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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아니길...

지난 주말엔 숨통좀 터 보자고 고대하던 '설악산'에 갔었다.  예전 설악산 갔을때 공룡능선을 타고 죽을뻔한 기억이 아련하여서 이번에도 공룡능선이면 안가려고 했는데 다행이도 코스가 중간에 바뀌어 가야동 계곡으로 되었다.  도상거리는 8시간 40분이라 했는데...

말이 8시간 40분이지 새벽 4시부터 오르기 시작한 산행은 담날 오후 6시가 넘어 끝이 났다.  오랜만에 바깥 바람을 쐬고, 설악의 비장한 절경을 보면서 숨통을 튼다는게 온몸에는 몸을 가눌수 없을 정도의 통증만 늘어가기 시작했다.(대략 낭패다.  이럴줄 알았으면 맑디맑은 계곡물에 원없이 몸이라도 던져 보는건데 워낙 오르락 내리락 기운을 빼는 바람에 그럴만한 여유가 생기질 않았다.  딱 한번 일행 대여섯이서 퐁당! 하고 만것 뿐.)  올라오는 버스는 중간에 조금씩 막히기 시작 하더니 양평 부근에서는 거의 움직이질 않았다.  다들 토막잠을 자면서 한마디 대꾸조차 하지 못하고 그대로 조용히 서울에 다다랐는데, 시간은 새벽 3시를 넘어서고 있는거다.  헉!



이렇게 늦게 또는 막히는 길을 달린것은 아마도 처음이 아닌가 싶다.  너무나 절망스러웠다.  엄마네 집에 겨우겨우 맡겨놓은 아이는 늦더라도 자기를 꼭 데리러 오라고 성화를 부리는 바람에 단 10분도 편히 눈을 감을 수 없었으며, 내일 출근해야 하는 사람들의 무거운 눈빛들은 말로 표현키 어려운 분위기였다.. 쩝~ 허나, 어쩌랴..꽉막힌 길위로 버스를 타고 나를수도 없는것을....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하기도 했다.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면서 등산로가 아닌 길로 접어들었을때, 그곳에 버티고 있었던것은 지난 수해로 산산조각난 나무 등걸과 뿌리가 뽑힌채 널부러져 있는 온갖 자연의 생물은 눈이 시릴정도로 가슴이 아프게 마음에 담기기도 했다.  헉헉 거리며 내달리듯 산길을 걸었지만 자연속에서 살아 숨쉬어야 할 만물들도 결국은 내 숨소리보다 더 처참히 죽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땀을 비오듯 흘리면서 시원스레 흐르는 계곡은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유혹의 도가니로 몰아 넣기에 충분했다.  풍덩~ 풍덩~!  행여나 뒤쳐저 일행에게 피해가 되면 어쩌나를 염려하며 언제나 대오의 앞을 놓치지 않고 걷다가 이번에는 무슨 마음을 먹고 뒤에서 홀짝홀짝 술까지 마셔가며 농땡이를 쳤는지, 어떤 악마의 손길이 내게 뻗치고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마음이 시키는대로 움직였을 뿐이니까.  그렇게 흐느적 흐느적 하면서 가는데 아뿔사, 내가 제일 마지막이었던거다.  이때부터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하면서 속력을 내는데, 이미 다리는 풀려가고 있었다.  흑~ 아무도 없잖아!

 

다리야, 제발 말좀 들어다오..빌고 또 빌며 끝이 없는 그 길을 걸었다.  비몽사몽으로 걸어오니 대오의 마지막 일행들이 어렴풋이 보이고 젖먹던 힘까지 내어 걸었다.  죽음의 강행군이란 이런거구나를 실감케 할정도로 스릴있는 산행이었다고나 할까?  헌데, 마지막 그 길에서 나는 울고 있는 하나의 그림자를 보았다.  이 시대의 가장 쓰린 풍파를 온몸으로 겪고나서 홀로 외로워하는 슬픈 그림자를...

 

<사진 몇장>

등산로가 아닌길로 갔던지라 물은 티없이 맑고, 사람들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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