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아프간 인질 석방에 합의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정말 다행이다. 지난번에 희생된 두 분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나머지 생명들이 더 이상 희생되지 않아 불행중 다행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한국정부가 진작 사태의 심각성을 판단하고 움직였더라면 희생된 두 명의 목숨도 살릴 수 있었지 않았나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 한국의 반전운동은 이렇다할 역할을 하지 못한 것 같다. 몇 번의 철군촉구 집회를 중동언론들이 관심있게 취재해가긴 했지만 그것이 어느정도의 역할을 했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한국정부의 노력이 이번 사건에서는 두드러져 보인다. 이런 일이 있게 만든 원인제공자라고 할 수 있는데 말이다.

합의조건을 보면 그동안 탈레반측이 계속 요구했던 수감자 석방 맞교환이 빠졌다. 한국군 연내철군과 선교중단이 주된 합의내용이다. 사실 한국정부가 연내철군을 합의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니 탈레반측과 직접협상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다.

미국과 아프간 정부는 그동안 계속 훼방만 해 온 것이 분명해보인다. 미국은 협상기간 동안 계속해서 군사작전을 펼쳤다.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의 요구를 왜곡하거나 수감자석방은 절대 안된다는 입장만을 발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레반이 애초 입장을 철회하고 한국정부와 인질석방을 합의한 이유는 무엇일까? 며칠전부터 언론에서는 사우디정부를 통한 탈레반 압박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었다. 이번 인질사태에  대해 서방언론과 정부는 대체로 무관심했던 것 같다. 하지만 중동의 언론과 여론은 인질들에 대해서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이들이 한국인 인질들에 대해 우호적일 수 있었던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인질들이 대부분 봉사단원이라는 것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여성이 대부분이라는 것도 주요한 원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독교도라는 것, 어찌되었든 궁극적으로는 선교가 목적이었다는 것은 불리한 요인이다. 그러나 중동사람들에게 한국은 아직은 서방과는 다르게 느껴지는 것 같다. 80년대 한국에서 강력한 반미운동이 벌어졌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비록 지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을 한  나라이지만, 그래서 어찌보면 교전상대국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미국이나 영국처럼 바라보지는 않는 것 같다. 정말 다행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드는 생각은 이런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언제 바뀔지 모른다는 것이다. 한국이 영국처럼 미국의 오른팔 역할을 하는 친미국가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순간 지금까지의 우호적인 이미지는 순식간에 바뀌어버릴 것이다.

이번 사태는 한국이 그 갈림길에 와 있음을 보여주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7/08/28 23:39 2007/08/28 2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