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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었지만, 지적할 것은 해야겠다.
지난 토요일인 8월 14일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있었던 '파병강행 노무현 퇴진을 위한 제3차 만민공동회'에 참여한 이후 민지네 사람들과 탑골공원까지 행진한 이후 광화문에서 열린 '8.15 반전편화자주통일대회'에 참석했다.
원래 7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지연되어 8시에 희망새, 우리나라 등의 아리랑 노래와 함께 대회가 시작되었다. 약 1000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을까? 서울시당 대의원대회가 있었던 날 광화문에서 개최되었던 촛불집회 이후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인 집회인 듯하다. 대학생 통일선봉대는 내버려 두더라도 그 수많은 노동자 통일선봉대들은 도대체 각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무엇을 했을까? 물론 그 자리에서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파병철회 투쟁에 나섰어도 파병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을'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 다음날 있었던 광화문 일대의 격렬한 반전시위를 보면서 그렇게만 생각할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그 집회의 시대착오성이다. 815 민족통일대회의 전야제 형식으로 이루어졌기에 한총련의 문예공연, 풍물패의 공연, 광주에서부터 올라왔다는 어린이 통일선봉대의 공연, 그리고 전북의 관촌중 학생들의 615공동선언 암송 등 즐거운 축제 분위기로 진행되었지만, 그 형식이나 내용은 21세기 서울 한복판의 분위기와는 맞지 않았다.
맹목적 한미동맹에 대한 비판과 국가보안법의 철폐, 범민련, 한총련 등의 이적규정 철회를 주장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집회 전반에 걸쳐서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하면서 단지 민족공조와 6.15 공동선언의 이행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하면서 넘어가지는 말라)
△광화문에서 열린 815민족통일대회 전야제 ⓒ민중의소리 한승호
집회의 연단에 선 연사들의 발언에서는 '민족공조와 자주통일'이 있었을 뿐 거기에 민중이 설 자리는 없었다. 왜 통일을 해야 하는지, 통일이 민중에게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현재의 시점에서 615 공동선언의 이행요구가 왜 제기되어야 하는지는 빠져 있었다. 해방 59주년이 되는 이 때까지 문제가 되었던 모든 것은 미국의 탓일 뿐, 바로 지금 국익이라는 미명하에, 한미동맹이라는 명목하에 학살전쟁, 침략전쟁에 동참하고 나선 노무현 정권에 대한 비판은 어느 곳에도 없었다.
집회 사회자의 멘트와 대형 스크린으로 깔리는 자막 속에서는 계속해서 "조선 민족의 힘으로", "일어나라 조선아"가 깔렸다. 언제부터인가 남한의 한쪽에서는 '오 필승 코리아', '대-한민국'이 외쳐질 때, 다른 한쪽에서는 '조선민족의 힘'을 강조한다. 뭔가 통하는 데가 있지 않은가? 게다가 왜 이북에서 최근에 유행하는 '조선민족'을 얘기해야 하는가? 일정 정도의 합의가 있는 코리아도 아니고 말이다.
통일연대가 중심이 된 이번 8.15 대회 준비위가 그 동안 잠잠했던 범민련, 한총련 등의 이적규정 철회와 민족공동행사 합법 참가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조금은 의심스럽다. 민중의 소리에 따르면, 통일연대는 이번 8.15 대회의 기조로 "외세공조 거부, 민족공조 실현이라는 기치 아래 2005년 조국통일 원년의 결의를 보다 더 대중적이고 구체적으로 선포하고, 결의를 모아내는 장"으로 만들 것을 천명했다. 그리고 지난 6.15 우리민족대회 당시 한상렬 상임대표가 대회 불참을 선언하면서 문제를 제기한 뒤로 이를 힘있게 뒷받침할 대중 설득 작업과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벌인 바가 없다. 그랬으면서 이번에 북측에서 국가보안법, 특히 범민련, 한총련 등의 선별 배제 문제를 조문문제, 탈북자 문제 등과 함께 강력하게 제기하면서 당국간 대화에서도 강경 입장을 보이자 뒤늦게 8.15 대회를 앞두고 긴급히 행동에 나섰다는 것이다. 북에서 하면 남에서도 그렇게 해야 하는가?
14일 집회에서 압권은 행사 맨 마지막의 무대였다.
들어본 적도 없는 "민족공조 제일일세"라는 노래를 흥겹게 부르면서, "조선민족이여 일어나라"라고 외치면서, 모두가 하나된 분위기, 거기에서 광기를 보았다면 과장일까? 거기에서는 파병철회 집회시에 "파병철회, 노무현 퇴진" 구호를 외치면 대중의 참여를 막게 된다면서 극구 만류하고 '함께하자 우리 이 길을', '광야에서' 등 소위 대중에게 익숙한 노래만을 불르자고 했던 사람들이 그래도 운동물을 먹은 사람들에게조차 생경한 노래와 구호로 자기들끼리만 하나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6.15 공동선언만 이행하면 이라크로 파견된 자이툰 부대도 철군하고, 비정규직도 철폐되며, 민중의 삶이 행복해지는가?
△815대회 교보문고 앞 전야제 ⓒ민중의소리 한승호
"- 하나 우리는 하나 태양민족 우리는 하나
하나 민족도 하나 하나 피줄도 하나
하나 이 땅도 하나 둘이 되면 못살 하나
긴긴 세월 눈물로 아픈 상처 씻으며
통일의 환희가 파도쳐 설레이네
하나 우리는 하나 태양민족 우리는 하나
- 태양민족 우리는 하나
하나 언어도 하나 하나 문화도 하나
하나 역사도 하나 둘이 되면 못살 하나
백두에서 한라까지 분단장벽 허물며
통일의 열풍이 강산에 차넘치네
하나 우리는 하나 태양민족 우리는 하나
하나 소원은 하나 하나 애국은 하나
하나 뭉치면 하나 둘 합치면 더 큰 하나
찬란한 태양이 삼천리를 비치여
통일의 아침이 누리에 밝아 오네
하나 우리는 하나 태양민족 우리는 하나"
집회의 마지막에 울려퍼졌던 이 노래는 '우리는 하나'라는 북한 노래이다.
지난 6월 15일 인천에서 열린 '우리민족대회'에서 북측이 불렀던 노래인데, 윤도현 밴드와 조총련의 금강산가극단이 함께 공연한 '오 통일 코리아 2004'에서도 불리워졌던 이 노래는 원래 맨마지막에 나오는 가사가 '태양 조선 우리는 하나'였다가 위와 같은 노래가사로 바뀌었다. 물론 대학가에서는 통일행진곡으로 애창된다고 한다, 일부 학생들에 의해. ㅡ.ㅡ;;
언제부터 우리가 태양민족이 되었는가? 북한에서 태양이 김일성 주석을 상징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남한에서 이 노래를 부를 때 태양은 도대체 무엇인가? 이 노래를 부르자고 선택한 주최측은 남북한이 한민족임을 강조하려고 불렀다고 할지 모르지만, 도대체 더 좋은 노래도 많은데, 왜 이런 노래를 불렀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시대착오적이라는 것이다.
부분적인 것이니까 딴지 걸지 말자고? 민주노동당에서 공식적으로 결의하여 전국의 당원이 총집결하여 참여하기로 한 집회에서 이상한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가만 있어야 하는가? 그리고 민주노동당의 깃발이 집회 대열 여기저기에서 나부끼고 있었고, 상당한 수의 당원들이 참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집회 내용과 형식에서 당은 전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집회 처음에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이 자리에 있다는 것을 소개한 것이 전부랄까.
다음부터 그런 식으로 집회에 참여하려면 당원을 동원하지 말라. 815이니까 뭔가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나오는 자족적이고 민족주의 편향적인 집회는 조직하지도 말고, 치루지도 말자.
'태양민족'하려면 그대들이나 해라, 나는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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