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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이야기..

근데, 갑자기 글을 쓰려고 하니 블로그에 수정 메뉴가 많이 달라졌네요...무슨일일까요? ^^

 

오늘은 옛날 사람을 만났다.  거의 십여년만에.. 몇번 블로그에 얘기 한적이 있는 '청량리 철거 싸움'과 관련된 사람이다.  어쩌다 생각이 나서 싸이에서 그 사람을 찾아 연락을 하고, 드디어 오늘 만나게 되었는데, 반가움이 앞섰다기 보다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보지 못했던 그 많은 세월 동안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던거 하며, 그동안 몸도 마음도 참으로 많이 아팠었다는게 오늘 그/녀를 만난 후의 느낌이다.  도무지 집중해서 이야기를 진행시킬 수 없을 정도로 횡설수설 하기만 했던 그 분위기를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사실, 그/녀와 내가 알고 지낸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철거 싸움을 같이 하고, 각자의 집으로 가던중 차비가 없다고 내게 차비를 빌렸던 그/녀가 가장 인상 깊었고, 그/녀의 학교에 내가 자주 놀러 가던 기억이 전부다.  그/녀는 학보사 편집국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나는 집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그/녀의 학교에 자주 놀러 갔었다.  그런 기억의 편린 속에서 오늘 다시 인연의 끈을 가질 수 있다는게 참으로 신기하고도 놀라운 일이었는데...



과연 무엇을 함께 나눌 수 있는지 참으로 할말이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왜 나에게 '언니'라는 호칭을 쓰는지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우리는 엄연히 친구와 동지로서 '야,자'를 했던 사이 였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 속에서 그/녀또한 삶의 비애를 너무 절절히 느끼고 사는것 같아서 마음이 안좋았다.  교통사고를 당했었고, 몸이 많이 안좋아졌다고 하고, 최근에는 우울증 치료까지 받고 있다고 한다.  삶이 별로 재미 없고, 자살 시도까지 했었고...하지만, 자신의 강인한 육체적 체력이 뒷받침 되어 실패로 끝난 자살시도가 내겐 너무나 절절한 일상처럼 느껴졌다.  왜냐하면 나또한 그런 '충동'을 시시때때로 느끼면서 살고 있으니까..

 

어쨌든, 인연의 끈은 쉽게 끊어지지도 이어지지도 않는게 분명하다.  내가 가장 최근에 인연의 끈을 놓아 버리려고 했던 어떤 관계에서도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았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사람이 살아 가는데는 역시나 마음먹은 대로 보다, 그렇지 않은 대로 되는것이 훨씬 많다는 것을 점점 더 뼈저리게 느껴 가고 있는 즈음이다. 

 

그리고 왜 내가 점점 의기소침 해져 가고 약한 모습을 보여 가는지, 사실 나로서도 놀라울 뿐이다.  예전의 씩씩하고 비록 철이 없었을 지언정 낭만과 로맨틱을 꿈꾸었던 '나'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찾아보기 힘들다.  산다는게 무언지, 왜 살아야만 하는지 그 '의미'마저도 점점 잃어가는 모습이 웬지 너무 낯설게만 느껴진다.  아직 더 많은 삶의 아픔과 비애를 겪어봐야 아는건지는 몰라도 지금까지도 나는 너무 아팠다.  사랑이 뭔지, 왜 운동을 하는지, 우리에게 희망이 무엇인지, 얼마나 더 아파야 하는지, 그리고 언제까지 기다리고 참아야 하는지....

 

술한잔 먹으니 자꾸 헛소리가 나오려고 한다.  그런데, 자꾸 보고 싶은 사람이들이 눈앞에 아른 거린다.  날씨는 점점 추워 지는데, 옷깃을 한껏 움추리며 발을 동동 구를 지언정, 그네들의 마음 만큼은 따뜻한 정을 꿈꾸는 한자락 김이 모락모락 피워 올랐으면 좋겠다...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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