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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보다 나은 '여름'

여름이 오기전까지는 얼마나 여름이 오지 않기를

바랬는지 모른다.

불과 몇해전까지만해도 나는 여름을 지독히도 싫어 했었다.

더운 날씨는 말할것도 없거니와 끈적끈적한 그 느낌은

참을 수 있는 인내심의 한계를 자꾸 건드리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근데 이상하게도 올여름은 견디기가 할결 수월하다.

 

 

 



특별히 올여름을 시원하게 보내기 위한 어떤 장치를 했다든가

아니면 더운걸 무척이나 싫어하니 가급적 움직이는걸 자제 하면서

살고 있는가, 뭐..그런 상상들을 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그 어떤

장치도 만들어 놓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여름을 잘 견디고 또 힘들어 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겨울과 견주어 보았더니 너무도 자연스럽게

여름을 받아들이게 되었다는거다.  그러니까 겨울은 춥다는것에서 부터

시작해 추우면 움직이기가 여름보다는 더 싫고, 추우면 자판을 두드리는것도

손가락이 너무 시려워서 제대로 두드릴수가 없다는거다.

거기다 언제나 연료를 필요로 해야 하고, 옷을 두껍게 입어야 하고,

조금만 소홀히 하면 금새 감기라도 걸리기 십상이니 말이다.

말하자면 겨울은 여름보다 훨씬 거추장 스럽고 챙겨야 할 일들이 많다.

하지만 여름은 조금 더운것 빼고는 연료도 필요가 없고 움직임도

겨울에 비해서는 자유롭다.  정말정말 더울때는 어디 수영장이라도 가서

하루쯤 놀다 오면 그만일테고..

 

가장 큰 이유를 생각해보니 추우면 발이 시렵고 손이 시렵고 몸을 녹여야 하는

여러가지 번거로움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이유가 한몫을 하는것 같다.

그래서 나는 올 여름을 비교적 순탄하게 보내고 있는것 같다.

물론, 본격적인 여름은 이제부터일지 모른다.

태풍이 한개 지나갔고, 장마가 막바지에 이르렀고, 다음주면 초복이어서

삼계탕고 끓여 먹어야 하니까..

 

무엇보다 겨울처럼 손 호호 불어가며 자판을 두드리지 않아도 되는

지금이 왜 이렇게 행복한지 모르겠다. 거기다 겨울만 되면 나는

높은 코(ㅎㅎ) 때문에 코가 너무 시려워서 견디기가 힘들었는데 말이다.

 

어쩌면 나이가 들어서 점점 추운걸 견뎌내지 못해가는 신체적인 변화일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겨울이 그렇게 낭만적이게 느껴 지지 않는게 가장 큰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서글픈 일일지라도..나이를 먹기는 먹나보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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