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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에 분노한 농민들, 서울 도심서 ‘2차 퇴진 총궐기’

전국농민총연맹 농민들과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전국농민대회·윤석열 정권 2차 퇴진 총궐기 집회를 갖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1.20 ⓒ뉴스1

전국의 농민들이 20일 서울 도심으로 상경해 윤석열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 기록적인 쌀값 폭락으로 농민들의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이에 역행하는 정책만 내놓는 탓이다. 농민들은 “윤석열 정권이 그대로 정권을 잡고 있는 한 농산물 가격 보장과 농민 생존권 실현은 불가능하다”며 “농업파괴, 농민말살 윤석열 정권은 퇴진하라”고 외쳤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 8개 농민단체가 모인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농민의길)’과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는 이날 서울 숭례문 앞에서 전국농민대회 및 2차 퇴진 총궐기를 열었다. 집회장 곳곳에는 한국 농업의 죽음을 상징하는 근조 리본과 상여가 등장했고,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풍자한 허수아비 모형도 등장해 큰 환호를 받았다.

1차 퇴진 총궐기 때와 달리, 이날 경찰은 완전진압복이 아닌 일반 복장을 착용했다. 다만, 대거 배치된 경력이 집회 장소를 겹겹이 에워싸며 집회 참석자들과 시민들을 차단하는 모습은 여전했다. 시민들은 발길을 멈추고 먼발치에서 지켜보거나 사진을 찍었다. 인도 한켠에 설치된 윤석열 정권 퇴진 찬반투표 부스에서 투표에 참여하려는 시민도 여럿 눈에 띄었다.

9년 전에도 외쳤던 ‘쌀값 보장’, ‘농민생존권’, ‘정권 퇴진’

“박근혜보다 더한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 농민 지워버리려 해”

 

20일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서 열린 '농업파괴 농민말살 윤석열 퇴진 전국농민대회 및 2차 퇴진 총궐기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쌀값 보장’과 ‘농민 생존권’,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외침은 9년 전 이맘때 민중총궐기에 참석했다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쓰러진 백남기 농민이 외쳤던 요구기도 하다.

하원오 농민의길 상임대표(전농 의장)는 “백남기 농민이 떠나고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린 지 어느덧 8년이 다 되어간다”며 “그동안 세상은 얼마나 달라졌나. 여전히 매년 들어오는 40만 8,700톤의 수입 쌀이 우리 쌀값을 파탄 내고 있다. 물가를 핑계로 남발되는 무관세·저관세 수입 농산물이 우리의 생산 기반을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 대표는 “다시 돌아온 수구정권, 아니 박근혜보다 더한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 정권을 잡고 농업·농촌·농민을 완전히 지워버리려고 하고 있다. 백남기 농민이 바라던 그 세상, 목숨을 걸고서라도 쟁취하고자 했던 그 세상은 여전히 멀기만 하다”며 “오히려 당장 내년의 농사를, 내일의 삶을 장담할 수 없는 엄혹한 위기가 오늘의 현실이다. 쌀값 폭락에, 수입 남발에, 기후 재난에, 쎄가 빠지게 농사를 지어봤자 빈털터리가 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고 전했다.

하 대표는 “쌀 수입 저지하고, 밥 한 공기 쌀값 300원을 반드시 쟁취하자”며 “그리고 이 모든 문제의 원흉인 농업파괴 농민말살 윤석열 정권을 우리의 손으로 끌어내리자. 그렇게 백남기 농민이 바라 마지않던 그 세상, 농민 해방 세상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자”고 힘줘 말했다.

쌀값은 25년 전 가격으로 떨어지고,

기후위기 피해 막심한데도 대책 없는 정부

 

20일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서 열린 '농업파괴 농민말살 윤석열 퇴진 전국농민대회 및 2차 퇴진 총궐기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1.20. ⓒ뉴시스

 

20일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서 열린 '농업파괴 농민말살 윤석열 퇴진 전국농민대회 및 2차 퇴진 총궐기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2024.11.20. ⓒ뉴시스

 

올해는 유독 농민들에게 가혹한 한 해였다. 집중호우와 벼멸구 창궐 등 사실상 1년 내내 이어진 기후위기 피해와 생산비 상승으로 쌀 생산량이 줄었지만, 쌀값은 더 떨어졌다. 정부 스스로 약속한 ‘쌀 한 가마(80kg) 기준 20만원’도 요원한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산지 쌀값은 25년 전 가격인 18만 2,900원으로, 보름 전보다도 15.9%나 떨어졌다. 오히려 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쌀값은 더 떨어지고 있다고 농민의길은 지적했다.

농사를 지을수록 빚만 늘어나는 현실에 전국 곳곳에서 논을 갈아엎는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농민들이 요구하는 ‘밥 한 공기 쌀값 300원’은 농민들이 쌀 생산비를 보전하고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금액이다.

농민들은 쌀값 하락의 원인으로 수입쌀을 꼽는다. 임만수 전국쌀생산자협회 전북본부장은 “쌀 소비량이 줄어들어 쌀값이 떨어졌다고 하는데, 2018년에 비해 2024년 쌀 소비량은 30만톤밖에 줄지 않았다. 그런데 이 시기 생산량 역시 80~90만톤 줄었다. 쌀이 남아도는 이유는 간단하다. 수입쌀이 우리 쌀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라며 “올해 6월 말 재고량이 40만톤이라고 했는데, 딱 그만큼의 양이 수입되고 있다. 쌀 수입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임 본부장은 “그런데 윤 대통령은 어떻게 하고 있나. 쌀이 공급 과잉이라며 벼 재배 면적을 줄이라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직불금도 줄이겠다고 한다”며 “쌀 공급 과잉 문제는 수입쌀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데, 농민을 때려잡는 방식으로 해결하겠다는 윤석열 정권을 그냥 둬야겠나. 퇴진이 아니라 끌어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20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전국농민대회·윤석열 정권 2차 퇴진 총궐기 집회에 참석한 농민들이 벼를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1.20 ⓒ뉴스1

 

제주에서 콩 농사를 짓고 있는 한경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부회장은 농가 곳곳이 기후위기로 피해가 심각한데도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 부회장은 “11월 중순에도 푸른 콩잎이 낙엽 지지 않아 언제 수확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또 다른 이웃은 잦은 비와 고온으로 콩들이 검게 썩어들어가고, 바람에 쓰러진 콩은 콩깍지 속에서 싹을 틔우고 있어 갈아엎고 있다”며 “상황이 이런데,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굶어 죽어야 하나”라고 절규했다.

한 부회장은 “콩작물 하나뿐이겠나. 생육이 멈춰버린 양파, 폭우로 물에 잠긴 농작물, 폭염에 폐사한 가축들, 병충해로 흉작 된 쌀농사, 어느 하나 할 것 없이 모든 농산물 전 품목이 피해를 입고 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 이제 윤석열 정부가 잘못했다고 반성해도 이미 늦었다. 윤석열 정권을 끌어내려야 다시 시작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1차 퇴진 총궐기를 열었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이날 농민들과 함께 정권 퇴진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취임하지도 않은 미국 대통령이랑 골프치겠다고 연습하는 그 정성의 반의반만이라도 농민에게 쏟았으면 우리가 오늘 이렇게 아스팔트 농사를 짓지 않았을 것이다. 무슨 짓을 해도 감싸주고 덮어주는 아내를 사랑하는 그 마음의 반의반만이라도 노동자 서민을 생각했다면 이 나라가 이 꼴이 되진 않았을 것”이라며 “노동자들은 전태일 열사 정신으로, 윤석열 정권에 희생된 양회동 열사의 뜻을 받들기 위해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에 나서겠다. 농민들은 전봉준 장군 정신으로, 백남기 농민의 뜻을 잇기 위해 윤석열 정권 퇴진 투쟁에 나서자. 12월 7일 다시 한번 민중의 항쟁을 만들어 내자”고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인근까지 행진하는 것으로 이날 집회를 마무리했다.

농민의 길과 윤석열정권 퇴진 운동본부 단체원들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서 '농업파괴 농민말살 윤석열 퇴진 전국농민대회·2차 퇴진 총궐기'를 하고 있다. 2024.11.20.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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