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빌리지의 공간 빌리지는 매우 흥미로운 공간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영화를 보는 내내 여러 종류의 궁금증을 갖게 된다. '저곳은 어떤 곳인가?', '저곳 사람들은 왜 저런 곳에 살게 되었을까?', '8명의 장로들이 숨기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숲에 있는 괴물의 실체는 무엇이고 읍내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등등.

 

감독 샤말란이 빚어놓은 공간성은 단순히 스토리 전개상의 필요에 의해서 직조되었다기보다는 이 세계의 비밀을 빌리지에 빚대어 폭로하고 싶기 때문인 듯하다. 그 비밀은 '금기', '외부', '진실' 등이고, 이것들을 헤집어 가면서 실체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어떤 '월경越境'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트루먼 쇼의 짐 캐리가 바다(라고 생각했던 수조)를 건너 벽을 넘듯이, 하이랜더2에서 루이스가 지구를 둘러싼 방어막을 뚫고 파란 하늘에 도달하듯이, 빌리지의 아이비는 숲을 건너 도로를 향해 월경을 감행한다.

 

경계를 넘어선다는 것은 이 세계의 비밀에, 이 세계의 외부에 가까이 다가서는 것이다. 숲은, 마을은, 이 빌리지가 창안되어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질서와 거짓 비밀들은 마을 안에서 혹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보다 하늘에서, 또는 담 바깥에서 더 잘 보인다.



 

그러나 샤말란은 아이비에게 그러한 개안開眼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녀의 깨달음은 부분적이며 이내 곧 상실된다. 노아의 죽음은 아이비가 진실을 잃어버리는 순간과 일치하며 그것은 이 마을이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수 있다는 장로들의 전망과 궤를 途?한다. 샤말란이 보여주는 진실은 정확히 거기까지이다. 그리고서 그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너희가 본 것을 마을 사람들에게 알릴 것인가? 아니면 이 마을이 유지될 수 있도록 입을 닫을 것인가?'

 

샤말란은 우리가 살고 있는 '빌리지'가 실상 이런 곳일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보다는, 그 마을의 비밀이 얼마나 알기 어려운 것인지, 그리고 어이없게 일어나는 우연에 의해서 쉽게 은폐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비록 외부의 폭력, 살인, 사악한 질서로부터 보호되더라도 이 같은 선한 거짓말에 의해 내부에서 얼마나 끔찍한 희생이 뒤따르는 것인지를 말하는 것 같다.

 

그 곤한 과정을 거쳐 질문은 부메랑처럼 내부로 되돌아온다. 빌리지의 문제가 비록 담 바깥에서 잘 보일지라도, 선하지만 박약한 8명의 장로들로부터 자신의 운명을 해방시키는 힘은 이 마을 내에서 빌리지를 박차고 월경할 젊은이들의 욕망과 상상력과 용기일 것이라는 것이다. 그건 전적으로 내부의 문제이며, 바로 인사이더들이 스스로를 아웃팅시킬 수 있을 거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샤말란은 급진적이라고 할 수 없으며 온건한 그러나 정치적으로 올바른 결론을 맺고 있는 듯하다. 무엇이 올바른가? 나가는 것, 외부를 설정하는 방식의 해방은 결코 올바르지 않다는 정치적 결론, 그것이 올바르다.

 

사실 8명의 장로들이야말로 어떤 의미에서 그들이 살고 있던 '빌리지'로부터 스스로 아웃팅한, 그리하여 외부로 탈출한 이들이었다. 그러한 탈주가 또 다른 세대에게 감옥과도 같은 고립과 단절을 낳았다. 이 8명의 장로는 비록 선하고 순수했으되 그들의 빌리지를 변화시키기보다는 도피를 선택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남은 과제는 빌리지로 되돌아온 아이비와 그녀가 들고온 약으로 인해 어쩌면 노아의 삶의 시간을 기증받게 된 루시우스에게 주어져 있다. 진실을 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진실은 어쩌면 밖에서 알아내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곳을 변화시켜 가는 과정에서 알아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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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07 14:30 2006/11/07 14:30
글쓴이 남십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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