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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공포..

지난주말 새벽, 잠이 어설프게 들어서 인지 머리맡 충전기에 꽂아둔 핸펀에서 "딩~동~!"하는 문자메세지 도착음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내용인 즉슨, "아버님이 임종하셨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십시요..ㅇㅇ병원 장례식장.  ㅇㅇㅇ " 새벽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어설프게 자다가 깬지라 메세지를 보고 또봤는데 도대체 누가 죽었는지 구분이 안되는 거였다.  게다가 발신자는 여동생 이름 이었다.

 



하면서 메세지를 읽고 또 읽었는데 아무리 봐도 누가 누군지 헷갈리는거다.  해서, 떨리는 손으로 발신번호로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를 않는다.  무슨일이 터진지 가늠하기 어려운 나는 심장부터 벌렁거리는게 영 개운치가 않아 혹시...하면서 친정 아버지께 전화를 걸었다. 한참동안 받지를 않더니 결국 받았다.  눈가엔 벌써부터 눈물이 그렁그렁 하면서 아빠가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얼마나 놀랐는지 아냐고 울면서 전화를 끊었다. 알고 보니 여동생 시아버님이 갑자기 돌아 가신모양이다.(당췌 그동안 그 분이 입원을 한건지 어디가 어떻게 아픈건지 모르고 살았으니...)가슴을 쓸어 내리고 또 쓸어 내렸다.  무슨놈의 문자를 저런식으로 보내냐고 날이 밝으면 따질기세가 등등하여 다시 잠을 청하였건만 잠은 오지 않았다.  그리곤 갑자기 아빠가 돌아가시면 어쩌나?  하면서 생각하기 싫은 상상이 떠오르는데...허~ 참....기분이 굉장히 묘하더구먼...그리곤 난, 아빠가 돌아가시면 못살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아빠는 내게 그만큼 특별한 사람이다.(부연생략..) 그래서 더 그런 상상은 하기 싫었는지도 모른다.  언젠가는 내게도 닥칠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아닌거다. 아니, 영원히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철없는 생각만한다 해도 그럴수만 있다면 나는 좋겠다. 

 

다음날 장례식장에 갔더니 동생은 하얀 소복을 입고 있었고, 시아버님은 입원한지 보름만에 대장암으로 돌아 가셨다고 한다.  입원하기 전까지 전혀 아픈증세를 못느끼다가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주변 사람 모두들 놀란모양이다.  그리고 나는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그것은 어느날 갑자기 불시에 일어나는 일이라고..아무도 그 죽음을 예고 할수는 없는거라고..하지만 망자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그리고 삶이 이렇게 허무한것일 수 밖에 없는 건가..하면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는데 내가 지금 살아 있는 이 순간이 너무너무 행복하게 느껴지는거다.  죽으면 모든게 끝나는건데...나는 지금 숨을 쉬고 말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살아'있는거다.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 낫다는 말이 딱 실감나는 시간이었다.  언제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죽음의 공포는 정말이지 너무나 끔찍하다.  그리고 갑자기 든 생각은 '이왕이면 오래 살고 싶다.'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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