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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명백한 적’ 남한 겨냥 ‘전술핵무기 다량생산’

[해설] 북 전원회의 보도와 핵무력 강화 노선

  • 기자명 김치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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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01 23:50
  •  
  •  수정 2023.01.03 12:20
  •  
  •  댓글 1
 

북한이 새해 첫 날, 올해 신년사에 해당하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보도를 통해 남한을 ‘명백한 적’으로 적시한데다 ‘전술핵 무기’ 증강을 공언하고, 실제로 600mm 초대형방사포의 시험과 배치를 입증해 보여 올해 군사적 긴장은 어느 해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당 전원회의에서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3년차인 올해를 “정비보강 계획을 기본적으로 끝내는 것”을 중심과업으로 내세웠고, ‘당건설 5대노선’을 정식화 하는 등 김정은 총비서의 유일사상체제 강화에도 방점을 찍었다.

‘남조선괴뢰 명백한 적’ 규정, 전술핵무기 다량생산 천명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지난 연말 26~31일 진행됐다. [사진 출처 1 노동신문]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지난 연말 26~31일 진행됐다. [사진 출처 1 노동신문]

지난 연말 26~31일 진행된 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사흘간 ‘보고’를 통해 현 정세를 분석하고 올해 북한의 진로를 제시했다. 통상 주로 경제문제에 집중하고 대외관계는 원칙적 입장만 표명하던 것과 달리 올해는 핵무력 정책과 대남‧대외 관계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다루고 ‘강대강’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총비서는 2022년을 평가하면서 “공화국 핵무력정책을 공식법화하여 만년대계의 안전담보를 구축”했다고 지난해 9월 ‘공화국 핵무력정책에 대하여’ 법령 채택에 의미를 부여했다. ‘사실상(de facto)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구축했다는 평가인 셈이다.

또한 올해 사업계획을 제시하면서 “우리 국가를 ‘주적’으로 규제하고 ‘전쟁준비’에 대해서까지 공공연히 줴치는 남조선괴뢰들이 의심할바없는 우리의 명백한 적으로 다가선 현 상황은 전술핵 무기 다량생산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부각시켜주고 나라의 핵탄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우리가 북한을 ‘주적’으로 명시하듯 북한도 우리를 ‘명백한 적’으로 간주할 뿐만 아니라 그동안 남측 보다는 미국 견제용이라고 강조해온 핵무기에 대해서도 남측을 겨냥한 ‘전술핵’ 증강을 중요하게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18일 사거리 15,000km로 추정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 시험발사 성공으로 미국을 사정권에 두게 됐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은 지난해 11월 24일자 담화에서 “문재인이 앉아 해먹을 때에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은 아니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제2경제위원회에서는 2022년 12월 31일 오전 당중앙에 초대형방사포 30문을 증정했다. [사진 출처 - 노동신문]
제2경제위원회에서 2022년 12월 31일 오전 당중앙에 초대형방사포 30문을 증정했다. [사진 출처 - 노동신문]

나아가 [조선중앙통신]은 1일, “제2경제위원회에서는 2022년 12월 31일 오전 당중앙에 증정하는 초대형방사포의 성능검열을 위한 검수사격을 진행”했고, “2023년 1월 1일 새벽 조선인민군 서부지구의 어느한 장거리포병구분대에서는 인도된 초대형방사포로 1발의 방사포탄을 조선동해를 향해 사격”했다고 보도했고, 우리 합동참모본부(합참)도 관련 사실을 확인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전술핵을 탑재한 전술탄도미사일의 양산 및 실전배치가 됐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며 “사거리가 멀고 고체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원점타격이 어렵다”고 평가하고 “핵억지의 3대 조건인 3C(Communication 의사전달, Capability 능력, Credibility 신뢰성)를 확실히 천명했고, 이제 핵탄두의 기하급수적 증가에 매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의 핵무력 정책에 따라 ‘핵 교리’도 바뀌었다. [노동신문]은 “보고는 핵무력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우리의 핵무력은 전쟁억제와 평화안정수호를 제1의 임무로 간주하지만 억제실패시 제2의 사명도 결행하게 될 것이라고 하였으며, 제2의 사명은 분명 방어가 아닌 다른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조성렬 전 오사카총영사는 “북한이 표명한 것은 ‘우리를 건드리면 반드시 보복한다’는 ‘확증 보복’을 넘어 참수작전 시도와 같이 상대방이 북에 타격을 시도할 경우에도 ‘핵을 먼저 쓸 수도 있다’는 ‘비대칭 확전’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북한의 핵무력 정책이 남한을 겨냥한 전술핵 무기 다량생산은 물론 재래식 무기의 공격을 받더라도 핵무기를 선제 사용하는 ‘비대칭 확전’으로까지 적극화 된 것이다.

신냉전 구도의 틈 활용, 북한의 핵무기보유국 지위 ‘응고’

북한이 이처럼 핵무기보유국 지위를 강화해 ‘응고’시키고자 하는 것은 현재 조성된 정세와도 관계가 깊다. 김정은 총비서는 보고에서 “전대미문의 온갖 도전과 위험들이 가득했던 2022년”, “국가존망을 판가리하는 위험천만하고 급박한 고비들”, “8차당대회 이후 우리 당의 10년 투쟁과 맞먹는 힘겨운 곤난과 진통”이라고 지난해 정세를 언급했다.

“미국은 2022년에 들어와 각종 핵타격수단들을 남조선에 상시적인 배치수준으로 자주 들이밀면서 우리 공화국에 대한 군사적압박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한편 일본, 남조선과의 3각공조실현을 본격으로 추진하면서 ‘동맹강화’의 간판밑에 ‘아시아판 나토’와 같은 새로운 군사쁠럭을 형성하는데 골몰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우리는 신냉전 정세 속에서 일치된 대북 제재를 가하기 어렵지만, 북의 입장에서는 신냉전 구도가 자신들이 본격적으로 국방력을 강화할 적기”라며 “바이든 정부나 윤석열 정부나 기대할 것 없다고 생각하고. 이번에는 끝까지 가자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총비서는 보고에서 “국가우주개발국은 마감단계에서 추진하고있는 정찰위성과 운반발사체준비사업을 빈틈없이 내밀어 최단기간내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첫 군사위성을 발사할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내내 떠돌며 한미일 군사협력 명분으로 활용된 북한의 7차 핵실험 여부도 이같은 국제정세 하에서는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남과 북이 강경대치 국면을 이어갈 경우 군사적 마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올 봄 예고된 대규모 한미합동군사연습 기간 남북은 첨예한 힘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무인기 침투와 관련 ‘확전 불사’를 외치기도 했다.

조성렬 전 총영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핵무기 사용을 언급하자 미국도 빌미를 주지 않으려 우크라이나 정부를 단속시키는 등 상당히 조심하고 있다”며 “확전을 마다않는 윤석열 정부에게 바이든 정부가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말라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전을 치르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한반도에서 또 다른 전선을 형성하기 벅찬데다 두 개의 전선이 형성될 경우 미국이 현단계에서 더 중시하고 있는 대만 방어가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의 최종 결정권을 가진 미국이 윤석열 정부의 브레이크가 되어 주지 않으면 남북간 군사적 불상사도 발생하지 말란 법이 없는 상태에 대해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비보강 계획과 당건설 5대 노선

김정은 총비서는 보고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완수를 위한 더 높은 목표와 방대한 과업이 나서고있는 2023년을 국가경제발전의 큰걸음을 내짚는 해, 생산장성과 정비보강전략수행, 인민생활개선에서 관건적인 목표들을 달성하는 해로 규정하고 전반적부문과 단위들의 생산을 활성화하면서 당대회가 결정한 정비보강계획을 기본적으로 끝내는것을 경제사업의 중심과업으로 내세웠다”고 말했다.

정창현 소장은 “8차 당대회에서 정비보강을 제시했고, 1,2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올해까지 3년이 걸린 셈”이라며 “각 분야별 본보기 단위들을 만들고 ‘사회주의 ’태’가 더 나는 경제관리 체제로, 경쟁력 있는 부분들 중심으로 구조조정하는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8차 당대회 이후 시‧군과 농촌 발전에 관심을 기울여온 북한이 이번에는 “도당위원회와 도당책임비서들의 사업에서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고 ‘도’ 단위를 강조하기도 했다.

중앙 정부가 지방경제까지 충분히 책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군 단위들이 자체 원료로 소비품 등을 생산, 자립적 경제발전을 도모토록 하는 ‘지방공업 현대화’에서 본보기 사례를 창출했다는 연말 결산이 나왔듯이, 그보다 더 광역단위인 도 단위 역시 같은 방향을 견지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경제건설을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고, 일각에서는 북한의 식량난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북한의 자력갱생 노력에 더해 중국과 러시아 등 ‘비빌 언덕’이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평양시 화성지구 1만 세대 살림집 건설에 이어 올해도 화성지구 2단계 1만 세대 건설과 새로운 3,700세대 거리 형성이 목표로 제시됐다. [사진 출처 - 노동신문]
지난해 평양시 화성지구 1만 세대 살림집 건설에 이어 올해도 화성지구 2단계 1만 세대 건설과 새로운 3,700세대 거리 형성이 목표로 제시됐다. [사진 출처 - 노동신문]

실제로 김 총비서의 보고는 올해 ‘12개 중요고지들’을 기본과녁으로 설정했다고 전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으며, 평양시 5만 세대 살림집 건설 3년차를 맞아 화성지구 2단계 1만 세대 건설과 함께 새로운 3,700세대 거리를 하나더 형성해야 한다고 제시하기도 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다뤄진 ‘조직 문제’에서도 김수길 평양시당 책임비서, 박태덕 황남도당 책임비서, 백성국 강원도당 책임비서가 임명됐다.

그동안 당 비서와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라는 중책을 겸임했던 군의 대표주자 박정천이 해임되고 리영길이 이어받았다. 박정천의 해임 사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지난해 군의 성과가 높이 평가되고 있기 때문에 건강상의 이유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노동신문]은 1일 조직 문제 의정 결과를 담은 공보를 5,6면에 사진과 함께 게재했다. [갈무리 사진 - 노동신문]
[노동신문]은 1일 조직 문제 의정 결과를 담은 공보를 5,6면에 사진과 함께 게재했다. [갈무리 사진 - 노동신문]

조직 문제는 대체로 소폭의 자리바꿈 수준에 머문 것으로 보이며, 김수길, 박태덕, 리영길, 태형철, 오일정 등 기존 에이스들이 핵심 포스트에 재등판 했고, 통일부가 제공하는 북한인물 정보에도 나오지 않는 김상건 중앙검사위 부위원장 겸 당 부장의 급부상이 눈에 띈다. 

별도의 의정(의제)으로 ‘새시대 당건설의 5대 노선에 대하여’가 채택돼, 당건설에 관한 이론체계를 정치건설, 조직건설, 사상건설, 규률건설, 작풍건설로 새롭게 구성한 점도 주목된다.

[로동신문]은 지난해 12월 연말 결산 정론에서 5대 당건설 방향을 “과학적이며 독창적인 사상”이라고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경애하는 김정은동지는 가장 혁명적이고 과학적인 사상과 로선으로 조국과 인민이 나아갈 앞길을 환히 밝혀주시는 위대한 수령이시다”라고 규정한 바 있다.

집권 10년 차를 넘긴 김정은 총비서에 대해 이론 분야에서의 성과를 부각시켜 ‘김일성-김정일주의’에 이어 ‘김정은주의’의 토대를 쌓아가고 있는 과정으로 평가되며, 이는 결국 ‘수령’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고 유일영도체제 구축을 강화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조국해방전쟁승리(7.27 정전협정) 70돐과 공화국창건(9.9) 75돐을 기념하게 되는 2023년”은 정주년, 이른바 꺾어지는 해 행사가 기다리고 있고, 국방력 시위 등을 통해 최근 시대정신으로 강조하고 있는 ‘우리 국가제일주의’도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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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급 부동산 규제완화에 투기 우려되는데 “서민에 도움” 이라니



강남3구·용산 뺀 전국 모든 규제지역 해제 1면에

‘투기·집값상승 외면’ 지적한 신문과 경기활성화 환영한 신문

바이든 “핵연습 NO” 발언…신문들 사설

정부가 3일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를 뺀 모든 부동산 규제지역을 오는 5일부터 해제하기로 했다. 분양가 상한제와 전매 제한, 실거주 의무도 완화하기로 했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각종 규제를 대폭 푼 조치다. 4일 아침신문은 이 소식을 실수요자·저소득층 주거 대책 면에서 우려한 신문과 ‘부동산 매매 활성화’를 우선시한 신문으로 나뉘었다.

국토교통부는 3일 신년 업무보고에서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을 공개했다.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를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에서 규제지역 지정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규제를 모두 해제하기로 했다. 서울 14개 구와 경기도 전역이 비규제지역으로 바뀐다. 민간 아파트 전매 제한을 최대 10년에서 3년으로 완화하고, 분양가 상한제 주택에 적용되는 실거주 의무(2~5년)도 없앤다.

4일 9개 아침신문들은 모두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 발표를 1면에 올렸다. 경향신문과 국민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는 머리기사로 다뤘고 서울신문, 중앙일보, 한겨레는 상단 오른쪽에 배치했다.

▲4일 조선일보

▲4일 아침신문 1면

이번 부동산 규제 완화는 윤석열 정부 들어 4번째다. 지난해 세 차례 해제해 서울과 경기 과천, 성남, 하남, 광명 등 5곳만 남겨뒀는데, 이번엔 서울 강남3구와 용산구를 뺀 나머지 지역을 모두 풀었다. 한국일보는 “서울 외곽만 ‘핀셋 해제’할 거라는 시장 예상을 깬 파격 조치”라며 규제지역으로 남은 강남3구와 용산구에 대해서도 “정부가 앞서 규제지역 대출 한도를 상향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각종 세금 규제를 완화하기로 한 터라 이들 지역의 규제 수위는 이전보다 훨씬 낮아졌다는 평가가 많다”고 했다.

이들 지역에선 대출과 세금, 청약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무주택자에 한해 20~50%로 제한되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70%로 상향되고, 집을 살 때 자금 조달과 입주 계획 신고 의무도 사라진다. 아파트 중도금 대출 제한도 없어지고, 현행 5억원이던 1인당 대출한도도 폐지돼 무제한 대출이 가능해진다. 한국일보는 “당장 이달부터 서울에서 집을 사고 팔기가 훨씬 수월해진다”고 규제완화를 평가했다.

반면 저소득층에 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은 줄였다. 소득 4분위 이하의 저소득층에 지원되는 공공임대주택을 앞으로 5년(2023~2027년)간 4만호가량 줄이기로 했다. 한겨레는 “정부는 앞으로 5년간 공공임대주택과 공공분양주택을 합쳐 총 100만호를 공급할 계획”이라며 “세부 계획을 보면 공공분양주택은 14만4천호에서 50만호로 3배 이상 늘어나는 반면, 공공임대주택은 63만2천호에서 50만호로 줄어든다”고 했다. 특히 저소득층에 지급되는 물량이 46만8천호에서 43만호로 줄어든다.

▲4일 경향신문

▲4일 한국일보

 

“다주택자 겨냥 정책 없애…우려” 총평, 조선 “서민에 중장기 도움”

신문들은 저마다 이번 발표를 두고 ‘규제완화 폭탄’, ‘파격 조치’, ‘규제완화 끝판왕’ 등으로 요약했다. 전례를 찾기 힘든 전방위 규제완화라는 얘기다. 한겨레는 “집값이 상승세를 탔던 2016년 박근혜 정부 말기부터 시작돼 2021년까지 5년간 지속된 규제지역 확대 조처가 새 정부 출범 1년 도 안 돼 사실상 전면 해제 절차를 밟은 것”이라며 “규제 완화 속도전의 ‘끝판왕’이라는 게 부동산 업계 평가”라고 했다. 한겨레는 이번 조처가 지난 세 차례 규제에 비해 서울을 대상으로 해 파급효과가 훨씬 클 것으로 봤다.

경향신문도 “국토부는 이날 박근혜 정부부터 시작해 수년에 걸쳐 도입된 굵직한 부동산 규제들을 한꺼번에 해제했다. 서울이 규제지역에서 풀리는 것은 2016년 11월 이후 처음”이라며 “건설경기 악화 가능성이 제기되자 규제완화 폭탄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4일 경향신문

이번 정책은 누구를 대상으로 하고 어떤 효과를 낼까. 경향신문은 이번 규제 완화는 무주택 실수요자보다는 투자 및 갈아타기 수요에 기댄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대출 없이는 내 집 마련이 어려운 무주택 실거주보다는 투자 수요 및 갈아타기 수요에 초점을 맞춘 대책”이라며 “하지만 자금 여력이 풍부한 사람들의 진입 문턱이 낮아짐에 따라 향후 부동산으로 투자가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했다. 한국일보도 “다주택자를 겨냥한 각종 규제가 대부분 풀린 것”이라고 했다.

신문들은 시장에서는 1주택이나 다주택자들의 주택 구매 심리가 되살아날 가능성을 점친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번 조처로 무주택자의 대출이나 세금은 변화가 없지만 1주택자나 다주택자가 집을 살 때 세금이 줄고 시대수익은 커졌”다며 “1주택자의 ‘갈아타기’ 수요, 다주택자의 ‘갭 투자(전세를 낀 주택구매)’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저렴한 신규 분양 아파트를 기다려온 무주택 서민들에게는 악재”라며 “분양가 자율화는 부유층을 겨냥한 고가 아파트 공급을 촉진하고, 시장 과열기에는 정비사업 지역에서 ‘고분양가’와 주변 집값 상승 악순환을 불러온 전례가 있다”고 했다.

▲4일 한겨레

몇몇 신문은 이번 규제 완화를 주택 공급과 거래 활성화를 목표로 한다며 긍정 평가를 내놨다. 그러면서도 높은 금리 탓에 그 효과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조선일보는 “전문가들은 대체로 정부의 규제 완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며 “시장 기능을 복원해 중장기적으로 서민 수요층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논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대출 금리가 7%대에 달해 주택 시장 분위기가 단기간에 바뀌긴 어려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이번 조처는) 주택 공급과 거래 활성화를 이끄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며 “고금리가 이어지고 있어 당장의 청약 흥행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4일 조선일보

 

한국일보 “투기 불러들이는 부작용 클 것”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가 부동산 규제 완화 관련 사설을 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는 우려를 담은 사설을 냈다. 한국일보는 “상황의 심각성은 인정하더라도, 규제 완화 속도나 방향은 우려를 지울 수 없다”며 “이번 조치는 다주택자 세금·대출 규제 완화에 집중돼 있어, 실수요자 주택 구입보다는 자칫 투기 세력을 부동산 시장으로 불러들이는 부작용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겨레는 “여건 변화에 따라 과도한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일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투자·투기 목적의 다주택 보유를 억제하기 위한 규제까지 대거 풀어버리는 것은 ‘정상화’가 아니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힘주어 비판한 ‘지대 추구’ 행위를 조장하게 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경기부양을 위해 부동산 투기도 용인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현금 고소득자와 다주택자들에게 투기 기회를 줄 수 있다. 주택대출 금리가 연 8%를 넘어선 상황에서 주택 매수에 나설 서민이 얼마나 되겠는가”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부동산 정책은 철저히 민생에 맞춰야 한다”며 “투기 수요는 차단하면서 서민과 청년, 신혼부부와 무주택자 등이 집을 사는 데 도움이 되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4일 한국일보 사설

▲4일 동아일보

동아일보는 “거래절벽, 집값 하락, 미분양 증가 등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금융 부실로 번지면서 실물경제까지 흔드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라면서도 “자칫 투기 세력에게 ‘버티면 결국 규제가 풀린다’는 잘못된 신호를 줘선 안 된다. 하반기 금리 상승이 주춤해지는 등 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경우 다시 집값이 들썩일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추가 대책도 낼 수 있다고 예고했지만 지금까지보다 훨씬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바이든 “핵연습 NO” 발언에 대통령실 “공동실행” 해명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 양국이 북핵 억제를 위한 공동 기획, 공동 연습을 논의하고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부인하는 듯한 말을 해 혼선이 빚어졌다. 다수 신문들이 양국이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고 보도했으나, 일부 신문은 대통령이 상대국과 조율되지 않은 예민한 사안을 개별 언론사에 먼저 밝힌 것을 화근으로 짚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헬기에서 내려 백악관으로 들어가는 길에 ‘지금 한국과 공동 핵 연습을 논의하고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아니다(No)”라고 짧게 답했다.

▲4일 경향신문

이 질문은 당일 보도된 윤 대통령의 조선일보 인터뷰와 관련한 것이었다.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한·미가 미국의 핵전력을 ‘공동기획-공동연습’ 개념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핵무기는 미국의 것이지만 정보 공유와 계획, 훈련을 한·미가 공동으로 해야 한다. 미국도 상당히 긍정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의 답변이 윤 대통령의 발언을 부인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한겨레는 “양국 군당국은 지난해 11월 제54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확장억제 협력 방안으로 ‘정보 공유, 협의 절차, 공동 기획 및 실행 등을 더욱 강화해나가기로’ 한 바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협의 중인 단계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마치 거의 확정된 것처럼 먼저 얘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4일 국민일보

논란이 일자 대통령실은 긴급 해명에 나섰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오늘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로이터 기자가 거두절미하고 ‘공동 핵 연습을 논의하고 있는지’ 물으니 당연히 아니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공동 핵 연습(Joint nuclear exercise)은 핵보유국들 사이에서 가능한 용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한·미 양국은 북핵 대응을 위해 미국 보유 핵전력 자산의 운용에 관한 정보 공유, 공동 기획, 이에 따른 공동 실행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문들은 대통령실 해명에 미뤄 윤 대통령이 발언한 ‘공동연습’이 양국 군당국이 지난해 11월 제54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확장억제 협력 방안으로 합의한 ‘정보 공유, 협의 절차, 공동 기획 및 실행’ 가운데 ‘공동기획 및 실행’을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공동기획은 미국의 핵 정책과 전략, 작전계획, 신속억제·대응방안 수립 등에 한국이 참여한다는 의미”이고 “공동연습은 미국의 핵 투발 전략자산을 동맹국이 재래식 수단으로 지원하는 시나리오를 실전적으로 훈련하는 것”이라고 그 차이를 언급했다.

미국 백악관도 해명을 내놨다. 에이드리안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한·미는) 공동 핵 연습을 논의하지 않고 있다”면서 “한국은 핵 보유국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정상회담 이후 양국에서 북한의 핵 사용을 포함한 여러 시나리오에 대한 대응을 마련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을 인터뷰한 매체인 조선일보는 이와 관련해 ‘美 “가까운 시일 내 한국과 핵 훈련”’이란 제목의 보도를 내고 “한미 양국의 핵전력 운용과 관련한 공동 기획·연습 추진은 작년 11월 SCM에서도 합의된 사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미 핵전력 운용과 관련해 한미가 공동 기획·연습을 논의하고 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부인하는 듯한 언급을 한 것으로 보도되자 백악관이 설명에 나섰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윤 대통령의 용어 사용이 부정확해 혼선을 일으켰다고 했다. 한겨레는 “한-미 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에는 ‘공동실행’(Joint Execution)으로 돼 있으나 윤 대통령은 ‘공동연습’(Joint Exercise)이라고 말해 마치 한국이 핵을 가지고 미국과 공동으로 연습을 하는 것으로 오해하게 했다”고 했다. 또 “양국 군당국이 지난해 말 합의했던 사항의 연장선에서 나온 발언이라곤 하나, 상대국과 조율되지 않은 예민한 사안을 대통령이 개별 언론사에 먼저 불쑥 밝힌 것”이라고 했다.

▲4일 조선일보 1면

한겨레는 “미국이 ‘핵 비확산체제’라는 대외정책의 근간을 바꿀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핵 공동기획-공동연습’이란 표현도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실제 ‘핵 공유’를 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유럽 동맹국들도 작전 통제와 사후 평가 등 일부 과정에 제한적으로 참여할 뿐이다. 자칫 북한뿐 아니라 일본·대만 등 다른 나라를 자극할 수 있는 위험성도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일단 점증하는 북핵에 정부 당국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윤 대통령의 최근 발언들은) ‘핵 대 핵’ 대치를 불사하는 태도로 비친다. 윤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상황 관리를 하며 북한의 가능한 모든 도발에 대비하는 것이다. 핵의 평화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용어상 혼선 탓으로 치부하며 넘길 사안은 아닐 것”이라며 “날로 고도화하는 북핵·미사일 위협에 맞선 대북 대응 전략을 둘러싼 한미 간 기대와 현실의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는 대목”이라고 했다.

 김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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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윤석열이 퇴진하지 않으면 펼쳐질 암울한 2023년

검찰독재·경제붕괴·참사우려·전쟁위기…이 속에서 국민이 살아남을 길은?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3/01/02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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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지만 희망을 이야기하는 이는 많지 않다.

 

모두의 머릿속엔 ‘올해 윤석열이 또 무슨 사고를 쳐서 이 나라를 나락으로 끌고 갈까’ 하는 걱정뿐이다. 

 

작년에 불붙은 검찰공화국의 칼질이 올해는 더 심해질 전망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눈 칼에 여러 사람이 피 흘리게 될 것이다.

 

강진구 기자 같은 정권의 부정·비리를 파헤치는 언론인 역시 검찰의 칼을 피해 갈 수 없다.

 

생존권을 요구하는 노동자들도 강경 진압의 대상이다.

 

군부독재를 흉내 내는 검찰독재에 조·중·동을 비롯한 적폐 언론은 한 편이 되어 줄 것이다. 

 

많은 전문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초유의 경제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물가 폭등과 더불어 윤석열 정권의 적극적인 부자 감세 정책으로 인해 양극화는 더 심해질 전망이다.

 

이번 겨울 난방비 고지서를 받아본 서민의 분노는 올해 줄줄이 오를 공공요금에 더욱 끓어오를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은 “국가는 소멸해도 시장은 없어지지 않는다”라며 국민이야 죽든 말든 재벌을 위한 정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윗물이 흐리면 아랫물도 흐린 법이다.

 

사리사욕만 챙기는 무능한 대통령 아래에서 국가 체계가 제대로 굴러갈 수 없다.

 

심지어 윤석열은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는 버려야 한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지난해 이태원 참사와 같은 일이 언제 또 터질지 알 수 없는 대한민국이 되었다. 

 

지난해 윤석열은 “선제타격”, “확전 각오”, “핵을 두려워 말라”와 같은 말로 전쟁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문제는 북한 무인기에 서울 하늘이 뚫리고, 현무 미사일은 아군 기지를 공격하는 등 윤석열 정권이 최악의 안보 무능 정권이라는 점이다.

 

가뜩이나 공안 탄압에 위축되고 경제 위기에 내몰리며 대형 사고를 우려해야 하는 국민은 이제 전쟁 걱정까지 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이 모든 것이 윤석열이 퇴진하지 않으면 펼쳐질 암울한 2023년 전망이다.

 

올해 반드시 윤석열을 퇴진시켜야 하는 절박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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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 사건의 전말②] 윤미향은 ‘할머니 돈을 훔친 도둑’이었을까?

1심 선고 앞둔 윤미향 의원, 재판 쟁점 정리

 

윤미향 무소속 의원 ⓒ윤미향 의원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동고동락하며 30년 가까이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해온 윤미향 의원이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조만간 1심 선고를 받을 전망이다. 그가 뒤집어 쓴 주된 혐의의 하나는 단체 경비를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하면서다. 윤 의원이 더불어민주당(당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직후, 이 할머니는 기자회견을 통해 정의기억연대(과거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수요집회 등을 통해 모은 후원금을 피해자에게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시민단체 등이 17차례에 걸쳐 정의연 관계자들을 고발하면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정대협과 정의연에서 간사부터 대표까지 지내며 오랜 헌신으로 사회적 존경을 받아온 윤 의원이 ‘할머니 돈을 훔친 도둑’으로 몰리는 건 순식간이었다. 숱한 의혹 가운데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나고 무혐의 처분이 된 것도 상당히 많지만 검찰은 윤 의원이 무려 8개의 법을 위반했다며 기소를 단행했다.

하지만 윤 의원의 재판 과정에서는 기존에 알려진 것과는 사뭇 다른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결백을 주장하는 윤 의원과 그를 공격하는 검찰과 정부, 그리고 언론들. 재판부는 마지막에 누구의 손을 들어주게 될까.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는 1심 공판의 쟁점을 정리하며 사건을 돌아봤다.

1. 후원회원에게 회비를 받을 때 미리 신고하지 않으면 다 불법이다?

일단 정의연이 자금 조성을 어떻게 했는지부터 때아닌 논란에 휩싸였다. 1990년 발족한 정대협와 2016년 설립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이 2018년 통합돼 출범한 게 정의연인데, 정대협과 정의연 모두 여타 시민단체들처럼 ‘후원회원’을 기반으로 운영됐다. 후원회원을 모집해 이들이 회비처럼 매월 일정액의 후원금을 내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정의연은 비영리단체인 만큼, 십시일반으로 모인 후원금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명예회복 등 다양한 사회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런데 검찰은 이 ‘후원회원 모집’ 자체를 문제 삼았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 법률에 따르면 1천만원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는 자는 모집기간을 1년 이내로 하여 법률에 정해진 모집·사용계획서를 작성한 후 관할 등록청에 등록해야 한다. 여기서 관할 등록청은 1천만원 이상의 경우 관할 광역단체, 10억원 이상일 경우 행정안전부를 말한다.

이를 정대협과 정의연이 고의로 피하고, 2015년 초부터 2019년 말까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총 25억여원의 후원금을 모집했다는 게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다. 여기에는 후원회원 모집뿐만 아니라 ‘나비기금 후원금’, ‘박물관 후원금’, ‘할머니 미국원정 경비’, ‘김복동의 희망 후원금’, ‘재일 조선학교 마스크 보내기 후원금’, ‘김복동 할머니 장례비(조의금)’ 등을 모금한 행위도 포함된다.

 

 

 

현재 정의기억연대 홈페이지에 소개돼있는 후원회원 가입 절차 ⓒ정의기억연대 홈페이지 캡처


이에 대해 윤 의원은 “후원회원을 모집한 것이고 그 후원회원들이 회비로 내준 금전이니, 기부금품법상 등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검찰도 지난 2016년 정대협에 대한 기부금품법 위반 고발 건을 수사한 결과, 정대협이 받은 돈은 후원회비에 해당하며 기부금 모집 행위가 없었다고 판단해 불기소 처분을 한 바 있다. 그런데도 이번에 비슷한 혐의로 다시 기소한 것은 ‘검찰의 공소권 남용’이라는 게 윤 의원의 입장이다. 그 외 다른 후원금 모집 역시 후원회원들을 대상으로 특별회비를 모집한 것이라서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제도적 문제인데도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한 부분도 포착됐다. 정대협은 2017년 2월 초 행안부에 ‘2017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기부금품을 모집하겠다’고 등록을 신청했다. 그런데 정대협의 예상과 달리 행안부가 심사를 거쳐 ‘2017년 2월 24일부터 12월 31일까지’를 모집 가능 기간으로 기재한 등록증을 발급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이런 상황을 두고 검찰은 등록증에 기재되지 않은 ‘2017년 1월 1일부터 2월 23일’까지 정대협이 후원금 2천700만원가량을 모집한 것이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정대협은 억울했다. 당시 정대협 측은 이 등록증을 받아들고는 당황해서 정정을 시도하려고 문의했으나, 행안부 측의 답변은 그저 “방법이 없다”는 것뿐이었다. 당시 정대협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훗날 법정에서 행안부 담당자는 정대협의 신청서를 접수받을 당시 꼼꼼하게 살펴보고 보완 또는 수정 요구를 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자신도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며 ‘개선할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결국은 정대협의 ‘고의적인 범죄’였다기 보다는 ‘제도적인 문제’였던 셈이다. 실제 매년 기부금품 모집 규모가 상당히 큰 저명한 다른 단체의 등록 현황도 정의연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정의연처럼 기소가 된 경우는 단 한번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정의연이 ‘고 김복동 할머니의 장례비용이 부족해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라며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총 1억3천만원가량의 기부금품을 모집하면서 관할 등록청에 미리 등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된 것도 현실과 많이 동떨어져 보인다. 백보 양보해 ‘장례비용’이 기부금품법 적용 대상이 아닌 부의금과 다르다고 보더라도, ‘사람이 언제 사망할지 모르는데 어떻게 미리 등록하느냐’는 반문이 나온다. 미리 기부금 등록을 신청하더라도 행정적으로 처리되기까지 최소 일주일 이상 소요되기 때문이다.

다만 윤 의원은 정대협과 정의연 후원회비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기감사, 회계 보고 및 승인 등 절차가 구체적으로 마련돼 있고 실행됐지만, 일부 개인 명의 계좌로 모금된 것에 대해서는 “같은 절차를 거치지 못했다.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윤 의원 개인 명의 계좌로 모금 행위를 한 것을 두고 기소한 건 나비기금과 고 김복동 할머니 장례비용 모금이다.

이와 관련, 윤 의원은 지난해 5월 기자회견에서 “일시적인 후원금이나 장례비를 모금하기 위해 단체 대표자 개인 명의 계좌가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고, 저도 크게 문제 의식이 없었던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도 윤 의원은 개인적으로 사용한 적이 없고, 정산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정에서 “정대협 후원회원을 대상으로 해서 특별모금이 필요하다고 할 때 제 개인 계좌를 활용했다”며 “그 전체 모금 내역을 일일이 자료에 정리하고, 남은 건 그 다음 캠페인에 지출하고, 또 남으면 생존자를 방문하거나 대외 활동을 하는 등 공적 활동에 지출했다”고 주장했다.

 

 

 
2. ‘할머니 선물’ 진짜로 샀나, 아니면 횡령했나

그 연장선상에서 윤 의원에게 업무상 횡령죄도 제기됐다. 정대협 명의의 계좌, 본인 개인 명의의 계좌 등에 보관돼 있던 정의연(과거 정대협) 소유 자금을 총 217회에 걸쳐 합계 1억원 상당을 개인적인 용도로 임의로 사용했다는 혐의다. 정의연 계좌에서 윤 의원 등 개인 명의 계좌로 돈이 이체되거나, 체크카드로 사용, ATM에서 인출된 경우들이다. 그 금액은 적게는 수천원, 많게는 수백만원이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선 지출, 후 보전’이었다고 해명했다. 활동에 필요한 경비를 사비로 먼저 지출하고, 나중에 단체로부터 보전받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대다수는 이체할 때마다 어디에 사용했는지가 적요(이체할 때 계좌에 적어둔 기록)로 남겨져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OOO 할머니 선물’, ‘해외로밍’, ‘OOO 할머니 바지’, ‘OOO 할머니 운동기’, ‘OOO 할머니 점심’, ‘평화비 건립’ 등이다. 이렇게 적어둔 데 대해 윤 의원은 “나름대로 정산 기준이었다”고 밝혔다.

결국은 실제로 공적으로 사용됐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의원은 사적 사용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공적으로 활용했다는 걸) 페이스북 자료 등으로 충분히 입증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변호인단을 통해 사진 등을 증거 자료로 제출했다.

‘횡령했다’는 의혹을 받는 윤 의원은 오히려 자신이 몸 담고 있던 정의연 후원회원으로 활동하면서 회비뿐만 아니라 기부금을 꾸준히 내온 것으로 확인됐다. 윤 의원은 “사무처장일 땐 매월 만원, 2만원씩 내다가 나중엔 5만원씩 후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강연료나 상금을 받아도 특별후원금으로 정대협 등에 줄곧 냈다고 윤 의원은 전했다.

그렇게 윤 의원은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정의연과 김복동의희망에 1억원이 넘는 기부금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윤 의원은 공판에서 “2007년부터 2010년까지는 (내역을) 찾기 힘들었고, 2011년부터 2019년까지 기부 영수증으로 자료를 찾으니 1억원이 넘었다”고 밝혔다. 검찰의 공소사실대로라면 10년 동안 1억원을 횡령해서 1억원을 기부한 모순적인 상황인 것이다.

 

 

 

2019년 1월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실에 마련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고 김복동 할머니의 빈소에서 길원옥 할머니가 영정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민중의소리


3. 길원옥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이득을 취했다?

윤 의원은 중증치매를 앓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길원옥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길 할머니의 상금 등을 탈취했다는 준사기 혐의도 받고 있다. 그렇게 총 9회에 걸쳐 합계 7천920만원을 정의연 등이 취득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중 가장 큰 규모인 5천만원은 2017년 11월경 길 할머니가 여성인권상으로 받은 1억원 상금의 일부다. 검찰은 윤 의원과 정의연 부속기관인 ‘마포쉼터’에서 길 할머니를 돌보던 손영미 소장과 함께 공모해 길 할머니가 상금의 일부를 정의연에 기부하는 의사표시를 강제로 하도록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기부는 치매를 앓고 있던 길 할머니의 진짜 의사가 아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후 길 할머니가 기부한 돈의 상당수는 ‘김복동의희망’으로 들어갔다. ‘김복동의희망’은 길 할머니와 마찬가지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였던 김복동 할머니가 생전인 내놓은 5천만원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장학재단이다. 김 할머니는 길 할머니의 오랜 ‘단짝’ 친구였다. 그런 점에서 길 할머니가 김 할머니의 뜻에 공감하고 ‘김복동의희망’에 기부를 하는 건, 두 할머니의 그간 활동을 돌아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이마저도 길 할머니의 ‘치매’에 따른 잘못된 기부 행위라고 본 셈이다.

윤 의원은 길 할머니의 기부 행위는 모두 본인의 분명한 의사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길 할머니가 치매를 앓고 있었다고는 하나, 당시 의사결정을 못할 정도로 심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윤 의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도 꽤 많다. 윤 의원의 준사기 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특정된 시점 이후에도, 길 할머니는 수차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공개적인 목소리를 냈던 것이다.

당장 윤 의원이 2019년 2월 14일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서도 확인된다. 영상에서 길 할머니는 재일조선학교 학생들에게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재일조선학교 여러분, 저는 서울에 사는 길원옥이다. 김복동 할머니가 유명을 달리했으니 이제 길원옥이가 대신하겠다. 여러분들 힘 많이 내시라. 우리나라 잘 되게 힘써 달라”고 말했다. 길 할머니가 김 할머니의 생전 뜻에 따라 재일조선학교 지원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영상메시지를 통해 드러낸 것이었다. 이 밖에도 법정에서 길 할머니가 윤 의원을 비롯해 여러 활동가들과 함께 농담도 주고받으며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모습이 찍힌 영상이 다수 공개됐다.

이 밖에 윤 의원이 기부를 제안했는데 길 할머니가 반대해서 기부를 하지 않았던 사례, 윤 의원이 기부를 하지 말자고 권했는데 길 할머니가 반대해서 오히려 기부를 한 사례 등도 재판 과정에서 소개됐다.

윤 의원은 검찰의 기소 직후 “당시 할머니들은 ‘여성인권상’의 의미를 분명히 이해하셨고, 자발적으로 상금을 기부하셨다”며 “중증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를 속였다는 주장은 해당 할머니의 정신적·육체적 주체성을 무시한 것으로, ‘위안부’ 피해자를 또 욕보인 주장”이라고 꼬집었다. 검찰의 압수수색 등 대대적인 강제수사와 언론의 마녀사냥식 보도 과정에서 길 할머니를 오랫동안 돌봤던 손 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4. 안성힐링센터 부지를 시세보다 고가에 매입했다?

윤 의원이 받고 있는 마지막 혐의는 ‘안성쉼터’라고 불린 ‘안성힐링센터(평화와 치유가 만나는 집)’와 관련된 것이다. 검찰은 안성힐링센터 부지를 정대협이 매입하는 과정에서 시세보다 고가에 매입해 정대협에 재산상 손해를 입혔기 때문에 윤 의원에게 업무상 배임죄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검찰은 손해를 ‘얼마나’ 입혔다는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현대중공업으로부터 10억원을 사업 지원비로 기부 받았고, 그 한도 내에서 적절한 부지를 20군데가량 돌아다니며 찾다가 7억5천만원에 안성힐링센터 부지를 매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마저도 ‘깎은’ 액수라는 것이다. 또한 현대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이 기부금을 지정기탁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모두 협의한 결과라고 윤 의원은 강조했다.

해당 부지를 지인에게 소개받은 것을 두고도 의문이 제기됐다. 지인에게 부동산 이익을 몰아주려고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저희가 본 안성 인근 다른 매물은 훨씬 조건이 좋지 않았음에도 비용이 비싸서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며 “사업 기간이 정해져있었기 때문에 그때부턴 주변 지인 모두에게 (부지를 알아봐달라고) 소문을 낸 상태였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피해자들 거주 공간으로 부적절한 곳인 것 같다’는 검사의 지적에 “거주 공간이 아니라 치유와 평화를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계획을 세웠고, 현대중공업 측과도 그렇게 협의하고 승인됐다”며 “안성쉼터 부지는 할머니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있었고 접근성도 좋았다. 그래서 적절한 공간이라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이후 정대협은 실제로 안성힐링센터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안성힐링센터를 처분해야야 했는데, 이는 모금회의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 모금회는 2015년 12월 안성힐링센터 사업을 중단시키고 기부금을 환수하기로 했다. 안성힐링센터가 사업 평가, 회계 평가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2015년 한일 합의가 있기 전에는 계획했던 사업들을 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런데 이후에는 치유보다는 다시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에 맞서 싸우기 위해 길거리로 나서야 했고, 그러다보니 기존 사업에 차질이 생겼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검찰은 안성쉼터가 관할 관청에 숙박업으로 신고되지 않았는데, 안성쉼터에서 숙박시설과 설비를 구비해서 약 52회 숙박을 했다며 공중위생관리법 위반이라고 기소했다. 정대협을 ‘먼지 털 듯이’ 수사한 결과, ‘깨알’ 기소였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숙박업으로 사용하지 않아서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사업 취지에 맞게 역사교육, 평화교육, 인권교육의 장소로 활용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지난 2016년 4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제1227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김복동 할머니가 발언을 하며 미소를 짓고 있고,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당시 정대협 대표 윤미향 의원의 모습. 자료사진. ⓒ김철수 기자

‘운동단체’ 아닌 ‘자선단체’라는 왜곡에서 시작
정의연에 쏟아진 무분별한 의혹, 상당 부분 일찍이 해소


이처럼 윤 의원이 휩싸인 의혹과 혐의는 대부분 정의연이 사회운동을 하는 시민단체가 아니라 피해자를 돕는 자선단체로 곡해된 결과이기도 하다. 피해자들의 복지 향상에 돈이 쓰이지 않으면, 마치 윤 의원을 비롯한 활동가들이 착복한 것처럼 왜곡돼 보이는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 검사는 “저희가 수사하면서 느끼고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건 정대협은 할머니들을 지원하고 도와주는 대표적 단체라는 것인데 맞느냐”고 묻거나, “정대협이 받은 후원금 중 생존자 복지를 위해 지출된 금액보다 운영비로 지출된 금액이 훨씬 큰 이유가 뭐냐”고 따지기도 했다.

하지만 정의연은 통상적으로 알려진 ‘자선단체’가 아니다. 윤 의원의 변호인도 “정의연은 ‘자선단체’가 아니라 자기활동을 하는 단체”라고 강조했다. 그러다보니 피해자들과 뜻을 같이 하며 수요시위를 매주 열기도 하고, 해외원정 활동을 벌이기도 하는 것이다. 활동가들이 사명감에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도 마다하지 않고 일을 해온 배경이다.

그런 이들에게 한순간에 가해진 ‘여론재판’은 가혹했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제기됐던 의혹들 가운데 사실이 아님이 밝혀진 것도 셀 수 없이 많다. 심지어 검찰도 제기된 의혹 11건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을 했다.

대표적으로 윤 의원 부부가 정의연 자금을 유용해 딸의 미국 유학 자금으로 충당했다는 주장, 윤 의원 남편이 운영하는 지역언론사에 정대협이 일감을 몰아줬다는 주장, 거주하는 아파트를 정의연 자금으로 구입했다는 주장, 보조금 및 기부금 수입·지출 내역을 국세청 홈택스에 허위공시했다는 주장, 보조금을 중복·과다지급 받았다는 주장 등이다. 안성힐링센터에 윤 의원 아버지가 관리자로 등재돼 6년간 7천580만원의 급여를 받아간 것이 업무상 배임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는데, 검찰은 “(윤 의원) 부친이 실제로 쉼터 관리자로 근무한 사실이 확인되므로 배임 등 범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을 했다.

검찰은 윤 의원 외에 정대협·정의연 전·현직 관계자 등 22명을 수사 대상으로 삼았으나, 혐의점을 찾지 못해 불기소 처분했다. 다만 윤 의원에 대한 기소만큼은 강행했다. 윤 의원에 대한 근거 없는 ‘마녀사냥’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이유다. 

▲ [정의연 사건의 전말①] 윤미향은 ‘국가 보조금 사기꾼’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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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13시간 넘게 이어간 지하철 탑승 결국 무산

서울교통공사·경찰, 전장연 지하철 탑승 시도 끝끝내 가로막아…전장연은 3일 오전 시위 재개 예정

이상현 기자  |  기사입력 2023.01.03. 00:59:00

 

2일 오전 8시부터 13시간 넘게 진행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를 위한 지하철 '5분 승차' 시위가 결국 가로막혔다. 전장연은 3일 오전 삼각지역에서 다시 시위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으나 오세훈 서울시장은 1분의 지하철 지연도 허락하지 않겠다고 말해 대치는 더욱 심화될 예정이다.

 

전장연은 이날 오후 10시쯤 '장애인권리예산·입법 쟁취 1박2일 1차 지하철 행동' 시위를 종료했다. 오전 8시 기자회견을 시작한 지 13시간 만이다.

 

전장연은 오전 8시 서울 용산구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기자회견에서 "증액을 요구한 장애인 권리 예산 중 0.8%만 국회를 통과했다"라며 오전 9시10분부터 열차 탑승을 시도했다. 전장연은 앞서 법원이 제시한 강제조정안을 수용해 '5분 이내' 탑승을 하겠다고 밝혔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19일 서울교통공사가 전장연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 대해 '서울교통공사는 2024년까지 19개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 '전장연은 출근길 시위로 열차 운행이 5분 지연될 때마다 공사에 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내용의 조정안을 제시했었다. 

 

그러나 공사는 "불법시위로 인한 이용객 불편, 공사가 입은 피해 등 다양한 여건을 고려해 심사숙고한 끝에 법원의 강제조정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고 조정안을 거부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또한 "1분만 늦어도 큰일 나는 지하철을 5분이나 늦춘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라며 거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에 삼각지역에는 오전부터 경찰 기동대 10개 부대가 투입되어 방패를 들고 전장연 활동가들의 지하철 탑승을 막았다. 서울교통공사 또한 삼각지역 현장에서 전장연 퇴거를 촉구하는 방송을 1분 간격으로 내보냈다. 이 과정에서 전장연 활동가들과 경찰 기동대, 공사 직원들 사이의 마찰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장연 활동가들의 탑승 시도가 지속되자 삼각지역을 통과하는 열차가 무정차 통과되기도 했다. 오후 3시 2분 삼각지역을 지나는 당고개행 열차 1대가 무정차 통과된 것을 시작으로 오후 10시까지 총 13대 열차가 삼각지역을 정차하지 않고 통과했다. 

 

결국 전장연 측은 오후 9시 40분쯤 집회 중단을 선언하고 장애인권 운동가인 고 우동민 열사 헌화를 끝으로 해산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집회 마무리를 하면서 "(5분은) 서울교통공사의 대변인과 합의했던 내용"이라며 지하철 탑승을 막은 서울시 및 공사 관계자를 비판하는 한편 "장애인이 기본적인 시민의 권리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라고 재차 장애인권리예산 증액 등을 요구했다. 

 

전장연은 3일에도 오전 삼각지역에서 지하철 탑승 시위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지만 공사 측은 여전히 강경한 대응을 시사하고 있다. 공사는 이날 2021년 1월부터 약 2년간 총 82차례 진행된 지하철 내 시위에 대해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추가로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또한 전장연 활동가 24명을 일반교통방해와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사라지는 것과 잊혀지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정치학과 기후변화를 공부했다. 들리지 않았던 말까지, 끝까지 듣는 기자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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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소멸해도..." 이게 대통령이 할 말인가



23.01.03 05:10최종 업데이트 23.01.03 05:10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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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지난 12월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23년 경제정책방향 상세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러 경제기관에서 2023년 경기가 후퇴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 놓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9%, 한국은행은 1.7%, 금융경제연구원은 1.6%의 성장률을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2023년 경제정책 방향 상세브리핑'에서 1.6%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외부 충격이 없는 상태에서 경제성장률 예측이 1%대로 하락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한국은행보다 높게 나타난다. 정부의 정책효과를 성장률 전망에 부분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전망치보다 정부 전망치가 낮다는 것은 정부에 인위적인 경기부양 의지가 없다는 신호다. 윤석열식 재정긴축, 민간주도 경제가 반영된 결과다.

 

 

올해 경기가 어두울 것이라는 전망은 국내외 모든 기관의 예측에서 드러났다. 지난달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0.6%로, 유로존은 0.0%로 크게 낮췄다. 작년 말 해외 경제기관들의 전망치도 크게 수정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4.5%까지 올렸으며 "2023년에도 금리증가율 속도는 낮아질 수 있지만 인상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금리인상 기조의 지속, 미국·유럽 시장의 침체로 인한 해외수요의 감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공급사슬 충격의 회복지연, 중국의 봉쇄 해제 이후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 등 대외여건은 어느 하나 좋은 게 없다. 이는 국내 제조업 경기 둔화로 이어질 것이다. 더불어 수출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로 인한 투자 위축, 구조조정 등 일자리 감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내수침체도 불가피하다. 미국과 금리격차가 1%p이상으로 벌어지면서, 한국은행 또한 금리인상 기조를 역전시킬 수 있는 여지는 매우 적다. 이는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에서도 나타난다. 미국만큼 빠르게 오르지는 않겠지만 금리인상 기조는 지속될 것이다.

 

이로 인해 자산투자 감소, 부동산 시장 침체 역시 지속될 것이다. 올해 새롭게 분양되는 주택 물량이 넘쳐나는 국면에서 건설투자 감소는 불가피하다. 부동산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정부는 각종 규제를 풀겠다고 했지만 금리인상 기조가 유지되는 국면에서 건설경기가 호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부동산에 대한 '가수요'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정부는 시장 중심의 경기부양을 외치고 있다. 규제를 풀고 세율을 낮추면 기업투자가 활성화할 것이며, 경제체질이 개선되고 일자리도 만들어질 것이라는 기대다.

 

국회에서 2023년 예산을 심의하면서 가장 큰 쟁점이 법인세 인하였다. 2023년 정부 경제정책 기조의 핵심은 부동산 규제 완화이다. 기업투자를 촉진하는 정책을 취함으로써 민간 중심의 성장체제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다. 시장 자유를 확대하면 기업의 이윤 기회가 확대되어 투자가 활성화되고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는 발상이다.

 

2023년 윤석열 정부에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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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2023년 신년사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는 2023년 대통령 신년사 중 "자유가 살아 숨 쉬고, 기회가 활짝 열리는"이라는 표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월 2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국가는 소멸해도 시장은 없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국가의 수장으로서 할 말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규제를 완화하면 기업투자가 증가하고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사고방식은 이제는 경제학 교과서에도 사라진 구시대 유물이다. 이런 기대는 하이예크와 같은 극단적 자유주의자들의 '신념' 속에서나 작동할 법하다. 기업투자는 기대수익에 따라 움직이며, 기대수익은 시장전망이 긍정적일 때 높아진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민간경제가 활성화할 이유가 없다.

 

여러모로 윤석열 정부와 성격이 비슷한 이명박 정부에서조차 '4대강 사업'이라는 대형 국책사업으로 '건설경기 침체'에 대응했다. 이명박 정부의 부패, 4대강 사업이 초래한 환경재앙 등 수많은 갈등이 있었음을 필자도 잘 안다. 그 모든 부정적인 유산들을 감안하더라도 이명박 정부조차 경기부양, 일자리 창출에는 관심을 두었다는 점만은 부정할 수 없다.

 

2023년 윤석열 정부에게는 이조차 기대할 수 없다. 경기침체, 복지 축소, 공공부문 일자리 예산 축소, 기업 구조조정이 동시에 이뤄지며 '일자리 대란'이 일어날 것이다. 가장 큰 충격은 비정규직, 고령 노동자, 복지 사각지대의 차상위 계층에게 미칠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경기침체 국면에서 윤석열 정부의 핵심정책 기조는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노동개혁', 즉 노동시장 전환과 노조의 협상력 약화다. 윤 대통령식으로 표현하면 법과 공권력을 동원하여 노동개혁에 반대하는 '귀족노조'를 잡겠다는 것이다.

 

나름 일관성이 있다. 경기침체로 인해 일자리가 감소하는 국면에서 노동조합은 이에 대응할 수밖에 없고, 이는 노조를 공격할 수 있는 객관적 조건이 된다. 불황기에 노조의 협상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을 '악'으로 보는 정권에게 어울리는 정책 기조다.

 

노조에 대한 이런저런 입장들이 있지만, 필자는 '2000년 이후 한국 자본주의 전개'라는 글에서 전투적 경제주의를 표방한 대기업 노조의 역할 가운데 하나가 공정혁신·제품혁신을 촉진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노조가 꾸준히 실질임금을 상승시킴으로써 기업이 노동비용을 흡수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가 생산공정의 모듈화와 자동화의 가속화이다. 노동조합이 임금상승을 압박함으로써 혁신을 촉진했고 이것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요인이기도 했다. 반면 일본·유럽 등지에서 노조의 협상력 약화는 지속적인 디플레이션과 경기침체의 원인이기도 했다.

 

윤석열식 반노조주의에는 이런 역사적 결과들에 대한 고려가 없다. 무지하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한국 노동운동이 이 국면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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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종석 / 전국공공연구노조 정책국장(소셜 코리아 운영위원) ⓒ 남종석

 

필자 소개 : 남종석 박사는 전국공공연구노조 정책국장입니다. 경남연구원 혁신성장경제연구실 실장으로 재직중이며 <소셜 코리아> 운영위원이기도 합니다. 한국 제조업 산업생태계, 지역불균등 발전, 제조업의 탈탄소화와 그린뉴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경제전망 #반노동 #경기침체 #신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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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선거구제 문제로 민주당 비명계 띄우는 조선일보 노림수는



[아침신문 솎아보기] 중대선거구제 찬성 조선, 권역별 비례대표 등 추가 논의 제안한 경향·한겨레

서울시 산하 서울도서관, 이태원 참사 언급한 전시 철거 논란…한겨레 “잇단 검열 논란 우려”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언급하며 새해 정치권 화두로 중대선거구제로 개편이 떠올랐다. 한 지역구에서 한명만 당선되면서 절반에 가까운 표가 사표가 되는 현실을 개선하고, 소수정당의 원내진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주목을 받고 있다. 조선일보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재명 대표가 중대선거구제를 반대하고 비명계 의원들이 이를 찬성하는 것 같은 기사 제목으로 이 사안을 다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일 조선일보와 단독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제안하면서 이 신문은 3일자 사설에서 이를 적극 찬성했다. 소선거구제 폐해에 대해 정치권이 대체로 공감하는 가운데 조선일보는 “갈라진 나라의 해법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소선거구제의 폐해와 중대선거구제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석폐율제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위성정당 금지 등 다양한 선거구제의 장단점을 함께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서울시 산하 서울도서관이 위탁운영 중인 복합문화공간에서 열린 민간 전시회에서 일부 전시물이 ‘이태원 참사’, ‘화물노조 파업’ 등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철거됐다. 한겨레는 지난 2일 이 소식을 전했고, 3일 사설에서 이번 정부 들어 이어지는 ‘검열 논란’에 대해 우려하는 내용을 썼다.

▲ 3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모음

 

중대선거구, 이재명은 반대하고 비명계는 찬성하나?


조선일보는 정치면 ‘李 “중대선거구제, 신인에 불리”…비명계는 “논의해야”’란 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추진하는 선거구제 개편으로 민주당이 양분된 것처럼 다뤘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국회 정개특위 정치관계법개선 소위원장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은 조선일보에 “정개특위 여야 의원 모두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고,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인 전재수 의원도 “소선거구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망국적 제도라 보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부정적 의견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조선일보에 “정치 지형상 국민의힘 현역은 영남에 극히 치우쳐 있는데,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면 영남 의석만 야당에 대거 뺏길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 신문은 “지난해 6·1지방선거 때 전국 기초의원 선거 30개 선거구에서 3~5인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시범 실시했는데, 9명을 뽑는 광주 시범 지역에서는 민주당 6명에 진보당 2명, 정의당 1명이 당선됐고, 역시 9명을 뽑는 대구 시범지역에서는 국민의힘 7명, 민주당 2명이 당선됐다”며 “호남에서는 진보 정당이, 영남에선 민주당이 ‘대안 정당’으로 인식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대선거구제가 국민의힘에 불리할 수 있다는 뜻이다.

▲ 3일자 조선일보 정치면

 

조선일보가 주목한 건 민주당 내부 의견 대립이다. 이재명 대표가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대해 “여러 논란이 있다”며 “기득권, 유명하고 경제력이 큰 사람의 장이 돼 신인 진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한 발언을 인용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조선일보와 통화에서 “중대선거구제가 되레 중진들의 자리 나눠먹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데 공감대가 있다”고 했다. 여야할 것 없이 각자의 이해관계나 다양한 의견 대립이 있다고 보는 쪽이 더 가까워 보인다.

조선일보는 “내부적으로는 주로 비명 진영에서 중대선거구제에 찬성하는 의견이 크다”면서 ‘비명계 중진 이상민 의원’의 의견을 전했다. 이 의원은 이 신문에 “수도권과 광역시부터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 확대해 나가는 식이 고려될 수 있다”고 했다. 이탄희 의원도 페이스북에 “국회의원 기득권의 온상인 소선거구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썼는데 이를 인용했다.

조선일보는 한 여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여야 모두 계파 갈등과 당대표 리스크 등 불씨를 안고 있다”며 “중대선거구제에 주도적인 의원들이 여야의 합리파, 비주류 성향이라는 것도 주목할 지점”이라고 했다.

▲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사진=장슬기 기자

 

대통령발 선거구제 개편, 조선일보 적극 찬성


윤 대통령이 2일자 조선일보 단독인터뷰에서 “지역 특성에 따라 2~4명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조선일보는 3일자 사설 ‘신년 화두 “소선거구제 폐지” 갈라진 나라 해법 될 수도’에서 이를 적극 찬성했다.

조선일보는 “지역구마다 국회의원 1명을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는 승패가 분명해 책임정치를 구현한다고 하지만 승자독식 구조여서 여야 정당, 지지자 간 극단적 대립과 갈등을 키워왔다”며 “(중대선거구제는) 지금처럼 철저하게 양극단으로 갈라진 정치 현실에서는 도입의 득이 실보다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소선거구를 중대선거구로 개편하려면 지역구 통폐합이 불가피하다”며 “지금 지역구에서 당선 안정권에 있다고 여기는 의원들이 반대할 수 있지만 지난해 지방기초의원 선거 때 30개 지역구에서 중대선거구를 시범 실시한 결과 민주당은 이득을 보기도 했다”고 했다. 현재 민주당이 국회 다수당이기 때문에 해당 의원들이 협조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 3일자 조선일보 사설

 

경향신문은 중대선거구제 도입 취지에 기본적으로 공감하면서 추가적으로 논의할 부분을 사설에서 다뤘다. 이 신문은 “도농 지역에 모두 도입할지, 2인·3인·4인 이상 선거구를 어떻게 정할지, 한 선거구에 정당 복수공천을 허용할지 등 짚고 따질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라며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와 지역구·비례대표 조정 문제로 확장될 수 있고, 의원·정당별 이해관계에 따라 논의가 중단된 과거 전철을 반복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청년·여성들의 정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일도 중요하다”며 “승자·지역독식을 막는 방법에 중대선거제만 있는 것도 아니고 비례대표제를 전국 권역별로 뽑거나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위성정당을 막고 지역구 다득표 탈락자를 비례대표로 구제하는 석패율제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선거제의 장단점을 두루 따지고 조합해 최대한 합리적인 제도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중대선거구제가 만능의 해법이거나 유일한 대안이라고 할 수 없다”며 “자칫 기득권의 과점 체제로 흘러가지 않도록 심사숙고해 대비책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비례성 강화도 선거구제 개편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거대 여야의 위성정당 꼼수로 실패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부터 제대로 손봐야 한다”고 했다. 결국 “어떤 방안이 됐든 양당 독점을 깨고 다당 구조로 한발짝이라도 나아갈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총선 1년 전인 올 4월까지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각 당에는 2월까지 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한 뒤 국회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태원 참사’ 언급 전시 취소, 또 검열 논란


2일자 한겨레 보도를 보면 지난달 29일 복합문화공간 ‘서울아트책보고’에서 개막한 ‘예술과 노동’ 전시회에서 선보이려던 ‘공개법정-“우리는 대한민국 노동자입니다”’ 아카이빙 자료전이 일방적으로 중단됐다. 문화공간 수탁 운영업체가 전시 포스터와 소책자를 걷어가고 영상 전시물 전원을 차단했으며 지난달 31일 서울도서관 쪽 지시로 결국 철거됐다. ‘이태원 참사’와 ‘화물노조 파업’ 등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으니 전시하지 못하겠다는 게 이유로 전해졌다.

▲ 3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3일자 사설 “‘이태원 참사’ 언급 전시 취소, 잇단 ‘검열 논란’ 우려한다”에서 “공공기관이 전시 장소를 제공하거나 후원을 한다는 이유로 예술 작품의 내용에까지 간섭하는 것이야말로 ‘관치 예술’이요, 예술의 자유로운 창작과 향유를 가로막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정부가 지난해 중고생 만화 공모전에서 만평 ‘윤석열차’에 금상을 주자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경고했다가 비판을 받았고,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윤 대통령 부부를 풍주한 만화 전시가 불허됐다. 부마항쟁 43돌 기념식에서 공연할 예정이던 가수 이랑이 주최 쪽에서 노래 교체 요구를 받다 무대에 서지 못한 일도 있었던 것을 나열했다.

한겨레는 “전시·공연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 개입은 말할 것도 없는 예술의 자유 침해이고, 실무자들의 눈치보기로 벌어진 일이라고 해도 정부의 강경 태도가 불러온 위축 효과라는 점에서 본질은 다르지 않다”며 “‘자유’를 그토록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에서 문화예술의 자유가 번번이 침해당하고 있으니 지독한 아이러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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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의료구조, '국가는 어디 있나' 물어야 한다"

[2023년, 묻다] ①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전홍기혜 기자/이명선 기자  |  기사입력 2023.01.02. 08:58:32

 

2023년엔 벗어날 수 있을까? 201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작된 팬데믹이 올해는 엔데믹으로 전환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23일 한국 정부도 확진자 자가격리 조치와 함께 사실상 마지막으로 남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기준을 발표했다.

 

그러나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면서 국경을 열면서 '중국발 변이'라는 변수가 추가됐고, 미국에서도 치명도가 높은 오미크론 변종이 새롭게 유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낙관적 전망을 내놓긴 아직 일러보인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사)시민건강연구소 이사장)는 프레시안과 2023년 신년 인터뷰에서 엔데믹으로의 전환에 대해 '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라고 강조했다. 

 

지난 3년 팬데믹 사태는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통해 누구나 감염 위험성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의료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깨닫게 했지만, 동시에 실제로 바이러스에 감염돼 병에 걸리고 사망하는 이들은 사회적 취약 계층임을 확인하면서 '건강 불평등'의 문제를 재확인시켜줬다. 

 

윤석열 정부는 이전 정부의 방역 정책을 비판하면서 "과학방역"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한국은 미국 등과 달리 지역, 소득수준, 성별 등 사회.경제적 격차에 따른 코로나19 피해의 정도를 유추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통계조차 집계하지 못했다.

 

또 팬데믹의 '끝'을 예측하기 힘들어도 매우 확실하게 전망할 수 있는 이슈를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다고 김창엽 교수는 제기했다.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해 "의료와 돌봄은 앞으로 한국 사회에서 가장 격렬한 투쟁지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목표로 하는 '문재인 케어' 폐지를 시시하면서 '의료 민영화'라는 보수진영의 익숙한 '답'을 대안으로 제시하려 하지만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김 교수는 '나라 만들기'의 단계를 지나 이미 '상업화', '자본주의화'된 보건의료시스템의 "구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출생.고령화로 인구가 줄고 인구 구조도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적 접근"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는 "방치하고 모른 척하는 (자본권력과 이에 결탁한 국가권력의) 고사 작전"에 맞서 "자본을 투입해 새로운 체계를 갖추는 길"로 방향을 바꾸기 위해 시민들이 다서서 "국가는 어디에 있는지"를 묻고 따지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엔데믹 전환, '언제'가 아니라 '어떻게'가 중요하다"

프레시안 : 코로나19 3년만에 마스크 착용 해제를 눈앞에 두고 있다. 마스크를 벗는 게 옳은가에 대한 시시비비는 여전하지만…. 

 

김창엽 : 윤석열 정부 들어 '과학방역'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딱히 과학적인 근거가 있어서 마스크를 벗는 것은 아니다. 전염병, 즉 팬데믹은 공공보건의 문제일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적 분석 대상이기도 하다. 특히 마스크 착용 여부는 개개인의 심리와 행동까지 염두에 둬야 하는 사회과학적인 문제다. 따라서 마스크를 쓸 것이냐 벗을 것이냐 하는 문제에 정답은 없다. 오히려 결정을 내리기까지의 과정이 더 중요하다. 정부나 관료들이 몇몇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서 일방적으로 정하는, 그 과정 자체가 문제 아니겠나. 따지고 보면, 3년 전 코로나19 대응을 논의할 때부터 그런 방식이었다. 그 상황이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좀 아쉽다. 

 

프레시안 : '과학방역'이라는 말을 하셨는데, 솔직히 현 정부의 코로나19 정책이 뭔지 잘 모르겠다. 단지 문재인 정부보다 나아야 한다는 강박만 있는 것 같다. 

 

김창엽 : 코로나19 3년 내내 정치적인 고려 사항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오죽하면 '정치방역'이라는 말까지 나왔겠는가. 그런데 코로나19는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성격을 갖고 있어 정치화가 되고 정치적 판단을 필요로 하는 상황을 피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의 방역 문제라거나 장애인과 노인들, 또 시설과 요양원 등의 방역 문제에 있어서는 정치적인 고려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정치의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하게 되는 건데, 좋은 의미의 정치가 갑자기 작동할 가능성은…. 우리 사회의 기본 역량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

 

프레시안 :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그래도 한국은 코로나19를 둘러싼 논의가 반과학주의나 음모론처럼 극단의 또는 아주 부정적인 정치화로 흘러가지는 않았다. 

 

김창엽 : 미국과 유럽에서 횡행한 반과학주의나 음모론은 코로나19라는 팬데믹과 포퓰리즘 또는 포퓰리스트가 결합된 일종의 융합 사건이다. 반면, 한국‧일본‧중국‧대만‧홍콩 같은 동아시아의 경우 정치체제적으로 포퓰리즘이 덜한 면이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행정과 정책적인 면에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높은 편이다. 또 하나, 동아시아는 역사적인 경험 때문에 일종의 동원형, 국가가 주도하는 전체 사회의 동원에 대단히 유능하다. 그래서 미국과 유럽에서는 '수동적‧집단적'이라고 비판하지만, 코로나19에서는 좋은 유산으로 작동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프레시안 :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바뀌고 있다. 그렇다면, 정책 방향도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닌가?

 

김창엽 :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독감 바이러스와 비슷한 상황이 될 텐데, 엔데믹이 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 무엇보다 그렇게 되기까지 어떤 경로를 통해 안전하게 가느냐 하는 문제가 이제 나라별로 주어진 숙제가 됐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국가 단위로 생각하는 총량 지표에 익숙하다. 그러나 똑같이 1만 명의 사망자가 나와도 그 1만 명의 사망자가 어떤 환경에 있는 사람이었느냐에 따라 개인 또는 사회에 미치는 의미가 굉장히 다르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19가 인종적‧계급적으로 불리한 사람들에게 집중됐다. 영국도 마찬가지였고. 한국은 이에 대한 분석이 안 되어 있다. 이 같은 분석이 선행되어야 '누군가를 살리려면 누가 희생되는가'와 같은 다층적 고민이 가능해진다.

 

지난 3년간 장애인‧독거노인‧외국인노동자, 또 요양시설‧물류센터‧콜센터 같은 집단 근무시설의 경우 코로나19에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어떤 기준(정책)이 한 사회에 반영될 경우, 그 사회가 가진 불평등에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언제'부터 '무엇'을 한다/하지 않는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엔데믹이 되더라도 그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팬데믹이든 엔데믹이든 사람들에게 실제로 피해를 주는 것은 바이러스도 감염병도 아닌 사회적 제도와 대응에 달려 있다. 

 

"'빌딩 백 베터' 되려면 '힘의 문제'가 바뀌어야 한다" 

 

프레시안 : 미국과 영국의 경우 인종적 건강 불평등 문제에 대한 인식이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더욱 공론화됐다. 그러나 우리는 소득‧지역‧연령에 따른 건강 불평등 문제가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누가 많이 감염됐고 또 누가 많이 사망했는가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이 없다는 건 굉장히 뼈아픈 지적이다. 

 

김창엽 : 우리 사회의 불평등 문제에 대해서는 '멘탈 블록', 즉 심리적 장벽이 있는 것 같다. 불평등을 입밖에 내지 않거나 또는 불평등을 문제 삼는 게 이상하다고 하는 분위기가 있다. 특히 '왜 자꾸 분열을 조장하느냐'와 같은 반감마저 있다. 그래서 사회 전반에 불평등을 이야기하고, 불평등 문제를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공감대나 경향이 아직은 충분하지 않다. 물론, 지난 3년 동안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행정명령과 장애인 백신 접종 문제 등을 계기로 사람들이 '이런 문제에 있어서는 '불평등'이라는 말이 맞구나' 하는 인식과 감각이 생긴 것 같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지속되지 않는다는 전제로, 이런 인식과 감각은 시간이 지나면 약해지기 마련이다. 

 

불평등 문제라는 것은 사회‧정치‧경제와 같은 아주 해묵은 구조의 문제라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국제사회에서 코로나19 이후 많이 사용되는 '빌딩 백 베터(Building Back Better, 재난 이전의 사회보다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가 되려면, 새로운 힘의 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코로나19 확진 격리자에 대한 유급 휴가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아프면 2~3일 쉬게 하자는 것은 '아픈 사람에게 어떻게 계속 일을 시켜'와 같은 도덕적 인식에 기댔다. 고용인은 아픈 피고용인을 쉬게 하고 싶어도 업무 손실이나 임금 문제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로 지금까지는 아파도 쉴 수 없었다. 전형적인 힘의 문제 아닌가. 그런데 코로나19가 이 같은 힘의 문제에 변화를 가져왔다. 

 

근로자가 업무 외 질병·부상으로 인하여 경제활동이 불가한 경우,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득을 보장하는 '상병수당 제도'가 그것이다. '꼭 필요하다'는 공통 인식에 따른 '무형의 힘'이 가져온 변화다. 다만, 현재 시범사업 단계인 상병수당이 새로운 사회 구조로 '빌딩'되려면, 앞으로 있을 선거에서 후보의 공약이나 정책 사항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어떤 기반에 기초해 선거를 할 때 '상병수당 제도를 제도화 하는 사람을 뽑아야지'와 같은 인식 전환이 필요한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정치경제적 분석은 어떤 정책이나 제도가 좋다거나 그렇데 되어야 한다는 과제, 즉 '무엇을what'이라는 과제보다 주로 '어떻게how'에 관심을 두는 접근이다. (…) '어떻게' 그러한 변화가 가능하고, 어떤 과정이 그것을 촉발하거나 강화할 수 있는지, 또는 권력관계가 어떠하며 언제 어떤 방법으로 그것이 바뀔 수 있는지 분석해야 한다.

'어떻게'를 분석하는 방법 중 한 가지가 과정과 권력에 추점을 맞추어 정책을 기술하고 분석하는 것이다. 영국의 건강정책 분석 전문가인 월트 Gill Wait는 정책에서 과정과 권력이 중요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월트, 2016: 85). 

 

정책결정이론은 과정에 관심을 둔다. 이 이론은 의사결정 과정에 초점을 맞춘 분석 양식으로, 미시적 관점을 택한 것과 거시적 관점을 택한 것으로 나눌 수 있다. 거시이론은 정치체제에서 권력을 다루고, 주제에 따라 합의모형과 갈등모형으로 나눈다 (…) 거시적 관점의 두 번째 주제인 갈등모형에서는 누가 정책을 만드는가, 즉 소수 엘리트인가 아니면 다양한 집단인가에 관심을 둔다. 이런 관점에서 정치권력은 반대가 있을 수 있는 강제할 힘을 가리킨다. 정치권력은 "공통 목표를 달성하려는 것이라기보다는 다른 이들이 지배할 수 있는 힘의 문제"다.

 

- <건강의 공공성과 공공보건의료>(김창엽 지음, 한울 펴냄) 477쪽 

 

▲김창엽 교수. ⓒ프레시안(이명선)

 

"건강보험 문제를 둘러싼 의료와 돌봄, 가장 격렬한 투쟁지 될 것" 

 

프레시안 : 윤석열 대통령이 과도한 의료비 지출을 문제 삼아 사실상 '문재인 케어' 폐지를 시사했다. 이에 윤석열 정부가 공공의료 문제를 민영화하려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고 있는지?

 

김창엽 : 어떤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석하는 게 때로는 과잉처럼 보이는, 지나친 해석일 때도 있어 조심스럽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건강보험 보장성 축소는 현재의 정치나 정책이 갖고 있는 필연적인 방향성이자 '유혹'이 아닌가 싶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 같은 공적보험이든 실손보험 같은 민간보험이든 보장성이 축소되면 이용자 입장에서는 이용을 줄여야 한다. 당장 민간의료 공급자들은 별로 상관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공급자 입장에서도 수요가 줄어들면 결국 불리해진다. 따라서 보장성 축소 문제는 공적인 부담을 줄이려고 하는 쪽과 괜히 건강보험료를 낸다고 생각하는 쪽의 대치 전선이 형성될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공공성과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개인의 이해관계는 느슨하다. 공공성과 공공보건의료는 추상적 가치에 가깝고, 경험할 수 있는 공공(성)의 실체로서 공공의료기관(주로 공공병원)은 '필수불가결'이거나 '대체 불가'가 아니다. 의료를 찾고 이용해야 할 때, 민간기관을 이용하는 쪽이 더 쉽고 편리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공공성과 공공보건의료를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생활세계에 포함하는 사람이 흔하지 않으면, 정치경제는 아예 부재 상태라 해야 한다.(위의 책, 486쪽) 

 

국가권력은 노인들이 소득과 의료와 돌봄을 집단적 복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적극적으로 책임지며 자신의 결정을 통해서 삶의 질을 고양하기를 바랄 것이다. 

한국사회에는 (국가권력이 희망하는 것과는 달리) 아직 새로운 통치성의 주체가 형성되지 않았고, 신자유주의적 주체와 국가에 의존하는 주체가 서로 경쟁한다. 한쪽에서는 기초연금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흔히 "경제성장의 주역들을 이렇게 홀대하면 안 된다"는 명분이 뒤따른다. 다른 한편에서는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으로 다 해결할 수 없다면서 각자 개인연금으로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후자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 통치성의 한 실천 방식이다. 건강과 보건의료도 비슷하다. 돌봄에 대한 공적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각 개인이 의료비의 급격한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다.(의의 책, 491쪽) 

 

프레시안 : 윤석열 정부가 보수 정권이라서 또는 '애니씽 벗(Anything But) 문재인'이라서 건강보험 보장성을 축소하려고 한다고 보는 것은 과한 해석이라는 말인가. 

 

김창엽 : 지금 한국의 정치 체제에서는 대부분의 정당이 건강보험 보장성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기 쉽다. 구조적 압력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현실 정치에서 이 문제에 있어 다른 기조를 택하기가 쉽지 않다. 고령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률 저하 등 재원 마련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건강보험 문제를 둘러싼 모순은 격화될 것이다.

 

특히 이용자 입장에서 '건강보험료를 너무 많이 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고액 실손보험 가입자들과 '건강보험이 없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간 충돌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지금 윤석열 정부의 보장성 축소는 '건강보험료를 많이 늘리거나 높게 인상하지 않을게'라는 메시지가 돼 오히려 '잘한다'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다. 개인의 지향인 면도 있겠으나, 구조적 압력에 대한 대응에다 정치적 지지를 결집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장담하는데, 앞으로 한국 사회에서 가장 격렬한 투쟁과 갈등이 야기되는 지점은 건강보험 문제를 둘러싼 의료와 돌봄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정책적 접근을 해왔다". '주치의 제도를 도입하면, 공공병원을 늘리면 나아질 것이다. 진료비 지불 체제를 바꾸고, 의사 수를 늘리면 해소될 것이다'처럼 정책적 접근만 했다. 그러나 정책적 접근으로는 부족하다. 플러스 알파, 그 이상을 해야 한다. 알파라는 것은 보건의료 구조의 '탈(脫)시장화'고, 경우에 따라서는 '탈자본주의'다. 이게 바로 '공공성'이다. 

 

지금까지 보건과 의료 정책은 규범적이고 도덕적인 게 많았다. 그런데 지금 의료와 돌봄은 이미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에 완전히 결합되어 있어 규범과 도덕만으로는 변화를 위한 힘을 만들기 어렵다.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민주적 공공성 확보할 수 있을까" 

 

프레시안 : 그런데 탈시장화 혹은 경제화된 부분을 다시 공공의 영역으로 가져온다는 게 쉽지 않은 일 아닌가.

 

김창엽 : 쉽지 않다. 의료뿐 아니라 교육 등 공적 가치를 중시하는 분야에서는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다.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나라 만들기' 단계였다고 생각한다. 나라 꼴을 갖추기 위해서는 연금도, 의료 보장도, 최저임금도 있어야 하니까 국가-정부-관료의 어떤 노력이 틈이 비교적 많이 벌어지지 않았다고 본다. 심지어 자본-기업도, 시민사회 간에도 틈이 크지 않았다. 2000년 의약 분업이, 2008년 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되면서 근대적인 제도의 틀을 갖췄다. 제도 개선을 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불평등 문제가 심화된 것을 보면, 이런 제도가 잘 이전된 것 같지 않다. 변화가 필요하다. 

 

현대 자본주의 국가에는 국가권력, 경제권력 또는 시장권력, 그리고 사회권력(시민사회)이라는 세 주체 사이의 균형과 긴장에 따라 공공성이 결정된다. 일종의 삼각 관계인 건데, 이 힘의 균형에 따라 제도나 정책이 변화하고 진보하거나 후퇴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지금 한국은 경제권력이 국가권력과 사회권력을 압도하는 상황이다. 국가권력은 사실상 경제권력의 대변자 노릇을 하고 있고, 사회권력의 상당 부분도 경제권력에 동의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중, 삼중의 긴장관계와 과제를 해결하려는 지향이 '민주적 공공성'이라는 개념이자 실천 방법이다. 이 개념은 동어반복일 수도 있는데, 민주적 공공성이라고 할 때 공공성 속에는 이미 민주주의라는 구성요소를 포함하고 또 당연히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위의 책, 612쪽) 

 

이중, 삼중의 긴장관계라고 했을 때 그 핵심 요소는 (현실의) 국가권력을 어떻게 민주적으로 변형할 것인가, 그리고 (현실의) 시장권력을 어떻게 (넓은 의미에서) 공적으로 통제할 것인지로 요약할 수 있다. 오해를 피하려 덧붙이면, 이 통제는 좁은 의미의 관료적 통제가 아니라 넓은 범위의 사회적 통제를 가리킨다. 국가권력은 (공공성에는 문제가 없고) 민주성만 중요한 과제이며 시장은 (민주적이어서) 공공성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 아니다. 국가권력은 민주성을 그리고 시장은 공공성을 중심 과제로 한다면, 국가권력과 시장을 어떻게 변형해야 할지 그 지향을 민주적 공공성의 개념으로 포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범위를 넓히면 시민사회 안에서 그리고 시민사회에 대해서도 이 개념은 유효하다. 사회권력은 그 토대부터 민주성과 공공성을 기반으로 성립했을 뿐만 아니라, 현재도 핵심 존재이유raison d'etre라 할 것이다. 사회권력이 존재만으로 공공성 실현을 담보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사회권력이 움직이는 '운동'의 방향만큼은 명확하다. 국가와 시장(경제)과의 권력관계 때문에도 항상 불안정하고 동요하는 가운데서도, 사회권력은 민주적 공공성을 지향하는 게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아야 한다.(위의 책, 613쪽) 

 

프레시안 : 2023년, 새해가 밝았다. 시민의 입장에서 시민권력 차원에서 어떤 요구를 해야 할까?

 

김창엽 : 솔직히 말해, 사회가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다. 그러나 새로운 의미의 큰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구조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병원이 문을 닫아 응급 의료 처치도 어려워졌다. 국가가 어딘가에 거점병원을 만들려고 해도 할 데가 없다. 의사와 간호사 등 필수의료인력 또한 유지가 되고 있지 않다. 기존의 보건의료체계가 도전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 상황에서 길은 두 가지다. 방치하고 모른 척하는 고사 작전과 좋든 싫든 자본을 투입해 새로운 체계를 갖추는 길, 이 두 가지밖에 없다. 이제 당사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국가는 어디에 있느냐? 힘은 어디에 있느냐?'라고. 그렇게 의료정치‧건강정치의 지형을 바꿔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사태는 한국 사회에도 의료와 돌봄 시스템과 관련한 근본적인 의문과 과제를 던져줬다. ⓒ연합뉴스
전홍기혜

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국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프레시안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한국의 국제입양 실태에 관한 보고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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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놓은 '덫'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

[분석] 회계투명성 거론하며 노동조합 힘 빼 기업 이익 지키려는 정부

23.01.01 20:20l최종 업데이트 23.01.01 20:20l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의 밑그림이 될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노동시장 개혁안이 공개됐다. 연구회는 지난 12일 권고안을 통해 우선 개혁과제로 근로시간 유연화와 연공제가 지배적인 임금체계 개편을 윤석열 정부에 권고했다. 노사관계의 정치화를 막겠다며 노조 운영의 투명성 보장이나 노조의 사업장 점거 제한, 대체근로 사용의 범위에 대해서도 법제도 개선을 제안했다. 향후 정부와 여당은 권고안을 바탕으로 한 근로시간 유연화 등 노동개혁 과제를 제도화 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 등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다. 이해당사자인 노동계는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방향에 대해 세 가지 영역(근로시간 유연화, 임금체계 개편, 노사관계)으로 나눠 살펴본다.[기자말]
윤석열 대통령이 12월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 윤석열 대통령이 12월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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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2일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밑그림을 제시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발표한 권고를 시작으로 노동개혁이 정치권의 핵심 사안으로 떠올랐다. 핵심 축은 근로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이었는데 노동개혁의 핵심 논쟁이 순식간에 노조의 회계투명성 문제로 바뀌었다.

시작은 지난 18일 고위당정회의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의 '노조 재정운영 투명성' 강조 발언이었다. 이어 여당 국민의힘에서 노조의 회계감사 자격을 공인회계사 등으로 강화하는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입법 지원에 나섰다. 숨 쉴 틈도 없이 26일 고용노동부는 조합원 1천명 이상 노조와 상급단체 약 250곳에 대해 2023년 1월 말까지 재정 운용에 대한 서류를 비치하도록 하고 노조 회계감사원의 자격요건을 구체화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노조 재정 투명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연구회의 권고문 발표를 시작으로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보름 이상 숨 가쁘게 몰아붙인 노동개혁 핵심 목표는 노동조합의 힘빼기다. 윤석열 정부는 전체 노동자의 약 14%가 가입된 노조가 자기들 밥그릇만 챙기느라 85%가 넘는 나머지 노동자들의 이익을 훼손한다고 노동자를 갈라치기 한다.

노조의 대표성 약화시키려는 윤석열 정부

이러한 사전 작업을 통해 윤석열 정부는 2023년 1월부터 본격화할 노동개혁 추진 과정에서 두 가지 방향으로 노사관계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노조의 대표성을 약화 시키고 노사관계에서 노조의 설립과 운영에 대한 정부의 개입 확대, 그리고 집단행동에 대한 기업의 대응 수단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윤석열 정부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을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진 임금 체계를 개편하거나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을 시행하려면,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해당 임금체계의 개편이나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이뤄지는 직종이나 직군의 노동자들만을 대상으로 동의 여부를 묻고 효율적으로 기업이 이를 시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려 한다.

표면적으로 해당 직종 노동자의 의사를 더 잘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실은 사용자가 동의를 얻어야 하는 주체가 강력한 반대세력인 노조에서 개별 노동자로 바뀌고, 그 수도 전제 노동자에서 일부로 축소되는 것이다. 기업으로서는 제도 변경에 부담을 덜게 된다. 반대로 노동자로서는 기업의 필요에 따른 연장근로에 시달리게 될 위험이 높아지는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6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는 한덕수 국무총리 한덕수 국무총리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6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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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현행 노조법에 따르면 임금인상 등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은 노조와 단체교섭을 통해서만 논의 할 수 있는데, 노사협의회 등을 대표기구로 격상시켜 노조의 힘을 빼려 할 것이다. 회사와 노동자들이 근로조건과 관련해 교섭하다 결렬되었을 때 노조는 파업을 비롯하여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 이를 협상력으로 삼아 사용자에게 부담을 줘 노동자들의 요구를 실현시킨다. 그런데 노사협의회는 이러한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 실질적으로 회사와의 협상력이 사라지는 것이다.

노사 간 힘의 균형을 맞춘다는 명목으로 사업장 점거 제한을 법제화 하고, 노조 재정운용의 투명성을 제도화 한다는 명목으로 시행령을 통해 노조설립과 운영에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도 크다.

사업장 점거는 쟁의 행위 시 노동자들이 사용자 측에 보다 명확하게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현행 노조법 아래서도 주요 사용자의 점유를 배제하여 조업을 방해하거나 다른 노동자의 출입이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면 징역 3년 이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을 인정하는 부분적 점거까지 금지한다면 사측에 명확하게 노동자들의 요구를 전달하는 쟁의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노사 간 분쟁 상황에서도 사용자는 조업을 계속하며 노조의 요구에 귀기울일 필요가 없다.

더욱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나 CJ택배 물류 노동자들의 점거 농성에서 보듯 사업장 점거가 하청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의 실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원청의 교섭 거부 등으로 이뤄지는 현실을 고려하면, 윤석열 정부의 사업장 점거 제한 법제화는 노사 힘의 균형에 기여하기 보다는 기업의 교섭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와 집권여당이 노동조합 부패 프레임을 강조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업 편향적 경제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노동조합을 약화하려는 것이다. 경제위기 속 기업은 다시금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을 앞세워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하려 한다. IMF 외환위기 때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높이 치솟는 금리와 전쟁, 코로나 확산의 여파로 기업의 수출과 수익이 급감하면서 벌써부터 금융권을 중심으로 희망퇴직이 시작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은 그래도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가 산다고 노동자의 희생을 강요한다. 노조는 위기의 책임은 왜 언제나 불균형하게 노동자에게만 전가되는지를 따지며 정부와 기업의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강요에 맞설 수 있는 세력이다. 윤석열 정부가 노조의 힘을 빼려는 핵심적 이유다.

윤석열 정부가 놓은 '노동개혁'이란 이름의 덫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이 11월 2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렸다.
▲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이 11월 2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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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노조를 때릴 때마다 한없이 추락하던 지지율은 왜 올라갈까. 윤 정부는 노조를 개혁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치밀하게 개혁의 추진 동력을 결집시키고 있다. 기업의 이해에 충실한 보수 정치권과 언론은 물론, 기존 노조에 불만을 지닌 MZ세대 노조를 묶어 내는 것을 기본으로 저임금에 시달리는 중소영세 기업 노동자를 대상으론 '노조의 근로시간 단축 운동으로 인해 연장근로 수당이 줄었다'며 선동하고 있다.

이에 반해 노조는 내부 혁신 및 노조활동 방향의 대폭 개선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를 기울였을까? 노조의 필요성이나 정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국민의 긍정적 평가와 달리 노조 내부 운영에 대해서는 비판적 평가가 많았다. 

2017년 한국노동연구원의 노사관계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노조가 전체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답한 응답은 약 22%에 그쳤다. 노조가 간부나 일부 노동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답이 약 46%를 차지했다. 조사 당시 국민들은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보호를 향후 노조의 활동 방향(30.1%)으로 주문했다. 당시 절반 이상의 국민들은 노조가 주력하고 있는 활동은 임금인상 등 근로조건 개선(47.4%)이라고 답해 노조가 지나치게 근로조건 개선에 매몰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 모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기업과 부자에 편중된 세제를 바꾸기 위한 사회 개혁적 활동에 적극적이었다고 자부하는 만큼, 이러한 국민의 지적에 억울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조가 과연 직장 내 상사의 부당대우가 근절되길 바라고, 노동자의 의견이 수렴되는 기업 경영 문화 정착을 원하는 MZ세대의 요구를 노조 활동에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 노조로 조직되지 않은 대다수 미조직 취약 노동계층의 임금체불과 부당한 직장 갑질에 도움을 주고 일하는 보편적 시민의 노동권 향상을 꾀해야 할 과제를 직장 갑질 119같은 시민단체의 헌신적 활동에 맡겨 둔 것은 아닌가? 자문해 볼 시점이다.

노동운동의 대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유연하게 마련하고 있는가도 노조가 반성할 지점이다. 연장근로가 줄어 실질 임금이 줄어든 근로시간 단축 운동에 반감을 갖는 노동자들에게 근로시간 단축의 대의를 어떻게 이해시키고 소득 보전의 대안을 제시할 것인가. 통상임금 확대를 통해 연장근로를 줄이고 저녁이 있는 삶을 기획했으나 법률 대응 능력이 있는 일부 대기업 노조만 혜택을 본 것은 아니냐는 질문에 노조는 과연 어떤 답변을 할 수 있을까?

노조는 향후 왜곡된 언론의 노조혐오 프레임으로 잘못 알려진 노조의 활동에 대한 오해는 풀고, 부족한 정책 대안은 가다듬어 노조로 묶이지 못한 85%의 노동자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놓은 '노동개혁'이란 이름의 덫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다.

[관련기사]
전경련 건의서 내용과 일치... 기묘한 윤 정부의 제안 http://omn.kr/21zds
청소노동자 부천 양씨와 김포 정씨의 차이, 왜 생겼을까 http://omn.kr/221uq

덧붙이는 글 | 이동철 기자는 한국노총 부천상담소에서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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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선제타격, 멸공 운운하는 자들 치고 국방 잘 하는 놈 못 봤다

 
연말연시부터 윤석열 정권의 국방 삽질이 찬란하게 꽃피고 있다. 지난해 연말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7시간 동안이나 침범하는 동안 대통령실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지 않고 은퇴 안내견 새롬이나 소개하고 자빠졌다는 소식.

그 왜 후보 시절부터 선제타격 하겠다고 게거품을 물었던 분이 윤석열 대통령 아니던가? 정용진 등이 멸공 어쩌고 할 때 그걸 방치하며 남북 대치 국면을 조장한 것도 그쪽 당 사람들이었고.

그런데 내가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실소를 금하지 못하는 이유는, 정작 멸공 거리고 선제타격 거리는 자들 가운데 진짜로 용맹스럽게 국방에 나설 유능한 자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그렇게 입만 산 자들이 전쟁 나면 제일 먼저 튀었기 때문이다.

줄줄이 군 면제 받은 자들이

멸공 거리던 정용진? 이 분 군대 면제 받으셨다. 면제 사유가 역대급 개그인데, 대학 입학 때 정용진이 직접 작성한 학생카드에는 키 178㎝, 체중 79㎏이라고 적혀 있었다. 하지만 3년 뒤인 군 입대 신체검사 당시 정용진의 몸무게는 104㎏으로 25㎏이나 불어났다. 당시 과체중 면제 기준이 103㎏이었는데 이걸 딱 1㎏ 초과해 아슬아슬하게 면제를 받은 것이다.

이에 대한 신세계 측의 해명은 더 웃긴다. “정 부회장이 유학을 갔는데, 유학시절 살이 110㎏까지 불었다. 다이어트를 통해 살을 뺐는데 104㎏이 나온 거다. 절대 면제를 받기 위해 고의로 살을 찌운 게 아니다”가 신세계의 해명이다.

이왕 뺄 거면 1㎏ 더 빼서 103㎏로 맞추지 왜 하필이면 면제 기준을 1㎏ 초과하는 104㎏까지만 뺀 건가? “정용진 부회장님은 군대 가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다이어트를 했지만 1㎏ 차이로 아깝게 실패하신 애국자십니다” 뭐 이런 주장을 하고 싶은 건가?

아, 그러고 보니 윤석열 대통령도 병역 면제다. 부동시, 즉 양쪽 눈의 시력 차이가 커서 면제를 받았다는 건데 1994년 검사 임용과 2002년 재임용 당시 신체검사 때에는 부동시 판정을 받을 정도의 시력 차이가 없었다는 의혹도 제기됐었다. 하여간 군대도 안 갔다 온 것들이 멸공 거리고 선제타격 운운하는 게 내가 보기에는 진짜 웃기다는 거다.

말 나온 김에 우리나라 보수 세력의 핵심이라는 재벌들의 병역 면제율을 살펴보자. 한국 남성 일반인들의 병역 면제율은 평균 6.4%다.

그런데 재벌가의 병역 면제율은 33%로 껑충 뛴다. 무슨 마술을 부렸는지 면제율이 5배 이상 높아진다. 그리고 이 수치는 10대 그룹으로 대상을 좁히면 56%로 치솟는다.

돈이 많을수록 면제율이 높아지는 셈인데 그렇다면 한국 재벌 1위인 삼성으로 대상을 국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놀랍게도 삼성 가문의 군 면제 비율은 73%나 된다. 10명 중 7명이 군대를 가지 않는 기적이 삼성 가문에서 벌어지는 셈이다.

2015년 8월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이 극심했을 때 SK와 롯데 두 그룹이 총수(최태원과 신동빈)의 지시로 전역을 연기했던 ‘애국장병’들을 취업시킨 일이 있었다. 두 회사는 이 사실을 보도자료로 만들어 언론사에 열심히 뿌렸다. SK는 전역을 연기한 장병들을 취업시키면서 “애국심이 스펙”이라는 문장을 사용했다.

그런데 SK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도 과체중으로 병역 면제 받으셨다. 롯데그룹? 거긴 병역에 해당하는 나이에 전부 일본인으로 살아서 아예 군대 근처에도 갔다 온 적이 없다. 나 같으면 애국심 이야기 나올 때 쪽이 팔려서 접시물에 코를 박고 숨을 참을 생각부터 할 것 같은데 이 자들은 얼마나 뻔뻔한지 “애국심이 스펙” 같은 소리 하고 자빠진 거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대전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해 무인기 개발 현황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2.12.29 ⓒ뉴시스

그 잘 난 애국심으로 똘똘 뭉친 이 나라의 부유층 보수 세력들 중에 전쟁이 나면 총 들고 전선에서 싸울 인간들이 몇이나 될까? 한국전쟁 때 이 땅에서 지주 노릇 하며 잘 살던 자들은 제일 먼저 튀었다. 일본으로 튄 자들도 적지 않았다.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의 장남 이맹희는 한국전쟁이 시작된 1950년 당시 20세 청년이었다. 그런데 그는 군대 징집을 피하기 위해 진짜 일본으로 튀었다.

더 웃긴 일은 내가 이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대목이다. 내가 명색이 기자인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고작 20세 때 이맹희의 일본 도주 행각을 나는 도대체 어디서 확인을 했단 말인가?

이거 1993년 발간한 자서전 <묻어둔 이야기>에 직접 적은 이야기다. 자서전에 보면 이맹희의 친구들이 육사에 들어갔는데, 이맹희는 “너희들이 그렇게 나라를 훌륭히 지키리라는 것을 믿었기 때문에 나는 일본으로 가서 조국의 미래를 위해서 열심히 공부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누가 너님보고 조국의 미래를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라는 엄청난 사명을 줬단 말이냐? 조국의 미래가 너님 어깨에 달렸다고 정녕 너님은 굳게 믿은 것이냐?

코미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맹희가 “나라를 훌륭히 지키리라는 것을 믿었”다는 그 친구들이 누구였을까? 바로 노태우, 정호용, 김복동 등 신군부를 이끌었던 쿠데타 세력이었다. 이맹희와 이들은 경북고 동기동창(32회)이었고 실제로도 매우 친했다. 진짜 웃기고 자빠진 짬뽕들 아닌가?

아무튼 부동시에 체중초과에 일본 국적에, 별의별 이유로 군대도 안 갔다 온 자들이 입만 살아서 선제타격에 멸공 운운한다. 정작 북한이 무인기 띄우면 어찌 할 바를 몰라 쩔쩔 매는 자들이 말이다. 진짜 창피한 줄을 좀 알아라. 창피한 줄 알면 그 입도 좀 닥치고 있던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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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자회견 없던 대통령, 조선일보와만 인터뷰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3/01/02 09:28
  • 수정일
    2023/01/02 09:2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아침 신문 솎아보기] 2023년 첫 신문, 조선일보 단독 대통령 인터뷰

타 신문, 대통령 신년사 싣는 것으로 갈음, 기자회견 없어 비판

한겨레 “불편한 물음이 나오는 회견 대신 보수언론 골라 편한 인터뷰”

대통령 신년사, 개혁대상에 ‘귀족 노조’ 거론하며 노동개혁 방점

신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와 남북관계, 경제와 부동산 문제, 노동과 연금과 교육 개혁, 외교 분야, 아내 김건희 여사에 대한 이야기 등을 조선일보 단독 인터뷰로 전달했다. 조선일보는 1월2일 신문 1면부터 5면에 걸쳐 윤 대통령 인터뷰를 전달했다.

조선일보가 아닌 타 주요 종합일간지들은 윤 대통령이 질의응답없이 발표한 신년사를 전달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신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질의도 받지 않은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일간지도 있었다. 한겨레는 대통령이 불편한 질문이 나오는 회견을 하지않고 보수언론을 골라 편한 인터뷰를 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1일 신년사를 통해 노동, 교육, 연금개혁을 3대 개혁으로 꼽고 “기득권과의 타협은 쉽고 편한 길이지만 우린 결코 작은 바다에 만족한 적이 없다”고 강경 기조를 보였다. 특히 노동조합을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하고 강경대응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년 첫 신문 1면에 광고를 내는 것이 관행인 삼성이 올해에도 주요 종합일간지 1면에 광고를 냈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 주요 종합일간지 1월2일자 1면엔 모두 삼성의 광고가 실렸다.

▲2일 조선일보 1면.

다음은 2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머릿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고독한 사회, 온기를 품다”

국민일보 “소멸 마을 지키는 5형제 웃음꽃은 덤”

동아일보 “행복은 부-명예-학벌 아닌 관계에 있습니다”

서울신문 “복합위기 시대, 담대한 변화만이 살 길”

세계일보 “재난의 일상화, 안전시스템 새로 짜자”

조선일보 “美 핵전력, 한미 공동으로 기획·연습하겠다”

중앙일보 “한겨울 반팔입고 쇼핑, 에너지 과소비 스톱”

한겨레 “‘정당간·유권자간 대립’ 분열사회, 깊어져간다”

한국일보 “‘진보는 반미, 보수는 친미’ 진영 간 대립구도 무너졌다”

▲2일 주요종합일간지 1면 모음.

기자회견 없이 조선일보와만 단독 인터뷰한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신년사를 발표했다. 신년 기자회견은 생략했다. 한겨레는 6면 기사에서 “대통령이 새해 기자 회견을 생략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출근길 약식회견 중단과 특정 언론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 등 ‘일방통행식’ 소통 방식을 새해에도 이어나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1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신년사를 발표했다. 9분 동안 원고를 읽고 질의응답은 이어지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마지막해를 제외하고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매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통령은 질의응답을 받는 신년 기자회견 대신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선택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연말 이미 조선일보와 1시간40분 가량 인터뷰를 한 것으로 알려졌고 2023년 첫 신문에 조선일보는 1~5면에 걸쳐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실었다.

조선일보 1면은 윤 대통령과의 신년 인터뷰로 제목은 “美 핵전력, 한미 공동으로 기획·연습하겠다”이다.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과의 인터뷰는 지난해 12월30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2시간 동안 진행했다고 밝혔다.

▲2일 조선일보 3면.

조선일보와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살펴보면, 윤 대통령은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가 공동연습을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의 ‘핵우산’이나 ‘확장억제’ 개념으로는 국민을 납득시키기 어렵다고도 전했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거부할 이유는 없지만 보여주기식 회담은 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정치 양극화 해소를 위한 선거구제 개편을 언급하기도했다. 부동산 분야에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나가겠다고 했고 경제 분야와 관련해서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면서 기업들의 가치 창출 효과가 큰 분야를 투자할 수 있도록 견인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윤 대통령은 ‘3대 개혁’ 과제중 노동개혁에 방점을 두겠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각 분야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을 5면에 걸쳐 실었다.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못 오면 대통령 부인이라도 와달라는 곳이 많더라. 외교 관계에서도 정상 부인들이 하는 일이 있다. 처에게 드러나지 않게 겸손하게 잘하라고 했다. 저녁에 귀가해보면 일정이 많아 지쳐있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2일 조선일보 5면.

타 신문들, 윤 대통령 신년사 싣는 것으로 갈음, ‘불통’ 비판

 

다른 언론사들은 대통령의 신년사를 전달하는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한겨레는 6면 기사에서 “윤 대통령이 불편한 물음이 나올 수 있는 새해 기자회견 대신 보수언론을 골라 편한 인터뷰를 한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향신문은 3면 기사에서 “신년사 발표가 질의응답 없이 진행되면서, 대통령과 취재진 사이 직접 소통은 더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1월 중 신년회견도 일찌감치 열지 않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1면 기사에서 “(신년사 발표가) 출입기자들의 참석도 없이 참모진만 배석한 가운데 9분 가량 낭독하고 끝났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불통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2일 한겨레 6면.

윤 대통령은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노동개혁을 포함한 3대 개혁 추진 의사를 밝혔다. 3대 개혁은 노동, 교육, 연금을 말한다. 윤 대통령은 “기득권 유지와 지대 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며 개혁 우선 순위는 노동에 뒀다. 그러면서 ‘노사 법치주의’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가장 먼저 노동 개혁을 통해 경제 성장을 견인해야 한다”며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바꾸면서 노사 및 노노 관계 공정성을 확립하고 근로현장 안전을 개선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교육 개혁을 두고는 “고등교육 권한을 지역으로 넘기고, 지역 산업과 연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하고 연금 개혁과 관련해서는 “연금 재정 적자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기 어렵다. 연금 재정 공론화 작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국회에 개혁안을 제출하겠다”고 전했다. 경제위기와 관련해서는 올해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 수출로 이 위기를 돌파하자고 전했다. 신년사에서 경제는 11회, 미래는 10회, 개혁은 8회 등장했다. 경향신문은 3면 기사에서 “신년사에서 협치, 대화, 통합 등이 언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일 동아일보 2면.

대통령 신년사, 개혁대상에 ‘귀족 노조’ 거론하며 노동개혁 방점

 

특히 윤 대통령 신년사에서 노동조합을 기득권 세력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은 “변화하는 수요에 맞춰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바꾸면서 노사 및 노노관계의 공정성을 확립하고 근로 현장의 안전을 개선하겠다. 직무 중심, 성과급 제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과 귀족노조와 타협해 연공서열 시스템에 매몰되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역시 차별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노동개혁의 출발은 노사 법치주의라는 기조도 강조했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 “대통령의 신년사는 노사 간 이견과 갈등을 조정하는 정부의 역할은 외면한 채, 노동을 적대시하고 문제는 공권력을 동원해 힘으로 풀겠다는 것이어서 우려스럽다”며 “강고한 정재계 기득권 카르텔에 대해선 한마디도 않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어 “좁다란 브리핑룸안에는 몇몇 수석비서관의 얼굴이 잠깐 비쳤을뿐 언론의 질문도, 지켜보는 기자도 없었다”며 “들어야할 귀는 닫아버린 채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끝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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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명백한 적’ 남한 겨냥 ‘전술핵무기 다량생산’

[해설] 북 전원회의 보도와 핵무력 강화 노선

  • 기자명 김치관 기자 
  •  
  •  입력 2023.01.01 23:50
  •  
  •  수정 2023.01.02 06:24
  •  
  •  댓글 1
 

북한이 새해 첫 날, 올해 신년사에 해당하는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보도를 통해 남한을 ‘명백한 적’으로 적시한데다 ‘전술핵 무기’ 증강을 공언하고, 실제로 600mm 초대형방사포의 시험과 배치를 입증해 보여 올해 군사적 긴장은 어느 해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당 전원회의에서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3년차인 올해를 “정비보강 계획을 기본적으로 끝내는 것”을 중심과업으로 내세웠고, ‘당건설 5대노선’을 정식화 하는 등 김정은 총비서의 유일사상체제 강화에도 방점을 찍었다.

‘남조선괴뢰 명백한 적’ 규정, 전술핵무기 다량생산 천명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지난 연말 26~31일 진행됐다. [사진 출처 1 노동신문]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지난 연말 26~31일 진행됐다. [사진 출처 1 노동신문]

지난 연말 26~31일 진행된 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사흘간 ‘보고’를 통해 현 정세를 분석하고 올해 북한의 진로를 제시했다. 통상 주로 경제문제에 집중하고 대외관계는 원칙적 입장만 표명하던 것과 달리 올해는 핵무력 정책과 대남‧대외 관계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다루고 ‘강대강’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총비서는 2022년을 평가하면서 “공화국 핵무력정책을 공식법화하여 만년대계의 안전담보를 구축”했다고 지난해 9월 ‘공화국 핵무력정책에 대하여’ 법령 채택에 의미를 부여했다. ‘사실상(de facto)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구축했다는 평가인 셈이다.

또한 올해 사업계획을 제시하면서 “우리 국가를 ‘주적’으로 규제하고 ‘전쟁준비’에 대해서까지 공공연히 줴치는 남조선괴뢰들이 의심할바없는 우리의 명백한 적으로 다가선 현 상황은 전술핵 무기 다량생산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부각시켜주고 나라의 핵탄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우리가 북한을 ‘주적’으로 명시하듯 북한도 우리를 ‘명백한 적’으로 간주할 뿐만 아니라 그동안 남측 보다는 미국 견제용이라고 강조해온 핵무기에 대해서도 남측을 겨냥한 ‘전술핵’ 증강을 중요하게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18일 사거리 15,000km로 추정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 시험발사 성공으로 미국을 사정권에 두게 됐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은 지난해 11월 24일자 담화에서 “문재인이 앉아 해먹을 때에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은 아니였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제2경제위원회에서는 2022년 12월 31일 오전 당중앙에 초대형방사포 30문을 증정했다. [사진 출처 - 노동신문]
제2경제위원회에서 2022년 12월 31일 오전 당중앙에 초대형방사포 30문을 증정했다. [사진 출처 - 노동신문]

나아가 [조선중앙통신]은 1일, “제2경제위원회에서는 2022년 12월 31일 오전 당중앙에 증정하는 초대형방사포의 성능검열을 위한 검수사격을 진행”했고, “2023년 1월 1일 새벽 조선인민군 서부지구의 어느한 장거리포병구분대에서는 인도된 초대형방사포로 1발의 방사포탄을 조선동해를 향해 사격”했다고 보도했고, 우리 합동참모본부(합참)도 관련 사실을 확인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전술핵을 탑재한 전술탄도미사일의 양산 및 실전배치가 됐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며 “사거리가 멀고 고체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원점타격이 어렵다”고 평가하고 “핵억지의 3대 조건인 3C(Communication 의사전달, Capability 능력, Credibility 신뢰성)를 확실히 천명했고, 이제 핵탄두의 기하급수적 증가에 매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의 핵무력 정책에 따라 ‘핵 교리’도 바뀌었다. [노동신문]은 “보고는 핵무력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우리의 핵무력은 전쟁억제와 평화안정수호를 제1의 임무로 간주하지만 억제실패시 제2의 사명도 결행하게 될 것이라고 하였으며, 제2의 사명은 분명 방어가 아닌 다른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조성렬 전 오사카총영사는 “북한이 표명한 것은 ‘우리를 건드리면 반드시 보복한다’는 ‘확증 보복’을 넘어 참수작전 시도와 같이 상대방이 북에 타격을 시도할 경우에도 ‘핵을 먼저 쓸 수도 있다’는 ‘비대칭 확전’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북한의 핵무력 정책이 남한을 겨냥한 전술핵 무기 다량생산은 물론 재래식 무기의 공격을 받더라도 핵무기를 선제 사용하는 ‘비대칭 확전’으로까지 적극화 된 것이다.

신냉전 구도의 틈 활용, 북한의 핵무기보유국 지위 ‘응고’

북한이 이처럼 핵무기보유국 지위를 강화해 ‘응고’시키고자 하는 것은 현재 조성된 정세와도 관계가 깊다. 김정은 총비서는 보고에서 “전대미문의 온갖 도전과 위험들이 가득했던 2022년”, “국가존망을 판가리하는 위험천만하고 급박한 고비들”, “8차당대회 이후 우리 당의 10년 투쟁과 맞먹는 힘겨운 곤난과 진통”이라고 지난해 정세를 언급했다.

“미국은 2022년에 들어와 각종 핵타격수단들을 남조선에 상시적인 배치수준으로 자주 들이밀면서 우리 공화국에 대한 군사적압박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한편 일본, 놈조선과의 3각공조실현을 본격으로 추진하면서 ‘동맹강화’의 간판밑에 ‘아사아판 나토’와 같은 새로운 군사쁠럭을 형성하는데 골몰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창현 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우리는 신냉전 정세 속에서 일치된 대북 제재를 가하기 어렵지만, 북의 입장에서는 신냉전 구도가 자신들이 본격적으로 국방력을 강화할 적기”라며 “바이든 정부나 윤석열 정부나 기대할 것 없다고 생각하고. 이번에는 끝까지 가자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총비서는 보고에서 “국가우주개발국은 마감단계에서 추진하고있는 정찰위성과 운반발사체준비사업을 빈틈없이 내밀어 최단기간내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첫 군사위성을 발사할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해 내내 떠돌며 한미일 군사협력 명분으로 활용된 북한의 7차 핵실험 여부도 이같은 국제정세 하에서는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남과 북이 강경대치 국면을 이어갈 경우 군사적 마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올 봄 예고된 대규모 한미합동군사연습 기간 남북은 첨예한 힘대결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무인기 침투와 관련 ‘확전 불사’를 외치기도 했다.

조성렬 전 총영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핵무기 사용을 언급하자 미국도 빌미를 주지 않으려 우크라이나 정부를 단속시키는 등 상당히 조심하고 있다”며 “확전을 마다않는 윤석열 정부에게 바이든 정부가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말라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전을 치르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한반도에서 또 다른 전선을 형성하기 벅찬데다 두 개의 전선이 형성될 경우 미국이 현단계에서 더 중시하고 있는 대만 방어가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의 최종 결정권을 가진 미국이 윤석열 정부의 브레이크가 되어 주지 않으면 남북간 군사적 불상사도 발생하지 말란 법이 없는 상태에 대해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비보강 계획과 당건설 5대 노선

김정은 총비서는 보고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완수를 위한 더 높은 목표와 방대한 과업이 나서고있는 2023년을 국가경제발전의 큰걸음을 내짚는 해, 생산장성과 정비보강전략수행, 인민생활개선에서 관건적인 목표들을 달성하는 해로 규정하고 전반적부문과 단위들의 생산을 활성화하면서 당대회가 결정한 정비보강계획을 기본적으로 끝내는것을 경제사업의 중심과업으로 내세웠다”고 말했다.

정창현 소장은 “8차 당대회에서 정비보강을 제시했고, 1,2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는데 올해까지 3년이 걸린 셈”이라며 “각 분야별 본보기 단위들 만들고 ‘사회주의 ’태’가 더 나는 경제관리 체제로, 경쟁력 있는 부분들 중심으로 구조조정하는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8차 당대회 이후 시‧군과 농촌 발전에 관심을 기울여온 북한이 이번에는 “도당위원회와 도당책임비서들의 사업에서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고 ‘도’ 단위를 강조하기도 했다.

중앙 정부가 지방경제까지 충분히 책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군 단위들이 자체 원료로 소비품 등을 생산, 자립적 경제발전을 도모토록 하는 ‘지방공업 현대화’에서 본보기 사례를 창출했다는 연말 결산이 나왔듯이, 그보다 더 광역단위인 도 단위 역시 같은 방향을 견지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경제건설을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고, 일각에서는 북한의 식량난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북한의 자력갱생 노력에 더해 중국과 러시아 등 ‘비빌 언덕’이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평양시 화성지구 1만 세대 살림집 건설에 이어 올해도 화성지구 2단계 1만 세대 건설과 새로운 3,700세대 거리 형성이 목표로 제시됐다. [사진 출처 - 노동신문]
지난해 평양시 화성지구 1만 세대 살림집 건설에 이어 올해도 화성지구 2단계 1만 세대 건설과 새로운 3,700세대 거리 형성이 목표로 제시됐다. [사진 출처 - 노동신문]

실제로 김 총비서의 보고는 올해 ‘12개 중요고지들’을 기본과녁으로 설정했다고 전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으며, 평양시 5만 세대 살림집 건설 3년차를 맞아 화성지구 2단계 1만 세대 건설과 함께 새로운 3,700세대 거리를 하나더 형성해야 한다고 제시하기도 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다뤄진 ‘조직 문제’에서도 김수길 평양시당 책임비서, 박태덕 황남도당 책임비서, 백성국 강원도당 책임비서가 임명됐다.

그동안 당 비서와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라는 중책을 겸임했던 군의 대표주자 박정천이 해임되고 리영길이 이어받았다. 박정천의 해임 사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지난해 군의 성과가 높이 평가되고 있기 때문에 건강상의 이유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노동신문]은 1일 조직 문제 의정 결과를 담은 공보를 5,6면에 사진과 함께 게재했다. [갈무리 사진 - 노동신문]
[노동신문]은 1일 조직 문제 의정 결과를 담은 공보를 5,6면에 사진과 함께 게재했다. [갈무리 사진 - 노동신문]

조직 문제는 대체로 소폭의 자리바꿈 수준에 머문 것으로 보이며, 김수길, 박태덕, 리영길, 태형철, 오일정 등 기존 에이스들이 핵심 포스트에 재등판 했고, 통일부가 제공하는 북한인물 정보에도 나오지 않은 김상건 중앙검사위 부위원장 겸 당 부장의 부상이 눈에 띈다. 

별도의 의정(의제)으로 ‘새시대 당건설의 5대 노선에 대하여’가 채택, 당건설에 관한 이론체계를 정치건설, 조직건설, 사상건설, 규률건설, 작풍건설로 새롭게 구성한 점도 주목된다.

[로동신문]은 지난해 12월 연말 결산 정론에서 당건설 5대 당건설 방향을 “과학적이며 독창적인 사상”이라고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경애하는 김정은동지는 가장 혁명적이고 과학적인 사상과 로선으로 조국과 인민이 나아갈 앞길을 환히 밝혀주시는 위대한 수령이시다”라고 규정한 바 있다.

집권 10년 차를 넘긴 김정은 총비서에 대해 이론 분야에서의 성과를 부각시켜 ‘김일성-김정일주의’에 이어 ‘김정은주의’의 토대를 쌓아가고 있는 과정으로 평가되며, 이는 결국 ‘수령’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고 유일영도체제 구축을 강화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조국해방전쟁승리(7.27 정전협정) 70돐과 공화국창건(9.9) 75돐을 기념하게 되는 2023년”은 정주년, 이른바 꺾어지는 해 행사가 기다리고 있고, 국방력 시위 등을 통해 최근 시대정신으로 강조하고 있는 ‘우리 국가제일주의’도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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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 사건의 전말①] 윤미향은 ‘국가 보조금 사기꾼’이었을까?

1심 선고 앞둔 윤미향 의원, 재판 쟁점 정리

최지현 기자 cjh@vop.co.kr

2016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215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당시 정대협 윤미향 대표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양지웅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동고동락하며 30년 가까이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해온 윤미향 의원이 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조만간 1심 선고를 받을 전망이다. 그가 뒤집어 쓴 주된 혐의의 하나는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정부를 속여 국고보조금을 받아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 뿐만 아니라 국외에서도 존경을 받던 그에게 하루아침에 ‘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30년을 이어온 ‘수요시위’도 혐오세력의 공격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한술 더 떠 윤석열 정부는 윤 의원의 사건을 계기로 정부의 민간단체 보조금 지원 현황을 전수조사하고 이를 통제하겠다고 엄포한 상황이다.

하지만 윤 의원의 재판 과정에서는 기존에 알려진 것과는 사뭇 다른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결백을 주장하는 윤 의원과 그를 공격하는 검찰과 정부, 그리고 언론들. 재판부는 마지막에 누구의 손을 들어주게 될까.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는 1심 공판의 쟁점을 정리하며 사건을 돌아봤다.

1.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허위로 등록해 보조금을 부정 수급했다?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윤 의원이 관장을 지내며 운영했던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관할청인 서울시에 등록할 때 부정한 방법을 썼느냐는 것이다. 부정한 방법으로 등록된 박물관을 활용하여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로부터 각종 보조금을 받은 것은 위법이라는 게 검찰의 논리다. 여기서 검찰이 말하는 부정한 방법이라는 것은 박물관 등록 요건의 하나인 ‘학예사’의 존재 여부다.

서울 마포구에 자리를 잡고 있는 이 박물관은 윤 의원이 이사장을 지냈던 정의기억연대(구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부설기관으로,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들이 겪었던 역사를 기억하고 교육하는 공간이다. 2013년 1월에 서울시장 명의의 박물관 등록증을 발급받았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16조에는 ‘박물관을 등록하려는 자는 학예사를 갖춰야 한다’는 대목이 있다. 검찰은 이 박물관이 법률상 박물관 등록 요건인 ‘학예사’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담당 공무원을 속여 박물관을 등록하고, 이를 이용해 보조금을 신청해 받았다며 윤 의원에게 사기 및 보조금 관리법, 지방재정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구체적으로 정의연(구 정대협)은 문체부로부터 총 10개 사업에 걸쳐 합계 1억5천860만원 상당의 국고보조금을, 서울시로부터 총 8개 사업에 걸쳐 합계 1억4천370만원 상당의 지방보조금을 각각 교부받았다. 기소 시점인 2020년까지의 내역이다.

일단 박물관을 등록할 당시 A씨의 학예사 증명서 등이 제출됐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여기서 두 가지 쟁점이 생긴다. 첫 번째는 ‘A씨가 박물관 등록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다. 여기서 A씨와 윤 의원의 입장이 엇갈린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증거 자료에 따르면 A씨는 2008년부터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건립위원회에서 정대협 상근직으로 근무했다. 약 2년간 활동한 정대협에서 일을 그만둔 그는 정대협이 박물관 등록 절차를 밟을 무렵인 2012년 12월 이메일로 정대협에 자신의 이력서와 함께 ‘3급 정학예사 자격증’을 보냈다. 훗날 정대협은 이 자격증을 통해 박물관을 관할청에 등록할 수 있었다.

윤 의원은 “A씨가 박물관 등록시 학예사가 돼주겠다고 허락했고, 그에 따라 이력서와 학예사증을 보내줘서 등록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A씨는 검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참고용’으로 보냈을 뿐이며, 박물관 등록에 자신의 자격증이 활용될 줄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다만 자격증을 ‘참고용’으로 보내준다는 게 일반적이지 않다는 점, 자격증을 보낼 당시 이메일에 “박물관 등록하시는데 도움 필요하시면 또 말씀해주세요”라고 적혀있던 점 등은 A씨의 주장에 반할 수 있는 정황으로 지적됐다. 무려 10년이 지난 일이라서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거나 그로 인해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는 점도 지적됐다. A씨가 ‘나는 단순히 피해자’라는 점을 검찰에 입증하려고 애쓴 흔적도 엿보인다.

지난 5월 5일 서울시 마포구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에서 박물관 개관 10주년 기념식이 열린 가운데 한 중학생이 박물관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2.05.05 ⓒ민중의소리

두 번째 쟁점은 ‘A씨가 박물관에 머물며 상시근무했느냐’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는 ‘등록’ 시 학예사를 갖춰야 한다는 근거만 있지, 학예사가 박물관으로 출근해 ‘상근’해야 한다는 명시는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법 해석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검찰은 학예사가 박물관에 상근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허위 자료로 박물관을 등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A씨가 (박물관으로) 출근하진 않았지만 학예사 출근이 (박물관 등록의) 전제는 아닌 걸로 안다”며 “언제든지 일이 필요할 때 학예사로서 일 할 수 있었고 자문이 필요할 때 자문을 해줄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서울시, 문체부 담당 공무원들 역시 학예사가 박물관으로 출근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명시적 기준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박물관 등록을 담당했던 서울시 공무원은 “학예사의 상근 여부는 (박물관등록에) 결정적인 사안이 아니었다”라고 증언하며 당시 상근 여부를 확인하라는 문체부 지침 등도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아가 학예사 문제로 박물관 등록이 취소되는 등 문제가 발생한 전례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박물관 등록 심사 기준에서 ‘학예사가 상시근무하고 있는지 여부’는 여러 평가 항목 중 참고할 사안이지 필수 요건이 아니라는 게 문체부 지침서에 적혀 있기도 했다. 문체부가 각 지방자치단체에 보낸 ‘박물관 및 미술관 등록업무 지침’에 따르더라도 학예사가 박물관 상근자인지 여부 평가 항목은 ‘정량평가’가 아니라 ‘정성평가’ 사안이었다.

윤 의원의 변호인이 제시한 국공립박물관 등록 현황에도 학예사 인력 표기가 안 된 곳, 아예 없다고 표기된 곳이 있었다.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처럼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은 사립박물관의 내역에도 이런 경우가 수두룩했다.

박물관으로서 기능이 실제로 없었거나 보조금을 다른 용도로 허투루 썼다면 큰 문제가 되겠지만 그런 것도 전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은 국고보조금 관련 평가에서 계속 우수한 성적을 받아온 건실한 박물관이었음이 재판 과정에서도 확인됐다.

예를 들어 서울시 평가단은 2019년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이 ‘평화시민들과 함께 외치는 평화’라는 사업으로 보조금을 신청한 것에 대해 현장실사를 하고 “참신하다”며 40점 만점에 40점을 줬다. 윤 의원의 변호인은 그해 사립박물관 심사표를 제시하며 “34개 (박물관) 중 현장실사에서 만점을 받은 곳은 5곳밖에 없는데, 그중 한 곳이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도 역시 학예사의 상근 여부는 평가의 중요 지점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윤 의원의 변호인은 배점 항목을 제시하며 “학예사 상근 여부를 보면서 평가하는 항목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 외에 다른 사안에서도 “학예사 부재가 우려되지만 콘텐츠가 우수하다”는 의견이 적힌 평가단 의견서가 공개되기도 했다.

윤 의원의 주장대로 A씨는 학예사로서 자문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에 있기도 했다. A씨가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 운영위원회 운영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2015년 5월 한 차례 운영위 회의에 참석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후로 A씨는 운영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A씨는 참석 여부를 묻는 박물관 측의 계속된 연락에 응하거나 답변하지 않았다. 자신이 운영위원이라고 분명히 인식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뒤늦게 박물관 측은 A씨가 운영위원으로 참석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 A씨를 운영위원 명단에서 뺐다고 한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 ⓒ윤미향 의원실

2. 여가부 사업 수행 인건비를 정대협 경비로 사용한 것은 불법이다?

정의연(구 정대협)이 여성가족부 사업에 참여해 받은 국고보조금도 논란이다. 인건비 명목으로 국고보조금을 받아놓고 목적에 맞게 사용하지 않았다는 혐의다.

검찰에 따르면 정의연은 여가부의 사업인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치료사업’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보호시설 운영비 지원사업’을 2014년 1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총 7차례 걸쳐 진행하고 인건비 명목으로 총 6천52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인건비를 받은 활동가들은 그 돈을 정의연에 돌려주며 운영비로 사용하도록 했다. 정의연은 인건비 명목으로 보조금을 받은 뒤 사업을 직접 진행한 활동가의 계좌로 돈을 이체했는데, 나중에 전액이 다시 정의연 명의의 계좌로 들어온 것이다.

이를 두고 검찰은 윤 의원이 애초 정의연 운영비 등으로 사용할 계획이었음에도 인건비로 사용할 것처럼 여가부에 허위로 신청해 국고보조금을 받았다며, 이는 사기이자 보조금관리법 위반이라고 봤다.

하지만 윤 의원은 “반환이 아니라 기부”라며 적용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윤 의원은 “본인들이 노동하고 급여를 지급 받아서 본인들의 의사로 그 급여를 기부한 것”이라며 “얼마를 기부했는지 구체적인 건 알 수 없지만 만약 그랬다면 본인 의사”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해당 사업을 진행하고 인건비를 받았던 과거 정대협 활동가는 본인의 ‘양심’에 따라 정대협에 기부한 것일 뿐이라고 재판에서 증언했다. 전직 정대협 상근활동가 B씨의 이야기다. 그는 2014년 1월부터 1년 동안 여가부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치료사업’을 수행하면서 인건비로 총 1천800만원을 받았다. 총 2억 원가량의 예산이 투입되는 큰 규모의 사업이었지만, 이를 수행하기 위해 책정된 인건비는 단 한 명의 인건비인 월 150만원에 불과했던 것이다.

B씨는 인건비를 기부한 이유에 대해 “사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 제가 회계업무 등 다양한 실무를 했지만, 전국 순회 방문 사업 같은 경우에는 저 혼자서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고 (정대협 상근활동가가) 다 같이 수행했다”며 “혼자서 인건비를 받기에는 늘 함께 야근하면서 고생했던 상근활동가들에게 인간적으로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있었다”고 밝혔다.

B씨는 자신이 기존에 전담하던 SNS 홍보 등의 업무에 여가부 사업 업무까지 겹치면서 업무가 과중됐다고 밝혔다. 이를 상근활동가들이 서로 분담해 처리했다는 것이다. 당시 정대협 상근활동가가 6~7명에 불과했기 때문에, 너나 할 것 없이 서로의 일을 도우며 늘 함께 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B씨는 “기부는 제 개인적인, 양심적인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재판에서 검사는 B씨를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피의자성 증인”이라고 소개하면서 그 발언의 순수성을 의심하기도 했다. 검사는 ‘그렇게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을 왜 기부하느냐’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검사는 “그런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하려면 n분의 1로 돈을 나눠주면 되는 거 아니냐”고 묻기도 했는데, 이에 B씨는 “다른 활동가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정대협이라는 시민단체에 대한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단순히 기부금의 목적으로만 사용하기 보다는 정대협 후원과 상근활동가 후원이 다 연결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는 사실 정의연뿐만 아니라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시민사회단체들 사이에서는 종종 볼 수 있는 ‘관행’이기도 한데, 검사는 이런 ‘관행’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태도였다.

실제 정의연(구 정대협) 역시 자금 사정이 좋았던 건 아니었다. 윤 의원이 1992년 정대협 상근간사로 일할 당시 받았던 활동비는 단 30만원에 불과했다. 조직 규모가 커지면서 활동비도 점점 올랐으나 일반 기업에 비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사무국장을 할 땐 70만원을, 퇴직했다가 5년 지나 사무처장으로 복귀할 땐 210~220만원 정도를 활동비로 받았다. 정대협 상임대표를 지낼 때 처음으로 직급수당 10만원을 더 받아 230만원의 활동비를 받았고, 퇴직할 땐 마지막으로 3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외 수당은 전무했다. 초과근무를 하더라도 사정상 수당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동가들은 모두 한 마음이 되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회복 등을 위해 묵묵히 활동했다.

B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사기업에 다니다가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정대협으로 이직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가 전에 일하던 곳에서 받았던 급여는 250만원 이상을 실수령하는 정도였는데, 여기선(정대협) 150만 원밖에 안 준다고 했다. 그래서 제가 다른 활동가들에게 급여를 물어봤는데 저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굉장히 놀라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다”고 말했다. ‘더 적은 월급을 받는데도 괜찮았냐’는 판사의 질문에 B씨는 “처음엔 놀랐지만 정대협에서 10년 이상 활동한 대표님과 다른 활동가 모두 낮은 급여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불만이 있다기 보다는 오히려 존경스러웠다”고 강조했다.

과거 정대협이 이번에 문제가 된 여가부 사업을 맡게 된 것도 사실은 여가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정대협이 사업을 하기 직전해인 2013년까지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여가부의 위탁을 받아 사업을 수행했다. 이를 정대협이 인수인계를 받아 사업을 이어갔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할머니들에 대한 지원 규모는 더 늘어난 반면, 인건비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부 입장에선 ‘더 싼 값’에 ‘더 질 높은’ 사업을 이어갈 수 있게 된 셈이다. 검찰의 논리대로 만약 정대협이 단순히 국고보조금을 가로채기 위해 사업을 벌였던 것이라면, 이런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야 하는 사업을 굳이 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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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새해는 ‘송윤영신’, 윤석열은 보내고 촛불 시대 맞이하자!”

특별취재단 | 기사입력 2022/12/31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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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진하는 시민들.  © 이호 작가

 

[특별취재단]

 

-현장취재: 강서윤·김영란·문경환 기자, 이인선 객원기자

-사진취재: 김영란·문경환·강서윤 기자, 이인선 객원기자

-정리: 강서윤·김영란 기자

 

송구영신을 빗대 “윤석열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자”라는 뜻을 담은 송윤영신(送‘尹’迎新), 이는 올해 마지막 날인 31일 서울 태평로 일대에서 진행된 21차 촛불대행진의 주제였다.

 

새해를 바로 눈앞에 둔 날에도 시민 2만여 명이 서울 태평로와 숭례문 보신각 일대를 뒤덮었다. 그리고 세상이 떠나가라 “송윤영신!”,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을 외쳤다.

 

올해 마지막 촛불대행진은 시민들이 ‘윤석열 정권과의 본격 전투’를 앞두고 한바탕 벌이는 축제 같았다. 새해에는 ‘윤석열 퇴진’을 반드시 해낼 수 있다는 희망, 서로에게 힘을 불어넣는 다짐과 당부가 넘실거렸다. 

 

 © 김영란 기자


촛불대행진에 동참한 시민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윤 대통령 당선 직후 서울에서 수십, 수백 명으로 시작했던 촛불이 어느덧 수만, 수십만 명이 되어 전국 곳곳에서 불타올랐음을.

 

계묘년 새해에도 촛불 시민들은 또다시 함께 모일 예정이다. 올해 번진 촛불은 새해에는 이글이글 뜨거운 횃불로, 여기저기로 옮겨붙는 들불로 거세게 타오를 것이다.

 

촛불 든 시민들은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단단히 마쳤다. 이런 기세라면 ‘윤석열 퇴진’과 따스한 봄날도 그리 멀지 않을 듯하다. 

 

 © 김영란 기자

 

[8보: 오후 7시16분] 2023년 상반기에 윤석열을 정리하자

 

종로 일대를 행진한 시민들이 다시 행사장에 모였다.

 

시민들은 행진하면서 “윤석열은 퇴진하고 내년에는 보지 말자”, “김건희는 처벌받고 내년에는 보지 말자”, “윤석열은 확전 각오 말고, 퇴진 각오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방송 차량의 연설자들은 윤석열 정부의 정치 보복, 언론 탄압, 안보 무능을 질타했다.

 

2022년 마지막 날을 맞아 종로와 명동 일대에 나온 시민들은 행진 대열에게 응원을 보냈다.

 

▲ 손을 흔드는 시민.  © 이인선 객원기자

 

권오혁 촛불행동 사무국장은 “‘2023년 윤석열 정리 집회’ 사회를 꼭 보겠다. 2023년 상반기에 윤석열을 반드시 정리하자”라고 말해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이어 권 사무국장은 “2022년을 멋있게 만들어주신 여러분께 존경과 감사 인사를 드린다. 서로에게 박수를 보내자. 새로운 역사를 우리가 만들자. 2022년 촛불대행진이 기적이었고 역사였다. 여러분들이 주인공이었다. 이제 더 답답한 정치에 우리의 주권과 운명을 맡기지 말고, 국민이 직접 국정을 운영하자. 촛불이 새로운 정치를 만들자”라고 말했다. 

 

“우리가 주인이다”, “우리가 정치한다”, “촛불이 이긴다”, “윤석열을 몰아내자”, “국힘당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서로에게 박수를 보냈다.

 

국민은 서로 새해 덕담을 서로 나누고, 2023년 1월 7일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2022년 마지막 촛불대행진을 마쳤다. 

 

 © 김영란 기자

 

▲ 3대의 방송 차량을 따라 시민들은 행진했다.  © 김영란 기자

 

▲ 행진 대열을 보는 시민들.  © 이인선 객원기자

 

[7보: 오후 5시 55분] “올해는 윤석열 몰락의 첫해…새해에는 쫓아내고 벌 주자!”

 

서러움에 복받친 노동자의 눈물, 10.29 이태원 참사에 희생된 유가족들의 눈물, 그리고 윤석열 정권에 분노한 ‘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까지. 21차 촛불대행진 무대에 마련된 전광판이 올해 윤석열 정권 때문에 고통받은 국민의 모습을 비췄다.

 

이어 극단 경험과상상 소속 단원들이 노래 「살고 싶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아리랑」 노래 공연으로 힘을 북돋웠다.

 

▲ 극단 경험과상상이 노래 공연을 하고 있다.  © 김영란 기자

 

류성 경험과상상 단장은 “우리는 2022년을 윤석열 정권의 첫해가 아니라 윤석열 정권이 몰락하는 첫해로 만들었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2023년, 더 큰 승리를 향해 나아가자”라면서 “윤석열 쫓아내고, 김건희 벌 받게 하자”라고 사자후를 토했다.

 

이어 매주 빠짐없이 촛불대행진을 찾는 장년·노년층 시민들을 향해 새해 인사를 올렸다.

 

“차가운 아스팔트에 앉아 촛불을 밝히는 우리 어머니, 아버님, 선생님들을 뵐 때마다 가슴 한편이 뭉클하면서 눈물이 나기도 합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보고 배울 어른들이 계시다는 것, 이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매주 절절한 심정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존경합니다. 새해에도 우리를 이끌어주십시오.”

 

경험과상상은 “새해에는 우리 젊은이들이 더 힘차게 싸워보겠습니다.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라며 시민들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 모습을 본 시민들도 같이 인사했다.

 

이어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의 염원을 담아 종이비행기를 날려버리는 상징의식이 예고됐다. 시민들은 “하나, 둘, 셋” 구호에 맞춰 종이비행기를 날렸다.

 

▲ 종이 비행기를 날리는 시민.  © 이호 작가

 

올해 촛불대행진의 마지막 공연은 록밴드 타카피가 맡았다.

 

▲ 록밴드 타카피가 신나는 노래, 연주 공연을 잇달아 펼치며 시민들의 기세를 북돋았다.  © 김영란 기자

 

타카피는 「일어나」, 「한산도 대첩」, 「치고 달려라」,  「촛불처럼」 공연에서 시민들의 혼이 쏙 빠지도록 신나는 노래와 연주를 연달아 펼쳤다. 무대 위를 방방 뛰며 시민들의 흥과 열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솜씨가 압권이었다.

 

▲ 촛불대행진을 함께하는 시민들.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겨울날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힐 정도로 몸을 푼 시민들은 광화문, 보신각 방향으로 ‘올해 마지막 촛불대행진’을 힘차게 시작했다.

 

[6보: 5시 50분] “새해 소원은 윤석열 빨리 내려가는 것”

 

성남에서 온 정성균(47) 씨는 새해가 다가오지만 미래가 너무 불투명해 희망이 없다고 하였다. 

 

또 북한 무인기 사태 당시 윤석열이 ‘확전 각오’를 운운한 것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고 너무 생각 없이 막말을 한다. 대통령은 그러면 안 된다. 하는 행동이 일본 극우를 따라 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 기득권이 다 그렇지만…”이라고 꼬집었다. 

 

▲ 일찍 와서 자리를 잡고 집회 시작을 기다리는 정성균 씨.  © 문경환 기자

 

신설동에서 온 김윤택(58) 씨는 연말 약속을 다 취소하고 집회에 나왔다고 했다. 

 

김 씨는 “윤석열 때문에 경제가 망가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그래도 기초체력이 있으니 지금은 버티지만 너무 엉망을 만들어놔서 불안하다”라면서 “윤석열은 대통령으로서 일을 할 생각은 없고 누리려고만 한다. 이럴 거면 모아놓은 돈으로 집에서 술이나 마시면서 사는 게 본인한테도 더 행복할 것이다”라고 충고했다. 

 

새해 소원을 묻자 김 씨는 “윤석열이 빨리 내려가고 제대로 된 나라가 되면 좋겠다”라고 하였다. 

 

▲ 민족위가 준비한 현수막에 윤석열 대통령을 비난하는 말이 가득하다.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5보: 오후 5시 20분] “진정 미래세대를 위한 일은 윤석열이 퇴진하는 것이다”

 

“퇴진이 답이다. 퇴진이 답이다. 퇴진이 답이다. 우리 살 길, 퇴진이 답이다”

 

위와 같은 가사와 함께 풍자 노래 「퇴진이 답이다」가 흘러나오자 모든 참가자가 일어나 노래도 따라부르면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또한 참가자들은 윤석열 대통령 얼굴 그림과 “공안정권”이란 내용이 담긴 손 선전물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 참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얼굴 그림과 "공안정권"이란 내용이 담긴 손 선전물을 찢고 있다.  © 김영란 기자

 

▲ 참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얼굴 그림과 "공안정권"이란 내용이 담긴 손 선전물을 찢고 있다.  © 김영란 기자

 

▲ 시민들이 찢은 손 선전물이 바닥에 흩뿌려져 있다.  © 강서윤 기자

 

▲ 시민들이 찢은 손 선전물이 바닥에 흩뿌려져 있다.  © 강서윤 기자

 

▲ 시민들이 찢은 손 선전물이 바닥에 흩뿌려져 있다.  © 강서윤 기자

 

무대 화면에 ‘적폐 10대 뉴스’라는 주제의 영상이 나왔다.

 

‘적폐 10대 뉴스’는 ▲민생경제 파탄 ▲친일 행보 ▲언론탄압 ▲정치 보복 ▲노동 탄압 ▲외교 참사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범죄 의혹 ▲전쟁 위기 ▲검찰 독재 ▲10.29 참사 등이었다.

 

사회를 본 강남촛불행동의 김지선 씨는 하나하나씩 짚으며 ‘적폐 10대 뉴스’ 내용을 참가자들에게 자세히 설명했다.

 

참가자들은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퇴진이 평화다! 윤석열은 퇴진하라!”, “범죄비리 방탄정권 윤석열은 퇴진하라!”, “참사정권 패륜정권 윤석열은 퇴진하라!”라고 외쳤다.

 

 © 김영란 기자

 

이후 현장에선 시민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무대에 올라온 시민 김지윤 씨는 자신을 “2023년 윤석열 퇴진이라는 새해 소망을 꼭 이루고 싶은 촛불시민”이라고 소개했다.

 

김지윤 씨는 “윤석열이 물러나지 않는다면 앞으로 우리의 삶이 완전히 망가질 것임이 날이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자명하다. 윤석열은 온갖 악행을 벌일 때마다 미래세대를 위한 일이라고 하는데, 진정 미래세대를 위한 일은 윤석열이 퇴진하는 것이다”라며 “더 큰 악행을 벌이기 전에 윤석열 폭주 기관차를 완전히 멈춰 세워야 한다. 우리에겐 그럴 수 있는 힘이 있다. 2023년에 더 크고, 더 뜨겁게 촛불을 키워 윤석열을 꼭 퇴진시키자”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지윤 씨는 참가자들과 “이렇게는 못 살겠다! 윤석열은 퇴진하라!”라고 외친 후 발언을 마무리했다.

 

[4보: 오후 5시 5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촛불행동 실무진 큰절

 

무대 화면에는 올 한해 촛불대행진을 돌아보는 영상이 나왔다. 

 

윤석열 당선과 함께 시작된 촛불대행진은 무려 21차에 이르렀다. 

 

지난 1차부터 진행한 촛불대행진 영상을 보며 참가자들의 감회가 깊어졌다. 

 

영상이 끝나고 그동안 촛불대행진을 주최해 온 촛불행동의 집행부 실무진들이 무대에 올라 촛불 국민을 향한 결의문을 발표하였다. 

 

알바노조에서 일하는 백지은 씨가 결의문을 낭독했다. 

 

☞ 관련 기사: 「“촛불국민을 하늘처럼 섬길 것”..촛불행동 결의문 발표」 

 

▲ 결의문을 낭독하는 백지은 씨.  © 김영란 기자

 

▲ 결의문을 유심히 듣는 시민들.  © 김영란 기자

 

결의문 낭독이 끝나고 모두 큰절을 하였다. 

 

 © 이호 작가

 

 © 김영란 기자

 

[3보: 오후 4시 55분] “‘조작 범죄자 윤석열’이 대통령?’ 새해에는 꼭 끌어내린다!”

 

“뭐? 확전을 각오해? 야 이X아 퇴진을 각오해라!”

 

사회를 맡은 안진걸 촛불행동 공동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위처럼 포문을 열었다. 이후 21차 촛불대행진에는 그동안 본 적 없던 ‘새로운 얼굴’이 연이어 무대에 올라 발언했다.

 

▲ 역사학자 김준혁 한신대 교수.  © 김영란 기자

 

“여러분들의 뜨거운 힘에 의해서 오늘 이 국가를 만들었는데 어느 순간 윤석열이라고 하는 대통령이 나타나서 갑자기 역사가 퇴보하고 있다. 바로 이 (윤석열) 정권이 친일, 매국, 사대 정권으로 나아가고 있다.”

 

위처럼 강조한 역사학자 김준혁 한신대 교수는 윤 대통령을 향해 “윤석열 대통령은 일본이 평화헌법을 위반하는 길을 터 줬다. 유사시 일본 군대가 진입할 수 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 나라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망치는 매국의 주인공이 됐다”라면서 “윤석열 퇴진운동에 더 가열차게 나아가길 희망한다. 송윤영신, 우리 함께 더 힘차게 투쟁하자”라고 결의를 밝혔다.

 

이어 ‘민주 인사’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과 ‘보수 인사’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고문이 함께 무대에 오르자 시민들의 관심이 단번에 쏠렸다.

 

촛불대행진 무대에서 오랜만에 발언한 김용민 이사장은 “예언 하나 하겠다. 2023년에 대선이 있게 될 것이다. ‘석열아 건희야 오늘 제야의 종 마음껏 즐겨라. 감옥 밖에서 마지막 연말연시가 될 테니까’”라면서 “우리 국민은 피해갔으면 좋겠는데 경제, 안보 위기가 불어닥칠 것 같다. 이것이 내년에 대선이 있게 되는 이유”라며 새해에는 반드시 윤석열을 타도하자고 열변을 토했다.

 

▲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왼쪽)과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고문(오른쪽).  © 촛불행동

 

변희재 고문은 “검찰은 법과 원칙에 의해서 정확히 수사해야 하는 것이지 증거를 조작하거나 위증을 교사하는 건 중범죄다”라면서 “검사에게 정확하게 수사하라고 권력을 줬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런 범죄자’가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되면 되겠나”라면서 윤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끌어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2보: 오후 4시 30분] 송윤영신 액맥이굿으로 시작한 2022년 마지막 촛불대행진

 

2022년 마지막 날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 21차 촛불대행진’(아래 촛불대행진)의 불길이 타올랐다.

 

촛불대행진 행사는 시청과 숭례문 사이 태평로에서 진행되고 있다.

 

 © 김영란 기자

 

▲ 진도북놀이연구회, 소리꾼 유주현,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가 준비한 액맥이굿.  © 김영란 기자

 

2022년을 마무리하고 2023년 새해를 맞이하는 의미에서 액맥이굿으로 행사를 시작했다. 이번 공연은 진도북놀이연구회, 소리꾼 유주현,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가 준비했다. 

 

액맥이굿은 전통적으로 그해에 닥쳐올 액운을 막기 위해 하는 굿이다. 이번 액맥이굿은 ‘송윤영신(액운인 윤석열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자!)’이라는 의미가 있었다.

 

참가자들은 공연 중간중간 공연자들의 동작도 따라 하고 소리꾼의 선창에 따라 “어기영차”, “잘한다”, “좋다”를 외치며 함께했다.

 

▲ 참가자들이 선전물을 흔들며 액맥이굿에 참여하고 있다.  © 김영란 기자

 

이후 진행된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의 구본기 소장이 진행한 현장 인터뷰에선 참가자들과 ‘촛불시민들이 2022년 윤석열 정부를 지내면서 나를 정말 열받게 한순간’을 이야기했다.

 

구본기 소장은 “바이든을 날리면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파주시에서 온 60대 시민은 “김건희가 내가 국모가 되면 가만 안 둔다고 말한 것이 가장 열받는 순간이다”라며 분노를 표했다.

 

시민은 이어 “내가 한 몸 바쳐서라도 이 조국을, 150년 전 만주벌판에 나가서 독립군 투사들이 찾아놓은 이 조국을, 어떻게 찾아놨는데 그놈들에게 이대로 뺏길 수 없다. 어떻게든지 내년 상반기에는 끌어내려서 이 정권을 바꿔내야 한다”라며 “150년 전 프랑스 혁명처럼 전 국민이 시민 혁명으로 일어나서 사법개혁부터 모조리 바꿔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지난 16일 국힘당 여의도 당사에 면담 요청하러 갔다가 연행되었던 한 대학생은 “이태원 참사 이후 관련 브리핑을 받았다던 대통령이 ‘몇 명 죽었냐’, ‘여기서 153명이 죽었다고?’라고 말한 것이 가장 열받았다”라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대학생은 이어 ‘지금까지 촛불대행진 행사에 참가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비가 오던 촛불대행진 행사에 두 분이 먼저 앉아 있었던 점이 기억에 남는다“라고 밝혔다.

 

김용민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확전도 각오했다라는, 대통령으로서 절대 해선 안되는 멍청한 소리를 한 것에 대해서 정말 화가 났다“라고 말했다.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1보: 오후 3시 4분] 2022년 마지막 날에도 타오르는 ‘윤석열 퇴진’ 촛불

 

▲ 2022년 12월 31일 오후 4시 서울 태평로 일대에서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 21차 촛불대행진’이 열린다.  © 김영란 기자

 

2022년의 마지막 날인 31일에도 ‘윤석열 퇴진’ 촛불은 전국 곳곳에서 타오른다.

 

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서울 태평로 일대에서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 21차 촛불대행진’(아래 촛불대행진)을 개최한다. 그리고 군산·광주·김제·대구·부산·수원·익산·춘천·제주에서도 촛불대행진이 진행된다. 

 

2022년 마지막 촛불대행진의 부제는 ‘윤석열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자!’라는 의미를 담은 ‘송윤영신’이다. 

 

촛불대행진 시작 한 시간여를 앞둔 서울의 태평로 일대에는 출연자들의 사전 연습이 진행되고 있으며 시민들이 하나둘 모이고 있다.

 

▲ 촛불대행진을 보도하지 않는 공중파 등 언론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하는 시민.  © 김영란 기자

 

집이 삼각지역 근처라고 말한 시민은 “공중파를 비롯한 언론이 제대로 촛불집회를 보도하지 않는다”라면서 언론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또 다른 시민은 “오늘 종각에서 타종 행사가 있으니 밤늦게까지 투쟁하겠다”라고 말했다. 

 

촛불행동은 이날 촛불대행진에서 결의문 「자랑스러운 투쟁의 한 해를 보내고 승리의 새해를 맞으며 우리는 결의합니다」를 발표한다. 결의문에는 촛불대행진을 일궈 온 수많은 국민에게 드리는 감사 인사와 2023년에도 국민을 하늘처럼 섬기며, 국민의 요구대로 투쟁해 나가겠다는 결심이 담겼다.

 

그리고 2022년 마지막 행진은 행사장에서 출발해 광화문사거리, 종로 보신각을 거쳐 명동을 지나 다시 행사장으로 돌아오는 경로이다. 2022년 마지막 날을 맞아 타종 행사를 위해 종로 보신각 일대에 나온 시민들에게 ‘윤석열 퇴진’을 호소하기 위해서이다.

 

▲ ‘윤석열 퇴진 100만 범국민 선언’을 선전하는 자봉단.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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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침입' <더탐사> 기자들 구속영장 왜 기각됐나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3/01/01 10:29
  • 수정일
    2023/01/01 10:2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검찰 "증거인멸·도주 우려" 무리한 주장... '신당역 스토킹 살인'에 빗대기도

22.12.31 17:30l최종 업데이트 22.12.31 19:30l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주거지를 무단 침입한 혐의로 고발당한 유튜브 매체 '시민언론 더탐사'의 강진구 공동대표(가운데)가 12월14일 오후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더탐사" 한동훈 아파트 침입 관련 경찰 출석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주거지를 무단 침입한 혐의로 고발당한 유튜브 매체 '시민언론 더탐사'의 강진구 공동대표(가운데)가 12월14일 오후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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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장관의 고소로 인터넷매체 <더탐사> 기자들의 주거침입 및 스토킹 혐의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최근 검찰의 구속영장청구는 과도한 공권력 집행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구속의 필요성이 명확하지 않음에도 인신구속을 최소화하는 영장제도 원칙을 무시하고 수사권을 남용했다는 평가다.

서울중앙지법 김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30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주거침입 혐의 등을 받는 <더탐사> 강진구 대표와 최영민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공보실을 통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의 소명이 부족하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31일 <더탐사> 관계자 취재 및 언론보도 등을 종합하면, 김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증거가 대부분 수집돼 증거인멸 우려를 인정하기 어려우며, 피의자 주거지가 일정하고 언론인으로 일하는 사정 등을 고려하면 도주 우려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피의자들이 일부 문제점은 인정하는 사정 등에 비춰 같은 사건이 재발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오마이뉴스>가 검찰의 구속영장청구서를 살펴 본 결과, 검찰의 비약적인 논리도 적지 않게 발견됐다. 특히 영장 발부의 기준인 증거인멸·도주 우려와 관련해 출국금지 상태인 피의자의 출입국 기록을 도주 우려의 근거로 활용하는 모순을 보였다.

무리한 구속 시도... "피의자들 사실 인정, 도주 우려 없어"

검찰은 도주 우려의 이유로 "강진구 대표의 출입국 기록이 여러 차례 존재하고, 유튜브 방송 수익구조 형태로 보아 국외에서 얼마든지 방송활동이 가능하다"며 "차량 압수수색 진행 과정에서 참여 통지를 받고도 나타나지 않고 경찰의 출석 요구를 두 차례 거절한 사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대용 <더탐사> 기자는 31일 통화에서 "(법무부가) 강 대표에 출국금지 조치를 해놓은 상황인데, 이를 모를 리 없는 검찰이 해외 출입국 기록을 도주 우려로 삼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며 "강 대표 등은 누구나 볼 수 있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하고 기자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증거인멸에 대해 검찰은 "피의자들은 증거를 은닉하고 있고 증거 영상을 편집하는 등 변경·삭제의 방법으로 증거를 훼손하거나 인멸할 가능성이 높다"며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강 대표가 압수수색 대상인 휴대폰을 냉장고에 숨겨놔 찾지 못하다가 추후 우연히 발견하는 등 혼선을 겪었다고도 강조했다.

<더탐사> 측은 경찰이 이미 충분한 증거를 확보해놓고 구속까지 시도했다고 반박했다.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된 지난 11월 27일부터 지난 26일(구속영장청구 전날)까지 한 달 동안 총 10차례 압수수색이 단행됐고 이 과정에서 한 장관 자택 CCTV 영상, <더탐사> 측 촬영 영상, 차량 기록 등 주요 증거가 충분히 수집됐다는 것이다.

기자 4명의 휴대전화 수색을 두고 실랑이가 있었으나, 10차례에 걸친 압수수색 과정에서 대부분 경찰에 제출됐다고 밝혔다. 박 기자는 "주거침입 증거는 이미 유튜브 공개 영상도 있고, CCTV 등 사실관계를 규명할 만큼 충분히 수집됐다"며 "휴대전화는 제보자 등 취재원 정보가 다 들어있다. 증거인멸이 아니라 취재원 보호였고, 결국 압수수색에 응했지만 과연 이 같은 사건에 휴대전화 압수가 필요했는지 부당성은 지금도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더탐사> 측은 유튜브 영상으로 확인되는 내용을 악질적인 범죄로 호도한 부분도 여러 군데라고 주장했다. 한 예로 검찰은 이들이 한 장관 자택 앞에서 생중계를 하며 초인종을 눌렀던 때 "현관문을 열기 위해 도어락을 조작하며 면담을 강요했다"고 썼다. 박 기자는 이에 "영장판사에게도 영상을 보여줬는데, 기자가 다른 벨인 줄 알고 실수로 버튼을 눌렀고 지문인식 안내 음성이 나오자 어떤 시도도 하지 않았다"며 "그런데 마치 이것을 현관문을 열기 위해 애쓴 것처럼 구속영장에 적었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12월27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12월27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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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나아가 이들의 행위가 보복범죄로 이어질 수 있었다며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에 빗댔다. 신당역 사건이 스토킹을 시작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보복 범죄로 발전했듯, <더탐사> 기자들이 한 장관 자택 앞에서 그의 가족들을 만났다면 "새로운 법익의 침해(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법무부장관이 피해자로서 심각한 2차 가해 피해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더탐사> 채널이나 커뮤니티 게시판에 한 장관을 비하하거나 모욕하는 각종 "2차 가해" 댓글들이 달리고 있는데도 "피의자들은 글의 전파를 방치해 현직 고위 공직자를 조롱 대상으로 삼으며 예민한 개인정보를 그대로 노출한다"고 밝혔다.

'정당한 취재' 여부가 핵심... "사안 가볍지 않아"

주거침입, 스토킹 혐의 등 범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는 항후 법원에서 다퉈질 예정이다. <더탐사> 기자들의 행위를 정당한 취재 활동으로 볼 수 있는지가 주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장을 기각한 김 부장판사는 '사안이 가볍지 않고 자택 앞 생중계 행위는 피의자들도 방법적인 부분에서 일부 잘못을 인정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수사권 남용에 대한 비판이 언론계·법조계 일각에서 나온다. 이 같은 내용의 주거침입죄를 중범죄라고 단정짓기 어려운 데다 주거침입 피의자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례도 드물다는 것이다. 2021년 경찰청 경찰범죄통계를 보면 주거침입 피의자 1만5394명 중 사전구속영장으로 구속된 사례는 0.15%(23명)에 불과했다. 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된 19명을 합해도 사례는 0.27%에 불과하다.

<한겨레>는 지난 28일 '한동훈이 고발한 '더탐사' 구속영장, 언론 위축 우려된다'는 사설에서 "언론도 잘못된 취재·보도에 대해선 책임을 져야 하지만, 제재 방식이 과도하면 언론계 전체에 위축 효과를 일으킨다"며 "민주국가들에서 언론에 대한 제재를 손해배상 등 민사적 방식 위주로 하고 형사처벌, 특히 인신 구속은 최대한 배제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신인규 변호사(국민의힘 바로세우기 대표)는 지난 28일 <MBC> 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 인터뷰에서 "과연 이게 취재인지를 봤을 때 동의하기 매우 어렵다. 그런데 여기에 구속영장을 치는 게 과연 적당하냐에 대해서는 과도하다고 본다"며 "한동훈 장관은 법무행정을 책임지는 총책임자인데 무기 평등의 원칙에 비춰 봐도 과도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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