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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6/08/30
    네 종류의 사람(10)
    레니
  2. 2006/08/25
    커피와 담배 (Coffee and Cigarettes, 2003)(5)
    레니
  3. 2006/08/19
    괴물 (The Host, 2006)(2)
    레니
  4. 2006/08/17
    버퍼링을 미워하지 마세요 : 스트리밍 기술(7)
    레니
  5. 2006/08/16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 2006)
    레니
  6. 2006/08/16
    티스토리 분양받다(2)
    레니

네 종류의 사람

"이 세상에는 네 종류의 사람들이 있네. 백치, 얼간이, 바보, 미치광이... 이렇게 네 종류가...

 

  ...(중략)...

 

  백치 말인데, 백치는 말을 하지 않아. 더듬더듬, 우물쭈물...

  아이스크림 콘을 이마에 쳐바르는자, 회전문을 반대쪽으로 쳐들어가는 자... 이게 다 그런 백치야.

 

  ...(중략)...

 

  얼간이는 좀더 복잡해. 사회적인 행동 양식에 문제가 있는 자들이야. 얼간이는 술잔 밖에서 말을 하는 멍텅구리들이야. (중략)

  얼간이는 술잔 속에 든 것을 이야기 하려고 하는데 그게 안 돼. (중략) 가령, 마누라 도망친 사람에게 자기 마누라 예쁘다는 자랑이나 늘어놓는 자가 바로 얼간이야. (중략)

  얼간이의 수요는 폭발적이야. (중략) 얼간이는 만나는 족족 사람을 황당하게 만들지만 늘 화젯거리를 공급하지.

 

  ...(중략)...

 

  바보의 행동에는 절대 틀림이 없어. 단지 판단을 틀리게 했으면 했지. 개는 다 애완 동물이다, 개는 다 짖는다, 고양이는 애완 동물이다, 그러므로 고양이도 짖는다. 이렇게 주장하는 것들이 바로 바보야. (중략)

  바보는 속임수를 써. 얼간이를 식별하기는 아주 쉽네(백치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네). 그러나 바보는 당신처럼 합리적으로 추론할 줄 알아. 얼간이와 바보의 차이는 실로 머리카락 한 올이지.

 

  ...(중략)...

 

  미치광이는 식별이 쉬워. 미치광이는 요령을 모르는 바보라고. (중략)

  미치광이는 논리에는 하등 관심이 없어. 단견으로 만사를 해결할 뿐. 미치광이는 이것으로 저것을 증명하고 저것으로 이것을 증명하네. 미치광이는 고정 관념에 사로잡힌 나머지 만나는 것이 무엇이든 그 광기로 확증하고 말아. 미치광이 식별은 간단해. 상식을 마구잡이로 휘두리는 자, 섬광과 같은 영감에 지나치게 기대는 자...(하략)"

 

- 움베르토 에코, <푸코의 진자>

 

 
...나...난 미치광이였단 말인가-_-;;;

 


♪ Evanescence - Everybody's Fool (Live Versi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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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담배 (Coffee and Cigarettes, 2003)

로베르토 베니니(Roberto Benigni)가 손을 덜덜 떨며 커피를 마시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커피와 담배>는 웰빙 열풍과 히스테리컬한 금연 이데올로기에 밀려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커피애호가, 애연가들에게 무척이나 공감가는 영화일 것이다. <커피와 담배>는 커피와 담배를 즐기는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흑백 화면으로 담은 11편의 옴니버스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지루한 일상의 한 단편을 담은 영화라는 점에서 홍상수의 영화와 일맥상통하지만, 홍상수의 리얼리즘에 비해 <커피와 담배>는 보다 유쾌하고 유머러스하다. 아마 그것은 작품의 소재이자 곧 제목이 되는 커피와 담배 덕분일 것이다. 카페인과 니코틴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공감할 테지만, 커피와 담배는 평밤한 기호 식품들과 질적으로 다르다. 커피와 담배는 혼자 즐길 때는 휴식을 의미하며 같이 즐길 때는 소통을 의미한다. 늦은 밤 공부/일하다가 머리 식힐 겸 나와 피우는 담배, 비오는 창 밖을 바라보며 혼자 마시는 카푸치노는 더블초컬릿무스케익보다 달콤한 휴식을 가져다 준다. 이와 달리 여러 사람과 어울려 마시는 커피와 담배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서로를 연결해 주는 고리가 되며, 대화/수다를 활발하게 해 주는 촉매가 된다.

역시나 이야기가 커피와 담배 예찬론으로 흐르는 느낌인데-_- 각설하고 영화로 돌아가면, <커피와 담배>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특이한 소재와 더불어 화려한-_-? 출연진이다. 누구나 알만한 로베르토 베니니를 비롯해 빌 머레이(Bill Murray), 스티브 부세미(Steve Buscemi), 케이트 블란쳇(Cate Blanchett), 알프레드 몰리나(Alfred Molina), 스티브 쿠건(Steve Coogan) 등 어디선가 많이 봤던 배우들, 그리고 이기 팝(Iggy Pop), 우탕 클랜(Wu-Tang Clan)의 RZA, GZA 등 뮤지션들이 실명으로 등장한다. 건강을 위하여 카페인/니코틴을 배격하는 분들도 이들이 스스로의 이미지를 적절히 패러디하여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수다떠는 위트 넘치는 모습에 충분한 재미를 느낄 것이다.

<커피와 담배>는 <천국보다 낯선>에서 유니크한 영상미를 보여주었던 짐 자무쉬(Jim Jarmusch)가 감독하였다. 사실 짐 자무쉬의 영화는 <천국보다 낯선>과 <데드맨>밖에 못 봤지만, 상당히 난해하다는 느낌이 든 전작들에 비해 강한 개성의 소유자인 출연진들의 소소한 일상의 모습을 흑백 화면으로 잘 묶어 표현한 <커피와 담배>는 짐 자무쉬의 재치있는 또다른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커피와 담배>는 원래 TV 라이브쇼의 한 꼭지로 제작되었는데, 짐 자무쉬는 그 후에도 짬짬히 단편을 하나씩 찍어 2003년에 11편을 묶어 지금의 <커피와 담배>가 완성되었다 한다.

마지막으로 나 같은 커피 애호가와 니코틴 중독자들은 영화를 보러 들어가기 전에 충분한 준비를 하시기를 권한다. 90분이 넘는 상영 시간을 금단증상 없이 버틸 수 있을만큼 충분한 니코틴과 카페인을 반드시 미리 섭취해 두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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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The Host, 2006)

한국의 영화감독 중에서 그 이름만으로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오직 두 명 뿐이다. 바로 박찬욱, 그리고 봉준호 감독이다. <공동경비구역 JSA>로 먼저 이름을 알린 박찬욱 감독이었지만, 박찬욱의 작품을 좋아하게 된 것은 <복수는 나의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복수 3부작"부터었다. 반면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독특하기 짝이 없는 블랙코미디 <플란다스의 개>를 보면서 봉준호를 주목하게 되었는데, 데뷔작부터 기대를 가지고 봐 왔던 감독인만큼 봉준호에 거는 기대가 좀 더 크다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제가 우연히 고교 시절에 잠실대교 교각을 기어올라가는 괴생물체를 목격하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는데요"라는 봉준호의 말로 시작하는 <괴물>의 트레일러를 보고 난 후, 몇 달 동안 부풀어가는 기대와 함께 개봉을 기다려왔나 보다.

<괴물>이 한국영화의 신기록을 수립하네 마네 하는 얘기가 떠도는 지금, 그리고 이미 <괴물>에 대한 수백수천 건의 글들이 온/오프라인에 올라와 있고, 지금도 올라가고 있는 지금, 영화의 줄거리부터 시작하여 포인트, 의미 등을 다시금 떠드는 건 무의미할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_- 개인적인 느낌과 온/오프라인에 올라온 평론들에 대해 포스팅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1. <괴물>을 보고 "재미있다"와 "재미없다"는 의견이 분분하다. 사실 "재미"라는 요소는 99% 주관적인 판단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 개인적으로 <괴물>(을 포함한 봉준호의 영화)은 "잘 만들었다", "못 만들었다"는 잣대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의 영화는 연출, 시나리오, 캐스팅, 촬영, 음악 등 뭐 하나 빠지지 않기 때문에, 다 보고 나면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절로 나게 된다. (<괴물>도 크레딧이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가장 먼저 "히야~ 잘 만들었네"라는 말이 나왔다) 솔직히 에일리언보다, 심지어는 스타크래프트의 히드라리스크-_-보다 압도적이지 않은 <괴물>을 온몸을 긴장시키면서 보게 되는 것은 "잘 만든" 영화이기 때문이다.

2. 만약 <괴물>이 재미있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봉준호의 블랙코미디를 만드는 재능 덕분이다. 그의 유머는 약간 냉소적이고 비뚤어진 측면이 있는데, 뭔가 어색한 역설적인 상황을 만들어놓고 그것에 대해 맘껏 비웃게 하는 것이다. <살인의 추억>에서 지하 취조실에서 발생하는 묘한 웃음, <괴물>에서 박강두가 갇혀있던 컨테이너실을 개조한 병원에서의 웃음 등. <괴물>의 재미 중 상당부분은 이런 역설적인 유머에서 발생한다.

3. 아무리 정치/사회적인 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괴물>을 보고 미국의 거대권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도입부의 맥팔랜드 사건부터 시작해, 에이전트 옐로우, 사건 은폐 노력 등 <괴물>에서 슈퍼파워로서의 미국은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의식할 수밖에 없을 만큼 노골적이다. (심지어는 영화 말미에 괴물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물고기가 북미산 외래 어종인 "베스"라는 점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이에 비해 괴물과 맞서는 모습은 철저히 한국적인 이미지를 지녔다. 박강두네 가족들이 들고 싸우는 무기만 하더라도 죽창(강두), 화염병(남일), 활(남주)이 아닌가. (그렇다고 "한국적"이란 의미에 오바할 필요까진 없겠지만)
  이런 대결 구도 앞에서 <괴물>을 반미영화로 읽는다 해서 하나도 이상할 것 없다. 봉준호는 인터뷰를 통해 이를 부정했지만 (아무래도 봉준호라면 "반미"라는 조야한 정치적 프로파간다를 냉소적으로 바라볼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이미 영화가 개봉된 후 해석은 관객들의 몫이기 때문에 <괴물>을 반미영화로 만드는 것 자체가 별로 어색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미영화"라는 점을 굳이 부인하려고 애쓰는 모습들이 많다는 게 더욱 어색하지 않은가. (굳이 이런 어색한 투표를 할 이유가 있을까?)

4. 개봉 이후 쏟아져 나온 수많은 평론들 중에 개인적으로 지난 <씨네21>에 실린 정성일의 평론(#1, #2)이 가장 마음에 든다.(꽤 긴 글이지만 꼭 한 번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의 글은 현학적이고 영화적 지식 뿐만 아니라 사회과학적 지식을 요구하지만, 이 평론은 그나마 쉽게 쓰였고 <괴물>에 대한 (용기있고) 독창적인 해석이 돋보인다.
  그는 <괴물>을 봉준호의 "정치적 커밍아웃"이라고 단정하면서 <괴물>에 대한 정치적인 독해를 주장한다. 안토니오 그람시의 영향을 받은 그리스의 맑스주의자 풀란차스의 정치론(le politique, la politique)을 끌어오면서, <괴물>을 사회구성체 속에 존재하는 계급적 관점으로 읽기를 원하고 있다. 그의 의견을 따르면, 괴물은 발생 자체부터 미군이 수도 서울의 중심에 주둔하고 있던 한국의 현실에서 기인한다. 현서가 괴물에 의해 잡혀가게 된 것은 그녀의 계급적 숙명 때문이고, 그 괴물을 추적하는 박강두의 가족에게 국가 권력과 사회는 괴물을 같이 잡으려 하기는 커녕 바이러스를 빌미삼아 그들을 잡아 가두려고만 한다.
  나는 이것과 유사한 스토리를 (최소한 하나 이상) 알고 있다. 대추리의 문제도 그렇고, 한미FTA의 문제도 그렇지만, 사회구조적으로 발생한 문제들에 대한 피해를 뒤집어 쓰는 사람들은 박강두의 가족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문제에 맞서 싸우려고 일어나면 국가와 사회는 문제의 본질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다른 빌미를 내세워 그들을 억압한다.
  물론 정성일의 독해가 약간 억지스러운 면도 있고 오바한다고 생각되는 것도 있긴 하다.(이를테면 현서가 박강두의 꿈이라는 의견은 좀 억지스럽다. 만약 현서가 괴물에 잡혀갔을때 죽었다면, 마지막에 박강두가 괴물의 입에서 끄집어냈을 때 이미 해골이 되어 있을 것 아닌가) 하지만 그가 <괴물>을 보면서 응시한 포커스는 정확했다고 생각하며, 그것이 봉준호 영화의 중요한 포인트라는 것도 정확한 해석이라는 생각이다.

5. 마지막으로, <괴물>은 분명히 좋은 영화이다. 칸에서 기립박수를 받았기 때문도 아니고, 천만 관객을 돌파했기 때문도 아니라, 논쟁을 생산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것도 판토마임 같이 전위적인 미적 표현에 대한 논쟁이 아니라, 영화가 의미하는 바와 의도하는 바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괴물>은 드물게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봉준호의 가장 큰 재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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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퍼링을 미워하지 마세요 : 스트리밍 기술

얼마전 하나로텔레콤이 TV포털 서비스가 출시하면서 한바탕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제까지 인터넷 망 서비스를 하던 하나로텔레콤이 가지고 있던 인프라를 이용하여 VOD 서비스를 시작하려 하자, 기존의 방송 사업자인 케이블TV방송협회에서 반발하고 나선 것이죠. 이는 기본적으로 굴러온 돌과 박힌 돌의 대결 구도이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시대의 변화에 따른 방송사업자와 통신사업자의 대리전이기도 합니다.

 

전파나 케이블로 컨텐츠를 전달하던 방송과 유무선망으로 정보를 주고받던 통신은 지금와서 거의 구분이 무의미해졌습니다. 케이블TV 망을 통해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고 인터넷으로 TV를 생방송으로 볼 수 있습니다. 통신과 방송이 융합(컨버전스)을 이루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반은 이미 충분히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죠. 이런 융합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IPTV입니다. 전파나 케이블TV망이 아니라 인터넷망과 디지털TV를 이용하여 방송을 볼 수 있는 서비스가 벌써 실시되려 하고 있습니다. IPTV는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해주기만 했던 기존 방송과 달리 양방향 통신이 가능하고, 네트워크와 연결되어 여러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새로운 미디어입니다. 현재 이미 기술적인 기반은 충분한 상태이고 법제도를 정비하는 단계로 가고 있는 상황이죠.

 

웹에서도 동영상 기술이 중요하게 된 지 오래입니다. 유튜브(YouTube)가 새로운 트렌드도 부상했고, 검색 포털들은 동영상 검색에 승부를 걸고 있으며, 동영상 플레이어에는 웹TV를 볼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와서 약간 뒷북치는 감이 없진 않지만) 웹에서 동영상 재생에 있어 빠질 수 없는 기술이 바로 스트리밍입니다.

 

2400bps 모뎀을 사용하던 초창기 웹에는 이미지를 올리는 것만해도 큰 고역이었습니다. 페이지에 이미지를 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페이지를 읽을 때에도 이미지는 큰 걸림돌이었죠. 그래서 초기 웹페이지는 텍스트 중심의 단조로운 구성을 취하게 됩니다. (미국이나 일부 유럽의 페이지들은 지금도 이미지 사용을 최소화하는 곳이 많죠) 물론 지금은 전용선에 의해 대규모의 패킷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미지 뿐만 아니라 플래시 까지 페이지에 덕지덕지 붙여도 뭐라고 할 사람이 많지는 않죠.(당연히 이런 페이지 구성은 정보 접근성에 비추어 볼 때 매우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살림살이가 많이 나아졌어도 동영상은 부담스러운 존재입니다. 기껏해야 몇백KB 밖에 안되는 이미지에 비해, 동영상은 툭하면 몇백MB를 넘기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동영상은 일반적인 방식으로 열 수가 없는데, 보통 웹페이지를 브라우저로 열게 되면 페이지에 속해 있는 모든 파일들을 다운 받은 후에야 페이지를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다운받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예측할 수 없는 동영상을 다 받기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것이죠. 스트리밍 기술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제약에 의해 출현하게 되었습니다.

 

웹에서 동영상을 열게 되면 동영상 플레이어는 다음 두 가지 중에 하나를 하게 됩니다. "다운로드" 또는 "버퍼링"이죠. 만약 동영상이 스트리밍 방식으로 올라가 있지 않다면 "다운로드"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당연히 다운로드가 다 끝나야지만 동영상을 볼 수 있었지만, 요즘엔 기술이 좋아져서 다운로드 중에도 받은 부분까지 동영상을 볼 수가 있게 되었죠. 즉, 다운로드 하면서 동영상을 틀어주는 것인데, 만약 동영상의 진행상황을 알려주는 프로그레시브바가 끝까지 차지 않았는데 동영상이 플레이되고, 영상이 나오는 중에 프로그레시브바가 끝까지 계속 올라가고 있다면, 이건 다운로드하면서 동영상을 재생해 주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물론 다운로드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플레이가 끝났을 때 사용자 컴퓨터 어딘가에 그 동영상 파일이 남아있게 됩니다. 만약 사용자가 같은 동영상을 다시 볼 때 이 파일이 캐시로 남아있다면 다운로드 없이 빠른 속도로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만약 동영상을 열었을 때 "버퍼링"을 한다면, 이 동영상은 스트리밍 방식으로 제공되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스트리밍은 실시간으로 동영상을 조금씩 흘려보내 주는 것으로서 플레이어에서는 그때그때마다 들어오는 데이터를 그대로 보여주는 셈입니다. 마치 TV에서 어디선가 날아오는 전파를 받아 바로 보여주듯이 말이죠. 하지만 인터넷 망의 상태에 따라 언제나 일정한 속도로 동영상 데이터가 들어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동영상이 끊기거나 지연되는 사태가 종종 발생합니다. 그래서 동영상 플레이어는 그런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얼마간의 데이터를 미리 받아놓고 상태가 좋지 않으면 미리 받아놓은 영상을 보여주어 끊기는 현상을 최대한 방지하려 합니다. 바로 이것을 "버퍼링"이라고 부르는 것이죠. (보통 망이 불안정해서 동영상이 자주 끊길 때 이 버퍼링이 많이 나오는데요, 버퍼링을 하기 때문에 나쁜 환경에서도 그나마 재생이 되는 것입니다) 스트리밍 방식으로 재생되는 동영상은 받은 데이터를 보여주고 그것으로 땡입니다. 따라서 다운로드 방식처럼 파일이 어딘가에 남거나 하지 않기 때문에, 만약 동영상을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면 똑같이 버퍼링부터 하고 똑같은 데이터를 다시 받아 봐야 합니다. 별도의 복사본이 남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유료 컨텐츠 등은 스트리밍 방식을 취하기도 합니다.

 

IPTV가 정식으로 서비스된다면 VOD 서비스와는 달리 TV처럼 실시간 방송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러한 스트리밍 기술을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많은 데이터를 빠른 시간에 보내고 받는 기술이 보다 중요해지겠죠. 기술의 진보는 누구나 보다 쉽게 방송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갖가지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 방송을 쉽게 하지 못하도록 막겠죠. 마치 FM 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IPTV 시대에도 해적 방송이 다시 출현하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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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 2006)

주의 : 스포일러입니다-_-

 

가면 쓴 기괴한 남자의 뒷모습이 인쇄된 포스터도 인상적이지만, <브이 포 벤데타>는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가 각색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뭔가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개봉일이 회사 프로젝트 기간과 완벽하게 겹치는 바람에 비록 극장 관람은 놓쳤지만, DVD 예약 주문까지 해가며 <브이 포 벤데타>를 보려 했던 것은 이런 막연한 기대감에서 출발한 것이 아닌가 한다.

 

<매트릭스>는 화려한 와이어 액션과 플로-모Flow-Mo 같은 첨단 촬영기법으로 주목받았지만, 오히려 나는 <매트릭스>가 철학적, 정치적인 액션 영화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만 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를 지배하는 자는 정치세력/군대 같이 눈에 보이는 힘에 의지하는 것도 아니고(알튀세르적 의미에서, 억압적 국가장치), 제도/교육 같은 시스템에 의지하는 것도 아니라(이데올리기적 국가장치), 아예 의식 저 편에 존재하여 매트릭스 안의 세계 자체가 우리를 억압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발상은 정말 놀라운 것이었다. 그래서 워쇼스키 형제가 각색하고 <매트릭스>의 조감독이었던 제임스 맥티그가 감독한 <브이 포 벤데타>에 쏠린 관심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때는 2040년, 그러나 조지 오웰의 <1984년>의 사회와 비슷하다. 전체주의 정당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고 조작된 언론과 비밀경찰, 집단 수용소에 의해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다. 영화는 17세기의 화약음모사건으로 시작한다. <브이 포 벤데타>의 주인공 V는 가이 포크스와 여러모로 동일시되는데, 그는 형사재판소 폭파를 시작으로 하여 의사당 폭파를 마지막으로 혁명을 완수한다. 그 와중에 V는 체제를 지지하는 인사들을 암살하고 방송국을 통해 메시지를 뿌리고 대중들을 선동하는 등 "나홀로 혁명"을 진행하는데, 참으로 고맙게도 대중들은 V의 메시지를 완전하게 이해하여 V의 마지막 불꽃놀이를 같이 구경함으로써 혁명에 동참한다-_-;;;

 

<매트릭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인 스미스 요원이 연기한 V는 공적으로는 정치적 테러리스트, 사적으로는 복수에 불타는 로맨티스트로 그려진다. 휴고 위빙은 매력적인 혁명가의 캐릭터를 한 번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잘 연기해 냈다. 그러나 이에 비해 V의 파트너가 되는 이비(나탈리 포트만)의 캐릭터가 상대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 이비는 V가 만든 지하 감옥에서 깨달음-_-을 얻고 사회의 모순에 맞설 용기를 얻게 되는데, 유감스럽게도 혁명의 한 축을 맡기보다 V의 내면적인 조력자로서의 역할에 만족한다. 마지막으로 기차의 레버를 당기는 일 외에 이비가 혁명에 기여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결국 V의 혁명은 시작부터 끝까지 V 혼자만의 북치고 장구치고였던 것이다.

영화의 원작인 앨런 무어와 데이빗 로이드의 만화는 반대처리즘적인 요소를 담고 있었다 한다. 그 시대의 영국에서 살지 않아서 확신할 수 없지만, 노동자의 파업을 주먹으로 때려잡던 대처리즘과 영화 속의 촌스러운 전체주의는 왠지 일맥상통하는 느낌이다. 군사정권 아래의 한국이었으면 그런 분위기가 와 닿았겠지만, 매트릭스의 세련된 통제 시스템을 보다가 이 영화의 투박하기 이를 데 없는 시스템을 보니 별로 감흥이 생기지 않는다. 또한 신비로운 카리스마에 귀족적 분위기, 뛰어난 계략과 단칼에 적을 그어버리는 냉철함, 게다가 검술 실력-_-까지, 가슴에 S마크가 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완벽한 혁명 지도자 V는 "역시 DC 코믹스!"라는 찬사를 충분히 받을만 하다.

물론 영화 곳곳에서 드러나는 재치와 갖가지 메타포들은 영화를 그다지 지루하지 않게 끌어준다. 하지만 원작의 원죄인지, 아니면 워쇼스키 형제의 영웅적인 혁명관 때문인지는 몰라도, <브이 포 벤데타>는 기대를 충족시키는 데 실패했다. 차라리 V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 <몬테크리스토 백작>처럼 V가 철저하게 개인의 복수를 달성하려는 인물이었다면 좀 더 괜찮은 영화가 되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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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토리 분양받다

베타 테스트 시작한 지는 꽤 됐지만...

티스토리 분양 받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태터랑 거의 똑같은 기능과 인터페이스;;;

 

일단 열심히 사용하기로 혈서를 쓴 관계로-_-

티스토리에도 동시에 포스팅 해야 할 듯;;;

 

http://renegad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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