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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이 이태원 추모" 참사 후 첫 촛불집회

[현장] 촛불행동 주최 '이태원 참사 추모 시민촛불'... 시청역~숭례문 인파 "책임 규명"

22.11.05 20:31l최종 업데이트 22.11.05 23:00l
사진·영상: 유성호(hoyah35)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이 5일 오후 서울시청앞에서 숭례문 구간 세종대로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리고 있다.
▲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이 5일 오후 서울시청앞에서 숭례문 구간 세종대로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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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그 골목은 안전했습니다. 행정이 존재했을 때 시민들은 안전했습니다."
"놀러 가서 죽은 게 아닙니다. 놀면서 국민을 지키지 않은 자들 때문에 죽은 겁니다."


20대 청년 용수빈씨와 세월호 참사 유족 장훈씨가 이태원 참사 후 첫 주말에 열린 촛불집회 무대에 올라 이 같이 말하며 울먹였다. 용씨는 "우리는 이미 세월호 참사로 박근혜를 겪었는데 또 이태원 참사로 윤석열을 겪고 있다"고, 장씨는 "세월호 참사 때 물었던 국가의 존재 이유를 윤석열 정권에 다시 묻는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을 요구해왔던 '촛불행동'은 5일 오후 5시 시청역 7번 출구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인파는 숭례문 인근까지 이어졌고 약 2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집회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향해 세 가지 요구안(▲ 원인 분석과 책임 규명 ▲ 책임자 처벌 ▲ 개선 대책 마련)을 발표했다.

"퇴진이 추모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합니다" 등의 피켓을 들고 "윤석열 퇴진"을 외친 이들은 "참사의 책임을 회피하고 여론을 조작하고 정치사찰을 자행하는 제2, 제3의 범죄 행각을 중단하라. 이태원 참사의 진정한 추모는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는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와 여당, 언론과 검찰, 경찰은 참사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희생양 만들기를 중단하라. 국민들은 이 사태의 책임자가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으며 지켜보고 있다"라며 "우리 사회가 다시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권력자의 횡포에 의해 참사 발생국으로, 후진국으로 후퇴해선 안 된다. 절대로 이러한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반드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참사 현장 시민과 4대 종단도 참여
 

▲ 이태원 참사 촛불집회 “무능하고 무책임한 윤석열, 이대로 두면 안 돼”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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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시민들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 집회’에 참석해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외치고 있다.
▲  수많은 시민들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 집회’에 참석해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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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시민들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 집회’에 참석해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외치고 있다.

▲  수많은 시민들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 집회’에 참석해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이날 집회에선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 있다가 환자·희생자를 이송하고 심폐소생술을 진행한 시민 김훈기씨도 마이크를 잡았다.

김씨는 "그 끔찍한 시간은 한 시간, 두 시간 동안 계속됐고 저는 마음속으로 다친 사람만 있고 희생자는 없길 빌고 또 빌었다. 하지만 한두 명씩 머리 위에 모포가 덮이는 걸 보고 정신이 아득해졌다"라며 "몇몇 언론과 몇몇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우리 시민들은 무질서하지 않았고 저는 그것을 똑똑히 봤다. 한 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자발적으로 도왔고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처음 본 권위와 질서를 증빙할 수 있는 유니폼은 미국 군복이었다. 만약 우리에게 익숙한 유니폼과 가이드라인이 있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질서 있게 행동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보통의 시민을 도왔던 것은 보통의 시민이었다. 우리 시민들은 위대하다는 말을 이 자리에서 꼭 하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4대 종단(천주교·개신교·불교·원불교) 또한 참여해 희생자·유족·부상자를 위로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특히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소속 박주환 신부(미카엘)는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기도 했다.

박 신부는 "시민들이 비탄에 잠겨 슬퍼하는 이때 '희생이 대한민국을 빛나게 하는 큰 원동력이 될 것'이란 망발을 쏟아내는 천공이라는 자와 '이태원 참사는 북한의 공작'이란 말도 안 되는 망언을 쏟아내는 전광훈이란 자는 필시 윤석열 대통령을 비호하는 자들"이라며 "이러한 자들에게 둘러싸인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그 존재 이유를 이미 상실했다"고 말했다.

이어 "죽음의 진상에 대한 의문과 애도는 슬픔과 상처에 공감한단 의미에서 같은 의미의 하나의 단어다. 위패와 영정도 없는 곳에서 근조란 단어조차도 가린 채 검은 리본을 달고 동냥하듯 하는 가증스러운 참배는 결코 유족에게 위로가 될 수 없다"라며 "오세훈 서울시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화환이 땅바닥에 내동댕이쳐 진 그 이유를 아직도 모른단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그날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천주교 운동단체 회원 2000명을 만나 '사회현실에 관심을 두며 저마다 자신의 몫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2014년 세월호 노란 리본을 떼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한 사람들에겐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애도를 강제하며 정부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지 못한 윤석열 정권을 향해 다 같이 외치자.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 윤석열은 퇴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큰사진보기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이 5일 오후 서울시청앞에서 숭례문 구간 세종대로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리고 있다.
▲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이 5일 오후 서울시청앞에서 숭례문 구간 세종대로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리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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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청년 용수빈씨는 "이 자리를 빌려 우리 20-30세대 친구들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우리 같이 촛불을 들자"라며 "무능하고 무지하고 무책임한 윤석열 정부를 이대로 두면 이런 사고는 또 일어날 것이고 그땐 내가, 우리가 죽을 수 있다. 세월호 참사 때 한 번, 이태원 참사로 두 번 죽었는데 또 죽을 수는 없잖나"라고 말했다.

세월호 유족 장훈씨도 "유족에게 애도는 내 가족이 왜 죽었는지 알고, 가해자가 모두 처벌받고, 그 이후로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시작될 수 있는 것"이라며 "이 땅에 세월호 참사 같은, 이태원 참사 같은 비극이 재발지 않도록 함께 싸우겠다"라고 덧붙였다.

집회를 주최한 '촛불행동' 상임대표 김민웅 목사는 "여러분의 슬픔과 비통함과 의로운 분노를 모두 담아 하늘에 닿도록 함성을 외쳐주길 바란다"라며 "이것이 우리의 기도다. 우리의 애도는 이렇게 완성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촛불행동 측은 이날 집회 현장에 6만여 명이 참가했다고 전했다.
 
큰사진보기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 집회’에 참석한 한 시민이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목놓아 울고 있다.
▲  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 집회’에 참석한 한 시민이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에 목놓아 울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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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사진보기수많은 시민들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 집회’에 참석해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외치고 있다.
▲  수많은 시민들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 집회’에 참석해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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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사진보기수많은 시민들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 집회’에 참석해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  수많은 시민들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 집회’에 참석해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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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사진보기수많은 시민들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 집회’에 참석해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외치고 있다.
▲  수많은 시민들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 집회’에 참석해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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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사진보기수많은 시민들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 집회’에 참석해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묵념하고 있다.
▲  수많은 시민들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 집회’에 참석해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묵념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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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사진보기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글을 남기고 있다.
▲  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하며 글을 남기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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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사진보기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 집회’에 윤석열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  5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 집회’에 윤석열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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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가 또...근로감독관 가방 뒤져 서류 무단촬영해 빼돌리다 덜미

SPC삼립세종생산센터 감독 중에 범행...노동부, 해당 직원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신고

 
서울 양재동 SPC 본사 간판 ⓒ민중의소리
 
최근 계열사 공장에서 20대 노동자 끼임 사망 사고, 손가락 절단 사고 등이 발생해 고용노동부로부터 고강도 산업 안전 감독을 받고 있는 SPC그룹에서, 한 직원이 현장 감독 중인 근로감독관의 서류를 무단 촬영해 사내에 공유하다 덜미를 잡혔다. 노동부는 해당 직원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으며, 과태료도 부과할 예정이다.

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 대전고용노동청의 SPC삼립세종생산센터 현장 감독 과정에서 근로감독관들이 현장감독으로 회의실에 없는 틈을 타, 이 회사 직원 A 씨가 감독관의 서류를 뒤져 감독계획서를 무단촬영한 후 이를 사내 메신저 등을 통해 본사 및 불특정 계열사 등에 공유한 사건이 발생했다.

직원이 무단 촬영한 문서에는 대전고용노동청의 감독 일정, 감독반 편성, 전체 감독 대상 사업장(64개) 목록 등 근로 감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대전고용노동청은 같은 날 오후 범행 사실을 인지하고, A 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관련해 노동부는 "현재 수사가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노동부는 직원 A 씨에 대한 법적 조치 뿐 아니라 "SPC 계열사의 기획감독 방해에 대해서도 엄정 대처할 것"이라고 전했다. 향후 산업안전보건법 상 근로감독관의 점검 방해에 대한 과태료(최대 1천만원)를 부과하고, 본사에 엄중 경고하며 관련자 문책도 요청할 계획이다. 

더불어 현재 진행중인 SPC삼립 기획감독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감독 일정을 변경한다. 향후엔 불시 감독 방식으로 11월 18일까지 감독을 실시할 예정이다.
 
20일 오후 서울 양재동 SPC 본사 앞에서 열린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희생자 서울 추모행사에서 권영국 파리바게트 공동행동 상임대표가 헌화하고 있다. 2022.10.20 ⓒ민중의소리


노동부는 10월 28일부터 SPC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파리크라상 본사를 비롯해 20개 계열사 총 64개 사업장 전부에 대해 산업안전 및 근로기준 합동 기획감독을 실시해 왔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해당 일정에 변경이 온 것이다.  

앞서 지난달 15일 SPC그룹 계열사인 SPL 제빵공장(경기 평택시 소재)에서 20대 노동자가 소스 교반기를 가동하다 끼임 사고로 숨졌다. 이후 열흘도 지나지 않은 10월 23일에는 같은 그룹 계열사인 샤니 제빵 공장에서 40대 노동자가 기계에 손가락이 끼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고용노동부는 "산재 사망사고 예방을 위한 특단의 조치 마련해 즉각 시행한다"라며, "사고 재발 위험과 국민적 우려가 큰 에스피씨(SPC) 그룹에 대해, 강력한 산업안전보건 기획감독을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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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보] “무책임한 정부가 참사를 불렀다” 시민촛불 열려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2/11/05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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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합니다

국민들이 죽어간다, 이게 나라냐!

퇴진이 추모다!

 

오늘(5일) 오후 5시 ‘13차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아래 시민촛불)로 진행되었다. 

 

지난 10월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무려 156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대형 사고가 충분히 예상되었기에 사전 조치만 잘했어도 막을 수 있었지만, 관계기관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상황을 방치해 끝내 참사로 이어졌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끝까지 책임회피를 하며 희생자를 모독하고 국민을 우롱하였다. 

 

이에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윤석열 정부를 향한 분노를 담아 촛불행동은 시민촛불을 준비하였다. 

 

특히 이번 시민촛불은 뜻을 함께하는 여러 종교인, 종교단체가 촛불행동과 공동으로 주최하였다. 

 

시민촛불은 1만여 명으로 시작했지만 행사 중간에 계속 시민들이 참여해 마지막에는 약 6만 명(주최 측 추산)으로 불어났다.

 

태평로 왕복 11차선 가운데 9개 차선을 가득 채웠으며 밀려드는 인파로 인해 중간에 행사를 중단하고 자리 정리를 해야 하였다. 

 

©이호 작가

 

 시민촛불은 추모의 마음을 담아 묵념으로 시작됐다. 

 

이어 원불교(강현욱 교무), 불교(효림·자권 스님), 가톨릭(박주환 신부), 개신교(양희삼·홍주민 목사)가 희생자를 추모하는 종교의식을 진행하였다. 

 

특히 박주환 신부는 강론에서 “‘너희들의 희생이 대한민국을 빛내게 하는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라며 망발을 쏟아내는 천공이라는 자와, ‘이태원 참사는 북한의 공작’이라는 말도 안 되는 망언을 쏟아내는 전광훈이라는 자는 필시 윤석열 대통령을 비호하는 자들인 바 이러한 자들에 둘러싸인 윤석열 정부와 국힘당은 그 존재 이유를 이미 상실하였습니다. 이들을 끌어내야 할 것입니다”라고 하여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또 남기업 소장은 “촛불 시민들의 분노와 우렁찬 함성이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저 용산의 대통령실을, 저 오만하기 짝이 없고 국민을 능멸하는 서초동의 검찰청을, 불의한 세력을 대변하고 진실을 감추는 데 여념이 없는 주류언론과 방송을 태워버리게 하여 주옵소서”라고 기도하여 역시 큰 공감을 샀다. 

 

종교의식이 끝나자 사방은 어둠에 잠겼고 참가자들은 하나둘 촛불을 켰다. 

 

박재동 화백, 유승우 감독이 제작한 추모 영상 상영에 이어 한진희 시사발전소 소장이 참사 경과를 발표하며 “정부의 직무 유기 범죄가 참사를 발생시켰다”라고 강조했다. 

 

참사 당시 현장에서 있었다가 희생자 구조에 참여해 심폐소생술을 했던 생존자 김운기 씨의 발언이 이어졌다. 

 

▲ 발언하는 김운기 씨.     ©김영란 기자

 

김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몇몇 언론에서 말하는 것과 달리 시민들은 무질서하지 않았습니다. 다 같이 모여서 어떻게든 한 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했습니다. 시민을 도운 건 우리 시민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영상이 끝나자 시인 조일권 씨가 무대에 나와 추모 시 「다시 살아 오르시길」을 낭독했고, 이어 대금연주자 한충은 씨의 추모 연주 「아버지를 위한 노래」, 「좋은 나라」 공연이 있었다. 

 

참가자들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합니다’, ‘국민들이 죽어간다, 이게 나라냐’, ‘퇴진이 추모다’, ‘퇴진이 평화다’ 등의 구호가 인쇄된 검은 손피켓을 들고 조용히 공연을 관람하였으며 몇몇 참가자들은 눈물을 흘렸다. 

 

 

세월호 희생자인 고 장준형(단원고 2학년 8반) 군의 아버지 장훈 4.16안전사회연구소 소장이 첫 번째 추모사를 하였다. 

 

▲ 발언하는 장훈 소장.     ©김영란 기자

 

장 소장은 “유가족에게 애도는 내 가족이 왜 희생되었는지 알아야 할 수 있습니다. 놀러 가서 죽은 게 아니라, 놀면서 국민을 지키지 않은 자들 때문에 죽은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안 됐기 때문에 이태원 참사가 또 발생했습니다”라며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두 번째 추모사를 위해 무대에 선 20대 청년 용수빈 씨는 “20, 30대에게 제안합니다, 우리 같이 촛불을 듭시다, 무능하고 무지하고 무책임한 윤석열 정부, 이대로 두면 안 됩니다. 이런 사고는 또 일어날 것이고 그때는 우리가 죽을 수 있습니다”라고 호소했다.

 

▲ 추모사를 하는 용수빈 씨.     ©김영란 기자

 

정해랑 주권자전국회의 공동대표의 추모 시 「슬픔과 분노를 남은 우리에게 모두 주고 평안한 곳으로 가소서」를 배우 이상희 씨가 낭송하였고, 전통 춤꾼 이문이 씨의 살풀이춤 「하이얀 나비되어라」가 이어졌다. 

 

▲ 이상희 배우.     ©김영란 기자

 

▲ 살풀이춤을 추는 이문이 씨.     ©김영란 기자

 

세 번째 추모사를 위해 무대에 오른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예를 갖추기 위해 성직자 복장을 하였으며 외국인 희생자를 위해 영어로 추모사를 먼저 하고 뒤이어 우리말로 별도의 추모사를 하였다. 

 

김 상임대표는 “우리의 슬픔과 우리의 분노를 모두 담아 꼭 해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살려내라!’”라고 외친 뒤 “막을 수 있었던 참사가 아니라 애초 일어날 이유가 없는 참사였다”라고 주장하면서 “우리는 이들의 처벌을 원합니다, 그 처벌의 정점에 이 나라의 대통령이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추모사가 끝나자 참가자들은 한동안 “살려내라!”, “윤석열은 퇴진하라!”라고 외쳤다. 

 

 

마지막으로 대학생 박근하, 이현채, 이해천 씨가 ‘우리의 요구’를 발표하였다. (‘우리의 요구’ 전문은 마지막에 첨부)

 

이들은 윤석열 정부를 향해 “참사의 책임을 회피하고 벗어나기 위해 여론을 조작하고 정치 사찰을 자행하는 제2, 제3의 범죄행각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국민들은 이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할 책임자가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으며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하였다. 

 

시민촛불은 행진 없이 행사를 마쳤다. 

 

사회를 맡은 권오혁 촛불행동 사무국장은 “다음 ‘14차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은 11월 12일 열립니다. 이제부터 모든 촛불대행진은 총집중 촛불입니다. 함께 모여주십시오, 그것이 우리의 추모 방식입니다”라고 호소하였다. 

 

행사를 마치며 권 사무국장은 “이태원 참사의 주범 윤석열은 퇴진하라!”, “윤석열을 끌어내리자!”, “이태원 참사의 공범 국힘당을 해체하자!”, “이태원 참사의 진실을 은폐하는 조선일보 폐간하라!”라고 구호를 외쳤다.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참가자들의 눈에는 슬픔의 눈물과 함께 분노와 응징의 다짐이 담겨 있었다. 

 

촛불대행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우리의 요구

 

진상을 밝히는 것이 진정한 추모입니다. 

우리의 추모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우리는 현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1. 원인 분석과 책임 규명

이태원 참사의 원인은 무엇입니까?

윤석열 정부는 참사의 원인을 숨김없이 밝히고 책임을 규명해야 합니다. 참사의 책임을 회피하고 벗어나기 위해 여론을 조작하고 정치사찰을 자행하는 제2, 제3의 범죄행각을 중단하십시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진정한 추모는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는 것입니다.

 

2. 책임자 처벌

이태원 참사의 책임자를 반드시 처벌해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 언론과 검찰, 경찰은 참사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희생양 만들기를 중단하십시오.

진심 어린 사죄와 책임자 처벌은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한 가장 중요한 조치입니다.

누구도 이태원 참사의 책임에서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국민들은 이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할 책임자가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으며 지켜 보고 있습니다.

  

3. 개선 대책 마련

원인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법, 제도적 개선대책을 만드는 것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다시는 무능하고 무책임한 권력자의 횡포에 의해 참사발생국으로, 후진국으로 후퇴해서는 안됩니다. 

절대로, 절대로 이러한 참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반드시 대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이태원 참사로 희생되신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2022년 11월 5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시민 추모촛불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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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깜깜한 공간서 흩어진 비닐 깔고 커피믹스로 버텼다

등록 :2022-11-05 10:30수정 :2022-11-05 11:17

 
 
봉화 광부 2명 고립에서 기적의 생환까지
경북 봉화 아연광산에서 4일 밤 생환한 고립된 광부 2명이 얼싸안고 있다.
경북 봉화 아연광산에서 4일 밤 생환한 고립된 광부 2명이 얼싸안고 있다.

광부들의 극적 생환 7시간 전인 4일 언론 브리핑이 진행 중이던 오후 4시까지만 해도 구조 예상 시점은 물론 생사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구조를 위한 갱도 개척 작업은 예상 대피 지점 30여m를 앞두고 거대한 암석에 가로막혀 있는 듯했고 개척한 통로에도 쏟아지는 바위와 돌을 치워 내야 하는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생사 확인을 위해 이뤄진 시추 작업(지상에서 땅을 수직으로 뚫어 관을 넣는 일)도 목표 지점에 닿았으나, 작업의 목적인 생사 확인은 이뤄지지 않았다. 생환 직전 하루를 재구성했다.

 

“아버지, 밖에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요. 밖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견뎌주세요. 꼭 살아서 돌아오세요.”

 

경북 봉화 아연광산에 매몰된 주 작업자 박아무개(62)씨의 아들 근형(42)씨가 쓴 손편지가 시추로 뚫어 넣은 파이프를 통해 내려간 건 4일 오전이었다. 손편지와 함께 구조 당국이 식음료와 간이용 보온덮게, 진통제 등이 든 생존 키트도 함께 내려보냈다.

 

근형씨는 취재진에게 “이곳(대피 예상 지점)이 아버지가 평소 잘 아는 길입니다. 베테랑이신 아버지는 안전한 곳에 있으실 겁니다”라고 희망을 담아 말했지만 현실은 어떻게 굴러갈지 알 수 없었다. 하루 전인 3일 저녁까지 시추공이 3개나 예상 지점에 닿았고 내부를 살필 수 있는 내시경 카메라와 움직임 등을 감지하는 음향탐지기까지 넣었으나 광부들의 모습은 물론 생존 신호도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립된 주작업자 박씨와 보조 작업자인 또다른 박씨(56)는 지난달 26일 갱도가 붕괴로 고립된 이후 며칠이 흘렀는지도 알기 어려웠다. 칠흑 같은 어둠에 자연스레 시간 감각이 무뎌졌기 때문이다. 갱도 안 온도가 14도 안팎의 유지된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극심한 추위는 없었지만 고립이 길어지면서 체온 관리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구조자가 언제 올지는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붕괴 직후 작업 위치에서 신속히 이동해 100㎡ 가량 되는 공간으로 몸을 피했다. 자재 등을 쌓아놓는 곳이다. 이 광산에서 수년째 근무한 베테랑 박씨는 붕괴되는 혼란스러운 순간에도 노련하게 대피 공간을 떠올린 것이다. 그곳은 지하수로 바닥이 젖어 있었다. 처음엔 쌓아놓은 패널을 바닥에 깔고 버티다가 이내 흩어진 비닐로 간이 텐트를 만들어 몸을 보호했다. 나무를 긁어모아 불도 지폈다. 마침 휴대하고 있던 커피믹스는 혈당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다. 다른 먹을거리는 보이지 않았다. 언젠가는 구조가 될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며 고립된 두 광부는 서로를 의지하며 하루하루 버텨 나갔다. 불안함이 순간순간 엄습해온 것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4일 오후 4시까지 갱도 개척 작업은 예상 대피 지점 30m를 앞두고 있었다. 코 닿을 곳에 고립 광부들이 있을 법했지만 잔여 30m를 얼마나 빠른 속도로 개척해 낼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특히나 부순 암석을 밖으로 실어나가는 광차가 지나는 선로에 수시로 바위와 돌들이 떨어지고 있어서 난감한 상황이었다. 부수고 치우고 옮기는 일은 광산 일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쉽게 가늠하기 어려운 작업이다.

 

비관과 우려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이날 저녁부터 희망의 전조가 보였다. 단단한 암석이라고 여겼던 장애물은 토사와 섞여 있어 헐거웠다. 삽과 곡괭이 등 도구를 쥔 구조 작업자의 손에는 힘이 들어갔다. ‘조금만 더 들어가면 그들을 만날 수 있다’란 말을 되뇌며 내리치고 찍어냈다. 여러 번 내리쳐도 꼼짝하지 않던 기존 암석과 달리 눈앞의 바위는 쉽게 허물어지면서 한발짝 앞으로 나아갔다.

 

경북 봉화의 한 광산에서 열흘 가까이 고립된 광부 2명이 4일 야심한 시각 극적 생환 했다. 소방청 제공
경북 봉화의 한 광산에서 열흘 가까이 고립된 광부 2명이 4일 야심한 시각 극적 생환 했다. 소방청 제공

“OO형!”

 

작업자 1명이 작업 동료에게 소리를 친 건 밤 10시30분이 훌쩍 지났을 때였다. 토사가 흩어진 곳에 고립된 두 광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구조 작업자를 만난 그들은 아무 말 없이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던 고립자와 구조자들이 만난 순간이었다. 감격하기엔 일분일초가 중요했다. 구조자는 말을 아끼고 그들을 부축했다. '아 이거 정말 대단한 상황이구나'란 생각이  들었으나  입밖에 꺼내지 않았다.

 

두 명의 광부는 오랜 시간 고립 생활에도 명료한 의식은 물론 전반적인 건강 상태도 나빠 보이지 않았다. 밖으로 나오기까지 300여m를 혼자 힘으로 걸을 수 있었다. 밖에서 대기하던 광부들의 가족들은 물론 거듭된 구조 실패와 더딘 작업 속도로 애가 타던 구조 지휘부는 ‘생환 소식’에 그들이 밖으로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지난 9일간의 조마조마한 순간들이 순식간에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밖으로 나온 광부들은 대기 중이었던 구급차에 몸을 실었다. 그때가 밤 11시 3분께다. 구급차는 한 시간여를 달려 안동에 있는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으로 이동하는 중에 <한겨레>의 전화를 받은 보조 작업자 박씨의 조카 임유리(32)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감사의 말을 남겼다.“안동 병원으로 이동 중이에요. 열흘 동안 마음고생이 엄청 심했는데…. 구조 당국과 고생하신 모든 분께 너무 감사합니다.”

 

봉하/이정하 김규현 기자, 김영동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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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에서 나온 'OO탓' 3종세트…이태원 참사는 언론·문재인정권·부모 탓?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2.11.05. 10:50:28  

 

이태원 참사 원인과 관련해 여권 인사들이 언론, 문재인 정부, 유족 등도 책임이 있다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았다.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4대 공영방송인 KBS, MBC, YTN, 연합뉴스TV는 10월 29일 저녁까지 안전에 대한 보도 없이 핼러윈 축제 홍보 방송에 열을 올렸다"며 "방송사들이 안전이 관계 없다고 했기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참여한 결과를 빚었는데, 사고 발생 후에는 언제 홍보성 방송을 했느냐는 듯이 전부 책임론을 거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후 기자들과 만나 "특히 KBS는 재난 방송사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있을 경우 안전도 주의해야 한다는 방송도 했어야 하는데, '다 괜찮다'고 난리쳐 버리니까 젊은 여성들이 한번에 많이 몰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보도한 언론도 이 참사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책임론도 나왔다. 국민의힘 정미경 전 최고위원은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런 사고가 났다는 것 자체는 일단은 문재인 정권이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전 최고위원은 "세월호 이후에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이 뭐라고 하셨나? 앞으로 안전 최고로 치겠다고 했다. 앞으로 이런 사고는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다 막겠다고 했다. 시스템 다 만들겠다고 했다. 그래서 시스템 만드셨나"라고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정 전 최고위원은 "(문재인 정부 때) 112 시스템 왜 안 고쳤나. 소방하고 경찰 왜 그 부분에 대해서 왜 시스템 정비 안 하셨나. 이런 사고가 났다는 것 자체는 일단은 문재인 정권이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 약속 어겼잖나"라고 주장했다. 

유족들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김성회 전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은 지난 3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에 대해 "국가도 무한책임이지만, 개인도 무한책임"이라며 "부모도 자기 자식이 이태원 가는 것을 막지 못해 놓고 '골목길에 토끼몰이 하듯이 몰아넣었다'는 표현이 나오는 것인지"라고 비난했다. 

김 전 비서관은 "매번 무책임한 개인의 모습, 그것을 당연한 생각인 양 부추기는 언론의 논조. 이런 남 탓과 무책임한 모습이 반복되는 한 참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경찰의 직무유기 문제를 떠나 국가가 무한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도 중요하지만, 개인이 선택한 자유의지에 대해 개인도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잊어버려선 안 된다"고 훈계했다. 

김 전 비서관은 "국가의 무한책임, 자유 의지에 대한 개인의 무한책임. 두 가지 모두가 강조되지 않고 한쪽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절름발이 의식과 언론의 논조가 대형 참사를 반복시키고 있는 것"이라며 "그러니 투자해놓고 손해 보면 국가에 빚 탕감해달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같은 발언이 논란을 일으키자 김 전 비서관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 말을 문제 삼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근대 자유주의 국가라면 당연한 말 아닌가. 그런데 언론은 문제 삼는다. 그만큼 언론의 시각이 유교 공산주의로 편향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간에게는 다른 사람의 베품을 고마워하는 유효기간은 결코 6개월이 안 된다"고도 말했다.

4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근조화환이 쓰러져 있다. 화환은 이번 참사로 아들을 잃은 한 유족이 쓰러뜨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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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 지향의 접근, ‘야마’를 버리고 복잡한 내러티브를 끌어내라

  • 기자명 이정환 기자 
  •  
  •  입력 2022.11.05 08:05
  •  
  •  수정 2022.11.05 08:58
  •  
  •  댓글 0
 
 

[솔루션 저널리즘 현장을 가다 13] 다양한 의견과 관점 담을수록 완전하고 정확한 기사… 의도적으로 다른 의견에 부딪혀라

 

[편집자 주] 우리에게는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고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해야 해법을 찾을 수 있지만 여기에서 멈추면 우리의 질문은 “세상은 왜 이 모양이지?”에서 멈추게 되겠죠. 솔루션 저널리즘은 문제를 벗어나는 게 아니라 문제를 더 깊이 파고 들어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제안입니다. 미디어오늘은 기획 연재 '솔루션 저널리즘 현장을 가다' 시리즈를 통해 세계 여러 나라의 솔루션 저널리즘의 실험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솔루션 저널리즘 현장을 가다’ 열세 번째 순서로 솔루션 스토리텔링 전략을 사례와 인터뷰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한국 기자들은 ‘야마’에 집착한다. ‘야마’는 ‘산(山)’이라는 뜻의 일본 말에서 유래한 언론계 속어지만 단순히 기사의 주제라는 의미를 넘어 기자의 관점이나 프레임의 의미로 쓰이기도 하고 핵심 메시지를 강조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이는 경우도 많다. 정확한 정의도 없고 실체도 모호하지만 ‘야마’가 명확한 기사가 좋은 기사라고 보는 학습된 편견이 한국 언론을 지배하고 있다.

한겨레 기자 박창섭은 2012년에 출간한 ‘야마를 벗어야 언론이 산다’에서 “‘야마’를 중심에 두는 한국 언론의 취재 보도 관행은 저널리즘의 본령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면서 “미리 정해진 ‘야마’에 맞춰 사실을 재구성하거나, 보여주고 싶은 내용만 기사에 담거나, 전체 사실의 일부만을 과장해서 보여주거나, 엉뚱한 사실을 특정 사안과 관련 있는 것처럼 엮거나 하는 일은 ‘진실 보도’라는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훼손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모든 ‘야마’에는 의도가 숨어있고 ‘야마’가 선명할수록 실체가 가려진다”는 이야기다.

미디어오늘이 솔루션 저널리즘 사례를 취재하면서 만난 여러 언론인들에게 반복해서 들은 조언 가운데 하나가 “내러티브를 복잡하게 하라(Complicates the Narrative)”는 것이었다. 한국 기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결국 ‘야마’를 선명하게 드러내려는 욕심을 버리라는 이야기였다. 애초에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고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는 해법이라면 근본적인 해법이 아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실과 의견을 취사선택하고 ‘야마’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맥락이 사라지고 실체적 진실에서 멀어질 위험도 있다.

갈등이 폭발할 때 꿰맞춘 결론은 나쁜 저널리즘

타임(Time)과 애틀랜틱(The Atlantic) 등에서 탐사 보도 기자로 일했던 아만다 리플리(Amanda Ripley)는 “거짓 단순성의 시대에 복잡성을 되살려야 한다(revive complexity in a time of false simplicity)”면서 “기자와 편집자들은 흔히 미리 결정된 결론에 맞지 않는 인용문을 잘라내거나 깔끔하고 일관된 스토리텔링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갈등이 폭발하는 국면에서는 매우 나쁜 저널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고정 관념은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서가 아니라 불완전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고 “그 장소와 그 사람의 모든 이야기에 참여하지 않고는 장소나 사람과 적절하게 관계를 맺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설명도 흥미롭다. 본질적으로 우리는 사건의 전부를 알 수 없고 우리가 잘못 판단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의식적으로 다르게 보고 더 깊게 듣는 훈련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리플리는 “다양한 의견과 관점을 담을수록 좀 더 완전하고 정확한 기사가 된다”면서 “사람들은 복잡한 내러티브를 맞닥뜨릴 때 호기심을 갖고 다른 생각에 귀를 기울인다”고 덧붙였다. 기자가 호기심을 갖는 만큼 독자들도 사건의 이면에 관심을 갖게 된다는 이야기다.

‘극한 갈등’의 저자, 독립 저널리스트 아만다 리플리(Amanda Ripley).
‘극한 갈등’의 저자, 독립 저널리스트 아만다 리플리(Amanda Ripley).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에서 제안하는 ‘복잡하게 쓰기’의 네 가지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다르게 듣는 방법이 필요하다. 아만다 리플리는 ‘루핑(looping)’이라는 질문 방법을 제안했다.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인터뷰이(interviewee)에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왜 그런 생각에 이르게 됐는지 질문을 던지면서 좀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다. 이를 테면 인터뷰이가 ‘절대’나 ‘항상’ 같은 단어를 쓰거나 머뭇거리고 답변을 꺼린다면 더 깊은 의미가 담겨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 부분을 더 자세히 이야기해 달라”고 요청하는 게 핵심이다. 인터뷰이의 말을 정확하게 이해했는지 요약하고 확인을 부탁하면서 반응을 관찰하는 것도 더 깊은 이야기를 끌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둘째, 모순을 파고 들면서 본질을 파악한다. “이 이슈에서 제대로 이야기되고 있지 않은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묻는다. “좀 더 말해주세요”라고 말하고 귀 기울여 듣는다. “그러니까 이런 말씀이시죠?” 인터뷰이의 말을 요약해서 확인을 받는다. 그 과정에서 명확하지 않은 부분을 확실하게 만들고 신뢰를 확보한다. 중요한 것은 동의가 아니라 이해다. “제가 이해한 게 맞나요?”라고 물으면서 거듭 확인을 하는 게 좋다.

셋째, 복잡한 내러티브를 끌어들여라. 입장이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숨은 맥락을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

넷째, 서로의 확증 편향을 깨야 한다. 인터뷰 상대방에게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반대되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해 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뷰어 역시 스스로의 편견을 인식하고 의도적으로 다른 이야기에 스스로를 노출할 필요가 있다.

‘복잡하게 쓰기’의 핵심은 잘 듣기

캐나다의 인터넷 신문 나르왈(The Narwhal)의 에디터 샤론 라일리(Sharon Riley)는 폐쇄 직전의 탄광 노동자들을 만난 경험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당초 목적은 정부의 이주 대책에 대한 반발을 취재하기 위해서였지만 실제로 사람들을 만나 보니 사안이 훨씬 복잡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캐나다의 탐사 보도 신문 나르왈(The Narwhal)이 보도한 ‘석탄 이후의 삶’.
캐나다의 탐사 보도 신문 나르왈(The Narwhal)이 보도한 ‘석탄 이후의 삶’.

 

“내러티브 전략에서 중요한 건 우리의 가정과 추론을 체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때 당연히 여기에는 직장을 잃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고 기후 변화에 관심이 없거나 냉소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편견이었죠. 이야기를 해보고는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은 비건(베지테리언)이었습니다. 그리고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는 걸 오히려 즐거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오랫동안 탄광에 묶여있다고 생각했고 화석 연료가 우리 모두의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깊게 의식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직장을 잃을 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완고한 입장인 사람들도 있었고 심지어 기후 변화는 가짜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이런 생각을 했어요. 나는 나의 내러티브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내가 만든 나의 편견에서 벗어나기도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질문하는 걸 시작할 수는 있다고 말이죠. 만약 내러티브를 좀 더 풍성하게 만들고 싶다면 미리 리서치를 해보세요. 사람들을 만나기 전에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해보세요. 그게 여러분의 취재를 더 깊이 있게 만들고 대화를 이끌어 줄 것입니다.”

샤론 라일리는 탄광 노동자들이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보수주의자들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만나 보니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단계적 전환을 요구하고 있었다. 캐나다의 경우 석탄이 전력 생산의 9% 미만이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의 75%를 차지한다. 과거에는 탄광이 문을 닫으면 다른 탄광으로 옮겨갈 수 있었지만 이제는 국가 차원에서 화력 발전 의존도를 지속적으로 낮추면서 그나마 잘 돌아가는 탄광들도 철수를 준비하는 상황이다.

라일리가 찾은 와바문(Wabamun)의 경우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석탄 산업에 종사하고 있고, 세수의 58%를 석탄 산업에 의존하고 있었다. 캐나다 정부가 석탄 공장을 폐쇄하는 대가로 14년 동안 10억 달러 이상을 공장에 지급했지만 정작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된 보상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는 게 노동자들의 불만이었다.

나르왈이 만난 탄광 노동자들은 정부가 2030년까지 석탄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 기업들에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에 왜 화력 발전의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이는 기술에 투자하지 않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었다. 실제로 캐나다에서 가장 깨끗한 화력 발전소라고 알려진 와바문의 한 발전소는 석탄을 태울 때 발생하는 수은의 60%를 회수하기 때문에 온실 가스 배출량이 재생 에너지 발전소 보다 낮다고 한다.

물론 나르왈의 기사가 풍력이나 태양열 발전소 대신 화력 발전소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단계적으로 화력 발전을 폐지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은 의미 심장하다. 많은 나라들이 화력 발전소를 단계적으로 줄이면서 노동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사회적 타협의 지점을 찾고 있다. 재생 에너지 분야에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노동자들의 재교육을 지원하는 것도 단계적 해법 가운데 하나다.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의 이규원 연구원은 지난해 출간한 ‘솔루션 저널리즘’에서 나르왈의 기사를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기사에 나타난 한 개인의 이 같은 입체성은 독자들이 문제를 해석하는 이분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나와 다른 시각을 가진 이들이 불가해한 존재가 아니라 나름의 합리성과 선한 의도를 지닌 존재라고 인식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이처럼 갈등 상황과 이에 얽힌 이해 당사자들을 흑백 논리와 몇몇 짧은 단어로 규정하는 습관에서 벗어나면 언론 보도가 사회적 갈등과 집단의 상호 불신을 지속적으로 부추기는 매개로 되풀이되는 과정을 끊어낼 수 있다.”

나르왈의 편집장 엠마 길크리스트(Emma Gilchrist)는 “기자들은 객관적으로 사실을 전달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판단을 내린 상태에서 현장에 접근하거나 정해진 결론에 부합하는 사실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런 유형의 저널리즘은 오히려 정치적 선동과 갈등을 부추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길크리스트는 “내러티브를 복잡하게 만든다는 건 복잡한 사안을 하나로 묶고 싶은 충동에 저항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속도를 늦추고 덜 반응하고 더 많이 듣고 더 나은 질문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도 출신의 독립 저널리스트 프리앙카 샨카(Priyanka Shankar)는 “아만다 라일리의 ‘복잡하게 쓰기’ 강의가 직업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인생을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샨카는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가 한창일 때 벨기에에서 이 이슈를 다루면서 실험적으로 복잡한 내러티브의 기사를 썼다.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잠재적인 동기를 알아낼 때까지 계속 물어보는 겁니다.” 벨기에 사람들과 콩고 출신 벨기에 이주 노동자들을 교차 인터뷰하면서 인식의 간극과 구조적 차별을 드러내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샨카는 “‘루핑’은 취재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도 매우 유용하다”면서 “이제는 친구들과도 ‘루핑’을 한다”고 말했다.

갈등은 원래 복잡한 것, 단순하게 규정하려는 욕심을 버려라

‘복잡하게 쓰기’라는 개념을 처음 제안한 아만다 리플리는 “우리가 문제를 파고 든다고 할 때 그것은 본질적으로 갈등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누군가의 동기와 관심, 신념, 가치관을 이해해야 갈등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데 이런 정보를 끌어내려면 좋은 질문과 잘 듣는 노하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리플리는 “‘루핑’이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실제로 실습을 해보면 첫째, 결코 어렵지 않고, 둘째, 그동안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고 말했다. 리플리는 “이제는 인터뷰 뿐만 아니라 아이와 함께 있을 때나 남편과 이야기할 때나 심지어 우버 기사나 길거리에서 소리치는 아무에게나 ‘루핑’으로 대화를 건네게 됐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발견한 것은 양극화가 심화되고 갈등이 격화될수록 많은 중요한 이슈들이 지나치게 단순하게 소비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의 뉴스에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기 쉬운데 격렬한 갈등 상황에서 매우 정상적인 행동입니다. 극단적인 갈등 국면에서는 전통적인 저널리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습니다.”

프레스디모크라트(Santa Rosa Press Democrat)의 기자 존 다나(John D’Anna)는 “갈등은 사람들을 소외시키는 경향이 있지만 때때로 갈등이 긴장으로 이어진다”면서 “갈등이 만드는 긴장감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다면 독자들을 다시 불러 올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갈등의 구조를 외면하지 않고 ‘복잡하게’ 접근하는 게 오히려 문제 해결의 과정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영국 BBC에서 ‘분열을 넘어(Crossing Devides)’ 시리즈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에밀리 카스리엘(Emily Kasriel)은 BBC에 솔루션 저널리즘을 소개하고 직접 솔루션 프로젝트를 실험하다가 ‘딥 리스닝(Deep Listening, 깊게 듣기)’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됐다. 카스리엘은 “누구나 마찬가지지만 내 이야기를 누군가가 귀 기울여 듣는다고 생각하면 경계를 풀고 깊은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면서 “우리가 모든 문제에 서로 동의할 수는 없지만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방법을 배울 수는 있다”고 말했다.

아만다 리플리가 제안한 ‘복잡하게 쓰기’를 위해 필요한 여섯 단계의 체크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1단계, 사안이 지나치게 단순하지 않은가 스스로 질문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어떤 갈등 이슈를 다루는데 충돌하는 주장이 두 가지 밖에 없다면 취재가 부족한 것일 수도 있다. 다른 쟁점은 없는 것일까.

2단계, 헤드라인과 리드에 두 가지 이상의 관점을 담는 게 좋다. 적어도 사안이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복잡한 헤드라인은 독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도 효과적이다.

3단계, 인터뷰할 사람들 목록을 살펴 보면서 다양성이 충분히 반영됐는지 검토해야 한다. 유명한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지는 않은가? 반대되는 목소리를 충분히 담고 있는가?

4단계, 취재에 앞서 다른 지역이나 다른 나라의 사례를 충분히 살펴보는 게 좋다. 다양한 접근과 해법을 검토하면 누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지 누구에게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있는지 좀 더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5단계, 줌 아웃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간 축으로 확장하거나 공간 축으로 확장할 수도 있다. 과거 사례와 문제의 원인을 추적할 수도 있고 다른 지역이나 나라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살펴보고 기사에 충분히 반영하는 게 좋다.

6단계, 취재를 마무리 하기 전에 2단계에서 작성한 헤드라인과 리드를 다시 읽어보자. 선입견 없이 제로 베이스에서 여러 의견에 접근했나? 혹시 내가 사안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예단하고 접근했던 건 아닐까?

아만다 리플리에 따르면 ‘복잡하게 쓰기’ 워크숍에 참여한 기자들은 처음에 인터뷰 훈련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자가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동의하는 것처럼 느껴지거나 그렇게 강요 받는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리플리는 “잘 듣는 것과 동의하는 것은 다르고 우리가 발견한 것은 사람들이 그런 것을 혼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리플리는 ‘복잡하게 쓰기’가 저널리즘의 신뢰 위기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언론이 독자들을 가르치려 하는 태도를 벗어나 다른 의견을 반영하고 숨겨져 있던 쟁점을 드러내고 풍성한 맥락을 제공하고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때 비로소 떠났던 독자들을 다시 불러 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제안이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 black@mediatoday.co.kr

 

복잡한 내러티브를 위한 22가지 질문

‘복잡하게 쓰기’의 핵심은 좋은 질문이고 좋은 질문은 ‘루핑(looping)’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기자가 듣고 싶은 답변을 끌어내는 게 아니라 기자가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사실과 관점을 끌어내기 위한 인터뷰 방법론이다. 인터뷰이와 신뢰 관계를 구축되고 관점 뒤에 숨은 동기를 이해하고 문제의 복잡한 층위를 밝혀내면서 해법에 접근하는 과정이다.

‘루핑’은 첫째, 인터뷰이의 말을 끝까지 듣고, 둘째, 이해한 것을 요약해서 전달하고, 셋째, 인터뷰이의 반응을 관찰하면서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넷째, 틀린 부분을 수정하고 빠뜨린 부분을 다시 질문하면서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 이 네 단계를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루핑'의 4단계.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
'루핑'의 4단계. 솔루션저널리즘네트워크.

 

프리앙카 샨카는 ‘루핑’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처음 만난 두 사람이 서로를 알려고 하는 거라고 생각해 볼까요? 서로 질문을 주고 받으면서 정보를 늘려가겠죠. 아마 당신이 ‘나는 의사에요, 그리고 내 일을 정말 사랑해요’라고 하면 내가 그걸 받아서 ‘오케이, 당신은 그 일을 왜 그렇게 좋아하죠?’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자세히 말해줄래요?’ 하겠죠. 의사 선생님이 설명을 하면 그 말을 요약해서 내 언어로 정리를 합니다. ‘아하, 그러니까 당신은 사람을 도와주고 생명을 살리는 것을 좋아해서 당신 직업을 사랑한다는 거군요. 맞죠?’ 그러면 내가 맞았는지 틀렸는지 의사 선생님이 말하겠죠. 그러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는 거에요. ‘나는 당신이 날마다 수많은 생명을 살린다고 확신하지만 굉장히 정신없이 바쁠 텐데 여유가 없다는 생각은 안 드시나요?’, 이런 질문을 반복하면서 내가 너의 말을 열심히 듣고 있다, 정확히 이해했고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거죠. 중간중간 팩트 체크하듯 확인을 해가면서 말이죠. 질문을 주고 받을수록 심층적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다음은 아만다 리플리가 뽑은 ‘복잡한 내러티브를 위한 22가지 질문’이다. 한국 상황에 맞게 의역했다. 리플리는 “이 리스트는 인터뷰 중간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를 때도 유용하다”면서 “이 질문 리스트를 뽑아들고 종이에 있는 것 가운데 하나를 자주 말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를 테면 “그 부분을 자세히 말해주세요” 질문이 효과가 좋다고 한다.

모순을 증폭시키고 렌즈를 확대하기 위한 질문.  
1. 우리가 서로 생각이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2. 어떤 정보가 믿을만한지 어떻게 결정하시나요?
3. 쟁점이 지나치게 단순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4. 지금 가장 괴로운 게 뭔가요?
5. 상대방의 주장 가운데 그래도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인터뷰이의 동기 부여에 도움이 되는 질문.
6. 이게 당신에게 왜 중요한가요?
7. 이렇게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8. 당신에 대해 잘못 이해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있나요?
9. 반대 편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부분이 뭔가요?
10. 이런 충돌이 당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11. 만약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당신의 입장에 동의한다면 당신의 삶이 달라질까요?
12. 만약 사람들이 당신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더 많이 듣고 더 잘 듣기 위한 질문.
13. 아, 방금 이야기한 그 부분을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14. 그래서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그 이야기를 좀 더 해볼까요?
15. 그런 감정이 어디에서 온 걸까요?
16. 잠깐 끼어들어도 되나요? 제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17. 지금까지 아무도 묻지 않았던 질문이 있나요?

다른 생각에 노출시키고 확증 편향을 벗어나도록 돕는 질문.
18. 상대 편에서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는 거 같으세요?
19. 상대 편에서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일까요?
20. 상대 편에 대해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싶은 것을 말씀해 주세요.
21. 사람들이 ○○○라고 이야기하던데, 어떻게 생각했는지도 궁금합니다.
22. 그동안의 언론 보도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게 있었나요?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 black@mediatoday.co.kr

※ 미디어오늘의 ‘솔루션 저널리즘 현장을 가다’ 연속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기획 취재 지원 공모 사업에 선정돼 취재비 지원을 받아 진행했습니다.

  이정환 기자 blac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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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외무성, “끝까지 초강력 대응”

미 백악관, “군사훈련 지속할 것”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2.11.05 08:31
  •  
  •  수정 2022.11.05 09:13
  •  
  •  댓글 0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자기의 자주권과 안전리익을 침해하려는 적대세력들의 그 어떤 기도에 대해서도 절대로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끝까지 초강력대응으로 대답할 것임을 다시 한번 명백히 천명한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이 4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한·미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 연장 결정을 비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초강력 대응’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리지 않았다. 

5일 [미국의소리](VOA)는 4일자 상업용 위성사진을 바탕으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 내 이동식 건물의 지붕과 외벽 상당 부분이 해체된 정황을 포착했다고 알렸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앞으로 정세가 어떻게 번져지든, 그 어떤 상상 못할 사태가 발생하든 국가의 존엄과 자주권, 인민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정의의 길에서 우리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경거망동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비질런트 스톰’을 강행한 미국이 “우리의 정당방위대응조치를 걸고 4일까지 예정되였던 훈련기간을 연장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유엔안전보장리사회 회의까지 소집하는 도발적 망동을 거듭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아울러,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포격은 “적대적도발행위에 대한 응당한 반응이며 행동적 경고”이며, “현재 조성된 엄중한 군사적 대치상황”은 미국과 한국이 “사상최대규모의 합동공중타격훈련을 벌려놓은 것으로 하여 초래되였다”고 책임을 넘겼다.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이 말하는 ‘전제조건 없는 대화’가 “한갖 연막”에 불과하며, “추구하는 목적은 오직 하나 조선반도의 지속적인 긴장격화와 불안정뿐”이라 진단하고, “지속적인 도발에는 지속적인 대응이 뒤따르기 마련”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4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거의 매일 벌어지는 북한 정권의 계속된 도발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면서 “이런 도발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 이유’에 대해서는 “김정은이 실시간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면서 “우리는 이런 도발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며, 그래서 김정은과 만나자는 우리의 제안을 계속 반복하고 있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는 “우리는 계속 진지하고 지속적 대화를 모색할 것이지만, 북한은 계속 거부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도발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우리는 방어 능력과 준비태세를 확실히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한미일 연합훈련을 거론하면서 “앞으로도 필요하면 그러한 군사훈련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분간 북·미 사이의 ‘강 대 강 대결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대변인성명>

 
이미 우리는 미국이 자기의 안보리익을 해치는 엄중한 사태발생을 바라지 않는다면 도발적인 《비질런트 스톰》련합공중훈련을 당장 중지해야 한다는것을 명백히 경고하였다.

이는 불안정한 현 군사정전체계하에서 교전일방을 겨냥한 공격형전쟁연습이 초래할수 있는 위험한 충돌현상을 예방하고 어떻게 하나 조선반도와 지역에 안정적인 안보환경을 마련하려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평화애호적인 노력과 인내심의 발현이다.

우려스러운 사태발전을 두고 지역내 나라들도 조선반도정세가 현 불안정국면에 처하게 된 맥락과 근원을 정확히 진단하면서 책임있는 당사자들이 성의있는 실천행동으로 긴장완화조치를 취할것을 거듭 호소하고있다.

그러나 미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지역내 나라들의 요구와 평화적안정환경유지의 자명한 리치도 외면하고 그 무슨 도발을 억제하고 대비한다는 구실밑에 침략적인 련합공중훈련을 강행하는것으로 대답하였으며 우리의 정당방위대응조치를 걸고 4일까지 예정되였던 훈련기간을 연장하기로 결정한데 이어 유엔안전보장리사회회의까지 소집하는 도발적망동을 거듭하고있다.

극도에 이른 미국의 군사적대결광란은 조선반도범위를 초월하여 동북아시아의 전반적안전환경에도 커다란 부정적파장을 일으키고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은 미국의 무책임하고 무모한 행위를 주권국가의 안전에 대한 엄중한 침해로,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국제사회의 념원에 대한 파렴치한 도전으로 락인하며 이를 강력히 규탄배격한다.

미국이 추종세력과 야합하여 련합공중훈련《비질런트 스톰》을 개시한 이후에 진행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무력의 군사훈련은 적대적도발행위에 대한 응당한 반응이며 행동적경고이다.

현재 조성된 엄중한 군사적대치상황은 명백히 미국과 남조선이 우리에 대한 《압도적대응》을 운운하며 사상최대규모의 합동공중타격훈련을 벌려놓은것으로 하여 초래되였다.

미국과 남조선의 무분별한 대결적선택은 적대적긴장상태를 촉발시킨 근원을 그대로 유지함으로써 조선반도와 지역의 우려스러운 불안정기류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매우 위험한 기도라고밖에 달리 볼수 없다.

조선반도정세가 오늘의 지경에 이르게 된것은 지역내 동맹세력을 발동하여 제재압박과 군사적위협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일방적인 무장해제를 강요하려는 미국에 절대적책임이 있다.

미국은 자기의 상투적인 《전제조건없는 대화》와 《외교를 통한 문제해결》립장이 국제사회를 기만하기 위한 한갖 연막에 불과하며 추구하는 목적은 오직 하나 조선반도의 지속적인 긴장격화와 불안정뿐이라는것을 세계앞에 스스로 드러내놓았다.

지속적인 도발에는 지속적인 대응이 뒤따르기마련이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자기의 자주권과 안전리익을 침해하려는 적대세력들의 그 어떤 기도에 대해서도 절대로 묵과하지 않을것이며 끝까지 초강력대응으로 대답할것임을 다시 한번 명백히 천명한다.

앞으로 정세가 어떻게 번져지든,그 어떤 상상 못할 사태가 발생하든 국가의 존엄과 자주권,인민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정의의 길에서 우리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것이다.

미국은 경거망동하지 말아야 한다.

주체111(2022)년 11월 4일
평 양

(출처-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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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한미 국방장관, “북한 정권 종말” 모의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11/05 10:31
  • 수정일
    2022/11/05 10:3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장창준 객원기자
  •  
  •  승인 2022.11.05 08:25
  •  
  •  댓글 0
 
 
 

한반도는 쉼없이 위험해지고 있다

▲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이 11월 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의 국방부에서 제54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마친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이 11월 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의 국방부에서 제54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를 마친 후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한미 국방장관들이 모여 연례안보회의(SCM)를 개최한다. 한미 양국의 국방정책을 총괄하는 수장들이 모인다는 점에서 한미 연례안보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은 두 나라의 국방정책으로 현실화된다.

“싱가포르 합의, 판문점 합의‘ 사라진 자리에 “북한 정권 종말” 표현 삽입

비록 형식적일지언정 지난 해 회의까지 한미 국방장관은 북미 싱가포르 공동성명과 4.27 판문점합의, 9월평양합의 등을 언급해왔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는 그런 단어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 자리에 새롭게 삽입된 것은 “김정은 정권 종말”이라는 표현이다. 그리고 다음 문장에는 “동맹의 능력과 정보공유, 협의절차, 공동기획 및 실행 등을 더욱 강화”한다는 내용이 표기되었다. 북과의 대화흔적을 지우고 ‘북한 정권 종말을 위한 군사적 실행 계획’을 모의한 셈이다.

그 실행조치로 합의한 것이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의 연례적 개최’이다.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은 북이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가정하여 미국의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되어 작전에 투입되는 것을 상정한 훈련이다. 2011년부터 시작된 이 연습은 2018년 남북미 정상회담 등 대화 분위기 속에서 중단된 바 있다.

양 국방장관은 마치 9월 핵정책법령 제정 등 ‘북한의 핵정책 고도화’ 때문에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을 재개하는 것처럼 포장하지만 이 연습은 이미 2021년에 재개되었다. 또한 지난 9월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참여한 한미 훈련, 10월 스텔스 전투기 F-35B 등이 참여하는 비질런트 스톰 훈련 등도 모두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의 일환이다. 이미 그들은 ‘북한 정권 종말’을 위한 실행계획을 가동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을 연례화할 것을 공식화했을 뿐이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미국의 전략자산을 적시적이고 조율된 방식으로 한반도에 전개”하기로 합의했다. 1년에 수 차례 전략자산이 전개되는 ‘북한 정권 종말 실행 계획’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작전계획 최신화, 1단계 완료된 듯

이번 회의에서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내용은 한미 작전계획 최신화였다. 지난 해 12월 개최된 53차 연례안보회의에서 작전계획을 최신화하기로 합의하고, 그 1단계 조치인 전략기획지침을 승인했기 때문이다. 작전계획은 ‘전략기획지침 → 전략기획지시 → 새로운 작전계획 완성’이라는 절차를 밟아 마련된다. 전략기획지침은 지난 해 12월 승인되었고, 전략기획지시는 올 해 3월 승인되었다. 마지막 3단계인 작전계획 완성만 남겨놓은 상태였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작전계획의 최신화 등을 추진하기로 하였다”고 모호하게 표현되어 완성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회의를 마치고 열린 양국 국방장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이종섭 국방장관은 “작계라는 것은 한번 완료되면 끝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보완 발전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언제까지 완료한다고 말하는 게 좋지 않다. 다만 가속해서 최신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 작전계획 최신화는 완료되었고, 다만 안보환경이 새롭게 바뀌고 있기 때문에 수시로 바뀌는 안보 환경을 감안하여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는 뉘앙스의 답변으로 들린다.

지난 12월부터 시작된 작계 최신화는 1차적으로는 완료되었고, 다만 북한의 고도화되는 군사행동, 고조되는 대만 해협에서의 위기 등을 감안하여 수시로 내용을 보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19일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이 한미연구소(ICAS) 화상대담에서 대만 유사시를 대비해 “모든 것과 관련해 우리는 컨틴전시 플랜을 준비한다”면서 “진행되고 있는 논의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한미 동맹이 중국과 러시아를 주시하며 국제적인 규칙에 기반한 질서를 유지한다”고 강조함으로서 대만 유사시 한미 동맹이 공동행동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주한미군사령관의 이런 발언은 대만 유사시 한미연합군의 움직임이 새로운 작전계획에 포함되어 있을 수 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강대강 대결의 장기화, 전쟁위기의 일상화

이번 한미 안보안보회의는 사실상 대북전쟁계획을 논의한 회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 정권 종말”을 목표로 하는 군사 실행 계획을 논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실행 계획은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과 새로운 작전계획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이미 강대강 대결을 천명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는 북은 강한 맞대응 군사행동을 취할 것이다. 한반도 강대강 대결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으며 한반도 전쟁위기 역시 일상화되고 있다.

쉬지않고 바람을 불어넣으면 언젠가 풍선이 터지듯이, 전쟁 위기가 쉬지 않고 지속되면 전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한미 양국의 대결적이고 호전적인 대북정책으로 인해 한반도는 쉼없이 위험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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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남측위 “남북미, 모든 군사행동 중단 선언하라”

대통령실 인근서 ‘비상평화회의’ 열어 “충돌은 안된다” 호소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2.11.03 19:24
  •  
  •  수정 2022.11.04 08:19
  •  
  •  댓글 0
 
6.15남측위가 3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비상평화회의'를 열었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6.15남측위가 3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비상평화회의'를 열었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남, 북, 미 모두 모든 군사행동의 중단을 선언하고, 평화적 해법을 찾는데 나서야 합니다.”

한반도 남북 해상으로 미사일이 넘나드는 가운데,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6.15남측위)가 3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비상평화회의’를 열어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한다”면서 이같이 호소했다. 

“지난 9월말부터 미국의 핵전략자산들이 전개되고 한미 연합훈련과 한미일 연합훈련까지 강도높게 이어지면서 북의 대응도 강도를 높여왔”기 때문에 “이번 위기는 예상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고 지적했다. 

“온 국민이 이태원 참사의 충격과 슬픔에 힘겨워 하고 있는 때에 뻔히 예상된 (한반도) 위기를 자초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6.15남측위는 “당장 시급한 것은 충돌을 막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한반도 주민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한 위험천만한 군사적 대치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적대와 군사행동을 멈추지 않으면 충돌을 막을 해법은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오늘이든 내일이든, 무력충돌이 일어날 수 있고 전쟁은 현실이 될 수 있다.”

‘비상평화회의’ 결과를 담은 기자회견문은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와 장유진 진보대학생넷 대표가 낭독했다.

각계 인사들은 남북미 모두를 향해 '모든 군사행동 중단을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각계 인사들은 '남북미 모두가 모든 군사행동 중단을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이에 앞서, 김경민 YMCA 사무총장은 “‘이태원 참사’에도 불구하고 ‘비질런트 스톰’ 훈련을 감행한 한국과 미국이 여기에 대한 대응행동을 ‘애도기간 중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도발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도덕적 문제제기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615남측위가 ‘이태원 참사’ 애도기간 ‘비질런트 스톰’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고 상기시켰다.

그는 “미국은, 바이든 정부는 한반도에서 도대체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중국과의 갈등에 주한미군을 동원할 생각 등 한국과 한반도를 전쟁의 현장으로 끌고 들어가려는 노력 외에 무슨 일을 하고 있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를 향해서는 “이번 ‘이태원 참사’(로 인한 정치적 곤경)을 한반도 갈등을 통해 해결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그것은 국민들의 거대한 항의행동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정수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대표는 “8년 전 세월호 참사 당시 당국자들은 학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말했고 그들은 차가운 바닷물에 수장되었다”고 지적했다.

“오늘 저는 대통령에게, 국방부에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돌려주고 싶다. 강대강 대결, 일촉즉발 상황의 끝이 어디일지 모르고 있다. 우리는 두렵다. 이렇게 상황이 악화되어 만에 하나 의도하지 않은 충돌이라도 발생해서 전투로, 끝내 전쟁으로 발전한다면 우리는 다 죽을 것이다. 현재 상황을 보도하는 언론들은 이 상황의 끝에 대해서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

김 대표는 “수도권에 2,500만명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 현실에서 서로의 영역에 (미사일을) 쏘는 주고받기식 대결을 언제까지 할 것인가”면서 “지금이라도 한미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리가 먼저 총을 내려야 한다. 일촉즉발의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먼저 중단하는 것은 비겁함이 아니라 용기”라며 “대신 중단된 남북대화의 끈을 이어야 한다. 군사적 대결을 근본적으로 중단할 수 있는 외교의 길, 대화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허권 한국노총 부위원장, 정종성 6.15청년학생본부 대표, 김은형 민주노총 부위원장,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연희 6.15남측위 대변인이 사회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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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되는 한미 비질런트 스톰, 고조되는 한반도 위기

  • 기자명 장창준 객원기자
  •  
  •  승인 2022.11.0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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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국민을 공포와 불안에 떨게 하는 가장 위험한 정부

▲ 한미 공군의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 훈련에 참가한 미군 F-35B 전투기가 군산기지 활주로를 이륙하고 있다. 스텔스 기능을 갖추고 있어 은밀히 북한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이며, 한반도 훈련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한미 공군의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 훈련에 참가한 미군 F-35B 전투기가 군산기지 활주로를 이륙하고 있다. 스텔스 기능을 갖추고 있어 은밀히 북한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이며, 한반도 훈련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반도 위기가 끝을 모르고 치닫고 있다. 10월 31일부터 한미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이 시작되었다. 한국과 미국의 전투기 240여대가 참여하고, 호주의 공중급유기까지 참여하는 대규모 훈련이다. 한미 전투기가 1,600번 이상 출격한다고 하니, 그 규모가 상상이 안 될 지경이다.

공중에서 적국의 영토에 미사일을 발사하는 무기 체계인 전투폭격기 자체가 공격용이라는 점에서 한미 양국의 ‘방어용 훈련’이라는 변명은 군색할 뿐이다. 적의 레이더망을 피해 은밀히 타격할 수 있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F-35B 전투기가 일본 이와쿠니 기지에서 출격한다.

이들 무기 체계들이 핵무기를 장착한 전략무기라는 점에서 비질런트 스톰은 북한 핵공격 능력을 숙달하기 위한 훈련이다. 바로 그 기간에 공격용 핵추진 잠수함인 키웨스트함이 부산항에 들어오기도 했다. 이게 ‘공격용 훈련’이 아니라면 ‘공격’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져야 한다.

240대의 전투기 vs 30여 발의 미사일

비질런트 스톰이 시작되던 10월 31일 북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비질런트 스톰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적 대상들을 타격하는 데 기본목적을 둔 침략형 전쟁 연습”이라고 성격을 규정하고, “보다 강화된 다음단계 조치들”을 예고했다. 북 국방정책을 책임지는 박정천 조선노동당 당비서 역시 11월 1일 담화를 발표하고 “사상 가장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의 경고는 곧 현실로 드러났다. 12월 2일 오전 7시 경 서해상에 단거리미사일 4발, 9시 경에 동해상에 단거리미사일 3발을 발사했고, 10여 분 후 또 다시 동서해상으로 다종의 미사일 10여발을 발사했다. 오후 4시 30분 경에도 동서해상으로 미사일 6발을 발사했다. 오후 1시 30분 경엔 동해상으로 100여발의 포사격 훈련도 진행했다. 여기엔 지대공 미사일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미 전투기가 출격할 것으로 예상되는 다양한 경로를 설정하고 그것을 격추하는 훈련이었던 것이다.

북의 맞대응 훈련은 11월 3일에도 진행되었다. 오전 7시 40분 경 동해상으로 장거리로 추정되는 미사일 1발을 발사했고, 8시 40분경에는 2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추가로 발사했다. 이틀 동안 무려 30여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의 ‘도발’을 비난하는 다양한 성명과 논평이 쏟아졌다. 국민의힘은 논외로 치더라도, 민주당은 “구제불능 집단”이라며 북한을 비난했고, 정의당 역시 “한반도 평화를 깨뜨리는 도발”이라며 “즉각 중단”을 북한에 요구했다. 그러나 이들 정당들은 비질런트 스톰에 대한 어떠한 입장도 낸 바 없다. 이들은 잠수함 키웨스트함이 부산항에 들어온 사실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240대의 폭격기(그리고 핵잠수함)는 평화를 수호하는 무기이고, 30발의 미사일은 평화를 파괴하는 무기라는 해괴한 기준이 어떻게 마련된 것인지 의아할 따름이다.

울릉도와 일본 3개 현에서 대피령 발령, 불안과 공포로 우왕좌왕

11월 2일 오전 울릉도에서 대피령이 발령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북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울릉도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는 정보 분석 때문이었다. 울릉도 주민들은 난데없는 대피 사이렌에 영문을 몰라 했고, 대피장소를 알지 못해 우왕좌왕했다. 울릉도 공무원들은 빠른 속도로 대피하는 일사분란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미사일은 울릉도에 167km 거리에 있는, 속초에서 동해 방향으로 57km 떨어진 공해상에 떨어졌다.

북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11월 3일 오전 일본 역시 대혼란에 빠졌다. 북의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는 일본의 정보판단 때문이었다. 일본 정부는 위도상으로 평양의 정동 방향에 위치한 미야기현 등 3개 현에 피난 경보를 발령했다. 신간센 열차가 운행중지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북의 미사일은 일본 상공을 비행하지 않았고, 일본의 군사정보 능력의 민낯이 드러났다.

 

북은 2019년 12월 정면돌파전을 채택하면서 자신을 적대하는 세력들에게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11월 2일과 3일, 울릉도와 일본지역에 내린 대피령은 분명 ‘불안과 공포’ 그 자체였다. 북이 그것을 의도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한반도 긴장이 높아질수록 한국과 일본의 불안과 공포 역시 가중될 것이다. 그리고 그 불안과 공포는 점차 미국을 향하게 될 것이다.

비질런트 스톰 훈련 기간 연장, 강대강 대결 더욱 격화될 것

한미 양국은 11월 4일 종료예정이던 비질런트 스톰 훈련을 연장한다고 11월 3일 발표했다. 북의 박정천 비서는 즉각 “돌이킬수 없는 엄청난 실수”라고 군사 대응을 예고했고, 그로부터 한 시간 후 북은 6발의 미사일을 발사했고, 80발의 포병사격을 했다. 3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내일과 모레 추가적인 군사행동에 나설 공산이 크다.

한미 양국은 며칠 동안 이 훈련을 더 진행할지 아직 결정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질런트 스톰이 연장된 만큼 강대강 대결은 더욱 격화되고, 한반도 긴장은 그만큼 더 고조될 것은 자명하다. 한국과 일본의 공포와 불안은 더욱 심화될 것이며, 그 공포와 불안은 점차 미국을 향할 것이다.

적대행위가 적대행위를 부르는 위기의 악순환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와 같은 강대강 국면이 지속되는 조건에서, 비질런트 스톰 훈련이 종료된 후에도 한미 양국은 군사훈련을 계속 진행할 것이다. 이에 따른 북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격렬해질 것이다.

가장 위험한 시대의 가장 위험한 정부

9월 말 미국의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부산항에 들어오면서 시작된 한반도 위기 국면이 한달이 넘도록 지속되면서 고조되고 있다. 지금의 위기는 핵무기와 전략자산이 동원되고 있다는 점에서 핵전쟁 위기이다. 또한 그 누구도 이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중재에 나설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예년과 다른 심각한 위기 상황이다.

우리는 지금 가장 위험한 시대를 살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등장 이후 북을 핵으로 공격할 수 있는 미국의 전략자산을 윤석열 정부가 들여오기로 합의하면서부터 위험한 시대는 시작되었다. 윤석열 정부는 모든 책임을 북으로 돌리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로 인해 이 위기가 시작되었다는 진실은 결코 가릴 수 없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위해 국민들에게 애도와 추모를 강요하는 정부, 바로 그 기간에 우리 국민을 또다시 공포와 불안으로 내모는 군사훈련을 강행하는 정부, 그것으로 모자라 그 훈련을 연장하여 더 큰 공포와 불안을 초래하고 있는 정부. 우리는 가장 위험한 시대에 가장 위험한 정부를 맞닥뜨리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유지되는 한 우리 국민은 공포와 불안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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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향한 이태원 참사 추모 발걸음, 경찰에 막혔다

홍희진 청년진보당 대표와 청년당원들이 3일 오후 6시34분 이태원 참사 현장 맞은편 이태원역 인근에서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과 엄중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마친 뒤 대통령 집무실을 향해 가다가 경찰에 막혀 있다. 2022.11.03 ⓒ민중의소리

 

경찰은 신속했다. 빈틈없었다. 대통령실로 향하는 6m 인도를 40여명의 경찰이 틀어 막는데 20초가 걸렸다. 경찰이 막은 것은 둘씩 짝지어 걷던 청년 50명이었다. 그들 손에는 ‘막을 수 있었다. 국가는 없었다’라고 적힌 종이가 들려 있었다. 경찰의 신속함은 5일 전 이태원 골목에 있어야 했다. 그들은 참사 대신, 청년들의 추모를 막았다. 3일 저녁 7시 32분, 녹사평역 분향소에서 대통령실 방향으로 향하는 인도에서 벌어진 일이다.

충돌은 없었다. 경찰이 인도를 막자 청년들은 걸음을 멈췄다. 홍희진 청년진보당 대표는 “참사 현장에 국가가 없었다. 대통령에게 그 책임을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5분여 뒤, 삼삼오오 뒤돌아 걸어갔다. 참사 발생 5일 만에 청년들의 추모 행렬은 처음으로 대통령실을 향했다.

늘 보던 경찰의 제지였다. 대통령실 인근에서 피켓을 드는 것은, 청와대 앞이나 삼각지에서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늘 보던 때와 달랐다. 황망했다. 참사 현장과 너무나 가까웠다. 경찰이 삽시간에 모여든 녹사평역 4번 출구 앞은 참사 현장에서 직선거리로 684m다. 달려가면 3~4분, 아무리 천천히 걸어도 10여 분이면 갈 수 있다. 참사를 막을 공권력이 지척에 있었다 생각하니 더 황망했다.

약 1시간 전인 6시 34분, 청년들은 이태원역 4번 출구 앞에 있었다. 6시 34분은 참사 위험을 경고하는 112 신고가 처음으로 접수된 시간이다. 100여 청년들은 침묵시위를 했다. 지난 2일에 이어 두 번째다. 한마디 말도 없었다. 손에는 ‘탓하기 바쁜 정부 말고, 책임지고 민생 챙기는 정부’ ‘사고가 아닌 참사, 막을 수 있었다’라는 글귀가 적힌 종이가 들려 있었다. 36분간 침묵시위를 하던 청년들은 녹사평역으로 걸었다. 녹사평역 분향소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청년들은 내일도 침묵시위를 연다. 주말엔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참사를 막지 못한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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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3일 오후 6시34분 이태원 참사 현장 맞은편 이태원역 인근에서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과 엄중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마친 뒤 녹사평역 합동분향소로 행진을 하고 있다. 2022.11.03 ⓒ민중의소리
청년들이 3일 오후 6시34분 이태원 참사 현장 맞은편 이태원역 인근에서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과 엄중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마친 뒤 녹사평역 합동분향소로 행진을 하고 있다. 2022.11.03 ⓒ민중의소리
 
청년들이 3일 오후 6시34분 이태원 참사 현장 맞은편 이태원역 인근에서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과 엄중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마친 뒤 녹사평역 합동분향소로 행진을 하고 있다. 2022.11.03 ⓒ민중의소리
 
청년이 3일 오후 6시34분 이태원 참사 현장 맞은편 이태원역 인근에서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과 엄중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하기 위해 손자보를 준비하고 있다. 2022.11.03 ⓒ민중의소리
 
3일 오후 6시34분 이태원 참사 현장 맞은편 이태원역 인근에서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과 엄중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침묵시위 참석한 청년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2.11.03 ⓒ민중의소리
 
 
청년들이 3일 오후 6시34분 이태원 참사 현장 맞은편 이태원역 인근에서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과 엄중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마친 뒤 녹사평역 합동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2022.11.03 ⓒ민중의소리


청년들의 조용한 분노가 넘쳤던 침묵시위 현장 맞은편엔 슬픔과 애도가 있었다. 시민들은 해밀톤호텔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한숨과 탄식은 스님들의 목탁 소리와 함께 울려 퍼졌다.

시민들 사이에서 김광민(가명·55)씨를 만났다. 멍한 눈으로 참사 발생 골목을 바라보던 그는 시민들이 남긴 추모의 글을 하나하나 읽었다. 그리고 가끔 하늘을 봤다. ‘추모는 다 하셨나’ 조심스레 물으니 고개를 돌렸다.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허망합니다. 허망하고…”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를 입은 중년의 신사는 끝내 굵은 눈물을 흘렸다. 한참 숨을 고른 그는 “이 어린애들을 어른이 돼서 지켜주지 못했다는 게…” 그의 말은 또 끊겼다. 눈물을 훔친 그는 “지켜주지 못했다는 게 너무나 미안합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20대 자녀가 둘이다. 둘째 아들이 대학교 3학년이다. 다행스럽게도, 두 자녀는 참사와 무관하다고 했다. 하지만 “남 일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직장은 과천이다. 퇴근 이후 “한 번은 들러야 한다”는 마음에 이태원역으로 향했다. 그는 “나라가, 국가가 없었네요. 허망합니다. 뭐가 문제였는지, 누가 잘못했는지 꼭 밝혀야 할 것 같아요. 그게 어른 된 도리 아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골목을 한참 더 응시하던 김씨는 강서구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추모 시민 중 상당수는 김씨와 같은 중장년층이었다. 
 

3일 저녁 6시 26분, 김광민(가명·55)씨가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아 추모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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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맹정음’을 아시나요?…누구나 우리말을 읽고 ‘만지게’ 하려면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11/04 09:13
  • 수정일
    2022/11/04 09:1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11월 4일 96돌 ‘한글 점자의 날’…박두성 선생 ‘훈맹정음’ 발표 기념
구글·LG전자·오뚜기, 제품에 점자 표기 확대 등 접근 높여
일상선 점자 표기·관리 미흡 “높이 너무 낮아, 컵라면 점자 못 찾아”
“시각장애인이 점자만 사용하진 않아” 음성 동시 적용 등 인식 넓혀야

11월 4일 ‘제96돌 한글&nbsp;점자의 날’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 11월 4일 ‘제96돌 한글 점자의 날’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11월 4일 ‘한글 점자의 날’이 올해로 96돌을 맞았지만, 여전히 시각장애인이 일상에서 점자를 읽는데 어려움이 많아 관심과 개선이 요구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이날은 1926년 11월 4일 송암 박두성 선생이 창안한 한글 점자 ‘훈맹정음(訓盲正音)’의 발표를 기념하는 ‘한글 점자의 날’이다.

 

박두성 선생은 초성, 중성, 종성을 모아쓰는 우리말 표기 방식에 맞게 6점을 조합해 만든 ‘훈맹정음’으로 시각 장애인의 손끝에 우리말을 전했다.

 

‘한글 점자의 날’은 지난 2020년 ‘점자법’이 개정되며 작년부터 법정 기념일이 됐다. ‘한글날(10월 9일)’, ‘한국 수어의 날(2월 3일)’ 등과 함께 언어 관련 법정 기념일로서 위상을 갖게 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최근에는 기업들도 점자를 사용하는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의 움직임을 실천하고 있다.

 

3일 LG전자는 가전제품에 전원, 동작·정지 등 기능을 인지할 수 있는 공용 점자 스티커를 고객들에게 무상 배포한다고 밝혔고, 오뚜기도 제품 포장에 점자 표기를 확대 적용한다고 하는 등 국내 기업들도 점자를 통한 시각장애인의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구글 코리아도 지난달 새로 설계한 사무실 바닥에 점자 유도 블록을 설치했고, 회의실 등 모든 공간에 점자로 안내 문구를 표기했다고 소개했다.

 

그럼에도 일상 생활에선 점자 표기 및 관리가 미흡한 곳이 많아, 시각 장애인들은 어려움을 겪는다. 이들은 아플 때 알맞은 약을 찾는 등 기본적인 일조차 점자 표기가 없으면 속수무책으로 남의 손을 빌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사진=이미지투데이)

 

김인의 수지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약에 대한 정보를 알아야 하는데, 코로나 때도 그렇고 지금도 약이 묵자로만 돼있다”며 “(약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면 비장애인이 봐줘야 하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일부 음료와 주류의 경우 점자 표기가 있긴 하지만, 종류와 상관없이 ‘음료’ 또는 ‘맥주’라고만 표기돼있어, 마시기 전까진 무엇을 마시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도 발생한다.

 

표기된 점자의 ‘높이’가 너무 낮아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도 문제로 꼬집힌다.

 

류영태 경기도시각장애인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점자가 표기된 한 컵라면을 언급하며 “점역교정사처럼 점자 계열에서 일하는 5명과 선천적 시각장애인 3명이 비닐까지 뜯고 만져봤는데, 전부 다 점자가 어디 있는지 찾지 못 할 정도였다”며 “결국 있으나 마나 한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설치된 점자의 관리가 부실해 문제가 되기도 한다. 훼손된 채 방치되고 있는 점자 유도 블록은 경기도 뿐 아니라 인천, 광주, 부산 등 전국에서 시각 장애인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류 복지사는 건물 앞에 있는 ‘점자 지도’의 대부분이 닦지 않아 먼지가 쌓이거나 녹슬어 있어, 손으로 ‘만져서’ 글을 읽어야 하는 시각 장애인들의 정보 접근을 어렵게 한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국회나 기업이 점자 외에도 엘리베이터, 선거 공보물 등 시각장애인의 일상 생활 관련 인식 개선을 위한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활동가는 “모든 시각장애인이 점자만 사용하진 않고, 점자를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경우가 많진 않다”며 “점자와 음성을 동시적으로 적용하면 (정보를) 좀 더 원활하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강현수 기자 ]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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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장거리 포함 탄도미사일 3발 발사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 기간 연장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2.11.03 09:42
  •  
  •  수정 2022.11.03 15:18
  •  
  •  댓글 0
 
북한이 올해 3월 24일 시험발사한 신형 ICBM '화성포 17형'. [사진출처-노동신문]
북한이 올해 3월 24일 시험발사한 신형 ICBM '화성포 17형'. [사진출처-노동신문]

북한이 3일 오전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합참)은 “우리 군은 오늘(11.3) 오전 07시 40분경 평양 순안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장거리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1발과 08시 39분경부터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2발을 포착하였다”고 발표했다.   

장거리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760km, 고도 약 1,920km, 속도 약 마하 15, 단거리탄도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330km, 고도 약 70km, 속도 약 마하 5라고 알렸다. “세부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다. 

장거리미사일의 비행거리와 고도 등이 지난 3월 24일 발사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에 못미친다. 당시 비행거리는 약 1,080km, 고도는 약 6,200km 이상이었다. ‘실패 가능성’을 지적하는 배경이다. 

합참은 “북한의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는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중대한 도발 행위이며,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으로 이를 강력히 규탄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날 윤 대통령 주재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여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한미 연합방어훈련은 흔들림 없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미 공군은 4일 끝나는 한미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 훈련기간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공군작전사령부와 미 7공군사령부는 북한의 도발로 고조되고 있는 현 안보위기상황 하에 한미동맹의 굳건한 연합방위태세 현시가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였다”는 것.

이에 앞서, 2일 북한은 동·서해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5발과 포탄 100여발을 쏟아낸 바 있다. 미사일 1발은 공해상이기는 하지만 분단 이후 처음으로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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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 ‘단호한 대응...?’ 전쟁을 하겠다는 것인가

 
전시작전권이 없는 나라 대한민국
 
김용택 | 2022-11-03 08:40:0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공습경보 발령!!! 울릉군 지역에 공습경보 발령, 주민 여러분께서는 지하시설 등으로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2일 오전 8시 51분께 울릉군 전역에 “공습경보 발령!!!” 뉴스를 보다가 TV 화면에 이런 자막이 뜬 것을 보고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북이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3발을 발사했는데 이 중 1발은 NLL 이남 26㎞ 지점 공해상에 떨어져 울릉도 주민이 대피하라는 경보를 내린 것이다.

북한이 분단 이래 처음으로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합참은 “공군 F-15K, KF-16의 정밀 공대지미사일 3발을 동해 NLL 이북 공해상, 북한이 도발한 미사일의 낙탄 지역과 상응한 거리 해상에 정밀 사격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번 북한 미사일 발사는 분단 이후 처음으로 NLL 이남 우리 영해 근접에 떨어진 것으로 매우 이례적이고 결코 용납할 수 없다”며 단호한 대응을 천명했다.

<전쟁은 게임놀이가 아니다>

전쟁은 ‘전쟁놀이가 아니다. 6·25전쟁을 겪은 세대들은 ‘전쟁’이라는 말만 들어도 몸서리가 친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어떻게 되는가?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이 분명한 대가를 치르도록 엄정한 대응을 신속히 취하라”고 고강도 지시를 내렸고 우리공군은 전투기 F-15K, KF-16을 출격해 NLL 이북 공해상으로 공대지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북이 구경만 하고 있을까? 6·25전쟁도 이렇게 시작된 게 아닌가?

한반도에서 전쟁은 승자와 패자가 없는 공멸이다. 북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남에는 지금 24개의 핵발전소가 가동 중이다. 미사일 파편이 이 24기의 핵발전소 중 어느 한 곳에만 떨어져도 그게 곧 핵무기요, 한반도는 핵 오염으로 영구적인 불모지가 된다. 북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들은 전쟁 불감증에 결려 있어 게임놀이로 착각하는지 몰라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전쟁은 쌍방을 폐허로 만든다.

<전쟁... 누가 좋아하는가?>

윤석열후보가 대통령이 됐을 때 누가 가장 좋아했을까? 미국이나 일본은 우리나라 대통령이 약점이 있거나 사리분별도 잘못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미국이 5·16쿠데타를 일으킨 박정희를 포용했던 것도 학살자 전두환을 끌어안은 것도 미국이 이용해 먹기 좋았기 때문이다. 본토에서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미국은 타국에서 전쟁이 발발할수록 좋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2만8500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지난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으로 1조1833억원을 부담하고 향후 4년간 전년도 국방비 증가율만큼 매해 방위비를 인상하고 있다.

<전시작전권이 없는 나라 대한민국>

대한민국은 미국산 무기의 단골고객이다. 방위비분담금 외에도 간접지원비 1조 1469억도 모자라 최근 10년간 우리나라가 사들인 미국산 무기 구입비만 해도 무려 7조6천억 원에 달하며, 이는 올해 국방예산인 46조 원의 16%수준이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세계 40대 재래식 무기 수입국 가운데 13위를 차지했다. 일본은 어떤가? 한반도에서 전쟁을 가장 반기는 나라는 일본이다. 그들은 결코 한반도 종전선언도 평화협정도 원하지 않는다.

6·25전쟁은 2차 세계 대전 후 6·25전쟁 특수 붐이 일어나 일거에 태평양전쟁의 패전에서 온 폐허와 후유증에서 벗어나 일본 역사상 유례가 없는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어내어 세계경제대국으로 비상하였다. 또한 미국 주도의 “맥 쇼군”(맥아더 치하:GHQ)의 점령하에 있은 지 길지 않은 기간에 유리한 입장에서 대일강화조약을 체결하여 독립을 회복하고 국제사회에 당당하게 복귀하기에 이르렀다. 인본 전 수상 요시다 시게루(吉田茂)나 우익들은 한결같이 “6·25전쟁은 패전국 일본에 기적과 같은 행운을 가져다 준 전쟁이었다”고 말한다.

윤석열대통령은 집권하기 바쁘게 우방국 대한민국을 보호하기 위해 5년간 중단되었던 역대 최대의 한미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일본과는 슬그머니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인 지소미아를 부활시켜 북의 핵과 미사일 정보를 공유하면 밀월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때부터 ‘킬체인(Kill-Chain)’이라고 불리는 선제타격 능력을 확보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 강화, ‘대량응징보복’(KMPR) 역량 강화를 약속하며 굴종적 대북정책 전환을 예고했다.

<선제공격은 위헌이다>

대통령은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선서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안전에 무한책임을 지는 공직자”라고 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무한책임을 진다면서 남북간의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킬체인 ‘삼축체제’ 운운하는 것은 군수마피아나 할 소리다.

우리민족의 통일보다 분단이 필요한 외세와 군수마피아들의 농간에 내부모, 내형제, 동족을 ‘그날의 원수’와 ‘멧도적 오랑케’로 만들어 적개심을 키우는 것이 대통령의 책무인가? 6·25전쟁도 남북이 이렇게 티걱태걱하다 일어난 게 아닌가? 왜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불가침조약을 맺는 것이 불가능한 일인가? 언제까지 우리는 분단유지세력의 농간에 동족을 원수로 만들어 부모형제와 동족을 서로 살상무기 경쟁에 혈세를 쏟아붓고 반만년 간 함께 살아온 형제자매를 죽일 적개심을 기르며 살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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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파출소가 무슨 잘못이냐”…지휘부 ‘꼬리 자르기’에 반발하는 경찰들

참사 당일 신고 접수 79건…“대응 못한 구조 주목해야”

 
2일 밤 이태원파출소 모습. ⓒ민중의소리
 
이태원 참사 발생 전 접수된 신고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당시 현장 대응을 담당한 이태원파출소에 비난이 가해졌다. 그러나 현직 경찰관들은 제한된 인력으로 적극 대응하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전한다. 일선 경찰관 대응이 아니라, 대응이 가능하지 못했던 구조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따른다.

2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보면, 한 현직 경찰관은 게시글을 올려 참사 당시 이태원파출소가 대응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현장 경찰관 두 명이 사고 전 현장에 갔다고 가정했을 때, 그 두 명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며 “일방통행을 유도한다? 일시적 통행을 통제하고 진입을 막는다? 말단 경찰관 두 명이 10만명을 통제한다? 도대체 언제까지 가능하다고 보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사고 지점에만 못 올라가게 하면 될 거 아니냐고 반문한다면, 출동 경찰관이 신이 아닌 이상 사고 난 곳에서 4시간 뒤에 150명이 넘는 사람들이 압사로 사망할지 어떻게 미리 알 것인가”라며 “그곳만 일방통행으로 통제하면 나머지 이태원 골목으로 인파가 쏠려 사고가 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또한 “사실 ‘인원이 너무 많아 통행이 안 된다’, ‘차량이 너무 밀린다’ 등 신고 접수는 연말, 연초, 크리스마스, 명절 연휴 항상 빗발치는 신고 유형”이라고 전했다.

번화가에 있어 신고가 집중되는 이태원파출소가 자체적으로 대응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이 따른다. 이 경찰관은 “밀린 신고가 수두룩했을 것”이라며 “핼러윈이 아니더라도, 이태원은 서울청 내에서 손꼽힐 만큼 신고가 많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마약과 성폭행 등 직접 발생한 범죄 사건만 처리하는 데도 1분 1초가 아쉽다”며 “무전에서는 빨리 마무리하고 다른 신고 출동 가라고 지령하고, 옆 순찰팀에선 공조 요청하고, 신고자들한테는 전화 오지, 이 상황에서 길거리에 가만히 서서 시민들 안전 통제를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11건의 신고를 받고도, 참사를 막지 못한, 아니 참사를 막을 수 없는 절대 불변의 구조”라고 지적했다.

실제 참사 당일 저녁부터 이태원파출소에는 신고 접수가 몰렸다.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참사 당일 오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접수된 신고는 79건에 달했다. 송병주 용산서 112상황실장은 “지역 경찰관에서 하루 전체 신고 건수 중에서도 많은 편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10시 이후로는 신고가 폭주했다”며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범위를 넓히면 450건 가까이 신고가 들어왔다”고 전했다.

사고 발생 이후에야 압사 우려 신고가 중요하게 여겨지지만, 당시 현장 경찰관은 그보다 급박하게 느껴지는 수십 건의 신고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었을 것이라는 설명이 쏟아졌다.

‘경찰을 그만두려 합니다’라는 글을 쓴 한 경찰관은 자신을 “이태원파출소는 아니고 서울 바쁜 지구대에 근무하는 20대 후반”이라고 소개하면서, 당시 현장 상황을 유추했다. 그는 “여러분이 경찰관이고, 순찰차 4대가 있고, 동시에 수십 건의 신고가 들어온다고 가정해보자”고 제안했다. 이어 “신고 중에는 ‘사람이 너무 많다’, ‘압사당할 거 같다’는 신고도 있겠지만, 동시에 폭력, 성추행, 시비, 행패, 소란, 음주운전과 같은 시민의 생명과 신체에 큰 위험을 줄 수 있는 신고들 또한 있다”며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었다.

다른 경찰관은 “이태원 그 작은 관할 파출소에서 그날 하루 얼마나 많은 신고가 들어왔을 것 같으냐”며 “사건 4시간 전 압사당할 거 같다고 통제해달라는 신고 그리고 여기저기 싸우고 있다는 신고, 음주운전 했다는 신고, 지금에서야 압사될 거 같다는 신고가 급해 보이지, 당시 현장 경찰관이라면 어떤 신고를 우선했겠느냐”고 말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이태원파출소 관련 게시물 ⓒ블라인드 캡처

경찰청장 꼬리 자르기 발언 향한 거센 비판

이태원파출소 경찰관 가족이라고 밝힌 누리꾼은 비판 여론이 이태원파출소에 집중되는 데 대한 안타까움도 나타냈다. 그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 가족을 포함한 당시 근무 경찰관 중 바쁘게 일하지 않은 분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며 “다만 인력이 없어 대응을 충분히 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기동대 출동 요청을 계속했으나 윗선에서 무시당했다고 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언론과 여론을 보니 당시 파출소 근무자들 책임으로 돌리려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말단 직원들 탓으로 돌리고 문책해서 대충 다시는 이런 사고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 발표하고 치워버리려는 듯하다”고 했다.

앞서 지난 1일 오후 경찰청은 참사 당일 압사 관련 신고 녹취록을 공개했다. 첫 신고가 들어온 18시 34분부터 22시 11분까지 총 11건이다. 이중 현장에 출동해 종결한 사건이 4건으로 발표됐다. 징후가 있었음에도 현장 경찰관이 적극 대응하지 않아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이같은 비판에 대해서는 용산서 측도 설명을 내놨다. 송병주 112상황실장은 “2인 1조로 나가는데 나가서 1~5분 만에 일 처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두세 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가 한 사건 먼저 해결하고 다음 사건 해결을 위해 신고자에 전화했을 때 ‘다른 데로 이동해서 괜찮다’는 식으로 답하면, 경찰관들이 나가고 있었지만 현장 출동이 아닌 게 돼 버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청에서 11건 중 일부는 현장 가지 않았다고 발표한 게 그런 경우”라고 설명했다.

경찰관들은 책임 소재의 화살표가 현장 경찰관이 아닌 지도부를 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을 그만두겠다고 한 경찰관은 “물론 경찰 잘못도 일정 부분 있다는 건 동의한다”면서도 “하지만 그건 경찰 윗선, 그것도 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잘못이지 현장 경찰관의 잘못은 아니다. 이건 확신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참사 당시 현장에 있었다고 밝힌 한 경찰관은 “파출소나 상황실 직원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전개되는 것이 상당히 실망스럽다”며 “신고 출동이 사고가 나면 오롯이 경찰이 책임지고, 말단에서 최선을 다한 경찰관이 왜 더 잘하지 못 했냐고 질타하고 책임을 묻게 된다면 이런 사건은 앞으로 다시 재발할 수밖에 없다”고 적었다.

그는 “경찰청장은 현장 직원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발언함으로써 진상조사에 편견을 가지게 하고 있는데 이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윤희근 경찰청장을 직격했다. 그러면서 “이번 참사는 ‘대응’보다 ‘예방’을 해야 했던 문제였다”며 “집회·시위에는 대규모 경력을 배치하면서 10만명 다중 운집이 예상되는 상황에는 왜 혼잡 경비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관이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았는지에 대해 해명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경찰관도 경찰청장을 비롯한 지휘부를 비판했다. 그는 “꼬리 자르기를 하려고 이태원파출소에 대해 고강도감찰을 실시한다고 한다”며 “경찰청장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용산서 전 직원에게 본청 주관 감찰 실시한다고 문자가 왔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장 경찰관들은 그날 슬픔에 한 번 죽었고, 오늘 두 번 죽었다”고 호소했다.

윤 경찰청장은 지난 1일 “112 신고를 처리하는 현장의 대응은 미흡했다는 판단을 했다”며 “사전에 위험성을 알리는 112 신고를 받고 제대로 조치했는지에 대해 사실관계를 철저히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일선 경찰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은 경찰조직에서 멈추지 않고 정부 고위당직자 입에서도 나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중앙대책본부 회의 모두발언에서 “어제 경찰청은 사고 당일 저녁의 112 신고 녹취록을 공개했다”며 “경찰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는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다.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는 데 안일한 판단이나 긴장감을 늦추는 일이 있다면 국민들의 믿음을 저버리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특별수사본부와 감찰을 통해 철저히 조사하고, 국민들께 투명하고 소상하게 설명해 주시기 바란다”며 “정부는 조사가 끝나는 대로 상응하는 책임을 엄중히 묻고 112 대응 체계의 혁신을 위한 종합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와 관련, 대국민 사과 입장 표명 기자회견 하고 있다. 2022.11.01.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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