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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벼락!

며칠전 오랜만에 친구 만나서 열라 술먹고 있는데, 메세지가 왔다.

 

'야! 너 모하는거니? 애가 피아노학원가다 개에 물렸는데도 모르고 말야!'

'아, 짜증나~ 허벅지에 개 이빨 자국 있는것도 못보고 뭐했냔 말야?'

 

헉! 이게 도대체 뭔 소리지? 하고는 재빨리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나랑 하루종일 같이 있었는데, 희연이가 얘기를 안했으니 몰랐지!

하고는 나름 흥분을 가라 앉히려고 애썼는데, 잘 될리 없다..

알았어! 빨리 갈게..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내색을 안하다가 나중에서야 술먹던 친구에게 얘기 했더니,

광견병 주사 맞히면 된다고 한다.

그리곤 계속 수다 떨면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애가 개에 물렸다고 난리 났는데, 엄마는 계속 술을 마시고 있다니...

이런 생각은 나에게 안통한다. 집에 아빠가 있는데, 내가 왜??

그리고 여기서 아무리 빨리 집에 간다고 해도 1시간 반은 걸리는데..

거기다 밤중에 뭘 어떡하라고? 급하면 아빠가 응급실이라도 데리고 가겠지..) 

더 마시고 싶었지만, 거리가 워낙 멀어 포기하고 일어 났다.

 

부랴부랴 집에 와서 먼저 애한테 항의를 했다.

왜 나한테 말안했냐고... 그랬더니, 엄마한테 말하면 엄마는 무조건

화부터 내니까 말 못했다고..하지만, 아빠는 화를 안내기 때문에 얘기했다.

면서 말을 하는데 기가 막혀서 말이 안나온다.

 

남편은, 니가 애한테 신뢰를 잃어서 그렇다.  왜 애한테 벽을 쌓고 다니느냐?

반성해라! 고 하면서 계속 불쾌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래, 애가 나한테 말못한것 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너는 왜 나한테

화를 내고 난리니?  애가 말을 안해서 몰랐던것 뿐인데....

그리고 먼저 사실을 안 사람이 수습하면 될것 가지고 밖에 있는 사람한테

별별 소리를 다하냐?  나도 열받는다고!!

뭐, 대충 이런 얘기들이 오고 갔는데...

 

다음날 개 주인과 같이 병원에 데리고 갔고, 다행이 많이 물리진 않았고,

광견병 주사는 안맞혀도 되고,  상처만 치료했다.

개가 건강(생후 5개월된 진돗개란다. 예방주사는 다 맞혔다고..)

하면 이상이 없다고 한다. (개의 상태를 열흘정도 살펴 봐야 한다고 함.)

친절하게도 개 주인은 미안한 마음인지 어떤지 과일바구니까지 사들고

집으로 찾아 왔더라...

 

정신을 가다듬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희연이는 조용한듯 말썽 안부릴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말썽(?)을 피우고 다니는 아이인것 같다.

지난 2학기엔 학교에서 체육시간에 (치마를 입었다는 이유로)나가지 않았다고

선생님이 반성문을 써 오라고 한적도 있었고, 또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않고

돌아다녔다고 반성문을 써오라고 한적도 있다. (요새 선생들은 별걸 가지고

다 반성문을 써오라고 하나보다...ㅡㅡ;;) 

그것도 집에 와서 어쩔 수 없이 보여주곤 했는데

그걸 볼때마다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선생도 선생이거니와 얌전할것 같은 아이가 은근히 삐딱하게 구는걸 보니

나름 속도 상하고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개한테 물린것도 맨날 가던 길로 가지 않고 다른길로 가다가 생긴 일이라는데...

어쩌면 물리고도 바로 집으로 안오고, 그대로 피아노 학원으로 갈 수 있는지

참으로 납득이 안된다.  별로 아프지 않았기 때문이라는데...

 

하튼,  아이를 키우다보니 사소한 문제라도 심심찮게 벌어지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그런데 그 일이 터질때마다 나는 감정 수습이 잘 안된다.

일단, 흥분부터 하고 아이이기 때문에 생길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것에 답답하기만 하다..

결과적으로 나는, 나하나 감당하기도 힘든 인물이라는걸 발견하고는 좌절하는데...

애를 도대체 어떻게 키우겠냐고??  그것도 여자 아이인데, 이렇게 힘들줄이야....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지...시골도 아니고 도심 주변에서 개한테

물렸다고 난리 법석을 떠는 이 꼴이 도대체 날벼락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냐....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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