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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판결'로 숨통 틘 윤석열 대통령, 우크라 무기 지원 이야기 그만해도 되지 않나요?

[기자의 눈] 긴장 격화되는 러-우에 트럼프 2기 정부 대비 등 고려하면 꺼내지 말아야 할 때

이재호 기자 | 기사입력 2024.11.24. 05:01:45

바이든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을 러시아 본토에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하고 러시아는 핵 교리를 수정하는 등 미국과 러시아 간 긴장이 격화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겠다는 윤석열 정부가 이제는 정말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할 때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미 외신들은 당국자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사거리 300km의 ATACMS 미사일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부로 공격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19일 러시아 매체 <리아노브스티>통신과 <스푸트니크> 등은 푸틴 대통령이 핵 억제 분야의 국가 정책 원칙을 승인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며 "핵무기가 없는 국가가 핵무기가 있는 국가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 또는 그 동맹국에 대해 침략하면 이는 공동 공격으로 간주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 및 서방의 무기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미국은 대인지뢰 공급을 허용하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당 무기 사용은 2014년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 한반도가 아닌 지역에서 금지된 바 있다. 그러다 2020년 트럼프 1기 정부 때 이 결정을 뒤집었고 이후 2022년 바이든 정부가 다시 무기 사용을 금지했는데, 이것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사용된 것이다.

이렇듯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바이든 정부 임기 종료를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사실상 러시아-미국 등 서방의 전쟁으로 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출발점으로 간주되는 우크라이나 특사단의 방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21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날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씀드리지는 않겠지만 방문과 관련한 협의가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측도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이후에 특사단 방문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할 것임을 밝혔다.

정부가 우크라이나 특사단을 언제 만날지, 이에 따라 어떤 무기를 제공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북한군의 러시아 투입 이후 단계별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면서 무기 지원을 언급한 바 있고 현재도 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미사일 사거리 확대 승인 조치가 러시아 쿠르스크에 진입한 북한군에 대한 대응으로 전해지면서, 한국이 북한군 투입을 이유로 무기를 지원하기는 그 명분이 다소 약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의 조기 종전을 언급하고 이를 대외 분야의 최우선 과제로 상정하고 있는 만큼, 한국 정부가 이를 고려하지 않고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은 18일 미 방송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바이든 정부의 조치가 "확전 사다리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X'의 본인 계정에 "군산복합체는 아버지(트럼프 당선인)가 평화를 만들고 생명을 구할 기회를 갖기 전에 제3차 세계대전으로 향하려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인사들은 세계를 권위주의 국가와 자유주의 국가로 나누고 소위 '가치외교'를 펼쳐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와 동맹도 아니고, 동반자 관계도 아닌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겠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 북한군 파병을 10쪽 가까이되는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하고 대통령 주관 긴급 회의를 했던 10월 중순과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미국 대선이 끝났고 이에 따라 전쟁 양상이 사실상 러시아와 미국의 강대국 간 충돌로 번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나서게 되면 그 여파가 자칫 한반도에도 미칠 수 있다.

그러니 윤석열 대통령이 이제는 정말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볼 때다.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는 윤석열 정부가 전쟁과 관련해 국제사회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고 싶을 수 있으나, 지금은 우선 한반도에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말과 행동을 가져가는 것이 먼저다. 한반도가 안정돼야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한국의 역할도 본격적으로 펼쳐 나갈 수 있다.

윤 대통령에게는 이를 할 수 있는 국내적 여건도 마련됐다. 최대의 정적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으면서 떨어지던 윤 대통령의 지지율도 멈춰 서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 않나.

그러니 이제 외부에서 위협을 찾아 지지율 회복을 노리기 보다는 트럼프 시대에 대비하는 데 집중해주길 바란다.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역할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서도, 곧 찾아올 트럼프 2기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위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는 더 이상 꺼내지 않는 편이 유리해 보인다.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3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및 19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뒤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호 기자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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