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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국..

미역국이 싫었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왜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미끌미끌한 그것이 왜그렇게 싫었는지...

어쩌다 그것을 입속에 넣고 우걱우걱 씹을때면

나는 되도록 미역은 먹지 않고, 국물만 홀짝 거리기도 했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인지

따뜻한 국물이 마시고 싶어서 인지,

그보다도 며칠전  TV에서 했다던, '비타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미역이 사람몸에 좋다고 나왔다는 말을 듣고

미역을 한웅큼 꺼내어 물에 불리고 미역국을 끓였다.

다행이 냉장고속에는 지난 추석때 쓰다 남은 쇠고기도 있고..

 

미역을 잘 씻어서 적당한 크기로 자르고, 쇠고기와 마늘을

참기름에 달달 볶은 다음 적당량의 물을 붓고 끓인다.

난, 채식주의자가 아니라 적당량의 고기가 들어간

미역국을 좋아한다.  거기다 너무 맨숭맨숭하지 않게

약간의 쇠고기 양념 조미료도 넣고.. 이번엔 언제 사 놓았는지도

모를 새우가루도 한번 넣어봤다. 

보글보글 끓는 소리를 들으며 맛을 보는데...

캬~~ 아무리 내가 끓인 미역국이라지만 맛이 죽여준다!

오늘 따라 미역국 끓는소리는  왜 또 그렇게 듣기가 좋은지.

보글보글 하면서 끓는 그 소리는 마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정답게 수다 떠는 소리처럼 들린다.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를 하면서 줄기차게 그것을 먹으면서 부터다.

산후조리를 하면서 미역국을 하루 세끼나 먹는데도

지겹지 않았던 것은 그때 난, 사실 너무도 배가 고팠다.

뱃속에 있던 무엇이 빠져나가서 인지도 모르겠지만

먹어도 먹어도 허전한 뱃속을 달래기에는 부족함이 가시질 않았는데...

부엌에서 계속해서 끓고 있는 미역국은 그 소리만 들어도

저절로 행복해 지면서 구미가 당기는 거였다.

한대접을 다 먹고도 또 한대접이 저절로 당기는 구미...

 

그제서야 나는 미역국의 백미를 알아 차렸던거다.

아마도 사람에 비유하자면, 한두번 보았을때는 느끼지 못했던 것을

두번 세번 보아 가면서 새록새록 발견하는 진미 같다고나 할까??

꿀맛과도 비교 할 수 없는 그 맛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날이 스산해지면서 이제 곧, 겨울이 닥칠거라고 생각하니

괜히 옛날 생각이 나면서 그 아련한 허전함과 산고를 겪은후의

뿌듯함보다는 괜한 '부담'으로 밀려오는 중압감이

오늘 다시 새록새록 기억속에서 되살아 나고 있다..

 

내가 정말 제대로 살고 있기나 한 걸까...

정말 잘 살고 있는 걸까?

알수 없는 물음들이 가슴을 후벼 파기도 하는게,

갑자기 몰아치는 우울함이 가슴 한켠을 짓누르기도 한다..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저 미역국 연기가

다가올 매서운 우리들의 겨울을, 조금만 더 훈훈하게

데워 주기를 간절히 바래보면서...

후루루룩~!

미역국 한사발을 맛있게 먹는다...

남은 쐬주 한병과 함께..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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