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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A와 인터넷의 미래

지난 21일에 webappscon 2007에 다녀왔습니다. 웹앱스콘은 웹 어플리케이션의 새로운 기술을 소개하고 논의하는 컨퍼런스로서, 웹기술과 관련된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행사입니다. 꽤 홍보가 잘 되어서인지 이 업계에서 유명하단 사람들은 여기서 죄다 볼 수 있고 다양한 새로운 기술들을 접할 수 있었죠.

관심 분야에 따라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하는 오전 행사 이후, 이날의 오후 세션은 내노라하는 여러 업체들의 주제 발표로 이루어졌습니다. M$, 구글 등 거대 글로벌 기업은 물론이고 크고 작은 국내 기업들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꽤 길었던 오후 행사를 보며 느낀 점은 인터넷이 또다른 경쟁의 시대로 들어섰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지금까지도 인터넷의 역사는 브라우저, 웹서비스, 검색 등 기술 경쟁의 역사와 궤적을 같이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 컨퍼런스를 통해 앞으로 이러한 경쟁은 웹 어플리케이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처음 웹서비스는 "서버가 요청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트래픽이 많지 않고 네트웍 장비 기술과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았던 때에는 보다 빠른 응답과 다운되지 않는 웹서버가 더욱 중요했었죠. 아파치Apache나 PHP같은 프로그램들이 크게 인기를 끌었던 이유가 위와 같은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서버와 네트웍 기술이 발전하면서 장비의 성능이 크게 향상되고 가격도 저렴해 지면서, 화두는 "쉽게 개발할 수 있고 유지할 수 있는 기술"이 중요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덩치가 크고 느려서 실용성이 없다고 생각되었던  자바Java가 부활하게 된 것도 체계적으로 개발이 가능하고 유지보수하기가 쉽다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었죠. 동시에 시스템의 기본적인 기능을 갖추고 개발을 용이하게 해 주는 프레임웍Framework이 주목받게 되었습니다. 프레임웍이 있으면 개발자는 네트웍 프로그래밍, 데이터베이스 통신, 설정 파일 처리 등 시스템의 기반이 되는 기본적인 기능들을 별도로 개발할 필요 없이, 가장 필요로 하는 기능만 개발하면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복잡한 서버 시스템의 구조를 최대한 정리된 형식에 맞춰 개발할 수 있어서 프레임웍 기술이 중요하게 여겨지게 된 것이죠. 지금도 다양한 프로그래밍 언어 기반의 프레임웍들이 경쟁하며 춘추전국시대를 열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요즘 웹서비스계의 최대 화두는 "서버에 부담을 덜어주면서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는 강력한 서버가 복잡한 요청을 받아 엄청난 데이터를 처리하여 빠른 시간 내에 결과를 돌려주는 것이 미덕이었으나, 이것은 서버의 구조를 복잡하게 만들고 유지보수하기 힘들게 만든 측면이 있었습니다(설령 프레임웍을 잘 사용한다 하더라도). 게다가 서버가 아무리 미끈한 데이터를 뽑아서 돌려준다 하더라도 그것을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클라이언트의 성능이 형편없다면 사용자가 만족하기 힘들겠죠. 요즘 사용자들은 단순한 HTML 페이지를 받아보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보다 다이나믹한 화면을 보기를 원합니다. 이런 현상은 특히 플래시가 클라이언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의 웹서비스는 단순히 초강력 서버의 수퍼맨같은 활약으로만 이루어지지 않고, 클라이언트까지 포함한 총체적인 프레임웍을 구성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이러한 추세의 대표주자가 화려한(rich) 클라이언트의 서막을 연 플래시입니다. 플래시는 예전에 매크로미디어Macromedia라는 회사에서 개발한 클라이언트 도구로서, 현재는 포토샵 등으로 유명한 어도비Adobe 사에 인수되어 있습니다. 원래 플래시는 동영상을 만들듯이 로컬 컴퓨터에서 만들어 배포하면 플래시 플레이어나 웹브라우저에서 재생하던 클라이언트 전용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단지 거의 모든 브라우저와 OS에서 원활하게 보인다는 장점 때문에 널리 사용되고 있었죠. 그러나 2004년 Flex의 등장으로 인해 플래시는 단순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을 벗어나 서버-클라이언트를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확장되게 되었습니다. Flex는 서버-클라이언트 기술, 프로그래밍 언어로서 액션스크립트, XML 기반 유저 인터페이스 기술(MXML) 등을 망라하는 웹기반 플랫폼입니다. 부담스러운 수준의 라이선스 비용에도 불구하고 많은 웹서비스들이 Flex를 사용하여 구성되고 있는데(특히 한국에서), 이는 플래시의 엄청난 범용성 덕을 많이 본 셈이죠.

플래시처럼 화려하고 동적인 클라이언트는 웹 어플리케이션의 새로운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들을 RIA(Rich Internet Application)라고 총칭해서 부릅니다. RIA는 마치 기존의 오피스 같은 데스크탑 어플리케이션처럼 강력하고 많은 기능들을 수행할 수 있으며, 입력창과 라디오 버튼 몇 개로 이루어진 정적인static HTML보다 동적이고 편리한 유저 인터페이스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RIA와 기존 웹 어플리케이션 사이의 결정적인 차이는 서버와의 관계에 있습니다. 기존 웹 어플리케이션은 서버에서 보내주는 내용에 거의 의존하여 출력을 합니다. 표 하나만 그리더라도 서버에서 표의 마지막 라인까지 지정해서 보내줘야 출력이 가능했죠. 하지만 보통 RIA는 서버에서 모든 정보를 얻어오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데이터만을 XML등으로 받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데이터를 받아오면 RIA는 이 데이터를 뒤섞거나 순서를 재정렬하거나 하는 작업을 임의로 할 수 있습니다. 아까처럼 표 전체를 요청하는 것이 아니라 표에 들어가는 데이터만을 요청하게 되고, 순수한 데이터만을 이용하여 표의 마지막 줄을 제일 앞으로 보내는 식으로 하는 출력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RIA계의 전통의 강자는 아직까지 Flex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플래시 플레이어에 의존해야 하고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Flex에 불만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가장 일반적인 웹의 표현방식인 다이나믹HTML(DHTML)과 자바스크립트, XML을 이용한 Ajax(에이작스라고 보편적으로 읽습니다)가 2006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죠. 역시 예전에 네트워커에서 소개한 바가 있는 Ajax는 비동기적asynchronous 통신을 사용하여 서버 부하를 줄이고, 데이터 교환 형식으로서 XML을 사용하며, DHTML과 자바스크립트로 동적인 페이지를 구성하는 방식입니다. 플래시 플레이어 같이 별도의 프로그램을 깔 필요가 없으며, 브라우저만 있으면 동작한다는 장점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지금도 Ajax 어플리케이션은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만 XML 처리나 브라우저마다 자바스크립트를 별도로 작성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다소 사용에 번거로운 점이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는 프레임웍이나 라이브러리 등의 배포로 점차 나아질 것 같습니다.

이와 함께 최근 RIA계를 크게 흔든 사건이 있었으니, 바로 M$의 등장입니다. 구글 데스크탑, 구글 어스 등 웹에서 데스크탑으로 영역을 넓혀가는 구글의 행보와 정반대로 M$는 데스크탑에서 웹으로의 진출을 노리고 있는데, 최근 실버라이트의 출시를 발표함으로써 어도비와 정면 승부를 선언하게 된 것이죠. 실버라이트는 XAML이라는 XML 포맷의 유저 인터페이스을 제공함으로써 M$가 보유하고 있던 데스크탑 플랫폼인 닷넷(.NET) 프레임웍을 연결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아직 정식 출시된 단계가 아니라 구체적인 것은 나오지 않았지만, OS와 브라우저를 가리지 않고 지원한다는 호언장담을 믿어본다고 하면(현재는 아직 리눅스 버전이 없습니다만), Flex와 좋은 승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할 수 있겠습니다.

이밖에도 구글은 구글 API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구글기어즈Google Gears를 발표했으며, XML 기반의 유저 인터페이스를 만들 수 있는 오픈라즐로OpenLaszlo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바야흐로 지금은 어도비가 수성하고 있던 웹 어플리케이션계에 RIA라는 전장이 마련되고 전운이 감도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RIA 는 보통 웹 어플리케이션 기술에 더하여 서버, 데이터 교환, 프로그래밍 언어, 개발도구 등과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Flex는 Flash 클라이언트와 Flex 서버, MXML, 액션 스크립트, Flex SDK 등으로 묶이는 것처럼 말이죠. 물론 결국 하나의 RIA는 하나의 플랫폼을 이루는 것이 보통이고, RIA의 각축장은 결국 플랫폼의 각축장입니다.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되던 간에, 사용자들은 요즘 많이 강조되는 UX(User Experience), 즉 보다 풍부한 사용자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므로 경쟁을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보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사이에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은 무척 힘들겠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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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容疑者Xの獻身, 2006)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의 <용의자 X의 헌신>은 매우 성공한 추리소설이다. 일본 대중문학 신진작가들의 등용문이라 할 수 있는 나오키상 2006년 수상작이고, 한국에서도 처음 출판된지 1년만에 적어도 8쇄 이상을 찍어내는 데 성공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책을 누구 빌려주는 바람에 정확한 수치는 알 수가 없지만)

작가는 책 곳곳에서 단서들을 흘리고 독자들은 최대한의 두뇌를 동원하여 결말을 맞추려 하는 것이 추리소설인만큼, 추리소설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은 극과 극일수밖에 없다. 추리소설의 트릭이란 어린애도 눈치챌 수 있을만큼 허접해도 욕먹고, 누구도 맞출 수 없을만큼 복잡해도 욕먹고, 논리적으로 비약해도 욕먹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결말 부분에 앞의 스토리에 나오지 않은 근거를 갑자기 꺼내는 김전일은 재미가 없다.) 게다가 <용의자 X의 헌신>은 처음부터 범인의 정체를 드러내놓고 시작하기 때문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한 번씩 돌려가며 범인을 찾는 쏠쏠한 재미도 없다. 이 책은 트릭 자체가 재미없으면 끝장나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Notice : 아래 내용은 스포일러입니다. 책을 읽으시려는 분은 절대 읽지 말아주세요.

이렇게 위험한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용의자 X의 헌신>은 매우 성공적인 추리소설이다. "달마" 이시가미는 연정을 품고 있는 야스코 모녀의 살인을 은폐하기 위해 모종의 트릭을 꾸민다. 이시가미의 트릭은 매우 대담해서 원래 시체는 잘게 분리하여-_-;;; 딴 데 감추고, 자신이 노숙자 "기사"를 살해하고 그 시체를 원래 시체인 것처럼 위장하는 것이다. 이 트릭의 전모는 스토리의 가장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데, 이 트릭을 눈치채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첫째, 살인이 일어난 시점이 경찰이 시체를 발견한 날의 전날인 3월 10일이 아니라 3월 9일이었다는 점, 둘째, 노숙자 "기사"가 살인이 일어난 이후 갑자기 사라졌다는 점.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중요한 사실들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스토리 곳곳에 이를 추리할 수 있도록 교묘한 장치를 해 놓았는데, 그 중 스토리의 제일 처음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스토리는 이시가미가 "출근 길"에 노숙자들이 모여사는 강가를 지나가며 "기사"를 보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이 장면은 그 다음 이시가미가 도시락 집에서 야스코를 만나는 장면으로 전환되며 금방 기억에서 사라져버렸는데, 만약 이 장면을 기억하고 있었다면 이시가미가 3월 10일, 11일 오전에 휴가를 냈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야스코 모녀의 살인이 이시가미가 출근한 날인 3월 9일이 일어났다는 점을 추리할 수 있었을 것이며, "기사"가 매일 앉아있던 벤치가 비어있다는 묘사를 통해 "기사"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추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이를 추리할 수 있었으면 마지막 장면의 충격도 훨씬 덜했겠지만...

Notice : 스포일러 끝

물론 <용의자 X의 헌신>이 미덕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시가미의 트릭이 워낙 정교한 나머지 이시가미의 의심하며 그의 범행을 밝혀내는 유가와 마나부의 추리는 논리적이라기보다 직관적인 면이 강하다. 그리고 야스코를 헌신적으로 사랑한 나머지 자신이 살인을 저지르는 이시가미나, 이시가미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그를 끝까지 의심하는 유가와 역시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두 얘들은 천재니깐 뭐...(천재면 용서된다-_-)

이 책의 리뷰 중 많이 지적되는 부분이 오자와 탈자 문제이다. 하지만 난 그닥 오자 때문에 불편하단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판을 거듭하며 개정된 결과인지 아님 오자에 신경쓸 여유도 없이 스피디하게 책을 읽어서 그런지 잘 모르겠다. <용의자 X의 헌신>은 결점도 많이 가지고 있는 책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시가미의 훌륭한 트릭과 히가시노 게이고의 치밀한 구성은 추리소설 본연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데 충분하다.

사실 <용의자 X의 헌신>은 "감성적인 추리소설"이라는 점을 크게 어필하며 인기를 끈 부분이 있다. 분명 야스코에 대한 이시가미의 말 그대로 헌신(獻身, 몸을 바침)적인 사랑은 다른 추리소설과 색다른 점이긴 한다. 하지만 <용의자 X의 헌신>은 정교한 트릭 자체만으로도 대단히 훌륭한 추리 소설이라 생각한다. 역시 추리소설의 진정한 가치는 "누구나 맞출 수 있으면서도 쉽게 맞출 수 없는 트릭"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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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이(關西) 여행기 #6 - 교토 난젠지(南禅寺)와 철학의 길(哲学の道)

Notice : 본문의 내용은 정구미/김미정의 <오사카 고베 교토>를 상당부분 참조했음을 알립니다.

먼 길을 걸어 난젠지(南禅寺)에 도착했다.


난젠지의 산몬(三門)이다. 지온인의 그것만큼이나 거대하단 느낌은 들지 않지만 꽤 크다. 여기에 올라가면 주변 경관이 한 눈에 보이는 절경이라 한다. 보수 공사 중이라 올라가진 못했다. (물론 입장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어짜피 안올라갔겠지만;)

난젠지의 산몬은 가부키에 등장하는 전설적인 대도 이시카와 고에몬(石川五右衛門)의 일화로 유명하다. 고에몬은 지금도 일본의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다. 아케치 미쓰히데(明智光秀)-혼노지의 변(本能寺の變)을 일으켜 전국시대를 통일할 뻔한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를 자결케 하는데는 성공하지만, 결국 노부나가의 가신이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에게 토벌당한다-의 아들의 반란 세력에 참여했단 기록이 있는 걸로 봐서 실존인물임을 틀림없는 것 같으나, 역사적인 자료가 거의 남지 않아 그의 모습은 후세의 상상력에 의해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고에몬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암살하기 위해 그의 거처에 침입했다가 향로가 소리를 내는 바람에 붙잡혀 불가마에 볶아-_- 죽이는 형별로 처형당했다고 한다. 도요토미를 암살하려 했던 이유는 아내와 자식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라는 설과 독재자 타도-_-를 위해서...라는 설이 있는데, 어느 쪽이던 간에 고에몬의 이야기는 가부키에서 많이 그려지므로 아마 스토리 전개상 고에몬을 의적으로 미화시킨 경우가 아닐까 한다. 고에몬이 잡혔을 때 도요토미가 "도둑을 잡아라!"라고 외치자, "너야말로 천하를 훔친 도둑이 아니더냐"라고 호통치는 장면이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고에몬이 난젠지 산몬에 올라 절경에 감탄하는 대목이 있어서 난젠지의 산몬이 더욱 유명세를 탄 것이다.


고등학교 교사 한 분이 학생들을 인솔해 다니고 있다. 꽤 문제아처럼 보이는 학생들이었지만, 알고보니 선생님의 말씀에 경청하며 잘 따라다니는 착한 학생들이었다. 마침 난젠지의 산몬에 얽힌 고에몬의 이야기를 해 주는 중인 것 같았다.


난젠지의 본당인 핫토우(法堂)다. 1895년에 화재로 소실된 것을 1909년에 재건했다고 한다.


당연한 말씀이오나, 경내는 금연이다. 교토시 소방국에서 제작한 이 금연 표지판은 표준 제작된 것인지 어떤 곳에 가더라도 같은 모양이다. 간판 하나도 제법 고풍스럽게 만들어 놓은 센스가 돋보인다.


난젠지의 특이한 점은 경내에 수로각이 있다는 것이다. 교토의 만성적인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메이지 유신 이후 건설되었다. 교토 근교의 비와코(琵琶湖)라는 호수에서 물을 끌어와 공급한다. 신성한 사찰 내에 수로각이 들어서 있는 모습이 조금 어색한데, 이건 메이지 시대에 펼쳐진 불교배척운동(廃仏毁釈, 하이부츠키샤쿠)의 흔적이라 한다. 현재 남아있는 사찰의 규모만 봐도 짐작할 수 있겠지만, 당시 불교는 너른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으며 언제라도 승병으로 전환될 수 있는 승려들을 보유하고 있어서 그 권세가 상당했다 한다. 사찰의 강력한 힘을 경계한 것과 동시에 신도(神道)를 중심으로 국민을 통합하기룰 원했던 메이지 정부는 불교를 정책적으로 억압하기 시작했는데 이를 하이부츠키샤쿠라 한다. 일본의 사찰엔 이러한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는 곳이 많은데, 난젠지의 이 수로각도 메이지 정부의 근대화 사업임과 동시에 하이부츠의 일환이었던 것이다.




난젠지의 별관격인 난젠인(南禅院)이다. 여기도 별도로 입장료를 받아서 평소 같음 안들어갔겠지만, 계속 걸어왔더니 너무 다리가 아파 좀 쉬어 가려고 들어갔다. 연못과 수목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일본식 정원이 펼쳐져 있다. 밖에는 꽤 더운 날씨였음으로 불구하고 수풀으로 둘러싸여 정원 안은 매우 시원했다.


난젠인은 손님을 맞는 장소인지 마치 회의실 분위기다. 하지만 여기 앉아 정원을 내다보면 연못과 연못을 둘러싼 수목들이 한 눈에 보인다. 이런 곳에서 회의를 한다면 아무리 재미없는 회의라도 할 만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난젠인에서 나와 수로각 위로 올라가면 아직도 사용되고 있는 수로가 나온다. 비와코에서 출발한 물이 수로를 통해 흐르고 있었는데, 물은 깨끗해 보였으나 수로 자체가 워낙 오래되어 여기 물을 마셔보라 하면 한사코 거절할 듯 싶다.


수로를 처음 봤을 땐 비와코와 교토의 해발 차이를 이용해서 무동력으로 물을 흐르게 하는 건 줄 알고 감탄했었는데, 역시나 펌프장이 있었다-_- 기계를 보면 생기는 본능적인 호기심에 의해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다보니, 삐-삐- 하는 경보음과 함께 뭔가 엄청난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오호~ 이거 엄청난 일이 일어난 것인가! 하는 마음에 들떠 있었는데...


펌프장 바닥에 고여있는 부유물이나 쓰레기를 치우는 레일이 돌아가는 소리였다-_-


펌프장을 지나 더 내려가면 수로의 건설책임자인 다나베 사쿠로(田邊朔郞)의 동상이 있다. 메이지 유신에 의해 일본의 수도가 도쿄로 바뀌게 되면서, 헤이안(平安) 시대 이후 약 1000년 동안 일본의 수도였던 교토는 그 지위를 상실하게 되었다. 이렇게 활력이 떨어진 교토의 분위기 쇄신과 근대화를 위해 수로 건설이라는 대공사를 하게 되었는데, 이 수로 건설의 책임자로 약관 21세의 막 대학을 졸업한 다나베 사쿠로가 임명된다. 현장 경험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교토의 수로에 대한 그의 졸업 논문을 높이 샀고, 무엇보다 그의 열정이 대단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인데, 결국 다나베는 1890년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었다. 공돌이의 성공담을 듣는 것 같아 왠지 뿌듯하다-_-;;;


지금은 쓰이지 않는 철로가 시원하게 뻗어있다. 왠지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철로였으나, 한 번 가면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아 옆에 나 있는 도로로 내려갔다.


철학의 길(哲学の道, 데츠카쿠노미치)로 접어들기 전에 잠시 휴식을 취한 카페인 후제(ふうじえ)다. 사실 여기까지 오는데 무진장 고생했다. 난젠지의 뒷길로 해서 철학의 길로 들어가려 했는데, 아무래도 펌프장을 통과하는 길이 제대로 된 게 아니었나 보다-_- 골목길을 엄청 헤메다가 이 카페를 발견하고 겨우 안심했다.


잼 토스트와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잠시 휴식. 일본의 아이스커피는 꽤 맛있다. 난 한국의 카페에선 아이스커피를 마시지 않는데, 너무 쓰거나 너무 달아서 먹기가 힘들다. 하지만 일본의 유후인(湯布院)에서 아이스커피를 마셔본 다음부턴 일본의 아이스커피는 잘 마시게 되었다.




참의원 선거 기간인지, 정당의 후보들 포스터가 붙어 있다. 여성의 정치 참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성 후보가 제법 보인다.




철학의 길 입구이다. 철학의 길은 총 2km정도 되는 산책 코스다. 일본의 철학자 니시다 기타로(西田幾多郞)가 즐겨 찾았다 해서 철학의 길이라 불리운다. 비와코에서 수로를 통해 흘러온 물이 개울을 이루어 산책로 옆으로 흐르는 조용하고 시원한 길이다.


냥이 한 마리가 사색하듯 앉아 있는 모습이...지만 사실은 벤치에 앉은 사람이 먹이 주는 걸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_- 철학의 길 주변엔 거리의 고양이;;;들이 자주 눈에 띈다.




철학의 길은 유후인의 산책로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하지만 뭔가 상점들로 가득차 장사속이 보이는 듯한 유후인보다 산책로 본연에 가까와 보이는 철학의 길이 더 맘에 든다. 철학의 길 주변에도 상점들이 있긴 하지만 비교적 소박하고 손님들도 많지는 않다. 그래서인지 돈달라고 손내밀며 웃는 인형이 왠지 얄미워 보인다.


길 옆으로는 골목이 나 있어서 큰 길로 나갈 수 있다. 철학의 길 주변으로는 상점들도 있지만 민가도 꽤 보인다. 관광객들로 인해 조금 소란스러울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곳에서 한 번 살아보고 싶단 생각도 든다.


오호 대형 잉어(인지 붕어인지) 발견! 책에서 가끔 놀랄 정도로 큰 붕어를 발견할 때가 있다고 했는데, 수심이 얕아 물고기가 살 것 같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제법 큰 놈들을 볼 수 있다. 뭐 별로 놀라진 않았다;;;




한국에선 생소한 일본공산당의 포스터다. 자위대의 해외 파병을 금지시킨 헌법 제9조(평화헌법)를 지키자는 내용과, 서민에게는 세금을 늘리고 대기업엔 감세를 해 주는 정부의 정책을 지적하고 있다.


여기도 요지야가 있다. 정원처럼 잘 꾸며놓은 앞마당이 인상적이다.


각종 고양이 캐릭터 상품을 파는 노비공방(のび工房, 노비코보)이다. 고양이를 좋아하신다면 아마 맘에 드는 물건이 많을 것이다. 엽서 두 장을 골라 안으로 들었갔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냥이 한 마리에게 약을 먹이고 있었다-_- 이 냥이가 엽서의 모델이라고 하는데, 사진을 찍게 해 달라고 하자 포즈를 취해주고 있다. 아픈 몸인데도 불구하고 사진 촬영에 응해주는 모습이 투철한 직업의식을 느끼게 한다-_-


노비코보 옆에 있는 포무(ポム)라는 카페다. 여기 애플 케이크가 맛있다. 포장해서 판매하길래 하나 사서 걸어가며 먹었다.




점집도 보이고 치과까지 있는데, 뭔가 조금 생뚱맞아 보인다.

철학의 길은 은각사(銀閣寺, 긴카쿠지) 앞 도로에서 끝난다. 시간이 늦기도 했고 지난 번에 한 번 가 본 적 있어서 긴카쿠지까지는 들어가 보지 않았지만 이 코스는 매우 괜찮다고 생각한다. 좀 더 이른 시간에 출발한다면 긴카쿠지까지 다 볼 수 있을 것이다. 긴카쿠지 앞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가와라마치로 다시 돌아간다. 이로써 2일째도 끝~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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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이(關西) 여행기 #5 - 교토 헤이안진구(平安神宮)에서 난젠지(南禅寺)로 가는 길

Notice : 본문의 내용은 정구미/김미정의 <오사카 고베 교토>를 상당부분 참조했음을 알립니다.

지온인에서 헤이안진구(平安神宮)로 이동한다.


교토의 거리는 대부분 낮은 건물들로 이루어진 소박한 모습이다. 월요일 한낮이라 그런지 드문드문 마주치는 관광객들을 제외하곤 한적하고 조용하다.


어느 골동품 가게 앞에 서 있던 너구리 두 마리를 만났다. 그런대로 귀여운 모습이긴 한데, 밤에 마주치면 좀 무섭겠단 생각이 든다.


일본은 비교적 흡연이 자유로운 나라다. 패밀리마트나 로손 등의 웬만한 편의점에서 담배를 구입할 수 있고 골목마다 들어서 있는 담배 자판기도 매우 많다. 간혹 담배를 파는 구멍 가게도 보이는데, タバコ(타바코)라고 담배를 판다는 표시를 크게 써 놓는다.


2 차 목적지인 헤이안진구의 입구(..라 해야 하나? 여기서 헤이안진구까진 꽤 멀다)이다. 빨간색 초대형 도리이(鳥居)가 서 있다. 도리이는 한자를 보면 알겠지만, 새가 머무는 곳이란 뜻이다. 일본에선 새를 신의 사자라고 여겨 신성하게 생각했는데, 신의 사자가 앉을 수 있게 하기 위해 홰처럼 만들어 놓은 것이다. 신사(神社)는 보통 도리이를 경계로 안과 밖을 구분한다.


헤이안진구 주변엔 교토시립미술관, 국립근대미술관 등의 미술관이 있다. 일본 화가의 전시회가 있다고 써 있었으나 일본도 월요일이 휴관일이다-_-(제길슨)


일본 만화 등에도 자주 나오는 니노미야 킨지로(二宮金次郞) 동상이다. 이 동상은 일본의 소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등에는 나무지게를 메고 있고 책을 보고 있는 모습이 면학(勉學)과 노력을 상징한다. 원래 이름은 니노미야 손토쿠로 실존 인물이라고 한다.


경찰서 앞에 수배전단이 붙어있다. 뭔가 무시무시한 사람들이다-_- 한국의 수배전단에 비해 느낌표의 남발이나 문구, 디자인 등이 뭔가 만화스럽다. 수배전단의 문구는 "자세히 봐!! 유유히 도주중!! 의외로 가까운 데에 숨어있을지도..."라고 써 있다.


헤이안진구 입구 앞에 있는 오카자키공원(岡崎公園, 오카자키코엔)이다. 잔디인지 잡초인지가 듬성듬성한게 마치 까마귀가 풀뜯어먹다 만 느낌이다.


누가 공원에 벤또를 먹고 버려놨다. 이런 모습을 보면 왠지 안심이 된다. 처음 일본에 갔을 땐 신호등도 파란불 켜져야 건너고 길거리 흡연도 안하고 줄도 잘 서는 일본인들을 보고 대단하다고 느꼈는데, 이 사람들도 자꾸 보다보니 결국 사람 사는 데는 다 똑같단 생각이 든다.


헤이안진구의 광활한 앞마당이다. 5월인데도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장난이 아니다. 한여름에 왔으면 쓰러졌을지도...


멀리서 봤을 땐 벚꽃이 피어있는 줄 알았다. 운세를 점치는 종이를 나무에 묶어 놓은 모습이다.


나이와 성별에 따라 운세를 보는 법이란다. 한자와 히라가나가 뒤섞여 있다. 뭐..운세따위;;;

헤이안진구의 한 쪽에는 신엔(神苑)이란 정원이 있다. 입장료를 받길래 안 들어갔는데, 나중에 책을 보니 들어가볼껄 하는 후회가 들더군.


이제 헤이안진구에서 난젠지로 이동하자. 난젠지까지 30-40분 정도 꽤 걸어야 한다. 하지만 가는 길이 매우 아름답고 편안하기 때문에 일단은 도보로 이동하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주택들 사이의 골목으로 가는 길은 좀 복잡해서 길을 잃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교토시립동물원도 월요일은 휴관이다. 그래, 동물들도 좀 쉬어야지-_-


배가 고파서 길가에 있는 소바집에 들어갔다. 정원처럼 꾸며놓은 마당에 깔끔해 보이는 외관이다. 사실은 입구 오른편 팻말에 영어 메뉴가 있다고 써 있어서 안심하고 들어가게 되었다.


덴뿌라 소바다. 소바는 그런대로 맛있었는데, 덴뿌라가 좀 눅눅한게 별루였다. 외국인 관광객 대상 음식점은 역시 믿는 게 아니다-_-


큰 길을 따라 쭉 가다 보면 골목길로 접어들게 되는데, 사진같은 골목길이 이어져 있다. 좌우에는 민가가 있고 나무들이 많아서 매우 상쾌하다. 약간 돌아가는 코스이긴 하지만 이 골목길을 통해 가는 것이 더 좋다.


길 옆으로 시내물이 흐르고 좁은 길이 나 있다. 표지판엔 노무라 미술관으로 가는 길이라 되어 있는데, 접어들자마자 날벌레들의 공격이 시작되어 굴복하고 빠져나왔다-_-


일본의 전통 가옥엔 간혹 이렇게 창문 아래 툭 튀어나온 것이 있다. 이걸 이누야라이(犬矢來)라고 하는데, 길가의 벽에 비가 튀거나 개가 오줌을 싸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라 한다. 술집 같은 곳에 있는 이누야라이는 밀담을 엿듣지 못하게 하는 목적도 있다래나 뭐래나...


열심히 걸어서 드디어 난젠지(南禅寺)에 도착했다. 차가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놓은 금속봉 위에 새들을 앉혀놓은 센스! 함부로 걸터앉지 말란 뜻인가...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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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이(關西) 여행기 #4 - 교토 가와라마치(河原町)에서 지온인(知恩院)까지

Notice : 본문의 내용은 정구미/김미정의 <오사카 고베 교토>를 상당부분 참조했음을 알립니다.

이틀째는 교토를 돌아보았다. 지난 번 교토 여행은 계절도 겨울이고 해서 버스를 타고 많이 알려진 곳을 중심으로 다녔다면, 이번 교토 여행은 도보로 다니며 교토의 산책길을 느껴보기로 했다.

사실 교토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관광지인데다가 니죠성(二條城, 니죠죠)이나 금각사(金閣寺, 킨카쿠지), 청수사(淸水寺, 기요미즈데라) 등의 명승지로 알려진 곳이라, 전반적으로 화려한 곳이란 인상이 있었다. 하지만 교토를 도보로 돌아보게 되면 그런 화려함의 이면에 있는 조용하고 소박한 멋을 볼 수 있는 것 같아 매우 좋았다. 개인적으론 버스를 타고 하루만에 교토 시내를 돌아보는 것보다 3-4일 정도 일정으로 이곳저곳을 걸어다니는 것이 더 괜찮은 여행 방법이란 생각이다.

일단 우메다에서 한큐(阪急)전철로 종점인 가와라마치(河原町)역까지 간다. 가와라마치는 교토 시내의 최대 번화가로 역 밖으로 나오면 백화점들과 상점들이 주위를 압박한다. 시죠도리(四條通り)를 따라 다이마루(大丸), 한큐(阪急) 등의 백화점들이 늘어서 있어 여느 쇼핑가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일단 복잡한 시내를 빠져나오기 위해 기온(祇園) 방면으로 탈출을 시도해 보자.

 
가모가와(鴨川)를 건너면 바로 기온 거리가 나온다. 여기까지 오면 높은 건물들은 어느덧 사라지고 낮고 고풍스런 건물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사진은 기온에서 가와라마치 방면을 찍은 것이다)




오래된 가부키 극장인 미나마자(南座)의 정면 모습이다. 미나미자는 2차대전 중에도 공연을 멈추지 않았다고 하는 전통의 극장이다. 시간적인 여유가 된다면 공연도 한 번 보고 싶었으나, 지금 공연을 하는 건지 안하는 건지도 모르겠어서-_- 사진만 찍고 지나쳤다.


교토의 화장품 가게 요지야(よじや)다. 요지야는 100년 전통을 가진 화장품 가게다. 원래는 요지(이쑤시개) 등 생활 잡화를 생산하는 가게였기 때문에 이름이 좀 그렇지만, 여성분들(+일부 남성분들)의 필수품인 기름종이를 처음으로 생산해서 히트를 쳤다. 이 기름종이를 책처럼 묶어 판매하는데, 써 본 사람의 말로는 정말 잘 닦인다고 한다-_- 가게 안에는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기념품을 사가려고 하는지 북적북적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교토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국인(특히 서양인)과 학생들이었다. 5월에 가서 그런지 유난히 수학여행 온 듯한 학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기온에서 매우 가까운 곳에 위치한 야사카신사(八坂神社, 야사카진자)다. 야사카신사는 교토 최고(最古)의 신사로서, 일본의 3대 축제라 불리는 교토의 기온마츠리(祇園祭)의 무대가 되는 곳이다. 신라신을 모시는 곳이라 한국과도 약간의 인연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신사는 일본 전통 종교인 신도(神道)의 사당이다. 여기엔 특정한 신을 모시는 것이 아니라, 창조신, 자연신, 조상 등, 신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신(神, 가미)을 모셔놓고 섬기는데, 모셔놓은 신이 어떤 성격이냐에 따라 신사의 성격이 나타난다. 그래서 신사 중에는 독특한 특징을 가진 신사들이 꽤 있는데, 이것이 약간의 장사속과 합쳐져서 관광객들을 끌곤 한다.


야사카신사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신라신보다는 아름다움의 신을 모시는 사당(美御前社, 우츠쿠시고젠샤)이었다. 앞엔 뭐라뭐라 설명이 써 있는 푯말이 있긴 했지만..가뜩이나 읽기 힘든 한자를 휘갈겨 놓았다-_-


사당 옆에는 플라스틱 파이프에서 샘물이 나오고 간판에 미용수라 써 있다. 이 물을 바르거나 마시면 아름다움을 지켜준다고 하지만, 내가 갔을 땐 웬 아저씨가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있는 설득력 없는 상황이었다.


야사카신사의 뒷문으로 나가면 마루야마공원(円山公園, 마루야마코엔)이 나온다. 봄에는 벚꽃이 절경이고 가을엔 단풍이 절경이라는 곳인데, 물론 내가 갔을 땐 벚꽃은 다 지고 없었다. 훗 벚꽃따위 ( -_-)y-~ 그래도 나무가 많고 시원해서 꽤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휴식을 취하기 좋은 장소이다. 역시 여기에도 학생들이 우글거렸다-_-


1차 목적지인 지온인(知恩院)의 산몬(三門)이다. 일본의 절은 위와 같이 세 개의 문이 입구를 지키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세 가지 번뇌(탐욕, 분노, 어리석음)을 벗어나 해탈하는 과정을 나타낸다고 한다. 지온인은 정토종의 사원으로, 정토종이 절실한 신앙심만 있으면 누구나 극락에 갈 수 있다고 하는 종파인만큼, 지온인은 서민들과 친밀한 사원이라 한다. 일본 최대라고 하는 거대한 산몬이 당시 사원의 위세를 보여주는 것 같다.


산몬을 통과하면 높다란 언덕이 나온다. 이 언덕을 올라가는 두 갈래 길이 있는데, 짧고 굵게 가는 길과 약간 길지만 좀 편하게 가는 길이다. 전자를 남자언덕(男坂, 오토코자카), 후자를 여자언덕(女坂, 온나자카)이라 부른다. 난 물론 여자언덕으로 올라갔다-_-


지온인의 본당이다. 신발은 벗어서 비닐봉지에 담아 올라가야 한다. 본당 안에는 여느 사찰처럼 큰 불상이 있고 불공을 드리는 사람들이 여럿 보인다. 뭐 당연하지만 경내는 촬영 금지다.


본당의 지붕 위를 자세히 보면 벽돌 두 개가 나란히 올려져 있다. 이 벽돌은 아직 공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함이라 한다. 지온인이 영원히 공사중인 이유는 워낙 거대한 건축물이라서 완성되었다가는 큰 일이 날 것 같아서..라는 설이 있는가 하면, 지온인을 건설하게 한 도쿠가와(德川) 가문에서 건설비를 더 뜯어내려 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_-


지온인의 본당은 걸으면 휘파람새 소리가 나는 복도, 천장 위에 숨겨져 있는 우산과 밥주걱 등의 7가지 불가사의가 있다고 한다. 일본의 유적은 뭐랄까...별 것 아닌 것에도 사연을 잘 붙이는 것이 일종의 마케팅이 아닌가 싶다.


본당 앞마당에 구석진 곳에 다리가 있다. 다리를 건너가면 진한 향냄새와 함께 납골당이 나오는데, 참배하러 온 사람들이 가져온 꽃과 향등이 있다. 여기에 특이하게도 무간도에 나오는 것처럼 음료수 캔 위에 담배를 올려놓은 흔적이 있었다. 장발을 뒤로 묶은 야쿠자 필 나는 아저씨가 두목의 명복을 비는 것처럼 보이길래 사진은 찍지 못했다-_-


다리 옆에 위로 올라가는 길이 있길래 가 봤더니 거대한 종루가 덩그러니 있다. 주위에 아무도 없는 조용한 분위기라 한 번 쳐 볼까 했지만, 야쿠자 아저씨의 보복이 두려워 사진만 찍고 내려왔다.

지온인은 매우 큰 사찰이다. 본당 뒤로 연결되어 있는 건물은 수리중이라 들어가지 못했는데, 그것 외에도 여기저기 볼만한 것들이 꽤 많다. 산 밑자락에 있어 꽤 시원하고 특히 본당은 목조 건물이라 그늘진 곳은 서늘하기까지 했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쉬엄쉬엄 둘러봐도 좋을 듯 하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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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피디아의 중립성 신화

얼마전 위키피디아와 관련된 재미있는 기사를 봤는데, 많은 사람들에 의해 작성되고 있는 위키피디아조차도 소수 의견이 쉽게 묵살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처음 위키라는 툴을 봤을 때에는 든 생각은 참 개발자스러운-_- 도구란 것이었다. 사용자 편의성을 지향하면서 갈수록 복잡해지는 게시판이나 블로그 등과 비교해 보면, 위키는 단순한 기능이지만 필요에 따라 확장시키기 쉬운 구조로 되어 있다. 몇몇 룰만 알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에디터, 문서 제목을 기준으로 한 단순하지만 막강한 인덱싱,  필요에 따라 붙여 쓸 수 있는 매크로 등은 위키가 심플하지만 강력한 기능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이와 함께 위키를 주목하는 또다른 이유는 바로 공동 편집 시스템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한 물 갔지만 웹2.0이 뜨면서 새삼스레 주목받던 집단지성이란 키워드에 의해 위키 시스템과 위키피디아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솔직히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이 라는 용어는 상당히 아카데믹한 용어라 정확히 이해하기는 힘들다. 오히려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부분은 "브래태니커(1인 편집) vs 위키피디아(집단 편집)"의 대결 구도였는데, 이 구도는 "지식을 수집하고 정리하는 데 있어 어떤 방법이 더 합리적인가"라는 흥미로운 논점을 낳게 되었다.

위키의 편집 시스템은 공동작업을 할 때 상당한 위력을 발휘한다. 실제로 내가 속한 팀에서도 기본적인 프로젝트 문서 작성은 위키로 하고 있고, 지식 공유, 일정 관리 등 다양한 일을 병행하고 있다. 기존 문서의 내용에 이의가 있다면 정중하게-_- 줄을 긋고 편집자의 이름과 함께 새로운 설명을 단다. 문서를 통합하거나 재배치를 할 때면 관련자들에게 노티를 하고 일괄적으로 문서를 정리한다. 기본적인 룰만 지켜주면 위키를 통한 문서 관리와 지식 축적은 다른 어떤 툴보다 쉽고 강력하다.

하지만 이 방식이 유효한 것은 일정한 규모의 공동체 내부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팀원들이 서로를 알고 있고 위키를 합리적으로 사용할 책임이 모두에게 있기 때문에, 위키를 통한 지식 축적과 정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중소규모 이상의 공동체에서 과연 이런 방식이 문제없이 통용될 지 의문이다. 특히 익명성이 보장되는 공간에서 모든 참여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최대한 합리적인 문서를 만들어내려는 노력을 누구나 할 수 있을 지 의심되는 것이다.

이것은 컨텐츠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위키피디아에서는 정치적 문제에 대한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중립적 시각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으며, 토론이 가능한 페이지를 만들어 놓기도 한다. 그러나 황우석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순수한 학문적 중립성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의문이며, 모든 지식은 정치적으로 쟁점화될 여지가 있다. 모든 논쟁 사안에 대해 익명의 다수파가 소수파에 대한 예의를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위키피디아의 가장 위험한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위키피디아는 "키워드=설명"로 지식을 정의한다.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이는 페이지도 존재하지만, 위키피디아의 기본 포맷이 키워드와 1:1로 대응하는 설명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이런 시스템에서 다른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선 앞선 의견을 부정해야 가능하다. 물론 별도의 키워드로 가지를 치는 방식도 가능하겠지만, 위키의 기본 운영 형태인 계층형 구조에서는 상위 키워드의 순서가 더 중요하게 다뤄지기 때문에 다른 의견을 개진하는 데 있어 그닥 효율적이지 않다. 물론 위키피디아는 기본적으로 "사전"이기 때문에 이견들을 통합해 하나의 페이지로 만들고, 비주류 의견들은 링크 등으로 참조하도록 되어 있지만, 사전에 최우선으로 등재되기 위한 정치적 투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분명 위키가 가지는 도구적인 합리성과 별개의 것이다. 분명 위키는 다른 어떤 툴보다 빠르고 쉽게 지식을 찾을 수 있는 툴이다. 하지만 현재 일반적인 위키의 구조는 (특히 대규모의) 논쟁을 벌이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건 어떤 툴도 마찬가지라는 생각도 든다. 게시판의 무한 리플 논쟁은 체계적으로 따라가기 힘들고, 블로그의 트랙백은 논쟁이 산만해지기 쉽다. 그나마 체계적인 지식 축적이 가능한 위키가 논쟁에 그나마 적합한 툴일지도 모른다. 이런 의미에서 "논쟁형 위키"를 한 번 고안해 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ps. 포스팅을 하려고 봤더니 이미 다섯병님이 포스트를 써 놓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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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이(關西) 여행기 #3 - 오사카 아메리카무라(アメリカ村)

도톤보리에서 신사이바시(心濟橋)로 이동한다.

신사이바시는 전체가 거대한 상점가다. 일본의 상점가는 한국의 명동 + 영등포 시장 같단 느낌이 드는데, 명동 같이 골목골목마다 상점들이 늘어서 있으면서도, 우천시에도 불편없이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영등포 시장 같이 골목 위로 지붕을 씌워 놓은 것이 특징이다. 일요일 밤인데도 불구하고 신사이바시는 엄청난 인파로 붐비고 있었다.

오사카 젊은이들의 집합소라고 하는 아메리카무라(アメリカ村)를 따라가 보았다. 아메리카무라는 10대~20대들이 많이 이용하는 상점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이름과는 달리 그닥 아메리카스럽지는 않고, 보세 옷가게와 화장품 할인점, 악세사리 가게 등 이대 앞 상점가와 비슷한 분위기가 난다.


미츠야(みつや)라고 쓰여 있는 가게다. 뭐하는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곱게 차려입은 젊은 여성 세 명이 그네를 타고 빙글빙글 돌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_- 가끔 일본인들의 정서를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세일가 3600엔(대략 28,800원)짜리 기모노가 나와 있다. 간사이 지방엔 기모노를 입고 다니는 사람이 꽤 있다(특히 교토). 물론 현지 체험을 해 보는 관광객들도 있긴 하겠지만, 기모노가 한복보단 더 대중적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상점가에는 이렇게 기모노를 파는 가게들이 꽤 있다.


맥 스토어다. 역시 젊은 사람들로 붐비는 것을 보면, 일본에서도 맥의 인기가 대단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어두운 거리에서 혼자 빛나는 모습에, 절대반지에 의해 모르도르로 끌려들어가는 프로도처럼-_- 나도 자칫하다가 안으로 끌려들어갈 뻔 했다;;;


포스가 느껴지는 미샤 매장이다. 묘하게도 미샤는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자주 눈에 띈다. 홍콩의 미샤도 그랬지만, 메인스트리트를 벗어난 의외의 장소에서 미샤를 발견하게 된다.


눈을 돌리다가 우연히 발견한 빌딩 꼭대기의 자유의 여신상이다. 회사 근처에서 에펠탑을 닮은 전파탑이 빌딩 위에 달려있는 것까진 봤지만, 너무나 자연스럽게 진부한 이런 발상이 오히려 신선하다-_-


아메리카무라의 명소인 산카쿠코엔(三角公園)이다. 약속 장소 등으로 자주 이용되는 명소라고 하는데, 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잘 놀 것 같은-_- 10대들로 북적북적했다. 여기저기 앉아서 술을 마시거나, 친구들을 만나거나, 헌팅-_-을 하는 등 꽤 자유로와 보이는 분위기다. 유난히 힙합스타일을 한 10대들이 많이 보인다.

공원 바로 앞에 코가류(甲賀流)라고 하는 타코야키 가게가 있다. 처음으로 마요네즈 소스를 사용한 30년 전통의 타코야키 가게라고 한다. 예상과는 다르게 매우 좁은 가게에 밖에서 주문하고 받아가야 한다. 300엔짜리 일반 타코야키와 400엔짜리 파가 들어간 타코야키가 있는데, 오사카의 타코야키는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 좀 느끼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파가 들어간 타코야키를 추천한다. 산카쿠코엔에서 타코야키를 우물거리며 보면, 나같이 타코야키를 먹고 있는 사람들도 보이고 술안주로 타코야키를 먹는 친구들도 보인다.


돌아오는 길에 호텔 앞에서 열창하고 있는 무명 가수의 모습이 보인다. 일본 거리에는 이런 무명 가수들이 꽤 있다. 이 분들의 특징은 관객들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열심히 노래를 부른다는 건데, 그 중 가장 압권은 후쿠오카(福岡)의 나카스(中洲)에서 토토로 주제가-_-를 부르던 가수였다. 다행히도 위의 분은 고개를 까딱거리며 나름 열심히 듣고 있던 관객들이 꽤 있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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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이(關西) 여행기 #2 - 오사카 도톤보리(道頓堀)

여행 1일째는 (당연하지만) 오사카에서 보냈다. 장시간-_- 비행과 전철을 무거운 짐과 함께 타고 와서 숙소에 도착하니 어느덧 오후 6시. 맛난 걸 먹겠다는 의지 하나로 난바를 행했다.

저녁은 당근 도톤보리(道頓堀)에서 먹는 거다. 도톤보리는 맛난 것으로도 유명한 오사카에서도 유명한 음식점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이 곳에 가 보면 정말 "오사카 사람은 먹어서 망한다"는 말이 실감나게 느껴진다. 지하철 역으로는 미도스지(御堂筋)선의 신사이바시(心濟橋)와 난바(なんば)의 중간 쯤에 있기 때문에 아무데서나 내려 걸어가면 된다.

일단 너무나 배가 고픈 상태라 만사 제쳐두고 밥부터 먹으러 갔다.


이마이(今井)이라는 우동집이다. 책에 소개된 바로는 유부우동(기츠네 우동)이 맛있다고 하길래 한 번 주문해 봤다.


큼지막한 유부 두 개가 파와 함께 얹어져서 나온다. 이 유부가 우동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 -_-)-b 일본 우동은 보기엔 한국 우동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뭔가 맛의 차이(특히 국물의 맛)가 확실히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일본 음식점의 메뉴판은 정말 알아보기 힘들다. 가타카나나 히라가나로 써 있으면 읽기라도 하겠는데, 대부분 메뉴판은 한자로 쓰여 있어서 어떻게 발음하는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우리는 튀김이 "덴뿌라"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天ぷら", 더 나아가 "天婦羅"라고 써 있으면 대체 이게 뭔가-_- 하며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참고로 덴뿌라의 어원)

일단 허기를 달랜 다음 도톤보리 일대를 돌아보았다.


도톤보리의 입구에 위치한 고급 게 요리집 카니도라쿠(かに道楽)다. 카니는 일본어로 "게"를 뜻한다. 저 게의 다리가 꿈틀꿈틀-_- 움직이는데, 도톤보리는 문어, 복어 등 이런 식의 큰 간판들이 많아 매우 휘황찬란하다. 무지무지 비싸다고 하길래 입구 근처에도 안 가봤다;;;




유명한 (특히 한국인에게) 라멘집인 긴류라멘(金龍ラーメン)이다. 아마도 돈코쓰(豚骨) 라멘으로 여겨지는 라멘인데, 그닥 느끼하지 않고 결정적으로 김치가 무한 리필이다-_- 울트라 느끼한데다 냄새가 좀 나는 큐슈(九州)의 돈코쓰 라멘에 비해 한국인들의 입맛에 비교적 잘 맞아서 인기가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론 큐슈의 돈코쓰 라멘도 좋아한다) 가게 앞에 있는 자판기에서 먹고 싶은 메뉴를 골라 식권을 뽑도록 되어 있는데, 오사카에는 이런 시스템의 가게들이 꽤 있다. 참고로 저 용은 안움직인다-_-


일본엔 자판기가 참 많다. 음료수부터 시작해서 담배 및 기타 생필품까지 자판기 안에 들어가 길거리에 늘어서 있다. 한국처럼 미성년자의 흡연을 막기 위해 길거리 담배 자판기를 없애는 바람에 담배를 구하기 위해 한밤중에 편의점을 찾아을 헤메이는 일이 별로 발생하지 않아 편하다. :)


음료수 자판기 옆에는 반드시 이렇게 생긴 쓰레기통이 있다. 처음엔 생긴게 재떨이를 닮았길래 담배 꽁초를 집어넣곤 했는데, 알고보니 빈 캔을 수거하는 재활용 쓰레기통이었다-_-


꽤 유명한 쿠이다오레(くいだおれ) 인형이다. 뭔가 허접해 보여도 나름 자동 인형이라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한다. 쿠이다오레는 앞에서 말한 "먹다가 망한다"는 뜻이라고 한다-_- 일식 레스토랑으로 알고 있는데, 카니도라쿠 정도까진 아니겠지만 그닥 싼 것 같진 않아서 역시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은 없다.


구리코(グリコ) 간판이다. 구리코, 즉 글리코는 일본의 한 제과업체인데, 예전에 몸에 좋다고 알려진 글리코겐 함유 과자를 만들었기 때문에 회사 이름이 저렇게 구리다. 간판의 유래에 대해서는 이지님의 설명을 참조하시라.


도톤보리 고쿠라쿠 쇼텐가이(道頓堀極樂商店街)는 도톤보리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모아놓은 곳이라고 한다. 꼭 가봐야지 하며 벼르고 있었지만 결국 시간이 늦어 들어가 보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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