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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최안 "죽음 결심했었다...470억 손배? 더 잃을 것도 없다"

[노란봉투법①]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말하는 하청과 노조할 권리

22.10.12 05:14l최종 업데이트 22.10.12 05:14l
노동자들이 생존권을 위해 쟁의행위를 하면 수십, 수백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 '노란봉투법' 제정 요구가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연내 법 제정을 약속했지만 정부·여당·재계의 반대가 거세다. 노랑봉투법의 의미를 살펴보는 연쇄 인터뷰를 진행한다.[편집자말]
유최안 부지회장이 지난 6월 22일부터 7월 22일까지 31일간 가로·세로·높이 1미터 크기 철제 감옥 속에 스스로 들어가 투쟁하던 모습.
▲  유최안 부지회장이 지난 6월 22일부터 7월 22일까지 31일간 가로·세로·높이 1미터 크기 철제 감옥 속에 스스로 들어가 투쟁하던 모습.
ⓒ 금속노조 선전홍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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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거제가 들끓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5~6년 전 30% 삭감된 임금을 회복시켜 달라며 들고 일어난 것이다. 위험한 작업장에서 20년 넘게 일해온 하청 숙련공들의 월급이 200만 원대, 최저임금 수준이었다. 임금 체불과 4대 보험 체납은 일상화돼 있었다. 문제 제기하려 노동조합을 만들면 업체가 폐업했다. 대우조선 하청 노조는 임금 회복과 노조 인정을 요구하며 6월 2일부터 7월 22일까지 51일 동안 파업을 벌였다.  

사측의 물리적인 해산 시도가 이어지자 하청 노동자들은 단식을 하고, 고공 농성을 했다. 급기야 유최안(41)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6월 22일 거제 옥포조선소 제1도크 바닥에 설치된 가로·세로·높이 1미터 크기 철제 감옥에 스스로 몸을 가뒀다. 20년차 용접공인 그가 직접 감옥을 용접했다. 키 178 센티 장신인 유 부지회장은 앉은 자세로 목을 다 세우지도 못하는 좁은 감옥에서 31일을 버텼다. 창살 사이를 뚫고 나온 강한 눈빛, 검고 마른 팔, 손에 쥔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란 펜 글씨는 많은 이들을 거제로 모이게 했다.

파업은 끝났고, 계절이 바뀌었다. 7월 22일 노사 합의가 이뤄졌지만 사측은 석 달이 다 된 현재까지도 조합원 10여 명에 대한 고용 승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 정부의 공권력 투입 압박에도 교섭 책임이 없다며 끝내 나 몰라라 했던 원청 대우조선은 지난 8월 말 유 부지회장을 비롯한 하청 노조 간부 5명을 대상으로 470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월급 200만 원대인 이들이 이 돈을 다 갚으려면 300년 넘게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일만 해야 한다. 이 터무니 없는 돈의 방정식이 최근 노란봉투법 제정(노조법 2·3조 개정) 여론에 불을 붙였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들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한하고,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도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노동계에선 20년간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목소리가 높아지자 다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연내 법 통과를 약속한 상태지만, 정부·여당과 재계의 반대가 극심해 법안은 국회에 막혀있다.


유 부지회장을 지난 6일 저녁 거제에서 만났다. 9월 초 퇴원해 9월 13일부터 현장에 복귀한 그는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용접 일을 한 뒤 곧장 노조 사무실로 가 밤 늦게까지 노조 업무를 봤다. 유 부지회장은 노란봉투법의 필요성을 말하다가도 "기대를 잘 하지 않습니다. 기대했다가 꺾이면 힘드니까요. 여태까지 살면서 뭘 '꽁'으로 받아본 적이 없어서"라고 꾹꾹 눌러 말했다. 동시에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도 좀 더 쉽게 노동조합 할 수 있게 하는 법 아닙니까"라며 "노동조합 한다고 집, 돈 다 날리고 인생 다 털어먹었습니다. 하청은 계속 이렇게 노동조합 해야 됩니까?"라고 또랑또랑 되물었다.

"감옥 투쟁 후... 현실 바뀐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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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최안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지난 6일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인근 하청 노조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났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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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 상태는.  

"저번 주까지만 해도 무릎이 아팠는데 이제 거의 다 회복한 것 같다. 다행이다."

- 파업 종료(7월 22일) 뒤에도 하청 노동자 40여 명의 고용 승계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김형수 지회장이 지난 8월 18일부터 9월 8일까지 22일간 단식 농성을 했다.

"그 중 아직도 10여 명은 고용 승계가 안 됐다. 하청은 이렇게 똑같은 내용 갖고 세 번, 네 번 합의해야 한다. 화가 나서 미치겠다."

- 지난 6~7월 파업에 큰 반향이 있었다.

"조선소 바깥에서 우리 지회를 바라보는 인식은 좋아진 것 같다. 하지만 조선소 내 현실이 좋아진 건 없다."

- 무슨 말인가.

"노동자들이 대우조선을 다 떠나고 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이거밖에 안 오른다고?' 하면서. 이번 파업이 사회적으로 주목 받으면서 어느 정도 기대치가 있었는데, 그게 무너진 거다. 우리 파업으로 오히려 삼성, 현대 등 다른 업체들 임금이 많이 올랐다. 더 좋은 조건 찾아 떠나는 걸 막을 순 없지 않나. 본래 600명 정도 되던 조합원들도 20% 정도 줄었다(대우조선에는 정규직이 약 8000명, 하청 노동자가 약 1만 2000명 있다).

경험 많고 기량 좋은 숙련공들도 이번에 회사가 하는 꼴 보고 마음이 많이 틀어졌다. 노동조합 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가. 자기 작업에 대해 자부심이 많은 사람들이다. 일로는 꼬투리 안 잡히는, 일 잘하는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몫 떳떳하게 요구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회사는 여전히 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노조 안 하는 사람들만 원하고 있다. 의욕이 생길 수가 없다."

- 수주가 늘어나는 등 호황기가 와서 오히려 일손이 부족하다고들 한다.

"일 잘하는 숙련공은 팽시키고, 경험 없는 사람들이나 말도 잘 안 통하는 외국인 채용만 늘리고 있다. 위험한 작업이 많은데도 일단 쓰고 치우면 된다는 식이다. 분명 탈이 날 거다. 선박의 안전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회사에 대한 애정 없이 단기적으로 돈 벌러 온 사람들이 과연 책임감 갖고 배를 만들까. 실제 용접을 하면 속이 다 쇳물로 차 있어야 하는데, 쇠 안에 스펀지를 넣거나 텅 빈 채로 겉만 불량하게 용접한 뒤 돈 받고 떠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러면 또 알아서 책임감 갖고 일하는 노동자들만 죽어나간다. 한 번에 할 일을 두 번 세 번 해야 하니까. 지금 현장에선 작업이 안 되고 있다."

"가끔 '괴물'이 되어간다고 느껴... '대우'라는 괴물을 상대하는 괴물"
  
유최안(41)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최근 용접 현장에서 찍은 사진. 속이 비어있는 불량 작업이다. 유 부지회장은 사회적인 관심을 받았던 6~7월 파업 이후에도 임금 등 처우가 현실화되지 않자, 숙련공들이 대우조선을 떠나고 있다고 했다. 그 자리는 단기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채우고, 제대로 용접을 하지 않고 겉으로만 눈속임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  유최안(41)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최근 용접 현장에서 찍은 사진. 속이 비어있는 불량 작업이다. 유 부지회장은 사회적인 관심을 받았던 6~7월 파업 이후에도 임금 등 처우가 현실화되지 않자, 숙련공들이 대우조선을 떠나고 있다고 했다. 그 자리는 단기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채우고, 제대로 용접을 하지 않고 겉으로만 눈속임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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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26일 대우조선이 유 부지회장을 포함해 노조 간부 5명에게 47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소장도 안 읽었다. 뭐 얼마를 더 뺏기겠나. 더 뺏길 것도 없다. 어차피 이 사회가 만든 비정규직 하청 구조에서, 희망도 없는 삶에서 뭘 더 잃겠나. 신경도 안 쓴다. 손배 때리면 그냥 맞는 거다. 다른 방법이 있으면 좀 알려달라."

- 파업 내내 회사는 거액의 손배 압박을 했다.

"나는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걸 경고해야 했다. 우리라고 손배 각오를 안 했을까? 까놓고 얘기해서, 나는 '이번에 안 되면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도저히 더는 답이 없어서. 여기서는 뭔가 멈춰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냥 이대로 사는 건 벌 받는 거라고 생각했다. 살아가는 의미가 없었다."

-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할 건 다 해봤는데 안 되는 걸 어떡하냐는 거다. 우리는 작년에도 파업했다. 쟁의권도 얻지 못한 채 소위 '불법 파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당장 돈 떼어 먹혔다고, 지금 돈 돌려달라고 노조에 모이는데 거기 대고 '자 여러분 1년만 기다려보세요. 교섭하고, 쟁의권 얻어서 파업하면 됩니다'라고만 할 순 없지 않나. 하지만 '불법 파업' 딱지가 붙으니 공권력이 모든 걸 막아 뭘 해보지도 못하고 좌절했다. 격렬했지만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하고 고립된 채 고사했다. 민주노총도 거제에 잘 오지 않았으니까. 조합원들은 계속 다른 일자리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올해 더 절박했다. 정말 뭔가 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는 노조 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떠나는 노동자들에게 '그래도 파업이라도 한 번 해보고 가자'고 설득했다. 조선소에서 10~20년 일했는데 다른 데 가기 전에 뭐라도 해보고 떠나야지 않겠냐고. 벼랑 끝에서 올해 파업을 준비했다. '합법 파업'을 위해 쟁의 기간 다 기다려가며 파업권을 획득했다.

그렇게 합법 파업을 했더니 이번엔 구사대들이 몰려와 두들겨 팼다. 조합원들 한 명 한 명 떨어져 나가는데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서 1도크 감옥으로 들어간 거다. 근데 이마저 불법이라고 한다. 20일 넘게 밥을 굶어도 안 되고, 한 달 동안 진수(배를 물에 띄움)를 막아도 안 된다. 그럼 도대체 우리는 앞으로 무얼 더 해야 하나? 제발 방법을 좀 알려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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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최안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지난 6일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인근 하청 노조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를 만났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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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로·세로·높이 1미터 철제 감옥에 스스로 몸을 가두고 한 달 넘게 투쟁했다.

"이렇게 관심을 받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 못했다. 우리 같은 비정규직, 하청이 왜 극단적인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줄 아나. 빨리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달에 200만원 버는 사람들이 한 달, 두 달 임금 포기하고 파업 할 수 있을까? 절대 못 한다. 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다. 우리도 피켓 몇 번 드는 걸로 끝나는 집회 하고 싶다. 그 정도로 말 들어주면 왜 안 하겠나. 그런데 이곳은 사람이 죽어도 눈 하나 꿈쩍 안 하는 지옥이다. 우리가 강성인가? 그들이 너무 하는 것 아닌가?"

- 감옥 투쟁 당시 정부는 공권력 투입을 운운했다.

"문제는 나 같이 '죽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다. 파업 끝나고 서로 얘기해보면 다 비슷한 마음이었다. 공권력 들어오면 고공농성 하던 누군가는 뛰어내렸을 것이고, 연쇄적으로 일이 터질 상황이었다. 솔직히 내가 가끔 '괴물'이 되어간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대우'라는 괴물을 상대하는 괴물. 이런 '괴물'들이 점점 많아지면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도 많아지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 지난 5일 국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한창 파업할 때 우리가 8000억 손해 입혔다고 많이 모함 받았는데 그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해달라"고 회사에 요구했다.

"회사가 8000억 떠들어대니 정부, 대통령까지 나서서 공권력 투입 압박을 하지 않았나. 이제 와서 470억이라고 말을 바꾸고 설명도 없다."

- 같이 국감장에 있던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470억 손배소를 취하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손배가 "준법 경영"이라고도 했다.

"법에 문제가 있는데 법 지키면 뭘 하나. 우리와 법률 싸움하자는 건가. 그럴 거면 회사에 변호사만 있으면 되지 뭐 하러 사장이 있나. 지난 3월 박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회사는 우리에게 작년 파업에 대한 10억 손배소를 때렸다. 그전에는 고소·고발을 남발해 구속시켜버리는 기조였다면 이젠 돈으로 노조를 짓누르겠다는 확실한 의지 표현이었다. 우리가 그렇게 싸웠는데 어제 사장 얼굴을 처음 봤다. 언론들 있는 데서 친한 척 인사하러 오길래 거부했다."

"다른 데로 떠나라? 속 편한 소리... 할 수 있는 걸 할 뿐, 이대로 살 순 없다"
    
- 대우조선의 470억 손배소를 계기로 노란봉투법 제정 요구가 커졌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이 이번 정기 국회 내에 노란봉투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손배 앞에서 버틸 방법이 없지 않나. 다만 기대는 잘 안 하고 산다. 여태 살면서 '꽁'으로 먹은 적이 한 번도 없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할 뿐이다. 비정규직 투쟁이 그렇다. 우리들의 파업은 답이 있어서 하는 파업이 아니다. 어떤 계획과 구상이 있는 게 아니라 몰리고 몰렸다가 터져 나오는 거다. 그 힘으로 밀어붙이는 파업이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뭐를 고치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는 답도 안 그려진다. 특히 법은 우리에게 머니까. 그래서 더 기대를 안 하려 한다."

- 기대가 없어진 건 언제부터인가.

"조선소 상황이 안 좋아지고, 비정규직 하청이 죽어나가기 시작했을 때부터다. 예전엔 정말 일만 했다. 1년으로 따져도 쉬는 날이 거의 없었다. 설, 추석에도 일했다. 스물셋에 조선소 들어가 스물일곱까지 4년을 거의 하루도 안 쉬고 잔업·특근을 했다. 결혼을 일찍 해 네 식구 가장이었고 외벌이였기 때문에. 죽으라 일만 하니 스물일곱에 집을 살 수 있었다. 저, 일 정말 잘했다. 그런데 그 무렵부터 조선소가 내리막이었다.

회사가 하청을 정규직보다 많이 쓰는 이유가 뭔가. 더 많이 벌어다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려울 땐 하청부터 깎고 날렸다. 우리는 그냥 한 달 벌어 한 달 살 수 있으면 되는데, 그게 안 되기 시작했다. 몸도 슬슬 망가지는 게 느껴지는데 나중에 쓸 병원비도 안 남을 것 같았다. 스물넷 때 내 시급이 1만원이었는데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시급이 1만 300원이다. 삶에 기대나 희망이 생기겠나.

속 편한 사람들은 '그럼 딴 데 가서 돈 벌라'고 한다. 내 나이 이제야 마흔 조금 넘는다. 젊다. 용접사가 어디 가서 대우 못 받겠나. 갈 데 많고 내 친구들도 돈 많이 번다. 그런데 빤히 보이지 않나. 여기 사람들 그냥 놔두고 가나? 여기엔 여기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죽어야 하나? 속 편한 소리들 하고 있다. 나는 내가 있는 곳에서, 여기에 있어야 하는 사람들과 함께 어떻게든 살아가보는 게 사람답게 사는 거라 생각한다."
 
유최안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지난 6일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인근 하청 노조 사무실에서 대우조선의 470억 손배 소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최안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지난 6일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 인근 하청 노조 사무실에서 대우조선의 470억 손배 소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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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 부지회장 같은 선택을 하지 않고 떠나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이다. 각자의 삶이다. 흔히 우리끼리 '조선소는 막장'이란 말을 많이 한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밖에서 한 번 고꾸라지고 온 사람들이다. 배 안은 아수라장이다. 시간 아끼려고 용접, 도장, 파워(페인트칠 전 전동 그라인더로 선박 표면의 녹이나 이물질을 제거하는 노동자)가 한데 섞여 일을 한다. 페인트통이 즐비한데서 화기 작업을 하니 폭발 위험도 있고 온갖 유독 물질이 나와 코와 눈이 아프다. 환기 시설이 없어 배에 연기가 꽉 찬다. 중량물 다루는데 다른 건설, 제조 현장과 달리 기계가 움직일 수 있는 길이 없다. 유선형이라 작업하는 자세도 잘 안 나온다. 그런 곳에서 무거운 걸 들고 나르면 무릎, 허리 다 나간다.

그런데도 블랙리스트에 올라갈까 봐 산재 얘기도 못꺼낸다. 그러다 정말 수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경까지 간 사람들이 밤 9시쯤 박카스 하나 들고 쭈뼛쭈뼛 조합 사무실로 찾아온다. 도대체 돈이 뭐라고 이렇게 될 때까지 일을 했나, 내가 다 짜증이 난다. 얼마 전에도 서른넷 밖에 안 된 친한 동생이 허리 디스크로 일을 관뒀다. 내가 있는 업체에 직원이 100명 정도 되는데, 올해만 두 명이 죽었다. 한 명은 자살, 한 명은 당뇨로. 둘 다 40대밖에 안 된다. 요즘 세상에 당뇨가 죽을 병인가. 그런데 여기선 이런 일이 발에 차인다.

여기 남은 사람들은 다 죽어야 되는가? 예전엔 내가 뭘 잘못해서 이렇게 사나 싶었다. 그런데 이놈의 비정규직 하청 구조는 내가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때부터 잔업·특근을 안 했다. 내가 잔업하고 일 많이 하면 옆에 있는 한 명이 짤린다. 그게 보이기 시작하는데 어떻게 더 일을 하나. 미칠 노릇이었다. 왜 서로가 서로에게 침을 뱉어야 하나. 그렇게 노동조합 일도 출발했다. 한 달 월급이 170~180만 원으로 떨어졌다. 스물일곱 때 산 집도 팔았다. 생활비 쓰려고."

- 떠나는 대신, 남아서 노동조합 하면서 좋아진 점은 없나.

"억지로 꼽자면 어른은 좀 된 것 같다. 내가 중학교 2학년 때 어머니가 집을 나갔고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집을 나갔다. 집이 깨져서 동생은 숙식 제공되는 고등학교로 진학해 떨어져 살았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일을 했다. 그러다 몇 년 전에 우연히 어머니를 만났다. 감정이 좋지 않았고 피해의식 같은 게 남아 있었다. 마음 속 문이 열리지 않았다. 교류를 안 했다. 하지만 노동조합 하면서 하도 인간 말종들을 상대하다 보니 어머니가 용서되더라(웃음). 이제는 교류를 하고 있다. 이번 파업 때 수많은 시민들이 보내준 연대도 기억하고 있다. 사실 그 덕분에 지금 살아있다."

- 노란봉투법이 제정되면 현장에 변화가 있을까.

"모르겠다. 해봐야 아니까. 지금도 헌법에는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이 잘 만들어져 있는데 사측이 민법을 기막히게 악용해 손배로 침해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러니 노란봉투법이라도 해보자는 거다. 경총은 자꾸 노란봉투법이 재산권 침해라고 하는데, 그럼 우리의 노동권은 언제나 침해 받아도 되는 것인가. 이건 불평등한 것 아닌가.

결국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하기 좀 더 쉽게 하자는 것 아닌가. 손배를 막고, 우리 하청도 원청과 교섭할 수 있다면 파업이나 교섭이 훨씬 빨라질 수 있다. 우리가 목숨까지 걸 일이 줄어든다. 이번에 감옥 투쟁 들어가기 전 집에 말을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뉴스에 내 얼굴이 나오고, 8000억 어쩌고 하니까 아내가 몸져누워 지금 처가살이 하고 있다. 대학생 된 아들, 고등학생 된 딸 얼굴을 넉 달 만에야 봤다. 정말 하청은 계속 이렇게 노동조합 해야 하나? 정말 난 이대로 살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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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장도 “내부 문제제기”라고 인정하는데, “감사방해”라는 사무총장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2/10/12 09:08
  • 수정일
    2022/10/12 09:0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석연찮은 증언거부 지적에 “미주알고주알 답하는 게 부적절하단 의미”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는 모습. 2022.10.11. ⓒ뉴스1
 
이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표적 감사 논란과 이관섭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과의 문자 논란의 중심이 된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11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감사위원들의 문제제기를 “감사방해”라고 주장했다. 관련 공식 회의에 참석한 최재해 감사원장조차 “감사위원의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반복해서 밝혔지만, 회의에 참석조차 안 한 유 사무총장이 해당 감사위원들의 문제제기를 “문제제기라기보단 감사방해”라고 비하한 것이다.

또 ‘이전에도 이관섭 국정기획수석과 문자 또는 전화통화를 한 적 있느냐’는 국회의원들 질의에 “이 문제에 대해선 처음 한 소통”이라고 답변했다가도, 사실관계를 분명히 짚는 질문이 재차 이어지자, 석연치 않게 “답변하지 않겠다”라며 반복해서 답변을 거부했다.

뚜렷한 사유 없는 증언 거부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처벌 대상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유 사무총장은 “미주알고주알 답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의미의 답변이었다”라고 답했다. 뒤늦게 내놓은 답변하지 않은 취지 또한 답변할 가치가 없었다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대통령실과 소통 정상이면 이전 대화 공개하라’
“그게 삭제해서” 곤란하다는 사무총장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국회에서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어 나온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야당 의원들로부터 집중적인 질의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유 사무총장은 다소 신경질적으로 답변하며 여러 논란을 키웠다.

먼저 유 사무총장은 자신과 이관섭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과 주고받은 문자에 대해 “소통은 정상적이었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5일 국무회의에 참석한 유 사무총장이 이 국정기획수석에게 휴대전화 문자로 직접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라고 보고하는 내용이 언론이 포착된 바 있다.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할 감사원이 대통령실에 사소한 것부터 이전 정부 감사에 대한 것까지 협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져 나오는데, 이를 정상적인 소통이라고 반박한 것이다.

이에,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소통이 정상이라면 (공개되지 않은 문자 대화 내용을) 공개할 의향이 있느냐”고 질의했고, 유 사무총장은 “그게, 삭제해서”라며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탄희 의원 질의에 답변 거부하는 유병호 사무총장 ⓒMBC 방송화면 갈무리

‘감사위원 문제제기 없었다는 것인가?’
“문제제기보단 감사방해”
사무총장 답변에 난감해 한 최 감사원장
“문제제기 있었다” 정정


그러면서 유 사무총장은 ‘감사위원의 문제제기가 있었다’는 언론보도 등에 대해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에 대해, “해당 보도내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위원회 의결을 안 거쳤다는 것이고, 둘째는 내부에서 문제제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둘 중 무엇이 허위인가”라는 이탄희 민주당 의원(경기 용인시정)의 구체적인 질의가 이어지자, 유 사무총장은 “위원회 의결 사안이 아니다”라고 답할 뿐, 무엇이 허위인지 짚지 못했다.

특히, 유 사무총장은 자신이 참석하지도 않은 감사위원회의에서 나온 문제제기에 대해 “문제제기 차원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규정에도 맞지 않는 내용을 막연히”라며 “문제제기보단 감사방해이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감사원장조차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다’는 추궁이 이어지자, “확인해봐야겠다”라고 답했지만, 이미 “감사방해”라고 말한 뒤였다. 이 같은 유 사무총장의 답변에 대해, 최재해 감사원장은 난감해했다. 유 사무총장 답변에 끼어드려다가 못 끼어든 모습을 본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최 원장에게 답변 기회를 줬는데, 최 원장은 “사무총장은 위원회에 참석하지 않아, 그 당시 상황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답변하는 거 같아서 보충설명을 하고 싶었다”라며 “그 당시 하반기 감사 계획을 8월 이십 며칠 경에 뒤늦게 확정하는 회의를 하다 보니까, 그전에 착수된 감사 상황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이냐 문제제기가 있었다. 유 사무총장이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답변에 혼선이 있을 거 같았다. 문제제기는 있었다”라고 유 사무총장의 답변을 정정했다.

하반기 감사계획을 짜기도 전에 유 사무총장 중심으로 7월에 착수된 이전 정부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가 표적감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일부 감사위원들의 문제제기를 감사방해로 치부한 것이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10.11. ⓒ뉴스1


‘보도된 문자 이전에 대화 없었나’
“답변하지 않겠다”
‘정당 사유 없는 답변 거부, 처벌 가능’
“답변거부는 아니었다...”


이어지는 질의응답에서도 유 사무총장의 답변은 논란이 됐다.

언론에 포착된 유 사무총장과 이관섭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이 주고받은 문자가 처음 주고받은 문자냐는 이탄희 의원의 질의에, 유 사무총장은 “답변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답변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없지 않느냐”라는 지적에도,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이에 이탄희 의원은 “증언거부하려면 법적 사유가 있어야 한다”며, “이전에도 문자를 주고받은 적 있는지”를 재차 물으며, 답변할 기회를 여러 차례 제공했다. 그런데도, 그는 “따로 답변하지 않겠다”라고 답해 의구심을 키웠다. 이 의원의 이어지는 ‘전화통화를 한 적도 있느냐’, ‘메시지를 주고받은 적 있느냐 없느냐’ 등의 질의에도, 그는 “따로 답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답변 거부에 대한 해명은, 김의겸 의원이 “정당한 사유 없이 국감 답변을 거부했을 경우 처벌할 수 있다”는 지적을 한 뒤에야 나왔다. 김의겸 의원은 “저렇게 당당하고 분명하게 증언을 거부하는 증인에 대해서는 법사위가 전체 의결로 정식 고발해달라”고 건의했다.

그러자, 유 사무총장은 “증언 거부한 게 아니고, 미주알고주알 답변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의미였다”라고 반박했다.

유 사무총장은 이날 앞서서 김의겸 의원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언론에 보도된 문자 대화가 첫 소통이냐?”는 질의에 “최근에는 그렇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처음 소통이다”라고 답했다.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이관섭 수석과 소통했을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는 지점이다.

한편, 이날 유병호 사무총장이 이관섭 수석과 주고받은 문자에 대한 지적은 여당에서도 제기됐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비례대표)은 해당 문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사과할 의향이 없느냐고 물었고, 유 사무총장은 “허위사실이다, 그 부분이 없어서 안타깝지만, 공직자로서 절제된 용어 쓰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라며 떨떠름하게 사과했다. 이에 조 의원은 “사과엔 조건이 없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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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野, 반일만 되뇔 건가” 한겨레 “정진석 망언 사과해야”

  • 기자명 장슬기 기자 
  •  
  •  입력 2022.10.12 07:11
  •  
  •  댓글 1
 
 

[아침신문 솎아보기] 일제고사 부활에 경향 “키를 자꾸 잰다고 키가 커지지 않는다”
포털 탈락 아시아투데이, 조선 하단광고에 이어 경향·국민·아주경제 등에 네이버 비판 광고 게재

정치권이 연일 친일과 반일, 친북 등 서로를 비난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언론도 냉전식 진영논리 프레임으로 여야 정치권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중앙일보는 북한이 보름동안 일곱 차례에 걸쳐 12발의 미사일을 쏜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제대로 안보위기를 느끼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사설을 냈고, 한겨레는 ‘조선이 썩어서 망했다’는 발언을 해 식민사관이라고 비판받는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사과를 촉구하는 사설을 썼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일제고사로 불리는 ‘학업성취도 전수평가’ 부활 방침을 공식 밝혔다. 교육부는 이에 따라 현재 초6, 중3, 고2 등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2024년에 초3~고2로 넓히고 원하는 학교나 학급은 모두 시험을 치를 수 있게 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일제고사 부활이 줄 세우기 경쟁을 통한 비교육적인 방법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5일 조선일보 1면 하단에 네이버를 비판하는 광고를 낸 아시아투데이가 12일에는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아주경제와 자사 1면 하단에 광고를 냈다. 지난달 16일 포털 콘텐츠 제휴 심사에서 탈락한 것에 대한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여론전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시아투데이는 2013년 검색제휴에서 퇴출된 직후에도 언론사 광고와 자사 기사로 네이버를 비판했다.
 
 

‘인공기 괜찮냐’ ‘조선은 썩어서 망해’ 색깔론에 식민사관까지

 
냉전시대에 작동하는 진영논리가 요 며칠 이어지고 있다.
 
중앙일보는 사설 “민주당, 북핵 위협에도 반일만 되뇔 건가”에서 민주당을 향해 “원인 제공자인 북한 도발에 대해 규탄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필수적인 한미일 안보 협력을 ‘친일 프레임’으로 비난하며 정쟁만 키운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한미일 군사훈련을 두고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한 것에 대한 비판이다.
 
서울신문은 사설 “북핵 앞 욱일기 논쟁, 어느나라 정치인인가”에서 “반일 정서로 정치 이득을 얻겠다는 심산이 아니라면 이 대표는 소모적 논란을 여기서 접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끝에 “집권당인 국민의힘이 ‘인공기는 괜찮냐’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 또한 무책임하다”며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조선은 안에서 썩어 문드러졌고, 그래서 망했다.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고 쓴 건 국민 정서를 외면한 실언”이라고 지적했다.
 
▲ 12일 한겨레 만평
▲ 12일 한겨레 만평

 

 
한겨레는 정 위원장 발언 비판에 초점을 맞췄다. 사설 “정진석 망언 사죄하고, 여야 실질적 안보 대책 논의해야”에서 정 위원장 발언을 두고 “야당 대표의 ‘친일 국방’ 문제제기에 맞서기 위한 의도였다 하더라도, 용납할 수 없는 망언”이라며 “정 위원장은 자신의 얼빠진 망언에 대해 진정으로 반성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냉철하게 접근해야 할 안보 문제에 대해 ‘친일’ ‘반일’ 같은 국민 정서를 자극하는 이분법적 접근법을 쓰는 것은 실질적 대책 논의를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취지의 주장은 다른 매체에서도 나왔다. 실제 대다수 국민이 친일이나 반일, 친북이나 반북 등에서 한쪽 입장만을 취하지 않고 사안별로 판단하는 가운데 정치권이 서로를 친일이 아니면 친북이란 식의 비난을 쏟아내는 게 국민정서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은 사설 “북 전술핵 위협 커지는데 친일·친북 싸움만 할 건가”에서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북한은 7차 핵실험까지 할 것이고, 한미일은 높은 수위로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한반도는 전례없는 위기로 빠져들 것이다. 여야는 당장 당리당략적 정쟁을 멈추고 위기 타개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제고사 부활에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 실증돼”

 
윤 대통령은 11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지난 정부에서 폐지한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국가가 책임지고 ‘기초학력 안전망’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일단 교육부는 원하는 학교만 참여한다는 방침이지만 일부 시도 교육감들이 호응하면서 사실상 일제고사 부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동아일보 보도를 보면 부산의 경우 관내 모든 학교에 자율평가에 응시하라는 지침이 내려졌고, 강원도는 11월부터 ‘강원형 학업성취도 평가’를 시행할 예정이다.
 
▲ 12일 경향신문 사설
▲ 12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사설 “줄세우기 부작용 뻔한데 일제고사 부활하겠다니”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최근 기초학력 부진 학생들이 크게 늘어난 만큼 그 필요성은 커졌지만 일제고사 형식의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는 부작용이 크다”며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전국 모든 학생이 한날한시에 같은 시험을 보는 일제고사 상황을 전했다. 이 신문은 “일선 학교에서는 일제고사에 대비한 모의고사가 성행하고, 일제고사에 포함되지 않은 과목은 수업시간을 줄였다”며 “시험결과를 교육청이 학교평가에 반영하자 학생들에게 부정행위를 조장하고 성적을 조장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학생 간, 학교 간 줄 세우기 경쟁을 통해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발상 자체가 비교육적”이라며 “시험을 봐야 학생들이 공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오해다. 키를 자꾸 잰다고 키가 커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했다.
 
사교육과 불평등을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모든 학생이 같은 시험을 친다고 해서 학력 신장이나 진단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며 “사교육에 몰리며 경쟁이 과열될 수도 , 입시에 활용되지 않으니 대충 볼 수도 있다”고 했다.
▲ 네이버 비판 기사와 포털 비판 사설, 네이버 비판 하단 광고 등을 실은 12일자 아시아투데이 1면
▲ 네이버 비판 기사와 포털 비판 사설, 네이버 비판 하단 광고 등을 실은 12일자 아시아투데이 1면

 

 

아시아투데이 ‘네이버 비판’, 광고에 이어 자사 보도·사설까지

 
아시아투데이는 12일 네이버 비판 기사를 여러건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부동산 매물정보 갑질 혐의 네이버 최수연 첫 공판 연기”에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부동산 매물정보 갑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운데 법원이 네이버 측 기일변경 신청을 받아들여 첫 공판이 연기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한편 네이버는 이 사건 변호를 위해 법무법인 김앤장을 선임한 뒤 전관 출신의 변호인단을 꾸려 대응하고 있다. 네이버 변호인으로는 법무부 차관을 지낸 이창재 변호사를 비롯해 법무연수원 부원장, 지청장, 형사부장 등 전관 출신 변호사들이 대서 포진해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투데이는 “네이버, 1조대 내부거래…문어발 확장”이란 기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서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네이버와 카카오 계열사들이 지난해 각각 1조 원대에 이르는 내부거래를 한 사실을 보도했다. 그 외에도 “네이버 동의의결 부실 이행, 국회 특위서 감시해야”란 기사를 통해 골목상권과 상생협력을 이행하지 않는다며 네이버를 비판하고 이를 막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의의결제도가 네이버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목소리들을 담아 전했다.
 
아시아투데이는 1면 사설 “‘황제포털’ 네이버가 장악한 언론, 이대로 둘 것인가?”에서 네이버 때문에 뉴스가 공짜라는 인식을 확산시켰고 기사 품질이 저하돼 언론 신뢰에 저해된다는 내용을 썼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두고 언론에 대해 민간기업이 등급별 심사를 하는 세계 유일의 기이한 제도라고 했고, 언론이 만든 콘텐츠로 네이버만 엄청난 수익을 올린다고도 비판했다.
▲ 아시아투데이 임직원 일동 명의의 12일자 국민일보(위)와 동아일보 1면 하단 광고
▲ 아시아투데이 임직원 일동 명의의 12일자 국민일보(위)와 동아일보 1면 하단 광고

 

 
한편 이날 경향신문, 동아일보, 아시아투데이 1면 하단에는 이해진 네이버 총수가 “라인 한국기업이라면, 네이버 한국 아닌 외국기업”이라는 발언을 제목으로 하는 광고를 게재했다. 해당 광고에는 지난번 아시아투데이의 네이버 비판 광고 게재 이후 네이버 피해 관련 제보가 쏟아진다는 내용도 담았다. 국민일보와 아주경제 1면 하단에는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호소문 ‘네이버 공화국 바로 세우기’ 대국민 운동을 다시 시작합니다”란 제목의 광고를 실었다. 해당 광고에는 네이버나 이해진 창업자 관련 억울한 일을 제보받는다는 내용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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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치 않게 전사됐다... 지켜보겠다, 조작·날조 마라"

[인터뷰]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느닷없이 유권해석 요청... 결국 문 전 대통령 겨냥한 것"

22.10.11 05:11l최종 업데이트 22.10.11 09:35l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 권우성
 
"나를 잘못 본 게 아닌가 싶다. 개인적 안위를 위해서 나가라고 하면 그만둘 거라고 생각한 게 아닌지. 햇빛을 보냈다면 되레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태풍을 보내니 굳세게 버티게 되더라. 의도치 않게 전사가 됐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은 2023년 6월까지 보장된 자신의 임기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전사'라는 말로 표현했다. 

전 위원장에 대한 정부·여당의 사퇴 압박은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 지 한 달만에 시작됐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6월 14일 전 위원장에게 '국무회의 참석 대상자가 아니'라고 통보했고, 윤 대통령은 사흘 뒤 직접 "국무회의에 굳이 올 필요 없는 사람까지 다 배석시켜서 회의를 할 필요가 있나"라면서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인사들을 겨냥했다. 이후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나서 "문재인 정부 알박기 인사"라며 전 위원장을 직격했다. 

6월 말엔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갑작스럽게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에 대한 유권 해석을 요청받았다. 권익위가 7월 1일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답변드리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밝히자, 같은 달 27일 또 다른 여당 의원이 나서 재차 유권해석 질의와 답변 자료를 요구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7월 28일, 감사원은 '전 위원장 복무 관련 사항 등'에 대한 권익위 감사에 전격 착수했다. 두 차례 기간이 연장된 감사는 지난 9월 29일 종료됐다. 감사 종료 하루 전, 감사원은 권익위의 서해 공무원 관련 유권해석 담당 실무 직원을 소환 조사했다. 지난 6일엔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유족이 권익위의 유권해석과 관련해 전 위원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정부와 여당, 여기에 피격사건 유족까지 손발을 맞춘 듯 전방위적인 사퇴 압박이 이뤄진 것이다.

윤 대통령 취임 후 겪은 일련의 과정에 대해 전 위원장은 "이번 정권을 검찰공화국이라고 하는데 그 최전선에서 맞서게 된다는 부담감, 두려움이 굉장히 크다"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최근 고발당한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과 관련해서는 "국민의힘이 해당 사건에 유권해석을 요청하며 나와의 관련성을 만들어냈고 내 답변을 두고 감사원은 감사를 하고, 이 건으로 검찰에 고발됐다"라며 "일련의 상황을 무엇으로 해석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전 위원장은 최근 마무리된 권익위에 대한 감사에 대해서도 "모두 문제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라며 "내가 정말 청렴하게 권익위원장을 했다는 사실이 감사로 인해 역설적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허탈한 듯 웃었다. 

현재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를 남겨둔 상황. 전 위원장은 "감사원이 칼을 빼고 대한민국 전체를 흔들며 권익위에 쳐들어왔는데 빈손이면 자존심 상하지 않겠나"라며 "뭘 가지고 엮을지...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다음은 6일 진행한 전현희 위원장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전문이다. 

"감사원 특별조사국 10명 갑자기 들이닥쳐... 위원장 2년 탈탈 털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 권우성
 
- 총체적 사퇴압박을 받고 있다. 내년 6월까지 임기를 마치겠다는 뜻은 여전히 유효한 건가. 

"기관장으로서 조직과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 국민들 입장에서 보자면 부패 방지와 권익 구제라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 그 둘 때문에라도 사퇴할 수 없다. 법에 권익위원장의 임기와 권익위의 독립성이 명시돼 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가혹한 시기다. 그런데 내가 힘들다고 이 책임감과 사명감을 버리고 그만두면 비겁한 일이다. 때문에 개인 전현희를 희생하며 어렵게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실 정권의 압박이라는 상황에 몰리니 책임감과 사명감이 더 생긴다. 나를 잘못 본 게 아닌가 싶다. 개인적 안위를 위해서 나가라고 하면 그만둘 거라고 생각한 게 아닌지. 햇빛을 쬐면 되레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태풍을 보내니 굳세게 버티게 된다. 의도치 않게 전사가 됐다."
 
- 감사원이 감사한 내용이 결국 ▲위원장의 언론사 편집국장과의 오찬 1건 ▲추미애·박범계 전 법무부장관 이해충돌 유권해석 문제 ▲위원장 관사 관리 관련 비용 건 ▲위원장 근태 ▲위원장 행사 한복 관련 건 ▲위원회 고위 직원 징계 관련 건 ▲위원회 일반직 직원 채용 관련 건이었다고 지난 9월 21일 회견에서 밝혔다. 

"권익위원장을 표적으로 어느 날 갑자기 감사원 특별조사국 직원 10명이 들이닥쳤다. 통상 감사에 비해 엄청난 규모의 전격적인 감사였다. 나를 표적으로 내가 위원장으로 있었던 2년을 탈탈 털었다. 어마어마한 비리가 있어야 될 거 같은데, 조사한 내용을 보니 편집국장과의 오찬이었다. 정말 최대치로 봐도 4000원 초과(전 위원장은 지난 2월 언론사 편집국장과 오찬에서 1인당 3만 4000원의 식사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 - 기자 주)다.

청탁금지법은 '직무 관련성'이 있을 경우에 3만 원 이상 음식물 접대를 금지하고 있다. 참석 인원을 확인해 보니 1인당 3만 원 이하였다고 말하는 직원도 있다. 사실관계를 다퉈야 할 문제다.

그런데 이게 청탁금지법 위반인 것처럼 막 부풀려서 (감사원은 언론 등에) 얘기했다. 윤 대통령이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이던 시절 이를 보도한 기자와 담당 판사에게 술을 곁들인 식사를 대접한 일이 있다. 이 건은 경찰에서 이미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라고 종결 처리했다. 이 건과 비교해 보라. 내가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 관사 동파 수리 문제도 횡령이라는 프레임을 씌웠다. 행사 한복 대여건도 터무니가 없다. 절차적으로 아무 문제 없이 처리했다는 게 확인됐다.

제가 정말 청렴하게 권익위원장을 했다는 사실이 감사로 인해 역설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업무적으로 문제 삼으려는 유권해석 관련해서도 유권해석 실무진이 결론을 내고, 저는 그 내용을 보고 받은 것이다. 그 결론에 부당하게 개입하거나 결론을 변경한 적이 없다. 왜냐하면 권익위의 독립성을 위원장이 지켜줘야 하니까.

그런데 감사원이 '위원장이 정치적으로 편향성 있게 결론을 변경했다'는 프레임으로 몰고 있다. 감사원이 칼을 빼고 대한민국 전체를 흔들며 권익위에 쳐들어왔는데 빈손이다, 이러면 자존심 상하지 않겠나. 뭘 가지고 엮을지...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5월 1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5월 19일부터 본격 시행하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의 주요 내용과 신고방법 및 신고자 보호 보상, 향후계획 등을 발표하고 있다.
▲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5월 1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5월 19일부터 본격 시행하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의 주요 내용과 신고방법 및 신고자 보호 보상, 향후계획 등을 발표하고 있다. 감사원은 이 때 입은 암행어사 한복을 문제 삼았다. ⓒ 연합뉴스
 
- 한복은 지난 5월 '명예 암행어사 행사' 때 입은 그 한복이 문제가 됐던건가.

"맞다. 그런데 참 구차해서... 대한민국 감사원이 그 많은 특별조사국 직원을 동원해 그걸 비리라고 파고 있다는 게 (감사원이) 민망한 일이다."
 
전 위원장이 '민망하다'며 말을 아끼자 인터뷰에 동석한 권익위 관계자가 정황 설명을 했다. 다음은 이 관계자의 말이다.

"한국에서 국제반부패회의가 크게 열렸다. 큰 행사는 장소 대여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업체와 함께 준비하는데, 당시 그 업체를 통해 위원장 행사용 한복을 빌렸다. 이후에 그 업체가 한복 대여업체에서 빌렸던 그 한복을 행사 소품용으로 구매해서 갖고 있었다. 

지난 5월에 명예 암행어사 위촉식 행사 때 입을만한 한복이 있나 알아보던 차, 업체가 지난 번에 위원장이 입었던 그 한복을 갖고 있다고 그냥 빌려주겠다고 했다. 정부기관이 예산도 있고 굳이 돈을 안 주고 빌려 입을 이유가 없다. 그 보라색 한복만 세 번인가 입었고 나머지는 모두 비용을 지급한 사항이다." (기자주- 감사원은 왜 보라색 한복을 그냥 제공 받았냐고 문제 삼았다.)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결국 문재인 전 대통령 겨냥"

- 지난 4일 감사원 감사의 법적 문제점 열 가지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중 가장 큰 문제라고 판단하는 게 '직권남용'으로 보인다. 

"업무를 하더라도 그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원칙과 기준을 위반하면 직권남용이다. 그래서 감사원이 감사를 하면서 지켜야 할 원칙과 기준을 페이스북에 지적해 놓은 것이다.

이번 감사는 감사위원회 의결 없이 시작한 감사라서 직권남용 소지가 있고, 이것이 직권남용이라면 감사 결과 자체가 위법한 감사가 된다. 또 그 결과에 대해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치는 건 또 다른 직권남용이 될 수 있다. 면밀한 법적 검토를 하고 있다. 관련해서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다. 국정감사 중이니 당분간은 국정감사에 집중하고 이후 시기를 보고 있다. 

법적 대응만 할 것이라면, 증거를 한꺼번에 모아서 수사기관에 가지고 가면 되는 일이다. 그러나 감사원 직원들도 똑같은 공무원이고 개인적인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공무원들에게 감사원 관련 법이나 규칙, 판례에 이런 내용이 있으니 감사할 때 유념해서 법과 원칙을 지켜가며 감사하면 좋겠다는 참고의 의미로 올린 거였다. 그런데 잘 안 보는지 위반을 많이 하더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감사원의 권익위 직원 괴롭히기, 불법감사 중단'을 촉구하며, '표적인 권익위원장을 직접 조사하라'는 입장을 밝히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9월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감사원의 권익위 직원 괴롭히기, 불법감사 중단'을 촉구하며, '표적인 권익위원장을 직접 조사하라'는 입장을 밝히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권우성
 
- 5일 긴급기자회견에서 강조한 건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관련 국민의힘, 감사원, 검찰이 한 방향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의혹 제기였다. 그렇다면 결국 최종 목표는 뭐라고 보나.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은 지난 정권 최고 책임자였던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겨냥하고 있다고 보인다. 당시 비서실장, 관련 부처 장관들, 청와대 인사들이 다 고발돼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그야말로 아무 상관없는 나까지 얼떨결에 끼워넣어졌다. 국민의힘·감사원·검찰까지 이렇게 연계돼서 나를 사퇴시키려는 게 아닌가 싶다." 
 
-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권익위가 유권해석을 내릴 사항인가.

"권익위는 그 사건과 아무런 업무적 연관성이 없다. 그런데 느닷없이 지난 6월 국민의힘 의원이 권익위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이 사건은 주무부처가 통일부, 법무부다. 유권해석이라는 건 소관 법령에 권한이 있는 부처에 요청할 수 있는 것이다.

권익위는 주무부처가 아니기 때문에 유권해석 권한이 없다. 그래도 요청이 왔으니 실무진이 유권해석을 했고 '권익위에 구체적인 신고나 민원 신청이 들어온 게 아니고 구체적 사실관계를 알 수 없어 답변 드리는데 한계가 있다'고 답변을 작성했고 그 내용 그대로 나갔다. 그랬더니 국민의힘 의원이 이 사건에 대해 대통령도 국민께 사과를 했는데 권익위원장이 답변 못하겠다고 하니 자격이 없다면서 물러나라고 했다.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어. 너는 대답만 하면 돼의 준말)'였다. 
 
국민의힘이 유권해석을 요청하고, 그 답변을 가지고 나와 서해 공무원 사건과 나의 '관련성'을 만들어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모르고 답변 드리기 곤란하다고 한 것에 대해서 감사원이 감사를 한다.  그리고는 이 건으로 검찰에 고발됐다(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유족은 지난 6일 직권남용과 공용서류무효죄로 전 위원장을 고소했다 - 기자 주). 일련의 상황을 무엇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남은 건 검찰이 어떻게 수사하냐다. 온 국민이 지켜봐야 할 일이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 권우성
 
- 감사원 감사는 종료됐고, 이제 감사 결과 발표만 앞둔 상황이다. 소회가 어떤가.

"인생에서 제일 힘든 시기다. 정권의 사퇴압박을 받는 최전선에 본의 아니게 서게 됐다. 이번 정권을 검찰공화국이라고 하는데 그 최전선에서 맞서게 된다는 부담감, 두려움이 굉장히 크다. 법을 지키면서 정해진 임기를 지키고 일하는데 사퇴 압박하는 게 이해가 안된다. 감사원 역사상 가장 세게 감사 받은 게 내가 아닐까. 2년치를 탈탈탈 털었는데, 나도 내가 여태 버텨냈다는 게 신기하다. 

감사원은 내가 부당하게 개입해서 유권해석 등의 결론을 바꿨다는 주장을 할 거 같다. 그러나 나는 결론을 바꾸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 이걸 어떤 식으로 엮을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조작·날조 하지 마라. 부당한 프레임을 씌우지 않도록 지켜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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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통령 지원기관”이라는 감사원장, 직원들 해명 요청 거부

등록 :2022-10-11 07:00수정 :2022-10-11 09:23

 

감사원 실무자협의회, 내부망 글 올려
“국정운영 지원기관” 최재해 원장 발언 해명요청
감사원 “10월 중 면담 예정”
최재해 감사원장이 7월2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최 원장은 이날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공동취재사진
최재해 감사원장이 7월29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최 원장은 이날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감사원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공동취재사진

최재해 감사원장이 ‘감사원은 대통령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는 국회 발언 등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감사원 직원들의 면담 요구를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사실은 감사원 직원이 감사원 운영방식을 비판하는 취지의 글을 내부망에 올리며 알려졌다.

 

1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감사원 6급 이하 직원들로 구성된 감사원 실무자협의회 회장은 지난달 27일 감사원 내부망 오아시스에 ‘감사원 발전을 위한 충언’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감사원 실무자협의회는 내부 규정에 따라 근무환경·기관운영 개선에 관한 사항을 논의해 감사원장에게 건의하거나 면담을 신청할 수 있다.

 

김아무개 실무협의회장은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지난 8월부터 최근까지 최재해 원장에게 면담을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면담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썼다고 한다. 면담 신청 내용은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취임 이후 감찰을 받고 있는 직원 5명 문제 및 내부 인사적체 문제, 최 원장의 국회 발언과 이에 정치적 중립 훼손이라며 반발한 더불어민주당의 감사원법 개정 추진 문제 등이라고 한다. 감사원 관계자는 “인사 적체에 대한 중장기적 방안이 마련되지 않고 있고, 최 원장이 국회에서 감사원의 역할을 ‘국정운영 지원기관’이라고 말한 것이 감사원의 정체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긴 내용”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7월29일 최 원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인가, 아닌가”라는 질문에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법사위원장인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도 “귀를 의심케 한다”며 최 원장에게 반문하기도 했다. 이후 민주당은 감사원 특별감찰 착수 전 국회 승인을 받도록 하는 감사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감사원법(2조)은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실무자협의회장과) 면담을 조율하고 있는 과정에 해당 게시글이 올라온 것으로 알고 있다. 10월 중 원장-협의회 면담이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감사원 실무자협의회가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실무자협의회는 지난해 6월 대선 출마설이 나오던 최재형 당시 감사원장(현 국민의힘 의원)을 면담했다. 당시 실무자협의회가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이나 독립성이 훼손될까 봐 우려된다”며 최 원장에게 사임 필요성을 전달했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감사원은 부인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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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민이 20년간 싸워 만든 공공병원, 한 달 만에 무너뜨리려는 국민의힘

 
 
7일 저녁, 성남시 야탑역 광장에서 300여명이 모여 성남시의료원 민간 위탁에 반대하는 촛불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7일 저녁, 성남시 야탑역 광장에 300여개의 촛불이 켜졌다. 국민의힘 소속 신상진 성남시장과 국민의힘 성남시의원들이 추진 중인 성남시의료원 민간위탁에 반대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다. 성남 지역 내 10여개 시민사회단체와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진보당 정치인들이 참석했고 지나가던 시민들도 발길을 멈추고 유심히 집회를 지켜봤다.

성남시에서 35여년간 거주 중인 이영숙(59) 씨는 개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그렇지 않아도 성남시의료원 논란에 우려가 컸는데 우연히 촛불집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퇴근 후 찾았다고 한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다른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던 이씨는 이렇게 말했다.

"성남시의료원은 공공의료를 위해 시민들이 만든 거 아닌가요? 개원 후에도 코로나19 치료에 집중했는데 적자를 봤다며 민간위탁을 해야 한다니, 그럼 당초 취지와 달리 공공의료 서비스가 줄어드는 거 아닌가요. 국민의힘은 성남시의료원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려 하지 말고, 공공병원으로 남겨 두세요!"

설립하는 데까지 20년, 허무는 데는 1개월?
시민이 만든 병원, 민간에 주겠다는 국민의힘


최근 성남시가 성남시의료원 민간위탁 문제로 시끄럽다. 지난 4일부터 민간위탁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성남시의회 1층에서 연좌 농성을 시작했다. 시의회 앞에서는 날마다 민간위탁에 반대하는 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이어지고 있다. 성남시의료원의 운명이 결정되는 1차 고비인 11일 상임위 회의를 앞두고 반발 움직임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발단은 국민의힘 소속 신상진 시장의 위탁 발언이었다. 신 시장은 의사 출신이자 국민의힘 4선 국회의원(성남 중원구)을 지낸 인물로, 국회의원 시절부터 성남시의료원을 대학병원에 위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성남시장으로 취임한 이후에도 기자간담회,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성남시의료원을 대학병원에 위탁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시민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적자 폭을 줄여야 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신 시장이 앞장서자 국민의힘 시의원도 적극 나섰다. 성남시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인 정용한 시의원은 지난달 21일 '성남시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을 발의했고, 정 시의원을 비롯한 14명의 국민의힘 성남시의원이 개정안 발의에 서명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성남시의료원을 '대학병원 등에 위탁 운영할 수 있다'는 현재 규정을 "위탁해야 한다"는 강제 조항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특히 위탁 주체도 기존 대학병원만이 아니라 ▲의료법에 따라 설립된 의료법인 ▲다른 법률에 따라 의학·약학 등에 관한 교육·연구와 진료를 위해 설립된 법인 ▲병원을 운영할 능력이 있는 비영리법인으로 대폭 확대했다.

정용한 시의원이 성남시의료원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수 언론 인터뷰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성남시의료원을 "세금 먹는 하마"라고 규정하며 "현재 그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에 대학병원 등 전문병원에 위탁운영을 맡겨 설립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성남시 내 시민사회는 현행 조례로도 대학병원에 위탁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국민의힘이 민간위탁을 추진하는 '진짜 의도'는 민간 의료 법인에 위탁하려는 데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개정안을 두고 '공공병원의 민영화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사실이 하나 있다. 성남시의료원이 개원한 지 이제 갓 2년이 지났다는 점이다. 이마저도 대부분의 기간은 코로나 전담병원으로서 코로나 대응 최전선을 지켜왔다. 코로나 대응을 책임졌던 공공병원이 일반진료에 어려움을 겪으며 재정 적자에 허덕이는 문제는 성남시의료원에만 한정된 문제는 아니다. 그런데도 신 시장과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경영난을 핑계로 성남시의료원을 민간위탁하려는 시도를 벌이고 있다.

공공병원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성남시의료원
전국 최초 주민발의 조례 제정 운동으로 설립된 성남시의료원

 
'성남시립병원설립을 위한 범시민 추진위원회' 소속 회원들이 환자복을 입고 성남시립병원 설치 조례안을 시청 민원실에 제출한 뒤 당시 이대엽 시장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성남시민에게 성남시의료원은 지역 공공병원,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성남시의료원은 시민들이 주도한 두 번의 주민발의 조례 제정 운동 끝에 설립된 곳이다. 주민발의 조례 제정 운동으로 공공병원이 설립된 전국 첫 사례다. 

2003년 처음 추진돼 2020년에 개원했으니 그 기간만 꼬박 18년이 걸렸다. 말이 18년이지, 공공병원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성남시와 시의회를 끈질기게 설득하고 때로는 싸워가며 온갖 좌초 위기에도 꿋꿋하게 견뎌 만들 수 있던 결과였다. 성남시의료원은 성남시민의 성과다.

성남시의료원 설립 운동 초기부터 함께 해 온 신옥희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 운영위원(진보당 성남시중원구 위원장)은 "성남시 역사상 가장 많은 시민사회와 주민들이 함께 했던 싸움"이라고 설명했다. 신 위원은 이후 성남시의료원 1기 이사로도 참여해, 성남시의료원의 밑바탕을 설계하는 데에도 역할도 했던 인물이다. 신 위원은 성남시의료원이 처한 현재의 상황에 대해 "그동안 시민들이 쌓아왔던 성과를 내팽개치고, 무시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성남시의료원의 시작은 지난 2003년 성남시 수정구·중원구 주민들이 자주 이용했던 종합병원인 성남병원과 인하병원의 적자로 인한 폐업이었다. 8백명에 달하는 병원 직원들은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었고, 지역 주민들은 의료 사각지대에 놓일 처지였다.

그 당시 인하병원 폐업으로 퇴원했던 한 환자(당시 65세)가 숨지는 일도 발생했다. 이 환자는 왕복 4시간 걸리는 분당 서울대 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생전 "제발 빨리 병원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호소했었다. 이처럼 수정구·중원구 주민은 종합병원을 이용하기 위해 분당까지 가야 했고, 분당 등 다른 지역의 병원을 이용할 수 없는 시민들에게는 의료 공백까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이때 시민들이 찾은 해결책은 주민조례를 통한 공공병원 설립이었다. 시민의 건강권을 책임지는 병원이 적자를 이유로 쉽게 폐업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확실한 대안이었다. 주민조례가 청구되면 지자체장은 청구일로부터 60일 내에 시의회에 상정해야 한다.

첫 시도부터 주민조례 청구 조건(해당 지자체 20세 이상 주민 총수의 1/20 이상, 당시 성남시의 경우 1만 1천명 이상)을 훌쩍 뛰어넘은 1만 8천595명의 시민들이 동참했다. 서명받기 시작한 일주일 만에 6천명, 20일 만에 1만 5천명을 넘어섰다. 이 때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이자 성남시립병원설립 범시민추진위원회 공동 집행위원장이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차 주민조례 청구인 대표를 맡았다. 이 대표는 현재도 자신의 정치 출발지를 '성남시의료원'으로 삼고 있다.

시민들의 열망은 컸지만, 당시 주민조례와 공공병원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성남시의회와 성남시가 제동을 걸었다.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이 다수당이었던 시의회는 시민들의 주민조례가 시의회에 대한 도전 또는 의정활동 방해라고 판단했고, 한나라당 소속 이대엽 성남시장은 공공병원을 손실로 생각하며 현실성이 떨어진 대학병원 유치에 매달렸다. 결국 1차 주민조례 청구는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심사 보류, 부결됐다.
 
△경찰에 연행되는 시립병원추진위 백승우 집행위원장 ⓒ우리뉴스 ⓒⓒ우리뉴스
 
'의료공백 사태 해결하라' 촛불을 밝혀든 시민들. ⓒ민중의소리 ⓒ민중의소리


조례안 부결에 분노한 성남시민들은 2차 주민조례 추진에 나섰다. 이때에도 1만 8천845명의 시민이 동참했다. 조례안 심의를 앞두고 매주 촛불집회를 열면서 공공병원 설립을 향한 시민들의 염원을 보여줬다. 큰 진통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조례안은 상임위와 본회의를 순탄하게 통과했다. 지방선거를 불과 2개월 앞둔 시점이었다는 점도 조례안 통과에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조례안은 2006년 시의회를 통과했다. 그 이후에도 성남시의료원은 10여년의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부지 선정을 둘러싸 갈등부터 시공사 문제, 지지부진한 공정, 성남시의회의 전액 예산 삭감 등, 여러 난관이 생길 때마다 시민들은 앞장서 돌파해 냈고 그렇게 성남시의료원을 지켜낼 수 있었다.

그 오랜 시간을 버티게 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신 위원은 "당사자들인 주민의 절박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초기 인하병원의 폐업으로 직장을 잃게 된 조합원들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싸웠고, 공공의료라는 가치를 주민들에게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수정구·중원구 주민들이 분당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을 가질 수 있는 불평등한 조건에 대한 문제의식이 많았고, 가장 평등해야 할 '의료'라는 부분에서도 불평등한 구조가 만들어지는 데 대한 주민들의 절박함이 컸었다"고 설명했다.

성남시의료원이 처한 가장 큰 문제는?
경영진 문제는 외면하고, 민영화만 외치는 엉뚱한 해결책


우여곡절 끝에 개원했지만 성남시의료원 운영이 시민들의 바람대로 이뤄지진 않았다. 당시 시민들은 성남시의료원이 ▲과잉 진료가 없는, 적정 진료를 하는 병원이 되어야 하고 ▲비정규직이 없는 병원이어야 하며 ▲간호·간병을 통합하는 병원이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지만, 비정규직 문제 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또한, 성남시민이 만든 병원인 만큼 성남시의료원의 운영 과정에도 시민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시민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요구가 컸음에도 현재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만 남아 있는 실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중의 원장 등 성남시의료원 경영진의 운영 방식이다. 성남시의료원 설립 주역인 시민들과의 소통을 사실상 배제한 채 독단적인 운영 방식을 고수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 원장의 고압산소 사적 이용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성남시의료원의 신뢰성을 떨어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남시의료원 경영 방식은 의료진 이탈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전담 진료 기간이 길어졌다는 원인도 있겠지만, 결정적인 원인은 이 원장의 독단적인 운영방식이라고 성남시의료원 의료진들은 지적한다. 이 원장과의 갈등은 성남시의료원 의사노조 출범 배경이 됐으며, 의사노조 역시 성남시의료원 문제의 근원은 경영진의 무능과 잘못된 리더십 등에 있다고 지목했다. 성남시의료원 의사노조에 따르면, 올해에만 21명의 의료진이 퇴사했다. 국민의힘은 바로 이 틈을 타 성남시의료원의 민간위탁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엔 여러 의문이 뒤따른다. 아직 성남시의료원의 운영 기간이 짧은데 경영진 교체는 해답이 될 수 없는 것인지, 민간위탁을 하면 수익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공공성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성남시의료원이 나아갈 방향으로 '공공성'을 꼽았던 시민들은 과연 민간위탁에 찬성하는지. 국민의힘은 이러한 의문에 아무런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단지 성남시의료원의 정상 운영은 민간위탁을 통해 가능하다는 주장만 반복할 뿐이다. 20년간 시민이 쌓아온 공든 탑 '성남시의료원'을 당선 3개월, 개정안 발의 1개월 만에 허물려는 국민의힘을 향한 성남시민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신 위원은 성남시의료원 민간위탁 추진 반대 운동을 하면서 만난 한 시민의 얘기를 전했다. "이 병원이 누구 병원인데, 절대 여기서 멈추면 안 되죠. 민간위탁 막으려면 제가 뭘 하면 될까요?" 숱한 위기 속 성남시의료원을 지켜왔던 성남시민들의 분노가 다시금 모이는 순간이다.

2년간 공공병원으로서의 성남시의료원은 어땠나
 
경기 성남시 수정구 성남시의료원 음압병동에서 의료진이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2022.8.1. ⓒ뉴스1

지난 2년 동안 성남시의료원의 문제만 드러난 것도 아니었다. 가장 큰 성과로는 코로나19 국면에서 공공병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다는 점이 꼽힌다. 성남시의료원은 2020년 진료 시작과 동시에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코로나19 확진 환자 치료를 도맡아왔다. 2015년 메르스 사태의 교훈으로 준비했던 6개의 음압격리병실이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큰 힘을 발휘했고, 음압병실을 점차 확충하며 코로나 대응 최전선에 서게 됐다. 지난해 1월에는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140개의 코로나 환자 전용 병상도 확보했다.

시민들도 성남시의료원이 개원 후 코로나19 치료에 집중해 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야탑역 광장에서 만난 이영숙 씨도 성남시의료원 적자운영에 대한 질문에 "코로나 치료에 집중하느라 일반 진료를 못 해왔다"며 문제의 핵심을 짚었다.

공공병원의 특성상 환자에게는 필요하지만 수익이 되지 않다는 이유로 민간 의료기관이 기피하는 의료를 담당해야 하기에 적자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당초 성남시의료원은 일반진료를 확대해 불가피한 적자를 메우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코로나 대응에 집중하면서 일반 진료에 제한이 있었고 일반 환자들도 자연스레 성남시의료원보다 민간 병원을 찾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지난 4월 국가 차원의 공공의료를 담당하는 국립중앙의료원은 코로나19 대응으로 전국의 공공병원의 의료 수익이 크게 악화됐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성남시의료원을 비롯한 전국의 공공병원이 70% 이상 병상을 동원해 코로나19 치료에 집중한 결과였다. 국립중앙의료원은 2020년 한 해에만 공공병원들의 경영성과지표가 20~30% 감소했으며,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이전의 경영 수준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최소 4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남시의료원이 다른 민간 의료기관과 달리 과잉 진료를 하지 않으면서 실제 의료비 경감을 체감한 시민의 사례도 존재한다. 성남시민 A씨는 민간 병원과 성남의료원에서 각각 허리 수술을 받았는데 두 기관의 치료비에 큰 차이가 있었다. 민간 병원에서는 1번 찍을 때마다 60만원에 달했던 MRI 촬영을 20번 진행하면서 수천만원의 치료비를 내야 했던 반면, 성남시의료원에서는 MRI를 2번 찍어 300만원가량으로 치료를 마쳤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례는 7일 촛불집회 전 성남시의회 앞에서 열린 '성남시의료원 위탁반대 성남시민대회'에서 공유됐다.

성남시의료원의 운명의 한 주,
11일 상임위 논의가 1차 고비
민간위탁 반대하는 시민들도 결집

 
7일 저녁, 성남시의회 앞에서 열린 성남시의료원 위탁반대 성남시민대회 이후 촛불집회 장소인 야탑역 광장까지 행진하는 시민들. ⓒ민중의소리
신옥희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 운영위원(진보당 성남시중원구 위원장, 오른쪽)이 7일 성남시의회 안에서 성남시의료원 민간 위탁에 반대하는 농성을 진행했다. ⓒ민중의소리


상황이 이런데도 국민의힘은 성남시의료원 정상화의 해법이 민간위탁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전의 사례를 보면 오히려 그 반대라는 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정부 재정은 더 많이 투입됐지만 공공성은 약화됐고, 시민들의 진료비 부담은 커졌다는 통계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 2007년 발표한 '지방의료원 운영혁신방안 연구'에 따르면, 대학병원으로 위탁된 마산의료원과 이천의료원, 군산의료원의 경우 위탁 전보다 정부 및 지자체 재정보조금이 늘어났다. 1인 1일당 진료비도 위탁 이후 2배가량 급증했으며, 저소득계층에 대한 지원 기능도 약화됐다는 점도 확인됐다.

성남시의료원 의사노조도 "이미 2000년대 초 많은 지방의료원이 위탁했고, 대부분 위탁은 실패했다"며 "수익성은 올라갔지만 공공적 역할은 후퇴했다. 시민들 만족도가 올라갔다는 근거도 없다"고 지적하는 성명을 냈다.

성남시의료원을 만들었던 성남시민들이 반대하고,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효과도 불분명하지만, 민간위탁을 위한 조례 개정 작업은 속도를 내고 있다.

문제의 개정안은 오는 11일 소관 상임위원회인 문화복지위원회에 상정돼 논의할 예정이다. 해당 개정안의 본회의 처리일은 12일로 공지돼 있다.

문화복지위는 국민의힘 소속 위원장을 포함한 국민의힘 시의원 4명, 민주당 시의원 4명 등 여야 동수로 구성돼 있다. 성남시의회 회의 규칙에 따르면 표결 결과 가부 동수인 경우 부결된 것으로 본다. 표결을 거쳐 부결되면 시의회 의장이 본회의에 직권 상정할 수 있다. 현재 시의회 의장 역시 국민의힘 소속이며, 성남시의회 다수당은 과반인 국민의힘이다. 국민의힘이 밀어붙인다면, 얼마든지 개정안 처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성남시의료원 민간위탁에 반대하기 위해 지역 15개 시민사회단체 등이 모여 만든 '성남시의료원 시민공동대책위(공대위)'는 상임위에서 여야 합의를 통해 개정안 심의를 일단 보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오는 2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회기에서는 개정안 논의를 멈출 수 있게 된다.

공대위 소속 시민들은 지난 7일 의회 개회에 맞춰 개정안을 발의한 정용한 시의원 등을 찾아가 민간위탁 추진에 강하게 항의했다. 정 시의원은 '민영화 철회하라'는 시민 요구에 "좋은 병원으로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아니다, 공공병원이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신상진 성남시장도 분노한 시민들과 맞닥뜨렸다. 시민들은 신 시장을 향해 "민간위탁 반대"라고 외쳤고, 신 시장은 "대학병원(으로 하겠다)"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개정안 심사를 앞두고 시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공대위에 따르면, 백소영 보건의료노조 경기지역본부장이 11일부터 성남시의료원 민간위탁에 반대하는 단식 농성을 시작하고, 공대위 차원에서 천막 농성에 돌입할 예정이다. 공대위는 성남시민 1만명을 목표로 서명운동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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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북한 도발에 ‘담대한 구상’ 한계 지적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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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2/10/11 09:46
  • 수정일
    2022/10/11 09:46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노지민 기자 
  •  
  •  입력 2022.10.11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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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 솎아보기] 북한 연이은 마시알 도발에 비핵화전제 대화 한계 등 지적…조선일보는 ‘민주당 정권’ 책임 지적

북한이 최근 보름간 7차례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면서 미국, 한국, 일본을 염두에 둔 ‘전술핵 운용부대의 훈련’이라고 밝혀 한반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일관성 없는 대응과 한·미 군사훈련 한계 등이 지적되는 가운데, 국내 정치권이 정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당부가 나온다.

북한은 노동당 창건 77주년인 10일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을 통해 지난달 25일 평안도 태천 저수지수중발사장에서 있었던 ‘미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훈련 사진을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9일까지 7차례에 걸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등의 군사훈련이 ‘전술핵 운용부대의 훈련’이며 미국, 한국, 일본을 염두에 뒀다고 밝혔다.

한국일보(전술핵·저수지 SLBM…김정은의 도박)는 “도시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전략핵과 달리 국지전에 활용되는 전술핵은 위력은 낮지만 대신 핵사용의 문턱을 낮출 수 있다. 북한이 어느 수준의 전술핵 능력을 보유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며 “다만 이달 말로 예상되는 7차 핵실험의 목적도 전술핵 무기 개발과 성능 검증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극심한 식량난으로 미사일 관련 보도를 자제했던 북한 노동신문이 11일 2~8면을 김 위원장의 훈련 참관 사진으로 도배했고, 이는 내부 결속을 꾀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전했다.

▲10월11일자 주요 신문 1면
▲10월11일자 주요 신문 1면

한겨레(미 전 합참의장 “북핵 2017년보다 위험한 상황” 경고)는 북한 핵 사용 위험이 북·미 대결이 극에 달했던 2017년보다 커진 상황이라는 마이클 멀린 전 미국 합참의장 견해를 다뤘다. 현지시간으로 9일 미국 ABC 방송에 출연한 멀린 전 의장의 인터뷰 내용이다. 한겨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로 책상에 있는 ‘핵 단추’를 언급하며 극단적으로 대립했던 2017년 말 상황보다 지금이 더 위험하다는 견해를 밝힌 것”이라고 전한 뒤 “윤석열 대통령은 당시와 달리 북-미 대립을 완화하려 노력하기보다 한-미-일 3각 군사 협력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북핵 로드맵으로 밝힌 ‘담대한 구상’의 한계도 지적된다. 대통령실은 북한의 도발에 맞대응을 피하고 한미 및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동아일보(北협박에 맞대응 피한 대통령실…한미일 공조외엔 대책없어 고민)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할 수 없는 한국으로선 이것 외에는 뚜렷한 대응 방안이 없다는 정부의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대남 선제타격 위협이 고도화되고 있는 만큼 이제는 보다 실효성 있는 대응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고 했다. “북한이 대화는커녕 핵무력 강화를 천명한 상황에서 북한의 비핵화 논의를 전제로 한 로드맵이 표류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경향신문은 사설(한·미 훈련·핵확장 맞서 전술핵 대응 능력 과시한 북한)에서 “군은 지난 8일 북한이 전투기 150여대를 동원해 대규모 항공공격종합훈련을 실시했는데도 밝히지 않았다. 일관성 없는 대응으로는 시민들을 안심시킬 수 없다”며 “북한은 더 이상 도발을 멈춰야 한다. 한·미도 군사훈련과 대규모 전략자산 파견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마침 교황청이 지난 8일 북한에 프란치스코 교황을 초청해달라고 요청했다.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화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월11일자 국민일보 3면 사진기사
▲10월11일자 국민일보 3면 사진기사

일부 매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안보 관련 발언 문제에 중심을 뒀다. 중앙일보 사설(심상찮은 북한 핵 무력시위…안보 경각심 무너져선 안 된다)은 “최근 민주당 지도부가 한·미·일 안보협력을 두고 ‘친일 국방’ 논란을 제기하며 정쟁의 소재로 삼고 있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여권은) 엄중한 현실을 야당 지도자들에게도 설명하는 등 안보 인식을 공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안보를 볼모로 하는 시대착오적 선동을 방치해 두면 국론 분열만 깊어지고 결국은 안보 태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사설(“비핵화는 실패, 북이 이겼다” 안보 정쟁 당장 멈추라)의 경우 현 사태의 원인을 ‘민주당 정권’에 돌렸다. “문재인 정부는 제재에 허덕이던 북이 돌연 핵폭주를 멈추는 척하며 평화 공세를 펴자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다’며 전 세계를 속이고 트럼프에겐 보증까지 섰다. 견고했던 대북 제재망이 느슨해지며 북은 숨통을 틔우고 핵무력 고도화의 시간을 벌었다”며 “‘북의 핵포기’란 허상을 만들어 ‘남북 쇼’만 궁리하다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사람들이 반성은커녕 북핵 대응에 나선 정부 헐뜯기에만 열심”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크림대교 폭발에 보복…민간인 피해

현지시간으로 10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약 10곳에 미사일 공격을 퍼부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공격이 이틀 전 우크라이나군의 비밀 작전으로 추정되는 크림대교 폭발 붕괴에 대한 “보복 공격”이라는 의도를 감추지 않았다. 키이우 현지 경찰은 최소 5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공습 관련해선 2개 신문이 1면에 관련 사진을 게재했다. 서울신문은 이번 공습으로 부상을 당한 남성이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을 다뤘다. 조선일보는 삼성전자 우크라이나 법인 등이 입주한 키이우의 ‘101타워’ 한쪽 외벽과 유리창이 부서진 모습의 사진을 ‘우크라이나 삼성전자 건물도 당했다’라는 제목으로 전했다.

▲10월11일자 서울신문, 조선일보 1면 기사 일부
▲10월11일자 서울신문, 조선일보 1면 기사 일부

러시아의 이번 공습은 “대도시의 월요일 출근 시간대에 무차별 미사일 공격을 퍼부은 건 전쟁 공포를 극대화한 전술”로 분석된다. 서울신문(핏빛 월요일, 공포의 극대화 전술…EU “민간인 표적 범죄”)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은 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 능력을 약화하고 주민들의 생존에 타격을 줌으로써 저항 의지를 꺾겠다는 의도”라며 “EU는 민간인을 표적으로 한 무차별 공습을 ‘전쟁 범죄’로 규탄하고 나섰다”고 전했다.

세계일보(우크라 “벌 받을 것” 재보복 천명…러 “테러 반복 땐 가혹한 대응”)는 “푸틴 대통령이 10일 이 사건 대응 등을 논의하기 위한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함에 따라 더욱 가혹한 보복 조치가 나올 수 있다”며 “유엔 총회는 10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4개 지역 병합 시도를 규탄하고 러시아 병력의 즉각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 논의에 착수했다. 유엔 총회 결의는 구속력은 없으나 안전보장이사회와 달리 거부권을 가진 나라가 없어 12일쯤 예상되는 투표에서 러시아의 외교적 고립도가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지더라도 ‘핵 버튼’ 손 안 대게 ‘푸틴의 탈출구’ 고민하는 미국’ 제목의 기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술핵을 쓸 가능성과 관련해 지구 종말에 벌어질 최후의 전쟁으로 성경이 묘사한 ‘아마겟돈’을 언급해 논란이 됐다”며 “바이든 대통령 발언의 배경에는 어떻게 하면 궁지에 몰린 푸틴 대통령이 핵 버튼에 손을 대지 않도록 하면서 전쟁을 끝낼 수 있을지에 대한 미국의 고민이 담겨 있다는 분석”을 했다. 이 신문은 “문제는 푸틴 대통령을 위한 탈출구 찾기가 쉽지는 않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를 대상으로 타협점을 찾기 위한 거래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며 “게다가 대결이냐 협상이냐를 놓고 서방이 분열되는 것은 푸틴 대통령이 핵위협을 통해 노리는 바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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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대화 내용도 없고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

9월 25일~10월 9일 전술핵부대 등 군사훈련 일정·내용 공개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2.10.10 09:09
  •  
  •  수정 2022.10.10 09:52
  •  
  •  댓글 1
 
[노동신문]은 지난 9월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의 군사훈련 등을 7개면에 걸쳐 사진과 함께 게재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노동신문]은 지난 9월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 등의 군사훈련 모습을 7개면에 걸쳐 사진과 함께 게재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은 지난 9월 25일부터 10월 9일까지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의 군사훈련을, 10월 6일과 8일에는 각각 서부전선과 동해에서 전선장거리포병구분대들과 공군비행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8일에는 대규모 항공공격종합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신문]은 1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같은 내용의 군사훈련을 지도하고 10월 9일에는 대규모항공공격종합훈련에 참가한 전투비행사들을 조선로동당 본부청사로 불러 기념촬영을 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술핵운용부대 훈련을 현지에서 지도하면서 "적들이 군사적 위협을 가해오는 속에서도 여전히 계속 대화와 협상을 운운하고 있지만 우리는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며 "우선 우리는 더 강력하고 단호한 의지와 행동으로써 방대한 무력을 때없이 끌어들여 지역의 정세를 격화시키는 적들에게 더욱 명백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훈련에 대해서는 "우리의 핵전투무력이 전쟁억제력의 중대한 사명을 지닌데 맞게 임의의 시각, 불의의 정황하에서도 신속정확한 작전반응능력과 핵정황대응태세를 고도로 견지하고 있"다며 높이 평가했다.

또 "이번에 진행한 실전훈련들을 통해 임의의 전술핵운용부대들에도 전쟁억제와 전쟁주도권쟁취의 막중한 군사적임무를 부과할수 있다는 확신을 더욱 확고히 가지게 되었다"고 하면서 "이는 우리의 전쟁억제력 가동태세에 대한 검증인 동시에 국가 핵방어태세의 철저한 준비상태의 신뢰성을 증명한 계기로 되며 적들에게 우리의 핵대응태세, 핵공격능력을 알리는 분명한 경고, 명백한 과시로 된다"고 말했다.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9월 하순 "조선반도에 조성된 정치군사적 정세와 전망을 토의하고 우리 국가의 전쟁억제력의 신뢰성과 전투력을 검증 및 향상시키고 적들에게 강력한 군사적 대응경고를 보내기 위하여 각이한 수준의 실전화된 군사훈련들을 조직진행할 것을 결정하였다"고 설명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신문은 9월 23일 미 핵추진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 진입, 9월 26~29일 동해 한미연합해상훈련, 30일 '한미일 연합반잠전훈련', 10월 6일 로널드 레이건호 재진입 후 한미연합미사일방어훈련, 10월 7~8일 한미 해상연합기동훈련 등 한국과 미국, 일본의 주요 군사훈련 일정을 일일히 열거하고는 "우리 군대의 해당 군사훈련은 미 해군항공모함과 이지스구축함, 핵동력잠수함을 비롯한 연합군의 대규모 해상전력이 조선반도 수역에서 위험한 군사연습을 벌리고있는 시기에 진행되었다"고 밝혔다.

조대형 장사포 사격훈련. 리설주 여사가 함께 한 모습이 이채롭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조대형 장사포 사격훈련. 리설주 여사가 함께 한 모습이 이채롭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신문이 설명한 탄도미사일 발사 세부사항은 다음과 같다.

△9월 25일 새벽 북측 서북부 저수지 수중발사장에서 전술핵탄두 탑재를 모의한 탄도미사일 발사훈련이 진행되었으며, 훈련 목적은 전술핵탄두 반출 및 운반, 작전시 신속하고 안전한 운용취급 질서를 확정하고 전반적 운용체계의 '믿음성'(신뢰성)을 검증 및 숙달하는 한편 수중발사장들에서의 탄도미사일 발사능력을 숙련시키고 신속반응태세를 검열하는 것.

발사된 전술탄도미사일은 예정된 궤도를 따라 동해상의 설정표적 상공으로 비행하여 설정된 고도에서 정확한 탄두기폭 믿음성이 검증되었다. 또 실전훈련을 통해 계획된 저수지 수중발사장 건설방향이 확증됨.

△9월 28일 한국 작전지대안 비행장들을 무력화시킬 목적으로 진행된 전술핵탄두 탑재를 모의한 탄도미사일 발사훈련에서도 핵탄두운용과 관련한 전반 체계의 안정성을 검증

△9월 29일과 10월 1일에 진행된 여러 종류의 전술탄도미사일 발사훈련에서도 해당 설정 표적들을 상공폭발과 직접 정밀 및 산포탄 타격의 배합으로 명중해 무기체계의 정확성과 위력을 확증

△10월 4일 당 중앙군사위는 지속되는 불안정한 정세에 대처하여 '적들에게' 강력하고 명백한 경고를 보내는 결정 채택하고 신형 지상대지상중장거탄도미사일로 일본열도를 가로질러 4,500km 계선 태평양상의 설정된 목표수역 타격하도록 함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6일 초대형방소포와 전술탄도미사일 훈련을 현지지도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6일 초대형방소포와 전술탄도미사일 훈련을 현지지도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지난 8일 밤 진행된  전선동부지구 장거리 포병구분대들의 대집중 화력타격훈련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지난 8일 밤 진행된  전선동부지구 장거리 포병구분대들의 대집중 화력타격훈련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10월 6일 새벽 적의 주요 군사지휘시설 타격을 모의하여 기능성 전투부의 위력을 검증하기 위한 초대형방사포와 전술탄도미사일 명중타격훈련 진행. 

서부전선 장거리포병구분대들과 서부지구 공군비행대들의 합동타격훈련이 적 군사기지를 모의한 섬 목표에 대한 공군비행대들의 중거리 공중대지상유도폭탄 및 순항미사일타격과 각종 근접 습격 및 폭격비행임무를 수행한데 이어 전선장거리포병구분대들의 순차별 화력타격을 가하는 방법으로 진행.

전선포병들과 전투비행사들의 작전동원준비상태와 전투실력이 불시에 검열되고 유사시에 대비한 작전준비태세의 정확성과 고도의 실전능력이 실증.

△10월 8일 동해에 재진입한 미 항모를 포함한 연합군 해군의 해상연합기동훈련 중 사상 처음으로 150여대의 각종 전투기를 동시출격시킨 공군의 대규모 항공공격 종합훈련 진행.

공군사단과 연대별 전투비행사들의 지상목표 타격과 공중전 수행능력을 판정하고 작전 대상물에 따르는 공습규모와 절차와 방법, 전법을 재확증하며 비행지휘를 숙련하고 부대별 협동작전 수행능력을 높이는데 목적을 두었으며 신형 공중무기체계들의 시험발사를 통하여 신뢰성 검증.

이날 밤에는 적작전 비행장 타격을 모의한 전선동부지구 장거리 포병구분대들의 대집중 화력타격훈련이 진행되어 전투정황에서의 신속대응능력과 군사적위력, 무기체계들의 전투적 성능 재확증.

△10월 9일 새벽 적의 주요항구 타격을 모의한 초대형 방사포사격훈련 진행.

김정은 위원장이 9일 
김정은 위원장이 9일 대규모항공공격종합훈련에 참가한 전투비행사들을 조선로동당 본부청사로 불러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신문은 "7차례에 걸쳐 진행된 전술핵운용부대들의 발사훈련을 통하여 목적하는 시간에, 목적하는 장소에서, 목적하는 대상들을 목적하는만큼 타격소멸할 수 있게 완전한 준비태세에 있는 우리 국가 핵전투무력의 현실성과 전투적 효과성, 실전능력이 남김없이 발휘되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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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미터 성벽과 가시덤불 해자, 그곳은 거대한 수용소였다

제주 4.3 낙선동 축성 현장을 가다

22.10.09 19:27l최종 업데이트 22.10.09 19:27l


4년여 전 제주로 이주해 살면서 그 어떤 이슈보다도 관심을 끈 것은 바로 제주4·3이었다. 그 이전까지 4·3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이라곤 현기영 선생의 소설 <순이삼촌>을 읽은 것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런 인식수준에 머물렀으니 막상 제주에 와서 4·3과 관련한 참혹한 사건의 기록을 접하거나 관련 현장을 볼 때마다 그 참상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북촌 너븐숭이 학살 현장이나 오라리 방화사건 현장이 그랬고, 다랑쉬굴의 기막힌 비극의 전말이 그러했다. 당시 제주도 인구 30만의 10분의 1로 추산된다는 희생자 규모에서도 4·3은 나의 상상력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4·3이 안겨준 충격을 나름대로 소화하면서 관련기록을 열심히 찾아 읽었고, '잃어버린 마을' 같은 현장에도 가 봤다. 이제는 어느 정도 4·3의 대체적인 윤곽은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아직도 4·3은 의문투성이다.

그중 하나가 4·3 당시 마을에 성(城)을 쌓았다는 사실이다. 토벌대가 성을 쌓아 한라산을 거점으로 게릴라전을 전개하는 무장대가 주민들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인데, 어디에, 어떻게 쌓아, 어떤 식으로 활용했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가 없었다. 바닷가 마을이든 중산간 마을이든 광범위하게 성을 쌓았다고는 하는데 아직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다.

4·3 유적지 돌아보기에 나섰다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겨 지난 주말, 축성 현장을 둘러보고 생생한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제주4·3연구소가 마련한 2022 열린 시민강좌 '양조훈의 <4·3 그 진실을 찾아서> 함께 읽기' 중 '사연 많은 4·3 유적지 돌아보기'에 따라나선 것이다.


이날의 현장답사 코스는 ▲오라리 방화현장 ▲다랑쉬굴 ▲선흘리 낙선동 4·3 성 순으로 진행했는데, 몇 차례 가 본 앞의 두 군데보다는 낙선동 4·3 성에 가장 관심이 갔다.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드디어 30여 명의 답사팀이 마지막 현장 낙선동으로 향했다.

1948년 11월 21일 선흘리가 초토화작전으로 불타버리자, 마을 사람들은 인근 야산에서 생활하거나 해변마을로 소개됐다. 이듬해 봄 낙선동에 성을 쌓고 집단거주하게 되는데, 2009년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해 4·3 성의 대표적인 유적지가 된 곳이다.

낙선동 4·3 성은 한마디로 주민들과 무장대를 분리시킨 후 토벌한다는 작전개념에 따른 것이다. 들판의 모든 먹거리와 가옥을 철거하여 적에게 양식과 거처의 편의를 주지 않으면서 성벽을 지켜내는 견벽청야(堅壁淸野)의 토벌작전이었다.

이런 초토화 작전이나 전략촌 구축은 1930년대 일본군이 만주에서 항일투쟁기지를 섬멸하기 위한 수단으로 감행한 만행이었다. 그런데 바로 독립한 대한민국 땅에서 일본군 지원병 출신 지휘관들에 의해 자행되었다는 점이 아이러니 하지 않을 수 없다.
 
안시택 선흘4.3유족회장이 어렸을 때 목격한 성 안팎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현장 증언 안시택 선흘4.3유족회장이 어렸을 때 목격한 성 안팎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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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읍 중산간 마을인 선흘리 낙선동에 도착하니 안시택 선흘4·3유족회장이 답사팀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시택 회장의 가이드로 성을 따라 돌면서 설명을 들었다. 성은 가로 150미터, 세로 100미터, 높이 3미터, 폭 1미터 크기로 총 둘레가 500미터에 달하고, 거의 직사각형의 형태였다. 안 회장은 "성 내부는 약 5천평 정도고, 많을 때는 250세대까지 이곳에서 살았다. 어렸을 때 이곳에서 무장대와 토벌대가 교전하는 것도 목격했다"고 말했다.

축성에 쓰인 돌은 불에 탄 집터의 돌담이나 밭담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1949년 4월 한달만에 성을 완공했는데, 해안가인 함덕리 수용소 등지에서 생활하던 선흘 주민들뿐 아니라 조천면 관내 타지역 주민들도 축성작업에 동원했다. 부녀자는 물론 국민학생들도 동원했다고 한다. 안시택 회장은 당시 성을 쌓았던 주민들은 하나같이 등짐을 져서 돌을 날랐기 때문에 어깨나 등이 다 벗겨질 정도였다고 증언했다.

'함바집'이라는 임시가옥은 수용소나 마찬가지
 
3미터 높이의 성벽을 쌓고 그 외곽에 깊이 2미터 폭 2미터의 해자를 팠다.
▲ 성벽과 해자 3미터 높이의 성벽을 쌓고 그 외곽에 깊이 2미터 폭 2미터의 해자를 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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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외곽으로는 폭 2미터, 깊이 2미터 정도의 도랑을 파서 해자를 만들었다. 해자 하면 보통 성 주위를 파고 물을 채워 적의 침투를 저지하는 용도로 만들지만, 낙선동의 해자는 물 대신 가시덤불을 채워 넣었다고 한다.

축성의 목적이 무장대와 주민의 접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던 만큼 성은 하나의 전략촌 개념으로 구성돼 있다. 그래서 1949년 4월 성이 완공되자 '함바집'이라고 부른 허술한 임시가옥을 지어 선흘리 주민들을 집단적으로 생활하게 했다. 감시와 통제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함바집은 일종의 수용소나 마찬가지였다. 길게 돌담을 쌓고 군데군데 나무기둥을 세워 나뭇가지를 얹은 지붕에 띠를 덮었다. 한 동마다 5세대가 살았는데, 칸막이는 억새를 엮어 대신했고 방, 마루, 부엌의 구분도 없었다. 처음엔 50세대가 여기서 살았지만 점점 불어났다.
 
제주도의 전통적인 화장실 형태였던 통시를 성벽에 덧붙여 만들었다.
▲ 통시 제주도의 전통적인 화장실 형태였던 통시를 성벽에 덧붙여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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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전통적인 화장실에 해당하는 통시는 성벽 곳곳에 붙여 15개 정도를 만들었다고 한다. 성 담벼락에 반원 모양으로 돌을 쌓아 사람이 들어가서 앉을 수 있게 2개의 디딤돌을 놓았다고 하니 얼마나 열악한 구조인지 짐작할 수 있다.

성 안에는 무장대의 침투를 감시하기 위한 군사시설(?)도 산재해 있다. 우선 사각형 모양의 성 모서리마다 2층 구조의 경비망루를 지어 16살 이상의 여성과 노약자들이 주로 보초를 섰다고 한다. 당시 마을주민 중 젊은 남자들은 무장대 동조세력이나 도피자 가족으로 몰려 이미 많은 희생을 치른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살아남은 청년들은 이듬해 발발한 6.25전쟁 때 대부분 자원입대했다(빨갱이로 몰리지 않으려고 해병대 등에 자원 입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5명으로 구성된 보초 가운데 1명이 보초를 설 동안 나머지 4명이 대기하던 곳이다.
▲ 보초대기소 5명으로 구성된 보초 가운데 1명이 보초를 설 동안 나머지 4명이 대기하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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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 2미터 높이에 구명을 내 총을 겨누거나 밖을 살펴볼 수 있게 했다.
▲ 총안 성벽 2미터 높이에 구명을 내 총을 겨누거나 밖을 살펴볼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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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는 보초대기소도 있었다. 하룻밤에 5명씩 배치되어 1명씩 교대로 보초를 설 동안 나머지 4명이 대기하던 곳이다. 또 성벽 2미터 높이에 총안(銃眼)을 만들어 바깥을 향해 무기를 겨누거나 내다볼 수 있게 했다. 이 총안은 사람의 키보다 높은 곳에 있었기 때문에 계단으로 올라와야 했다. 각 성벽마다 2개씩 사방에 모두 8개가 있었다.
 
통행증이 없으면 출입이 금지됐으며, 야간에 통행금지시간이 넘으면 성 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
▲ 정문초소 통행증이 없으면 출입이 금지됐으며, 야간에 통행금지시간이 넘으면 성 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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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으로 드나드는 사람들을 감시하는 초소도 설치했다. 성벽 중앙에 높이 1.5미터의 원추형으로 지어진 4개의 초소가 있었다. 특히 정문초소는 주민들이 출입할 때 통행증을 검사하는 곳으로, 야간에는 통행을 금지했다고 한다.

이외에도 성 안의 주민들을 통제하고 경비순찰을 담당하는 경찰지서도 설치해 얼마나 삼엄한 상황이었는지 짐작케 한다. 지서 건물은 20평 가량의 초가집으로, 성 내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1.5미터의 내성(內城)을 쌓아 혹시라도 있을지 모르는 무장대 습격에 대비했다. 주민들은 파견경찰의 부식 마련에도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했다.

토벌대는 왜 이곳에 성을 쌓았을까? 성이 들어선 자리는 '뱅듸왓'이라는 농토였는데, 지형이 높아 무장대의 근거지였던 선흘곶 등 사방을 관찰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자가 전망대에 올라보니 한라산은 물론, 반대편으로는 멀리 함덕바다까지 보였다.

팽나무라는 슬픈 역사의 목격자

선흘리 주민들은 1954년 통행제한이 풀리면서 비로소 고향마을로 돌아가 집을 지어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일부는 그냥 성 안에 정착해 오늘날의 낙선동을 이루고 있다. 성을 쌓는 데 이용한 돌은 다시 원래의 밭담이나 돌담의 용도로 되돌아갔는데, 낙선동 성벽은 마을을 지켜주는 방풍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의 원형이 가장 잘 남아 있는 곳으로 꼽힌다.

4·3 당시 기존 마을에 축성을 하고 성문 입구에 초소를 세워 감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반해 낙선동 유적지는 인위적으로 성을 축조해 새로운 마을(?)을 이루게 하고 주민들을 감시, 통제했던 당시의 모습을 재현했다는 특성 때문인지 다크투어리즘 유적지로 꼽힌다. 이날도 순례객들이 찾아와 인증 스탬프를 찍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날 유적지 해설을 맡은 양조훈 전 4·3평화재단 이사장은 "성 안에 재현한 함바집 등 유적들이 너무 튼튼하게 잘 지어져 당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하며 좀더 원래 모습에 충실하게 꾸밀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안시택 선흘 4·3유족회장은 "원형대로 허름하게 복원해 놓으면 쉽게 망가지는 등 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그렇게 만든 것 같다"고 밝혔다. 가능하면 원래의 모습대로 재현하되,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방안을 찾아야 할 듯싶다.

4·3 때 만들어진 성은 다랑쉬 오름의 은신처와 같이 당시의 비참했던 상황을 잘 보여주는 유적지다. 선흘리 낙선동 성을 돌아보면서 묘한 생각이 들었다. 4·3 때 불탄 집이 제주도 전역에 무려 4만여 채에 달하고, 그로 인해 '잃어버린 마을'로 지정된 곳이 130여 곳에 달한다고 한다. 사람뿐 아니라 집도 마을도 엄청나게 사라진 것이다.

반면 낙선동은 척박한 농토에 불과했지만 1949년 성 완성 이래 어느새 설촌 73년의 역사를 지닌 어엿한 마을로 자리잡았다. 성의 정문 앞에는 1949년 봄 토벌대가 한라산으로 무장대를 추적하러 나갔다가 캐다 심었다는 커다란 폭낭(팽나무)이 서 있다. 엄혹했던 시기에 이곳에서 벌어진 모든 일들을, 사라진 것과 생겨난 것들을, 모두 굽어본 역사의 목격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의 정문 입구에 서서 엄혹한 시절의 참상을 지켜본 팽나무
▲ 폭낭(팽나무) 성의 정문 입구에 서서 엄혹한 시절의 참상을 지켜본 팽나무
ⓒ 황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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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도 전술핵타격연습이 계속되고 있다

[개벽예감 511] 360도 전술핵타격연습이 계속되고 있다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2/10/1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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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1. 김정은 총비서의 장기간 비공개 활동

2. 긴급 회항 작전 서두르다 개망신당한 항모타격단

3. 한미련합군의 공격력과 방어력을 전부 제거한다

4. 서울에서 168km 떨어진 황주군 상공에 출현한 전술핵폭격기 4대

 

 

1. 김정은 총비서의 장기간 비공개 활동

 

김정은 총비서는 2022년 9월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4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이후 글을 쓰는 오늘(10월 9일)까지 한 달 동안 비공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김정은 총비서의 비공개 활동이 앞으로 얼마나 더 계속될지 알 수 없지만, 한 달 이상 계속되는 김정은 총비서의 비공개 활동은 바이든 정부와 윤석열 정부에 긴장감과 불안감을 안겨준다. 지난 시기 김정은 총비서는 장기간 비공개 활동을 계속한 적이 있는데, 최장기 비공개 활동은 2014년 9월 3일부터 10월 13일까지 무려 40일 동안 계속되었다. 

 

2014년 당시 김정은 총비서가 비공개 활동을 40일 동안 계속한 까닭은, 김정은 총비서 자신이 2013년을 ‘싸움준비완성의 해’로 선포했고, 2015년을 ‘조국통일대전의 해’로 선포했기 때문이다. 조선에서 말하는 ‘조국통일대전’은 영토완정을 실현하기 위한 ‘남조선해방전쟁’을 의미한다.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로동당 창건 70주년과 조국분단 70주년을 맞이했던 2015년에 영토완정과 조국통일을 실현할 담대한 목표를 세우고, 2014년부터 군사부문 현지지도 활동에 집중하면서 무려 40일 동안이나 최장기 비공개 활동을 계속했던 것이다. 그러면 관찰의 시간을 2014년에 발생하였던 긴박한 정치군사 상황으로 되돌려 보자.

 

2014년 초 조선인민군 주요지휘관 회의를 소집한 김정은 총비서는 전시전략물자를 최대로 비축하고, 임의의 시각에 ‘남조선해방전쟁’에 돌입할 수 있는 만반의 전투준비를 갖출 데 대한 최고사령관 명령을 하달했다. 최고사령관의 중대명령을 받은 조선인민군은 기존 전술체계를 새로운 전술체계로 교체했고, 새로운 전술체계에 의거한 실전급 전투훈련에 전심전력하면서 결전의 시각에 대비하고 있었다. 당시 불시에 비상소집되어 전투훈련을 실시한 전투부대가 작전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그 부대의 지휘관은 문책, 해임당했고, 심지어 전투훈련실적이 매우 저조한 부대는 해체되는 등 ‘남조선해방전쟁’을 앞두고 강도 높은 검열이 진행되었다. 기술병종 장병들은 군사복무년한을 마쳤는데도 제대시키지 않았다.  

 

조선인민군 전군이 그처럼 전투준비에 전심전력하고 있었던 2015년 8월 하순, 마침내 결정적 시기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2015년 8월 20일 밤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소집하였다. 그것은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확대회의가 아니라, 전례 없이 한밤에 긴급히 소집된 비상확대회의였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날 밤 비상확대회의에서는 “작전진입준비실태를 점검하고 적들의 전쟁도발책동을 진압하기 위한 정치군사적 대응계획이 토의되였으며, 불가피한 정황에 따라 전 전선에서 일제히 반타격, 반공격으로 이행하기 위한 조선인민군 전선사령부 공격작전계획이 검토, 비준되였다”라고 한다. 이런 정황을 보면, 당시 김정은 총비서가 최고사령관 명의로 ‘남조선해방전쟁’ 작전명령서를 비준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15년 8월 21일 <조선일보> 보도에 의하면, 김정은 총비서는 전당, 전군, 전민이 2015년 8월 21일 오후 7시부터 준전시 상태에 진입할 데 대한 최고사령관 명령을 하달하였고, 최고사령부 연락군관들을 각지 전투부대들에 파견했다. 김정은 총비서가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고, 최고사령부 연락군관들을 각지 전투부대들에 파견한 것은 개전 시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국 각지의 전투부대들에 파견된 연락군관들은 “제국주의 침략자들을 몰아내고 남반부를 해방하는 정의의 전쟁을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장병들을 독려하면서, 전투부대들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 조선인민군 전군에 일제히 실탄이 지급되었고, 모든 장병들은 철갑모와 위장막을 착용하고 각자 전투진지를 차지했다. 최고사령부 연락군관들의 전시작전통제에 따라 완전무장상태로 전환한 조선인민군 전투부대들은 각종 미사일, 방사포, 고사포, 견인포, 박격포를 비롯한 화력타격 수단들을 화력진지로 이동시켰고, 전투기와 폭격기와 무인작전기, 그리고 전투함선과 잠수함을 비롯한 모든 전투 장비들을 총공격명령이 내리는 순간 불시에 선제타격을 가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즉시 공격태세로 진입시켰다. 

 

숨이 막힐 듯 긴박해진 준전시 상태에서 조선 외무성은 중대성명을 발표했다. 외무성은 중대성명에서 “전쟁접경에 이른 정세는 더는 되돌릴 수 없게 되었다”라고 지적하고, “우리 군대와 인민은 단순한 대응이나 보복이 아니라 (중략) 전면전도 불사할 립장”이라고 하면서 국가적 차원의 전의를 명백히 표출하였다. 2015년 8월 21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평양에 주재하는 외국 대사관 대표들과 국제기구 대표들을 인민문화궁전으로 초치하여 준전시 상태에 이른 일촉즉발 위험을 알려주는 긴급통보 모임을 진행하였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났다. 오늘 김정은 총비서의 장기간 비공개 활동이 또다시 계속되고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2년 9월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4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이후, 10월 9일까지 한 달 동안 비공개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김정은 총비서의 비공개 활동이 한 달 동안 지속되는 것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군사부문 현지지도 활동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로동당 창건 75주년과 조국분단 75주년을 맞이한 2015년을 ‘조국통일대전’의 결정적 시기로 예견했었다. 김정은 총비서가 ‘조국통일대전’의 결정적 시기를 앞둔 것으로 예견했었던 2014년에 40일 동안 최장기 비공개 활동을 이어갔던 것처럼, 올해 2022년에도 30일 이상 비공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정황은 조선에서 조선인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5주년과 ‘조국해방전쟁 승리’ 70주년을 맞이하게 될 2023년을 ‘남조선해방전쟁’의 결정적 시기로 예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불러일으킨다. 

 

2014년에서 2022년까지 7년 시차를 두고 발생한 주객관적 정세의 변화를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국제정세를 살펴보자. 올해 2022년의 국제정세는 2014년에 비할 바 없이 조선에 유리하게 전개되었다. 7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국제정세가 펼쳐지고 있다. 그것은 로씨야가 노보로씨야해방전쟁을 계속하는 가운데, 중국이 대만해방전쟁 예행연습을 본격화한 것이다. 

 

1991년 소련이 해체될 때 우크라이나에 넘어간 영토를 귀속시키기 위한 로씨야의 노보로씨야해방전쟁은 2022년 2월 24일에 시작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그로써 미국의 대유럽 정치군사행동은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하는 동유럽으로 집중되었다. 1949년 10월 1일 중화인민공화국이 창건될 때 대만으로 패주한 반란 세력을 평정하고 영토완정을 실현하기 위한 중국의 대만해방전쟁 예행연습은 2022년 8월 초부터 본격화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그로써 미국의 대아시아 정치군사 행동은 대만해협을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시아로 집중되었다. 조선의 시각에서 보면, 미국의 정치군사 행동을 이처럼 두 갈래로 분산시킨 오늘의 국제정세는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기막힌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조선은 이번에 다가온 절호의 기회를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제는 조선의 내부정세를 살펴보자. 올해 조선은 교전 상대를 압도하는 절대적인 힘을 획득했다. 그들의 오랜 숙원이 마침내 풀린 것이다. 조선은 2017년 11월 전략핵무력을 완성한 것에서 한 걸음 더 전진하여 2022년 4월 전술핵무력도 완성했다. 여기서 말하는 전술핵무력의 완성은 교전 상대가 방어하지 못할 각종 전술핵타격수단을 개발, 완성하고, 그것을 전연지대 전투부대들에 실전 배치하였다는 뜻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전략핵무력은 핵억지력이고, 전술핵무력은 핵타격력이다.  

 

조선이 전략핵무력과 전술핵무력을 완비한 것으로 하여 오늘의 군사 정세는 7년 전에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이를테면, 2014년 김정은 총비서의 최장기 비공개 활동기간에 조선인민군은 전술핵무력을 아직 갖지 못했기 때문에 한미련합군의 북침전쟁연습에 대응하여 재래식 무력을 시위하는 데 그쳤지만, 올해 2022년 김정은 총비서의 비공개 활동기간에는 조선인민군이 한미련합군에 불시적 치명타를 가할 전략핵타격과 전술핵타격을 교차적으로 연습하는 중이다. 엄청난 격차감이 느껴진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에 일어난 실제상황을 하나씩 살펴보자.

 

 

2. 긴급 회항 작전 서두르다 개망신당한 항모타격단

 

2022년 1월 30일 오전 7시 52분경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자강도 전천군 무평리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이 탄도미사일은 화성-12형이고, 이미 실전 배치되고 있는 화성-12형의 작전성능을 검사하기 위한 검수사격시험을 진행한 것이라고 했다. 그날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화성-12형을 최대 고각 발사체계로 쏘아올렸으므로, 정점고도는 약 2,000km에 이르렀고, 비행거리는 약 800km였다. 

 

그로부터 약 8개월이 지난 2022년 10월 4일 오전 7시 23분경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또다시 자강도 전천군 무평리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탄도미사일 발사에 관해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조선의 언론매체들이 보도하지 않았지만, 여러 정황을 살펴보면 8개월 전과 똑같은 지역에서 화성-12형을 또다시 쏘아올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22년 10월 4일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쏘아올린 탄도미사일의 정점고도는 약 1,000km였다. 이것은 2022년 1월 30일에 쏘아올린 화성-12형보다 정점고도가 1,000km 더 낮아졌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런 정황을 보면, 2022년 10월 4일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2022년 1월 30일에 쏘아올린 것처럼 최대 고각으로 쏘아올린 것이 아니라, 정상각으로 화성-12형을 쏘아올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그들은 화성-12형을 정상각으로 발사했던 것이다. 정상각으로 발사되었으므로, 화성-12형은 자기의 성능지표로 정해진 최장 사거리를 날아간 것이 분명하다. 

 

정상각으로 발사되어 정점고도가 1,000km에 이른 화성-12형의 비행 궤도를 컴퓨터로 계산하면 최장 사거리를 손쉽게 측정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한미련합군과 일본자위대는 조선이 쏘아올린 화성-12형이 북태평양 어디에 떨어졌는지 낙탄점을 알아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낙탄점이 어디에 형성되었는지를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한국군 합참본부는 화성-12형의 비행거리를 약 4,500km로 추정하면서 중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했고, 일본 관방장관은 화성-12형의 비행거리를 약 4,600km로 추정하면서 중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했다. 이런 발표행위는 한국군 합참본부와 일본 관방장관이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북태평양 상공으로 쏘아올린 화성-12형의 사거리를 대폭 축소해서 발표하면서, 화성-12형을 중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왜곡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이 사실 왜곡을 자행했다고 보는 판단 근거는 다음과 같다. 

 

미국이 보유한 미니트맨(Minuteman)-3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정점고도가 1,100km이고 사거리가 13,000km다. 이런 사정을 견주어보면, 2022년 10월 4일 정점고도가 1,000km에 이른 화성-12형의 사거리는 9,000km인 것으로 추정된다. 사거리가 9,000km인 화성-12형을 쏘면 미국 본토에 도달하게 되므로, 그날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북태평양에 떨어지도록 사거리를 줄여 쏘았다. 사거리를 줄여 쏘았어도, 6,500km 정도 날아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국군 합참본부는 화성-12형의 비행거리를 약 4,500km라고 축소했고, 일본 관방장관은 화성-12형의 비행거리는 약 4,600km라고 축소했다. 이런 사실을 살펴보면, 화성-12형은 중거리탄도미사일이 아니라 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그러면 자강도 전천군 무평리에서 발사된 화성-12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도달하는 9,000km 범위 안에 어떤 타격대상들이 놓여있는 것인가? 자강도 전천군에서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까지 직선거리는 5,800km이고, 미국 하와이주 오하우까지 직선거리는 7,300km이고, 미국 본토 서북단 워싱턴주 씨애틀까지 직선거리는 8,050km다.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는 엘먼도프 공군기지가 있다. 전시에 엘먼도프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미국 공군 F-22 스텔스전투기 편대가 북침공습을 감행하기 위해 동해로 날아오게 된다. 미국 하와이주 오하우에는 태평양과 인디아양 전역을 관할하는 인디아-태평양사령부가 있다. 미국군 지휘체계에 의하면, 전시에 한미련합군을 지휘하는 전투사령관(Combatant Commander)은 경기도 평택에 있는 주한미국군사령관이 아니라 하와이주 오하우에 있는 인디아-태평양사령관이다. 미국 워싱턴주 킷쌥반도에는 북태평양 전역에 해군력을 투사하는 킷쌥해군기지가 있다. 이 거대한 해군기지에는 핵추진항공모함, 핵추진잠수함, 구축함들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군항이 있고, 미국 해군이 운용하는 조선소와 함선정비시설이 있으며, 미국 해군이 운용하는 최대 규모의 연료 기지가 있다. 

 

위와 같은 사실을 살펴보면, 전시에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화성-12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동시다발로 발사하여 인디아-태평양사령부, 엘먼도프 공군기지, 킷쌥해군기지를 타격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엄밀히 따져보면, 전시에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화성-12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동시다발로 발사하여 엘먼도프 공군기지와 킷쌥해군기지까지 모조리 타격할 필요는 없고, 전쟁지휘부가 있는 인디아-태평양사령부만 타격해도 된다. 그렇게 해도 조선은 ‘남조선해방전쟁’을 승리로 결속할 수 있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이번에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자강도 전천군 무평리 일대에서 북태평양으로 화성-12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작전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러면 전시상황을 예상해보자. 만일 전시에 동해에 들어간 미국 해군 핵추진잠수함이 핵탄미사일을 발사하여 원산을 타격하면, 그에 대한 보복으로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화성-12형 핵탄미사일을 발사하여 인디아-태평양사령부를 타격할 것이다. 만일 미국 해군 핵추진잠수함이 핵탄미사일을 발사하여 평양을 타격하면, 그에 대한 보복으로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화성-17형 핵탄미사일을 발사하여 워싱턴 디씨를 타격할 것이다. 미국은 조선의 보복핵타격이 미국을 멸망시킬 것으로 심히 우려하기 때문에 전시에 조선에 핵타격을 감행하지 못한다. 이것은 조선의 사회주의핵무력이 미국의 제국주의핵무력을 강하게 억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22년 10월 4일 오전 7시 23분경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발사한 화성-12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북태평양으로 날아간 것을 보고 미국은 화들짝 놀랐다. 그래서 인디아-태평양사령부는 북침전쟁연습을 마치고 동해를 떠나 북태평양으로 빠져나가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와 순양함 1척, 구축함 2척, 군수지원함 1척으로 편성된 항모타격단을 황급히 돌려세우면서 동해 작전구역으로 다시 들어가라는 긴급 회항 명령을 내렸다. 긴급 회항 명령을 받은 항모타격단은 10월 4일 오후 뱃머리를 돌려 일본 홋까이도와 혼슈 아오모리현 사이에 있는 쓰가루해협을 지나 동해 북부 해역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얼마나 다급했던지, 항모타격단은 약 4시간 동안 선박자동식별장치(AIS)와 해상이동업무식별번호(MMSI)를 끄는 것을 잊어버린 채 쓰가루해협을 통과하는 바람에 항모타격단의 실시간 위치가 전 세계에 노출되었다. 항모타격단이 자기의 실시간 위치를 노출한 행동은 마치 옷을 입지 않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바보짓과 마찬가지다.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은 미처 준비도 하지 못한 긴급 회항 작전을 서두르다가 개망신만 당했다.

 

 

3. 한미련합군의 공격력과 방어력을 전부 제거한다

 

개망신을 당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쓰가루해협을 통과하여 동해에 다시 들어간 미국 항모타격단은 2022년 10월 5일 경상북도 울릉군 독도에서 약 185km 떨어진 동해 작전구역에 도착했다. 거기에서 그들은 적국이 발사하는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미사일경보훈련준비를 다그쳤다. 그러는 사이에 긴급 련락을 받은 한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과 일본해상자위대 이지스구축함 초까이함이 현장에 황망히 도착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이튿날인 2022년 10월 6일 항모타격단이 동해 작전구역에서 3자 미사일경보훈련을 시작하기 직전인 오전 6시 1분경부터 6시 23분경까지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평양 삼석구역 일대에서 600mm 조종방사포 1발과 변칙궤도 비행 미사일 1발을 동해로 발사했다. 600mm 조종방사포는 정점고도 약 80km까지 상승하여 약 350km를 날아갔고, 변칙궤도 비행 미사일은 정점고도 약 60km까지 상승하여 약 800km를 날아갔다. 600mm 조종방사포와 변칙궤도 비행 미사일에는 각각 모의전술핵탄두가 장착되었다. 

 

평양시 삼석구역에서 충청남도 계룡시 인근에 있는 한국군 육해공군 3군통합기지 계룡대까지 직선거리는 약 335km다. 이런 사정을 보면, 그날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모의전술핵탄두가 장착된, 사거리가 350km이며, 타격정밀도가 매우 높은 600mm 조종방사포를 발사하여 한국군 육해공군 3군통합기지를 파괴하는 전술핵타격연습을 진행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전술핵타격은 한미련합군의 공격징후를 포착하는 즉시 단행되는 선제전술핵타격이다. 그 어떤 방어무기로도 막을 수 없는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선제전술핵타격은 한미련합군의 공격력과 방어력을 전부 제거하기 때문에 한미련합군은 사실상 존재가치를 상실하였다.  

 

평양시 삼석구역에서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이 출현한 동해 작전구역까지 직선거리는 약 740km다. 이런 사정을 보면, 그날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모의전술핵탄두가 장착된, 사거리가 800km이며, 타격정밀도가 매우 높은 변칙궤도 비행 미사일을 발사하여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을 한 방에 격침하는 전술핵타격연습을 진행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인민군이 운용하는 방현-5 장거리무인전략정찰기가 항모타격단의 감시레이더망에서 벗어나는 초저공 비행으로 동해 작전구역 인근 상공까지 은밀히 접근하여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실시간 기동 위치를 조선인민군 전략군에 알려주면,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전술핵탄두를 장착한 변칙궤도 비행 미사일을 즉시 발사하여 한 방에 격침하는 것이 조선인민군이 개발한 항모타격전술이다. 

 

조선인민군의 전술핵타격은 우리나라 근해로 접근하는 미국 해군 항모타격단의 공격징후를 포착하는 즉시 단행되는 선제전술핵타격이다. 그 어떤 방어무기로도 막을 수 없는 조선인민군 전략군의 선제전술핵타격은 항모타격단의 공격력과 방어력을 전부 제거하기 때문에 미국 항모타격단이 우리나라 근해에 접근하면 사실상 존재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이런 사정은 조선의 사회주의핵무력이 미국의 제국주의핵무력을 강하게 억제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4. 서울에서 168km 떨어진 황주군 상공에 출현한 전술핵폭격기 4대

 

2022년 10월 4일 오전 7시 23분경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발사한 화성-12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일본렬도 상공을 넘어 북태평양으로 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바로 그 시각, 존 아퀼리노(John C. Aquilino) 인디아-태평양 사령관이 전용기를 타고 경기도 오산미공군기지로 날아가고 있었다. 오산미공군기지를 출발하여 서울에 도착한 그는 주한미국군사령관과 주한미국대사 등을 만나 쑥덕공론을 벌였다. 이튿날인 2022년 10월 5일 아퀼리노 사령관은 김승겸 합참의장을 만났고, 10월 6일 윤석열 대통령을 만났고, 10월 7일 이종섭 국방장관을 만났다. 이례적인 연쇄 회담이었다. 

 

그런데 아퀼리노 사령관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기 직전인 2022년 10월 6일 오후 2시경 조선인민군 항공군 일류신-28 전술폭격기 4대와 미그-29 전투기, 전자교란 작전기를 비롯한 각종 항공작전기 12대가 특별감시선을 넘어 고속으로 남하하였다. 특별감시선은 한국군이 평양에서 원산까지 자의적으로 그어놓은 동서횡단선이다. 특별감시선을 넘어 중부 전선을 향해 고속으로 남하하던 각종 항공작전기 12대는 황해북도 동북단에 있는 곡산군 상공에 이르러 갑자기 서쪽으로 방향을 꺾더니 황해북도 서북단에 있는 황주군 상공으로 횡단비행을 하였고, 황주군 상공에서 1시간 동안 폭격 연습을 진행하였다. 

 

그런데 남측 언론매체들이 전혀 보도하지 않은 놀라운 사실이 있다. 그것은 황주군 상공에 출현한 일류신-28 전술폭격기 4대가 전부 전술핵타격에 맞춰 개조된 전술핵폭격기들이며, 황주군 상공에서 1시간 동안 진행한 폭격연습은 저위력 전술핵폭탄을 투하하는 핵폭격 연습이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번 연습에서는 모의전술핵폭탄을 투하했다. 

 

전술핵폭격기를 동원한 전술핵폭격 연습이 조선이 건국된 이래 사상 처음으로 진행된 배경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2022년 4월 25일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돐 경축열병식 연설에서 대남 핵타격을 명시한 새로운 핵교리를 천명하였다. 2022년 6월 21일부터 23일까지 2박 3일 동안 평양에서 진행된 제8기 제3차 확대회의에서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조선인민군 전선부대들의 기존 작전 임무에 전술핵타격임무를 추가로 확정하였는데, 그 이후부터 조선인민군은 전술핵타격연습에 전심전력해왔다. 이런 정황을 살펴보면, 조선인민군 항공군이 2022년 10월 6일 모의전술핵폭탄을 투하하는 전술핵폭격연습을 진행하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나는 2022년 10월 3일 <자주시보>에 발표한, ‘그것은 03분 타격작전 예행연습이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2022년 6월 21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3차 확대회의 결정에 따라, 1킬로톤급 저위력 핵탄두를 장착한 화성포-11형 변칙궤도 비행 전술미사일이 전선대련합부대들에 전면적으로 배치되었고, 2022년 7월부터 9월 30일까지 진행된 하계전투정치훈련 중에 선제타격-초탄필격전술에 의거한 전시핵타격훈련이 실시되었다고 서술한 바 있다. 이처럼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는 2022년 9월 8일 선제핵타격을 명시한 ‘핵무력 정책법’을 채택하였다. 

 

현재 조선인민군 항공군은 일류신-28 폭격기 80대를 운용하고 있다. 이 폭격기는 1950년대 소련에서 생산되었는데, 조선은 이 폭격기의 각종 부품을 전부 자체로 생산, 보장할 뿐 아니라 장착 장비들을 그동안 새롭게 개조, 개량하여 작전성능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조선인민군 항공군이 1950년대에 생산된 일류신-28 폭격기를 개조, 개량하여 운용하는 것처럼, 미국 공군도 1950년대에 생산된 B-52H 장거리전략폭격기를 개조, 개량하여 운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조선인민군 항공군이 보유한 일류신-28 폭격기들을 낡은 기종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멍청한 짓이다.  

   

남측 언론매체들이 보도하지 않은 두 번째로 놀라운 사실은, 황주군 상공에서 진행된 전술핵폭격연습에 전자교란작전기 1대가 참가했다는 사실이다. 비행 중에 교란 전파를 발사하는 전자교란 작전기가 적의 반항공미사일체계를 교란하여 폭격기 편대의 안전항로를 열어주지 않으면, 일류신-28 폭격기들은 적진 상공에 접근하여 전술핵폭격을 할 수 없다.   

 

그날 황주군 상공에 출현한 일류신-28 폭격기 4대에 실린 모의전술핵폭탄은 어떤 것인가? 군사기밀을 외부에서 알 수 없으므로, 비교 관념을 가지고 추정하는 수밖에 없다. 미국 공군이 실전 배치한 B61 전술핵폭탄의 중량은 324kg이다. 그러므로 황주군 상공에 출동한 일류신-28 폭격기에 중량 350kg의 전술핵폭탄이 실렸다고 가정하면, 한 대당 8발씩 실렸던 것으로 생각된다. 2022년 10월 6일 일류신-28 폭격기 4대가 황주군 상공에 출동했으므로, 그 폭격기 편대는 중량 350kg의 전술핵폭탄을 32발이나 투하하는 전술핵폭격연습을 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게 많은 전술핵폭탄을 투하하였으므로, 전술핵폭격연습은 1시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것처럼, 전술핵폭탄 32발은 조선인민군이 ‘남조선해방전쟁’을 결속할 수 있는 엄청난 파괴력이다. 2022년 4월 4일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담화에서 조선인민군이 핵전투무력을 동원하는 “상황에까지 간다면 무서운 공격이 가해질 것이며 남조선군은 괴멸, 전멸에 가까운 참담한 운명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하면서 대남핵타격의 엄청난 파괴력을 예고한 바 있다. 

 

그런데 주목되는 것은, 황해북도 황주군에서 군사분계선까지 직선거리가 약 120km이므로, 일류신-28 전술핵폭격기 4대가 황주군 상공에서 고속으로 남하 비행하면 불과 8분 만에 군사분계선 상공에 도달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초단위로 급박하게 전개되는 전투 정황은 군사분계선 남쪽에 집결한 한국군 전투부대들이 8분 만에 일류신-28 폭격기 편대의 기습적인 전술핵폭격으로 전멸할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심각한 우려는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황해북도 황주군에서 서울 도심까지 직선거리는 약 168km밖에 되지 않으므로, 일류신-28 전술핵폭격기 4대가 황주군 상공에서 고속으로 남하 비행하면 불과 11분 만에 서울 상공에 도달한다. 2022년 10월 6일 오후 2시경 황주군 상공에서 시작된 전술핵폭격연습은 1시간 동안 계속되었으므로, 일류신-28 폭격기들이 11분 만에 도착할 수 있는 근거리에서 전술핵폭격을 연습하고 있었던 바로 그 긴장된 시간에 윤석열 대통령과 아퀴릴노 사령관은 대통령실에서 회담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자기들이 전술핵폭격 위험에 노출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처럼 무사태평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위에서 길게 서술한 것처럼, 올해 6월 이후 조선인민군 전략군은 각종 전술핵탄미사일을 동원한 선제핵타격연습을 진행하였고, 조선인민군 항공군은 폭격기에서 전술핵폭탄을 투하하는 선제핵타격연습을 진행하였으므로, 이제는 조선인민군 해군이 잠수함에서 전술핵탄미사일을 수중발사하는 선제핵타격연습만 남았다. 조선인민군 해군은 2022년 5월 7일 함경남도 신포 앞바다에서 신형 잠수함 발사 변칙궤도 비행 미사일을 이미 발사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새로 건조한 신형 잠수함에서 그 신형 미사일을 수중 발사하는 군사행동에 나설 것으로 예견된다. 이처럼 조선인민군이 지상, 공중, 수중에서 한미련합군을 공격하는 선제전술핵타격을 연습하는 것은 그들이 360도 방향에서 핵타격을 가하는 우세한 작전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래서 2022년 3월 9일 미국 연방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폴 러캐머라(Paul J. LaCamera) 주한미국군사령관은 조선인민군이 360도 방향에서 한미련합군을 위협하는 것이 심히 우려된다고 실토한 바 있다.   

 

한미련합군이 북침핵타격연습을 계속 감행하고, 그에 대응하여 조선인민군이 360도 선제핵타격연습을 계속하는 극도로 긴장된 현 상황은 ‘남조선해방전쟁’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예시하는 징후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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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깨물고 죽지” “개나 줘버려” 또 막말 국감…한동훈은?

등록 :2022-10-10 07:00수정 :2022-10-10 08:43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일 시작된 윤석열 정부 첫 국정감사가 전반부를 넘어가고 있다. 공수 교대 후 처음으로 맞붙은 여야는 윤석열 대통령의 풍자만화 <윤석열차> 논란, 윤 대통령의 비속어 파문 등 현안마다 거칠게 충돌하는 모양새다. 이번 국감에도 어김없이 반말과 막말, 고성은 빠지지 않았다.

 

피감 기관장 질타하며 “차라리 혀 깨물고 죽지”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원자력 관련 기관 국감에서는 피감 기관장을 질타하는 과정에서 “혀 깨물고 죽지”라는 말이 나왔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정부 때 임명된 김제남 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게 “정의당에 있다가 민주당 정부가 있다가 또 윤석열 정부 밑에서 일을 하고, 이 둥지 저 둥지 옮겨가며 사는 뻐꾸기냐”며 “나는 부끄러워서 고개를 못 들겠다. 차라리 혀 깨물고 죽지 그 뭐하러 그런 짓 합니까”라고 말했다. 이에 김 이사장은 “의원님께서 국감 자리에서 질문하실 자유는 있지만 저의 신상에 대해서 폭언에 가까운 말씀을 하신 것은 사과해달라”고 항의했지만, 국민의힘 의원석에서 “사과하기는 뭘 사과해요”, “무슨 말이야”라는 반발이 이어졌다.

 

 
 
 

 

파장이 커지자 정청래 과방위원장은 권 의원에게 유감 표명을 건의했다. 하지만 권 의원은 “나는 그렇게 안 하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발언을 왜곡하지 말라”고 했다. 그러자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본인이 사과를 거부한 것이다. 다른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며 경고했다. 권 의원은 이후에도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선택적 환청’은 끝이 없다”며 “김 이사장한테 혀 깨물고 죽으라고 한 적 없다. 나였으면 혀 깨물고 죽었다는 취지”라고 반박했다.

 

국감장에서 여야 의원들의 반말과 막말은 반복되고 있다. “니(너)나 가만히 계세요”(지난 5일 보건복지위원회 국감,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 “버르장머리가 없잖아. 지금”(지난 4일 행정안전위원회 국감, 김교흥 민주당 의원), “뻘짓거리하다가 사고당해 죽은 것도 똑같이 공상 처리하자는 것과 마찬가지”(지난 6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감, 주철현 민주당 의원)등 발언으로 논란이 일었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의 출석을 두고 대립하던 여야 의원들이 회의가 정회되자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의 출석을 두고 대립하던 여야 의원들이 회의가 정회되자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개나 줘버리라고요”…파행 또 파행

 

7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감도 여야 의원들 간 막말로 파행했다. 허위사실을 유포한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에 대해 민주당이 사과를 요구하자 국민의힘은 “내로남불당”이라고 반발하며 여야는 충돌했다. 앞서 지난 4일 국감에서 정 의원은 김건희 여사의 논문을 검증한 국민검증단 김경한 중부대 교수에 대해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했지만, 동명이인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당시 정 의원은 국감장에서 김 교수의 얼굴까지 공개했다.

 

강민정 민주당 의원은 이날 의사진행발언에서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인격 살해에 버금가는 짓을 했고, 동명이인의 논문 표절 논란을 국민검증단 소속 교수의 (논란으로) 몰지 않았는가”라고 따졌다. 이에 정경희 의원은 “인격살인이라고 하는데, 민주당이 국민대·숙대 총장에게 하는 것은 인격살인이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 증인으로 채택된 국민대·숙대 총장이 해외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한 데 대해 민주당이 맹비난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그러자 문정복 민주당 의원이 “다른 사람은 다 이야기해도 (정경희) 의원은 그러면 안 된다. 개나 줘버리라는 식으로 해당 교수에게 사과하지 않았나”고 쏘아붙였다. 정 의원이 허위사실이 드러났는데도 “저희 의원실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그친 데 대해 지적한 것이다. 이어 정 의원이 “뭐라고 했나, 억지 쓰지 말라”고 하자 문 의원은 “개나 줘버리라고요”라고 소리치며 국감은 한때 30분간 정회했다.

 

국감 첫날인 지난 4일에도 외교통일위원회는 국감이 세 차례나 중단되는 등 종일 파행을 거듭했다.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된 국감은 개의 30분 만에 정회했다. 지난달 말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처리된 박진 외교부 장관이 국감에 출석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박 장관의 국감장 퇴장과 장관 사퇴를 요구하면서다. 우여곡절 끝에 오후 2시 국감이 재개됐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파문 동영상 재생 문제로 회의 속개 40분 만에 다시 중단했다. 이후 오후 4시께 다시 열린 회의에서 여야가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단독 방문 문제로 충돌하며 밤 10시45분께 다시 정회됐고, 가까스로 밤 11시40분 재개된 국감은 자정을 넘겨 5일 오전 0시40분에 종료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대한법률구조공단·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법무부·대한법률구조공단·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스타 장관' 한동훈 국감 데뷔전…박범계에 “반말 하시길래”

 

지난 6일 국감장에 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 마지막 법무부 장관인 박범계 민주당 의원과 날 선 신경전을 벌였다. 특히 한 장관의 답변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박 의원은 한 장관을 향해 “의원이 이렇게 물어보면 ‘예, 의원님. 그렇게 좀 해주십시오’ 하는 게 예의”라고 하자 한 장관은 “예, 의원님. 그렇게 하겠습니다”고 맞받았다. 두 사람의 은근한 신경전에 장내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박 의원은 또 한 장관이 답변 과정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이자 “고개 끄덕거리지 말고 답을 해주십시오”라며 “저는 한 장관에 대해 증오의 정서가 없다고 방송 나가서 (말했다)”고 하자 한 장관도 “제가 다른 방송을 들었나 봅니다”라고 응수했다.

 

늦은 밤까지 이어진 국감에서 두 사람은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갔다. 박 의원이 “수원지검 2차장을 감사원으로 보낸 거는 영전이요, (인사에) 물먹은 거요”라고 묻자 한 장관은 “저한테 말씀하시는 건가요”라며 “반말을 하시길래 혹시 물어봤다”고 했다. 이에 박 의원은 “‘이요’라고 했는데 반말인가. 감사를 오래 받으니 귀가 좀 그러시나”라고 쏘아붙였고, 한 장관은 “제가 잘못 들었다”고 답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앞두고 설치한 팻말을 떼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앞두고 설치한 팻말을 떼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 XX' 비속어 팻말 등장한 문체부 국감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만화 <윤석열차>는 지난 5일 국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의 중심에 섰다. 앞서 문체부가 풍자만화 <윤석열차>에 금상을 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대해 ‘엄중 경고’하면서 논란을 빚었고, 민주당 의원들은 “표현의 자유 침해”,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를 연상시킨다”며 공세를 폈다.

 

하지만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엄중 경고의 뜻을 고수했다. 박 장관은 “(진흥원이) 정치적 의도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작품은 공모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가, 정식으로 공모받을 때는 이 조항을 삭제했다”며 “순수한 예술적 감수성으로 명성 쌓아온 중고생 만화 응모전이 정치적 오염 논란에 휩싸였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서 국감 시작 전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자신의 자리에 최근 윤 대통령의 비속어 파문을 풍자한 ‘일 잘하는 이XX’라고 적힌 팻말을 붙여 소동이 있었다. 홍익표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여야 간사 요청으로 팻말을 내려달라”고 요청했고 류 의원은 “정의당은 간사가 없다. 이것도 어제부터 뜬 표현의 자유에 관한 차별인가”라며 “잠깐 내려놓고 제 질의 때 쓰겠다”고 팻말을 떼며 마무리됐다.

 

<윤석열차> 논란은 지난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도 등장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차 논란에 대해 “표현의 자유는 넓게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제가 심사위원이었으면 상을 줘서 이런 것을 응원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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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우리 핵 능력 알리는 분명한 경고…대화 필요성 못 느껴"

김정은, 전술핵운영부대 군사훈련지도…미국 "김정은과 조건 없는 대화"

전홍기혜 기자  |  기사입력 2022.10.10. 07:55:20 최종수정 2022.10.10. 08:06:18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잇단 미사실 시험 발사와 관련해 "적들과 대화할 필요가 없다"며 미국 조 바이든 정부의 제안을 거부하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북한은 9일 새벽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하는 등 지난 보름간 이틀에 한번 꼴로 장소를 바꿔가며 미사일 시험 발사를 했다. 이는 미국 핵 항모 레이건호를 동원한 한미 연합기동훈련에 대한 대응의 성격으로 발사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군사적 위협 속 대화와 협상 제안, 필요성 느끼지 않는다"

김정은 위원장은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장거리포병부대·공군비행대의 훈련에 참석한 자리에서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우리의 핵전투무력이 전쟁억제력의 중대한 사명을 지닌데 맞게 임의의 시각, 불의의 정황하에서도 신속정확한 작전반응능력과 핵정황대응태세를 고도로 견지하고 있다"면서 "이번에 진행한 실전훈련들을 통해 임의의 전술핵운용부대들에도 전쟁억제와 전쟁주도권쟁취의 막중한 군사적임무를 부과할수 있다는 확신을 더욱 확고히 가지게 되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우리의 전쟁억제력가동태세에 대한 검증인 동시에 국가핵방어태세의 철저한 준비상태의 신뢰성을 증명한 계기로 되며 적들에게 우리의 핵대응태세, 핵공격능력을 알리는 분명한 경고, 명백한 과시로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 이 시각도 적들의 분주한 군사적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며 미사일 발사가 한미 연합훈련의 대응 행동이라고 밝히며 "적들이 군사적 위협을 가해오는 속에서도 여전히 계속 대화와 협상을 운운하고 있지만 우리는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조선반도의 불안정한 안전환경과 간과할수 없는 적들의 군사적 움직임을 빠짐없이 예리하게 주시하며 필요한 경우 상응한 모든 군사적 대응조치를 강력히 실행해나갈 것"이라며 "핵전투무력이 우리 국가의 존엄과 자주권,생존권 사수의 중대한 의무를 자각하고 최강의 핵대응태세를 유지하며 더욱 백방으로 강화해나갈 것"으로 기대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을 비롯한 당 중앙군사위원회 성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달 25일부터 10월9일까지 인민군의 군사훈련이 진행됐다. 

美 "김정은과 조건 없는 대화에 전념"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9일(현지시간) 미국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검증 가능하고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보고 싶다. 우리는 그것을 북한에 전달했다"며 "조건 없이 그들(북한)과 협상 테이블에 앉아 노력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고 지금은 정반대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향상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그는 핵 무기 야망을 버리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한반도 주변에서 군사대비태세를 개선하기 위해 한미일 3국 협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커비 조정관은 밀했다. 

그러나 일차적인 목표는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이라면서 "우리는 다시 한번 김 위원장과 조건 없이 마주 앉아 앞으로 나가는 외교적 길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며, 이것이 우리가 전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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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민족어, 민족어 없는 민족은 없다

  • 기자명 한찬욱 사월혁명회 사무처장
  •  
  •  승인 2022.10.09 10:48
  •  
  •  댓글 1
 
 
 
▲ 훈민정음 서문 / 월인석보 권두에 실린 훈민정음 언해본. [문화재청 제공]
▲ 훈민정음 서문 / 월인석보 권두에 실린 훈민정음 언해본. [문화재청 제공]

오늘 10월 9일은 576돌을 맞는 한글날이다.

그러나 북은 남과 달리 매년 1월 15일을 '훈민정음 창제기념일'로 기념하고 있다.

남에서는 훈민정음이 반포된 <세종 28년(1446년)> 음력 9월중 마지막 날인 29일을 양력으로 환산해 ‘한글날’로 정하였다.

북은 '세종실록'과 '훈민정음해례' 등을 근거로 창제일인 <세종 25년(1444년 1월, 음력 1443년 12월)> 음력 12월을 양력으로 따져 기념한다.

1957년 남의 한글학회가 지은 ‘조선말큰사전’에는 훈민정음에 대해 "세종대왕이 처음 만들어 우리나라 글자로 정한 28글자“로 "정인지, 성삼문, 최항, 신숙주 들이 해례[解例]를 붙이어 28년 병인 음력 구월 상한에 반포하였음.”이라고 설명하였다.

2002년 총 30권으로 완간된 북의 '조선대백과사전'은 훈민정음을 "15세기에 창제한 조선인민의 고유한 민족글자"라면서 "당시의 왕이었던 세종의 직접적인 주관 밑에 정인지, 최항, 박팽년, 신숙주, 성삼문, 강희안, 이개, 이현로들이 집체적인 지혜를 모아 만들었다"라고 적혀있다.

남북 사전 공히 한글이 조선민족의 고유 글자임을 밝힌 것이다.

한글이 민족의 자랑스러운 유산이자 문화발전의 바탕이라는 인식은 남북 공통임이 틀림없다.

남과 북의 외래어 사용 현실

일제는 중일전쟁 직후인 1938년부터 한글 잡지를 폐간하는 한편, 조선민족사상을 꺾고 나아가 조선 민족을 말살하기 위해, 조선어 교육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등 민족말살정책을 폈다.

그리고 조선어학회사건을 터뜨려 최현배·이극로·이희승 등 33명의 한글학자를 검거하였는데, 이들에게는 “고유 언어는 민족의식을 양성하는 것이므로 조선어학회의 사전 편찬은 조선민족정신을 유지하는 민족운동의 형태다….”라는 함흥지방재판소의 예심종결 결정문에 따라 「치안유지법」의 내란죄를 적용하였다.

선열들이 이렇게 목숨으로 지키려 하였던 조선어를, 남(南)은 선열들의 염원을 망각하고 아직도 일제강점기 일본어를 쓰고 있다.

법률, 행정 용어는 아직도 대부분 일본어다.

그리고 대표적인 것이 식사(食事)이다. 일본 제국주의 군대용어로 우리말은 어른에게는 진지, 어린이에게는 밥이라고 한다. 옛날 일반적으로 ‘아침 잡수셨습니까?’를 인사로도 썼다.

또한 사망(死亡)이 있다. 죽어서 망해서 없어졌다는 인간의 존엄을 무시하는 아주 고약한 낱말로 일본이 호적법 사망 신고 시 쓰는 용어이다. 우리말은 별세, 죽음, 돌아가셨다, 세상 버렸다 등으로 쓴다.

그러나 북은 우리말과 우리글의 우수성을 부각시키면서 외래문화의 무차별적인 '침습'을 경계하고 있다.

북은 정권 수립 이전부터 한자어와 '왜색풍'의 말을 손질하기 시작해 1966년부터 본격적으로 외래어를 '문화어'로 고쳐 70년대 초까지 5만여 개의 새 어휘를 만들었다.

특히 한자어와 외래어에 대해 "민족어의 어휘구성에 들어온 이질적인 요소, 민족어의 고유성과 순결성을 파괴하고 좀먹는 독소"라며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어도 문제지만 무차별적인 영어 사용은 도를 넘고 있다.

남(南)의 무분별한 영어 사용

언어는 민족성을 나타내는데 지방자치단체 등 관공서가 앞장서서 영어를 남발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국어기본법(2005년 1월27일 국어의 사용을 촉진하고 국어의 발전과 보전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제정된 국어 관련 법률)'을 알리고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영어표기 일색이다.

 

이명박이 서울시장을 하면서 서울시를 'Hi Seoul'이라고 정하고 난 뒤 우후죽순으로 Dynamic BUSAN(다이나믹 부산), Fly INCHEON(플라이 인천), It's DAEJEON(잇츠 대전), Your Partner GWANGJU(유어 파트너 광주), Colorful DAEGU(컬러풀 대구), ULSAN for you(울산 포 유) 등 자치단체명이 영어 일색이다.

가히 미국의 한 주(州)로 착각할 정도이다.

무분별한 영어표기는 자치단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대중 생활 속으로 깊숙이 파고든 영어 사용은 도가 지나칠 정도가 아니다.

담배를 예로 들면 거북선, 한라산, 태양, 솔, 도라지, 장미, 환희, 백조, 아리랑, 파고다 등 정말 아름다운 이름이었는데 요즘은 에쎄, 더원, 디스, 레종 등 모두 영어다.

그리고 은행은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KEB(하나은행), BNK(부산은행), DGB(대구은행) 등 영어로 쓰면 은행인지 외국 기업인지 전혀 내용을 알 수 없다.

뿐만아니라 방송사도 KBS, MBC, SBS, EBS, JTBC, YTN 등 거의 영어다.

물론 진보 진영 내부도 마찬가지다.

회의나 집회 그리고 행사에 영어를 쓰는 것을 유식과 자랑으로 여긴다.

언어에서의 민족 자주 정신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은 좋다. 학문적으로 바른 외국어를 써야 한다.

그러나 남발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외래어 일색으로 변질되어 가는 나라를 바로 세우고 우리 민족의 얼을 찾아야 한다.

미국은 전 지구적으로 쇠퇴와 몰락을 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왜 망해가는 나라의 말을 배우기 위해 시간을 낭비하고 국력을 소비하는가!

언어문제에서도 민족 자주 정신이 바로 서야 한다.

지난 2000년 이산가족 상봉 때 북의 국어학자 류렬(84·국어학자)씨는 "언어가 같으면 생각이 같아지기 때문에 언어 통일이 곧 통일을 앞당기는 길"이라며 만찬장에서 허웅 한글학회 이사장과 환담을 나누면서 "우리는 민족의 언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남측엔 왜 이리 외래어가 넘치느냐? 우리의 모국어가 훼손되고 있다."라고 뼈있는 말을 한 것이 지금도 가슴에 와 닿는다.

비록 남북관계가 윤석열이라는 전쟁광으로 나락으로 빠져있지만 민족적, 문화적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

동질성 회복의 첫째 요건은 문화의 동질성 회복이고 그 첫째가 언어의 통일이다.

한글은 민족어다!!!

민족어 없는 민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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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순 '피스메이커'의 호소…"평화 없이는 아무것도 못 이룬다"

[프레시안 books] 임동원 자서전 <다시, 평화>

전홍기혜 기자  |  기사입력 2022.10.09. 08:30:44 최종수정 2022.10.09. 08:34:27 

 

"김정은을 만남으로써 나는 지난 28년에 거쳐 김씨 3대를 모두 만난 남측 인사가 된 셈이다. 김일성은 남북고위급회담 대표로 1990년 예방과 1992년 오찬 회동 등으로 두번 만났다. 김정일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특사와 대표로서 여러 시간에 거쳐 세번 만났고, 2005년에는 6.15 5주년 행사를 마친 뒤 그가 초대한 오찬에서 한번 더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김정은과는 2018년 4월 판문점과 9월 평양에서 잠시나마 환담을 나누었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이야기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동서냉전 시기인 1950-70년대엔 군인으로, 1980년대엔 외교관으로 일하던 임 전 장관은 동서냉전이 끝난 1990년대 노태우 정부에서 남북고위급회담 대표로 일하게 되면서 '피스메이커'(통일 일꾼)로서의 삶이 시작됐다. 이런 이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를 '삼고초려'하게 했다.  

임 전 장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현실화한 공이 가장 큰 인사다. 그는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 특사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남북정상회담을 실현시켰다. 남북 분단 이래로 첫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김대중 전 대통령과 임동원 전 장관은 그래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여겨진다.  

임 전 장관은 뜻밖에 "이북 출신의 군인, 외교관으로 40년 넘게 근무하면서 정치에는 무관심했다"며 "유명한 야당 지도자인 김대중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던 데다 평소 탐탁지 않게 여겼던 인물"이라고 회고했다. 끈질긴 요청 끝에 두 사람이 결합하게 된 것에 대해 임 전 장관은 "'하나님의 섭리'라고밖에 달리 설명할 수가 없다"며 "15년간 김 전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좌하게 된 것은 내 일생의 가장 큰 영광이요,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의 헨리 키신저'라고 불리는 임동원 전 장관이 최근 펴낸  자서전 <다시, 평화>(임동원 지금, 폴리티쿠스 펴냄)에서 밝힌 이야기다. 평생을 '피스 키퍼'이자 '피스 메이커'로 헌신해온 임 전 장관은 올해 구순을 맞아 일제강점기, 해방, 한국전쟁, 월남, 분단 등 파란만장한 한국 현대사의 굴곡이 고스란히 새겨진 자신의 인생 역정을 기록했다.

자서전에는 전작 <피스메이커>에 담지 못한 노태우 정부의 남북고위급회담과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6.15 선언 등 그가 관여한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와 뒷이야기 등이 추가됐다. 일례로 임 전 장관은 직접 만나본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나는 이 첫만남에서 그가 감성적인 자기 부친과 달리, 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평했다. 

임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관게 개선을 가속화하여 북미관계를 견인하려던 목표가 북미 관계의 파탄으로 남북관계도 다시 경색 국면에 접어든 것에 대해 크게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한반도 문제에 깊이 개입한 초강대국 미국이 대북관계 개선에 나서지 않는 한 남북관계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엄혹한 현실에 다시 직면하게 됐다"며 "미국의 결단이 문제 해결의 열쇠"라고 말했다. 

현재 한반도에는 그의 자서전 제목처럼 '다시, 평화'가 간절히 요구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에 비해 북한과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인 윤석열 정부에 대해 북한은 "윤석열이란 인간 자체가 싫다"(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고 응수했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되자 지난 9월 25일부터 10월 6일까지 총 6회의 중거리 및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며 군사 행동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러, 미중간 갈등이 커진 상황은 한반도의 긴장을 더욱 극대화시키고 있다. 

평생을 한반도 평화를 위해 헌신해온 임 전 장관의 말은 문제를 어디에서부터 풀어야할지 난감한 현 상황에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이제 더는 미루지 말고, 남-북, 한-미, 북-미가 이미 합의한 바 있고 중국도 동의한 '4차 평화회담'을 개최하여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을 시작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한반도의 4대 핵심과제를 포괄적.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평화 공존과 공동 번영의 '남북연합'을 형성하여 '사실상의 통일 상황'부터 이룩하고, 평화와 번영의 통일국가를 지향해 나가야 한다. 평화가 전부는 아니지만 평화 없이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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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보] “‘폭탄’ 윤석열을 끌어내리자!” 9차 촛불대행진

특별 취재단 | 기사입력 2022/10/0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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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차 촛불대행진 본집회.  ©김영란 기자

  

 ©김영란 기자

 

▲‘모이자 백만 촛불’.  ©김영란 기자

 

▲ 행진하는 시민들. [사진 제공-촛불행동]  

 

“윤석열! 쭉 쉬엇! 같은 필체로 보이는 사람 모두 모여라!” 

 

“극우 단체들이 방해하지만 함성으로 다 뒤덮을 수 있다. ‘바이든’으로 들리는 사람들 함성 시작!” 

 

“자위대를 끌어들이는 윤석열은 퇴진하라!” 

 

“2030이 앞장서서 윤석열을 끌어내리자!” 

 

“강남·대구가 앞장서서 윤석열을 끌어내리자!” 

 

“능력 없으면 내려와라! 윤석열은 퇴진하라!” 

 

“겨울이 오기 전에, 올해가 가기 전에 끝내야 하지 않겠나!” 

 

“오늘은 박근혜 탄핵집회 같다. 제가 2시부터 여기에 나와 있는 시민들을 봤다. 박근혜 탄핵 때는 8시간 넘게 나와 있는 시민들이 많았다. 오늘도 그런 분위기가 있다. 박근혜를 끌어내린 것처럼 윤석열도 끌어내릴 수 있을 것 같다.” 

 

“주변의 수많은 시민과 서로 연대와 격려를 부탁드린다!” 

 

▲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를 조롱해 만든 선전물을 들고 참여한 시민들.  ©김영란 기자

 

위는 8일 열린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 9차 촛불대행진’ 본집회에서 터져 나온 말이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도 연인원 3만여 명이 넘는 촛불 민심이 서울 청계광장과 세종대로 일대를 뒤덮었다. 이번 집회는 본무대가 설치된 세종대로를 시작으로 시청광장 근처에 설치된 뒷무대까지 시민들의 대열이 500미터 넘게 이어졌다. 

 

오후 5시께 1부 행사 사회를 맡은 김지선 촛불행동 강남·서초지부 지부장이 무대에 올랐다. 김 지부장은 “지난주는 많은 분이 외교 참사 때문에 나오셨는데 이번 주는 왜 나오셨나”라며 “저는 이번 주 김건희 논문 때문에 화가 나서 나왔다. 김건희 논문 5명 필체가 똑같다. 누가 서명한 것 같나. 김건희가 표절을 넘어 논문을 조작한 거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김건희 씨) 두 명을 한꺼번에 날리면 일타쌍피”라면서 “여기에 한 명 더 윤석열 장모 최은순의 부동산까지 알려야겠다. 일타삼피하자”라고 말하며 집회의 기세를 끌어올렸다. 

 

▲ 대학생들의 율동 공연.  ©김영란 기자

 

이후 대학생들의 율동 공연을 시작으로 풍자와 재치가 담긴 시민들의 발언과 공연이 펼쳐졌다. 

 

한명우 씨는 “우리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여러분과 얘기하고 싶어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증축을 맡은 희림건설이라는 회사가 대통령실까지 맡았다고 하는데 이상하다. 용산 이전 비용이 1조 790억, 세종 집무실 이전 비용은 4,593억, 용산 정화 비용에는 수조 원이 든다”라며 “정말 날려야 하는 건 윤석열, 김건희 이 사람들 아니냐”라고 외쳤다. 

 

집회와 행진의 실시간 중계를 맡은 50여 개 유튜브 채널 중 하나인 인싸이트티브이 관계자도 무대 위에 올랐다.  

 

인싸이트티브이 관계자는 “촛불 시민 여러분이 계시기에 대한민국은 아직 희망이 있다. 윤석열 일당에게는 「지랄하고 자빠졌네」 이 노래가 어울린다. 윤석열, 김건희 일당에게 희망이 있나. 민영화해서 싹 헤쳐 먹으려는 것 아니냐”라며 “기시다, 바이든을 쫓아다니다 뺨 싸대기나 맞는 윤석열이 답답해서 나왔다”라고 발언했다. 

 

이 관계자는 ‘윤석열 퇴진’으로 지은 풍자 5행시를 소개해 호응을 받기도 했다. 내용은 ‘윤석열 이 새끼, 석열이 이 새끼, 열 받게 좀 하지 마, 퇴진해라 이 새끼, 진심으로 쪽팔린다’이다. 

 

대전에서 온 시민은 “정부는 외교 참사에 이어 예산 삭감으로 국민에게 큰 피해를 줬다. 서민을 위한 예산을 77% 정도 삭감했다”라며 “남녀노소 국민 모두가 피해를 입고 있다. 앞으로 끝까지 함께하겠다. 윤석열은 퇴진하라”라고 외쳤다. 

 

‘윤석열 퇴진’ 실천에 앞장선 대학생도 무대에 올랐다. 

 

안성현 윤석열 퇴진 대학생실천단 단장은 “지금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사람이 누구냐. 윤석열 아니냐. 한·미·일 군사동맹을 추구하고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높여 우리가 평화롭게 살 자유와 권리를 해치는 윤석열 아니냐”라며 “이런 대한민국에서 청년들은 그 어떤 희망찬 미래도 꿈꿀 수 없다. 그래서 대학생들이 윤석열 퇴진 실천단을 꾸려 윤석열 퇴진의 목소리를 대학가에서 높이고 있다”라고 발언했다. 

 

인천에서 온 이수정 씨는 “더 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 엄중한 시기다. 많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서 개혁을 막는 세력을 해체해야 한다. 말로는 자유를 좋아한다면서 자유를 싫어하는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우리가 정치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한다. 정치가 우리 모두, 가족들의 삶과 직결돼 있다. 이곳에 참가하시는 모든 분이 자랑스럽다. 우리가 무너져가는 나라를 목숨 걸고 지키자”라고 호소했다. 

 

박은수 더불어민주당 전 부대변인은 “몇 년 전 박근혜 퇴진을 위해 이곳에 온 우리가 대통령의 무능에 다시 촛불을 들고 있다. 윤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있고 자유는 사라지고 있다”라며 “시민들은 늘 정치보다 빨랐다. 촛불 시민이 앞장서서 촛불을 들었다. 너무 많이 늦지 않게 촛불 시민들의 곁에 서서 함께 목소리를 내겠다”라고 발언했다. 

 

▲ 대진연 예술단 ‘빛나는 청춘’의 노래 공연.  ©김영란 기자

 

▲ 많은 시민이 자원봉사단으로 참여해 다양한 활동을 했다.  ©김영란 기자

 

1부 행사의 마지막은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 예술단 ‘빛나는 청춘’이 꾸몄다. 안산하 빛나는 청춘 단원은 무대 인사를 하면서 “여러분과 함께 ‘윤석열 퇴진’ 주문을 외쳐보겠다. 학생들이 앞장서서 윤석열 퇴진을 이루겠다. 함성 발사!”라고 외쳤다. 

 

오후 5시 50분께부터는 2부 행사 사회를 맡은 안진걸 촛불행동 공동대표가 무대에 올랐다. 안 공동대표는 “제2차 시민혁명의 역사를 써나가는 우리 시민들과 함께해 너무나 영광이다. 오늘 현장에는 수만여 명의 시민들이 모이셨고 50개가 넘는 유튜브 채널이 함께 하고 있다. 누적 시청자가 500만 명이 넘었고 인터넷 포털에는 이번 집회가 ‘가장 많이 본 뉴스’로 올랐다”라고 소개했다. 

 

우희종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윤석열 퇴진과 김건희 특검을 이렇게 외쳐야 하는 건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다. 윤석열 퇴진과 김건희 특검이 의미하는 건 윤석열 주변에 있는 간신, 모리배를 몰아내는 것”이라며 “이 나라의 근본이 무너지고 있다. 윤석열 퇴진과 김건희 특검을 다 함께 나서주시면 고맙겠다”라고 강조했다.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은 “공정과 상식을 외치던 윤 대통령, 권력을 가진 자가 금융시장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던 검찰 출신 대통령은 도대체 어디 갔나”라면서 “김건희 씨는 주가조작에 관여했다. 윤석열의 거짓말이 드러나고 있다. ‘김건희 주가조작’ 제보자가 긴급체포됐다고 한다. 진상규명, 처벌할 수 있는 공소 유지 기간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고작 5년짜리 권력이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9차 촛불대행진 발언자들. 왼쪽부터 대전에서 온 시민, 안성현 윤석열 퇴진 대학생 실천단 단장, 인천에서 온 시민 이수정 씨,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 박재동 화백.  ©김영란 기자

 

이어서 노래패 우리나라가 노래 공연을 펼쳤다. 단원인 백자 가수는 “강릉 미사일이 북한에 떨어졌으면 전쟁이 났다. 만약 미사일이 강릉 시내에 떨어졌다면 우리 국민은 생명을 잃었을 것”이라며 “윤석열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평화를 위협하는 폭탄이다. 반드시 윤석열을 끌어내리고 새로운 길로 달려가자”라고 외쳤다.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박재동 화백은 “(윤 대통령의 욕설에) 호응하는 뜻에서 같이 외쳐보자. ‘야 이 새끼야! 너희들은 쪽팔리지도 않냐!’”라며 “(윤석열 정권은) 고등학생이 그린 '윤석열차' 그림을 칭찬하고 격려하지는 못할망정 비난하고 협박하고 있다. ‘표절의 여왕’이 있지 않나. 그런데 저들은 그 표절을 보고서는 한 마디도 못 하고 있다”라고 꼬집으며 윤석열 정권을 풍자했다. 

 

박 화백의 발언을 마치고 6시 20분께부터 시민들은 서울시청, 숭례문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한편 이날 집회는 서울을 비롯해 광주, 군산, 춘천 등 전국 각지에서 열렸다. 집회를 주관하는 촛불행동은 거리 서명과 온라인에서 각각 100만 명을 목표로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 촉구 100만 범국민 선언’ 서명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강서윤 기자)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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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대행진 본집회를 마치고 행진하는 시민들.  ©이인선 객원기자

 

▲ 방송 차량을 앞세우고 행진하는 시민들.  ©이인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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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선 객원기자

 

 ©이인선 객원기자

 

▲ 정리 집회 모습. [사진 제공-촛불행동]  

 

[1보] “윤석열 탄핵열차가 출발했다” 시민 자유발언으로 ‘윤석열 퇴진’ 촛불집회 시작

 

▲ ‘윤석열 탄핵, 김건희 특검’ 우산을 든 시민.  © 김영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바라는 시민들의 자유발언으로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 9차 촛불대행진’(아래 촛불대행진)이 시작됐다.

 

촛불대행진은 8일 오후 4시 시민 자유발언, 오후 5시 본 집회, 행진 순서로 진행된다.

 

권오민 촛불대행진 시민 자유발언 사회자는 “윤석열 탄핵열차가 출발했다”라고 말해 시민들의 호응을 받았다.

 

시민들은 손수 만든 특색있는 선전물을 들고 촛불대행진에 참여하고 있으며 본 집회 시간이 가까워져 올수록 참여자가 늘고 있다. (김영란 기자)

 

▲ 8일 오후 4시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9차 촛불대행진.  © 김영란 기자

 

 ©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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