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북미 협상의 실패와 다시 강화되는 한미 핵동맹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10/25 09:06
  • 수정일
    2022/10/25 09:0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장창준 객원기자
  •  
  •  승인 2022.10.24 10:39
  •  
  •  댓글 0
 
 
 

2022년 10월 한반도 위기 진단 ②

▲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으나 미국이 '영변 + @'를 주장해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결렬되었다.
▲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으나 미국이 '영변 + @'를 주장해 성과를 내지 못하고 결렬되었다.

북미 협상의 실패: ‘김정은↔트럼프 친서'를 통한 복기

그렇다면 지금 위기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2018년 진행되었던 북미 협상의 실패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북한은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6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침략과 공격을 억제, 격퇴하고 침략의 본거지들에 대한 섬멸적인 보복타격”을 가할 수 있는 ‘국가핵무력’을 완성한 것이다. 그 이후 북미 협상이 시작되었다.

협상을 먼저 제안한 것은 북한이었다. 2018년 3월 북한은 평양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를 통해 북미 정상회담을 제의했고, 미국은 이를 수락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양 정상은 “새로운 조미 관계의 수립 → 한반도 평화 실현 → 한반도 비핵화”라는 로드맵을 합의하였다. 한반도 비핵화의 추동력은 ‘북미 상호신뢰구축’이라는 점도 확인했다.

그러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은 여전히 ‘선비핵화 입장’에 고수했고, 북한은 북미관계 개선을 강조하고 있었다는 것이 ‘김정은↔트럼프 친서’에 확인된다. 모든 친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를,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 관계 진전과 신뢰 구축’을 주장했다.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후 북미 양측의 이같은 정책 차이는 2019년 신년사에서 ‘부득불 새로운 길’을 언급한 배경이었을 것이며, 2019년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원인으로 작동했을 것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에도 미국측은 ‘비핵화 달성 기회’를 언급하며 북미 대화 의사를 피력하면서도 한미군사연습을 재개했다. 2019년 6월 김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새로운 접근법” 즉 대북적대정책 철회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제의했지만, 미국은 8월 적대적 군사연습으로 일관했다.

2019년 8월 한미군사연습은 ‘북한 안정화작전’이 포함되어 있었다. ‘북한 안정화 작전’은 "북한 지역을 점령한 후 북한 잔당을 소탕하고 대량살상무기를 회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9년 8월 5일 ‘김정은→트럼프 친서’는 북한측의 불편한 심기와 당시 상황에 대한 인식을 드러낸다. 특히 한미군사훈련에 대해 “전쟁연습의 주요 타깃은 우리 군대”라며 미국의 실무급 대화 제의를 거부했다.

‘김정은↔트럼프 친서’는 북미관계 개선을 추구하려고 했던 북한의 입장과 북한 비핵화를 추구하려고 했던 미국의 입장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친서는 우리 사회의 일반적 시각과 다르게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기초한 북미 협상에 북한이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상호신뢰에 기초한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라는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정신’은 ‘김정은→트럼프 친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윤석열 정부 등장 후 재추진되는 핵동맹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 양국은 핵동맹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해갔다. 5월 21일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정부 때 중단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국과 그 주변에 순환배치하는 문제를 협의한다는 것이다.

또한 7월에는 미국의 스텔스 폭격기가 한반도에 들어와 열흘간 훈련을 하고 돌아갔으며, 9월엔 수십대의 전략폭격기가 실려있는 항공모함이 참가하는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이 실시되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때와는 다른 군사적 흐름이었다.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전략무기가 한반도에 전개된 적이 없으며 항공모함 역시 한반도에 들어온 적은 있으나 훈련엔 참가한 적이 없다.

통상적 대북적대적인 군사행동 수준이 아니라 핵무기가 동원된 대북군사행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전략자산 순환배치를 합의하고, 스텔스 폭격기와 항공모함이 참가하는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한다는 것은 윤석열 정부 들어와 한미동맹이 핵동맹화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현상들이다.

물론 핵동맹화의 조짐은 문재인 정부 시기에도 있었다. 지난 해 12월 한미 양국은 한미작전계획을 최신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는 분명 고도화되는 북한 핵과 미사일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한미작전계획은 통상적으로 ‘전략기획지침 → 전략기획지시 → 작전계획 완성’의 절차를 밟는데 이미 올해 3월 2단계인 전략기획지시를 마련하는 것까지 진행되었다. 따라서 최근 한미 양국의 핵동맹화는 문재인 정부 시기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 들어와 핵동맹화는 분명한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북한을 핵으로 공격하는 개념인 ‘확장억제’가 재추진되고, 핵공격 전략무기가 동원되는 군사연습이 시작된 것이다.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격화되고 있다. 한반도 위기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번 위기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특징을 갖는다. '도상전쟁', '쌍방 핵무력', '해법 부재'라는 3중 위기이다. 한미 군사연습이 계속 예정되어 있다. 어쩌면 이 위기는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

한미 양국과 우리 언론은 '북한의 도발' 때문에 위기가 초래했다고 단정짓지만 지금의 위기는 한미 양국의 대북적대정책과 핵동맹화가 초래한 것이다. 세 차례에 걸쳐 2022년 10월 위기를 진단한다.

① 새로운 차원의 전쟁위기: 3중 위기
② 북미 협상의 실패와 다시 강화되는 한미 핵동맹
③ 북한 핵정책의 변화 과정과 10월 위기의 원인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문재인 정부 겨누는 감사원, 이번엔 소득주도성장 정조준

등록 :2022-10-24 07:00수정 :2022-10-24 08:29

‘국가통계시스템 운영’ 감사한다며
‘소득주도성장’ 등 파일 샅샅이 뒤져

상관없는 홍민기 연구원도 감사대상
“감사방해죄 처벌” 자료제출 요구도
그래픽 장광석
그래픽 장광석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등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전방위적인 감사를 벌이고 있는 감사원이 문 정부의 대표 경제정책이던 ‘소득주도성장’까지 정조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이 통계청 감사를 구실로, 통계청이 발주하지 않았던 국책연구기관의 과거 소득주도성장 관련 연구 결과까지 포렌식한 사실이 처음 드러났다.

 

23일 <한겨레21>이 국책연구기관 관계자 등을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최근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때 통계청장이던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컴퓨터를 포렌식(디지털 저장장치에 남은 자료를 추출)했다. 대표적인 불평등 연구자인 두 사람은 2018년 5월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서 소득분배지표가 전년보다 나빠졌다는 발표가 나온 뒤 최저임금 인상 등의 정책 효과를 둘러싼 논쟁이 거세졌을 당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소득주도성장 추진에 힘을 보태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해 8월 강신욱 선임연구위원은 통계청장에 임명됐다.

 

감사원의 이런 움직임은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 다음 순서로 경제정책에 관여한 인사들까지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감사원은 그동안 잘못된 정책을 통계 조작으로 가려왔다고 판단하면서 ‘국가통계시스템 운영 및 관리’를 감사하겠다고 밝혔고, 최근 통계청 직원들의 컴퓨터도 포렌식했다.

 

이어 감사원 쪽은 9월27일과 10월5일 각각 강 선임연구위원과 홍 선임연구위원의 연구실을 예고 없이 찾아가 컴퓨터 포렌식을 요구했다. 감사관은 ‘가계동향조사 등에 관한 사항’이라는 감사 공문을 제시하면서 ‘소득주도성장’ ‘소득분배’ ‘청와대’ ‘기재부’ 등의 단어가 들어간 파일을 샅샅이 뒤졌다고 한다. 당시 상황을 전해 들은 관계자들에 따르면, 감사관들은 강 선임연구위원이 제출에 동의하지 않은 연구 노트 파일 등까지 모두 가져갔다. 특히 홍 선임연구위원은 통계청에서 일한 적이 없어 ‘국가통계시스템 감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데도 감사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관들은 2018년 연구 결과의 분석 방법 등 학술적인 내용도 자세히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정치집단이 추진하는 정책 사안은 선거를 통해 국민의 판단을 받는 것이지, 평가할 능력이 없는 감사원이 ‘맞다, 틀리다’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공무원들이 ‘연구 결과를 조작하라’고 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정책에 따라 다양하게 볼 수 있는 연구 결과를 (감사 대상으로 삼고) 마구 들여다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자는 “분석하고 제출한 내용을 문제 삼기 시작하면 앞으로 어떤 연구자가 나서겠느냐. 지난 정부의 잘못을 들춰내겠다는 욕심 때문에 연구기관과 공무원을 전반적으로 위축시키고 정책 연구 수준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감사원 쪽은 ‘감사를 거부하거나 방해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는 감사원법 제51조와 최근 기준을 대폭 완화한 ‘디지털 자료 수집 및 관리 규정’(이하 디지털 규정)을 적극 활용했다. 앞서 감사원은 유병호 사무총장이 취임한 뒤 ‘직무 수행과 관련한 디지털 자료만 선별해 추출한다’는 조항을 삭제하는 등 디지털 규정을 대폭 축소했다.
 
한 전직 감사원 감사위원은 “과거에는 감사원법 제50조(민간인에게도 자료 제출 요구), 제51조 조항을 문제 삼는 것을 굉장히 자제했는데 지금은 감사방해죄로 처벌하겠다고 사실상 협조를 강요하는 등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완 <한겨레21> 기자 wani@hani.co.kr
 
한겨레21 1435호
한겨레21 1435호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멸종위기종 2급' 깡그리 잡아들인 제주도, 그 기막힌 결말

1억원 넘게 투입된 비자림로 공사 환경저감방안 결국 실패... '애기뿔소똥구리' 다시 발견

22.10.24 05:10l최종 업데이트 22.10.24 05:10l
.
▲ 2021년 애기뿔소똥구리 포획을 위해 설치된 트랩 .
ⓒ 김순애

관련사진보기

지난해 5월~10월, 제주도는 용역을 통해 비자림로 확장공사 현장 곳곳에 트랩을 설치했다. 이후 애기뿔소똥구리 암컷 783개체, 수컷 293개체 등 모두 1079개체를 포획한 뒤 다른 곳으로 이주시켰다. 

제주도는 멀쩡히 잘 살고 있는 애기뿔소똥구리를, 왜 1억이 훨씬 넘는 예산을 들여가면서까지 잡아서 이주시켰을까?
 

.
▲ 제주도가 영산강유역환경청에 제출한 자료 일부  .
ⓒ 제주도

관련사진보기

 
필자가 영산강유역환경청(아래 환경청)에 두 차례에 걸쳐 정보공개를 청구해 지난 3월과 7월 각각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가 환경청에 제출한 <비자림로 법정보호종 포획 방사 용역 결과보고서>에는 '공사영향권에 있는 개체군 보존을 위해 함정채집과 등화채집을 병행, 영향권내 모든 개체군 포획(애기뿔소똥구리, 두점박이사슴벌레)'이라 명시돼 있다. 

많은 이들에게 '비자림로'는 30~40년 수령의 아름다운 나무들이 1000그루 가까이 베어진 기억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멸종위기종 2급인 애기뿔소똥구리까지 깡그리 잡아들이고 있다. 그 내막은 다음과 같다.

비자림로 공사의 시작
 

2018년 비자림로 공사를 안타까워하는 SNS게시글
▲  2018년 비자림로 공사를 안타까워하는 SNS게시글
ⓒ 인스타그램 게시물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2018년 8월,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된 바 있는 비자림로의 나무 1000여 그루가 베어지자 많은 시민들이 베어진 나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나 기사를 자신들의 SNS에 적극적으로 게시하거나 공유하였다.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역시 빠르게 공유되면서 3만여명의 시민들이 비자림로 공사 중지를 요청하는 청원에 참여하였다.

제주를 넘어 전국적으로 비자림로 공사 중지 여론이 확산되자 당시 제주특별자치도지사였던 원희룡 지사는 '며칠 후 대안이 나올 때까지 비자림로 공사를 일시 중지하겠다'고 밝혔고 공사는 중단되었다. 그리고 4개월 후 제주도는 '아름다운 경관도로 조성'이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뒤 도로 한복판에 8m에 달하는 산책로 겸용 중앙분리대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시민들과 환경단체 등은 기만적인 발표라고 비판했지만, 제주도 2019년 3월 23일 계획대로 비자림로 공사를 다시 시작하였다. 공사가 시작되자 일부 시민들은 현장에 직접 만든 오두막과 텐트 등을 가져다 놓은 뒤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그리고 두 달여 후인 5월말, 시민들은 애기뿔소똥구리를 발견하고 팔색조의 울음소리를 들었다며 환경청에게 공식적인 확인을 요청했다. 팔색조와 애기뿔소똥구리는 국가가 지정한 법정보호종으로 비자림로 공사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에는 기록되지 않는 것이었다.

비자림로에서 발견된 법정보호종

환경청은 현장에서 팔색조와 애기뿔소똥구리의 존재를 확인하고 제주도에 공사 중지와 함께 법정보호종에 대한 환경저감방안을 세울 것을 요청했다. 이는 환경청과 제주도가 비자림로 확장공사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협의 과정에서 '공사 및 운영시 예측하지 못하였거나 예측의 부적정 등으로 주변 환경에 악영향이 발생 또는 예상되는 경우, 추가적인 저감대책을 조속히 강구 시행함으로써 주변 환경 피해 및 민원발생을 예방해야 함'이라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저감대책을 세우기 위해 비자림로 생태 조사를 다시 진행해야 했고 2차에 걸친 조사 끝에 20여종의 법정보호종이 비자림로에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비자림로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가 부실 작성된 것으로 판정나면서 작성 업체는 3개월의 영업정치 처분을 받았다. 제주도 역시 저감대책에 대한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2020년 5월 무리하게 공사를 다시 시작해 환경영향평가법 위반으로 500만 원의 과태료를 물었다.

비자림로 공사 재개를 위해 제주도가 진행한 환경저감방안

환경청과 제주도가 저감대책에 대해 최종적으로 협의를 마무리한 것은 2022년 2월이다. 제주도는 2022년 1월 '비자림로(대천~송당) 확포장공사 협의내용 및 환경저감대책 이행계획'을 제출하였고 현재까지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하기 전 단계를 진행 중이다. 제주도가 제출한 이행계획의 주요 부분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사업계획 구간 내 이식하기로 결정한 184그루의 수목을 이식하며 이식 6개월 전에 뿌리돌림, 굴취 전 가지치기 등의 사전작업 진행
2. 구간단속카메라 설치
3. 애기뿔소똥구리와 두점박이사슴벌레 등의 법정보호종 포획 이주, 모니터링 계획과 유지관리계획 수립․
4. 도로 인근에 둥지가 발견된 팔색조의 서식지 보호를 위해 도로 가장자리를 차폐할 수 있는 나무 울타리 조성
5. 동물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1.5~2.0m의 유도울타리 설치
6. 동물 번식기를 피하여 공사 시행
7. 도로폭을 22m→16.5m로 축소해서 사업 진행


제주도는 위 계획서에 곤충에 대한 저감대책으로 '계획노선 인근에 발견된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애기뿔소똥구리, 두점박이사슴벌레는 전문기관(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개체 포획 및 이주'를 내세우고 있다. 또한 그에 대한 세부 이행 계획 및 내용으로 '공사 영향권에 있는 개체군 보존을 위해 함정채집과 등화채집을 병행하여 영향권(150m이상) 내의 모든 개체군을 같이 포획하여 함께 이주(마킹후 방사)시킴'이라고 적었다.

즉, 제주도는 이행계획에 대한 협의를 최종 마무리하기 전 해인 2021년 애기뿔소똥구리에 대한 포획 이주 중심의 저감 대책을 세우고 진행했다. 

처음부터 불가능했던 저감대책
 

.
▲ 10월15일 시민들이 수목 이식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비자림로 현장에서 발견한 애기뿔소똥구리 .
ⓒ 곽예린

관련사진보기


그렇다면, 제주도가 적지 않은 예산까지 투입해 진행한 저감대책은 과연 성공했을까?

지난 15일, 비자림로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들은 비자림로 수목 이식 진행 현장에서 애기뿔소똥구리를 발견했다. 땅의 바닥을 깊이 파내고 있는 굴삭기와 아주 가까운 위치에서였다. 자칫하면 애기뿔소똥구리가 땅을 헤집고 있는 굴삭기 날에 부딪히거나 바퀴에 깔릴 수도 있는 아주 위험한 상황이었다. 시민들은 조심스럽게 애기뿔소똥구리를 이동시켰지만, 그들의 이동 반경이 워낙 넓기에 언제 위험에 맞닥뜨릴지 알 수 없다.

비자림로에서 서식하고 있는 법정보호종을 보호하겠다는 명목으로 모두 강제로 이주시키겠다는 인간의 주장이 실제적으로 효력 없음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홀로세생태연구소에서 17년째 멸종위기곤충인 애기뿔소똥구리의 서식, 증식, 복원에 관한 총체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이강운 홀로세생태연구소 소장은 '비자림로 무효소송'을 진행중인 변호사에게 낸 의견서(비자림로 도로 건설공사 멸종위기곤충 II급 애기뿔소똥구리에 관한 의견서)를 통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애기뿔소똥구리(Copris tripartitus)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곤충 Ⅱ급으로 주로 초식성 동물인 말, 소의 똥을 먹는 분식성(糞食性 ) 곤충이다. 과거 방목형 축산에서 입식 사육의 형태로 사육 방법이 바뀌었고, 풀이 아닌 사료를 먹이면서 애기뿔소똥구리 먹을 양식인 신선한 소똥이 사라졌다. 현재 서식하고 있는 지역이 아니면 더 이상 서식할 장소도 없으며, 생존이 불가능한 멸종위기곤충이다. (중략) 법적으로 지정된 멸종위기종의 서식처를 제대로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지방정부가 그 서식처를 훼손하고 멸종위기종의 생존을 위협하는 사업을 강행하는 일은 미래 후손을 위해서도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며 법적으로도 책임을 유기하는 죄악이라 할 수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중앙 “이재명, 수사 응해야” 경향 "검찰 수사 형평성 없어"

  • 기자명 윤유경 기자 
  •  
  •  입력 2022.10.24 07:49
  •  
  •  수정 2022.10.24 08:02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시진핑 독재 완성’에 외교·안보·경제 우려 목소리 낸 언론
동아 ‘유동규-남욱 ‘강남 유흥주점서 정진상-김용 접대’’ 단독 기사 실어
한겨레, 국내 언론사 첫 ‘신뢰보고서’ 발간

 

지난 22일 대장동 민간사업자 쪽으로부터 8억여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구속됐다. 같은 날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청구한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의 구속영장도 발부됐다. 24일 아침신문들은 기사와 사설을 통해 해당 소식에 대한 보도를 이어갔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 ‘유동규-남욱 “강남 유흥주점서 정진상-김용 접대”’에서 “검찰이 2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구속한 데 이어 다른 최측근인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하는 모양새”라며 “검찰은 정 실장과 김 부원장이 2013년부터 당시 남욱 변호사 등 위례신도시 개발 민간사업자들로부터 술 접대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해당 관련 기사들은 온라인에서 ‘[단독]’으로 처리되어있다.

▲ 동아일보 1면 기사 갈무리.
▲ 동아일보 1면 기사 갈무리.

기사는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와 남 변호사 등으로부터 ‘2013년 9월 서울 강남구 유흥주점에서 정 실장과 김 부원장 등을 접대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실제 유 전 직무대리는 21일 언론 인터뷰에서 ‘(정 실장과) 유흥주점에서 술을 한 100번 먹었는데 술값 한 번 낸 적이 없다. 그것만 해도 얼마일까’라고 했다”고 했다. 아울러 “검찰은 또 남 변호사가 유 전 직무대리를 통해 정 실장에게 2014년 5000만 원을 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라고도 했다. 

이어진 3면 기사 ‘유동규 “정진상과 100번 술마셔”…檢, 접대한 구체적 날짜 특정’에서는 “유 전 직무대리가 유흥주점에서 정 실장 등과 함께 술을 마시면 그날 술값을 ‘대장동 일당’인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 등이 대신 내주는 방식이었다고 한다. 당시 남 변호사는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 동아일보 3면 기사 갈무리.
▲ 동아일보 3면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는 “대장동 비리 의혹과 불법 대선 자금 수수 혐의가 점점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사설은 “이재명 대표는 의혹이 나올 때마다 유씨와 검찰, 여당 등에 책임을 돌리며 ‘정치탄압’ ‘조작’이라 주장하고 있다”며 “이 대표와 민주당은 더 이상 현실성도 설득력도 없는 특검을 주장하며 수사를 피하려 해선 안 된다. 잘못이 있다면 솔직히 인정하고 겸허하게 수사를 받는 게 정치인으로서 도리다. 이 대표 방탄을 위해 강성 지지층을 앞세워 극한 투쟁으로 끌고 간다면 민주당의 미래도 없다”고 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구속에 대해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종 책임자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별도의 사설에서 “공무원의 북한 해역 표류 사실은 피살 3시간 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정부는 국제상선통신망을 이용해 북한과 통신이 가능했다. 그런데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문 대통령은 심야 대책 회의에도 불참했다”, “사건 발생 닷새가 지나서 그는 ‘남북한 간 군사통신선이 막혀 있어 가장 아쉽다’고 엉뚱한 소리를 했다”고 비판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특검’ 주장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이 대표는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적이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 관련 의혹을 포함한 ‘대장동 특검’을 하자고 나섰다”며 “특검은 검찰이 비리 의혹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을 때 필요하다. 지금은 검찰이 이 대표의 경선자금 비리 의혹을 본격 수사하기 시작한 시기인 만큼 특검을 하자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민주당 친명계 의원들 사이에선 특검법이 수용되지 않으면 장외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한다”며 “정권 교체 이후 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야당 죽이기’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려면 법규에 입각한 정당한 수사와 결과에 책임지겠다는 검찰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한겨레는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에는 아직 이른 단계”라며 “검찰은 ‘김 부원장이 20대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돈을 수수했다’며 일찌감치 ‘대선자금 수사’라는 프레임을 짜고 있다. 그러나 김 부원장 쪽은 ‘검찰이 유동규씨 진술에 놀아났다’며 금품 수수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설사 돈이 건너갔다고 하더라도 실제 대선자금으로 쓰였는지 확인해야 하는데다 이 대표의 관여 여부 규명은 또다른 문제”라고 했다. 

아울러 “수사 주체의 객관성·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며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서 검찰이 신뢰를 얻지 못하면 수사가 정치 공방의 늪으로 빠져드는 악순환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 한겨레 사설 갈무리.

경향신문도 “문제는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라며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이 디지털을 포함해 상당한 증거를 확보했다는데 무슨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는 것인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 들어 검찰 수사에는 최소한의 형평성도 없다. 그런 만큼 검찰은 더욱 정치적 시비가 없도록 수사해야 할 것이다.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공정하게 이번 사건을 다뤄야 한다”고 했다.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시진핑 독재 완성’에 외교·안보·경제 우려 목소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소 3연임을 확정해 15년 연속 집권을 예약했다. 사실상 ‘1인 독재’ 시대를 연 것이다. 5년간 시 주석과 중국을 이끌어갈 최도지도부 6명도 전원 그의 측근으로 채워졌다. 주요 9개 아침신문들은 모두 1면에서 시진핑 ‘1인 천하’ 소식을 다뤘다. 

▲ 24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 24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한겨레는 시 주석의 3연임이 확정에 대해 “중국이 시 주석의 강경 노선에 대한 이견이 허용되지 않는 ‘시진핑 독주 시대’로 들어섰다”고 표현했다. 사설은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중 대립이 동북아 안보의 가장 큰 문제로 떠올랐다. 북·중·러 공조가 강화되면서 북핵 문제 해결에서 중국이 한국의 입장을 지지할 가능성이 낮아진 것도 큰 부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번 당대회에서 중국이 내수와 국유기업 위주의 경제발전 전략과 기술자립 등을 강조한 것은 한국 경제에 큰 위기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며 “중국과 최대한 대화와 협력의 접점을 찾으면서도 과도한 경제 의존도를 줄이고 평화를 지킬 수 있는 경제·안보 등 다방면의 현실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 한겨레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대만 유사시 우리에겐 주한미군 차출뿐 아니라 대만을 위한 군사 지원 같은 고난도 문제가 돌출할 수 있다”며 “북은 이제 미 중간선거(11월 7일)를 앞두고 7차 핵실험을 강행하려 한다. 중국이 묵인해줄 것으로 확신하기 때문이다. 시진핑의 권력 강화가 미·중 갈등을 증폭시키고 이것이 북핵 문제 해결을 더욱 요원하게 하는 악순환을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경향신문도 “시 주석의 장기집권은 한국에도 도전적 과제를 남겼다.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운용 정상화 등 군사안보 현안은 물론 미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개편 등 경제안보 현안을 놓고 한국을 더 압박할 게 분명하다”며 “중국의 당 대회가 끝난 만큼 북한이 7차 핵실험 등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협조를 얻어내야 한다. 미·중 패권경쟁 속에 한·미 동맹 강화만 부르짖는 외교로는 이 난국을 헤쳐나가기 어렵다”고 했다.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 경향신문 사설 갈무리.

 

한겨레, 국내 언론사 첫 ‘신뢰보고서’ 발간

한겨레신문이 23일 국내 언론 최초로 신뢰보고서를 발간했다. ‘한겨레 신뢰보고서 2022’에는 한겨레가 지난 1년여간 보도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과정 및 결과물 등을 종합·정리했다. 

한겨레는 지난 2020년 기존 취재보도준칙을 확대·개편하면서 취재보도준칙의 지속적 이행과 감독, 개선을 위해 저널리즘책무위원회와 저널리즘책무실을 설치했다. ‘준칙과 관련해 발생한 문제, 논란, 모범, 권고사항 등을 종합하는 ‘연례보고서’를 작성하여 공개한다’고 준칙에 명시했다. ‘한겨레 신뢰보고서 2022’는 이에 따른 첫 연례보고서다.

▲ 한겨레 신뢰보고서 표지.
▲ 한겨레 신뢰보고서 표지.

총 150쪽 분량의 보고서에는 저널리즘책무위원회가 지켜본 한겨레, 편집국의 신뢰 회복 노력 및 현황 보고, 외부에서 바라본 한겨레 신뢰 등의 항목과 한겨레미디어 취재보도준칙, ‘한겨레 다양성 보고서 2022’ 등이 담겨있다.  

특히, 부록에는 한겨레 전체 직원 및 편집국 기자들의 성별, 연령별, 출생지역별 분포 등을 처음 공개했다. ‘한겨레 신뢰보고서 2022’는 한겨레 홈페이지에 PDF판으로 전체 공개하고, 종이책 형태로도 한정 발간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인간은 이기적이지 않고 시장은 합리적이지 않다

마음의 스승, 경제학자 정태인 선생을 추모하며

 
나는 그를 사석에서 “내 마음의 경제학 스승”이라고 불렀다. 그와 나는 단지 세 번 만났을 뿐이고, 내 생각에 그는 나라는 존재를 기억조차 못할 것 같았지만 나는 정녕 그를 스승이라 생각했다.

그가 소주를 즐긴다는 소문을 들으며 언젠가 내 마음의 스승과 소주 한 잔 기울일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원했건만, 나에게 그런 행운은 끝내 찾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이제 영원히 그 기회를 잃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낸 비주류 진보 경제학자 정태인 선생이 21일 세상을 떠났다. 선생은 지난해 7월 초 쓰러진 뒤 폐암 4기 진단을 받았고 이후 뇌종양 등으로 수술과 입·퇴원을 반복했다. 투병 중에도 꾸준히 SNS를 통해 지인들과 소통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나는 선생이 이 길고 힘든 투병생활을 반드시 이겨내리라 믿었다. 투병 이후 거의 매일 그의 SNS를 방문해 그가 남긴 여러 이야기들을 곱씹으며 응원했다. 하지만 냉정한 현실은 나의 소망과 응원을 짓밟았다. 결국 이렇게 또 한 명의 훌륭한 경제학자가 더 나은 세상을 채 펼쳐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반(反)시장적이었던 그의 목소리

고백하자면 나는 정태인 선생과 꽤 많은 부분에서 생각이 달랐다. 아마 정태인 선생이 내 생각을 생전에 들었다면 나를 매우 개량적이고 타협적인, 그래서 선생보다 너무 오른쪽으로 치우친 사람이라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다. 사석에서 선생에게 가르침을 받았다면 꾸지람도 많이 들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가 평생을 지켜온 비주류 경제학자로서의 신념을 뜨겁게 존경했다. 내 마음을 가장 불타오르게 만들었던 그의 외침은 “경제학은 300년 동안 우리를 속여 왔다. 인간은 이기적이지 않고, 시장은 효율적이지 않다”는 두 문장이었을 것이다.

그의 말대로 주류 경제학은 300년 동안 우리를 속였다.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며 현실을 왜곡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 이래 7,000년 동안 협동을 원칙으로 살았던 인류를 이기적 존재(호모 에코노미쿠스)로 폄훼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이후 40여 년의 역사가 증명하듯 시장은 효율적이기는 개뿔, 인류를 더 깊은 도탄의 구렁텅이로 빠뜨렸다. 지난해 국제연합(UN)의 발표에 따르면 8억 명이 넘는 인류가 영양실조로 굶어죽을 위기에 처해있다. 어린이들이 5초에 한 명씩 굶주림으로 목숨을 잃는다.

반면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비만이 흡연을 제치고 사망 원인 1위에 올라서네 마네를 논하는 상황이다. 누구는 너무 많이 먹어서 죽는데, 누구는 당장 먹을 것이 없어서 죽는다. 그런데도 시장이 효율적인가? 웃기는 이야기다.

선생이 생전에 목소리를 높였던 “인간은 이기적이지 않다”는 주장도 내 마음에 끝없는 울림을 가져다주었다. 인류는 사실 최근 자본주의 300년을 제외하면 그 어느 시절에도 이기적 존재라는 강요를 듣고 살아온 적이 없다.

되레 인류는 수 만년 동안 훨씬 협동적인 존재였다. 나는 협동하는 인간, 경쟁하지 않고 공생을 도모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정태인 선생의 글과 책으로부터 가르침을 얻었다. 내가 선생을 마음 속 경제학 스승으로 여기는 이유다.

이해 당사자 이론

학문적으로 선생은 이해당사자 이론(Stakeholder theory)의 지지자였다. 나 역시 이해당사자 이론을 지지한다. 이해당사자 이론이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언급을 한 뒤 학계에서 이슈가 된 용어다.

이 이론이 등장하기 전까지 신자유주의를 지배하던 기업 지배구조 이론은 영미식 주주자본주의였다. 주주자본주의란 “기업의 주인은 주주들이다”라는 주장이다. 이 이론에 기반을 두면 기업의 지배구조는 오로지 주주들을 위해 편성돼야 한다.
 
정태인 선생이 2013년 서울 마포구 상수동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던 모습. ⓒ양지웅 기자


그런데 이렇게 하면 기업의 지배구조는 너무 편협한 모습을 갖게 된다. 왜냐하면 “기업의 주인은 주주들이다”라고 인정하는 순간, 그 기업과 관련된 수많은 이해당사자들의 이익이 침해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주주들은 주가가 오르는 것을 좋아하는 집단이다. 주가가 오르려면 기업이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기업이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노동자를 더 착취해야 하고, 소비자들의 등을 더 잘 쳐야 한다. 이게 과연 바람직한 구조인가?

그래서 블레어는 “기업은 회사 안에서만이 아니고 사회 속에서도 신뢰의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신뢰는 함께 일하고 함께 혜택을 받는 서로의 목적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해당사자 경제에서는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실력에 따라 발전하고, 어떤 그룹이나 계층도 분리되거나 배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블레어가 말하는 이해당사자란 주주뿐 아니라 노동자, 소비자, 그리고 공장이 들어선 지역 주민들을 모두 포함한다. 쉽게 말해 기업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 이사회에 주주 이사뿐 아니라 노동자 이사, 소비자 이사, 지역주민 이사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기업은 오로지 이윤만을 추구하려 하지 않는다. 노동자를 착취하려 하지도 않는다. 소비자들을 등쳐먹으려 하지도 않는다. 지역주민들의 이익에 반하는 반(反)환경적 태도를 취할 수도 없다. 이해당사자 모두가 참여하는 의사결정과정을 갖는 것, 정태인 선생은 이것이 한국 자본주의를 개혁할 대안이라고 믿었다.

세상을 떠나기 직전 그는 기후 위기에 관한 여러 연구 자료들을 읽으며 SNS에 관련 자료를 공유했다. 그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이론을 정립하는 것을 경제학자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최후의 소명으로 여겼던 듯하다. 실로 마지막까지 더 나은 세상을 후대에 물려주려 애를 썼던 뜨거웠던 학자였다.

선생과 마주 앉아 소주 한 잔 기울이며 꾸지람을 듣는 것은 나의 오랜 꿈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 꿈을 이룰 수가 없다. 사람 만나는 것을 꺼려하는 나의 은둔자적 성격과 게으름이 이런 큰 후회를 남긴 셈이다.

부디 잠든 그곳이 선생이 평생 꿈꾸던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불평등도 없고, 고통 받는 민중들도 없으며, 시장이 지배하지도 않고, 협동적 인간이 가득한 밝고 아름다운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그런 세상을 위해 싸워나가는 것, 그것은 우리 후대의 몫이다. 나는 오늘 선생이 더욱 그립다.

 

“ 이완배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대만해방전쟁이 1년 안에 일어난다는 예측

[개벽예감 513] 대만해방전쟁이 1년 안에 일어난다는 예측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2/10/24 [08:02]
  •  
  •  
  •  
  •  
  •  
  •  
 

<차례>

1. 중국공산당 제20차 대회를 주목해야 하는 까닭

2. 대만해방전쟁이 1년 안에 일어난다는 예측

3.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발표한 ‘국가안보전략’ 문서

4. 미국은 왜 조선을 위협적인 존재로 인정하지 못하는가? 

 

 

1. 중국공산당 제20차 대회를 주목해야 하는 까닭

 

2022년 10월 16일부터 22일까지 기간에 중국 베이징에 있는 인민대회당에서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가 진행되었다. 중국공산당 전체 당원 9,671만 명 중에서 선발된 2,340명 대표자가 참석했다. 

 

조선로동당은 중국공산당 제20차 대회에 각별한 관심을 표시하였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는 2022년 10월 16일 중국공산당 제20차 대회를 축하하는 축전을 보냈으며, 김정은 조선로동당 총비서는 2022년 10월 23일 중국공산당 제20차 대회 폐막에 즈음하여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에게 축전을 보냈다. 

 

중국공산당 제20차 대회를 주목해야 하는 까닭은 그 대회에서 채택된 중국공산당의 정책과 방침에 따라 거대한 중국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우리나라 정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웃 나라이므로, 이번 대회에서 어떤 정책과 방침이 채택되었는지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공산당 제20차 대회에서 여러 가지 중요한 정책과 방침이 채택되었는데, 그 가운데서 우리나라 정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중국의 조국통일대업에 관한 새로운 방침이다. 조선로동당은 조국통일위업이라는 용어를 쓰고, 중국공산당은 조국통일대업이라는 용어를 쓴다. 중국의 조국통일대업은 미국을 추종하는 대만의 종미우익 세력이 1949년 이래 지금까지 장기간 점령하고 있는 중국 영토의 일부인 대만을 해방하여 영토완정과 일국량제(一國兩制)를 실현하는 것이다. 일국량제는 연방제통일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두말할 나위 없이, 대만해방, 영토완정, 일국량제로 이어지는 조국통일대업은 중국공산당이 최고로 중시하는 중화민족의 핵심리익이다.

 

2022년 10월 16일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중국공산당 제20차 대회 업무보고에서 중국의 조국통일대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우리는 평화통일의 전망을 위해 최대한으로 성의와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무력 사용을 포기한다는 약속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중국의 통일을 향해 굴러가고 있다.” 이 인용문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의미가 담겼다. 

 

1) 시진핑 총서기는 중국의 조국통일대업을 실현하기 위해 무력 사용을 불사할 것이라는 점을 명백히 밝혔다. 위의 인용문에서 “평화통일을 위해 성의와 노력을 기울이겠다”라는 말은 수사적 표현이다. 왜냐하면 대만의 종미우익 정권이 중국의 평화통일 제안을 전면적으로 거부하였기 때문이다. 2022년 10월 16일 대만 총통부는 중국의 조국통일대업에 대한 시진핑 총서기의 중대발언과 관련하여 “우리는 일국량제를 확고하게 거절한다”라고 단언했다. 대만을 중국 영토에서 분리시켜 미국의 지배를 받는 친미국가로 독립하려고 미쳐 날뛰는 대만의 종미우익 정권은 중국이 제안한 유일무이한 평화통일방안인 일국량제를 전면 거부했으므로, 중국은 일국량제를 실현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대만해방전쟁은 불가피한 것이다.

 

시진핑 총서기는 중국공산당 제20차 대회에서 업무보고서 요약본을 읽었는데 나중에 언론에 배포된 업무보고서 전문을 보면 “우리는 군사작전을 신속히 수행할 수 있어야 하고, (중략) 위험과 분쟁을 통제, 억제하고, 국지전에서 승리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문장이 들어있다. 그가 말한 국지전은 영토완정을 실현하는 대만해방전쟁을 의미한다. 

 

2) 시진핑 총서기는 중국의 완전 통일이 역사적 필연이라는 점을 명백히 밝혔다. 그는 “중국공산당이 조국의 완전 통일을 반드시 실현할 것이며 또한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고 확언하였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중국의 통일을 향해 굴러가고 있다”라는 시진핑 총서기의 발언은 중국의 고사성어(故事成語) 당랑거철(螳螂拒轍)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당랑거철이란 옛날 중국 제나라의 장공(莊公)이 어느 날 수레를 타고 사냥을 나가려는데 조그만 사마귀 한 마리가 앞발을 쳐들고 수레바퀴를 감히 멈춰 세우려고 했다는 고사성어다. 다시 말하면, 대만의 종미우익 정권은 영토완정과 일국량제를 향해 굴러가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감히 가로막아보려고 움찔거리다가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려 죽을 사마귀 같은 존재라는 뜻이다. 

 

비유로 말하면, 중국의 완전 통일을 향해 나아가는 역사의 수레에는 영토완정이라는 오른쪽 수레바퀴와 일국량제라는 왼쪽 수레바퀴가 달렸다. 영토완정과 일국량제라는 두 개의 수레바퀴가 하나의 차축으로 연결되어야 역사의 수레가 통일의 길로 힘차게 나아갈 수 있다. 영토완정과 일국량제라는 두 개의 수레바퀴를 연결하는 수레의 차축이 바로 대만해방전쟁이다. 다시 말해서, 중국인민해방군이 대만해방전쟁에서 승리하여야 중국의 영토완정과 일국량제가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조국통일대업을 머지않은 장래에 반드시 실현하려는 시진핑 총서기의 발언을 전해 듣고 기겁한 대만 총통부는 즉각 반발했다. 대만 총통부 대변인은 “대만은 독립주권국가이고, 자유민주주의는 대만인이 견지하는 신념”이므로 “국토 주권은 양보할 수 없고, 자유민주주의도 타협할 수 없다”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중국공산당의 시각에서 보면 대만 총통부의 궤변은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려 죽을 사마귀의 가소로운 몸짓에 불과하다.

 

중국공산당 제20차 대회가 폐막한 2022년 10월 22일 대회 마지막 일정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중국공산당 당장(黨章, 당의 총강령) 개정안에 “대만독립을 단호히 반대하고 억제한다”라는 내용이 명문화되었다. 이전에는 “조국통일대업을 완성한다”라는 내용이 들어있었는데, 이번에 “대만독립을 단호히 반대하고 억제한다”라는 새로운 내용이 들어갔다. 문맥의 흐름을 짚어보면, 대만독립을 단호히 반대하고 억제하는 중국공산당의 방침은 결국 대만해방전쟁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다. 

 

2. 대만해방전쟁이 1년 안에 일어난다는 예측

 

중국공산당은 대만해방전쟁을 그저 말로만 외우는 것이 아니다.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는 대만해방전쟁 개전 준비를 완료할 것을 중국인민해방군에 지시하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연합참모부의 통일적 지휘 밑에 중국인민해방군은 개전 징후를 외부에 노출하지 않고 불시에 대만해방전쟁에 돌입할 수 있는 개전 준비태세를 갖추고 개전 명령을 대기하는 중이다. 2022년 10월 16일 시진핑 총서기는 중국공산당 제20차 대회 업무보고에서 대만해방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전투 대비와 병력훈련을 전면적으로 강화하여 인민해방군의 전승능력을 제고해야 하며, 이를 위해 실전급 군사훈련을 심도 있게 실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므로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연합참모부가 임의의 시각에 개전 명령을 내리면, 중국인민해방군은 언제라도 대만해방전쟁에 즉각 돌입할 수 있다. 다음에 열거한 몇 가지 사실을 살펴보면, 중국인민해방군의 개전 준비태세가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지 가늠할 수 있다.

 

1) 2022년 8월 21일 중국 언론매체 <화남조보(華南朝報)> 보도에 의하면, 중국인민해방군 미사일부대의 전투 준비 수준이 매우 높아져서 대만 공격에 접근하고 있다는 의혹을 불러 일으킨다 것이다. 실제로 중국인민해방군은 대만해방전쟁에서 사용할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을 3,000발 이상 비축해놓았다.

 

2) 2022년 9월 9일 미국 언론매체 <디플로맷(Diplomat)> 일본어판 보도에 의하면, 중국인민해방군 전투원들은 중국 본토 각지에 있는 8개 대규모 종합 군사훈련 기지들에서 한 번에 약 8개월 동안 집중적인 전투 훈련을 받는데, 특수부대 전투원들은 실물 크기로 지어놓은 대만 총통부 청사 중에서 대만 총통 차이잉원(蔡英文)의 집무실이 있는 5층을 기습하여 그녀를 생포하는 야간강하 훈련을 계속하고 있으며, 대만군 총사령부와 타이중국제공항을 습격하는 전술훈련도 계속한다고 한다. 

 

3) 2022년 9월 5일 <화남조보> 보도에 의하면, 중국인민해방군은 대규모 전투 병력을 지상, 해상, 공중에서 전선에 신속히 투입하는 육해공군 협동작전을 지난 몇 달 동안 훈련해오고 있다고 한다. 육해공군 협동작전은 현대전의 필수적인 요소다. 

 

4) 중국인민해방군은 대만해방전쟁에 동원할 상륙전투단을 조직하고, 상륙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상륙 헬기 30대를 싣는 40,000톤급 075형 강습상륙함 3척이 상륙전투단에 배치되었다. 2022년 10월 16일 <중국중앙텔레비전방송>은 075형 강습상륙함 2척으로 편성된 상륙전투단이 상륙 헬기, 공기부양정, 상륙장갑차를 동원하여 남중국해에서 실시한 상륙 훈련 장면을 방영하였다. 

 

5) 2022년 10월 17일 대만 언론매체들의 보도에 의하면, 중국인민해방군은 2022년 8월 초 전투함선 14척을 동원하여 대만을 봉쇄하는 해상 봉쇄작전을 훈련하였는데, 그 이후 호위함 및 정찰함 5척을 대만 앞바다에 24시간 고정배치해놓고 대만으로 접근하는 항로를 차단하는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2022년 9월 1일 영국 통신사 <로이터즈(Reuters)> 보도에 의하면, 중국인민해방군은 전시에 대만 인근 해역으로 접근하는 미국 해군 함대를 공격하는 해상 기동훈련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6) 2022년 8월 초부터 중국인민해방군 전투기들은 대만 상공으로 접근하는 위협 비행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이 대만해협에 제멋대로 그어놓은 이른바 ‘중간선’은 대만 해안으로부터 약 80km 떨어진 해상에 그어졌으므로, 중국인민해방군 전투기들이 그 선을 넘어 대만 상공으로 접근하면 폭이 약 60km밖에 되지 않는 아주 협소한 공간에서 비행하게 된다. 중국인민해방군 공군 소속 최신형 J-20 스텔스전투기가 ‘중간선’에서 전속력으로 비행하여 대만 상공에 진입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분 30초다.

 

2022년 10월 18일 프랑스 통신사 <아에프뻬(AFP)> 보도에 의하면, 토니 블링컨(Antony J. Blinken) 미국 국무장관은 시진핑 총서기가 2022년 10월 16일 중국공산당 제20차 대회 업무보고에서 대만통일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을 두고 “중국은 대만과의 현상 유지를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결정을 내린 것 같다. 중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일찍 통일을 실현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고위급 군사 지휘관들과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이 앞으로 5년 뒤에 일어날 것으로 예측해왔는데, 이번에 블링컨 국무장관은 대만해방전쟁이 그보다 훨씬 더 일찍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블링컨 국무장관이 예측한 것처럼,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일찍 일어난다면, 개전 시점은 임박해진 것이 분명하다. 얼마나 임박해진 것일까? 2022년 10월 19일 마이클 길데이(Michael M. Gilday) 미국 해군참모총장은 워싱턴D.C.에 있는 국제안보연구기관 애틀랜틱 카운슬(Atlantic Council)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이 이르면 올해 안에 아니면 내년에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것은 대만해방전쟁이 앞으로 1년 안에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예고해준 것이다. 

 

대만해방전쟁이 임박하였다는 사실을 감지한 대만의 종미우익 정권은 공포와 불안에 사로잡혀 부산을 떨고 있다. 2022년 10월 22일 대만 언론매체 보도에 의하면, 차이잉원 종미우익 정권은 전시에 철도, 공항, 항만, 발전소, 천연가스공급시설, 송신탑, 방송국 등 대만 각지의 주요 기반시설이 동시에 공격을 받는 전시상황을 가정한 전쟁대비훈련을 2022년 6월부터 10월까지 기간에 계속 실시해왔다고 한다. 2022년 10월 7일 대만 입법원에 출석한 대만 행정원장 쑤전창(蘇貞昌)은 차이잉원 종미우익 정권이 무기, 식량, 에너지, 의약품을 비롯한 각종 전략물자를 비축해놓고, 비축상태를 매달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차이잉원 종미우익 정권이 전쟁대비훈련을 계속하면서 전략물자를 비축해놓은 것은 말짱 헛수고다. 왜냐하면, 전시에 중국인민해방군은 대만의 미사일 방어망을 뚫고 들어가는 정밀타격미사일을 동시다발로 쏴서 대만 각지의 주요 기반시설과 전략물자 비축창고들을 모조리 파괴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만에 진출한 다국적기업들과 중국에 진출한 초국적 금융회사들도 대만해방전쟁이 임박하였다는 사실을 감지했다. 그래서 그들은 긴급행동을 취했다. 2022년 8월 10일 <화남조보> 보도에 의면, 대만에 진출한 다국적기업들은 전시에 중국인민해방군이 대만을 봉쇄하는 상황에 대비하여 대만에서 신속히 빠져나가는 전시 탈출계획을 수립했다고 한다. 2022년 1월부터 4월까지 기간에 대만에 몰려든 729개 다국적기업들은 31억 달러(4조4,303억 원)를 대만에 투자했는데, 이것은 2021년의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많은 규모다.

 

2022년 9월 26일 미국 통신사 <블룸벅 뉴스(Bloomberg News)> 보도에 의하면, 중국에 진출한 미국 뉴욕 월가(Wall Street)의 초국적 금융회사들은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중국 금융시장에 투자한 금융자본을 신속히 빼내는 비상 철수계획을 수립했다고 한다. 중국 금융시장에 진출한 미국 뉴욕 월가의 초국적 금융회사들은 2021년 말 현재 약 570억 달러(81조 4,604억 원)의 금융자본을 투자했다.

 

3.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발표한 ‘국가안보전략’ 문서

 

2022년 10월 13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문서를 발표했다. 이것은 미국의 최고 권력기관의 대외전략방침을 총정리한 문서다. 그 문서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중국을 “국제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를 가졌고, 국제질서를 재편할 수 있는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 기술적 능력을 가진 유일한 경쟁자”로 규정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그 문서에 기술한 ‘국제질서’라는 말은 미국이 강권과 전횡으로 지배하는 인디아양-태평양 제국주의 체제(Indo-Pacific imperialist system)를 의미한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오늘 중국이 강대한 국가력량을 발휘하여 미국이 지배하는 인디아양-태평양 제국주의 체제를 재편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그 문서에 기술한 ‘재편’이라는 말은 인디아양-태평양 제국주의 체제를 무너뜨린다는 뜻이 아니라, 그 체제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다는 뜻이다. 중국이 인디아양-태평양 제국주의 체제에 입히는 치명적인 손상은 대만해방전쟁에서 승리하여 중국의 조국통일대업을 실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문서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로씨야를 “국제질서를 무모하게 어기면서 자유롭고 개방된 국제체제에 즉각적인 위협을 주는” 적대 국가로 규정했다. 이것은 로씨야가 미국이 지배하는 동유럽 제국주의 체제에 심각한 위협을 주고 있다는 뜻이다. 로씨야의 노보로씨야해방전쟁이 미국의 동유럽 제국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다른 한편, 미국 국방부는 2022년 3월 28일에 발표한 ‘2022년 국가방위전략(National Defense Strategy)' 문서에서 중국을 ’다중적 위협‘으로, 로씨야를 ’급격한 위협‘으로 규정했다.

 

그런데 주목되는 것은 ‘국가안보전략’ 문서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조선을 어떻게 규정했는가 하는 문제다. 흥미롭게도, 그 문서에는 조선과 관련하여 두 문장밖에 수록되지 않았다. 그 두 문장은 다음과 같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불법적인 핵무기 및 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우리는 북조선의 다량살상무기(WMD) 및 미사일 위협에 직면하여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를 강화하는 한편,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지향한 가시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해 대조선외교를 지속적으로 모색할 것이다.”

 

위에 인용한 두 문장은 괴이한 느낌을 준다. 왜냐하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중국이나 로씨야에 비해 조선을 경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2017년 12월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회의가 발표한 ‘국가안보전략’ 문서에는 북조선(North Korea)이라는 단어가 17차례나 수록되었는데, 이번에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보회의가 발표한 ‘국가안보전략’ 문서에는 북조선이라는 단어가 세 차례밖에 수록되지 않았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보회의가 조선을 경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오늘 조선이 중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이 지배하는 동아시아 제국주의 체제에 치명적인 위협을 주고 있는데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그런 심각한 현실을 외면하면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지향한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전략핵무력과 전술핵무력을 전부 완성한 조선이 막강한 핵전투무력을 실전배치하고 ‘남조선해방전쟁’ 개전 준비를 끝냈는데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그런 현실을 외면하고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나 중얼거렸으니, 이것이야말로 맨손으로 구름을 잡으려는 희떠운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조선은 미국이 비공식 통로를 통해 여러 차례 보낸, 조미 협상을 재개하자는 제의에 대해 응답조차 하지 않고 묵살해버렸는데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그런 현실을 외면하고 대조선 외교를 지속적으로 모색하겠다고 중얼거렸으니, 이것이야말로 멍청한 소리가 아닐 수 없다.

 

바이든 행정부의 국가안보회의만 그런 행동을 보인 게 아니라, 국방부도 똑같이 행동했다. 이를테면, 2022년 10월 18일 패트릭 라이더(Patrick S. Ryder)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언론설명회에서 조선이 2022년 10월 4일 시험발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일본렬도 상공을 넘어 북태평양에 떨어진 사변이 “즉각적인 위협”이 아니라느니, “(미국과) 대화할 의지를 가져 주기를 조선에 촉구한다”라느니 하는 헛소리를 늘어놓았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2022년 10월 4일 조선이 시험발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미국 본토를 타격하기 위해 개발된 전략무기다. 중국과 로씨야는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할 때, 미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미국 본토에서 가까운 북태평양으로는 쏘지 않는다. 그런데 조선은 미국 본토를 타격하기 위해 개발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미국 본토에서 가까운 북태평양으로 쏘면서 미국을 직접적으로 위협했다. 그런데도 미국 국방부는 조선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미국에 “즉각적인 위협”이 아니라고 했으니, 정상적으로 판단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4. 미국은 왜 조선을 위협적인 존재로 인정하지 못하는가? 

   

의문이 생긴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 로씨야를 위협적인 존재로 보면서도, 왜 조선을 위협적인 존재로 인정하지 않는 것일까? 그들이 그렇게 판단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1) 바이든 행정부는 조선인민군의 무장 장비가 전반적으로 낡았다고 보기 때문에 조선인민군의 실전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오류를 범했다. 그들이 조선을 위협적인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하지만 조선인민군의 무장 장비가 전반적으로 낡았다는 그들의 평가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인식 착오다. 조선인민군의 판별기준은 무장 장비의 작전수명이 지났는가 아닌가 하는 게 아니라, 전투종심이 매우 짧고 산악지대가 많은 우리나라 작전환경에 적합한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조선인민군은 우리나라 작전환경에 적합한 무장 장비만 보유하고 나머지는 전부 퇴출시켰으며, 우리나라 작전환경에 적합한 무장 장비만 개발하고, 적합하지 않은 무장 장비는 절대로 만들지 않는다. 우리나라 작전환경에 적합한 무장 장비는 작전수명이 훨씬 지났어도 퇴출시키지 않고, 부품을 자체로 생산, 교체해주면서 작전성능을 원래 상태로 유지시킬 뿐 아니라, 새로운 장비를 개발, 장착해서 기존 작전성능보다 더 우세한 작전성능을 발휘할 수 있게 개량해놓았다. 

 

실전 능력을 평가할 때, 무장 장비보다 더 중시해야 하는 것은 전법운용능력, 작전지휘통제능력, 정신무장 상태인데, 미국은 노후한 무장 장비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만 중시한다. 엄청난 오판이다.

 

무장 장비를 살펴보면, 한국군이야말로 실전에서 사용할 수 없는 노후한 무장 장비를 박물관처럼 늘어놓았다고 볼 수 있다. 이를테면, 한국군이 1964년부터 1995년 기간에 미국에서 수입한 M-48 전차 440대는 작전수명 25년을 넘긴 고물전차들이어서 경사도가 20도가 넘는 언덕은 올라가지도 못한다. 한국군이 보유한 고물전차들은 10대 중 4대의 비율로 정비소에 들어가 있거나 정비를 받지 못한 무용지물이다. 

 

1976년부터 1988년 기간에 한국군이 미국에서 수입한 소형 작전 헬기 100대는 작전수명 30년을 넘긴 고물 헬기들이다. 해상기동헬기 8대도 작전수명 40년을 넘긴 고물 헬기들이다. 1988년부터 1991년 기간에 한국군이 미국에서 수입한 AH-1S 공격헬기 60대도 작전수명 30년을 넘긴 고물 헬기들이다. 한국군은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고물 헬기를 타기 위해 아슬아슬하게 목숨을 걸어야 할 판이다.

 

1950년부터 1978년 기간에 한국군이 미국에서 수입한 105mm 견인포 1,500문과 1951년부터 1981년 기간에 미국에서 수입한 155mm 견인포 900문이 있는데, 이 두 종의 견인포 2,400문은 작전수명 25년을 넘긴 고물 야포들이다. 오래전에 고철로 팔았어야 할 견인포를 아직도 붙들고 있다. 

 

1975년에 한국군이 미국에서 수입한 토우 대전차미사일 20발은 작전수명 25년을 넘긴 고물 미사일이다. 1990년대에 한국군이 프랑스에서 수입한 미스트랄 반항공미사일 100발도 작전수명 20년을 넘긴 고물 미사일이다. 실전 상황에서 발사해도 혹시 날아가지 않거나 역비행을 할까 봐 우려되는 고물들이다. 

 

한국군이 운용하는 장보고급 잠수함 9척 중에서 5척은 작전수명 25년을 넘긴 고물 잠수함들이다. 울산급 호위함 9척도 작전수명 30년을 넘긴 고물 호위함들이다. 포항급 초계함 7척도 작전수명 25년을 넘긴 고물 초계함들이다. 참수리급 고속정 35척도 작전수명이 25년을 넘긴 고물 고속정들이다. 기뢰탐색함 3척과 군수지원함 1척도 작전수명 30년을 넘긴 고물 함선들이다. 이런 고물 전투함선들을 가지고 작전하는 것은 자멸 행위에 가깝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2022년 1월 미국의 군사연구기관 '세계화력(Global Firepower)'이 각종 고물 무기를 붙들고 있는 한국군의 군사력은 세계 6위로 과대평가했고, 작전환경에 적합한 무장 장비들만 보유한 조선인민군의 군사력은 세계 28위로 과소평가했으니,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일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조선인민군의 실전 능력을 과소평가한 나머지, 조선을 위협적인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 것은 치명적인 오판이다. 

 

2) 오늘날 미국의 군사력은 전반적으로 약화되었기 때문에 자기의 한정된 군사력을 중국과 로씨야의 위협에 대응하는 데 집중시켜야 한다. 그래서 조선의 위협에 대응할 미국의 군사력은 충분하지 못하다. 미국의 군사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되었다는 사실은 미국의 유력한 안보문제연구기관 헤리티지 재단(Heritage Foundation)이 2022년 10월에 펴낸 ‘미국 군사력의 2023년 지표(2023 Index of U.S. Military Strength)’라는 제목의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 자료에는 미국의 군사력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사실이 서술되었다.

 

공군력 - 최저 수준(very weak)

해군력 - 약한 수준(weak)

우주군력 - 약한 수준(weak)

육군력 - 중간 수준(marginal)

상륙무력 - 강한 수준(strong)

핵무력 - 강한 수준(strong)

총괄 평가 - 약한 수준(weak)

 

위에 인용한 평가자료가 말해주는 것처럼, 미국군은 체질적으로 허약한 약군이다. 미국군은 핵무력과 상륙무력으로 겨우 체면이나 유지하는 처량한 신세다. 그런 미국군이 막강한 핵무력을 가진 조선, 중국, 로씨야를 동시에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은 자기의 한정된 군사력을 중국과 로씨야의 위협에 대응하는 데 집중시키는 수밖에 없으므로, 조선의 위협에는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 그래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조선을 위협적인 존재로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대만해방전쟁과 ‘남조선해방전쟁’이 거의 동시에 일어나는 결정적 시기에 미국은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과 차이잉원 종미우익 정권을 모두 지켜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인 시기에 미국은 그 둘 중에서 어느 한쪽을 버리고 어느 한쪽만 지켜주는 최후의 전략적 선택을 단행해야 한다. 미국이 자기의 한정된 군사력으로 중국과 로씨야의 위협에 대응할 수는 있어도 조선의 위협에는 대응하지 못하는 오늘의 군사 상황은, 대만해방전쟁과 ‘남조선해방전쟁’이 동시에 일어나는 결정적 시기에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을 포기하고 차이잉원 종미우익 정권만 수호해주는 전략적 선택을 단행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을 불러온다. 

 

하지만 미국이 자기의 한정된 군사력을 동원하여 차이잉원 종미우익 정권을 지켜주려고 애써도, 중국인민해방군의 압도적인 군사력을 당할 수 없을 것이므로, 결과적으로는 차이잉원 종미우익 정권을 지켜주지 못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차이잉원 종미우익 정권의 생존 기간은 앞으로 1년 정도 남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제국주의 대외정책사가 말해주는 것처럼, 미국은 종미우익 정권이 자기에게 필요할 때는 동맹의 간판 아래서 실컷 이용해먹다가 필요가 없어지면 종미우익 정권을 내버리는 야박한 습성을 가졌다. 산토끼가 죽으면, 산토끼를 잡던 사냥개도 필요가 없으므로, 사냥개 주인은 사냥개마저 잡아먹는다는 중국의 고사성어 토사구팽(兎死狗烹)이 생각난다.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은 토사구팽의 가련한 운명에 처했다. 윤석열 종미우익 정권의 생존 기간은 앞으로 1년 정도 남은 것으로 보인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 XX’와 차원이 다른 폭탄선언…윤 대통령 극우 본색

등록 :2022-10-23 07:00수정 :2022-10-23 09:48

 
[한겨레S] 성한용의 정치 막전막후
윤 대통령의 ‘보수언론 따라하기’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군의 날 행사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군의 날 행사에서 경례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겨레S 뉴스레터 구독신청. 검색창에 ‘에스레터’를 쳐보세요.

 

윤석열 대통령이 비속어 논란에 이어 또 사고를 쳤습니다. 이번에는 색깔론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월19일 국민의힘 원외당협위원장 초청 오찬에서 “종북 주사파는 반국가 세력이고, 반헌법 세력이다. 이들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비속어 논란과는 차원이 다른 사고입니다. 정치적 맥락으로 보면 야당과 협치를 하지 않겠다는 폭탄선언이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을 종북으로 몰아붙이는 가운데 나온 것입니다.

 

대통령실도 당황했는지 부랴부랴 대변인실 명의로 해명에 나섰습니다. 대변인실 해명을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어떤 맥락에서 문제의 발언을 했는지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먼저 한 당협위원장이 윤 대통령에게 최근 북한의 도발과 위협을 언급하며 종북 주사파 세력에 밀리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나라 안팎으로 경제가 어렵고, 안보 상황도 녹록지 않다. 이런 때일수록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확신을 갖는 것’이라고 강조한 뒤 ‘자유·민주주의에 공감하면 진보든 좌파든 협치하고 타협할 수 있지만, 북한을 따르는 주사파는 진보도 좌파도 아니다. 적대적 반국가 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대한민국을 전복하려는 세력과는 타협할 수 없다는 의미로, ‘국가 보위’가 첫번째 책무인 대통령으로서 기본적 원칙을 언급한 것입니다. 또 이러한 발언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 정신을 공유하고 있다면 그 누구와도 협력할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헌법 정신과 대통령의 책무를 강조한 발언을 두고 정치적으로 왜곡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윤 대통령이 보수 언론 따라하기

 

여러분은 대변인실의 해명이 타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야당과의 협치 거부로 해석하는 것이 과연 정치적 왜곡일까요?

 

윤석열 대통령 자신도 아차 싶었던지 다음날 아침 기자의 질문에 “주사파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잘 아는 것”이라며 “어느 특정인을 겨냥해서 한 얘기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주사파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잘 안다고요? ‘네 죄를 네가 알렷다’는 식의 원님 재판 어법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윤석열 대통령 발언 하루 전 <조선일보>에 꼭 같은 논지의 칼럼이 실렸다는 사실입니다. ‘김일성주의자 발언이 뜻하는 것’이라는 제목의 ‘김대중 칼럼’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김일성주의자라고 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의 발언을 두둔하는 내용입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시기적으로 볼 때 그동안 좌파·주사파·운동권·친북세력이 장악해온 한국 정치지형(地形)에서 보수·우파의 반격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아니, 운동권-종북좌파의 퇴보를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한국의 정치가 이제 정상 궤도로 진입하려면 일차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이 바뀌어야 한다. 민주당이 친북·종북·운동권의 아지트가 아닌 진보·좌파·사회주의 본연의 기지(基地)로 돌아와서 좌·우의 건전한 대결과 대안(代案)의 정치를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두 사람의 주장을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친북·종북·운동권’과 ‘진보·좌파·사회주의’를 분리하려는 김대중 칼럼니스트의 논리를 그대로 베낀 것입니다. 평화 통일과 한반도 평화를 주장했던 야당 정치인들과 재야, 민주화 운동 세력을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독재 정권이 빨갱이-용공-친북-종북으로 몰아 탄압할 때 동원했던 바로 그 논리 그대로입니다.

 

북한을 따르는 주사파가 아니면 진보든 좌파든 협치하고 타협할 수 있다고요? 거짓말입니다. 분단 기득권 세력은 북한식 사회주의나 주체사상에 비판적이었던 민중민주 계열 운동권 단체들을 ‘진짜 빨갱이’라며 더 가혹하게 탄압했습니다. 어쩌다가 대한민국 대통령이 분단 기득권 세력의 얄팍한 논리에 이렇게 휘둘리게 됐는지 참으로 안타까울 뿐입니다.

 

하긴 윤석열 대통령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국민의힘 지도부와 당권 주자들의 발언 수위를 보면 걱정스러울 정도로 막 나가고 있습니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가장 심각합니다.

“조선은 왜 망했을까? 일본군의 침략으로 망한 걸까?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10월11일)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문재인 정부 시절 체결된 9·19 남북 군사합의는 물론 1991년의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역시 파기되어야 한다.”(10월12일)
“민주당의 주류인 586 세력의 이념은 무엇입니까?” “민주당의 주류들은 요즈음도 북한은 항일무장 투쟁을 한 김일성이 만든 자주 정권이고, 대한민국은 친일파 괴뢰정권이 세운 나라라는 생각을 언뜻언뜻 내비칩니다.”(10월18일)

정진석 위원장의 발언이 거칠어지면서 그의 부친과 조부까지 입길에 오르고 있습니다. 그의 부친은 경찰 출신으로 치안국장, 충남지사, 내무부 장관, 6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석모 전 의원입니다. 조부는 일제강점기에 계룡면장을 지냈고 일본식 이름으로 바꿨습니다. 정진석 위원장은 <한국일보> 기자 출신으로 본래 성격이 호방하고 합리적 보수 성향의 정치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태극기 부대보다 더 심한 극우 발언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는 “조선이 일본의 침략으로 망한 것이 아니”라는 자신의 발언은 식민사관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역사학자들은 식민사관이 맞는다고 비판합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진석 위원장의 이러한 극우 발언과 행보는 그동안 국민의힘을 지지해준 국민에 대한 배신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2020년 총선 이후 벌어진 일을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극우 보수 황교안 대표가 이끈 자유한국당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으로 개편했지만, 선거 결과는 미래통합당 84석, 미래한국당 19석에 그쳤습니다. 황교안 대표가 물러나고 김종인 비대위원회 체제가 출범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했습니다. 2020년 9월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바꾸고 강령에 기본소득을 명시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 표현에 의하면 ‘진취적’ 정당으로 변화를 시도한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으로 국민의힘은 2021년 4·7 서울시장·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했습니다. 2021년 6월 전당대회에서는 30대의 이준석 대표를 선출하는 파격을 마다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을 영입해 2022년 3월9일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극우 보수가 아니라 공정과 상식의 기치를 내세워 정권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대선 과정에서 김종인 위원장을 쫓아냈고 집권 뒤에는 이준석 대표를 몰아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다시 극우 보수로 선회하고 있는 것입니다.

 

철학 없는 정부의 전술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요? 윤석열 대통령과 정진석 위원장이 황교안 대표 시절의 극우 노선으로 돌아서는 이유가 뭘까요? 두가지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첫째, 철학의 부재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본래 검찰주의자였습니다. 대선 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자신의 이념으로 제시했지만, 아직도 자유의 내용을 채우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잘 모르면 휘둘리는 법입니다. 국민의힘은 이승만의 자유당, 박정희의 공화당, 전두환의 민정당에 뿌리를 둔 정당입니다. 국민의힘 당사에는 지금도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독재와 극우는 어쩌면 국민의힘 유전자에 각인된 본능입니다.

 

둘째, 국정 지지율 하락을 막기 위한 고정 지지층 결집 전술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갤럽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8월 첫째 주와 9월 다섯째 주에 24%로 최저치였습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9월 다섯째 주 조사에서 연령별로는 70대 이상에서 긍정 46%, 부정 34%로, 지지 정당별로는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긍정 59%, 부정 30%로 긍정이 더 높았습니다.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의 실체입니다.

 

이처럼 윤석열 대통령과 정진석 위원장의 극우 발언과 행보에는 ‘본능’과 ‘전술’이라는 두가지 배경이 동시에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잘될까요?

 

잘 안될 것입니다. 실패 사례가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뒤 보수 정당 주자로 2017년 대선에 나섰던 홍준표 대구시장은 2018년 지방선거 국면에서 펼쳐진 북-미 정상회담을 ‘위장평화쇼’라고 비난하는 극우 노선을 선택했습니다. 선거에서 참패했습니다.

 

좀 더 앞으로 가면 이명박 대통령 사례도 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국정 지지율 급락 사태를 맞은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실용주의 노선을 버리고 극우 노선으로 돌아섰습니다. 국가정보원장에 자신의 최측근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을 앉혀 “종북 세력이 촛불 시위의 배후”라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방치하고 부추겼습니다. 그 뒤에 벌어진 일은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정리하자면 보수는 합리적 보수와 실용주의로 진화할 때 성공했고, 극우 보수로 퇴화할 때 실패했습니다.

 

무책임한 극우 행보

 

마무리하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진석 위원장의 극우 발언과 행보는 매우 위험하고 무책임한 도박입니다. 첫째, 야당을 종북 주사파로 몰면서 협치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정치를 포기하겠다는 선언입니다. 둘째, 아무런 대안도 없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전쟁 위기를 방치하는 행위입니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나 국민의힘의 정치적 유불리, 2024년 총선이 문제가 아닙니다. 정말 걱정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시청역에서 숭례문까지 촛불 가득..."민생파괴 정권 그만"

전국에서 모인 수많은 시민들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11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 수사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전국에서 모인 수많은 시민들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11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 수사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전국에서 모인 수많은 시민들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11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 수사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전국에서 모인 수많은 시민들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11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 수사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태평로 전 차선이 시민들로 가득합니다. 시청 앞에도 시민들이 가득합니다. 민생 파괴, 정치 보복, 평화 파괴, 이런 정권 몰아냅시다." (안진걸 촛불행동 상임공동대표)

서울 시청역에서 숭례문까지 이어진 세종대로 5개 차선을 촛불이 가득 메웠다. 대구, 강원, 제주 등 전국 24개 지역에서 상경한 시민들은 "헌정질서 파괴하는 윤석열은 퇴진하라" "주가조작 경력사기 김건희를 특검하라"고 외쳤다. 

22일 오후 4시부터 시청역 앞에서 열린 '전국 집중 촛불 대행진'에 참석한 시민 김진숙(63)씨는 "윤석열 (대통령)의 폭주를 더 이상 볼 수 없어 참석했다. 내로남불, 편파적인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집회 현장 한쪽에선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제1차 윤석열 퇴진 중고등학생 촛불집회'가 다음 달 5일 오후 4시 광화문역 2번 출구 앞에서 열린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이 땅에서 전쟁, 절대 안 돼... 윤석열 정부는 퇴진하라"
 

▲ 시청역에서 숭례문까지 가득 메운 촛불 “헌정질서 파괴하는 윤석열 퇴진하라”
ⓒ 유성호

관련영상보기

 
 

전국에서 모인 수많은 시민들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11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 수사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전국에서 모인 수많은 시민들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11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 수사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해 쥴리 의혹을 제기한 안해욱 전 대한초등학교태권도협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11차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해 쥴리 의혹을 제기한 안해욱 전 대한초등학교태권도협회장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11차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개그맨 강성범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11차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개그맨 강성범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11차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11차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11차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이날 집회에는 각 지역에서 서울을 찾은 시민들이 무대에 올라 윤석열 정부 규탄 발언을 했다. 경북 상주에서 온 한 시민은 "상주에선 농민들이 논을 갈아엎고 있다. 폭락한 쌀값에 더는 못 살겠다는 처절한 외침이다. 생계를 위해 나온 어린 청년이 기계에 깔려 처참하게 죽었다"며 "농민들의 피 맺힌 절규, 어린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가 진정 국민을 위한 대통령인가. 국민을 위해 윤석열은 퇴진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하얗게 센 머리의 한 남성은 "윤석열 정부가 경제, 사회, 문화, 교육, 국방을 파탄내고 있다. 우리는 전쟁이 싫다. 전쟁이 이 땅에서 일어나면 절대 안 된다. 윤석열 정부는 퇴진하라"고 했다. 또 충북 충주에서 온 여성은 "생각할수록 날마다 열불나고 갑갑해서 왔다. 사건 조작하고, 국민 세금 도둑질하는 자가 우리 대통령이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고 외쳤다. 


이날 집회에는 교수, 정치인, 개그맨 등 각계각층 인사들도 참석했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촛불행동 상임공동대표)는 "윤석열 정권의 대통실이 촛불 집회에 대해 '헌정질서를 흔들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발맞춰 정부 기관, 경찰, 극우단체들이 움직이고 있다"며 "광화문 촛불 혁명의 맥을 이어 이 자리에 온 시민들을 협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다. 국민 대승리로 막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용산 대통령실까지 촛불 든 채 대행진
 
전국에서 모인 수많은 시민들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11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 수사 등을 촉구하며 용산 대통령실로 행진을 벌이고 있다.
▲  전국에서 모인 수많은 시민들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11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 수사 등을 촉구하며 용산 대통령실로 행진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전국에서 모인 수많은 시민들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11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 수사 등을 촉구하며 용산 대통령실로 행진을 벌이고 있다.
▲  전국에서 모인 수많은 시민들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11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 수사 등을 촉구하며 용산 대통령실로 행진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전국에서 모인 수많은 시민들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11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 수사 등을 촉구하며 용산 대통령실로 행진을 벌이고 있다.
▲  전국에서 모인 수많은 시민들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11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 수사 등을 촉구하며 용산 대통령실로 행진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은우근 전 광주대 교수(촛불행동 상임공동대표)도 "윤석열은 부자 감세를 통해 노동자, 서민, 청년, 노인을 위한 복지를 대폭 희생시켰다. 정치 검찰의 폭력이 횡행하고, 공포 정치가 자행되고 있다. 자유를 말하면서 국민의 자유를 탄압하고, 몰상식한 정치가 일상화하고 있다"며 "윤석열 퇴진은 물론 퇴진 이후에도 한반도 민주주의, 평화가 실현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천 검찰세력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것을 시민 여러분이 반드시 막아달라"며 "위법한 법무부 예산, 검찰 예산을 국회에서 삭감해야 하지 않겠나. 청와대 이전 예산도 삭감해야 한다. 청와대 이전 예산, 법무부 위법 예산 전체 삭감을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개그맨 강성범씨도 이날 무대에 올라 윤석열 정부 규탄 발언을 했다. 

대로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주가조작 허위경력 김건희 특검!' '민생파탄 정치보복 평화파괴 친일매국 윤석열 퇴진!'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윤석열은 퇴진하라"고 수 차례 외쳤다. 시민들은 이날 오후 6시 30분까지 이어진 집회가 마무리되자 서울역, 숙대입구역, 삼각지역을 거쳐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촛불을 든 채 행진했다.     
 
를 열창하고 있다." class="photo_boder" style="border: 1px solid rgb(153, 153, 153); image-rendering: -webkit-optimize-contrast; display: block; text-align: center; max-width: 600px; width: 600px;">
▲  가수 이정석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11차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 참석해 노래 <첫눈이 온다구요>를 열창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를 열창하고 있다." class="photo_boder" style="border: 1px solid rgb(153, 153, 153); image-rendering: -webkit-optimize-contrast; display: block; text-align: center; max-width: 600px; width: 600px;">
▲  가수 리아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11차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 참석해 노래 <강철나비>를 열창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전국에서 모인 수많은 시민들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11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 수사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전국에서 모인 수많은 시민들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11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 수사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전국에서 모인 수많은 시민들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11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 수사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전국에서 모인 수많은 시민들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11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 수사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전국에서 모인 수많은 시민들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11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 수사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전국에서 모인 수많은 시민들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11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 수사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전국에서 모인 수많은 시민들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11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 수사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전국에서 모인 수많은 시민들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11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 수사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전국에서 모인 수많은 시민들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11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 수사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전국에서 모인 수많은 시민들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인근에서 열린 11차 전국집중 촛불대행진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 수사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레고랜드 부도사태, 채권시장 마비 신호탄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10/23 10:18
  • 수정일
    2022/10/23 10:1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현장언론 민플러스
  •  
  •  승인 2022.10.22 03:21
  •  
  •  댓글 0
 
 
 

 

▲ 레고랜드가 지난 6일 부도처리되었다.[그래픽 : 뉴시스]
▲ 레고랜드가 지난 6일 부도처리되었다.[그래픽 : 뉴시스]

강원도 도지사 김진태가 ‘레고랜드’의 빚보증 이행을 거부하면서 기업채권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지난 5월 개장한 ‘레고랜드’는 춘천 하중도에 건설된 테마파크이다. 레고랜드 시행사는 강원중도개발공사이고, 아이원제일차라는 특수목적법인을 만들어 자산유동화증권(ABCP)*을 발행하여 2050억원 자금을 끌어모았다. 

ABCP(Asset-backed Commercial Paper)란 자산담보기업어음으로, 자산이나 신용을 담보로 증권을 발행하여 자금을 모으는 파생상품이다. ABCP는 부동산파이낸싱(PF)의 하나이다. 

레고랜드 ABCP판매는 주간사로서 BNK증권이 담당했고, 강원도가 지급을 보증했다. 여기에 신한투자증권(550억원), IBK투자증권(250억원) 등 11곳이 투자했다. 그런데 지방선거 이후 국민의 힘 김진태 도지사가 9월 28일 레고랜드 회생절차를 선언하고 지급보증을 거부함으로써, 레고랜드는 지난 6일 최종부도처리되었다. 김진태 도지사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을까?

레고랜드 부도의 파장은 일파만파로 퍼졌다. 지방자치단체가 지급보증하는 최고신용등급(A1) 채권에서 디폴트가 발생하자 국고채, 회사채, 단기어음(CP) 등 채권시장 전체가 급속하게 얼어붙으며 기업들은 자금경색에 내몰리게 되었다. 강원도가 허둥지둥 다시 레고랜드 채권에 대해 내년 1월 지급보증을 약속했지만 이미 폭탄은 터진 뒤였다. 

기업들은 회사채를 발행해도 팔 수 없게되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 회사채 발행액은 약 9조원으로 작년과 재작년 11조원 정도에 비추어 보면 2조원 가량이 줄었다. 10월 들어 보름동안 회사채 발행액은 1조 2천억원으로 일평균 1500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은행채는 지난달 25조원으로 매일 1조원씩 발행되었다. 이는 예년과 비교하면 2~3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기업들이 기업채권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없게 되자 은행대출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참여자들도 기업채권보다는 신용리스크가 적은 은행채로 몰리는 탓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은 기업대출 자금여력이 부족하여 가계대출에 대한 회수에 나서게 되고 가계부채위기가 가중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와중에 강원도가 어떤 경우에도 상환하도록 약정되어있는 레고랜드기업어음을 고의로 부도냄으로써 채권시장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기업채권시장 경색에는 최우량등급(AAA) 한전이 6%금리로 23조원 규모의 공사채를 발행하면서 기업채권시장을 싹슬이 한 것도 한 몫했다. 회사채금리도 평균 4%대에서 1년반 만에 3배이상 뛰었다. SK하이닉스 역시 5.34%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우량기업들이 높은 금리로 회사채를 쓸어가니,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과 판매에 엄두를 못내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지방, 중소건설사, 부동산PF대출이 많은 증권사, 스타트업체들의 연쇄부도설이 확산되고 있다. 
다른 지방자자체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가 지급보증한 ABCP는 3개월~1년 만기로 1조 3천억원 규모에 이른다. 그런데 강원도 지급보증거부사태를 확인한 채권자들이 대출금 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진태가 던진 돌맹이가 한국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김진태 도지사가 당긴 방아쇠는 한국 금융의 약한 고리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파열구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의 건전성 감독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이 그림자금융은 750조 3천억원에 달하고, 금융연구원은 이중 202조 6천억 정도(28%)가 부실화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97년 IMF와 비슷한 양상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가계부채, 무역적자와 경기침체, 부동산 가격폭락 등의 악재들과 연결되면 취약기업, 취약증권사의  연쇄부도는 현실로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잔액 1조 6천억원을 투입하여 회사채 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은 어림없다는 반응이다. 연이어 금융당국은 채권펀드 20조 재가동 계획을 밝히고, 회사채, 기업어음(CP) 매입여력을 기존 6조원에서 8조원으로 확대하기로 하였지만, 금융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경제위기에 선제대응, 거시종합대응 보다는 건건대응, 사후대응, 늦장대응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는 안심하라는 이야기만 한다.

국민의 힘 김진태 도지사가 레고랜드 부도라는 위험한 선택을 한 데는 어설픈 정치셈법이 작용했다. 더불어민주당 최문순 전 지사가 실행한 정책을 지워버리고 자신을 부각하고 싶었던 것이다. 문제는 김진태 도지사가 보복정치에 눈이 멀어 취한 무식한 조치가 한국경제의 급소를 때렸다는데 있다. 
‘블랙스완’이라는 경제용어가 있다. ‘검은 백조’라는 말인데,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발생하는 현상으로,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을 동반하는 사건을 의미한다. 영국 수상 리즈 테라스는 45일만에 사임했다. 테라스는 신자유주의 전도사였던 대처 전 수상을 본받겠다 했다. 그런데 취임하자마자 7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감세정책을 추진함으로써 파운드화 폭락, 국채금리 급상승 등 영국 금융위기를 심화시키고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끼친 바보짓을 하다가 수상자리에서쫓겨나고 말았다. 그래서 세상은 리즈 테라스를 현재 세계경제 위기의 블랙스완이라고 조롱하였다. 그런데 김진태 도지사가 딱 한국경제위기의 블랙스완이다. 자기가 하는 짓이 무슨 짓인지도 모르고 서툰 짓을 하다가 사고를 치고 말았다. 
윤석열이라고 다를까. 윤석열 정부의 감세규모도 5년동안 60조원에 이른다. 기업채권시장이 경색되는 국면에서는 한전운영자금 부족문제는 채권발행이 아니라 재정으로 해결하고 기업채권시장의 숨통을 튀어주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감세정책으로 정부세수를 줄이고 있다. 그리고 재정건전성, 공기업 적자타령만 앞세우면서 한전을 채권발행으로 내몰았다. 결국 기업채권시장 경색이 가중되고 있다. 그런데도 달라질 생각이 없다. 이 바탕에는 결국 문재인 정부 정책을 지워버려야 한다는 생각, 전 정권의 정책문제를 수사를 통해 보복해야 한다는 것 말고는 없다. 외환위기, 부채위기라는 쌍둥이 금융위기가 몰려오고 있는데, 거국적인 비상한 대책을 세우지는 않고 야당보복정치에 몰두하고 있다. 윤석열이 압수수색말고는 잘하는 것이 무엇인가. 윤석열은 정말 한국경제위기를 불러오는 진짜 블랙스완이 되려는 것일까. 또다시 국난이라는 대형사고가 날까 우려스럽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野 “‘부자감세’에 영국은 총리 사퇴”...추경호 “일단 법안 심사부터”

조세개혁안 철회 요구에 “심사도 안 했는데 철회 어려워” 고수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종합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2.10.21. ⓒ뉴시스
 
영국의 리즈 트러스 총리가 '부자감세'로 인해 취임 44일 만에 전격 사임한 가운데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조세개혁안 철회 가능성에 대해 "그런 판단은 법안 심사를 통해서 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추 부총리는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야당이 반대하는 '부자감세안' 때문에 주요 법안 심사가 뒤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며 조세개혁안 철회 의사를 묻자 이같이 말했다.

고 의원은 "조세법 개정으로 세수 추계안을 받아서 예결산심의를 해야 하는데 이것(조세개혁안)이 예산심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추 부총리가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추 부총리는 "(법안) 심사가 시작이 안 됐는데 정부가 낸 안을 어떻게 (철회)된다 안 된다고 하기에는 힘든 시점"이라며 "정부가 제안한 것에 대해 심사 과정에서 (국회에서) 토론한 이후에 정리가 돼야 한다. 진지하게 논의해달라"고 일단 법안 심사에 들어가 달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날 야당은 영국에서 '부자 감세' 논란으로 결국 트러스 총리가 사임한 것을 언급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조세개혁안 철회를 강하게 요구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도 "부자감세가 영국 내각을 나락으로 빠뜨렸다. 그래도 그 사람들은 총리 사퇴로 빨리 주워 담으려고 하고 있다"며 조세개혁안 철회를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추 부총리는 "세제개편안은 정부가 이제 제안했다"면서 "심사과정에서 (정부가) 왜 이렇게 제안했는지 설명할 기회를 가지고 말씀드리겠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서 의원이 "지금 철회하셔야 한다"고 재차 압박하자 추 부총리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앞서 리즈 트러스 총리는 지난달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했다가 파운드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급락하고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자 결국 취임 44일 만인 20일(현지시간) 전격 사임을 발표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종합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2.10.21. ⓒ뉴시스


내각까지 흔들린 영국의 사례에 대해 추 부총리는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양경숙 민주당 의원의 "영국 사태에 대해 평가를 해달라"는 질의에 추 부총리는 "영국의 지출 증대, 감세와 저희 프로그램은 다르다"면서 "저희 세제개편안과 내년예산안은 국회에 제출할 때 이미 시장 평가를 다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국내에서는 오히려 일부 긍정적인 평가가 있었고, 시장 자체도 이와 관련해 직접적인 변동성이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영국 정책은 발표 당시 감세뿐만 아니라 200조원 가까운 재정지출 계획을 쏟아내 재정건전성 우려가 커졌고, 그게 국채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으로 연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이 "부자감세하며 서민 예산을 삭감했다"며 세제개편안을 지적하자 추 부총리는 "세제개편안에 서민을 위한 감세안도 많다"면서 "예산안도 취약계층을 위한 예산이 두 자릿수 증가할 정도로 대폭 증액해 제출했다"고 반박했다.

추 부총리는 영국 사례를 들며 조세개혁안을 지적하는 데 대해 오히려 "영국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본질은 재정건전성이다. 빚이 많으면 시장이 흔들린다는 점이 영국에서 나타났다. 저희도 건전재정 기조를 확고히 해야 한다는데 각오를 달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인세가 '부자감세'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추 부총리는 '대기업은 부자가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고용진 의원이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서 사회통합과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자고 하는데 이런 식의 세제개편안은 부자가 혜택을 보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추 부총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부자와 그렇지 않은 자로 보는 시각부터 우선 저와 생각 틀린 것 같다"고 말했다.

 

 “ 김백겸 기자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文·재명 정조준한 검찰, 서초동發 '사정 태풍' 여의도로 매섭게 북상

김용 구속과 함께 서욱 구속…정국, 사정 국면으로 급전환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2.10.22. 04:01:46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불법 대선자금 수수 등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고, 서욱 전 국방부장관과 김홍희 전 해경청장이 서해 피격 수사 관련 사실 은폐 의혹 관련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구속되면서, 사정 정국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각각 이재명 대표, 문재인 전 대통령 등을 겨냥한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윤석열 정부 검찰과 이에 반발하는 야권의 갈등은 최고조를 향해 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김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1일 이 대표의 측근 김용 부원장을 상대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진행한 뒤 22일 새벽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부원장은 이재명 대표가 2021년 대선 경선에 본격적으로 나선 시점을 전후로 한 2021년 4월~8월 사이, 4차례에 걸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개공 전략사업실장)와 공모해 대장동 개발업자 남욱 변호사로부터 총 8억47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해당 금품이 이재명 대표가 민주당 대통령 경선에 나선 시점과 맞물려 오고 간 점, 김 부원장이 이재명 캠프 총괄부본부장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김 부원장 구속영장에 '대선 자금' 관련 수사라는 점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이재명 대표를 직접 겨냥한 셈이다. 

이와 함께 <중앙일보>는 21일 검찰이 유동규 전 본부장, 남욱 변호사로부터 이 대표의 또다른 측근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정 실장은 입장문을 내고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구 그 자체"라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김 부원장 측으로부터 캠프에 돈이 들어온 것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고, 김 부원장도 현재 해당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민주당 대표에 대한 대선 자금 수사와 함께, '문재인 정부 청와대 윗선'을 겨눈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사실 은폐 의혹 수사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김상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직권남용·허위공문서작성·공용전자기록손상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욱 전 국방부장관과 직권남용·허위공문서작성·사자명예훼손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김홍희 전 해경청장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진행한 뒤 22일 새벽 "증거인멸 및 도망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감사원은 감사를 통해 국방부와 해경이 내린 '자진 월북' 결론이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지침에 의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검찰 수사도 향후 서훈 전 청와대 안보실장 등 청와대를 직접 겨냥하는 방향으로 흐를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같은 사안을 두고 수사를 받고 있다. 

'더 윗선'에 대한 수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감사원이 이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 조사를 시도한 바 있다. 사실상 이 사건 수사 방향의 '예고편'이 아니었냐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야당 대표와 전직 대통령에 대한 '동시다발적 수사'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국회의 국정감사가 한창인 현 상황에서 정국은 검찰이 주도하는 '사정 정국'으로 급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 당시, 국회의 장관 청문회 일정을 앞두고 전격 압수수색을 벌이며 그 일가까지 전광석화처럼 뻗어나갔던 검찰의 동시다발적 몰아치기 수사 방식은, 윤석열 정부 들어선 후 전직 대통령과 야당을 동시에 겨눌 정도로 '스케일'이 커졌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경제학 책 버려!"... 위기속에 간 정태인이 그립다

[김종철의 더토크] 정태인 전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장을 추모하며

22.10.21 18:37l최종 업데이트 22.10.21 18:37l
▲  2006년 3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는 정태인 전 청와대비서관.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21일 새벽녘, 책상에 앉아 뒤척거리고 있었다. 바로 옆 케이블 채널 BBC에선 연신 '브레이킹 뉴스(Breaking News)'라는 큼지막한 글자와 '영국 총리 리즈 트러스, 사임하다'라는 자막이 선명했다. 

"와우? 이렇게 빨리?"라는 생각에, '총리 취임한 지 44일만' '영국 역대총리 가운데 최단 기간'이라는 소리에, 컴퓨터를 다시 켰다. 다음주 오마이TV '찐경제' 방송자료를 찾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페이스북도 열었다. 

여느때처럼 빠르게 화면을 이동하면서 스쳐 올라간 그의 부고 소식. 정태인 전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장(아래 '정 선배'라 쓴다). 최근 그의 건강이 심상치 않다는 소식과 함께, 하루에도 몇 차례씩 올라오던 근황이 뜸 하던 차였다. 

머릿 속은 하얘졌고, '트러스'는 사라졌다. 가슴이 먹먹했고, 나는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 대신 '어딘가 그를 다시 볼 수 있는 것이 있을까'라는 생각 속에... 그리고 20년 전 서울 광화문 뒷골목 삼거리에서의 첫 만남이 떠올랐다.

'트러스' 날린 그의 부고... 20년전 한 통의 전화 그리고 인연 아마도 2003년 3월 중순 정도였을 것이다. 휴대전화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모르는 번호였고, 수화기 너머로 나즈막한 남성의 목소리였다. "북한 선제폭격 타진했다는 장관 이야기 좀 들어보자"고 했다. 


그가 말한 '장관 이야기'는 이렇다. 나는 부시 행정부 고위급 인사가 당시 갓 출범하는 노무현 정부에 "북한 핵시설에 대한 선제타격을 타진했다"는 기사를 썼다(관련기사 : "북, 영변 기습폭격하면 어떻겠나?"... 부시 행정부, 노무현 정권에 타진). 기사 후폭풍은 거셌다.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과정에서, 미국의 북한 선제타격론은 국내외 정치경제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보도 이후, 당시 외교부와 통일부 장관 등은 앞다퉈 "<오마이뉴스>를 만난 적 없다"면서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그 장관'은 초대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었던 김진표 의원(현 국회의장)이었다. 국내외 정치외교적 파장이 커지고, 남북관계는 더 악화되면서 국제 신용평가사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았다. 김 장관은 뒤늦게 별도 회견을 열고, 스스로 '커밍아웃'했다.

정 선배는 얼추 짐작하는 듯 했다. 내게 광화문의 어느 가게 이름을 알려줬다. 좁은 골목 사이에 조그마한 선술집이었다. 저녁 마감 후 찾아 갔을때, 그는 이미 취해 있었다. 그는 정부에 대한 언론보도에 불신이 컸었고, 특히 인수위 시절부터 진보 언론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그날 정작 '장관 이야기'도 없었다. 아니, 그날 제대로 대화가 이뤄질 수 없었다. 선배와의 첫 만남이 유쾌할 리 없었다. 

훗날 정 선배는 "그 장관이 누군지 얼추 짐작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미 나의 경력을 파악했고, 당시 경제 쪽 장관 인사들 가운데 그같은 정보를 접할만한 인물을 추정했다는 것. 결국 나를 통해서 확인받고 싶었고, 자신의 관심 분야인 남북관계와 동북아정세 그리고 한국 경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자들이 너무 무식하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많이 알려달라"고 했고, 그 핑계로 독서모임을 가장한(?) 술 친구가 됐다.   

질곡의 한미FTA... "노무현이 그렇게 싫어요?"
 
▲  2013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는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참여정부 역시 초기 경제 위기와 싸워야 했다. 북핵 위기와 함께 신용카드 대란, 에스케이(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에 이어 이라크 전쟁까지. 마치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 핵과 미사일 도발, 고금리와 경기침체 등과 사뭇 비슷하다.

정 선배와 가끔 만날 때마다 물었다. "비에치(BH)에서 도대체 무슨 일 해요?"라고 (당시 그의 공식 직책은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이었다). 그의 답은 한결같았다. "일은 무슨... 만날 자료 읽고, 토론하고..."라고. 그러면서도 소주 몇잔 들어가면, 금세 속내를 드러냈다. 참여정부 초기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등에 상대적으로 속도를 못냈던 것에 대한 아쉬움, 관료들과의 논쟁. 하나같이 기삿거리였지만, "이런 걸로 (기사를) 쓰지 말고, 근본적인 문제를 봐"라고 했다.

'행담도 사건'으로 청와대서 나왔을 때  "억울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그는 특유의 냉소적인 웃음으로 "됐어. 미련없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기나긴 재판과정으로 마음고생이 컸다. 또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두고도 맨앞에 나서 반대했다. 특히 그는 청와대서 한일, 한중FTA 등을 연구하고 준비했던 당사자였다. 

하지만 한미FTA는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돌아갔다. 2006년 갑작스러운 한미FTA 추진에 대부분 언론들은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향후대미 수출시장 확보를 위한 교두보가 될 것이라며 찬양론 일색이었다. 

반대로 그는 미국이 과거 멕시코, 캐나다 등과 맺었던 협정과의 차이를 찾아 내고 철저하게 미국 주도의 일방적인 협상방식과 독소조항 등 내용을 꼼꼼하게 챙겨 공개했다. 대표적인 것이 투자자-국가소송제(ISDS)였다. 최근 미국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한국정부를 상대로 40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받아내는 데 일조한 바로 그 조항이다. 

정 선배는 술자리에서 "정말 말도 안되는 미친 짓거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약간의 오버스러운 표현까지 써가며, "대통령이 친미 보수세력에 포위됐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했다. 나는 선배에게 "노무현이 그렇게 싫으세요"라고 묻기도 했다. 

지금 기억을 떠올려보면, "내가? 왜? 노무현 한 사람을?... 에이, 그나마 저기(BH)서 말 통하는 몇 사람 중에 한 명인데..."라고 했다. 이어 "그 옆에서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해대는 인간들이 싫지. 뻔히 속보이는 일을 스스럼 없이 해대니까..."라고 답했다. 그때 '이상한 소리를 해대는 사람들'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인사로 돌아왔다. 

"경제학 책 버려"... 새로운 대안 경제를 모색하자
 
▲  2013년 <협동의 경제학>을 쓴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정태인 원장과 이수연 연구원.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이명박 정부 들어서, 미국 소고기 수입 파문부터 한미FTA 재협상 등 그에게 의견을 묻고, 들어야 할 일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실제로 만남은 전보다 줄었다. 그 스스로 술자리를 줄였다고 했지만…(훗날 들어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2010년께 그를 다시 찾았다. 2008년 미국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2009년까지 글로벌 금융위기는 우리의 삶에도 큰 타격이었다. 이명박 정부 역시 민간주도 성장중심의 경제정책에서 동반성장으로 바꿀 정도로, 민생경제는 어려웠다. 그나마 노무현 정부 때 세워놓은 경제안전망 덕분에 2010년에 경제는 안정을 찾아갔다.

때 맞춰 <오마이뉴스>는 반복되는 경제위기속에 새로운 정치와 경제사회를 위한 대안모델을 고민해보는 기획을 추진 중이었다. '유러피언 드림, 현장을 가다'라는 연중기획은 그렇게 시작됐고, 나는 경제 대안모델을 찾아야 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에 있던 정 선배는 대뜸 "협동조합 어때"라며, 이탈리아 북부 볼로냐모델을 제안했다. 경제위기와 불황으로 한때 빈민도시였던 볼로냐가 유럽최고의 부자도시로 계속 유지되고 있는 비밀이 무엇인지, 그들의 경험을 직접 듣고, 배워보자는 것이었다. 정 선배는 "자본주의 새로운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오로지 효율과 경쟁위주의 자본주의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고, 신뢰를 바탕으로 한 연대와 협력을 기반에 둔 새로운 방식만이 살 길이라고 했다. 그는 '협동과 평등의 경제'에 꽂혀 있었다. 볼로냐 취재는 그 첫단추였다. 현지에서 그는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뜬금없이 "경제학 책 어디까지 봤나"라고 물었다.

사실 나는 경제부 기자를 오래하긴 했지만, 학부 시절 교양과목으로 배운 원론수준 이상으로 깊이있게 본 적이 없었다. 정 선배는 "차라리 잘됐네. 이제 경제학 책은 버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를 떠나 보내며
 
지난 2012년 캐나다 퀘벡의 사회경제모델 취재 당시의 정태인 전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장(맨 오른쪽) 모습. 김현대 당시 한겨레기자 등과 동행 취재 했다.
▲  지난 2012년 캐나다 퀘벡의 사회경제모델 취재 당시의 정태인 전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장(맨 오른쪽) 모습. 김현대 당시 한겨레기자 등과 동행 취재 했다.
ⓒ 김종철

관련사진보기

 
그와의 새로운 경제를 찾는 여정은 볼로냐를 시작으로 2012년 캐나다 퀘벡으로 이어졌다. 정 선배 스스로 "볼로냐에서 시작해서 퀘벡과 몬드라곤(스페인)을 거쳐 서울로 돌아오자"면서, 새로운 경제사회모델을 제시하자고 했다. 

또 2012년 대선 국면에서 유럽발 재정 위기가 부각되고, 복지와 경제민주화가 이슈가 떠올랐다. 경제 위기에도 견고한 성장과 복지를 통해 자신들의 삶과 생활을 이어가는 사례들. 볼로냐에 이어 퀘벡에서 가능성을 찾아 나섰다. 

정 선배는 우리가 함께 취재한 결과물을 바탕으로 책 <협동의 경제학>을 냈다. 그리고 그는 책에서 "경제학은 이미 죽었다"고 썼다(관련 기사: "수첩공주의 창조경제로는 경제 못 살려 …개성공단 문제? 삼성공장 입주하면 해결").

2013년 또 다른 보수정권 속에서도 그는 꿋꿋이 연대와 협동에 기반한 경제모델 연구에 집중했다. 그나마 박원순 서울시장의 '협동조합 도시, 서울'은 숨 쉴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후 촛불시민에 의한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정권교체 그리고 다시 찾아온 경제 위기 등. 

그 과정에서 정 선배는 여전히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서울에 처음으로 유치한 칼 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장에서 내려와서, 독립연구자로서 대북관계와 기후위기 등에 자신의 마지막 시간을 할애했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정책과 586에 대한 쓴소리 등은 정태인다운 비판이었다. 20여 년에 걸쳐 그는 내게 때때로 매서운 경제 교사였고,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취재원이었다. 또 어떤 사물과 현상을 제대로 바라보고 깨우치는 데 그의 시니컬한 비평은 큰 도움이었다. 

소주잔을 기울이고 나면, 곧 이어 "노래방 가자"라며 손을 이끌던 그가 그립다. 지금 이 시각, 우리 삶 전반에 걸쳐 또다시 찾아온 경제 위기, 다시 그의 실랄한 말들이 그립다. 그의 영면 소식에 아직 가슴 한 켠이 휑하다. 

"선배, 시간되세요? 뭐 좀 물어보려고…"
"뭘, 또 아직도 물어볼게 있어?" 


그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

-------
# 정태인을 추모하며 

다시보는 <오마이뉴스> 사회적경제 시리즈 [볼로냐와 퀘벡의 조용한 혁명]

- [볼로냐의 조용한 혁명①] 잘나가는 대기업도 없는데, 왜 세계가 주목하지?
 '경쟁 대신 협동', 경제 위기 속 자본주의 미래를 보다  http://bit.ly/923Yx2

- [볼로냐의 조용한 혁명②] 라운드 어바웃의 비밀
에밀리아 로마냐는 왜 신호등 대신 로터리를 만들까  http://bit.ly/aWScVS

- [볼로냐의 조용한 혁명③]세계시장 누비는 작은 시골마을 농민협동조합의 힘 
세계 4대 와인협동조합 '리유니트'를 가다  http://bit.ly/dgvYB7

- [볼로냐의 조용한 혁명④]명품 '블랙 라벨'의 비밀, 주머니 공법에 있다 
세계최고의 장인 수공업, 테스토니를 가다 http://bit.ly/amRMLv

- [볼로냐의 조용한 혁명⑤]협동을 통한 평등한 사회, 꿈같은 세상은 가능하다
 스테파노 자마니 볼로냐대학 경제학과 교수 인터뷰 http://bit.ly/9sFcAs

- [볼로냐의 조용한 혁명⑥] 협동조합이 지은 집, 분양가 거품 걱정 안 해요
 내 집은 내 손으로... 협동조합 '무리' http://bit.ly/9K8iBf

- [볼로냐의 조용한 혁명⑦]마약 중독 노숙자도 품위 유지...'착한' 기업의 비밀 
 취약계층 복지 챙기는 사회적 협동조합 http://bit.ly/dbv6UA

- [볼로냐의 조용한 혁명⑧]이탈리아 코프, 이마트· 롯데백화점과는 달랐다 
 지역경제 살리는 소비자협동조합의 특별한 전략 http://bit.ly/atnC9h

- [볼로냐의 조용한 혁명⑨] 재정위기? 그래도 볼로냐는 '행복한 섬'"
 마우리죠 체베니니 민주당 주 의원 인터뷰 http://bit.ly/bn62fK

- [볼로냐의 조용한 혁명⑩]분유 가격은 어떻게 반값으로 떨어졌나 
 볼로냐와 몬드라곤, 같지만 서로 다른 이야기들 http://bit.ly/buwvp3

- [볼로냐의 조용한 혁명⑪]'빨간 도시'의 꿈은 손으로 잡을 수 있어서 특별했다 
 레가협동조합의 시사점과 한국 생협의 과제 http://bit.ly/ckYEa2

- [볼로냐의 조용한 혁명⑫]중소기업 천국은 확실히 달랐다 
 특별취재팀 좌담회 http://bit.ly/bYTzVO 

- [퀘벡의 실험①] 1억명 열광 '태양의 서커스'가 성공한 비결 http://bit.ly/TNg18v
경제위기속 새로운 대안...캐나다 퀘벡의 사회적 경제모델 

- [퀘벡의 실험②] 3000% 고리사채에 반기를 든 데자르댕 http://bit.ly/MNTSX3
시민들이 착한은행 만들어 세상을 바꾸다

- [퀘벡의 실험③] 조합원 370만에 연매출 3100억 http://bit.ly/PMOSlW
'탈세등반'하던 산꾼 6명이 일냈다

- [퀘벡의 실험④] 박정희식 경제성장이 최고?… 퀘벡은 달랐다 http://bit.ly/PAtHAt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민족공동체통일방안' 대안 논의 유효한가?

통일부·서울대 공동학술회의, 왜 필요한가 비롯 쟁점 수두룩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2.10.22 01:22
  •  
  •  수정 2022.10.22 01:37
  •  
  •  댓글 0
 
통일부와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21일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성찰과 대안모색-발전적 보완인가 전면 수정인가' 주제의 학술회의를 개최해 다양한 쟁점을 논의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통일부와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은 21일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성찰과 대안모색-발전적 보완인가 전면 수정인가' 주제의 학술회의를 개최해 다양한 쟁점을 논의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민족공동체통일방안(통일방안)의 발전적 계승은 가능할까? 또 가능하다면 어떤 쟁점이 있을까?

1994년 김영삼 대통령의 8.15경축사 발표 이후 지난 30년간 정부 공식 통일방안으로 공인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따라 다양한 의견 수렴이 진행되고 있다.

21일 오후 통일부와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공동주최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성찰과 대안모색-발전적 보완인가 전면 수정인가' 주제의 학술회의가 온-오프라인 병행 방식으로 열렸다.

통일방안에 대한 발전적 보완, 부분적 수정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참가자들의 대체적인 견해였지만, 전면적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금과 같이 정쟁이 극단적으로 표출되는 상황에서 통일방안에 대한 논의를 다시 시작하는 것은 '긁어부스럼'이 될 뿐이라는 견해도 설득력있게 제기됐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초청위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영호 통일연구원 초청위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효용성과 쟁점:대안모색'을 주제로 발표한 박영호 통일연구원 초청위원은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도 같은 취지로 통일방안에 대한 논의를 한 바 있으나 흐지부지된 바 있다고 하면서 통일방안의 발전적 계승(보완)을 국정과제로 제기한 정부쪽에서 그 일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먼저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통일방안은 여전히 효용성이 있다고 하면서 △오랜 단일 민족국가의 정체성에 호소하는 힘이 있다 △역대 정부의 통일정책이 진화한 결과인 통일방안은 비교적 합리적이고 체계화된 통일구상을 담고 있어 현재까지 한국 정부의 공식 통일방안으로서 일종의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국민적 합의과정을 매우 충실하게 거쳤다는 점에서 더할나위없이 모범적인 민주주의 정치과정의 산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국민적 합의과정을 충실히 거쳤다는 점에서 지금과 같은 정치·사회적 분열구조에서 대안적 통일방안은 채택은 커녕 논의조차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방안 논의에서 그밖의 쟁점으로는 △민족공동체의 '민족'을 혈통적 개념으로 한정할 수 없고 새로운 성격 규정이 필요하다 △관행적으로 거론되는 '민족동질성' 회복의 의미를 '자유민주주의' 통일의 목표에 부합하도록 규정해야 한다(언어, 역사, 문화관습의 공통성에 주안점을 두는 정책은 북한 체제 변화나 남북 간격 좁히기와 거리가 멀다)는 점을 언급했다.

아직 10% 미만에 불과하지만 인구구조상 10명중 1명, 전체 5천만 인구중 120만~130만에 달하는 다문화, 다인종사회가 되어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 혈통주의에 기반한 '민족' 개념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개념(Korean Nation)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 

또 통일방안은 화해협력 과정을 통해 경제사회문화공동체를 형성하고 최종적으로 정치공동체인 국가통합을 이루는 기능주의적 통합방안인데 지난 30년간 남북관계와 북한 체제 성격 변화는 이와 부합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지난 30년간 통일방안의 1단계인 화해·협력단계에서 의도했던 상호이해와 유대형성, 신뢰조성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았던 건 5년 임기의 정권이 단기적으로 정책을 수행하기에 급급했던 것이 문제라며, 중·장기 국가전략안에서 통일방안을 반영하는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북이 각자 통일방안을 고수하는 현실에서 서로의 국가적 실체를 인정하고 평화공존의 관계를 정립하는 두 국가 존재의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는 이같은 쟁점을 해소하기 위해 "남북이 기존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과 내용을 이어받으면서 변화한 국내 및 국제환경을 반영하여 남북관계를 형식과 실제에서 사실상 두개의 국가간 공존관계로 정립"하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남북기본조약'을 체결할 것을 제안했다.

남북기본조약은 통일방안의 화해·협력단계가 결여한 항구적 평화와 발전을 보오나하기 위해 협력·평화 제도 정착을 지향하며, 남북이 상호 국호를 정식으로 사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통일방안은 국가전략 차원의 대북·통일정책의 장기전략과 병행되도록 보완되어야 한다며,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지속적이고 일관된 장기통일전략구상을 실현할 '(가칭)2048 통일대계 전략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여야 정치권을 망라하여 2048년, 분단 100년을 넘기지 말자는 의미이다.

김병연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병연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병연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은 '경제통합과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통일방안의 최종 단계인 통일국가완성은 연성화시키고 오히려 경제통합을 중심으로 중간단계를 부각시키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남쪽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포기할 리 없고 북한은 자신들의 체제를 가져가려 할텐데 '미래의 그림자'인 최종단계에서 충돌이 생기면 곤란하다는 것. 또 북한도 여지를 두고 받아들일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비핵화'할 수 있는 요인도 넓힐 수 있다는 것. 미래 세대가 통일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것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그렇다는 것이다.

이날 통일방안에 대한 세부에 관해서는 다양한 쟁점들이 도출됐다.

학술회의 사회를 맡은 박명규 광주과학기술대 석좌교수는 토론이 끝날 무렵 발표자와 토론자의 의견을 모아 쟁점사안을 요약 정리했다.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수정이든 개정이든 보안이든 할 필요가 있는가?

△민족이라는 화두 또는 개념이 통일 방안, 통일의 미래를 상상하는데 여전히 유효한가? 또 기능주의적인 접근은 여전히 고수되어야 하나?

△통일이라는 최종 단계에 대한 아이디어를 유연화, 연성화해서 다소 흐릿하게 하더라도 중간단계에 좀 더 주목하여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보완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나?

△한반도 통일 미래를 구상하고 방안을 생각한다면 이는 전적으로 우리의 정책과 계획에 따를 것인가? 아니면 북한과 함께 논의할 일인가?

△통일방안 논의가 국내 정쟁으로 빠지지 않고 중요한 정치적 비전으로 통합력을 가질 수 있도록 어떤 프로세스를 취해야 할 것인지?

△담론의 주도권을 기성세대가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세대의 의견을 소재화하거나 참고자료 수준으로 취급하지 않고 어떻게 그들의 관심과 생각을 모아가는 과정으로 만들것인가? 등이다.

특히 '민족'이란 표현에 대해서는 참석자들간 적나라한 이견이 드러났다.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과연 현재 시점에서 민족이라는 담론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맞는가'라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고,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통일방안 앞에 '민족'을 붙인 건 행위자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니 공동체를 강조하는 입장에서 굳이 고칠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론을 펼쳤다.

이 교수는 통일방안에서 기본원칙으로 표방하는 자주·평화·민주에서 민주를 '자유민주주의'로 해석하는 일반론과 달리 최종단계인 통일국가 상태는  후대가 결정하도록 한다는 의미에서 '민주'가 적시된 것이라는 이홍구 총리의 구술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 그동안 우리가 합의와 설득, 통제의 방법으로 통일방안을 설득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면, 현재 미래세대가 통일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을 자기 행동의 근거로 삼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며 과잉해석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권영세 통일부장관은 이날 서면 축사에서 "정부는 새로운 시대정신과 국민인식의 변화를 반영하여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발전적으로 계승해 나가고자 한다"며 "우리 사회 전반의 통일인식을 제고하고 국민들의 통일의지 또한 하나로 결집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학술회의는 박명규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었으며 △박영호 통일연구원 초청위원(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효용성과 쟁점 : 대안모색)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심화되는 북핵문제와 한반도 통일방안의 미래) △김병연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 겸 미래전략연구원장(경제통합과 민족공동체통일방안)가 발제를 했다. 

토론자로는 △권은민 김&장법률사무소 변호사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북한연구학회 회장)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조비연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정병국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전 국회의원) △천해성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전 통일부 차관)이 나섰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한계에 맞서는 과정이 저널리즘, 지치지 않길 바란다”

  • 기자명 이정환 기자 
  •  
  •  입력 2022.10.22 07:34
  •  
  •  댓글 0
 
 

[솔루션 저널리즘 현장을 가다 9] [인터뷰] 레포르테데스뿌아 질 방데르푸텐 편집장, “솔루션 저널리즘도 비판에서 출발… 해결할 수 있다는 신념이 중요하다”

[편집자 주] 우리에게는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고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해야 해법을 찾을 수 있지만 여기에서 멈추면 우리의 질문은 “세상은 왜 이 모양이지?”에서 멈추게 되겠죠. 솔루션 저널리즘은 문제를 벗어나는 게 아니라 문제를 더 깊이 파고 들어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제안입니다. 미디어오늘은 기획 연재 '솔루션 저널리즘 현장을 가다' 시리즈를 통해 세계 여러 나라의 솔루션 저널리즘의 실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홉 번째 순서로 프랑스의 솔루션 저널리즘 교육 기관인 레포르테데스뿌아를 만났습니다.

레포르테데스뿌아(희망의 기자들, Reporters d’espoirs)는 프랑스에서 솔루션 저널리즘을 교육하는 비영리 조직이다. ‘희망의 기자들’은 2004년부터 솔루션 저널리즘이라는 아이디어를 프랑스 언론사들에게 소개하고 연구와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3000명 이상의 언론인들이 ‘희망의 기자들’에서 솔루션 저널리즘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7월5일 ‘희망의 기자들’을 이끄는 질 밴더푸텐(Gilles Vanderpooten) 편집장을 만났다.

- 미국에서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가 출범한 게 2013년이다. ‘희망의 기자들’은 그보다 일찍 프랑스에 솔루션 저널리즘이라는 개념을 소개한 건가.
“‘희망의 기자들’은 2004년에 시작했다.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는 빌 게이츠 등의 도움으로 비교적 초기에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많은 연구 성과를 냈다. 미국이 프랑스에 비해 8~9년 늦게 출범한 것 같지만 그 이전부터 문제 의식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1998년부터 솔루션 저널리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고 그 흐름이 이어져서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가 출범했다고 봐야 한다. 영국과 미국에서 먼저 나타난 흐름이다. 물론 미국은 차별과 양극화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산적해 있고 이들이 사회 문제를 대하는 방식을 볼 때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전히 이런 움직임이 영미 중심적이라는 것도 사실이고 그런 점에서 한국의 관심이 매우 반갑다.”

▲ 레포르테데스뿌아(희망의 기자들, Reporters d’espoirs) 질 밴더푸텐(Gilles Vanderpooten) 편집장.
▲ 레포르테데스뿌아(희망의 기자들, Reporters d’espoirs) 질 밴더푸텐(Gilles Vanderpooten) 편집장.

 

- ‘희망의 기자들’을 소개해 달라.
“성과도 있고 실패도 있었지만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희망의 기자들’은 2004년에 출범했다. 1500명 이상의 기자와 언론사 운영자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처음에는 대부분 회의적인 반응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의 시각과 제안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특히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해결 지향의 보도에 대한 문제 의식이 확산됐다.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와 별개로 비슷한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기자들이 있었고 저널리즘 어워드를 만들게 됐다. 처음에는 의도를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냉소적인 반응도 많았다. 종교 기반의 언론사들이 우호적이었고 초창기에는 이 언론사들과 협업을 많이 했다. 나중에 리베라시옹도 합류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여러 언론사들이 솔루션 저널리즘 섹션이나 부서를 만들고 독립된 잡지를 출간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하지만 대부분 오래 가지 못했다. 솔루션 저널리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렉스프레스(L’Express)는 사회적 기업이나 지역 기반의 혁신 모델을 다루는 여러 매체를 스핀 오프했는데 모두 실패했다. 지난 18년을 돌아보면 꾸준히 변화를 만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뭔가를 바꿨다고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적어도 기자들 사이에 솔루션 저널리즘에 대한 저항은 많이 사라졌다. 이런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시도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본다.”

- ‘희망의 기자들’이라는 이름도 궁금하다. 사실 기반의 저널리즘과 희망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왜 저널리스트가 아니라 기자들인지도.
“현장성을 강조하다보니 기자라고 했다. 희망이라는 건 낙관이나 대안이라고 할 수 있지만 보다 정확한 의미는 믿음이다. 언론이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라고 보면 된다.”

- 조직 구성은 어떤가.
“상근 직원은 5명이고 자문 위원이 10명 있다. 150여 명 정도 참가자와 기여자(재정 지원 및 프로젝트별 참여 자원봉사자 및 연구자 등)가 활동하고 있고 2만여 명의 뉴스레터 구독자들이 있다. 구독자의 대부분은 기자들과 언론사 경영진이다.”

- 기자 교육이 핵심 업무라고 보면 되나.
“앞으로 기자 교육이 핵심 업무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사례를 조사하고 가능성을 모색하는 리서치 중심 활동이 많았다. 기자 교육은 1년에 500명 수준이고 교육 기간도 반나절로 매우 짧았다. 하지만 앞으로 더 늘릴 계획이다. 원격 강의(MOOC)를 통한 온라인 교육도 진행할 계획이다. 프랑스의 주요 대학의 저널리즘 관련 학과와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2023년 1월부터 시작할 텐데 연간 교육생이 현재 500명 수준에서 4000명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랑스에는 기자가 3만5000명 정도 된다. 지역 언론사들을 위해 전국 순회 교육을 하는데 주요 거점 대학에서 진행된다. 도시 마다 이틀 정도 머물면서 최대한 많은 지역 언론인과 언론 관련 단체들과 만나려고 하고 있다 학생 뿐만 아니라 직업 기자들까지 15~40명 정도의 현직 기자들이 참여한다.

▲ 레포르테데스뿌아(희망의 기자들, Reporters d’espoirs).
▲ 레포르테데스뿌아(희망의 기자들, Reporters d’espoirs).

 

- 기자들에게 상도 준다. 어떻게 운영하나.
“직업 기자들에게 주는 상은 후보자가 200여명, 청년 기자들은 후보가 140명 정도 된다. 지원자를 받기도 하지만, 협회에서 1년 내내 지속적으로 찾고 있다. ‘르플러스(Le Plus)’라는 플랫폼을 운하고 있는데, 2000여 건의 탐사보도 기사들이 있다.”

- 직접 만드는 콘텐츠는 얼마나 되나. ‘La France des solutions(솔루션 프랑스)’라는 행사도 운영하고 있던데.
“‘라디오 프랑스(Radio France)’와 협의를 통해 1년에 한 번, 연말에 솔루션 저널리즘과 관련된 기자를 포함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인사들을 초청해 공연과 토크쇼 등의 행사를 진행하고 이를 라디오로 내보낸다. 초청된 기자들이 청중 및 청취자들과 그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설득하는 자리이다. 초청되는 사람들의 정치적 성향은 고려하지 않으며, 매우 다양한 성향의 기자와 전문가들이 만난다. 현장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어떤 성과를 만들었는지 이야기하면서 기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 재정 구조는 어떤가. 개인이나 기업 후원, 정부 지원 등의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해마다 다르지만 대략 30만~45만 유로 정도 든다. 개인 후원으로 충당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언론사 경영진이고 우리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솔루션 프랑스’ 같은 행사를 통해 기업의 재정 후원을 받기도 한다. 직접 뉴스에이전시를 만들기도 했지만 잘 안 됐다. 지금은 수요에 기반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이를 테면 언론사들의 협업을 통해 솔루션 저널리즘 관련된 섹션이나 특별판, 정기간행물 등의 제작하는 데 참여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에는 주요 언론사의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서 협업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지금은 협회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 한국의 기자들은 솔루션 저널리즘의 가이드라인이 너무 엄격하다고 불만을 이야기한다. ‘희망의 기자들’에서 기자들을 교육할 때는 어떤가.
“기자들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저항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영진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이다. 관심을 끌만한 이슈는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거나, 논쟁적이거나, 뭔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하는 것들이다. 또는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야 하는 의혹과 폭로 같은 것들이다. 특히 프랑스 사람들은 저널리즘이 긍정적이고 낙관적이면 그것으로 생명이 끝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감시와 비판이 언론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용어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방식을 설명하고, 기존의 보도 방식을 한계를 보여주고, 그것을 보완하는 역할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자들 뿐만 아니라 독자들도 의심하게 된다. 우리의 자체 연구에 따르면, 솔루션 저널리즘의 확산을 통해 사업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현실에서 이 운동은 수많은 독자들을 칭송하는 것이 아니라 구독자들을 신뢰를 두텁게 하는 일이다. 그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보면 이러한 전략은 사업으로도 가능하다. 전통적인 저널리즘 교육 기관에서도 솔루션 저널리즘을 다루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아직은 일반적이라기 보다는 선택 가능한 하나의 구성 요소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학교도 있지만 적어도 거부감은 많이 사라진 것 같다.”

- 한 나라 또는 한 지역의 사례가 다른 나라와 다른 지역의 해법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 가장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기사를 이야기해 달라.
“영향력이 컸지만 사실 단순했던 기사가 있다.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시골 지역은 공연이나 영화 등 문화 콘텐츠에 대한 접근이 매우 어렵다. 그런데 한 여성이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고, 호기심 버스를 만들었다. 이 버스로 한번에 50여 명의 마을 사람들을 태우고 연극이나 영화, 오페라 등을 관람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여러 언론에서 다루기 시작했고, 언론의 모방 속성 때문에 더 많은 언론에 노출됐다. 결국 다른 지역에도 비슷한 서비스가 생겨났다. 흥미로운 시도였지만 이를 다루는 언론의 태도는 복사하기 붙여넣기 수준이었다. 하지만 해결 지향의 보도가 어떻게 변화를 만들고 퍼뜨리는지 실감할 수 있는 사례였다.”

- 구글 어시스턴트와 협업도 하더라.
“맞다. 구글 홈에 ‘OK, Google, donne-moi une bonne nouvelle(OK, 구글, 좋은 소식 들려줘)’라고 말하면 우리가 선정한 기사 요약을 들려준다. 미국에서 영어 서비스를 먼저 시작했는데 우리가 처음 프랑스 법인에 연락했을 때는 거절 당했다. 그런데 얼마 뒤에 다시 연락이 와서 진행하게 됐다. 1년 동안 기사 선정과 녹음 작업을 해서 업로드했다. 한 편에 30초 분량이고 이용자가 월 6만 명 수준이다. 구글의 목표는 1만 명이었는데 6배나 됐다. 미국 보다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 경제, 고용, 환경 문제에 대한 입장은 언론사마다 다르다. 르피가로(Le Figaro)나 레제코(Les Echos) 같은 보수적인 대형 언론사들도 있다. 이들과의 관계는 어떤가.
“피가로나 레제코 같은 보수 성향 신문사들도 솔루션 저널리즘을 실험하고 있는데 사업적인 측면이 강한 것 같다. 스타트업이나 혁신 기술 등에 대한 소개가 많다. 우리는 왼쪽에 있는 위마니떼나 리베라시옹, 중도 성향의 르몽드, 중도 우파 성향의 리푸앙(Le Point), 그리고 좀 더 오른쪽에 있는 피가로 등 성향과 관계 없이 여러 언론사와 협업을 한다. 솔루션 저널리즘이 이념의 문제는 아니지만 난민 문제 같은 정치적 이슈의 경우는 입장 차이가 커서 함께 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 단순히 좋은 이야기와 실제로 변화를 만들어 내는 기사는 다른 것 같다. 그리고 사실 매우 어렵다. 기자들은 익숙한 관행에 의존하려 하는 경향이 있다. 현장에서 문제를 드러내고 세상이 얼마나 비참하고 끔찍한지에 대해 보도하다 보면 여기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솔루션 저널리즘 역시 비판적인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다. 다만 어떤 문제에 개입할 때 그것이 해결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서 해결을 위해 시도되는 다양한 실험과 도전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물론 이 역시 한계가 있고, 어려움이 있다. 어쩌면 그 자체가 저널리즘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치지 말기를 바란다. 또 하나 중요한 부분은 언론사 내부의 지지자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들이 구독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으며, 그것이 결국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언론사 경영진에게 설득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 black@mediatoday.co.kr
통역 도움 = 김상배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박사.

※ 미디어오늘의 '솔루션 저널리즘 현장을 가다' 연속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획 취재 지원 공모 사업에 선정돼 취재비 지원을 받아 진행했습니다.

이정환 기자 black@mediatoday.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사기혐의' 재판 이은재,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 적절한가

국회 용역비 1200만 원 빼돌린 혐의... 낙하산 의혹, 11월 1일 조합총회에서 선임 여부 의결

22.10.21 04:46l최종 업데이트 22.10.21 04:46l
이은재 전 의원. 사진은 지난 2020년 1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 참석한 모습.
▲  이은재 전 의원. 사진은 지난 2020년 1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에 참석한 모습.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최근 이은재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전문건설공제조합(이하 조합) 이사장에 내정돼 낙하산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이 전 의원이 '사기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사장 최종 선임이 불투명해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의원은 현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사기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오는 11월 17일에도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그는 국회사무처의 예산인 '입법 및 정책개발비' 1200만 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이로 인해 오는 11월 1일 열리는 조합 총회 결과가 주목된다. 이 자리에는 대의원 182명이 참석하며, 표결을 거쳐 이 전 의원의 이사장 선임여부를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낙하산 논란 없애기 위해 '최초 공모제' 실시 조합은 지난 9월 2일 각각 3년 임기의 이사장과 상임감사 초빙 공고를 냈다. 34년의 조합 역사상 처음 실시하는 공모제였다. 이사장의 자격요건으로는 ▲최고경영자로서의 리더십과 비전 제시 능력 ▲ 조합 업무분야와 관련된 지식과 경험 ▲ 조직 관리 및 경영 능력 ▲ 청렴성과 도덕성 등 건전한 윤리의식 ▲ 국내외 유관기관과의 대외업무 추진 능력이 제시됐다. 이사장에는 8명의 후보가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조합은 6명의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서류심사를 진행했고, 1차 면접심사에 참여할 이사장 후보로 5명을 추렸다. 그런데 5명의 후보 중 두 후보가 중도에 포기하면서 3명의 후보만 1차 면접심사에 올랐고, 2차 면접심사에는 이은재 전 의원과 천길주 전 삼부토건 사장만 참여했다. 

이 전 의원은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와 18·20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국회에서는 국회 정보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천 전 사장은 서울대를 졸업한 뒤 현대건설에 입사해 국내영업본부장(상무)을 역임했고, 삼표그룹과 삼부토건 사장을 지냈다. 

조합의 운영위원회(총 20명의 운영위원으로 구성)는 두 차례의 면접심사를 진행한 뒤 이 전 의원과 천 전 사장을 대상으로 투표에 들어갔고, 18명의 운영위원들이 투표에 참여해 이 전 의원이 12표, 천 전 사장이 6표를 얻었다. 이에 따라 이 전 의원이 차기 이사장 후보로 내정했다. 조합도 지난 12일 "최초로 공모제를 도입해 관심이 집중되었던 이사장에 이은재 후보자를 추천했다"라고 공고했다. 

이 전 의원이 조합의 이사장에 내정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와 국회의원을 지낸 그에게 조합에 가장 필요한 '건설'과 '금융' 경력이 전무하다는 이유에서다. 일부에서는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이 '이은재 이사장이 대통령실 뜻'이라는 분위기를 만들어서 이 전 의원을 이사장에 앉힌 것 아니냐?"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합의 한 운영위원도 <오마이뉴스>에 "이사장에는 금융 전문가가 오는 게 제일 좋다"라며 "이 전 의원이 정치력에서는 조합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조합에서 가장 중요한 금융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사장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특히 특정 인물들이 자기 인맥을 박으려고 했다면 잘못된 일"이라고 발했다. 

조합은 낙하산 논란을 없애고 투명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공모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건설'과 '금융' 경험이 전무한 여당 출신 정치인이 이사장에 내정된 뒤 낙하산 인사 논란까지 일면서 공모제의 도입 취지가 크게 퇴색됐다. 공교롭게도 '최초의 공모제'를 홍보하는 조합 보도자료의 제목은 <자산 6조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 공모제' 도입… 전문경영인에 키 맡긴다>였다.  

국회의원 시절 예산 1200만원 빼돌려 '사기혐의'로 재판 중
 
큰사진보기전문건설공제조합이 지난 9월 2일 낸 '이사장-상임감사 초빙공고'. 이사장 자격요건으로 최고경영자로서의 리더십과 비전제시 능력, 조합 업무분야와 관련한 지식과 경험, 조직관리 및 경영 능력, 청렴성과 도덕성 등 건전한 윤리의식, 국내외 유관기관과의 대외업무 추진 능력이 제시됐다.
▲  전문건설공제조합이 지난 9월 2일 낸 "이사장-상임감사 초빙공고". 이사장 자격요건으로 최고경영자로서의 리더십과 비전제시 능력, 조합 업무분야와 관련한 지식과 경험, 조직관리 및 경영 능력, 청렴성과 도덕성 등 건전한 윤리의식, 국내외 유관기관과의 대외업무 추진 능력이 제시됐다.
ⓒ 전문건설공제조합 홈페이지

관련사진보기

 
특히 이은재 전 의원이 사기혐의로 재판 중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여권에서도 그의 이사장 취임에 부정적인 기류가 생겨나고 있다. 조합이 이사장을 공모할 때 내세운 '청렴성, 도덕성'이라는 자격요건과도 배치된다.    

이 전 의원은 20대 국회의원 시절에 자신의 보좌관 지인에게 정책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처럼 허위서류를 작성해 국회사무처에 용역비를 신청했다. 이에 국회사무처는 그 지인에게 용역비를 지급했는데 그 지인은 용역비를 다시 이 전 의원의 보좌관 계좌로 돌려줬다. 이렇게 빼돌린 예산이 1200만 원에 이르렀다.  

이에 '세금도둑잡아라'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 등 3개 시민단체는 지난 2018년 10월 이 전 의원을 '사기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고발한 지 3년이나 지난 2021년 12월 이 전 의원을 벌금 50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그러자 이 전 의원은 벌금형에조차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현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1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20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검찰이 약식기소한 것을 이 전 의원이 정식재판을 청구해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고, 오는 11월 17일 제가 증인으로 나간다"라며 "재판이 이제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단계다"라고 재판 상황을 전했다. 

그는 이어 "검찰이 나름대로 혐의를 인정했으니까 벌금 500만 원으로 약식기소한 것"이라며 "일부 의원들은 불기소하거나 경찰로 이송했을 정도로 검찰의 처벌 의지가 약했는데 (약식기소라도 한 것을 보면) 검찰로서도 이 전 의원만은 기소를 안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가짜서류를 내서 국회사무처로부터 돈을 지급받았기 때문에 법리적으로는 사기혐의가 된다"라며 "국가를 상대로 사기 친 것으로 재판받고 있는데 그런 사람을 자산 5조5000억 원을 운영하는 금융기관의 장에 앉힌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라고 비판했다. 

하 대표는 "사기혐의로 재판받고 있는 이 전 의원은 청렴성이나 도덕성의 기준으로 보면 완전 바닥이다"라며 "(사기혐의의) 증거가 너무 명백한데도 이 전 의원은 반성도 안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언급한 조합의 운영위원은 "이 전 의원의 사기혐의 재판 사실은 전혀 몰랐다"라며 "만약 사전에 알았다면 선택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사건에 계류된 사람이 (이사장 공모에) 나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면서 "이 전 의원을 추천한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설업계에 오랫동안 근무했던 한 인사는 "이 전 의원은 전문성도 제로이고, 경영능력도 검증된 바 없다"라며 "게다가 사기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서 도덕성이나 청렴성에서도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그렇게 결격사유가 있는 후보를 추천위원회에서 올린 것 자체가 잘못됐다"라며 "이것이 가장 문제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여권 내부에서도 "11월 1일까지 지켜보자"
 
전문건설공제조합의 모습.
▲  전문건설공제조합의 모습.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여권 내부에서도 이 전 의원의 이사장 선임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행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지난 18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이 전 의원의 이사장 내정과 관련해) 여러 가지 얘기들이 나오고 있고, 아직 통과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좀더 지켜봐도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몇몇 비대위원들끼리 얘기를 했었다. 그래서 11월 1일까지 지켜보자고 말한 것이다"라며 "아직 통과된 것이 아니기에 저희한테 좀 시간을 달라는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날 진행자가 "(이 전 의원의 이사장 선임에) 부정적 분위기라는 말이냐?"라고 묻자 김행 비대위원은 "예, 그렇다"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그분이 (6.1 지방선거 때) 강남구청장 공천 신청했지만 저희가 떨어뜨렸다. 며칠 시간이 남았으니까 좀더 지켜보자"라고 말했다.    

한편 조합은 오는 11월 1일  열리는 조합 총회에서 이사장 선임 여부가 부결되면 재공모에 들어갈 계획이다. 조합 측은 "추천위원회 심사결과 적격자가 없다고 판단되거나 운영위원회가 후보자의 재추천을 요구하는 경우, 총회에서 선임절차가 부결될 경우에는 후보자 모집을 다시 실시할 수 있다"라고 밝혔었다. 조합의 한 인사는 "조합 총회에서 이사장 선임이 부결된 경우가 있었다"라고 전했다.   

전문건설공제조합은 지난 1988년 3월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해 설립돼 중소·중견건설기업들을 대상으로 보증과 자금융자, 공제, 어음할인, 신용평가 등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