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굴 위령제에 올해도 참석했다. 고양시에 와서 얼결에 처음 참여했던 회의가 금정굴공대위 회의였고 그 회의가 끝나고 이춘열 회장님을 따라 사진판넬을 옮기기 위해 한밤중에 금정굴 현장까지 올라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금정굴 사건은 나에게 커다란 충격이었고 내가 살게 된 동네에서 벌어진 일을 직접 현장까지 방문하고 보니 더욱 마음에 와 닿았던 듯하다. 하지만 어느 해부턴가 금정굴 위령제라는 것이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기 보다는 행사 그 자체를 위해 준비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아마도 행사의 내실보다는 외형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은 준비주체들의 모습에 실망해서였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한 행사의 내실이란 금정굴 사건과 오늘을 사는 우리들을 연결하는 것이다. 금정굴 사건이 나와는 상관없는 58년전 전시에 벌어진 일이라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오늘 이 자리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나의 생각은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는 것을 이번 행사에서 깨달았다. 금정굴사건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운동의 중심인 유족들이 바라는 것은 오늘 하루만이라도 기를 펴고 살 수 있도록 거창한 위령행사가 치뤄지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지원을 우리는 백안시하지만 정부가 공식지원하고 고위관료와 정치인들이 참여하는 그럴듯한 위령행사를 올리고 싶다는 것은 유족이라면 당연한 바램일 것이다. 운동권들만 모여서 결의대회식으로 진행되는 행사는 유족들에게 그다지 큰 힘을 주지 못하는 것 역시 당연하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이 왠지 허전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유족들이 바라는 행사는 그대로 하더라도 인권과 평화라는 화두를 매개로 금정굴의 의미를 오늘의 언어로 되살리는 행사를 별도로 할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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