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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비정규직법 처리 유보

[비정규직법 처리 또 불발…'장기표류' 가능성]

노사정 11차 협상에도 합의 못봐…"대화 가능성 확인은 성과"


비정규직법 국회 처리가 지난 2월에 이어 또 다시 불발됐다.

노사정이 11차례에 걸친 실무협상에도 불구하고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해 '4월 처리'를 넘겨 6월 국회를 기약하게 됐다.

그러나 5∼6월에는 '춘투(春鬪)'로 불리는 노동계의 임단협이 본격화 되면서 비정규직 문제가 다시 주요 이슈로 등장할 것으로 보여 6월 처리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비정규직법의 장기 표류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11차례 협상에도 '마지막 산' 못넘어= 노사정은 국회 주도로 지난달 초부터 11차례의 협상을 벌였으나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비정규직법은 정부가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한 뒤 줄곧 계류돼 있었으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대화를 받아들이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주도의 노사정의 논의가 시작됐다.

노사정은 지난달 8일 노사정 실무대표들이 첫 회의를 시작한 뒤 이날까지 11차례에 걸쳐 협상을 진행하며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파견업종 범위 규정 등에 대해서는 의견을 접근시키기도 했으나 기간제 근로자(임시ㆍ계약직) 고용기간과 사유제한에는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노동계는 현재 사용 제한 없는 1년과 사용 제한을 둔 1년을 포함해 총 2년간 기간제 근로를 사용토록하고 이후에는 정규직으로 간주(고용의제)하자는 안을 최종안으로 주장했다.

이에 반해 경영계는 사용 제한 없이 3년동안 고용한 뒤 3년 이후에는 일정한 사용 제한을 둘 수 있고 임의로 해고를 금지하도록 하는 안을 마지노선으로 내놨다.

그러나 이 같은 노사 양측의 주장은 서로에 '받아들일 수 없는 사항'이 되면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국회, 합의없는 처리 부담에 유보 결정= 국회는 그동안 주도해온 노사정 실무협상이 합의 도출에 실패하자 법안의 4월 국회 처리를 강행하지 않기로 했다.

국회 환노위는 협상과정에서 노사가 완전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최종 협상까지 합의된 사안들을 반영해 국회의 법안 처리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혀왔으나 끝내 법안 처리에 대한 '강행 방침'을 꺾었다.

야당은 물론 여당조차 노사간 합의하지 못한 법안을 처리한 뒤 발생할 수 있는 노동계의 반발 등 부작용을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법은 다시 '6월 국회 처리'를 목표로 재논의 과정에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목희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원장은 "이번 노사정 실무협상에서의 합의 실패가 끝이 아니다"며 "앞으로도 국회 주도의 대화를 계속해 나갈 것이며 노사간 합의도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6월 국회의 경우는 노동계의 임단협 시즌의 가운데에 놓이고 비정규직문제가 주요 이슈로 등장할 것으로 보여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은 물론 경영계도 이달보다 훨씬 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됐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비정규직법안이 6월 국회는 물론 이후에도 처리되기 어려운 '장기 표류법안'이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명분쌓기 급급 눈총…노사정 대화 선례 남겨= 국회와 노사정은 비정규직법 협상을 성공으로 이끌지 못한 데 대해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연간 80만명씩 증가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시급성에 대해서는 정부는 물론 노사가 모두 우려를 표했지만 정작 '보호법안'을 만드는 데는 서로 명분쌓기에 급급해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경영계는 비정규직 보호법안이 '경영부담'으로 돌아올 것을 우려한 나머지 적극성을 띠지 않았고 노동계는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들의 눈총을 의식해 지나치게 경직된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 서로에 대한 지적이다.

게다가 법안을 제출한 정부도 '우리 안(案)이 정답'이라는 태도로 일관하며 협상의 진전을 가로막았다는 노동계의 볼멘소리를 듣고있다.

하지만 노사정이 서로 대화를 통해 노동현안 해결을 시도해 합의 직전까지 갔다는 점은 노동문제에 관한한 '실종됐던' 대화를 되살린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법에 대한 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는 동시에 지난 2년동안 제자리 걸음만 해온 '노사관계 법ㆍ제도 선진화방안(로드맵)' 논의에도 '새싹'이 돋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의원은 "이번 비정규직법 논의는 노사정 간 대화와 대타협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며 "향후 로드맵 논의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병석 노동부 차관도 "비정규직법 논의와는 별도로 로드맵에 대한 논의에는 노동계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며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나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에 대해서는 시급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05.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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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교육선전실 보도자료

 

<비정규입법 노사정교섭 결과>
노사정대표자회의 운영위원회 11차 회의 결과

1) 일시: 5. 2 10:00-24:00(16:30-22:30 정회)

2) 장소: 국회환경노동위원회 소회의실

3) 참석: 민주노총 이석행 사무총장, 한국노총 권오만 사무총장, 경총 김영배 부회장, 상공회의소 부회장, 이목희 국회환노위 법안소위원장, 정병석 차관

4) 논의 내용
- 각 의제에 대한 각계의 최종입장을 놓고 교섭을 전개하였으나, 기간제 문제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최종합의에 도달하지 못함.
※ 합의되거나 의견접근 된 내용 등은 이후 노사정교섭 및 입법과정에서 존중키로 함
- 환노위원장 명의로 법안처리를 위해 5. 3 10:00 환노위가 소집되어 있으나, 노사정대표자 운영위원회가 처리의 유보를 요청키로 하고, 이목희 법안소위장이 이를 책임지기로 함.
- 노사정대표자회의 개최를 요청하여 비정규입법안을 논의키로 함.
※ 사실상 비정규입법안의 4월 임시국회 처리는 유보되었고 이후 노사정대표자회의 개최 등으로 논의가 넘어가게 되었음.

※ 주요 의제별 논의 현황

① 기간제 관련
<노동계> 사유제한 및 기간 2년 제한(교섭석상에서 1년 사용 후 사유제한 - 추가 1년까지 사용 후 정규직 고용간주(고용의제)안 최종안으로 제시)
<경영계 및 정부> 3년후 - 해고제한

② 차별폐지 관련
- 동일노동동일임금 큰 틀 의견 접근 확인, 구체적 기준 이견
- 차별시정절차에서 사용자의 차별 입증 책임 명기로 강화 의견 접근
- 차별시정청구주체: <노동계> 당사자 및 노조의 시정신청권 보장 <경영계> 당사자 시정신청권만 인정

③ 파견관련
- 파견허용업종, 기간 현행유지(포지티브 리스트 방식) 의견 접근
※ 허용업종 결정 방식에는 이견: <노동계> 노사기구에서 노사합의로 결정 <경영계> 정부가 노사의견수렴 후 결정  
- 불법파견 고용보장: <노동계> 고용의제: <경영계, 정부>: 고용의무
- 파견노동자 사용기간 후 고용의제
- 파견사용기간: <노동계> 2년, <경영계> 4년, <정부> 3년

④ 파견 관련
- 휴지기: <노동계> 6개월 <경영계> 삭제 <정부> 3개월
- 사용사업주(원청업체) 사용자 책임: <노동계> 명문화 필요 <경영계 및 정부> 없음

⑤ 단시간노동자 관련
- 초과근로 제한: <노동계> 8시간 <정부> 12시간
- 소정노동시간 초과시 초과근로시간: <노동계> 초과수당 지급 <정부> 미지급

⑥ 특수고용노동권 보장 관련
<노동계> 노동기본권 보장 및 기설립노조 노조활동과 노동기본권 보장
<경영계 및 정부> 유보

⑦ 기타
<노동계 요구>
- 기간제 여성노동자 산전후휴가 중 기간만료만을 이유로한 계약해지 금지
- 최저임금 110% 이하 저임금 노동자 무상교육, 무상의료 실시위한 정책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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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경영계안, 현재 비정규직에게 대입해 보니…  

비정규직 신분, 어떻게 바뀔까?
  
5년 일한 임시직 여성 노동자 문근영씨. 올해 말까지 계약기간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아기를 낳기 위해 출산휴가를 가려는데 사직서를 쓰라는 절망적 소식을 들었다. 매년 말에 재계약 때문에 불안해 하며 정규직에 비해 엄청난 차별을 해도 ‘찍’소리도 못해본 문근영씨는 사직서를 써야 하나, 아니면 쓰지 말고 버티어야 할까?

고용형태를 불문하고,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제72조에 정한 산전후휴가 90일을 사업주로부터 부여받을 수 있고, 사업주는 출산을 이유로 여성노동자에게 해고 등의 불이익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문근영씨는 그 이름도 서러운 임시직 노동자! 사직서를 쓰지 않고 버틴다 해도 그 기간은 얼마 남지 않은 계약기간 동안뿐이다. 아기도 나아야 하고 직장도 포기할 수 없는 문근영씨는 노동계가 제시한 비정규입법안에서 해법을 찾기로 했다.

우선 근로계약기간에 대해 알아보자. 현행 근로기준법 제23조는 '근로계약기간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1년을 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래서 사업주가 1년단위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이를 반복갱신하는 것은, 사업주가 어느 날 마음이 변해서 갱신을 거부하지 않는 이상, 현행 근로기준법상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갱신거부는 정규직/비정규직 차별문제와 함께 임시직노동자 문제의 양대 축이다. 갱신거부의 대해 근로기준법 제30조제1항의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제한’이 적용될 것인가?

법원판례는 계약기간을 정한 양 당사자의 의사존중을 기본원칙으로 하여 특별한 경우에 한하여 갱신거부를 해고로 인정하고 있다. 이때 ‘특별한 경우’란 갱신의 횟수와 근속년수, 사업장관행, 갱신거부의 사유, 계약기간을 정한 합리적 이유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판단해야 하는데, 구체적 사례마다 판단이 달라 단정적으로 ‘어떤 기준’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노동자의 곤궁한 처지를 고려하지 않고 ‘정해진 계약기간’을 존중하는 원칙 아래 예외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노동계 안은 기존 법원의 입장과 달리 기간제 노동자를 사용할 만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사유는 다음과 같다.

출산·육아·질병·부상 등으로 인한 결원 발생시의 결원대체, 계절적 사업, 일정한 사업완료에 필요한 기간인 경우, 일시적·임시적 고용의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어야만 임시직(또는 기간제, 계약직)을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기간제 사용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경우 무조건 정규직으로 간주하도록 하였다.

노동계 안에 따르면 ‘별 이유 없이 그냥’ 임시직으로 5년이나 일해 온 문근영씨는 당연히 정규직이 된다. 정규직이 될 뿐만 아니라, 그동안의 차별받은 서러움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노동계 안에 따르면 문근영씨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노동을 해온 정규직 노동자와 비교하여 임금과 기타 근로조건에서 차별받은 것을 시정해 달라고 관계기관에 신청할 수 있다.

그리고 노조도 차별시정 신청의 주체가 될 수 있어 ‘나홀로 임시직 노동자’를 대신하여 노조가 차별시정신청을 할 수 있다. 차별시정의 내용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노동계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여 정당한 이유 없는 차별을 ‘반사회적행위’로서 금지시키고, 그와 유사한 행위가 장래에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처벌의 성격을 띤 손해배상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계기관에서 차별시정명령이 나오면 그 효과는 신청의 당사자인 문근영씨만이 아니라 유사한 조건에 놓인 사내 모든 임시직노동자에게 적용되어 회사로부터 그동안의 차별에 대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문근영씨 입장에서 중요한 산전후휴가에서도 중요한 대목이 있다. 산전후휴가는 출산 후 45일 이상 확보돼야 하고, 사업주는 60일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휴가기간 도중 계약기간이 만료하면 사업주의 의무도 종료되므로 산전후휴가는 종료된다.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문제만이 아니라 산전후휴가급여도 상실된다.

고용보험법상 제55조7항 산전휴가급여는 90일의 산전후휴가 기간 중 사업주가 지급하는 60일분의 통상임금을 제외한 나머지 30일분의 급여이다. 수급자격은 산전후휴가 종료일 이전 피보험기간(고용보험가입기간)이 180일 이상 되어야 하고, 산전후휴가가 종료한 이후 사업주로부터 산전후휴가확인서를 교부받아야 고용안정센터에 제출하여야 한다. 따라서 계약기간이 만료돼 산전후휴가가 종료됐다면 고용보험법상 산전후휴가급여를 지급받을 수 없다.

육아휴직급여도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육아휴직을 부여한 경우에 국가가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것이므로, 근로관계가 종료하였다면 육아휴직급여를 받을 수 없다.

그런데, 노동계 안은 임시직 여성노동자가 산전후휴가를 사용하는 경우 해당 휴가기간 동안 기간만료를 이유로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없도록 했다. 즉, 휴가를 사용하는 도중 이미 정한 근로계약기간이 끝나도 근로계약관계가 산전후휴가 종료시까지 지속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경영계안은 3년까지는 자유롭게 기간제노동자를 사용하고 3년 이후부터 사유제한을 하자는 것이며, 사유제한을 위반하는 경우에도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3년이라는 기준이 도입된 것을 제외하면 현재와 달라진 것이 없다.

5년째 임시직으로 일하고 있는 문근영씨의 경우 경영계안대로라면 산전후휴가를 이유로 해고되거나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해고되면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하지만 3년이 되지 않는 임시직노동자들은 구제신청조차 할 수 없게 되어 있어 지금보다 더욱 답답한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혜수 공인노무사(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설 민주노무법인)  
withwind22@kcwn.org  
        
2005-04-30 오전 8:43:02  입력 ⓒ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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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법 노사정회담, 손익계산 분주
  노동계 "대만족", 노동부 권위 실추 우려
  [프레시안] 2005-05-04 오후 12:14:52

  김경락/기자

 

 지난 3일 국회 환경노동상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간제·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 법률 제정안'(기간제법안)과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개정안'(파견법) 처리를 6월 임시국회로 유보하기로 결정하면서 지난 4월초부터 시작된 비정규법안 관련 노사정 회담은 종결됐다.


 노사정 실무회담을 주관한 이목희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원장의 "10여년만에 노사정이 한가지 사안을 두고 허심탄회하고 진지하게 논의됐다"는 자평과 별개로, 이번 노사정협상에 대해 노사정 각 진영의 평가는 복잡한 것이 사실이다.


노동계, 4월 노사정협상의 최대 승자


 4월 처리 무산에 가장 만족해하는 진영은 노동계다. 비록 '비정규권리보호입법쟁취'라는 당초 목표에는 미달했지만, 스스로 '비정규 확산법'이라고 지칭한 정부 법안 저지에 일단 성공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국회에서 처리 유보를 성사시켰을 때 상황과 달리 정부 법안 원안이 그대로 다음 회의 테이블에 올라 올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대목은 상당히 고무적인 성과라는 게 노동계 자평이다.


 이석행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정부 법안의 문제점이 상당히 공론화한 만큼, 또다시 정부가 원안 처리를 고집하지 못하게 됐다"며 "향후 노사정 회담에서는 이번 회담에서 노사정이 이견절충을 본 쟁점들이 그대로 준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끝까지 공조를 유지한 대목은 양 노총간 신뢰를 강화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양대노총 위원장의 공동단식이 상징하듯, 4월 노사정회담 기간동안 양대노총은 어느때보다 단단한 공조의 힘을 발휘했다.


 한국노총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비정규법안 노사정 협상 기간 동안 보여준 양대노총의 긴밀한 공조는 노동계 입장에서는 또다른 큰 수확"이라며 "그간 누적된 상호간 선입견의 많은 부분이 이번 기회로 해소됐고, 향후 양대노총의 연대 투쟁이 안정적으로 나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노동부, 심각한 권위 실추


 반면에 최대 패자는 노동부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일단 스스로 '최선의 안'이라고 주장한 정부안이 심각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인권위 권고로 백일하에 드러났기 대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달 14일 정부법안에 대해 "정부법안이 비정규노동자들의 인권보호에 상당히 미흡하다"는 취지의 의견을 표명하면서 정부법안은 시련을 맞기 시작했다. 인권위의 의견은 최소한 정부법안이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한 법은 아니라는 평가로 해석됐다.


 더구나 인권위 의견표명 이후 김대환 노동부 장관의 인권위 공격발언 등은 노동부가 비정규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단순히 노동시장 차원에 머무르고 있음을 확인케 한 것이어서 이후 이어진 시민사회진영의 거센 비판은 노동부에게 큰 악재였다.


 실제로 인권위 의견표명 이후 노사정 실무회담의 논의 기준이 정부안에서 인권위 의견 수준으로 대폭 이동됐다.


 또한 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정병석 노동차관을 겨냥, 실무회담에 참석하지 말라고 공개 요구한 이후로 노동부는 실무회담에서 이렇다할 발언조차 하지 못했다고 권오만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전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노동부가 추진 중인 '노사관계 법·제도선진화방안' 등 각종 사안들이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김대환 노동부 장관의 거취 문제도 여러경로를 통해 제기되지 않겠냐는 섣부른 추측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사용자 단체, 복잡한 심사.5~6월 임단투 경계


 사용자 단체는 이번 실무회담에 대한 평가가 복잡한 상황이다. 표면적으로는 4월 회기 내 처리가 무산된 것에 대해 '아쉬울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비정규법안이 또다시 6월에 재논의될 예정인 만큼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민주노총이 6월에는 임단협 투쟁과 비정규법안 문제를 연관시켜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상당히 부담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경총 등 사용자단체는 5~6월 전개될 노동계의 임단투를 경계해 '부담스럽지만 정부법안 원안 통과에 찬성한다'는 입장은 제출한 바 있다.


 또한 비정규직 문제가 이번 실무회담 과정에서 광범위하게 공론화 된 것은 가장 큰 타격이다.


 IMF 외환 위기 이후 비정규 사용을 무제한 늘렸지만, 경제위기 이데올로기가 작동하면서 도덕적 비난만큼은 면했다. 하지만 이번 회담과정에서 비정규직 규모와 근로조건 등이 대중적으로 공론화되면서 더 이상 '비정규직 사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만큼은 공개적으로 펼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 노동관련 한 전문가는 "비정규직 문제는 공론화되면 될 수록 사용자들에게는 불리한 상황이 초래된다"며 "노동계는 비정규 문제의 실상을 적극적으로 공론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5월은 준비기간


 5월 한달간 노사정 각 진영은 6월 임시국회를 대비해 전열정비를 비롯, 전략전술 마련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노동부는 실추된 권위 회복을 위해 5월 내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이 높고, 사용자 단체도 비정규 노동 사용에 대한 비난 여론을 극복하기 위한 복안 마련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 역시 6월에도 4월 국면만큼 유리한 환경조성이 될지 여부는 불투명하기 때문에, 새로운 전술과 논리가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다. 특히 최초로 조성된 양대노총 공조를 더욱 공고히 하는 한편, 비정규직 문제의 사회적 공론화에 더욱 주력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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