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24일(수요일, 32일차) : 하노이→노이바이 공항→타오위엔 국제공항→인천공항

 

- 아침에 일어나 짐을 꾸려 1층으로 내려왔다. 큰 캐리어 1개, 큰 배낭, 카메라가방, 작은 백팩 1개, 가죽가방 이렇게 총 다섯 꾸러미였다. 짐을 잠시 호텔에 맡겨 놓고 추옹극장 앞에서 카페스아다를 마셨다. 이제 이곳도 더 이상 볼 수 없겠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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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8시에 오기로 한 택시기사는 늦었다. 마지막까지 짜증을 내게 만드는구나 싶었지만 사실 비행기 시간은 여유가 있었다. 15분쯤 지나서 택시기사가 왔다. 음악을 크게 틀고 기사는 차를 몰았다. 아침이라 하노이 시내에는 차도 많았고 오토바이도 많았다. 노이바이 공항을 향해 가는 길은 6킬로미터의 옌푸(Yen Phu) 강둑을 따라 달린다. 우회전, 좌회전 하지도 않고 계속 달리는데 옆에는 타일로 만든 모자이크가 끝없이 이어졌다. 2008년부터 2010년 하노이 정도 1천 년 기념으로 만들기 시작한 이 모자이크 벽은 홍강을 따라 이어지는데 베트남과 외국의 작가들이 함께 참여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 택시기사는 음악CD를 이것 저것 바꿔 틀었다. 모자이크 벽에 새겨진 갖가지 모양의 문양들을 보며 비트가 강한 음악을 들으니 ‘다이내믹 베트남’ 같은 단어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 노이바이 공항에 내리니 택시기사는 통행료를 추가로 달라고 요구했다. ‘얘네들이 마지막 가는 길까지 코메디를 하는구나’ 싶었다. 호텔에 가서 얘기해라, 10달러에 통행료 포함되어 있다고 이미 들었다고 했다. 택시기사는 조용히 물러난다. 그냥 찔러나 보자, 운 좋으면 2달러 더 받는 거고 아니면 말고 식이었다.
 

- 노이바이 공항은 정말 작고 사람이 미어터진다. 보딩패스를 받았다. 원래대로라면 서울에 밤 11시쯤에나 도착할 예정이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대만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비행기표가 훨씬 빠른 것으로 준다. 8시 좀 넘어서 인천공항에 도착할 듯했다. 복잡한 공항 로비에 있기가 힘들어 일찌감치 출국장으로 나갔다. 베트남 관광기념품 판매하는 곳에서 넵머이를 한 병 샀다. 민주 고모부님께 드리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화장품 파는 면세점으로 갔다. 민주 여동생에게 줄 화장품을 고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도통 무슨 이름인지 알아 먹을 수가 없다. 한글로도 적혀 있었는데 말이다. 하긴, 한국에서도 그러니 여기라고 뭐 다르겠나. 화장품 이름처럼 어려운 말들이 또 있을까.


- 하노이를 떠나는 게 무척 아쉬웠다. 타이뻬이로 가는 중화항공을 탔다. 비행기 입구에 대만 신문들이 놓여져 있었다. 그런데 낯익은 글씨들, 한글이 1면 톱 기사 사진에 박혀 있었다. 한자로 된 헤드라인을 읽었더니, 세상에! 연평도에서 포격전이 벌어져 한국 군인 2명이 죽었단다. 잽싸게 그 대만신문을 집어들어 자리에 탔다. 한자로만 읽어도 대충은 상황 파악이 됐다. 하필이면 이럴 때 들어가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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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만 타오위엔 공항에 내렸다. 한 달 사이, 대만은 많이 선선해졌다. 한 달 전에는 흡연실이 무척 더웠는데, 지금은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적당한 정도였다. 만약 다음번에 대만공항을 경유해서 어딘가를 가게 된다면 경유자를 위해 제공하는 타이뻬이 투어를 잠깐이라도 하고 싶었다.
 

- 대한항공을 탔다. 한국 신문들이 있어서 연평도 사태에 대한 자세한 기사를 읽을 수 있었다. 신문을 읽는 사이, 비행기는 노이바이 공항을 떠났다. 이로써 모든 여행은 막을 내리고 있었다.
 

- 인천공항에 착륙했다. 굉장히 낯설었다. 베트남에 한 달간 있다가 서울에 오니 넓은 도로, 깨끗한 도시라는 느낌과 함께 오토바이를 찾아볼 수 없어 낯설었다. 한국은 추웠다. 베트남에서 갖고 온 옷으로 갈아입었다. 공항에서 나와 신촌 가는 버스를 탔다. 서울로 향하는 길은 환했다. 길과 도시가 모두 환했다. 길에 있는 한글 간판도 낯설었고 한국 인도도 넓었으며 빈틈없는 곳 같았다. 그래서였나. 정태춘은 <노독일처>(2004, 실천문학)에 이렇게 썼다. “이 야만의 문명, 숨막히는 현대사회/모든 체제 조직으로부터 탈출해서/전혀 다르게 살아보고 싶은 거거든…(중략)…인간을 지배하는 인간의 힘이/이렇게 강력했던 적은 없어/물샐틈없는 사회조직과/획일적인 이데올로기에 숨이 막힐 것만 같아” 내 심정이 그렇다. 적응과 탈주의 욕망 사이에서 아마 한동안 서성거려야겠다, 서성거리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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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6 12:19 2010/12/16 12:19
글쓴이 남십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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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1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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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헉, 한달치 베트남 여행을 몇시간만에 해치웠더니 힘드네요..
    최소한 2가지 이상 부럽다.
    하나. 광활하고도 호탕한 식성
    둘. 펜질을 계속해댄 부지런한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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