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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에 늘어난 CCTV, 안전이 통제는 아니잖아요”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4/11/06 08:53
  • 수정일
    2024/11/06 08:5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영광의 ‘언론을 묻[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2022년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골목에서 시민 158명이 사망했다. 이후 생존자 한 명은 스스로 삶의 끈을 놓았다. 희생자 총 159명. 이들은 이태원에서 열리는 핼러윈 축제를 즐기러온 시민들이었다.

어느덧 이태원 참사 2주기가 지났다. 2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희생자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왜 축제를 즐기러온 이들이 사망했는지, 국가는 왜 참사를 예방하지 못했는지, 참사 이후 대응은 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지를 여전히 묻고 있다. 참사 이후 ‘삶이 장례식장이 됐다’는 유가족들의 기나긴 투쟁과 호소 끝에 진상규명을 위한 특조위는 이제 막 첫발을 뗀 상태다.

최근 이태원 참사 책임자들 재판에서 줄줄이 무죄가 선고되고 있다. 지난 10월 31일 홍주환 뉴스타파 기자와 전화 연결해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문제와 특조위 발족, 언론보도 관련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홍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이태원 참사 2주기인 10월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 인근 사고 현장에서 한 시민이 추모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2주기인 10월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 인근 사고 현장에서 한 시민이 추모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태원 참사에 대해 꾸준히 취재해오셨는데 2주기 소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저도 한 사안을 오래 취재해 본 게 처음이에요. 시간이 이렇게 많이 지났고 제가 한 취재도 꽤 되는 것 같은데 뭔가 진행된 사항은 그렇게 많지가 않습니다. 재판도 막 1심이 끝났고 특조위도 이제 발족해서 조사는 시작도 안 했죠. 그래서 참사 발생 2년이 지났지만 아직 본격적인 취재는 시작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 이렇게 늦는 걸까요?

“정권의 의지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당시 참사 책임자였던 사람 중에 먼저 사임한 분은 거의 없잖아요. 참사의 책임자들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밑에 있는 공무원들이 이태원 유가족이나 피해자들을 돕거나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거든요. 취재하면서 행안부 공무원들이 매우 소극적으로 일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정부에서 세워놓은 지원 정책 같은 게 있잖아요. 그런 거 이외에 더 나아갈 생각을 하지 않더라고요. 그러니까 계속 지지부진하게 오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세월호 참사 때와 비교하면 어떤가요?

“세월호 참사 때 저는 기자가 아니어서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그런데 세월호 때는 당시 해수부 장관이었던 이주영 장관이 바로 사임 의사를 밝히고 물러나겠다고 했는데, 이태원 참사에선 그런 사람이 아무도 없잖아요. 법적 책임이 없기 때문에 도의적, 정치적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태도죠. 그 점이 가장 다른 것 같아요. 사실 이들이 도의적, 정치적 책임도 지지 않으려고 한다는 게 유가족들로 하여금 더욱더 이태원 참사가 이 정부로부터 책임 인정을 못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때 진도 체육관에 왔었잖아요. 유가족들을 한 번이라도 만나기는 했단 말이에요. 근데 지금까지 윤석열 대통령은 유가족들을 만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게 가장 큰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홍주환 뉴스타파 기자
홍주환 뉴스타파 기자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를 언급했는데?

“1주기 때는 윤석열 대통령이 자기가 과거 다녔다던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렸다고 했어요. 그리고 이제 2주기가 됐으니 뭔가는 해야겠다 싶었겠죠. 그래서 당시 발언도 마지못해 한다는 느낌이 계속 드는 거예요. 본인이 유가족들을 만나면 좋은 소리 안 나올 테니 그런 걸 할 의지는 전혀 없겠죠. 메시지 던지면 끝인 거고 유가족들과 소통할 생각은 없는 것 같아요.”

작년 7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헌법재판소가 기각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법적인 판단에 대해서 제가 평가할 수는 없지만 이 사람이 기소가 안 됐고, 즉 검찰에서는 이 사람을 법적으로 문제 삼을 건 없다고 본 거잖아요. 그런 상태에서 탄핵이 되기는 어려웠을 것 같아요. 어쨌든 탄핵하려면 불법 행위가 인정돼야 하니까요. 근데 저는 이상민 장관이 현 정부 최장수 장관이란 점이 상징적으로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 장관 탄핵 여부를 떠나 대통령이 당연히 사임을 시켰어야 되죠.”

9월에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가 출범했는데 특조위는 어떤가요?

“출범은 했지만 아직 조사를 시작한 건 아니거든요. 왜냐면 법안이 만들어지면 그 아래 또 시행령이 만들어져야 하고, 또 특조위라는 조직의 직제 규정 같은 것도 만들어져야 해요. 그 이후에야 특조위에서 조사관들을 채용할 수 있는 거거든요. 그런 절차를 다 거치고 조사를 개시하려면 아마 내년 초가 돼야 할 겁니다. 되게 늦긴 했지만 잘해야죠. 그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022년 11월 3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조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022년 11월 3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서 조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2년 동안 유가족 많이 만나셨을 텐데 유가족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뭐예요?

“삶이 변했다는 말씀을 가장 많이 하십니다. 그전에는 시위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참사 하나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고 말씀하시죠. 이게 해결되지 않고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 같다고도 하시고요. 일상이 파괴됐다는 말씀들도 많이 하세요. 참사로 가족을 잃은 분들이기 때문에 기존의 인간관계가 많이 없어지거든요. 그래서 과거보다 외로움을 많이 느끼시는 경우도 있어요. 그런 부분이 가장 안타깝죠.”

세월호 때처럼 비난이나 공격도 많이 받나요?

“2주기 행진할 때도 지나가는 시민 중에 몇몇이 욕을 하기도 했어요. 2년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무뎌졌다고 해도 그런 반응엔 여전히 쉽지 않죠. 사회적 참사라는 것이 유가족들나 피해자들로 하여금 사회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드는 일이에요. 왜냐하면 길 가다가 그냥 죽었으니까요. 결국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이들을 지지하고 있다는 걸 계속 보여주는 일뿐입니다.”

어려운 점은 뭐라고 하시나요?

“그분들도 세월호가 학습 되시는 것 같아요. 세월호 참사가 10년 지났는데 아직 명확하게 진상이 규명됐다는 사회적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잖아요. 그러니까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께서는 언제까지 싸워야 내 자식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진상 규명을 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게 다가오는 거죠. 언제 끝날지 모르는 터널을 계속 걸어가시는 느낌일 것 같아요. 그 부분이 유가족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태원 참사 발생 300일을 사흘 앞둔 지난해 8월 22일 오전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 및 300일 추모 4대 종교 삼보일배'에서 유가족과 종교인들이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발생 300일을 사흘 앞둔 지난해 8월 22일 오전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촉구 및 300일 추모 4대 종교 삼보일배'에서 유가족과 종교인들이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태원 참사를 기억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태원 참사에 대해 ‘놀다가 죽었다’는 말과 ‘간 사람이 잘못’이라는 말이 많았잖아요. 그런 상황을 보면서 국가란 무엇이고 우리가 원하는 국가란 어떤 건지 생각을 해봤어요. 우리가 원하는 국가는 우리가 국가를 위해서 봉사해야만 보호해 주는 존재인지, 아니면 우리가 뭘하든 상관없이 일상을 살다가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인지요.

그 지점에서 이태원 참사가 중요한 사건이라고 봐요. 왜냐하면 이분들은 그냥 일상을 살다 국가가 역할을 하지 않아서 돌아가신 분들인데, 그럼 우리가 이 사건을 계속 놔두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국가를 만드는 데 과연 어떤 도움이 되겠느냐는 거죠. 그런 고민을 하게 하는 참사인 것 같아요.”

1999년 10월에 인천 호프집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는데 사망자 다수가 중고생이었죠. 그래서 시선이 안 좋았어요. 그 사건 때와 비슷한 거 같아요.

“비슷한 얘기에요. 그때도 사실 사업주의 잘못이 있었고 소방 같은 곳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희생자를 비난하는 것이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어요. 어떤 문제도 나아지지 않게 만들거든요. 결론은 그거예요. 피해자들을 욕하다 보면 결국 우리의 자유가 축소되는 거죠. 그러면 거리를 자유롭게 못 돌아다니고, 그게 우리의 안전을 지키는 최선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될 거거든요. 그런 상황을 누가 원하겠냐는 말이죠.”

이태원 참사 관련해 앞으로 과제는?

“사실 진상 규명밖에 남은 게 없죠. 특조위 활동을 지켜보고 감시하는 게 가장 큰 과제입니다. 그리고 이 정부가 과연 특조위의 조사 활동에 협조하는지 혹시 방해는 하지 않는지 지켜봐야겠죠. 벌써 2년이란 시간이 지났고,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태원 참사가 어떻게,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 그리고 이를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태원 참사 미규명 진실] 기획보도 (뉴스타파 홈페이지 갈무리)
[이태원 참사 미규명 진실] 기획보도 (뉴스타파 홈페이지 갈무리)

지금 증거들은 남아 있는 건가요?

“지금 재판 중이기 때문에 여러 자료가 법원에 있을 테고, 아직 폐기 법정시한이 안 지난 자료들도 많거든요. 이런 사회적 참사 발생에는 조직의 구조와 관행이 되게 중요한 영향을 끼칠 텐데 사실 그건 문서보다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드러나기 쉽거든요. 그 조직에 계속 몸담고 있던 사람들의 생리와 습성, 사람들이 조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고 어떻게 일을 해왔는지 탐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이태원 참사 관련 언론 보도는 어때요? 지속적인 보도는 없는 것 같은데.

“보도량이 많이 줄긴 했지만 그래도 몇몇 언론에서는 지속적으로 보도를 하고 있긴 하더라고요. 그런데 특조위가 발족된 이후 특조위 활동을 감시하는 보도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유가족들과 피해자들이 오랜 투쟁과 염원으로 만든 기구인데, 특조위 활동 기간에 혹시나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지, 애먼 곳을 조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을 언론이 계속 감시하고 보도해야 해요. 그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언론보도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태원 참사 책임자들의 형사 ‘재판 결과’에 집중하는 보도가 많더라고요. 유·무죄를 중요시하는 보도가 많아질수록, 시민들에게 사회적 참사는 형사적 책임을 지우고 말고가 제일 중요하다는 인식을 만들 수도 있거든요.

무죄가 선고됐지만, 판결문을 보면 우리 사회나 경찰 조직이 잘못하고 있다는 내용이 써 있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런 함의를 담아줘야 시민들이 사회적 참사라는 게 형사적 책임을 지우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느끼지 않으실 것 같아요. 그래서 사회적 참사에서 유·무죄에만 집중하는 재판보도는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태원 참사 2주기인 10월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 인근 사고 현장에서 경찰들이 이동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2주기인 10월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 인근 사고 현장에서 경찰들이 이동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앞으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취재 방향은?

“지난달에 [이태원 참사 미규명 진실]이란 제목으로 기획보도를 했고, 2주기 보도는 오늘(10월 31일) 나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제 특조위가 발족할 때를 기다리면서 저도 숨 고르기를 하려고 합니다. 특조위가 조사를 시작하면 저도 같이 다시 힘을 내야죠. 특조위에서 조사를 시작할 때까지 기존 자료들에서 놓친 것은 없는지, 또 중요하게 봐야 될 것이 무엇인지 한 번 더 검토하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참사 발생 2년이 지나면서 언론 보도량도 많이 줄었고, 많은 사람들은 이제 다 해결된 거 아니냐고 합니다. 사실 저도 2년이 지날 때까지도 해결된 게 전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지금 이태원을 가보면 이태원 참사 때와 풍경이 많이 달라졌어요. 핼러윈 데이 때 경찰들도 많이 서 있고, 실시간으로 인파 밀집도를 확인할 수 있는 CCTV들이 곳곳에 달려있죠. 근데 과연 이태원 참사가 저런 기계들이 없어서 발생했을까요?

사실 최근 핼러윈 데이 때 이태원의 분위기는 이상했거든요. 곳곳에 바리케이드를 쳐놓고 골목에 경찰들이 6명씩 서 있고, 구청 공무원들도 5~6명씩 서 있어요. 축제를 하라는 건지 아니면 놀지 말라는 건지 모를 정도였어요. 그래서 어떤 분이 선생님 앞에서 놀라고 하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니까 우리가 원하던 안전한 사회가 과연 이런 모습이었나라는 의문이 드는 거죠.

이태원 참사는 시민들이 ‘압사 사고가 일어날 것 같아요’라고 신고했을 때 경찰이 한두 번만 제대로 대응했다면 안 일어났을 수 있는 문제예요. 그러니까 CCTV 같은 기계가 없어서 생긴 문제가 아니고, 골목마다 경찰이 빽빽하게 서 있지 않아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었다는 거죠. 방향을 정말 잘못 잡고 있어요. 우리가 원하는 안전이라는 것이 ‘통제’가 아니잖아요. 우리가 원하는 안전한 사회는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 볼 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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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이영광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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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11.06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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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 2024.11.06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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