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를 잡다.

from 아무그리나 2007/01/04 22:37

오늘 나눔꽃에 들어온 쥐를 잡았다.

 

현관 샤시 사이로 난 조그만 구멍으로 들어온 듯 했다.

 

여성들만 있는 우리 단체에서는 내가 남자라는 이유로 쥐잡기에 불려갔다.

 

물론 나도 정말 가기 싫었다.

 

그러나

 

남자라는 이유로 불려가고 말았다. 단지 남자라는 이유로.

 

가는 길에 월드푸드에 들려 쥐잡는 끈끈이 판을 빌렸다.

 

그리고 파키스탄에서 오신 남자분 한분을 더 끌어들였다. 아무래도 나 하나로는 부실해보였나보다.

 

나눔꽃에 도착하니 모두 의자위에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끈끈이판을 쥐가 나온 구멍 앞에 놓고 쥐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영리한 쥐는 끈끈이 판에 올려놓은 멸치만 빼먹고는 좀체 나오지 않는다.

 

몇번을 씨름한 후에 마침내 쥐가 나오다가 끈끈이 판에 한쪽 다리가 붙었다.

 

쥐는 그 다리를 빼려고 움직이다 나머지 몸이 모두 끈끈이 판에 붙어버렸다.

 

몸을 움직일 수록 끈끈이는 쥐의 몸에 더 바짝 붙었다.

 

쥐가 "찌-익"하는 긴 비명을 질렀다.

 

나는 아직도 펄떡대고 있는 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쥐가 붙어있는 끈끈이 판을  반으로 접었다.

 

쥐는 보이지 않았으나 쥐의 움직임때문에 끈끈이 판이 덜썩거렸다.

 

검은 비닐종이에 그 끈끈이 판을 집어넣고 입구를 묶었다.

 

그리고 쓰레기 봉투에 넣어서 버리는 곳에다 버렸다.

 

쥐는 아마 곧 굶어죽거나 밤새 얼어죽을 것이다.

 

운좋게 목숨이 붙어있다해도 쓰레기처리장에 가서 다른 쓰레기들과 더불어

 

땅에 묻혀버릴 것이다.

 

우리는 쥐를 버린 쓰레기 봉투에 죽은 국화꽃더미도 함께 넣어주었다.

 

쥐띠인 내가 쥐를 잡으려니 더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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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04 22:37 2007/01/04 2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