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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개성연락사무소 조속가동"…北 "6·15행사는 南에서"(종합)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8/06/01 12:44
  • 수정일
    2018/06/01 12:44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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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고위급회담, 판문점 선언 이행 논의
남북고위급회담, 판문점 선언 이행 논의(판문점=연합뉴스) 조명균 통일부 장관(왼쪽 두번째)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오른쪽 두번째) 등이 참석한 가운데 1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남북, 판문점서 고위급회담 개최…北 "후속 실무회담 일정 확정하자" 

(판문점·서울=연합뉴스) 공동취재단 이정진 백나리 기자 = 남북은 1일 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공단에 설치하기로 하고 조속한 가동에 의견을 같이했다.

북한은 2000년 첫 정상회담을 기념한 6·15공동행사는 남측 지역에서 열자고 제안했다.

남북은 1일 판문점 남측지역 평화의집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 오전 전체회의에서 6·15공동행사, 공동연락사무소 설치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정부 당국자가 전했다.

남측은 회담에서 남북이 신뢰와 상호존중의 정신으로 판문점 선언을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이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을 북측에 전하면서 주요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고 이 당국자는 말했다.

남측은 '4·27 판문점 선언'에 개성에 설치하기로 한 공동연락사무소와 관련, "판문점 선언 이행의 첫 사업으로 개성공단 내에 설치하고 조속히 가동하자"고 북측에 제의했다.

북측도 개성공단 내 시설이 상당 기간 사용하지 않아 개보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필요한 사전 준비를 거쳐 최대한 빨리 개소하자고 밝혔다.

6·15 남북공동행사에 대해선 남측이 당국과 민간이 함께 추진해 나가자고 했고, 북측은 "당국, 민간, 정당·사회단체, 의회 등의 참여하에 남측 지역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이 밖에 남측은 산림협력도 단계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뜻이 있다는 점을 전달했고, 동해선·경의선 철도 도로 연결 및 한반도 신경제구상과 관련해선 우선 남북 간 공동 연구 및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장성급 군사회담, 적십자·체육회담, 산림, 철도·도로 실무회담 등 분야별 실무회담의 조속한 개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북측에 표명했다.

북측도 분야별 후속 실무회담의 조속한 개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우리측에 전달하고, 이날 회담에서 장소와 날짜를 확정하자는 입장을 전해왔다.

북측은 이번 회담이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 첫 회담인 만큼 양측이 신뢰와 배려를 통해 판문점 선언의 차질없는 이행을 위해 노력해 나가자는 점을 강조했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회담에는 우리측에서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김정렬 국토교통부 2차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김남중 통일부 통일정책실장, 안문현 국무총리실 심의관 등이 대표로 나섰다.

북측에서는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을 단장으로 김윤혁 철도성 부상, 원길우 체육성 부상, 박용일 조평통 부위원장, 박명철 민족경제협력위원회(민경협) 부위원장 등 5명이 대표단으로 나왔다.

정부 당국자는 "양측은 진지하게 상호 의견을 교환했으며 이후 상대측 제안을 검토하기 위해 오전 전체회의를 마쳤다"면서 "이후 회의 일정은 남북 연락관 협의를 통해 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transil@yna.co.kr

nari@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6/01 12:2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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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효과 없으면 죽여버릴거야” 폭언에도…난 “죄송합니다 고객님”

등록 :2018-06-01 05:00수정 :2018-06-01 10:23

 

[창간30돌 특별기획 - 노동 orz] ‘샌드위치’ 노동자 콜센터 상담원
② 내 ‘욕받이 값’은 얼마입니까

‘고객과 다투지 말라’ 촘촘 매뉴얼
전화 끊으려면 세번이나 욕먹어야
“죄송하다면 다야?” “귀 먹었어?”
은근한 비하와 인격모독 일상처럼

감정노동·‘닭장’ 노동 대가는 최저시급
밥값 아끼려 도시락에 자판기 커피
월급은 10년 전부터 계속 내리막
못견뎌 떠났다가 다시 ‘전화지옥’으로
?일러스트 이재임
?일러스트 이재임

 

<한겨레>는 창간 30돌 특별기획 ‘노동orz’를 통해 낮게 웅크린 우리, 노동자의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컨베이어 벨트의 부속품이 되어 낮밤을 바꿔가며 일하는 맞교대 노동자의 삶과 일터가 첫 번째 장면이었습니다.

 

 

이번엔 ‘사무직 공장’(White-collar Factory)이라 불리는 노동 현장, 콜센터입니다. 70~80㎝ 간격의 좁은 칸막이 사이에 앉아 종일 전화를 받는 상담원들의 삶이, 밀려드는 부품을 꾸역꾸역 조립하는 공장 노동자와 다를 바 없습니다.

 

 

하루에도 수차례 전화기 너머 마주하게 되는 콜센터 상담원들의 노동은 어떤 모습일까요? 서울 서남권의 한 홈쇼핑 콜센터가 두 번째 현장입니다.

 

 

 

3월14일, 콜센터로 출근해 한창 전화를 받고 있었다. ‘따르릉~’ 전화가 연결됐다.

 

“안녕하십니까 ○○쇼핑 신민정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주문하려고.” “네 고객님, 성함과 휴대전화번호가 어떻게 되십니까?”

 

“거기 컴퓨터에 뜨지 않아?” “네 고객님, 본인 확인을 위해 한번만 확인 부탁드립니다.”

 

고객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사람 피곤하게 왜 그래? 거기 이름 전화번호 뜨는 거 다 아는데 피차 귀찮게 왜 불러달라는 거요? 물건 사러 전화한 사람한테 물건만 팔면 되지 이름이랑 전화번호가 왜 필요해요? 대체 언제부터 고객한테 이름이랑 전화번호 확인하기 시작했어요? 몇 년 전부터 확인하기 시작했는지 알아와요!”

 

팀장에게 곧바로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 언제부터 인입 고객(전화를 건 고객) 이름과 전화번호를 확인했는지 아세요?” 팀장은 ‘고객이 그런 걸 묻냐’고 의아해하면서도 ‘이 홈쇼핑 콜센터 개국 이래 계속해왔다’고 알려줬다. 고객에게 그대로 전했다.

 

“네 고객님,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쇼핑에서는 △△△△년 개국 이래 정확한 주문 및 배송을 위해 본인 확인을 해오고 있습니다. 이 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고객은 잠시 침묵했다. “전에 상담원은 그러지 않았단 말이야. 당신이 잘못 아는 거야!” 전화가 ‘툭’ 끊어졌다.

 

■ 매뉴얼에는 나오지 않는 ‘진상’들 콜센터에 취직한 직후 만났던 교육 담당자는 자신의 상담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건넸다. “처음엔 고객 때문에 상처받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져요. 나중이 되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수 있게 돼요. 그냥 ‘이 고객은 화풀이할 데가 없는 사람이구나, 불쌍하다’ 이렇게 생각하세요.”

 

고객의 말에 초연해지려면 얼마나 시간이 흘러야 할까. 다행히도 콜센터는 상담원이 자신을 다독이며 모든 것을 감내하도록 방치하진 않았다. 기자가 일했던 홈쇼핑 콜센터는 고객의 갖은 문의에 상담원이 당황하지 않고 대응할 수 있도록 촘촘한 고객 응대 매뉴얼을 갖고 있었다.

 

욕설 고객에 대한 응대도 있었다. 매뉴얼에는 고객이 욕설을 할 때 “욕설을 하시면 상담이 어렵습니다”라며 1차 경고를 하고, 그래도 또 하면 2차 경고, 그래도 또 하면 3차 경고를 한 뒤 전화를 끊을 수 있다고 돼 있었다. ‘전화를 끊으려면 세번이나 욕을 먹어야 하다니…’라고 생각하던 차, 매뉴얼 강의를 하던 강사가 말했다. “근데 만약 상담원이 고객님을 짜증 나게 해서 고객님이 욕을 했다고 가정해 봐요. 거기서 ‘욕설을 해서 상담이 어렵다’고 하면 고객님이 뭐라고 생각할까요? 그러면 안 되겠죠?” 어떤 경우에 상담원이 욕먹을 만한 걸까. 몇몇 수강생은 웃었고, 몇몇 수강생은 웃지 않았다.

 

감정노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진 탓인지 최근엔 콜센터 고객들 가운데 대놓고 욕설이나 성희롱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은근한 비하나 무시, 인격모독은 일상이었다. 홈쇼핑 상담원은 업무 특성상 고객이 불러주는 주소와 카드번호 등을 입력해야 한다. 이를 한번에 알아듣지 못하면 “아가씨 귀먹었어?” “이런 것도 한번에 못 알아들으면서 어떻게 상담원을 하는 거야?”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이런 식이다. “경기도 에레스로…” “고객님, ‘애래수로’ 말씀이십니까?” “아니 이 아가씨 귀가 먹었어? 엘!에!스!로! 엘에스 회사도 몰라? 엘!에!스!”

 

매뉴얼에 나오지 않는 당황스러운 일도 수시로 마주해야 했다. 옷을 주문하는 고객에게 “이 상품은 상표를 제거하시면 교환 및 반품이 어렵습니다”라고 안내했다. “내가 언제 반품한다고 했냐, 왜 사람을 이상하게 몰아가느냐”라고 소리를 지르는 고객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매뉴얼에는 없었다. “▽▽신용카드를 쓰면 할인이 되느냐”고 묻기에 “해당 카드는 죄송하지만 할인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죄송하면 다냐”고 화를 내는 고객에겐 뭐라고 해야 할지 난감했다. 영양제를 주문하면서 “이 영양제 효과 없으면 죽여버릴 거다”라고 말하는 고객을 응대하는 방법도 알 수 없었다. 다만 매뉴얼에는 ‘고객과 싸우지 말라’고 돼 있으니, 그저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쩔쩔맸다.

 

일러스트 이재임
일러스트 이재임
■ 아파도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 고객은 모른다. 전화를 받는 상담원의 연령대가 어떻게 되는지, 누구의 엄마이고 누구의 딸인지. 어떤 고객에게 상담원은 자신의 요구를 빠르게 처리해주는 ‘자판기’일 뿐이었다.

 

고객의 한마디로 마음에 파도가 이는 기자와 달리 최미영(가명. 이하 모두 가명) 언니는 언제나 고요했다. 점심을 먹으며 “어제 드라마 보고 펑펑 울었잖아”라며 눈물을 글썽일 정도인 언니였지만, 일터에서는 맷집이 셌다. 40대 초반인 미영 언니는 이전에 두곳의 홈쇼핑 콜센터에서 13년 정도 일했던 베테랑이다. 아들이 중학교에 막 입학했으니, 언니는 아들이 태어난 직후부터 이 일을 한 셈이다. 언니는 한 홈쇼핑의 재택 상담원으로 10년 남짓 일했다고 한다. 맷집은 세졌지만 그 10년 동안 마음 한구석엔 풀 데 없는 멍울이 생겼다. “맨날 집에 있으니까 옷값 안 들고, 화장품값 들지 않는 건 좋았어. 근데 집에서 벽 보고 전화만 받으니 우울증이 오더라고. 맨날 남편이랑 아들한테 애꿎은 화풀이를 하게 되고….”

 

미영 언니는 일을 그만두는 대신 출퇴근하는 다른 홈쇼핑 콜센터로 옮겼다. 일과 생활을 분리하고 싶어서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일어났는데 목이 부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팀장에게 조심스레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출근이 어렵다”고 얘기했다. 팀장은 결근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면 사무실에서 (목소리 안 써도 되는) 사무라도 보세요.” 언니는 일을 그만뒀다. 아프다는 직원한테 일단 출근부터 하라는 회사에 미련이 없었다. 미영 언니는 지금 그 선택을 후회한다. “거기가 여기보다 월급이 더 많았거든. 거기 관리자한테 자리 생기면 불러달라고 해뒀어. 거기서 불러주면 여기는 그만둘 거야.”

 

자식을 키우는 데는 돈이 많이 든다. 하지만 중년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는 많지 않다. 대학생 아들을 둔 김진숙 언니도 아들을 키우는 내내 맞벌이를 했다. 50대 중반인 진숙 언니는 콜센터에서 나이가 많은 축에 속했다. 팀장도, 매니저도, 센터장도 언니보다 어렸다. 진숙 언니는 영업왕 출신이다. 보험과 카드 영업을 했다. 언니는 영업에 수완이 있었다. 억대 연봉을 받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진숙 언니는 “어느 순간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는 데에 지쳤다”고 했다. 불확실한 수입도 문제였다. 성과가 좋은 달은 월급을 1000만원까지 받은 적도 있지만 어느 달은 100만원도 벌기 힘들었다. 그래서 진숙 언니는 적더라도 안정적인 월급을 받는, 나이가 많은 중년 여성도 기꺼이 받아주는 콜센터 업계로 들어섰다. 정수기회사 콜센터, 은행 콜센터 등을 다녔지만, 오래 다니지 못했다. 정수기회사는 고객 불만이 많았고, 은행은 상담원에게 점점 더 전문 지식을 요구했다. 진숙 언니는 조금이라도 덜 힘든 콜센터를 찾아 옮겨 다녔고 그렇게 이곳에 왔다. 미끄럼틀을 타듯 저임금 일터로 내려온 셈이다. “전이랑 비교하면 월급은 적지만 일은 확실히 편해.” 언니는 만족한 듯 말했다.

 

그랬던 진숙 언니도 한달 만에 그만뒀다. 진숙 언니는 “동료 상담원들이랑 친해져 봐야 한달만 지나면 거의 다 그만둘 테니 연락처 교환은 안 하겠다”며 누구에게도 전화번호를 남기지 않았다. 그래서 진숙 언니가 왜 이곳을 그만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여러 콜센터에 원서를 넣었지만 나이 때문에 이곳에 유일하게 합격했다는 언니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진숙 언니는 줄곧 맞벌이했다고 했으니, 또 다른 일터로 자리를 옮겼을 것이다. 콜센터인지, 아니면 언니가 잘했던 영업인지는 알 수 없었다.

 

■ 내 욕받이 값은 최저임금 콜센터 일은 힘들고 월급은 너무 짰다. ‘이 돈 벌자고 이런 말까지 들어야 하나’ 싶었다. 월급은 최저임금보다 230원 많았다. 최저시급 기준 주5일 하루 8시간씩 일하면 157만3770원를 받게 되는데, 여기 신입 상담원이 한달 만근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금액은 157만4000원이었다. 4대 보험과 세금 등을 떼면 143만원 정도를 손에 쥔다.

 

이 돈으로는 밥 사 먹기가 무서울 수밖에 없다. 콜센터 휴게실에는 냉장고와 전자레인지가 각각 두 대씩 있다. 냉장고에는 언니들이 집에서 가져온 반찬들로 꽉꽉 채워져 있고, 전자레인지는 늘 바쁘게 돌았다. 언니들은 냉동실에 얼려놓은 밥을 전자레인지로 돌리고, 냉장고에서 오이지, 무말랭이, 김 등을 꺼내 함께 먹었다.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오거나, 컵라면에 날달걀을 넣고 전자레인지로 데웠다. 콜센터가 있는 건물 1층엔 5000원짜리 순두부찌개, 6000원짜리 순댓국을 파는 가게들이 즐비했다. 카페의 아메리카노는 1900원이었다. 5000원짜리 밥을 사 먹고 커피까지 마시면 6900원. 한 시간 동안 설움을 견디며 전화를 받은 대가와 맞먹었다. 그래서 언니들은 콜센터 휴게실에서 밥을 먹고 콜센터에서 마련해준 공짜 자판기 커피를 마셨다.

 

콜센터 저임금의 역사는 꽤 오래됐다. 통계청의 서비스업 조사와 2016년 한국노동연구원이 내놓은 정책자료를 보면, 콜센터 상담원 상용종사자의 1인 평균 연간 급여액은 2014년 기준 2084만원이다. 2007년 1950만원에서 그다음 해 2151만원까지 올랐다가 이후 다시 지속해서 감소해 2014년 2084만원이 된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최저임금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는데도 콜센터 임금 수준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콜센터 종사자의 사회적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근거”라고 설명했다.

 

회사도 낮은 급여 수준을 다소 민망해하는 것 같았다. 콜센터에 지원할 때 본 채용공고에는 ‘월평균 190만/일 쉬움’이라고 적혀 있었다. 정확한 급여를 알게 된 것은 5일간의 교육이 끝나던 3월2일이었다. 교육장 맨 앞 스크린에 월급표를 띄운 센터장은 숫자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입사 후 6개월까지는 이 금액(약 157만원)’을 받게 되고, 1년이 지나면 ‘이 금액(약 162만원)’을 받게 된다”고 레이저 포인터로 화면을 짚었다. “식대를 따로 주느냐”는 진숙 언니의 질문에 “포함된 금액”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서둘러 이어진 ‘성과급’ 파트에선 센터장의 목소리가 커졌다. 센터장은 “상담원의 콜 수와 콜 품질 평가에 따라 적게는 5만원, 많게는 30만원을 더 받을 수 있다. 조금만 열심히 해도 최소 5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전 150만원대 월급을 받는 상담원에게 30만원의 인센티브는 월급의 20%에 해당했다.

 

■ 1등이 되면 잘살 수 있을까 하지만 센터장은 콜센터에서 3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상담원 200여명 가운데 단 한명이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단 한명만이 ‘전화 지옥’의 실적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 30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30만원을 손에 쥐려면 얼마나 전화를 받아야 할까. 회사에서 나눠준 성과표를 보니, 센터 상위권인 상담원의 시간당 콜 수는 14.2에 달했다. 기자의 거의 두배(7.5)였다.

 

다른 콜센터에서 성과급 제도를 경험해본 진숙 언니는 기자에게 “욕심내지 말라”고 했다. “돈 몇 푼 더 받겠다고 욕심부리면 나만 괴로워져. 화장실 안 가고 식사시간 줄여 전화 받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 줄 알아? 기본급은 정해져 있으니까 딱 그만큼 일해서 그만큼만 가져간다고 생각해야지, 욕심부리면 병나.” 한 보험사 콜센터에서 반년 정도 일했다는 박인선 언니도 “그때 내 입사 동기가 센터에서 딱 두명이 받는 에스(S) 등급을 몇 번 받았거든. 비결이 뭐냐고 물어보니, 화장실 가는 것도 참고 밥 먹는 시간 아껴 전화 받았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전화 스트레스를 하도 받아서 퇴근할 때마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팠대”라고 말해줬다.

 

그러나 조언은 조언일 뿐이었다. ‘이왕 고생하는 거 좀더 고생하고 많이 받고 싶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었다. 입사 동기 미영 언니가 그랬다. 언니는 콜 수에 민감했다. 늘 자신의 콜 수와 동료의 콜 수를 빠삭하게 알고 있었다. 언니는 “오늘 유정씨가 나보다 한 콜 더 받았던데?”, “오늘 내가 졌어. 언니가 나보다 더 많이 받았어” 같은 농담을 하곤 했다. 미영 언니는 신입치고 나쁘지 않은 시간당 콜 수(10)였지만 상위권이 되기엔 한참 모자랐다.

 

미영 언니뿐 아니라 대부분 언니들은 전화를 최대한 많이 받으려고 애썼다. 전화를 끊고 처리해야 하는 후처리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화장실 가는 시간을 아끼고, 휴게실에서 밥을 허겁지겁 입에 넣은 뒤 다시 워크스테이션으로 돌아가 전화를 받았다. 통화가 끝나면 곧바로 다른 전화가 들어오고, 끊으면 숨돌릴 틈 없이 다시 벨이 울리는 ‘전화 지옥’에 자리 잡기를 자처했다. 그렇게 버텨서 몇만원이라도 더 받으면 아이들 반찬이, 교복 브랜드가, 학원이 바뀔 수도 있다. 그렇게 버티다가 몸이나 마음이 아파서 더 견딜 수 없으면 떠났다. 미영 언니가 우울증으로 10년 일했던 홈쇼핑 콜센터를 그만두고 다른 콜센터를 찾은 것처럼, 진숙 언니가 은행 콜센터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이곳에 왔다가 다시 떠난 것처럼 말이다.

 

언니들은 그렇게 그만두고 나서도 “이 나이에 받아주는 곳이 없다”, “당장 취직해 돈 벌 만한 곳이 여기밖에 없다”면서 다른 콜센터에 입사지원서를 넣었다. 언니들이 떠난 자리는 또 다른 언니들이 채웠다. 기자에게 콜센터는 퇴근할 때까지 전화가 끊이지 않는 ‘전화 지옥’이었지만, 중년의 나이에 일자리를 찾는 언니들에게는 기꺼이 손을 내미는 유일한 ‘구원의 손길’이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연재[한겨레 창간 30돌] 특별기획 노동 orz
  • 1부 노동OTL 10년, 다시 찾은 제조업 현장
  • 2부 ‘샌드위치’ 노동자, 콜센터 상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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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농부들의 주경야독

조현 2018. 05. 31
조회수 747 추천수 0
 

 

-공부 융합 씨앗 뿌려, ‘신세대 농부’  틔운다

충남 홍성군 오미마을 젊은협업농장

 

1농장-.JPG» 함께하면 농사일도 즐겁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더구나 같은 또래들끼리 하면 더욱 그런다는 젊은협동조합 청년들. 정민철 농장 대표(윗줄 오른쪽에서 두번째)와 농촌경제연구원 김정섭 연구위원(윗줄 오른쪽에서 세번째)와 농장 식구들이 체험활동을 온 학생들과 함께 했다.

 

청년 10여명과 견학생들 어울려

4천평 빌려 쌈채소 비닐하우스 8

 

아침 6  시작해 오후 4 마치고 

강의실에 모여 다양한 강좌 

유기농·마을만들기·철학·여행 

 

농업전문대 선생이던 정민철 대표

농사는 현장이라는 생각으로 설립

 

수십명 한달에서 1 넘게 머물며 

공감하고상처 치유   모색

농사일과 마을살이 익히면 독립

 

인근 갓골은 활기찬 문화지대

도서관도 있고 협동조합 30여개 

 

2-.jpg» 매일 오후4시면 손을 털고 강좌를 듣는 청년들.

 

충남 홍성군 장곡면 도산리 2 오미마을엔 여느 농촌과는 달리 온통 청년들뿐이다. 8동의 비닐하우스에서는 젊은협업농장 청년들 10명과 견학  학생들도 상추만큼이나 푸릇푸릇하다비닐하우스 속에서 어울려 일하는 청년들의 얼굴엔 찌든 기색이 없다친구들과  얘기  얘기 주고받고 농담하며 웃다 보면 언제 시간이 가는  모른다고 한다 어른들이  공동 노동조직인 두레를 만들고품앗이를 해서 ‘함께’ 일을 했는지  만하다.

 

 이들은 마을에서 각자 기거하면서 아침 6시면 이곳에  일을 시작한다아침은 건너뛰거나 간식으로 때우고 일하다  12시에 공동 식사를 한다다시 1시에 일을 재개하고 오후 4시가 되면 일을 마친다오후 4시면 아직 해가 중천에  있을 때다마을 어르신들은 젊디나 젊은 것들이 ‘바짝 조여서’ 수확을  하지 않고 일찍 손을 턴다고 못마땅해한다.

 

농장1-.JPG 

 

그렇게 벌어 어떻게 사나” 눈치도

 그도 그럴 것이 젊은협업농장 4천평은 모두  마을 임응철 이장이 빌려준 것이다열명이 농사를 지어 쌈채소를 팔아 얻은 소득이 12천만원 정도다거기다 농촌 체험 프로그램  교육을 맡아 올린 수입 등을  합쳐도  소득은 14천만~15천만원에 불과하다점심값에 드는  2천만원에 임대료·운영비를 빼고 나면 1 미만의 인턴들은  50만원, 1년이 넘은 고참들은  100만원을 가져간다그러니 마을 어르신들은 “그렇게 벌어 어떻게   있겠느냐 “돈도 벌고 땅도 사려면 밤을 새워서라도 일을 해야   아니냐 채근한다

 

 그러나 이곳 청년들은 오후 4시가 되면 어김없이 손을 씻고 강의실에 모인다강좌는 유기농업이나 마을 만들기 강좌뿐 아니라 글쓰기철학예술여행 강좌까지 다양하다홍성 일대는 귀촌자들이 많아 특별히 외부에서  들여 모시지 않아도  만큼 강사 인력이 풍부하다.

 

 2012  농장을 설립한 정민철 대표는 홍성군 홍동면에 있는 풀무학교의 전공부 교사였다전공부는 전문적인 농부를 길러내는 2년제 전문대학이다그런데 전공부 졸업생들이 실제 농사를 지으러 마을에 들어가면  적응하지 못했다그래서 농사는 학교가 아니라 현장 마을 안에 들어가서 배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설립한  젊은협업농장이다따라서 농장이긴 하지만 교육을 목표로 한다어느 정도 농사일과 마을살이를 익히면 이곳을 떠나 독립해 마을 속에서 살아가도록 하는 교육농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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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벌이 외에 다양한 욕구 충족돼야

  대표는 ‘젊은이들이 농촌에 온다고 농사일만 하라는 법은 없다 생각한다교사 출신인 자신이 교육과 농업을 결합했듯이 ‘아이티’(IT) 업계에 종사했으면 아이티와 농업을 연계하고염색을  사람은 염색 작물을 키우고장사에 소질이 있으면 농업과 경영을 결합한 융합 지점을 찾아 일을   있다는 것이다이곳 청년들이 일만 하지 않고 주경야독을 하는 것은 ‘새로운 농부 길을 찾아가기 위함이다 농장에서  푼도 받아 가지 않으면서 이런 독특한 실험을 하는  대표야말로 새로운 인간형이 아닐  없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정섭(48) 연구위원은 오랫동안 홍성 일대 농업을 연구해오다 안식월을 맞아 3개월째  농장에 머물고 있다그는 “돈만   있으면 젊은이들이 농촌에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청년들에겐 돈벌이 외에도 문화와 교육과 의료  삶의 다양한 욕구가 충족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곳처럼 청년들이 농사와 마을을 배우며 농촌 문화를 창출해갈 새로운 농민을 길러내는 일이 필요하다 설명했다.

 

 농장에서 멀지 않은 풀무농고와 전공부가 있는 홍동면 갓골은 농촌지역에서는 보기 어려운 문화지대다풀무농고 설립자인 이찬갑 선생의 호를  밝맑도서관이 있고마을활력소도 있다또한 흙건축얼렁뚱땅조합을 비롯해 만홧가게술집  협동조합만 30여개가 활동하고 있다 단위임에도 의료생협에 의사까지 있다풀무농고 출신으로  농장 시작  합류한 정영환(36) 스태프는 집에서 따로 농사를 짓는 부인과 5, 8 아이와 부모님과 귀농해 함께 살고 있다그는 “농촌 현실이 어렵고농장에서 청년들이 모두 나가 2주 동안 혼자 일한 적도 있을 만큼 녹록지 않지만협업농장도 농촌도 떠날 생각이 없다 말했다또 그는 “시골이지만 교육과 문화를 누리며 아이를 키우기 좋은 이곳이 마음에 든다 했다.

 

주형로정영환-.JPG» 젊은협동농장 정영환 스태프가 홍성군 홍농 문당리 이장이나 정농회 회장인 주형로 선생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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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골에서 지역활동의 촉매 구실을 하는 밝맑도서관(왼쪽)과 마을활력소

 

 공부만 하면 도깨비일만 하면 짐승

 지금까지  농장에서 한달 이상 머문 청년들은 모두 35명이었다. 1 이상 머문 이도 16명이었다이들은 이곳에서 앞으로 살아갈 길을 고민하면서 주경야독한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났다이곳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처받고 찌든 청년들이 땀을 흘리기도 하지만 또래들과 대화하고 공감하며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쉼터이기도 하다.

 

 이아무개(35)씨는 영업실적 때문에 스트레스에 힘들어하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지난해 12 이곳에 왔다그는 “사람에게 치여 점점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도 않았는데 이곳에서 같이 일하니 힘도  들고 재미가 있다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박아무개(25)씨는 대학 졸업 뒤 6개월간 방황하다가 취업을 포기하고 같은  이곳에 왔다그는 “학교만 다니며 머리만 쓰고 살던 것과 180 다른 삶이지만  벌더라도  치이는 시골에서 살고 싶은 생각이 많아지고 있다 말했다.

 

 유아무개(15)군은 홈스쿨로 중학까지 마쳤는데사람이 두려워 고교 진학을 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남들과 함께 지내보면 어떠냐 주위의 권유로 이곳에  그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함께 어울리다 보니 학교도   있을  같고친구가 필요한 것도 알았다 “학교를 마친 뒤엔 농촌에서 살아보고 싶다 말했다.

 

 함석헌의 스승 유영모는 ‘공부만 하면 도깨비가 되고일만 하면 짐승이 된다 ‘일학병진 권했다일하고 공부하면서 청년들이 치유되고 깨어나고 있다이렇게 전에 보기 어려웠던 ‘새로운 농부들이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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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은 왜 더 많이 아픈가?

[6.13선거, '건강불평등'을 말하다] 건강불평등, 무엇이 문제일까?
2018.06.01 09:34:34
 

 

 

한국건강형평성학회는 613 지방선거에서 건강불평등이 주요한 정책이슈로 다루어지기를 희망하며 건강불평등 정책의제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의 일환으로 시민들의 건강불평등에 대한 이해를 돕고, 문제 해결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도록 네 종류의 카드뉴스를 제작하였습니다. 각각의 카드뉴스 주제는 "건강불평등, 무엇이 문제일까", "대한민국 건강불평등 현주소", "건강불평등 어떻게 해결할까", "지방자치시대의 건강불평등, 지방정부는 무엇을 할 수 있나?"입니다.


6월 13일 지방선거일 전까지 한국건강형평성학회는 건강세상네트워크와 함께 각 주제별 카드뉴스 내용에 대한 간략한 기사를 게재합니다. 기사는 한국건강형평성학회에서 작성하며, 카드뉴스 주제별로 네 차례에 걸쳐 게재될 예정입니다. 

 

소득수준에 따른 기대수명의 차이, 불평등이 아니라 당연한 결과?

 

한국건강형평성학회가 3월 26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국민을 소득 수준별로 5개 집단으로 나누어 각 집단별로 기대수명을 구했을 때, 가장 소득이 높은 집단과 가장 소득이 낮은 집단 간의 기대수명 차이는 6.6년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이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더 건강하고 오래 산다는 것을 막연하게나마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차이가 6.6년이라는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된 것이 신선하기는 하지만 충격적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묻고 싶을 겁니다. 돈 많은 사람들은 좋은 음식을 먹고, 열심히 운동하고, 담배 안피고, 술 적게 마시고, 꼬박꼬박 건강검진 받고, 조금만 아파도 재깍재깍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는데 가난한 사람들보다 오래 살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것 아니냐고, 한국건강형평성학회에는 이런 당연한 것도 모르는 사람들만 모여 있는 거냐고.  

 

실제로 이 발표 자료에 대한 기사에 달린 댓글들 중에 저런 반응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되묻고 싶습니다. 왜 가난한 사람들은 몸에 좋은 음식을 가려 먹지 않고, 규칙적인 운동을 안하고, 담배를 끊지 않고, 술을 많이 마시고,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지 않고, 아파도 제때 병원에 가지 않는 걸까요, 혹시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건강수준이 단지 생활 습관과 의료 서비스 이용만으로 결정되는 것일까요?        

 

건강불평등은 피할 수 있고, 불필요하며, 불공정한 차이 

 

건강불평등은 건강수준 차이가 회피가능한 불필요한 차이인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판단에서 시작합니다. 사소한 질병에서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건강 결과들에서 인구집단들 간에 건강수준 차이가 발생합니다. 개중에는 피할 수 없는 것들도 있지만, 어떤 차이들은 사회적 개입을 통해 회피가 가능합니다. 

 

열대 지방 아이들이 한국 아이들보다 말라리아에 더 많이 걸리는 것을 불평등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열대지방에 말라리아 모기가 더 많으니까요. 그러나 간단한 모기장을 설치할 돈이 없어서 예방을 못한다면, 말라리아에 걸렸는데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다면 불공평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건강불평등은 개인 간의 건강수준이 단순히 다르다는 뜻이 아니라, 이 차이는 피할 수 있고, 불필요하며, 불공정한 차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건강은 온전히 개인의 책임인가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합니다. 유전적 요인과 생활습관뿐 아니라 소득, 주거환경, 근로환경, 사회적 연결망 같은 사회적 요인도 중요합니다. 때때로 우리는 눈앞에 보이는 개인의 생활 습관과 건강의 관계에 집중하느라 정부가 상수도 관리를 통해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각종 규제를 시행하고,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고, 안전한 의약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산업을 통제하고, 감염병 유행을 막기 위해 질병 감시 체계를 가동하고, 노동자의 안전보건을 위한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 우리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간과하기도 합니다.  

 

건강불평등은 생물학적 요인부터 사회구조적 요인에 이르기까지 여러 요인들이 상호작용하여 나타납니다. 그러나 우연히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자원과 건강에 해를 미치는 요인들이 사회적으로 불평등하게 분포하기 때문에 건강불평등이 생겨납니다. 개인이 처한 사회경제적 위치에 따라 위험에 대한 노출에서 차이가 발생하고, 노출로 인한 취약성에서도 차이가 발생합니다. 개인의 선택이라고 표현하지만, 사실은 자신이 위치한 사회적 환경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행동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의 건강이 상대적으로 더 나쁜 것을 우연이나 개인의 선택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흡연을 시작하는 계기, 폭음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사회적 환경, 질병에 걸렸을 때 본인이 처한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행동 유형 등을 고려할 때, 즉 건강과 관련된 행동이 사회적인 배경을 갖는다는 것을 이해할 때 비로소 설명이 가능합니다.  

  

건강은 권리입니다 

 

건강은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2조는 “모든 사람이 도달 가능한 최고 수준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향유할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자하고 그럴 권리가 있습니다. 건강은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요소입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야마티야 센의 표현대로 “건강은 인간 삶의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이자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잠재력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건강불평등의 발생은 인권과 인간 잠재력의 근원으로서 건강이 갖는 가치를 훼손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건강 문제를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지 않고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우리의 기본권을 지키고 정의와 공정성이라는 가치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불평등한 사회가 불평등한 건강을 낳습니다. 건강불평등은 사회불평등을 드러내는 거울입니다.  

 



 
mendrami@pressian.com다른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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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김정은 과감한 결단 필요... 기회 날리면 비극"

김영철과 고위급 회담 마무리... "지난 72시간 동안 상당한 진전"

18.06.01 07:14l최종 업데이트 18.06.01 07:27l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31일(현지시각) 뉴욕에서 두 번째 만나 악수하고 있다.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31일(현지시각) 뉴욕에서 두 번째 만나 악수하고 있다.
ⓒ 폼페이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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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의 고위급 회담을 통해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진전을 이뤘다고 31일(현지시각)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오후 뉴욕 맨해튼 팰리스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부위원장과의 회담 결과에 대해 "지난 72시간 동안 실질적인 진전을 이뤘다"라며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 진행되는 북한과의 모든 실무 협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두 차례 회담했고 (이번에) 김영철 부위원장과도 세 차례 회담했다"라며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고 김 위원장과 김 부위원장이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전략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미정상회담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확신한다"라며 "그러나 양국이 합의에 도달하려면 김 위원장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며 결정적인 이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은 비극(tragic)과 다름없다"라고 강조했다.

판문점과 싱가포르에서의 실무 협상을 넘어 최고위급 회담까지 가졌지만 북미정상회담이 실제로 성사되려면 김 위원장이 직접 비핵화와 관련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나는 김 위원장이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지도자라고 생각한다"라며 "앞으로 수주 또는 수개월간 결단이 이뤄질 수 있는가를 시험해보는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만약 비핵화를 선택할 경우 북한에 밝은 길이 놓여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라며 "북한과 미국은 상호협력 및 호혜관계를 구축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대로 6월 12일 개최되는 것으로 확정됐냐는 질문에는 "아직 모르겠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또한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받아냈냐는 질문에도 "상당히 어려운 이슈이고 쉽지 않다"라며 "아직 할 일이 많다"라고 답했다.

"북한, 비핵화해야 체제 보장받을 수 있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31일(현지시각) 뉴욕에서 회담하고 있다.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31일(현지시각) 뉴욕에서 회담하고 있다.
ⓒ 미국무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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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우리의 목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북한이 체제를 보장받으려면 핵무기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핵 프로그램을 폐기한다면 북한은 안전을 강력히 보장받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김 부위원장과 (비핵화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으며 이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라며 "전 세계가 요구하는 비핵화를 통해서만 북한이 바라는 체제 보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주한미군 축소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건 한미 양국 정상들이 결정할 사안으로 내가 언급할 수 없다"며 "감축에 관한 일은 국방부 이슈다. 내가 오늘 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피해갔다. 그러면서 한미일 3국의 공조 문제에 대해서는 "빛샐 틈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오른팔'인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은 이날 뉴욕 맨해튼 38번가 코린티안 콘도미니엄에 있는 주유엔 미국 차석대사 관저에서 전날 만찬에 이어 이날 정식 회담을 가졌다.

미국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전날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 간 만찬이 진행되는 도중 기자들에게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라며 "북한이 바라는 체제 보장을 기꺼이 제공하고 경제적 번영도 누리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김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기 위해 워싱턴D.C.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공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친서에 무슨 내용이 담겼는지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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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싱가포르서 철통보안 속 협의…회담장선정 임박한듯(종합)

'회담장 또는 정상숙소 후보지' 카펠라·샹그릴라 호텔 둘러본 정황
北 김창선 부장, 오전 숙소 떠나 모처로 이동…헤이긴과 협의 이어갈듯

 

북한 차량 안내하는 싱가포르 경찰
북한 차량 안내하는 싱가포르 경찰(싱가포르=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30일 밤 조 헤이긴 백악관 부 비서실장 등 북미 실무회담 미국 대표단이 머물고 있는 싱가포르 센토사 숙소에서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 등의 차량이 나와 로터리를 통과하고 있다. 북한 차량은 경찰의 통제로 300여미터 떨어진 로터리까지 역주행했다.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과 조 헤이긴 비서실장은 전날 싱가포르 모처에서 만나 북미 정상회담의 일정 등 실무적인 부분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8.5.30
xyz@yna.co.kr

 

(싱가포르=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31일 싱가포르에서 사흘째 북미정상회담 준비작업을 진행중인 양측 실무 대표단이 철저한 보안 속에 회담 장소와 정상 숙소 등 회담의 실무적 '선택지'들을 좁혀가는 모습이다.

북측 실무팀 수석대표인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은 이날 오전 10시 10분(현지시간)께 숙소인 풀러턴 호텔을 떠나 모처로 이동했다. 취재진이 그가 평소 이동하는 주차장 연결 통로 앞에 진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김 부장의 벤츠 차량은 다른 경로를 이용해 호텔을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도 김 부장은 조 헤이긴 미 백악관 부(副) 비서실장과 모처에서 만나 협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전날 오후 싱가포르 남부 센토사섬의 미측 실무팀 숙소인 카펠라호텔에서 기자들의 접근을 통제한 채 4∼5시간 협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목되는 부분은 양측이 카펠라호텔에서 단순히 의전 등에 대한 협의만 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카펠라 호텔 측은 오전까지만 해도 호텔 입구에서 차량을 통제했지만, 북미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엔 진입로에서부터 차량을 통제함에 따라 각국 취재진은 김창선 부장의 벤츠 차량이 나오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4시간 이상 김창선 부장이 호텔에 체류하면서 양측이 회담의 의전, 경호 등 실무를 논의하는 동시에 회담장 또는 정상 숙소로서 카펠라 호텔의 적합성을 점검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NHK 보도에 의하면 호텔 부지 안에서 김 부장이 골프카트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이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호텔 안팎을 점검하려는 행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세기의 회담이 열릴 장소 후보의 하나로 카펠라호텔이 새롭게 거론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더불어 미국 실무팀이 같은 날 오후 샹그릴라호텔을 방문한 사실도 확인됐다고 싱가포르 현지 신문인 스트레이츠타임스가 이날 전했다.

싱가포르 유력신문인 스트레이츠타임스가 회담장소로 샹그릴라호텔, 미국과 북한 정상 숙소로 현재 실무팀이 체류 중인 카펠라호텔과 풀러턴호텔이 각각 유력하다고 보도하면서 북미 양측의 회담장 및 숙소 선정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8일 싱가포르에 도착한 북미 실무대표팀은 자국 정상의 경호 문제 등이 걸린 협의의 민감성을 감안한 듯 최대한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는 로우키(low key·절제된 대응 기조)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김 부장은 30일 숙소인 풀러턴 호텔을 오갈 때 지하 주차장을 이용하며 기자들과의 접촉을 피했고, 헤이긴 부 비서실장도 언론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김 부장이 숙소를 오갈 때는 그의 모습을 가까이서 찍으려는 취재진과 거리를 유지하려는 호텔 보안요원 사이에 치열한 신경전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30일 북한 실무팀 숙소인 풀러턴 호텔 로비에는 한때 각종 진압 장비를 갖춘 경찰관이 머물기도 했다.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싱가포르=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28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 모습.
이 호텔은 북미 정상회담 혹은 트럼프 대통령의 숙소로 거론되고 있다. 2018.5.28
xyz@yna.co.kr

 

jhch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5/31 11:3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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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여종업원 송환 등 반드시 고위급회담 의제로 해야"

시민사회단체, '분단으로 인한 인도주의 문제 해결이 판문점선언 정신'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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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30  17:3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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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전향장기수, 김련희 평양시민, 북 해외식당 종업원 송환 촉구 기자회견이 29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앞에서 진행됐다.[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근혜 정권에서 자행된 반인권·반인도주의 범죄행위에 대해 문재인정부가 왜 이렇게 시원찮은 태도를 보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

오는 1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릴 예정인 남북고위급회담을 앞둔 3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앞. 

   
▲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은 '송환'이라는 말에는 시신으로라도 반드시 보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면서 이번 남북고위급회담 의제로 분단으로 인한 인도주의 문제를 다룰 것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은 '비전향장기수, 김련희 평양시민, 북 해외식당 종업원의 송환을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에서 '분단으로 인한 인도주의 문제' 해결이야말로 판문점선언의 정신이라며, 이 문제들을 고위급회담 의제로 채택해 줄 것을 촉구했다.

특히 지난 2016년 총선을 닷새 앞두고 벌어진 '북 해외식당 종업원 집단 탈북'사건은 최근 JTBC 보도를 통해 국가정보원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유인, 납치한 사건이라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난만큼 더 이상 발뺌하는 것은 점잖지 못하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권오헌 명예회장은 "7년전 브로커에 속아 강제로 입국한 김련희씨의 송환 문제와 함께 온 세상이 다 아는 여종업원 이야기를 더 이상 할 것도 없으며, 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도 내부적으로 진행하면 될 일"이라면서, "통일부장관이 수석대표로 참석하는 이번 고위급회담에서 반드시 '분단으로 인한 인도주의 문제'를 의제로 하여 빠른 시일안에 이들을 송환할 것을 촉구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사회를 맡아 기자회견을 진행한 원진욱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은 이날 "JTBC 방송 이후 민변TF 변호사들과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들이 지배인 허강일과 3명의 여종업원들을 자체 면담조사한 바 있으며,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로 폭로했다. 

"함세웅 신부도 이들을 직접 면담한 후 청와대에 이 사실을 알리고 문재인 정부가 이 문제를 즉시 해결할 것을 요구했으나 지금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관계 개선에 방해가 된다, 문재인정부 지지율을 떨어뜨린다'는 등의 이유로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미루고 있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알렸다.

원 처장은 지난 17일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국회 현안보고에서 "(북 종업원들은)자유의사로 와서 한국 국민이 된 분이라는게 정부 입장이다. 북송에 대해서는 아예 생각을 안하고 있다"고 한 발언을 거론하고는 "조명균 장관은 손을 가슴에 얹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라. 그 입으로 판문점선언을 말하고 인도주의 문제해결을 언급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종업원들은 지금 목숨을 걸고 언론과 변호인, 종교인 등을 만나고 있다"면서 "지난 2년간 고립무원의 지경에서 귀순공작을 당하다보니 스스로 북으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돌아가더라도 총살당할 것이라고 믿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왼쪽부터 노수희 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 정태흥 민중당 공동대표, 김혜순 민가협양심수후원회 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노수희 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은 "문재인대통령이 민족을 사랑하고 인권을 존중한다면, 이번 고위급회담에서 장기수 2차 송환문제, 김련희 씨 송환문제, 북해외식당 종업원 12명과 지배인을 무조건 송환해야 한다. 그래야 4.27판문점선언이 이행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태흥 민중당 공동대표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에서는 미국인 억류자 3명을 보낸 바 있다. 북에서도 취하는 인도주의 조치를 왜 우리는 하지 못하나"라고 하면서, "이번 남북고위급회담을 계기로 하루빨리 비전향장기수, 김련희 씨, 12명 종업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가 힘을 써 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별도로 송환을 기다리는 비전향장기수 문제를 거론한 권 명예회장은 "우리가 겪어야 했던 아픔들 속에는 누구보다도 참혹한 세월을 보냈던 비전향 장기수들을 빼놓을 수 없다. 분단과 냉전체제가 이들에게 강요한 민족적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0년 6.15공동선언에서 비전향장기수 송환문제을 명시했으나 당시 다 가지 못하고 33명이 2차 송환을 희망했고 현재 19명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80대 중반에서 90대를 훌쩍 넘긴 이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반드시 신념의 고향으로, 가족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송환촉구서한과 함께 이들의 명단을 통일부에 전달했다.

권 명예회장은 지난 2005년 정순택 비전향장기수 시신을 송환하면서 정부가 처음으로 '시신송환'이라는 용어를 썼다고 상기시면서 "송환이라는 말에는 반드시 보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이들에 대한 송환은 "분단으로 인한 인도주의 문제이기도 하고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결정책과 반인륜·반인륜 범죄이기도 한 이 문제들을 언제까지나 모른 척 할 수도 없고 문재인정부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시하는 문재인정부가 이 문제를 털고 가야 그만큼 홀가분 할 것이고 그래야 남북사이의 신뢰를 회복하고 민족적 화합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 권오헌 명예회장과 노수희 부의장, 김혜순 회장이 통일부에 송환촉구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수정-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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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몸을 태운 스님의 충고, MB는 새겨들었어야 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18/05/31 12:05
  • 수정일
    2018/05/31 12:0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4대강사업 중단 소신공양 문수스님 8주기를 맞으며

18.05.31 11:31l최종 업데이트 18.05.31 11:43l

 

 

5월 31일은 4대강사업 중단을 외치며 소신공양하신 문수 스님 8주기가 되는 날이다. 8년 전 오늘 스님은 낙동강 지류인 위천의 둑방에서 결가부좌를 한 채 당신의 몸을 불살랐다.

검게 타버린 스님 옆에는 유서가 놓였다.

"이명박 정권은 4대강사업을 즉각 중지·폐기하라, 이명박 정권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 
 

 문수스님이 소신공양하신 낙동강의 한 지류인 위천 둑방. 당시 현장은 이렇게 검게 그을려 있었다.
▲  문수스님이 소신공양하신 낙동강의 한 지류인 위천 둑방. 당시 현장은 이렇게 검게 그을려 있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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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는 4대강사업이 시작되어 본격적인 '삽질'이 진행될 때다. 생명의 강에 수백 수천 대의 포크레인과 덤프트럭 같은 중장비들이 들어가서 강을 도륙하던 시기다. 곳곳에서 생명의 신음이 난무했다. 죽음의 탄식과 비통이 하늘을 찌르던 시절이었다.

 

이 생명들의 신음과 비통한 울음을 누구보다 아파하며, 이들의 절규를 결코 외면할 수 없었던 스님은 자신의 몸에 기름을 붓고 몸을 불사른 것이다. 부처님 전에 자신을 바침으로써 전대미문의 이 미친 '삽질'이 중단될 수 있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삽질을 강행했고 그 결과 4대강은 지금 죽음의 수로가 되어버렸다. 매년 맹독성 조류가 창궐하고, 물고기가 떼죽음한다. 강은 썩은 펄로 뒤덮이고 산소조차 고갈되어 그 어떠한 생명도 살 수 없는 공간으로 전락했다. 뭇 생명이 몰살당했던 것이다.

무수한 생명에 대한 살생행위가 국가에 의해 자행된 것이다. 스님은 4대강사업의 본질을 간파했다. 강에는 무수한 생명들이 살아간다. 물고기를 비롯한 수생생물들은 말할 것도 없고, 물을 마시고 살아야 하는 야생동물들의 특성상 야생동물 또한 강을 찾을 수밖에 없다. 강과 습지가 뭇 생명의 보고인 이유다.
 

 4대강사업으로 온몸에 피를 토하고 죽어가고 있는 낙동강의 잉어. 4대강사업의 진면목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  4대강사업으로 온몸에 피를 토하고 죽어가고 있는 낙동강의 잉어. 4대강사업의 진면목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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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강을 도륙했으니 그 원성과 원망이 얼마일 것인가. 스님은 이들의 신음과 탄식을 듣고만 있을 수 없었고, 대자대비하신 부처님께 자신을 바침으로써 이 미친 살생행위를 중단시키려 한 것이다.

사람이 자신의 몸을 불태운다는 것은 쉽게 설명할 수 없는 행위다. 그것은 절박함과 간절함 그리고 위대한 정신성의 총화다. 자신의 몸을 태워가면서까지 이 사업의 부당함을 알렸건만 이명박 정권은 콧방귀도 끼지 않고 사업을 강행했다.      

그 결과 강은 죽었고, 이 미친 사업을 벌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금 영어의 몸이 되어 있다. 이명박씨는 스님의 사자후를 새겨들어야만 했다. 스님이 남기신 유서에는 이명박 정권의 본질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이명박 치하의 대한민국은 부정부패가 만연했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아닌 부자와 재벌을 위한 사회였다. 그 진실들을 우리는 지금 속속 목격하고 있다.  

강의 부활을 막는 국토부는 하천관리에서 손을 떼야 한다

스님이 소신공양하신 지 8년 그러나 스님이 몸을 불태운 낙동강은 아직도 깊은 죽음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거대한 보로 막힌 낙동강은 죽어가고 있다. 강의 죽음, 이것을 막고자 스님은 당신의 몸을 불살랐다.
 

큰사진보기 영결식 날 스님의 다비장 앞에 내걸린 스님의 영정.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정제영 총무이사가 스님 다비장 앞에 추모의 절을 올리고 있다.
▲  영결식 날 스님의 다비장 앞에 내걸린 스님의 영정.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정제영 총무이사가 스님 다비장 앞에 추모의 절을 올리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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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강을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공존의 장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보를 철거하고 강을 강답게 만들어야 한다. 강과 그 안의 생명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어야, 건강한 강물도 얻을 수 있다. 물은 우리 생명의 근간이다. 건강한 강물을 얻기 위해서라도 강을 원래 모습대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강의 부활은 거대한 보로 막힌 강에게 자유를 허락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강의 수문을 열어 강을 흐르게 해야 강이 되살아날 수 있다. 수문이 열린 금강에서 우리는 강의 부활을 똑똑히 목격했다.

그러나 강의 부활은 아직도 요원하다. 여전히 강의 부활을 막는 세력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4대강을 죽음의 공간으로 만든 일등 조직은 국토교통부다. 국토부는 이명박씨의 철저한 도구가 되어 강을 도륙했다. 국토부가 강의 죽음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국토부는 국민 앞에 지난 과오를 철저히 사죄하고 다시는 4대강사업과 같은 생명 살상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도 시원찮을 국토부는 그러나 아직도 이 나라 하천을 도륙하고 있다. 지방판 4대강사업인 지방하천 정비사업, 생태하천조성사업 등을 통해 이 나라 하천을 여전히 도륙하고 있다.  
 

큰사진보기 국토부가 예산을 지원하고 지자체에 의해서 강행되고 있는 지방하천정비사업의 현주소. 강의 생태계를 초토화키시고 인공의 수로로 만들고 있다.
▲  국토부가 예산을 지원하고 지자체에 의해서 강행되고 있는 지방하천정비사업의 현주소. 강의 생태계를 초토화키시고 인공의 수로로 만들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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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생명의 공간이 아니라 인공의 수로로 만드는 제2의 4대강사업이 도처에서 자행되고 있다. 강에 대한 철학도 비전도 없는 국토부에 의해서 전국의 하천이 지금 죽음의 수로로 전락해가고 있다. 

국토부가 이 나라 하천관리에서 손을 떼야 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조직 이기주의에 매몰된 국토부는 여전히 이 나라 하천관리를 움켜쥐고 있다. 국토부는 문재인 정부의 물관리일원화에 반대하며 하천관리를 여전히 움켜쥔 채 놓으려 하지 않는다. 이번 정부조직법 개편에서 하천관리권을 국토부가 그대로 움켜쥐게 된 배경이다.  

국토부는 언제까지 이 나라 하천을 망치려 드는가. 국토부는 이 나라 하천관리에서 즉각 손을 떼야 한다. 오직 조직 보위에만 매몰된 국토부에 이 나라의 근간인 하천관리를 맡겨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문수 스님의 숭고한 뜻 받들어 농민들도 더 탐욕을 부려서는 안 된다

농민들 또한 더 몽니를 부려서는 안 된다. 4대강사업 이전에도 4대강 인근의 농민들은 강에 기대어 농사를 잘 지어왔다. 강이 있었기에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그들은 누구보다 강의 혜택을 받은 이들이다.

그런 그들이 지금 죽음의 수로로 변한 4대강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4대강 재자연화에 반기를 들고 있다. 4대강사업 이후 얻게 된, 넘치는 물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물은 독성 녹조로 범벅되고 산소조차 고갈된 죽은 물이다. 이런 강물로 농사지은 농작물 또한 결코 건강할 리 없다.

독성 조류가 범벅된 강물로 농사지은 농작물에도 조류 독소가 검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시틴'이라는 이 조류 독소는 청산가리의 100배에 해당하는 맹독을 품고 있다. 그 농작물을 우리 국민이 먹고살고 있다. 국민의 몸에 독성물질을 주입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군위 지보사 앞 문수스님 사리함 앞에 추모객들이 절을 올리고 있다.
▲  군위 지보사 앞 문수스님 사리함 앞에 추모객들이 절을 올리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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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에 눈먼 농민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4대강 전에도 농민들은 얼마든지 농사를 지어왔다. 강이 옆에 있기에 다른 농민들보다 수월하게 농사지어 강의 혜택을 누구보다 누린 이들이다. 그런 그들이 지금 몽니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탐욕에서 헤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강은 인공의 수로가 아닌 공존의 공간이다

강은 물만 가두어놓은 인공수로가 아니다. 그곳에서는 다양한 생명들이 살아가는 공존의 공간이다. 이들이 건강해야 건강한 강물도 얻을 수 있다. 이 대자연의 이치를 설파하고자 문수 스님은 8년 전 낙동강의 한 둑방에서 몸을 불사른 것이다.

스님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야 한다. 더 탐욕을 부려서는 안 된다. 강이 살아야 인간도 살 수 있다. 낙동강의 한 둑방에서 당신의 몸에 스스로 기름을 들이붓고 불을 댕길 수밖에 없었던 스님의 그 간절하고도 절박한 '마음'을 알아야 한다.

스님이 소신공양하신 지 8주기인 오늘, 스님이 온몸을 불사르며 전하고자 했던 그 간절한 염원을 다시 한번 상기한다. 스님이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뭇 생명의 목숨을 지켜야 한다. 그러므로 4대강 재자연화는 필연이다. 이를 막는 세력들은 스님의 숭고한 뜻을 막는 이들에 불과하다.

국토부는 하루빨리 하천관리에서 손을 떼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의 탐욕에 매몰된 농민들은 더 몽니를 부려서는 안 된다. 그래야 강이 살고 우리 인간이 산다. 스님의 사자후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2010년 문수스님 소신공양 소식을 듣고 곧바로 달려간 군위 위천 둑방은 여전히 온기가 남아있었습니다. 그 온기를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몸을 불살라 세상을 품어주는 듯한 그 따뜻한 온기. 스님의 뜻이 길이 전해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태그:#문수스님#4대강 재자연화#국토부#4대강사업#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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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도, 사장님도, 교육청도 없었다

[구의역, 그후 2년 ②] 특성화고 졸업생 최민정 씨
2018.05.31 08:13:57
 

 

 

 

2016년 5월 28일,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김 씨(20)가 사망했다. 진입하는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이는 참사였다. 스무 살 생일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가방에는 컵라면과 젓가락이 유품으로 발견됐다. 
 
당시 2인1조 작업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게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혔다. 효율성이 스무 살 청년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셈이다. 비정규직이었던 김 씨는 특성화고 출신 노동자였다. 그가 일하던 회사는 현장실습으로 취업한 곳이었다.  
 
그의 죽음 이후,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프레시안>에서는 김 씨의 죽음 이면에 드러난 여러 키워드 중 '특성화고'를 집중해보고자 한다. 구의역 2주기에 앞서 특성화고졸업생노동조합 소속 노동자 세 명을 만났다. 그들은 김 씨와 마찬가지로 특성화고를 막 졸업한 스무 살이다. 그들을 통해 특성화고 졸업생들의 노동조건과 현황 살펴본다. 
 
 

ⓒ연합뉴스

 
캐릭터 디자인 배우고 싶어 간 특성화고, 하지만... 
 
중학교 3학년2학기 때였다. 최민정(가명 20) 씨가 다니던 중학교에 특성화고 교사들이 연달아 방문했다. 신입생 유치를 위해서였다. 입시설명회나 다름없었다. 당시 최 씨는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스스로 공부 머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그런 최 씨에게 특성화 교사들의 '감언이설'은 솔깃하기 충분했다.  
 
집안이 그리 넉넉하지 않았다. 졸업하면 곧바로 사회에 진출할 수 있다는 그들의 말이 달콤하게 들린 이유다. 어릴 때부터 만화 캐릭터를 그리는 게 취미였다. 마침 소개학교 중에는 캐릭터 디자인이나 웹 디자인을 배울 수 있다는 학교가 있었다. 정확히는 학교를 방문한 특성화고 교사가 자신의 학교를 그렇게 설명했다. 최 씨는 망설임 없이 그 학교를 진학했다. 
 
하지만 정작 입학한 뒤에는 속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캐릭터 디자인이나 웹 디자인은 고사하고 포토샵 사용법도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다.  
 
"진도를 빼기 위한 수업, 때우기 위주 수업이 전부였어요. 전공 수업은 대부분 실무로 진행됐는데, 학생들에게 '무엇을 하라'고만 지시하지 '어떻게 하라'는 방법은 알려주지 않았어요. 예를 들어 어떤 포스터를 주면서 포토샵으로 똑같이 만들라고 해요. 솔직히 학생들 입장에서는 이것을 어떻게 하겠어요. 고1,2 수업시간에 포토샵 단축키만 배웠는데요."
 
최 씨는 친구들과 교사에게 따지기도 했다. "포토샵을 학교에서 배운 적도 없는데, 어떻게 할 수 있느냐." 그러면 돌아오는 답은 한결같았다. "다른 애들은 잘하는데, 너네만 그러면 어떻게 하느냐."  
 
실제 잘하는 학생이 있기는 했다. 학교 이외 학원에서 포토샵 등을 배운 친구들이었다. 하지만 극소수에 불과했다. 교사에게 최 씨와 같은 학생들은 '투명인간'으로 치부됐다.
 
그렇게 고등학교 3년을 보냈다.  
 
한 달 90만 원 받는데, 담임도 묵인 
 
3학년 2학기가 되면서 대부분 학생들은 현장실습을 나갔지만, 전공을 살려 간 친구들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 전공에 맞춰 취업해도 최저임금은 '언감생심'이었다. 담임교사는 "디자인직은 최저시급을 못 맞춰 가는 게 대부분"이라며 "한 달 135만 원(2017년 최저임금)이라도 받는 것에 감지덕지해라"고 말했다.    
 
최 씨는 11월에야 첫 현장실습을 가게 됐다.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취업프로그램이 있었다. 거기에 참여하려 기다리던 중, 담임교사가 면접을 보라며 업체를 소개해줬다. 다른 학생이 간 곳인데, 처우가 좋다고 했다. 싫었지만 담임교사의 '강압'으로 어쩔 수 없이 면접을 보게 됐다.  
 
"당시 업체사장이 면접을 봤어요. 현수막이나 포스터를 제작하는 회사였어요. 그런데 회사 건물이 폐가 같았어요. 낡다 못해 더러웠죠. 회사도 집에서 엄청 멀었어요. 첫 인상이 무척 안 좋았죠. 그런데 면접에서 사장이 한 달 월급이 90만 원이라는 거예요. 담임선생님은 140만 원이라고 했는데, 말이 달랐어요. 직원도 30명이라고 했는데, 그 절반 수준이었고요." 
 
내키지 않았지만, 합격했다. 면접에서 돌아오던 길에 담임교사에게 애초 말하던 월급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담임은 "회사에 연락해보겠다"고 했다. 최 씨는 그 말을 믿고는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월급 관련해서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한 달 월급 90만 원이 적힌 표준계약서를 보여주었으나 담임교사는 아무 말 없이 그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줬다. 최 씨는 90만 원 받고 일하라는 무언의 압력으로 받아들였다. 
 
두 달 가까이 그곳에서 일했다. 하지만 배운 거라곤 아무 것도 없었다. 그곳에서 주문받은 현수막 등을 디자인하는 일을 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지 못했다. 최 씨가 이미 배운 기술들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근무환경도 열악했다. 건물 월세가 밀려 수도가 끊기기도 했다. 창문 틈이 벌어져 한겨울 칼바람이 사무실로 밀어닥쳤다. 온풍기가 고장 났으나 사장은 고칠 생각이 없었다. 문제제기를 여러 차례 했으나 소용없었다. 대신 사장실 온풍기는 제대로 작동됐다.  
 

▲ 최 씨가 작성하고 담임교사가 도장을 찍은 현장실습표준협약서. 한 달 월급이 90만 원으로 돼 있다. ⓒ프레시안

회사 그만두자 이기적이고 배려 모르는 사람 된 최 씨 
 
어느 날은 출근했는데, 회사가 사라지는 일도 있었다. 최 씨에게 아무 말 없이 회사 사무실을 옮긴 것. 뒤늦게 이전한 사무실을 찾아가니 다 쓰러져간 건물이었다. 이전보다 더 폐가 같은 건물이 존재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곳 바닥을 대걸레로 청소하고, 애초 사무실에 있던 집기를 날랐다. 겨우 사무실 구색을 갖추었으나 인터넷이 연결돼 있지 않았다. 그 인터넷이 연결되기까지 1주일이 걸렸다. 자연히 그 기간에 일은 올스톱이 됐고 손님들이 급속도로 줄었다. 하지만 사장은 줄어든 손님 탓을 최 씨 등에게 돌렸다.  
 
"사장이 어느 날 저를 포함한 특성화고 학생 4명을 불렀어요. 손님이 줄어든 게 우리가 일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이런 식이면 우리 월급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저를 콕 지적하면서 '너는 솔직히 하는 것도 없이 편히 사는 거 같지 않느냐'고 하더라고요. 수치심에 얼굴이 화끈거렸어요. 그런데 어쩔 수 없었죠. 그는 사장이고 나는 부하직원이니깐." 
 
그렇게 버텼지만, 결국은 견디지 못 하는 일이 발생했다. 해가 넘겨 2018년이 되자 사장은 또다시 특성화고 학생들을 사장실로 불렀다. 올해부터는 최저임금으로 한 달 153만 원을 줘야 했다. 사장은 그 돈은 줄 수 없다며 선택권을 주겠다고 했다. 
 
"너희에게 큰돈을 쓰게 될 거면, 굳이 너희를 쓸 이유가 없다. 너희에게 선택권을 주겠다. 일단 너희 네 명 중 우리는 두 명을 해고할 생각이다. 먼저 니들이 말해봐라. 누가 나갈 거고 남을 건지." 
 
이미 해고할 사람을 다 정해놓고 자진해서 그만둘지를 말하라는 사장이 괴물처럼 보였다. 최 씨는 그 자리에서 그만두겠다고 했다. 그러자 이를 뒤늦게 안 담임교사가 최 씨를 괴롭혔다.  
 
"너는 정신이 있는 애니?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모르는구나. 네가 뭔데 일을 이렇게 크게 만드니? 너는 사회성도 부족하고 참을성도 없는 애구나. 이런 일도 못 참다니... 다른 애들은 다 참고 일해. 너는 지금 유치원생보다 못한 짓을 하고 있어."
 
하지만 그 말을 듣고도 최 씨는 아무 말을 못했다. 사직서를 쓰고 퇴사하던 날, 담임교사는 최 씨 손을 잡고 회사로 와서는 직원들에게 일일이 죄송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우리 학생이 참을성이 없어 못 버텼습니다. 죄송합니다"
 
직원들이 괜찮다고 하는데도 반복해서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사과했다. 최 씨도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숙여야 했지만 아직도 자신이 왜 사과해야 했는지 모른다. 
 
사라진 이어폰에 도둑으로 몰리기도 
 
이 회사는 끝도 좋지 않았다. 최 씨가 일한 마지막 달 급여를 지급하지 않았다. 아무리 전화를 해서 달라고 해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결국, 노동청에 진정서를 내고 나서야 겨우 받을 수 있었다. 그 시간이 4개월이나 걸렸다. 고작 55만 원이었다. 
 
사회란 이런 곳인가 싶었다. 그래도 일은 해야 했다. 집에 손을 벌리기가 민망했다. 취업사이트에서 네일브랜드 회사 모집공고를 보게 됐다. 면접을 보고는 곧바로 취업이 됐다. 사장을 포함해 3명이 일하는 곳이었다. 네일아트 제품을 판매하고 디자인도 하는 업체였다. 전시회도 열었다.  
 
하지만 얼마 못가 그곳도 그만뒀다. 사장은 고졸인데다가 특성화고 출신인 최 씨를 무시하기 일쑤였다. 한 번은 자기 이어폰이 사라졌다며 범인으로 최 씨를 지목했다. 
 
"제가 훔쳐간 게 아니냐고 하더군요. 사람들이 다 있는 자리였어요. 저는 모른다고 하니깐, 재차 정말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다른 분에게는 (그런 질문을) 안 하면서 제게만 그렇게 묻더라고요. 당시엔 기분 나쁘지만 참았는데, 이후에도 계속 반복해서 저에게 묻더라고요. 저를 도둑 취급한 거죠." 
 
이 회사에서는 주말 근무도 했다. 한 달 월급은 100만 원이었다. 면접 때, 추가 성과급을 준다고 했으나 말 뿐이었다. 점심식대를 지원해 준다고 했으나 그역시 거짓말이었다. 한 달 가까이 일하면서 한 번도 사장이 식비를 주지 않았다. 최 씨 수중에도 돈이 떨어질 무렵이었다. 사장에게 어렵게 식비 이야기를 하지 "돈을 너무 밝히는 게 아니냐"는 비난이 돌아왔다. 
 
더는 다닐 수 없었다. 그만두려니 그 달 일한 급여가 26만 원이나 됐다. 사장에게 달라고 하려다 그냥 포기했다. 이전 회사에서 55만 원 받아낼 때가 기억났다. 더는 뭐라고 하기도 지친 그였다.        
 
"이전 회사에서 못 받은 55만 원을 받을 때, 회사에서 학교로 연락을 했어요. 학생들이 회사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면서 이런 식이면 학생을 더는 못 뽑는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런 회사는 사람을 뽑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그리고 학교도 그런 곳에 학생을 보내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그런데 담임선생은 연락을 해서는 '자꾸 회사에 문제를 일으키지 마라. 너는 후배들이 안 불쌍하냐'고 하더군요." 
 
최 씨는 지난달 26일부터 다시 일을 시작했다. 스스로 찾았다. 현수막 등을 디자인하는 업체다. 디자인 업무도 알려주고 최저시급도 준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는 심정이다.    
 

ⓒ프레시안(최형락)

반복되는 '반쪽짜리' 현장실습 실태점검 
 
현장실습 과정에서 업체가 노동법 등 근로기준법을 어기는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학교는 이를 방조 내지 외면하고, 학생은 취업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여기며 견딘다.  
 
하지만 전주 LG유플러스 여학생부터 구의역 참사, 제주도 이민호 군 사고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러한 문제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정부와 교육청도 두 팔을 걷고 사태 파악에 나서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현장실습 전수 실태점검'을 실시했고 서울시교육청도 '2017 특성화고 현장실습 점검'을 실시했다. 또한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서울고용노동청은 현장실습 관련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 사업장·실습생 대상 노동인권교육 의무화 △ 사업장 점검 및 근로감독 강화 △ 취업프로그램 확대 등 노동인권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 계획을 발표한 것.   
 
하지만 정작 현장실습 현장에서는 이 같은 실태점검과 제도개선이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서류 점검에 그치는 지금의 실태점검으로는 현장에서 벌어지는 최저임금 위반 등의 노동법 위반 사례를 잡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또한 학교만 점검할 뿐이지, 실제 학생들이 일하는 업체 조사는 이뤄지지 않아 반쪽짜리 실태점검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와중에 특성화고 학생들의 좌절감은 깊어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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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최저임금 삭감법' 대응 투쟁계획 발표

민주노총, '최저임금 삭감법' 대응 투쟁계획 발표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8/05/31 [09:44]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민주노총이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최저임금 삭감법’에 대한 대응 투쟁계획을 확정했다. (사진 : 노동과세계)     © 편집국

 

민주노총은 30일 오후 4시 12차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최저임금 삭감법’ 국회통과에 따른 투쟁계획을 확정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에 대해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법이고 나아가 전체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해 하향평준화 시키는 희대의 악법”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삭감법 국회통과의 주범이 집권여당과 문재인 정부라며 “최저임금 삭감법 강행처리는 노동존중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정책의 폐기를 선언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나아가 민주노총은 이번이 최저임금법 개정뿐만 아니라 “주52시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휴일근무 중복수당을 폐지시키는 등 임금삭감 개악입법을 강행”한 것과 “온갖 예외와 배제, 편법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누더기가 되고 있다”고 정부의 노동정책을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 노사정대표자회의 및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가 중단, 최저임금위원회 불참, 6월 1일부로 최저임금 삭감법 폐기와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는 청와대 앞 농성 돌입, 지방선거 기간 ‘최저임금 삭감당’에 대한 심판투쟁 전개, ‘최저임금 삭감법 폐기를 위한 100만 범국민서명운동’ 돌입, 6월 초 ‘최저임금 삭감법 폐기와 문재인 정부 노동존중 정책 폐기’ 결의대회, 저임금, 미조직노동자의 피해를 막기 위한 ‘노조가입 집중 캠페인’, 6월 30일 ‘최저임금 삭감법 폐기! 하반기 총파업·총력투쟁선포 2018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 개최 등을 결의했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민주노총의 16개 가맹조직, 16개 지역본부의 대표자가 참여하는 민주노총의 의사결정 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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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삭감법 폐기! 문재인 정부 노동존중 정책 폐기 규탄!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투쟁결의문

 

5월 28일, 국회는 최저임금 삭감법을 통과시켰다.

저임금노동자를 보호하는 법이라고 억지를 부리지만 반대로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법이고 나아가 전체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해 하향평준화 시키는 희대의 악법임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 ‘상여금 쪼개기’를 위한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을 노동조합과 노동자 동의 없이 사용자 맘대로 하도록 한 것은 박근혜도 감히 하지 못한 노동개악이다.

 

민주노총은 물론 수많은 저임금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삭감법 국회통과의 주범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라는 것에 분노가 들끓고 있다. 최저임금 삭감법 강행처리는 노동존중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노동존중정책의 폐기를 선언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후퇴는 비단 최저임금 삭감법 뿐만이 아니다. 주52시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휴일근무 중복수당을 폐지시키는 등 임금삭감 개악입법을 강행했다. 또한 온갖 예외와 배제, 편법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누더기가 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삭감법 국회통과로 문재인정부의 노동존중 정책이 사실상 폐기되는 국면에서 5월 30일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 당면 투쟁계획을 논의하고 아래와 같이 결의했다.

 

하나, 민주노총은 이미 위원장이 발표한 노사정대표자회의 및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가 중단을 중앙집행위원회 결의로 다시 확인한다.

 

둘,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삭감법 강행통과로 최저임금위원회가 사실상 무력화한 것으로 판단하고 현 상황에서 불참입장을 분명히 한다. 이와 관련 한국노총과 적극 공조한다.

 

셋, 민주노총은 6월 1일부터 거부권 행사를 포함한 최저임금 삭감법 폐기와 문재인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는 청와대 앞 농성 투쟁에 돌입한다. 농성과 함께 매일 저녁 광화문에서 청와대까지 조합원과 시민, 미조직노동자들이 함께하는 촛불행진을 진행한다.

 

넷, 민주노총은 지방선거 기간 ‘최저임금 삭감당’에 대한 심판투쟁을 전개한다. 또한 광역단체장 후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후보를 상대로 최저임금 삭감법 폐기에 대한 입장을 묻고 그에 따른 강력한 투쟁을 전개한다.

 

다섯, 민주노총은 80만 조합원을 주축으로 6월 내 ‘최저임금 삭감법 폐기를 위한 100만 범국민서명운동’에 돌입한다. 이를 통해 전 국민의 임금인 최저임금을 지키기 위한 범사회적운동과 투쟁으로 확산한다.

 

여섯, 민주노총은 6월 초 저임금 노동자의 분노를 모아‘최저임금 삭감법 폐기와 문재인 정부 노동존중 정책 폐기’를 강력히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힘 있게 진행한다.

 

일곱,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삭감법에 따른 저임금, 미조직노동자의 피해를 막기 위해 노동조합이 대안임을 알리고 전국 각지에서 ‘노조가입 집중 캠페인’을 진행한다.

 

여덟, 민주노총은 6월 30일‘최저임금 삭감법 폐기! 하반기 총파업·총력투쟁선포 2018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한다. 최저임금 개악에 대한 분노를 모아 노동존중 정책 폐기, 노동정책 공약 후퇴와 불이행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책임을 묻는 강력한 대정부투쟁을 10만여 명의 조합원, 시민, 저임금, 비정규직, 미조직 노동자와 함께 사회적 투쟁으로 전개할 것이다.

 

민주노총은 오늘부터 최저임금 삭감법 폐기와 재벌과 자본으로 급속히 기울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을 규탄하고 바로잡기 위한 강력한 대정부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6.13 지방선거를 관통하며 진행되는 이 투쟁은6.30 10만 비정규직철폐 전국노동자대회로 2018년 하반기 총파업·총력투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저임금 삭감법 폐기를 지금 당장 결단해야 한다.

 

2018년 5월 3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중앙집행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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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 소득주도성장, 노동과 관계 회복 필요하다

사회적 대화, 노동 빼고 가능하지 않아....최저임금·노동시간 단축 앞두고 위기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8.05.30 09:02

문재인 대통령이 말을 가볍게 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소득분배 악화는 우리에게 매우 아픈 지점”이란 말에는 쉽게 다루기 어려운 무게감이 있다. 이 말에 담긴 문재인 대통령의 진심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진심과는 별개로 경제 정책과 관련한 바람직하지 않은 신호가 계속해서 감지되는 것은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경제정책의 성과를 돌아보는 회의를 긴급하게 소집한 것은 이 ‘바람직하지 않은 신호’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소득 하위 20% 가계소득이 1년 전보다 8.0% 감소했다는 등의 통계청 조사결과가 나오자 보수언론 등은 소득주도성장에 그야말로 집중포화를 쏟아 붓고 있는 상황이다. 애초 청와대는 이 회의를 ‘긴급경제점검회의’로 명명했지만 당일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로 바뀌었다. 아마 ‘긴급경제점검’이란 단어의 어감이 위기론을 기정사실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 아닌가 한다. 그 정도로 최근 보수언론의 공세가 심상찮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관계 부처 장관들과 청와대 참모들은 2시간 30분 동안 난상토론을 벌였다고 한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장하성 정책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은 소득분배 악화의 원인을 노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서 찾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지만 김동연 부총리 등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원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청와대와 김동연 부총리가 최근 상황에 대해 서로 다른 판단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전에도 드러난 바 있다. 청와대가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 주장에 근거 없다는 설명을 하는 와중에도 김동연 부총리가 국회에서 ‘직관과 경험’을 근거로 들며 최저임금 인상에 신중할 것을 사실상 주장한 것이다.

이런 구도는 무엇을 의미할까? 청와대와 관료 사이의 이견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집권 2년차 증상으로 볼 수도 있다. 집권 초기에는 주요 공약을 실행하는 등 정권에 우호적인 정치 환경을 조성하는데 관료들이 전폭적으로 협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어느 순간이 지나면 관료적 관성으로 현안을 대하는 시점이 오기 마련이다. 이 시기 대통령은 자신이 제시한 비전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나지 않아 초조한 상태이다. 이런 마당에 관료가 제시하는 현상유지에 가까운 해법을 받아들게 되면 개혁의 동력은 사라질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참여정부를 경험해봤으므로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회의의 결론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3대 경제정책기조를 유지하되 하위 20% 소득분배 악화 해소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자는 것이 되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소득주도성장론에 계속 무게를 싣기로 했다면 그것은 잘한 결정이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론의 동력이 유실되고 있는 상황 자체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여민1관 소회의실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 관련 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장 7월이면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대해 29일 “OECD 국가 연평균 노동시간보다 300시간 이상 많이 일해 온 우리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과 과로에서 벗어나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갖고 저녁 있는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듯 “우리 사회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여론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그다지 적극적으로 반응하지 않고 있는 듯 하다. 오히려 사용자 입장에서는 생산성 감소를, 노동자 입장에서는 소득 감소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보수언론은 이 대목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며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오히려 노동자가 투잡을 선택해 경제적 혼란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는 지금으로서는 일단 과도한 것으로 보이지만 경제 주체들에 끼칠 심리적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이런 심리 상태가 경기 침체의 원인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소득이 늘거나 분배가 개선되는 등의 긍정적 신호들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봤듯이 그런 신호는 없다. 아마도 보수언론은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자마자 체제 붕괴가 임박한 듯 호들갑을 떨기 시작할 것이다. 이때 이미 취약해진 관료라는 지지대가 정권을 지탱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이런 난국에 최저임금법 개정까지 더해보면 상황은 더 암울해진다. 고용노동부는 29일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연소득 2천5백만원 이하 노동자 중 최대 21만6천명의 기대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회 환노위가 연소득 2천5백만원 이하 노동자는 피해를 입지 않는 선에서 합의했다고 밝히고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나 김태년 정책위의장 등이 같은 의미에서 “전혀 피해가 없다”고 장담한 것과는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물론 21만6천명이라는 숫자는 연봉 2천5백만원 이하 노동자 중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받는 324만명의 6.7%에 불과하다. 이런 점에서 고용노동부는 이 모델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세 가지 맹점이 있다. 첫째는 이마저도 추정치에 불과하지 정확한 현실을 반영한 수치는 아니라는 것이다. 둘째는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에서 지급 총액이 같은 경우 상여금을 월별로 쪼개는 취업규칙 변경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했으므로 이 숫자는 앞으로 늘어날 거라는 점이다. 셋째는 노동자들의 개별적 삶이라는 기준으로 보면 21만6천명이라는 숫자조차 결코 적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의 계산법을 고안해 낸 주체 중 하나인 고용노동부 계산으로도 21만6천명이 불이익을 보는 이상 민주노총 등 노동운동단체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전형적인 귀족노조론을 제기하며 민주노총이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 말대로라면 각 사업장의 강성노조들이 임금협상에서 알아서 다 손해를 만회할 것이므로 민주노총이 이렇게 나설 이유가 없다.


소득주도성장의 전제 중 하나는 사회적 대화의 제도화이다. 정부가 갖고 있는 수단으로 개별 노동자들의 소득을 증대시키더라도 소비와 고용을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에 이르기 위해서는 각 경제주체별 합의와 양보가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권력이 자본에 기울어져 있는 상태에서 사회적 대화는 노동조합에 힘을 실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최저임금법 개정이 노동조합 쪽에 주는 신호는 그 반대이다.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최저임금법 개정은 앞으로 임금체계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 가능성이 크고 이러한 사실 자체가 노동자들을 개별화 분절화하고 고립시킨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이다. 최저임금법 개정을 임금구조 단순화의 계기로 삼자는 의견도 있지만 오히려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동일산업 내 임금구조의 표준화는 더 어려워 질 것이다. 당장 노동자들끼리 합의하기가 어렵다. 성과연봉제 도입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상기해보라.

양대노총이 모든 노동자를 대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을 빼고 사회적 대화를 할 수 없다는 것도 현실이다. 최저임금 개정은 그 가능성을 협소하게 만들었다. 모든 상황이 좋을 때에는 특히 민주노총의 반발 정도는 무시해도 좋은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앞서 봤듯이 전반적인 상황이 그렇지 않다. 이런 난국 속에서 소득주도성장을 신실하게 추진하려면 기성의 관료적 해법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노동계와의 관계 복원을 시도해야 한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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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비리 '내부고발자' 대법관 후보 되자 날개 꺾은 대법관들

[단독]법조비리 '내부고발자' 대법관 후보 되자 날개 꺾은 대법관들

강진구 탐사전문기자 kangjk@kyunghyang.com

입력 : 2018.05.30 06:00:00 수정 : 2018.05.30 08:05:01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사법부에 남긴 ‘블랙리스트’파동은 단지 과거의 일만은 아니다.

법조계 내부 ‘침묵의 카르텔’에 맞서 내부고발자의 길을 걸어온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신평 교수(사진)가 대법관 후보로 추천되자마자 날개를 접을 위기에 놓이게 됐다. 2014년 경북대 총장 선출 과정에서 불거진 명예훼손 상고사건과 관련하여 대법원이 신 교수에 대해 지난 15일 유죄확정 판결을 선고한 것이다. 

주심을 포함해 유죄판결에 합의한 4명의 대법관은 모두 양 전 대법원장이 임명한 인물들이다. 혹시나 했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순간이었다. 

신 교수는 오는 8월 3명의 대법관 임명을 위한 후보추천을 앞두고 2년 가까이 끌던 명예훼손 사건의 선고기일을 잡자 ‘이제 드디어 대법원이 족쇄를 풀어주려나 보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선고기일이 잡힌 후 일주일쯤 지나 대법원 인사담당관으로부터 ‘대법관 후보로 추천됐으니 공직후보검증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해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서류를 제출하자마자 그에게 돌아온 건 유죄 확정 판결문이었다. 대법관 후보로서 공정한 검증과 선택을 받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장애물’을 치워준게 아니라 ‘발목’을 잡은 셈이 됐다. 

신 교수는 기대와 다른 선고 결과가 선고되자 ‘죄송하다’는 말부터 꺼냈다.

공익제보자나 내부고발자에 유독 가혹한 입증책임을 전가하는 검찰과 법원에 맞서 명예훼손 법제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보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찰과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모든 재산을 잃고 건강마저 해쳐 버린 채 피맺힌 절규를 하는 사법 피해자들과 내부 고발행위로 온갖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작은 희망을 주고자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신 교수가 내부고발자와 사법 피해자에 동병상련의 아픔을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가 ‘법조 마피아’의 두꺼운 벽 앞에 좌절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1993년 판사시절 ‘판사실 돈 봉투 수수’관행을 주간지에 폭로했다가 그해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했다. 법복을 벗은 후 대학교수로 재직하면서도 내부조직을 향한 ‘쓴 소리’는 중단되지 않았다. 2016년 ‘로스쿨교수를 위한 로스쿨’이라는 책을 통해 로스쿨 부정입학 의혹을 폭로함으로써 전국 법학교수들의 ‘공적’이 됐다. 판사들과 로스쿨 교수들의 치부를 폭로한 그의 글은 법조계에서는 ‘신성모독’이나 다름없었다. 

현재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해서도 그는 “사법부의 과도한 독립은 구성원들에게 잘못된 특혜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사법부의 독립만이 아닌 책임도 함께 강조돼야 한다”며 날카로운 비판을 해왔다.

신평 교수는 2010년 시민단체 법률소비자연맹에서 제정한 대한법률대상을 수상했다. 신교수의 대학시절 은사인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오른쪽)가 시상하고 있다.

신평 교수는 2010년 시민단체 법률소비자연맹에서 제정한 대한법률대상을 수상했다. 신교수의 대학시절 은사인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오른쪽)가 시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법조계는 그를 ‘돈키호테’나 ‘이단아’같은 존재로 바라보지만 시민단체들로부터는 ‘소금’같은 존재로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지난4일 대법원이 후보 추천을 받자마자 바로 첫날 그는 대법관 후보로 추천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그는 대법원이 지난14일 1차로 41명의 대법관 후보 추천을 마감한 바로 다음날 명예훼손죄로 벌금500만원의 유죄확정 판결을 선고받았다. ‘오비이락’일수 있지만 신 교수 입장에서는 사법부 엘리트 법관들의 자신에 대한 두터운 불신을 다시 한 번 절감하는 계기였다. 1993년 판사 재임용 탈락 후 20년 넘게 따라다닌 내부고발자라는 ‘꼬리표’에 또 하나의 ‘주홍글씨’가 새겨진 것이다. 

법복을 벗은 후 그의 대학교수로서 ‘역경’은 2014년 8월 학교 게시판에 올린 <총장은 조용히 물러나시오>라는 글에서 시작됐다. 임기만료를 불과 열흘 앞둔 총장이 후임총장 선출에 간여할 목적으로 단행한 보직 인사의 부당성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 글의 주요 내용이었지만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인사의 부당성을 보여주기 위해 신임 보직교수중 한명의 성매매비리 전력을 한줄 언급한 것이 화근이었다. 총장을 대신해서 성매매 교수로 지목된 ㄱ교수가 그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이다. 

신 교수는 검찰조사에서 “ㄱ교수가 중국 출장중 룸살롱에서 함께 술을 마신 후 나를 찾아와 ‘호텔방에 술집 아가씨가 와 있다’며 위엔화를 빌려갔으므로 성매매를 했다고 인식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다른 교수들이 성매매 사실을 보고 들은 바가 없다’는 이유로 신 교수의 주장을 허위사실로 판단했다. 또 총장의 부당한 인사에 대한 비판은 핑계일 뿐 총장 비판을 빌미로 평소 감정이 좋지 않았던 ㄱ교수를 비방할 목적을 가지고 글을 작성한 것으로 몰고갔다. 신 교수는 검사에게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결국 신 교수는 변호사 시험 출제장에 가 있는 동안 명예훼손죄로 기소됐다. 

신 교수는 “변호사 시험이 끝난 후 전화를 했더니 수사검사가 ‘나 혼자 결정한 것이 아니다’며 말을 얼버무렸다”며“그때부터 ‘배후에 누군가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담당 검사는 당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주임검사 독단적으로 법리검토를 한 것이 아니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신 교수가 언론법 전문가로서 수사과정에서 허위사실에 대한 대한 검사의 입증책임을 거론했기 때문에 치밀한 법리검토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임검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신 교수에 대한 기소는 정치적 외압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로 최근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수첩에서 당시 청와대가 경북대 총장 인선에 간여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또 신 교수가 학교 게시판에서 비판의 날을 겨눴던 당시 경북대 총장은 안 전 수석의 고교선배였다. 

신평 교수는 2014년 경북대 게시판에 ‘총장은 조용히 물러나시오’라는 글을 올린 후 명예훼손죄로 기소됐다. 당시 경북대 총장은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의 고교선배였다. 최근 검찰조사에서 당시 안 수석이 경북대 총장 인선에 간여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신평 교수는 2014년 경북대 게시판에 ‘총장은 조용히 물러나시오’라는 글을 올린 후 명예훼손죄로 기소됐다. 당시 경북대 총장은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의 고교선배였다. 최근 검찰조사에서 당시 안 수석이 경북대 총장 인선에 간여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신 교수로서는 빠져나오기 힘든 ‘올가미’에 갇힌 기분이었지만 2015년 8월 1심은 “비방의 목적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동료 교수들이 법정에 나와 “당시 누구라도 목소리를 내고 싶었고 학교를 사랑하는 입장에서 속이 후련했다”며 신 교수가 올린 글의 공익성에 적극적인 공감을 표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심 들어 분위기가 반전됐다. 1심이 3차례 증인신문을 열어 허위사실 여부와 비방의 목적을 판단한 반면 2심은 아무런 증인신문 없이 첫 기일에 바로 변론을 종결했다. 신 교수는 검찰 공소사실의 허점을 지적하기 위해 재판부에 증인신청을 했지만 거부당했다. 게시판에 올린 글이 삭제된 후 e메일로 해당 글을 전체 교수에게 발송한 사람은 신 교수가 아니라 당시 유력총장 후보였던 김모 교수였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학교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다시 교직원 수백 명에게 e메일로 전송했다”고 판단했다. 비방의 목적을 판단하는데 있어 잘못된 검찰기록에 의존해 중요한 사실관계를 명백히 잘못 집은 것이다. 

신 교수는 “법정에서 기록보다는 증인의 모습과 태도를 관찰해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것이 공판중심주의 기본 원칙임에도 2심은 기록만으로 1심 법정 증인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한 것”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내부고발자에 대한 가혹한 입증책임 부과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1,2심 모두 ‘성매매 한 것을 목격하거나 들었다는 다른 교수가 없고 피고인의 일방적인 주장 외에 성매매 사실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허위사실로 판단했다”며“이런 식이라면 피해자 자신이 유일한 목격자가 될 수밖에 없는 ‘미투’운동은 브레이크가 걸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헌법학회장까지 지낸 법률전문가로서 2심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도록 놔둘 수는 없었던 이유다.

그는 ‘증명책임에 대한 중대한 법리오해’, ‘비방의 목적에 대한 잘못된 판단’, ‘공판중심주의 원칙 위배’등을 이유로 상고했다. 원심판결의 부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KBS <추적60분>, SBS <그것이 알고싶다>등 진실규명 프로그램에 다수 출연한 연세정신건강의학과 손석한 원장의 의견서도 대법원에 제출했다. 

손 원장은 “거짓말을 하거나 ‘작화(作話)’증세를 보이는 경우 앞뒤가 맞지 않거나 일부 정황이 누락되기 마련인데 피고인 진술을 ‘작화’로 보기에는 기억이 무척 구체적이고 정확하다”며 “익명의 투서나 소문이 아니라 한정된 조직 내부에서 실명을 내걸고 쓴 글을 비방의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신평 교수가 2014년 학교 게시판에 올린 글중 일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총장이 무리하게 보직인사를 단행하고 후임총장 인선에 간여하는 움직임을 비판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신임 보직 교수의 ‘공무출장중 성매매’는 딱 한줄 언급돼 있다. 하지만 검찰은 총장 비판이  주요 목적이 아니라 학내 분규를 게기로  평소  감정이 좋지 않았던 동료교수를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게재한 것으로 보고 기소했다.

신평 교수가 2014년 학교 게시판에 올린 글중 일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총장이 무리하게 보직인사를 단행하고 후임총장 인선에 간여하는 움직임을 비판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신임 보직 교수의 ‘공무출장중 성매매’는 딱 한줄 언급돼 있다. 하지만 검찰은 총장 비판이 주요 목적이 아니라 학내 분규를 게기로 평소 감정이 좋지 않았던 동료교수를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게재한 것으로 보고 기소했다. 

하지만 신 교수는 대법원의 유죄확정 판결에 또다시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며칠 후 배달된 대법원 판결문은 더 기가 막혔다. 쟁점에 대해 아무런 구체적 판단이 없었고 상고기각 이유는 단 9줄에 불과했다.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1심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를 선고한 것은 정당하고 증명책임 분배, 비방의 목적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고 공판중심주의와 직접 심리주의 원칙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 

그는 9줄짜리 대법 판결문에 대해 “대법원이 국민들을 대하는 시각이 어떤 한지, 한국 사법 시스템이 얼마나 중병을 앓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며 씁쓸해 했다.

신 교수는 “1년10개월간 올가미를 벗어던지기 위해 변호사와 함께 수십 쪽에 달하는 상고이유서와 보충이유서를 통해 왜 2심 판결이 잘못됐는지 치밀한 분석을 진행지만 대법원 판결은 아무런 합리적 근거나 논리가 없이 ‘내가 말하니 이것을 따라야 한다’는 식”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공보관실을 통해 “2016년 8월10일 사건 접수후 2017년8월11일부터 법리쟁점에 대한 종합적 검토가 시작되었고 올해 4월24일 쟁점에 대한 재판부 논의를 거쳐 5월10일 판결이 선고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재판부 내부적으로 충분한 법리검토와 숙고를 거쳐 판결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또 ‘언론의 자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인데 9줄짜리 판결문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판결내용에 대한 국민의 평가에 대해 일일이 답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하지만 신 교수 주변에서는 “대법원이 결론에 자신이 없었던 모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선고를 불과 한 달 반 정도 남겨놓은 4월4일 주심이 권순일 대법관에서 이기택 대법관으로 교체된 것도 논란거리다. 대법원은 “권 대법관이 피고인과 예전부터 알던 사이라 재배당을 요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신 교수는 “권 대법관을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고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설령 나와 친분이 있다면 처음 배당됐을 때 기피해야지 선고를 앞두고 재배당을 요구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대법원 내부에 뭔가 말 못할 곡절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에 전혀 간여하지 않던 대법관이 주심으로 온지 한 달 만에 과연 얼마나 심도 깊은 고민을 거쳐 판결을 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신평 교수는 2018년 2학기를 마지막으로 대학강단에서 은퇴한후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면 집필활동을 할 계획이다. 사진은 신 교수가 직접 농사를 짓는 농지에서 제초하는 모습.

신평 교수는 2018년 2학기를 마지막으로 대학강단에서 은퇴한후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면 집필활동을 할 계획이다. 사진은 신 교수가 직접 농사를 짓는 농지에서 제초하는 모습. 

신 교수는 피고인에 과도한 입증책임을 부과하고 비방의 목적에 비해 공익적 목적을 너무 좁게 해석한 이번 판결이 내부고발자 보호와 ‘미투’운동, 언론자유의 위축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했다.

그는 “유엔의 시민정치적권리에 관한 규약(ICCPR)은 가장 심각한 명예훼손의 경우에만 형사처벌이 고려될 수 있고 징역형은 절대 허용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며“한국은 세계적 시각에서 봐도 명예훼손 법제가 지나치게 엄격하고 ‘미투’운동이 확산되기에 너무 척박한 토양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학기를 끝으로 대학 강단에서 물러나 농사를 지으면서 이번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작성한 ‘신앙일기’를 책으로 펴낼 계획이다. 책의 에필로그는 대법원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해 반성으로 마무리된다. 


“내가 겪고 있는 고초는 판사로 재직하며 적지 않게 저질렀을 오판, 매너리즘에 빠져 사건에 숨어있는 수많은 사연들을 외면하고 소송 관계인들을 나와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았던 오만의 업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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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김 등 美협상팀 판문점 향해…북미 의제조율 마무리 수순

비핵화-체제보장 방안 협의후 최종안 도출, 각각 보고할 듯
北 김영철, 오늘 뉴욕행…폼페이오와 추가회담서 추가 논의

 

어디로 향하나
어디로 향하나(서울=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6·12 북미정상회담 의제조율을 위한 실무회담 미국 측 대표단의 성김 주필리핀 미국대사가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을 나서고 있다. 2018.5.30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홍국기 기자 = 북미정상회담 의제 논의를 위해 북한과 실무회담을 하는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 등 미측 협상팀이 30일 오전 서울의 숙소를 출발해 판문점을 향했다.

협상팀은 이날 오전 10시께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 북측 대표단과 회담을 하고 북한의 비핵화 방안과 이에 상응하는 대북 체제안전보장 방안에 대해 최종 조율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와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 랜달 슈라이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날 오전 주한 미 대사관에서 제공한 승용차 2대와 승합차 1대에 나눠타고 숙소를 빠져나오는 것이 목격됐다.

협상팀에는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KMC) 관계자도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측 협상팀은 지난 27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최선희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 등 장시간 회담하며 비핵화와 체제보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이견을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오늘 회담에서는 북미 간 의견이 모인 최종안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내달 12일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소식통은 "협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일단 북미 양쪽 간의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며 "북미간 고위급 접촉을 이어가며 실무협의 결과를 토대로 신뢰를 쌓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 "김영철 뉴욕 방문…금주중 폼페이오와 회담"
백악관 "김영철 뉴욕 방문…금주중 폼페이오와 회담"(워싱턴 AFP=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합성사진.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9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보낸 성명에서 "김영철(부위원장)이 뉴욕을 방문해, 금주중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만난다"고 말했다.
ymarshal@yna.co.kr

 

지난 1월부터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개선을 주도해온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30일 오후 1시 뉴욕행 중국 국제항공 CA981 항공편을 이용해 미국으로 향한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9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보낸 성명에서 "김영철(부위원장)이 뉴욕을 방문해, 금주 중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만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오전 트위터 계정에서 "김 부위원장이 지금 뉴욕으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판문점에서 북미 간에 조율된 합의를 토대로 폼페이오 장관과 회담하고 북미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토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회담 분위기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도 있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 또는 메시지가 전달될지도 관심이다.

앞서 29일에는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과 조 헤이긴 백악관 부(副) 비서실장이 싱가포르 모처에서 만나 북미정상회담의 구체적인 개최 일정과 장소, 의전, 경호 등 실무적인 부분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jyh@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8/05/30 08:3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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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 환영...美, 일방적 전횡 되풀이돼선 안돼"

(추가)6.15남측위 등 각계 공동선언 발표...'대북 적대행동 중단', '비핵화 상응 평화보장 방안' 촉구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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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5.29  13: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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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5남측위 각 지역본부와 부문을 비롯한 각계 시민사회단체 419곳과 152명의 개인이 29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미정상회담 성공적 개최를 위해 대북 적대행동 중단, 비핵화 상응 평화보장 방안 제시 등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일방적인 북미정상회담 취소 발표가 전격적인 남북정상회담에 힘입어 무위로 돌아가고 당초 예정대로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재개를 위한 준비가 급진전되고 있다.

우여곡절에 급반전이 겹친 상황에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6.15남측위, 상임대표의장 이창복) 각 지역본부와  부문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419곳과 152명의 개인이 2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반도 평화실현, 북미정상회담 성공적 개최를 위한 공동선언' 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공동선언문에서 "한반도의 정상적인 발전을 가로막아 온 북미간 오랜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소할 유일한 길은 대화와 협상뿐이라는 점에서, 양국 최고 지도자들 사이의 정상회담은 반드시, 그리고 조속히 개최되어야 한다"면서 "북미정상회담이 다시 재개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과 대화 상대방과 아무런 협의없이 정상회담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또 며칠만에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 다시 예정된 일정대로 정상회담을 할 수도 있다고 밝히는 이 일방적인 전횡이 다시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한미정상회담에 참가한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호소하고 북한이 국제기자단 앞에서 핵실험장을 공개 폭파한 직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한데 따른 분노와 경악의 앙금을 그대로 드러낸 것.

참가자들은 한반도의 당사자로서 이 땅의 평화와 주권이 온전히 실현되어야 한다는 간절한 염원을 담아 "북미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비핵화 및 그에 상응하는 실질적인 평화보장조치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 취소 사태 과정에서 확인된 바, 미국 정부관계자들은 북미간 상호 안보우려를 공정하게 해소하는 방향에서 합의점을 도출하려 하기보다는 북의 일방적인 핵폐기만을 요구하는 비현실적이고 불공정한 태도를 보여왔다는 것이다.

북이 핵실험장 폐쇄 등 구체적인 비핵화조치에 돌입한 만큼, 미국도 대북 적대정책의 철회와 평화협정, 수교 등 구체적인 평화보장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정종성 6.15남측위 청학본부 부대표가 '한반도 평화실현, 북미정상회담 성공적 개최를 위한 공동선언'을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참가자들은 또 "한반도 평화를 위한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일체의 적대적인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취지에 맞게 일관된 행동을 취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이 핵전략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전개시키는 한미합동군사연습을 강행하거나 제재 압박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는 지적이다.

참가자들은 앞으로 북미정상회담이 실제로 개최되고 성공적인 합의들이 도출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판문점선언의 정신에 따라 남과 북 정부, 그리고 각계각층이 힘을 모은다면 어려움도 능히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왼쪽부터 이창복 6.15남측위 상임대표의장, 엄미경 민주노총 통일위원장, 권재석 한국노총 통일위원회 부위원장, 최진미 6.15여성본부 상임대표, 조헌정 6.15서울본부 상임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창복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은 "지난 몇일간 우리 운명에 관한 결정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상황을 겪으면서, 우리는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다져진 우의와 결단을 기반으로 굳게 단결해서 남북이 자주적인 원칙에 따라 통일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 인류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갈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것을 방해하는 세력이 작동하고 있다"면서 "남북 8천만 민족이 힘을 모아서 모든 장애를 극복해 나가고 드디어는 종전선언과 함께 평화협정, 통일을 이루기까지 우리의 갈길이 남아 있는 만큼 오늘 모여서 이런 뜻을 다짐하고 세계에 천명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엄미경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은 "지금 민주노총은 민주노총의 조합원이 아니라 아직 조직되지 않은 더 많은 노동자를 대변해서 최저임금 개악을 막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더 나아가 한반도 평화실현과 자주통일을 위해 노동자를 넘어 남북해외 동포들과 함께 투쟁하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권재석 한국노총 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은 "한국노총은 청와대 앞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위촉장을 반납하면서 최저임금 개악을 막기 위한 결의를 다지고 있다"고 근황을 설명하고는 "우리 문제는 우리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다. 외세에 맡겨놓아서는 패배하고 말 것이다. 평화통일을 위해서 민주노총,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투쟁하고 연대하겠다"고 다짐했다.

최진미 6.15남측위 여성본부 상임대표는 지난 24일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전 세계에서 온 여성평화활동가 31명이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6.12 북미정상회담 취소 발표에 분격해서 몸싸움을 무릅쓰고 미국 대사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한 일화를 소개했다.

이들 세계 여성평화활동가들은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된 6월 12일을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제연대의 날'로 정하고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 계속 연대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알렸다.

6.15남측위 서울본부 상임대표인 조헌정 목사는 성서에 손을 얹고 취임선서를 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고한다면서 △ 자신이 가진 힘을 내려놓고 대화의 상대가 누구이든지 진심으로 존중할 것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한다는 것 △꼴찌가 첫째되고 첫째가 꼴찌되는 역사의 반전은 반드시 일어난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말했다.

한편, 6.15남측위는 오는 6월 15일 오전부터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시민참여형 축제를 진행하고 저녁 7시부터 6.15공동선언 발표 18주년 기념대회 '가자! 통일로!'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판문점선언에서 합의한 6.15공동행사는 6.15민족공동위원회 남북해외 위원장단 회의 또는 오는 1일 열릴 남북고위급회담을 통해 구체적인 계획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수정-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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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긴급조치 관련 12건·원세훈 재판 등에 관여... 헌법 파괴한 정황 드러나

18.05.29 20:31l최종 업데이트 18.05.29 20:31l

 

 지난해 10월 1일 박근혜 대통령과 양승태 대법원장이 계룡대에서 열린 건군 제67주년 경축연에서 대화하고 있다.
▲  2015년 10월 1일 박근혜 대통령과 양승태 대법원장이 계룡대에서 열린 건군 제67주년 경축연에서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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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70) 전 대법원장이 지난 2015년 8월 박근혜 대통령 독대 시 상고법원 법관 임명에 관한 대통령 권한을 다룬 문건을 들고간 것으로 드러나 '사법부 블랙리스트' 파문이 온 나라를 강타하고 있다. 이런 양승태의 사법부 독립성 파괴행위에 대해 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대국민 사과하고 검찰 조사를 받으라"고 촉구했고, 민주·평화·정의 3당은 "양승태의 '재판거래'에 경악하며 수사가 필요하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나무는 그 열매로 안다"는 말이 있고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는 말이 있다. 지난 시절 양승태씨가 판사로서 주요 시국사건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렸는지를 검토해보는 일은 지금 양승태씨가 초래한 사법부 독립성 침해사건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양승태 전 대법관은 지난 1970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이듬해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법관으로 임용되어 1975년 11월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로 근무를 시작했다. 그는 박정희 유신정권시절인 1975년부터 1979년까지 서울지방법원 판사로 재직하면서 12건의 긴급조치 재판에 관여하였다. 

특히 그는 서울형사지법 판사로 재직 중인 지난 1976년 재일교포간첩조작 사건인 김동휘 사건, 이원이 사건, 장영식 사건, 조득훈 사건에 배석판사로 참여하여 유죄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 네 사건은 후에 재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되었다. 이  조작간첩사건이 어떻게 무고한 재일교포 청년들의 삶을 파괴했고, 그 과정에서 양승태 판사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살펴보자.

36년 만에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김동휘 사건은 1975년 10월에 일어난 사건으로, 그는 1954년 일본에서 출생, 성장하였다. 그는 1973년 3월 모국 유학차 입국하여 서울대학교에서 2년간 한국어교육을 받고, 1975년 3월 서울 가톨릭 의과대학에 입학, 1학년에 재학 중이던 1975년 10월 13일 중앙정보부 남산분실에 연행되어 야만적인 고문을 통한 조사를 받고 그해 11월 20일 서울지검에 송치되어 국가보안법, 반공법 위반죄로 기소되었다. 

그 다음해인 1976년 4월 30일 1심인 서울지법에서 김동휘씨는 징역 5년을 선고받고 항소하였다. 같은 해 8월 31일 서울고법에서 김씨는 1년이 감형된 징역 4년을 받고 상고하였다. 그러나 그해 12월 14일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되고 결국 그는 억울하게 4년을 감옥에서 살았다.  

지난 2010년 5월 18일 진실화해위원회는 김동휘 사건에 대해 불법구금, 가혹행위 등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하고 재심 등을 권고하였다. 그리고 진실화해위원회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여 김동휘씨는 지난 2012년 5월 24일, 36년 만에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20대의 젊은 나이에 모국에 유학와서 모진 고문과 조작 끝에 판사 양승태로부터 '간첩' 판결을 받고 감옥에서 망가진 몸과 인생은 어떻게 보상 받을 수 있겠는가.

1970년대와 1980년대 판사 양승태가 판결한 6건의 조작간첩사건에서 이미 2건(강희철 사건, 김동휘 사건)에 대해서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었고, 다른 4건의 간첩조작사건 피해자들도 지금 재심을 준비 중이다.(반헌법행위자열전편찬위원회, 2017.2.16, <반헌법행위자 열전 집중검토대상자 명단발표 기자회견 자료집>, 65쪽)

사후에 무죄판결 받은 이원이 사건 
 

큰사진보기 1975년 '간첩조작사건'을 발표하고 있는 중앙정보부 김기춘
▲  1975년 '간첩조작사건'을 발표하고 있는 중앙정보부 김기춘
ⓒ 반헌법행위자열전편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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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이원이 사건은 지난 1975년 부산대학교에서 발생한 반유신 데모 사건, 유인물 살포 사건이 발단이 되었다. 부산대에서 발생한 반유신 유인물 살포 사건을 추적하던 경찰은 재일교포 김오자씨와 이원이씨가 이 사건에 관련된 사실을 파악하고 이를 학생들의 반유신 운동을 넘어서 북한, 재일조총련과 관련된 간첩사건으로 조작했다. 당시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장 김기춘은 단순한 반정부 유인물 살포 사건을 부산대학생 박준건, 김오자, 김정미, 이원이, 철학과 교수 하일민 등 모두 24명이 관련된 대형 간첩단 사건으로 조작해 발표했다. 

이 사건으로 이원이씨는 당시 서울형사지방법원의 판결에서 5년형을 받았다. 5년 징역형을 마치고 지난 1981 출소 한 이원이씨는 불법구금과 고문 등 후유증으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지난 1999년 11월 대장암으로 그는 비극에 찬 생애를 마쳤다.

이원이씨 유족은 지난해 4월 이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고, 같은 해 11월 재심 개시 결정이 확정됐다. 그리고 사건 발생 43년 만인 올해 1월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부는 국가보안법, 반공법 등 간첩 혐의로 지난 1976년 유죄를 선고받은 고인 이원이씨에 대한 재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고인의 ▲ 반국가단체 구성원과의 통신연락·지령에 의한 잠입 등 반공법 위반 ▲반국가단체 찬양·고무·동조 ▲ 군사목적수행 간첩 관련 혐의에 대한 공소 사실에 대해 모두 "혐의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과거 고인이 체포당할 당시 "불법구금 상태에서 허위자백을 강요받은 정황이 엿보인다"라며 경찰·검찰의 피의자신문조서 등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43년 만에 간첩 누명을 벗은 고인의 아들(34)은 선고 이후 "아버지가 평소 우리들한테 힘든 티도 잘 안내고 버티시느라 너무 힘드셨을 거 같다"며 "하늘에서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인적으로는 내가 간첩의 아들, 그리고 내 아들이 간첩의 후손이라는 오명을 벗은 게 가장 기쁘다"며 감회를 밝혔다.

장영식씨는 1949년 5월 12일 일본에서 출생, 일본 주오대학 법과를 졸업하고 1974년 모국에 유학와 서울대에서 1년간 공부한 뒤 1975년 4월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에서 공부하고 있었다. 그해 9월 일본에 갔다 한국에 돌아온 장씨는 정보기관에 체포되어 재일조선인유학생동맹 활동 및 조총련 공작원으로부터 정보수집 지령 등 간첩활동 혐의로 모진 고문수사를 받은 후 서울지검에 의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되었다. 

다음 해인 1976년 5월 7일 장영식씨는 서울형사지법(재판장 심훈종, 판사 조용무·양승태)에서 징역 및 자격정지 3년 6월형을 선고받고 항소하였다. 장영식씨은 같은 해 9월 6일 서울고법에서 일부무죄를 받고 상고하였다. 그리고 1976년 12월 28일 대법원에서는 무죄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파기 환송하였다. 1979년 1월 14일 장영식씨는 서울고법 파기 환송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1심에서 3년 6월형의 유죄를 선고 받은 것에 대해 장영식씨는 양승태를 포함한 판사들에게 아무런 사과를 받지 못했다. 

간첩조작사건에 유죄판결 내린 양승태 

조득훈씨는 1951년 12월 29일 일본에서 출생 1971년 4월 오카야마 대학교 전자공학부에 입학, 1975년 3월 졸업하자마자 모국으로 유학와 서울대학교 재외국민교육연구소에 입소해 그해 12월 10일 수료했다. 조득훈씨는 일본에 있을 때 대학 재학 중 조총련계 인물들과 만나 북한관련 학습을 함으로써 반국가단체 성원들과 회합 통신하고 반국가 단체를 이롭게 하는 등 간첩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보안대에 체포돼 무자비한 고문과 조사를 받은 후 서울지검에 의해 국가보안법 위반, 간첩 혐의 등으로 기소되었다.

1976년 6월 8일 조득훈씨는 1심인 서울지방법원(재판장 심훈종, 판사 조용무·양승태)에서 징역 및 자격정지 각 10년씩을 선고받고 항소하였다. 그리고 그해 10월 2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및 자격정지 각 7년을 선고받았다. 조득훈씨는 이에 불복하여 상고하였으나 1977년 2월 8일 대법원에 의해 상고가 기각되어 7년형을 확정 받고 징역을 살다가 지난 1981년 8월 특사로 가석방되었다.

석방 후 조득훈씨는 재심청구를 하여 38년 만인 지난 2014년 9월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김종근 판사는 "조씨가 혐의를 인정한 진술서는 15일간에 걸친 불법감금 중 며칠 동안 잠을 못 자게 하는 등 고문과 협박에서 비롯된 ​허위자백 요구의 결과라며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다른 증거도 없다"며 "범죄사실이 날조됐다"고 인정했다.

판결 후 조득훈씨는 "이번 판결은 한국의 민주화가 낳은 하나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조국을 생각하는 재일한국인의 마음을 법원이 받아들여줬다"고 말했다. 1970년대부터 조득훈씨 명예회복과 구제운동을 지원한 일본 지인들도 이날 법정에서 재판을 방청한 후 무죄선고가 나오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이들 간첩 사건 이외에도 서울지법에 근무할 당시 1975년 심지연, 최열, 이명준 등 대학생들, 1975년 이부영, 성유보 등 전 동아일보 기자, 1977년 이혜경, 배경순, 고광순 등 여대생들의 재판에 배석판사로 참여하여 12건의 긴급조치 사건에서 유죄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 사건들도 나중에 재심에서 다 무죄로 판결되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1970년대 긴급조치관련 재판내역1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1970년대 긴급조치관련 재판내역1
ⓒ 반헌법열전편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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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1970년대 긴급조치 재판 내역2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1970년대 긴급조치 재판 내역2
ⓒ 반헌법열전편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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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사진보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1970년대 긴급조치 관련사건 재판내역3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1970년대 긴급조치 관련사건 재판내역3
ⓒ 반헌법열전편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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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양승태씨는 대법관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2007년 5월 독재 정권시절 학내 비리로 퇴진한 김문기 전 상지대 이사장이 "정부가 임명한 임시이사들이 정식이사를 선임한 것은 무효"라며 낸 소송에서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외에도 양승태는 지난 2009년 1월 20일에 일어난 '용산철거민 과잉진압 사망사건' 관련자 재판에도 관계가 있다. 2009년 10월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한양석)는 농성장 망루에서 화염병을 던져 진압에 나선 경찰특공대원 1명을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충연씨 등 2명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다음해인 2010년 5월 31일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인욱)는 이충연씨 등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어서 그해 11월 11일 상고심 대법원 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항소심 형량을 그대로 확정했다.(반헌법행위자열전편찬위원회, 2017.2.16, <반헌법행위자 열전 집중검토대상자 명단발표 기자회견 자료집>, 246쪽) 

그러나 위와 같은 개별 사건 외에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반헌법적 행위가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대법원장 시절(2011년 9월부터 2017년 9월까지)이라 할 수 있다. 양승태는 대법원장 시절 박근혜 정부의 주요 관심 사안이었던 원세훈 국정원장의 제18대 대선 불법개입 사건 재판에 대한 정권의 요구를 들어주는 대신 당시 법원의 최대 관심 사안이었던 '상고법원' 도입 등을 얻어 내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행정부, 정치권력과의 밀착 또는 부당거래를 통해 법원의 이해관계를 얻어내려는 이런 시도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대법원장이 스스로 저해하는 중대한 반헌법적 행위라 할 수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사법적 단죄가 필요한 이유
 

 양승태 대법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떠나고 있다.
▲  양승태 대법원장이 2017년 9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떠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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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양승태씨는 지난 2016년 12월 박근혜 정권에서 대법원장인 자신을 사찰하자 "중대한 반헌법적 사태"라며 반발했다. 그런 그가 뒤로는 법원의 판사들을 사찰한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1970년대 박정희 독재정권시절 12건의 긴급조치 사건에서 자신이 유죄판결을 내린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지난 5월 25일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후 구성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 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양승태 대법원은 과거 유죄판결을 내린 1970년대 긴급조치 사건과 관련하여 '긴급조치 배상 판결'을 내린 판사들에게 불이익을 주려고 시도했다는 정황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있다. 

박근혜 정권 국정농단사건으로 지금 감옥에 있는 김기춘과 양승태는 경남고 선후배 사이다. 지난 1970년대 박정희 유신정권 아래서 이른바 '학원침투 북괴간첩단사건'은 중앙정보부에 있던 선배 김기춘이 조작하고 법원에 있던 후배 양승태가 조작사건에 대해 합법성을 마련해준 헌법과 민주주의를 파괴한 심각한 불법행위였다.

더욱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민주적 운영과 독립성을 요구하는 판사들의 당연한 활동을 억누르고 통제하기 위해 인사상의 불이익을 계획하는 등 직·간접적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확인됐다. 나아가 그는 자신에게 비판적인 판사들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그들의 활동과 동향을 조직적으로 감시하고 사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양승태씨는 누구보다 사법부의 독립성을 지키고 민주적 운영을 책임져야 할 대법원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법부 수장으로서 결코 해서는 안 되는 반민주적인 행위를 서슴없이 해왔다. 이는 가장 심각한 반헌법적 행위로, 이러한 양승태씨에게 도의적 책임을 묻고 사법적 처벌을 하는 것은 어찌보면 민주국가에서의 당연한 조치라고 확신한다.  

* 이 기사를 위해 소중한 자료를 제공해 준 '반헌법행위자열전편찬위원회' 한홍구 교수와 임영태 조사위원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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