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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병원 사용 설명서
강주성 지음 / 프레시안북
책을 쓴 강주성씨는 참 독특한 사람이다. 사회운동과는 거리가 먼 생활인이던 그는 백혈병 환자가 된 후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모순을 온몸으로 경험한 사람이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자기몸 하나 간수하기도 급급했을 텐데, 그는 동료 환자들과 함께 이 모순에 싸우기 위해 집단적인 힘을 모았다. 다행히 병을 고친 그는 이제 사람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죽이는 한국의 보건의료 체제와 맞서 싸우기 시작한다. (지금은 '건강세상네트워크'라는 보건의료운동 단체에서 일한다.)
그래서 그가 쓴 이 책은 죽음의 문턱, 가장 절박한 시기에 병원을 '사용'한 사람이 느낀 절박함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런만큼 치열한 대안에 대한 고민도 담겨있다. 그 절박함은 자신은 물론, 돈이 없어도 살아남을 권리를 주장하다가 먼저 세상을 뜬 동료 환자들의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들 자신의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은 한국의 보건의료 체제의 문제, 의료기관의 부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고발하는 것을 넘어서 매우 구체적인 대안들을 제시한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제도를 어떻게 바꾸어야하는가에 대한, 환자(따라서 보통의 시민들)의 입장에서, 그리고 현장에서의 시각으로 탄생한 대안이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아주 더 실용적으로, 환자의 입장에서 실제 병원을 이용할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매뉴얼'을 담았다. 사회적인 대안과 개인적인 대책을 모두 담은 셈이다.
저자는, 집단적이고 사회적인 운동은 물론 개인들이 병원을 이용할 때 병원에게 원칙대로 할 것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운동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자기 권리를 주장함으로써 병원을 당혹스럽게 하고 귀찮게 하는 것도 그들을 강제하는 큰 힘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병원이 꼼짝할 수 없는 '사소한 것들'(그러나 환자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것들)이 너무나 많은 현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이러한 모순들은 병원이 사실상의 영리기관으로 자본의 논리에 따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정부가 그러한 자본의 원리를 적용하는 것을 개혁이라고 생각하는, 황당한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급기야 한미FTA는 최악의 상황을 몰고 올 것이라는 것을,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은 단지 '보건의료 부문' 혹은 '의료개혁'에 대한 책만은 아니다. 제한된 영역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이 부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운동은 필연적으로 전체 사회운동과 관련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부문운동'이라 불리는 것이 '부문'에 갇히지 않는 사회운동이 되는 방식을 또한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보건의료 영역의 이러한 중요한 쟁점들을 모르고 있던 내가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주장하면서 켐페인 사업을 하기 전에 노조의 조합원들과 이런 내용을 교육사업 등을 통해서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삶의 문제, 생명과 직결된 문제가 어떤 식으로 사회운동이 쟁점들과 연관되는지, 우리가 평등한 의료체계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왜 해야하는지를 너무나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으로부터 이른바 노조의 '사회공공성 투쟁'이라는 것도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무상의료 무상교육 지하철 선전전 이전에 말이다.)
병원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그리고 가난한 우리들에게 이 책은 실용적인 매뉴얼이면서 운동의 지침서이기도 하다. 다른 운동영역들에도 이런 식으로 글을 쓰고 대중들과 대화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프레시안에서 처음 낸 책이다. 프레시안에 책 소개 기사가 잘 실렸다.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30071116143607
보고나서는 한참 동안 멍하게 혼란에 빠지게 만드는 영화.
1.
파시스트들에게는 영혼이 없다.
그들은 타자의 자유를 억압할 뿐 아니라, 그 필연적인 귀결로서 자신들의 자유까지도 억압하고 지속적으로 소거해가기 때문이다.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을.
그 말은, 파시스트들에게는 영혼이 교통하는 사랑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파시스트들에게 예컨데 soulmate라는 것이 가능할까? 그것은 영혼의 울림, 떨림을 동반하는 것이지만, 파시스트의 자기억압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일본 파시스트의 하수인인 이(양조위)는 자신의 주변에서는 만나지 못하는 대상을 저항군의 스파이인 왕치아즈(탕웨이)에게서야 찾을 수 있다. ('이'에게 부인은 가장 고통스런 순간에도 '내려가서 마작이나 하라'고 말할 의미없는 대상이다. 파시스트와 함께 사는 여인들은 그저 마작을 하는 장면만 등장한다.)
하지만 그것은 파시스트인 그에게는 '적당하지 않은' 것.. 따라서 왕치아즈(탕웨이)에게 만큼이나 이(양조위)에게도 이 사랑은 파멸적이다.
2.
영화는 저항군이 왕치아즈(탕웨이)가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어떤 한계로 내모는 순간, 가장 잔혹하다. (사람을 수십번의 칼질로 난도질 때가 아니라 이 순간에.) 그렇다면 그것을 계속 견딜 것을 요구하는 저항군의 중간간부에게는 파시스트만큼의 영혼이 있는가?
적어도, 영화에서 그 중간간부는 왕치아즈(탕웨이)의 말, 이미 멈출 수 없게 이(양조위)를 사랑하게 될까봐 두려워하고 그녀가 처한 성적 착취에 괴로워하는 말을 더 이상 들을 수 없어한다는 점에서 이것이 잘 못되어 있다는 것을 아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끝까지 '조직의 이름으로' 작전을 지시한다.
그렇다면 '저항군'이라는 사람들은 결국 파시스트들과 어디서 다른가. 파시스트의 육체를 살해하기 위해서 동지의 영혼을 살해할 때..
운동은, 그것이 설사 그것 때문에 패배하더라도 지켜야할 것들이 있지 않을까.
그러나 내가 서 있는 곳들에서조차 그런가.
3.
사랑이 정치적 적대와 얽혀들 때.
사랑에 대한 온갖 찬사들에도 불구하고 그것도 다만 현실의 (정치적) 적대 속에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서 떠오르는 작품은 일본 애니메이션인 인랑 (人狼, Jin-Roh)이다. 이 애니메이션은, (흥행을 포기했는지) 불길하게도 정치적 적대 아래서, 사랑은 가장 낮은 차원의 종속변수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영화를 같이 보았던 애인과는 다음해, 첫직장에서 노조를 만들고 싸우는 과정에서 헤어졌다.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그녀와 노조활동에 대한 입장을 화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전에 연애에서도 그 '정치적 입장'이 문제였던 것이다.)
나중에 생각해보면 다른 가능성은 없었을까, 가끔 떠오르기는 하지만 역시 그 당시 상황에서 어떤 다른 판단들이 열려있었을까.
이 영화를 보면서, 그 모든 과정이 영화의 흐름과 동시에 다시 재생되었다. (극장에서 나는 두 개의 영상들을 본 셈이다.) 모두 잊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 이후의 또 다른 과정에서는 정치적 입장의 차이가 실패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라는, 아주 당연하고 별로 특별할 것도 없어보이는 결론을 고통스럽게 얻었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왜 사랑은 정치에 대해서 그렇게 강하지 못한지 생각하게 된다. '정치'라는 말 보다는 그/녀들이 처한 사회적 조건이라고 말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에서부터 '색, 계'에 이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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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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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오랜만. 원래 강주성형은 사회운동과 관련이 있었지. 옛날에 중고등학생운동 '지도'했었고. 푸른나무 출판사에도 있었지. 사회운동과 거리가 멀다고 할 수는 없고. 부산에서도 대중적인 강연회 열어야 하는데...부가 정보
겨울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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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다슬/ㅋ 잘내냐? 한참동안 연락도 못했구만;; 강주성 씨가 사회운동을 했던 분이란건 몰랐네. 책에는 그런 얘기가 없더라구.책은 참 훌륭한데, 최근에 다른 보건의료 관련된 쟁점에 대해서 이해하려고 해도 거의 대부분의 쟁점에 "기준"을 제시해주는 것같더라. 역시 내공이 있는 분이었구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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