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17일(수요일, 25일차) : 싸파

 

- 라오까이역에 도착했다. 싸파로 가는 미니버스 티켓을 파는 곳이 있었다. 티켓 요금은 30,000VND. 그걸 하노이에서는 5USD(100,000VND)에 판다. 직접 티켓을 끊어 왔어야 했는데.


- 역에서 나오자 미니버스와 호텔 호객꾼들이 어김 없이 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많았던 건 사람들 이름을 들고 있는 호텔 사람들이었다. 내 이름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팻말이 아니라 명단을 들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이 사람들은 SUMMIT HOTEL이라는 유니폼을 입고 있었는데 서양인들이 많이 가는 호텔이었다. 거기에 내 이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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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MMIT HOTEL의 미니버스에 올라 탔다. 포드사 차량이었다. 유럽인들이 가득했다. 라오까이에서 싸파까지는 1시간이 걸렸다. 가는 길에 보는 풍경은 매우 아름다웠다. 다랭이논, 울창한 삼림, 경사도가 심한 산세. 그런데 30분이 지나자 점점 안개가 끼더니 나중에는 정말 길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차는 거침없이 달렸다.


- 미니버스는 1시간 후 SUMMIT HOTEL에 도착했다. 호텔은 근사했지만 난 로터스호텔과 마운틴뷰 호텔이 있는 쪽으로 가고 싶었다. 아마 하노이에서 그 많은 신카페에서 호텔 예약까지 했으면 바가지를 썼을 거다. 하노이의 신카페 직원들은 내게 방값을 15USD라 했고 매우 싼 가격이라 했다. 하지만 싸파의 평일 방값은 5~7USD 선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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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차에서 내렸는데 어디로 갈지 몰랐다. 안개가 지독해 대체 어느 호텔이 전망이 좋을지에 대해서도 판단할 수 없었다. SUMMIT HOTEL에서 조금 올라가다 보니 어느 호텔에 Ca Phe라 써 있어서 일단 커피라도 좀 마셔야겠다 싶어 문을 밀고 들어갔다. 주인 아줌마와 일하는 소녀가 있었는데 영어를 할 줄 몰랐다. 화장실을 쓰겠다 하니 윗층 객실로 데려갔다. 방은 넓고 깨끗했고 침대는 2개였는데 시트가 깨끗할 뿐만 아니라 한국식 이불처럼 생겼다. 다시 1층으로 내려왔다. 커피를 가져왔는데 큰 사발에 뜨거운 물을 넣고 그 안에 커피잔을 넣는 식이었다. 추운 지방이라 커피가 잘 식지 않게 하려는 듯했다. 방값이 얼마냐 물으니 7USD인데 6USD로 할 수 있다고 했다.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내에게 전화를 하더니 나를 바꿔준다. 이 호텔이 맘에 들긴 했지만 다른 곳도 알아봐야 했다. (커피값 20,000VND×2잔=40,000VND)
 

- 호텔을 나와 길을 따라 내려갔다. LOTUS HOTEL, QUEEN HOTEL, MOUNTAIN HOTEL 등을 돌아봤다. 시설이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로터스, 퀸은 모두 5USD였다. 마운틴뷰는 정말 전망이 좋을 듯했다. 아래로 계곡이 한눈에 들어올 것 같았다. 그런데 방값이 25USD였다. 너무 비쌌고, 게다가 안개가 언제 걷힐지 불투명했다. 어쩌면 싸파에 있는 동안 내내 날씨가 이럴지도 모를 일이었다. 보이지도 않는 전망이 잘 보일 만한 방에 거금을 쏟아부을 수는 없었다.


- 명함을 들고 끈질기게 따라붙는 호텔 호객꾼들을 따돌리고 결국 처음 들렸던 호텔로 향했다. 6USD에서 더 깎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노이를 떠날 때까지만 해도 싸파 숙박비가 15USD 정도 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에 비하면 저렴하고 또 호텔이 조용해서 그냥 6USD로 하기로 하고 303호 열쇠를 넘겨받았다. 나중에 보니 전망이 좋은 곳은 아니었지만 조용하기는 했다.


- 여권을 넘겨주니 호텔 주인 여자는 자기도 나와 나이가 같다면서 웃었다. 보기보단 나이가 젊은 여성이었다.


- 객실에 올라와 1시간 정도 낮잠을 잤다.


- 호텔을 나와 싸파시장 쪽으로 내려와 시장에서 껌빈잔을 먹었다. 60,000VND. 다른 가게 여자가 중간에서 가게 주인에게 얘기를 통역해줬다. 그녀의 이름은 “좀”. 서른 네 살이었고 일곱 살짜리 아이가 있으며 시장에서 야채와 국수를 판다. 잘 웃고 씩씩하며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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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u May 거리쪽으로 내려갔다. 호텔들과 레스토랑을 구경했다. 노스페이스 등산복들을 파는 가게에서 대강의 시세를 알아보기도 했다. 싸파 담배도 한 갑 샀다. 싸파 담배 1갑 10,000VND. 맛도 괜찮았다.
 

- 올라오다가 Cau May 거리의 한 빵집 겸 레스토랑에 들렸다. 커피 두 잔과 물 작은 것 1병을 시켰다. 70,000VND. 싸지 않았다. 그래도 Wifi가 되어 한국의 여러 군데에 전화를 했다.
 

- 다시 싸파시장으로 갔다. 몽족(Hmông, 苗族)은 어디에나 보인다. 몽족은 베트남의 54개 소수민족 중 하나로 전인구의 약 1%에 해당되는데 싸파가 위치한 북쪽 지방에 집중되어 살고 있다. 이들은 몇 가지 하위 종족으로 나뉜다. 블랙몽족, 꽃몽족(H’mong Hoa) 하는 식으로 말이다. 싸파에서는 블랙몽족이 가장 많이 눈에 띈다. 몽족은 중국 서남쪽에 주로 살고 있는 먀오족(苗族)과 같은 계보인데, 중국은 한족이 강력한 동화정책을 펴 정체성 유지에 위기를 맞고 있다.
 

- 몽족은 “Buy for me”라 말하며 뒤를 따라붙어 여러 가지 수공예품을 보여준다. 말을 조금이라도 이어가기 위해 “Where are you form?”을 덧붙이고 그래서 잠시 관심을 보이면 이내 몽족들이 몰려들어 둘러싸서 너나 할 것 없이 물건들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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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파시장에서 이곳 소주를 사고 싶었다. 일군의 사내들이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손짓 발짓으로 그네들이 마시고 있는 것을 가리켰더니 1.5리터 펫트병에 담아 준다. 20,000VND. 그런데 나중에 보니 비아 허이(Bia Hoi)였다. 아무튼 그걸 사고 올라오는 길에 Pho Ga를 파는 집에서 닭국물에 닭고기 찢은 걸 넣은 걸 샀다. 25,000VND. 호텔에 와서 마셔 보니 맥주였다. 다시 사야할 터.
 

- 호텔로 올라오는 길에 몽족 할머니가 수를 놓은 걸개를 사라고 따라붙었다. 200,000VND이라 했다. 흥정 끝에 90,000VND에 샀다. 호이안에서부터 사고 싶었던 것이었다. 호이안에서는 25USD였다. 베트남 돈으로 하면 500,000VND이었다. 그걸 이곳에서 90,000VND에 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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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6 10:34 2010/12/16 10:34
글쓴이 남십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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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니
    2011/01/25 15:32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아래서부터 세번째 사진...
    도대체 몇그릇을 먹은겨?
  2. 애니타임
    2011/02/27 12:20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7년전에 다녀왔었는데
    그닥 변한게 없으니 더 정겹네요.
    마운틴뷰호텔방향이 아닌 반대쪽 산에있는 깟갓호텔에서 잤었는데
    4일간을 박하도 못가고 싸파에 푹빠져 놀던 기억이 새록새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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