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선전'이라고 말하기는 좀 낯뜨겁지만...-_-;; 첫 출전이었고 급조된 팀, 게다가 국적도 서로 다른 '인터내셔널 팀'으로써 여러가지 불리한 점이 많아음을 감안한다면 그다지 나쁜 성적은 아니었슴다.
21일 일요일 오전9시부터 오후5시까지, 가을운동회라는 이름을 무색케하는 무더위 속에서 300여명의 노동자들이 서로 어우러지는 민주노총 고양파주지구협의회 체육대회가 있었습니다. 벌써 6회째를 맞는 행사이지만 아시아의 친구들은 올해 처음으로 팀을 꾸려 참가하였습니다.

개회식과 선수선서, 그리고 파주무건리투쟁에 대한 소개를 듣고 드뎌 첫경기 세일자동차학원 노동조합과의 족구경기를 치뤘습니다. 세일자동차학원노조는 올해 노조를 결성하자 마자 사측이 직장을 폐쇄해버려 어려운 상황에서 오랫동안 싸우고 있는 노조입니다. 어려운 상황을 보여주듯 참가자들도 4명 정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세일노조의 어려운 상황에 마음이 아팠으나 족구실력이 별로인 것 같아 한편으로는 '이길 수 있겠다'며 안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안일한 생각은 경기가 시작되자 마자 금방 깨져버렸습니다. 입국한지 3개월도 안된 선수가 2명이나 포함된 우리팀은 규칙도 익숙하지 않아 계속 실점을 거듭하였습니다. 믿었던 한국인선수도 초반 급격한 체력저하로 아웃되어 버리고 막판에 감독이었던 칸반장까지 투입되어 사력을 다했으나 2셋트를 내리내주며 져버리고 말았습니다. 경기 후 비디오분석을 해본 결과 네트 앞에서의 플레이 미숙으로 실점을 많이 하였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초반 탈락한 팀들에게는 매우 가혹한 대우를 하는 체육대회였습니다. 오후늦게 치뤄진 단체전때까지 먹고 마시고 누워서 노는 것 밖에는 할일이 없었습니다. 라마단 기간이라 물조차 먹지 못하는 칸반장때문에 옆에 있는 사람들도 눈치보여 잘 먹지 못하고...날씨는 뙤약볕이 내려쬐고 있고....정말 잠시나마 주최측이 원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긴 기다림 끝에 출전한 단체전에서 우리팀은 의외의 성과를 올릴 수 있었습니다. 집단줄넘기는 최저신기록(1회)으로 또 꼴지를 했지만, 줄다리기는 예선을 통과하여 준결승까지 올라갔습니다. 물론 예선통과는 상대팀이 기권하는 바람에 부전승으로 올라갔습니다. 하지만 준결승 상대인 우승후보 지하철노조를 맞아 치열한 접전을 펼쳤습니다. 상대팀은 "영차"소리를 박자에 맞춰 지르며 힘을 모았지만, 우리팀은 서로 공통의 구호가 없는 관계로 그냥 이를 악물고 신음소리를 내며 줄을 끌어당겼습니다. 이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지하철노조는 우리팀을 아주 간발의 차로 간신히 이길수 있었습니다. 우리팀은 경기가 종료되었을때 우리가 이긴 줄 알았을 정도였습니다. 경기를 지켜보던 다른 팀들도 우리의 선전에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초반탈락의 아픔과 가혹한 대기시간의 고통이 한순간에 날아가버리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리팀도 서로를 격려하며 잘했다고 박수를 쳤습니다.

올해 처음 참여하는 거라 준비도 부족했고 많은 사람이 함께하지도 못했지만 참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주노동자들 역시 고양파주 지역에서 함께 살고 함께 일하는 같은 노동자라는 것을 체육대회에 참여한 한국인노동자들도 느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번을 계기로 한국인노동자들과 이주노동자들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그런데 내년에는 왠지 아친이 종합우승할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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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2 21:28 2008/09/22 2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