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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탈=행복???

아주아주아주 오랜만에 광화문 뒤뜰, 분수대에서 맥주를 마셨다.

이게 얼마만인가 헤아릴수도 없을만큼 오래전이었다.

원래 그 동네가 나의 주무대이어서 인지는 몰라도 그곳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그대로였다.

 

매번 그곳에서 같이 술을 푼 사람은 바뀌었을 지언정

분위기와 날씨와 계절은 늘 달랐을 지언정

헤아릴 수 없이 흘렀던 세월은 나를 변하게 하지 않았다.

그래서 너무너무 반가웠다.

 

술을 마시면서 양말을 벗기도 했고,

벤치에 누워 상큼한 여름밤의 공기를 마시기도 했다.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안경을 벗어 던지고 어슴프레 보이는 새파란 나뭇잎사귀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 있었는지..

아....정말, 행복했다.

 



같이 술을 먹던 사람은 자신의 기준에서 진보적인것과 그렇지 않은것의 차이는

다름아닌 머릿속에서 생각나는대로 행동하느냐와 아니냐는것으로 규정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아직도 생각이 짧아 생각나는대로 행동한다고 했더니

그것이야말로 '진보적'인 사람이 아니냐고 하면서 과찬 아닌 과찬을 해댄다.

 

나는 이나이에 철없이 이렇게 옛일을 회상하며 행복해하고 추억에 젖어

있다는게 가끔은 좀 챙피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그렇지 않게

봐주는이가 있어 새삼 고맙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속으로 욕하는 사람들도 적지는 않으리..

 

한참 분위기에 젖어 있는데, "(집에갈)차 있어?"  하면서 부랴부랴 우리가 먹던

빈깡통을 주어 담으며 정리 하는 모습은 옥의 티 였다고나 할까?

내가 너무 물불 안가리고 분위기를 타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웬지 한잔두잔 꺽다보면 콘트롤이 안되는건 어쩔수가 없더라고.

그래서 나는 주섬주섬 술자리를 정리하는 그가 얄미웠다.

아무리 주변머리가 없어도 그렇지 술먹다가 갑자기 차 있어?

하면서 일어날건 뭐람~! 에이~ 김빠져..

그래서 나는 혼자 남아 그 행복한 분위기에 젖어 새로운 깡통을 땄다.

 

여전히 나는 너무 내멋대로가 아닌지 가끔 후회가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본능적인' 행복은 감출래야 감출수가 없는걸 어쩌란 말이냐..

여름 날씨 답지 않게 서늘했던 기온도 행복을 북돋는데 한몫 하는데

정부 종합청사 뒷골목에서 전경과 싸우는 동지를 두고 왔다는것은

그닥 행복의 만땅일수만은 없겠더라. 

과연 우리에게 온전한 행복이란 어떤것일까? 를 생각하면서 발길을 돌리는데

뒷통수가 개운하지 만은 않은게 참 씁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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