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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국민의 삶을 어디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가

이수영 시민기자

tndudfl1566@nate.com

국제법 및 과학기술혁신(STI), 공공정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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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6.07.21 07:15

  • 수정 2026.07.21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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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대전환 복지의 미래 ②] 거버넌스 설계 이유

복지 데이터,가장 취약한 삶의 모습 포착

유출 땐 경제 손실보다 더 큰 사회적 폐해

EU,데이터 최소화·목적 제한을 원칙으로

데이터 결합이 새로운 위험 만들어 낼 수도

네덜란드 SyRI는 사생활 권리 침해로 폐지

거버넌스는 제도적·윤리적 운영체계 뜻해

"국민이 국가에 맡긴 신뢰의 자산" 인식을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6년 하반기 업무보고 관련 사전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6.7.16 연합뉴스

복지는 사람을 이해하는 제도다. 누군가가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는지,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알지 못한다면 적절한 복지정책도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복지는 언제나 데이터를 필요로 했다. 과거에는 공무원의 현장조사와 신청서, 상담기록이 중심이었다면, 오늘날에는 행정정보와 공공데이터, 그리고 AI 기반 분석기술이 그 역할을 함께 하고 있다.

AI 대전환 시대는 복지정책의 질문도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누가 도움이 필요한가?"를 찾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어떤 데이터를 활용해야 가장 정확하게 찾을 수 있는가?"가 중요한 정책 과제가 되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또 하나의 질문이 있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어디까지 국민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가? 이 질문은 기술의 한계를 묻는 것이 아니다. 국가 권한의 경계를 묻는 질문이다. AI 시대, 데이터는 새로운 복지 인프라가 되었다. 오늘날 AI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데이터가 부족하면 AI는 위험을 발견하지 못하고, 데이터가 왜곡되면 잘못된 결론을 내린다. 그래서 복지 AI의 성능은 알고리즘보다 데이터 품질에 더 크게 좌우된다.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인 '행복e음'은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방자치단체와 관계기관은 소득, 재산, 복지급여, 공공요금, 사회보장 정보를 연계하여 복지 대상자를 관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AI를 활용한 위기가구 발굴에도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는 분명 필요한 변화다. 복지는 신청을 기다리는 행정에서 벗어나 먼저 찾아가는 행정으로 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AI가 더 많은 데이터를 요구할수록 국가는 더 큰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 복지 데이터는 일반 데이터와 다르다. 복지 데이터는 단순한 행정정보가 아니다. 장애 여부, 질병 이력, 소득과 재산, 가족관계, 돌봄 상황, 기초생활보장 수급 여부와 같은 정보는 개인의 가장 취약한 삶을 담고 있는 민감한 정보다. 이러한 정보는 유출되는 순간 경제적 손실보다 더 큰 사회적 피해를 남길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AI 시대에는 개별 정보보다 데이터의 결합이 새로운 위험을 만든다는 점이다.

건강정보 하나만으로는 많은 것을 알 수 없다. 그러나 건강정보와 금융정보, 위치정보, 가족관계 정보가 결합되면 한 사람의 생활패턴과 경제상황, 심지어 미래의 위험까지 상당 부분 예측할 수 있게 된다. AI 시대 개인정보의 위험은 데이터를 많이 모으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쉽게 연결할 수 있는가에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복지 데이터 거버넌스'다.

 

인공지능(AI)을 활요한 상담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필자는 앞으로 복지 AI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가운데 하나가 복지 데이터 거버넌스(Welfare Data Governance)라고 생각한다. 데이터 거버넌스란 단순히 데이터를 관리하는 기술이 아니다. 누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지, 어떤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어디까지 공유할 수 있는지, 그리고 누가 책임질 것인지를 사회적으로 합의하는 규범과 운영체계를 의미한다. AI 시대에는 알고리즘보다 데이터 거버넌스가 더 중요하다. 잘못된 알고리즘은 수정할 수 있지만, 국민이 국가에 대한 신뢰를 잃으면 복지제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는 왜 데이터 최소화를 선택했는가? 유럽연합(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은 데이터 최소화(Data Minimisation)와 목적 제한(Purpose Limitation)을 핵심 원칙으로 제시한다. 필요한 만큼만 수집하고, 수집한 목적 외에는 활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경제적 효율성을 낮추기 위한 규제가 아니다.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민주주의의 안전장치다. 이런 원칙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AI 원칙에서도 이어진다. OECD는 AI가 혁신을 촉진하는 동시에 인권과 민주적 가치, 투명성을 함께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술을 통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네덜란드의 SyRI(System Risk Indication) 사건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복지 부정수급을 예방하기 위해 세금, 소득, 고용, 복지급여 등 여러 공공데이터를 결합해 위험도를 예측하는 AI 시스템을 운영했다. 정책의 목적은 타당했다. 그러나 2020년 헤이그 지방법원은 SyRI 운영을 중단시켰다.

시민들은 자신이 어떤 데이터를 근거로 위험군으로 분류되었는지, 왜 감시 대상이 되었는지, 알고리즘이 어떤 기준으로 작동했는지 알 수 없었다. 특히 이주민과 저소득층이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알고리즘이 운영되면서 특정 계층을 과도하게 감시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위험군으로 분류된 시민은 최대 2년 동안 정부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될 수 있었지만, 자신의 정보를 확인하거나 판단 기준을 설명받기는 어려웠다.

결국 2020년 2월 헤이그 지방법원은 SyRI가 유럽인권협약(ECHR) 제8조가 보장하는 사생활 및 가정생활을 존중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SyRI 사건이 남긴 교훈은 명확하다. AI가 실패한 것이 아니라, AI를 통제할 거버넌스가 실패한 것이다. 이제는 '복지 데이터 거버넌스'를 설계해야 한다 필자는 앞으로 AI 복지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복지 데이터 거버넌스라고 생각한다.

법원이 문제 삼은 것은 AI의 정확도가 아니었다. 복지 부정수급 방지라는 공익적 목적 자체는 인정했지만, 그 과정에 개인정보 보호와 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적 균형과 비례성이 무너졌다고 보았다. 특히 데이터 활용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부족했고, 국민이 자신의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을 중요한 문제로 지적했다. 또한 개인정보와 사생활에 대한 침해 우려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AI의 실패가 아니라 거버넌스의 실패였던 것이다.

 

지난해 10월 4일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컨퍼런스 '디지털 복지 국가에서의 AI 정책 암시'를 알린 포스터

복지 데이터 거버넌스란 데이터를 더 많이 확보하는 기술이 아니라, 데이터를 누가 수집할 수 있는지, 어떤 목적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 어디까지 결합할 수 있는지, 국민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그리고 누가 최종 책임을 질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제도적·윤리적 운영체계를 의미한다.

이런 방향은 국제사회가 제시하는 AI 규범과도 맞닿아 있다. 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규정은 '데이터 최소화'와 '목적 제한'을 핵심 원칙으로 제시하며, OECD AI 원칙 역시 AI가 혁신과 함께 인권, 민주주의, 투명성을 함께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좋은 AI는 데이터를 가장 많이 수집하는 AI가 아니라, 국민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활용하는 AI라는 의미다.

우리나라 역시 AI 기반 복지행정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그럴수록 복지 데이터는 행정의 자산이 아니라 국민이 국가에 맡긴 신뢰의 자산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복지를 위해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국민이 자신의 정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지 못한다면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AI 대전환 시대의 복지는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경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이 자신의 정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제도와 원칙, 그리고 책임체계를 구축하는 경쟁이 되어야 한다. 복지 데이터는 국가의 자산이 아니다. 국민이 자신의 가장 어려운 순간을 국가에 맡기며 형성된 사회적 신뢰의 자산이다.

국가는 데이터를 통해 국민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데이터를 통해 국민을 감시해서는 안 된다. AI 시대 복지국가의 경쟁력은 가장 많은 데이터를 보유한 국가에서 나오지 않는다. 국민이 자신의 정보를 가장 신뢰하고 맡길 수 있는 국가에서 나온다. 그것이 AI 대전환 시대, 우리가 새롭게 설계해야 할 복지 데이터 거버넌스의 출발점이며, AI 시대에도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될 새로운 복지의 원칙이다.

이수영 시민기자 tndudfl1566@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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