨가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풍자곡을 잇달아 펼쳤다. 공연 중간에는 시민들이 함께하는 ‘촛불 파도타기’도 펼쳐졌다.

 

▲ 백자 씨가 노래하고 있다.  © 이인선 객원기자

 

▲ 가수 백자 씨와 기타 연주가 신희준 씨가 함께 공연하고 있다.  © 이인선 객원기자

 

발언과 공연을 마친 뒤 시민들은 대통령집무실 근처인 삼각지역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 이인선 객원기자

 

 © 이인선 객원기자

 

 © 이인선 객원기자

 

 © 이인선 객원기자

 

[3보: 오후 5시] “나라 팔아먹는 친일 매국노 집단 윤석열 정권 몰아내자!”

 

7일 오후 4시 2천여 명이 모인 가운데 촛불행동이 주최하는 새해 첫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22차 촛불대행진’이 시작되었다. 

 

무대에는 항일 선열이 촛불에 “중단없는 투쟁으로 역사의 혁명을 완수하자”라고 당부하는 내용의 영상이 나왔다. 

 

사회를 맡은 김지선 서울 강남촛불행동 대표가 올해부터 새로 준비한 ‘이번 주 퇴진 뉴스’를 소개했다. 

 

퇴진 뉴스에는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윤석열 퇴진 기자회견 진행 ▲일제 강제노역 노동자 배상을 한국 기업이 하는 것으로 조율 ▲북한 무인기 관련 안보 무능 전쟁 위기 고조 등 3가지가 꼽혔다.

 

이어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선 정해랑 주권자전국회의 공동대표는 새해 우리 국민의 바람이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나라, 재해와 참사 걱정이 없는 안전한 나라, 불평등이 사라지고 모든 국민이 잘살 수 있는 나라,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는 민주의 나라, 법의 집행이 공정하게 될 수 있는 정의의 나라, 외세로부터 간섭받지 않는 자주의 나라”라면서 이를 위해 윤석열이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정해랑 주권자전국회의 공동대표.  © 이인선 객원기자

 

특히 윤석열 정권과 국힘당을 친일 매국 세력으로 규정하며 “나라 팔아먹는 친일 매국노 집단 윤석열 정권 몰아내자!”라고 외쳤다. 

 

이어 일과 후 노래모임 ‘다시 부를 노래’가 무대에 올라 공연하였다. 

 

▲ 무대에 오른 '다시 부를 노래'  © 이인선 객원기자

  

촛불대행진의 인기 순서인 ‘구본기 소장의 현장 인터뷰’가 뒤를 이었다. 

 

구본기 소장은 먼저 집회장 주변에서 방석과 핫팩 나눠주고 따끈한 어묵을 나눠주는 유튜브 연합 ‘진실 알리미 나눔 봉사단’, 따뜻한 대추생강차와 둥굴레차를 무료로 제공해주는 부부가 운영하는 ‘촛불다방’ 등 천막 부스 소개를 하였다. 

 

▲ 촛불다방을 운영하는 부부.  © 이인선 객원기자

 

다음으로 구 소장은 ‘2023년 우리는 왜 촛불집회에 나와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참가자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주술을 좋아하는 김건희를 주술로 퇴치하려고 북어를 들고 나왔다는 서울 서대문구에서 온 시민은 “첫째도 탄핵, 둘째도 탄핵, 셋째도 탄핵, 죽을 때까지 탄핵!”이라고 외쳤다. 

 

겨우내 촛불대행진에 참가하기 위해 휴대용 가스난로를 사서 참석했다는 경기도 의정부에서 온 시민은 “우리 모두 행복하고 안전하고 멋진 나라에서 살 권리가 있다”라며 “우리가 나서서 이 나라를 새롭게 바꿔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등에 풍선을 달고 횃불 들고 참가한 참가자는 평택시민 지역경제 살리기 비상대책위 평택총본부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 평택에서 온 참가자.  © 이인선 객원기자

 

그는 “선조들이 지켜낸 한반도, 우리 모두가 살고 있고 후손들이 살아갈 한반도를 지켜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참석했다”라고 말했다. 

 

사위, 손자와 함께 참석한 인천에서 온 94세의 백발 할머니는 사위가 집회하러 간다니 오고 싶어서 쫓아 나왔다고 말했다. 

 

▲ 인천에서 온 94세 할머니.  © 이인선 객원기자

 

 © 이인선 객원기자

 

이어 춤 강사로 일하는 자원봉사자 오솔잎 씨의 진행으로 모두 일어나 「지랄하고 자빠졌네」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며 추위를 떨쳐냈다. 

 

▲ 가운데가 오솔잎 씨.  © 이인선 객원기자

 

 © 이인선 객원기자

 

 © 이인선 객원기자

 

 © 이인선 객원기자

 

 © 김영란 기자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참가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 서울 강남에서 단체옷을 맞춰 입고 참석한 동네 주민들.  © 이인선 객원기자

 

 © 이인선 객원기자

 

 

 

[2보: 오후 3시 46분] 인기를 끄는 ‘촛불정론 자주시보’

 

오후 2시경부터 자주시보는 신문 ‘촛불정론 자주시보’를 국민에게 배포하고 있다.

 

▲ 신문을 배포하는 대학생들.  © 김영란 기자

 

약 1,000부의 ‘촛불정론 자주시보’는 자주시보 부스와 민족위 부스에서 각각 배포하고 있다.

 

국민은 “고맙다”, “종이신문을 언제부터 만들었느냐”, “지역 소식도 실려 있네” 등의 말을 하면서 신문을 가져가며, 후원금도 보태고 있다.

 

▲ 신문을 정독하는 시민.  © 이인선 객원기자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신문 배포에 도움을 주고 있는데, 대학생들의 열정적인 활동으로 신문 배포가 곧 마감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 한 분은 주위 동료에게 주겠다며 신문 여러 장을 가져갔다.

 

한편 자주시보 기자들은 현재 촛불대행진 곳곳에서 취재하고 있다. 

 

[1보: 오후 3시] 명동서 울려 퍼진 목소리 “100만 명의 힘을 모아 새해에는 윤석열 퇴진!”

 

“윤석열 퇴진 100만 범국민선언에 함께 해주세요!”

 

“시민의 의지를 모아서 윤석열의 폭주를 막아야 전쟁 없고 민생이 파탄 나지 않는 나라에서 살 수 있습니다.”

 

“왜 우리가 윤석열 퇴진을 주장하고 있는지. 왜 우리가 윤석열 퇴진 100만 범국민선언을 외치는지 귀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서명이 100만으로 가득 차면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새해 첫 토요일(7일), 오후 2시께 서울 명동 일대가 촛불행동 회원들의 목소리로 들썩였다. 


촛불대행진을 주관하는 촛불행동은 새해 첫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22차)’ 본대회를 앞두고 100만 선언(아래 범국민선언) 행동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김건희와 윤석열 장모 최은순이 아무리 범죄 행위를 저지르더라도 윤석열이 물러나지 않는 한 처벌할 수 없다”라면서 “검찰은 김건희를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처벌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국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꽤 추운 날이었지만 촛불행동 회원으로 가입하고 선언에 동참하려 줄을 서는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 범국민선언에 동참하기 위해 줄을 선 시민들.  © 촛불행동

 

▲ 범국민선언 동참을 호소하는 참가자들.  © 강서윤 기자

 

▲ 범국민선언 동참을 호소하는 참가자들.  © 강서윤 기자

 

▲ 범국민선언에 동참하는 가족.  © 강서윤 기자

 

▲ 범국민선언에 동참하기 위해 줄을 선 시민들.  © 강서윤 기자

 

원래 촛불대행진의 공식 명칭은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이었지만 새해부터는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으로 바뀌었다.

 

이에 관해 지난 4일 촛불행동은 “존재가 참사인 윤석열 정권 퇴진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라면서 “촛불행동은 2023년을 윤석열 퇴진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범국민선언에는 7일 기준 현재까지 19만 명 가까운 국민이 동참했다.

 

 © 강서윤 기자

 

 © 강서윤 기자

 

촛불대행진 본대회는 이날 오후 4시부터 서울 태평로 일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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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 인상도 사양했는데 횡령이라니?” 눈물바다 된 윤미향 마지막 공판

의기억연대 사건 관련 사기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윤미향 의원이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오전 재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오고 있다. 2023.01.06. ⓒ뉴시스

 

2년 넘게 진행된 윤미향 의원에 대한 공판이 6일 마무리됐다. 이제 선고만 남은 것이었다.

서울 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문병찬)는 6일 횡령, 사기, 배임 등 각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정의기억연대(과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최고책임자 윤 의원과 실무책임자 김 모 전 사무처장의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 “자기들 필요로 할머니 내세워 기부금 모집”
변호인 “납득할 수 없다”


이날 검찰은 윤 의원에게 징역 5년을, 김 전 사무처장에겐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업무상 횡령 등 혐의에 대해 “수시로 자기들 필요로 할머니를 내세워 기부금을 모집하여 편하게 모금된 돈을 사용했다”며 “투명하지 못한 자금운영 결과로 피고인 윤미향은 공과 사를 무시하고 자기 돈처럼 사용하고 유영했다”고 밝혔다.

또한 준사기 혐의에 대해 “할머니보다 단체를 우선시하면서 중증치매로 정상적 인지능력을 잃은 길원옥 할머니를 내세워 장기간 단체 활동 모금에 이용하고, 길 할머니 상태를 이용해 길 할머니에게 지급된 돈을 회수했다”고 설명했다.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선 “우리 사회가 한평생 고단한 할머니들을 위해 쉼터를 마련하라며 기부한 돈을 집행하면서 (쉼터 부지) 소개자가 지인이라는 이유로 적정 가격을 알아보지도 않고 7억5천만원에 매입해 결과적으로 단체에 경제적 손해를 가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장기간 범죄 행위로 죄질이 무거운데도 두 피고인은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반성을 하거나 할머니를 위해 기부금을 낸 사람에게 미안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시민사회단체 활동에 도덕성을 보장하고 자금집행 투명성의 계기가 되도록 피고인 범죄에 대해 엄중한 법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윤 의원과 김 전 사무처장의 변호인단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변호인단은 업무상 횡령 혐의에 대해 “10년간 1억여 원을 횡령했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피고인은 최소의 급여를 받으면서 20여년간 간사로 활동한 사람이다. 활동에 있어 일정 부분 급여 인상도 사양했다. 게다가 개인적 활동으로 수익이 생기면 상당 부분, 거의 대부분을 기부했다. 공적으로 확인된 기부금이 그 기간 횡령 기소 금액을 넘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급여를 올리거나 합법적으로 경제적 이득을 확보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검찰의 공소사실을 보면 이러한 행동은 별개이고, 이 부분이 납득이 안 되니 횡령이라고 한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준사기 혐의에 대해서도 “길원옥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을 해온 활동가다. 활동 과정에서 많이 기부했다. 길원옥 할머니 이름으로 상을 주는 데에도 출연했다”며 “그런데 이것은 정대협에 직접적인 도움이 안 된다. 정대협은 일을 더 해야 해서 오히려 간접비용이 부담된다. 길 할머니의 기금은 피고인의 경제적 이득과도 아주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 의원 등이 공개적으로 불법행위를 하는 것이 가능하냐며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변호인단은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검사는 광범위하게 조사했다. 뒷돈, 사기 등 다 뒤졌다. 당사자 본인이 기억하지 못 하는 것도 찾아냈다”며 “그런데 이 과정에서도 어떠한 비리가 나오지 않았다. 쉼터 부지 매입 결정 과정에서 기부자(현대중공업)가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검찰의 전제대로라면 피고인은 개인적 이익도 없이, 아무 관계가 없는 매도인에게 3억원 이상 경제적 이익을 주기 위해서 계약을 강행했다는 것”이라며 황당해했다.

변호인단은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매주 수요시위를 진행하고, 많은 변화가 있지만 여전히 운동을 하고 있다. 피고인이 떠나고 수사를 받고 기소가 됐어도 많은 기부 행위가 있었다”며 “결국 ‘윤미향이 한 행위’라서 문제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윤미향 “서툴고 부족했지만 사익을 추구할 의도로 정대협에서 일하지 않았다” 

윤 의원과 김 전 사무처장은 정의연과 정대협에서 활동하면서 결코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며 재판부의 합당한 판결을 청원했다.

윤 의원은 최후진술에서 “저를 포함하여 4~5명에 불과한 사무처 활동가들은 내부의 많은 회의들을 준비하고, 매주 수요일마다 수요시위 진행, 전국의 피해자 방문과 복지활동, 박물관 건립과 운영, 평화의 소녀상 건립과 피해자 기림 활동, 아시아피해자 지원과 연대, 미래세대 교육활동, 일본정부에게 사죄와 배상·역사교육 이행 요구 활동, 유엔과 국제인권기구 활동, 회원참여활동 등 밤 10시가 넘어서까지 야근도 거의 매일, 박물관 운영 때문에 주말에도 출근해서 일하는 등 수 많은 일들을 수행해야 했다”며 “전국의 생존자를 방문할 때에는 며칠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전국을 운전하며 돌아다녔다”고 밝혔다.

그는 “그 과정에서 행정과 회계 상의 미숙함 등 부족함이 있었음을 지난 2년 동안 진행된 재판을 통해 뼈저리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에 대한 책임이 있다면 모두 대표였던 저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서툴고 부족했지만 검찰이 주장하는 것처럼 사익을 추구할 의도로 정대협에서 일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장님과 판사님들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저와 제 동료들이 다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했던 약속을 지키며 평화의 날갯짓을 힘껏 펼칠 수 있도록 재판장님과 판사님들께서 지혜로운 판결로 도와주시기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지난 2년여 동안 벌어진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마녀사냥식 언론보도, 먼지 털듯이 진행된 검찰 수사, 혐오세력의 도를 넘는 공격으로 인해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그리고 정의연과 활동가들이 겪어야 했던 극심한 고통을 토로하기도 했다.

윤 의원은 “제 개인의 고통과 별개로 제 사건으로 인해 일어나는 이러한 일들을 두 눈 뜨고 지켜보기에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지난 2년 반의 시간이었다”며 “피해자들과 활동가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이 겪고 있는 이러한 고통의 시간들을 멈추기 위해 저는 죽음을 고민하기도 했다”고 심경을 전했다.

그는 “하지만 김복동 할머니 죽음 앞에서 ‘희망이 되겠다’ 했던 약속, 강덕경 할머니의 마지막 병상에서 ‘할머니 가셔도 할머니 몫까지 다하겠으니 믿어달라’ 했던 약속, 황금주 할머니께 ‘할머니 떠나셔도 일본정부의 사죄, 꼭 받아 내겠다’ 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버텼고, 이를 위해 재판에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임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제 생이 다하는 그날까지 할머니들과 했던 약속을 실행하는 삶을 살고 싶다”며 “그럴 수 있도록 따스한 정의가 이 곳 법정을 통해 실현될 수 있기를 간절히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사무처장도 최후진술에서 “2020년 5월 7일부터 2023년 1월 6일까지 2년 6개월이라는 시간은 온 몸이 갈기갈기 찢겨져 가는 것을 느끼며 살아낸 시간이였다. 저는 삶의 기반이였던 활동의 자리도 잃어버리고 몸과 정신은 만신창이가 되어버렸으며 함께한 동료들을 잃어버려야 했다”며 “모든 것이 무너진 채 깊은 외로움과 절망 속에서 홀로 기나긴 시간을 버텨내야 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그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자책하는 시간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2002년 2월 정대협 실무자로 일을 시작하여 사무처장, 정의연 부설기관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부관장, 관장을 역임했다.

김 전 사무처장은 이처럼 오랫동안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을 하면서 심신은 고됐지만,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묵묵하게 활동을 이어나갔는지를 설명했다.

그는 “첫 번째는 ‘할머니들의 외침을 잊지 말고 소원을 지키자’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할머니들은 다가올 죽음 앞에서도 일본 정부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식사죄와 법적배상을 요구하셨고, 할머니들의 역사가 후세들에게 올바로 기억되기를, 이 운동이 올바로 계승 발전되기를 바라셨다”며 “할머니들의 역사와 삶을 알고 싶은 이들을 박물관에서 각자의 현장에서 수요시위에서 만나고 만나왔다.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셋이 되어야 세상이 바꿔질 수 있다는 믿음에서 최선을 다해 할머니들의 외침을 전하고 또 전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할 수 있는 만큼만, 그러나 최선을 다해보자”는 마음가짐이었다. 그는 “이 활동을 하면서 쉬운 활동이라는 것은 절대로 없었다. 한 고비를 한 고개를 넘으면 또 다른 커다란 장벽이 우뚝 서 있었다”며 “그러나 포기할 수도 무너질 수도 없었다. 그럴 때 마다 할머니들의 삶과 메시지를 가슴에 새겼다. 함께 하는 동료들과 서로 의지하고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김 전 사무처장은 “그러나 저는 지금 이 자리에서 피고인의 신분으로 최후진술을 하고 있다”며 억울함을 표했다. 그는 “저는 중간관리자로서 민주적 절차에 의해 결정된 사업이 잘 수행될 수 있도록 활동가들과 조력자들과 함께 이끌어가면서 진행해 나갔다”며 “저는 그저 열심히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활동해 왔다. 그 길에 실수가 있었더라면, 오류가 있었더라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저는 더 이상 꺾이고 싶지 않다. 더 이상 무너지고 싶지 않다. 불명예스럽게 마감하고 싶지 않다. 20년의 청춘을 바쳤던 지난 시간을 후회스러운 삶으로 남고 싶지 않다. 이 길을 가고자 하는 미래세대들을 주저하게 하고 싶지 않다. 더 이상 역사부정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보고도 듣고도 싶지 않다”며 “제 자신을 지킬 자유와 최소한의 존중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믿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들이 최후진술을 할 때 방청석은 눈물바다가 됐다. 정의연과 정대협에서 함께 활동해오거나 연대를 해온 이들이었다.

윤 의원과 김 전 사무처장에 대한 선고는 다음 달 10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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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벽두부터 남측이 전쟁대결 망동질 벌려”

북 [통일신보], “도발은 미국과 남측이 북측에 걸어오고 있어”

  • 기자명 이계환 기자 
  •  
  •  입력 2023.01.07 23:43
  •  
  •  댓글 0
 
2009년 3월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의 일환으로 한미 해병대가 실시한 시가지 전투 훈련 장면. [통일뉴스 자료사진]
2009년 3월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의 일환으로 한미 해병대가 실시한 시가지 전투 훈련 장면. [통일뉴스 자료사진]

“남조선에서 새해벽두부터 전쟁대결 망동질이 광란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북한의 무소속 대변지 [통일신보]가 7일 ‘대결병에 걸린 자들의 말기 증상’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이 주장하고는 “도발은 다름 아닌 미국과 남조선 호전광들이 공화국에 걸어오고 있다”고 역습을 가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그 이유로 국방부 장관이 말한 “북이 언제라도 성동격서식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 “주저하지 말고 강력하게 응징해야 한다”와 합동참모본부 의장과 육군참모총장이 밝힌 ‘작전태세 유지’ 등의 발언들을 들었다,

아울러, 지난 2일에는 남측에서 북측의 핵무력에 대응한다고 하면서 ‘핵 및 대량살상무기대응 본부창설식’을 진행하고, 경상북도 포항시 해안에서는 상륙작전 훈련을 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신문은 지난해에만도 남측이 “미국상전과 공화국을 겨냥한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의 재개 및 확대, 미 전략자산의 조선반도 전개, ‘확장억제전략협의체’ 재가동 등을 합의한데 따라 매일과 같이 공화국을 겨냥한 위험천만한 군비증강책동과 적대적 군사활동에 매달렸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그것으로도 성차지 않아 새해벽두부터 호전적 망언과 전쟁광기를 부리고 있는 것이 바로 남조선 호전광들”이라면서 “대결병, 북침전쟁병에 걸린 자들의 말기 증상”이라고 비난했다.

신문은 “날로 고도화되는 공화국의 군사적 강세에 미국상전마저 벌벌 떨면서 제 살 구멍을 찾고 있는 판에 미국의 하수인, 대포밥에 불과한 것들이 쓰다버린 파철과 다름없는 병쟁기를 휘두르며 같잖은 허세를 부리는 것을 보면 실로 가소롭기 그지없다”고 혀를 찼다.

특히 “공화국을 ‘주적’으로 규정하며 엇서다 못해 제 죽을 줄도 모르고 절대병기를 비축한 초강국에 불질하려는 얼간이들에게 차례질 것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구태여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고 일축했다.

신문은 “윤석열 역적패당은 이제라도 상대가 누구인가를 똑바로 보고 분별 있게 처신해야 한다”면서 “하늘이 내린 재앙은 피할 수 있어도 제가 만든 화는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한편, 지난 2일 합동참모본부(합참) 산하 ‘핵·대량살상무기(WMD)대응본부’가 창설식을 했다. ‘핵·WMD대응본부’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억제 대응능력과 태세를 획기적으로 강화한다는 목표로 기존 합참 전략기획본부 예하 핵·WMD대응센터에 정보·작전·전력·전투발전 기능을 추가해 신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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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을 치유하는 언론 VS 갈등을 조장하는 언론

[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고1 아이가 다이어트를 결심했다고 한다. “아니 넌 전혀 살찌지 않았는데 왜 다이어트를 하니?” “내가 5년 전보다 몸무게가 29% 급증했단 말이야.”

5년간 29% 몸무게가 늘었으면 ‘급증’한 것일까? 도대체 ‘급증’의 정의가 무엇일까? 다른 아이들 몸무게 평균 증가율을 조사해봐야 하지 않을까? 만약에 다른 아이들 몸무게 평균 증가율이 29%보다 크면 우리 아이 몸무게가 ‘급증’했다고 할 수 없다. 29% 증가 사실만으로 다이어트를 주장하면 안 된다.

조선일보 12월28일 1면 및 5면 기사다. <문정부, 민간단체에 보조금 연 5조 뿌렸다>, <민간단체 사업 연 25만 건 정부지원… 5년간 29% 급증>.

5조 원이 얼마나 큰 금액일까? 1조 원, 2조 원, 다음은 많다는 아니다. 그래서 조선일보는 5년간 29% 급증했다고 부연했다. 그런데 지난 5년간 우리나라 총지출은 얼마나 증가했을까?

2017년 우리나라 총지출은 406.6조 원에서 2021년 600.9조 원으로 5년간 47.8% 증가했다. 국가 총지출이 47.8% 증가하는 동안 민간단체 보조금 건수는 29% 증가했으니 <총지출 증가율에 크게 못미치는 민간단체 보조금… 민간 거버넌스 저버린 문정부 >란 제목도 가능하겠다. 지원 건수뿐만 아니라 지원 금액도 총지출 증가율을 하회한다. 최소한 민간단체 보조금은 ‘급증’한 것은 아니다. 보조금이 많다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 ‘뿌렸다’, ‘급증’이라는 서술어가 등장한다. 통계를 전하는 기사 제목은 좀 더 드라이할 필요가 있다.

▲ 2022년 12월28일 조선일보 5면

오해하지 마시라. 민간단체 지원금이 총지출 증가율을 하회 하니 민간단체 지원금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민간단체 보조금 사용내역을 조사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보조금 지급액이 많든 적든 국가의 보조금 사용내역은 당연히 점검되어야 한다. 그런데 보조금 사용내역을 조사해야 한다는 당연한 요구를 가로막는 거의 유일한 논리는 윤 정부가 정파적 목적으로 민간단체 보조금 내역을 조사한다는 오해(?)다. 보조금 사용내역은 철저하게 규명되어야 한다. 그러나 보조금 조사 목적이 건전한 민간 거버넌스 확립이 아니라면 문제다. 만약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단체 보조금 삭감 목적이거나, 문정부 이미지에 흠집을 내기 위한 정파적 목적이라고 오해(?)를 받는다면 민간 보조금 조사는 명분이 떨어지고 국민적 저항을 받을 수도 있다.

정부 보도자료에는 문재인 정부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정부는 문정부 5년간 민간 보조금 지원 내역을 공개한 것도 아니다. 정부는 2016년부터 2022년까지 7년간 보조금 지원 내역을 공개했다. 그런데 일부 언론은 7년간 보조금 사용 내역을 전하지 않는다. 문정부 5년간의 보조금 내역만을 전한다. 정부의 보조금 지급 내역을 점검하는 행동도 정파적 행동으로 해석해서 기사화한다. 결국, 보조금 사용내역 점검이라는 행동도 구정권과 신정권의 갈등으로 포장하여 기사화 한다. 언론의 역할은 공론장에서의 토론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언론이 오히려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역할을 선두에서 한다고 생각이 들때가 자주 있다.

▲ 2022년 12월28일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영리 민간단체 보조금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물론, 정부는 스스로 지난 정부 흠집내기와 입맛에 맞지 않는 민간단체 보조금 삭감이으로 읽히도록 ‘떡밥’을 제공한 측면도 많다. 보조금 부정 사용 예시를 보면 ‘공산주의’, ‘종북’, ’반미’, ‘민노총’, ‘김일성’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보조금 수령 단체 대표가 ‘공산주의’를 추구하고 SNS에 반미 성향의 글을 썼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보조금 단체 대표가 SNS에 반미적 글을 올리는 것을 어떻게 걸러낼 수 있을까? 보조금 단체 심사시에 블라인드 테스트를 할 때도 있다. 즉, 보조금 수령 단체를 공정하게 선정하고자, 단체명을 가리고 보조금 사업 수행 능력에 대한 정보만으로 공정한 평가를 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보조금 사업을 수행하는 단체 대표가 SNS에 반미 성향의 글을 올린 것이 보조금 사업의 문제점이라는 정부 보도자료는 입맛에 맞지 않는 단체의 보조금 수령을 줄이라는 정파적 목적으로 읽힐만 하다.

결국, 정부는 보조금 내역을 조사한다면서 지난 정부를 흠집내고자 하는 ’떡밥’을 흘렸다. 그리고 언론은 이 ‘떡밥’을 확대 재생산해서 지난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좌파단체에 보조금을 뿌렸다고 보도를 한다. 이렇게 정부의 행정 점검 행위를 정파적으로 과잉 포장하고 확대 재생산 했을 때의 최대의 피해는 정부 보조금 사업이 잘 집행되는지 조사하는 진솔한 점검행위다. 그래서 정부가 보조금 사용 내역을 점검하면서 이를 정파적 목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언론은 보조금 사용내역 점검을 보다 차분하게 조망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부 보도자료에 조차 나오지 않는 정파적 의미를 더욱 확대 재생한 하면, 진솔한 보조금 사용점검은 더욱 어려워지고 사회 갈등은 더욱 커질뿐이다.

출처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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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위 정론] 뻥 석열

신은섭 통신원 | 기사입력 2023/01/0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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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입만 열면 개뻥

 

정치인들이 자신의 부정이나 무능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은 다반사입니다. 정치인들의 이야기가 얼마나 신빙성이 없으면 그들이 국민에게 하는 약속인 공약을 빌 공(空)자를 써서 공약(空約)이라고 하겠습니까. 그런데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무능·무지의 끝판왕이라 할만한 윤석열의 거짓말은 역대급이자 더 유별납니다. 뻔히 보이는 그리고 금방 들통날 거짓말을 너무나 태연스럽고 뻔뻔하게 해서 국민이 혀를 내두르게 만듭니다. 

 

주변인들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범죄사실이 낱낱이 밝혀진 일명 ‘본부장’ 비리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일자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 준비를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 신문을 보는데 어떻게 새벽 3시까지 술을 먹느냐’는 대답으로 국민을 아연실색게 했습니다. 국민은 다 ‘바이든’이라고 들린다는데 ‘날리면’이라고 우기고,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도 윤석열과 측근들은 책임을 회피해 보려고 계속 거짓말을 해 국민의 걷잡을 수 없는 분노를 유발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의혹 제기에 대해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반사적으로 거짓말을 뱉어내는 윤석열 정권의 행태를 통해 국민을 개·돼지나 다름없이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 ‘입’ 안보, 허세왕

 

윤석열 정권의 거짓말과 허세는 특히 군사, 안보 분야에서 두드러집니다. 

 

북한 무인기가 서울까지 날아와 몇 시간 동안 비행하는 동안 하늘이 뚫리는 ‘천공(天空)’ 사태를 만들어놓고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소집은커녕 송년 술자리를 즐겼던 윤석열입니다. 이것이 논란이 되자 윤석열이 직접 ‘확전 각오하고 북한에 무인기 침투’, ‘북한 핵을 두려워하지 말고 응징, 보복’을 지시했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리고 적반하장으로 ‘천공’ 사태의 책임을 전임 정부에게 떠넘기는 낯짝 두꺼운 행태를 보였습니다. 

 

새해 들어서는 조선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북핵과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가 미국의 핵전력을 공동으로 기획하고 훈련하는 논의를 한다’라고 이야기했지만 바로 다음 날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와 관련된 기자의 질문에 ‘NO’라고 간결하고 단호하게 대답했습니다. 미 핵전력 운용을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미국에서 일축한 것입니다. 뒤늦게 양국의 대통령실에서 부연 설명을 하며 해명하고 나섰지만, 상식적으로 미국이 우리가 요청한다고 핵전력을 공동으로 운용할 리 만무합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전쟁이 벌어져도 전투기 1대, 탱크 1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윤석열이 ‘확전’, ‘응징과 보복’을 떠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입니다. 대선후보 시절 ‘유사시 미국에 전화하겠다’라고 이야기했던 것처럼 윤석열이 믿는 구석은 미국입니다. 미국이 능히 북한을 제압하리라 맹신하며 핵보유국 북한을 상대로 큰소리를 치고 있습니다. 

 

3. 전쟁을 부르는 윤석열의 허세

 

윤석열의 이런 ‘입 안보’, 허세, 거짓말 때문에 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으며, 국민의 불안감도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윤석열이 후보 시절부터 내뱉은 ‘주적론’. ‘선제타격’은 북한이 강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명분이 되어버렸습니다. 윤석열이 집권 이후 하루가 멀다고 벌인 한미 훈련과 상시 배치 수준의 미 전략자산 순환 배치는 전쟁 위기를 무한 고조시켰습니다. 

 

지금과 같은 대북 강경 정책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강대강으로 나가면 전쟁 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자연스레 평화와는 멀어지게 됩니다. 지난 몇 년간을 돌이켜보아도 2018년 북한과 대화하고 훈련을 중단했을 때 전쟁 위기가 가셨고,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 한미가 훈련을 다시 시작하면서 위기는 고조되었습니다. 

 

이런 데에서 교훈을 찾지 않고 윤석열은 또다시 새해 벽두부터 ‘일전 불사’ 운운하며 남북 간 군사 충돌 방지를 위해 약속한 9.19 군사합의의 ‘효력 정지’를 입에 올리고 있습니다. 반북 대결 의식이 뼛속 깊이 박힌 채 안보 위기를 조장해 기득권을 유지해온 적폐 세력의 후예답습니다. 

 

4. 윤석열 퇴진은 생존 문제

 

국민 분노가 자기에게 집중되면서 정권이 위기에 몰리자 윤석열은 공안 탄압 패를 꺼내 들었습니다. 서울 중앙지검에 소위 ‘민중자주통일전위’ 사건을 전담하는 조직까지 꾸려 대대적인 국가보안법 수사에 나섰습니다. 부정·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 및 시민단체들과 노동자들의 권익을 지키려 싸우는 민주노총을 탄압하는 것도 역시 집권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윤석열은 정권이 위기에 몰릴수록 전쟁 위기를 고조시킬 것입니다. 이런 윤석열 때문에 국민은 이러다 진짜 전쟁이 나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습니다.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민을 속이고, 전쟁 위기를 불러오는 행위도 서슴지 않는 윤석열을 그대로 둔다면 한반도 전쟁은 시간문제입니다. 

 

미·일의 전쟁돌격대를 자처하며 반북 대결에 앞장서고 있는 윤석열을 퇴진시키는 것은 생존의 문제가 되어버렸습니다. 윤석열을 퇴진시켜야 나라가 살고, 국민이 삽니다. 윤석열을 퇴진시켜야 평화가 유지되고, 미래를 꿈꿀 수 있습니다. 윤석열 퇴진 촛불을 더욱 높이 들어야겠습니다. 함께 외칩시다. 퇴진이 평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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