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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노동이야기] ‘안전 요구’와 ‘경제 논리’의 싸움

 
 
화물연대 파업이 계속 뉴스 첫머리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가 파업에 나선 화물운송 노동자들에게 사상 처음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렸고, 파업 중인 화물 노동자들은 ‘업무개시명령’이 위헌이자 ‘계엄령 선포’라며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화물노동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은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닌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파업을 저지하기 위해 지난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화물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하면서 도입됐다. 노동자로 인정하지도 않으면서, 단체 행동은 막기 위해 ‘개인사업자’인 화물운송기사의 집단적인 운송거부를 규제하겠다는 것으로, 자유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지속되었고, 지금까지 실제 사용된 적은 없었다.
 
화물연대본부 노동자들이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24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 화물차들이 주차돼 있다. 2022.11.24 ⓒ민중의소리
화물연대 총파업 엿새째인 29일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제2터미널 앞에서 열린 화물연대 총파업 투쟁 승리 결의대회에서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위원장이 삭발 투쟁을 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2022.11.29 ⓒ민중의소리
결국 업무개시명령 항의의 표시로 화물연대 간부들은 삭발을 했고, 경찰은 우선 업무개시명령 대상인 시멘트 운송 화물차 호위에 나섰다. 보수지·경제지들은 화물연대 파업으로 품절 주유소가 늘고 있다는 등 파업으로 인한 물류 마비, 정부와 노동자 사이의 격한 대치 등을 관련해 보도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면서 화물 노동자들이 애초에 총파업을 시작한 이유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대상 차종·품목 확대’였다는 점이 잊히고 있는 것 같아 우려된다.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는 최소한의 운임을 결정, 공표하여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방지하고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다. 화물 노동자들이 ‘도로의 무법자’라는 화물 노동자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스스로 인정하고,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안전 운전·준법 운전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와 이해가 높았고, 정부는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겠다고 합의하기까지 했다. 이후 정부와 국회가 손바닥 뒤집듯 약속을 어기고 이제 와 모르쇠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또 다시 안전 요구가 생산성과 경제적 필요의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11.29. ⓒ제공 : 뉴시스

화물 노동자들의 안전 요구를 무시하는 정부의 행태는, 다른 노동자들의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지난 11월 5일 수송원이 열차에 치여 숨진 뒤로 작업이 중단됐던 의왕시 오봉역에서 이례적으로 사고 발생 19일만에 작업이 재개돼 철도 노동자들이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그 전까지 중대사망재해로 인한 작업중지명령은 짧게는 4개월에서 5개월 여의 기간 동안 현장 노동자들의 의견청취 및 노사간 협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을 거치고서야 해제되었다. 2017년 6월 발생한 노량진역 중대사망재해의 경우 2018년 6월 작업중지명령 해제까지 1년이 걸리기도 했다.

이번 오봉역 사고 이후, 공사의 사과를 요구하다 장례가 늦춰져 11월 19일에 장례를 치를 수 있었고, 이 때문에 11월 18일에야 철도노동조합과 철도 공사가 처음으로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위한 노사협의를 진행했다. 첫 회의에서 합의를 이루기 어려웠고, 이후 철도 노사는 수도권광역본부 임시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개최했지만, 인력충원 등 쟁점 사항에 대한 의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철도공사는 시멘트 산업계 물류난을 이유로 노사간 협의나 현장 노동자 의견 청취 등의 제대로 된 절차 없이 11월 23일 고용노동부에 작업중지명령 해제신청서를 제출했고, 노동부가 이를 초고속으로 승인해 하루만인 11월 24일 전격적으로 작업중지명령이 해제된 것이다.

여러 보도와 노동조합 입장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이 다가오자, 국토부 등 정부의 압력이 거셌다고 한다. 오봉역은 철도 화물의 31%를 수송하는 국내 최대 화물 거점인데, 화물연대 파업과 겹치면서 무조건 빨리 작업중지를 해제해야 한다는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있었다는 것이다.

수년 간 반복되는 철도 입환(차량 연결, 분리) 작업 도중의 사고였다. 막을 수 있었고, 다시는 반복돼서는 안 되는 사고다. 그런 만큼, 노사가 모두 무거운 마음으로, 현장 노동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대책을 합의해야 했다. 그러나 이런 안전의 요구, 생명의 요구는 ‘물류대란’을 막아야 한다는 경제 논리 앞에서 힘을 잃었다. 현재 철도노조 역시 안전 대책 마련과 인력 충원을 요구하며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조합원들이 18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인근에서 열린 철도노동자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규탄 현장 책임전가, 정원감축 중단 및 안전인력 충원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11.18 ⓒ민중의소리

최근 공항, 지하철, 병원 등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파업이 잇따르고 있다. 공통된 구호가 ‘안전’이다. 지금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파업은, 노동자들의 안전 요구와 정부의 경제 논리 간의 전쟁이다. 홀로 일하던 역무원이 피살된 후 지하철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는 인력 충원을 요구하고 있다. 병원 노동자들이 환자 안전을 제대로 책임지기 위해 적정 인력 확보를 주장하고 있다. 지나치게 넓은 구역을 담당해야 해 시민 안전 문제가 발생해도 대응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공항 보안경비 노동자들도 파업에 나서고 있다.

지금 ‘안전 확보’를 호소하는 노동자의 파업을 더 큰 위험 부담으로 덮으며 갈 것인가, 아니면 ‘안전 확보’라는 국가와 공공부문의 최소한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나아갈 것인가. 한국 사회는 선택의 기로에 있다. 
 
“ 최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직업환경의학전문의 ”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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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민주당 분당론’ 띄운 언론은 어디?

  • 기자명 장슬기 기자 
  •  
  •  입력 2022.12.02 07:38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박영선 발언 주목하며 민주당 분당론 주목한 곳은 조선·동아·서울
육군, 변희수 순직처리 거부 “낡은 인권 감수성”…조선 “尹, 이 나라에 유니크한 공 세운 사람” 

 

다시 더불어민주당이 쪼개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KBS ‘주진우 라이브’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면 분당가능성이 있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묻자 “그렇다”고 답한 것이다. 2일자 조간에서 이 소식에 주목한 신문은 조선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등이다. 

육군이 고 변희수 하사의 순직을 인정하지 않았다. 변 하사는 지난 2017년 육군 하사로 임관한 후 2019년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확정(성전환)을 했는데 군 당국은 변 하사에 대해 심신장애 3급에 해당한다며 2020년 1월 강제전역을 조치했다. 이에 변 하사는 “여군으로 복무를 하고 싶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가 지난해 3월3일 사망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군은 언제까지 낡은 인권 감수성으로 뒤쳐져 있을 건가”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에 윤석열 대통령을 두둔하는 칼럼이 실렸다. 윤 대통령이 최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중단한 것 등 언론관에 대해 지적하면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자질이 충분하다는 점을 함께 거론했다. 해당 칼럼에선 “진보가 문재인이라는 리더의 주도 하에 ‘이념 집단’에서 사실상 하나의 거대한 ‘이익집단’으로 변질되면서 나라가 추락해 가는 것을 차단하는 데 결정적 공을 세웠다”, “윤 대통령은 정식 기자회견을 잘 할 수 있는 자질이 충분히 있다”, “청와대 이전과 관련한 특별 기자회견은 내 생각에 큰 성공이었다” 등으로 윤 대통령을 평가했다. 

▲ 2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모음
▲ 2일자 주요 아침신문 1면 모음

 

민주당 분당 가능성 주목한 조선·동아·서울

주요 아침신문 중 조선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은 박영선 전 장관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말한 민주당 분당 가능성에 대해 보도했다. 특히 조선일보는 박 전 장관의 발언뿐 아니라 당내 갈등 상황을 부각하며 비중있게 민주당 분당론을 띄웠다. 

조선일보는 정치면 ‘“민주당 분당 가능성” 친명·비명계가 동시에 거론’이란 기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법리스크’로 시끄러운 민주당에서 ‘분당’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공개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며 “이 대표의 검찰 수사가 임박하자 웅크리고 있던 ‘친명 대 친낙’, ‘친명 대 친문’ 사이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며 ‘당이 깨질지 모른다’는 예측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박 전 장관은 ‘분당 가능성을 경고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대해 “그렇다. 그때 내가 (이 대표가) 고양이의 탈을 쓴 호랑이와 같은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했다”며 “그것과 유사하게 돼가는 것 같아서 굉장히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 2일자 조선일보 정치면 톱기사
 

조선일보는 “실제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당 차원에서 방어하면서 ‘단일대오’를 강조하는 데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조응천 의원의 발언을 인용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조 의원은 지난 1일 라디오에서 “당 주류는 (이 대표 수사가) 민주당에 대한 탄압이라고 단일대오로 버티자고 하는데, 당 공식 라인이 전면에 나서서 반박하고 논평 내고 하는 것은 사실 굉장히 불편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또한 “이런 가운데 대선 후 미국으로 건너간 이낙연 전 총리의 ‘조기 귀국설’은 친명 대 친낙 사이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친낙계 의원들은 부정하지만, 이 대표가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대표직이 위태로워지면 이낙연 전 대표가 귀국해 당 수습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고 보도했다. 친낙계 의원들의 반발이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당내 갈등이 불거질 것이라는 예상을 기사에 담은 셈이다. 

분당론에 대해 얘기했던 박 전 장관은 이 전 대표 역할론에 대해 “당장 귀국하지 않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박 전 장관 발언을 계기로 당내 갈등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또한 조선일보가 기사 제목에서 ‘친명계’ 의원들도 분당 가능성을 거론했다고 했지만 기사 내부에 등장하는 친명계 의원은 김남국 의원이다. 조선일보가 인용한 김 의원의 발언은 “사소한 해프닝이자 실수가 민주당 내부 갈등과 분열 씨앗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군, 변희수 하사 순직 불인정 “낡은 인권감수성”

지난 1일 육군은 “전공사상심사위원회를 통해 변 하사의 사망을 비순직 ‘일반 사망’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변 하사에 대한 강제 전역 판단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과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의 순직 재심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당시 군은 전역심사를 법원의 성별 정정 허가가 결정될 때까지만 연기해달라는 요청을 무시했고, 잘못된 전역 처분을 시정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도 듣지 않았다. 


▲ 2일 경향신문 사설
 

대전지법은 변 하사 사망 7개월 후인 지난해 10월 변 하사의 강제전역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고 국방부는 1심 판결에 항소하기로 했다가 법무부가 이를 거부해 항소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대통령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지난 4월 변 하사의 사망을 ‘순직’으로 심사할 것을 국방부 장관에게 요구했다. 

육군은 이번 결정에 대해 “변 하사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게 애도를 표한다”며 “유족이 재심사를 요청하면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에서 재심사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에 경향신문은 사설 “변희수 하사, 강제전역이 사망 원인인데 순직 아니라니”에서 “변 하사 죽음에 대한 군의 책임은 분명하다”며 “법원은 강제전역 조치가 위법하다고 판결했고, 법무부는 항소 포기를 지휘함으로써 국가의 잘못을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육군도 순직 결정으로 망자에 대한 예의를 보여줘야 마땅했는데 군은 계속 소극적 태도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군 내 가혹행위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 순직으로 인정하는 추세에 비춰봐도 옹색한 결론”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미국과 프랑스 등 세계 20여개국이 트랜스젠더의 군복무를 허용하고 있다”며 “진정한 강군 건설은 성 지향성과 관계없이 국방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러려면 변 하사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수용하는 게 첫 단계”라며 “군은 언제까지 낡은 인권 감수성으로 뒤쳐져 있을 건가”라고 한탄했다. 

조선 “尹, 이 나라에 유니크한 공을 세운 사람”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에게 도어스테핑보다 중요한 것”이라는 제목의 전성철의 글로벌 인사이트 칼럼을 실었다. 해당 칼럼에선 “윤 대통령은 이 나라에 아주 유니크한 공을 세운 사람”이라며 “진보가 문재인이라는 리더의 주도 하에 ‘이념 집단’에서 사실상 하나의 거대한 ‘이익집단’으로 변질되면서 나라가 추락해 가는 것을 차단하는 데 결정적 공을 세웠다”고 평가했다. 


▲ 2일 조선일보 오피니언면
 

다만 최근 낮은 지지율은 “대언론 전략의 패착에서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윤 대통령은 자질이 있는데 언론 전략상의 문제일뿐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6~7개월간 대언론 활동을 한번 살펴보자. 무엇보다 ‘도어스테핑’이라는 것을 대언론 관계의 주축으로 삼은 것은 이 정부가 최대의 악수를 둔 것”이라며 “어떻게 기자가 던지는 중요한 국민적 관심 사항을 대통령이 예외 없이 1~2분 안에 ‘뚝딱’ 단칼로 처리해 버릴 수가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것은 사실 미국 언론의 기준으로 보면 일종의 코미디 수준이었다”며 “거대한 식당을 차려 놓고 메뉴는 디저트 한 종류만 있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2분짜리 단답들이 어떻게 국민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겠는가”라며 “그렇기 때문에 6~7개월이 지났는데도 대통령과 진정으로 공감하고 연대감을 느끼는 사람을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라고 했다. 출근길 문답 탓에 지지율이 저조하다는 주장이다. 

그 외에도 “윤 대통령은 정식 기자회견을 잘 할 수 있는 자질이 충분히 있다”, “청와대 이전과 관련한 특별 기자회견은 내 생각에 큰 성공이었다”, “단 10분 정도 만에 나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느낌을 받게 됐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앞으로 그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며 “도어스테핑을 구태여 중단할 필요는 없지만 손님에게는 디저트만이 아니라 정식 디너로 대접하는 것이 맞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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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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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만에 이겼다" 쌍용차 노동자들, '470억 손배' 대우하청 노동자 껴안다저장 문서]

[현장] 국가 손배 원심 파기환송 대법 판결에 울먹인 그들 "노란봉투법 제정해야"

22.11.30 19:13l최종 업데이트 22.12.01 05:49l
쌍용차 노동자들이 30일 대법원에서 진행된 국가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11억 3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이 파기된 이후 기뻐하고 있다. 파업 이후 무려 13년, 2심 선고 이후 6년 만에 나온 결과다.
▲  쌍용차 노동자들이 30일 대법원에서 진행된 국가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11억 3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이 파기된 이후 기뻐하고 있다. 파업 이후 무려 13년, 2심 선고 이후 6년 만에 나온 결과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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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심 판결 중 헬기 및 기중기 손상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한다."

대법원이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에 반발해 공장 점거 파업을 했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상대로 국가(경찰)가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노동자들에게 11억30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했던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노동자들에게 10억 원대 손배 책임을 지운 1심, 2심과 달리 쌍용차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파업 이후 무려 13년 만, 2심 선고 후 6년 만에 나온 판결이다. 그 사이 쌍용차 해고자와 그 가족들 30여 명이 사망했고, 피고 중에서만 3명이 세상을 등졌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30일 오후 쌍용차 노동자들에 대한 국가 손배 청구 소송 상고심 재판에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파업 당시 경찰의 폭력 진압이 '위법'했고, 여기에 노동자들이 저항한 것은 '정당 방위'였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경찰관이 직무수행 중 특정한 경찰 장비를,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를 넘어, 관계 법령에서 정한 통상의 용법과 달리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직무수행은 위법하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상대방이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를 면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대항하는 과정에서 그 경찰 장비를 손상시켰더라도, 이는 위법한 공무집행으로 인한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로서, 정당 방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 2009년 쌍용자동차가 전체 노동자의 36%에 해당하는 2600여 명을 대량 해고하려 하자 노조가 이에 반발, 77일간 파업을 벌였다. 당시 경찰이 특공대와 헬기, 크레인까지 동원하며 파업을 과잉 무력 진압해 논란이 일었지만 경찰은 오히려 헬기와 기중기 등이 파손되는 손해를 입었다며 노동자 67명을 상대로 14억6000여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2013년 1심에서 노조의 책임이 인정돼 13억7000여만 원 배상 판결이 났고, 2016년 2심에선 지급액이 다소 줄은 11억3000여만 원 배상 판결이 나왔다. 이날 판결 전까지 쌍용차 노동자들의 경찰 손해 배상금은 지연 이자를 합쳐 30억 원에 달했다.

앞서 지난 2019년 경찰은 쌍용차 파업 당시 폭력 진압에 대해 공식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노동자들의 지속된 요구에도 손배소는 취하하지 않아 오늘에 이르렀다.

"먼저 간 동료들에게…" 눈물 흘린 쌍용차 노동자들
  
30일 대법원 2호 법정을 나서는 김득중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지부장과 노동자들. 쌍용차 노동자들이 이날 대법원에서 진행된 국가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11억 3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이 파기된 이후 기뻐하고 있다. 파업 이후 무려 13년, 2심 선고 이후 6년 만에 나온 결과다.
▲  30일 대법원 2호 법정을 나서는 김득중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지부장과 노동자들. 쌍용차 노동자들이 이날 대법원에서 진행된 국가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11억 3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이 파기된 이후 기뻐하고 있다. 파업 이후 무려 13년, 2심 선고 이후 6년 만에 나온 결과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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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판결에도 쌍용차 노동자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13년 만에 이겼다." 이날 오후 2시께 대법원 2호 법정에서 선고를 들은 이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토해낸 외마디였다. 쌍용차 해고 사태 이후 먼저 세상을 떠난 30여 명의 동료들 얘기가 나오자 노동자들은 울먹였다. 어떤 이는 해고 이후 생활고에 시달리다 2018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김주중씨를 떠올렸다. 10년 여 투쟁한 끝에 어렵게 쌍용차에 복직한 노동자들은 이날 연차를 쓰고 판결을 지켜봐야 했다. 야간 근무를 마친 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법원에 온 노동자도 있었다.

조문경(60) : "파업 때 옥상에서 쓰러진 채로 경찰 세 명한테 둘러싸여 곤봉으로 두들겨 맞는 장면이 유명한데, 제가 그 당사자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 사람 살아있냐고 묻던데… 겨울이 돌아오면 지금도 다리가 시립니다. 그때 경찰은 헬기에서 우리들에게 최루액을 엄청나게 뿌려댔습니다. 아마 산에 불이 나도 그렇게까지는 물을 안 뿌릴 거예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최루액이 1급 발암물질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저희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게 말이 됩니까.

대부분 동료들은 바빠서 오늘 못 왔죠. 저도 어제 밤 12시 20분까지 야간 근무하고 나서 오늘 연차 내고 왔어요. 잠도 못 자고. 부인한테 결과 나왔다고 말했더니 잘 됐다고 하더라고요. 저녁에 같이 술 한잔 해야죠."


채희국(52) : "사실 너무 떨렸어요. 법정 들어가기 전까지는. 그냥 마냥 미뤄졌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만약에 오늘 판결이 잘못 나오면 우리는 또 고통을 당해야 되니까. 그건 너무… 무서우니까. 노동자가 해고되면, 생활고 겪고, 가정 무너지고, 인간 관계 파탄 나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시간 문제거든요. 그래서 너무 많은 쌍용차 사람들이 돌아가셨고요.

고인이 된 김주중씨 생각이 나요. 돌아가시기 6개월 전인가. 저한테 힘들다고 하시는 거예요. 깜짝 놀랐거든요. 그분이 원래 그런 말 하시는 분이 아니라서. 항상 밝고 활기 찼던 분이셨으니까. 그때 더 위로를 못해준 게 너무 미안해요. 오늘 이 자리에 못 오신 분들이 많아요."

원성재(47) : "울컥했죠. 힘들었던 분들이 너무 많아서… 말이 더 안 나오네요."

김득중(53) : "무거웠던 마음이 풀려서 지금 몸에 힘이 하나도 없습니다. 대법원 판결에만 6년 5개월이 걸렸습니다.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입니다. 13년 동안 저희들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럴 때마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습니다. 마음을 모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한상균(60) : "제가 한 달 뒤 정년 퇴직입니다. 저승에서 오늘의 재판을 지켜보고 있을, 먼저 간 우리 동지들. 그 가족들. 그들과 함께 오늘의 마음을 나누고 싶습니다."

  
서세진 감독의 다큐멘터리 <저 달이 차기 전에(2009)>의 한 장면.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경찰이 노조원들을 과잉 진압하는 모습이다. 경찰은 10년이 지난 지난 2019년 7월 26일에야 당시 진압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었음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  서세진 감독의 다큐멘터리 <저 달이 차기 전에(2009)>의 한 장면.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경찰이 노조원들을 과잉 진압하는 모습이다. 경찰은 10년이 지난 지난 2019년 7월 26일에야 당시 진압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었음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 서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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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5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장기농성중인 노동자들에 대해 경찰과 사측이 강제진압작전에 나선 가운데 차체2팀 공장 옥상에 진입한 경찰특공대가 휴식을 하고 있다.
▲  2009년 8월 5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공장에서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장기농성중인 노동자들에 대해 경찰과 사측이 강제진압작전에 나선 가운데 차체2팀 공장 옥상에 진입한 경찰특공대가 휴식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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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억 손배'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 안아준 쌍용차 노동자들

쌍용차 노동자들은 대법원 판결이 나온 만큼 경찰의 소 취하를 촉구했다. 김득중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지부장은 판결 직후 "이미 경찰이 폭력 과잉 진압에 대해 사과했고 인정했음에도 소를 취하하지 않아 이 자리까지 왔다"라며 "경찰은 즉각 소를 취하해 이 고통을 끝내라"고 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도 입장문을 내고 "파기 환송심까지 끌고 갈 이유가 없다"라며 "국가는 하루 빨리 모든 소송을 취하해야 한다. 오늘 판결을 기점으로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의 파업을 손배가압류로 보복하는 행위가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무분별한 손해 배상 소송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 제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에 대한 손배 문제가 본격화된 것이 쌍용차 사태 이후다.

김득중 지부장은 "아직도 여전히 노동자들이 손배 가압류로 죽고, 고통 받는 현실을 보면 속에서 천불이 난다"라며 "쌍용차에 제기됐던 47억 원(경찰과 사측이 제기한 손배의 총합으로, 이후 사측은 취하함) 손배 가압류가 멈추지 않고, 오늘날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에게 내려진 470억 원 손배로 늘어난 현실을 보고 너무나 참담함을 느낀다"고 했다. 김 지부장은 "노조법 2, 3조를 개정해 더 이상 쌍용차 노동자들처럼 13년이란 고통의 긴 터널에 헤매는 피해자가 없어야 한다"고 했다.

2009년 파업 당시 쌍용차노조 지부장이었던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여전히 국회 앞에는 더 이상 노동자가 저항하다 죽지 않고 살 수 있게 해달라는 이 평범한 주장을 하는 노동자들이 농성을 하고 있다"라며 "반드시 손배 없는 세상을 위해 함께하겠다"고 했다.  
 
쌍용차 노동자들이 30일 대법원에서 진행된 국가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11억 3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이 파기된 이후 기뻐하고 있다. 파업 이후 무려 13년, 2심 선고 이후 6년 만에 나온 결과다.
▲  쌍용차 노동자들이 30일 대법원에서 진행된 국가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11억 3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이 파기된 이후 기뻐하고 있다. 파업 이후 무려 13년, 2심 선고 이후 6년 만에 나온 결과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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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노동자들이 30일 대법원에서 진행된 국가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11억 3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이 파기된 이후 기뻐하고 있다. 파업 이후 무려 13년, 2심 선고 이후 6년 만에 나온 결과다.
▲  쌍용차 노동자들이 30일 대법원에서 진행된 국가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11억 3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이 파기된 이후 기뻐하고 있다. 파업 이후 무려 13년, 2심 선고 이후 6년 만에 나온 결과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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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법정에는 지난 6~7월 임금 인상 등 처우 개선을 위해 파업했다가 대우조선으로부터 470억 원의 손해배상을 받은 하청 노동자 김형수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지회장도 함께했다. 김형수 지회장은 법정에서 선고가 나자마자 눈물을 보였다. 김 지회장은 "쌍용차 동지들이 이 투쟁을 포기했다면 아마 우리도 지금처럼 싸우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지회장은 쌍용차 노동자들 앞에서 "쌍용차부터 계속해서 노동자들에게 대물림 되고 있는 고통, 손배 가압류의 문제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김 지회장은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김득중 지부장, 한상균 전 위원장 등 쌍용차 노동자들이 김 지회장을 껴안았다.

[관련 기사]
2009년 8월의 공포·울분... 제발 그의 손을 잡아주세요 http://omn.kr/1zivj
[노란봉투법①] 유최안 "죽음 결심했었다...470억 손배? 더 잃을 것도 없다" http://omn.kr/213uj
'신속한 재판 받을 권리'를 찾아서, 독일을 가다 http://omn.kr/213n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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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이상민 해임건의안 제출…국정조사·예산안 후폭풍 예고

"이상민과 尹에 주는 마지막 기회"…대통령실·국민의힘, 일전 불사 태세

서어리 기자/최용락 기자  |  기사입력 2022.11.30. 17:23:37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민의힘의 완강한 반대에도 민주당이 의석을 앞세워 해임건의안을 단독으로 발의하면서 여야가 합의했던 국정조사도, 법정 시한을 불과 이틀 남겨둔 내년도 예산안 처리도 불투명해지는 상황이다. 다만 여야 원내대표는 다음달 1일 추가 회동을 예고하며 대화 창구를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민주당은 해임건의안에 대해 "결자해지 측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 장관에게 주는 마지막 기회"라면서 이 장관의 자진 사퇴, 윤 대통령의 파면 결정을 촉구했다.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뒤에도 자진 사퇴 혹은 파면 결정이 따르지 않을 시엔 탄핵소추안 카드를 꺼낸다는 방침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헌법이 부여한 권한으로 이상민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고 이번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국가적 대참사의 충격은 지금껏 계속되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는 그 누구하나 책임지지 않고 시간 끌기와 꼬리 자르기, 남 탓으로 뭉개고 있다"며 "이 장관이 직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국정조사와 경찰 수사가 공정하게 진행될 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더 이상 민심과 맞서지 말고 이 장관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형사적 책임과 정치도의적 책임, 행정적 책임을 분간 못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임건의안 가결 이후에도 본인이 자진사퇴하지 않거나, 대통령이 또 다시 거부한다면 부득이 내주 중반에는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이번 정기국회 내에 반드시 가결시켜 이 장관 문책을 매듭짓겠다"며 "이 장관과 여당 국민의힘에 지혜로운 판단을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의 기자간담회가 끝난 후 위성곤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국회 의안과에 해임건의안을 제출했다. 

 

해임건의안에 기재된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 사유는 △이태원 참사 당일에 상당한 인파 몰릴 것을 예상했음에도 피해 최소화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점, △재난 안전 관리 사무에 대해 경찰·소방에 대한 최종 책임자로서 참사 당일 긴급 구조 신고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점, ·국민의 재난 및 안전관리 총괄 책임자로 참사를 축소하고 책임 회피에 급급했던 점, △경찰 지휘 감독권자로서 이태원 참사 전반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함에도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수사가 일선 경찰 소방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 등이다.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전날 당 내 논의 후 해임건의안 제출 없이 곧바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했으나, 당초 계획대로 해임건의안을 먼저 제출하기로 했다. 

 

이날 해임건의안 제출을 완료한 민주당은 다음 달 1일 본회의에 안건으로 보고한 후 그 다음날 본회의에서 표결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의 발의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되는 만큼 원내 과반인 169석을 가진 민주당은 단독으로도 본회의에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민주당의 이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 영향으로 여야 예산안 심사 합의는 불발됐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 종료 직후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국회의장실에서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만나 내년도 예산안과 부수법안 등에 대한 협상에 나섰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40여 분 간의 대화 후 먼저 의장실을 나온 주 원내대표는 "합의가 안 됐다"고 짧게 결과를 발표한 뒤 별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박 원내대표는 "현재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심사 상황에 대해 서로 확인하고 논의한 끝에 12월 2일 오후 2시까지 여야 예결위 간사가 예산안과 관련해서 지금의 쟁점 사안을 해소하고 타결 짓기를 일단 촉구하기로 했다"며 "그때까지 간사들이 국회법에 따른 간사 협의 과정을 보다 신속하고 내실 있게 추진해달라는 요청을 동시에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양당 원내대표는 다음날 오전 11시 다시 회동을 열고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양당 입장이 좁혀질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예산안과 해임건의안을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연계 처리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 원내대표는 여야 회동 직후 연 기자간담회에서 "저희는 예산안 처리가 가장 우선"이라면서 "해임건의안 처리를 보류하고 예산안 처리를 먼저 하자는 입장"이라고 했다. 이어 "(민주당 측이) 예산안은 예산안대로 하고 건의안은 건의안대로 하자는 건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주 원내대표는 간담회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예산안 단독처리 가능성도 언급하고 있다'는 질문이 나오자 "불가능한 일"이라며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그런 예가 없었고, 삭감을 하고 나면 세입·세출이 맞지 않고 세입이 많이 남게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예산 제도에 비춰봐도 맞지 않고, 현실적으로도 국회가 필요로 하는 예산 증액 없이 정부 원안에서 일방적 삭감은 사실상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라고 본다"고 일축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문재인 정권에서 추진하던 사업이나 자신들의 대선 공약 사업도 정부 예산안에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삭감하고, 문재인 정권의 실패한 정책은 오히려 증액하는 등 예산안을 멋대로 칼질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숫자를 앞세워 힘자랑 하지 말고 예산안이 법정 기한 내에 통과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해임건의안 발의로 인한 국정조사 보이콧 여부에 대해선 "국회의장께 본회의를 열어서는 안 된다는 뜻을 전달했고, 해임건의안 진행 과정을 보면서 국정조사를 어떻게 할지 결정하겠다"면서 "해임 단계가 여러 단계이기 때문에 단계를 봐가면서 결정하겠다는 뜻"이라고 주 원내대표는 밝혔다. 

 

대통령실·여당 "이상민 해임·파면? 국정조사 할 이유 있나"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이 장관 해임·파면 주장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간담회에서 "이미 국정조사 대상에 행정안전부 장관이 포함돼 있고, '국정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이 있다면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그런데 국정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미리 파면을 주장하면 국정조사를 할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이 장관 해임건의안 발의에 대해 "어렵게 복원한 정치를 없애는 일이나 마찬가지"라며 "무엇보다 우리 국회는 극한 정쟁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어렵게 놓은 협치의 다리를 끊어서는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의 자제를 거듭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도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가장 필요한 조사 대상으로 명시된 장관을 갑자기 해임하면 국정조사를 할 의사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이 고위 관계자는 "희생자의 억울함이 없어야 한다는 조사 본연의 취지에 (맞는) 국회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태원 사고 유가족과 희생자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원인 규명과 합당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국회 국정조사도 그 본연의 취지에 맞게, 슬픔이 정치에 이용되지 않는 취지로 진행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장관 해임안 발의시 정부가 바로 국정조사를 보이콧할 것인지 묻자 "여야 간에 이미 합의한 사항이라 국회 결정을 존중한다"며 "어떤 변동이 일어나는지 또한 여야가 함께 논의할 사안"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30일 오후 국회 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위해 의장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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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반대해 환노위 회의장 박차고 나간 국민의힘

 

  • 발행 2022-11-30 14:41:05

 

  • 수정 2022-11-30 14:48: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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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언쟁을 벌이다 회의장 밖으로 나가고 있다. 2022.11.30 ⓒ뉴시스

국민의힘이 30일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사측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 및 가압류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조·3조) 상정을 반대하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장에서 전원 퇴장했다.

환노위는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소위를 열어 야당 의원들의 단독 표결로 노란봉투법을 상정했다.

소위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진 위원장을 포함해 민주당 4명, 국민의힘 3명, 정의당 1명으로 구성돼 있다.

민주당은 이번 국회에서 노란봉투법 처리를 관철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힘이 환노위 상정 절차에 응하지 않는 등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환노위 의결을 포함한 이후 절차가 원활히 진행될 가능성은 미지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28일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와의 간담회에서 “자손만대가 갚아도 불가능할 정도의 엄청난 금액을 손해배상 청구하고 가압류하는 바람에 전 재산이 묶여서 죽을 때까지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드는 가혹한 손해배상·가압류 남용이 노동3권을 무력화하고 있다”고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빠른 시간 내에 가시적 성과를 만들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법안 관철 의지를 전했다.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위원들의 집단 퇴장과 관련해 서면 브리핑에서 “책임있는 집권여당으로서 염치도 사명도 없다”며 “국민의힘은 반대를 하더라도 회의장에서 반대하라. 불법파업조장법이니 하는 온갖 멸칭만 붙여댈 게 아니라 확실한 근거를 갖고 책임있게 반대 토론을 하라”고 말했다.

민주노총과 정의당은 이날 오전부터 노란봉투법 처리를 촉구하며 국회 농성에 돌입했다. 사측으로부터 손배 청구 및 가압류 폭탄을 맞은 피해자이기도 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유최안 부지회장을 비롯해, 강인석 부지회장, 이김춘택 사무장과 서비스연맹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 유성욱 본부장, 민주노총 박희은 부위원장, 금속노조 윤장혁 위원장 등 6명은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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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대전 촛불.. “유가족과 피해자와 끝까지 함께할 것”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2/12/01 08:40
  • 수정일
    2022/12/01 08:4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청년단체에서 민중단체로 주최단위 확대, 참가 규모도 대폭 커져..

  • 기자명 대전=임재근 객원기자 
  •  
  •  입력 2022.12.01 07:46
  •  
  •  댓글 0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와 후속 조치 약속하라”

“책임자를 상대로 하는 성역없고 엄격하게 책임을 규명하라”
“진상 및 책임 규명에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라”
“피해자들의 소통 보장 및 인도적 조치 등을 적극적 지원하라”
“희생자에 대한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해 적극적 조치하라”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정부의 입장 표명과 구체적 대책을 마련하라”

대전민중의힘은 11월 30일 저녁 7시, 둔산동 은하수네거리 국민은행 앞 인도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대전시민촛불'을 진행했다. 촛불집회 사회를 맡은 대전청년회 김원진 대표가 무대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대전민중의힘은 11월 30일 저녁 7시, 둔산동 은하수네거리 국민은행 앞 인도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대전시민촛불'을 진행했다. 촛불집회 사회를 맡은 대전청년회 김원진 대표가 무대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대전민중의힘은 11월 30일 저녁 7시, 둔산동 은하수네거리 국민은행 앞 인도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대전시민촛불'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대전민중의힘은 11월 30일 저녁 7시, 둔산동 은하수네거리 국민은행 앞 인도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대전시민촛불'을 진행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세상을 바꾸는 대전 민중의힘(이하 대전민중의힘)은 “10.29 참사 국가책임이다, 대통령이 책임져라!”며, 11월 30일 저녁 7시, 둔산동 은하수네거리 국민은행 앞 인도에 모여 촛불집회를 개최하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정부를 향해 발표한 ‘6가지 요구사항’을 구호로 외쳤다. 또한 지난 24일 진행된 유족 기자회견 영상도 상영되었다.

 

 

이날 촛불집회는 대전청년회, 진보당대전시당 청년위원회, 대전지역 대학생 공동체 ‘궁글림’ 등 청년단체들이 촛불집회를 개최한 지 2주 만에 다시 진행되었고, 이들 청년단체를 포함해 민주노총대전본부,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충청지역연합회 등 대전지역 12개 단체로 구성된 대전민중의힘이 주최하면서 촛불집회 규모도 대폭 커졌다.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대전시민촛불'에서 참가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대전시민촛불'에서 참가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대전시민촛불'에서 대전민중의힘 김율현 상임대표(민주노총대전본부장)이 여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대전시민촛불'에서 대전민중의힘 김율현 상임대표(민주노총대전본부장)이 여는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이날 촛불집회 여는 발언에 나선 대전민중의힘 김율현 상임대표(민주노총대전본부장)는 “158명의 젊은 생명을 앗아간 10,29 이태원참사가 발생한지 한 달이 되었다”며,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이번 참사는 정부의 총체적 부실대응이 불러온 행정참사”라고 말했다.

김율현 상임대표는 이어 “국민들이 더욱 분노하는 것은 참사발생이후 책임회피와 변명, 축소왜곡에만 급급한 정부였다”며, “참사수습과 대책 마련에 모든 힘을 쏟아 부어야 할 정부는 정권의 안위만을 생각하며 참사 피해자인 유족들의 만남과 소통을 방해하고, 시민사회 사찰을 통해 여론무마 대응에만 골몰했다”며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참사 24일 만에 유족들은 오열하며 피해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유가족분들의 요구 실현을 위해 함께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고등학생이라 밝히며 추모발언에 나선 이은우 학생은 “사고 다음 날 아침 저는 SNS에서 현장 영상과 사진을 봐버렸다”며, “정말 큰 충격으로 남아 하루 종일 머릿속에서 잊혀 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8년 전인 2014년, 세월호 사건 당시에도 너무 충격이 컸다”면서 “당시 10살이었던 어린 저에게도 굉장히 큰 사건이란 것은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는데, 8년이 지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이 그 또래의 분들이라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대전시민촛불'에서 고등학생 이은우 학생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대전시민촛불'에서 고등학생 이은우 학생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국가책임 인정하고 이상민, 한덕수 파면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국가책임 인정하고 이상민, 한덕수 파면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차용권 충청지역노점상연합회 청년국장도 추모발언에 나서 “경찰의 잘못된 지휘 체계와 안전 대책을 전혀 세우지 않은 용산구청의 재난체계 미비가 불러온 참사인데도 쓰레기 언론들을 앞세워 놀러 나간 젊은이들을 탓하고 길거리에 노점상들을 탓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년 수많은 인파가 이태원에서 축제를 즐겼지만 그 어떤 인명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며, “책임자 처벌도 없고, 진상 규명도 명확치 않은 윤석열 정부는 정신 차리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대전청년회 한재현 사무국장, 강준구 건설노조 대전세종건설지부 조합원과 화물연대 대전본부 이정기 컨테이너 지부장도 무대에 올라 추모 발언에 나섰다.

임비호 건설노조 대전세종건설지부 조합원은 이해인 수녀의 이태원 참사 추모시 ‘슬픔 속 작은 기도’를 낭독하기도 했다. 대전청년회 노래모임 ‘놀’도 노래를 통해 추모의 행동에 동참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대전시민촛불’에서 대전청년회 노래모임 ‘놀’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대전시민촛불’에서 대전청년회 노래모임 ‘놀’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대전민중의힘 대표단이 무대에 올라 공동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성남 충청지역노점상연합회 지역장, 정현우 진보당 대전시당 위원장, 최명진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문성호 양심과인권나무 상임대표. 뒤쪽으로 김창근 대전충청5.18민주유공자회 회장, 박선우 대전지역대학생공동체‘궁글림’ 부대표, 홍경표 민족문제연구소대전지부 사무국장이 서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대전민중의힘 대표단이 무대에 올라 공동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성남 충청지역노점상연합회 지역장, 정현우 진보당 대전시당 위원장, 최명진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 문성호 양심과인권나무 상임대표. 뒤쪽으로 김창근 대전충청5.18민주유공자회 회장, 박선우 대전지역대학생공동체‘궁글림’ 부대표, 홍경표 민족문제연구소대전지부 사무국장이 서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촛불집회 마지막에는 대전민중의힘 대표단이 무대에 올라 공동결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공동결의문을 통해 “우리는 두 번 다시 국가의 부재로 인한 억울한 죽음, 사회적 참사가 벌어지는 일이 없도록 10.29 이태원 참사의 진정한 추모와 애도,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규명, 치유와 회복을 위해 유가족과 피해자와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며, 10.29 이태원 참사의 국가책임 인정과 사죄, 성역없는 철저한 진상규명, 책임규명과 진상규명 과정에 유가족과 피해자들의 참여 보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한덕수 국무총리 그리고 윤희근 경찰청장 즉각 파면을 요구했다.

촛불집회를 끝낸 참가자들은 은하수네거리와 방죽네거리 사이를 왕복하며 1km 정도를 거리행진에 나섰다. 갑자기 기온이 영하권을 뚝 떨어지며 한파가 불어 닥친 이날 촛불집회에는 500여명이 함께 했다.

한편, 민주노총대전지역본부는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대전시민촛불’에 앞서 저녁 6시부터 ‘화물연대 투쟁 승리를 위한 민주노총대전본부 결의대회’를 같은 장소에서 진행했다. 결의대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촛불집회에 함께 참여했다.

촛불집회를 마친 후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촛불집회를 마친 후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촛불집회를 마친 후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촛불집회를 마친 후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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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파업’은 ‘정치파업’” vs “정부 노동관이 문제”

  • 기자명 정민경 기자 
  •  
  •  입력 2022.12.01 07:48
  •  
  •  댓글 0
 
 

[아침신문 솎아보기] 지하철 파업, 퇴근길 혼란 이후 하루 만에 타결
조선일보 “정부, 민주노총 불법 폭력 고리 끊으면 최대업적될 것”
쌍용차 노동자의 손배소 승리와 중대재해처벌법 고치는 방안 등

 

12월1일 노동 분야 기사가 대부분의 이슈를 차지했다. 화물연대 파업이 일주일째 접어들고, 서울 지하철 파업이 11월30일 시작된 데다 하루 만에 합의했으며, 2일 철도파업이 예고됐다. 경향신문은 정부의 노동관을 비판하면서 지금과 같은 인식으로는 문제를 풀어나갈 수 없다고 했지만 대부분의 신문은 민주노총이 ‘정치적 파업’을 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또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 파업을 이유로 배상금을 물게 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돼 이것 역시 큰 이슈가 됐다. 이 외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을 노사 간 자율, 사전 예방을 강조하는 쪽으로 고치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하기로 하는 등 노동과 관련한 이슈가 많은 날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30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이 장관의 실책이 때문이다. 국민일보는 여야가 국정조사에 합의했기 때문에 국정조사 이후 이 장관이 사퇴할 수순이었는데 해임건의안으로 인해 정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1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머릿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쌍용차 노동자 ‘파업 손배소’ 이겼다”
국민일보 “안전운임제 폐지 검토 극단 치닫는 노정갈등”
동아일보 “민노총 ‘6일 총파업’ 대통령실 ‘기득권 지키기’”
서울신문 “‘파업 계속 땐 안전운임제 폐지’ 강공”
세계일보 “‘이상민 해임안’ 결국 발의…정국 급랭”
조선일보 “정치파업 논란 하루 만에, 지하철 협상 타결”
중앙일보 “퇴근길 지옥철 대란 한밤 노사협상 타결”
한겨레 “쌍용차 노동자 ‘손배 족쇄’ 13년만에 벗었다”
한국일보 “아파트 공사 멈추고 일용직 생계도 ‘휘청’”

▲12월1일 주요종합일간지 1면 모음.
▲12월1일 주요종합일간지 1면 모음. 

지하철 파업, 퇴근길 혼란 이후 하루 만에 타결

11월30일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6년 만의 파업에 돌입하면서 서울 지하철 운행에 비상이 걸렸으나 하루 만에 타결됐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노사 협상이 하루만에 타결된 것이다. 파업 당일이었던 30일 퇴근길에는 곳곳에서 열차가 지연돼 혼란을 빚었고 ‘이태원 참사’를 겪고 난 직후라 인파가 몰리고 혼란이 생기는 것을 우려하는 기사가 여럿 실렸다.

▲12월1일 세계일보 4면.
▲12월1일 세계일보 4면. 

1일 노사 협상이 이뤄지면서 1일 오전 5시30분 첫차부터는 지하철 교통 상황이 정상화될 예정이다. 애초 최대 쟁점은 ‘인력 감축 계획’이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지난해 6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재정난 심화 등을 이유로 2026년까지 1539명(인력의 10%)를 감축하는 구조조정안을 제시했다. 이에 노조가 강력 반발했고 ‘재정위기를 이유로 강제적 구조조정이 없도록 한다’는 내용으로 노사특별합의를 이뤄 당시 파업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 측이 지난 9월 ‘경영 효율화’를 명목으로 구조조정을 전제한 임금교섭안을 꺼내 들면서 갈등이 다시 시작했고 29일 밤 막판 교섭 중 노조가 결렬을 선언했다. 30일에는 노조 조합원 5000여명이 중구 세종대로에 모여 총파업을 했다.

▲12월1일 한국일보 4면.
▲12월1일 한국일보 4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번 파업을 ‘정치적 파업’이라고 규정했다. 보수 신문들도 이번 파업이 정치적 파업이라는 사설을 썼다.

동아일보는 1일 사설에서 “공사는 업무 효율화와 외주화를 통해 2026년까지 현 정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직원 1539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경영혁신은 파업 사유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공사 측은 일단 인력 감축을 유보했다. 그런데 돌연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것”이라며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는 서울교통공사에서 일하면서 서울시민의 출퇴근을 볼모로 잡고 벌이는 파업은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도 서울교통공사뿐 아니라 지난 22일엔 건설노조, 23일 서울대병원 등 공공운수노조, 24일 화물연대, 25일 학교비정규직노조가 줄파업을 벌였다며 ‘정치 파업’이라고 사설을 썼다. 조선일보는 “회사마다 이슈가 다르다. 파업까지 해야 할 이유가 없는 곳도 적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런데도 민노총 지휘에 따라 산하 공공 노조들이 날짜를 정해 연속 파업을 하고 있다. 파업을 위한 파업, 정치적으로 기획된 파업”이라고 전했다.

▲12월1일 중앙일보 사설.
▲12월1일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 사설 역시 “가뜩이나 이태원 참사 후 많은 사람이 밀집 공간의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데, 집단의 이익을 위해 시민의 안전을 볼모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며 “노조의 강경 일변도 투쟁 역시 잘못이다. 막판에 사측은 구조조정 1년 유예 카드로 한발 물러섰지만, 노조는 완전 철회를 요구하며 시민들의 발을 묶고 있다”고 비판했다.

“‘줄파업’은 ‘정치파업’” vs “정부 노동관이 문제”
조선일보 “정부, 민주노총 불법 폭력 고리 끊으면 최대업적될 것”

이처럼 보수신문들이 ‘정치파업’이라고 비판하는 데에는 화물연대의 파업 역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일보는 사설 ‘생산 감소로 경기 침체 본격화했는데 줄파업이라니’에서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금융시장 경색이 쉽게 풀리지 않으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가 하강할 가능성이 커졌다. 설상가상으로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는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파업이 일주일을 넘기면서 자동차·철강·석유화학 등 산업계 피해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한파가 몰아친 어제는 서울지하철 노조의 파업까지 겹치면서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내일은 철도 파업도 예정돼 있다. 본격적인 경기 침체 국면이다. 대다수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줄파업은 안 된다”고 전했다.

▲12월1일 동아일보 사설.
▲12월1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앞선 사설에서 “내일부터는 전국철도노조도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는 화물연대가 계속 파업을 하면 안전운임제를 아예 폐지할 수도 있다고 압박하고 있지만 화물연대 파업은 8일째 계속되고 있다. 지금은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으로 민생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년은 올해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서울지하철 파업이 하루 만에 끝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부와 노동계는 경제와 민생의 어려움을 감안해 대화를 통해 강 대 강 대치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물류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안전운임제 등 화물연대에 주어지는 특혜 지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며 “정부가 민주노총의 불법 폭력 고리를 끊고 노사 관계 법치주의만 제대로 정착시켜도 최대 업적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쓰기도 했다.

▲12월1일 조선일보 사설.
▲12월1일 조선일보 사설. 

반면 경향신문은 정부의 노동관을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정부 측의) 다양한 옵션으로는 안전운임제 폐지도 검토 대상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안전운임제 영구화와 품목 확대를 요구하는 노조를 상대로 안전운임제 자체를 폐지하려 한다면 노·정 관계에 파국을 부르는 기름을 붓게 된다”며 “게다가 노동부도 아닌 국정의 최고사령탑인 대통령실이 전면에 나서 노조를 위협한 것은 더더욱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했다.

경향신문 사설은 “복합 경제위기 속에서 노동계 파업에 대한 우려가 크다”면서도 “파업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기본권이다. 정부는 파업에 대해 민생과 국민경제를 볼모로 한 불법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노조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 대통령실이 법과 원칙을 파업 대응의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면 대화는 불가능하다. 사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 정부 책임임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정부의 노동관과 언론에 대한 가치관을 비판하는 만평을 싣기도 했다. 

▲12월1일 경향신문 사설.
▲12월1일 경향신문 사설. 
▲12월1일 한겨레 만평.
▲12월1일 한겨레 만평.

쌍용차 노동자의 손배소 승리와 중대재해처벌법 고치는 방안 등

이날 파업에 대한 기사들 외에도 정리해고에 맞서 파업을 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에게 10억원대 배상금을 물게 한 판결이 30일 대법원에서 파기됐다는 소식도 주요 소식으로 다뤄졌다. 노동자들이 파업을 했을 때 공권력의 진압 과정에서 경찰 장비에 손상이 생겼는데 이것을 노동자에게 책임을 물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해당 이슈를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1면 머릿기사로 다뤘다.

그 외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중심인 중대재해처벌법을 노사 간 자율, 사전 예방을 강조하는 쪽으로 고치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하기로 한 기사도 있었다.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사업장의 위험요인을 찾아내 개선하도록 하는 ‘위험성 평가’ 도입이 핵심이다. 평소 위험요인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 기업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수사, 재판 과정에서 처벌 수위를 낮춰주기로 했다.

▲12월1일 한겨레 3면.
▲12월1일 한겨레 3면. 
▲12월1일 동아일보 사설.
▲12월1일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이같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중대재해법은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의 중형으로 처벌한다. 징역형 하한을 1년으로 정하는 바람에 중소기업의 경우 중대재해가 생기면 기업주가 형사처벌을 받느라 기업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컸다”며 “이 법 때문에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지사 대표로 보낼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 처벌을 강화했는데도 올해 9월까지 산업 현장에서 사고로 숨진 사람은 51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8명 늘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년 가까이 시행하면서 많은 한계가 노출된 만큼 중대재해법은 손볼 필요가 있다”며 “기왕 중대재해법을 손보기로 했다면 기업들의 경영에 혼선을 초래하는 모호한 규정, ‘1년 이상 징역’ 등 다른 선진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과도한 처조항들을 모두 합리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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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민영화, 도대체 어떻게 될 것인가

  • 김예리 박재령 기자 
  •  
  •  입력 2022.11.30 11:55
  •  
  •  수정 2022.11.30 11:58
  •  
  •  댓글 0
 
 

내년 4월까지 매각주관사 선정, 9월 내 매각체결 계획
“국회는 YTN 사영화 막기 위한 입법 적극 나서라”
한국경제·동화그룹 인수 검토 중… 방통위 판단은

▲ YTN 사옥. 사진=YTN 홈페이지
▲ YTN 사옥. 사진=YTN 홈페이지
 

보도전문채널 YTN에 대한 정부의 민영화 작업이 본격적이다. 최대주주인 공기업 한전KDN은 YTN 지분 매각 시점을 내년 9월로 내다보고 있다. 재벌이 주요 주주인 한국경제와, 한국일보를 보유한 동화그룹 등 신문사업자들이 인수를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YTN 구성원들은 구조조정과 보도개입에 따른 공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한전KDN은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고 보유한 YTN 지분 21.43%를 모두 매각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한전KDN은 내년 4월까지 매각주관사를 선정하고 매각 방식과 세부 일정을 확정해 9월까지 매각 계약 체결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명박‧문재인 정부 등에서 매각 움직임이 있었지만 이번 이사회 의결로 YTN 민영화가 처음 현실화한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1일 자산매각 계획으로 14조5000억원 규모의 공공기관 자산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는데, 한전KDN와 한국마사회가 보유한 YTN 지분은 정부가 ‘업무 무관’을 이유로 처분하도록 한 72건의 매각 건에 속한다. 이후 한전KDN 이사회는 만장일치 관행을 깨고 이례적으로 YTN 지분 처분을 의결했다. 일각에서는 가파른 매각 움직임이 지난 정부에서 임기를 시작한 우장균 YTN 사장의 거취를 압박하기 위함이라는 시각도 있다.

▲민주노총 소속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와 한국노총 소속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한전KDN노동조합은 29일 YTN 자산인 남산타워 앞에서 YTN 사영화 저지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민주노총 소속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와 한국노총 소속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한전KDN노동조합은 29일 YTN 자산인 남산타워 앞에서 YTN 사영화 저지 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공기관 자산 매각 관련해 민영화 논란이 이는 것은 YTN의 경우가 이례적”이라며 “매각 금액이 적어 YTN 지분을 처분한다고 재무 건전성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굳이 속전속결로 매각에 나선 건 금전적인 이유 외에 정부가 나름의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지난 22일 긴급토론회에서 “YTN 매각은 단지 일개 보도채널 최대주주 변경이 아니라 가장 영향력 높은 보도채널 영역을 공공에서 민간 주도로 변경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소속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와 한국노총 소속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한전KDN노동조합은 29일 YTN 자산인 남산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YTN 사영화 시도는 언론장악의 외주화”라며 “국회는 YTN 사영화를 막기 위한 입법에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언론노조 YTN지부 등은 한전KDN의 매각 의결을 졸속 결정이자 배임으로 보고 배임죄 고발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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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YTN 주주 현황. YTN 웹사이트 갈무리
▲현 YTN 주주 현황. YTN 웹사이트 갈무리

YTN의 최대주주가 민간기업으로 넘어갈 경우 YTN 구성원들의 가장 큰 우려는 구조조정 가능성과 보도 외압이다. 경영권이 민간기업에 넘어가면서 인건비가 60%를 차지하는 YTN에 인적 구조조정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YTN 이사회는 현재 사장, 상무, 한전KDN 추천 1인, 한국인삼공사 추천 1인, YTN 추천 1인, 마사회 소속 1인으로 이뤄졌다. 향후 지배구조 변화에 따라 YTN 사장추천위원회와 보도국장 임명동의제, 공정보도추진위원회와 시청자위원회 등 YTN 노사가 최소한의 보도 독립성을 담보하기 위해 세운 장치들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한전KDN과 한국마사회의 지분 매각이 실현될 시, 다른 대주주가 뒤따라 주식 매각에 나서 더 큰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YTN 구성원들은 특히 14.98%를 보유한 미래에셋생명보험이 매각 가격에 따라 뒤따라 매각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외국인 주주 비율이 높은 한국인삼공사(19.95%)의 경우도 향후 행보를 예상하기 어렵다.

현재 ‘YTN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는 한국경제신문은 현재 YTN 지분 5%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 등 4대 재벌 계열사가 지분 82%를 소유하고 있다. 한국경제 관계자는 “내년 4월 매각 일정과 방식이 정해지면 한국경제의 참여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상암동 YTN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서울 상암동 YTN 사옥. 사진=미디어오늘

동화그룹 복수의 구성원에 따르면 동화그룹도 YTN 지분 인수를 진지하게 검토 중이다. 동화그룹은 2015년 한국일보를 인수했다. 현재는 동화그룹 내부에 복수의 연구원을 두고 인수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일보 경영 담당자는 “동화그룹 차원에서는 관심을 가지고 내부 데이터를 보고 있다. 한국일보 차원에선 이제 구체적인 논의를 해 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YTN 최대주주가 민간기업에 넘어갈 시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이 남아있다.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이번 지분 매각으로 YTN 최대주주가 바뀔 경우 YTN이 방통위에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 신청을 해야한다. 방통위가 승인을 거부할 경우 해당 사업자는 인수했던 지분을 되팔아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앞서 방통위는 2019년 대구MBC 주식 32.5%를 취득한 주식회사 마금의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신청에 의결 보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23일 한전KDN 이사회를 앞두고 한전KDN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YTN 지분의 졸속 매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YTN지부 제공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23일 한전KDN 이사회를 앞두고 한전KDN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YTN 지분의 졸속 매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YTN지부 제공

한전KDN이 매각 계약 체결 시점을 9월로 밝힌 것은 그런 의미에서 의미심장하다. 한상혁 방통위원장 임기 중인 2023년 7월 말까지 최다액출자자 변경 승인 안건이 올라올 경우 승인이 보류될 가능성이 있지만, 9월이면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권을 지닌 신임 방통위원장이 임기를 시작하는 시점인 만큼 안건 통과 가능성이 커진다는 해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방송학자는 “법만으로 보면 현행 신문업자 또는 10조원 이하 기업이 보도전문채널의 30% 미만 지분을 인수하지 말란 법은 없다. 마금의 경우 부동산 관련 투자회사이고 (대구MBC) 사옥의 매각대금을 노린 것으로 판단해 방통위가 불승인했다”며 “만약 한국경제신문과 같은 사업자가 신청에 나설 경우 방통위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따져 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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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공식 석상에 등장한 김정은 딸, 후계자 내정 가능성"

윤석열 원색 비난한 김여정에 "험악한 용어 좀 쓰지 않았으면" 당부

이재호 기자  |  기사입력 2022.11.30. 10:13:05 최종수정 2022.11.30. 10:15:16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 발사 현장에 등장했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딸이 후계자로 내정됐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30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를 가진 정 전 장관은 "18일 ICBM 발사 현장에 나왔을 때 19일 보도에서 '사랑하는 자제분'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런데 두 번째 등장할 때는 '존귀하신 자제분'이라는 표현을 썼다"며 호칭이 달라진 점에 주목했다.

 

정 전 장관은 또 "ICBM 발사 성공에 기여한 사람들한테 계급을 하나씩 올려 줬는데, 이 사람들이 앞으로도 '백두혈통'만을 모시겠다고 했다. 이건 김정은에서 김주애(김정은 위원장의 딸)로 내려가는 그 이야기"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어 "10살 (김주애) 아이와 별 3개, 4개 달고 있는 대장이 악수를 하는데 이 아이가 허리를 굽히지 않더라"라며 "이건 이미 (김주애가) '존귀하신 자제분'으로 됐을 뿐만 아니라 옛날식으로 표현한다면 사실상 '세자'로 내정이 됐다는 이야기가 아닌가"라고 분석했다. 

 

정 전 장관은 "나이 많은 장군들이 10살짜리한테 충성을 맹세하는 장면이 방영되면서 북한 인민들한테 김주애로 후계자가 결정이 되(는 걸 보여준 측면이 있)고, 앞으로 아마 웬만한 데는 다 데리고 다니면서 훈련을 시킬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김여정 북한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지난 24일 본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국민들은 윤석열 저 천치바보들이 들어앉아 자꾸만 위태로운 상황을 만들어가는 '정권'을 왜 그대로 보고만 있는지 모를 일"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맹비난한 데 대해 정 전 장관은 "고약한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매주 토요일 청계광장에서 촛불집회를 하고 있는데 그거를 마치 자기들이 배후 조정을 한 것처럼 그런 식으로 나오면 어떻게 하나. 윤석열 퇴진 운동을 하는 촛불집회를 마치 북한의 지령을 받는 것처럼 만들어 버렸다"고 꼬집었다.

 

정 전 장관은 "(김 부부장을) 2018년 2월 9일 평창에 왔을 때도 봤었고 11일 날 총리 주최 환송 오찬을 할 때 보니까 교육을 받은 사람처럼 어른들 앞에서 조심스럽게 행동을 하던데 요즘 입이 그렇게 거칠어졌다"며 "험악한 용어 좀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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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207] 최근 전쟁 위기 정세에 관한 사회 분위기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2/11/30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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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심각한 전쟁 위기

 

최근 한반도에 전례 없는 전쟁 위기가 찾아왔다. 김진향 한반도평화경제회의 상임의장은 26일 윤석열 퇴진 16차 촛불대행진에서 “일촉즉발 한반도 전쟁 위기는 엄존하는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도 27일 한겨레 칼럼에서 “한미와 북한의 강대강 대결 구도가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라고 하였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20일 한겨레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전쟁 위기 양상을 설명했다. 

 

“한반도는 최근 아찔한 국면을 통과했다. 한미 양국의 군사훈련이 5년 만에 규모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고, 내용도 공격적으로 변했다. 북한의 대응도 달라졌다. 북한은 과거 한미 군사훈련에 대해, 대화를 중단하거나 비난을 강화하거나 몇 발의 미사일 발사로 대응했다. 그러나 이번에 북한은 ‘대남 군사작전’이라는 이름으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대응훈련에 나섰고, 며칠 사이에 35발의 각종 미사일을 발사했다.”

 

실제로 최근 한두 달 사이에 한미와 북한은 실전을 방불케 하는 군사 행동을 보였다. 한 번에 수백 발의 포탄이 날아가고, 수백 대의 전투기가 날아다니는 건 예사고 심지어 북방한계선 너머로 서로의 미사일이 날아가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런 와중에 한국이 강릉에서 발사한 현무 미사일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만약 그 미사일이 북쪽으로 날아가 북한 영토에 떨어졌다면 곧바로 전면전이 발발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현재 유럽의 우크라이나는 9개월 넘게 전쟁을 하고 있다. 올 초만 해도 긴장은 고조되지만 그렇다고 설마 전면전까지 가겠냐는 예상이 많았다. 전쟁 발발을 불과 10여 일 남겨둔 시점에 엄구호 한양대 교수는 “러시아가 지금 전면전 가기 어렵다”라며 그 이유를 3가지나 들었다. 정재원 국민대 교수도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설사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더라도 “최악의 상황은 국지전이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전면전은 힘들다”라고 장담하였다. (「러시아, 정말로 우크라이나 침공할까…2월 16일 도발설, 실체는?」, 시사오늘, 2022.2.15.)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21세기가 시작되고 20년도 더 지난 오늘날에도 전쟁은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 

 

대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과 대만 사이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는 걸 보며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었다. 6월 29일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부 장관은 “중국이 대만 침공과 같은 파국적 오판을 하게 될 실질적 위험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마이클 길데이 미 해군 참모총장도 10월 20일 “2022년이나 잠재적으로 2023년에 중국이 대만을 통일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와 대만을 놓고 보면 조만간 한반도에도 충분히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전쟁을 걱정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왜 전쟁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지 살펴본다. 

 

2. 전쟁 위기가 느껴지지 않는 사회 분위기

 

1994년 3월 이른바 ‘서울 불바다’ 발언이 언론에 나오자 사람들은 전쟁 위기를 심각하게 느꼈다. 그러다가 6월 13일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탈퇴하자 식료품 사재기 열풍이 불었다. 6월 14~16일 3일 동안 전국에 모두 5,400만 개의 라면이 팔렸다. 서울 압구정동 아파트단지 부근의 한 은행에서는 평소 3만 달러에 불과하던 환전 규모가 14일 5만 달러, 15일 12만 달러로 크게 늘었다. 

 

하지만 전쟁 가능성으로 보면 당시보다 지금이 훨씬 심각하다. 1994년 당시엔 한미나 북한 모두 군사 행동보다는 위협적 발언이나 비군사적 조치들 위주였다. 게다가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협상도 유지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대규모 군사 행동이 수시로 진행되고 협상도 전혀 없다. 

 

그런데 사회 분위기는 정반대다. 전쟁 위기가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그다지 심각하지 않다. 사재기 같은 것도 전혀 없다. 서울 광화문에는 몇만 명의 시민들이 나와 월드컵 거리 응원을 한다. 이런 현상의 요인으로 크게 3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1) 심리적 요인

 

주식이나 암호화폐에 투자를 한 사람은 주변 사람에게도 자기가 산 주식, 암호화폐 전망이 좋다며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사람들이 많이 사야 자기가 산 주식, 암호화폐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주가,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하는 중에도 ‘앞으로 오를 거니까 지금이 기회다’라고 말한다. 자기 전 재산을, 나아가 대출까지 받아서 말 그대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로 투자를 했기 때문에 스스로 이런 확신을 갖지 않으면 좌절감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아무 일 없을 거야, 조금만 지나면 오를 거야’라고 끊임없이 자기 최면을 걸면서 현실을 회피하는 것이다. 

 

전쟁 위기에 관한 인식도 마찬가지다. 지금 심각한 전쟁 위기를 인정하면 일상이 완전히 파괴되고 만다. 만약 전쟁이 나면 주가도 폭락하고 부동산 시장도 붕괴할 테니 사전에 다 팔아치워야 한다. 집에는 생필품을 잔뜩 준비해놓고 언제든 대피소로 옮길 준비를 해야 한다. 가족과도 비상 연락망을 갖춰야 하고 한시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이처럼 경제가 무너지고 일상이 파괴되는 끔찍한 상황을 개인은 감당할 수가 없다. 게다가 요즘은 전쟁이 나면 핵전쟁, 미사일 전쟁이라 전후방이 따로 없고 도망갈 곳도 없다고 하니 뭘 준비해야 할지도 알 수 없다. 한마디로 망연자실이다. 그래서 눈앞에 보이는 전쟁 위기를 인정하지 않고 현실을 회피하게 된다. 

 

또 요즘은 전쟁 위기가 아니라도 사회에 온통 불안이 만연해있다. 특히 ‘N포 세대’라고 부르는 젊은 세대는 미래가 불투명하고 모든 것이 불안하다. 경제가 어려워도 열심히 노력하면 잘 살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있던 시절도 있고, 비록 못 살지만 가족과 이웃이 서로 돕고 사는 공동체 문화가 남아있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없다. 

 

그래서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 점이 유행이다. 과거 같으면 미신이라며 거들떠보지도 않고 나이 든 사람, 교육을 못 받은 사람이나 하는 것이라고 조롱했을 텐데 지금은 대학생들이 너도나도 점을 치러 다닌다. 취업 걱정, 시험 걱정, 주식과 암호화폐 걱정도 점을 치고 나면 사라진다고 한다. 

 

언젠가부터 대학가에서 박스 모양 점집이 수십 개씩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장면을 흔히 보게 되었다.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해 ‘출장 사주’, ‘비대면 타로’ 같은 새로운 형태의 점술도 등장했다. 네이버의 유료 전문가 상담 서비스인 ‘엑스퍼트’의 올해 1분기 ‘운세’ 분야 상담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123.4%나 늘었으며 전체 이용자 가운데 20~30대 비율이 77.9%에 달했다. 또 유명 점집은 대기 기간만 1년이 넘는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과거 강북 지역에 흔하던 점집이 강남에도 우후죽순 들어섰다는 것이다. 큰길 안쪽으로 살짝만 들어가도 xx철학관, oo보살 같은 점집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사회 현상을 두고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단순한 사행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사회·경제적으로 불안하니까 비대면으로라도 확인하고 어딘가에 기대고 싶은 심리가 발현된 것으로 봐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올해는 붙을까”…답답한 취준생 공시생, 너도나도 신청한 곳은」, 매일경제, 2021.3.16.)

 

이처럼 사회가 너무 불안하다 보니 전쟁 위기로 인한 불안은 상대적으로 덜 느껴지는 효과가 있다. 

 

2) 인식 변화

 

한반도는 한국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정전’ 상태에 있다. 그러다 보니 전쟁 위기가 일상적으로 존재한다. 거의 매년 전쟁 위기가 심각하다는 뉴스 보도를 볼 수 있다. 21세기 들어서도 2002년 이른바 ‘제2연평해전’, 2009년 이른바 ‘대청해전’, 2010년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 2015년 비무장지대 지뢰 사건 등 실제 사격과 충돌로 이어진 사건이 한두 개가 아니며, 2017년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 ‘북한 완전 파괴’ 같은 발언으로 전쟁 직전까지 갔다. 

 

문제는 수십 년째 이런 심각한 전쟁 위기가 반복되다 극적인 협상으로 넘어가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국민의 위기의식이 무디어졌다는 점이다. 일종의 ‘양치기 소년’ 효과인 셈이다. 그래서 이제는 많은 국민이 전쟁 위기 보도를 보고 당황하기보다는 ‘저러다 또 협상하고 말겠지’라고 여긴다. 한반도 전쟁 위기 보도가 전 세계에 타전되면 외국인들은 한국인이 침착하게 일상생활을 하는 것을 보며 놀란다고 한다. 그들은 어쩌다 한번 한반도 전쟁 위기 보도를 보겠지만 한국인은 매년 보는 일상임을 몰라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반도 위기의 배경이나 국제 질서에 관한 정보가 사람들 속에 널리 퍼지면서 전쟁 위기에 대한 인식 수준이 올라간 측면도 있다. 특히 북한이 국가 핵무력을 완성한 이후 많은 이들이 ‘핵보유국 사이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상식을 갖게 되었다. 북미가 서로 핵미사일을 겨누고 있는 이상 ‘공포의 핵균형’이 작동할 테니 일시적으로 전쟁 위기가 고조되어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3) 보수 세력의 태도 변화

 

일반적으로 안보 불안은 보수 세력에 유리하다. 색깔론으로 공격받는 민주개혁 세력보다 반공·반북을 내세우는 보수 세력이 안보 문제를 더 잘 해결하겠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이 정치에 입문할 때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를 표방한 것도 이런 이유다. 

 

그래서 보수 세력은 필요에 따라 일부러 안보 불안을 일으키기도 하였다. 대표적인 사건이 총풍 사건이다. 총풍 사건이란 1997년 1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지금의 국힘당) 이회창 후보 측에서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북한에 무력 시위를 요청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다. 그만큼 보수 세력은 안보 불안이 자신들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비책이라 여겼다. 

 

이처럼 보수 세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안보 불안을 조장하거나 과장하였다. 북한의 군사 행동이 하나라도 나오면 침소봉대(작은 일을 크게 부풀려 말함)해서 사골국 우려먹듯 두고두고 반복 보도하였다. 

 

1994년 사재기 열풍도 김영삼 정부와 언론이 만든 합작품이었다. 사실 이른바 ‘서울 불바다’ 발언이 나왔을 때도 사재기는 없었다. 그러자 언론은 국민의 안보불감증을 질타하며 전쟁 특집을 연일 보도했고 정부는 일전불사의 각오를 쏟아냈다. 이홍구 당시 통일원 장관은 6월 7일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북한의 전쟁 기도를 응징할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고 민방위 훈련을 전시 대비 훈련으로 바꿨다. 거리에는 한동안 보이지 않던 ‘멸공 차량’이 등장하기도 했다. (김연철, 「전쟁 문턱까지 갔던 94년 6월」, 『한겨레21』, 2009.3.4.)

 

그런데 요즘은 보수 언론이 전쟁 위기를 크게 조장하지 않는다. 물론 아예 숨기는 것은 아니다. 반북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북한의 군사 행동을 보도하기는 하지만 단기성 보도만 하고 확대하지는 않는다. 과거처럼 뉴스만 틀면 미사일 발사 장면을 무한 반복해서 보여주는 일은 없다. 안보 불안을 일으켜봐야 보수 세력에게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최근 안보 불안을 두고 사람들은 ‘윤석열이 선제타격 같은 소리를 하는 바람에 위기가 커졌다’, ‘윤석열 하는 걸 보니 전쟁 위기관리도 엉터리로 하겠다’, ‘윤석열이 과연 전쟁통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제대로 지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 안보 불안이 오히려 보수 정부의 지지율 하락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3. 변화의 배경

 

1) 북한에 관한 인식 변화

 

전쟁 위기를 대하는 사회 분위기 변화의 근저에는 북한에 관한 인식 변화가 있다. 

 

과거 정부와 언론은 국민의 머릿속에 북한에는 ‘머리에 뿔 달린 괴물’이 살고 있으며 이들이 호시탐탐 남침 기회를 노린다고 주입하였다. 그래서 실제로 북한 사람을 만나고 온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머리에 뿔이 없더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남북 교류를 하면서 북한을 있는 그대로 본 사람들이 늘어나며 ‘남침야욕’이 허구라는 게 드러났다. 2015년 8월 22일 자 동아일보 기사 「1994년 北“서울 불바다” 협박땐 사재기 ‘광풍’」은 “…남북 간의 긴장 상황에 대한 국민 인식도 달라졌다. 1990년대 후반 이후 ‘남북이 교류도 하고 가깝게 지내는데 설마 전면전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1999년 6월 15일 서해 연평도 부근 해상에서 제1연평해전이 발발했을 때에도 금강산관광 예약자 중 97%가 예약을 그대로 유지했다”라고 분석했다. 

 

이런 변화의 결정적인 계기는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이다. 이때를 계기로 남북 교류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우리 국민은 북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되었다. 북한에는 ‘남침야욕’ 분위기가 없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을 ‘적’으로 인식하던 사람들이 ‘함께 살아야 할 동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6.15남북공동선언 5주년]남북의식과 사회상 변화」, 세계일보, 2005.6.13.)

 

민족통일연구원에서 1995년과 2005년에 각각 여론조사를 한 결과를 비교해보면 지원대상+협력대상은 36.9%에서 64.9%로 많이 늘어났지만 경계대상+적대대상은 59.6%에서 31.1%로 대폭 줄었다. 또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에 관한 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1995년에 65.2%, 2000년 53.3%, 2001년 47.4%, 2005년 42%, 2020년 39.8%로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처럼 사람들은 ‘북한의 남침야욕’이 허구임을 깨달아가고 있다. 

 

2) 전쟁 나도 못 이긴다

 

만약 전쟁이 나더라도 우리의 패배가 예상되면 더욱 전쟁이 나지 않기를 바라고 그 방향으로 생각하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정부와 언론은 국군이 북한군을 압도한다, 주한미군이 지켜주니까 북한군을 물리칠 수 있다고 선전한다. 그리고 과거에는 이게 어느 정도 먹혀든 것도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북한군은 숫자만 많지 구식 무기밖에 없어서 한미가 충분히 이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2010년에 연평도 포격전을 거치며 이런 고정관념은 산산이 깨져버렸다. 그해 12월 이상우 전 국방선진화추진위원장은 38회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포럼에서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북한은) 전쟁 기획, 훈련, 전투계획, 병력 운용, 교리에 이르기까지 제4세대 전쟁 개념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중략… 높은 정보전 능력과 전쟁 계획의 치밀성도 북한의 강점입니다. 이번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서도 우리는 정보전에서 패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북한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첩보도 부족합니다. …중략… 이다음에 통일이 되어서 좋은 세월이 오면 이번 연평도 포격 도발을 기획한 사람을 만나서 소주 한 잔 사주고 싶습니다. 치밀하고 완벽하게 준비했습니다. 시기 고르는 것, 무기체계 고르는 것, 그리고 타깃 고르는 것, 포탄 고르는 것, 전부가 치밀했습니다. 제가 간담이 서늘했었습니다. 연평도 하나여서 그렇지 만일 전면적 도발이었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 북한이 이번에 연평도에서 한 것처럼 치밀하게 전면전을 시도한다면 우리 국군이 충분히 대응할 수 있겠는가? 여기 군에 오래 계신 분들이 많기 때문에 외람됩니다마는 합참에서 자신 있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이후 북한이 국가 핵무력을 완성하고 그 뒤로도 각종 최신 무기들을 공개하면서 북한을 이길 수 없다는 인식은 더욱 굳어졌다. 미국도 실패한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에 성공하지 않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열차 발사 탄도미사일, 수중 발사 탄도미사일, 초대형 방사포(다연장로켓포) 같은 무기들이 쉴 새 없이 등장하였고 열병식 때 나오는 군인들의 무장 상태도 과거와는 사뭇 달랐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신무기가 등장할 때마다 ‘게임 체인저(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무기)’라며 비명을 질렀다. 지금 북한에 ‘게임 체인저’가 한두 개가 아니다. 

 

북한은 신무기뿐 아니라 훈련을 통해 새로운 전술도 공개해왔다. 이에 맞춰 미국도 끊임없이 새로운 대비책을 마련해야 했다. 2015년 비무장지대 지뢰 사건 당시 북한이 대규모 잠수함 기동작전을 선보여 미군이 작전계획을 다시 짜도록 만들었다. 2021년 53차 한미안보협의회의는 기존의 작전계획 5015가 북한의 국가 핵무력 완성 전에 만들어져 북한의 최첨단 전략무기에 대응할 수 없다며 새로운 작전계획 수립을 결정하였다. 

 

이 밖에도 여러 종류의 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를 섞어 쏘는 작전, 열차 발사 탄도미사일과 수중 발사 탄도미사일 때문에 우리 군이 ‘한국형 3축 체계’ 같은 기존 대응책을 모두 수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최근 있었던, 수백 대의 전투기가 동시에 출격하는 대규모 공군 기동작전 역시 한국 공군에 새로운 과제를 떠안겼다. 

 

이에 반해 미국은 새롭게 보여주는 게 별로 없다. 미국이 북한을 위협하기 위해 보여주는 대표적인 무기가 전략폭격기 B-52H 스트래토포트리스(하늘을 나는 요새)와 초음속 폭격기 B-1B 랜서(창기병)인데 각각 1955년, 1986년부터 운용하기 시작한 무기들이다. 이 밖에도 핵항공모함 전단을 끌고 와서 훈련하거나, 대형 강습상륙함을 동원해 상륙 훈련을 하는 것도 수십 년째 반복하고 있다. 

 

손자병법에 따르면 ‘지피지기면 백전불태(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라고 하는데 미군의 작전은 뻔히 보이지만 북한의 작전은 계속 새로운 게 나오는 상황에서 과연 한미가 북한을 이길 수 있겠는지 의문을 품는 건 당연하다. 

 

현실에서도 북한은 미국에 고압적인 자세로 호통을 치고 위협을 하는데 미국은 말끝마다 대화하자고 한다. 그런데 그마저도 북한은 대화에 관심 없다며 매몰차게 거절해버린다. 

 

여기에 더해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쫓기듯 도망친 일이랄지, 우크라이나가 공격받는데 무기만 지원할 뿐 참전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는 모습을 보며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나면 미국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분명히 알 수 있는 것이다. 

 

3) 천안함 사건과 지방선거의 교훈

 

한국 사회의 분위기가 전환되었음을 결정적으로 보여준 것은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사건과 그해 6월 2일 있었던 5회 지방선거다. 

 

당시 이명박 정권의 주장에 따르면 한미연합훈련 키리졸브 마지막 날인 3월 26일 저녁 백령도 남서쪽에서 초계 임무를 수행하던 포항급 초계함 천안함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을 받아 배가 두 동강이 나면서 침몰했다고 한다. 

 

초계함이란 초기경계함을 줄여서 부르는 말로 적의 기습 공격에 대비해 연안에서 해상경계 임무를 수행하는 군함이다. 포항급 초계함은 폭뢰(잠수함 공격용 수중 폭탄)와 어뢰발사기를 장착해 대잠수함 능력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 

 

초계함이 경계에 실패했다는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천안함에 달린 음파탐지기는 애초에 잠수함도, 어뢰도 탐지할 수 없는 구형이었다고 주장했다. 김태영 당시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소나(음파탐지기)에 탐지되지 않는 스텔스 기술을 개발했을 가능성도 있다”라는 억지까지 부렸다. 당시까지 스텔스 어뢰는 세계 어느 나라도 개발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국방부 장관이 북한의 군사기술 수준을 세계 최고로 찬양했다고 비아냥거렸다. 

 

이명박 정권의 주장대로라면 대규모 훈련 기간에 경계 임무를 하던 배가 경계에 실패하고 격침된 것이다. 그런데 책임자 대다수가 징계를 면했고 그나마 받은 징계도 감경, 취소되었으며 나중에 대다수는 진급하였다. 비유하자면 부대를 작전에 투입했는데 기습당해 부대원이 몰살되고 겨우 살아 돌아온 지휘관들을 승진시켜준 꼴이다. 이런 엉망진창 군대를 보고 누가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할까 싶다. 

 

아무튼 이명박 정권은 천안함 사건 직후 북한 연계설을 부인하다 어느 시점부터 갑자기 북한 소행으로 몰고 가기 시작했다. 얼마 남지 않은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이었다. 이명박 정권은 안보 문제가 불거지면 보수 세력이 선거에서 유리하다는 점을 이용하려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선거를 불과 10일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인 2010년 5월 24일 전쟁기념관에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해 천안함 사건을 북한 소행으로 규정하고 북한과 관계를 전면 차단하는 5.24조치를 선언하였다. 언론은 온통 ‘천안함 북한 소행’으로 도배가 되었고 한나라당도 반북 선전에 집중하면서 지방선거를 북풍 선거, 안보 선거로 몰아갔다. 언론은 한나라당의 압승을 점쳤다. 실제로도 예전 같으면 보나 마나 보수 여당의 압승으로 끝날 판이었다. 

 

그런데 5월 27일쯤 갑자기 야당에서 ‘1번 전쟁, 2번 평화’라는 구호를 전면에 내걸었다. 당시는 한나라당이 기호 1번이고 민주당이 기호 2번이었다. 지방선거를 전쟁 세력 대 평화 세력의 대결 구도로 만든 이 구호를 처음 든 건 유시민 경기도지사 후보였다고 한다. ‘1번 전쟁, 2번 평화’ 구호가 나오면서 민심은 요동쳤다. 한나라당 안에서는 ‘북풍이 역풍’으로 변했다며 정부·여당이 천안함을 그만 언급해달라는 하소연이 나왔다. 

 

결국 선거는 한나라당의 참패로 끝났다. 민주당의 무덤이었던 강원도지사, 경상남도지사에 민주당과 민주당 계열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었고, 참패를 예상했던 서울시장 선거는 1% 미만의 박빙 승부가 되었다. 경기도지사도 민주개혁 후보로는 역대 2위의 득표를 보였다. 동아일보는 “여당 찍으면 전쟁 난다”라는 야당의 공세가 먹혔다고 분석했고(「한나라 예상밖 참패...원인과 파장」, 동아일보, 2010.6.3.) 외신들도 천안함 역풍으로 한나라당이 완패했다고 분석했다. (「주요 외신 “한나라당, 천안함 역풍으로 선거 패배”」, 노컷뉴스, 2010.6.4.)

 

2010년 천안함 사건과 지방선거는 안보 문제를 대하는 국민의 인식, 사회 분위기가 바뀌었음이 극명하게 드러난 계기였다. 

 

4. 평화·번영·통일 여론이 대세로 굳었다

 

과거에는 북한이 한국이나 미국을 겨냥해 군사 행동을 하면 반북 여론이 들끓고 대북 강경 정책에 힘이 실렸다. 그래서 정부의 대북 군사 행동을 지지하였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전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확전을 각오하고 강력한 군사 대응을 하자는 의견이 44.8%, 군사 대응은 하되 확전은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33.5%로 군사 대응 찬성 의견이 78.3%나 되었다. 반면 외교적, 경제적으로 대응하자는 16.2%에 불과했다.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시험 이후 3월 여론조사에도 박근혜 정권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조치에 대해 찬성 54.4%, 반대 41.2%가 나왔다. 또 경제 제재와 군사 대응 등 강경 대응을 지지하는 의견이 48.9%, 대화하거나 북핵을 인정하자는 의견은 47.8%가 나왔다. 

 

최소한 절반 정도는 대북 강경 대응을 지지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여론도 바뀌고 있다. 11월 1~3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을 찬성하는 의견은 33%, 반대 의견은 48%로 나왔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에 동의하는 비율이 딱 정부 지지율 수준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33% 가운데도 실제 대북 강경 정책에 동의한다기보다 그냥 윤석열 정부를 지지하니까 대북 정책도 지지한다고 답한 이가 꽤 될 것이다. 

 

예를 들어 2018년 4.27남북정상회담 직후 여론조사를 보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지지하는 의견이 88.4%, 반대가 7.7%로 압도적인 찬성 의견이 나왔다.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을 지지한다고 답한 이의 절반 정도는 판문점 선언을 지지했던 셈이다. 

 

이를 보면 우리 국민은 10명 중 9명꼴로 평화, 번영, 통일에 찬성한다고 할 수 있다. 나머지 1명은 극우 태극기부대, 토착 왜구 정도가 아닐까 싶다. 

 

여론이 바뀌었다는 것은 사회가 바뀌었다는 뜻이다. 국민은 평화, 번영, 통일을 확고히 바란다. 우리 사회는 평화, 번영, 통일을 지향하는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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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업무개시명령’이라는데…단양, 수백대 BCT는 달리지 않았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11/30 11:58
  • 수정일
    2022/11/30 11:5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윤석열 정부 시멘트 운수종사자 업무개시명령 발동 첫날

 
 
단양은 1960년대부터 한국 시멘트 생산의 전초기지였다. 한일·현대·성신·아세아까지 주요 시멘트 기업 생산공장이 이곳 단양과 바로 옆 동네 제천에 모여 있다. 정부가 발동한 ‘시멘트 운송사업자·운수종사자 업무개시명령서’를 받아야 하는 수백명이 모여있는 곳이다.

29일 오후 3시, 중앙선 제천역에서 내려 인근 시멘트 공장으로 향했다. 도로변 대형 주차장에 BCT(Bulk Cement Trailer_30톤 탱크로리에 미세분말 완제품 형태 시멘트를 운송하는 대형트럭) 수십 대가 나란히 서 있다. 주차장 관리인은 “평소면 한 대도 없지. 벌써 며칠째 저렇게 서 있네”라고 했다. 주차장 뿐 아니다. 도로변에 위치한 주유소 옆마당, 교각 아래 공터 곳곳에도 BCT는 하릴없이 서 있었다.
 
시멘트 운송종사자 업무개시 명령이 내려진 29일 오후, 충북 제천의 한 대형 트럭 주차장에 BCT가 가득 주차 돼 있다. ⓒ민중의소리
 
시멘트 운송종사자 업무개시 명령이 내려진 29일 오후, 충북 단양의 한 주유소에 BCT 여러대가 주차 돼 있다. ⓒ민중의소리

제천역에서 30분쯤 차를 달리면 시멘트 공장이 나온다. 20층 아파트 높이의 거대한 시멘트 생산기 ‘고로’와 고로에서 생산된 시멘트가 이동하는 컨베이어벨트, 시멘트를 저장하는 거대한 사일로(원통형 저장소)가 보는 이를 압도한다. 잿빛으로 뿌연 거대 구조물은 묘한 느낌을 준다.

이곳에서 만난 화물연대 충북지역본부 관계자는 “단양·제천을 중심으로 200km 동심원을 그리면 서울·경기·강원·충남북이 모두 포함된다. 여기서 시멘트를 운송하는 BCT가 대략 7~800대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 대상 운송 종사자를 총 2,500여대로 추산했으니 전체 1/3이 이곳에 모여있는 셈이다.

이중 화물연대 조합원은 아무리 후하게 잡아도 10%를 넘지 못한다. 오는 길에 찍은 주차장 사진을 보여주자 “내 차를 찍어왔네”라며 웃는다. “여기 남부주차장에 BCT가 40대쯤, 그중에 주황딱지(화물연대 로고가 박힌 스티커) 붙은 건 내 차랑, 내 옆 동생 차 딱 두 대밖에 없어”라고 했다.

이른바 ‘비조합원’ 파업 동참률은 생각보다 훨씬 높았다. 화물연대 파업이 시작되자 이곳 BCT는 일제히 운행을 멈췄다. 공급되는 시멘트 생산량이 급감했다. 이날 발표된 관계부처합동담화문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국가 경제가 매우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으며 “피해규모·파급효과 등을 종합 감안하여 물류 정상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분야가 바로 시멘트 운송이다. ‘국가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는 이기적인 일부 조합원’만 참여했다면 유례없는 업무개시명령은 나오지 않았을지 모른다.
 
충북의 한 시멘트 회사 생산 공장 ⓒ민중의소리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징역 3년이 우습다고 했고, 벌금 수천만원이 낫다고 했다. 30년 가까이 BCT를 몰고 있는 화물연대 조합원 심상목(58)씨의 말이다. 차근차근 설명을 들어보니 괜한 호기는 아니었다.

그의 트랙터(탱크로리를 끌어가는 트럭)는 2014년식 볼보 540(540마력이라는 뜻_일반적으로 1톤 트럭은 133마력)이다. 2억1천만원쯤 한다. 트랙터 뒤에 붙어 있는 트레일러(대형 탱크로리) 가격이 7천만원 정도다. 2억8천만원 들여 BCT를 장만했다.

70개월 할부다. 트럭 할부 이자는 8%, 탱크로리 할부 이자는 10%다. 원금과 이자를 합쳐 한 달 할부만 56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월 기름 사용량은 평균 4,308리터, 리터당 1,900원을 곱하면 818만5천원이 나온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대략 월 110만원, 주기적으로 갈아줘야 하는 소모품에 잔고장 수리비까지 하면 월 120만 꼴이다. 보험료는 화물공제회에서 무사고 100% 우대를 받아도 한 달 28만원이 나간다. 밥 안 먹고 숨만 쉬며 25일 일하면, 나가는 돈이 1,636만원 정도다. 그는 지난달 매출로 1,700만원을 간신히 넘겼다.

그나마, 2018년부터 시작된 안전운임제가 있어 나아진 거다. 지금은 기름값이 오르면 3개월에 한번씩 운임도 오른다. 최저단가가 있으니 화주도 운송사도 “가격 덤핑, 후려치기”를 못한다.

몇년 전 만해도 시멘트 회사들은 ‘최저 운송가 입찰’을 했다. 제일 낮은 단가를 내야 일감을 받는다. 운송사가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고 물량을 받아오면 피해는 고스란히 실제 운송하는 차주들에게 전가된다. 대출받아 할부를 막고, 카드 돌려막기로 기름값을 대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운송료가 입금되고 빠져나가고, 입금되고 빠져나가기를 반복하며 먹고 살고는 있지만, 돈을 버는 게 아니고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었다.

심씨는 “비조합원들이 왜 파업에 동참하고 일을 안 하느냐고? 지들도 알거든. 다시 돌아가면 진짜 죽을 것 같다는걸. 나도 그래”라고 말했다. 그는 “명령 거부하고 죽으나, 안전운임제 없는 시절로 돌아가서 죽으나…그러니 내가 겁이 나겠나”라고 했다.
 
화물연대 충북지역본부 소속 조합원 심상목씨가 그의 BCT에 앉아 있다. ⓒ민중의소리
 

새벽 2시에 일어나 화장실도 안 가는 '철의 노동자'


BCT 기사 하루는 새벽 2시에 시작된다. 1시간만 늦어도 시멘트 상차기(시멘트를 탱크로리에 담는 기계) 앞에는 대기 행렬이 장사진을 이룬다. 시간이 돈인데, 40분 걸리는 상차에 기다리는 시간만 2~3시간이다.

BCT가 향하는 목적지 십중팔구는 레미콘 공장이다. 시멘트를 실어가면 물과 자갈을 섞어 레미콘을 만든다. 대게 100~150km 떨어진 서울, 하남, 진천, 괴산 등지에 레미콘 공장에 가야 한다. 2시간쯤 걸린다. 레미콘 공장은 아침 7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물량을 접수한다. 하루 10시간 동안 몇 번이나 왕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역순 해보자. 새벽 2시에 나와 운 좋게 대기 없이 상차를 마치면 새벽 3시, 체증 없는 도로를 달려 서울에 도착하면 6시쯤, 오픈런으로 7시 첫차를 대주고 출발하면 8시, 3시간 걸려 복귀하면 오전 11시다. 2시간 기다림 끝에 재상차를 마치면 오후 1시, 다시 레미콘 공장으로 2시간 달려 물건을 내리면 오후 5시다. 시멘트 공장으로 복귀하면 저녁 7시. 2회전이 끝난다. 심씨는 “나는 퇴근해 ‘저녁이 있는 삶’이 내 목표”라고 말했다.

하지만 D운송사에서 함께 물량을 받는 그의 비조합원 동료의 하루는 끝나지 않는다. 50~60km 단거리 물량을 또 한번 소화하고 밤 10시쯤 일을 마친다. 4시간 자고 새벽 2시. 지옥 같은 하루는 다시 시작된다. 심씨는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장 뒤쪽, 졸음쉼터에서 BCT 많이 봤지? 너무 졸려서, 이러다 죽을 것 같으면 거기서 자는거야”라고 했다. 가급적 2회전만 하려고 노력하지만, 어쩔 수 없이 3회전 할 때도 많다. 밤 10시에 일이 끝나 하루 4~5시간 자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그렇게 벌어야 1,700만원을 간신히 맞춘다. 

BCT 기준 적재량 한계는 보통 26톤이다. 공차 중량이 14톤 정도라 총중량 40톤 한계에 걸리기 때문이다. 40톤짜리 육중한 쇳덩이가 멈췄다 출발하려면 ‘부릉부릉’ 몇번만에 경유 3~4리터, 6,650원이 사라진다. 심씨는 물론, 대형트럭 운전자들은 운행중 화장실에 잘 안 들린다. 한 번 멈추면 6,650원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부아앙’ 유난히 큰 경적을 울리며 노란불로 바뀐 사거리를 위험천만 질주하는 대형 트럭이 괜히 자주 보이는 게 아니다.  

국토부는 3개월에 한 번씩 최저운임을 공시한다. 공시가는 화주, 운송사업자, 운송종사자 3자가 참여하는 위원회가 정한다. 여기에 경유가 상승분이 반영된다. 지키지 않으면 처벌 받는다. 만약 유명무실해진다면.

최저운임제가 아니라, ‘안전운임제’라고 부르는 이유가 다 있었다.
 
화물연대 충북지역본부 소속 조합원 심상목씨 BCT 뒷자석에 마련된 침대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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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 이상으로 위험한 인물... 윤 대통령 밑에서 살아남기



[강인규 리포트] 미국에서 바라본 윤석열 집권 200일

 

22.11.30 05:20최종 업데이트 22.11.30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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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온통 흰 색이었다. 어제까지 푸른 활기를 내뿜던 풀과 너울대던 꽃을 덮친, 11월 중순의 눈이었다. 이태원역에는 이보다 이른 눈이 내렸다. 비통한 죽음 앞에 쌓인 흰 꽃들. 미국 동부에 내린 눈은 일주일 만에 사라졌지만, 이태원 역 1번 출구 앞의 흰 국화는 한 달 넘게 참사 현장을 지키고 있고, 가족과 친구를 잃은 유족들의 아픔은 평생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왜 이 살아 뛰던 자식들이 국가의 외면 속에서 죽어가야 했는가?" 나는 세월호 이후 이 참담한 질문을 다시는 던지지 않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녹화해 둔 악몽처럼 고스란히 되풀이됐다. 반복된 것은 안타까운 죽음만이 아니었다. 또다시 한 나라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현장에 나타나, 딴 세상에서 온 듯 황망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여기서 그렇게 많이 죽었단 말야?"

 

윤석열 대통령 특유의 거친 말투로 다시 읊은,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의 완벽한 재판이었다. 시민들의 비판이 대통령을 향할 때 으레 나오는 '진노'와 '질타'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왜 4시간 동안 물끄러미 쳐다만 보고 있었냐 이거예요. 현장에 나가 있었잖아?" 8년 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눈치만 보는 공무원들"에 "격노"하며 "해경 해체"를 선언했었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이 전임자와 완전히 똑같이 행동한 것은 아니었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세월호 참사 책임을 아랫사람들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결국 대국민사과를 통해 이렇게 국가 지도자로서의 책임을 인정했다.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습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 그건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일축하고는 해외순방의 길에 올랐다.

 

재난을 또 다른 재난으로 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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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2일 오후 캄보디아 프놈펜 쯔노이짱바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캄보디아 정상 주최 갈라 만찬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폭설'이 내렸던 날, 대한민국 대통령실은 주요 20개국 정상회의(G20)에서 찍은 대통령 사진을 언론에 배포했다. 사진 속에서 내 조국의 대통령은 내가 일하는 나라의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활짝 웃고 있었다. 이 사진이 가장 먼저 나오리라는 사실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다.

 

"국회 이 XX들이 승인 안 해 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는 발언으로 얼굴에 먹칠을 한 그가 무엇보다 보여주고 싶었던 장면이 '바이든과 나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그림이었을 터이다. 바이든의 팔을 감싸 안은 김건희 여사의 모습은 이 '문제없음'에 확인도장을 찍고 싶어 하는 몸부림처럼 보였다.

 

사진 왼 편의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드러낸 채 순박하게 웃고 있었다. 취임 후 6개월 동안 자국의 국민들에게는 좀처럼 웃음을 보여주지 않았던 탓에, 이 환한 표정이 생소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생경함이 사라진 뒤 내 마음을 채운 것은 깊은 두려움이었다.

 

제 나라 시민이 희생됐으니 울고 있었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외교 무대는 본래 웃는 자리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캐나다 총리에게 외교 결례에 대해 직접 항의하는 상황에서조차 얼굴에 웃음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것을 보라. 그럼 무엇이 문제인가.

 

국가 정상회의는 웃음, 칭찬, 세련된 유머의 가면 뒤로 살벌한 이해관계가 비수처럼 부딪히는 살벌한 전쟁터다. 나는 윤석열 대통령의 무장해제된 웃음에서 천진함에 가까운 무지를 보았다. 그리고 이 주관적 우려가 객관적 현실이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윤석열 대통령 실언 이후 고집스럽게 진행되는 언론 때리기를 보면서, 정상회의에서 일어날 일 세 가지를 예상했다. 하나는 앞서 말한 사진이고, 두 번째는 그가 실언에 따른 '부채의식'에서 미일 공동전선에 더 적극적으로 들러리를 서게 되리라는 우려였다. 안 그래도 국제관계에 합리적 균형감을 갖추지 못한 그가 죄책감에서 '호구' 역할을 자임하고 나서리라는 염려였는데, 취임 후 6개월을 지켜본 내게, 윤석열 대통령은 이런 우려를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가장 염려됐던 부분은 '덮고 숨기기'라는 돌파구였다. 지도자가 비판에 대응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통치하는 나라'라는 상식에 의거해 자신의 행동과 정책을 바꿀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시민과의 대화를 통해 설득하고 합의를 이끌어 낼 수도 있다. 민주국가의 지도자라면 이 두 축의 어느 지점을 오갈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비판에 귀를 막은 채 공공연히, 혹은 비밀스럽게 하던 일을 계속할 것이다. 여기서 마지막은 최악의 선택이다.

 

놀랍게도, 우려했던 정보 통제는 출국 전부터 '전용기 탑승 배제'라는 형태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한술 더 떠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일본과의 정상회담을 한국 취재단을 배제한 상태에서 진행했다. 자신의 실언도 책임지지 못하는 지도자가,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회담에서 어떤 약속을 했는지 시민들이 전혀 알지 못하게 된 것이다. 나는 상상력이 풍부한 편이지만, 이런 상황까지 예상하지는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내가 우려했던 것 이상으로 단순하고, 따라서 위험한 인물이었다.

 

'바이든 쪽팔려' 발언, 기회 될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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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윤석열 대통령은 무대에 올라 바이든 대통령과 48초 간 만나 얘기를 나눴다. 이후 윤 대통령이 행사장을 나오면서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고 발언한 모습이 언론을 통해 포착되며 논란이 일었다. ⓒ MBC

 

사태를 이 지경으로 몰고 온 주 원인 중 하나가 생각 없이 내뱉은 말 한 마디였다는 점은 비극적이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발언 자체보다 그 실언을 무리하게 덮고 무마하려는 시도였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무의식중에 흘린 발언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것은 누구에게든 난처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는 전 세계 정치 지도자들이 일상적으로 겪을 만큼 흔한 일이기도 하다. 미국 정가에 "실언이란 말해서는 안 되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라는 농담이 있을 정도로, 어차피 정치인들은 당사자가 듣지 않는 자리에서 서로 비난하고 욕설도 하며, 모두가 이 사실을 안다. 바이든 대통령부터 말실수가 잦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는 어떨까? "이 XX들 …쪽팔려"가 전 세계에 보도된 지 15시간여가 지나서야 본인도 아닌 대통령실이 나서서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욕설의 대상도 미국이 아닌 한국의 국회였다고도 주장했다. 이렇게 되면 '쪽팔려'의 주어가 사라지게 되는데, 여기서 생략된 말은 '대한민국'이라는 것이다.

 

"국회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날리면 [대한민국이] 쪽팔려서 어떡하나."

 

대통령실 인재들이 밤새 머리를 맞대고 짜낸 '위험관리' 시도가 고작 이 수준이란 말인가. '내가 욕한 건 귀국의 국회가 아니라, 조국 대한민국의 국회예요.' 차라리 '쪽팔려'의 주어가 대통령 자신이라고 했다면 그나마 수긍했을지 모른다. '대한민국'을 '쪽팔려'의 주어로 쓰면서 이것을 생략하는 사람은 없다. 나는 대통령실이 이런 무리한 주장으로 대통령 얼굴에 더욱 먹칠을 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었다.

 

당연히 나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고 해명하리라 여겼다. 발언의 형식은 험악하지만, 내용은 모욕하기보다는 염려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발언이 터지기 직전, 윤 대통령은 바이든이 주최한 '세계기금(Global Fund)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했었다. 바이든은 연설을 통해, 이 기금이 지난 20년간 전 세계 수천 만 명을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에서 구했다고 전한 뒤, 국제사회가 20억불을 약속할 때마다 미국이 10억불씩을 추가로 기부하겠다는 파격적 제안을 했다. 세계 정상들의 박수가 쏟아지는 가운데 바이든은 이렇게 덧붙였다.

 

"미국이 할 일이 많다는 말이 되겠지요. 우리는 의회와 협력해 60억 불을 세계기금에 보태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전 세계 기부액은 140억불에 달하게 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연설을 듣고, 바이든과 잠시 인사를 나눈 뒤 회의장을 떠나는 도중 그 문제의 발언을 했다. "쪽팔려"가 결코 아름다운 말은 아니지만, 발언의 취지를 잘 설명했다면 별 탈 없이 넘길 수 있는 사건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환호 속에서 약속한 금액이 모금돼 더 많은 인명을 구할 수 있게, 미 의회가 잘 협조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드린 말씀'이라고 해명했다면 끝났을 일이고, 더 나아가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민주당 의원들과 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대통령을 엄호하는 '무책임의 카르텔'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 4박 6일간의 동남아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영접 나온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대통령실 주장대로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국회에 욕설한 것이라면, 사과도 바뀐 대상을 향해야 마땅하다. 주호영 국민의 힘 원내대표도 "그 용어가 우리 국회의 야당을 의미한 것이라고 했더라도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인정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정의당이 대통령에게 직접 "사과에는 시기가 따로 있지 않다. 사과하시라"고 요구했을 때,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은 "사과할 일을 하지 않았다"였다. 이 상식을 뛰어넘는 발언이 이해 가능한 조건은 하나뿐이다. 애초에 보도된 발언 내용이 틀리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이런 상황 자체가 누구보다 윤석열 대통령 자신에게 모욕적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해 보라. 두 명이 길을 다니면서 그중 한 명이 행인의 발을 밟거나 길을 막는 등의 일을 벌일 때,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해명하고 사과한다면 어떨까? 이런 행동은 당사자가 판단능력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더 큰 문제는 대통령 본인은 물론, 주위 누구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통령 욕설 논란에 '유감'을 언급하긴 했으나, 그것은 가정에 근거한 '잠재적 유감'이었다. 그는 앞의 발언에 앞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만"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후 두 달 넘게 대통령실과 여당 그 누구도 '사실관계'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 기막힌 상황은 이후 이태원 참사 책임규명이 어떻게 흘러갈 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 '무책임의 카르텔' 중심에 대통령이 앉아 있다.

 

지난 14일, 국회에서는 독특한 장면이 펼쳐졌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이상민 장관을 향해 "본인의 소속과 직함을 말씀해 달라"고 요구할 때, 물끄러미 바라보며 침묵으로 일관한 것이다. 그는 "행정안전부 장관"이라는 직함 자체가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웅변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다. 정부 '행정안전부 열린장관실' 홈페이지에는 이상민 장관 사진 위에 대문짝만하게 쓰인 글귀가 있다.

 

"안전한 국민, 일 잘하는 정부. 행정안정부 장관 이상민"

 

이 표어는 부조리함을 넘어, 조롱으로 까지 들린다. 우리가 '무책임'의 대명사로 기억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조차 세월호 사태 이후 '최종 책임자'로서 눈물을 흘리며 대국민 사과를 했고, 재난안전 주무처인 안전행정부 수장이었던 강병규 장관을 취임 두 달 만에 경질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거부한 것은 물론, 순방에서 돌아온 뒤에는 마중 나온 이상민 행정안정부 장관에게 "고생 많았다"는 위로까지 건넸다.

 

우리는 도대체 어떤 대통령을 뽑은 것일까? 불과 10년도 안 된 비극에서 우리는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일까? 온 사회가 집단 기억상실에라도 걸렸던 것일까? 아니면 이준석 전 대표가 고백하듯, 여당과 대통령 측근이 '양머리를 흔들며 개고기'를 속여 판 까닭에 유권자들이 속아 넘어간 것일까?

 

이유가 무엇이든, 우리는 앞으로 4년 반 동안 살아남아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책임한 대통령을 통제하는 것이다. 지난 6개월간 줄곧 '자유'를 외치던 대통령은, 스스로 언론 통제를 시작한 시점부터 슬그머니 '국익'과 '헌법수호'로 구호를 바꿨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더 큰 국익은 없으며, 헌법의 주인은 대통령이 아닌 시민들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8년 전 전국 거리에서 수없이 외쳤건만, 이 헌법 첫 구절은 생경하게만 들린다. 헌법은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나, 우리사회가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되돌아간 까닭일 것이다.

 

#윤석열 #이상민 #박근혜 #이태원 참사 #바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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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사흘 전, 국민의힘도 국회에서 '마약과의 전쟁' 선포

[윤석열 200일②] 검찰공화국 101일∼200일... 연이은 압수수색의 전조는 불통

22.11.29 05:13l최종 업데이트 22.11.29 06:38l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치고 의원들 좌석쪽을 바라보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치고 의원들 좌석쪽을 바라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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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안전은 국가의 무한 책임입니다."

지난 8월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 서두에 강조한 말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들께서 안심할 때까지 끝까지 챙기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73일 후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0월 7일 국정감사에서 "국민 안전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 책무이자 경찰의 존재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21일 후, 도심 한복판에서 단지 그 길에 있었다는 이유로 355명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경찰의 존재이유는 실종됐다.

반면 검찰의 존재이유는 분명한 듯 보였다. 100일 동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하거나 문재인 정부 또는 야당을 표적으로 하는 소환과 압수수색이 반복됐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야당 지도부와 만나지 않았다. 대신 검찰공화국은 수사로 말했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국제적 신뢰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대통령은 미국 순방 도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난 후 "이XX들"이란 욕설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그로부터 일주일도 되지 않아 레고랜드 사태가 터졌다. 서영민 KBS 기자 표현 그대로, 검사 출신 강원도지사가 "칼을 들었다고 생각한 팔을 휘둘렀는데 갑자기 펑 하고 폭발이 일어나면서" 국가 신용도는 심각하게 추락했다. 그리고 11월 1일 이태원 참사 외신 기자회견이 열렸다. 국가의 존재이유를 묻는 질문을 듣고 국무총리는 웃었다. 농담도 했다.

이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으로 민생을 지키고자 했다. 법무부장관은 마약 수사 등에 대해 "범죄와 전쟁을 치른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할 것"을 주문했다. 그 주체는 검찰만이 아니었다. 국가정보원, 관세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복지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함께 참여하는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이 만들어졌다. 국민의힘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당정 협의로 국무총리 산하 '마약류 대책 협의회'를 만들고 특별수사팀도 운영하겠다는 방침이 정해졌다. 그날은, 이태원 참사 사흘 전(10월 26일)이었다.
 

큰사진보기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10.26
▲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10.26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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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앞서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불통'이 시작됐다. MBC에 전용기 탑승을 불허했고, 거기서 파생된 MBC기자의 질문과 태도를 문제 삼으며 출근길 문답이 중단됐다. 다음 100일, 또 다른 수사가 예고되고 있다.

[관련 기사]
"이XX들"... 그들은 사흘에 한 번 이상 털렸다 http://omn.kr/21s0s

윤석열 정부 100일... '범죄와의 전쟁' http://omn.kr/20bj6

다음은 윤 대통령 취임 101일차부터 200일차를 맞은 지난 11월 25일까지 벌어진 주요 사건들을 정리한 내용이다. 

공정
 

큰사진보기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현지 보좌관(전 경기도청 비서관)에게 "백현동 허위사실공표, 대장동 개발관련 허위사실공표, 김문기(대장동 의혹 관련 수사 받은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모른다 한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는 문자를 받고 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9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현지 보좌관(전 경기도청 비서관)에게 "백현동 허위사실공표, 대장동 개발관련 허위사실공표, 김문기(대장동 의혹 관련 수사 받은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모른다 한거 관련 의원님 출석요구서가 방금 왔습니다. 전쟁입니다"라는 문자를 받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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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일차] 8월 18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혐의로 이정근 민주당 전 사무부총장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같은 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오영훈 제주도지사를 겨냥한 압수수색도 제주지검에 의해 이뤄졌다. [102일차] 다음날(8월 19일)에는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의혹과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관련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이 서울지검 공공수사3부와 대전지검 형사4부에 의해 각각 이뤄졌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된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날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 시장은 2021년 4.7 보궐선거 당시 국정원의 4대강 사찰 문건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발언했다가 고발당했다.


[108일차] 8월 25일, 서울경찰청이 직권남용과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고발된 윤 대통령을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했다. 앞서 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단체는 이른바 '7시간 녹취록'을 근거로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재직 시절 조국 전 장관 배우자 정경심 전 교수에 대한 구속 수사를 지시했다고 고발했다. 다음날(8월 26일)에도 서울경찰청은 윤 대통령이 검사 재직 시절 골프 접대 등을 받고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에 대해 불송치했다. 같은 날, 경기남부경찰청은 당시 이재명 민주당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111일차] 8월 28일, 이재명 의원이 민주당 대표로 선출됐다. 

[115일차] 9월 1일, 윤석열 정부 들어 첫 정기국회가 열린 날이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이상현 부장검사)가 백현동 특혜 의혹 관련 허위발언 혐의로 이재명 대표에게 출석 통보를 했다. "전쟁입니다", 이 소식을 전하는 문자 메시지도 화제가 됐다. 다음 날(9월 2일), 경찰은 김건희 여사에게 이른바 '줄리 의혹'을 제기했던 안해욱 전 대한초등학교태권도협회장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119일차] 9월 5일,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이 후보자는 모두 발언을 통해 "정치적 중립과 공정은 국민 신뢰의 뿌리이자 밑바탕"이라고 말했다.

[122일차] 9월 8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이상현 부장검사)가 선거법 위반(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이재명 대표를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고 김문기 성남도시발공사 개발1처장을 시장 재직 시절 몰랐다고 한 발언을 허위로 판단했다. 같은 날 검찰은 윤 대통령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모두 혐의 없음 또는 각하 처분했다. 대선 당시 "대장동 개발 비리 몸통은 이재명 후보"라는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검찰은 의견 표현으로 판단했다. 이와 함께 이재명 대표에게 '조폭 연루설'을 제기했던 장영하 변호사 역시 이날 불기소 처분됐다. 

국격
 
큰사진보기토론회에 참석해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style="border: 0px; image-rendering: -webkit-optimize-contrast; display: block; text-align: center; max-width: 600px; width: 600px;">
▲  김진태 강원도지사(오른쪽)가 10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반도체 인력양성의 대전환! 강원도가 시작합니다>토론회에 참석해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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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일차] 9월 10일, '검수원복법'이 시행됐다. 

[128일차] 9월 14일, 신당역 역무원 살해 사건이 발생했다. 

[130일차] 9월 16일, 윤 대통령이 이원석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9월 17일, 경기도와 대북 행사를 공동개최한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이 검찰에 불려갔다. 다음날(18일)에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소환됐다. 19일에는 김유근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으로 소환됐다. 같은 사건으로 20일에는 김연철 전 통일부장관과 김준환 전 국가정보원 차장이 검찰에 불려갔다. 21일에는 이화영 전 부지사 측근이 검찰에 체포됐다. 

[136일차] 9월 22일, 미국 순방 중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이 터져 나왔다. "이 XX들"에 대해 대통령실은 야당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졸지에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69명은 "이XX들"이 됐다. 다음 날(9월 23일), 감사원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출석 조사를 요구했다. 비슷한 시기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도 출석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42일차] 9월 28일, 레고랜드 사태가 터졌다. 김진태 강원지사가 기자회견을 통해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강원중도개발공사가 발행한 2050억 규모 채권에 대한 지급보증 철회 의사를 공식 발표했다. 대출 채권 만기일 전날, 급작스럽게 신뢰를 저버리는 이같은 발표로 채권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시장에 돈이 돌지 않았고 국가 신용도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를 두고 서영민 KBS 기자는 김 지사가 검사 출신임을 상기시키면서 "칼을 들었다고 생각한 팔을 휘둘렀는데, 갑자기 펑하고 폭발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제적 신용 위험 지표(CDS)는 최근 5년 동안 최악 수준이다. 같은 날,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143일차] 다음 날(9월 29일),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비속어를 방송하는 과정에서 MBC가 자막으로 대통령의 명예와 대한민국의 국격을 훼손했다며 MBC를 검찰에 고발했다. 같은 당 김웅 의원은 이날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하여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마약
 
이원석 검찰총장과 윤태식 관세청장이 10월 14일 서울본부세관에서 마약수사 협력 방안을 논의 후 악수 하고 있다.
▲ 검찰·관세청, 마약수사 손잡는다 이원석 검찰총장과 윤태식 관세청장이 10월 14일 서울본부세관에서 마약수사 협력 방안을 논의 후 악수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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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일차] 10월 7일,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조명균 전 통일부장관이 검찰에 출석했다. 같은 날 서해 피격 사건 희생자 유족이 문재인 전 대통령,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을 감사원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국정감사에서 "국민 안전"을 경찰의 존재 이유로 강조했다. 이날, 이원석 검찰총장은 광역 단위로 마약 합동 수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157일차] 10월 13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으로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검찰에 불려갔다. 이 사건과 관련해 같은 날 감사원은 5개 기관 총 20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고 밝혔다. 국가재정범죄합동수사단은 이날 문재인 정부 시절 '태양광 사업 비리 의혹'을 첫 사건으로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마약 등 민생 침해 범죄에 대해 "범죄와 전쟁을 치른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할 것"을 대검찰청에 지시했다. 다음 날(10월 14일), 대검찰청은 전국 4개 검찰청에 국가정보원, 관세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복지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유관기관이 참여하는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을 만든다고 밝혔다.

[159일차] 10월 15일, 카카오톡 대란이 일어났다. 이용자들은 카카오톡이 생긴 이래 가장 긴 시간 동안 '먹통'과 마주해야 했다.

[163일차] 10월 19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다. 검찰은 민주연구원이 있는 민주당 당사 진입도 시도했다. 다음날(10월 20일), 민주당은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보이콧했다. 10월 21일, 이재명 대표는 특별 기자회견을 통해 대장동 특검 수용을 촉구했다. 대통령실은 "답할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166일차] 10월 22일, 김용·서욱 그리고 김홍희(전 해양경찰청장) 등 세 사람이 구속됐다. 

[168일차] 10월 24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수사를 위해 검찰이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을 다시 벌였다. 이재명 대표는 "협치는 끝났다. 폭력만 남았다"고 말했다. 다음 날(10월 25일), 윤 대통령은 야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시정 연설을 강행했다. 이와 같은 시정연설 역시 헌정 사상 최초였다. 이날 감사원이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을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아들 군 특혜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170일차] 10월 26일, 정부와 국민의힘이 '마약과의 전쟁'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날 열린 '마약류 관리 종합대책' 관련 당정협의회를 통해 국무조정실장 주관 컨트롤타워 '마약류 대책 협의회'를 만들고 1년 동안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이 정해졌다. 같은 날, 경찰은 이재명 대표 장남 동호씨를 불법 도박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다음날(10월 28일), 윤 대통령은 신임 국정원 기조실장으로 김남우 전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를 임명했다. 

참사
 
큰사진보기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남훈씨의 어머니가 11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마지막으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오열하고 있다.
▲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남훈씨의 어머니가 11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마지막으로 사랑한다"고 말하고 오열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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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일차] 10월 29일, 이태원 압사 참사가 일어났다.

[174일차] 10월 30일,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이 관계 장관 브리핑에서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상황은 아니었다"면서 "경찰 병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김원웅 전 광복회장은 이날 별세했다. 그는 암투병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76일차] 11월 1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태원 참사 외신 기자회견 현장에서 웃었다. 농담도 했다.

[184일차] 11월 9일, 윤 대통령 동남아 순방 출국을 앞두고 대통령실이 MBC 출입 기자들에게 전용기 탑승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이날 검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정진상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민주당사는 또 한 번 '털렸다'. 

[186일차] 11월 11일, 문재인 정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고발당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검찰에서 소환조사를 받았다. 같은 날, 법원은 관보를 통해 강원랜드 채용 비리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형사보상금 565만 원을 지급한다고 공시했다.

[188일차] 11월 13일,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박상혁 민주당 의원이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검찰에 소환됐다. 다음날(11월 14일), <민들레>와 <더탐사>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을 공개했다. 

[191일차] 11월 16일, 검찰이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노웅래 민주당 의원 국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서주석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검찰에 불려갔다. 같은 날 서부지검은 건설업자에게 뒷돈을 받은 혐의로 윤희식 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장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다음 날(11월 17일)에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국방부, 해양경찰청, 통일부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이날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심사 점수를 낮췄다는 의혹과 관련하여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전조
 
큰사진보기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과 한중 정상회담 당시의 발언 등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과 한중 정상회담 당시의 발언 등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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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일차] 11월 18일, 출근길 문답 과정에서 MBC 기자와 대통령실 비서관 사이에 언쟁이 일어났다. 해당 기자가 슬리퍼를 신고 있었던 것도 '문제'가 됐다. 국민의힘 측은 "슬리퍼 난동"이라며 분개했다. 같은 날, 경기도지사 출마 때 재산 축소 신고 의혹으로 고발됐던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에 대해 경찰은 혐의가 없다고 보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194일차] 11월 19일,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구속됐다.

[196일차] 11월 21일, 대통령실이 출근길 문답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경찰은 6.1지방선거 당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197일차] 11월 22일, 이태원 참사 발생 이후 처음으로 유족들이 공식적으로 정부에 '대화'를 요청했다. 유족 28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와 철저한 책임 규명, 피해자측이 참여하는 진상 규명 등을 요구했다. 

"이게 저희 아들 사망진단서입니다. 사망일시도 추정, 사망 장소도 추정. 어떤 순간에 죽음에 이르렀는지 누군가 도와주어 심폐소생술이라도 받았는지, 이송 도중 사망했는지라도 알아야하지 않겠습니까. 무능한 정부에 아들을 빼앗겼지만 엄마는 더이상 눈물만 흘리는 무능한 엄마가 되지 않겠습니다." (참사 희생자 고 이남훈씨 어머니)

[198일차] 11월 23일, 검찰이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취업 청탁 개입 의혹 수사를 위해 국토교통부, 한국복합물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같은 날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이날 정의당 이은주 원내대표에게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구형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던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날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199일차] 11월 24일,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가족 계좌 추적 영장을 법원에서 발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검찰에 소환됐다. 알펜시아 리조트 매각 입찰 방해 혐의에 대해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를 수사하던 춘천지검은 이날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넘겼다. 

[200일차] 11월 25일, 한국기자협회·방송기자연합회·한국영상기자협회·한국PD연합회·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전국언론노동조합 등 현직 언론인 6개 단체가 윤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면담 요청서를 통해 이들은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를 걱정하는 언론인들의 진심을 대통령에게 직접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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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정부에 묻는다, 전쟁 위기를 수습할 대책은 있는가?

[정욱식 칼럼] 2022년 가을 위기에 던지는 질문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겸 한겨레평화연구소장  |  기사입력 2022.11.29. 11:06:03  

 

올 가을 들어 한-미 동맹과 북한은 한반도 안팎에서 전시를 방불케 하는 무력시위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여러 사람들은 '이러다가 전쟁이 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남-북-미 당국은 힘만이 살길이라며 군사력과 사용 의지를 과시하고 있다.

이에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한-미가 "정상화"라는 이름 하에 강화하고 있는 연합훈련과 군비증강은 한반도의 안보를 '안정화'시키고 있는가? 과거에는 한-미 연합훈련 기간에 군사적 맞대응을 자제했던 북한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군사 행동에 나서고 있는 원인과 배경은 무엇인가?

올 가을 위기가 달라진 한-미 동맹과 북한을 보여준 것이라면, 한반도 주민은 상시적이고 일촉즉발 위기 속에서 살아야 하는가? 북한의 도발적인 언행은 스스로 표방해온 '인민대중제일주의'와 어울리는 짝인가? 그리고 최근의 북한의 행동이 그들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얼마나 효과적인가? 

남-북-미는 이 위기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의지와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가장 중요하게는 대결로 치닫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대화로 반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렇게 제기된 중요한 질문에 대하여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많은 찬반과 논쟁이 있다. 

2022년 가을 위기가 보여준 것은? 

가히 역대급 무력시위 공방전이었다. 올해 가을 한-미 동맹과 북한이 서로를 향해 벌인 군사훈련을 두고 하는 말이다. 9월 23일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이끄는 항모강습단의 부산 입항에서부터 11월 5일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이 끝날 때까지 43일간의 양측 무력시위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자제의 미덕이 실종되었다. 한-미 동맹과 북한은 한 치도 밀리지 않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군사적 대응과 맞대응을 반복했다.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한-미는 "국가애도기간"에도 불구하고 240여 대의 군용기를 동원해 비질런트 스톰을 강행했고, 북한은 애도 표시는 고사하고 수십·수백 발의 미사일과 포탄을 동해와 서해 공해상에 쏘아댔다. 

 

처음 벌어진 일들도 있었다. 북한은 9월 25일 새벽에 서북부 저수지 수중발사장에서 전술핵 탑재를 모의한 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을 진행했는데, 발사지가 바다가 아닌 저수지인 것은 처음이었다. 9월 30일부터는 한-미-일이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가상한 대잠수함 훈련에 돌입했는데, 동해상에서 한-미-일 군사훈련이 실시된 것도 처음이었다.

해상훈련을 마치고 귀항하던 미국의 항모강습단이 뱃머리를 돌려 동해로 재진입해 또다시 연합훈련에 나선 것도, 극심한 유류난에 시달려온 북한이 100대가 넘는 군용기를 동원해 공군훈련을 실시한 것도 처음이었다. 11월 초에 북한이 북방한계선(NLL) 이남 동해상의 공해로 미사일을 쏜 것도, 이에 대응해 남한 전투기들이 NLL 이북의 공해상으로 미사일을 쏜 것도 처음이었다.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은 북한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에 있다. 한-미, 혹은 한-미-일 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올 가을 이전까지는 중단 요구와 외교적 비난에 초점을 맞췄었다.

북한이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기간에 군사적 대응에 나선 것도 8월 17일에 평안남도 온천비행장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한 게 유일했다. 

특히 UFS의 본 연습이 진행된 8월 22일부터 9월 1일까지는 군사적 대응을 자제했었다. 하지만 9월 하순부터는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북한이 한-미의 군사 행동에 일일이 군사적 맞대응에 나선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달라진 북한의 행보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북한이 9월 8일 최고인민회의 법령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정책에 대하여'를 채택한 것이 '터닝 포인트'였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제가 일방적으로 핵위협을 가해오던 시대를 끝장냈다"며, 한-미의 군사 행동에 대해 맞대응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이는 "핵무력" 건설과 법령화를 통해 '힘의 균형'을 이뤄냈다는 자신감의 발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1월 1일 박정천 조선노동당 비서가 북한의 군사적 맞대응 의지를 "단지 위협성 경고로 받아들인다면 그것부터가 큰 실수로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한반도 전쟁과 민생 위기는 '뉴 노멀'? 

문제는 2022년 가을 위기가 끝이 아니라 시작일 수 있다는 데에 있다. 한-미 동맹과 북한의 입장을 살펴보면 이러한 우려가 결코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정은은 10월 초순에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면서 "핵전투무력을 백방으로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북한 외무성은 11월 4일에 "지속적인 도발에는 지속적인 대응이 뒤따르기 마련"이라며, 한-미의 군사 행동에 대해 "끝까지 초강력 대응으로 대답할 것임을 다시 한번 명백히 천명"했다. 

한-미 역시 '강 대 강'의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11월 3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안보협의회(SCM)를 개최하고 공동성명을 채택했는데, 여기에는 추가적인 상황 악화를 초래할 수 있는 우려스러운 내용들이 여러 가지 담겨 있다.

우선 "오스틴 장관은 미국이나 동맹국 및 우방국들에 대한 비전략핵(전술핵)을 포함한 어떠한 핵공격도 용납할 수 없으며, 이는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미국의 전략자산을 적시적이고 조율된 방식으로 한반도에 전개"하기로 했다. 

안 그래도 북한은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에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그런데 미국이 핵태세검토(NPR) 보고서 이어 SCM 공동성명에서도 북한의 핵사용시 "정권 종말"을 거론함으로써 북한의 반발 수위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한-미가 "북한의 핵사용 시나리오를 상정한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 Table Top Exercise)을 연례적으로 개최하기로" 한 것 역시 이러한 우려를 부채질한다. 확장억제의 핵심은 미국의 핵우산인데, 이 연습이 연례적으로 실시되면 북한은 "핵전쟁 훈련"이라고 더더욱 반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미는 또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여 한미억제전략위원회(DSC) 산하에 한-미 미사일대응 정책협의체(CMWG, Counter-Missile Working Group)를 신설하고, 한-미 미사일방어 공동연구 협의체(PAWG, Program Analysis Working Group for the ROK-U.S. Missile Defense)를 재가동"하기로 했다. 

이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 시 선제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킬 체인'과 MD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특히 한미는 "2023년에는 연합연습과 연계하여 대규모 연합야외기동훈련을 재개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 대목에서 한-미 동맹과 북한의 입장이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이 최근 군사 행동을 통해 한-미 동맹에 보낸 메시지는 '무력충돌 위험을 수반하는 군사적 긴장고조를 감수하든지, 연합훈련을 중단하든지 양자택일하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한-미의 대응은 더 강력한 군사 활동 계획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미가 군사 계획을 하나둘씩 행동으로 나선다면 북한도 행동으로 맞대응할 것이다. 한반도 위기가 일상화되고 이 과정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는 이러한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 특히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이 예정된 내년 3월에 한반도 위기가 최고조에 달할 우려가 크다. 

설상가상으로 대결을 말리고 대화를 주선하는 '갈등 중재자'마저도 부재한 현실이다.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던 1994년 전쟁 위기 때에는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중재자로 나선 바 있다. 

김정일 정권과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날카롭게 대립했던 2000년대 초반에는 한국의 김대중·노무현 정부 및 중국 정부가 위기관리 및 북-미 대화 중재에 힘썼다.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촉발된 남북한의 전쟁 위기 국면에선 미국이 한국을, 중국이 북한을 자제시키는 역할을 했었다.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 초까지 있었던 김정은과 트럼프의 벼랑 끝 대결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갈등 중재자로 나섰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한미일과 북중러가 서로 삿대질하기에 바쁘다. 

하여 남-북-미 정부에 거듭 묻지 않을 수 없다. 상대방을 악마화하고 군사력을 과시하는 것으로 과연 평화를 지킬 수 있는가? 혹시 전쟁을 막으려는 언행이 전쟁 위험을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상대방의 공격 징후가 포착되면 선제공격에 나설 수 있다고 하는데, 인간의 오판이나 기계의 오작동 가능성은 생각해봤는가? 북한은 한-미의 비핵 공격 시에도 전술핵을 쓸 수 있다고 하는데, 이게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는 알고 있는가? 

한-미는 북한이 전술핵을 써도 김정은 정권을 끝장낼 수 있는 "압도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겪게 될 한반도 주민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생각해봤는가? 전쟁 발발 시 무고한 사람들이 입게 될 가공할 피해는 누가, 어떻게 책임지고 보상해줄 수 있는가? 어떤 전쟁이나 가치의 승리도 한 사람의 생명보다 더 소중하거나 정당화될 수 없다.

▲북한군은 7일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 대응해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나흘간 대남 군사 작전을 진행했다면서 앞으로도 압도적인 실천적 군사 조치들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과연 모든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가? 

남-북-미 정부는 너나할 것 없이 비현실적인 가정과 극단적인 피해망상을 얼버무려 군사 행동을 합리화하려고 한다. 한-미는 북한의 핵공격에 대비해, 북한은 한-미 동맹의 북침에 대비해 '모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남-북-미가 동원하는 '모든 대책'은 막말 공방과 군사 행동에만 머물러 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면서 하는 언행이 만일의 사태를 초래할 위험성도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만들어진 모든 총과 진수된 모든 전함, 그리고 발사된 모든 로켓은 궁극적으로 굶주려도 먹지 못하고 헐벗어도 입지 못한 사람들로부터 빼앗은 것"이라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의 말을 되새길 때이다. 

국가안보를 이유로 벌이는 각종 군사 행동이 막대한 탄소를 배출해 지구 안보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는 현실을 자각할 때이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모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북핵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한 1990년대 초에 한-미 정부는 '모든 대책'에 한-미 연합훈련 중단도 포함시켰다. 노태우 대통령과 조지 H.W 부시 대통령이 '팀 스피릿' 훈련을 중단키로 하고, 이를 북한에 통보한 것이다. 그러자 북한도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합의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협정에 가입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하지만 1993년에 팀 스피릿이 재개되면서 이러한 성과는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과 2019년에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게 오늘날 한반도 위기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말았다. 

또 '연합훈련 타령이냐'고 반문할 수는 있다. 동시에 '연합훈련을 일시적으로 유예하면서 북한에 대화를 제의하는 것 이외에 어떤 대안이 있느냐'는 반론도 가능하다. '왜 모든 대책에 연합훈련 중단은 제외되어야 하는가'라는 항의도 가능하다. 그래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호소한다. 압도적인 우위에 있는 한-미가 내년 3월로 예정된 대규모 연합훈련 유예를 조속히 선언하면서 정세의 반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이다. 

기실 윤석열 정부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는 '유망한 요소'가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는 데에 있어서 단계적 접근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북한의 요구와 공통분모를 품고 있기에 대화와 협상이 재개되면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초가 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면, 한-미 연합훈련 유예를 출발점으로 삼는 것은 충분히 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닐까? 

북한 역시 막말과 군사적 위협 행동을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한-미의 대북정책에는 단계적 해법이 담겨 있는 만큼 대화와 협상 재개는 북한의 요구 사항을 하나둘씩 풀어가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최근에 딸을 공개한 김정은 위원장은 과연 자녀 세대에게 물려줄 것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자문해봐야 한다.

내년은 여러 모로 주목받는 해가 될 것이다. 우선 3월이면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를 선언해 북핵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지 30년째가 된다. 7월이면 정전협정 체결 70년이 되고 10월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70주년이다. 이렇듯 '꺾어지는 해'를 맞이해 한반도 위기도 꺾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과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이 같이 중단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기 위한 협상이 비핵화 협상과 함께, 혹은 먼저 시작되는 첫해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70살이 된 한-미 동맹이 이를 주도할 수 있는 노련미를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윤석열(왼쪽)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 이 글은 필자가 동아시아재단에서 발간하는 <동아시아 정책논쟁>에 기고한 것을 재단 측의 동의를 받아 게재한 것입니다. 원문과 영어 번역문은 동아시아재단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정욱식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군사·안보 전공으로 북한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999년 대학 졸업과 함께 '평화군축을 통해 한반도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평화네트워크를 만들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통일·외교·안보 분과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말과 칼>, <MD본색>, <핵의 세계사> 등이 있습니다. 2021년 현재 한겨레 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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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더탐사'에 "시민언론의 민낯...반지성 가려내야"

  • 기자명 박재령 기자 
  •  
  •  입력 2022.11.29 07:55
  •  
  •  댓글 7
 
 

화물연대 파업 이해관계자 수치 단순 인용하고 파업 폭력성 강조
더탐사 인터넷 생중계에 ‘금도 넘은 돈벌이’
이태원 참사 한달에 아침신문 “책임 질 사람 책임져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 5일 만에 정부가 협상에 나섰지만 결렬됐다. 합의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업무 복귀를 강제하는 ‘업무개시명령’을 시사했다. 아침신문은 1면에 “노사 법치주의”, “핀셋 업무개시”라고 호응한 신문과 “예정된 결렬”, “기울어진 법”이라며 정부 책임을 비판하는 신문으로 갈렸다. 다음은 각 1면 관련 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화물 파업 첫 교섭 ‘예정된 결렬’’

국민일보 ‘尹대통령, 오늘 ‘업무개시명령’ 심의 국무회의’

동아일보 ‘정부 오늘 ‘시멘트-레미콘 업무개시명령’ 꺼낸다’

서울신문 ‘“노사 법치주의 확실히 세워야”’

세계일보 ‘시멘트 등 ‘핀셋 업무개시’ 칼 뺀다’

조선일보 ‘업무개시 명령, 오늘 시멘트 운송부터 내릴 듯’

중앙일보 ‘업무개시명령, 시멘트 운송차부터 발동 유력’

한겨레 ‘대통령의 기울어진 ‘법대로’’

한국일보 ‘“양보 없다” 안전운임제 첫 협상 결렬’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를 열고 ‘벌크 시멘트 트레일러(BCT)’ 운송사업주와 운수종사자(차주)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방침이다. 업무개시명령 방침은 28일 오후 2시 국토부와 화물연대 첫 교섭을 3시간 30분 앞둔 시점에서 나왔는데 이를 두고 정부가 애초에 협상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교섭이 2시간도 안돼 결렬됐고 아침부터 정부, 여당이 일제히 강경 대응 기조를 선제적으로 공표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업무개시명령을 놓고 “이 조항은 헌법(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지며, 강제노역을 받지 않는다)과 충돌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운수노동자들이 개인사업자인 특수고용직이라 안전 및 처우개선 협상 대상으로 인정 못한다던 정부가 강제노동 카드를 꺼내든 것도 모순이다. 한마디로 노동자의 파업권은 물론 일하지 않을 자유 등 기본권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라고 했다.

▲ 29일자 아침신문 1면.
▲ 29일자 아침신문 1면.

경제 피해 전달한 신문들 자체 분석은 없었다

29일 아침신문은 파업의 경제적 피해를 강조하며 ‘617억’, ‘3000억’ 등의 숫자를 거론했다. 하지만 모두 파업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추정치를 그대로 받아 쓰는 수준에 그쳤다. 조선일보는 29일 3면에서 “하루 손실액이 617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며 레미콘업계 성명을 인용했다. 617억을 명시한 아침신문은 조선일보, 국민일보 등이었다.

▲ 29일자 서울신문 3면 기사.
▲ 29일자 서울신문 3면 기사.

서울신문은 3면에 ‘“하루 손실액 3000억”…초유의 업무개시명령, 시멘트부터 칼 뺀다’ 기사를 냈다. 3000억 원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추정치다. 서울신문은 “지난 6월 집단운송 거부 등 과거 사례를 볼 때 하루 약 3000억원의 손실이 전망된다. 정부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발언을 검증 없이 단순 인용했다.

중앙일보 역시 6면에 ‘시멘트업계 피해만 나흘간 464억…인천항 컨테이너 반출입 94% 급감’ 제목을 달았지만 기사 본문에는 한국시멘트협회의 추정치를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 조선일보 29일자 3면 기사.
▲ 조선일보 29일자 3면 기사.

파업의 폭력성을 강조한 보도도 눈에 띄었다. 조선일보는 3면 기사에서 “화물연대 조합원 3명이 운행 중인 비조합원 화물차량을 뒤쫓아가 갓길에 차를 세우게 한 뒤 차주의 멱살을 잡아 흔들며 욕설을 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3면 ‘계란, 물병, 쇠구슬…폭행당하는 비조합원들’ 기사에서 “화물연대 조합원들의폭령 행위는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파업이 장기화하면 조합원과 비조합원 충돌이 더욱 번질 수 있어 노노갈등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 29일자 한겨레 7면.
▲ 29일자 한겨레 7면.

한겨레는 화물연대가 요구를 낮춰도 국토부가 의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3면 기사에서 “화물연대는 기존 안전운임제 일몰 조항 폐지, 품목 7개로 확대 요구를 일부 수정할 수 있다고 제안했지만 국토교통부는 권한과 재량이 없다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대화 전부터 대통령이 엄단 선언, 이래서 파업 풀겠나’에서 “이날 협상에 나선 국토부 차관은 ‘화물연대 입장은 대통령실에 보고하겠으나, 이에 대한 국토부 권한과 재량은 없다’는 말을 반복하다가 교섭을 마치기도 전에 자리를 떴다고 한다”며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이래 안전운임제 추가 논의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더탐사 인터넷 생중계에 ‘금도 넘은 돈벌이’

지난 27일 유튜브 매체 ‘시민언론 더탐사’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집 앞에 찾아와 인터넷 생중계를 했다. 이를 두고 한 장관이 ‘더불어민주당과 협업한 정치 깡패’라고 비판하자 정치권 공방이 일어났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이런 식으로 거칠게 말을 내뱉고 사안의 성격을 과장하고 확대하려는 것은 결코 장관답지 않은 자세”라고 했다.

▲ 29일자 한겨레 10면.
▲ 29일자 한겨레 10면.

 

29일 아침신문은 더탐사의 인터넷 생중계를 금도 넘은 ‘돈벌이’로 규정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취재 빙자해 선동, 돈벌이 노리는 ‘더탐사’류 유튜브’에서 “시위가 격해질 때마다 시청자들의 후원금인 ‘슈퍼챗’은 쌓여 갔다. 자칭 “시민의 편에서 진실만을 향해 나아가는 시민언론”의 민낯”이라며 “문제는 이 같은 반지성을 가려내야 할 정치권조차 유사 언론과 적극 손잡는다는 데에 있다. 기자 출신인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더탐사’를 정쟁에 적극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이 과정에서 한 장관이 거주하는 층과 자택 위치가 그대로 노출됐다”며 “당사자의 동의 없이 주거지를 특정할 수 있는 방송을 내보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상민 장관 거취와 국정조사 연계하는 국힘에 “무책임”

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벌어진 지 한 달을 맞았다. 29일 아침신문은 참사에 대해 책임과 진상규명이 없었다며 시민들이 답답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등이 사설을 통해 참사 후의 정부 대응을 짚었다.

29일 아침신문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감싸는 듯한 태도의 여권을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사설 ‘이상민 장관 거취와 국정조사 연계시켜선 안 된다’에서 “여권의 국정조사 보이콧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이 장관 경질 요구를 ‘정쟁거리를 만드는 무리한 요구’라고 했지만 오히려 국민의힘이 무리한 주장으로 국정조사를 정쟁화하고 무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이 장관 경질이 결코 무리한 요구라고 할 수 없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만의 요구도 아니다. 이 장관은 재난안전 관리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의 총괄 책임자인데도 참사 당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고 여러 차례 책임 회피성 발언과 태도로 공분을 샀다. 법적 책임과는 별개로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고 진작 물러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내각은 물론 대통령실에서도 참사 대응 책임을 진다며 물러난 사람이 없다”고 했고 서울신문 역시 사설에서 “참사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될수록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는 길은 멀어진다.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와 국정조사가 속도를 내야 하는 이유”라며 “행안부 등 이른바 ‘윗선’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수사 한 달이 돼 가는 만큼 특수본은 중간수사 결과라도 내놓기 바란다”고 했다.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는 이날 이태원 참사 관련 사설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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