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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어떻게 시켜야 하는지..

뻐꾸기님의 [시험기간] 에 관련된 글.

공부라는게 시킨다고 되는일도 아니고, 지금의 시기(저학년)에 마냥 놔두면서 너 알아서 해, 라고 하는것도 먹히지 않을것 같아 허구헛날 고민하면서 살고 있다.  지난주에는 아이 학교에서 학년말 시험을 치른 주였다. 시험이 있기 며칠전부터 담임은 시험이 있으니 각자 유념하여 공부를 할것이며,  부모는 신경써 주길 바란다. 라는 간접적인 메세지가 잔뜩 담긴 언질이 있어왔다. 


학교만 갔다 오면 아이를 채근했다.  아이는 들은척 만척 자기 할일(티브이 보기, 컴퓨터 하기, 친구들이랑 놀기 등등..)을 하느라 바빴지만 나는 언제나 틈만 나면 공부하라고 노래를 하기 일쑤였으며 심지어 시험보기 닷새전에는 문제집까지 사다 주면서 강요를 하기도 했다.  아이는 문제를 풀라고 하면 풀었다. 답을 맞추고 틀린게 있으면 왜 틀렸는지를 가르쳐주었고, 또 문제를 풀었다.  그런데 하루만 지나면 그 전날 틀린문제에 대한것을 또 까먹는다. 그리고는 또 물어보고...(열이 팍팍 받는다..)그리고는 한번도 스스로 공부하는것을 본적이 없다.  꼭 ㅇㅇㅇ 해라, 고 말해야 그제서야 하는척 한다.  언제나 티브이 보는것과 컴퓨터 하는것은 빼놓지 않고서...

 

나는 여기서 어떤 방법으로 아이의 습관을 바로 잡아야 하는지를 고민하는데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  도대체 이런 문제는 어디서 누구에게 상담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공부는 어떻게 시켜야 아이가 즐겁게 받아 들이고 알아서 하게 되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과거에 공부했던 방식은 내키는 때 집중적으로 하는것 밖에는 없었다.  그러니까 뻐꾸기식으로 하자면 벼락치기가 맞는것 같다.  그것도 하다하다 안되면 하는데 까지만 하고 그냥 자버리기 일쑤였고.. 내 주위(형제)엔 어떤 영향을 준 사람도 없다.  단연코 내가 첫째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나마 영향을 준 사람이 있다면 아빠였다.  공부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는 않았지만 이모저모로 신경을 많이 써주었고,  다재다능했던 분이라 이런저런 질문에 서슴없는 대답또한 모자라지는 않았으니깐..  한마디로 말해서 나의 공부 스타일은 '없다.'가 맞으며, 난, 공부 별로 안하고 살았다.  내가 가장 열심히 공부한 시절이 있기는 있었는데 그것은 아마도 동아리활동시절 세미나 발제를 위해 관련 서적을 읽을 때 였거나, 석사시절 수업 준비를 위해 밤새워 원서를 잡고 씨름을 했던 그 시절이었을 게다. 이제는 공부라면 진절머리가 난다. 가뜩이나 머리가 좋지도 않은데다가 도무지 내게는 '집중력'이란 단어가 왜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던지..책한쪽 읽기도 전에 딴생각이 번뜩 드는건 아마도 나의 뇌구조는 너무 불량한 조각들로 채워진게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내가 이모양 이꼴인데 과연 아이에게 어떤것을 강요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니 머리가 자꾸 빠진다.  거기다 나는 조바심이 많아서 받아쓰기 최하점수 받아오면 야단치기 일쑤고 어쩌다 백점을 받아와도 제대로 칭찬을 안해준다. '니가 백점 받았으면 다른 아이들도 다 잘했을거야.' 라거나, '그렇게 쉬우니 당근 백점 받아야지.'라고 한적도 있다..어느날 또 형편없는 점수를 받아와서 잔소리를 해대니 아이는 백점 받았을때 칭찬도 안해주면서 뭘! 이런다.  아이는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칭찬에 인색한 엄마에게 일부러 잘보일 필요까지는 없다는것을..(맹랑하기도 하지..공부는 너 좋으라고 하는거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는게 아니래도..) 그 후에는 내가 너무 칭찬을 안해줬나 하면서 성의껏 칭찬을 해주었는데도 아이는 언제나 그때(백점 받았는데 칭찬 안해준때)를 상기하면서 목소리를 높이기 일쑤다.  드디어 자기 방식을 터득해 가고 있는것 같다. 공부는 스스로 하기 보다는 누군가 하라고 할때 해야 하는건가 보다라고...

 

모르겠다.  아직은 저학년 밖에 안되는 저 어린 아이에게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가 무어그리 중요 하다고 시도때도 없이 다그치는지 모르겠다만, 너나 없이 공부부터 시키고 보자는 이상한 분위기에 편승하지 않으면 괜히 나만(우리 아이만) 뒤처지는건 아닐까 하는 불안한 심리까지 한몫하는건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더라..오늘도 여전히 아이는 뺀질 거리기 일쑤고 시험을 잘보든 말든 나는 상관안해. 하면서 컴퓨터를 만지작 거리고 있을 뿐이니깐...에효~ 대충 다 키웠다고 생각하니 이제는 '공부'에 대한 압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구나...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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