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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과 기억..

어젯밤만 해도 나는, 당분간 포스팅을 좀 뜸하게 하고

본격적인 할일 모드로 돌아가자는 맘을 정말로, 정말로 굳게 먹었는데

아침이 되니 언제 그런 마음을 먹었냐는듯이 생까고 있는 나를 발견,

다시 좌절 모드이다.. 흑~ 

 

무엇에 홀린것도 아니고 언제 그런 마음을 먹었는지 조차 싸그리

잊어 버리고 말다니...

그리고 제발, 일주일 동안 만이라도 연락 안하고 살자!

이것도 어젯밤에 같이 맘먹은거 였는데, 그것도 채 12시간도 안되어

싸그리 번복을 하고 말았다.

 

역시, 이것은 '중독'증세가 맞다! 쩝~

 

 



무언가 마음을 굳게 먹으면 자꾸만 더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고

다른길로 새고 싶어진다.  아예 마음을 먹지 않는게 나은건지 원~

 

잠깐, 화제를 돌려서...

어제 저녁을 먹을때 였다.  갑자기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무엇에 대해서 화가 났는지 마구마구 떠들어 댄다. 

싸가지가 없다느니 어쩌느니 하면서...

내가 전화를 잘 못받아 희연이가 옆에서 통역을 해 주었는데...

'할머니, 되게 무섭다..'이러는거다.

 

나이 먹으면 분별력도 같이 없어지나 원~

할말 안할 말 가려서 좀 할것이지...손녀딸이 통역해 주는거 다 알면서

뭔소리를 그렇게 지껄이는지...참~

낮뜨거워서 혼났다.

무슨 내용인지 대충 짐작이 가고, 나도 그 내용에 대해 일정부분

반성하고 있던 차 였는데, 귀신같이 알고 전화를 한거다.

생각할수록 얄미웠나보지...

암튼, 전화를 그렇게 몰상식하게 한건 엄마 잘못이지만

전화까지 할정도로 상처로 다가가게 한 내게 더 큰 잘못이 있다.

 

더 어렷을때도 잘 안부닥치고 살았는데(따로 살았으니..)

커서 분가까지 한 지금에 와서 티격태격 하려니 그것도 참 생소하면서

못할 짓이다.

 

그리곤 9시 뉴스를 보고 있는데,

일본의 독거노인에 대해서 나오는거다.

노인세대가 증가 하면서 홀로 기거 하다가 갑자기 죽음을

맞이 하는 노인들을 보호 하기 위한 일본의 최첨단 장비들

뭐, 그런것들을 보여주고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의 경우에는

가스 검침기를 통해서 노인이 안전하게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한다는 얘기다.

 

그 뉴스를 보는데 갑자기 2~3년전, 내가 말벗하러 다녔던

혼자 사시는 아흔살이 넘은 한 할아버지가 생각났다.

내 핸드폰에는 그 할아버지의 전화번호가 남겨져 있었고

생각난 김에 전화를 했더니, 밤 9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벨이 두어번 울리자 바로 받는거다.

익숙한 할아버지 목소리다.

내가 누군지 기억하냐고 했더니, 아, 그럼~! 당연히 기억하지!

하시면서 내 이름까지 정확히 기억하는데...

혀를 내두를 정도 였다. 

 

나이가 그렇게 연로 하신대도 2,3년전의 사람을 또렷히

기억하고 있는 그 기억력이 솔직히 말하면 약간 무서울 정도 였다고나 할까?

그치만 한편으로는 기분이 좋기도 했다.

내가 뭐 변변히 잘 해 드린것도 없는데 나를 기억하시다니....

그리고는 정말 내 친할아버지라도 되는냥 마구 반가운거다.

 

건강과 안부를 묻고, 곧 한번 찾아 뵙는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올해, 아흔 다섯 이라고 하신다...

 

사람의 '기억'이라는건 어찌보면, 굉장히 '행운'이 담긴 기능이기도 하다.

흘러간 과거가 뭐 그리 중요한 일이기야 하겠냐마는...

그 기억의 파편속에서 또다른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잠시 잠깐 이나마

행복한 추억에 잠길 수 있다는건 시시콜콜한 일상을 돌아보게 하는

상큼한 활력소가 됨이 충분할테니깐...

하지만, 기억이라는건 가끔 오늘의 나를 반영하는 거울이 되기도해서

소름끼치게 무섭기까지 하다.

어제의 기억이 없다면 오늘의 내가 존재하지 않는걸까? 라는

얼토당토한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게,

갑자기 죄짓고는 못살겠다, 라는 결과에까지 다다른다.

 

무섭다...'기억'이라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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