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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복귀 시점 없고 차번호 틀린 업무개시명령서…법정 다툼 불가피

복귀 시점 다른 업무개시명령서 2장 받고 황당...업무개시 여부 판단은 무슨 기준으로?

홍민철 기자 plusjr0512@vop.co.kr

윤석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졸속 발동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업무복귀 시점이 적히지 않은 명령서를 받은 사례가 있는가 하면, 대상 차주와 차번이 다른 경우도 있었다.


업무개시명령서 2장이…차주와 차번 다른 명령서도


화물연대 조합원 김모씨는 업무개시명령서 두 장을 받았다. 한 장은 국토교통부에서, 다른 한 장은 거래하는 운송사에서 각각 발송한 등기우편이었다. 먼저 온 것은 운송사에서 발송한 명령서였다. 지난달 30일 받았다. 운송사에서 보낸 명령서에는 업무복귀 시점이 ‘11월 30일 24:00까지’라고 적혀 있었다.

하루 뒤인 지난 1일, 명령서가 또 왔다. 발송자는 국토교통부였다. 국토부 명령서 업무복귀 시점란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대신, 문서 한 귀퉁이에 ‘송달일 다음날 24시까지’라고 삐뚤빼뚤하게 적혔다. 국토부에서 발송한 명령서에 따르면 김씨 업무복귀 시점은 ‘12월 2일 24:00’가 될 터였다. 김씨는 두 장의 명령서를 받아들고 황당했다.

‘언제 복귀해야 하는 것일까’

김모씨에게 송달된 2장의 업무 명령서. 좌측이 국토교통부 발송, 우측이 운송업체 발송 명령서다. ⓒ제공 : 화물연대

두 장의 명령서는 ‘1차, 2차’의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두 장 모두 효력을 갖는다고 보면 김씨는 ‘11월 30일 24:00 복귀’ 명령을 1차로 어기고, ‘12월 2일 24:00 복귀’ 2차 명령을 어긴 셈이다. 가중 처벌 될 수 있다. 1차 명령을 어기면 면허정지 30일 행정제재 대상이지만, 2차로 어기면 면허취소 대상자다. 명령서 두 장이 근소한 차이로 송달된 것을 보면 애초 1, 2차 명령을 동시에 내렸을 가능성도 있다.

명령서에 기재된 차주와 차번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가 확인됐다. 충북 지역에서 시멘트 운송을 하는 이승진(가명)씨 차량 번호는 ‘충북99바 0000’이지만 명령서에는 ‘충북99가 0000’으로 적혔다. 정부가 엉뚱한 차량에 업무복귀 명령을 내린 꼴이다.

조연민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명령서에서 가장 중요한 ‘개시 대상, 시점’을 빈 칸으로 두고 일관된 원칙 없이 각자 수기로 작성하니 발생하는 일”이라며 “명령이 얼마나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무개시 여부 판단은 무슨 기준으로 해야 하나


명령 준수 혹은 위반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지도 논란거리다. 정부는 자의적 기준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현장조사를 통해 운송사에 8일치 배차 내역을 수집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명령 준수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민중의소리 취재 결과, 정부가 작성 중인 ‘현장조사서’에는 화물연대 파업 전 8일 치 배차내역을 기재하게 돼 있다. 파악을 위해 국토부 검사공무원은 운송사업자에게 11월 둘째주 월요일부터 8영업일 기준 배차 내역을 요청했다. 제출받은 배차 내역을 기준으로 평시 운송 물량을 확정하고, 업무개시명령 이후 평시 물량 준수 여부를 판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달 30일 오후, A사 회의실에서 국토교통부 검사공무원(가운데), 제천시청 공무원(왼쪽), 사복 경찰관(오른쪽)이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문제는 ‘8일 배차 내역’이 판단 기준으로 합당하냐는 점이다. 운송업 전문가들은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입을 모았다. 노동시간과 장소가 일정한 여타 직종과 달리 운송업은 그 편차가 매우 크다는 점을 감안해야한다는 설명이다. 충북 제천의 운송사 임원은 “시멘트사 발주가 많았던 올해 중순에는 한 달 100대 이상 기사들과 거래했다. 하지만 최근엔 40대 정도만 거래했는데, 그럼 평시는 70대인 거냐 아니면 40대인 거냐”라고 했다. 최근 두 달여 간 배차를 받지 못한 기사들이 있고, 반대로 배차가 늘어난 기사들이 있는데, 업무개시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냐는 물음이다.

조연민 변호사는 “정부가 송달한 업무개시명령서에는 복귀 시점만 적혀 있을 뿐, 복귀 여부 판단 기준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이 없다”며 “처벌 기준으로 삼겠다면 적어도 명령서에 기입했어야 한다. 사전 고지 없이 정부가 자의적으로 세운 기준이 효력을 가질 거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애림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은 “8일이 아니라 30일이라고 해도 공정한 기준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화주가 물량을 내려야만 일을 할 수 있는 게 물류 노동자들인데 ‘일이 없어 배송을 못했다’고 하면 어떻게 처벌할 수 있겠냐는 뜻이다. 윤 책임연구원은 “하다못해 ‘배가 아파 일을 못했다’고 하면,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 어떻게 검증할 수 있겠나. 업무개시명령 사건이 법원으로 가면 판사도 황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역시 이런 사정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법적 효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지만, 압박을 위한 ‘정치적 메시지’에 가깝다는 것이다. 윤애림 책임연구원은 “국토부에 명령 위반 여부 확인, 적발 및 처벌 의지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화물연대 파업에 동참하는 비조합원들을 압박하는 효과를 얻고 ‘화물연대에 밀리지 않았다’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률은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떤 것인지 명확해야 한다”며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이행해야 하는 것인지 법적 기준이 없다. 명백한 명확성원칙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정유, 철강 등 추가 피해가 우려되는 업종은 즉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시멘트 운송종사자 명령에서 발생한 혼란이 정유·철강 등 다른 물류 분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12.04. ⓒ제공 :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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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이태원... 살아남은 1990년대생들은 두렵습니다

11월 14일 오후 이태원압사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해밀톤 호텔 일대 골목의 통제가 풀려 추모의 글과 꽃이 놓여 있고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 이희훈

 

2010년대에는 비애였고 2020년대는 혐오인가

이제 이 시대는 우리에게 무슨 고통을 새길 것인가 1)

'안전'하신가요? 안녕이란 말 대신, 안전을 묻는 말로 인사를 건넵니다. 저는 아직 학기 중이어서, 하필 대학생에게 가장 바쁜 달이어서 단순하고 반듯한 일상을 '강제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실 마음은 버석거리고 머릿속은 복잡한 날들을 보내면서요.

제가 다니는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역엔 매일 아침 좁은 통로에 사람들이 몰리곤 합니다. 아무렇지 않게 이용하던 지하철인데, 문득 생과 사를 가르는 최전선처럼 느껴집니다. 에스컬레이터를 빽빽하게 채운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그 거리'에 얼마나 많은 비명과 황망한 죽음이 있었는지 떠올릴 수밖에 없었어요.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한 이태원 참사를 마음이 닿지 않는 곳에 숨긴 채 새 달을 맞이할 수 없어서 평소와 달리 반대 노선에 몸을 실었습니다.

이태원역 인근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향냄새를 맡다가 기시감에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컨트롤타워 부재와 초기 대응 미흡, 뒤늦은 재발 방지대책, 희생자와 유가족을 향한 조롱... 아프지 않으면 청춘이 아닌 것처럼, 마치 참사를 겪지 않으면 성장하지 못할 것처럼 우리는 참사들을 겪었습니다.

"팽목항에서 사고가 났는데, 모두 구조됐대. 참 다행이지"라던 사회 선생님의 말씀이 두어 시간 만에 "배 안에 사람들이 여전히 있는데, 물이 차오르는데도 아직 못 나오고 있대"로 바뀌었던 열일곱의 그 날이 머릿속에서 재생됐습니다. 선생님은 그 일이 마치 당신의 오보로 벌어진 것처럼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습니다.

"다들 한 명이라도 구하려 애썼어"라는 말... 그리고 어른들

 

윤석열 대통령이 11월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에 국무위원들과 방문해 헌화하고 있다. 한덕수 총리, 박진 외교부장관, 권영세 통일부장관 등 국무위원들이 헌화하고 있다.

ⓒ 이희훈

 

'너의 마지막 발자취를 보러왔어'

'이제 진짜 갈게 미안하고 사랑해'

'많이 오래 기도할게'

제 소중한 친구 '양'도 그날 그곳에 있었습니다. 참혹한 상황을 지켜본 동료 시민들의 회복을 빌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마음을 추스를 새도 없이 주 7일을 일하는 '양'을 떠올리며 너무 지질하게 사는 것 같아서 눈두덩이에 손바닥을 가만히 대고 있었습니다. 눈물을 지문으로 멎게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뜬 눈으로 밤새 서빙하고 월 80만 원이란 월세에 젊음을 바치는 '양'. 일터에서 인수인계를 해줬던 선임 언니가 구급차에 실리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 4시간 동안 누빈 이태원 거리, 사이렌 소리를 들으며 팔 걷고 심폐소생술(CPR)을 하며 뱉은 호흡과 어떻게든 질서를 만들려는 외침.

"역에서 직장까지 불과 5분 거리인데, 개찰구부터 꽉 막혀서 40분이 걸렸어. 갑자기 사이렌 소리가 귀가 터질 듯 계속 울리길래 옥상에서 그 도로를 내려다봤어. 사람들 표정이 다 보였어. 애원하고 혼절한 사람들의 그 표정이. 직원의 손을 잡고 누워 있는 사람들에게 덮인 모포를 걷어내면서 일일이 얼굴을 확인했어. 그날은 정말 모두의 심장 소리가 요동치는 듯했어. 내가 봤던 그곳에선 다들 한 명이라도 구하려고 애썼어."

촛불의 나날을 보낸 사람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는 점을 밝힙니다. 10대부터 들은 몸서리치는 속보들에 날카로워진 시선과 아직도 싸우고 있다는 한탄이 글자가 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태원 합동분향소는 정부가 정한 애도 기간이 끝나기 무섭게 정리됐습니다. 저는 그곳에 다시 가서 마이크를 잡았어요. 대형 인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깨져서 더는 입 닫고 애도할 수 없었습니다. 마이크를 꼭 쥐고 말을 이어가는 중에 살아있는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모습을 보며 속이 울렁거렸습니다.

한 사람은 하나의 세계라는데, 책임지겠다는 어른은 대체 어디 있죠? 윤석열 대통령,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책임은 사라지고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금은 추궁이 아니라 추모의 시간'이라고 말했습니다. 검은 리본에 '근조'를 지우고 책임자 없는 사고라고 주장합니다. 교육부장관이 전국의 교육청에 노란 리본을 달지 말라는 공문을 보냈고, 끝가지 노란 리본을 달지 않은 한 대통령이 겹칩니다. "여기서 이렇게 많이 죽었단 말이야?"라는 말과 "구명조끼를 입었다는데 그렇게 발견하기 힘듭니까?"라는 말이 겹칩니다.

'일탈하다 변을 당한 애들' '흥청망청 유희를 즐기러 갔다가 죽은 애들'이라는 비난도 귀에 박힙니다. 국가가 우리를 지켜주지 못할 때마다 느끼는 이 공포는 왜 공유되지 못하는 걸까요? 간명한 애도는 새로운 정부에서도 반복되고 산 사람들의 이해관계로 간신히 아문 딱지는 자꾸 벗겨집니다.

살아남은 1990년대생을 수치로 셈하는 일... 그만하고 싶다

이미 죽은 사람을 한 번 더 죽이는 곳이 바로 이곳이며, 언제 겪을지 모를 죽음을 각오하는 것이 우리입니다. 살아남은 1990년대생을 수치로 셈하는 일을 그만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탄핵으로 대통령을 바꾸고도 여전히 불안전한 국정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잃은 것이 많은 밀레니얼에게 과연 미래는 있습니까? 이곳에서 우리는 무사히 30대 생일을 축하할 수 있을까요?

어떤 대통령이 집권하든 '양'과 저는 할 일이 태산 같았습니다. 언젠가 '양'은 일하는 곳이 너무 많아서 한 손으로 셀 수 없다고, 20시간을 일한 날엔 이러다가 죽겠다고도 말했습니다. 하지만 양은 마음을 추스를 틈도 없이 생계를 위해 다시 그 거리로 나가야 합니다.

저는 304명과 158명의 죽음을 몸소 겪은 사람처럼 겁에 질린 채, 책임 공방과 경솔한 발언 사이에서 우리가 잃은 것을 곱씹고 있습니다. '양'이 보낸 시간 일부를 소개함으로써 국가에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 "이 참사는 왜 미리 막을 수 없었나요?"라는 의문은 돌연한 죽음을 어떻게 피할 수 있는지에 관한 물음이며, 삶을 갈망하는 이의 태도 보다는 가까운 죽음을 의식해온 이의 반응에 가깝습니다.

2022년의 지금, 저는 지금보다 더 나쁜 버전의 미래를 상상합니다. 하지만 저는 다시는 이런 고통이 반복되지 않게 어른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일선 경찰관과 소방관, 구조대원, 생존자와 목격자, 동료 시민들과 함께요.

훗날 10월 29일에 슬퍼지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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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심경과 요구사항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던 중 오열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그들을 평생 곁에 둬야 할 존재들처럼 여기며, '양'을 비롯한 소중한 사람들의 미래를 지키고 싶습니다. 안타깝게 희생된 분들을 끝까지 수호하면서요. 먼 미래에 친구가 될지도 모를 청년들이 새로운 시대를 아픔 없이 맞이하고 싶다고, 포기하지 말아달라 당부하는 듯해서 마음이 저리면서도 그 실낱같고 연약한 약속에 관해 생각하기를 멈추지 못합니다. 언젠가 '양'이 쓴 글에 기대어 서로를 혐오하게 만드는 시대에 맞설 힘을 내어봅니다.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에 대해 수도 없이 많은 고민을 거듭해왔으나 여전히 명확한 답을 얻지 못했다. 그럼에도 꾸준히 어딘가로 나아가고 있다. (중략) 겨울의 한추위에는 주변 사람들과 체온을 나누며 살아가는 것. 그렇게 부여된 생을 또 다른 생에 떨어뜨리며 사는 것이 전부일지도."

훗날 10월 29일에 슬퍼지더라도 눈물을 숨기지 말자고 힘주어 말하고 싶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일들이 많지만, 무책임하게 슬픔을 다루지 않으려는 용기는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낼 수 있다고 믿으면서요. 우리가 함께 만드는 용기로 다음을 살게 되는 사람들은 덜 외로울 겁니다. 꼭 그런 마음으로 편지를 끝맺습니다.

1) 최승자 시 '세기말' 중 "칠십년대는 공포였고 팔십년대는 치욕이었다. 이제 이 세기말은 내게 무슨 낙인을 찍어줄 것인가"를 변형시킨 내용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신유진 님은 가까운 미래에 초등학생을 만날 예비교사입니다. 이 글은 참여연대 소식지 <월간참여사회> 2022년 12월호에 실립니다. 참여연대 회원가입 02-723-4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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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태원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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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공공임대주택 예산 삭감, 신자유주의로 내달리는 尹정부

[시민건강논평] 주거 공공성과 건강 불평등

시민건강연구소  |  기사입력 2022.12.05. 07:33:46

 

어느덧 12월이 됐다. 하지만 한 해를 차분히 돌아볼 마음의 여유를 갖기 힘든 시국이다. 사회 곳곳에서 동료 시민의 연대를 요청하는 절박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30일부터 국회 앞에서는 무분별한 손해배상청구권 남용을 막기 위한 노동조합법 개정(일명 '노란봉투법')을 촉구하는 노동자들의 무기한 단식 농성이 이어지는 중이다.

 

2014년 쌍용차 파업 이후 여태껏 노란봉투법이 제정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그만큼 노동자에게 억압적인 정치 구조가 변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역대 정부 모두 예외는 아니나, 특히 이번 정부는 더욱 노골적으로 노동자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정부가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아 촉발된 화물연대 총파업 투쟁에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며 '귀족노조' 딱지를 붙이는 등 반감을 조장하는 행태를 서슴지 않고 있다.(☞ 관련 기사 : <경향신문> 12월 2일 자 '주유소 '품절' 안내문에 '화물연대 파업 탓' 쓰라는 정부') 

 

노동조합을 '악마화'하고 노동자들 사이를 '갈라치기'하는 전략이야 보수 정치세력이 구사해 온 전형적 수법으로 새삼스럽지 않다. 다만 화물차 안전운임제나 공공기관 필수 안전인력 증원과 같이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라는 사회적 요구를 외면함으로써 스스로 통치의 안정성을 약화시키고 있는 점은 특징적이다.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열망이 높아졌음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 같다. 

 

대통령의 낮은 국정운영 지지율은 다음 선거의 패배 가능성을 알리는 위험 신호다. 따라서 부정적 여론이 높은 정책기조는 수정하고 사회통합적 정책행보에 힘을 싣는 것이 정치적 합리성에 부합하는 대응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비판 여론이 만만치 않은 종부세·법인세 인하와 공공기관 민영화 정책 등을 철회할 생각이 없는 듯 보인다.

 

왜 그럴까? 정치공학적으로 볼 때 정치진영의 대결 구도 속에서 보수 지지층을 확고히 다지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아니면 보다 상위의 정치적 합리성에 충실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긴축, 규제완화, 민영화는 대표적인 신자유주의 정책들이다. 그리고 신자유주의는 경제성장 패러다임과 함께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규범적 헤게모니로 작동하고 있다. 

 

즉, 이러한 신자유주의 정책들이 경제성장 담론에 친화적인 지지 세력의 확산과 재집권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는 판단이 국정운영의 바탕에 암묵적 전제로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사회구성원 다수가 그 방향이 옳다고 믿는 한 실제 정책성과 여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나름의 통치 합리성이 있는 것이다. 문제의 원인을 대통령 개인의 도덕성과 자질 부족에서 찾는 접근을 지양해야 될 이유다. 

 

 

 

지난주 논평에서도 언급했듯이, 신자유주의 통치전략의 핵심은 국가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데 있다. 공공성 약화와 불평등 심화는 이 전략의 결과이자 목표다. 지금 정부는 에너지, 교통, 교육, 보건의료 등 공공성이 큰 분야에서 영리화·상업화를 과감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공공병원 인력감축을 비롯해 서둘러 추진 중인 디지털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과 개인건강정보를 활용한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 등도 이러한 '신자유주의화'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많은 이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졌고, 지금의 경제위기는 이들을 더욱 빈곤으로 내몰고 있다.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재정지원정책이 필요한 상황에서 오히려 정부는 재정역량을 위축시키는 부자감세를 추진하고 있다. 불평등 심화가 그 자체로 목표인 것처럼 말이다. 신자유주의는 '기득권층의 특권 복원을 위한 정치적 기획'이라는 데이비드 하비의 말이 절실하게 와닿는 형국이다. 

 

그렇다. 신자유주의에 경도될수록 정부는 주류 기득권층에 유리한 정책에 더 큰 힘을 쏟게 된다. 그만큼 사회경제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정책은 뒷전에 밀려난다. 내년 정부예산안을 보자. 정부는 공공형 노인일자리 예산과 청년 지원 예산을 대폭 깎았다. 그리고 그동안 꾸준히 늘어왔던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전년 대비 5조 7000억 원이나 삭감하였다.(☞ 관련 기사 : <연합뉴스> 9월 7일 자 '[팩트체크] 내년 공공임대주택 공급물량 줄지 않는다?')

 

공공분양주택을 늘릴 계획이라지만 이는 주택구매 여력이 있는 이들을 위한 정책일 뿐이다. 공공임대주택은 공공병원과 마찬가지로 주거의 공공성을 담보하는 '바로미터'다. 2020년 기준으로 일명 지·옥·고(지하·옥탑방·고시원)에 거주하는 가구는 약 83만 가구나 된다. 여기에 비닐하우스, 쪽방 등을 포함하면 주거빈곤가구 수가 200만을 넘는다는 통계 결과도 있다.(☞ 관련 기사 : <경향신문> 2019년 10월 14일 자 '30년 신기루, 공공임대주택') 

 

반면 저렴한 임대료로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진짜'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턱없이 모자란 현실이다. 공공임대주택의 절대적 물량을 늘려야 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과제다. 이는 단지 주거취약계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공공주택 비율이 높아질수록 민간 주택시장의 임대료가 어느 정도 통제되는 긍정적 외부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일이기도 하다. 

 

주거권 보장은 건강권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열악한 주거환경과 불안정성이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또 과도한 주거비 부담은 식비, 교육비, 의료비 등 필수 지출을 줄이게끔 만듦으로써 간접적으로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즉, 공공임대주택은 건강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도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주택은 자산증식의 주요 수단이자 자신의 계급을 나타내는 상징자본으로 인식되어 왔다. 주택정책도 건설업계의 이익창출을 위한 산업정책으로서 성격이 강했다. 반면 주거권과 주거의 공공성 담론은 극히 미약한 실정으로, 공공임대주택은 늘 주요 의제에서 소외되어 왔다. 국가 부담을 하나라도 더 줄이려고 하는 지금 정부에서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삭감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나 국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지난 11월 24일 국토교통위원회는 정부가 삭감한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전액 복구하는 안을 의결했다. 약 50여 개의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하고 있는 '내놔라 공공임대 농성단'이 오늘로 벌써 50일째 국회 앞 천막농성과 시위를 이어온 결과다. 공공임대주택 문제로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오랜 시간 힘을 합하여 싸운 최초의 사례다. 

 

예산증액은 정부 동의가 필요한 사항이라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사실 여기까지 온 것도 기적에 가깝다. 농성 기획 단계에서 이러한 제도적 한계를 몰랐을 리 없다. 그럼에도 그저 앉아서 지켜만 볼 수 없다는 마음에, 조금이나마 사회적 이슈로 만들어보자는 바람에서 시작된 운동이 소중한 변화를 만들어 냈다. 

 

국회 예산안 심의는 법정 시한을 넘겨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예산안을 둘러싼 정치적 행위자들 간의 역동적 상호작용을 통해 얼마든지 결과는 바뀔 수 있다. 불리한 제도적 제약을 뚫고 공공임대주택 예산 증액을 관철하기 위해서는 더 큰 사회적 여론을 만들어 국회를 압박해야 한다. 주변 사람에게 이 문제를 알리고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직접 농성장에 지지 방문을 가는 것도 사회권력의 실체를 드러내는 중요한 실천이 될 것이다.

 

우리는 '각자도생주의'가 팽배한 현실에서 누군가의 보금자리를 마련해주기 위해 분투하는 동료 시민들의 모습에서 희망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우리 역시 각자 자리에서 눈앞에 보이는 구체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뭐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좋겠다. 이것은 이런 식으로 통치당하지 않으려는 의지의 표명이자, 우리 자신을 절망으로부터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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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 엄정대응한다는 정부, 국제사회 지적엔?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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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2/12/05 10:39
  • 수정일
    2022/12/05 10:3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노지민 기자 
  •  
  •  입력 2022.12.05 07:46
  •  
  •  댓글 1
 
 

정부, 화물연대 파업 ‘불법’ 규정 잇따라…일부 신문은 ‘파업 동력 약화’ 강조
윤석열 대통령실 ‘가짜뉴스’ 대응 주장하며 조직개편 검토, 언론관 논란 지속

 

화물연대 파업에 엄정대응을 강조해온 정부가 ‘운송방해행위’에 대한 불이익을 강화하는 법령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제노동기구(ILO)는 화물연대본부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의 요청을 받아 한국 정부 당국에 개입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주재한 관계장관회의에서 시멘트 분야에 이어 정유·철강 분야에도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총파업을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규정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회의 결과와 관련해 “가용 경찰력을 최대한 동원, 24시간 총력 대응체계를 구축하여 불법행위를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운송방해행위에 대해 종사자격을 취소하고 재취득을 제한하는 법령 개정을 추진한다고도 밝혔다.

경향신문은 1면 기사에서 “정부의 이 같은 강경일변도 대응은 운송노동자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데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등 법개정 사안은 국회 과반을 점한 야당의 문턱을 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관련한 3면 기사에서는 “대통령실은 1970년대 거대 노조와 대립했던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사례를 거론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노조 문제를 확실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라며 “30%대 초반 국정 지지율이 고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수층 결집을 위해 더 강경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는 지적”을 전했다.

▲12월5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12월5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조선일보, 동아일보는 화물연대 총파업 등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국토교통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문자로 명령서를 보낸 화물기사 중 66%, 전화통화까지 연결된 기사 중 95%가 파업을 풀고 운전대를 다시 잡겠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국토교통부는 2500여 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고 그 중 455명에게는 등기, 264명에게 문자 후 전화를 걸었다. 이 신문은 전화를 받은 185명 중 175명이 복귀하겠다고 밝혔다는 점을 들어 ‘문자 받은 기사의 66%가 복귀하겠다고 밝혔다’는 제목을 썼다.

동아일보는 “6일 예고된 전국 동시 총파업·총력투쟁대회의 파급력도 당초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며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한 채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지만 상황이 장기화하면 내부 결집력이 더 약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시멘트 분야 수송량도 점차 늘고 있다고 했다. 반면 중앙일보, 세계일보는 정유, 철강, 석유화학 등 업계에서 피해가 확산 중이라는 데 방점을 둬 보도했다.

▲12월5일 조선일보 기사
▲12월5일 조선일보 기사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한 정부 대응에 대해서는 국제사회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제노동기구는 지난 2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민주노총이 제기한 문제와 관련해 즉시 정부당국에 개입했다”며 “관련 협약에 나오는 결사의 자유 기준과 감시감독기구 입장을 (한국 정부에) 상기시켰다”고 했다. 정부는 국제노동기구 서한을 ‘외교문서’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한겨레는 “국제노동기구는 사안이 심각하고 긴급한 경우, 사무총장 직권으로 협약 내용과 해당 정부에 대한 기존 권고 등을 바탕으로 정보 및 의견 제출을 요청하는 ‘개입’을 한다”며 “특히 이번 국제노동기구 개입은 지난해 정부가 결사의 자유 협약(제87·98호), 강제노동 협약(제29호)을 비준해 올해 4월 발효된 뒤 이뤄졌다는 점에서 과거 개입보다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또다른 기사에서 화물연대를 법적 노조로 보지 않는 정부에 대해 “‘불법 딱지’ 붙이기를 중단하고 사회적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노동계 지적을 다뤘다. 화물연대는 산별노조(공공운수서비스노조)에 조합원들이 직접 가입한 형태이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노조를 결성해 단체행동을 할 수 있는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이어져왔다는 것이다. 국제노동기구 산하 ‘결사의 자유 위원회’(CFA)가 “대형차 화물 노동자 등 ‘자영업’ 근로자를 포함한 모든 사용자”가 노조 가입 및 결사의 자유를 향유할 수 있도록 하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했지만, 관련법을 손보지 않았다는 비판도 전했다.
▲12월5일 한겨레 기사
▲12월5일 한겨레 기사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일에 이어 5일 총파업 관련 현장조사를 시도한다. 서울신문은 “공정위는 화물연대가 소속 사업자에게 파업 동참을 강요해 운송을 방해한 것이 일종의 ‘파업 담합’이라는 것”이라며 “화물연대 측은 ‘노조를 사업자단체로 볼 수 없고, 화물연대 조합원은 모두 개인 차주로 사업자가 아니므로 부당한 공동행위 등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며 공정위의 현장조사를 계속 거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짜뉴스’ 대응 강화한다는 대통령실

대통령실이 이른바 ‘가짜뉴스’ 대응에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추가 조직 개편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동아일보는 “대통령실은 2일 천효정 부대변인을 홍보수석실 산하 뉴미디어비서관실 행정관으로 발령했다. 같은 홍보수석실 산하에 있는 뉴미디어비서관실과 대변인실에 소속된 20대, 30대 행정관 맞트레이드 형식의 일부 인사이동도 이뤄졌다”며 “이는 언론 보도에 대한 대응만큼이나 인터넷상 가짜뉴스에 대한 신속한 조치도 중요하다는 판단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국민일보는 전날 온라인 기사에서 관련 사안을 보도한 바 있다.

▲12월5일 동아일보 기사
▲12월5일 동아일보 기사

“가짜뉴스” 대응을 강조하는 대통령실이지만 정작 앞서 불거진 언론관 논란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은 뉴욕 순방 당시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문제삼아 최근 동남아시아 해외순방 때 MBC 취재진을 대통령 전용기에 태우지 않았고, 이에 대한 MBC 취재기자의 질문 태도를 이유로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이라 표현)도 중단한 상태다. 김윤덕 조선일보 주말뉴스부장은 칼럼에서 공영언론이 문재인 정부에 우호적이었다며 “윤석열 대통령으로서는 현재 자신을 둘러싼 미디어 환경이 몹시 섭섭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도 “권력 감시가 본분인 언론은 태생적으로 권력과 갈등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사회학자 오찬호씨는 경향신문 기고에서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은 건,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은 특징만이 있을 뿐이지 권위주의 타파를 보증하지 않는다. 도어스테핑을 하는 정치인의 특징은, 도어스테핑을 하는 거”라며 “(윤 대통령은) 전 정부와 비교하라고 으름장만 놓았지, 무엇이 특별한지는 증명하지 못한다. 특정 언론을 고립시키고 노동조합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도록 ‘악의적인’ 프레임만 남발한다”고 했다.

 노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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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체스터의 법칙 넘어서는 불벼락 협공 전법

[개벽예감 518] 란체스터의 법칙 넘어서는 불벼락 협공 전법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2/12/05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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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지대공 사격훈련과 항공공격 종합훈련

2. 조선인민군 공군사에서 거대한 의의를 갖는 사변

3. 땅속에서 하늘로 솟구쳐 오른 500대의 작전기

4. 하늘의 육탄결사대로 준비된 전투비행사 2,000명

5. 란체스터의 법칙 넘어서는 불벼락 협공 전법 

 

1. 지대공 사격훈련과 항공공격 종합훈련

 

2022년 10월 10일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중요한 소식을 반복적으로 보도하였다. 보도에 의하면, 2022년 10월 8일 조선인민군 공군은 “사상 처음으로 150여 대의 각종 전투기들을 동시 출격시킨 대규모 항공공격 종합훈련을 진행”했는데 “훈련에서는 공군 사단, 련대별 전투비행사들의 지상목표타격과 공중전 수행 능력을 높이는 데 목적을 두었으며, 신형 공중무기체계들의 시험발사를 통하여 신뢰성을 검증하였다”라고 한다. 그날 시험발사에서 신뢰성을 검증받은 신형 공중무기체계는 전투비행사들이 2022년 10월 6일 공대지 사격훈련에서 사용한 “중거리 공중 대 지상 유도폭탄 및 순항미싸일”을 의미한다. 이 보도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실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1) 2022년 10월 8일 조선인민군 항공공격 종합훈련에 동시 출격한 각종 전투기 150대는 남측에서 말하는 전투기가 아니다. 남측에서 전투기라고 부르는 기종을 북측에서는 추격습격기라고 부른다. 공중전에 사용되는 추격 작전 능력과 지상습격전에 사용되는 습격 작전 능력을 합친 기종이므로, 추격습격기라고 부르는 것이다. 2020년 4월 12일 조선의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총비서가 시찰한 서부지구 비행련대에서 공중전투훈련이 진행된 소식을 전했는데, 그 연대가 추격습격기를 운용하는 비행련대였다.  

 

북측에서 사용하는 전투기라는 포괄적 개념은 추격습격기, 폭격기, 훈련기를 모두 아우르는데, 남측에서는 그런 기종들을 아우르는 포괄적 개념이 정립되지 않아서 항공기, 공군기, 작전기 등으로 산만하게 지칭한다. 나는 작전기라는 개념이 적합하다고 보고, 이 글에서 작전기라는 용어를 쓴다.   

 

위와 같은 맥락을 이해하면, 2022년 10월 8일 조선인민군 항공공격 종합훈련에 각종 전투기 150대가 동시에 출격했다는 보도 내용은 추격습격기와 전술폭격기를 비롯한 작전기 150대가 동시에 출격했다는 것으로 읽어야 뜻이 통한다. 그날 동시 출격한 작전기 150대 중에서 추격습격기와 전술폭격기가 각각 몇 대씩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조선인민군 공군이 보유한 기종 중에서 추격습격기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날 항공공격 종합훈련에 추격습격기가 가장 많이 참가한 것이 분명하다.    

 

미국 안보연구기관 ‘글로벌 씨큐리티(Global Security)'가 2015년에 펴낸 자료에 의하면, 조선인민군 공군은 추격습격기 525대, 전술폭격기 80대를 보유했다고 한다. 이런 비율을 적용하면, 그날 항공공격 종합훈련에 추격습격기 130여 대와 전술폭격기 20여 대가 동시에 출격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2)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조선인민군 작전기들은 2022년 10월 6일 공대지 사격훈련에서 “신형 공중 대 지상 유도폭탄”을 사용하였다고 한다. 북측에서 말하는 공중 대 지상 유도폭탄은 남측에서 말하는 정밀유도폭탄과 동일한 개념이다.

 

2014년 9월 24일 <조선일보> 보도에 의하면, 조선은 로씨야의 글로나쓰(GLONASS) 위성항법 체계로 유도되는 신형 정밀유도폭탄을 개발하여 2014년 이전 몇 해 전부터 시험 투하를 해온다고 했었는데, 당시 시험 투하에 사용된 신형 정밀유도폭탄은 사거리가 짧은 단거리 정밀유도폭탄이었다. 

 

그런데 2022년 10월 6일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이 공대지 사격훈련에서 사용한 신형 정밀유도폭탄은 단거리 정밀유도폭탄이 아니라, 중거리 정밀유도폭탄이다. 중거리 정밀유도폭탄은 사거리가 100~150km에 이르고, 타격정밀도가 3~5m에 이르는 폭탄을 말한다. 그러므로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이 2022년 10월 6일 공대지 사격훈련에서 사용한 신형 중거리 정밀유도폭탄은 사거리가 100~150km에 이르고, 타격정밀도가 3~5m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신형 중거리 정밀유도폭탄은 추격습격기에 탑재되어 공중에서 발사된다.

 

만일 황해북도 곡산군에 있는 곡산비행장을 이륙한 조선인민군 추격습격기 편대가 신형 중거리 정밀유도폭탄을 발사하면, 그 폭탄은 서울 중심부까지 날아간다. 실제로 2022년 10월 6일 조선인민군 추격습격기 편대들은 황해북도 곡산군에 있는 곡산비행장을 이륙하여 황해북도 황주군에 있는 황주비행장까지 횡단비행을 하면서 공대지 사격훈련을 진행했는데, 이런 정황은 조선인민군 추격습격기 편대들이 신형 중거리 정밀유도폭탄을 서울에 조준하고 공대지 사격훈련을 진행하였다는 것을 말해준다.

 

2022년 11월 24일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대남담화에서 “그래도 문재인이 앉아 해먹을 때에는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은 아니었다”라고 했는데, 이것은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이후 조선인민군 추격습격기 편대가 신형 중거리 정밀유도폭탄을 서울에 조준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지금 조선인민군이 조준하고 있는 과녁은 서울시민들이 아니다.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부부장이 2022년 8월 19일 대남담화에서 지적한 것처럼 “그 인간 자체가 싫은” 윤석열 대통령이 과녁이다. 한미련합군이 북의 최고지도부를 제거하려는 대북 참수 작전을 연습한 것에 상응한 보복으로 조선인민군은 윤석열 대통령을 제거하려는 대남 참수 작전을 연습한 것이다. 

 

3)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조선인민군 작전기들은 2022년 10월 6일 공대지 사격훈련에서 신형 중거리 정밀유도폭탄 이외에 신형 중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도 사용했다고 한다. 이제껏 조선인민군은 두 종의 신형 장거리 지대지 순항미사일을 보유했다는 사실과 그것을 시험발사하는 현장을 언론보도를 통해 몇 차례 공개하였으나, 신형 중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을 보유하였다는 사실은 공개하지 않았다. 조선인민군이 신형 중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을 보유했다는 사실은 2022년 10월 6일의 공대지 사격훈련 소식을 전한 10월 10일 언론보도를 통해 외부에 처음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사거리가 500~800km에 이르는 순항미사일을 중거리 순항미사일로 분류하므로, 2022년 10월 6일 공대지 사격훈련에서 사용된 신형 중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은 사거리가 500~800km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인민군이 보유한 신형 장거리 지대지 순항미사일 두 종은 미일동맹군 미사일 방어망을 뚫고 들어가 적진을 날려 보낼 수 있는 정밀타격무기들이고, 조선인민군이 이번에 처음으로 보유 사실을 공개한 신형 중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은 한미련합군 미사일 방어망을 뚫고 들어가 적진을 날려 보낼 수 있는 정밀타격무기다. 

 

조선인민군이 보유한 신형 중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 중에는 고폭탄두를 장착한 것도 있고, 저위력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것도 있다. 고폭탄두가 장착된 신형 중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은 추격습격기에서 발사하는 것이고, 저위력 전술핵탄두가 장착된 신형 중거리 공대지 전술미사일은 전술폭격기에서 발사하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2022년 10월 6일 공대지 사격훈련에서 전술폭격기 편대들이 황해북도 곡산-황주 횡단선을 따라 비행하면서 고폭탄두가 장착된 신형 중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훈련도 진행했고, 모의전술핵탄두가 장착된 신형 중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훈련도 진행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조선인민군 추격습격기들과 전술폭격기들은 2022년 10월 6일 공대지 사격훈련에서 “각종 근접 습격 및 폭격 비행 임무를 수행”하였다고 한다. 근접 습격 비행훈련은 추격습격기 편대들이 수행한 것이고, 폭격 비행훈련은 전술폭격기 편대들이 수행한 것이다. 근접 습격 비행훈련은 추격습격기 편대들이 무전파 초저공 비행으로 한미련합군 반항공망을 뚫고 들어가 전후좌우 사면팔방에서 적진을 타격하는 공습작전을 훈련한 것이고, 폭격 비행훈련은 전술폭격기 편대들이 무전파 초저공 비행으로 한미련합군 반항공망을 뚫고 들어가 전후좌우 사면팔방에서 적진을 타격하는 공습작전을 훈련한 것이다.  

 

위에 열거한 사실들을 종합하면, 조선인민군 공군은 2022년 10월 6일과 10월 8일에 각각 진행된 공대지 사격훈련과 항공공격 종합훈련에서 150대로 편성된 추격습격기 편대들과 전술폭격기 편대들을 동시에 출격시켜 신형 정밀유도폭탄 발사훈련, 신형 중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 발사훈련, 근접 습격 비행훈련, 폭격 비행훈련을 연속적으로 진행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조선인민군이 한미련합군을 압도하는 항공 작전 능력을 가졌다는 것을 실증한 군사훈련이었다. 

 

조선인민군 공군이 작전기 150대를 참가시킨 항공공격 종합훈련을 진행했다는 소식에 접한 한국 공군 참모차장 출신 퇴역 장성은 2022년 10월 10일 <중앙일보> 취재기자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공군의 경우 공역 부족이나 관제의 어려움 등을 고려해 동시 체공 항공기 대수를 제한하는 게 상식”인데, 조선인민군 공군이 작전기 150대를 동시에 출격시킨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조선인민군 작전기 150대가 동시 출격한 사실만 알고 있었으므로, 이례적이라고 평가했지만, 동시 출격한 작전기 150대가 곡산-황주 횡단선을 따라 비행하면서 신형 정밀유도폭탄 발사훈련, 신형 중거리 공대지 순항미사일 발사훈련, 근접 습격 비행훈련, 폭격 비행훈련을 연속적으로 실시하였다는 사실도 알았다면, 아마 놀라움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2. 조선인민군 공군사에서 거대한 의의를 갖는 사변

 

조선인민군 작전기 150대가 동시 출격한 10월 8일 항공공격 종합훈련이 실시된 날로부터 한 달이 지난 2022년 11월 4일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10월 8일 항공공격 종합훈련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매우 엄청난 비행총출동작전이 실시된 것이다. 우선 범주가 서로 달랐다. 10월 8일 항공공격 종합훈련은 훈련 범주에 속하고, 11월 4일 비행총출동작전은 작전범주에 속한다. 조선에서 11월 4일 비행총출동을 훈련 범주가 아닌 작전 범주에 넣은 까닭은, 비행총출동이 실전과 유사한 군사행동이었기 때문이다.

 

11월 4일 비행총출동작전에 관한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은 2022년 12월 1일 조선의 언론보도를 통해 외부에 알려졌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2022년 11월 4일 “3시간 47분에 걸쳐 각종 전투기 500대를 동원한 공군 비행대의 총전투출동작전에 5개 사단 20여 개 련대 안의 비행사 705명이 직접 참가하였다”라고 한다. 항공 무력에 관한 상식을 아는 사람은 각종 작전기 500대와 전투비행사 705명이 참가한 비행총출동작전이 3시간 47분 동안 진행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경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각종 작전기 150대가 동시 출격한 항공공격 종합훈련도 놀라운 일이었는데, 각종 작전기 500대가 참가한 비행총출동작전은 얼마나 더 놀라운 사변인가. 

 

2022년 12월 1일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김정은 총비서는 11월 4일 비행총출동작전에 참가한 공군 지휘관들과 전투비행사들을 항공절을 맞은 11월 29일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본부 청사로 불러 치하, 격려하였다고 한다. 2022년 10월 9일 김정은 총비서는 항공공격 종합훈련에 참가한 전투비행사들을 당중앙위원회 본부 청사로 불러 그들의 “혁혁한 군공을 높이 평가”하고 그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11월 29일에는 비행총출동작전에 참가한 공군 지휘관들과 전투비행사들을 당중앙위원회 본부 청사로 불러 최상의 배려를 안겨주었다. 

 

1) 2022년 11월 29일 조선에서 항공절을 맞은 조선인민군 공군 전체 장병들에게 보내는 김정은 총비서의 축하문이 비행총출동작전에 참가한 공군 지휘관들과 전투비행사들의 축하모임에 전달되었다. 

 

2) 김정은 총비서는 비행총출동작전에 참가한 공군 지휘관들과 전투비행사들의 군사칭호를 한 등급 올려주고, 장령 예복을 수여했다.

 

3) 비행총출동작전에 참가한 공군 지휘관들과 전투비행사들에게 훈장과 메달이 수여되었다. 비행총출동작전을 준비하고 시행한 김광혁 공군 사령관에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웅칭호와 함께 금별메달 및 국기훈장 제1급이 수여되었다. 공화국 영웅 칭호는 공화국을 위해 자기 목숨을 바친 사람 또는 공화국을 위해 매우 특출한 공을 세운 사람에게 수여되는 최고 영예다.  

 

4) 비행총출동작전에 참가한 공군 지휘관들과 전투비행사들은 11월 28일과 29일 평양에서 성대하게 진행된 항공절 기념행사에 전원 초대되었다. 

 

이처럼 김정은 총비서가 비행총출동작전에 참가한 공군 지휘관들과 전투비행사들에게 최상의 배려를 안겨준 것을 보면, 비행총출동작전이 조선인민군 공군사에서 거대한 의의를 갖는 사변이었음을 알 수 있다. 

 

 

3. 땅속에서 하늘로 솟구쳐 오른 500대의 작전기   

 

우리나라 공역은 다른 나라 공역에 비해 매우 협소하다. 그리고 어느 나라에서나 공군의 지상관제 능력은 일정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런 까닭에 작전기를 100대 이상 동시에 출격시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조선인민군은 각종 전투기 500대와 전투비행사 705명이 참가한 비행총출동작전을 실시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보이는 일을 어떻게 성사시킬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선진적인 항공 무력을 보유했다는 군사 강국의 내부사정을 들여다보면, 작전기들 가운데 약 3분의 1은 항상 정비와 수리를 받고 있으므로 실제로 동원할 수 있는 작전기는 약 3분의 2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내부사정을 감안하면, 조선인민군 공군이 11월 4일 비행총출동작전에 각종 작전기 500대를 동원한 것은 그들이 각종 작전기를 800대 이상 보유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선인민군 공군이 보유한 작전기는 모두 몇 대인가?

 

<월간조선> 2007년 7월호에 흥미로운 대담기사가 실렸다. 조선인민군 공군 제2사단 공병부대에서 1988년부터 군사복무를 하다가 1999년에 대위로 제대한 후 2006년에 탈북입남한 탈북자가 취재기자와 이야기를 나눈 대담기사다. 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에 탈북자가 알았던 오래된 정보들이지만, 그가 취재기자에게 전한 말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공군이 항공 작전에 즉시 출동할 수 있도록 대기시킨 작전기는 약 900대라고 한다. 

 

2021년 6월 2일 <데일리 NK> 보도에 의하면, 조선인민군 공군이 보유한 각종 작전기들은 “새것과 다름없이 관리, 유지, 수리된 상태”이므로 즉시 출동할 수 있다고 한다. 

 

위에 열거한 두 가지 사실을 보면, 2022년 11월 4일 조선인민군 공군사령부는 새것과 다름없이 관리, 유지, 수리되어 즉시 출동 대기상태에 있는 각종 작전기 약 900대 중에서 833대를 비행총출동작전에 참가시켰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2022년 11월 4일 비행총출동작전에 참가한 각종 작전기 500대는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것일까? 땅속에서 하늘로 솟구쳤다는 것이 정답이다. 각종 작전기 500대가 각지의 항공 갱도 기지들에서 밖으로 쏟아져 나와 이륙하였으므로 땅속에서 하늘로 솟구쳤다고 말할 수 있다.  

 

위에서 인용한 <월간조선> 2007년 7월호 대담기사에 의하면, 조선인민군 공군이 운용하는 모든 추격습격기, 전술폭격기, 훈련기, 수송기는 길이가 300~400m에 이르고, 공기 순환이 잘되도록 쌍굴식으로 각지에 건설된 수많은 항공 갱도 기지들 안에 들어있다고 한다. 또한 조선인민군 항공 갱도 기지는 1개 비행련대에 배속된 각종 작전기들과 전투원 1,000명이 전부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크고, 넓고, 견고하다고 한다. 그리고 항공 갱도 기지 안쪽에는 비행련대 전투원들이 생활할 수 있는 지하 거주 시설까지 마련되었다고 한다. 또한 조선인민군 공군이 사용하는 모든 비행장에는 길이가 300m에 이르는, 항공폭탄을 적재해놓은 폭탄 저장 갱도가 추가로 건설되었다고 한다. 

 

4. 하늘의 육탄결사대로 준비된 전투비행사 2,000명

 

조선인민군 공군이 각종 작전기 1,151대를 운용하려면, 전투비행사가 1,500명 이상 필요한데, 위에 인용한 <월간조선> 2007년 7월호 대담기사에 의하면, 조선인민군에 배속된 전투비행사는 약 2,000명이라고 한다. 위에 인용한 <월간조선> 2007년 7월호 대담기사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더 알아낼 수 있다. 

 

1) 조선인민군 공군은 5개 사단으로 편성되었다. 1개 사단에 배속된 전투원은 약 10,000명이다. 

 

2) 조선인민군 공군 1개 사단은 6개 비행련대, 3개 반항공미사일련대, 2개 반항공탐지기련대로 편성되었다. 

 

3) 조선인민군 공군의 기본전투단위는 연대다. 일반적으로 1개 비행련대가 1개 비행장을 사용한다.

 

4) 조선인민군 공군 1개 비행련대에 배속된 전투원은 약 1,000명이다.

 

5) 조선인민군 공군 1개 비행련대에 배속된 전투비행사는 약 70명이다. 

 

만일 조선인민군 공군 지휘관들과 전투비행사들이 평소에 정치학습과 실전훈련을 열심히 하지 않아서 실력을 갖지 못했으면, 경이로운 비행총출동작전을 수행할 수 없었을 것이다. 경이로운 비행총출동작전은 그들이 평소에 정치학습과 실전훈련을 얼마나 열심히 해왔는지를 말해준다.  

 

2015년 1월 23일, 2015년 7월 30일, 2016년 12월 20일 김정은 총비서의 직접적인 지도 밑에 각각 진행된 세 차례의 전투비행훈련에 관한 조선의 언론보도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미리 지정된 항로를 따라 정확한 시각에 가상목표들에 대한 탐색과 타격을 짧은 시간 안에 연속적으로 진행하였다.

 

2) 적기를 격추하기 위한 자유공중전투를 진행하였다. 북측에서는 근접공중전을 자유공중전투라고 한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자유공중전투훈련에 참가한 전투비행사들은 “습격 비행, 초저공 비행, 특수 기교 비행을 비롯한 여러 가지 공중 전투 비행동작들을 능숙히 수행하면서 평시에 련마한 자기들의 비행술을 남김없이 과시하였다”라고 한다.

 

3) 야간습격전투비행훈련을 진행하였다. 

 

2020년 11월 13일 <자유아시아방송> 보도에 의하면, 조선인민군 공군은 지휘관들과 전투비행사들을 위한 재교육을 공군강습소에서 1~2개월 과정으로 실시했는데, 재교육 1회당 공군 지휘관과 전투비행사가 100명 이상씩 계속 참가했다고 한다. 

 

2022년 10월 11일 <자유아시아방송> 보도에 의하면, 2022년 10월 8일 항공공격 종합훈련에 참가한 전투비행사 150명은 9월 초부터 각자 자기 부대에서 합숙생활을 하면서 1개월 동안 집중훈련을 받았는데, 공군사령부 지휘관들이 각 부대들에 내려가 보름 넘게 그들의 훈련을 지도했다고 한다. 

 

이처럼 조선인민군 공군 지휘관들과 전투비행사들은 평소에 강도 높은 교육과 훈련을 받았으므로 경이로운 비행총출동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강도 높은 사상교육과 실전훈련을 연마한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 2,000명은 “김정은 총비서와 당중앙위원회를 결사옹위하는 하늘의 육탄결사대로 준비되었다”고 한다.

 

5. 란체스터의 법칙 넘어서는 불벼락 협공 전법 

 

우리나라 전도를 펴놓고 보면, 동서 횡단 공역 중에서 폭이 가장 넓은 공역은 백령도 서쪽 앞바다 영공에서 강원도 속초 동쪽 앞바다 영공까지 폭이 약 400km에 이르는 공역이다. 이런 지리적 환경은 우리나라 공역이 다른 나라 공역에 비해 협소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조선인민군 공군은 그처럼 협소한 공역에 작전기를 500대나 출격시켰다. 비유로 말하면, 이것은 승용차 50대를 비좁은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속도를 내며 운행하는 것과 유사한 형국이다. 작전기 500대가 다섯 열로 정렬하여 비행한다고 가정해도, 폭이 가장 넓은 공역에서 4km 간격을 두고 5렬 횡대로 비행해야 한다. 

 

하지만 전시에 조선인민군 전투비행사들이 4km 간격을 두고 5렬 횡대로 비행하는 일자진(一字陣) 전법을 사용하면, 제1렬 뒤쪽에 있는 4개 대렬은 제1렬이 앞을 가로막는 바람에 전방을 타격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조선인민군의 작전기 500대 총출동작전은 5렬 횡대로 비행하는 일자진 전법을 연습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 분명하다. 조선인민군의 작전기 500대 총출동작전이 일자진 전법을 연습한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북쪽, 동쪽, 서쪽 3개 방면에서 한미련합군을 공격하는 전법을 연습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3개 방면에서 집중 타격을 가하는 전법의 위력은 20세기 초 영국 항공공학자 프레드릭 란체스터(Frederick W. Lanchester)가 이론화한 란체스터의 법칙(Lanchester's Law)에 의해 논증되었다. 란체스터의 법칙에 의하면, 공격력은 화력 차이의 제곱에 비례한다. 아군기 3대와 적기 1대가 공중전을 벌이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그런 교전 상황이 벌어지면, 화력 격차는 3대 1이 아니라 9대 1로 벌어진다. 왜냐하면, 적기 1대는 아군기 3대를 향해 각각 기관총을 한 차례씩 모두 세 차례밖에 쏠 수 없지만, 아군기 3대는 적기 1대를 향해 기관총을 세 차례씩 모두 아홉 차례 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목되는 것은, 란체스터의 법칙이 공중전 상황에 국한되는 것이고, 조선인민군은 공중전에 국한되는 전법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조선인민군의 실전연습은 전략군이 정면에서 불벼락을 치는 사이에 공군이 좌우 익측에서 불벼락을 치는 동시 협공 전법에 집중되었다. 지금 조선인민군은 전략군, 공군, 육군, 해군, 특수작전군의 상호 협동 작전을 연습하고 있는데, 이것은 전후좌우 사면팔방에서 동시에 불벼락을 치는 압도적인 협공 전법을 연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서,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변칙비행 미사일과 초대형 조종방사포를 기습 발사하여 한미련합군을 정면 타격으로 제압하는 사이에 조선인민군 공군 작전기 500대가 동서로 나뉘어 벌떼처럼 고속으로 남하하면서 한미련합군을 좌우 익측 타격으로 제압하는 것이 바로 불벼락 협공 전법이다. 조선인민군이 불벼락 협공 전법을 사용하면, 정면과 좌우익측을 동시에 타격하는 엄청난 화력을 한미련합군에 집중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조선인민군의 불벼락 협공 전법에 대응해야 할 한국 공군은 어떤 지경에 있나? 한국 공군 작전기는 400여 대밖에 되지 않고, 그나마 40년 넘은 노후기종으로 분류되는 3분의 1은 부품공급마저 중단되는 바람에 ‘부품 돌려막기’로 연명하고 있어서 실전에서 사용하기 힘들다. 그래서 한국 공군은 최근에 미국산 F-35A 스텔스 전투기 40대를 수입했고, 앞으로 20대를 더 수입하려고 하지만, 그렇게 해도 작전기 100대가 부족하다. 이런 상황은 한국군의 운명이 F-35A 스텔스 전투기 40대에 달려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전시에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변칙비행 미사일과 초대형 조종방사포를 정면에서 기습 발사하고, 조선인민군 공군 작전기 500대가 좌우 익측에서 벌떼처럼 남하하면서 집중 타격을 퍼붓는 불벼락 협공 전법을 사용하면, 한국군의 운명이 걸려있는 F-35A 스텔스 전투기 40대는 이륙시간을 놓치고 활주로와 격납고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사정이 이처럼 심각한 데도 미그-21 전투기와 F-35A 스텔스 전투기의 성능을 평면적으로 비교하면서, F-35A 스텔스 전투기가 압도적으로 우세한 성능을 가졌기 때문에 한미련합군이 조선인민군을 제압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전쟁의 승패가 투철한 사상 정신과 영활한 전법에 의해 결정된다는 동서고금의 진리를 모르는 무지몽매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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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강자’ 없는 카타르 월드컵…아시아, 아프리카 강세

16강 진출국 유럽 8, 아시아 3, 아프리카·남미 2, 북중미 1

유럽 러시아 대회보다 2개국 줄어…아시아는 역대 최다

▲ 3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16강 진출에 성공한 대한민국 대표팀이 기념촬영을 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 대진이 확정된 가운데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3일 A조부터 H조까지 32개국의 조별리그가 모두 마무리되면서 토너먼트에 나설 16개 국이 모두 가려졌다.

16강에 오른 국가 중 유럽이 8개 국으로 가장 많았고 아시아가 3개국, 남미와 아프리카가 각각 2개국, 북중미가 1개국이었다.

유럽에서는 네덜란드와 잉글랜드, 폴란드, 프랑스, 스페인, 크로아티아, 스위스 포르투갈이 16강에 진출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원국인 호주가 16강에 올랐고, 남미축구연맹(CONMEBOL)에서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아프리카축구연맹(CAF)에서는 세네갈과 모로코가 각각 16강에 진출했으며, 북중미축구연맹(CONCACAF)에서는 유일하게 미국이 16강행을 확정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본선에 오른 13개 유럽 국가 중 8개 국이 16강에 올랐다.

지난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 10개 유럽국가가 16강에 오른 것과 비교하면 2개국이 줄어들었다.

반면 이번 월드컵에서는 역대 대회 사상 가장 많은 AFC 회원인 6개국이 본선에 진출했고 그 중 한국과 일본, 호주가 16강행에 성공했다. 

AFC 소속 3개국이 16강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역대 월드컵에서 아시아 국가가 16강에 오른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공동 개최한 한국과 일본,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에서도 역시 한국과 일본이 16강 무대에 오른 게 전부였다.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과 일본에 호주가 추가됐다.

 

▲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 대진이 확정됐다. (사진=연합뉴스)

 

16강전은 4일 0시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네덜란드와 미국의 경기를 시작으로 아르헨티나-호주(4일 오전 4시), 프랑스-폴란드(5일 0시), 잉글랜드-세네갈(5일 오전 4시), 일본-크로아티아(6일 0시)전이 이어진다. 

H조 2위로 16강에 진출한 한국은 6일 오전 4시에 도하의 스타디움 974에서 FIFA 랭킹 1위이자 이번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 브라질과 격돌하며 이후 모로코-스페인(7일 0시), 포르투갈-스위스(7일 오전 4시)전이 펼쳐진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1994년 미국 월드컵 이후 28년 만에 3전 전승으로 16강에 오른 팀이 단 한 팀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절대 강자’가 없는 만큼 16강전에서도 또다른 이변이 연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경기신문 = 정민수 기자 ]

[출처] 경기신문 (https://www.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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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면 나눌수록 커져요”..촛불대행진을 따뜻하게 만드는 사람들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2/12/03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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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들이 촛불다방에 차를 마시고 있다.  © 김영란 기자

 

“촛불에서 나눔을 하시는 분이 저희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께서 자발적으로 나눔을 하는데 그 누구도 힘든 내색이 없이 다 너무 즐겁고 너무 희망차신 것 같아요. 국민 속에서 함께하니까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기쁘고 하나라도 더 같이 나누고 싶어요.”

 

구산하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아래 민족위) 실천위원장의 말이다.

 

‘퇴진이 평화’ 버튼과 손선전물을 매주 나누는 민족위의 구산하 실장은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계시는 국민과 함께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와 통일을 만들고 싶어 ‘퇴진이 평화다’라는 버튼을 나눠드리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구산하 민족위 실장은 “국민이 버튼을 너무 좋아하세요. 주변에도 나누겠다며 여러 개 가져가신 분들도 있고요. 지난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 때에는 지역에서 오신 분들이 지역에도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세요”라며 국민의 반응을 전했다. 

 

인터뷰를 하는 중에 한 분은 ‘퇴진이 평화’ 버튼을 가방에 달아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

 

 ©김영란 기자

  

 ©김영란 기자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이 열릴 때마다 다양한 단체와 사람들이 핫팩, ‘퇴진이 평화’, 대추생강차, 커피, 깔개 등을 국민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그리고 서예가 이상필·구자춘·이석인 씨는 국민이 원하는 좋은 글귀를 직접 적어서 주는 ‘붓글 동행’으로 촛불대행진에 함께하고 있다. 지난 11월 26일 16차 촛불대행진부터 시작한 붓글씨 동행에 수백 명의 국민이 참여할 정도로 큰 호응을 받았다.

 

마침 ‘윤석열은 꺼져라’라는 글귀를 요청해 받은 국민은 “너무 기분 좋다. 힘이 난다”라며 말한 뒤에 17차 촛불대행진에서 이 선전물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또 다른 국민은 ‘국민은 이긴다, 촛불은 이긴다’라는 글귀가 쓰인 선전물을 들고 촛불대행진에 참여했다. 

 

▲ ‘붓글 동행’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 ‘붓글 동행’에서 적어 온 글귀로 촛불대행진에 참여한 국민.  © 김영란 기자

 

‘촛불다방’을 운영 중인 조정주 씨는 촛불집회에서 나누는 것이 그냥 좋다고 말했다.

 

조정주 씨는 “추운 날씨에 따뜻한 차를 마시는 분들을 보면 보람차요. 나누면 나눌수록 커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힘든 것보다 즐겁고 재미있어요”라고 말했다. 

 

‘촛불다방’은 날이 갑자기 추워진 지난 11월 26일 16차 촛불대행진부터 나왔다. 이날 열린 17차 촛불대행진에는 지난주보다 더 많은 양의 대추생강차와 둥굴레차, 커피 등을 준비해왔다. 대추생강차는 조정주 씨와 부인이 촛불대행진 하루 전날 직접 준비한다. 

 

촛불대행진이 진행되는 동안 차를 집회 현장의 국민에게 배달하기도 했다. 국민들은 따뜻한 차를 마시며 촛불대행진에 참여할 수 있었다. 

 

▲ ‘촛불다방’이 배달한 차를 마시면서 촛불대행진을 보는 국민.  © 김영란 기자

 

잼잼자봉단은 ‘탄핵 꿀팝콘’을 현장에서 튀겨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반찬 봉사와 청소 봉사를 하는 잼잼자봉단은 주말이면 촛불대행진 현장에 나와 봉사를 한다. 

 

잼잼자봉단은 “날씨가 추워지니까 국민이 따뜻한 차도 드시면서 ‘김건희/대장동 특검’ 서명도 해주세요. 많은 분이 찾아주셔서 힘이 됩니다”라고 말했다.

 

▲ 잼잼봉사단의 팝콘.  © 김영란 기자

 

또한 유튜브 채널 ‘신승목 TV’, ‘다까라 TV’, ‘다온사랑 TV’, ‘삼디탑 TV’, ‘반디 TV’, ‘우영근 목사 TV’는 공동으로 매주 핫팩과 깔개를 국민에게 나눠주고 있다. 

 

삼디탑 TV 운영자는 “국민들이 고맙다고 말씀하실 때 가장 기뻐요, 그리고 억울하신 일이 있으면 저희에게 공익 제보해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많은 시민이 촛불집회에 함께 해주셨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 지난 11월 19일 열렸던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에 핫팩을 나눠주는 유튜브 채널 운영자들.  © 김영란 기자

 

‘개구리 공장’은 부직포로 만든 촛불 브로치를 나눠주고 있다. 촛불 브로치는 시민들뿐만 아니라 촛불대행진 무대에 오르는 모든 이들이 가슴에 착용하고 있다.

 

나눔으로 ‘윤석열 퇴진’의 열기를 높이는 이들이 있어, 추운 날씨지만 촛불대행진에 온기가 넘치고 있다.

 

 ©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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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죽이려면 죽여라, 어차피 이렇게는 못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과 농민, 학생, 시민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전국민중대회에 참석해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며 민생파탄 국가책임 인정, 민생개혁입법 쟁취, 쌀값 정상화, 이태원 참사 대통령 사과, 민주주의 파괴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죽이려면 죽여라. 어차피 이렇게는 못 산다."

화물연대 파업을 이끌고 있는 이봉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위원장이 3일 열린 노동자대회 뒤 <오마이뉴스>를 따로 만나 한 말이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이번 파업을 계기로 '노동 혐오'를 공공연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며 "(화물노동자를) 적으로 규정하고 밟아 죽이려고만 하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냐. (정부가 노동자를 대상으로) 싸우고자 한다면 싸울 수밖에 없다"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언론보도를 통해 전해지는 화주들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가능성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위원장은 "우리는 이미 더 물러설 곳이 없다"면서 "손해배상을 물린다고 해도 모두의 안전을 위해 안전운임제 확대 요구를 계속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국회 앞에 모인 6000여 명 노동자 "윤석열 정권 심판해야"

 

▲ 전국노동자대회,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국민을 죽음으로 내몰아”

ⓒ 유성호

관련영상보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해 노동개악 저지와 노조법 2,3조 개정, 민영화 중단, 화물노동자 안전운임제 등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과 농민, 학생, 시민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전국민중대회에 참석해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며 민생파탄 국가책임 인정, 민생개혁입법 쟁취, 쌀값 정상화, 이태원 참사 대통령 사과, 민주주의 파괴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과 농민, 학생, 시민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전국민중대회에 참석해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며 민생파탄 국가책임 인정, 민생개혁입법 쟁취, 쌀값 정상화, 이태원 참사 대통령 사과, 민주주의 파괴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과 농민, 학생, 시민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전국민중대회에 참석해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며 민생파탄 국가책임 인정, 민생개혁입법 쟁취, 쌀값 정상화, 이태원 참사 대통령 사과, 민주주의 파괴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이날 화물연대를 포함한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화물연대 총파업 승리', '노동개악 저지', '노조법 2·3조 개정', '민영화 중단' 등의 기치를 걸고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전국에서 약 6000여 명의 노동자가 모였다고 민주노총 측은 밝혔다.

연단에 오른 이봉주 위원장은 "하루 14시간 이상씩 운전하며 졸음운전을 하면서 위험하게 도로를 달리면서도 한 달에 내 손에 쥐는 돈은 300만 원 안 된다"며 "시급으로 따지면 최저임금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화물) 노동자들을 '귀족 노동자', '이기적인 노동자'의 파업'이라고 한다. 왜 그럴까. 이유는 단 하나다. 화물연대가 화주의 이익을 저해하는 사회적 안전망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임금노동자를 특수고용노동자로 만들어 모래알처럼 흩어놓았는데, 허락 없이 모여 노조를 결성하고 자기 권리를 되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화물 노동자들은 달리는 차 안에서 과로로 인한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그리고 사망한 운전자를 싣고 달리던 트럭이 앞차를 들이받아도 산재사고로 집계되지 않는다. 교통사고 사망자로 잡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안전운임제도의 효과가 없다고 주장하는 그 사고통계에는 이렇게 장시간 노동으로 쓰러져 간 화물노동자가 포함돼 있다"고 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과 여당은 민주노총을 눈엣가시로 여기며, 장관과 국회의원의 발언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온갖 혐오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며 "국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의 요구는 일한 만큼 제값을 받고, 목숨 걸고 일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라면서 "노동조합할 권리를 보장하고, 실질 사용자인 원청과 교섭하는 거다. 손해배상 폭탄으로 노동자를 죽이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날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2022 전국민중대회'에 합류해 윤석열 정권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이들은 집회 후 인근에 자리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당사로 이동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알렸다.

민주노총은 오는 6일 전국 15개 지역에서 동시다발 총파업·총력투쟁대회도 열 예정이다.

정부, 처벌 내세우며 감정적 대응 "고통 따르는 것 알아야" "민폐노총 민노총"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사태 관련해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에 나섰다.

ⓒ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정부는 안전운임제 확대를 요구하는 화물연대의 파업에 강경대응으로 일관해왔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을 사회재난으로 규정한 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쟁의행위로 인한 국가핵심기반의 일시정지는 재난에서 제외한다'는 재난안전법 시행령 제44조와 배치되는 이례적인 결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화물연대가 파업을 개시한 당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물류 시스템을 볼모로 잡는 행위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역별 운송거부, 운송방해 등의 모든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닷새 뒤인 지난달 29일 윤 대통령은 "법을 지키지 않으면 지킬 때보다 훨씬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법치가 확립된다"고 한층 더 강경자세를 취했다. 동시에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은 시멘트 운송 분야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 명령을 발동하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운송 업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운행정지 및 자격정지뿐만 아니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까지 처벌받을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원 장관은 지난 1일 SNS에 "민폐노총 손절이 민심", "민폐노총이 되어버린 민노총"이라고 감정적인 발언을 올리기도 했다.

여당도 정부의 결정과 발 맞춰 노동자를 향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일 국회 비대위 회의에서 "(화물연대 파업은) 국가 물류를 볼모로 삼은 정권 퇴진 운동"이라면서 "민주당과 민주노총이 주축이 된 대선불복 좌파연합이 체제전복 기회만 노리고 있다"는 색깔론 공세를 펼쳤다.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지난달 30일 언론 브리핑에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에 대해 "업무 복귀 명령을 거부한 운송종사자에게 명령서가 발송되고 있다"며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이 2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가운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현시점부터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이 집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이날 오전 윤석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화물연대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심의, 의결했다.

ⓒ 권우성

 

"이런 제도 시행 국가 전혀 없다"지만, 호주·캐나다·브라질 등 시행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의 노동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화물노동자와 운수사업자가 지급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하는 제도로 과로와 과적, 과속을 막기 위해 시행된 화물노동에 대한 일종의 최저임금제다. 이 제도는 지난 2018년 4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이 개정되면서 2020년 컨테이너와 시멘트 운송에 한해 적용됐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11월 24일 정부 브리핑 중 "운임을 이렇게 법적으로 정해서 화주들을 처벌하는 것이 이게 과연 적절한 방법인지, 이건 전 세계적으로 이런 제도를 시행하는 나라는 전혀 없다"라고 밝혔다.

대통령 직속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김문수 위원장도 2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안전운임제에 대해 "세계적으로 없는, 희한한 제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전운임제와 유사한 제도가 시행된 해외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NSW)주의 경우 지난 1989년부터 안전운임제를 시행해왔다. 안전운임제는 연방 전체로 확대됐다가 폐지됐는데, 지난 5월 노동당 정부가 들어서 이 제도를 다시 도입하기로 했다. 캐나다에서는 브리티시 컬럼비아주(BC주)가 밴쿠버 항만 컨테이너를 대상으로 최저운임제를 운영 중이다. 브라질도 지난 2018년 화물 운송 노동자의 총파업 이후 '화물 운송 최저운임법'이 제정·시행됐다. 해당 법안은 품목, 거리, 하역비용 등에 따라 최저운임을 지급하도록 강제하고 있으며, 위반 시 실제 지급된 운임과 최저운임 간 차액의 2배를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안전운임연구단이 조사해 3월 28일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과적 경험 비율은 안전운임제 시행 이전 24.3%에서 시행 이후 9.3%로 감소했다. 과속경험 비율 역시 기존 32.7%에서 시행 이후 19.9%로 줄었다. 과로로 인한 졸음운전 경험도 안전운임 시행 전 71.8%에서 53.3%로 감소했다. 2020년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컨테이너·시멘트 화물차주의 월 순수입 역시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 순수입이 증가함에 따라 컨테이너·시멘트 차주의 월 근로시간은 감소했다. 컨테이너 차주의 월 근로시간은 2019년 292.1시간에서 지난해 276.5시간으로 5.3% 줄었다. 같은 기간 시멘트 차주의 월 근로시간은 375.8시간에서 333.2시간으로 11.3% 감소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과 농민, 학생, 시민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전국민중대회에 참석해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며 민생파탄 국가책임 인정, 민생개혁입법 쟁취, 쌀값 정상화, 이태원 참사 대통령 사과, 민주주의 파괴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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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과 농민, 학생, 시민들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전국민중대회에 참석해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며 민생파탄 국가책임 인정, 민생개혁입법 쟁취, 쌀값 정상화, 이태원 참사 대통령 사과, 민주주의 파괴 중단 등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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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안전운임제, #노동자대회, #여의도, #화물연대,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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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열리는 ‘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열리는 ‘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오후 4시 서울 태평로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2/12/0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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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이 오고 쌀쌀한 날씨이지만, 어김없이 윤석열 퇴진을 위한 촛불대행진이 열린다.

 

3일 오후 4시부터 서울 태평로 일대에서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 17차 촛불대행진’(아래 촛불대행진)이 진행된다.

 

이날 촛불대행진은 서울뿐만 아니라 청주, 군산, 광주, 대전, 부산, 춘천, 대구, 제주에서 열린다. 

 

서울에서 열리는 촛불대행진에는 이태원 참사 이후 대형 근조리본에 ‘윤석열 퇴진’을 건물에 걸어 화제가 됐던 이상조 씨의 발언이 있으며 이재강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한반도 평화를 호소할 예정이다. 

 

또한 지난 11월 24일부터 10일째 총파업 중인 오남준 화물연대 부위원장이 무대에 올라 발언을 한다. 이날 촛불대행진 참가자들은 화물연대 파업에 지지를 보내며 ‘윤석열은 업무중단k고 퇴진하라’라는 구호를 외친다.

 

그리고 노래패 ‘우리나라’가 노래 공연을 한다. 노래패 ‘우리나라’는 지난 11월 19일 촛불국민과 촛불국민을 형상화한 음반 ‘촛불의 노래’를 발표했다. 

 

촛불대행진은 집회를 마무리한 뒤에 숭례문, 명동, 을지로, 종각, 시청을 거처 다시 숭례문으로 돌아오는 행진 이후 끝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촛불대행진에는 윤석열 정부의 정치보복에 분노해 많은 시민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은 서해공무원 사건으로 3일 새벽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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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보여줘라?…이건 대통령의 언어도, 공직자의 언어도 아니다



[기자의 눈] 국무회의에서 발현된 대통령의 '감정'에 관해

박세열 기자 기사입력 2022.12.02. 21:27:28 최종수정 2022.12.02. 23:10:10

 

 

"법을 제대로 안 지키면 어떤 고통이 따르는지 보여줘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참석한 국무회의에서 한 발언이 대통령실발(發)로 언론을 장식했다. 이건 대통령의 언어가 아니다. 공직자의 언어는 더더욱 아니다. 대통령의 '고통' 언급에 대한 진지한 지적이 없다는 걸 느끼면서 이 글을 쓴다.

 

체사레 베카리아(1738~1794)는 근대 형사법의 근간을 놓은 인물이다. 르네상스 인본주의와 계몽주의의 세례를 받고, 인간 이성의 가능성을 고취한 낭만주의의 부상을 앞둔 1764년 그가 발표한 <범죄와 형벌>은 응보주의를 벗어나 "형벌의 목적은 예방"이란 새로운 처벌의 원칙을 제시한다. 재판이 곧 유죄를 의미하던 시절, 형벌을 통해 고통을 주는 게 목적 그 자체였던 암흑 시절을 뚫고 한 줄기 새벽 빛이 나타난 것이다.

 

과거 형벌은 곧 고통이었다. 저 멀리 함무라비 법전까지 가지 않더라도, 자의적 재판은 죄를 확정하기 위한 것이었고, 성난 군중들은 죄의 무게만큼 잔인한 폭력을 원했다. 고통이 클수록 형벌의 효능감도 컸다고 여겨졌다. 그때까지 형벌은 나쁜 놈을 사회에서 (때로는 생명을 빼앗아 완벽히) 이격시키는 게 목적이었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서 형벌은 '범죄 예방'의 목적으로 바뀐다. 이건 법률가 출신인 윤 대통령이나 한 장관이 더 잘 알 것이다.

 

윤 대통령이 "법을 제대로 안 지키면 어떤 고통이 따르는지 보여줘야 한다"는 말을 한 배경에는 한 장관의 도곡동 자택을 찾아간 유튜브 매체 '더탐사'가 있다. '더탐사'가 한 장관의 자택을 찾아 취재를 한 것은 27일, 한 장관은 다음날인 28일 취재진 5명을 보복 범죄,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그러면서 "더탐사 같은 곳이 정치 깡패들이 했던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물론 잘못한 쪽은 '더탐사'다. 취재진은 한 장관의 집에 찾아 간 이유를 영상에서 설명했는데 "강제 수사권은 없지만, 경찰 수사관들이 기습적으로 압수수색한 기자들의 마음이 어떤 건지를 한 장관도 공감해보라는 차원에서 취재해볼까 한다"고 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압수수색에 대해 '당신도 당해보라'는 것은 전근대적 동해보복(同害報復)을 사적으로 실행한 데 불과하다. 이들의 행위가 특정인의 사적 공간 침해도 불사했다는 것에서 정당화되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법이 정하는대로 하면 될 일이다. 이미 한 장관의 고발이 이뤄졌지 않은가. 그런데 윤 대통령은 한 장관의 고발 다음날인 29일 국무회의 자리에서 "법을 제대로 안 지키면 어떤 고통이 따르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한마디를 더 얹는다.0

 

국무회의는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용한 법의 집행을 논하는 자리다. 대통령의 말은 국무위원에게 명령이 된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이 현직 법무부장관에게 "고통"을 주라고 명령한 것은 아무리 봐도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더탐사'의 행위에 대해서는 이미 한 장관의 고발 조치가 이뤄졌다. 법무부장관이 앉아 있는 국무회의 석상에서 굳이 "어떤 고통이 따르는지 보여"주라고 따로 명령할 이유가 없다.

 

기본적으로 과거든 현대든 형벌의 효과는 '고통'으로 나타나긴 한다. 때리고 죽이는 형벌은 없어졌지만, 거주 이전의 의지를 박탈하거나, 금전적 자유를 제약하거나, 노역을 위해 신체의 활동을 강제하는 것은 모두 고통의 영역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고통'은 추상적인 언어고 법의 언어가 아니다. 만약 어떤 검사가 '피의자의 범행에 대해 고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면 아마 세상이 뒤집혔을 것이다.

 

이를테면 그 고통은 어떤 고통이어야 하는가. 어느 정도 크기의 고통을 줘야 한다는 말인가. 고통의 크기는 누가 정하는가. 빵을 훔친 도둑에게 10대의 매를 때려 주는 고통은 적당한 것인가? 1만원을 추징하는 게 적절한 고통인가, 1억 원을 추징하는 게 적절한 고통인가. 감옥 한살 살이가 적정 고통인가, 1년 살이가 적정 고통인가. 대체 어떻게 고통을 주어야 하는 것인가. 고통은 자의적이고 감성적인 말이다.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 언급해서는 안되는 말이다. 결국 대통령의 '사적 감정'같은 게 국무회의를 배회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사적 언어(때론 막말)를 공적인 공간에서 구사하다가 포착된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건은 다르다. 대통령실, 혹은 여권고위관계자의 말을 빌려 국무회의 때 비공개 발언이 언론에 뿌려졌다. 사실상 공개 발언과 다름없는데, 이건 통치 행위 같은 게 아니다. 대통령이 분노했다는 사실을 공표하는 행위일 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화가 나 있다'는 징후는 여러 곳에서 보여진다. MBC 전용기 탑승 배제 사태에서도 사감이 어른거린다. "MBC는 자산이 많은 부자 회사이니 자사 취재진이 편안하게 민항기를 통해 순방 다녀오도록 잘 지원할 것으로 믿는다"는 여권 인사의 조롱이 이어졌다. 취재를 막은 것도 아닌데 왜 그러느냐는 꾸지람이다. 4박 5일 대통령 일정을 민항기로 따라잡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대통령실이든 여권 인사든 모르는 게 아닐터다. 출입 금지나 취재 배제도 아닌, '전용기 탑승 배제'라는 꼼수를 사용한 것은 MBC 취재진을 법적 제한을 가한 것이 아니고 그저 '고통'을 주려는 것처럼 비친다.

 

대통령실이 장경태 민주당 의원을 김건희 여사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한 것도 일상적이지 않은 대응이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주장하는 화물연대 파업을 두고는 '안전운임제'를 폐지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정부가 대안을 제시하고 중재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판을 깨버리겠다는 말로 들린다. 안전운임제가 문제라면 아예 없애버리는 것인데, 화물 노동자들에게 더한 고통을 얹어주겠다는 것이 아닌가.

 

대통령의 언어가 점점 사인의 언어가 되어감을 느낀다. 법 집행을 논하는 자리에서 '고통'이라는 말이 나오게 된 근원을 알 수가 없다. 대통령은 왜, 무엇때문에, 누구에게 분노하고 있는 걸까? 그렇다고 해도 대통령의 언어를 전근대 수준으로 돌려서야 되겠는가?

▲윤석열 대통령이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사태 관련 업무개시명령을 심의하기 위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세열 기자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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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를 테러리스트 취급하는 대통령



 

[김지학의 미리미리]

모두의 삶과 연결된 화물운송 노동자의 삶

 

화물운송 노동자의 과로, 과적, 과속으로 인해 일어나는 사망사고는 매년 700건에 달한다. 매일 2건씩 일어나는 셈이다. 커다란 화물차들이 졸음운전 때문에 중앙선을 넘어 자기 앞으로 달려오는 모습을 상상만 해보더라도 알 수 있겠지만, 화물운송 노동자의 과로는 그들만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다. 화물운송 노동자들이 졸음운전으로 사고를 낸다면 그들만 죽는 게 아니다. 화물운송 노동자들의 과로는 도로 위의 흉기가 된다. 또한 현대사회의 경제시스템은 화물 운송의 의존도가 높아, 화물운송이 더 이상 작동할 수 없게 된다면 우리의 일상이 멈추게 된다. 화물운송 노동자가 인간답게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서는 우리의 일상도 평온할 수 없다.

 

정부는 ‘고임금’이라지만, 철강화물 운송 노동자의 월급명세표를 재구성한 언론에 따르면 월평균 매출 1400만 원에 유류비가 700~770만 원, 통행료 200만 원, 지입료 보험료 70만 원, 차량 할부금 250~300만 원을 제하면, 60만 원에서 180만 원이 남는다. 더구나 유가나 타이어비 등이 계속 치솟는 상황이다. 한 달 내내 하루 12시간 이상을 일해야 겨우 생활비를 벌 수 있는 화물노동자들은 ‘더 이상 화물노동자들의 죽음과 고통을 연료 삼아 화물차를 움직일 수 없다’며 일몰제 폐지와 안전운임제 확대를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살기 위하여 파업에 나섰지만, 정부는 이들을 ‘귀족노조. 강성노조’로 프레이밍하며 누가 했는지 수사를 통해 밝혀지지도 않은 ‘파업미참여 노동자 쇠구슬 사건’을 파업 노동자의 행위로 단정하며 폭력을 동반한 불법 파업으로 규정해버렸다. 그리고 정부는 무책임하게도 어떤 협상도 하지 않겠다며 모두를 힘든 상황으로 밀어 넣고 있다. 이 정부는 그들을 지지하는 30%의 국민을 제외한 모든 국민을 적으로 돌릴 셈인가. 대통령을 검사처럼 하며, 노동자는 테러리스트로 취급되고 말았다.

▲ 11월24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앞에서 열린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총파업 출정식에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차종·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이날 0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했다. Ⓒ 연합뉴스

‘최저임금’ 보장을 요구하는 것이 불법이라는 이 나라

 

안전운임제란 화물노동자들의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것으로, 최소운임을 보장해 종사자들의 과로, 과적, 과속을 예방하는 제도이다. 안전운임제는 2020년에 시작됐고 수출입 컨테이너 및 시멘트 품목에만 한정해서 시행되고 있다. 2022년 3월까지만 한시적으로 시행하기로 한 것(한시적 시행을 ‘일몰제’라고 함)을 지난 1차 파업 때 2022년 연말까지로 연장했다. 이번 2차 파업은 일몰제를 폐지하고 안전운임제를 지속하고 적용되는 범위를 확대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어떠한가. 일하는데 목숨을 걸지 않아도 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지극히 당연하고 마땅한 요구를 대통령은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며 노동자를 테러리스트 취급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대화’하고 ‘협상’하자고 제안했으나 정부는 이미 이들과는 “타협”하지 않는다며 ‘여기서 물러나지 않고 불법파업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고 한다. 대화나 협상이 아니라 타협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계속해서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는 것이 ‘테러리스트와 타협 없다’는 말과 겹쳐 들린다.

 

윤석열 대통령 뿐만 아니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불법 파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민주노총을 향해 “민폐노총”이라고 불렀다. 심지어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은 “화물연대 파업은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회적 재난”이라고 했다.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인 파업을 사회적 재난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기가 막힌데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는 이태원 참사를 이렇게 가볍게 입에 올린다. 국가가 국가의 역할을 하지 않는 ‘민폐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자들이 정치 권력의 최정점에 있다는 게 한국 사회의 재난이다.

 

현 정권의 사고방식에서 불법이 아닌 파업이 있겠는가 싶지만 용어정리부터 하자면 불법 파업은 ‘현행법상 정당성 요건을 모두 갖추지 못한 파업’이다. 정당성 요건에는 △주체 △목적 △절차 △방법 4가지가 있는데 ①쟁의 주체가 노동조합이어야 하고 ②쟁의 목적이 근로조건 결정과 관련된 사항이어야 하고 ③찬반투표, 조정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하며 ④쟁의 수단이 폭력, 파괴 등을 동반하지 않아야 한다. 대부분의 파업은 합법이며 이번 화물연대 파업도 명백히 합법적인 파업이다. 법이 권력자들을 비호하기 위해 존재할 때 우리는 그 법을 거스르는 불법적인 행동을 해서라도 그 법을 바꿔내야 한다. 노예제 폐지 운동도 여성 참정권 투쟁도 모두 불법이었다. 우리는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넘어 차별, 착취, 폭력을 용인하고 유지하는 구조를 해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불법으로 여겨졌던 보편의 가치를 쟁취한 과정까지 생각하지 않더라도, 이번 화물노동자들의 파업은 그런 헌법과 노동법에서 보장하는 범위 내에 있는 합법적 행동이다.

 

너무나 기만적인 정치의 언어

 

한국의 고용구조는 철저하게 자본가에게 최대의 이윤을 가져다줄 수 있는 방식을 갖는 까닭에, 일정한 업무지시자와 근무장소가 존재하는 노동자도 ‘사장님’인 경우가 많다. 일터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산업재해의 책임을 회피하고, 매달 꼬박 최저임금을 보장한 급여를 챙기지 않아도 되고, 4대보험이나 퇴직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너무나 많은 노동자들이 어쩔 수 없이 사장님이 되었다. 화물운송 노동자들도 대부분 사장님이다. 그래서 정부는 ‘화물노동자들이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노동조합을 만들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파업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기업을 위한 고용구조를 만든 국가는, 이제는 기업의 대변인까지 자처하는 모양새다. 오죽하면 한 시멘트 업계 임원이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국가에 감사드린다’라는 말까지 전할까. 노동자로서의 권리 보장도 외면당한 채 철저한 사각지대로 밀어 넣어진 이 사장님들만 조용히 착취당하고 있으면 된다는 사고방식을 지켜보며 국가의 존재 이유 자체가 사라졌음을 느낀다. 인권이라는 것이 스스로 보장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약자일수록 보장받기 어렵기 때문에, 그 역할을 국가에게 위임한 것이 현대 사회의 구성원리이지만 안타깝게도 이 정부는 기업과 한 몸인 수준이다. 0

 

정부와 기업이 만든 이 고용구조에서 화물노동자들은 자기 차를 가지고 자기 사업을 하는 사장님이며, 특수고용 노동자, 간접고용 노동자다. 매우 취약한 고용의 형태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들을 취약한 상황으로 밀어넣은 이 국가는 사장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했다. 사장님들이 일을 하지 않겠다는데 누가 누구에게 강제로 일을 하라고 명령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일까. 국가의 필요에 따라 언제는 노동자가 아니라면서, 또 언제는 노동자로 여기는 것인가? 노동기본권 조차 보장받고 있지 못한 노동자들이 생존을 위해, 생존을 위한 노동을 멈추고 있는데 이 정부는 ‘일을 하지 않으면 처벌하겠다’고 한다. 치가 떨리도록 기만적인 정치의 언어다. ‘21세기 긴급조치’이자 ‘계엄령’이라고 비난받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 11월29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운송을 거부하고 있는 벌크시멘트수송차량(BCT) 운송사업자와 차주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이 발동했다.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우리가 살고있는 이 사회, 지금 괜찮은가?

 

끔찍한 현실은 비단 현재 모든 이슈의 중심에 있는 화물운송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 사회 전반이 끔찍한 상황이다. 10대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다. 이유는 학업이다. 20대와 30대도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다. 취업할 수 있을까? 내 집 마련할 수 있을까?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엄청난 부귀영화를 바라지 않는다. 사람답게 살기를 바란다. 그런데 희망이 없다. 사람답게 존엄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왜 우리는 모든 것을 개인의 탓으로 돌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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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런 끔찍한 세상을 멈출 수 있을까. 여성들이 고용, 승진, 임금, 안전 등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차별 그리고 성폭력에 반대하며 다같이 아무 일도 안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임금노동 뿐만 아니라 가사노동, 육아노동을 포함한 모든 돌봄노동까지 모두 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20-30대 청년들이 과로와 셀프착취를 기본으로 하는 취업, 노동, 주거 등에 반대하며 다같이 아무 일도 한하면 어떻게 될까? 전국의 일터에 20-30대가 단 한 명도 출근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중년남성들이 이런 상황을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누가 이런 끔찍한 세상을 멈출 수 있을까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는 구호처럼, 화물노동자들이 세상이 멈추고 있다. 공사현장에서는 이미 시멘트가 없어서 공사를 할 수 없고 곧 주유소에는 기름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게 하나둘씩 시작해서 사회 전체가 멈춘다면 어떻게 될까. 이것은 생존을 위해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의 책임이 아니라, 철저한 국가의 책임이다. 대화를 거부하고, 착취당하는 삶을 강요한 국가의 책임이다. 기업의 대변인 노릇만 자처한 국가의 책임이다.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국가와 자본가가 노력을 해야한다. 노동을 하지 않으면 자본가들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수출, GDP 지표가 아닌, 이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중요하게 여겨져야 한다.

 

생존을 위해 나선 노동자들은 이미 이 정부가 자행할 폭력을 예감하고 있을 것이라는 게 슬프다. 기업을 대신해 쌍용차 사태처럼 노동자들을 ‘사냥’할까 두렵고, 신자유주의 통치를 일삼던 예전의 정권이 그랬듯 엄청난 규모의 손해배상과 벌금을 요구할까 두렵다. 국가가 생존권을 요구하는 노동자를 적으로 규정하는 현실이 비통하다. 빠르게 퇴행하며 익숙한 국가이기를 포기한 국가로 변하는 모습을 보면 이는 국가시스템의 실패처럼 느껴진다. 위에서부터의 변화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아래서부터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느리지만 정권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시민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교육의 힘을 믿는다. 다양성훈련을 경험한 사람들을 통해 세상을 점점 더 평등한 곳으로 변화해 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다양성훈련을 제공하는 활동을 부단히 하고 있다. 자신을 탐구하게 하고 타인과 평등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하고 사회를 구조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가진 사람이 늘어나길 바란다. 이를 통해 끔찍한 이 세상을 멈출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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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중의 적폐, “굿바이! 국가보안법!” 함성 높아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12/03 09:47
  • 수정일
    2022/12/03 09:4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국가보안법폐지 국민행동, 국회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문화제 개최

국가보안법폐지 문화제가 1일 국회에서 ‘굿바이 국가보안법’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적폐중의 적폐, 국가보안법제정 74주년을 맞아 국가보안법폐지 문화제가 1일 오후7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굿바이 국가보안법’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왼쪽부터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 이주희 변호사(국가보안법 헌법소원 대리인단), 신학철 화백(국가보안법 피해 예술인), 유우성(간첩조작사건 피해자)씨.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날 문화제의 첫 순서는 이야기마당으로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의 사회로 이주희 변호사(국가보안법 헌법소원 대리인단)와 대표적인 국가보안법 피해자인 신학철 화백,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 유우성씨가 출연하여 국가보안법 피해사실을 적나라하게 폭로하였다.

신학철 화백의 ‘모내기’(1987). 가로 세로 가운데 접힌 자국처럼 보이는 훼손 흔적이 보인다.(왼쪽사진)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신학철 화백은 ‘모내기’ 작품에서 고향을 담아 그렸는데 공안당국에서 북쪽을 표현한 것이라면서 우격다짐으로 탄압하였다고 말하였다.

이주희 변호사는 당시 대법원이 예술표현의 다양성을 편협하게 바라보고 유죄취지로 판결을 내린데 대하여 국가보안법의 폐해가 극명하게 드러난 사건이라고 주장하였다.

신학철 화백이 ‘모내기’ 작품으로 국가보안법 탄압을 받은데 대하여 폭로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신학철 화백의 ‘모내기’는 한국 민중미술의 대표작 중 하나다. 이 그림은 1987년에 제작되어 1989년 ‘통일염원 전’에 출품되었다가 공안당국에 의해 작가의 체포와 작품 압수로 사건화 되었다.

1989년 서울시경 대공과는 신 화백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연행했다. 그는 1,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대법원은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에 해당한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이후 신 화백은 징역 10월의 선고유예형과 그림몰수 판결을 받았다. ‘모내기’ 그림의 소유권은 국가에 귀속됐고, 2001년 3월 서울중앙지검은 그림을 ‘사회적 이목을 끈 중대한 사건의 증거물’로 판단해 영구보존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의 당사자인 유우성씨가 사건과 관련하여 지난기간 굉장히 고통스러웠다고 이야기 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의 당사자인 유우성씨는 국정원과 검찰의 간첩증거조작사건으로 무죄판결 이후에도 그에 따른 검찰의 보복기소에 대한 7년여 기간 동안 동생 유가려씨와 함께 당했던 고통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2004년 탈북한 유우성씨는 2011년부터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탈북자 정보를 북측에 넘겨준 혐의로 2013년 구속기소됐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제출한 국정원의 증거가 조작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유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후 검찰은 이미 2010년에 기소유예 처분을 했던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을 다시 꺼내 2014년 5월 유씨를 보복기소했다. 2016년 서울고등법원은 검찰의 유우성씨에 대한 외국환거래법 위반죄 기소에 대해 공소권 남용을 이유로 공소기각 판결을 선고했다. 대법원이 2021년 10월14일 이 판결을 최종확정했다. 대법원이 인정한 최초의 공소권 남용 사례다.

이주희 변호사(국가보안법 헌법소원 대리인단)가 국가보안법폐지에 대한 민변의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주희 변호사(국가보안법 헌법소원 대리인단)는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국가보안법 제2·7조 위헌법률심판제청사건 공개변론의 치밀한 준비상황과 분위기를 전했다. 2004년과 달리 “이번에는 될것같다”며 낙관적이라고 말해 참가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이주희 변호사는 민변이 기획한 ‘헌법위의 악법’이라는 책도 소개하면서 얼마 전 세종도서에서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며 필독을 권했다.

원고 집필에 주체적으로 참여한 이들은 스스로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의 변론의 역사는 곧 민변의 역사”라고 밝혔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책 ‘헌법위의 악법’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기획하였다. 정부가 수립된 직후인 1948년 12월, 이념적 대치가 심한 특별한 상황에서 임시법 형태로 제정된 이후, 몇 차례의 개정 및 폐지 논란 속에서도 살아남아 오늘날까지 그 효력을 유지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어야 하는 보편타당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국가보안법이 개인의 인권과 국민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시대착오적인 악법이라는 신념하에 사회 각 분야에서 남용된 적용 실태 및 악용 사례와 법리적 근거 등을 제시하면서 국가보안법 폐지의 당위성을 설득력 있게 주장하였다.

참가자들이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주제영상을 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프로젝트 ‘봄꽃’의 공연장면.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프로젝트 ‘봄꽃’팀은 부산에서 올라왔으며 이번 국가보안법폐지 문화제 공연에서 국가보안법폐지를 해학적으로 인상 깊게 풍자하여 참가자들로부터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본인을 국가보안법이라고 소개하면서 어머니가 대일본제국으로 독립운동가들을 최후의 한 사람까지 때려잡을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면서 유관순, 윤동주 등 조선의 독립운동가들을 씨를 말려 죽였다고 하였다.

해방이후에는 미군정이 아버지라고 밝히고, 통일이라고 하면 자다가도 경기를 일으키는 아버지 미군정의 명을 받들어 분단을 반대하여 항거하였던 제주4.3항쟁, 여순항쟁자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였다고 고백했다.

계속해서 통일애국인사들을 빨갱이로 낙인찍고, 유럽 간첩단사건, 구미유학생 간첩단사건, 재일본 유학생간첩단사건등 글로벌 간첩단 사건들을 조작하여 고문하고 죽이고 병신을 만들었다고 하였다.

‘빨갱이의 씨를 말려라!’고 절규하며 이 땅을 분단과 독재, 공포와 차별이 만연하는 세상을 만들어 왔다고 웃어댔다. 광주항쟁, 전교조, 노동자, 청년학생, 세월호 유가족들을 닥치는 대로 빨갱이로 낙인찍어 탄압해 왔다고도 하였다.

본인을 국가보안법이라고 소개하였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헌법위에 국가보안법이 있고 모든 권력은 국가보안법(자기)으로부터 나온다고 하면서 다음 주에 촛불 들고 다 나와 보라고 조소하였다.

1990년대 북미 간의 합의를 무시하고 북을 악의 축으로 만들었고, 2019년 북미 하노이회담을 어떻게 파탄을 냈는지, 그리고 틈만 나면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는 이 땅의 자랑스러운 친일세력을 앞장세워 한반도 유사시에는 일본의 자위대가 들어오고, 부산 백운포에는 미군의 핵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이 들어와 미군의 전쟁기지로 만들어 놓아도, 그리하여 소성리 사드배치를 완료하여 온 나라를 불바다로 만들어도, 우리 어머니 나라 일본과 우리 아버지 나라 아메리카 미국은 손끝하나 다치지 않겠다고 비뚤어진 다짐을 하며 끝까지 악청을 돋웠다.

배경음악으로 피아노와 기타합주로 ‘잠들지 않는 남도’, ‘마른잎 다시 살아나’ 등 선율과 노래 속에 국가보안법의 피해로 먼저 간 이들에 대한 희생과 추모회상을 이끌어 내기도 하였다.

아키펠라 그룹 아카시아의 공연.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아키펠라 그룹 ‘아카시아’는 ‘아름다운 세상’, ‘지금은 우리가 만나서’, 창작곡 ‘너랑 노래할래’ 등의 노래공연으로 참가자들을 흥겹게 했다.

이한철 가수.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국가보안법제정일인 이날 생일을 맞이한 이한철 가수는 ‘고라니 디스코’, ‘흘러간다’, ‘슈퍼스타’ 등을 노래 부르면서 참가자들의 율동을 이끌어내어 재미있고 즐거운 공연을 연출하였다. 또한 앵콜 공연으로 인기를 끌었다.

문화제에는 각계 사회단체, 종교, 정당등 대표들이 다수 참여하여 ‘굿바이! 국가보안법!’ 손팻말을 들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다짐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날 양경수 민주노총위원장, 김재하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전국민중행동 조직위원장), 하원오 전농의장, 양옥희 전여농의장, 강은미 정의당 국회의원,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 윤미향 국회의원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 한미경 전국여성연대 대표, 조영선 민변회장, 이정희 국가보안법폐지 교육센터대표, 박봉열 진보당 경남도당위원장, 이병하 경남진보연합 상임대표등 각계 사회단체, 정당대표들이 다수 참석하여 국가보안법 폐지 문화제에 활기를 불러 일으켰다.

이병하 경남진보연합 상임대표가 현재 경남지역 공안탄압에 대한 규탄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한편, 문화제에 앞서 이병하 경남진보연합 상임대표는 최근 국정원과 공안당국이 경남지역 애국활동가들에 대한 공안탄압만행에 대하여 지구상의 최고의 악법, 인권말살법이라며 신랄히 규탄하였다.

또한 국회의원 김상희, 인재근, 박주민, 강은미, 류호정, 양경숙, 최강욱, 윤미향 의원 등과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민변,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등이 영상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의지를 담아 인사말을 전해왔다.

참가자들이 문화공연에 맞춰 보라색 ‘굿바이! 국가보안법!’ 손팻말을 들고 함께 흥겨워하였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이자훈 여순 항쟁 서울 유족회 회장, 박미자 국가보안법7조부터 폐지운동 시민연대 운영위원장 등 참가자들이 문화제가 끝난 후 기념사진을 남겼다. [사진-통일뉴스 김래곤 통신원]

 

[국가보안법폐지 문화제 ‘굿바이! 국가보안법’ 공동주체 및 추진위원]

<국가보안법폐지 문화제 공동주최 국회의원>

김상희 심상정 인재근 박주민 이재정 강은미 김남국 김영배 김용민 류호정 배진교 양경숙 이동주 이은주 장혜영 최강욱 민형배 윤미향

<단체추진위>

국가보안법 7조부터폐지운동 시민연대 , 국가보안법폐지교육센터, (사)양심수후원회, (사)코리아국제평화포럼, (사)통일의길 (사)평화의길,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 서울본부, 615남측위 청학본부, 교육희망울산학부모회, 구속노동자후원회, 국가보안법폐지 광주시민행동, 국가보안법폐지 부산행동, 국가보안법폐지 전남행동, 노동희망발전소, 민주노동자전국회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범민련남측본부, 우리민족끼리통일의문을여는 통일촌, 울산진보연대, 이석기의원 사면복권과 새로운 백년, 인천자주평화연대,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중행동,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대협동우회, 주권자전국회의, 진보당, 진보대학생넷, 천주교인권위원회, 통일광장, 통일로, 평화협정운동본부, 한국진보연대, 한국청년연대, Action One Korea 한국

<노동단체추진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서울본부, 인천본부, 대전본부, 충북본부, 전남본부, 울산본부, 부산본부, 제주본부, 고양파주지부, 안산지부, 여수시지부) /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경기도건설지부, 수도권북부지역본부, 충북지부, 동부기계지부), 플랜트건설노동조합(경인지부) /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화물연대지부, 의료연대본부, 의료연대본부서울지부, 부산지하철노조) / 전국공무원노동조합(경기본부, 경남본부, 법원본부, 거제시지부, 충북교육청지부) / 전국금속노동조합(경기지부, 경주지부, 기아차지부, 부산양산지부, 서울지부, 구미지부, 현대자동차지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김천현대모비스지회, 대전충북지부, 에스제이엠지회, 엘지케어솔루션지회, 금호타이어곡성지회, 다스지회, 대구지역지회, 대동지회, 서울지부 남부지역지회, 세진지회, 우영산업지회, 울산모비스지회, 이래에스트라지회, 엠에스지회, 케이카지회, 한국타이어지회, 한국지엠정비부품지회, 한화창원지회, 현대로템지회, 현대모비스충주지회, 현대오토넷사내하청지회, 현대위아안산지회, 현대위아지회, 현대위아창원비지회, 현대차비정규직지회, 현대IMC지회, 효성중공업지회) /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연합노동조합, 공공연대노조) /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경기지역본부, 울산경남지역본부, 건양대의료원지부, 한국원자력의학원지부) /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전국예술강사노동조합, 마트산업노동조합, 눈높이대교노조) / 전국교수노동조합 / 전국언론노동조합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개인추진위>

가현정북스, 강기두, 강복현 , 강현옥, 권형곤, 김범수, 기동서, 김승철, 김승희, 김영준, 김유철, 김정아, 김지성, 김진호, 김태을, 김현봉, 김효준, 나은경, 나현선, 남정희, 노관주, 리종욱, 박문화, 박문화 , 박수자, 박순천, 박승주, 박신영, 박윤희, 박진옥, 박훈희, 방하슬린, 배일희, 백소영, 서원애, 서일경, 석주연, 소형석, 송연형, 송영인 , 신민구 , 신지혜, 신현숙, 신호식, 양문령, 양복순 , 양은아, 양주희, 양태조, 여찬, 오은정, 유인철, 윤용웅, 이남희, 이덕우, 이병주, 이병희, 이상록, 이상훈, 이승희, 이원섭, 이향춘, 이현섭, 임규섭, 임석주, 임치완, 임혜경, 장숙희, 장성춘, 장애영, 전종근, 정동혁, 정용길, 정한결, 조경선, 조길순, 조미옥, 조벽래, 조석제, 조성두, 조영자, 조정필, 조창익, 최진철, 최필수, 탁정석, 한경대, 한성일, 황승연, 황인봉, 황재영, 황홍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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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 -10도 공사장, 핫팩 하나 없더라”…한파 안전대책은 말뿐

경기 광주시 송정동 아파트 건설현장
‘따뜻한 물·휴게공간 확보’ 매뉴얼 있어도
“현장과 멀어…드럼통 숯탄 피워 손녹일뿐”
한파·폭염 ‘작업 중지’ 명령 법안 국회 계류
체감온도 영하 10도를 기록한 1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 한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장 노동자 배정호씨 제공
체감온도 영하 10도를 기록한 1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 한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현장 노동자 배정호씨 제공

 

“몸에 이상 있거나 너무 추우면 휴게실에서 충분히 쉬세요.”
 
체감온도 영하 10.8도를 기록한 1일 아침 7시 경기 광주시 송정동 ㄱ건설업체 아침 조회시간. 작업지시를 내리는 원청 건설업체 직원은 전날 한파특보가 내린 데 이어 이날 강추위가 계속되자, 현장 노동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날씨만큼 차가웠다. 노동자 임영진(56)씨는 “너무 추우면 휴식 시간을 의무적으로 확보해 쉬게 한다든지, 하다못해 핫팩이나 귀마개를 줘야 하는데 그런 게 하나도 없고 말뿐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겨울옷을 서너겹씩 껴입고 일터에 나선 3명의 건설현장 노동자들은 <한겨레>와 만나 한파와 관련한 안전관리 대책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산업재해가 이어지자 ‘1시간에 15분 휴식’ 등 안전대책들이 만들어졌지만, 한파 속 현장 노동자 안전을 위한 가이드라인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건설현장에서 안전위원으로도 일하는 임씨는 “지금까지 한파 작업 현장에서 ‘대책’이라고 하면 콘크리트 보양 등 품질 관리 차원에서만 언급되지, 노동자들의 안전은 고려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1월 광주에서 발생한 에이치디씨(HDC)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 당시 겨울철 무리한 콘크리트 타설 공사가 사고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동절기 콘크리트 품질 확보대책 등을 관리·감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체감온도 영하 10도를 기록한 1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 한 건설현장. 박지영 기자
체감온도 영하 10도를 기록한 1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 한 건설현장. 박지영 기자

 

올 겨울 한파를 앞두고 지난달 15일 고용노동부는 야외 노동자들의 저체온증, 동상 등을 예방하기 위해 ‘따뜻한 물 비치’, ‘휴게공간 확보’ 등을 담은 매뉴얼을 배포하기도 했다. 노동부 직업건강증진팀 관계자는 <한겨레>에 “매뉴얼을 지키지 않으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기 때문에 건설 현장에 준수하라고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 노동자들은 현실성 없는 ‘보여주기식’ 대책이라고 생각한다. 건설현장에서 거푸집 제작 등을 맡는 배정호(49)씨는 “따뜻한 물, 휴식 공간은 현장 입구에 한두군데만 있을 뿐, 진짜 현장 노동자들이 필요한 곳에는 몸을 녹일 공간 자체가 없다. 어쩌다 양지바른 곳을 찾으면 그쪽에 가서 몸을 잠시 녹인다”고 말했다.

 

 

배씨가 일하는 ㄱ건설업체 현장에는 250여명의 노동자가 일하지만, 휴게공간은 20여명이 들어갈 수 있는 19㎡(6평) 넓이의 컨테이너 2개뿐이다. 몸을 녹일 수 있는 난방 기구도 마땅치 않다. 버티지 못할 정도로 추워지면, 그제야 노동자들은 드럼통에 숯탄 등의 연료를 넣고 불을 피워 현장 곳곳에 두고 일하는 도중 잠시 손을 녹일 뿐이다. 현장 노동자 이상준(33)씨는 “일을 할 때 얇은 겨울옷 서너겹씩 껴입고 땀이 나면 벗는데, 금방 땀이 식으니 급격하게 체온이 낮아지고 몸이 굳어버린다. 바닥 곳곳에 꽂힌 철제나 콘크리트 벽에 온몸이 다치기 일쑤”라고 말했다.

 

이상 기후에서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안 다수는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과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각각 폭염·한파 등에 따른 작업중지 명령을 할 수 있는 근거와 이에 대한 지원 등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모두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 한 건설현장에 놓인 철제 드럼통과 현장 노동자 난방용으로 쓰인다는 숯탄. 현장 노동자 이상준씨 제공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 한 건설현장에 놓인 철제 드럼통과 현장 노동자 난방용으로 쓰인다는 숯탄. 현장 노동자 이상준씨 제공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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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까지 꿇었지만... 간담회 국힘 불참에 분노한 유가족들

[현장]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 국회서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과 면담

22.12.01 20:00l최종 업데이트 22.12.02 05:07l
큰사진보기'이태원 참사' 희생자 배우 고 이지한 씨 아버지 이종철 씨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국정조사특별위원장 등과 면담 도중 무릎을 꿇고 "우리 지한이, 억울하게 죽은 우리 아들... 진실을 밝혀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사정합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이건 공정과 상식이 아닙니다."라고 말하며 울부짖고 있다.
▲ "진실을 밝혀주십시오" 무릎 꿇고 울부짖는 아버지 '이태원 참사' 희생자 배우 고 이지한 씨 아버지 이종철 씨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국정조사특별위원장 등과 면담 도중 무릎을 꿇고 "우리 지한이, 억울하게 죽은 우리 아들... 진실을 밝혀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사정합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이건 공정과 상식이 아닙니다."라고 말하며 울부짖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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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비대위원장님, 주호영 원내대표님 부탁드립니다. 우리 지한이, 억울하게 죽은 우리 아들 진실을 밝혀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이태원 참사로 사망한 고 이지한씨의 아버지 이종철씨는 국회의원들 앞에서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규명해달라며, 무릎을 꿇고 호소하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본 다른 유가족들도 함께 오열하며 울먹였다.  

이씨는 "저희가 왜 이 자리에 와 있어야 하느냐"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는 "면담 신청을 한 지 거의 한 달 가까이 됐다. 대통령실에서 접수를 했다는 문자를 받았는데 왜 가타부타 연락이 없나. 우리 유족들이 호구로 보이나"라며 울분을 터트리기도 했다.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유가족 협의회(가칭) 준비모임'은 1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국회 이태원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들과 면담을 진행하고, 향후 국정조사에 관한 유가족들의 요청 사항들을 전달했다.

이날 간담회는 유가족들이 공식적으로 국정조사 특위에 면담을 요청해왔고, 특위 역시 '사전조사'의 의미로 유가족들과의 간담회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 전체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에게 참석을 요청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소속 위원 7명은 아무도 이날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야당 국정조사 특위 위원들은 국회로 찾아온 18명의 유가족의 손을 하나하나 잡으며 위로를 건네고, 2시간 30여 분 가량 유가족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국민 여러분 끝까지 분노해달라"... 유가족들 절규
 
'이태원 참사' 희생자 배우 고 이지한 씨 어머니 조미은 씨(오른쪽)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장혜영 정의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협의회'(가칭)는 이날 국정조사특별위원장 등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국정조사에 관한 유가족들의 요청사항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 우상호 국조특위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당 위원들이 참석한 데 반해 국민의힘 위원들은 전원 불참해 대조를 이뤘다.
▲ 유가족에 다가간 장혜영 의원 '이태원 참사' 희생자 배우 고 이지한 씨 어머니 조미은 씨(오른쪽)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장혜영 정의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협의회'(가칭)는 이날 국정조사특별위원장 등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국정조사에 관한 유가족들의 요청사항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 우상호 국조특위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당 위원들이 참석한 데 반해 국민의힘 위원들은 전원 불참해 대조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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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협의회'(가칭)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국정조사특별위원장 등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내 자식 살려내라"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있다.
▲ "내 자식 살려내라"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협의회'(가칭)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국정조사특별위원장 등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내 자식 살려내라"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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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세월호 (유가족) 엄마 손 잡고 힘내시라고, 세월이 약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정말 마음깊이 위로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제 입을 찢고 싶습니다. 저희는 그렇게 위로해서는 안 되는 거였습니다. 국민 여러분 끝까지 분노해주시고, 끝까지 정부가 하는 일 지켜봐주시고, 남아있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게 저희 좀 도와주십시오"

참사로 딸 박가영씨를 떠나보낸 최선미씨는 거듭 "도와달라" "부탁한다"를 반복했다. 그는 "세월호 때 진상규명과 제대로 된 처벌이 없어서 재발방지대책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희생됐다"라며 "이번에는 정말 진상규명이 돼야 하고, 관련자 처벌 받아야 하고, 방지대책이 나와서 남아있는 아이들이 다음 세대를 이어갈 수 있게 도와달라"라고 강조했다. 

아들 최민석씨를 잃은 김희정씨는 매년 하는 행사였음에도 경찰의 통제가 없었고, 여러차례 112에 신고했음에도 경찰이 대응하지 못한 사실을 지적하며 "차량 통제라도 해줬어야 하는거 아닌가, 아니면 경찰이 세 명만이라도 그 골목에 있었으면 어땠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위패와 영정사진이 없는 정부 분향소를 지적하며 "유족들 조문 왜 그런식으로 했냐. 꽃이 식물이지, 사람에 비할까"라며 "돌아간 사람을 욕되게 하면 안된다. 그런데 욕되게 했다. 왜 애도도 못 받냐. 국화한테 애도하라는 거냐"라며 울먹였다.

김씨는 "왜 유가족들이 서로 만나면 안되나. 당사자가 당해보지 않으면 이런 아픔 누구도 공감할 수 없다. 그런데 왜 못 만나게 하냐"라며 "유가족 명단 없다고 왜 거짓말 하냐. 왜 가릴려고 했는지 밝혀라"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우리 유가족은 배상·보상 모른다. 그건 지금 거론될 수 없는 이야기다. 사고 조사는 시작도 안 했는데 보상이나 위로금 이런 거는 제일 나중에 해야 되는것 아니냐"라며 강조한 뒤, "제발 나쁜 소문 차단시켜달라. 같이 동조하지 말아달라"라고 당부했다.

이종철씨는 정부와 여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씨는 "(윤 대통령이) 해외순방길에 또 다녀와서 행안부 이상민 장관 어깨 토닥여주고 등을 어루만져주는 거, 특수본(경찰청 특별수사본부)에 대한 간접적인 압력 아니냐"라며 "이 사람은 내 새끼고 내 사람이니까 잘들 처신해라, (이것이) 공정과 상식인가"라고 외쳤다.

이어 국민의힘 위원들의 불참에 대해서도 "당신들이 말하는 패륜? 우리에겐 이게 패륜이다"라며 "그리고 우리가 정치를 합니까? 왜 우리를 도와주신 분들을 정쟁으로 몰고 가서 그분들이 왜 우릴 도와주지 못하게 하나. 당신들이 패륜 집단이다"라고 강하게 말했다.

이씨는 무릎을 꿇고 "제발 부탁드린다. 저희는 정치를 모른다. 저희가 이상민 장관 파면을 (요구) 드리는 게 정쟁의 소지가 있는 건가"라며 "대한민국의 헌법과 형법은 당신들 보호를 위한 보호를 위한 법인가? 국회에서 도대체 무엇을 하는 건가, 민주당 의원들 당신들도 마찬가지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국민의힘 불참에 많은 유가족들 분노... "정쟁 거리 아니다"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협의회'(가칭)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국정조사특별위원장 등과 면담하는 자리에 국민의힘 위원들은 전원 불참해 왼쪽 자리가 비어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당 위원들은 이날 면담에서 국정조사에 관한 유가족들의 요청사항을 들었다.
▲ 유족이 요청한 자리, 국힘은 단 1명도 없었다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협의회'(가칭)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국정조사특별위원장 등과 면담하는 자리에 국민의힘 위원들은 전원 불참해 왼쪽 자리가 비어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 야당 위원들은 이날 면담에서 국정조사에 관한 유가족들의 요청사항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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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유가족 협의회 준비모임은 국정조사 특위에 ▲유가족과 협의해 국회 내 희생자 추모공간 마련 ▲유가족이 국정조사 기관 회의 참관할 수 있는 국회 내 유가족 소통공간 마련 ▲유가족 추천 전문위원 임명 및 예비조사 실시 ▲ 유가족에 국정조사 진행경과 설명 및 조사 자료 제공 ▲ 국정조사 전 과정에 유가족 참여 보장 ▲추모공간·소통공간 등 준비에 있어 협의 선행 요청 등 여섯가지 요청 사항을 전달했다.

유가족의 요구에 대해 국정조사 특위 야당 간사인 김교흥 의원은 간담회가 끝난 후 기자들 앞에서 "국회 내 추모 공간 마련, (유가족) 전문가 추천 부분은 여당 간사와 제가 협의해서 최대한 유족들의 의견을 수렴될 수 있게끔 하겠다"라며 "유가족들과의 통로는 진선미 위원과 소통할 수 있게끔 했다"라고 밝혔다. 나아가 김 의원은 "생존자들을 이번 국정조사 특위에서 가능하다면 증인으로 채택해서 그 상황을 반드시 듣고 규명을 하고자 한다"라고 덧붙였다.

유가족 대리인으로 간담회에 참석한 윤복남 변호사(민변 10·29 참사대응 TF 팀장)는 "비공개 회의에서는 유가족 목소리를 듣는게 다였다. 다른 유가족분들 발언 하나하나를 제가 옮기는 게 적절치 못하다"라면서 "한가지 말씀을 소개하자면 오늘 이 자리에서 국정조사 특위위원 중에 국민의힘 위원들이 참석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 많은 유가족들이 항의와 분노의 마음을 표시했다"라고 밝혔다.

윤 변호사는 "여야 야가 아닌 참사의 진상을 규명해야 하는 자리에, 정쟁이 아니라 정말 국민의 권리를 구제하는 의원 입장에서 다시 생각하고 향후 여야 협의에 의해서 제대로 철저하게 국정조사 임해줄 것을 요청드리고 당부드린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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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윤석열 투쟁으로 체제전환의 토대를 마련하자

  • 기자명 편집국
  •  
  •  승인 2022.12.01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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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반년밖에 안 된 정부에 퇴진은 가혹하다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될성부른 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이미 싹수가 노랗다. 정권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6개월이면 충분하다. 더 기다려 봐야 민중의 고통만 더할 뿐이다.

윤석열을 반대하지만 섣불리 퇴진 구호를 들었다가 일이 성사되기도 전에 역풍을 만나지 않을까 염려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이미 생사존망을 건 싸움은 시작돼 버렸다. 판갈이 싸움에 어물쩍대다간 역사의 뒤안길에 버려지기 십상이다.

윤석열 퇴진투쟁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들 중엔 ‘죽 쒀서 개 주는 꼴’을 걱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죽을 쑤는 주체가 다름 아닌 민중이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니 민중과 함께하는 투쟁을 주저하는 순간 헤게모니를 잃게 된다.

돈이 권력이 된 자본주의 계급사회에선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인의 호불호가 갈린다. 우리 사회는 이미 친윤 30%, 반윤 60%로 양분되었다. 반윤 세력이 총결집하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 하지만 각개약진하면 각개격파 되고 만다. 각개약진을 경계하는 이유다.

윤석열에 퇴진을 명령한 이유

윤석열에 퇴진을 명령한 이유는 윤석열 정부가 정치는 군부독재에 버금가는 검찰독재를, 경제는 위기를 넘어 민생파탄을, 외교는 미국에 굴종도 모자라 일본에 굴욕을, 군사는 외세에 빌붙어 전쟁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이 중 하나만 해당해도 탄핵감이다. 물론 특별히 잘하는 분야가 있다면 나머지 잘못을 상쇄할 수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이 모든 것을 빠짐없이 최악으로 만들었다.

윤석열의 검찰은 ‘법 만능주의’를 앞세워 정적을 제거하는 독재의 수단이다. 브라질에서 룰라 대통령이 퇴임하자, 검찰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룰라를 흠집 냄으로써 독재 정권을 유지한 것과 같은 행태다.

‘누구든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라는 명분을 앞세워 야당을 탄압하고, ‘검찰이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유포해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다. 이런 윤석열식 검찰독재는 군부독재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다.

윤석열의 경제는 무능할 뿐만 아니라 매판적이다. 고물가로 인한 생활고, 고금리로 인한 부채 위기 등 민생이 파탄지경에 이르렀지만, 윤석열 정부는 세계 경기를 탓하며 어쩔 수 없단다. 미국이 조장한 공급망 파괴와 고환율로 인해 무역적자가 최악으로 치달았지만, 자국 경제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동맹국을 착취하는 미국의 횡포에 그저 눈만 끔벅일 뿐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사태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역대 정부가 미국에 굴종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몰락기에 접어든 미국이 패권 연장을 위한 국제질서 재편에 집행 담당자를 자임한 정부는 윤석열이 유일하다. 윤석열의 외교는 국익은 고사하고 일본에까지 굴욕 외교를 펼쳐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 길을 터주고 말았다.

윤석열 정부는 이제 말로라도 ‘전작권 환수’를 언급조차 않는다. 자기 나라 군대를 지휘할 권한도 없으면서 대북 선제타격을 운운하며 전쟁위기를 고조해 일본의 재무장을 돕는다. 미국의 대중국 군사 압박에 편승함으로써 대만을 비롯한 동북아 분쟁에 한반도는 타격 과녁이 되고 말았다.

 

이밖에 윤석열 정부가 지난 6개월간 보여준 퇴물·검사·비리 내각으로 인한 인사 참사, 꽃다운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이태원 참사, 욕설과 굴욕 언론 배제로 점철된 외교 참사, 박물관에서 부활한 공안몰이, 유신 시절에도 못 했던 제1야당 당사 압수수색, 화물연대 파업에 계엄선포에 가까운 ‘업무개시명령’ 등 윤석열의 퇴진 사유는 차고 넘친다.

윤석열 퇴진은 체제전환 투쟁

임기 말 박근혜 정부는 상대적으로 쉬운 상대였다. 세월호 참사에 이은 백남기 농민의 물대포 피격 사건, 최순실의 국정농단 등 이명박근혜 10년 동안 쌓이고 쌓인 민중의 분노가 극에 달했었다. 게다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도 일찌감치 분열했다. 박근혜를 지키는 것이 오히려 소탐대실(小貪大失 작은 것을 탐하다 큰 것을 잃는다)이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그렇지 않다.

분단체제와 미국의 신자유주의 지배 질서가 흔들리면서 체제전환을 요구하는 노동자 민중의 투쟁이 태동했다. 그 시점에 들어선 윤석열 정부는 역사의 물줄기를 거꾸로 돌리는 것을 제1 사명으로 삼는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는 현재를 지키려는 보수가 아니라 과거로 회귀하려는 반동에 가깝다.

요컨대 박근혜 퇴진이 대통령을 바꾸는 정권교체 투쟁이었다면, 윤석열 퇴진은 분단 지배 질서와 미국식 신자유주의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체제전환 투쟁이라고 할 수 있다.

아래로부터 반윤투쟁을 조직하자

‘윤석열 심판이 맞냐, 윤석열 퇴진이 맞냐?’ 하는 구호 논쟁을 할 새가 없다. 촛불행동이 제안한 ‘윤석열퇴진범국민운동본부에 들어갈까, 말까?’ 하는 상층 논의에 휩쓸려서도 안 된다.

지역과 현장에서 윤석열에 대한 분노를 모아 아래로부터 반윤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이렇게 기층이 발동된 투쟁만이 70년 분단지배체제를 끝장내는 강고한 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 진보정당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어쩌면 2024년 총선 준비를 걱정할 수 있다. 하지만, 윤석열의 검찰 독재를 그대로 둔 채 결코 야당의 총선승리를 기약할 수 없다. 설사 당선이 된다고 하더라도 선거법을 손에 쥔 정치 검찰에 의해 줄줄이 낙마할 수 있다. 저들은 그러고도 남는다. 검찰 독재가 무서워 여당에 편입하는 일도 벌어지지 말라는 법 없다.

분명한 것은 반윤 투쟁 없이 총선승리는 없고, 반윤 투쟁 전면화만이 체제전환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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