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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시킬까 길들일까... 오세훈 손에 달린 TBS의 운명

[이슈] '폐지'와는 선 그어온 오세훈, 재정 지원 지렛대로 '개편' 압박 나서나

22.11.18 21:27l최종 업데이트 22.11.18 21:27l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현안질의에 출석해 답변을 마친 뒤 마스크를 쓰고 있다.
▲ "이태원 참사" 현안질의 나온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현안질의에 출석해 답변을 마친 뒤 마스크를 쓰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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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은 TBS를 어떻게 할까.

지난 15일 서울시의회는 'TBS 지원 폐지 조례'를 통과시켰다. 승자와 패자는 명확하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지자들은 물론 시민들에게 강한 존재감을 남기면서 승자가 됐고, '언론탄압'이라고 반발한 민주당 의원들은 조례 제정을 막지 못하고 힘없이 패배했다.

가장 큰 수혜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조례가 통과되면서 예산편성권을 쥔 오 시장은 TBS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게 됐다. TBS에 대한 서울시의 재정 지원을 아예 끊으면서 고사시킬 수도 있고, 재정 지원을 지렛대로 활용해 여권이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몇몇 시사프로그램을 폐지하고 과거처럼 '시정홍보방송'에 주력하도록 길들일 수도 있다. 
 
[승자] 존재감 드러낸 국민의힘 시의원들 서울시의회는 지난 15일 본회의에서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을 가결했다. TBS 지원조례(서울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폐지한다는 단 한 줄짜리 조례로, TBS에 대한 서울시 예산 지원 근거를 없애는 것이다. 서울시 지원이 전체 예산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TBS의 생명줄을 사실상 끊는 조례다. 


이 조례는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 76명 전원이 발의에 참여했다. 이날 민주당 소속 시의원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이뤄진 본회의 표결에서도 72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그동안 국민의힘과 지지자들은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TBS 프로그램이 편향돼 있다고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이번 조례의 통과는 국민의힘 등 여권과 각을 세웠던 TBS에 대한 '응징'과도 같다.

조례를 통과시키면서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당 지도부와 국민의힘 지지자들에게 단단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당 중진인 권성동 의원도 TBS 폐지 조례와 관련해 "늦었지만 환영한다"고 했고, 국민의힘 지지자들도 대부분 이번 폐지 조례에 대해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TBS의 정치적 편향성을 강력 비판해왔던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 조례안을 대표발의한 최호정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들의 이름을 알렸다. 이번 조례 통과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최호정 원내대표는 유력한 차기 시의회 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최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에서 종합편성채널 설립 등을 주도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딸이다.

최 원내대표는 조례 통과 다음날인 16일 본회의 연설에서 "TBS 폐지 조례안은 지난 10여 년간 쌓아온 업보에 대한 시민의 판단"이라고 선언했다.
  
큰사진보기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이 가결된 15일 오후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연설이 진행 중인 서울시의회 앞에서 TBS 구성원들이 항의 집회를 벌이고 있다. 오 시장은 후보 시절부터 TBS 개편 및 지원예산 축소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이 가결된 15일 오후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연설이 진행 중인 서울시의회 앞에서 TBS 구성원들이 항의 집회를 벌이고 있다. 오 시장은 후보 시절부터 TBS 개편 및 지원예산 축소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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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 무력했던 민주당

조례안이 가결되기까지 민주당 의원들은 무기력했다. 조례 통과 과정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퇴장'만을 반복했다.

지난 15일 오전 서울시의회 상임위에서 폐지 조례안이 기습 상정되자, 상임위 소속 민주당 의원 3명은 단체로 퇴장했다. 이날 오후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민주당 의원 2명이 조례안 반대토론에 나섰다. 이후 조례안이 본회의에 상정되기 직전 민주당 의원들은 "언론탄압 중단하라"고 단체 구호를 외친 뒤 퇴장했다. 본회의 표결은 순조롭게 이뤄졌고 숫자에서 밀린 민주당 의원들은 무력했다.

현재 서울시의회 의석은 국민의힘(76석)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고, 민주당 의석은 36석에 불과하다. 국민의힘이 밀어붙이면 민주당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많지 않다. 그럼에도 이번 조례안 통과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소속 한 시의원은 "민주당이 조례안 통과를 언론탄압이라고 규정했으면 반대 의사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액션을 했어야 했다"면서 "의장단 점거농성을 하거나, 그게 아니면 의장 의사봉이라도 빼앗았어야 하는데 피켓 들고 퇴장하는 것은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일"라고 한탄했다.

칼자루 쥔 오세훈... 그의 선택에 주목

'TBS 폐지 조례'가 통과되면서 가장 주목되는 건 오세훈 서울시장의 선택이다. 오 시장은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2021년부터 'TBS의 정치 편향성'을 줄곧 문제 삼아왔다. TBS의 교육방송 전환 구상을 밝히기도 했고,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향해선 "교통방송을 하시라"고 직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 시장이 직접 TBS와 싸울 수는 없는 일이었다. 서울시 산하기관이 아닌 독립재단인 TBS에 대해 시장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고, TBS 노조도 오 시장의 발언에 대해 반발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하지만 이번 조례가 통과되면서 오 시장에게는 막강한 권한이 주어졌다. TBS를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예산 지원을 전면 중단할 수도 있고, 서울시 예산편성권을 가진 시장 입장에서 지원 조례 폐지에도 불구하고 별도 예산을 편성해 TBS를 지원해줄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정치적 타협을 통해 TBS 지원의 근거가 되는 조례 제정에 다시 나설 수도 있다.

서울시 예산 심의와 조례 제정 권한은 서울시의회가 갖고 있지만, 국민의힘이 과반인 의회를 설득하는 일은 오 시장에게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 시장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서울 곳곳을 돌며 지원 유세를 했기 때문에, 개별 의원들과의 관계도 돈독한 편이다.
  
큰사진보기15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  15일 오후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이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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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평소 오세훈 시장이 내놨던 발언을 살펴보면 그는 'TBS 폐지'가 아닌 '개편'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TBS의 폐지는 오 시장이 평소 바라던 바가 아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오 시장은 이번 조례와 관련해 "현재로서는 (서울시의회와) 입장을 달리하는데 시의회와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논의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서울시의회 출석한 자리에서도 오 시장은 "(TBS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줄여간다는 것과 완전히 안 한다는 것은 다르다. 나는 한 번도 전액 삭감을 얘기한 적 없다. 내 생각과는 차이가 있는 조례안"이라고 말했다.

과거 2006~2011년 오 시장 재임 시절 TBS는 시정 홍보와 교통방송의 기능에만 충실했다. 오 시장도 종종 TBS 프로그램에 출연해, 본인의 시정과 정책 등을 홍보하기도 했다. 그는 공적 전파를 쓰는 방송국을 영향력 아래 두는 것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변수는 TBS 내부의 반발이다. 서울시가 예산을 무기로 TBS 개편을 압박할 경우 교육방송 전환 등을 거부해 왔던 노조를 중심으로 저항이 커질 수 있다. 다만 TBS의 존폐가 걸린 상황이라 충분한 투쟁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측도 '공'은 오세훈 시장에게 넘어갔다고 본다. 시의회 국민의힘 소속의 한 재선의원은 "조례가 통과됐으니 이제 집행부(서울시)에서도 뭔가 방안을 찾지 않겠느냐"면서 "TBS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어) 피해를 볼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TBS의 개편은 이강택 대표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TBS 대표이사 선임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TBS 대표이사의 선임은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이사회 추천 인사로 구성된 TBS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하며 서울시장이 임명한다.
태그:#TBS#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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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동해로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2.11.18 11:35
  •  
  •  수정 2022.11.1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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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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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4일 북한이 시험발사한 신형 ICBM '화성포-17형'. [사진출처-노동신문]
지난 3월 24일 북한이 시험발사한 신형 ICBM '화성포-17형'. [사진출처-노동신문]

북한이 18일 오전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합참)은 “우리 군은 오늘(11.18) 오전 10시 15분경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장거리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1발을 포착하였다”고 밝혔다. 

이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약 1,000km, 고도 약 6,100km, 속도 약 마하 22로 탐지됐다.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보인다. “세부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다.

합참은 “이번 북한의 ICBM 발사는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중대한 도발이자 심각한 위협 행위”이며,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며 “엄중 경고하며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대통령실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하였고, “윤 대통령은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고, 한미 간 합의한 대북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방안을 적극 이행할 것과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을 지시하였다”고 알렸다.

‘정부 성명’을 통해서는 북한이 도발할수록 제재는 강화되고 국제적 고립은 심화될 것이라며 “북한은 도발을 즉각 중단하고, 국제사회가 지지하는 ‘담대한 구상’에 조속히 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전날(17일)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한 바 있다.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 3일 이후 보름만이다. 당시 한.미는 실패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17일 최선희 외무상이 담화를 통해 “미국이 동맹국들에 대한 《확장억제력제공강화》에 집념하면 할수록, 조선반도와 지역에서 도발적이며 허세적인 군사적 활동들을 강화하면 할수록 그에 정비례하여 우리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맹렬해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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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의 돌격대가 된 한국”..한·미·일 삼각동맹 해체해야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11/18 10:08
  • 수정일
    2022/11/18 10:0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2/11/17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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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위는 17일 오후 6시 광화문 미대사관 인근에서 평화촛불을 들었다. [사진제공-민족위]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아래 민족위)는 17일 오후 6시 광화문 미대사관 인근에서 ‘한·미·일 삼각동맹 해체!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며 평화촛불을 들었다.

 

하인철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은 “한·미·일 정상회담 이후 발표된 프놈펜 성명은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경제안보대화체 신설, 대만해협 평화와 안정 유지, 우크라이나 지지 등의 민감한 내용을 담았다. 이는 미국이 이전부터 바라던 한·미·일 삼각동맹을 대놓고 만든 것이나 다름이 없다”라면서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되더니 하루아침에 대한민국은 일본의 하수인으로 되고, 경제는 파탄이 나고, 국민의 위상은 땅으로 떨어졌다. 심지어 한·미·일 삼각동맹으로 국민은 전쟁 한복판에 나앉게 생겼다. 윤석열이 하루라도 더 대통령 자리에 있으면 국민의 고통만 더 극심해질 뿐이다. 윤석열은 퇴진하라”라고 주장했다. 

 

구산하 민족위 실천위원장은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 어디인가. 오늘 전쟁이 나도 이상할 게 없는 곳이 어디인가. 바로 한반도이다. ‘전쟁광 윤석열’, 이 말은 수사가 아니라 사실 그 자체였다”라면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벌인 한미연합훈련, 한·미·일 연합훈련을 언급했다. 

 

이어 “미국의 패권을 위한, 일본의 재무장을 위한, 윤석열의 야욕을 위한 연합훈련은 우리 국민에게 필요 없다. ‘전쟁광 윤석열’을 끌어내리고 전쟁 위기 높이는 군사훈련을 중단시키고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자”라고 호소했다.

 

배서영 촛불전진 회원은 “일본의 군국주의로 최대의 피해를 본 나라가 바로 우리 대한민국이다. 아직도 그 상흔이 가시지 않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은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 올 수 있다고 말했고 이를 현실로 만들어 놓았다. 윤석열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을 너무나도 손쉽게 했다. 윤석열이 일본의 군국주의화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라고 성토했다.

 

이어 “프놈펜 성명에 동참한 윤석열 때문에 한국은 미국과 일본의 돌격대가 되고 말았다. 국민의 이익, 국익을 우선하는 자주외교가 아니라 매국외교를 하는 윤석열을 하루속히 끌어내려야 망국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민족위는 ‘비질런트 스톰’으로 한반도 정세가 격화되던 지난 3일부터 매주 목요일 평화촛불을 들었다. 앞으로는 매주 화요일 오후 미 대사관 인근에서 평화촛불을 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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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부위원장님, '혼자 사는 것이 더 행복'하면 안 되나요?

[프레시안books] <가족을 구성할 권리> 김순남 가족구성권연구소 대표

한예섭 기자  |  기사입력 2022.11.18. 08:38:26 최종수정 2022.11.18. 09:25:38

 

"혼자 사는 것이 더 행복한 것으로 너무 인식돼 있는 것 같다."

지난 15일 한국방송(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부위원장은 문화방송(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나 부위원장은 해당 인터뷰에서 "정책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인식"이라며 "아이를 낳는 것이 더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드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가 먼저인지, 비혼 및 비출산 인구의 증가 현상이 먼저인지 따져보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해당 발언에는 좀 더 중요한 정치적 함의가 있다. 

정책과 사회적 인식은 선후를 바꿔가며 서로를 견인한다. 그리고 나 부위원장은 저출산·고령사회 문제를 책임지는 정책 설계자의 위치에 서 있다. 나 의원의 발언에서 시민은 '혼자 사는 것이 더 행복하면 안 된다'는 국가적인 시그널을 읽는다. '남녀가 결혼해 출산하는 것이 곧 행복이고 정상'이라는 시그널이다. 개인 삶의 형태와 개인 간의 관계를 국가가 나서서 교정하려 하는 셈이다. 

 

지난 9월 30일 서울 합정동 <프레시안> 본사를 찾은 김순남 가족구성권연구소 대표에 따르면, 사실 이는 아주 오래된 기획이다.

즉 국가는 오랫동안 "개개인을 폐쇄적인 가족 형태 안에서만 생존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해 놓고, 그 정책으로 인한 불평등에 대해서는 '가족을 갖지 못한 너의 문제'라고 말해왔다." 김 대표는 지난 9월 펴낸 책 <가족을 구성할 권리>에서 이를 "국가의 정상시민 만들기 프로젝트"라 지칭한 바 있다. 

'가족'이란 언어를 "차별의 언어가 아닌 저항의 언어로 다시 쓰자"며 펼쳐낸 이 책에서 김 대표는 "가족을 매개로 강제돼온 삶의 방식과 관계의 방식, 가족을 매개로 부여돼온 '이상적인 시민의 자격'을 해체"하는 것이 평등의 기본 조건이라 역설한다. 

결혼·출산하지 않는 사람을 불행하게 만드는 단어, '그 가족' 

나 부위원장이 정책의 한계를 시사한 점은 흥미롭게 읽힌다. 어쩌면 그는 '이성애 결혼 및 출산 중심 정책'이 이미 포화상태라는 걸 인지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성애 남녀의 결혼과 출산을 통해 이루어지는 가족관계를 소위 '정상가족'이라 부른다.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동성 부부, 비혼 공동체, 1인가구 등 '다른 가족관계'를 비정상적이거나 불완전한 관계로 규정한다.

결혼을 했지만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동성부부 이야기가 대표적인 사례다. 가령 동성결혼 6년차의 소성욱, 김용민 부부는 지난해 2월부터 "실질적 혼인관계임에도 동성 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는 동성부부의 현실을 지적하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배우자에 대한 피부양자 자격 획득을 쟁점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행정소송을 진행 중인 소성욱, 김용민 부부. 지난 1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동성결합과 남녀결합이 본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지난 4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1회 기일에 재판부는 앞으로 "행정법상 평등의 원칙"을 소송의 주요쟁점으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이제야 '확장적인 논의'가 시작된 셈이다. ⓒ성소수자가족구성권네트워크 트위터

가족 간의 피부양자 자격조차 논란거리가 된 해당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사회적 인식뿐만 아니라 실제 법령과 정책 등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자연스럽게 '비정상' 가족들은 제도와 지원의 바깥으로 밀려난다.

김 대표는 이러한 정책적 경향성을 "국가가 개인 간의 관계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봤다. 결혼정책이 대표적이다.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를 가리지 않고 '결혼친화도시' 선포(인천), '미혼 남녀 중매' 사업(진주), '결혼장려팀' 구성(대구) 등과 같은 결혼 장려 정책을 실행"하면서 "결혼이 정책 수혜를 입기위한 필수조건으로 자리"하게 된다.

가령 "주민등록법상 한 세대로 함께 거주하고 있더라도 혈연가족이 아니면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동성부부의 경우 배우자의 죽음에도 "시신 인수, 시신 확인서 등의 각종 증명성 발급과 금융거래 확인 등 관공서를 상대하는 일 등에서 파트너로서, 삶의 동반자로서의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주거 혜택, 보험금 납부 등 조세 관계, 장례 및 응급 수술에 있어서의 자격 등이 모두 '폐쇄적인 가족주의' 속에서만 주어지는 꼴"이다. 

"결국 혜택을 받고 싶다면, 정책상의 차별을 당하기 싫다면 (남녀간의) 결혼을 해라. '정상' 가족을 이뤄 '정상' 시민이 돼라. 국가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겁니다." 

다만 김 대표는 책에서 '정상가족'이란 말을 쓰지 않았다. 대신 '그 가족'이라는 대명사 지칭을 사용했다. "정상가족이란 표현 자체가 국가의 정책이 어떻게 가족 개념을 만들어왔는지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긴 하지만, 그럼에도 "정상가족이란 말을 쓰고 싶지 않았다." 가족에 대한 사유의 경로 자체를 바꾸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상가족이란 용어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가족 담론을 '정상(가족) 대 위기(가족)'의 구도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없이 다양한 관계를 오로지 주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들죠. 

이 분절된 사유 속에서 시민 개개인도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됩니다. '이성애 비장애인 시민'이라는 모델이 하나의 정상 모델로 내재화됩니다. 저 자신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상가족이란 말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이유는 저를 지배해왔던 그 내재화를 경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9월 책 <가족을 구성할 권리>를 펼쳐낸 김순남 가족구성권연구소 대표. "혈연과 결혼뿐인 사회에서 새로운 유대를 상상"하자고 제안하는 김 대표를 지난 9월 30일 서울 합정동 <프레시안> 본사에서 만났다. ⓒ프레시안(이상현)

국가가 가로막는 삶 … "시민 삶은 변했는데, 정책은 변하지 않는다" 

예능 프로그램이 저출산·고령사회 경향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란 정치적 판단은 매 시대마다 "가족의 위기"를 호소해온 국가의 태도와도 상통한다. 김 대표는 특히 "외환위기 이후 '남성 생계부양자 가족 모델'이 해체 및 재구성됐고, 이때부터 국가는 계속해서 '가족의 위기', '가족의 해체' 등을 피력해왔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는 "사실은 가족의 위기가 아니라, 유일한 가족 형태라고 상상돼왔던 한 가지 모델의 위기일 뿐"이라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시민들은 새로운 삶의 형태, 가족의 형태를 만들며 상호의존망 관계를 확장해 왔"는데 "오히려 국가만 이미 실패한 국가주도의 인구·가족 정책 모델만을 고집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구권 국가들은 물론 일본에서도 동성혼이나 비혼출산이 인정되는 등 "코로나 이후로 더욱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는 세계적인 흐름에서도 벗어난 길"이다.

"사회는 여전히 결혼과 출산을 여성의 일차적인 역할로 생각하지만, 현실 속 개인들의 삶의 변화 속도는 사뭇 빠르고 극적이다. … <2020년 사회조사 보고서>(통계청)에 따르면, 미혼남성의 40.8%는 결혼이 필수라고 생각한 반면, 미혼여성은 22.4%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결혼하지 않고 같이 살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전체 응답자 중 59.7%가 그렇다고 답했는데, 이는 같은 응답이 2012년 45.9%, 2014년 46.6%, 2016년 48.0%, 2018년 56.4%였던 것을 참고하면 꾸준히 증가해온 것임을 알 수 있다. 

 

비혼동거에 대한 인식 변화는 여성가족부가 주관하는 조사로는 최초로 전국 만 19세 이상 ~ 만 69세 이하 국민 중 현재 남녀가 동거하고 있거나 과거 동거 경험이 있는 30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비혼동거 실태조사를 통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응답자들은 동거사유로 '별다른 이유 없이 자연스럽게'를 가장 많이 꼽았는데(38.6%), 이는 동거가 더 이상 특별한 이유 또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삶의 '당연한 선택' 혹은 '가능한 선택지'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책 <가족을 구성할 권리>, 26~27쪽 

"시민들의 유대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포착하고, 그에 맞는 정책적 변화를 꾀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가 그 책임을 방기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질문에 김 대표는 "아주 간단하다. 사람들의 삶이 어려워진다"고 답했다. 국가가 정해놓은 '정상성'의 길에서 벗어난 이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만다"는 뜻이다. 

"가령 대표적인 '(정상)가족 밖 존재들'인 성소수자들의 경우, 원가족과의 불화로 지원 없이 일찍 독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아주 자연스럽게 성소수자 개인의 고립과 빈곤으로 이어지죠. 그런데 지금의 정책구조상 이 개인은 고립을 극복하기 위한 '시민적 유대'를 이루기도 힘듭니다. 개인이 유대를 이루어도 그 유대를 지원하고 보호하는 장치가 없으니까요.

결혼·출산을 중심으로 한 '특정 관계맺음'이 성립할 때에 보상처럼 주어지는 정책 틀(현재의 주거, 결혼, 혹은 사회적 보장제도 등)을 벗어나 모든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정책'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이나 '차별금지법' 제정 이슈도 이와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시민적 유대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보편적' 노력들이죠."

▲지난 5월 26일, 46일 간의 단식농성을 끝내며 기자회견에 나선 미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책임집행위원의 모습. 같은 달 25일엔 차별금지법 발의(2007년 법무부)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차별금지법 제정 관련 공청회가 개최됐지만, 국민의힘 측 법사위원들의 반대와 불참 속에 해당 공청회는 전체회의가 아닌 소위원회 차원의 반쪽짜리 공청회로 남았다. 차별금지법 제정안은 올해 상반기에도 결국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프레시안

'가족' 뒤에 숨어있는 건? "국가의 정상시민 만들기 프로젝트" 

시민 개인들 간의 자유로운 유대를 방해하는 정책 틀, 즉 정상가족 시스템은 결국 "시민과 시민을 분할하는" 시스템이다. '정상' 이외의 것들을 '위기'로 낙인찍으며 "시민을 구분하고 시민의 자격을 나누는 장치"다.

김 대표가 기존의 가족중심 정책을 가리켜 "국가의 정상시민 만들기 프로젝트"라 명명한 이유도 여기서 나온다.

김 대표는 "시민을 인구로 보는 태도가 우리 사회에 '위기가족'들을 만들어내는 주체"라며 혼자 사는 사람들, 이성애 결혼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들, 출산하지 않거나 할 수 없는 몸을 가진 사람들 등을 "국가로부터 문제적 존재로 구분된 이들"의 예로 들었다. 

"이성애 규범적인 가족제도는 그러한 가족질서의 경계를 넘는 존재들을 끊임없이 '근본없는 존재들'로 간주하며 이들의 관계를 '위기가족'으로 낙인찍는다. 이들(위기가족)은 미혼모, 성소수자, 그리고 언제나 가족에게 의존하는 존재로 간주되는 장애인들이었고, 나아가 결혼하지 않는 독신여성, 또한 출산을 기피하는 이기적인 존재로서 문제화되어 왔다."  

-책 <가족을 구성할 권리>, 93쪽 

가족구성권연구소를 포함해 시민사회의 여성·성소수자·인권단체 등이 전부터 "건강가정기본법 제3조 1항의 삭제"를 요구하고 있는 핵심적인 이유다. 가정법상 '가족'의 범위를 정의하고 있는 해당 조항은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뤄진 사회의 기본단위"로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 배타적인 가족 규정을 전제로, 가정법은 다시 "모든 국민은 가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복지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제4조 2항)해야 하며 "혼인과 출산의 사회적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제8조)고 규정한다. 특정 형태만으로 인정되는 '가족' 개념이 "개인의 삶을 국가와 사회(인구증가)를 위해 동원"하는 동력원으로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과 탈시설 장애인 당사자들이 대구 달성군청에서 한사랑마을 장애인 인권침해·사망사건에 대한 엄중 처분 및 탈시설 권리 보장 등을 촉구하며 군수실 농성에 나선 모습. 김 대표는 책에서 "가족에게 폐를 끼치는 존재는 곧 사회에 폐를 끼치는 존재로 간주되었고, 나아가 미래가 부재한 삶으로 여겨져왔다"며 국가로부터 '가족' 아니면 '가족 같은 시설' 속으로 밀어 넣어 지는 장애인들을 그 대표적인 존재로 꼽았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공

'혼자 사는 것'이 더 불행하길 바라는 이들 

김 대표가 가족구성권 연구소를 개소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때가 2006년이다. 비혼 인구나 성소수자 등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관계맺음'의 권리운동은 그 전인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져왔다. 

20년 가까운 요구 끝에, 얼마간은 변화가 보이는 듯도 했다. 지난 2020년엔 남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현행 가정법상 '가족의 정의' 규정을 삭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 가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어 지난해 4월엔 여성가족부가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결혼을 하지 않은 동거 커플이나 아동학대 등으로 인한 위탁가족도 법적 가족으로 인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어렵게 만든 변화는 쉽게도 허물어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김현숙 여가부 장관 체제로 새로 출발한 여성가족부는 지난 9월 23일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건강가정기본법은 현행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프레시안>이 김 대표를 만나기 1주일 전의 일이었다. 

여가부는 "여성부는 '가족'의 법적 개념 정의에 대한 소모적 논쟁이 아니라 실질적 지원에 방점을 두겠다"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이에 김 대표는 "실질적 지원의 핵심은 삶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삶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데 어떻게 실질 지원이 가능한가"라고 되물었다. 실제로 당시 정 의원은 "(가족) 정의 규정이 사라지면서 법적 '가족'의 의미가 모호해지면 동성혼 등이 합법화 될 수 있다"며 여가부 입장을 환영한 바 있다. 

누군가의 삶을 인정하지 않는 담당 부처의 입장,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나지 않아 나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부위원장의 '나혼산' 발언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뜬금없는 '예능 때리기'라며 웃고 넘어갈 수 있을까. 

혹시 그의 발언 순간이야말로 "사람들의 삶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김 대표의 전망이 정치권의 입을 통해 확인된 순간은 아니었을까. <나 혼자 산다>가 '혼자 사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주장하려 만든 프로그램인지는 모르겠지만, '혼자사는 것이 더 불행'하길 바라는 이들이 있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도서 <가족을 구성할 권리> ⓒ오월의봄
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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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담대한 구상’, 담대한 착각

시진핑 주석이 담대한 구상을 지지해? 대통령실의 곡해

 
윤석열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발리 한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2022.11.14 ⓒ뉴시스
 
담대한 구상’이 담대한 착각까지 낳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의 핵심은 북한이 핵을 먼저 포기하면 경제적인 해법을 주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을 그대로 답습했다 것이 주된 평가다.

그동안 북한은 이러한 선제적 비핵화를 조건으로 한 접근 방식에 단 한 번도 호응한 적이 없다. 그나마 최근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던 건 문재인 정부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가동됨과 동시에 미국 트럼프 정부가 동시 행동에 의지를 보였을 때였다. 현재까지 경험에 비춰봤을 때 북한의 마지노선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제재 일부 완화를 맞바꾸는 ‘스몰딜’이라고 보는 것이 가장 상식적이다.

하노이 회담이 노딜로 끝난 결정적인 원인은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어느 정도 합의를 봤던 ‘스몰딜’이 무산되고, 볼턴 등 강경파들이 내세웠던 ‘리비아식 빅딜’, 즉 선제적 비핵화를 요구하며 압박했기 때문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실패한 접근 방식을 대북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을 넘어, 외교 무대에서 이를 지지해달라고 당당하게 요청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과연 이 ‘담대한 구상’을 실현 가능한 접근법이라고 인식할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이번 동남아 순방에서 사상 처음으로 한국과 포괄적 성격의 공동성명을 채택하며 강화된 안보협력을 약속한 미국과 일본마저도 이 구상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하지 못한 데서 잘 알 수 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일본 기시다 총리가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인 ‘담대한 구상’의 목표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다는 내용이 한미일 공동성명에 담겼는데, 이는 미국과 일본이 ‘담대한 구상’을 지지한다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그 ‘목표’인 ‘북한의 비핵화’를 지지한다고 분명히 선을 그은 셈이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담대한 구상’에 대한 확증편향 탓인지, 이에 대한 착각마저 담대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대통령실이 중국 시진핑 국가 주석 반응의 의미를 곡해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있었던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담대한 구상’에 대해 “북한의 의향이 관건이다. 북한이 호응해 온다면 잘 이행되도록 적극 지지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의중을 모를 리 없는 시 주석이 “북한의 의향이 관건”, “북한이 호응해 온다면”이라고 전제한 이유는 ‘담대한 구상’의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말 뒤에 따라붙은 “잘 이행되도록 적극 지지하고 협력할 것”이라는 말은, 결과적으로 막연한 이야기다. 나아가 시 주석이 ‘우린 북한이 먼저야’라고 입장을 분명히 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담대한 구상’을 밀어붙이는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윤 대통령이 면전에서 저런 말을 들은 데 대해 불쾌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더군다나 중국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남북이 합의하는 평화적 해결 방안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늘 유지해왔다. 따라서 이번 시 주석의 언급도 이러한 일반적인 의미 이상을 갖기 어렵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2022.11.16. ⓒ뉴시스


그러나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16일 시 주석의 ‘담대한 구상’ 반응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시 주석 (발언의) 요지는 ‘담대한 구상을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잘 설득을 해봐라. 그러면 북한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중국이 전폭적으로 거기에 대해 힘을 보태겠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로 읽었다. 그렇게 되면 중국이 발 벗고 나서겠다는 그런 어떤 적극적인, 긍정적인 의미로 이해를 했기 때문에 당시 회담장에 있었던 분들이 그런 식으로 읽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시 주석 발언의 요지는 정확히 파악해놓고, 해석은 전혀 엉뚱하게 한 것이다.

‘담대한 구상을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잘 설득을 해봐라. 그러면 북한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중국이 전폭적으로 거기에 대해 힘을 보태겠다’는 말은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들면 그때 돕겠다’는 말과 같다. 대통령실은 이를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의미’라고 해석했다.

이것이야말로 실로 담대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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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개편안에 동아 “한국 경제 미래 달려” 한국 “장시간 노동 회귀 우려”

  • 기자명 박서연 기자 
  •  
  •  입력 2022.11.18 08:44
  •  
  •  댓글 1
 
 

[아침신문 솎아보기] 639조원 내년도 예산안 심의, 조선 “야당, 이재명표 예산 늘려” 한겨레 “정부·여당, 예산 변동 내역 제대로 공개 안 해”

‘주 52시간’ 제도 도입으로 연장근로를 1주일 단위로 최대 12시간 가능했는데, 월 단위 이상으로 확대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17일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연구회)가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논의사항’을 언론 브리핑을 통해 내용을 공개했다. 월, 분기, 연 단위로 연장근로가 가능해지면 특정 시기에 노동자의 집중근로가 가능해진다. 노동자의 건강권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제기되어왔는데, 이를 우려해 연구회는 “장시간 집중근로를 방지하기 위해 근무일 사이 ‘11시간 연속휴식’ 등의 건강보호조치 도입을 검토하겠다. 이를 감안하면 주당 근로 가능 시간이 최대 69시간으로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18일자 아침신문들 1면.
▲18일자 아침신문들 1면.

동아일보는 주 단위의 연장근로제로 기업들이 힘든 점에 주목했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에서 “아이스크림 공장이나 에어컨·난방기 제조업체처럼 계절적 수요가 몰리는 업종에서는 연장근로를 주 단위로 지키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많았다. 연구개발이나 영화·드라마 촬영 등 특정 시기에 집중 근무해야 하는 업종 역시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주 52시간제 개편, 과감한 실행에 한(韓) 경제 미래 달렸다’ 사설에서도 “연구회가 근로시간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힌 건 한국의 관련 제도가 지나치게 경직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주 52시간제는 1주일에 법정노동 40시간, 연장근로 12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에 비해 일본은 연장근로 관리 단위가 1개월, 독일은 6개월이다. 주요국 중 한국처럼 주 단위로 초과 근무를 관리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주 단위로 관리되는 연장근로제는 ‘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주 단위로 엄격히 관리되는 연장근로 때문에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제품 출시를 앞두고 일이 쏟아지는 대기업 연구개발 조직, 게임 개발업체들은 근로시간 제약으로 신제품을 내놓는 시점이 늦어져 글로벌 경쟁에서 손해를 본다는 불만을 제기해 왔다. 최근 일감이 몰리고 있는 조선업체, 계절성이 강한 에어컨업체 등도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짚었다.

▲18일자 동아일보 10면.
▲18일자 동아일보 10면.
▲18일자 동아일보 사설.
▲18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이어 “건설업체들은 해외현장 파견 직원까지 근로시간에 제약을 받는다. 현지인 직원들과 근무시간 차이 때문에 업무 공조에 문제가 생기고, 공사 기간까지 길어져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작년 주 52시간제가 도입된 5인 이상~3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는 부족한 수입을 연장근로 수당으로 충당하던 기능 인력이 대거 이탈해 중소기업 인력난이 심화됐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주 단위 연장근로 관리를 1개월 이상으로 바꾸면 이런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단위를 1개월로 늘릴 경우 하루 최장 근로시간은 11.5시간, 주 단위로는 69시간까지 늘어난다. 그 대신 휴일도 몰아서 쓸 수 있다. 노동계가 제기하는 장시간 근로에 대한 우려는 근무와 다음 근무 사이 11시간 이상 휴식을 보장하는 것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안팎에서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 경제에 노동시간 개혁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사안”이라며 “정부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면서도 기업의 어려움을 충분히 해소할 만큼 과감하고 유연한 개혁안을 서둘러 제시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면 한국일보는 동아일보에 반대되는 내용의 사설을 냈다. 한국일보는 ‘근로시간 개편안, 장시간 노동 회귀 우려된다’ 제목의 사설에서 “그러나 현재 주 12시간으로 규정된 연장근로시간 한도가 월 단위로만 바뀌어도 한 주 약 70시간의 노동이 허용된다. 분기·반기 단위로 연장될 경우 주당 노동시간은 더 늘어날 소지가 있다”며 “노동자들의 건강권이 크게 위협받는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18일자 한국일보 사설.
▲18일자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이어 “노사가 사전에 합의한 노동시간보다 많이 일하면 연장 노동시간을 적립해 휴일·휴가 등으로 보상하는 근로시간 저축계좌제의 효과도 의문시된다. 노동시간 및 휴가를 노동자가 자유롭게 선택하는 분위기라면 효과가 있지만, 업무량 과다·대체인력 부족으로 법으로 보장된 연차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사업장이 태반인 게 현실”이라고 했다.

소규모 사업장들의 노동자들부터 위험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일보는 “섣부른 개편 추진은 궤도에 오른 노동시간 단축 노력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노조 조직률이 높은 대기업과 달리 노동자들의 교섭력이 약한 중소기업에서 이런 방식의 개편 방향은 장시간 노동의 물꼬를 터주는 꼴이 될까 걱정스럽다”고 했다.

끝으로 “이미 윤 정부는 올해 말 폐지될 예정이었던 30인 미만 사업장의 주 8시간 추가 연장 근로를 2년 더 연장하겠다고 밝히는 등 과로사회의 위험을 키우는 아슬아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노동자의 휴식권, 건강을 담보로 한 노동시간 유연화는 합리화될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조선 “야, 이재명표 예산 늘려” 한겨레 “여, 예산 변동 내역 제대로 공개 안 해”

여야가 1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 639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세부 심의에 돌입했다. 한겨레 5면 보도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정부의 주요 과제 관련 예산인 △영빈관 신축 예산(497억4600만 원) △용산공원 조성 사업 예산 전액 삭감(303억 원) △청와대 개방 관련 예산(59억5000만원) 등으로 총 1000억원 넘게 감액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18일자 한겨레 5면.
▲18일자 한겨레 5면.
▲18일자 조선일보 5면.
▲18일자 조선일보 5면.

조선일보는 5면 기사에서 “여야는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행정안전부 경찰국 운영비 예산을 10% 깎고,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예산을 5000억원 증액하는 내용의 예산안을 의결했다. 경찰국 신설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예산이고, 지역사랑 상품권은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전 상임위에서 추진 중인 ‘윤석열 예산 삭감, 이재명 예산 증액’ 기조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현재까지 민주당이 삭감한 정부 예산은 1000억여원, 증액 추진 예산은 3조원 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서울신문도 사설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주력 예산은 줄줄이 칼질하면서 이재명 대표가 힘주는 예산에는 증액을 밀어붙인다”고 주장했다.

▲18일자 서울신문 사설.
▲18일자 서울신문 사설.
▲18일자 한겨레 사설.
▲18일자 한겨레 사설.

반면 한겨레는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거대 야당을 상대하는 정부여당이 예산 변동 내역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준예산’ 운운하며 벼랑 끝 대치를 예고하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에 대한 원안 사수를 강조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실 이전과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등 ‘윤석열표 예산’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이미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에선 경찰국 예산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 업무추진비 삭감, 이재명 민주당 대표 관심사인 지역사랑상품권 증액 등을 놓고 여야가 정면충돌했다”고 했다.

한겨레는 “민주당이 의석수를 무기로 실력 행사를 고집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국정의 무한 책임을 갖고 있는 정부여당이 야당을 설득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지금껏 야당 지도부와 만나지 않았고, 정부는 ‘건전 재정안’을 주장하며 삭감한 예산 24조원의 세부 내역조차 국회에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국회법에 따라 11월30일까지 여야가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정부 원안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다. 다수당인 민주당이 이를 부결시켜면 올해 예산이 내년에 적용되는 ‘준예산’ 사태가 벌어진다”며 “예산의 우선순위는 무엇보다 ‘민생’이 되어야 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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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통일운동의 불씨이고 희망”

「통일뉴스 창간 22주년 기념식 및 조용수언론상 시상식」 성료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2.11.17 20:13
  •  
  •  수정 2022.11.17 20:52
  •  
  •  댓글 0
 
이계환 대표가 기념사를 전했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이계환 대표가 기념사를 전했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이 자리에는 통일과 관련된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통일원로들을 비롯해, 통일운동가들, 통일운동 단체 성원들, 대북 지원단체 성원들, 통일학자 및 전문가들, 그리고 통일 일꾼들... 모두가 우리 통일운동의 불씨이고 희망입니다.” 

17일 오후 5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통일뉴스 창간 22주년 기념식」에서 이계환 대표가 기념사를 통해 윤석열정부 6개월이 지난 지금 한반도 정세가 꽉 막혔고 앞날도 막막하지만 “오늘 이 자리가 중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통일운동의 영역이 협소해지고 여러 갈래로 나눠져 “많은 단체와 활동가들이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있는데다 “젊은 층과 소통이 잘 안되고”, “국민과도 다소 멀어져 있다”며 “잠시 성찰의 시간”을 당부했다.

이 대표는 “결국 통일세력이 하나로 단결해야” 하고, “통일학습을 해야” 하며, “중장기적으로 통일방안을 마련”하고, “젊은 층과 민족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며, “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통일운동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이나 “지난 22년 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변함없이 ‘통일뉴스와 함께 할 결심’을 해달라”며, “통일뉴스도 ‘여러분과 함께 할 결심’을 하면서 드팀없이 민족화해의 소식을 전하는 본연의 역할로 화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장벽을 넘고 분단을 걷어치우고”

통일원로와 단체 대표 등이 함께 해 자리를 빛냈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통일원로와 단체 대표 등이 함께 해 자리를 빛냈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통일 운동 일선에서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세 사람이 축사를 전했다. 

6.15남측위원회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연희 겨레하나 사무총장은 “어려운 정세인데, 지금이 어쩌면 지난 22년의 과정에서 마지막 능선일 수 있으니 더 힘을 내서 나가야 되겠다”며, “통일운동이 잘 돼야 통일뉴스가 잘 되고, 통일뉴스가 잘 돼야 남북화해협력의 시대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북인도지원단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홍상영 사무총장은 “우리 단체와 통일뉴스는 모두 장벽을 넘는 일이고 분단을 걷어치우는 일”이라며, “왜 돈도 안되고 남들의 관심도 많이 받지 못하는 통일뉴스를 하는가 묻는다면 아마 장벽과 분단이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것 같다”고 치켜세웠다.  

기념비적인 「친일인명사전」을 펴낸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기획실장은 “오늘은 대한제국의 외교권이 박탈된 을사늑약 체결 117주년”이라며, “서대문에서 이곳까지 오면서 독립운동과 통일운동의 길은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통일뉴스와 함께 할 결심’”

왼쪽부터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하원오 전농 의장, 진영종 참여연대 공동대표, 김경민 한국YMCA 사무총장.
왼쪽부터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하원오 전농 의장, 진영종 참여연대 공동대표, 김경민 한국YMCA 사무총장.

각계 대표 5명이 영상축사를 보내왔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우크라이나·대만 문제가 한반도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통일뉴스가 남북의 자주와 평화 문제, 통일의 문제를 얘기해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통일뉴스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리라 생각하고 민주노총도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군사적 충돌로 전쟁이 발발한다면 노동자, 민중의 삶은 피폐해질 것이다. 이것이 우리 노동자가 평화수호, 전쟁반대 목소리를 내는 절박한 이유”라며 “이 자리를 빌려 정부가 대북적대정책을 중단하고 남북합의 이행과 조건 없는 대화로 평화적 해법을 모색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의장은 “(농민들이) 통일트랙터를 준비했지만 아직까지 북에 가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다”며, “언제나 통일과 평화를 지향하는 통일뉴스와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진영종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참여연대는 한국사회 시민단체에서는 거의 최초로 국방예산을 감시해왔고 현재는 ‘종전 70주년 평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 모두가 통일뉴스와 큰 줄기를 함께 하는 것”이라며, 창간 22주년을 축하했다. 

6.15남측위 상임대표인 김경민 한국YMCA 사무총장은 “늘 현장을 살피는 통일뉴스가 있어 현장을 늘 넉넉했다”면서 “앞으로도 통일뉴스와 ‘함께 할 결심’을 다지면서 자주·평화·통일의 정론지로서 더 크고 풍성하게 성장하시길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주간브리핑’, ‘통일만평’, ‘영문뉴스’를 비롯하여 [통일뉴스] 유튜브 활동을 담은 영상이 상영됐다.   

제4회 조용수 언론상에 박규장 대표PD  

왼쪽부터 원희복 민족일보기념사업회 이사장, 박규장 대표PD, 정면 씨.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왼쪽부터 원희복 민족일보기념사업회 이사장, 박규장 대표PD, 정면 씨.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민족일보기념사업회(이사장 원희복)가 주최하는 「제4회 2022민족일보 조용수언론상 시상식」이 이어졌다. 2019년부터 [통일뉴스]는 민족일보기념사업회와 함께 민족일보 조용수언론상 시상식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수상자는 박규장 (주)미디어앤소사이어티 대표PD이다. 고(故) 정용일 전 「민족21」 편집국장은 특별상을 받았다.

고승우 심사위원장은 ‘대전형무소 재소자 희생사건’ 등을 조명한 박규장 PD는 “영상 분야에서 분명하게 [민족일보] 사시에 부합하는 언론인”이고, 현장에서 분투하다 지난 9월 세상을 떠난 정용일 전 국장은 “통일언론의 제단에 몸을 던진 조용수와 많이 닮았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박규장 PD는 “방송사나 신문사 소속이 아닌 변방의 독립 프로덕션 제작자에게 귀한 상을 주신 민족일보기념사업회 관계자분들의 혜안에 감사드린다”며, “굴곡진 대한민국 현대사의 진실을 발굴하고, 이를 바르게 알리는데 매진하라는 격려이자, 젊은 언론인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의미로 이해한다”고 밝혔다. 

정용일 전 국장을 대신해 특별상을 받은 부인 정면 씨는 “조용수 언론상을 받게 된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하고 남편한테도 상을 잘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미·일의 시각이 우리 민족에 좋은 길 제공 안해”

왼쪽부터 장소영(사회자), 김지영 통일뉴스후원회 부회장, 노중선 통일뉴스 상임고문,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 정해랑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왼쪽부터 장소영(사회자), 김지영 통일뉴스후원회 부회장, 노중선 통일뉴스 상임고문,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 정해랑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그동안 중국 「환구시보] 사설 등을 번역해 소개해온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 소설 「노동자 신돌석씨의 하루」를 연재하고 있는 정해랑 주권자전국회의 공동대표에게 [통일뉴스] 감사패가 주어졌다. 

강정구 교수는 “제국주의 350년 역사를 돌아볼 때 미국과 일본, 서방의 시각은 결코 우리 민족에게 좋은 길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확신하고, 세계를 보는 다른 시각을 소개하고 알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환구시보] 등을 번역한 이유를 밝혔다.   

정해랑 공동대표는 “등산하다 보면 오르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하는데 어느 정도 가면 탄력을 받아서 절대로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그 근거지 중 하나가 통일뉴스”라며 “근거지로서 통일뉴스를 더 강하게 풍부하게 해야 한다”라고 독려했다.  

내빈들이 축하떡을 잘랐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내빈들이 축하떡을 잘랐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사회자 장소영 씨의 구령에 맞춰 내빈들이 축하떡을 자르면서 「함께할 결심-통일뉴스 창간 22주년 기념식」 세부행사가 모두 끝났다.  박중기 추모연대 이사장, 노중선 통일뉴스 상임고문,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등 각계 인사들이 함께 했다.

행사장 복도에 전시된 이진석 작가의 통일만평.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행사장 복도에 전시된 이진석 작가의 통일만평.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기념식이 치러지는 동안 한국프레스센터 19층 복도에는 이진석 작가의 ‘통일만평’이 전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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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행동 “19일, 100만 명의 촛불 바다로 윤석열 퇴진의 전기를 만들자”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2/11/16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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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행동은 16일 오후 2시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각계가 윤석열 퇴진 투쟁에 나서자고 호소했다. [사진제공-촛불행동]  

 

촛불행동은 16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각계가 윤석열 퇴진 투쟁에 나서자고 호소했다. 

 

먼저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전혀 지지 않은 채 해외 순방길에 올랐다. 그런데 모든 언론을 통제해 자신이 보이고 싶은 것만 보여주며 국민의 알 권리를 철저하게 통제했다. 애도도 국가가 관리하고, 슬픔도 국가가 관리하고, 국가의 안위가 달린 문제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번 순방에서 드러난 내용은 우리 민족에게 전쟁을 몰아 올지 모르는 위험한 사태로 만들고 있다”라면서 “윤석열 정권은 국내에서는 150명이 넘는 인명이 참극을 겪는 사태를 가져왔고, 앞으로 우리 민족 전체가 어떤 위험한 지경에 내몰릴지 모르는 사태를 ‘외교 행위’로 포장해서 결정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의 윤석열 퇴진 운동은 단순히 정권에 대한 반대운동을 넘어서서 이 나라, 민족의 모든 생명을 지키기 위한 생명 운동 차원까지 승화됐다. 사람의 생명을 지켜내지 못하는 권력은 반드시 철폐돼야 한다. 사람의 생명을 지켜내고 그 토대 위에서 번영과 평화를 이뤄내는 데 정부의 존재 이유가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은 정부로서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폐기 처분하고 있다. 엄중한 현실 앞에서 촛불행동은 오는 19일 전국에서 서울로 총집결하는 대항쟁의 날을 준비한다”라고 밝혔다. 

 

안진걸 촛불행동 상임공동대표는 “윤석열 정권은 취임 6개월 만에 민주주의, 민생, 경제, 외교, 국방, 역사, 교육 모든 것을 파괴하는 비열한 정권이라는 것이 드러났다”라면서 “윤석열 정권이 매일 저지르는 만행과 패악질은 부분적으로 대응해서 될 일이 아니다. 총체적 무능과 무지, 반민주적 작태를 끝장내기 위해서는 부분적인 규탄을 넘어서 총체적인 퇴진과 탄핵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 정권이 개선되거나, 나아질 전망이 안 보이고 매일매일 나빠질 게 분명히 보인다면 이제 전국민적인 퇴진, 탄핵으로 나서야 한다. 전국의 시민사회단체, 노동조합, 정치인들은 오는 19일 모여달라”라고 호소했다. 

 

지난 10일부터 ‘김건희 구속, 10.29 참사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는 “윤석열 정권은 박정희, 전두환처럼 독재 공화국을 만들 정권이다. 윤석열이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오는 19일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촛불행동은 오는 19일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권오혁 촛불행동 사무국장은 “이번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 지역 참가자가 지난 10월 22일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나고 있다. 모든 국민이 안전하게 집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집회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그리고 이날은 대통령 집무실을 에워싸는 형태로 행진을 할 것이다.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은 19일 오후 4시부터 시작된다. 많은 분의 참여를 기다린다”라고 말했다.

 

촛불행동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윤석열은 평소 ‘설마’하는 일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곤 했는데, 이제는 진짜로 전쟁을 유발해놓고 전쟁이 나면 저 혼자 도주하는 제2의 이승만이 될지 모른다”라면서 “윤석열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라는 평가를 듣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한계를 모르고 더더욱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석열은 결코 스스로 내려가지 않는다. 촛불로 끌어내려야 한다. 11월 19일 토요일 두 번째 전국 집중 촛불집회를 연다. 수십만 명, 100만 명의 거대한 촛불 바다를 이뤄 윤석열 퇴진을 앞당길 새로운 전기를 열어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도저히 못 참겠다. 11월 19일 더 강한 촛불로 윤석열을 끌어내리자.

 

이태원 참사의 슬픔을 여전히 가눌 길이 없다. 이태원 참사가 국민적 트라우마를 일으키고 있다. 참사 그 자체 때문만이 아니다. 희생자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원인 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까지 어느 것 하나 이해가 가는 게 없으니 슬퍼도 온전히 슬퍼할 수 없고 충분히 애도할 수 없으며 답답함과 분노만 더해가기 때문이다.

 

참사 이후 보름이 넘도록 윤석열 정권이 한 게 도대체 무엇인가. 구조 최일선에 있던 용산소방서장을 처벌하려 하고 희생자라고 부르지도 말라던 그 넋들의 이름을 알린 게 죄라며 비난의 화살을 돌려보려 한다. 자신의 권력과 안위를 지키기 위해 진상 은폐와 책임 전가에 전념하는 것이다. 그 사이 유가족들은 윤석열 정권의 방해로 서로 위로하고 함께 힘을 모아나갈 길도 막혀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촛불 음해도 점입가경이다. 민주당이 촛불집회의 배후라며 수사를 해야 한다거나 심지어 촛불을 든 중고등학생들에게 “국가를 좀먹는 사회의 악”이라고 막말을 퍼부었다. 국민의힘은 여당으로서 ‘오죽하면 학생들까지 들고일어났겠냐’며 자책해야 할 처지에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청소년들에게 험담을 퍼부으니, 참으로 존경스러운 어른이 아닐 수가 없다. 이러면 촛불을 끌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인데, 착각이다.

 

또한 윤석열은 초대형 외교 참사를 일으켰다. 캄보디아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와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윤석열이 한 외교를 종합하면 북한, 중국, 러시아를 적대할 것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미국·일본과 군사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요약할 수 있다. 미국. 일본의 돌격대가 되어 북한, 중국, 러시아에 선전포고를 한 모양새다. 우리를 전쟁으로 몰아넣고 인접국, 주요 무역국, 같은 민족을 상대로 평화와 경제를 파국으로 내몬 가장 최악의 외교다. 

 

윤석열은 평소 ‘설마’하는 일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곤 했는데, 이제는 진짜로 전쟁을 유발해놓고 전쟁이 나면 저 혼자 도주하는 제2의 이승만이 될지 모른다. 

 

윤석열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라는 평가를 듣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한계를 모르고 더더욱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민심은 외국에 나간 윤석열이 차라리 돌아오지 않기를 기원하는 지경이다.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는 도저히 살 수가 없다. 하루라도 빨리 퇴진시켜야 한다.

 

윤석열은 결코 스스로 내려가지 않는다. 촛불로 끌어내려야 한다. 11월 19일 토요일 두 번째 전국 집중 촛불집회를 연다. 수십만 명, 100만 명의 거대한 촛불 바다를 이뤄 윤석열 퇴진을 앞당길 새로운 전기를 열어내야 한다. 

 

이태원 참사 책임자인 윤석열은 퇴진하라!

외교 참사 민생참사 윤석열 정권 퇴진하라!

더 이상 못 참겠다, 이대론 다 죽는다, 윤석열은 퇴진하라!

 

2022년 11월 16일

촛불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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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용산서장 증언 "대통령실 이전 뒤 경호·경비 업무 증가…인원 보충도 있어"

李 "참사 전 서울청에 2차례 기동대 요청, 집회 이유로 미배치" 진술도…류미진 "성실하게 근무하지 못해 반성"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와 관련해 국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용산 대통령실 이전 이후 경호·경비 업무가 증가했고 그에 따른 인원 보충도 있었다고 밝혔다. 참사 발생 전 서울경찰청에 두 차례 기동대를 요청했지만 집회·시위가 많아 배치되지 않았다는 진술도 했다.

이 전 서장은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진행된 이태원 참사 관련 현안질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이후 업무량이 증가하고 일선 현장의 고충이 늘었나"라고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이 묻자 "경호나 경비 쪽 업무가 일정 부분 늘어났다. 그러나 거기에 맞춰서 인원이 추가로 배정돼 보충됐다"며 "현장 직원들이 당연히 힘드셨겠지만 저희들도 거기에 맞춰 인원 보충이라든지 효율적인 업무가 될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했다. 그러나 역시 현장에서는 많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다만 문 의원이 "민생 치안보다 집무실 경호 경비에 경찰 인력이 집중됐던 것인가"라고 묻자 이 전 서장은 "특정 업무만 집중적으로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민주당 최기상 의원은 "인력이 어느 정도 보강됐나"라고 구체적으로 묻자 이 전 서장은 "제 기억에 의하면 80명 정도가 추가로 용산서로 배치됐다"며 "경비, 정보, 교통, 안보, 대통령실 이전 유관부서에 배치됐다"고 밝혔다. 

이 전 서장은 최 의원이 "이태원 핼러윈 때 질서유지를 위해 기동대를 배치해야 한다는 요청을 서울경찰청에 한 적이 있나"라는 질문을 하자 "정확한 날짜까지 기억하기는 힘드나, 제가 (용산경찰서) 주무부서에 핼러윈 축제에 대비해 '기동 지원 요청을 하라'고 지시했고 주무부서가 서울청 주무부서에 지원 요청을 했다"며 "그런데 주무부서에서 '당일 집회·시위가 많아 지원이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추후 서울청에서 재차 검토가 있었으나 그때도 다시 집회·시위 때문에 어려운 걸로 결정된 걸로 보고받았다"고 답했다. 

이 전 서장의 진술이 사실일 경우, 용산서 차원을 넘어 서울경찰청 지휘부의 상황 판단에 대해 책임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은 사고 당일 서울교통공사에서 사고 당일 이태원역 무정차 지시를 했는지 확인했다. 이 전 서장은 "제가 보고받기로는 저희 (송병주 용산서) 112 상황실장이 21시 34분경에 무정차 요구를 한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임재 "참사 전 이태원 상황 보고 못 받아 늦게 도착" 

이 전 서장은 '늦장' 도착, 대통령실 전화 미수신, 옥상 지휘 등 참사 당일 자신의 행적에 대한 해명도 내놨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은 사고 당일 오후 9시 24분쯤 용산경찰서 주변 설렁탕집에서 식사를 하고 오후 9시 30분쯤 이태원 상황 관련 보고를 받은 뒤 9시 47분쯤 관용차를 타고 이태원으로 출발해 오후 10시쯤 녹사평역 인근에 도착한 것으로 돼있다. 이후 약 55분 동안 근방을 맴돌다 오후 11시 5분경 참사 현장에 도착했다. 당시 첫 압사 관련 신고가 나온 시각은 오후 10시 15분이다.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은 이 전 서장의 참사 당일 행적을 언급한 뒤 "참사가 일어나고 40분 동안 어떤 보고를 받고 지휘를 했고 상부에는 어떤 보고를 했나"라고 물었다. 이 전 서장은 "그날 밤 제가 이태원 참사 과정에서 단 1건의 보고도 받지 못했다. 제가 이태원 참사 상황을 알게 된 시점은 23시경"이라고 밝혔다. 

"차 안에서는 뭐 했나"라는 조 의원의 질문에 이 전 서장은 "21시 57분경에 녹사평역에 도착해 당시 현장 관리하고 있던 상황실장에게 상황을 물었다"며 "'지금 사람들이 많고 차가 정체되고 있으나 특별한 상황은 없다'고 답변을 들었다"고 답했다. 

조 의원이 "대통령실 전화는 왜 받지 않고 콜백(call back)도 하지 않았나"라고 묻자 이 전 서장은 "제 기억에 의하면 당시 23시 20분경에 행정안전부에서 전화가 왔으나 그 당시는 제가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정말 겨를 없이 상황을 지휘하느라 전화를 받지 못했다"며 "그러나 23시 26분에 다시 제가 콜백을 했다. '현재 10명에서 13명 정도가 의식 불명으로 CPR(심폐소생술) 중이다. 계속 상황 파악 및 대처를 하겠다' 보고드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이 "밤 11시 36분에야 직속 상관인 서울청장한테 보고했는데 왜 11시 5분에 도착하고 30분이나 늦게 보고를 했나"라고 묻자 이 전 서장은 "제 기억으로 23시 10분경에 정확한 상황 파악을 하기 위해서 옥상에 올라갔다. 그 정도 상황이면 이미 상황 계통에서 상황 보고가 됐을 거라고 저는 우선 응급조치가 필요한, 그런 조치를 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정 의원이 "우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 전 서장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사실인가"라고 묻자 이 전 서장은 "옥상에서 현장 지휘를 급박하게 하고 있었다. 장관님이 오시는 내용도 몰랐고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정 의원이 "현장이 아닌 옥상에 주로 계셨다"고 다그치자 이 전 서장은 "거기가 위치가 제일 좋은 장소였기 때문에 거기서 전체적인 흐름과…(현장상황을  파악했다)"고 답변했다. 

이 전 서장은 '이태원 핼러윈 축제 혼잡 경비 책임이 누구에게 있었나'라는 김 의원의 질의에는 "지금 말씀이 책임 회피로 보일 것 같아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그때 당시 핼러윈 축제 대해서는 (송병주 용산서) 112 상황실장이 컨트롤타워를 하는 것으로 그렇게 (정했었다)"고 답했다. 

이임재·류미경 "고인과 유족에게 죄송" 

한편 이 전 서장과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으로 일했던 류미경 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은 이날 행안위에서 참사 발생과 관련해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 전 서장이 참사 당일 혼잡 경비 책임을 졌던 이로 지목한 송 실장은 건강상 이유로 이날 국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 전 서장은 "어떤 말씀으로도 부족하겠지만 고인과 유족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당시 경찰서장으로서 참담한 심정이고 무한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류 전 과장도 "제가 당일 상황관리관으로서 성실하게 근무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가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돌아가신 분들과 유족분들께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류 전 과장은 자신이 상황실을 이탈해 본인 사무실에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관행'이라고 했다.  

여야는 모두 이 전 서장에 대한 질책을 쏟아냈지만, 강조점은 미묘하게 달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경찰 역사에서 가장 비겁한 경찰", "부하 경찰에게 모든 죄를 덮어씌운 대한민국 경찰의 수치"(장제원), "이임재 증인이 조금만 기민하게 상황 중요성을 알고 대처했다면 상황을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만희)이라고 하는 등 이 전 서장 본인의 과오를 부각했다.

반면 민주당은 "용산서가 시위 투입 경찰 인력을 줄이고 국민 생명·안전을 위해 경비력을 보강했어야 한다"(최기상)라고 대통령실 이전과의 연관성을 간접 지적하거나, "잘 작동되던 체계가 왜 그날만 작동을 안 했겠나. 특별한 무언가가 그날 있었고, 그것이 마약 단속이라고 생각한다"(송재호) 등 항간의 의혹을 언급했다. 

또 야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겨냥해 "경찰국 시행령을 강행할 때는 경찰을 직접 지휘감독할 권한·책임이 장관에게 있다고 했다가 참사가 발생하니 이제는 권한·책임이 없다고 한다"(오영환)라고 비판했고, 여당에서는 일부 매체의 사망자 명단 공개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며 "민주당도 수사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조은희)라고 공세를 펴기도 했다.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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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부활하나 ①] 정부는 ‘자율’이라지만, 우려 끊이지 않는 이유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11/17 08:56
  • 수정일
    2022/11/17 08:56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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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성취도 전수평가’라 깨운 일제고사 트라우마…‘서열화’ 회귀 조짐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2.11.07. ⓒ뉴시스 
 
한국 교육을 서열화와 경쟁주의·성적주의로 내몬 일제고사의 부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새로운 학업성취도 평가를 도입하면서다. 정부는 평가 참여를 자율에 맡긴다는 점에서 과거 이명박 정부의 일제고사와는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전수조사로 확대될 조짐이 보인다. 또한, 윤 대통령이 MB 정부 교육 정책을 총괄한 이주호 교육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심증은 점차 확증이 되고 있다.

16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임명했다. 이 장관은 MB 정부에서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내며 일제고사 도입을 주도한 인물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하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육 현장에서 반대 목소리가 높았지만, 윤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이 장관은 MB 정부 시절 시행한 일제고사의 폐해를 인정하면서도, 전철을 밟으려는 조짐을 보인다.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 장관은 과거 일제고사에 대해 “그 형태가 지필고사 형태였고 일시에 실시하기에 경쟁 압력이 있던 점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문제의 발언이 뒤따랐다. 이 장관은 “10여년 전에 시도한 학업성취도 평가는 지필고사라는 한계가 있었다”며 “컴퓨터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평가는 맞춤형 평가라는 장점이 있고 많이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했다. 일제고사가 경쟁체제를 유발한 이유로 지필고사를 댄 것이다. 시험을 종이로 치면 경쟁이고, 컴퓨터로 동영상을 보고 문제를 풀면 경쟁이 아니라는 다소 황당한 해명이다.

이 장관 인사청문회는 일제고사 부활 논란이 불거진 와중에 진행됐다. 논란은 윤 대통령이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꺼내면서 촉발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국무회의에서 “지난 정부에서 폐지한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후보 시절인 지난 2월 “학업성취도와 격차 파악을 위해 주기적 전수 학력 검증 조사를 실시하겠다”면서, 초·중·고교 전수 학력평가 시행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윤 대통령의 학업성취도 전수평가 발언을 두고, 정부가 궁극적으로는 전수평가로의 회귀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됐다.

윤 대통령 발언이 있던 날 교육부는 ‘제1차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 발표 브리핑을 열었다. 기초학력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얘기는 덮였다. 관심은 학업성취도 전수평가에 집중됐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일각에서는 일제고사의 부활 아니냐는 주장이 있는데, 참여를 원하는 학교에 한정해 확대하는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대통령이 언급한 ‘전수(全數)’와 ‘원하는’ 간 형용모순 탓이다.

장 차관은 ‘정말 학교별 자율성을 존중할지, 아니면 전수평가라는 가이드라인을 세운 건지 분명하게 해달라’는 질문에 “대통령 말씀이나 종합계획에서 마련한 거나 일제고사 또는 전수평가를 부활하겠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라며 “다만, 전수평가 앞에 지난 정부에서 폐지했다는 걸 강조하시면서 전수평가라는 용어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업성취도 평가를 시행하는 데 있어 원하는 학교를 기반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MB 정부에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라는 이름으로 시행된 일제고사가 윤 정부 들어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로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게 현재의 논란이다.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는 올해 하반기 처음 시행됐다.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을 대상으로 한다. 정부는 오는 2024년까지 평가 대상을 초3∼고2로 확대할 계획이다. 결과는 학교, 학부모, 학생에게 공개된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현재 중3과 고2의 3%를 표집해 실시한다. 개인에 대한 진단을 목적으로 하는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와 달리, 국가 전반의 교육 수준을 파악하고 정책 수립에 활용하기 위한 평가다. 개인의 학업성취도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만큼, 평가를 치른 학생에게도 결과를 알려주지 않는다.

일제고사는 MB 정부에서 시행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이른다. 당초 표집 방식이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2008년 전수평가로 전환됐다. 평가 대상 학년은 전국의 모든 학생이 한날한시에 동일한 시험지로 일제히 문제를 풀었다. MB 정부 때는 초등학교 6학년도 시험을 치렀으나, 일률적인 전수평가에 따른 폐해로 비판이 일자, 박근혜 정부에서 제외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표집평가로 바꾸면서 현재에 이르렀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2.10.11. ⓒ뉴시스


아동학대·인권침해로 치달은 일제고사 폐해

일제고사 시행으로 전국에서 비교육적인 행태가 난무했다. 전교조는 일제고사 파행 사례집을 내기도 했다. 2011년 자료를 보면, 그 수준이 아동학대와 인권침해에 이르렀다.

경기도 수원시 한 초등학교는 0교시를 진행하고 문제풀이 수업을 했다. 이천시에는 일제고사 대비 7교시 수업을 진행한 초등학교도 있었다. 안산시 한 초등학교는 학업성취도 평가 대비 문제집을 제작해 정규수업 시간에 교과서 진도를 중단하고 문제풀이만 시켰다. 고양시 한 초등학교도 우열반을 편성해, 아침과 방과 후에 부진아반을 운영했다. 특히 부진아반 운영은 인권침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일제고사 파행은 수도권 일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경남 지역은 도내 88개 초등학교 중 25개교가 0교시를 시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상당수 초등학교가 부진아반을 운영해 나머지 공부를 시켰다. 충북 지역에서는 격주 토요휴업제가 시행 중이던 당시 ‘놀토’에도 학생들을 불러 학업성취도 평가 대비를 시킨 초등학교도 있었다. 학교 차원에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라 금품을 제공하는 행태도 횡행했다. 충남 지역 한 학교는 학업성취도 평가 우수자와 학급에 수십만원을 시상하고 교사에게도 상품권 등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무분별한 보상으로 학생 간 위화감을 조성하고 학습동기를 저해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교육청 차원에서 학교별 학업성취도 평가 대비를 관리하기도 했다. 수원시교육청은 학력 향상 지원 계획을 수립해 관내 모든 초등·중학교가 시행하도록 했다. 이 계획에는 교사가 전년도 기출 문제를 분석해 학생을 지도하고 모의시험을 치르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우수 학교와 학생에 대한 인센티브도 제시됐다. 경북교육청도 교사를 대상으로 교육감 표창과 해외 연수 우선 선발 등을 내걸고, 일제고사 대비를 유도했다. 일제고사 성적으로 승진 가산점과 성과급을 지급하는 사례도 있었다.

안상태 전교조 강원지부 정책실장은 “강원도 양구에서는 학생들에게 자정까지 문제풀이를 시키는 학교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교사가 슬쩍 답을 알려준 사례도 있다”며 “다른 지역에서는 전 과목 만점을 받은 학생이 있었는데, 성적 조작이었다는 게 밝혀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일부 학교는 평균 성적을 올리겠다며 학습이 더딘 학생과 운동부 학생을 시험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안 정책실장은 “평가 시험을 보는 날에는 경계성 학생과 특수교육 대상 학생에게 체험 학습을 시켜 못 오게 하는 일도 있었다”고 전했다. 성적 관리 과정에서 인권침해까지 자행된 것이다.

당시 정부 주도의 줄 세우기는 노골적이었다. 교과부는 2010년 학교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보통’ 이상인 비율을 학교알리미에 공시했고, 2011년에는 공시 범위를 전년 대비 향상도로 넓혔다.

정부는 돈줄로 교육청에 일제고사 대비를 압박했다. 교과부는 2010년부터 일제고사 성적을 시도교육청 평가 지표에 포함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배분 기준에 반영했다. 일제고사 성적은 시도교육청 평가 항목 중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안전한 학교 환경 조성’과 ‘유치원·초등 돌봄 지원’ 항목보다 배점이 높았다. 정부의 압박은 교육청-학교-교사-학생으로 전이됐다.
 

"무한경젱 일제고사 OUT" 2009.03.31. ⓒ민중의소리
전수평가 조짐에 법정 분쟁까지…끊이지 않는 우려

정부는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와 일제고사는 다르다고 하지만,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참여를 원하는 학교로 한정한다’는 정부 해명과 달리, 교육 현장에서는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가 전수평가로 확대되고 있다. 개별 학교 의사와 무관하게 시도교육청이 관내 모든 학교가 시험을 치르도록 강제하는 상황이다.

부산시교육청은 최근 관내 학교에 공문을 보내, 올해 시행되는 두 차례 평가 중 반드시 한 번은 참여하라고 안내했다. 올해 평가는 1차가 9월 13일~10월 28일, 2차가 12월 1일~내년 3월 31일이다. 원하는 학교만 참여해 전수조사가 아니라는 정부 설명에 어긋난다.

평가 참여 강제는 법정 분쟁으로 번졌다. 전교조 부산지부는 지난달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을 직권 남용으로 고발했다. 초중등교육법상 학업성취도 평가는 교육감이 시행하는 자치사무가 아닌 교육부의 국가 사무인데, 교육감이 전수실시를 강제하는 건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하 교육감은 2008년 MB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교육분과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보수교육감을 중심으로 부산시와 같이 교육감이 나서, 학업성취도 평가를 전수평가 화하는 사례가 확대될 우려가 있다.

학부모 사이에서도 동요가 일 수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를 시행하지 않는 데 대해 불안을 느낄 수 있다. 이같은 불안은 학교 측에 평가 시행을 건의하는 등 압박으로 이어진다. 정소영 전교조 대변인은 “‘옆 학교는 하는데 우리는 왜 안 하느냐’는 학부모도 생기게 된다”며 “평가 시행을 교육청이나 학교 자율에 맡겨도 학부모는 자녀 교육에 대해 압력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자율은 허울 좋은 말뿐이고, 평가가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학교가 성적을 자체 취합해 학생을 줄 세우고, 나아가 학교 간 비교가 가능해질 수도 있다. 학부모 사이에서는 어느 학교 성적이 높은지 소문이 나고, 학생도 친구들과 비교하며 순위를 매기게 된다. 정 대변인 의원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성적이 공개될지 모른다”며 “가령 국회의원이 자료를 요구해서 공개될 수도 있고, 정부가 입장을 선회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학교, 학부모, 학생에게 당사자의 성적만 제공해, 다른 학교나 학생과 성적을 비교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교육 현장에는 MB 정부 일제고사가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안상태 실장은 “우리는 아직 일제고사 망령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과거에 경험이 있는 만큼 당연히 우려를 제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과 교육감이 학력 향상을 유인하는 수단으로 시험을 활용하겠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학교가 시험에 참여할 동기 부여를 강화할 수 있는 전권을 가진다”며 “일제고사 부활은 권력자가 내리는 순간의 판단에 달린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리 경고음을 낼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과 교육감 말만 믿고서, 결과를 공개하지 않으니 괜찮다고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했다.

정부는 학업성취도 평가 참여 확대를 위해 강제로 전수조사를 시행하거나 예산을 활용하는 등 노골적인 방법이 아니라, 교육 현장에 직간접적인 압력을 가하는 방법을 쓸 수도 있다. 안 실장은 “학교 시스템은 수직적·관료적이다. 꼭 예산이 아니더라도 유인·강제할 방법은 많다”며 “교육청 회의에서 교육감이 학교별 결과를 두고 학교장을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거나 질책하면, 그 여파가 교사들을 거쳐 아이들에게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이주호 장관이 일제고사 도입을 주도하는 등 MB 정부 교육정책을 총괄한 인물이라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MB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합류한 그는 대통령실 교육과학문화 수석비서관으로 발탁되더니,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을 거쳐 이듬해부터 3년간 장관을 지냈다.

교육 현장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서울은빛초등학교 박세영 교사는 “자율이라는 말로 포장을 하려는 것 같다”며 “표집방식을 버렸다는 것이 이미 우려할 점”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현재의 표집방식으로도 충분하고, 전수조사의 폐해가 이미 밝혀졌는데도, 다시 예전의 방식으로 돌아가는 건 아닐까 걱정된다”며 “자율적으로 학급별로 응시할 수 있다고 하지만, 학교나 교육청 단위의 압력이 들어올 때, 교사가 자율성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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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의 윤석열 대통령 순방 평가 “편협한 언론관 바로잡아야”

  • 기자명 윤수현 기자 
  •  
  •  입력 2022.11.17 07:59
  •  
  •  수정 2022.11.17 08:00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미·일·중 정상회담 했지만…언론 관련 논란으로 ‘혹평’ 이어져
전용기 탑승 거부한 한겨레·경향신문 후기 “취재 제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공개에 비판 이어져…“법적 책임” 요구도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1월13일 ​G20 정상회의 참석 차 프놈펜 공항을 출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1월13일 ​G20 정상회의 참석 차 프놈펜 공항을 출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4박 6일간 동남아 순방을 끝내고 귀국했다. 윤 대통령은 순방 기간 중 미국·일본·중국 정상들과 회담했으며, 한미일 3국 회담에선 북핵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안보 협력 방안도 모색했다. 하지만 이번 순방에서 외교적 성과는 두드러지지 않았다. MBC 전용기 탑승 불허 논란, 채널A·CBS 기자 전용기 면담 논란 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한국일보는 “유례없는 취재 제한으로 성과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많다”며 윤 대통령이 편협한 언론관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17일 사설 ‘유례없는 언론기피, 퇴색한 동남아 순방’에서 정상회담 현장에 기자들이 들어가지 못했고, 사후 브리핑 시간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이번 순방에는 83명의 취재진이 동행했지만 한미·한일·한중 정상회담 현장에 1명의 기자도 들어가지 못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며 “‘풀(대표) 기자 취재’ 형식으로 회담 앞부분이 공개되는 전례가 생략됐고, 전속취재란 이름으로 대통령실이 편집한 발언과 영상, 사진 및 서면 보도자료만 제공됐다. 가장 중요한 일정이 사실상 비공개로 끝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일본 기자들과 13분간 질의응답을 한 것과 비교된다.

▲17일자 한국일보 사설 갈무리.
▲17일자 한국일보 사설 갈무리.

한국일보는 MBC 기자 전용기 탑승 불허 사건에 대해 “전용기가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공적 공간임을 망각한 행위”라며 “김건희 여사의 비공개 행보와 사후 통보 방식도 지난 9월 캐나다 순방에 이어 재연됐다. 공적 취재 거부가 불가피할 만큼 자신이 없다면 대통령 부인이 동행할 필요가 있겠나”라고 밝혔다.

한겨레·경향신문은 민항기를 이용해 동남아 순방을 취재한 후기를 전했다. 대통령실이 MBC 기자 전용기 탑승 불허를 결정하자 한겨레·경향신문은 전용기 탑승을 거부했다. 대통령실은 전용기 탑승 불허가 취재 제한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한겨레·경향신문은 “취재 제한”이라고 단언했다. 한겨레는 5면 ‘민항기로 대통령 동선 못 따라잡아 공식연설·브리핑 속절없이 놓치기도’에서 “전용기로 이동하는 대통령의 동선을 따라잡기란 불가능했다”며 “발리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던 그 시각, 윤 대통령은 발리에서 주요 20개국 B20 서밋 기조연설에서 발언하고 있었다. 그날 낮 기자단을 대상으로 진행된 대통령실의 브리핑들을 모두 놓쳤다”고 설명했다.

▲한겨레 5면, 경향신문 4면 기사 갈무리.
▲한겨레 5면, 경향신문 4면 기사 갈무리.

한겨레는 “특정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대통령실의 전용기 탑승 배제라는 초유의 결정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알 수 없다”며 “대통령실의 ‘배제’가 다른 언론사들까지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엔 취재 제한 공간이 전용기였지만 어떤 공간까지 확대될지도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용기 탑승 거부한 한겨레·경향신문…“취재 제한”

경향신문은 4면 ‘전용기보다 18시간 42분 늦게 도착, 이래도 ’취재 제한‘이 아니라고요?’ 보도를 통해 “대통령실은 전용기를 띄우는데 막대한 세금이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세금으로 운영하는 전용기인데, 이런 행태로 특정 언론사 탑승을 거부해도 되는 것일까”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용기 이용료와 순방 취재 비용 일체를 언론사가 부담한다는 사실은 다시 말하기도 구차스럽다”며 “윤 대통령이 전용기 내에서 특정사 기자 2명을 불러 ‘편한 대화’를 나눈 것도 문제가 됐다. 언론 ‘차별’ 논란으로 시작한 대통령 순방이 ‘특혜’ 논란으로 마무리됐다”고 평가했다.

▲중앙일보 28면 칼럼 갈무리.
▲중앙일보 28면 칼럼 갈무리.

허진 중앙일보 정치팀 기자는 28면 칼럼 ‘양날의 칼, 윤 대통령 리더십’에서 MBC 기자 전용기 탑승 불허와 채널A·CBS 기자 면담이 윤석열 대통령의 ‘사적 리더십’과 관련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순방 취재차 동행한 언론과는 잇단 불협화음을 내면서 ‘옥에 티’를 남겼다”(이데일리), “대통령실은 MBC 기자 전용기 탑승 불허 조치로 순방 전부터 논란을 자초했고 이 때문에 제기된 ‘취재 제한’ 논란이 순방 기간 내내 번져나갔다”(서울경제) 등 평가가 나왔다.

홍수영 동아일보 정치부 차장은 34면 칼럼 ‘전용기 탑승 ‘불허’ 사태 내심보다 앞서야 할 대통령 책무’에서 전용기 탑승 불허 조치는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으면서도 MBC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홍 차장은 “동아일보는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 민간인이 동행한 사실을 7월5일 MBC와 동시에 단독 보도했다”며 “그런데 MBC 기자들은 한국기자협회에 이 보도로 ‘이달의 기자상’ 출품 신청을 하면서 황당한 주장을 폈다. 자사 보도를 ‘장기간 직접 취재하고 제보자들을 설득해 완성한 기사’라고 한 반면, 동아일보 보도를 ‘급하게 전해 듣고 쓴 기사’라고 했다”고 밝혔다.

홍수영 차장은 “MBC는 기자상 출품 자격을 얻기 위해 왜곡된 주장을 폈다”며 “근거도 없었고, 본보에 어떠한 확인 절차도 없었다. 자사 보도만이 정의에 부합한다는 오만마저 엿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홍 차장은 “MBC 관련 보도를 할 때 이러한 내심의 평가가 작동해서는 안 된다. 또한 MBC 기자들이 취재 환경에서 부당한 이유로 어떠한 제약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도 내게는 절대 전제”라고 했다. 홍 차장 설명에 따르면 기자협회는 MBC 공적 신청서에서 관련 내용을 삭제했으며, MBC는 7월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17일자 주요일간지 1면 갈무리.
▲17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갈무리.

민주당 수사 속도 높인 검찰…언론, 수사 확대 가능성 점쳐

주요 종합일간지는 17일 1면에서 검찰이 민주당 수사에 대한 속도를 높인 것을 주목했다. 검찰은 16일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정진상 실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같은 혐의를 받는 노웅래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아래는 17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관련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검, 정진상 소환 하루 만에 구속영장 청구구…이재명까지 갈지 ‘분수령’

동아일보: 檢, 이재명측근 정진상 ‘대장동 특혜’ 구속영장

서울신문: 노웅래·정진상 타깃 검찰, 투트랙 野수사

세계일보: 檢, ‘李 최측근’ 정진상 영장…윗선 수사 분수령

조선일보: 검찰 노웅래 사무실 압수수색…6000만원 수뢰 혐의

중앙일보: 정진상 구속영장…이재명 수사 속도낸다

한겨레: 조사 12시간만에…정진상 구속영장

한국일보: 노웅래 사무실 압수수색…6000만원 뇌물 혐의

한겨레는 9면 ‘정진상 “유동규와 대질을” 요구…검찰은 거부’ 보도에서 “검찰로서는 이 대표 최측근인 김용 부원장에 이어 정 실장까지 법원에서 구속영장을 내줄 경우 이 대표를 향한 수사에 확실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다”며 “반면 정 실장 구속영장이 기각될 경우 이 대표를 향해 가파르게 올라가던 검찰 수사는 일단 제동이 걸리게 된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는 10면 ‘“민주당 지도부 경선 앞두고 사업가 박씨, 아내 통해 전달”’ 보도에서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사가 다른 야권 인사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됐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3면 ‘檢, 노웅래에게 돈 전달 녹음파일 확보…야당 인사 수사 판 커지나’ 보도에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향후 검찰이 노 의원 사건과 (사업가)박씨의 여죄를 캐는 과정에서 다른 야권 인사들이 수사선상에 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세계일보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 세계일보 사설 갈무리.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공개…“법적 책임” 요구 나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실명을 공개한 민들레와 더탐사에 대한 언론 비판이 이어졌다. 비판 수위가 가장 센 언론사는 조선일보와 세계일보다. 이들은 희생자 실명 공개를 ‘범죄’로 규정하고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유족 뜻 어긴 이태원 희생자 명단공개는 범죄, 경위 밝혀야’를 통해 “희생자 명단은 사고를 수습한 정부·의료기관 등만 갖고 있어야 할 공적 자료다. 누군가 훔친 게 아니라면 내부인이 빼돌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유족 2차 가해’ 이태원 참사 명단공개, 법적 책임 물어야’ 사설을 내고 “경찰이 민들레와 더탐사에 대한 고발 사건을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에 배당하고 수사를 개시했다. 희생자를 정쟁의 도구로 악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한 단죄가 이뤄져야 한다”고 썼다.

▲한겨레 26면 칼럼 갈무리.
▲한겨레 26면 칼럼 갈무리.

권태호 한겨레 저널리즘책무실장은 26면 ‘이태원 참사 명단공개, 어떻게 보십니까?’ 칼럼에서 명단공개에 대한 딜레마가 있다고 했다. 권 실장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공개에 대한 ‘긴박한 공적 가치’는 없다면서도 “이 사안의 출발점은 ‘일방적 명단공개’가 아니라 ‘정부의 책임 회피’에서부터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한 권 실장은 “앞으로 이런 참사가 벌어지더라도, 정부는 ‘유족 동의 없는 명단공개는 안 된다’며 유족들이 집단적 목소리를 낼 기회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며 “이와 함께 언론의 취재도 제어될 수 있다”고 밝혔다.

권태호 실장은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가 희생자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소개하는 보도를 했다면서 “9·11이나 총기 난사 등 참사가 일어날 때, 미국 언론의 흔한 보도 행태다. 그런 기사를 보고 희생자를 사무치게 그리워하고, 그럴수록 유족을 위로하게 되고, 가해자 또는 책임자에 대한 울분을 더 높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권 실장은 “제대로 된 ‘사연 취재’는 사생활을 침해하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고양해야 할 공적 가치이자 연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끝으로 권 실장은 민들레가 유족 동의 없이 이름을 먼저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유족을 먼저 접촉한 후 이름을 공개하는 것이 적절했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 30면 칼럼 갈무리.
▲중앙일보 30면 칼럼 갈무리.

이상언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30면 칼럼 ‘4·16에서 10·29, 기자가 변했다’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기자들의 태도가 변했다고 설명했다. 이 논설위원은 “참사의 비극이 가족과 주변 사람에게 애절한 고통을 안겼을 터인데도 무심하게 보일 정도로 이에 대한 보도가 적었다”며 “8년 전 팽목항과 안산시에 있던 신참 기자가 어느덧 중견 기자가, 당시의 지휘 책임자들이 언론사 주축이 됐다. 그들은 ‘사연 캐기’라는 관행과 헤어질 결심을 했다”고 했다. 이 논설위원은 “세월호 참사 뒤에 별로 변한 게 없다고들 말한다”며 “다행히 언론은 이렇게 다소나마 진화했다. 희생자 명단을 내걸고, 상처에 소금을 뿌리며 장사를 하는 자칭 언론도 있지만, 세상은 분명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MBC #전용기 #취재 제한 #민들레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공개 #노웅래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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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관계자 “‘강제징용’ 해법, 한두 개로 좁혀져”

“‘미국 일변도’ 지적 동의 못해...중국과의 외교 공간 충분”

  • 기자명 이광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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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6 18:10
  •  
  •  수정 2022.11.1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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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사진제공-대통령실]
지난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사진제공-대통령실]

“강제징용 문제의 해결책에 관해서 구체적인 얘기가 오고가지는 않았지만 양 정상 모두 강제징용 문제 해결책에 관해서 상당히 밀도 있는 협의가 진행되고 있고, 그 협의 진행 상황에 대해서 잘 보고받고 있다라는 것을 확인했다.”

지난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 결과와 관련, 16일 오후 고위관계자가 이같이 밝혔다. “‘잘 보고 받고 있다’의 의미는 양 실무진 간에 해법이 이제는 한두 개의 해법으로 좁혀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나아가 “‘속도감 있게 진행시키자’는 (정상 간) 얘기는 간극이 많이 좁혀졌으니까 그것을 빨리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서 그 문제를 속히 매듭 짓자는 분위기, 긍정적이고도 적극적인 의기투합 의미로 해석을 하시면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한두 개 해법’의 세부내용이나, 피해자 설득 방안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일본이 한국에 취한 수출규제 문제는 방치된 것이냐’는 지적이 나오자, 고위관계자는 “수출 규제, 지소미아, 강제징용 문제들은 다 연결되어 있는 문제이고, 그렇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포괄적인 해결책을 필요로 한다 말하지 않았느냐”면서 “양측 모두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징용 문제에서 풀어 나가자는 공감대가 있다”고 했다.

지난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사진제공-대통령실]
지난 1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사진제공-대통령실]

‘지난 11~16일 동남아 순방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對) 중국 외교의 공간을 스스로 좁힌 것 아닌가’는 지적에 대해, 고위관계자는 “중국과의 외교적 공간은 여전히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양자 현안을 넘어서 기후변화라든지 또 공급망 문제라든지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는 장들이 많이 마련되어 있지 않느냐”면서,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를 예로 들었다.

‘윤석열정부 외교가 지나치게 미국 일변도’라는 지적에 대해, 이 관계자는 “동의하기 힘들다”면서 “기본적으로 한미동맹 관계를 중심축으로 해서 한중관계, 여타 국가들과의 관계를 도모해 가는 외교를 지향한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시진핑 주석 방한’에 대해서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이 되면’이라는 조건이 붙어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가변적인 요소들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면서 “그 추이를 봐서 방한 문제가 다루어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번 순방에서 브리핑이 너무 적었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고위관계자는 “사전, 사후 브리핑을 다른 쪽과 비교하시는 것은 절대적인 기준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비교 자체가 적절한 것 같지는 않다”고 강변했다.

지난 9일 대통령실은 ‘문화방송(MBC) 취재진 전용기 탑승 배제’ 조치로 MBC뿐만 아니라 출입기자단의 강한 반발을 초래했다. 지난 13일 한미-한일 정상회담, 지난 15일 한중 정상회담에 풀기자단을 들여보내지 않았고, 결과 브리핑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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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경제협력 정치화 반대”…한·미·일 3각공조에 견제구

등록 :2022-11-15 22:16수정 :2022-11-16 01:36

 
북한 핵 위협 등 현안에 인식차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호텔에서 첫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발리의 한 호텔에서 첫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15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한-중 정상회담은 양국 정상이 2019년 12월 이후 2년11개월 만에 얼굴을 마주하고 관계 개선과 소통 강화 의지를 다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25분간의 짧은 회담에서 두 정상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과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 등 현안에 관한 인식 차를 그대로 드러냈다.

 

두 정상은 들머리발언에서 덕담을 나누며 회담을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가 한-중 수교 30돌임을 상기하며 “서울 이태원에서 있었던 참사에 애도를 표해주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시 주석도 “양국은 이사할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지난달 벌어진 한국 이태원 참사에 관해서도 “진심 어린 위로를 보낸다”고 했다.

 

두 정상은 대화체 신설에 공감하는 등 갈등 요소를 관리하고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한·중 양국 간 고위급 대화를 정례적으로 활발히 추진해가자고 제안했다”며 “이에 시 주석은 고위급 대화 활성화에 공감을 표하고, 한·중 양국 간 (반민반관의) 1.5트랙 대화 체제도 구축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요 현안에 대한 견해차는 크게 좁혀지지 않았다. 특히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에 관해 윤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했다. 그는 “북한이 전례 없는 빈도로 도발을 지속하며 핵·미사일 위협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인접국으로서 중국이 좀 더 건설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이에 시 주석은 “한·중 양국은 한반도 문제에 공동이익을 가진다. 평화를 수호해야 하며, 한국이 남북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해나가기를 희망한다”며 중국이 아닌 한국 역할론을 부각했다. 시 주석은 이어 북한이 비핵화 결단을 하면 경제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에 관해서도 “북한의 의향이 관건이다. 북한이 호응해 온다면 담대한 구상이 잘 이행되도록 적극 지지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호응’을 전제로 지지하겠다는 ‘조건’을 붙인 것이다. 중국은 북핵 문제에 관해 미국의 책임론도 상당 부분 있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실제 중국은 지난 4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추가 제재에 반대했다.

 

윤 대통령이 “우리 정부 외교의 수단·방식은 보편적 가치와 국제 규범”이라며 “아시아와 국제사회의 자유·평화·번영 증진에 중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점도 미묘하다. 이는 중국에 ‘보편적 규범’ 준수를 우회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급망 등 경제 분야에서도 시 주석은 강경한 태도를 나타냈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은 시 주석이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전과 안정, 원활한 흐름을 함께 보장해야 한다. 경제 협력을 정치화하고 범안보화하는 것에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이어 “(한·중)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가속화하고 첨단 기술 제조업, 빅데이터, 녹색경제 등 분야의 협력을 심화하며 국제 자유무역 체계를 공동으로 수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칩4)를 비롯해 대중국 봉쇄를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소다자 협의체 참여를 겨냥한 발언으로 읽힌다. 이는 또한 지난 13일 한·미·일 정상이 북한뿐 아니라 중국에 대한 견제를 선명히 밝힌 ‘인도·태평양 한·미·일 3국 파트너십에 대한 프놈펜 성명’에 대한 강한 반감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3국 정상은 성명에서 공급망 강화 등을 위한 한·미·일 경제 안보대화 신설과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협력 강화를 담았다.

 

시 주석은 “중국은 한국과 함께 중-한 관계를 유지 발전시키고 주요 20개국 등 다자간 플랫폼에서의 소통과 협조를 강화하며, 진정한 다자주의를 함께 만들어 세계에 더 많은 긍정적인 에너지와 안정성을 제공하기를 원한다”고 ‘진정한’ 다자주의를 강조했다. 이 용어는 중국 쪽이 미국의 대중국 압박 전략을 ‘보호무역’과 ‘일방주의’라고 비판할 때 주로 등장한다. 시 주석이 윤석열 정부 들어 한국의 대외정책 기조가 급속도로 미국 쪽에 밀착하는 것에 대한 ‘뼈 있는’ 언급을 한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은 상호 방문 요청을 주고받았다. 대통령실은 “시 주석은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한국을 방문할 수 없었지만, 코로나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윤 대통령의 방한 초청에 기쁘게 응할 것이라고 하고, 상호 편리한 시기에 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주기를 희망했다”고 전했다. 다만, 해석에 따라서는 시 주석이 자신이 방한하기보다는 윤 대통령에게 방중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시 주석이 방한한 것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7월이 마지막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때는 문 대통령의 방중만 있었을 뿐, 시 주석이 방한한 적은 없었다.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은 양국 젊은 세대 간 교류 확대를 통한 역사, 문화 소통 강화에 뜻을 모았다.

 

25분이라는 짧은 시간 탓에 양국 갈등 요소인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불거진 외교적 갈등 등 나머지 양자 현안은 구체적인 논의를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최근인 2019년 12월 베이징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은 55분 회담과 80분의 오찬 등 2시간 넘게 이어졌다.

 

정인환 기자,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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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부르는 한·미·일 삼각동맹 해체하라!”

신은섭 통신원 | 기사입력 2022/11/15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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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이하 민족위)는 15일 오후 2시 광화문 미 대사관 앞에서 ‘전쟁을 부르는 한·미·일 삼각동맹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김준성 서울주권연대 동북지회 운영위원장은 “미국은 동북아에서 계속 전쟁 연습을 하며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런 와중에 윤석열 정권이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다. 북한과 중국을 적대시하는 데 돌격대로 나서겠다는 윤석열 정권! 이로 인한 피해는 국민이 다 뒤집어써야 한다. 국민은 무슨 죄인가?!”라고 윤석열 정권을 규탄하였다.

 

▲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김준성 서울주권연대 동북지회 운영위원장.     ©신은섭 통신원

 

박성호 국민주권연대 회원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보고 있자면 참으로 황당하다. 이 땅에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제일 노력해야 하는 사람이 도리어 전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한미의 240여 대 전투기가 1,600회 이상 출격하는 대규모 공군훈련 ‘비질런트 스톰’을 시작하자, 북한은 훈련을 중단하지 않으면 보다 강화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데 한미는 오히려 훈련을 하루 더 연장했다. 여기서 훈련을 연장하자고 미국에 요청한 게 바로 이종섭 장관이었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김용환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은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대북 전단 금지법’ 위헌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대북 전단 살포로 국민은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두려움에 떨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는 자유라고 할 수 없다”라고 권영세 통일부 장관을 비판했다.

 

▲ 김용환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이 발언하고 있다.     ©신은섭 통신원

 

민족위는 기자회견문에서 “한·미·일은 13일 정상회담을 가진 뒤 북·중·러를 적대시하는 내용들로 가득 찬 최초의 포괄적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전쟁을 부르는 한·미·일 삼각동맹이 공동성명에 언급된 것처럼 ‘전례 없는 수준’에 다다른 것을 알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단언컨대 전쟁을 부르는 한·미·일 삼각동맹은 해체되어야 한다. 한·미·일 삼각동맹은 미·일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축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기반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표방하는데, 이는 결국 미국식 자유민주주의를 거부하는 북한과 중국의 현 체제를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다”라며 “이러한 미·일의 인도·태평양 전략 때문에 동북아 정세는 갈수록 격화된다”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문 낭독 후 상징의식을 진행했다.

 

▲ 한·미·일 삼각동맹을 해체하는 상징의식을 진행 중인 참가자.     ©신은섭 통신원

 

▲ 상징의식을 진행 중인 참가자.     ©신은섭 통신원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전쟁을 부르는 한·미·일 삼각동맹 해체하라!

 

한·미·일은 13일 정상회담을 가진 뒤 북·중·러를 적대시하는 내용들로 가득 찬 최초의 포괄적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전쟁을 부르는 한·미·일 삼각동맹이 공동성명에 언급된 것처럼 ‘전례없는 수준’에 다다른 것을 알 수 있다. 

 

단언컨대 전쟁을 부르는 한·미·일 삼각동맹은 해체되어야 한다. 한·미·일 삼각동맹은 미·일 외교·안보 정책의 핵심축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기반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표방하는데, 이는 결국 미국식 자유민주주의를 거부하는 북한과 중국의 현 체제를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침략적인 발상인가. 이러한 미·일의 인도·태평양 전략 때문에 동북아 정세는 갈수록 격화된다. 

 

그런데 이번 공동성명에서 한·미·일은 “역내 안보 환경이 더욱 엄중해”졌다고 평가하며 북한·중국 등에 그 책임을 떠넘겼다. 이는 현실을 호도하는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북·중·러가 안보 환경을 악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한·미·일이 먼저 자극하고 북·중·러가 그에 대응하면서 역내 정세가 긴장하고 전쟁 위기가 고조되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 이번 회담 직전인 지난 11일 윤석열이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하며 미국과 일본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그대로 따라가기로 하였으니,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는 전쟁 접경으로 더욱 바짝 다가서게 되었다. 미국의 패권 유지를 위한 전쟁, 일본의 대동아 공영 야욕을 실현하기 위한 전쟁에 한국이 앞장서 돌격하겠다고 선포한 것이니 어찌 그러하지 않겠는가. 윤석열 때문에 한반도가 전쟁터로 변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며칠 전 한반도는 역대 최대 규모의 대북 적대시 공중 전쟁 연습인 ‘비질런트 스톰’으로 하여 이미 전쟁 직전의 상태까지 갔었다. 그런데 국방부 장관 이종섭은 ‘비질런트 스톰’ 연장을 자신이 요청하였다고 자랑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비질런트 스톰’ 연습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한 제11전투비행단을 찾아 대북 전투 준비 태세를 유지하라고 격려했다. 또한 이 자는 일본 해상자위대기와 전범기는 다르다는 해괴망측한 주장을 펴며 한일 군사협력 강화에 앞장서고 있기까지 하다. 여기에 통일부 장관 권영세는 ‘대북 전단 금지법’ 위헌 의견서를 제출하여 전쟁의 불씨를 한층 더 키우는 등 윤석열 정권 전체가 한통속이 돼 대북 전쟁 돌격대의 역할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윤석열 정권과 한·미·일 삼각동맹은 한반도 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한다. 이미 한반도는 전쟁 직전의 상태에 와 있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가면 진짜 전쟁이다. 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 

 

전쟁을 부르는 한·미·일 삼각동맹 해체하라!

퇴진이 평화다. 윤석열은 퇴진하라!

 

2022년 11월 15일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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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프놈펜 성명, 일본 자위대 한반도 진출 문 열다

  • 기자명 장창준 객원기자
  •  
  •  승인 2022.11.1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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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동맹에서 노골적 동맹으로

▲ 11월 13일(현지시간) 프놈펜 한 호텔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렸다.
▲ 11월 13일(현지시간) 프놈펜 한 호텔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렸다.

지금까지 한미일 군사협력은 은밀하게 추진되었다. 한미일의 역대 어느 정부도 노골적으로 군사협력을 추진하지 않았다. 그러나 11월 13일 그 양상이 바뀌었다. 프놈펜에서 채택된 한미일 성명은 한미일 군사동맹을 노골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지역적 범위도 한반도를 뛰어넘었다. 성명의 공식 명칭은 “인도·태평양 한미일 파트너십에 대한 프놈펜 성명”이다. 그러나 ‘인도·태평양’도 뛰어넘는다. 성명의 첫 번째 소제목은 “인도·태평양과 그 너머”이다. 그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문제가 거론되었다. 한마디로 말해 세계 모든 지역을 포괄하는 ‘글로벌 파트너십’이다.

5월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글로벌 한미 동맹’이 ‘글로벌 한미일 동맹’으로 확대된 것이다. 그 명분은 5.21 한미 정상회담, 6월 나토 정상회의에서 언급된 ‘규칙 기반 국제 질서’이다. 미국이 정한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국제질서를 거부하는 나라들을 위협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그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한미일 군사동맹의 추진을 합의한 것이다.

한미일 군사동맹의 신호탄

많은 전문가들이 프놈펜 성명에 대해 ‘3국 공조 강화’라고 분석한다. 틀렸다. ‘3국 공조’ 수준이 아니라 ‘3국 군사동맹’의 추진이다. 군사공조에 비해 군사동맹은 위협의 실체로서 동맹의 대상이 분명해야 하고, 동맹 차원의 군사 협력이 지속성과 구체성을 가져야 한다.

우선 위협의 실체 즉 동맹의 대상이 구체적으로 명기되었다. 북, 러시아의 국가 이름이 명기되었다. 북은 “한반도 그리고 그 너머에서 평화와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을 야기하는” 나라로 지목되었다. 러시아는 “잔혹하고 정당화될 수 없는 침략전쟁”을 벌인 나라로 명기되었다. 중국이라는 표현은 등장하지 않았지만, 아마도 다음 날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의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일방적 현상 변경’을 추진하는 나라가 중국이라는 것은 상식에 해당한다. 북, 러시아, 중국이 야기하는 위협에 맞서 군사 협력을 강화하기로 프놈펜 성명에서 합의되었다.

다음으로 군사협력을 지속하기로 합의했으며, 그 구체적 방안이 명기되었다. 우선 미국은 “핵을 포함하여 모든 범주의 방어역량”을 제공하기로 했다. 최근 3국이 진행한 연합군사훈련은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수호하는 우리(한미일)의 의지”라고 평가했다.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 수호를 위해 연합군사훈련을 지속하겠다는 것이며, 그 훈련의 목적은 ‘핵무기 포함 방어역량’ 구축에 있다.

3국 군사협력의 구체적 방안은 북의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것이다. 팽두이숙 즉 소머리를 삶으면 소의 귀가 저절로 익는 것처럼, 한미일 미사일 경보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한일 지소미아 정상화 문제도 자연스레 해결된 셈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청와대에서 제공한 비공식한글번역본과 백악관홈페이지에 올라온 영문본 사이에 약간의 차이가 존재한다. 한글번역본에는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를 “억제, 평화 및 안정을 위한 주요한 진전”이라고 번역했다. 그러나 영문본에는 “a major step for deterrence, peace and stability”라고 표기되었다. 직역하면 ‘주요한 진전’이 아니라 ‘주요한 단계’이다. step 즉 단계는 연속성을 갖는 개념이다. 따라서 이 영문은 ‘주요한 진전’보다는 ‘주요한 단계적 조치’로 의역된다. 미사일 경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첫 번째 단계이다. 후속 조치가 있다는 것이다.

이로써 한미일 동맹은 사실상 공식화되었다. 앞으로 동맹 차원의 군사협력이, 은밀했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노골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자위대 개입의 문을 열었다

윤석열 정부 안에 자위대 개입론을 주장하는 인물들이 있다. 국가안보실 1차장 김태효가 대표적이다. 그는 2001년 “한반도에서 북한의 군사도발로 인한 유사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일본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일본 자위대의 한국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은 최소한 1963년부터 모색된 일본의 오래된 숙원사업이었다. 1963년 자위대 통합막료회의는 모의 군사작전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한반도에서의 무력 분쟁을 가정하고 그에 대한 자위대 운용 방안을 연구한 것이다. 프로젝트는 미국과 일본이 공동 작전을 실행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공격은 미군이, 방어는 자위대가 담당한다. 이를 위해 자위대가 한반도에 상륙한다.

▲ 일본은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하여 한미 양국군을 지원하는 방안을 꾸준하게 모색해왔다. 노란색이 일본 자위대 이동 경로이다.(이미지: 뉴시스)
▲ 일본은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진출하여 한미 양국군을 지원하는 방안을 꾸준하게 모색해왔다. 노란색이 일본 자위대 이동 경로이다.(이미지: 뉴시스)

일본의 이같은 계획은 1997년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1999년 주변사태관련법, 2002년 미일공동 개념계획 5055, 2015년 미일 방위협력지침(신가이드라인) 등을 통해 보완되었다. 즉 미국도 이에 동의하고 자위대 한반도 진출에 대한 공동 모의를 진행해왔던 셈이다.

 

윤석열 역시 지난 대선 토론회에서 자위대 진출 허용 발언을 한 바 있다. 한미일 군사동맹 관련 토론이 진행되던 중 한 후보로부터 “(한미일 군사동맹 추진시) 유사시에 한반도에 일본이 개입하도록 허용하는 건데 그걸 하시겠나”라는 질문을 받고 “유사시에 들어올 수도 있는 거”라고 답변한 것이다. “한미일 군사동맹을 검토하시는 거냐”라는 질문에 “절대 안하실 거냐”고 되묻기도 하면서 한미일 동맹, 자위대 개입 허용 의사를 피력했다.

일본과 미국이 오랫동안 추진해왔고, 윤석열과 김태효가 공언해왔던 한미일 군사동맹이 이번 프놈펜 성명을 통해 공식화된 것이다. 이로써 자위대가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문이 열린 셈이다. 한미일이 미사일 경보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것은 한미일 군사동맹의 첫 번째 단계의 조치이다. 이후 단계에서 자위대가 한반도에 전개되는 훈련이 진행될 것이다. 자위대가 우리 땅에 상륙하는 장면을 목격할 날이 멀지 않았다.

한미일 경제안보 대화 신설, 칩4동맹으로 가는 교두보 될 것

경제 분야에서도 한미일 협력이 고도화될 전망이다. 우선 윤석열은 ‘푸른 태평양 동반자’(Partners in Blue Pacific)에 동참할 의향을 피력했다. ‘푸른 태평양 동반자’는 올 6월 24일 미국 주도로 호주, 일본, 뉴질랜드, 영국이 설립한 협력체이다. 쿼드가 인도의 소극적 반응으로 현실적 가치를 상실하자 그에 대한 대안으로 해양세력들간의 협력체로 출범시킨 것이다. 윤석열은 이 조직에 참여 의사를 피력함으로써 해양세력으로의 완전 편입을 공식화한 셈이다. 대륙국가인 중국, 러시아와 거리두기를 함으로써 해양세력, 대륙세력 모두와 협력할 수 있는 반도국가가 갖는 지정학적 장점을 포기했다.

더 나아가 이번 성명에서 한미일 경제안보 대화를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인 칩4(미국, 한국, 일본, 대만)가 출범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중국의 보복 조치 등 한국 경제의 부정적 영향 등을 고려하여 신중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해 윤석열 정부 역시 여태 공식 입장을 피력하지 않고 있었다.

한미일 경제안보 대화는 칩4로 가는 교두보가 될 것이다. 한미일 3국이 “기술 리더십을 증진하고 보호”하며 “안전하고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보장”하고, “다양한 공급망을 강화”할 것이라는 프놈펜 성명의 문구는 한미일 경제안보 대화가 결국 칩4동맹을 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의 48%를 중국이 차지했고, 홍콩까지 포함하면 60%의 규모를 갖는다. 칩4 동맹에 가입하면 반도체 수출 시장의 60%를 상실하게 된다. 중국 현지에 마련된 우리 기업의 생산설비 시설 역시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미국과 일본에 모든 것을 내주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참사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엄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일 경제안보 대화를 신설하기로 한 것은 결국 일본의 요구대로 한일 경제 관계가 설정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해제를 조건부로 하여 종료 유예 상태였던 한일 지소미아는 북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를 합의함으로써 일본의 바람대로 정상화되었다.

미국과 일본의 오랜 숙원이었던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의 문도 열렸다. 아베 총리 시절이었던 2014년 헌법 해석을 변경하여 자위대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으니 불과 8년 만에 이룩한 ‘성취’이다. 윤석열 정부는 그 누구도 하지 않았던 이 ‘어려운 일’을 해낸 것이다.

핵무기를 탑재한 전략자산이 전개되는 한미일 군사훈련의 지속과 강화는 한반도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위협의 실체로 인정하고,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함으로써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군이 참여하는 길도 사실상 열렸다. 이것은 미국의 숙원이었다.

프놈펜 성명 이전과 이후는 많이 다를 것이다.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은 이전보다 훨씬 더 위험해졌다. 한국 경제의 대외 환경은 이전보다 훨씬 더 열악해졌다. 윤석열 정부가 존재하는 한 이같은 참사는 반복될 것이며, 대한민국의 안전과 이익은 치명적으로 위협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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