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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눈이 들어오지 않았다.

징하게 내렸다던, 눈!

 

그 눈길을 헤치고, 무주로 달렸다. 친구놈들의 꼬임에 빠져, 뭐 잘 되는 일도 없고 해서 그냥 갔다. 강습이나 함 받아볼까 하다,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그냥, 휴게실에 앉아서 인간군상들을 보았다.(실은 덕유산 향적봉에 갈 볼 생각이 더 있었는지도 모른다)

 

근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더군.(예전엔 이 보다 더 많았다고 한다. 그럼, 얼마나?) 꽤 추웠지만 추운줄도 모르고 스키 강습에 열중인 사람들, 지쳐서 쓰러져 자는 사람들, 밥을 먹기 위해 헐떡되는 사람들........방학이라서 그런지 초딩들의 스키캠프, 스키학교(방학인데 뭔 학교?) 등등.

 

근데,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눈세상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갑자기 지리산이 생각났다. 생각해보니 덕유산에서 지리산을 생각하는 미친넘이 또 있을까. 지리산의 겨울이 이처럼 춥디 추웠을텐데. 온갖 장비에 고기능성이 내장된 스키복 같은 것이 있었더라면, 얼어죽고 굶을 죽지 않았을텐데.

 

계속해서 밀려들어오는 관광버스와 자가용은 거의 집회장을 연상케할 정도로 붐볐다. 더 한 것 같았다. 참으로 잼있고 희한한 세상이다. 갑자기 어릴때로 돌아간 느낌, 헤가닥할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고사리같은 어린 손에 스키를 잡고, 움직이기 힘든 것까지 신고, 오돌오돌 떠는 병아리같은 모습이라니.(갑자기! 제네들 부모들은 무슨 큰 영광을 볼 것이라고 캠프니 학교니 하는 데 보내는지 모르겠다. 또 와엠씨에이는 뭐 할일이 그렇게도 없어서 애들 모아서 이런곳에 오는지.)

 

하여튼 별천지였다. 무주의 눈이 아름답지 않았다. 결코. 한 10년전에 여름에 갔을때와 전혀 다른, 세상으로 변해버린 무주군 삼공리.........눈속에 파묻힌 현대인들의 모습인가. 지리산에 관한 상상력이 나만의 엽기일까. 이단의 모습일까.

 

다음날, 향적봉에 올라가서 지리산 천왕봉을 보았다. 날씨가 맑은 관계로 뜻하지 않게 지리산을 보다니. 전날의 상상력이 현실속으로 더 다가오는 느낌. 다음엔, 곤드라가 아닌 눈덮인 덕유산을 가볼 생각이다. 스키장을 피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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