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005-11-23]

 

      출입국관리법’ 불법체류자 인권침해 방관 신체구속까지 ‘공무원 재량’ 맡겨

 

                                                                                              박주희 기자 

 

 출입국관리 공무원들이 불법체류 외국인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를 줄일 수 있도록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무부 집계를 보면, 올들어 10월 말까지 강제 퇴거된 외국인은 3만명을 넘어섰다. 고용허가제 실시 이후 이후 불법체류 외국인 단속이 강화되면서 급격하게 숫자가 늘고 있다. 불법체류 외국인으로 단속되면 ‘보호’를 거쳐 ‘강제퇴거’ 결정을 받아 추방된다.



 

 

긴급보호 남용 법개정 목소리 법무부 “단속 어렵다”

 

소극적 현행 출입국관리법은 불법체류 외국인 단속과 보호, 강제퇴거 등 처분을 행정행위로 봐, 출입국관리 공무원에게 그 권한을 주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의 신체의 자유를 구속하고 주거권을 박탈하는 중대한 결정인 데 견줘 출입국관리법이 공무원들에게 지나친 재량권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헌법 12조 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출입국관리법은 이를 어기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 하지만 영장을 발부받도록 하면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려워지는 점을 고려해 법 규정을 적절하게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구금에 해당되는 보호 결정이 법원의 판단을 거치지 않고 이뤄지며, 강제퇴거가 결정된 뒤에는 보호기간이 제한되지 않는 점 등이 개선이 필요한 사항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정훈 변호사는 “외국인을 단속, 연행해 보호하는 것은 실질적인 신체의 자유를 빼앗는 구금 행위이므로 사법적 판단을 거치는 게 바람직하다”며 “현실적으로 영장주의를 채택하는 것이 어렵다면 보호기간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강제 퇴거에 대한 이의신청제도를 현실화해 사후 사법적인 판단을 받을 수 있는 길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6월 법무부에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강제단속 및 연행의 법적 근거와 요건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국가인권위는 결정요지에서 “불법체류 외국인 강제단속 및 연행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고 출입국관리공무원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으며, 실제로 강제 단속 과정에서 예외조항인 긴급보호 조항을 남용하고 있어 다수 외국인들의 인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따라서 “외국인 단속과 연행, 보호, 긴급보호 등에 대해 형사사법적 절차에 준하는 수준의 실질적인 감독 체계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인권단체연석회의도 7월에 이어 다음달 6일 다시 출입국관리법의 인권침해에 관해 토론회를 연 뒤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마련해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법무부 쪽은 불법체류 외국인 단속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진다는 이유 등을 들어 법 개정에 소극적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인권위 권고에 대해 법률 자문을 받고 내부적으로 충분한 검토를 거쳤지만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성공한 예가 없는 영장주의 도입 등 현행 법의 근간을 흔드는 개정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현행 법제도 안에서 최대한 인권침해를 막을 수 있는 단속 규정을 마련해 10월부터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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